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디 있는 거야?
이리와!

 

지쳤어?

 

오, 세상에!

 

말투를 듣자하니
또 설교를 시작할 모양이군

 

계획된 것 모두
이루어지게 하소서

 

그들을 믿게끔 하소서

 

그들로 하여금
자신의 열정을 비웃게 하소서

 

열정이란 사실
감정의 에너지가 아니기에

 

영혼과 외부 세계의 갈등에
불과한 것이기에

 

제일 중요한은
자신을 믿는 것이기에

 

그들로 하여금
어린 아이처럼 무력하도록

 

연약함은 위대하도다
강건함은 별것이 아니도다

 

인간이 막 태어났을 때
그는 연약하고 유연하도다

 

죽음에 이르러서는
뻣뻣하고 둔감하도다

 

나무가 자랄 때에는
부드럽고도 잘 휘어진다

 

허나 뻣뻣하고 건조해지면
나무는 죽는다

 

견고하고 강건한 것들은
죽음의 무리이며

 

유약하고 연약함은
곧 새 생명의 신선함이니

 

강건한 것들은
결코 승리할 수 없도다

 

이리와!
잘 가고 있어

 

마른 터널에 곧 도착할 거야
길이 좀 순탄해지겠지

 

나무를 두드려 봐

 

- 길에 벌써 들어 선 거야?
- 그럼, 왜 그래?

 

자네가 뭘 보여 주려는 줄 알았는데

 

- 내 배낭은 어쩌고?
- 그건 왜?

 

버려두고 왔잖아
저쪽으로 갈지는 몰랐단 말야

 

- 어쩔 수 없어
- 돌아가야 해

 

- 불가능해
- 그게 없으면 안돼!

 

같은 길로 되돌아가지
못하는 것 알잖아

 

배낭은 잊어버려
무슨 보석이라도 들었나?

 

그 곳이 자네에게
뭐든 다 줄 테니

 

오호 그래? 자네를
배낭에 담아 물에 던져야지

 

그곳이 얼마나 멀지?

 

직선거리로는 200미터
하지만 곧장은 못 가지

 

가자

 

경험주의는 포기하게, 교수
기적은 경험의 저 편에 있어

 

성 피터께서 어쩌다가
물에 빠져 죽을 뻔 했는지 아나?

 

가자, 작가

 

어딜 가?

 

이 계단을 오르는 거야

 

교수, 어디 있어?

 

이게 마른 터널이야

 

이게 마른 건가?

 

그냥 농담이었어
여기서 수영해도 되겠는걸

 

잠깐, 교수는 어디 있지?

 

- 뭐라고?
- 교수가 없어 졌어

 

어떻게 된 거야?
잘 따라오고 있었잖아

 

뒤처졌거나
길을 잃었나봐

 

길을 잃은 건 아냐
배낭을 가지러 갔나 봐

 

돌아오지 못할 거야

 

기다려야 할까?

 

안돼, 여기에선 순간마다
환경이 변해, 가야해

 

저기 봐! 뭐지? 세상에나!

 

- 설명해 주었잖아
- 언제 했어?

 

구역이니까! 알겠어?
어서 가자

 

저기 있다!

 

정말 고맙네
자네가... 하지만...

 

여기 어떻게 왔지?

 

네 발로 내내 기어서 왔지

 

놀랍군
우리를 어떻게 앞질렀지?

 

무슨 소리야, 앞지르다니?
배낭을 가지러 여기 온 거야

 

이건 우리 밧줄이잖아!

 

하느님 맙소사!
함정이다!

 

멧돼지가 밧줄을
일부러 여기에 놓은 거야

 

구역이 우리를 지나가게
허락해 주다니!

 

세상에 나는 이제
한 발짝도 더 안 가겠어

 

기분이 안 좋아

 

이제 그만 쉬자

 

만일을 위해 밧줄을 챙겨 둬

 

교수가 돌아오지 못한다고
생각했었어, 미안해

 

이 봐, 나는...

 

내가 데려가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미리 알지 못해

 

여기에 와서야 알게 되지
그땐 이미 늦지만

 

교수 저 인간의 배낭이
무사한지 그게 뭐 중요해

 

사람을 잘 알지 못하면
개인사를 들쑤시면 안돼

 

더 이해할게 무엇이 있는가
양가론법적 공리?

