Hanbange 3.0 - (C) Breadu Soft 2008

THE ENEMY
디 에너미(적들, 2011)

 

1995년 보스니아

 

종전 7일 째

 

찾았어?

 

모르겠어요

 

여기 어디 있을 거야

 

이봐 피카소, 앞으로는
제발 지도 그리지 마쇼

 

2년 전에 그린 거잖아

 

그 당시 표식을 어떻게
기억하라는 거야?

지도에 보면 무슨
돌이 있다고 하는데

 

잠깐만요
기억날 거에요

 

오케이, 오케이

와보시지, 미국 겁쟁이들

조용히 해

 

여기다

- 찾았어?
- 찾았어요

 

조심해, 차키

 

전쟁에서도 살아남았는데

자기네 지뢰밭에서 죽으면
그게 진짜 코미디에요

- 헛소리 좀 그만해
- 알았어요

 

됐어
기억해내고 있어

 

- 기억력 대단하죠?
- 아주 잘 했어

 

- 던져줘요
- 여기

신관 이리 줘

 

릭, 이거 받고
지뢰 전부 수거해서

상자에 담아
알겠지?

 

알았어요

 

니들이나 염병할
미군 새끼들이나...

 

정말 미안합니다

 

잘 가세요, 친구들
전부 다 고마워요, 안녕

 

무사히 돌아가시길!

 

왜 이래, 릭
정신 사납게 굴지마

 

제길, 춥다

 

중위님은 진짜
촌놈이에요

왜?

 

그래도 교대조 왔을 때
할 일은 안 잊고 있다고

교대조요?

 

아마 아직 출발도
안 했을 겁니다

 

무슨 노래야?

 

바냐 루카의
펑크 락이에요

바냐 루카의 펑크락
좋아하네

베오그라드에서 들었잖아,
철학자 양반

 

안녕하십니까

 

저 예의바른 놈은
어디서 찾았어요?

 

공장에서

폭격 맞은 데?
거기서 뭐하고 있었대요?

- 몰라
- 모른다뇨?

 

그냥 몰라

 

디게 빡빡하게 구네

 

담배 좀 줘

 

이봐
담배 좀 달라고

 

-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 들어와

 

공장에서 뭘 좀
발견했나?

 

공장은 문제 없었는데
어떤 사람을 발견했습니다

- 어떤 남자? 민간인?
- 민간인요

 

벽으로 막힌 지하에
갇혀있었어요

 

데려와

 

- 잠깐, 벽으로 막혀?
- 뭐라고요?

 

- 벽으로 막히다니?
- 벽돌로요

 

- 누가 가뒀지?
- 적들이 그랬답니다

 

문이 있던 곳을
벽돌로 막았는데

 

이 사람은 무슨
산책 나가는 듯 나왔어요

 

물을 줬지만
목이 마르지 않답니다

- 우리쪽인가?
- 그렇다고 합니다

 

아무것도 모르더라고요

평화 협정 맺은 것도
모르던데요

 

알았어
데려와봐

 

사람을 벽속에
가두다니

 

이상할 것도 없어요
'얼간이'가 그러잖아요

 

어딘가에서 벽으로 둘러둔
벤츠가 발견됐었다고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성함이?

 

다바

 

그냥 다바요?

'절름발이 다바'라고도
불렸죠

오른쪽 다리를 절거든요

절름발이 다바

신분증 좀 주시겠습니까?

 

잃어버렸습니다

 

그럼 성과 거주지 주소,
국적을 말씀해주세요

신분증 번호는
안 되나요?

그건 필요 없고
묻는 것만 답하세요

신분증의 9자리 번호가
국적을 나타낸다는 거

알고 있습니까?

4는 이슬람, 5는 세르비아,
6은 크로아티아

지하에 얼마 동안
갇혀있었죠?

 

기억 안 납니다

 

어디서 왔죠?

 

근처요

 

- 근처라고요?
- 네

 

왜 벽속에 갇혔죠?

