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뭐지, 캐롤라인?
- 바람이요

 

허리케인이 온대요

 

물위에 뜬 기분이야

 

필요한 거라도?
불편해요, 엄마?

 

신경쓸 거 없다

 

다 그렇지 뭐

 

눈 뜨기가
점점 힘드네

 

입안이 거북해

 

가만 계세요
무리하지 마시고

 

진통제 드릴까요?

 

투약량이 얼마든
상관없댔어요

 

쉬게 놔두시죠

 

친구가 그러는데

 

자긴 어머니 임종도
못 지켰대요

 

정말이지..

 

엄마가 너무
그리울 거예요

 

캐롤라인

 

- 두렵나요?
- 그냥 궁금해

 

내세는 어떨까

 

1918년에 기차역이 들어섰지

 

개통하던 날
내 아버지도 계셨다

 

아버지 말론

 

밴드까지 불렀더래

 

기념 시계를 만들

 

남부 최고의
장인도 있었지

 

그의 이름은

 

게토였어

 

바로 케이크 씨지

 

그는 크리올 여인과 결혼해서

 

아들을 뒀다

 

케이크 씨는 선천적
맹인이었지

 

아들은 장성해서
군에 들어갔고

 

부부는 아들이
무사하길 기원했어

 

수개월 간 그는
시계 제작에만 몰두했다

 

어느날 편지가 왔고

 

케이크 씨는 묵묵히
침실로 가버렸어

 

곧 아들이 돌아왔지

 

부부는 훗날
자신들도 묻힐

 

가족묘지에 아들
장례를 치렀어

 

케이크 씨는 더욱
시계에 매달렸다

 

완성하느라 애썼지

 

시계를 공개하던 날

 

구름처럼 인파가
몰려들었어

 

루즈벨트 대통령도 왔지

 

거꾸로 가잖아!

 

일부러 그랬습니다

 

그럼 전장에서
죽어간 청년들이

 

되살아날까 싶어서요

 

집으로 돌아와

 

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제 목숨대로 살게끔요

 

어쩌면 제 아들도
돌아오겠죠

 

놀라셨다면 미안합니다

 

시계가 마음에
드셨음 좋겠군요

 

그후 케이크 씨는
종적을 감췄어

 

혹자는 심장마비로
죽었다고도

 

멀리 떠났다고도 하지

 

죄송한데 전화 좀
해도 될까요?

 

- 애 때문에 그러는데
- 그래요

 

실망스런 딸은
아니길 바랐는데

 

무슨 소리

 

그래도

 

이렇다 할 게 없으니

 

가방을 보렴

 

일기장이 들었다

 

이거요?

 

- 읽어줄래?
- 이게 소원이셨군요?

 

읽어보려고 무진
애를 썼다만..

 

날짜가 애매하네요

 

네 목소리면 된다

 

'1985년 4월 4일'

 

'뉴올리언즈'

 

'내 유언은 이렇다'

 

'딱히 물려줄 게 없구나'

 

'빈손으로 태어났으니'

 

'빈손으로 가야지
재산은 일기뿐이다'

 

'기억날 때 적어둬야지'

 

'내 이름은 벤자민'
벤자민 버튼이다

 

내 출생은 특별했다

 

그날 1차 대전이 끝났다

 

아이가 태어나기엔
뜻깊은 밤이었다

 

우리가 이겼다!

 

- 무슨 일이야?
- 토머스

 

- 산모가 위독해
- 뭐?

 

그만, 다들 비켜!

 

최대한 서둘렀는데
길이 워낙 막혀서

 

아이를 부탁해요

 

그래

 

어머닌 나를 위해
희생하셨다

 

영원토록 감사드린다

 

버튼 씨

 

토머스!

 

토머스, 기다려!

 

이봐, 거기!
뭐지?

 

공기가 좋네

 

오늘따라 예쁘군, 퀴니

 

여지껏 최고로

 

- 갈색이 잘 어울려
- 조용!

 

모자 똑바로

 

햄버트가 돌아왔는데
앉은뱅이가 됐어

 

한때 그를
좋아했단 거 알아

 

- 의외로 찐했죠
- 기저귀 갈아야겠다

 

젠장, 자기가
갈면 덧나?

 

- 갑니다!
- 뭐야, 분위기 좋은데

 

금방 끝나니
염려 마

 

맙소사!

 

무슨 영문이람?

 

내가 밟은 건 아니지?

 

- 경찰에 신고해
- 이런

 

간다

 

버림받았나봐
자, 아가야

 

- 퀴니!
- 잠시만요!

 

곧 올게요

 

온통 묻히고 난리야!

 

목욕부터 시켜요

 

남 들볶지 말고

 

댁도 노망 들면
지저분할 걸

 

목걸이가 없어졌어

 

알았어요
찾아줄 테니 기다려요

 

참 못났구나
그래도 주님의 자녀지

 

네가 있어야 씻겠대

 

제발
간다니까요!

 

조금만 기다려
알았지?

 

동생이 준 목걸인데
못 찾겠어

 

누가 훔쳐갔나봐

 

여깄잖아요
홀리스터 부인?

 

목에 예쁘게 걸렸으니
안심해요

 

심장은 튼튼해요
무리하지만 마세요

 

부인들도 협조해주실 거죠?

 

이런 경우는 첨인데
백내장성 맹인이야

 

귀는 들릴까 몰라
관절염도 심해

 

피부도 탄력이 없고
손발은 굳었어

 

끝났다고 봐야지

 

신생아가 아니라
죽을 날 받아둔

 

- 여든 노인네야
- 그럼 죽나요?

 

뱃속에서부터
죽어가고 있었어

 

- 어디서 데려왔지?
- 언니 아이예요

 

라피엣에서 태어났죠
언니는 죽었고

 

애마저 이렇다니
백인인데

 

이런 애를 받아줄
시설이 있지

 

여기서 키우긴 힘들어

 

놀런 재단이
나름 후원하지만

 

여기 유지하기도
벅차거든

 

오래 못 산다면서요

 

타고난 운명이
그렇다면야

 

아뇨, 기적이 있겠죠
분명해요

 

사람들이 반길
기적은 아니겠지만

 

자, 주목!
당분간

 

우리와 지낼
손님이 왔어요

 

언니가 아이를 낳고
죽었거든요

 

아이 이름은..

 

벤자민이에요

 

벤자민..
정상은 아니지만

 

우리가 돌봐주죠

 

난 애가 열이라
여력이 없어

 

어디 볼까

 

이런, 내 전남편을
꼭 닮았네

 

나면서부터 늙었죠

 

오래 살진
못할 거래요

 

나도 마찬가지야

 

웃는다!

 

햄버트가 안부 전해달래

 

제 정신이야?

 

불임이란 거 알지만

 

당신 애도 아닌데
괜한 동정이야

 

웨더스 씨
가지 마요!

 

제발

 

앞일은 모르는 법이죠

 

비로소 가족이 생겼다

 

사실인가요?

 

목소리가 듣기 좋구나

 

옛날 전차
토큰도 있네요

 

시간은 계속 흘렀다

 

한 해 또 한 해

 

- 유년시절은 기억에 없다
- 맨날 꽝이군

 

그들처럼 살았겠지

 

황혼기에 접어든
노인네처럼

 

포크는 식사에 써야지
장난감이 아냐

 

냅킨 하고
알았니, 벤자민?