 

심리학적 괴물!

 

당신은 대학에서
평판이 안 좋더군

 

소풍 비용까지
대 주지야 않겠지

 

그래서 자네는 결정했지
배낭 속에 장비를 준비해 오기로

 

구역을 불법적으로
낱낱이 조사하기로

 

모든 기적들을
논리적으로 풀려고 말야

 

세상 그 누구도
구역에 대해서 모르니깐

 

아주 큰 업적을 세우겠구만

 

텔레비전에도 나가고
영예도 얻고 말야

 

그러면 우리의 교수님이
흰 옷을 입고 나아가

 

선언하겠지
'보았도다, 진리의 모습을!'

 

다들 박수를 치겠지

 

환호를 하면서 말야
'노벨상을 주어라!'

 

이 엉터리 삼류 작가
사이비 심리분석가!

 

어디 가서 전공이신
화장실 낙서나 하지 그래

 

별꼴이군, 게으른 녀석

 

넌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잖아

 

알았어, 노벨상 타고 말지

 

그러는 자네는?
어떻게 인류를 구할 텐가?

 

자네의 그 꼴같잖은
주옥같은 작품으로 말야

 

인류 따위는 엿이나 먹으라지
자네나 잘해

 

난 한 사람 밖에 신경 안 써
내 자신!

 

내가 귀중한 사람인지
아니면 남들처럼 쓰레기인지

 

그걸 자네가 알아낸다면
그거야 말로...

 

이 봐, 아인슈타인 선생
자네랑 싸우고 싶지 않아

 

진리는 논쟁에서 태어나지
젠장!

 

이 봐, 잘 들어...

 

여기에 많은 이들을 데려왔지?

 

내가 바라는 만큼 많이는 아니지

 

그건 중요하지 않아
그들이 뭘 바라고 여기 왔지?

 

행복이겠지

 

그래, 하지만 무슨 행복?

 

사람들은 내면적인 진실을
말하는 걸 싫어해

 

그런 건 자네나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야

 

어쨌거나 자네는 운이 좋아

 

나는 행복한 사람을
한번도 못 봤어

 

나도 못 봤어

 

그곳에서 사람들이 나오면
내가 데리고 구역을 떠나지

 

그러고는 영영 다시 못 봐

 

소원은 단번에
이루어지는 게 아니야

 

그곳에 자네 자신이 들어 갈
생각은 안 하나?

 

난 지금 이대로가 좋아

 

이 봐, 교수

 

영감을 구하시겠다는 건가?

 

내가 그곳에 들어갔다고 쳐

 

친재가 되어서
세상으로 돌아가는 거지

 

작가가 글을 쓰는 이유는
의혹과 번뇌 때문이야

 

늘 자신과 세상에
끊임없이 증명하려는 거지

 

그 자신이
가치 있다는 것을 말야

 

만약 내가 친재라는 걸
확신하게 된다면?

 

글을 뭐 하러 쓰겠어?

 

이유가 도대체 없잖아

 

이렇게 말해 보지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는...

 

이제 작작 좀하고
그만 두지?

 

눈 좀 붙이자
어제 한숨도 못 잤어

 

자네 고민은 자네나 해

 

어떻게 되었거나
그 온갖 과학 기술

 

그 빌어먹을 장비들...

 

그 따위 것들은 죄다

 

일 덜하고 거저먹겠다고
만든 잡동사니 일뿐이니

 

인공적으로 만든
가짜 팔다리에 지나지 않아

 

인간은 창조하기 위해서
존재한다

 

예술 작품을 위해서

 

인간의 다른 활동들과는 말리
예술은 이기적이지 않아

 

위대한 착각!
절대 진리의 허상!

 

듣고 있나, 교수?

 

이타성에 대해
자네가 지금 떠드는 건가?

 

아직도 굶어 죽는 사람들이 있어
자네는 딴 세계 사람인가?

 

공허한 사유 속을
헤매고 다니는군!

 

추상적인 사유조차도 못하는

 

지금 나한테 인생에 대해
가르치려 드는 건가?

 

생각하는 법까지
가르치려 드나?