 

날 싫어했나봐요
두려워했어요

 

뭘 두려워해요?

 

날 죽이는 걸요

 

- 그럼 내가 죽여줄게
- 릭, 가만있어

 

당신들은요?
지뢰 제거 하는 거죠?

 

 

누구쪽 지뢰요?

 

춥지 않나요?
식사는?

 

배 안 고픕니다

 

배가 안 고파요?

 

시로비노

 

아래층으로 데려가서
먹을 거 드려

 

오세요

 

있잖아, 릭

 

빈둥거리지만 말고
할 일을 찾아봐

 

좀 냅둬
신문 읽잖아

 

대체 뭘 읽는데?

 

- 날짜
- 날씨?

 

- 날짜라고!
- 아, 날짜

 

들어봐, 이 집이 불탄게
92년인가 93년이라면

1984년 5월 26일 신문이
왜 여기 있는 거지?

 

밑닦으려고 모았나보지

 

그럼 올림픽 이후로

- 화장실을 안 간거네
- 고맙소

이 나라의 '위대한 아들'의
92세 생일 축하연

그 사람이 4년 전에 죽었는데
그때도 춤추고 있었데

릭, 저 사람 먹지도 않고,
안 춥다면서 장갑도 안 껴

겨울을 좋아하나 보네

시퍼렇게 질릴 때까지 두면
알아서 올 거야

 

가서 베스코 깨워
교대조가 곧 올 거야

 

왜 씨비는 저 사람이
아빠인냥 붙어 있는 거야?

 

사람 목숨을 구한 거잖아
내버려둬

내가 보기엔 둘 다
정신병원 감이야

 

왜 이래요?

 

이제 바다와 나체 아가씨들
꿈을 꿀 때도 됐잖아요

 

누가 보면 아직도
전쟁 중인 줄 알겠네

 

그 번호 얘기는
뭐였는지 말해봐요

 

무슨 번호요?

 

신분증 번호 얘기
했었잖아요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그걸 어떻게 알죠?

 

지어낸 겁니다

 

그럴 거라 생각했지
그냥 농담한 겁니다

그런 게 농담 거리가
된다고 생각합니까?

 

왜 이래요?
그냥 물어본 거잖아요

 

'3월'
내 말 들립니까?

 

들린다, '9월'
전부 다 살아 있는가?

 

물론이죠, 다들 자연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다 제거했다는 말인가?

이 지역 대부분에 마크했고
제거한 지역도 있습니다

알겠다

교대조가 곧 도착합니까?

걱정 마라, 곧 도착한다
공장은 살펴봤나?

 

네, 공장은 문제 없었는데
민간인이 발견됐습니다

 

민간인?

 

벽으로 막은 지하에
갇혀있었습니다

 

잘 안 들린다
벽으로 막아놨다고?

그렇습니다

갇혀있었던 데다가
조금 이상한 사람입니다

 

데리고 있다가
다음 조 도착하면

조사할 수 있도록
본부로 이송하라

알겠습니다
오버

 

체크메이트야

 

한 끼만 더 먹으면
집에 간다

 

살살 좀 해라

그냥 통조림이잖아
통조림이 적이냐

 

더 이상 살생은 없어

 

그럴까?

 

아직 끝난 건 아무것도 없어
내 말 명심해

 

저기..

 

저 사람은 누구지?

 

공장에서 발견했대
벽 속에서

 

그럼 아군일까 적군일까?

 

당신들 편입니다
걱정 마세요

 

다바라고 합니다

제 생각이 맞다면
당신이 '얼간이'군요

동료들이 그렇게 부르던데

 

그쯤 하지
혀 좀 그만 놀려

 

어디 갔었어요, 베스코?
여기 담배

 

고마워요

 

이게 뭐야?
이건 무슨 스포츠래?

 

윌리암스
이게 뭐야?

 

얼음판 위의 카키

 

얼음판 위의 하키,
이 멍청아

여름이 빨리 갔으면
좋겠다

 

아냐, '이 여름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네'

'더위가 지긋지긋해'

'바다는 안녕,
난 산으로 간다네'

 

뭣들 하나?