 

퀴니!

 

어이, 꼬마!

 

난 호기심이 많았다

 

바깥에선 어떤
일이 벌어질까?

 

위험해, 벤자민
뒤로 물러나!

 

얌전히 있으렴

 

난 그분을 사랑했다
어머니였으니까

 

엄마!

 

언젠간 나아지겠죠?

 

한두 번쯤 변화의
기회가 오기 마련이지

 

우린 늘 똑같지만

 

결국 목적지는 같아

 

너만의 삶이 있단다

 

나 얼마나 살까요?

 

태어난 것만도
감사해야지

 

벌써 예상보다
오래 살았는 걸

 

언젠가 나도
혼자 자야 된다

 

상관 없다
집안 소리에 집중했다

 

사람들이 자는 소리

 

그럼 편안하다

 

판에 박힌
일상의 연속이다

 

아침 5시 반이면
어김없이

 

퇴역장군 윈슬로 씨는
국기를 게양했고

 

오페라 가수였던
시빌 웨그너 부인은

 

바그너를 열창한다

 

옳지

 

우리도 최선을
다하고 있어

 

네가 걷게끔

 

계절에 관계 없이
저녁은 늘 5시 반이다

 

- 몰..
- 모레시즈

 

'모레시즈'
(당밀)

 

난 다섯 살 때
글을 배웠어

 

할아버지께서 유명 배우
의상 담당이라

 

자주 대본을
구해오셨지

 

'병든 노구를
지키는 간수들이여'

 

'모티머를 편히
잠들게 하라'

 

'고통에서 벗어난 이답게'

 

'억압된 손발을 자유케하라'

 

'죽음의 반려자인
잿빛 족쇄가'

 

'에드먼드 모티머의
최후를 증명하리니'

 

이래봬도
교양 좀 있거든?

 

할아버진 존 윌크스 부스
전담이셨어

 

링컨 암살범 말야

 

앞일은 모른다니깐

 

어느날 엄마는
날 교회로 데려가셨다

 

벤자민!

 

아멘!

 

고민이 뭔가요, 자매?

 

이 자매는 불임이라

 

아이를 가질 수 없답니다

 

주님, 자매의
죄를 사하시고

 

잉태를 허락하소서

 

고통아 사라져라!
주님을 찬양합시다!

 

할렐루야!

 

노인께선 왜
서지 못하죠?

 

척추에 악마가 깃들어서

 

날 때부터
사망선고를 받았죠

 

썩 나와라, 악마야!
물러가라!

 

연세가?

 

일곱 살인데
늙어보이죠

 

주님의 은총을!
일곱 살이랍니다

 

아주 낙천적인 분이군요

 

믿음도 깊고!

 

주님 눈엔
우린 다 애들이죠

 

의자에서 일어나게 합시다

 

- 두 발로 걷게끔
- 그래요

 

주님의 이름으로
일어나라!

 

어서!

 

힘내!

 

주님께서 평안을 주시리라

 

지팡이나 버팀목 없이

 

노인을 걷게 하시리라

 

성령의 축복으로
걷게 하시리라!

 

걸어봐요

 

돕지 말아요!

 

일어나라
노인이여!

 

나사로처럼 일어나라!

 

일어날지어다!

 

그렇지!

 

할렐루야!

 

걸어봐요

 

지금 생각해보면
기적이었다

 

허나 이런 말씀이 있다

 

'주신자도 여호와요
취하신 자도 여호와니'

 

주님을 찬양하라!

 

생일이 워낙 많아서

 

우린 양초 하나도
아껴야 했다

 

생일이나 케익 따윈
내키지 않아

 

만나면 헤어지듯
죽음도 다반사였다

 

누군가 곁을 떠나면

 

집안엔 적막함이 감돈다

 

살기엔 안성마춤인 곳이다

 

난 과거와 담 쌓은
사람들과 지냈다

 

그들의 관심사는 날씨

 

목욕물 온도

 

저무는 석양이다

 

사람이 죽어나가면
누군가 빈자리를 채운다

 

다섯 번 결혼했죠

 

첫 아내와 난
식인종한테 잡혔는데

 

강을 건너 탈출했죠

 

아낸 수영을 못해서
잡아먹혔어요

 

두 번째 아내는
코브라한테 당했죠

 

저와 결혼해서
불행한 건지

 

오티 씨야
내 친구의 친구지

 

- 이듬해 여름에는..
- 피그미족이래

 

바실래족한테 잡혔어요

 

낯선 미국인에게
돼지, 신발, 맥주와

 

우릴 맞바꿨죠

 

보기와 달리
어리다며?

 

깜박 속겠다

 

이유가 뭐지?
마젬비라도 있어?

 

- 마젬비가 뭔데요?
- 기생충

 

그런 거 없는데
그냥 이래요

 

맥주나 들자

 

베개 아래
약이 있던데요

 

사양할래요
술은 해로워서

 

누가 그래?
빨리 와

 

얼른

 

멈춰요!

 

그러다 필라델피아
동물원에 있었지

 

첫날만 3천명이 몰렸어

 

 

부시맨, 원숭이
우리에 살다

- 우리는 어때요?
- 역겨워

 

원숭이들은 잘 놀더군

 

난 창도 던지고

 

오랑우탄과 레슬링도 했어

 

난 원숭이랑 놀던가

 

우리 창살이라도
물어뜯어야 했지

 

- 그리곤 어떻게 됐죠?
- 동물원을 나왔어

 

이리저리 떠돌아 다녔지

 

- 혼자서?
- 너도 고독해질 걸

 

달리 살아본들
마찬가지야

 

비밀을 알려줄까?
뚱보건, 말라깽이건

 

꺽다리건, 백인이건
다 고독해

 

당혹스런 노릇이지

 

내가 살던
강이 떠오르네

 

다시 가봤음 좋으련만

 

가자
약속이 있어

 

이게 누구셔
어때, 자기?

 

언제든 좋지

 

필라미나
이쪽은 벤자민

 

- 반가워요
- 안녕하세요, 부인

 

집에 갈 수 있지?

 

전차를 타면 돼

 

대체 어딨었니?
썩 올라와!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무척 걱정했어

 

내 생애 최고의 날이었다

 

- 호흡은 어때요?
- 약해요

 

도착하려면
좀 걸린대요

 

전 아이를
데려다주고 올게요

 

병원이니 안심해도 좋대요

 

간호사는 부르면
달려올 거고, 아셨죠?

 

네, 글을 읽어..

 

1시간 내로 올게요

 

누가 왔니?

 

도로시가 볼일이 있대요

 

계속하렴

 

'일요일이면
가족들이 찾아왔다'

 

1930년 추수감사절

 

내 인생을 바꾼
사람을 만났다

 

벤자민

 

한결 젊어졌구나

 

안녕하세요
풀러 부인

 

지팡이도 하나에
허리까지 꼿꼿해졌어

 

불로장생약이라도 먹었니?

 

- 고맙습니다
- 할머니, 여기요!

 

멋지구나!
이리 오렴

 

내 손녀 데이지야
이쪽은..

 

미안한데, 벤자민
성이 뭐지?

 

벤자민이면 돼요

 

그녀의 푸른 눈을
잊을 수 없다

 

여러분, 식사하시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아멘

 

아멘

 

칠면조는 새가 아니라죠?