 

자네는 교수인지는 몰라도
무식쟁이로구만

 

큰 지진이 있었지

 

태양은 검은 공처럼
꺼멓게 변했고

 

달은 핏빛이 되었지

 

덜 익은 무화과가 바람에 휩쓸려

 

땅에 떨어지듯이

 

하늘의 별들이 떨어지고

 

하늘이 두루마리처럼
쭈욱 갈라졌지

 

산과 섬 들이
제자리를 잃었지

 

천하의 왕들과
위대한 사람들

 

부자들과 고관대작들

 

강자들과 자유민들

 

모무들 산 속의 바위굴로
숨어 들어갔어

 

그들은 산과 돌에게 말했지
'우리의 몸을 덮어 다오'

 

왕좌에 앉으신 이의 눈으로부터
우리를 숨겨 다오

 

순결한 어린 양의 분노로부터

 

그 분의 분노가 닥치는
위대한 그 날

 

그 누가 살아남으랴

 

바로 그 날

 

단 두 명의 인간이

 

만 이천 리
떨어진 마을로 가리

 

그 이름은...

 

그 둘은 만물에 대하여
서로 대화하리라

 

이야기하고 의논하는 동안

 

그 분께서 다가와
그들의 길벗이 되리

 

그러나 그들의 눈은 가려져
그 분을 알아 뵙지 못하게 하니

 

그 분이 가로되
'그것이 무슨 말이냐...'

 

'둘이 더불어 가는데
왜 그리 슬퍼하느냐'

 

그들 중 하나의 이름은...

 

이제 깨었나?

 

두 분이 대화를 하고 있었지?

 

삶의 의미에 대해서 말야

 

예술의 이타성에 대하여

 

음악을 예로 들어 보지

 

그 어떤 것보다도 음악은
실재에 가깝지

 

실재에 어떻게든 관계된다면
관념적이 아니라 기계적으로

 

잔말도 없이
음향으로만 말이지

 

음악은 마치 기적과도 같이
우리의 가슴에 스며들지

 

조화되었을 뿐인 소음에
우리가 공명하는 이유가 뭘까

 

그에 의해
환희를 느끼게 되니

 

매혹으로 모두를 한데 엮는
그 힘은 무엇인가

 

우리에게 그것이 필요한 이유는?
아니, 누가 그것을 바란 거지?

 

그럴지도 모르지
'아무도, 이유 없이 아니라고'

 

이타적으로 말야

 

아니지

 

그런 건 아니지

 

어찌 되었든
모든 건 이유가 있지

 

이성과 이유

 

정말 그곳에 가야만 하나?

 

불행히도 그렇지
다른 방법이 없지

 

끔찍하군
안 그래, 교수?

 

먼저 들어가고 싶지가
않은걸

 

하건, 먼저 나설
위인은 못되지

 

누가 총대를 멨으면 하는데
안 그래?

 

이건 누가 자원을 했으면 하는데

 

성냥 있나?

 

고마워

 

제비를 뽑자, 긴 게
지는 거야

 

뽑아 봐

 

긴 것이로군, 운이 없네

 

시험이라도 한번 해보지

 

좋아, 바라는 대로 하지

 

하나 더?

 

좋아... 내가 가지

 

서둘러, 교수!

 

여기 문이.. 문이 있군

 

그 길로 가!
문을 열고 들어서!

 

또 내가?
내가 먼저 들어가야 하나?

 

총대를 멨잖나
어서가! 꾸물대지 말고

 

거기 뭐가 있지?
총은 없어!

 

이러다가는 자네도
우리도 모두 죽게 될 거야!

 

탱크 기억 안나나?

 

그만 둬, 제발

 

이해 못 하겠나?

 

무슨 일이라도 나면 구해 주지
하지만 이건 안돼

 

제발 부탁이야
누굴 쏘려는 거지?

 

가! 시간이 없어!

 

여기 물이 차 있군

 

난간을 잡고 내려가

 

나가서는 꼼짝 말고
우리를 기다려

 

설마 그걸 가지고 있진
않겠지?

 

- 어 떤?
- 총 같은 거

 

아니야 최후의 수단으로
앰풀만 하나 있어

 

- 무슨 앰풀?
- 독약 앰풀

 

세상에나! 여기 죽으러 왔나?

 

아니 만약을 위해서야

 

작가! 돌아와!

 

돌아와! 죽을 셈인가?

 

출구에서 기다리라고 했잖아!
멈춰! 가지 마!

