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와 실라의 대모험 (Arctic Tale, 2007)

사람들이 사는 세상 저 위쪽에는

 

아주 오래된 왕국이 하나 있다

 

사람들은 그냥
얼음덩어리라고 생각하지만

 

차가운 얼음 위에서
사는 동물들에게는

 

그곳이 바로 지상낙원이다

 

아주 깊고 포근한 얼음 굴에서

 

어린 생명이 막
기지개를 펴기 시작한다

 

몇 주 동안을 어둠 속에서
지냈기 때문에

 

쏟아지는 빛이 신기하다

 

저 바깥에는 뭐가 있을까?

 

호기심 가득한 눈망울로
생전 처음 빛을 따라가기 시작한다

 

나누는 북극에 사는

 

새끼 북극 곰이다

 

나누에게 굴 밖의 세상은...

 

마치 새하얀 솜이불이
펼쳐진 것 같을 것이다

 

이곳은 지구상
어디와도 전혀 다른

 

세상의 바로 꼭대기에 있는
웅장한 왕국이다

 

얼음의 왕국

 

여기 세상 구경이
처음인 녀석이 또 하나 있다

 

파란 얼음 바다를 헤엄쳐 다니는

 

실라는 바다코끼리다

 

태어난 지 겨우 몇 시간

 

어린 새끼 곰과 마찬가지로

 

처음 보는 세상이 너무나 궁금하다

 

모든 갓태어난 것들이 그렇듯
앞으로 배워야만 할 게 아주 많다

 

북극의 나누와 실라에게는

 

주변을 둘러싼 얼음이
요람이다

 

그러나 얼음 왕국이 변하고 있다

 

그들은 한 번도 없었던
새로운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이제 모험이 시작된다

 

나누와 실라의 대모험

 

눈 덮인 산에서부터
봄은 찾아온다

 

나누의 어미는
비좁은 동굴에서 지냈다

 

출산을 위해 물과 음식 없이
6개월을 지낸 것이다

 

추위와 어둠 속 생활의 산물이
바로 나누와 그 동생이다

 

오늘은 영하 20도
살을 에는 추위다

 

하지만 북극 곰에게는 좋은 날씨다

 

나누는 굴을 떠나는 게
좀 아쉬운 모양이다

 

하지만 엄마 곰이 부르자
최선을 다해 뛰어 간다

 

나누는 장난을 좋아하지만

 

동생은 조금 소심하다

 

나누는 언제든
장난칠 준비가 되어 있다

 

앞으로 많은 고난이 닥칠 것이다

 

이곳에서 생존하려면

나누와 동생에게는
3년 정도의 교육이 필요하다

 

하지만 기지개를 펴는 데는
하루면 충분하다

 

교육은 내일부터 시작이다

 

설산에서 해수면까지
50킬로미터 정도까지가

 

단단하게 얼어있다

 

그 너머가 실라가 태어난 곳으로

 

미로 같은 유빙이
안전을 보장해 준다

 

어미 바다코끼리는 새로
태어난 자식을 극진히 보살핀다

 

각자 수염을 이용해서
서로의 얼굴을 익히는데

 

실라는 두 번째 얼굴도
익혀야 한다

 

실라의 울음소리를
기다리고 있는 이모가 두 번째다

 

이모는 든든한
바람막이가 될 것이다

 

새끼가 자립할 때까지

 

3년 정도 걸리는데

 

지금부터 시작이다

 

첫 수업은 물 밖으로 나오기다

 

실라가 실패한다면
동사나 익사를 할지도 모른다

 

이모는 다른 위협을
경계하고 있고

 

실라의 어미는
찬찬히 방법을 보여준다

 

문제는...

