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는 말했다
'인생은 시끌벅적한'

 

'아무 의미 없는 것'

 

헬레나의 경우를 보자

 

- 크리스털?
- 들어오세요

 

헬레나 셰프리지예요

 

- 고우시네요?
- 고마워요

 

가브리엘라한테
얘긴 들었어요

 

미래를 보신다죠?

 

가브리엘라는 타고난
안마사예요

 

그녀 솜씨에
완전 매료됐죠

 

목덜미를 부드럽게
풀어주거든요

 

결제는 뭘로?
얼만지 아시죠?

 

훨씬 저렴하던데요
그놈의 의사들은..

 

- 일단 앉으세요
- 고마워요

 

아픈 사람 두고
수수방관이죠

 

덕분에 마음만
더 심란해졌어요

 

마실 거 있나요?

 

차 드려요?

 

술 있나요?

 

그럼요
스카치?

 

좋죠

 

여담이지만

 

부인 첫인상은

 

뭐랄까

 

고민을 만드는 타입?

 

그런가요?

 

자신을 너무
혹사한단 거죠

 

고마워요

 

무척 예리하시군요

 

남편에게 버림 받고
자살을 기도했어요

 

가브리엘라에게 대충
들으셨겠죠

 

워낙 수다쟁이라

 

참 바보 같았죠

 

살아볼 가치가
있는 법인데

 

확실히..
그런 거죠?

 

그러니까..

 

제 미래가 희망적인가요?

 

가르쳐줄까요?

 

제 눈엔 지금
부인을 향하는

 

거대한 긍정의
에너지 파장이 보여요

 

장밋빛 광채가
둘러싸고 있죠

 

다 좋아질 거예요
약속하죠

 

40년 결혼생활이
의존적 성향만 키웠죠

 

남편은 사소한 이유로
저를 버렸어요

 

너무 솔직했단 거죠

 

착각에 빠지게
놔둘 순 없었어요

 

헬레나의 전남편
앨피를 만나보자

 

그는 잠결에 문득
죽음이 염려된 나머지

 

다시 잠을
이룰 수 없었고

 

이후 조깅과
건강식에 빠져든다

 

한 세트 더요

 

- 못하겠어
- 하나, 둘

 

- 무리하지 마
- 셋, 넷

 

- 허리 나갈라
- 다섯

 

- 이십대인 줄 아나
- 여섯

 

노인네가 젊은이
흉내를 내요

 

제길

 

그래봤자

 

시간을 되돌릴 순 없어

 

봤죠?
시체 취급한다니깐

 

우리 집안이
얼마나 장수하는데?

 

내력이죠

 

가엾은 헬레나

 

진실은 아름답지 않고

 

추한 것임을
그녀는 몰랐다

 

앨피는 그녀를 버렸고

 

스포츠카를 사고
근사한 집을 꾸몄다

 

치아도 미백하고
피부도 태운다

 

헬레나는 조강지처답게
감수하고선

 

신경쇠약으로 수면제
40알을 복용했고

 

명실공히 무남독녀
샐리의 짐이 된다

 

샐리는 로이와 결혼했다

 

딸은 결혼을 잘못했어요

 

학벌이 아깝죠

 

사위는 의대 때려치고
작가랍시고

 

책 하나 뜨더니
계속 내리막길이죠

 

아니다 싶으면
관둘 것이지

 

그의 미래도 보이나요?
처음엔 운이죠?

 

사위 소지품이 필요해요
착용하던 걸로

 

스카프나 장갑
셔츠 따위요

 

생활비도 제가 대요

 

딸내미 벌이는 신통찮고

 

사위는 무위도식
글이나 쓰고

 

몇 년째 글은
진척도 없고

 

헬레나의 말이
전부 사실은 아니다

 

로이는 한때
벌이가 있었다

 

그도 나름 노력했지만

 

운전사 노릇은
영 아니었다

 

더러워 못해먹겠네

 

- 뭐야?
- 때려친다!

 

제발, 로이
그만 투덜대!

 

집에는 어쩐 일로?

 

무슨 일인데?

 

사고가 났어
차가 박살났지

 

뭐?

 

밤새 글 쓰랴
낮에 운전하랴

 

- 운전하다 졸았어
- 맙소사

 

괜찮아?
누구 안 다치고?

 

글에 전념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도대체 책은
언제 나오는데?

 

찢고 새로 쓴 것만
얼마더라?

 

- 끝내기 겁나?
- 맞아, 정답이야

 

난 겁쟁이거든

 

반짝 뜨고 말까봐

 

기대에 미치지 못할까봐

 

너무 두려워

 

- 변명이면 다야?
- 그래

 

빌어먹을

 

내 친구들은 다 멀끔해

 

근데 우린 뭐야?

 

어떡해서든
살아봐야 되잖아?

 

로이의 시선은
건너편 아파트의

 

멋진 아가씨에게 멈춘다

 

매일 싸워대는
로이 부부도

 

죽고 못 살던 때가 있었다니
아이러니다

 

- 괜찮아?
- 음

 

갑자기 달려드는 바람에

 

- 아프겠다
- 죽을 뻔했지

 

- 퉁퉁 부었네
- 그러게

 

움직일 수 있으면
골절은 아니죠

 

중족골 염좌인 듯하네요

 

- 의사세요?
- 면허는 없죠

 

봐드릴까요?

 

- 이상 없겠죠?
- 괜찮을 거예요

 

미인이시군요

 

'믿을 거라곤'

 

'빨간 외바퀴 수레'

 

'빗물에 반짝이는데'

 

'곁에는 뽀얀 병아리떼'

 

'그리고 샐리 엉덩이'

 

물론 지어낸 거지

 

의대를 졸업하던 날

 

이건 아니다 싶었어

 

아무런 주저 없이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지

 

이해가 돼?

 

로이의 처녀작은 성공했다

 

적어도 전도유망해보였다

 

허나 그뿐

 

오래잖아 샐리는
기대를 접고

 

일터로 나섰다

 

연중무휴로 근무해요

 

업무는 서류 작업부터

 

고객과 화가들
비위 맞추기까지

 

다양한 편이에요

 

의향은 어떠신지?

 

미술 전공이고
미술사에도 조예가 있어요

 

박물관쪽에서도 일해봤죠

 

어디서 소개 받으셨죠?

 

갤러리에서 일하는
친구가 있어요

 

구인한단 소식을
전해들었죠

 

더구나 클레멘트
갤러리라면야..

 

너라면 잘해낼 거야

 

갤러리에서 4년째
근무해보니

 

배운 건 많아
사장은 꽝이지만

 

그레그는 정열적이더라

 

아주 매력적이고

 

오너랑 얽히면 곤란해

 

자칫 패가망신이지

 

로이는 헨리로부터
작품 감수를 부탁 받았다

 

그의 소설은 로이의
글보다 뛰어났고

 

로이는 좌절했다

 

그나마 길건너 미녀가
위안이었고

 

차츰 먼발치서
애간장만 태운다

 

- 미안, 방해가 됐나요?
- 아뇨

 

멋진 연주군요

 

- 이사오셨나요?
- 여름 동안만요

 

- 문 닫아드려요?
- 괜찮아요

 

간단한 책 보던 중이라

 

보케리니 곡이죠?

 

잘 아시네요?

 

대단하시군요

 

행여 시끄러우면
말씀하세요

 

- 더 마셔도 되지?
- 그럼

 

 

- 다 읽었어
- 그래?

 

- 대단하던데
- 그럴 리가

 

- 농담이겠지
- 난 은퇴할까봐

 

- 놀리지 마
- 진짜야

 

말도 안 돼

 

마음에 든다고?

 

이런!

 

아무한테도
보여준 적 없는데

 

조금 다듬고 싶었어

 

이름 모를 초미녀의
기타 연주에 맞춰

 

읽어봐도 전혀
손색이 없더라고

 

- 새로 이사온?
- 그래, 건너편 창문

 

마음이 콩밭인데
글이 되겠어?