 

나와

 

릭, 어떻게 들어왔지?

 

뭐가요? 미군이 문을
안 잠근 겁니다

집안으로 들어가

 

베스코,
무슨 일이죠?

 

별일 아닙니다

 

국경을 지키려고 싸우면서

 

한치라도 넓히려고
피를 흘렸어

 

종주 지역을 넓혀라,
해방시켜라, 철수해라...

 

탈취해라

 

종주 지역을 넓혀라

 

그러더니 전쟁 끝나니까
국경이 너무 넓은 거야

우리 꼬라지를 봐
쥐새끼 같잖아

 

우린 뭐하고 있는 걸까요?

 

우리가 직접 설치했던
지뢰를 파내고 있어요

 

뽑았다 심었다
또 뽑았다 심었다

그걸 누가 다 지킬까,
철학자? 건배!

 

그 촌놈이 한 말이
옳았네요

 

깃발 꽂고 영토 주장하는 게
경작하는 것보다 훨씬 쉬워요

 

- 철학적이죠?
- 그래, 자네 보다 더

 

그 사람 말에 핵심이 있어

 

깃발 꽂고 영토 주장하는 게
경작하는 것보다 훨씬 쉽다

 

밭 가는 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도시남?

 

- 저요?
- 그래

 

TV에서 본 적 있어요
농업에 관한 프로그램요

 

총 들고 가서
보초나 서

 

굿나잇 키스
해드릴까요?

 

빨리 가
쏴버린다

 

잘 자, 도시남

 

안녕히 주무십쇼
농부님

 

무슨 일이야?

 

그냥 없어졌어요

 

아무도 보지도 듣지도 못했고
총도 사라졌어요

냅둬요
애도 아닌데

 

그놈이 미친게
우리 잘못은 아니잖아요

조용히 해

 

솔직히 놀랄 일은
아니죠

 

그 씨비라는 사람은
감정적으로 불안정해요

 

곧 죽일 사람의 얼굴을
라이플 렌즈를 통해 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죠

 

- 씨비와 얘기했습니까?
- 했죠

인생과, 전쟁과
나에 대해서

- 당신에 대해?
- 그래요

 

당신의 뭐에 대해서?
당신이 대체 뭔데? 누군데?

 

난 중위님을 모욕한 적
없습니다

 

베스코, 잘 감시해요
필요하면 묶어둬요

 

그럴 필요 없습니다

 

총 들어
전 지역을 수색한다

 

나도 같이 가겠습니다

 

그럼 누가 감시하고요?
'얼간이'가요?

 

저 남자에게 관심 없어서
괜찮습니다

 

관심이 없다뇨?

- 전 아무데도 안 갑니다
- 조용히 해

- 진정하세요
- 제발 나도 가겠습니다

 

중위님, 제가 기꺼이
남아 있겠습니다

 

자기 대원을 조금이라도
믿어 보시죠

 

최대한 조심할게요
약속하죠

 

좋아요
같이 갑시다

 

무전기 계속 열어둬

 

씨비!! 씨비!

 

처음에 씨비가 고함치더니
누군가 안에 있다고 했어요

 

벽에 귀를 대봤지만
난 아무 소리도 못 들었죠

 

그런데 씨비가 갑자기
날뛰기 시작했어요

 

벽에 주먹질을 하고
머리를 박고 발로 차고

손톱으로 긁어대기
시작했죠

안에 정말 뭐가 있나보다
생각했어요

라이플 개머리판으로
벽을 부쉈죠

 

그 사람이 누군지
정말 모르겠어요

 

씨비! 씨비!

귀청 떨어지겠다

 

거기가 어디지?

 

여기서 가까워요

 

발 조심해

 

천천히

 

탁자와 의자 말고는
아무것도 없어

 

재털이에 담배꽁초만
한가득이야

 

음식도 물도 없어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듯
담배 피면서 앉아 있었어

 

누굴 기다려요?

