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꿈을 꾸었다

 

무슨 일입니까?
어떻게 된 거죠?

 

후지산이
폭발하다니...

 

이런 세상에!

 

그보다 더 심각해요

 

왜 그런지 몰라요?

 

핵발전소가
폭발했어요

 

여섯 개의 원자로가

 

차례로
폭발하고 있어

 

일본은 작은 나라야
달아날 덴 없어

 

그건 알지만 어떡해요?

 

도망가는 거 말곤
다른 수도 없잖아요

 

여기가 끝이에요

 

하지만...
어떻게 된 거죠?

 

그 많던 사람들이
다 어디로 갔죠?

 

어디로 달아났냐고

 

바로 이 바다 밑이지

 

저건 돌고래야
녀석들도 달아나는군

 

돌고래는 좋겠네요
헤엄칠 수 있으니까

 

오십보 백보지

 

방사능 오염은
시간문제야

 

왔어

 

저기 붉은 게
플루토늄 239

 

들이마시게 되면

 

천만 분의 1그램으로도
암에 걸리지

 

저기 노란 건
스트론튬 90

 

몸 속에 들어가면

 

뼛속에 쌓였다가
백혈병을 일으키지

 

보라색 물질은
세슘 137

 

생식선에 들어가
유전자 변이를 일으켜

 

어떤 괴물이
태어날지 몰라

 

어리석은 인간들

 

무색의 방사능이
위험하다고

 

착색기술 따위나
개발하다니 말이야

 

보고 죽느냐
못 보고 죽느냐 차이지

 

죽는 마당에 저승사자 명함
있으나 없으나 뭐가 달라

 

나 먼저 가네

 

이봐요, 잠깐만

 

안 죽을 수도 있잖소
그러니...

 

그건 불가능해

 

고통스럽게 죽느니
단숨에 죽는 게 나아

 

우리야 살만큼 살았으니
죽어도 상관없어요

 

하지만, 이 아이들은
얼마 살지도 못했잖아요

 

닥칠 때까지 기다린다고
살 수 있을 줄 아쇼?

 

핵발전소는 안전하다!

 

위험한 건 오작동이지
발전소가 아니다

 

절대 잘못될 일 없으니
아무 문제없다고

 

떠들어대던 그들을
절대 용서 못해요

 

다 죽여버리겠어!

 

그 전엔 못 죽어요!

 

염려 말아요

 

그 일은 방사능이
대신해줄 테니

 

죄송합니다

 

저도 그 죽일 놈 중
한 사람입니다

 

이런 꿈을 꾸었다

 

인간이군

 

왜 그러시오

 

당신은... 도깨비?

 

흥, 그럴지도 모르지

 

이래봬도
왕년엔 인간이었어

 

제길...
한심한 얘기야

 

예전엔 이곳에도
꽃이 만발했지

 

하지만 수소폭탄과
미사일 때문에

 

이렇게 사막으로
변해 버렸어

 

그런데 최근에...

 

방사능으로
폐허가 된 땅에서

 

이상한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했어

 

온통 민들레야

 

민들레요?

 

악마의 민들레지

 

이건 장미야

 

꽃 중심에서
줄기가 나오고

 

그 줄기 끝에
또 봉오리가 있지

 

주위에 퍼진 방사능이

 

이곳의 꽃들을
바꾸어 놓았어

 

꽃뿐만이 아냐

 

인간도 이 꼴이지

 

한심한 인간들

 

지구를 유해물질
처리장으로 만들었어

 

이제 이 지구상에
정상인 건 하나도 없어

 

새도, 동물도
물고기 한 마리도

 

그게 언제였더라

 

얼굴이 둘 달린 토끼와
눈이 하나뿐인 새,

 

털이 난 물고기를
본 적도 있어

 

건물은 어떻게 됐죠?

 

건물이 남아날 리 있어?

 

서로 잡아먹으며
살아가는 판국에

 

약한 순서대로
잡아먹히지

 

내 차례도
얼마 안 남았어

 

도깨비간에도
계급이 존재해서

 

나처럼 뿔이
하나뿐인 도깨비는

 

세 개, 네 개 달린
놈들의 먹이 감이지

 

인간일 적엔
권력을 휘두르며

 

위세를 떨치던 자들이

 

도깨비가 돼서도
활개치고 산다고!

 

맘껏 설치라고 그래

 

뿔을 두 개,
세 개씩 단

 

끔찍한 꼴로 살아가는 건
지옥과 같은 고통이다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럽지

 

죽을 수도 없어

 

그게 바로
도깨비들의 운명이야

 

자신이 저지른
죄 값을 치르며

 

영원히 살아가야만 하지

 

나야 곧 잡아먹힐 테니
상관없지만

 

죽고싶지 않아
그래서 도망 다니는 거야

 

하지만... 굶주림에
지친 내 자신이

 

점점 싫어져

 

예전엔
평범한 농부였어

 

제값을 못 받는다며

 

우유를 몇 탱크씩
강에 쏟아버리고

 

양파, 감자, 양배추를
불도저로 밀어버렸지

 

그런 짓을 하다니...