 

- 완성했어
- 설마

 

- 어제 탈고했어
- 잘 됐네

 

아냐
난 글렀어

 

실패하면 어떡하지

 

- 힘내
- 대책이 없다니깐

 

다시 기사 노릇
해야 되나

 

- 허튼소리!
- 의욕을 상실했어

 

너 때문이기도 해

 

네?

 

들어오세요, 엄마

 

장모님 너무
자주 오시는데?

 

이건 한두 번도 아니고

 

푹 쉬고 싶은데
이래서야 원

 

혼자 쓸쓸하시잖아

 

엄마 때문에 걱정이야

 

요샌 혼잣말까지 하셔

 

해서 사이비 치료도
권했다며?

 

그렇긴 한데

 

크리스털이 사이비긴 해도

 

엄마가 만족하고
좋아하신다면

 

괜한 소린 말아줘

 

누가 뭐래

 

다만 미신 따윈
도움이 안 된단 거야

 

병원에 가시던가

 

효과만 있다면야
미신도 괜찮지

 

- 나 왔다
- 안녕, 엄마!

 

크리스털 만나고 왔어
놀랍더구나

 

자넨 이성적이라
별로겠지만

 

- 푸닥거리는 질색이죠
- 로이, 제발!

 

효과를 보셨다면
그건 일종의..

 

자네 얘기도 했어

 

전망이 아주 밝대

 

근데 글쟁이는
아무래도 아니라지

 

거 유감인데요

 

접신에 실패하길
빌어야겠군요

 

틀림없대도

 

로이가 이번 주에
신작을 낸대요

 

그래서 신경이 곤두섰죠

 

글을 접으란 건 아니고

 

- 크리스털 말은..
- 듣기 싫거든요?

 

너무 과신하진 마세요

 

로이도 엄마처럼
들어맞으리란 법은 없죠

 

만난 적도 없는데!

 

자네 책을 격찬했어

 

현재로서 작가는
불투명하지만

 

언젠가 원숙기에 이르면..

 

근데 장갑 하나
더 줘보겠나?

 

먼저 건 잃어버렸대

 

장갑이라뇨?

 

당신이 장갑 드렸어?
젠장!

 

책을 집으로 가져갔어?

 

된다는 보장은 없잖아?

 

그래
나중에 연락할게

 

다시 앨피를
살펴보도록 하자

 

이혼 뒤에도

 

앨피 셰프리지는
고대하던

 

젊은이다운 삶을
제대로 만끽하지 못했다

 

친구들이 소개팅도
주선해줬지만

 

한결같이 죄다

 

기대를 저버렸다

 

지팡이 죄송해요
골절 뒤끝이라

 

처음엔 넘어져서
부러진 줄 알았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부러져서
넘어진 거였죠

 

차이를 아시겠어요?

 

회사 어린 직원들과도
어울려봤지만

 

소외감만 더욱 커졌다

 

그러던 어느날
좌충우돌하던 끝에

 

딸과 거닐던 앨피는
폭탄선언을 한다

 

사귀는 사람이 생겼어
결혼하고픈데

 

- 웃기려나?
- 농담이시죠?

 

아니
충격적이냐?

 

그래서 걷자고 하셨어요?

 

모를 일이네요

 

엄마한테 말했는데
놀라면서도

 

수긍하더라고

 

인생의 조력자로서
마음의 힘이 될

 

동반자를 찾는 여성이지

 

아무튼 네가
향수 좀 골라줄래?

 

어떠냐?

 

결혼하겠단 분이
누구죠?

 

이름은 샤메인

 

새파란 여배우래요!

 

차라리 다행이죠

 

당신껜 긍정적
전기가 될 거예요

 

어쩌면 좋죠?
갈피를 못 잡겠어요

 

- 앞날도 이렇게 허무할까요?
- 전기가 된다니까요

 

선택의 여지는 많아요

 

그중에 제대로 골라야죠

 

어머!
대박이 보여요

 

사랑에 빠지겠군요

 

- 제가요?
- 보인다니까요!

 

남편의 상황이
당신께도 복이죠

 

제가 연애를 한다고요?

 

더 있어요

 

남편은 그 여자를
당신만큼

 

사랑하진 않아요

 

연애편지도 보관해뒀죠
구구절절했는데

 

누군들 늙고 싶겠어요?
서럽게시리!

 

솔로는 면한단 말씀이죠?

 

혼자 살다
죽긴 싫어요

 

그럴 리가요

 

대박의 시기로
접어든 걸요

 

매력적인 남성이
나타날 거예요

 

피차 첫눈에 끌리죠

 

마치 자석처럼

 

모스에게 전화해서
내일 점심 취소해줄래요?

 

- 그럼 다른 날로?
- 그래요

 

- 다시 연락한다고 해요
- 네

 

부부 동반 베니스 여행은
25일로 하고

 

이따 나하고
어디 좀 갑시다

 

아주 마음에 들어요

 

샐리
이거 어때요?

 

- 어떤 거요?
- 여기 다이아몬드

 

아님 진주

 

- 다 훌륭해요
- 그러게요

 

가격이 어떻게 되나요?

 

빅토리아풍 다이아는
브릴리언트컷이라

 

5만 달러고요

 

이쪽 천연진주는

 

더 최근인
에드워드풍인데

 

만오천 달러죠

 

아내는 어떨는지

 

취향이 어떠신데요?

 

- 구식이죠
- 구식?

 

다이아를 좋아할 텐데
어울리긴 진주예요

 

저렴하기도 하고

 

- 착용해보시죠?
- 임자 따로 있어요

 

그렇긴 해도
직접 해봐야 고르기 쉽죠

 

- 그래도?
- 물론이죠

 

알았어요

 

어디 볼까

 

- 멋진데요
- 네

 

됐어요

 

와우!

 

어디 봅시다

 

- 얼굴이 확 피는데요
- 그렇군요

 

원래 긴 귀걸이가
잘 어울려요

 

그러게요

 

진주보다 마음에
든단 거죠?

 

- 네, 안타깝지만
- 좋아요

 

당신만큼 잘 어울려야
될 텐데

 

 

- 그만 떼어야죠?
- 아쉽군요

 

- 미안해요
- 아뇨

 

잠시 즐거웠네요

 

어째서 혹하신 건지
궁금해 죽겠어

 

- 의심이 지나친가?
- 그래

 

대체 누굴까?
얼마나 봤다고 결혼을?

 

젊은 여자가 뭐가
아쉬워서 노인네와?

 

배우라는데
무슨 배우지?

 

- 이름이 뭐래?
- 샤메인

 

중국요리 이름 같아

 

창밖은 자꾸
왜 쳐다봐?

 

내가 언제

 

신경과민이군
불안해?

 

가타부타 소식이 있어야..

 

- 뭐야, 누구지?
- 뻔하지!

 

보기 좋구나

 

갑자기 와서 미안
크리스털한테 다녀왔어

 

아빠 결혼에 대해
조언해준다기에

 

- 마실 거 있니?
- 워낙 가뭄이라서요

 

직접 만들어
드신다면 모를까

 

책은 조만간
소식이 올 거래

 

혹평이더라도
의기소침하진 말고

 

아빠 결혼한다고
너무 낙담 말라죠?

 

크리스털이 그러는데

 

그 여자를 나만큼
사랑하진 않는대

 

그렇겠죠

 

- 만나봤니?
- 오늘 보기로 했어요

 

아빠랑 함께
식사하기로 했죠

 

크리스털이 나도
곧 애인이 생긴단다

 

희소식이군요
안 그래, 로이?

 

키 크고 시커먼 양반이
찾아오시겠죠

 

나도 솔로 탈출이야
걱정 없다고

 

헛바람 불어넣고
얼마 달래요?