 

우리

 

시로비노, 올려줘!

 

올라와요

 

천천히

 

좀 더 둘러보자

 

나 점심 못 먹겠다

 

어떻게 지난 번엔
이걸 못 봤지?

 

지난번엔 이쪽으로는
오지도 않았습니다

 

- 어느쪽 군인이야?
- 섞여있는데

 

아군과 적군

 

그럼 누가 죽인 거지?

 

이런 식으로는 여기서
못 꺼냅니다

 

움직이지 마!

 

무기 버려

 

- 진정해
- 무기 버리랬잖아!

 

알았어, 여기
진정하라고

 

괜찮아, 침착해
전쟁은 끝났어, 여기

 

저쪽으로 가

 

요반

 

그 남자 어딨는지 말해

 

- 누구?
- 허튼수작 마, 중위

 

지하에 갇혀있던 남자
어디있어?

 

그 사람은 왜?

 

사격 중지!
우리 편인거 모르겠나?

 

이놈은 아니죠!

떨어져
비켜

 

무슨 일이야?
괜찮아?

 

괜찮아

 

공장에서 이 미친놈하고
맞닥뜨렸어

 

우릴 공격했는데
차키가 제지했어

 

우릴 따라오네요

알아
공장에서부터 줄곧이야

 

이런 젠장

 

차키, 본부에 무전쳐서
이 일 보고해

 

- '얼간이' 어딨죠?
- 누구요?

 

당신과 남겨둔 군인
어딨습니까?

 

얘기 좀 하다가
나갔습니다

나가다니 무슨 말이죠?

당신 감시하던 군인
어디갔습니까?

 

당신 뒤에요

 

어딨었어?

 

집 뒤에요
볼일 봤어요

 

화장실이 넘쳐나서
갈 수가 없어요

 

얼간이, 얼간이
니가 그렇지

 

무슨 얘기 했어?

- 저 사람하고요?
- 그래

저 사람 혼자 떠들었어요

- 뭐랬는데?
- 안 들어서 몰라요

반미치광이에요

 

본부와 연락이 안 됩니다
나중에 다시 해볼게요

 

차키, 상태가 어떤가?

 

출혈이 심했습니다

교대조 오자마자 본부로
데려갈 거야

 

소령님, 이름이 뭡니까?

 

파룩

 

다른 한 명은 요반, 맞죠?

 

- 맞소
- 왜 우릴 공격했죠?

평화 협정 맺은 거
압니까?

 

그놈을 감시 중이었는데
물이 다 떨어져서

 

우리가 물 찾으러 간 사이
당신들이 그를 풀어준 거요

 

멍청하게 군 댓가로
당신들을 전부 죽였어야 해

 

협박하는 겁니까?

 

아니

 

저놈이야!

 

알았어요
그만해요

 

사탄을 풀어준 거야,
이 멍청이들아!

 

서로 아는 사입니까?

 

날 가둔 사람들 중
한 명입니다

 

릭! 릭!

 

사탄이 내 영혼을 마신다

 

대체 무슨 소립니까?
왜 이러는 거에요?

 

요반을 찾아봐
내 말이 틀리나!

 

저 바보 끌고 나가

 

어느 바보요?

 

나가요!

 

요반을 찾아보라니까!

 

여기서 나가야 합니다

 

저 이슬람교도 알잖아요
우리만 장님에 귀머거리에요

 

- 저 사람은 악마에요
- 무슨 악마요?

 

내 기억으로는 당신 동료가
사탄이라고 했었죠

 

이봐, 그 사람은
동료가 아냐

 

어째서죠? 모두 같은 일을
하고 있잖아요?

 

무슨 일?

 

죽이는 일

 

이보셔, 철학자님

당신 때문에 지겨워 죽겠어
진짜 대단하네

 

씨비에게 얘기하는 걸
내가 들었어요

악마입니다

 

미안하지만, 당신이
잘못 이해했습니다

 

공장에서 병사들 시체를
발견했습니다

 

그거에 대해
할 말 있습니까?