 

뒤집기가 너무 재미있다는 거다

 

어미가 40킬로짜리 새끼에게
재촉을 해보지만

 

실라 스스로
방법을 익혀야만 한다

 

이 작은 친구에게
3년은 너무 길게 느껴질 것이다

 

이모는 무엇을 해야 할지 궁금하다

 

설산에서는 나누의 동생 때문에
여행 출발이 늦춰지고 있다

 

나누의 어미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너무 배가 고프기 때문이다

 

먹을 것을 찾는 유일한 방법은

 

사냥터인 얼음바다를
뒤지는 것이다

 

그래서 북극곰들은
유랑생활을 시작했다

 

태어난 곳을 뒤로 하고 떠나는 것은

 

미지의 모험을 향해 가는 것이다

 

곧 작은 추적자가 따라 붙었고

 

나누의 어미는
걱정스런 표시를 발견했다

 

이곳에서 그녀를 위협할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의 발자국이었다

 

수컷 북극곰

 

어미는 새끼들이 당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수컷은 다른 뭔가에
더 관심이 있었다

 

멀리서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
냄새를 맡았기 때문이다

 

새끼 바다코끼리였다

 

얼핏 봐도 실라는
쉬운 사냥감으로 보인다

 

이모가 위험을 감지했다

 

그리고 곰이 다가가자
그를 막기 위해 달렸다

 

곰이 강력하지만
바다코끼리보다 무게가 반인데다

물 안에서는 이길 수 없다

 

곰의 패배다

 

방금...

 

실라는 엄청나게
운이 좋았던 것이다

 

암컷 바다코끼리는
자주 출산을 할 수 없다

 

그래서 실라는 엄마와 이모에게는
정말 소중한 존재인 것이다

 

바다코끼리는 모여 살진 않지만
모두 친척 관계이다

 

그것도 굉장히 가까우면서

 

서로 도와도 주고
일에 참견도 하는...

 

사촌, 할머니, 할아버지 등등...

 

하지만 무서운 삼촌은 없다

 

멀지 않은 곳에 사는
사촌격인 얼룩큰점박이 바다표범은

 

얼음에 숨쉬는 구멍을
여러 개 뚫어놓는데

 

이것은 바다와 얼음 위를
이어주는 은밀한 통로이다

 

문제는 간혹 맹수가 위에서
기다리고 있어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갈매기가 쳐다보는 것쯤은 괜찮다

 

얼룩큰점박이 바다표범은
북극곰이 가장 좋아하는 먹이다

 

사실, 나누의 어미가 지금
사냥하려는 것도 바다표범이다

 

나누와 동생이 따라가고

 

그 뒤를 작은 북극 여우가 따른다

 

곰을 피하는 얼룩큰점박이
바다표범의 가장 큰 아군은

 

얼음이다

 

얼음아래 동굴로 숨어서

 

곰이 찾지 못하길 바라지만

 

곰은 10미터 얼음 아래의
냄새도 맡을 수 있다

 

나누는 방금...

 

얼음 왕국에서 음식을 구하기
힘들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열에 아홉 실패를 경험하지만

 

어미는 새끼 때문에라도
포기할 수는 없다

 

6개월 만의 첫 식사는
엄마를 기운 나게 하고

 

새끼들을 위한 젖이 된다

 

찌꺼기는 떠돌이 여우의 몫이다

 

어미 곰과 달리 바다코끼리는
혼자 사냥하는 일이 드물다

 

하나가 배 고프면

 

무리 전체가 사냥을 한다

 

각자 임무대로 움직이는 것이다

 

이번이 실라에겐
첫 번째 사냥이다

 

3일 이상 사냥해야 하기 때문에
체력이 많이 필요할 것이다

 

이들은 눈 여겨둔 곳에서
무리를 지어 사냥을 한다

 

바다코끼리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이곳이 전장이다

 

그렇다면 먹이는?

 

대합조개다

 

바다코끼리 한 마리는 한 끼에
4천개의 조개를 먹을 수도 있다

 

실라만 할 때는 조개를 다루는
방법을 익힐 때다

 

수염으로 만지며 코를 킁킁대다

 

한 번에 숨을 뿜어 열고는
살을 빨아먹는다

 

그보다 먼저...

 

미끈거리는 조개를
잘 잡아야 한다

 

혼란 속에서 몇몇은 뛰고

 

심지어 몇몇은 날아서 도망친다

 

조개를 전부 잡아먹어서는 안 된다

 

어느 정도 남겨둬야 5년 후에
무리가 다시 왔을 때 가득할 것이다

 

3일간의 조개 잔치 후에

 

무리가 모여서 하는 행동은
소화를 시키는 습관이다

 

이것이 4천개의 조개를
먹은 결과인 것이다

 

봄이 끝나갈 즈음...