 

다 자네 탓이야

 

- 왜?
- 먼저 들어가지 말았어야 했어

 

너무나 겁에 질려서
길을 잘못 들어 선 거야

 

또 한번의 실험

 

실험, 사실
고도로 중요한 진리

 

사실이란 존재하지 않아
특히 여기에서는...

 

누군가의
우스꽝스러운 발명품

 

느껴지지 않는가?

 

그럼에도 너는 알아내야한다
누구의 발명인지를

 

그리고 발명의 이유도

 

지식이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누가 과연 그 때문에
죄책감을 느낄까, 나?

 

난 양심이 없다
다만 성질이 있을 뿐

 

어떤 자식들은 날 비판하고
난 상처 입는다

 

어떤 놈들은 날 비난하고
난 또 상처 입는다

 

내 마음과 영혼을 써내면
그들은 그걸 죄다 씹어 먹지

 

내 영혼의 찌꺼기를 써내면
그들은 그것조차 먹어치우지

 

그들은 참 유식하기도 하지

 

감각이 먹통인 것들

 

다들 짹짹거리지
언론인들

 

편집인들, 비평가들
끝없이 넓은 바닥!

 

그들은 아우성치지
더 줘! 더 줘!

 

글쓰기를 싫어한다면
내가 무슨 작가겠는가!

 

나에게 이 모든 것은 고문인걸
고통스럽고 창피한 직업인걸

 

피똥 싸는 치질에 불과한걸

 

한 때는 내 책 때문에
감동받는 독자들을 바랬지

 

아무도, 아무도
내가 필요 없어!

 

내가 죽는다면 곧바로 그들은
다른 작가를 씹어 먹을 테지

 

사람들을 바꾸고 싶었어
하지만 도리어 내가 변했지

 

그들에게 나 자신을 맞추어서 말야

 

미래는 현재와 똑같은 연속

 

모든 변화는
지평선 너머에서 오는

 

이제 미래와 현재는 하나

 

그들이 과연 준비되었을까?

 

알고 싶어 하지도 않을걸
씹어 먹을 거리나 찾겠지

 

그래도 당신은 행운 아야

 

세상에나!
백 년은 살겠군

 

하지만 영원히 살지는 못할까?

 

영원한 유대인처럼 말야

 

당신은 괜찮은 사람이군

 

그럴 줄 알았지

 

거기 있을 때 얼마나
괴로웠을지 상상이 가는군

 

여긴 끔찍한 곳이야
구역에서 제일 무서운 곳

 

푸줏간이라는 곳이지
말 그대로 끔찍해

 

많은 사람들이 거기서 죽었어

 

멧돼지는 자기 동생을
거기에서 죽으라고 보냈었지

 

민감한 아이였지
재능도 있었고

 

자, 들어 봐

 

그리하여 여름은 갔다
기념비 하나도 남기지 않고서

 

태양은 따사롭지만
여전히 충분치는 않도다

 

모든 진실이 이루어 졌도다

 

마치 손바닥에 오므려 접은
다섯 손가락의 솜털 인양

 

충분하지 않을 뿐

 

그루갈이 끝에도
악마는 물러가지 않았다

 

세상은 축제처럼 흥청거리나
그도 충분치는 않다

 

영원한 삶이 나를 먹이고
보살피고 웃게 하고 있었다

 

나는 행운 아였다
그러나 충분치는 않았다

 

잎사귀들은 하나도 마르지 않고
사지는 하나도 부러지지 않고

 

유리처럼 마알간 한낮
그러나 충분치는 않았다

 

멋지지 않은가?
동생이 지은 시야

 

왜 안달을 하는 거지?
늘 난리를 치면서 말야

 

- 난 그저...
- 자네를 보자니 미치겠어

 

기쁘군! 여기까지 오는 사람이
드물거든

 

자네들은 모든 걸 잘 해냈어
정직하고 선량한 친구들이군

 

내 판단은 역시 옳았어

 

저 소리 좀 들어 보라지
잘 되어서 기쁘다는 군

 

운명! 구역!
날더러 착하다는군!

 

제비를 뽑을 때 속인 것
내가 모를 줄 아나!

 

- 아니야, 오해하지 마
- 무슨 소리! 오해는 무슨!

 

미안해, 교수
기분 상하게 할 의도는 아니지만

 

하지만 저 자식이
자네를 좋아한다는군

 

이 봐, 이러지 마!