 

끔찍하군요

 

끔찍하다는 건
나도 잘 압니다

그거에 대해 해줄 말이
있냐고요

 

뭐랄까, 수치스럽군요

 

내 손톱이 이렇게 깨끗한게
반년만입니다

 

저건 요반인가, 씨비인가?

 

정신 나갔거나 지뢰에 대해
아는 사람입니다

 

멈춰!

 

달아난다
잡아!

 

양 팔은 그대로
움직이지 마!

 

휴양지 같네

 

뭐랬어?

 

휴양지 같다고 했어
여자들 천지라고

거기 그만들 해

니가 하는 짓이, 시로비노
넌 참 대단해

 

이봐! 어디 가는 거냐?

 

집에요!

 

우리가 물건을 내놨어
누가 올거라곤 생각 안 했다

 

저 애 집인가 보네요?

 

여기서 뭐 한 거에요?

 

아무것도

 

불타서 버려졌길래
우리가 들어온 거야

 

누구 마음대로
여기 들어와 살아요?

 

전쟁 때문이잖아

 

- 우리 아빠는 어딨죠?
- 누구?

 

다닐로 부코티치

몰라, 우리 왔을 땐
아무도 없었다

 

- 본부에 연락해
- 하고 있어요/계속해

'3월' 응답하라, 들리는가?
소용 없어요

 

용감한 애구나,
다니치 부코티치

 

용감하고 18살 넘었어요
절 여기 잡아둘 수 없어요

- 종전 발표 했잖아요
- 종전이라

 

종전 중인데, 어제 사람이
몇 명이나 죽은지 아니?

아빠를 찾아야 해요

왜 아빠가 여기에
있을 거라 생각하지?

 

그거 아빠 코트야?

 

전쟁 발발했을 때 아빠가
가족을 전부 피신시키고

 

아빠는 남아서 싸웠어요

본부에 연락해볼게
차키, 연락해

하고 있는데 안 됩니다
'3월' 응답하라

 

- 지금껏 어디에 있었지?
- 피난민 캠프에요

적십자가 마을까지
데려다 줬고

거기서부터 걸어왔어요

거기서부터 20킬로가
넘는 거린데

여기서 나가세요

 

여긴 우리집이에요
난 여기서 태어났어요

주변에 수백개의 지뢰가
묻히기 전에 태어났지

 

당신들이 묻은 거잖아요

 

그래, 우리와 적군이
묻었지

네 집 위치가 한때
휴전선이었다

이 위치가 중요했어

 

- 전략적으로
- 그래, 전략적 요충지였어

- 젠장, 내 알바 아니죠
- 욕하지 마

 

아니다

 

당신들 전략이든 뭐든

여긴 내 집이고, 내 인생이고
내 맘대로 할 거에요

 

본부에 연락해!
뭘 보고 있어!

하고 있는데 안 되잖아요!
응답하라!

 

시로비노!
이리 와봐!

 

네?

 

잘 들어라
당분간 여기 있어

 

우린 전 지역을
수색해야 돼

 

눈 붙일 수 있게
아래층에 자리 봐 줘

 

- 내가 손님 같군요
- 손님 아냐

 

그냥 좀 누워서
쉬라는 거야

 

본부를 통해서 아버지를
찾게 도와줄게

 

가봐

 

지뢰 때문에 내가
귀가 좀 먹었어

 

자고 있어

 

너도 참 대단하다

 

왜?

 

우리가 면도 정도 할
상황은 되잖아요?

물론이지

 

다니치
춥니?

 

걱정 마세요

 

저 애가 필요한 게 있으면
우리가 도와줄게요

 

조심하지 않으면
고자 된다

 

엄마

 

'3월' 응답하라

 

이해가 안 되네
무전기는 이상 없는데

 

전부 제대로 하고 있고
주파수도 맞아

 

마치 존재하지 않았던 듯
나머지 세계가 사라졌다

 

뭐?