 

나누의 가족과 다른 곰들 또한
파티를 즐기고 있다

 

바다표범 사냥으로
배를 채운 것이다

 

북극에서는 배가 부르다는 건
축복받은 일이다

 

예로부터 북극에서
북극곰에게 풍요로운 시절은

여름이 되면서 사라지게 된다

곰에게는 금식기간이다

 

따뜻해지면서 얼음이 갈라져
사냥터가 사라지는 것이다

 

태양이 하루 종일
깊고 어두운 바다를 비춘다

 

마치 마법이라도 부린 듯 하다

 

개체수의 증가로 북쪽 멀리까지
배고픈 바다 생물이 모여든다

 

오래 전부터, 여름은 항상
얼음 땅을 작게 만든다

 

그러나 추위는 가을과 함께 찾아와

 

얼음은 급속히 해변을 덮고
천천히 바다 쪽으로 커져간다

 

금식기간을 끝낼 준비가 됐다

 

북극곰 가족은 얼음바다가
다시 사냥터가 되길 기다린다

 

이젠 바다표범 사냥을 연습할 때다

 

어미가 자식들에게
기술을 가르쳐준다

 

잘하고 있는 것 같다

 

천천히 자식들의 강인함을 키워준다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나누는 잘 따라 하는 것 같지만

 

동생은 주의가 산만해 보인다

 

드디어 때가 왔다

 

밤이 길어져 겨울이 돌아오면

 

사냥하기 충분할 정도로
바다얼음이 단단해진다

 

이때쯤 곰들은 배가 고프다

 

하지만 올해는 뭔가 좀 이상하다

 

얼음이 전혀 단단하지 않은 것이다

 

어미에게도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

 

곰들은 돌아가서 얼음이
두꺼워지길 기다려야 하고

 

그때까지 계속 굶주려야 할 것이다

 

실라의 가족 역시
단단한 얼음을 찾고 있다

 

몇 주가 지났고

 

얼음 왕국의 동물들은
조상들의 생존방식이

 

시험 받게 된다는 것을 몰랐다

 

바다와 그 위의 공기도
과거보다 따뜻해졌다

 

얼음이 다시 모양을 갖추고는 있다

 

하지만 이곳이 예전처럼 되려면

 

석 달은 더 걸리게 된다

 

얼음왕국은 다시 정상이 됐지만

 

출산을 위한 굴을 파기엔
눈이 너무 적게 와서

 

얼룩큰점박이 바다표범은
얼음 위에 노출됐다

 

오히려 빤히 보고 있는 게
더 잡기 힘들다

 

숨어있는 먹이를 잡는데 익숙한

 

북극곰에게 이것은 새로운 도전이다

 

어떻게 자기가 오는 걸
뻔히 보고 있는데 놀래킬 수 있을까?

 

완전한 실패다

 

나누는 어미가
왜 실패했는지 상기시킨다

 

어미 곰은 새들이 있는 곳에
먹을 것이 있다는 걸 알고

 

새들을 따라간다

 

먹이는 가까운 곳에 있지만

 

그것을 차지하려면
먹이의 주인을 지나쳐야 한다

 

수컷 곰이다

 

그들은 배고픔에 지쳐
엄청난 위기를 감수한다

 

간신히 목숨은 건졌지만
배고픔은 더해졌고

 

이젠 새로운 위험까지 닥쳤다

 

북극 눈보라

 

엄청난 폭풍은
예전보다 더 광폭해져서

 

딱딱한 얼음에 튕겨
해안가에 부딪힌다

 

바다코끼리 무리는 폭풍을 피해
바다 깊숙히 달아난다

 

5미터짜리 파도에도
같이 뭉쳐서 버텨야 하는데

 

강한 파도 때문에 실라는
무리에서 떨어져 나왔다

 

어미와 이모가
필사적으로 찾아 헤매지만

 

아무 데서도 보이지 않는다

 

땅 위는 영하 40도까지 떨어지고

 

바람은 시속 100킬로미터로 분다

 

폭풍은 살인적이다

 

동생 곰 많이 힘들다

 

생전 처음 어미의 치마폭을 벗어났다

 

어미가 그를 계속 재촉한다

 

아이도 따르고 싶었지만

 

못 먹어서 너무 약해졌다

 

나누와 어미가 그를 끌어안고
체온을 서로 나눠보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는 점점 힘들어 한다

 

그러다...