 

나처럼 덜 떨어지는 녀석을
저기에 다 몰아넣었겠다!

 

푸줏간!
이름도 찬란하군

 

너 따위가 무슨 권리로

 

남의 생사를 결정하고
푸줏간에 보내는 거야!

 

자네 스스로 결정한 일이야

 

뭐라고? 제비를 속아서 뽑은 게
내가 한 결정이라는 거야?

 

그건 중요하지 않아

 

구역이 자네를 뽑은 것이지

 

그래서 자네가 무사히
푸줏간을 지날 수 있었던 거야

 

우리는 자네를 따랐던 거고

 

정말 너무 하는군

 

여기서 실수라도 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알기나 하나?

 

누군가는 앞장 서야해

 

여보세요
병원 아닙니다

 

알겠나? 누군가는
앞장 서야해

 

건드리지 마

 

9번 실험실 부탁합니다

 

잠깐만요

 

- 여보세요
- 이런 내가 방해가 되었나?

 

- 무슨 말이야?
- 얘기 좀 하자

 

자네가 숨겨 두었지?
그걸 내가 찾았네

 

낡은 건물, 4번 벙커
듣고 있나?

 

당장 경비대에
연락을 취하겠어

 

마음대로 하시지
소문을 퍼트려서

 

동료들과 이간질을 시키든가
하지만 늦었어

 

난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와 있으니

 

그러면 자네의 과학자로서의
생명이 끝나는 걸 모르나?

 

그래? 축하해 줘

 

섣불리 굴면
어떻게 될 줄 아나?

 

나를 겁주시려고?

 

살면서 줄곧 두려워했지
자네마저도 말야

 

하지만 지금 나는
아무도 두렵지 않아!

 

맙소사, 자네가 무슨
영웅인 줄 아나?

 

언제나 내 인생을
망치려 들었지?

 

왜냐면 20년 전에 내가
자네 마누라랑 잤기 때문에

 

이제 나를 위협 할 위치가
되니 기분이 좋은가?

 

가서 마음대로 해 보시지

 

전화 끊을 생각은 하지도 마

 

고작 감옥에 가는 걸로
그칠 것 같은가?

 

아마 지독한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될 걸

 

자네가 감옥에서 목매단
모습이 눈앞에 선하군

 

왜 그러는 거지, 교수?

 

다들 그곳에 대해 알게 되면
어찌 될지 상상이 가나?

 

다들 여기로 달려들겠지

 

시간문제겠지

 

당장이 아니라면 나중에라도 말야
한 두 명이 아닐 거야

 

불만이 있는 황제들
호기심 많은 사람들

 

사명에 불타는 사람들
모든 종류가 다 모일 거야

 

그땐 돈이나 영감이 문제가
아니라 세상이 바뀔 테지

 

난 사람들을 그렇게 많이는
안 데려와, 멍청하지 않다고

 

자네는 사정을 몰라

 

스토커는 자네 말고도
많이 생길 거야

 

다른 스토커들은 모르겠지

 

누구를 데려 올지
무엇을 여기에서 가져갈지

 

그러면 의도하지 않은
엄청난 범죄가 일어나게 될 거야

 

자네가 지금 하는 게
바로 범죄 아닌가?

 

군사 쿠데타
마피아의 정부 점령

 

그게 자네 손님들 아닌가?

 

레이저 무기와 슈퍼 박테리아

 

금고에 숨겨 져 있는
그 온갖 더러운 것들

 

사회학적 허풍은 이제
그만 두지 그래?

 

그런 헛소리를 정말
믿는 것은 아니겠지?

 

물론, 안 믿지!
하지만 괴담들은 믿어!

 

이 봐!

 

인간을 짓눌러 버릴 정도의
증오나 사랑은

 

인류가 감당 못해

 

돈, 여자, 복수의 열망
그런 거라면 몰라도

 

직장 상사가 차에
치어 버렸으면 하는 그런 소망들

 

세계를 지배하거나
사회를 지배하려는 소망

 

땅 위에 신의 제국을
건설하라!