 

들리나?

 

밤만 되면 들리는
도깨비들 울음소리지

 

머리에 난 뿔이
종양처럼 고통스러워서야

 

차라리 죽고 싶을 정도지

 

하지만,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으니

 

울부짖을 밖에

 

보여주지
도깨비들이 어떻게 우는지

 

내 뿔도 통증이
시작됐어

 

어서 돌아가!

 

돌아가라니
어디로 말이오

 

도깨비가 되고 싶은가?

 

이런 꿈을 꾸었다

 

- 안녕하세요?
- 안녕, 얘들아

 

안녕하세요, 어르신

 

안녕하시오

 

이 마을 이름이 뭐죠?

 

이름 같은 건 없어

 

그냥 마을이라고
부른다네

 

이웃마을에서는
'물레방아골'이라고 하지

 

마을 사람들
모두 여기 사나요?

 

아니
각자 집이 있지

 

전기는
안 들어오나요?

 

그런 건 필요 없어

 

인간은
편리함에 약하지

 

편리한 걸
좋아하다 보면

 

진짜 좋은 걸 잃게 돼

 

불은 무엇으로 밝히죠?

 

양초나 기름을
사용하지

 

어둡지 않나요?

 

밤은 어둡게 마련이야

 

낮처럼 환하면 곤란하지

 

별이 안 보일 만큼
밝은 건 원치 않아

 

논은 있는데

 

경운기나 트랙터는
안 보이네요

 

그런 거 필요 없어

 

소도 있고
말도 있으니까

 

연료는 무엇을 사용하죠?

 

보통 장작을
사용하지

 

살아있는 나무는
꺾기 딱하지만

 

다행이 마른 가지들이
충분히 있어서

 

그걸 주워다
땔감으로 쓴다네

 

숯으로 만들어
사용하면

 

적은 양으로도
한참 쓸 수 있어

 

그래
소똥도 좋은 연료지

 

우리는 가능한
예전 방식대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려고 노력한다네

 

요즘 사람들은

 

자신도 자연의
일부임을 잊고있어

 

자연 덕분에
사는 줄 모르고

 

그 자연을
함부로 다루고 있어

 

더 좋은 것만
만들어낼 줄 알지

 

학자들은
머리야 좋겠지만

 

자연을 이해하지 못하면
곤란해

 

그들은 인간을
불행하게 할 것들만

 

열심히 발명해 내며
자랑으로 여긴다네

 

더 딱한 일은

 

그 한심한 발명품들을
기적으로 여긴다는 거지

 

그 때문에
자연을 파괴하고

 

스스로를
파멸시카고 있어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건

 

깨끗한 공기와
맑은 물이야

 

그 원천인
나무와 풀을

 

끊임없이 훼손하며
잃어가고 있어

 

오염된 공기는
인간의 마음까지 더럽히지

 

저... 조금 전
마을로 들어서다 보니

 

아이들이 다리
옆에 있는 돌 위에

 

꽃을 갖다놓던데
무슨 이유라도...

 

아, 그거 말이오?

 

선친으로부터
들은 얘기로는

 

오래 전 그곳에서
한 나그네가 급사했는데

 

이를 딱하게 여긴
마을 사람들이

 

그곳에 묻어주고

 

무덤 대신 세운 돌 위에
꽃을 가져다 놓았는데

 

그 풍습이 아직까지
남아있는 거라네

 

아이들뿐 아니라
마을 어른들도

 

그 돌 옆을
지날 때마다

 

사연도 모르고
꽃을 놓고 간다네

 

무슨 축제가 있나요?

 

축제?
아냐, 장례식 소리야

 

표정이 왜 그런가?

 

장례식은 본래
경사스런 일이야

 

잘 살고
일 잘 하고

 

맘 편히 죽는 건
분명 경사지

 

이 마을엔 스님도
목사님도 없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이 직접
장례를 치른다네

 

젊은이나 아이가
죽는 건 달라

 

그건 경사라
할 수 없지

 

우리 마을 사람들은
자연 그대로 살아서인지

 

다행히도 대부분
천수를 다하고 간다네

 

지금 저 할멈도
99세까지 살았지

 

나도 가봐야 하니
이만 실례하겠네

 

실은 죽은 할멈이
내 첫사랑인데

 

날 차버리고
다른 사내에게 시집갔지

 

그런데, 영감님은
연세가 어떻게 되시죠?

 

나? 백하고도
세 살 더 먹었지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는 나이야

 

산다는 건
고통이라고들 하지만

 

그건 허영이지

 

솔직히 산다는 건
좋은 거야

 

즐거운 일이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