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bange 2.0 - (C) Breadu Soft 2002

 

              나까야마 미호

 

              도요카와 에츄시

 

러브 레터

 

              BUNJAKU HAN

 

            Katsuyuki Shinohara

 

              사카이 미키
              카시와바라 다카시

 

              스즈키 케이치
              Sansei Shiomi

 

              나카무라 쿠미
              스즈키 란란

 

              MARIKO KAGA

 

              무라카미 코이치

 

             시게마루 하지메
             호리구치 주이치

 

          기획: Chiaki Matsushita
                Shuji Abe

 

      제작: Jiro Komaki,Tomoki Ikeda
          나가사와 마사히코

 

              Ass-PD
             Shinta Kawai

 

            촬영 : 시노다 노보루

 

            조명 : 나카무라 유키

 

          미술 : Terumi Hosoishi

 

              음악 : 레미디오스

 

          각본/감독 : 이와이 슌지

 

오늘 바쁘신 와중에
아들 이쯔끼의 3주기 추도식에

 

많은분들이 와 주신것에 대해
진심으로감사드립니다

 

이쯔끼를 사랑해 주신 분들 그리고
여러모로 보살펴 주신 분들이 와주셔서

 

이즈끼도 아마 무척이나
기뻐하고 있을겁니다

 

추우신데, 따뜻한 차가
준비되어 있으니까요, 드세요

 

정종입니다

 

와, 맛있군요...

 

사실, 이런 날엔 술을
마셔야 하는데 말야!

 

야쓰요!

 

"기꾸"술 어디 있어?

 

나중에 실컷 마실 거 아녜요?

 

괜찮아. 지금 마셔도

 

히로코!

 

아끼바씨하고 친구들이 잘 말해 달랬어

 

오늘 참석하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응...

 

선배님들은 오늘 근심중이래

 

근신?

 

아직까지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모양이야

 

아끼바씨 같은 경우엔
그 후로 산에도 안 가잖아

 

선배들에겐 그 사고가
아직도 어제 일 같을 거야

모두 여기 모여주세요.

 

카메라맨 등장이군!

 

사실을 말하자면...

 

아끼바씨일행. 오늘 밤
몰래 성묘하러 들린다고 했어

 

히로꼬양. 미안하지만,
집에 가는 길에

 

집사람 좀 데려다 주면 안될까?

 

갑자기 머리가 아프다고 난리야!

그냥 놔둬..!

 

아야.아파..
그렇게 내동댕이 칠 필요가 없잖아

 

히로꼬양이랬죠?!

 

하네오씨. 벌써 취했어요!

 

힘들겠군..

 

'기꾸'술 한병을 혼자 비웠어요.

 

히로꼬양!

 

히로꼬, 신경쓰지 말고 어서 가세요

 

아저씨가 오늘 힘드셨을거예요

 

바쁜 척 하고 있는것 뿐이야

 

오늘 밤엔 밤새도록 흥청망청 술을 마실걸...

 

너무 슬픈 내색하지 않아도 이상할테니까

 

괜히 바쁘게 움직이는 거야.
추도식 핑계되고 술이나

실컷 마실 속셈을 누가 모를 줄 알고

 

아줌마, 아픈건 괜찮으세요?

 

응?

아! 그거 꾀병이야

 

왜 그래

 

아뇨,사람들은 제각기
여러가지일을 꾸미는 것 같아서요

 

그래도, 내 꾀병은 귀엽잖아!

 

아끼바씨일행도 뭔가 꾸미나 봐요

 

요즘은 놀러 오지도 않고...

 

가끔은... 얼굴 좀 보고 살자

 

죄송합니다

 

장식하다 관뒀어

 

추도식 준비도 해야 했고

 

좀 귀찮아졌거든

 

요즘 통 이 방에 들어오질 않아서

 

먼지가 많구나, 미안해..

 

히로꼬

 

이거 볼래?

 

졸업앨범이네요

 

오타루에 사셨어요?

 

그랬지

 

어디쯤이에요?

 

어디였더라...

 

이젠 없어졌어
국도를 낸다고 헐었대

 

그렇군요

 

여기있네

 

졸업 전에 전학했거든

 

별로 안 변했네요

 

지금보니 왠지
불길한 사진 같구나

 

케이크 먹을래 ?

 

괜찮아요

 

유명한 빵집 건데?

 

그럼 주세요

 

후지이 이츠키...

 

후지이..