 

교대조가 바로 안 오면
부상자는 어떻게 하죠?

 

올 거야

 

저 갈래요

 

기다렸는데 아무래도
가야겠어요

 

어딜?

 

아빠 찾는 거 도와준다면서
안 도와줬잖아요

 

- 가봐야겠어요
- 안 돼

먼저 연결이 돼야 하는 거
안 보이니?

- 그게 언젠대요?
- 나도 몰라

하지만 그때까지는
여기 있어라

 

'3월' 응답하라

 

'3월' 들리는가?

 

'3월' 응답하라

 

중위님?

 

응답하라!

 

중위님

 

잠깐 얘기 좀
하고 싶은데요

 

뭐지?

 

먹을 거나 마실 걸
달라고 했었나?

 

담배만 달라고 했다가

우리한테 남은 양을 보더니
달라고 안 합니다

 

아주 친절하시군

 

릭, 왜 씨비를 안 찾지?

 

하루에 두 번 수색하라고
얘기 안 했나?

 

포지션을 바꾸고 싶은데요

 

기지로 가게요

 

여기가 무슨 공산당
자치 정부인 줄 알아?

 

교대조가 도착하기로 한 게
언젠지 아십니까?

 

- 정말로, 우리가...
- 뭘?

우리가 뭘?

 

교대조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게 명령 아니었나?

 

내가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얼마나 더 기다리라고?

 

내가 그만 기다리라고
할 때까지 기다리게 될 거다

 

아니, 난 집에 갈 거야
알겠어?

 

닥치지 않으면 군 재판에
회부될 줄 알아

 

너랑 군사재판이랑
다 조까

- 뭐라고?
- 조까라고

 

이 개자식아!

 

중위님!

 

그 아이가 지뢰밭으로
들어갔습니다

 

멈춰! 가지마!

 

- 조심해, 거기 하나 있어
- 보여요

 

뭐야?

 

'개구리'에요

 

'개구리'... 걱정하지 말고
거기 그대로 있어

 

지뢰 밟은 줄은
어떻게 알았지?

 

딸깍 소리가 났어요

 

잘 들어, 이건 도약지뢰야
발을 안 떼면 괜찮아

 

미안해요
아빠를 찾고 싶었어요

 

괜찮으니까 움직이지 마
어떻게 생각해?

 

해체는 불가능 하고
아무래도...

 

잘들어

 

중위님과 내가 달려와서
너를 낚아챌거야

넌 최대한 멀리 뛰어야 해

- 알겠어?
- 네

- 이해했지?
- 네

물건 이리 줘

 

천천히

 

이봐!
'개구리'야!

 

- 준비 됐지?
- 네

이제부턴 말 들을게요

 

그 말 믿겠다

 

괜찮을 거야

 

팔을 벌려

 

우리가 너한테 달려가면
넌 최대한 멀리 뛰는 거야

 

- 준비 됐지?
- 네

 

간다

 

셋, 둘..

잠깐만요

 

쟤 안고 너무 뒹굴면
안 됩니다

 

시끄러
셋, 둘, 하나, 간다!

 

괜찮습니까?

 

조금 긁혔어
괜찮니?

 

- 괜찮은 거지?
- 다행이다

 

- 한번 더 하죠
- 시끄러

 

정말 제정신이 아니군요

 

우리가 지뢰를 이겼다고

 

- 괜찮아요?
- 괜찮아

 

- 시로비노, 테잎 다시 둘러
- 그러죠

 

릭!

 

아, 이런 세상에

 

시로비노, 기다려

 

이봐, 나야

 

누워!
누워서 움직이지 마!

 

새로 매설된 지뢰야!
땅이 파여 있어!

 

내 눈...

 

눈 멀쩡해
정말 다행이야

 

왜 여기에 지뢰가
있는 거지?

 

- 집에 가고 싶어!
- 움직이면 안 돼!

 

거기 서
우리 집에 갈 거야

 

이봐, 진정해
이쪽으로 와!