 

헛바람이라니
정확한 예언인데

 

- 믿음이 없구나
- 아뇨, 믿어요

 

크고 시커먼 저승사자는
누구나 찾아오죠

 

하여간 비꼬는
말버릇하곤

 

크리스털은 모르는 게
없다니깐

 

안마사한테 얻은
정보로 넘겨짚었다면요?

 

장모님께서 실수로
떠벌이셨거나

 

- 로이!
- 왜?

 

감언이설로 돈 뜯는
사이비라니깐

 

자네도 내게
돈 뜯잖나?

 

감언이설조차 없이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대요?

 

출판 거부되면
기절할까봐

 

미리 길들이는 거다

 

결코 그럴 리 없어요

 

그런들 반반 확률을
맞췄을 뿐이고

 

아시겠어요?

 

엄마?

 

쉬게 놔둬요
초조할 때잖아요

 

정신세계를 부정하다니
글은 어찌 쓴다던?

 

좋은 인연이 생긴다니

 

반가운 소리네요?

 

너도 임신에는
아무런 지장 없대

 

그야 당연하죠
아시면서

 

네 동생이 죽고
난 불가능했거든

 

병원에서는
심리적 문제라지만

 

난 그럴 능력도
앨피는 원하지도 않았어

 

옛날 얘기는 관두죠

 

아무튼 가봐야 해요

 

저기군

 

안녕

 

- 이쪽은 샐리와 로이
- 안녕?

 

- 안녕하세요?
- 여긴 샤메인 폭스

 

- 미국인이군요?
- 네

 

미리 말해주지

 

안녕

 

지금은 노출 곤란한데

 

- 흠
- 그래

 

배우라고요?

 

- 네
- 맞아

 

헐리웃에도 있었지만
연줄이 없으면

 

버티기 힘든지라

 

 

앞으로 계획은요?

 

그게..

 

그야 물론
나와 결혼해서

 

아들도 쑥쑥 낳고

 

크면 내가 풋볼도 가르치고
뭐 그렇지?

 

이래봬도

 

- 영화랑 TV에도 나왔어
- 그만해

 

- 사실이잖아
- 겨우 단역인데

 

- 무슨 영화였죠?
- SF 영화요

 

다른 은하계
지도자의 딸이었죠

 

자네 전문이군
사위는 의사였는데

 

지금은 과학소설가야

 

- 하이젠베르크 저서에 기초한
- 아하

 

누구?

 

얼마나 교제하셨죠?

 

- 석 달
- 아뇨

 

- 두 달?
- 그쯤

 

막 사귀셨군요?

 

거의 매일 붙어지냈어

 

- 너무했나?
- 맞아

 

만나는 순간부터
푹 빠졌지

 

뭐랄까

 

이를테면..

 

어떻게 만나셨죠?

 

지인의 소개로 만났어

 

그래요

 

여기서 앨피는
솔직하지 못했다

 

따져보면 실상은
전혀 다르다

 

- 안녕
- 들어와요

 

샤미안이죠?

 

- 샤메인이요
- 샤메인

 

미안
듣던대로 늘씬하군요

 

- 몸으로 먹고 사니깐요
- 네

 

- 늘 관리해요
- 나도 그래요

 

봐요, 근육!

 

- 쓸만하죠
- 몸짱인데요?

 

그래요

 

- 마실 거라도?
- 좋죠

 

기다려요

 

제프리가 연락처를
일러줬어요

 

- 제프리요?
- 네

 

- 제프리라..
- 그래요

 

- 제프리가 너무 많아서
- 아무렴 어때요

 

다소 서툴더라도
양해해줘요

 

- 이런 건 처음이라
- 알았어요

 

위생상 문제는 없겠죠?

 

- 위생이요?
- 네

 

- 농담하시는 거죠?
- 혹시나 해서요

 

에이즈 같은 건 없는데

 

아뇨
에이즈까진 아니고

 

부하 직원이
염증으로 고생하기에

 

- 아무 걱정 마세요
- 알았어요

 

본업은 배우고
이건 알바죠

 

어쩐지 예쁘더라니

 

- 그럼 시작할까요?
- 아, 네

 

- 350달러 주신댔죠?
- 그래요

 

여기 500달러요
잔돈은 됐고

 

고마워요

 

에이즈 얘긴 잊어요

 

저기요

 

- 해야죠?
- 무슨?

 

- 그거 말예요
- 아하

 

좋아요

 

- 결혼 40년차요?
- 거의 반백년이죠

 

아내는 늙는 걸
당연시하지만

 

난 용납할 수 없었죠

 

- 네
- 왜냐면

 

- 마음먹기 나름인데?
- 맞아요

 

죽을 자리
알아보긴 이르죠

 

- 도와줘요?
- 됐어요

 

늙은 오빠들도
섹시하군요

 

그래요?
나이도 들었겠다

 

괜히 출세하려고

 

- 버둥댈 건 없죠
- 맞아요

 

그저 여자한테
인정받고 싶다랄까

 

나 괜찮았나요?
어땠죠?

 

- 비명 들으셨잖아요?
- 네

 

또 만날 수 있을까요?
샤메인?

 

그럼요

 

번호 드릴 테니
연락해요

 

- 좋아요
- 뭐더라?

 

프로와 뒹군 앨피는
단번에 낚인다

 

그녀를 아예 전세냈고

 

들러붙는 그녀에게
자꾸만 더 빠져든다

 

인생을 바꿔주겠단
제안 생각해봤어?

 

내 인생이 어때서?

 

결혼 얘기야
불장난 따위 말고

 

예전처럼 멋모를
철부지는 아니잖아?

 

어떻게 생각해?

 

- 결혼?
- 그래, 어때서?

 

당신이 그랬지
매번 만날 때마다

 

도박하는 기분이니
나더러 오래 살라고

 

장수는 우리
집안 내력이야

 

봐, 튼튼해

 

그깟 창녀 때문에
엄마를 버리다니

 

배우는 개뿔

 

오르가슴 연기가
고작일 텐데

 

놔둬

 

행복하시면 됐지
뭐랄 거 있나?

 

- 아가씨도 멋진데
- 그래

 

당신도 그새 혹했나?

 

그러려니 하자고

 

완전 몸이 달았더라고

 

정말이지 너무 역겨워

 

- 반지 해준 거 봤지?
- 응

 

단물만 쏙 빼먹고

 

아빠 폐인 만들고
도망갈 걸

 

늙어도 남자야
활력소가 필요하지

 

진짜 아들이라도
생길는지 알아?

 

어떻게 자식이 보는데
두 집 살림을?

 

됐어

 

오늘 유난히 예쁜데?

 

귀걸이 샀어?

 

- 이거?
- 응

 

매일 하던 거야

 

싸구려 짝퉁

 

사람 달래는
재주는 있다니깐

 

근데 피임하면서
하긴 싫어

 

헬레나의 관심도 피하고
소일거리도 줄 겸

 

앨피는 오랜 지인
피터 부부를 설득해

 

그녀를 의상 코디로
고용하게 한다

 

에니드

 

좀 봐주겠어?

 

주말 나들이용으론
안성맞춤이죠

 

당신 보기엔 어때?

 

괜찮긴 한데
좀 튀네요

 

안목을 믿어도 되겠죠?

 

- 어울려?
- 아주 근사해

 

헬레나, 여긴
피터 삼촌 조나단

 

- 반가워요
- 안녕하세요

 

보기 좋구나
코디가 탁월한데

 

세련된 신사로 바꿔놨어

 

원래 패션이 전공이죠

 

잘나가는 무대의상
디자이너였는데

 

그이가

 

밖으로 나도는 걸
말렸어요

 

사랑하면 소유욕이
생기기 마련이죠

 

나도 그랬잖니

 

- 와주셔서 고마워요
- 점심 고맙다

 

그만 가보마

 

- 일요일에 보자꾸나
- 네

 

앞으로 수고해주세요

 

덕분에 피터가
몰라보게 말쑥해졌군요

 

안목이 남다른데요

 

- 안녕
- 안녕히

 

- 멋진 분이군요
- 네

 

가엾게도 최근에
상처하셔서

 

재회하려고 무진
애쓰고 계시죠

 

- 재회요?
- 신비주의 샵을 운영해요

 

뉴에이지에 심취하셨죠

 

로이 채닝인데요

 

진행 상황이 궁금해서요

 

그래요?
얼마나?