 

- 어째서 그렇지?
- 꿩과에 속해서

 

거의 못 날거든요
가엾죠? 새가 못 날다니

 

못 나는 새라도 좋아
맛있잖아?

 

- 잔인해
- 드릴 말씀이 있어요

 

주님의 은총에
감사드려요

 

기적이 벌어졌죠

 

주님께서 제 기도를
들어주셨답니다

 

기도를 들어주셨다니
무슨 뜻이죠?

 

아이를 가졌단
얘기잖아요

 

엄마가 동생을 가졌을 때도
그리 말씀하셨죠

 

오래 살진 못했어요

 

숨을 제대로
못 쉬었거든요

 

주님의 약속대로

 

멋진 뒷다리를 가졌어

 

시계도 다섯 시야

 

말씀하신 그대로

 

간단하지?

 

- 또 읽어주세요
- 그래요

 

좋아, 대신 끝나면
자야 된다?

 

알겠어요

 

늙은 캥거루..

 

주무세요?

 

- 누구지?
- 데이지요

 

- 안녕!
- 가요!

 

- 어디로 가게?
- 이쪽으로

 

- 불 켜요
- 성냥 켜면 혼나는데

 

어린애 같긴
켜요!

 

- 서로 비밀 털어놓기
- 좋아

 

엄마가 딴 남자랑
키스하는 거 봤어요

 

얼굴이 빨개졌죠

 

할아버지 차례

 

- 난 사실 어려
- 그래 보여요

 

노인처럼 안 보여요
우리 할머니처럼

 

- 음
- 아픈가요?

 

엄마랑 티지가 그러는데

 

난 곧 죽을 거래

 

아닐 수도 있지만

 

특이하시네요

 

제가 본 가장
특이한 분이세요

 

- 만져봐도?
- 그래

 

거기서 뭐하니?

 

얼른 올라가서
자려무나

 

자정이 넘었어!

 

- 그렇게 어울려선 안 돼
- 네, 할머니

 

흔치 않은 경험이군요

 

계속 읽을까요?

 

키 큰 아가씨는?

 

벌써 깨졌어

 

꺽다리들과는 종종 그래

 

안녕

 

그 해는 주로
혼자서 지냈다

 

안녕하세요?

 

- 안녕
- 오늘 들어왔는데

 

어서 오세요
기다리고 있었죠

 

루소 부인 방으로
안내해드릴래?

 

죄송한데 개는
키우실 수 없어요

 

워낙 늙어
눈까지 먼 녀석이죠

 

폐가 되진
않을 거예요

 

좋아요
얌전하다면야

 

그녀의 이름은
도무지 모르겠다

 

로슨 부인? 아님 하포드?
메이플 부인이었나?

 

큰 영향을 받았음에도

 

별다른 기억이 없다니
희안한 노릇이다

 

그녀는 다이아몬드를
지니고 있었다

 

외출하려는 양
늘 잘 차려입건만

 

누구 하나
찾아오지도 않는다

 

그녀는 내게
피아노를 가르쳐주었다

 

얼마나 잘 치느냐 보단

 

연주를 느낄 줄
알아야 돼

 

해볼까

 

음악에 몰입하게 되지

 

내적 외적으로
많은 변화가 생겼다

 

여기저기 털이
나기 시작했고

 

다른 변화도 뒤따랐다

 

건강도 꽤 좋아졌다

 

- 너무 아파
- 간호사를 부를게요

 

눈을 보시죠
강력한 허리케인입니다

 

불편하세요?

 

환자 상태가
예측불허라

 

조치해드리죠

 

한결 편하실 거예요

 

마지막 말씀은
충분히 나누셨는지?

 

제 아버진 오빠를 보려고
4시간이나 버티셨죠

 

오빠 없인
눈 못 감겠다고

 

- 상냥한 분 같군요
- 맞아요

 

- 함께 지낸 시간은 그리..
- 바빠?

 

- 실례할게요
- 네

 

퀴니는 내가
도스 씨를 따라

 

배 구경을
가게끔 해주었다

 

힘겨운 때였다

 

벼락 일곱 번
맞았단 얘기했던가?

 

소 치러 들판에
나갔다 그랬지

 

일손이 부족한데

 

하루 2달러
품팔이할 사람?

 

어때?

 

품삯 두둑히
쳐주는데도 싫어?

 

두둑하긴 개뿔

 

- 아무도 없나?
- 저요

 

뱃일 자신 있수?

 

그럼요

 

좋아요

 

얼른 타쇼
두고 봅시다

 

첼시

 

- 나는 너무 기뻤다
- 누구 없나?

 

- 의욕이 넘쳤다
- 네, 선장님

 

- 갈매기똥 좀 긁어내
- 그러죠

 

공짜로도 했을 일에
돈까지 받다니

 

선장의 이름은
마이크 클라크였다

 

그는 일곱 살 때부터
배를 탔다

 

빨리!

 

여보슈

 

아직도 발딱 서?

 

아침마다 그래요

 

늙다리 물건이?

 

 

마지막으로 여자랑
잔 게 언제요?

 

- 전혀요
- 전혀?

 

그런 적 없어요

 

잠깐!

 

지금껏 하고많은
세월 살면서

 

한 번도 안했다?

 

저런!
거 진짜 비극이네

 

- 정말로?
- 네

 

그럼 나랑 갑시다

 

- 부친은 어떤 분이야?
- 얼굴도 몰라요

 

행운아구만!

 

아버진 아들을
부려먹기 일쑤지

 

난 아버지 배에서
죽어라 일했어

 

망할 아버진
'턱아이리쉬'로 통했지

 

결국 나도 폭발했어

 

'뱃놈으로 썩긴 싫어요!'

 

알아듣겠나?

 

평생 배만
타긴 싫었군요

 

바로 그거야!

 

그러니 아버지가
뭐랬는지 아나?

 

'그럼 뭘하고 싶냐?'

 

'잘하는 게 뭔데?'

 

난 대답했지

 

'굳이 물으신다면..'

 

'예술가가 되고 싶어요'

 

아버진 비웃었어
'예술가?'

 

'나처럼 뱃놈이
되는 게 순리야'

 

'그게 네 미래다'

 

어쨌든 예술가가 됐어

 

문신 예술가!

 

전부 직접 새겼지

 

내 작품을 훔치려면
피부를 벗겨야 돼

 

내가 죽으면 아빠한테
팔을 보내줄 거야

 

이걸로

 

남들 얘긴 무시해!

 

소신껏 사는 거야

 

덕분에 예술가가 됐지!

 

하지만 선장이잖아요

 

마이크 선장
잠자리 준비됐어

 

총각 딱지 떼어볼까?

 

여어, 아가씨들!

 

안녕

 

소름이 쫙 돋네
난 사양할래

 

가시죠, 할아버지?

 

그날 기억은 생생하다

 

도대체 뭐죠?
좀 쉴게요

 

아쉬운데

 

- 고마워요
- 별말씀을, 안녕히

 

- 내일도 계시나요?
- 일요일만 쉬어요

 

그로 인해 난
돈벌이의 가치를 깨달았다

 

돈으로 가능한 것들

 

날씨도 궂은데
태워드릴까요?