 

있다!

 

 

 

 

 

무슨일을 꾸미지?

 

선배들 말이야

 

야간 습격 한대요

 

야간습격 ?

 

밤에 성묘하러 갈 거래요

 

이츠키는 밤에도
못 자겠구나

 

<오타루> 고베에서 먼 북쪽도시

 

이츠키 아냐
웬일이야?

 

쉬는 날이야?

 

감기 걸렸어

 

그래?
이번 감기는 독하대

 

누구랑 똑같네

 

영화표가 생겼는데
같이갈래? 토요일 어때?

 

안가

 

일요일은?

 

얼어죽겠네

 

너 좋을때
언제라도 좋아

 

난 싫어!

 

이츠키

 

이츠키, 잠깐...편지..

 

이츠키!

 

이츠키, 편지 가져가

 

이츠키!

 

뭐야?

 

편지를 떨어 뜨렸어

 

러브레터 ?

 

이츠키!

 

다음주는 어때?

 

와타나베 히로코?

 

누구지?

 

후지이 이츠키 님
잘 지내셨어요?

 

전 잘지내요
와타나베 히로코가

 

이게 뭐야?

 

무슨 편지라고?

 

불행의 편지냐?

 

그런것 같진 않은데...

 

아버님! 진지 드세요

 

고베에 사는 와타나베라
엄마는 혹시 알겠어요?

 

와타나베?

 

이거 봐요

 

네가 잊은 거 아니니?

 

아뇨, 들어본 적도 없어요

 

와타나베 히로코
이상하군

 

이상하죠, 할아버지?

 

어디보자

 

고베엔 아는 사람이 없는걸

 

또 모르지

 

너 병원에 안가?

 

병원 갈 정도는 아녜요

 

그건 초기 감기약이야

 

내일은 출근할 수 있지?

 

아니면 병원에 가라

 

이츠키, 좀 보여다오

 

병원에 갈 바에야
출근해서 일하겠다

 

저번에 결혼한
친구 아냐?

 

결혼해서 성이
바뀌었겠지

 

그렇지?

 

그건...엔도씨인걸요

 

휴지

 

휴지!

 

와타나베 히로코

 

도대체 누구야!

 

와타나베 히로코님

 

와타나베 히로코님

 

저도 잘 지내요

 

감기 기운이 좀 있지만

 

후지이 이츠키님

 

감기는 좀 어떠세요?

 

약먹고 빨리
건강해 지세요

 

와타나베 히로코가

 

선생님, 먼저 갈게요

 

조심해서 가라

 

히로코씨, 갈게요

 

무사히 잘 치렀니?

 

추모식 말이야

 

뭐 그럭저럭...

 

그럭저럭?

 

그냥 그랬지 뭐

 

좋은 일이라도 있나봐?

 

왜?

 

얼굴에 써 있는데

 

그래?

 

뭐?

 

뭐라니, 내가 할 말이야

 

이츠키의 어머니가
졸업앨범을 보여 주셨어

 

졸업앨범?

 

중학교때꺼 ,
오타루에 살았대

 

졸업앨범 뒤에
주소록이 이었는데

 

그의 주소도 있더라

 

그야 당연하지

 

국도를 만드느라
집을 헐었대

 

그럼 지금은
없는 주소겠지?

 

그렇겠네

 

그 주소로
편지를 보냈어

 

이츠키 앞으로 말이야

 

가지도 않을텐데

 

그러니까 보내 봤지

 

천국으로 보낸거야

 

별 쓸데없는 짓을
다 하는구나

 

그런데 말이야...

 

답장이 왔어

 

천국에서?

 

그럴리가

 

와타나베 히로코 님
저도 잘 지내요

 

신기하지 ?

 

감기 기운이 좀 있지만
후지이 이츠키가

 

누가 이런 장난을?

 

장난일지 몰라도
실은 좀 기뻐

 

역시 그렇구나

 

아직 이츠키를
못잊는군

 

편지까지 보내고

 

선배는 벌써 잊었어?

 

그렇단 말은 아냐

 

그런데
우린 대체 뭐야?

 

응?

 

뭐냐고

 

히로코

 

진지하게 하는 말이야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는디요

 

곤란할 때마다
사투리로 넘기는군

 

웬일이야?

 

두고 간 게 있어서요

 

뭔데?

 

그냥 갈게요

 

들켜버렸네

 

어쩌지?