 

언제 귀국하시죠?

 

제가 연락했다고
전해주실래요?

 

재촉하진 마시고요

 

그래요

 

이봐요!

 

- 방해가 됐나요?
- 점심이나 드실래요?

 

- 점심이요?
- 네

 

글쎄요
날씨도 궂은데

 

우산 가지고
아래층으로 갈게요

 

일 마치고
30분 뒤에 뵙죠

 

근처에 멋진
식당이 있어요

 

좋아요
30분만 기다려주세요

 

그럼 현관 앞에서
12시 반이요

 

- 괜찮죠?
- 알겠어요

 

- 로이 채닝이에요
- 디아예요

 

- 디아?
- 네

 

독특한 이름이군요

 

- 그래요?
- 씌워줄게요

 

바로 코앞이죠

 

- 전문 연주가세요?
- 아뇨

 

음악학 박사 과정인데

 

악기는 좀 다루죠

 

솜씨는 없지만

 

글 쓰는 데
방해되진 않고요?

 

알고 계셨군요?

 

저도 훔쳐봤거든요

 

전혀요
오히려 영감을 주죠

 

도움이 됐다니
영광이네요

 

차기작은 빨간 드레스
아가씨께 헌정하죠

 

고마워요

 

아빠도 글을 쓰시죠
번역작가요

 

주로 동구권 작품이죠

 

와우

 

초면이지만
고백 하나 할까요?

 

뭐든지요

 

기타 연주 듣기 전

 

어느 밤엔가
잠을 청하려는데

 

드레스를 벗는
당신을 봤죠

 

평생 가장 에로틱한
광경이었어요

 

- 그래요?
- 미안해요

 

비행기 태우는 거죠?

 

잘생긴 남자가

 

당신을 끌어안고
키스하더군요

 

그리곤 슬며시
불을 끄는데

 

누군지 몰라도
행운아구나 싶었죠

 

약혼자 앨런이에요

 

고마워요

 

함께 살진 않죠?

 

줄기차게 지켜보셨군요?

 

맞아요
동거는 아니죠

 

외교관이라 브뤼셀에서
근무해요

 

가끔 들르는 거죠

 

- 드세요
- 고마워요

 

꼬박 2년째 썼는데

 

컨디션 기복이
너무 심해요

 

- 아빠 소개해줄까요?
- 네?

 

만나보세요

 

문학에 일가견 있는
분이시라

 

서로 잘 맞을 거예요

 

그럼 고맙죠
하나 약속해줄래요?

 

실은 두 가지죠
식사 한번 더하고

 

옷 벗을 때
차양 너무 빨리

 

내리지 않기

 

- 짓궂으시군요
- 그래요?

 

- 점심 고마웠어요
- 네

 

참!

 

그쪽도 밤에는
창문 조심하세요

 

관심이 크시군요
인상적이죠

 

- 훌륭하죠?
- 정말 그래요

 

아주 멋진데요
수고하셨어요

 

고마워요
만족하셨다니 기뻐요

 

다행이군요

 

학교 동창이죠

 

대성할 줄
알아봤다니까요

 

다들 외면했지만

 

샐리만큼은
저를 인정했죠

 

진짜 마음에 들어요

 

- 네?
- 하여간 너는

 

자신을 과소평가해서
탈이야

 

이젠 정신 차렸어

 

2년째 술도
약도 끊었지

 

그레그가 밀어주면
성공은 따놨어

 

나를 믿어

 

다 덕분이야
일류 갤러리에서 일하고

 

- 내가 무슨
- 일류 작가와 결혼하고

 

학교 때부터
알아봤다니깐

 

로이는 잘 지내고?

 

이번에 신작 탈고해서
애도 가져보려고

 

- 정말?
- 아직 계획뿐이야

 

- 담배 꺼야겠네
- 괜찮아

 

유능한 화가로군요

 

조만간 특별전을
기획해보죠

 

오랜 믿음이
이제야 실현되네요

 

혹시 괜찮으면

 

이따 오페라
구경 갈래요?

 

아내가 다른
약속이 생겨서요

 

표 드릴 테니
남편과 보러 가시죠

 

차라리 다른 분께
주시잖고?

 

갑자기 터진 일이라

 

마침 남편도
카드 치러 간대서요

 

진득하게 버티지도
못하겠지만

 

달리 동행할
친구분도 없나요?

 

도니체티 오페라
좋아한다면서요?

 

물론이죠, 비싸서
구경은 못해봤지만

 

좋아요

 

받으시죠

 

까짓 우리끼리 갑시다

 

- 하지만..
- 물론 다른 약속 없다면요

 

- 기꺼이 보고 싶죠
- 정말요?

 

- 그럼 가요
- 좋아요

 

그래요

 

- 타시죠
- 고마워요

 

 

오페라 즐거웠고
커피도 고마웠어요

 

부담 느끼실까
걱정했는데

 

제 문제로 번거롭게
만든 건 아닌지

 

이러다 술 깨면
후회할지도 몰라요

 

별말씀을요

 

사실 핑계가 아닐까
미심쩍긴 했죠

 

댁까지 운전해서
가실 건가요?

 

취해서 사고칠까봐요?

 

아님 렌즈 빼놔서
안 보일까봐?

 

맙소사

 

멀쩡해요

 

오늘밤 고마웠어요

 

갤러리를 위해
역량 있는 작가를

 

추천해준 것도 고맙고

 

그리고..
과자도 고마워요

 

초콜릿 트러플인가?

 

흠..

 

- 내일 뵙죠?
- 그래요

 

시간이 지나도
출판 소식은 없고

 

로이는 초조해졌다

 

점차 디아와의 데이트에만
골몰하는데

 

- 당신 차례요
- 좋아요

 

- 저는 딱 하나요
- 그래요

 

가을이 되기 전
결혼하기로 했는데

 

이따금 두렵단
생각이 들고

 

그냥 벗어나고 싶어요

 

- 사랑하나요?
- 물론이죠

 

사랑하긴 하는데
자꾸 흔들려요

 

왜 흔들리죠?

 

요즘 이렇게
식사하고 산책하고

 

함께 시시덕거려보니

 

제게 바람끼가 있음을
깨달았어요

 

이래도 되는 걸까요?

 

결혼을 앞두고
몰래 딴전이라니?

 

그런가요?

 

나만 믿으랬잖아?

 

이건 정말이지..

 

- 꿈만 같아
- 다행이군

 

- 저기 다리도 보여
- 응

 

런던탑도 보이고
저기 백화점도

 

- 실크 속옷도 사주고
- 그래

 

 

- 다 책임진다니깐
- 비싼데

 

돈이 대수야?

 

- 앨피?
- 음?

 

- 어때?
- 기막힌데

 

- 마음에 들어?
- 응, 아름다워

 

실크라 촉감이 좋아

 

침대가 없어서 유감인데
그렇지?

 

- 없어도 그만이야
- 그런가?

 

그냥 하지 뭐

 

- 마룻바닥도 가능해
- 정말?

 

- 심지어 대리석도
- 불편하지 않아?

 

잠깐

 

여우코트를 깔자

 

- 근사하게
- 좋은데

 

- 이렇게
- 그래

 

- 자
- 잠깐 기다려봐

 

왜?

 

당신 자태를
감상하고 싶어서

 

아까 팔찌 고를 때
진심이야?

 

까르띠에 팔찌?

 

없어서 못 살겠다
싶으면 말하라며

 

결국 사달란 얘기군?