 

정말 친절하시군요

 

- 토머스 버튼입니다
- 벤자민이에요

 

벤자민..
만나서 반가워요

 

어디 들러서
한잔할까요?

 

그러죠

 

안녕하세요

 

- 뭘로 드릴까요?
- 저분과 같은 걸로

 

위스키 넣은
세저락 부탁해요

 

- 술 안 마시는군요?
- 오늘이 개시죠

 

- 설마?
- 창녀도 처음이고

 

- 겪어보는 거죠
- 맞아요

 

- 뭐든 처음이 있으니
- 물론이죠

 

세저락입니다

 

실례지만 손은
괜찮으세요?

 

- 선천적 질병이죠
- 무슨 병인데요?

 

늙은 채 태어났어요

 

- 유감이군요
- 그래도 살만해요

 

오래 전 아내와
사별했어요

 

퍽 유감이네요

 

출산 뒤 죽었죠

 

- 아이를 위해
- 어머니를 위해

 

- 무슨 사업을 하시죠?
- '버튼'이요

 

버튼표 버튼이죠
못 만드는 단추가 없어요

 

최대 경쟁자는
B.F.굿리치의 지퍼죠

 

달리 필요하신 거라도?

 

막잔할까요?

 

대신 제가 내죠

 

근데 무슨
일을 하세요?

 

뱃일을 해요

 

- 대화 즐거웠어요
- 한잔해서 좋았어요

 

벤자민

 

가끔 들러도 될까요?

 

언제든요
안녕히, 버튼 씨

 

안녕, 벤자민
가세

 

어디 갔었니?

 

그냥요
사람 좀 만나고 음악 듣고..

 

맙소사!

 

성장이란 참 희안하다
나도 모르게 자란다

 

누군가 싶더니

 

금세 다른 이로 바뀐다

 

그녀도 이젠
코흘리개가 아니다

 

- 벤자민, 어서!
- 응

 

그녀가 할머니를
보러 오는

 

주말이 난 행복했다

 

데이지!

 

보여줄 게 있거든?

 

비밀 지켜야 돼

 

옷 입어
밖에서 기다릴게

 

빨리!

 

- 수영하니?
- 네가 한다면야

 

이거 입어
서둘러야 돼

 

- 괜찮은 건가?
- 선장님!

 

마이크 선장님!

 

안녕하세요
좀 태워주실래요?

 

- 오늘 무슨 요일인데?
- 일요일이요

 

일요일이 뭔지 몰라?

 

취해서 늦잠자도
되는 날이야

 

맨날 그러잖아요

 

- 여자애야?
- 친구예요, 강을 보여주고 싶은데

 

사적인 이유로
배를 몰 순 없어

 

면허 박탈이야

 

어쩌라고?

 

고장났었지
다친 오리였는데

 

이젠 쌩쌩하군

 

타봤음 좋겠다

 

뭐라고 하셨어요?

 

날씨가 험악해지네요

 

제 말 들리세요?

 

시간이 다 됐어

 

'상태는 급격히 변했다'

 

참 별일이야
머리가 자꾸 나네

 

차라리 늙는 게 아니라

 

젊어진다고 말씀해주시죠

 

그래도 유감이지

 

사랑하는 사람이
먼저 죽는 걸 봐야 되니

 

부담이 너무 커

 

바야흐로 생사에 대한
고민이 싹텄다

 

벤자민, 잃고 나서야
깨닫나 보다

 

얼마나 소중한
사람들이었는지 말야

 

그리고 어느 가을
올 것이 왔다

 

약국에 같이 갈까요?

 

- 그녀는 내게 피아노를
- 아멘

 

그리움이 뭔지를
가르쳐주었다

 

가자

 

난 여자도 겪었고
술도 배웠으며

 

이별의 아픔도 경험했다

 

1936년 열여덟
생일을 앞두고

 

난 짐을 꾸려 떠났다

 

어찌 되던 간에

 

다신 그들을
못 줄 알았다

 

- 건강해라, 얘야
- 고마워요

 

- 사랑해요, 엄마
- 나도 사랑한다

 

매일 밤 기도하마
알았지?

 

조심하고!

 

벤자민!

 

- 어디로 가는데?
- 배를 탈 거야

 

엽서 보낼게

 

꼭이야

 

어디든 꼭
편지해야 돼

 

상상이 가니?

 

도착하는 곳마다
엽서를 보냈어

 

머무는 곳마다

 

뉴펀들랜드, 배핀만
글래스고, 리버풀, 나르빅

 

마이크 선장과 함께였지

 

마이크 선장은 모런 브라더스와
3년간 계약했고

 

낡은 배는 디젤 엔진과

 

신형 윈치로 거듭났다

 

우린 플로리다를 지나
대서양까지 갔다

 

선원은 일곱으로 늘었다
선장과 나

 

델라웨어 출신 요리사
프렌티스 메이스

 

바다가 체질인
쌍둥이 브로디 형제는

 

육지에만 발을
디뎠다 하면

 

- 서로 으르렁댄다
- 그만!

 

여덟 척 중
한 척은 침몰이고

 

존 그림(Grimm)은
이름처럼 재수 없다

 

선원들도 다 죽지

 

사우스다코타 출신이다

 

그리고 네슈빌 출신
플레즌트 커티스는

 

혼자 중얼댈 뿐
대화라곤 없다

 

나도 계속 답장했어

 

뉴욕에 오디션 보러
간다고 했지

 

아메리칸 발레스쿨 말야

 

그대로
수고했어요

 

가만히

 

난 발레단에 들어갔다

 

벤자민, 처음
만났을 땐

 

배 매는 기둥보다
작았는데 무슨 조화야?

 

내가 엄청 취했거나

 

아님 진짜 컸던가!
비결이 뭐지?

 

글쎄요

 

취하셨겠죠

 

우린 '겨울궁전'이란 거창한
이름의 호텔에 묵었다

 

모르는 소리

 

벌새는 그냥
새가 아냐

 

심장 박동은
분당 1200회

 

날개짓은 초당 80회

 

날개짓을 못하게 막으면

 

10초도 못 되어 죽지

 

평범한 새가 아니라
기적 자체야!

 

날개짓을 카메라로
느리게 돌려보니

 

어떤지 알아?
날개끝이 마치..

 

숫자 8처럼 생긴
수학기호 있지?

 

무한대!

 

언어, 피부색이 달라도

 

사람에겐 공통점이 있다

 

다들 매일 마셔댄다

 

- 타실 건가요?
- 고마워요

 

그녀의 이름은
엘리자베스 애보트

 

미모도 아니고
그저 평범했지만

 

내가 보기엔
너무나 예뻤다

 

뭘 쳐다봐요?

 

분명히 말하지만
우린 얌전히

 

잠만 자는 사이 아니거든요?
안 그래, 여보?

 

- 그렇고 말고
- 남편은 월터 애보트였다

 

그는 무르만스크의
영국 통상사절단 대표이자

 

스파이였다

 

- 괜찮아?
- 그래

 

구두 한쪽 굽을
부숴버렸죠

 

맨발로 걷는
버릇이 있어서

 

기나긴 나날이었다

 

밤은 더 길었다

 

어느날 밤엔가
잠이 오지 않았다

 

미안합니다

 

잠이 안 와서요

 

차 마실 건데
함께 드실래요?