 

할 수 없지, 뭐

 

다 들켰으니
기정사실이 된 거네

 

성묘 갔을 때
후지이한테 빌었어

 

너와 결혼 하게 해 달라고

 

이제 그만 후지이를
자유롭게 해줘

 

너도 자유로워지고

 

후지이 이츠키님

 

오늘 집에 사는 언덕길에서
벚꽃 봉오리를 봤습니다

 

여긴 벌써 봄이 오려 한답니다
<와타나베 히로코>

 

감이 이상해

 

'카지모토지로'의
시에 나오잖아

 

벚꽃나무 아래 묻힌 시체

 

'사카구치'의 글에도...

 

벚꽃이 만개할 때 죽다

 

역기 뭔가 있어

 

벚꽃 하면
죽음이 떠오르잖아

 

그렇긴 해

 

알수없는 편지에
감기약에 벚꽃과 봄 얘기라..

 

살짝 맛이 갔나봐

 

나 어쩜 좋아?

 

이런 사람은 끝까지
편지를 보내 올걸

 

끝까지

 

영원히 말이야

 

와타나베 히로코님

 

당신은 대체 누구세요?

 

제발 사실대로 말해 주세요

 

웃긴 사람이네
이츠키인 척한게 누군데

 

진짜면 어떡하지?

 

진짜긴 뭐가?

 

잘 모르지만

 

그런데 좀 이상하군
어떻게 편지를 받는 거지?

 

뭐라고?

 

없는 주소라며?

 

국도가 됐다던데

 

그런데 편지가 잘 가잖아

 

국도위에
사는 사람인가?

 

설마

 

그럼 뭐야?

 

어떻게 된 거지?

 

국도에 산다고 해도
말이 안 돼

 

만약에 말이야

 

국도 중앙분리대에
집이 있다고 해도

 

이상한 일이다

 

들어봐

 

만약 도로에 살아도

 

우체부가 편지를
갖다 줄 리가 없잖아

 

 

이유는?

 

국도에 사는 건
불법이니까

 

틀렸어!
그건 말이 안돼

 

만약 국도가 생기지
않았다고 하자

 

후지이의 집이
그대로 있단 말이지

 

새 주인이 살면 우체부가
편지를 전해 줄까?

 

그럼 가능하겠네

 

땡!

 

그래도 안돼

 

왜?

 

전해질 리가 없지
문패가 다른걸

 

우체부가 주소만 보고
문패가 다른집에 편지를 넣겠어 ?

 

그렇구나

 

국도라도 마찬가지지

 

국도 위에 집이 있어도 야마다씨
집이면 편지는 배달이 안돼

 

즉 이름이 다른 이상
편지는 절대 안 간다구

 

진짜 후지이가 있는건가?

 

그러니까...

 

후지이란 사람이 없다면
편지는 배달이 안 되는데

 

그럼 정말...

 

잠깐

 

알 것도 같아

 

아닌가...

 

뭐라고?

 

역시 정말 그가
보낸 건가 봐

 

그래야 논리적으로 맞지

 

논리적이라니 말도 안돼

 

꿈은 꿀수 있잖아

 

꿈같은 소리 하지 마

 

그럼 그렇게 믿자

 

그렇게 믿자고?
믿을게 따로 있지

 

좋아, 그러시지
넌 그렇게 생각해

 

난 나대로 진실을
밝혀내고 말겠어

 

그 편지 이리내

 

중요한 증거물이니까

 

당신이 진짜
후지이 이츠키라면

 

증거를 보내 주세요

 

시비 거는 건가?
먼저 편지 보낸게 누군데

 

보내 보면 어때?

 

뭘 보내?

 

증거말이야

 

어떤 증거 ?

 

주민증 사본 같은거

 

내가 왜 그걸
보내야 하니?

 

의료보험증은 어때?

 

이제 신경 끄기로 했어

 

편지가 계속와도
상대 안 할래

 

이츠키

 

가짜 취급을 받는대도
참겠단 말이지?

 

이런

 

지명수배 전단 같아

 

이거 걸작인데!

 

후지이 이츠키가
진짜 있구나

 

작전 성공인걸

 

실은 내가
편지를 보냈거든

 

후지이 이츠키가 맞다면
증거를 보이라고 했지

 

이런 걸 보내다니
만만치 않은 상대로군

 

그런데 히로코

 

오타루에 안 가 볼래?