 

세상을 떠났다

 

나누와 어미는 한참을 머물렀지만

 

결국 떠나야만 했다

 

바다에서는 어미와 이모가
여전히 실라를 찾고 있다

 

가시범위 저 너머에서

 

실라는 간신히
명을 부지하고 있지만

 

오래 버티긴 힘들 것이다

 

점점 기운이 떨어진다

 

무리가 모두 실라를 찾길 희망하고

 

어미와 이모도 포기하지 않는다

 

세찬 파도를 따라
전보다 더 멀리 나갔고

 

영영 잃어버린 줄 알았던 아이는

 

기다리던 어른들의 품으로
간신히 돌아왔다

 

얼음 왕국에서의
두 번째 봄이 지날 때 쯤

 

얼음 밑에서는
이상한 음악 소리가 들린다

 

바다코끼리는 두 살이 되면
엄니가 보이기 시작한다

 

실라에게도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바다코끼리의 사랑노랜데

 

젊은 수컷이 내는 복잡한 노래로

 

완벽하게 해내려면 몇 년 걸린다

 

노래를 들을만한 아가씨가 되려면

 

좀더 자신을 가꿔야 할 것이다

 

나누는 제법 자랐지만

 

2살이 되어도
여전히 어미에 의존적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어미는 저 멀리 떨어져 있다

 

변화된 환경이 어미로 하여금
좀더 일찍 뭔가를 하게 만든 것이다

 

나누는 어미의 두 눈에서
전에는 본 적 없는 무언가를 읽었다

 

그러고는 더 이상 어미와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더 이상 어미가 둘의 먹이를
댈 수 없었던 것이다

 

생존하기 위해서

 

어미는 나누를 떠나야만 했다

 

헤어짐이 나누에게
이제껏 겪은 가장 힘든 일이지만

 

그건 어미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더 이상 아이를 보호할 수도 없었고

 

나누가 사냥하는 것을
볼 수도 없었다

 

아마도 이것이 마지막일 것이다

 

겨우 두 살배기 나누는
이렇게 독립을 했다

 

완전한 독립은 아니지만...

 

생각보다 일찍 북극에 봄이 왔다

 

사냥터는 녹아버리고

 

더 이상 바다표범도 없다

 

그래서 나누는
살던 곳 너머로 향했다

 

새로운 먹이를 기대하면서...

 

별 건 없다

 

큰부리 바다 오리는
첨 보는 것이고

 

한 입 거리도 안되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뭐든 해봐야 한다

 

나누는 새들이 모여있는 곳에

 

물고기가 있다는 걸 발견했지만

 

기회는 없다

 

하늘 대신 바닷속을
날아다니는 새는 뭘까?

 

더 이상한 것도 있다

 

생전 첨 보는 동물들

 

나누는 우연히
일각고래와 마주쳤다

 

바다의 유니콘

 

상아같이 뾰족하고 무늬가
있는 뿔은 상당히 예민해서

 

공기와 바다의 냄새는 물론

 

온도와 기상까지도 알 수 있다

 

이들은 미아처럼
북극 바다를 배회하며

 

시절이 바뀌는 것을
조용히 관망하며 버티고 있다

 

예전과 달리 북극의 얼음은
너무 일찍 잘게 부서졌다

 

사냥은 불가능하다

 

나누와 달리
북극 여우는 수영을 못한다

 

얼음이 녹아 곤경에 빠진
여우는 나누와 작별해야만 할 것이다

 

나누도 위기에 봉착했다

 

얼음 조각 위에
서있긴 첨인데다

 

이렇게 배고프기도 처음이다

 

어미에게 받은 훈련은

 

전혀 도움이 안 됐다

 

저 멀리 바다에 바다코끼리 무리가
조그만 얼음조각에 걸쳐있다

 

비좁은 상황에선
짜증도 심해지는 법

 

실라에게 이렇게나 얼음사정이
안 좋은 해는 처음이다

 

어른들에게도 마찬가지

 

결국...