 

아뇨, 됐어요

 

- 우유? 꿀?
- 꿀로 할게요

 

- 파리가 섞여도 괜찮죠?
- 아뇨

 

우려내야 좋죠

 

- 우려내요?
- 찻잎을 적셔야죠

 

차도 격식이 있잖아요

 

제가 살던 곳에선
뜨거우면 그만이라

 

그야 그렇죠

 

- 뱃사람이세요?
- 선원이죠

 

무례하지만
한가지 묻죠

 

뱃일 하기엔
연세가 좀?

 

일만 잘하면
나인 상관없어요

 

잠을 못 이룬다고요?
고마워요

 

여느 땐 애들처럼
잘 잤거든요

 

뭐가 거슬리는지

 

80대셨던
제 아버지께선

 

자다가 죽게 될까봐

 

낮잠만 겨우
주무셨어요

 

죽음을 피하리란
확신에 차셨거든요

 

- 그래서요? / - 뭐가요?
- 주무시다 사망?

 

즐겨 앉던 의자에서
돌아가셨죠

 

좋아하는 라디오 방송
청취하시면서

 

대충 감은 잡으셨군요

 

남편이 통상사절이라

 

여기 머문지
14개월 됐어요

 

- 그래요?
- 북경으로 갈 예정이었는데

 

아무래도 힘들겠어요
극동에 가보셨나요?

 

실은 아무 데도 못 가봤죠
항구에서만 지냈으니

 

- 고향은 어딘데요?
- 뉴올리언즈요

 

전 다른 동네가
있는지조차 몰랐죠

 

그녀는 자신의 여행담과

 

견문을 들려주었다

 

우린 새벽녘까지
대화를 나눴다

 

그리곤 각자의 방으로
삶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우린 밤마다
로비에서 만났다

 

심야의 호텔은
마법의 공간이 된다

 

쥐 다니는 소리

 

라디에이터 소리
커튼 펄럭이는 소리

 

아무런 방해 없이

 

사랑하는 이들이
잠에 빠져드는

 

평안함이 존재한다

 

엘리자베스와 난
동 트기 전까지

 

밤을 망각한다

 

한심해보이진
않았나 몰라요

 

무슨 말씀이죠?

 

유부녀가 한밤중에
외간남자와

 

시시덕거려선 곤란하잖아요

 

유부녀 금기 따위
아무렴 어때요

 

잘 자요!

 

'무르만스크'

 

'누군가와 사랑에 빠졌다'
엄마?

 

60년도 넘었구나

 

- 사랑하셨나요?
- 사랑을 알기나 했을까?

 

- 잠옷 차림이라
- 지금도 근사해요

 

무르만스크에선
와인이나 치즈 따윈

 

잊어버려요
별볼일 없으니

 

대신 보드카와
캐비아가

 

지천에 널렸죠

 

자..

 

음미해봐요
한번에 삼키지 말고

 

그래야 맛을
즐길 수 있죠

 

캐비아를 머금은 채
보드카를 약간 마셔요

 

건강을 위해

 

여자를 많이
겪진 않았군요?

 

일요일엔 쉬다 보니

 

- 여태 애인 하나 없이?
- 그래요

 

열아홉 살 때
여성 최초로

 

수영으로 영국해협
건너기에 도전했죠

 

정말요?

 

헌데 그날따라
물살이 거세서

 

팔을 내저어도
나가질 않았어요

 

그렇게 32시간을
헤엄쳤고

 

칼레를 2마일
남겨뒀는데

 

비가 내리더군요

 

더는 버틸 수 없어서

 

포기했어요

 

그냥 포기했죠

 

다들 재도전
의사를 물었어요

 

당연하죠

 

난 못했어요
사실상

 

이후론 아무 것도
되는 게 없었죠

 

손이 거칠군요

 

뺨에서 질곡이
느껴져요

 

밤이 두렵네요

 

처음으로 여자한테
키스를 받았다

 

잊지 못할 것이다

 

- 벤자민!
- 젊어진 기분이군요

 

덕분에 저도요
젊어지면 좋으련만

 

바꿀 게 많아요
실수를 고쳐야죠

 

어떤 실수요?

 

처지를 극복하려면

 

뭐든 해야 되는데
망설였어요

 

실행에 옮겨야죠

 

그런 손실은
만회할 길 없죠

 

낭비한 시간

 

만약 우리가
선을 넘게 되면

 

낮엔 제게
눈길 주지 마세요

 

해 뜨기 전엔
꼭 헤어지고

 

사랑한단 말도
절대 안하기

 

그게 룰이에요

 

- 추워요? / - 얼어죽겠어요
- 저런, 들어가요

 

그녀는 나를 사랑한
첫 여인이었다

 

그냥 건너뛸까요?

 

아니, 사랑이 생겼다니
기뻐해줘야지

 

그녀를 보고 싶어
견딜 수 없었다

 

우린 매일 밤 만났고
한 침대를 썼다

 

매번 늘 새롭고
다른 느낌이었다

 

자기

 

엘리자베스

 

잘 자요

 

그날이 되기까진

 

1941년 12월 7일은
치욕으로 남겠지

 

가까운 미래
먼 훗날까지도

 

계획이 바뀌었어

 

대충 알겠지만

 

어제 일본의
진주만 폭격으로

 

우리도 대통령 명에
따라야 돼

 

우린 미해군을 위해
일하기로 했다

 

선박 수리
구조, 예인이지

 

참전하기 싫으면
떠나도 좋지만

 

일단 배에 오르면
미해군이 되는 거야

 

진작 말하려 했는데

 

아내가 힘들대

 

아무래도 가봐야겠어

 

어쨌든 집에 가는 건
자유야, 메이스

 

그럼 요리는
누가 하고?

 

식중독은 해상
사망의 주범이지

 

그 다음은
안전장비 불량이고

 

내가 할게
늘 하던 거라

 

그야 알지만
자넨 너무 늙었어

 

까짓 쪽바리
때려잡는 게

 

소원이라면야
누구든 데려간다

 

좋아, 각자 위치로
전쟁이다!

 

그녀는 쪽지를 남겼다

 

만나서 즐거웠단
내용이었다

 

그게 전부다

 

전쟁은 예상과 달랐다

 

우린 그저
고철덩이만 날랐다

 

전쟁은 딴 세상
일 같았다

 

해군을 사랑하는 포병이
우리측에 배속됐다

 

무엇보다도 그는
미국을 사랑했다

 

세상에 다른
나라는 없다!

 

아메리카는 곧
자유란 뜻이지

 

이름은 데니스 스미스
순수 체로키 인디언이다

 

500년 전통의
미국인인 셈이다

 

평화주의자라 양심적으로
전쟁을 거부하지

 

모든 사람들이

 

양심에 따라
산다면 어떨까?

 

그만 좀 떠들어

 

이봐

 

죽 지켜봤는데
믿음이 가더군

 

혹시 내가 잘못되면

 

내 처한테
이걸 전해주겠나?

 

그는 고스란히 모아둔
월급을 내게 건넸다

 

가족에게 내 마음을
전하고 싶어

 

전원 갑판으로!

 

썩 모여
굼벵이들아!

 

마침내 전쟁이 벌어졌다

 

정지!

 

플레즌트, 조명!

 

1300명을 태운 수송선이
어뢰를 맞고 침몰했다

 

우린 최초 목격자였다

 

엔진 정지!
멈춰!