 

이런 것은 소원이 아니야
이데올로기, 행동, 개념이지

 

무의식적 동정심은
결코 실현되지 않을 거야

 

보통의 본능적 충동
역시 마찬가지야

 

남들을 희생해서
행복을 이룰 수는 없어

 

이제야 똑똑히 알겠어

 

선행으로 인류를 지배하려는
자네의 목적을

 

나는 자네나 나에 대해서는
걱정을 안 해

 

모든 인류도 걱정 안 해

 

자네가 아무 것도 못 이룰 테니

 

잘하면 노벨상은 타겠지

 

혹은 말도 안 되는
무언가를 얻겠지

 

생각지도 못한 것을
말하자면... 전화처럼 말야

 

어떤 걸 생각하다가
엉뚱한 걸 얻는 거지

 

왜 그런 거야

 

전화... 전기...

 

이 봐, 아주 좋은 수면제네

 

이런 물건은 요즘은
생산을 안 하는데

 

이젠 그만 가지

 

어두워지면
돌아가기가 힘들어

 

어쨌든 나는 완전히 알겠어

 

시를 낭송하고
둘러말하는 것은

 

사과의 한 형태라는 것을

 

자네를 이해할 수 있어
불우한 어린 시절, 나쁜 환경

 

하지만 오해는 말아
자네를 용서하는 것은 아니야

 

제발 그만 두겠나?

 

교수, 이리로 와봐

 

잠깐! 서두르지 마

 

난 서두른 적 없어

 

자네들은 미쳐 버릴지도 몰라

 

어쨌든 분명 말하는데...

 

우리는 지금...
문턱에 와 있어...

 

이건 자네들 인생의
가장 중요한 순간이야

 

잘 알아둬...

 

자네들 내면 깊숙한 소원이
여기에서 이루어 질 거야

 

간절한 소망!
고통 속의 탄생!

 

아무 말도 소용없어

 

그저 당신들은...

 

집중해서
인생을 회고하면 돼

 

인간이 과거를 돌아볼 때엔
착해지는 법이지

 

가장 중요한...

 

중요한은...

 

믿어야한다는 거야

 

이젠 가봐

 

누가 먼저 갈까?

 

자네?

 

나? 안돼
싫어

 

이해해, 어려운 일이지
하지만 들어 갈 수 있을 거야

 

글쎄...

 

들어 갈 수 있을까?

 

내 인생을 회고한대도

 

나는 착해지지 않을걸

 

어쨌든 이 모든 것이
수치스럽지 않은가?

 

자신을 모욕하고
청승을 떨며 기도를 하다니

 

기도가 어떻다는 거야?

 

자존심 부리지 마

 

진정해, 자네들은 준비가 덜 되었어
일이 곧 닥치게 될 거야

 

자... 자네 먼저 ?

 

그래, 내가 가지

 

교수의 위대한 발명을
눈앞에서 목격하는 순간이

 

인간의 영혼을 탐색하는 기계
영혼 탐지기!

 

폭탄이야

 

뭐?

 

농담하는 거겠지

 

정말 폭탄이야
20킬로톤짜리

 

그걸 뭐하러?

 

친구한테서 구했어

 

전 직장 동료들에게서

 

이곳은 어느 누구에게도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해

 

이게 만약 나쁜 녀석의
수중에 들어가기라도 한다면

 

글쎄... 알 수 없는 일이지

 

그러니 결론은...

 

구역을 부수어서는 안돼

 

기적이라 할지라도
결국은 자연의 일부이니까

 

일말의 희망이 있는 거지

 

폭탄을 숨겨 놓았지만
내가 찾아내었지

 

낡은 빌딩, 4번 벙커

 

원칙이라는 것이 있을 거야...

 

안될 일은 아예 하지 말라

 

나는 다 이해해
난 미친놈이 아니니까

 

하지만 이 골칫덩이가 존재하는 한
나쁜 놈이 손에 넣을 수도 있어

 

난 걱정에
편할 날이 없을 거야

 

아마도 내 내밀한 자아가
나를 막을지도 모르지

 

가엾은 인간
자신이 창조한 고통을 겪다니

 

이리 내놔

 

이리 내놔

 

교양 있는 사람이 왜 이래

 

- 왜 그래? 뭐가 문제야?
- 비열한 위선자!

 

왜?
내가 뭘 어쨌다고?