 

오타루에 있는 친구놈이
유리공예품 전시를 한다는데

 

귀찮아서 안 간다고 했지만
이왕 이렇게 된거

 

오타루에 가서
적의 정체를 밝히는 거야

 

적이 아냐

 

이게 아니었는데

 

좀 지나쳤어

 

이걸로 끝이라구

 

다 끝났어

 

이것이 증거입니다
편지 그만 보내세요

 

감기는 나았을까?

 

내가 보낸
약은 먹었을까?

 

히로코

 

이츠키가 보낸 편지라고

 

그렇게 믿고 싶었어

 

하지만 이제 됐어

 

왜 편지 따위를 보내?

 

후지이가 보낼리 없잖아!
그 애가 어떻게 편지를 보내?

 

가슴이 아프군

 

넌 언제나 거기 앉는구나

 

이츠키랑 처음 만났을 때도
거기 앉았었지

 

처음 만난 날 이츠키가
사귀자고 했지?

 

널 먼저 안 건 나였는데

 

여자한텐 관심도
없던놈이었는데

 

내가 먼저 꼬실 걸 그랬어

 

만약 그랬다면

 

우린 지금쯤 어떻게 됐을까?

 

오타루에 안 갈래?

 

찾아보자

 

또 한 명의
후지이 이츠키를

 

이봐! 알았냈어
이쪽이야

 

바로 저기야

 

금방 왔네

 

아키바!

 

오랜만이야

 

넌 그대로구나

 

후지이 여자친구?

 

그랬군요

 

후지이를 아세요?

 

물론,누구보다 잘 알죠

 

대학이 워낙 조그맣다 보니

 

하지만 오타루
출신인 건 몰랐는데

 

나도 몰랐어

 

후지이라는 사람...
혹시 후지이 이츠키 말이야?

 

너도 알아?

 

역시 그 애구나
어렸을 때 아주 친했지

 

세상이 정말 좁군

 

감기가 다시 도졌지?

 

오늘은 쉴래요

 

병원에 가라니까 그래!

 

안녕하세요!

 

오셨어요!

 

고모부 왔어요?

 

새 맨션을 구했대?

 

나도 가 보고 싶어요

 

집구경쯤은 할 수 있어요

 

너무 일찍 왔나요?

 

괜찮아요

 

참 그렇지...

 

너 금방 준비되니?

 

영감님은 아직 반대하세요?

 

아침부터 땅에 씨를 뿌리시던데
아직 집에 미련이 있나 보죠?

 

옛 추억만 붙들고 살 순 없죠

 

몇 년 뒤에 천장이
무너진다고 했죠?

 

틀림없습니다
지금 사는게 용하다니까요

 

너무 심하잖아요

 

걱정이 돼서 그래요

 

좀 더운데요

 

땀을 쭉 빼야돼

 

감기가 가장 무서워요
마리모 전기회사 알죠?

 

마루쇼 건물 맞은편요?

 

그 주인이 우리 단골인데
얼마전에 감기에 걸렸어요

 

늘 건강하던 분인데 된통 고생했대요
감기가 악화돼 폐렴이 됐죠

 

죽었어요?

 

폐렴으로 죽지는 않아

 

우리 아빠는 죽었는데요?

 

폐렴으로 돌아 가셨나?

 

감기가 폐렴이 됐죠

 

벌써 잊었어요?

 

그럴리가요

 

그랬었지 참
언제였더라?

 

그것도 잊었어요?
당신 아내의 오빠라구요

 

죽은 사람은
금세 잊혀진다니까

 

아닙니다

 

아빠를 폐렴으로 잃고도

 

몸조심 안하는
딸도 있으니

 

여기가 어디죠?

 

병원!

 

이곳인데 국도가 돼 버렸군

 

언제 5호선이 개통됐지?

 

중학교 때 다른반이어서
이사간 것도 몰랐어

 

현관이 저기쯤 있었는데

 

똑똑..실례합니다

 

혹시 같은 이름 가지
사람은 없었어

 

후지이와 동명인 말이야

 

모르겠는데

 

몰라?

 

히로코!

 

왜 그래?

 

여기로 보냈잖아

 

첫번째 편지...

 

'호소이 타키' 씨!

 

네!

 

'후지이' 씨

 

'후지이 이츠키' 씨

 

아빠...!

 

이츠키!

 

뭐하고 있어?

 

'후지이 이츠키' 씨

 

'후지이 이츠키' 씨

 

'후지이 이츠키' 씨

 

- 네
- 네

 

 

이 근처인데?