 

소리를 내는 건
우리뿐이었다

 

여기야!

 

달아나긴 글렀군

 

전투 준비!

 

왜?

 

그게 마지막인가?

 

선장!

 

내 작품을 망쳐놨어!

 

손 좀 줘봐

 

걱정 말아요, 마이크

 

천국은 멋진 곳이니깐

 

너도 진작
미쳐버렸을 걸

 

운명을 저주했는지도 모르지

 

하지만 결국엔..

 

받아들여야 해

 

선장

 

1328명이 죽었다

 

체로키 스미스도
떠나보냈다

 

존 그림은 자기
말대로 죽었다

 

플레즌트의 아내에겐
돈을 부쳤다

 

쌍둥이 형제도 죽고

 

첼시호 선장
마이크와도 작별했다

 

저마다 꿈이 있건만
모두 떠나보냈다

 

보험판매원, 의사
변호사, 추장이 꿈이던

 

그들 모두를

 

못 고치겠네요

 

여기선 죽음이
부자연스럽다

 

먼 바다에서
벌새를 목격해보긴

 

그때가 유일했다

 

1945년 5월
26세가 되었을 무렵

 

갑니다!

 

- 퀴니?
- 네

 

맙소사!
돌아왔구나!

 

돌아왔어!
어디 보자

 

- 누구세요, 엄마?
- 네 오빠 벤자민이야

 

오빠가 있었나요?

 

사연이 꽤 길단다

 

청소하고 손 씻고
식사 준비나 도와!

 

좀 보자
다시 태어난 것 같네!

 

전보다 더 젊어졌어

 

전도사 안수기도
덕분인가봐

 

첫눈에 보기에도
넌 특별했지

 

밤마다 네가
무사하기만을

 

주님께 기도했더니
무릎이 다 아파

 

내가 했던 말
기억해?

 

- 앞일은 모른다던?
- 그래, 앉자

 

인생 경험 좀 했고?

 

- 얻은 건 있죠
- 고통을 배웠구나

 

- 쾌락도? / - 물론이죠
- 반가운 소리네

 

- 너 진짜..
- 티지는요?

 

이런!

 

웨더스 씨는 지난 4월
잠결에 돌아가셨어

 

- 너무 유감이네요
- 괜찮아

 

예전 분들은
한두 명뿐이야

 

다 신입이지

 

다들 자기 차례만
기다리고 있어

 

돌아와주니
너무 기쁘구나

 

이젠 직장도 구하고
장가도 들어야지

 

가자꾸나

 

벤자민!
괜히 힘 뺐구나

 

완전 귀머거리야

 

앞으론 방을
혼자 쓰게 해주마

 

남과 지내기엔
네 체격이 너무 커

 

집에 오니 묘하다

 

분위기도, 냄새도
느낌도 똑같다

 

벼락 일곱 번
맞았단 얘기했던가?

 

한번은 차를
몰다 그랬지

 

변한 건 바로
나 자신이다

 

돌아온지 얼마
되지 않은 아침

 

실례지만
퀴니 계세요?

 

데이지?

 

- 나야, 벤자민
- 벤자민?

 

이럴 수가!

 

진짜 너구나!
벤자민!

 

잘 지냈어?

 

너무 오랜만이다!
얼마나 궁금했다고!

 

- 언제 돌아왔어?
- 몇주 됐어

 

퀴니한테 듣기론
해군으로

 

- 참전했다기에 걱정했어
- 멀쩡한데

 

너 정말 근사해졌다

 

편지도 끊기야?

 

'떠날 땐 소녀였건만
어느덧 여인이다'

 

'그것도 내가 본
가장 아름다운'

 

아름다워?

 

가장 아름답대요

 

- 풀러 할머니 생각나? / - 그럼
- 돌아가셨어

 

알아, 유감이네

 

우리가 다시 만나다니

 

운명이랄까
아니 '키즈밋'이겠다
Kismet : 숙명

 

- 심령술사 에드가 케이시 알아?
- 그런 건 별로..

 

그에 따르면
모든 건 미리 정해졌대

 

다 운명이겠지

 

운명인지 모르지만
우연이라도 좋아

 

맨해튼 가봤어?
내가 근처에 살거든

 

침대에서 일어나면
엠파이어스테이트가 보여

 

넌 어떻게 지냈어?
얘기해줘

 

마지막 엽서에선
러시아에 갔었다며?

 

꼭 가보고 싶었는데
그렇게 춥나?

 

- 말도 못해
- 저런!

 

특이하다더니만
정말이구나

 

누군가 사귀었다지?
잘 됐어?

 

뻔한 스토리야

 

이거 생각나?

 

오후 다섯 시의
캥거루 아저씨

 

저녁이나 먹을까?

 

발랑신 앞에서
춤췄다고 말했던가?

 

저명한 안무가야
내 라인이 완벽하대

 

한번은 리허설 도중
댄서가 쓰러지자

 

그걸 즉석에서
연출에 포함시켰지

 

클래식 발레에서
가당키나 해?

 

댄서가 일부러
쓰러지다니?

 

이젠 그런 춤이 주류야
추상발레지

 

발랑신 외에도 많아
링컨 커스틴

 

루시아 체이스
특히 애그니스 드밀

 

그녀는 낡은 형식과

 

단조로운 스타일에서
탈피했고..

 

그녀는 새로운 세상
얘기를 늘어놨다

 

내겐 무의미한 얘기라

 

별로 귀담아듣진 않았다

 

새롭고 현대적이며
미국적이지

 

우리의 역량을
깨달은 거야

 

미안, 나만 떠들었네

 

아냐, 재밌는데

 

- 담배 피우는구나
- 어른이니까

 

뭐든 가능한 나이지

 

뉴욕에선 자주
밤을 샜어

 

건물 위로 뜨는
태양을 구경했지

 

늘 일거리가 많았어

 

내일 돌아가야 돼

 

- 벌써?
- 나도 서운해

 

댄서에게 의상이나
무대는 불필요해

 

나체로도
춤출 수 있어야지

 

D.H. 로렌스 읽어봤나?
금지서적인데

 

애정 행각을 다뤘어

 

우린 동료간
신뢰를 중시해

 

섹스도 그런 맥락이야

 

댄서 중엔
레즈비언이 많아

 

나랑 자고 싶어하는
여자도 있었어

 

- 당혹스럽나?
- 어떤 면이?

 

- 레즈비언 얘기?
- 넌 매력적이야

 

누구라도 그런
감정을 느꼈을 걸

 

집으로 가자

 

아님 다른 데라도

 

- 재킷이라도 깔던가
- 글쎄, 데이지

 

싫진 않지만
내게 실망할 걸

 

나이든 남자들도 겪었어

 

뉴욕에 돌아가서

 

친구들과 어울려봐

 

- 전엔 어린애였는데
- 어른이라니깐

 

데이지, 오늘은 아냐

 

음악이나 들을까?

 

인생은 기회의 연속이다

 

놓쳐서 탈이지만

 

아주 멋지고 훌륭해

 

허리케인이 여긴
피해서 간대요

 

- 다행이네
- 나도 어머니 곁으로..

 

가야겠지
괜찮을 거라셨어

 

벤자민?