 

3분만 더

 

오너랑 얽혔어

 

피차 가정은 있지만

 

함께 도망가자고 한다면

 

고민 좀 해봐야겠지

 

그도 그럴는가 몰라도

 

- 네가 이런 건 알고?
- 호감 있는 건 알아

 

오페라도 데려가줬어

 

얼이 빠진 기분이야

 

- 부탁하면 안 되겠네
- 부탁이라니?

 

갤러리 내서
나하고 동업하자고

 

장난해?
우리가 무슨 수로?

 

상당수 고객과 화가들이
나와 거래하기로

 

약속했어

 

넌 화가를 보는
안목이 있잖아

 

물론 거금이 들지만
절반씩 낸다면야

 

상상이 안 돼

 

절호의 기회야

 

노인네가 저런 여자랑
가능할까?

 

끝내주는데
돈 아깝진 않겠어

 

몸매가 완전!
체조선수려나?

 

기술도 좋겠는데
프로인가?

 

내가 알아볼게

 

- 설마
- 도전해봐야지

 

꼬셔보려고?

 

보통내기가 아닐 걸

 

- 진짜로?
- 그래

 

실패하면 나다

 

이쪽이 낫겠어
선명하거든

 

이것도 포함시키라고?

 

당연하지
빼놓을 수 있나

 

푸른색이라서

 

나란히 두면
보기 좋을 거야

 

차 마실래?
아님 물?

 

차가 좋겠다

 

그레그가 확실히
띄워줄 거야

 

수완이 뛰어나지

 

너를 신임하는구나

 

그래?
들은 얘기라도?

 

네 판단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네가 권한
초콜릿 트러플도

 

아주 좋아하고

 

그래, 희안하지
고백할게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거?

 

그 귀걸이 원래
하던 건가?

 

이거?
새거야

 

어디서 났는데?

 

선물 받았어

 

선물?

 

좋아, 남들한테
절대 비밀이다?

 

그레그가 줬어

 

뭐?

 

그레그가 선물했어

 

말하면 안 되는데

 

우리 만나고 있어

 

뭐라고?

 

사귄다고

 

드라마틱하지?
근데 사실이야

 

열애 중이지

 

너무 놀라진 마

 

유부남인데?

 

그래
난감하긴 하지만

 

내 탓은 아냐

 

순식간에 가까워졌어

 

언제부터?

 

제법 됐지
작품 때문에 만났는데

 

아주 점잖더라고

 

내가 꿈에 보이더래

 

그리곤 내 손을 잡더니

 

집에 가면 끔찍하다고

 

그래서 괴롭다고 했어

 

보기 드문 남자야

 

어떡하지?
가정을 깨긴 싫은데

 

이미 결심을 굳혔나봐

 

삼류 드라마 같지만
너무 행복해

 

보상인지도 몰라

 

조울증 아내와
6년을 살았다니깐

 

나도 모르겠어

 

괜찮아?

 

복도에 자전거 좀
치워줄래?

 

자빠질 뻔했어

 

- 무슨 일이야?
- 소식은 없고?

 

뭐가?

 

뭐긴!
책 말야!

 

그만 들볶아!
웬 난리야?

 

전화통엔 불나고
무슨 일인데?

 

갤러리 관둘래!
나를 비서 취급해!

 

점심 차리고
극장 예매해주고!

 

나도 갤러리를 내야겠어!

 

머리가 다 지끈지끈해!

 

약 먹던가

 

지금 찾고 있잖아?

 

어디 뒀더라?

 

직장 마음에 든다더니?

 

나도 엄마가 되고 싶어!

 

당신이 시원찮으니
내가 고생이잖아!

 

예전 직장도
다 때려치더니?

 

고용주 문제도 아니었지?

 

무슨 뜻으로
하는 얘기야?

 

그럼 갤러리를 내!

 

무슨 수로?

 

엄마가 안 대주시면
생활비도 없어!

 

짜증난다고 나한테
분풀이 마!

 

네?

 

로이?
맬컴 더즈요

 

안녕하세요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요

 

워낙 논의가
분분하다 보니

 

아무래도
이번엔 어렵겠소

 

그래요?

 

훌륭하긴 한데

 

비슷한 소설이
현재 기획 중이라

 

중복 출판은 불가해요

 

 

다른 책에
밀렸단 거군요

 

솔직히 일부
신선하긴 하지만

 

역작이란 느낌은
별로 없었어요

 

다음 작품을 기대하죠

 

좀 고쳐볼까요?

 

방해한 거니?

 

전화하고 오시면
안 돼요?

 

두통 때문에 힘든데

 

- 긴장한 탓이야
- 저도 알아요!

 

변화가 필요해요

 

일하지 말고
애나 키우던가

 

지금은 입씨름하기
싫거든요

 

놀라운 예언을 들었어

 

꼬박 2시간을
황홀경에 빠졌단다

 

들어줄 기분 아녜요

 

아무 것도
내키지 않아요!

 

마셔도 되지?

 

어쩐지 여기
위스키는 좋아

 

원래 위스키
안 마시는데

 

적중했네요
퇴짜 맞았어요

 

- 로이
- 뜨긴 힘들대요

 

역작도 아니니
노력하라나

 

그래도 매달려봐야지?

 

더는 못해
최선을 다했어

 

요약분은 좋다고 했다며?

 

그랬지
전체는 싫다잖아!

 

- 기적을 들려줄까?
- 어쩌려고?

 

자네는 무시하겠지만

 

냉철한 의학도니깐

 

내 전생이 밝혀졌어

 

제발, 엄마!

 

다른 실체로 존재했대
틀림없어

 

헛소리 들어줄
기분 아니거든요?

 

- 제발요!
- 그치만

 

중요성을 깨달으면
달라질 거야

 

모두에게 해당되는
사항이래도!

 

좀 말려줘
살인나기 전에!

 

진정해
퇴짜라잖아요!

 

그러게 진작
기대를 접었어야지

 

실패할 거랬잖아

 

성공을 확신했어

 

내 글을
내가 모를까?

 

자넨 문학 방면은 아니래

 

당장 쫓아내!
얼른!

 

의사가 어때서?
능력 있잖나?

 

존경도 받고
돈도 벌고

 

모르시겠어요?

 

의사는 진작
물 건너갔어요!

 

아셨죠?
무능력한 사위라

 

죄송하네요
이만 나가주실래요?

 

집세 내주는 장모한테
나가달라니?

 

빌어먹을
다 갚아주면 되잖아!

 

어떻게 갚아?

 

은행이라도 털래?

 

뜬구름 잡는 당신을
지켜보기도

 

이젠 지쳤어!

 

그만해
때가 아니라잖니

 

한군데 있긴 한데
깐깐한 놈들이라

 

보나마나야

 

크리스털이 옳았어요!
첫작은 운빨!

 

언젠간 뜬다고 했어

 

환생한 다음이려나

 

엄마, 제발!
벌써 취하셨어요?

 

머리 쪼개지겠네

 

기적 체험 축하주로
마신 건데

 

그리 잘못인가?

 

놀라운 소식이잖아?

 

미리 짜인 거대한 틀에서
살아간다니?

 

삶은 한 번이 아냐

 

계속 환생하는 거지

 

내 전생은
엘리자베스 시대였대

 

언젠가 로이도
신작을 낸다니깐

 

다음 생애쯤?

 

내가 나가고 말지!

 

더는 못 참겠어
이혼할래요

 

내버려둬

 

앞으로 나아지겠지

 

그리고 갤러리
사장 말인데

 

너무 내외하진
말라더라

 

기대가 수포로 돌아가자

 

로이는 그저
디아가 보고 싶었다

 

헌데 마침 나타났다

 

그녀가 파혼한들
달리 여지가 있을까?

 

딱히 내세울 거라도?

 

실패한 38세 작가?
한때 촉망받던 신예?

 

운전기사 노릇도
오명만 남겼을 뿐

 

다시 책을 쓰자니
막막했고

 

그는 자신감을 상실했다

 

어쩌면 좋을까?
낮엔 일 밤엔 글?