 

하나가 방아쇠를 당기듯
작아진 얼음을 포기하면서

 

다들 새로운 터전을 찾아 떠났지만

 

곰 때문에 가까운 설산 근처의
해안에는 갈 수 없다

 

그저 넓은 바다에서
기회를 찾으려 한다

 

안전하게 지낼 수 있을
먼 섬을 향해

 

밤낮없이 일주일 동안
320여킬로미터를 가야 할 것이다

 

부서진 얼음 대륙의 뒤편...

 

나누의 세상이 뒤집어진다

 

먹을 것도 없는 얼음판 위에서
더 버텨야만 할 것인가?

 

아니면 먹이 냄새를 따라
바다로 나갈 것인가?

 

이제 결정의 시간

 

성급하지 않고

 

강한 것만이 생존할 것이다

 

모든 걸 감수해야 한다

 

마침내 바다 멀리
안전지대에 도착했다

 

바위 섬

 

무리는 지쳤지만

 

쉴 수 있으려면

 

위로 올라갈 곳을 찾아야만 한다

 

실라는 너무 지쳐
꼼짝도 할 수 없다

 

밖으로 나오는 것부터가 문제다

 

가파른 바위를 오르는 건
유빙에 오르는 것보다 힘들다

 

단지 물갈퀴의 힘만 이용해서

 

1톤이나 되는 몸을 올려야 한다

 

조개 섭취량을
좀 줄여야 할지도 모르겠다

 

바다코끼리보다 먼저 도착한
이들이 누군지 안다면

아마도 깊은 잠은
잘 수 없을 것이다

 

수컷 곰과

 

그 근처에

 

여름 위장 색을 한
여우가 있다

 

바위 섬에서

 

여우는 더 이상 찌꺼기를 먹지 않는다

 

풍부한 양의
바다 오리새끼가 있으니까

 

도망갈 곳은 없다

 

너무 어려서 날 수도 없다

 

꼼짝없이 당할 수 밖에...

 

어미가 뭔가를 일러준다

 

자신 있는 도약은
다른 무리를 고취시켰다

 

새끼는 바다에서 피난처를 찾았다

 

조금 남은 얼음 조각이 떠다닌다

 

나누는 며칠 동안 헤엄쳐 왔다

 

너무 지쳐 익사할 지경이었다

 

이 작은 얼음이
목숨을 살린 것이다

 

태양은 바위섬 위에 작렬한다

 

기온은 영상으로 올라가고

 

따뜻함은 가려움증을 유발한다

 

가려울 땐 긁어줘야 한다

 

어디건, 어떻게든...

 

실라는 혼자 긁다가

 

무리를 벗어난다

 

잠시 만이라도...

 

바다코끼리가 산을 오른다는 건
상상하기 힘들지만

 

실라는 계속 나아간다

 

이모는 실라가
혼자 올라가는 걸 보고

 

뒤를 따라 갔다

 

최선을 다해 쫓아갔지만...

 

갑자기 실라가 사라졌다

 

이모는 아무런 소리도 못 들었고

 

실라는 이상하게 조용했는데

 

겁에 질려서였기 때문이다

 

좁은 돌부리에 걸려서
꼼짝도 못하고 있고

 

그걸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

 

수컷 곰이 공격을 위해
접근하고 있고

 

실라는 필사적으로 움직인다

 

상처가 났겠지만 살아남았다

 

이제는 다른 이들에게
경고를 해주기 위해 달린다

 

이모가 마지막으로 섬을 떠난다

 

실라는 어미와 만났고

 

이모가 대열에 합류했다

 

곰은 때를 기다리고

 

무리는 이제 갈 곳이 없다

 

바다코끼리는 바위 섬의
다른 쪽으로 후퇴했고

 

얼음이 사라져서 이곳에 온
다른 무리와 합류했다

 

환경의 변화는 취약하고

 

절망적이고 굶주리게 만들었다

 

나누는 바위 섬의
물이 얕은 쪽에 도착했는데

 

바다에서의 정말 긴 일주일이었다

 

최근 하루 동안은 바람에 실려온
먹이 냄새에 기운을 얻었다

 

하지만 여기에
얼룩큰점박이 바다표범은 없다

 

나누는 이런 큰 바다코끼리를
사냥해 본 적은 없다

 