 

자네들의 희망을 부수려 했어

 

인간이 세상에서 가진 건
희망밖에 없어

 

여기가 올 수 있는
마지막 장소야

 

이게 없으면 희망도 사라져

 

당신들도 그래서 여기에 왔잖아

 

왜 희망을 부수려는 거지?

 

닥쳐!

 

네 속셈이 보여

 

넌 사람들 따위는
관심 없어!

 

돈을 벌려는 거지
우리의 열망을 이용해서!

 

돈 문제가 아닐지도 모르지

 

넌 장난을 치는 거야
여기 선 네가 신이니까

 

이 위선자!
사생을 결정하는 게 너니까!

 

못된 꿍꿍이를 하는 거지

 

왜 스토커가 그곳에
직접 안 들어가는지 알겠군

 

제 멋대로 권력과 신비와
권위를 주무를 수 있으니까!

 

그러니 무슨 소원이 있겠어?

 

그건 사실이 아니야
그건... 오해야

 

스토커는 들어 갈 수 없어

 

스토커는 구역에 조차
숨은 의도를 가지고 못 들어와

 

멧돼지를 기억 하나?

 

그래, 나는
별 볼일 없는 놈이야

 

좋은 일을 한 적이 없지
할 능력도 없어

 

마누라에게조차
해준 게 없어

 

친구조차 없어
하지만 내 것을 빼앗지는 말아!

 

이미 난 다 빼앗겼어
저 철조망 뒤에서 말야

 

내 것은 전부 여기에 있어
알겠나? 여기, 구역에!

 

내 행복, 내 자유
내 자존감, 모두 여기 있어

 

난 나같이 불행한 인간들을
여기 구역으로 데려와

 

희망조차도 없는 사람들을

 

그래서 돕는 거야

 

도울 수 있는 것은
별 볼일 없는 나 밖에 없어

 

도울 수 있어서 행복해
울고 싶을 정도로

 

그게 다야
더 이상은 바라지도 않아

 

모르겠어, 아마도...

 

어쨌든... 하지만...

 

당신은 신의 바보로

 

당신은 여기에 대해 몰라

 

멧돼지가 왜 목을 매달았겠나?

 

구역에 들어올 때
숨은 의도가 있었던 거야

 

돈 때문에 동생을
푸줏간에서 죽인 거야

 

알아
하지만 왜 자살했지?

 

여기로 다시 와서 돈 말고
동생을 되찾지 않고 말이야

 

회개를 하면 되잖나

 

나도 몰라...
일주일 뒤에 자살했지

 

그걸 깨달은 거지
그저 보통의 소원이 아니라

 

내밀한 깊은 소망을
빌어야 이루어진 다는 걸

 

이제 목청껏 소리를 질러 보라

 

여기로 들어오는 것은
그대 깊은 본성의 길이라는 걸

 

그대가 모르는
그대의 본질

 

하지만 그건 네 안에 존재한다
그대의 삶을 이끄는 힘으로

 

너는 아무도 몰라

 

멧돼지를 이끈 것은
탐욕이 아니었어

 

여기에 와서 그는 뒹굴며
동생을 돌려 달라고 빌었지

 

하지만 돈을 얻었을 뿐이야
그것 말고는 없었지

 

그러나 멧돼지에게 주어진 것은
그의 소유가 아니었으니

 

양심, 번뇌와 같은 것들은
모두 지어 낸 것일 뿐

 

그걸 깨닫고 목을 매었지

 

난 그곳에 안 들어가겠어

 

난 다른 사람의 머리 속에
들이부을 더러운 욕망이 없어

 

너도 마찬가지야

 

멧돼지처럼
목매달고 싶지 않아

 

차라리 내 방 안에서
조용히 독주를 마시겠어

 

넌 인간 본성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어

 

만약 나 같은 사람을
구역에 데려오면...

 

그렇다면 무언가가...

 

왜 이 기적이 정말로
존재한다고 믿는 거지?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말을
어디에서 들은 거야?

 

여기에서 행복해진 사람을
한 명이라도 보았나?

 

멧돼지는 어땠어?

 

사실대로 말해 봐
구역에 대해 누가 알려줬지?

 

멧돼지 이야기는?
그곳은?

 

말이 전혀 되질 않아

 

여기 온 게 무슨 소용이지?

 

정말 조용하군

 

느껴지나?