 

차기작은 고려 밖이었고

 

더 나빠질 게 없단
안일한 생각은

 

더한 시련을
초래하고 있었다

 

여보세요?

 

너도 알아야 될 듯해서

 

너무 놀라서
말도 안 나와

 

심각한 교통사고야

 

마이크와 헨리가
여기로 오다 그만

 

여자애 둘과
헨리가 죽었어

 

마이크는 혼수상태

 

지나던 행인
한 명도 중태야

 

기가 막혀서

 

어린애들이 술 먹고
앞지르려다 쾅!

 

로이는 믿을 수 없었다

 

마이크가 혼수상태?
식물인간이라니?

 

헨리는 죽고

 

절친 여부를 떠나

 

새삼 존재의 무상함을
느낀 계기였다

 

퍼뜩 그는
꼼수를 떠올린다

 

헨리는 독신이었다

 

가족도 애인도 없었으며

 

평소 작품에 관해
함구했던지라

 

소설의 실체는
로이만 알고 있었다

 

헨리는 수정을 마치고
로이의 소개로

 

출판사를 찾아갈
계획이었다

 

헨리는 대리인도 없고

 

포커 친구들도
소설엔 문외한이라

 

아무도 그의 작품엔
관심 없었다

 

한마디로 따분한 일벌레
완벽주의자였다

 

천재는 빼어난
처녀작을 남긴 채

 

애석하게도 때맞춰

 

세상을 떠났다

 

잘은 모르지만

 

크리스털과 늘 상의해요

 

규모는 작지만
웬만한 책은 다 있죠

 

- 환생 관련 서적도?
- 물론이죠

 

전생에 살았던 곳이
떠오르곤 해요

 

고대 이집트쯤?

 

사위는 비웃지만

 

환생이 없다면
사는 낙도 없죠

 

사별한 아내와
잘 통하셨겠군요

 

이제껏 접촉 실패지만
포기하진 않아요

 

사랑이 지극하셨군요

 

그래서 너무 외로워요

 

옷 입어야지
45분 뒤 약속이야

 

뭐하는 거야?

 

그만 옷 입어
약속 있다니깐

 

그런 연극 보기
지루한데?

 

이번엔 재밌을 거야

 

먼저도 재밌다면서
지루했거든?

 

유령은 무슨!

 

유령은 그저
상징적 의미야

 

공포 연극은 아니지

 

집에 있기 싫어서
이러는 건 아냐

 

목소리 낮춰
울려서 무서워

 

내가 보는 방송은
싫어하면서

 

그래서 어떻게
해달라고?

 

응?

 

뭔데?

 

가끔은 내 취향도
따라줘야지

 

남은 이번 주
뭐든 맘대로 해

 

그러면 돼?

 

오늘만 가주면
나머진 자기 마음이야

 

괜찮지?

 

신나지?

 

좋아하는 곡이야

 

- 나 춤춰도 돼?
- 뭐?

 

춤춰도 되냐고?
그냥 있긴 심심해

 

응?

 

- 그래, 오래 있진 마
- 알았어

 

샐리는 갤러리를
내겠노라 선언하고

 

이혼은 초읽기에 들어간다

 

그즈음 디아는 로이와 지낼
묘안을 짜낸다

 

- 훌륭한 소설이더군
- 고마워요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에서
오래 살았나?

 

조금요
연구를 많이 했죠

 

아일랜드 못 가봤다면서요

 

북아일랜드만
두루 다녀봤어요

 

커네마라 등지에서
머물렀죠

 

문체가 아주
마음에 들었네

 

유기적 어휘 선택이며

 

풍부한 개성까지
정말 놀라워

 

고마워요
과분한 칭찬인데요

 

- 고맙습니다
- 당연한 걸

 

칭찬에 인색한 양반이죠

 

앨런은 잘 있고?

 

- 그럼요
- 주말에 온다던?

 

의욕적인 분이군요

 

무척 유쾌하시고

 

마음에 드셨으니
유쾌하신 거죠

 

그래요?

 

잡지에 비평을
자주 기고하시는데

 

악평 일색이죠

 

당신 덕분이에요

 

가뭄에 단비처럼
영감을 줬어요

 

불가사의죠

 

- 훔쳐본 보람이 있군요?
- 그러게요

 

- 멋진 곳이네요
- 날씨가 좋죠

 

생각만 해도 끔찍해요

 

떨쳐내고 싶어요

 

어쩌면 좋죠?

 

내 의향 말인가요?

 

그야 영원한 단비가
되어달란 거죠

 

글도 쓰고
와인과 함께 사랑을!

 

다들 결혼을 고대해요
가족, 친지, 친구들

 

앨런은 피폐해지겠죠

 

괜찮아요

 

이래선 안 돼요

 

큰돈이 들어가는 거면

 

미리 상의했어야지

 

언제는 괜찮다며

 

그건 옛날 얘기고
지금은 달라

 

혹시 거덜났어?

 

설명했어야 되는데
현금이 빠듯해

 

주식 손해가 컸고
이혼수당도 만만찮아

 

지출에 신중해야 돼

 

이리 와

 

나도 뭐든 다
해주고 싶지

 

하지만 쓰기 전에
먼저 말해

 

그래야 잔고를 채우지?

 

- 미안
- 나도 미안

 

얼굴 빨개졌네
혈압 재봐야지?

 

병원에서 뭐랬더라?

 

내 심장이
젊은이처럼 튼튼하대

 

운동 열심히 다니잖아

 

부지런히 일하고
코트 멋진데?

 

환상적이야

 

사실 회사는 삐걱댔고
앨피의 낭비로

 

재정난까지 겹쳤다

 

허세를 부리니
빚더미에 앉을 밖에

 

허리는 좋아졌나요?

 

네?

 

허리 운동했나요?

 

방금 다리 운동했어요

 

페달을 무리해서 밟았나

 

제가 챙겼어야 되는데
좀 볼까요

 

인대가 늘어난 거죠

 

 

손재주가 좋네요

 

제 손이 황송하죠

 

아무나 안 되는데

 

앨피와 결혼하기 전에

 

라스베가스에서 일했다죠?

 

- 그런 소문이?
- 네

 

쇼걸이었나요?

 

웨이트리스란 말도 있고

 

제가 보기엔
딱 모델인데

 

전직이 뭐든
만족스럽긴 했죠

 

적성에 맞았군요?

 

나쁠 거 있나요?

 

헌데 만족했다면

 

굳이 관두고
결혼할 필요가?

 

늘 만족했던 건 아녜요

 

대개는 자극적이라
좋았지만

 

어떤 면에서
자극적이란 건지?

 

일화가 많죠

 

파티광 배우들도
만나봤고

 

건장한 축구선수도
만나봤어요

 

그들이 어떤 자극을?

 

피차 자극을 주고받죠

 

제게도 한 수?

 

여기서?

 

난리라니?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흥분도 당연해
제정신이냐?

 

모두들 진정하시죠?

 

청첩장도 다 돌렸어요
일부는 벌써 왔고

 

유럽, 스페인에서도
온다니까요

 

그래

 

- 딴 남자 생겼어?
- 예약한 건 어쩌고?

 

- 이럴 때가 아냐
- 남자 생겼냐고?

 

인도 밴드 불렀는데
출발했대요!

 

- 돈이 얼마나 들었는데?
- 맞아

 

- 남자 있다는데?
- 사실이야

 

- 뭐라고?
- 어떤 놈이야?

 

말하기 싫어!

 

보세요!
남자 생겼대요

 

- 남자가 생겨?
- 바람피운 거죠

 

- 언제부터?
- 어떻게 그런?

 

- 어처구니없네
- 믿기지 않아

 

이제라도 본심을 알았으니

 

- 차라리 다행이네
- 당신이 미워서가 아냐

 

- 집어쳐!
- 정말 미안해

 

- 나도 의외야
- 의외 투성이지

 

- 꼴도 보기 싫어!
- 그만해

 

미안한데 함부로
욕하진 마시죠?