 

진정해

 

우리가 왔던 길을 따라
집으로 가

 

세상에

 

평화 협정 좋아하네
전부 다 조까

 

이리 좀 와!
뭘 쳐다만 보고 있어!

 

본부로 가야 합니다

 

해뜰 때까지는 기다리는 게
최선이야

 

어디에 얼마나 많은 지뢰가
깔렸는지 모르잖아

 

본부에 다시 연락 시도해

 

- 안 되잖아요
- 제기랄, 또 해봐

 

알았어요

 

적군 지뢰가 아닙니다
우리 폭발물이에요

 

원래 있던 것과 파낸 것
전부 사라졌습니다

 

굉장하군
좋은 소식은 없는 거야?

 

있어요

 

분명히 그 회교도인
짓이에요

 

그 사람은 지뢰 매설은
고사하고 일어서지도 못해

 

하지만 선을 당길 수는
있었을 걸요

 

요반 짓인가?

 

지뢰 보관 장소는
씨비만이 알고 있어요

그건 대원 전체가
다 알고 있어

 

가자

 

잠깐 얘기 좀 합시다

 

이봐, 살살 해

 

제발 그냥 앉아 계세요

 

누가 지뢰 묻었지?

 

어?

 

지뢰를 묻은 게
누구냐고! 누구야!

 

옷 벗어

 

전부 다!

 

이 상처는 어떻게
생긴 거지?

 

맞았습니다

 

이건? 무슨 흉터야?

 

- 주사요
- 주사?

 

어디에서?

 

- 야고미르에서요
- 뭘 맞은 거지?

 

전부 다요

 

인심이 후한
사람들이었군

굉장히요

 

이건 미친놈이에요

 

정신병원에 얼마나 있었지?

 

오랫동안요
아주 오래

 

날 잡아두고 자신들을
치료하려고 했어요

뭘 치료해?

 

두려움

 

네놈이 너무 무서워서
바지에 오줌 지리겠네

 

사람들이 서로에게 하는 짓은
끔찍하죠

 

시로비노,
회교도인 데려와

 

우린 최전방으로
가고 있었소

 

체메르닉 아래 공장이 있었고

우리 중 몇몇은 전쟁 전에
거기서 일도 했었지

 

하지만 아무도 저놈을
몰랐소

 

이 사람이 누군데?
누군지 몰랐다고?

 

어디선가 나타나서는
앉아서 담배에 불을 붙였소

 

우릴 쳐다보지도 않더군

 

기분 나쁜 미소를 띠고
신을 저주했지

 

저놈을 죽이고 싶었는데
당신네들이 온 겁니다

 

어떤 부대?

 

보병, 해병,
우리 같은 지역 사람

그래서? 계속해봐!

 

총격이 하루 종일 있었고
우린 공격을 막아냈지

 

밤에는 전부
조용해졌소

 

그러다가 싸움이 난 거요

 

무슨 싸움?

 

누구도 눈치 못 챌 정도로
자연스럽게 싸움이 시작됐지

 

서로를 죽이기 시작했고
이유도 없었소

 

동트기 직전에 난
타릭을 죽였지

 

내 동생 같은
친구였는데

 

3년을 같은 막사에서
보냈는데

 

그 친구 머리를 쐈소

굉장해
타릭이 진정한 영웅이네

정말 안타깝군요

 

왜 날 쳐다보지?
뭘 보고 있는 거야?

얘기나 계속해!

 

당신네들이 아침에 다시
공격을 했고, 우릴 감금했소

 

우릴 묶어두고 앉아서
다음 작전을 생각하는 동안

저 사탄은 계속
말하고 있었지

 

그러다가 당신네 군인들도
서로 싸우기 시작한 거요

 

아침이 됐을 때 남은 사람은
요반, 저놈, 나 밖에 없었소

 

잠깐, 당신과 요반이
시체를 버린 거군

 

묻을 수가 없었소

 

그리고 사탄을
지하에 가둔 거요

 

그리고 당신들이
그를 풀어줬어

 

당신이 바로 죽였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