 

변화는 계속됐다

 

잿빛이 도는 머리는
잡초처럼 무성해졌다

 

청각은 또렷해졌고
후각 또한 예민해졌다

 

걸음도 더욱 빨라졌다

 

다들 늙어가는데
나만 젊어지고 있다

 

 

벤자민!

 

- 알아보겠소?
- 그럼요, 버튼 씨

 

- 불편하세요?
- 발이 썩었죠

 

반가워요, 친구

 

세저락에 위스키는
여전하시군요

 

습관은 천성이니

 

버번가에도 자주?

 

한동안 못 갔죠

 

재미 좀 보느라

 

하루 4만 개 생산이
백만 개가 됐죠

 

직원은 10배로 늘고

 

공장은 24시간 돌려요

 

아이러니죠

 

전쟁 덕분에
버튼은 호황이니

 

보다시피

 

난 아파요
언제 죽을지 모르죠

 

- 유감인데요
- 뭘요

 

딱히 친구도 없이
혼자 지내요

 

혹시 괜찮다면

 

언제든 벗하고 싶은데

 

가능한 뭐든 돕죠

 

버튼에 대해
좀 아시나요?

 

버튼표 버튼은
124년 된 가업이죠

 

조부께선 재봉사였어요
리치먼드에 가게를 내셨죠

 

남북전쟁 뒤
뉴올리언즈로 이주하셨고

 

거기서 아버지가
버튼을 만드셨어요

 

아버지 수완으로
이만큼 성공했죠

 

헌데 난
바느질도 못해요

 

무척 흥미롭네요

 

혼자서도 잘 컸구나

 

뭘 원하시죠
버튼 씨?

 

벤자민, 넌
내 아들이다

 

미리 말 못해서
미안하구나

 

넌 1차 대전이
끝나던 날 태어났어

 

어머닌 너를 낳고
돌아가셨지

 

네가 괴물처럼 보였다

 

네 어머니한텐
널 보살피마 약속했지

 

버리지 않는 건데

 

어머니?

 

퐁샤트랭 호숫가의
여름 별장이지

 

소년 시절 난
새벽같이 일어나

 

호수가에서 해돋이
감상을 즐겼다

 

숨쉬는 유일한
존재인 듯했지

 

난 첫눈에
어머니한테 반했어

 

어머니 이름은
캐롤라인 머피였다

 

네 할아버지 댁에서
부엌일을 했어

 

더블린 출신이었지

 

1903년 캐롤라인의
형제자매들도

 

여기 뉴올리언즈에
정착했다

 

난 부엌에 들어갈
구실을 짜내곤 했어

 

어머니를 보려고 말이다

 

1918년 4월 25일은
더없이 행복한 날이었지

 

어머니와 결혼했거든

 

진작 말해주시죠?

 

전 재산을 네게
물려줄 생각이다

 

가볼게요

 

- 어디로?
- 집이요

 

무슨 꿍꿍이지?
얼굴 비춘다고

 

다 해결되고

 

다 용서되나?

 

분명 뭔가 있어

 

다른 속셈이
있는 거야!

 

네 곁에 18달러를
놔뒀더구나

 

고작 18달러에
더러운 포대기!

 

- 주무세요
- 잘 자라

 

벼락 일곱 번
맞았단 얘기했던가?

 

개를 데리고
산책할 때였지

 

한쪽 눈이 멀고
귀도 잘 안 들려

 

불쑥 경련도 잦고

 

기억마저 희미해

 

근데 말이지

 

용케 살아났단
기억만큼은 또렷해

 

폭풍이 오는구만

 

일어나요

 

옷 입으시죠

 

고맙구나

 

진작 미쳐버릴 수도 있었다

 

운명을 저주했는지도 모른다

 

허나 결국엔

 

받아들여야 된다

 

아름다운 장례식이구나

 

어머니 곁에
묻힐 거래

 

엄마가 제 어머니죠

 

내 아들

 

뉴욕은 처음이었다

 

- 데이지 친구거든요?
- 이쪽으로

 

데이지!

 

의상실에 있어!

 

누가 날 찾는데?

 

- 벤자민!
- 안녕

 

- 어쩐 일이야?
- 한번 와보고 싶었어

 

만나보고 싶었지

 

전화하지 않고
놀래키긴

 

- 열심이구나
- 고마워, 예쁜데?

 

눈을 뗄 수가 없네

 

너무 매혹적이야

 

고마워
칭찬도 해주고

 

옷 좀 갈아입을게
파티가 있거든

 

너도 올래?

 

괜찮은 식당이 있다기에

 

혹시나 싶어
예약해뒀는데

 

단원 전체가
참석하는 파티야

 

너도 와주면 좋겠어
옷 갈아입을게

 

데이빗이야
함께 춤추지

 

여긴 벤자민
전에 말했지?

 

아, 안녕하세요?

 

마실 거 가져올게

 

데이지 할머니
친구셨다죠?

 

아닌가요?

 

- 비슷해요
- 실례할게요

 

벤자민!

 

가는지도 몰랐잖아!

 

뭐야, 벤자민

 

뭘 기대했어?

 

다 포기하길 원해?
이게 내 인생이야

 

시내로 가야지?

 

가자

 

좀 즐겨봐
흥겹고 유쾌한 곳이야

 

신경쓰지 마
내 잘못이니

 

미리 연락하는 건데

 

네 마음을 얻고 싶었어

 

- 데이지, 어서!
- 알았어

 

멋진 친구네
사랑하나?

 

아마도

 

기뻐해야겠군

 

나중에 봐

 

그래

 

공연 즐거웠어!

 

아버지 죽음을
위로 받으러 온 건데

 

미처 모르셨잖아요

 

난 스물셋이었지
부주의했어

 

- 그래서 어떻게 됐죠?
- 사진이 있다

 

가방 앞에

 

난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댄서가 됐다

 

5년 동안

 

세계 도처에서 공연했지

 

런던, 비엔나, 프라하..

 

이러신 줄 몰랐어요

 

댄서란 말씀은
없으셨잖아요

 

미국 출신으론
유일하게

 

볼쇼이 발레단과
공연했어

 

영광이었지

 

하지만 벤자민이
늘 마음에 걸렸다

 

내 진심을 깨달았지

 

잘 자, 벤자민

 

- '잘 자, 데이지'
- 벤자민도?

 

'인생도 까다롭지만은 않다'

 

'뭔가 찾으려
헤매긴 하지만'

 

벤자민, 르토뉴 부인이
돌아가셨어

 

- 벤자민 버튼 씨?
- 그렇습니다만

 

- 봉주르
- 무슨 일이시죠?