 

미안?

 

- 동생을 우롱해놓고?
- 진정해

 

전부 진정하시죠?

 

너무 불쾌해!

 

진정하라고!

 

왔구나

 

기억나니?
자주 다니던 길인데

 

늘그막에 아주
신나셨네요

 

정신세계가 심오해
대화도 많이 했어

 

크리스털도 긍정적이래

 

멋진 식당이 있는데
가실까요?

 

좋아요

 

어머닌 정말
사랑스런 분이죠

 

매력이 넘치지?

 

엄마만 좋다면야

 

크고 시커멓진 않지만
새롭긴 해

 

언제든 사업 자금
필요하면

 

말하라고 하셨죠?

 

달리 방도가 없어서요

 

갤러리 내려고?
그래

 

크리스털 얘기론
전망이 밝다니

 

문제없을 거야

 

네, 자립해야죠

 

근사한 사장은 어쩌고?

 

유부남인 건 안다만

 

어차피 문제가 있다며?

 

해서 잘해볼까 했는데
운이 없었죠

 

좌절하지 마
네가 냉담했던 거지

 

크리스털에게 물어봤는데

 

네 감정을 적극적으로

 

상대에게 알려야 된대

 

그도 알아요
짐작이지만

 

떠나신다니 너무
섭섭한데요

 

어쨌거나

 

꼭 성공하시길 빌죠

 

능력은 충분하시니

 

그간 이것저것
고마웠어요

 

파트너가 많았지만

 

당신이 단연 최고였죠

 

솔직히

 

함께 일했던 시간이

 

벌써부터 그립기
시작하네요

 

예술적 취향도 흡사했죠

 

한편으론 깨달았어요

 

어떤?

 

당신 곁에 있기엔
제가 부족해요

 

천만에요

 

얼마나 잘해주셨는데

 

사실..

 

갤러리 때문만은 아니죠

 

집안이 좀 복잡해요

 

이혼도 초읽기고

 

유감이군요

 

듣자니 댁에도
문제가 있으시다고?

 

말하긴 뭣하지만
이미 아내와 갈라섰죠

 

그래서 당신 친구를
좀 만났어요

 

아이리스요

 

남편과 불화라고
털어놓을 걸 그랬네요

 

사귀어도 거리낄 건
없었는데

 

누가 알겠어요?

 

아이리스보다 먼저
진도를 나갔을지?

 

저는 다만

 

업무에 전념하도록
배려해야겠기에

 

제겐 무관심할 거라
생각했어요

 

갤러리 여는 게
꿈이라고 하셨으니

 

이제 소원 푸셨네요

 

가능했을까요?

 

네?

 

진심이요

 

무슨?

 

우리가 연인으로?

 

우린 친구이자 조력자
동료였죠

 

이젠 경쟁자인 셈이고

 

세상 참 요지경이죠?

 

여기 세워줘요

 

레이?
헬스장은 어쩌고 여길?

 

- 그게..
- 샤메인 봤나?

 

방금 호텔에서 나오던데

 

부인이요?
못 봤는데요

 

호텔에서 나오기에
차에서 내렸거든

 

정말 못 봤어요

 

- 여기엔 뭐하러?
- 근처에 살아요

 

나중에 뵙죠

 

진짜 못 봤어?

 

저기

 

아까 호텔엔 왜 갔어?

 

낮에 호텔에 갔잖아?

 

그런 적 없는데

 

분명히 봤거든

 

잘못 봤겠지

 

그럼 오후에 뭐했어?

 

헬스장 다녀왔어

 

못 믿겠으면
레이한테 물어봐

 

운동기구 새로
들여놨다고 하더라

 

로이는 마침내
집을 나오고

 

당장 그를
받아줄 데라곤

 

오직 디아뿐이었다

 

그야말로 경악
그 자체였소

 

다들 읽어보곤
탄성을 내질렀지

 

빌조차도 내게
'동일인이 썼다니'

 

'믿기지 않는다'고 했죠

 

이렇게 설레긴 처음이오

 

내 생각엔 이게
당신의 진면목이고

 

여지껏 작품에

 

지성을 불어넣고자
고군분투한 거죠

 

고마워요

 

본인 가치를
증명하리라 믿었죠

 

여기 생각나?

 

우리 첫날
여기서 식사했는데?

 

저쪽에 앉았어

 

- 기억나?
- 당연하지

 

벽을 헐었네

 

당신 엄청 긴장했었어
알아?

 

잘 보이고 싶었거든

 

1970년 1월 9일이었지

 

금요일이야
아직도 생생해

 

그땐 날 사랑했으니깐

 

과거지사란 건가

 

남 얘기하듯 하는군
고마워요

 

우리 파란만장했지?

 

폴은 앞서 보내고
샐리는 사고뭉치

 

그런 얘긴 싫어

 

함께 잘 살았잖아?
안 그래?

 

쉽진 않았어

 

헬레나, 우리
재결합하면 안 될까?

 

뭐?

 

내 생각이 짧았어

 

인생이 완전
쑥대밭이 됐지

 

새장가든지 얼마라고

 

그래, 내 실수야
정신이 나갔지

 

혼자 남을까 두려워

 

여생이 짧단 생각에
제정신이 아녔어

 

앨피, 염려 마

 

삶은 일회성이 아냐

 

세상은 보기보다
훨씬 신비해

 

무슨 소리야?

 

난 전생이 있어

 

크리스털이 나와
조나단에게 보여줬어

 

조나단은 누구야?

 

요즘 나와
사귀는 신사

 

만나는 남자가
생겼단 건가?

 

그래, 정신세계를
공유하고 있지

 

대체 무슨!

 

좌우지간

 

돌아와줘
당신이 필요해

 

나도 새로 시작했어

 

당신이 그랬듯

 

조만간 원하던
아들도 생기겠지

 

뭐하는 짓거리야?

 

- 그냥
- 무슨 수작이냐고?

 

앨피!

 

건들지 마!
죽고 싶어?

 

그냥 단순히..
안 돼!

 

레이?
도와줘요!

 

젠장!

 

클레어, 내 말이 들리면
알려주세요

 

당신인가, 클레어?

 

클레어의 영혼이라면
신호해주세요

 

'예'는 하나
'아니오'는 둘

 

정말 당신이야?
잘 지내고?

 

여전히 당신이 그리워
당신도 그런가?

 

물어보세요

 

늘 당신 걱정이지

 

- 물어봐요
- 잠시만요

 

난 언제나 진심이었어

 

사랑해

 

우리 사이 물어봐요

 

당황할까봐 그러죠

 

허락 받는다면서요
물어봐요

 

줄곧 당신만 사랑했어

 

- 못하겠어요
- 빨리 물어봐요!

 

민감한 문제라니까요

 

지금도 아내를 사랑해요

 

헬레나!
기다려요!

 

친구들, 소개하지

 

디아야
미래의 아내이자 조력자

 

꽁꽁 숨어 계셨군요?

 

'증인보호프로그램'쯤 되나요?

 

일종의 유령 행세?

 

잠깐만

 

이혼하고 이사했거든

 

- 책도 곧 나와
- 잘 됐네

 

둘이 은밀한
데이트도 즐겨야지

 

신작이 굉장하다며?
언제 보여줘?

 

경품도 있을 거야

 

당연한 판촉인데
누가 뭐라겠어?

 

- 장례식엔 부득이 못 갔어
- 너무 슬프고

 

비극적이었지

 

마이크는 어때?

 

혼수상태라도 가끔
깨어나잖아?

 

가능하지

 

혼수상태 아닌데

 

- 결국 죽었단 건가
- 그래

 

저런

 

차라리 죽는 게
나으려나?

 

아냐
마이크는 즉사했어

 

혼수상태는 헨리지

 

지금 무슨 소리야?