큰 것은 자신보다
세배는 무거운데다

 

단검처럼 날카로운 이빨도 있다

 

아마 약하거나 작은 놈은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배고픔으로 발걸음을
재촉해 보지만

 

나누는 아직 너무 어리고
덩치도 작다

 

그녀에게 마지막 기회였던 것
같아 보인다

 

이렇게 하다간
굶어 죽을 수밖에 없다

 

반면 늙은 수컷 곰은
바다로부터 공격을 감행한다

 

무리가 의심 없이
졸고 있는 동안 움직여서

 

바람이 부는 쪽으로 접근해

 

들키지 않고
미끄러져 들어간다

 

실라는 이모 뒤에서
물 쪽으로 갔지만

곰은 실라를 잡았고

 

이모는 주저하지 않았다

 

어린 조카를 구하기 위해 달렸고

 

덕분에 실라는
바다로 도망칠 수 있었다

 

헌신적인 사랑의 결과
이모는 희생되었다

 

실라는 기다리지만

 

이모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한편, 나누는 점점 약해졌다

 

먹을 것 없이는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다

 

수컷 곰은 음식을
나눠먹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죽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젠 어미가
가르쳐준 대로 강해져야 할 때다

 

굴하지 않고...

 

먹이를 뺏던가
죽임을 당할 것이다

 

잘 버텼고...

 

계속 버틸 것이다

 

먹는 것을 허락할 때까지...

 

하나의 죽음은
많은 생명을 유지시킨다

 

그 후 4년 동안

 

나누와 실라는
바다 얼음이 너무 빨리 녹아서

 

이 바위섬으로 왔다

 

점점 따뜻해져서

 

북극은 더욱 살기 힘들어졌다

 

오래된 자연의 질서는 붕괴되고

 

점점 얼음 왕국은 녹고 있으며

 

그 땅의 주인은

 

떠돌이가 됐다

 

북극 전체에서

 

동물들은 얼음이 얼기만을
계속 기다리고 기다린다

 

오랜 기다림 끝에
늙은 바다코끼리 한 마리가

멀리 얼음과
추위의 냄새를 맡았다

 

이제 집에 돌아갈 시간이다

 

나누도 고향인
얼음 왕국으로 향한다

 

8살의 봄

 

새로운 기쁨이 더해졌다

 

여태껏 수컷을 피하기만 했는데

 

이젠 스스로 관심이 간다

 

이렇게 형성되는 공감대는

 

점점 사라지는 세상에
특히 중요한 것이다

 

그 해 말쯤 본능적으로
나누는 설산을 향한다

 

아기 곰이었을 때 이후로 처음

떠돌아 다니기를 그만두고
은밀한 굴에서 따뜻함을 만끽하며

 

얼음과 눈을 담요 삼아
겨울을 보낸다

 

한편, 실라의 엄니는
아주 잘 자랐고

 

수컷들은 구애가 한창이다

 

왜 그러는지는 잘 알 것이다

 

나이든 수컷에게는
관심이 없다

 

평범해 보이지만

 

다른 암컷들과는 틀리다

 

실라는 뭔가 특별하다

 

수컷의 입장에서는

 

좀...

 

자극적이랄까...

 

수컷은 50시간이나
쉬지않고 노래 부를 수 있는데

 

이들 중 하나가 선택될 것이다

 

열정적인 누군가의 노래가
그녀의 마음을 움직일 것이다

 

나누가 태어난 설산에서

 

기적이 일어났다

 

아들이 태어난 것이다

 

여름이 왔을 때
실라도 기적을 만들었다

 

새 아이, 새 어미

 

새 이모

 

이 특별한 곳 어디에서건

 

북극의 생명체는
각자의 길을 간다

 

수천 년간 해왔던 대로...

 

그들의 숙명은

 

얼음의 순환에 영원히 달려있다

 

왕국을 유지하는 추위에
그들의 생명이 달려있다

 

얼음이 사라진다면
아이들은 어떻게 될까?

 

우리는 어떻게 될까?

 

지난 수십 년간 북극의 여름에
얼음은 20%가 줄었다

 

이 추세면 2040년 여름이면 사실상
북극해에 얼음은 없어질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