 

젠장 할... 다 집어치우자

 

내 마누라와 자식을 데리고
저리로 꺼져

 

영원히

 

여긴 아무도 없어
누구도 안 다쳐

 

이제 돌아왔군요

 

이 건 어디서 났지요?

 

따라오더군
떨쳐 버릴 수가 없었어

 

자, 이젠 가요
애가 기다려요

 

오시는 거죠?

 

개 가져가실 분 없나요?

 

집에 다섯 마리나 기르지

 

개를 좋아하시나 봐요

 

뭐라고 하셨죠?

 

좋은 취향이네요

 

자, 가자

 

내가 얼마나 피곤한지
당신은 모를 거야

 

하느님이나 아시겠지

 

지성인이라는 사람들이
그 작가와 교수!

 

너무 흥분하지 말아요

 

아무도 믿질 않더군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들은
그리 쉽게 믿으면서

 

그만해요
침대로 가서 누워요

 

여긴 너무 어둡군요
여기 눕지 말아요

 

자, 벗어요

 

오, 하느님... 인간들이란...

 

진정하세요
그들 잘못이 아니에요

 

그들을 동정해야지
화를 내서는 안 되지요

 

그 사람들 보았지?
텅 빈 눈을 지녔어

 

할 수 있는 생각이라곤

 

자기 몸값을 얼마나 높일까
그 밖에 없더군

 

감정에 따라서 어떻게
소득을 얻을 것인지만 알더군

 

목직을 위한 '삶'과 '소명'만을
알고 있었어

 

어쨌든 삶은 한번이니까

 

그런 사람들이 과연
무엇을 믿을 수 있을까

 

그만해요, 진정하고

 

잠을 자도록 해봐요
어서 자요

 

아무도 믿질 않아
그들만 그런 게 아니야

 

누구를 데려간단 말인가!

 

오 주여!

 

제일 무서운 것은

 

아무도 바라지 않는다는 거야

 

아무도 그곳을 필요로 하지 않아
내 노력은 헛수고일 뿐

 

왜 그런 말씀을...
그만해요

 

이제 다시는 그곳에
아무도 데려가지 않을 거야

 

제가 갈까요?

 

어디로?

 

나는 소원이 없을 줄 아세요?

 

안돼

 

가면 안돼

 

왜 안 되죠?

 

안돼, 안돼

 

당신도 안 되면 그땐 어쩌라고?

 

어머니가 반대를 하셨죠

 

아셨겠지만
그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죠

 

이웃들은 모두 비웃었죠

 

얼간이에다가
불쌍하게 보였으니까요

 

어 머니는 늘 그러셨죠
'그는 스토커다!'

 

'저주를 받았어
영원한 죄수다!'

 

'스토커가 어떤 자식을
낳는지 너도 알지?'

 

난 그 말이 옳다고 여겼어요

 

나도 알았으니까요
저주를 받았다는 것과

 

영원한 죄수이며
자식 역시 그렇다는 것을요

 

하지만 어찌하겠어요?

 

그 사람과 살면
행복하리라 생각했는데

 

물론, 슬픔도 있을 것이라는 걸
나도 알았죠

 

그래도 쓰디 쓴 행복이

 

잿빛의 무딘 삶보다 낫죠

 

아마도 이건
그 당시엔 몰랐는지도 몰라요

 

어느 날 그가 와서 그랬죠
'나를 따라 오라'

 

그래서 따라왔고
한번도 후회하지 않았어요

 

절대로...

 

우린 슬픔이 많았어요

 

두려움도, 수치도

 

그래도 후회는 없었어요
다른 사람을 부러워하지도 않았고요

 

그게 우리 운명이고 삶이에요
그게 바로 우리예요

 

우리에게 불행이 없었어도
나을 것은 없었을 거예요

 

더 나빴겠죠

 

만약 그랬다면
행복하지 않았을 거예요

 

희망조차도 없었을 테니까요

 

그대의 눈을 사랑하네
내 친구여

 

그 움직임은
열정적이고도 밝으니

 

그대가 갑자기 나를 보면

 

하늘에서 번개라도 내려치듯

 

끝에서 끝까지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마네

 

내가 숭배하는 것이
하나 더 있지

 

그대의 눈이 내려다 볼 때

 

사랑의 영감에 타오르는 불길

 

그대의 속눈썹이 깜빡일 때

 

그 음울한...
욕망의 부름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