 

마이크는 즉사

 

헨리가 혼수상태라고

 

먼저는 헨리가 즉사라며

 

아니라니깐

 

잘못 들었거나
내가 실수했거나

 

시신을 확인할 때
내가 실수했나?

 

그런가봐

 

처음엔 시신을
헨리로 착각했어

 

경황이 없었거든

 

말도 헷갈렸을 정도니

 

헨리가 혼수상태야

 

근데 꽤 희망적이야

 

상태가 심각해서

 

처음엔 가망이 없었는데

 

이젠 반반이래

 

맞아, 근데
행여 깨어난들

 

폐인이기 쉽지

 

아냐
정상 회복 가능하대

 

불가사의한 경우가
허다하잖아

 

맞아, TV에 나왔어
장기간 혼수상태였는데

 

완전히 회복했더라고
직장도 다니고

 

헨리 상태도 예상만큼
심하진 않으니

 

예측불허야
괜찮아?

 

왜 그래요?
하얗게 질려서

 

- 괜찮아요?
- 목이 타네

 

자주 찾아가야
환자에게 도움이 된대

 

귀는 들린다나봐

 

주중에 한번 가려고

 

함께 가야지?
헨리와 친했으니?

 

- 그래
- 좋았어

 

병원에 가야지
허리를 삐끗했어

 

갈비뼈도 부러지고!

 

진짜 부러졌나

 

넘어가면 안 돼?

 

- 용서해줘, 응?
- 안 돼

 

아무 일도 없었어!

 

기분 나쁜 건 알아

 

구타까지 당하고
그치만 참으면 안 돼?

 

어떻게 참아!
제기랄

 

화내지 마

 

기뻐할 소식이 있으니깐

 

앨피?

 

- 왜?
- 나 임신했어

 

- 애를?
- 그래

 

- 애를 가졌다고?
- 응

 

애라니

 

누구 앤 줄 알고?

 

내 애가 확실해?

 

나를 못 믿어?

 

못 믿냐고!
그가 억지로 했어!

 

어쩔 수 없었다고!

 

스트레칭 가르쳐준다면서

 

너무 무서워서
피하지도 못했어

 

키스해대는 통에
비명도 못 질렀다고!

 

기쁘지 않아?

 

학수고대했잖아

 

녀석과 얼마나 뒹굴렀어?
다른 놈은 없고?

 

나를 뭘로 보는 거야?

 

유전자 검사를 해보면
밝혀지겠지

 

검사 따윈 안 받아

 

당신 애야!

 

검사를 받아야 믿지

 

자꾸 화나게 만들지 마

 

검사가 완벽한 건 아냐

 

맞아

 

그래도 아버지가
되려면 필요해

 

차이가 뭔데?

 

애를 원했잖아

 

아들을 원해
전에 잃었거든

 

어려서 죽었지
내 아들이면 좋겠어

 

이해하지?

 

굳이 그렇게?

 

알아야겠어

 

아들인지

 

내 아들이 맞는지

 

엄마!

 

계세요?

 

뭐하세요?
못 들으셨어요?

 

전생을 확실히 느꼈어
행복한 삶이었지

 

전생의 암시가
작용한 거야

 

막 새출발을 하려던
참이었는데

 

혼자 중얼대지 마세요
외로우니 그러죠

 

조나단에게 문제라도?

 

노력해봤지만
다른 여자에게 갔어

 

설마

 

죽은 마누라

 

망자와 경쟁한 셈이지
농담 아냐

 

그래도 앞날은 긍정적이래

 

술술 풀리려니
기대했건만

 

유감이네요
도울 거라도?

 

됐어

 

크리스털 예언은
족집게였잖아요?

 

긍정이라고 했다니
일단 믿어보세요

 

다음 생애겠지
늙은이 허물 벗고 새출발

 

엄마, 저번에
갤러리 낸다고

 

대출 부탁드렸는데

 

그게 예상보다
액수가 커졌어요

 

조금요

 

나중에 갚을게요

 

당분간은 어렵겠지만

 

아무래도 대출은
힘들겠구나

 

이자도 드릴게요
네?

 

배치가 안 좋대

 

대체 무슨?
배치라뇨?

 

크리스털에게 물었더니
주지 말래

 

별자리 배치가 별로라고

 

뭐라고요?

 

별자리가 일러주길

 

불확실한 미래에
투자해선 안 된대

 

이번 대출을
가리키는 거야

 

알지도 못하면서
떠드는 거예요

 

- 샐리
- 꼭 필요하단 말예요!

 

언젠가 별자리가
바뀐다면야

 

크리스털은 아무 것도
몰라요!

 

- 아냐
- 사이비라고요!

 

어떻게 크리스털을?

 

돈이 필요해요!

 

- 크리스털이..
- 뭐라든 상관 없어요!

 

안 돼!

 

사기꾼이라니까요!

 

뭐라고?

 

가짜 점쟁이예요!

 

세상에 그런 게
어딨어요!

 

너 미쳤니?

 

여태 군소리 없이
믿어줬잖아

 

기분 상할까봐 그랬죠

 

엄마 낙담할까봐!

 

뻔뻔한 사기꾼에 불과해요!

 

로이와 똑같구나

 

그래, 너도
이혼해서 힘들겠지

 

제발 빌려주세요

 

안 돼

 

크리스털이 아니랬어

 

이런 멍청한!
바보 천치 머저리!

 

모르겠어요?
그저 감언이설로

 

돈 뜯어내는 거예요!

 

지금 돈을 해주면

 

너도 나처럼
불행해진댔어

 

단단히 속았군요!

 

꼭 필요하단 말예요!

 

다 너를 위해서야

 

크리스털 예언은 정확해

 

이봐, 헨리
장난치지 말고 일어나

 

같이 포커치고 그래야지

 

아가씨 하나
소개시켜준대도?

 

앞니도 너 좋아하는
뻐드렁니야

 

우리 얘기 들리지?

 

들리는 거 알아

 

들리면 손가락 까딱해봐

 

주먹을 쥐던가

 

눈이라도 깜박여봐
응?

 

로이가 책을 냈어

 

북아일랜드에 사는
포르노작가 얘기래

 

읽어보고 싶지?
벌써 베스트셀러야

 

깜박였어

 

잘못 봤나?

 

들리면 두 번
깜박여볼래?

 

희망적이라더니만
말 걸어봐, 로이

 

들리면 깜박여봐
알아듣겠어?

 

살짝 깜박였어
더해봐! 맞지?

 

- 알아들었단 거야
- 그러게

 

신경과 의사가
뇌손상은 경미하댔어

 

회복을 장담한단 거지

 

놀라운데

 

로이, 시간 되면

 

신작 좀 가져와서
읽어줘

 

- 헨리
- 내가 깨어난댔지?

 

- 헨리!
- 더 깜박여봐!

 

클레어와 접촉해서
물어봤더니

 

괜찮대요

 

재혼을 허락한 거죠

 

그래요?

 

두들기는 소리로
좋다고 신호했어요

 

아량이 넓다더니만

 

왕족으로 태어났어야 되는데

 

삶이 반복된다는 건
큰 위안이죠

 

앨피도 깨닫는다면
행복할 텐데

 

그럼요

 

시끌벅적한 얘기를
마무리할 때가 됐다

 

인생에 드리워진
불확실성과 고통을

 

우린 어떻게
극복해야 될까?

 

샐리가 로이에게 말했듯

 

효과만 있다면
미신에 기대도 좋다

 

나는 평범한 농부였고

 

당신은 고귀한 신분이었죠

 

불현듯 당신의
전생이 보였어요

 

클레오파트라나
잔다르크쯤?

 

크리스털도 전생의 제가

 

유독 불어에 관심을
보였다고 했죠

 

잔다르크라는 말씀
일리가 있어요

 

가끔 전생의
기억이 아른거려요

 

당신도?

 

저도 그래요

 

프랑스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