 

저기서 물어 볼까?

 

후지이?

 

 

 

실례합니다

 

괜찮아

 

여행자는 창피할 게 없어

 

계세요?

 

실례합니다

 

여기가 '후지이'씨 댁인가요?

 

맞소만

 

'후지이 이츠키' 씨 댁이 맞죠?

 

나가고 없는데

 

그런가요?

 

좀 있으면 올거요

 

그럼 밖에서 기다려 보죠

 

들어와서 기다리쇼

 

밖에서 기다릴게요

 

결국 우리만
바보 된 거 아냐?

 

후지이 이츠키 님

 

당신은 만나려고
오타루에 왔어요

 

지금 당신 집 앞에서
편지를 쓰고 있어요

 

제가 아는 후지이 이츠키는
당신이 아니었어요

 

여기 와서 비로소
모든걸 알게 됐어요

 

내가 아는 사람은 남자예요

 

그는 나의 연인이었죠

 

그는 2년전에...

 

갈까?

 

안 기다리고?

 

 

그는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어요

 

가끔 그리워집니다

 

잘지내고 있는지
궁금해 지곤 해요

 

빈 차가 아니군

 

작은 마을이니까
조금만 가면 될 거야

 

이러려던 게 아니었는데

 

누구도 받지
않았으면 좋았을걸

 

아까 쓴 편지 말이야
왜 거짓말했어?

 

거짓말?

 

후지이가 죽은거
쓰지 않았잖아

 

왜 그랬을까?

 

그냥 왠지...

 

불길한 얘기잖아?

 

불길한 얘기라...

 

그럴지도 모르지

 

운이 좋은걸

 

후지이 이츠키님

 

당신 집 앞에서
이 편지를 쓰고 있어요

 

아까 택시를 잡고 있있죠?

 

그래서 손님이 내리자 마자
급히 돌아온 겁니다

 

감사합니다

 

아까 타신 손님과
많이 닮았네요

 

저요

 

아뇨, 옆에 아가씨요

 

정말 닮았는데

 

당신께 폐를 많이 끼쳤군요

 

정말 죄송합니다

 

그와 이름이 같은 당신을
만나고 싶어서 왔지만

 

만날 용기가 나지 않네요

 

편지로 알게 된 사이니까

 

편지로 인사 드리고 갑니다

 

똑같은 이름...?

 

오타나베 히로코님

 

사정도 모르고
심한 편지를 보낸 것

 

용서해 주세요

 

그 대신에 한 가지 흥미로운
정보를 알려 드리죠

 

또 놀러 와

 

너도 가끔 고베에 좀 와라
사투리가 입에 익었구나

 

그런가?
나카무라는 잘 지내 ?

 

나카무라? 연랴 안해?

 

전화 한 통 안해

 

만나면 전화하라고 전할께

 

담배 있니?

 

담배가...

 

후지이 씨!

 

그 대신에 한가지 흥미로운
정보를 알려 드리죠

 

중학교 때 우리 반에

 

성과 이름이 똑같은
남자애가 있었어요

 

당신이 찾는
후지이 이츠키가

 

혹시 그 애가 아닐까요?

 

여기예요

 

이 건물 3층이예요

 

전망도 좋죠

 

좁잖아요

 

지금 사는 집이
너무 넓은 거죠

 

하긴 방이 세 개나
남아도니까

 

그것봐요

 

하숙이라도 칠까요?

 

그런 생각하면
또 이사 못 가요

 

이번에도 막판에
맘 바꾸지 말아요

 

어느쪽이든
빨리 결정해요

 

워낙 경쟁이
치열하니까요

 

결론은 났으니

 

영감님을 설득하는
일만 남았죠

 

어쨌든 몇 년 뒤엔
집을 부순다고 했잖아요

 

결정하신 거죠?

 

난 반대다

 

좀 앉아 보세요
앉아서 얘기 좀 해요

 

다 알아 들었어

 

반대라면서요?

 

내가 반대한다고

 

달라질 게 있냐?

 

그건 그래요...

 

그럼 이사가는 거네...

 

영감님 똥고집은!

 

잠깐!

 

지금 이사간다고 했지?

 

심각하게 뭘 찾는 거니?

 

별것 아녜요...

 

동급생 중에 이름이
같은 애가 있었나요?

 

글쎄?

 

있있나?

 

이 애요!

 

응?

 

누구?

 

생각 안 나는데

 

닮았어요?

 

저랑 닮았냐구요

 

히로코를?

 

닮은 것 같기도 하고...

 

닮았다고 어떻게 되는데?

 

닮았으면 뭐가 달라지니?

 

아뇨?

 

거짓말!

 

정말이에요

 

히로코 양

 

얼굴에 다 써 있어

 

닮으면 안 되는 거니?

 

닮아서라면

 

용서할 수 없어요

 

그게 절 선택한 이유라면

 

전 뭐가 되는 거죠?

 

첫눈에 반했다고 했어요

 

전 그걸 믿었구요

 

첫눈에 반한 것도
따로 이유가 있었군요

 

전 속은 거예요

 

히로코 양

 

중학생을 질투하는 거야?

 

그래요

 

이상한가요?

 

이상하지!

 

이상한 거군요

 

이츠키는 행복하네

 

히로코가 그런 질투를 해주고

 

히로코도 아직
그 애를 좋아하나 봐

 

자꾸그러시면
슬퍼지잖아요

 

잘 지내고 있나요?

 

당신이 말한 친구는

 

내가 아는
후지이 이츠키가 맞았어요

 

편지를 보낸 주소는

 

졸업앨범에서
찾은 거였어요

 

모든 게 제 착각에서 비롯됐죠

 

정말 죄송합니다

 

그런데...

 

그런데 귀찮게 해서
죄송하지만

 

부탁이 있어요

 

혹시 그에 대해서
기억나는게 있으면

 

얘기해 주시겠어요?

 

그 애에 대한 기억은...

 

와타나베 히로코 님

 

그 애에 대해선 잘 기억해요

 

그런데 기억이란게
거의 이름에 얽힌 거예요

 

대충 상상이 되죠?

 

그다지 좋은 추억은
아닌 것 같아요

 

입학식 날부터
꼬이기 시작했죠

 

쇼지 가츠토시

 

다나카 쿄스케

 

하토리 카즈토모

 

후지이 이츠키

 

ㅡ 네!
ㅡ 네!

 

이름이 똑같군

 

처음 봤어

 

별로 유쾌하지 않은
첫 출발을 시작해서

 

중학교 생활은
힘든 3년 이었죠

 

속상한 일들이 많았어요

 

주번을 할 때도 그랬어요

 

후지이

 

내일 주번은 누구지?

 

무라오카랑 후나바시

 

오늘 수학 진도는 어디지?

 

방정식

 

무슨 방정식?

 

후지이 이츠키!

 

사랑이 불타는군!

 

뜨럽다, 뜨거워!

 

연립방정식이야

 

고마워

 

1년만 참으면 될 거라
생각했는데

 

왠걸, 3년이나
한 반이 되었어요

 

듣기엔 재밌을지 모르지만

 

당사자에겐 괴로운 날들이 었죠

 

서로 왠지 피하게 돼서

 

대화를 나눈 적도
별로 없어요

 

어떻게 됐니?

 

편지말이야

 

짬짬이 쓰지

 

짬짬이?

 

후지이 이츠키 님

 

그는 어땠어요?

 

같은 이름의 여자애에게

 

운명적인 뭔가를
느끼진 않았을까요??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어요

 

당신은 로맨틱하게
생각할지 몰라도

 

현실은 살벌한 것이었어요

 

우리 사이를 비유하자면

 

아우슈비츠 감옥의
아담과 이브랄까

 

계속 놀림받는 건
고문이었어요

 

반장 선거 사건도 있었죠
생각만 해도 속상했어요

 

엔도 한표

 

투표용지 중에 유치하게
장난친 게 몇 장 있었죠

 

 

 

개표하는 애가 읽기를

 

후지이 이츠키 하트(♡)
후지이 이츠키

 

반장 선거로 끝나지 않았어요

 

반장 다음엔
각 부장도 뽑잖아요

 

처음이 도서부장 선거였어요

 

왠지 감이 안 좋았죠

 

'하트'...

 

도서부장은
'후지이 이츠키'커플입니다

 

얘 울잖아!

 

사랑의 승리입니다

 

박수, 박수!

 

들었구나
마안, 미안

 

농담이야, 농담

 

그만해

 

그만둬

 

후지이, 그만해

 

후지이, 놔줘!

 

그만두라니까!

 

얘들아, 좀 말려!

 

후지이 그만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