 

- 데이지 풀러를 찾는데요
- 잠시만요

 

- 앉아계세요
- 네

 

이따금 사고를 내도
우린 깨닫지 못한다

 

고의든 우연이든

 

우리로선 어쩔
도리가 없다

 

어느 파리 여성이
쇼핑을 나섰다

 

코트를 깜박한 그녀는
다시 돌아간다

 

코트를 챙겨 나오는데
전화벨이 울리고

 

전화를 받느라
잠시 지체한다

 

그녀가 전화를 받던 때

 

데이지는 파리 오페라하우스에서
리허설 중이었다

 

그러는 사이
여자는 통화를 끝내고

 

택시를 타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이때 손님을 내린
택시기사 하나가

 

차를 마시러
커피점에 들른다

 

데이지는 여전히
리허설 중이었다

 

일찌감치 손님을 내리고

 

차를 마신
택시기사는

 

쇼핑을 나서다
방금 택시를 놓친

 

그 여성을 태웠다

 

택시는 행인 때문에
급정거했는데

 

그는 알람 맞추길
깜박해서

 

평소보다 5분 늦게
출근하고 있었다

 

그 남자가 늦게 일어나
길을 건너던 때

 

리허설을 마친 데이지는
샤워를 하고 있었다

 

한편 택시는
쇼핑하는 여성을 기다렸고

 

그녀는 포장 안 된
상품을 골랐는데

 

여직원은 전날
애인과 헤어져서

 

미리 포장해둘
겨를이 없었다

 

포장이 끝나고 여성은
다시 택시를 탔지만

 

배달 트럭이 가로막는다

 

그런 와중 데이지는
옷을 갈아입었다

 

트럭이 빠지자
택시도 움직였고

 

극장을 나서던
데이지는

 

신발끈이 끊어진
친구를 기다려준다

 

택시가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데이지와 친구는
극장을 나섰다

 

딱 하나만 달랐어도

 

신발끈이 멀쩡하던가

 

트럭을 빨리
빼주던가

 

여직원이 애인과
결별하지 않고

 

포장만 미리 해놨어도

 

혹은 알람이
제대로 울렸거나

 

택시기사가 차만
안 마셨어도

 

아님 여자가
코트를 잘 챙겨서

 

앞선 택시를 탔다면

 

데이지는 무사했을 테고

 

택시는 그냥
지나쳤을 것이다

 

어떻게 살아본들

 

얽히고 섥힌
사건의 연속에서

 

택시가 달려들고

 

기사가 한눈을
파는 걸 알기란

 

인간의 능력 밖이다

 

- 데이지는 차에 치였고
- 데이지! 도와줘요!

 

다리가 부러졌다

 

데이지

 

- 어떻게 알았어?
- 친구한테 들었지

 

일부러 찾아줘서
너무 고마워

 

예의 차릴 거 없어

 

맙소사!

 

이젠 말끔해졌구나

 

오지 않았음 했는데

 

이런 모습
보여주긴 싫거든

 

그녀의 다리는
다섯 군데나 부러졌다

 

치료를 받으면
걸을 순 있겠지만

 

춤출 순 없다

 

집으로 가자
내가 돌봐줄게

 

뉴올리언즈론 안 가

 

그럼 내가
여기 있을게

 

못 알아들어?
짐이 되긴 싫어

 

미안한 얘기지만

 

너와 지내긴 싫거든?

 

뉴욕행을 바랐지만
넌 무시했어

 

너도 후회했을 걸

 

우린 더 이상
어린애가 아냐

 

나한테 신경 꺼

 

내가 너무 심했어

 

그는 몰라줬지

 

망가진 모습을
보여주긴 싫었다

 

'당장 떠날 순 없었다'

 

'그녀가 염려되어
파리에 더 머물렀다'

 

그랬을 줄이야

 

간호사 좀 불러주겠니?

 

다시 걷고 싶었어

 

루르드행 기차를 탔지

 

어디 볼까요
정상인데

 

맥박이 느리군요
호흡이 힘들 거예요

 

- 괜찮아요?
- 네

 

계속 할게요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 페이지가
꽤 찢겨졌어요

 

'집안 소리에 집중했다'
여긴 읽었는데

 

글자가 번져서
읽기 힘드네요

 

항해에 관한 내용인데
말이 되려나?

 

호숫가 별장의
아버지 배로 항해를 배웠다

 

솔직히 여자도
한둘쯤 사귀었다

 

세 명이었나?

 

짜능내진 말자
내일 또 즐기면 되니

 

엄마

 

1962년 봄

 

그녀가 돌아왔다

 

- 어딨었나 궁금했지?
- 아니

 

연락도 없이 오니?

 

갈 때도 그러더니만

 

급한 일이 있었어요

 

이기적인 애는
아니었잖니

 

내 눈은 틀림없는데

 

사람 보는
눈은 정확해

 

- 주무세요, 엄마
- 오냐

 

즐겁게 보내렴

 

- 말수가 너무 적은데?
- 내 스타일이야

 

- 나랑 자
- 물론이지

 

나는 그녀에게
함께 떠나자고 했다

 

우린 플로리다를 따라
멕시코만으로 향했다

 

스물여섯 때
안 만나길 다행이야

 

- 어째서?
- 너무 어렸거든

 

넌 너무 늙었고

 

뭐든 때가 있는봐

 

너와 지내는
매 순간이 즐거워

 

- 내가 더 오래 버틸 걸
- 아닐 걸?

 

주름도 거의 없네

 

난 매일 주름이 느는데
불공평해

 

주름까지도 사랑해

 

젊어지는 느낌은 어때?

 

글쎄
늘 겪는 일이라

 

내가 쪼글쪼글
늙어도 좋아?

 

여드름 나도 사랑해?

 

침대에 오줌 싸도?

 

겁 많은 꼬맹이라도?

 

왜?

 

- 무슨 생각해?
- 어째서 영원한 건 없을까

 

그래서 안타까워

 

영원한 것도 있어

 

- 잘 자, 데이지
- 잘 자, 벤자민

 

엄마?

 

- 아빠는 언제 만나셨죠?
- 얼마 뒤에

 

아빠도 벤자민에
관해 아셨나요?

 

잘 알았지

 

엄마!

 

퀴니!

 

누구요?

 

안녕하세요, 카터 부인
다들 어딨죠?

 

벤자민이구나
퀴니는 죽었어

 

정말 유감이야

 

상심이 크겠구만
훌륭한 분이셨는데

 

엄마는 사랑하던
웨더스 씨 곁에 묻혔다

 

잃어버리기에 비로소
추억이 남는 걸까

 

난 아버지가 살던
집도 처분했다

 

집이 너무 근사해

 

여기서 살면 좋겠어

 

유서 깊은
집안이군요

 

집과 역사를 같이하죠

 

거실도 둘러봐야지

 

우린 2가구용
주택을 샀다

 

마음에 드는 집이었지

 

장작 냄새가 났어

 

계속하려무나

 

'내 생애 가장
행복한 때였다'

 

가구 한 점 없었다

 

거실에서 피크닉도
즐기곤 했다

 

배가 고프면 먹는다

 

언제든 내키면
밤을 새웠다

 

정해진 시간에
자고 깨는 따위의

 

꽉 짜인
일상을 거부했다

 

우린 매트리스에서
살다시피 했다

 

옆집 밴댐 부인은
물리치료사였다

 

4블럭 거리엔
수영장도 있었다

 

어쩌면 좀 더
가능했는지 몰라

 

당신이 택한 길은
너무 특별했어

 

댄서란 직업은
원래 수명이 짧아

 

설령 사고가
없었더라도

 

지금의 당신 자리는
바로 여기지

 

그냥 늙는 게 싫어

 

물에 염소를
얼마나 탄 거야?

 

다신 자괴감 따위에
빠지지 않을게

 

돌이켜 보면 당시
그녀는 우리가

 

유한한 존재임을
깨달았다

 

그녀는 안정을 되찾았다

 

스튜디오를 내서
소녀들에게 춤을 가르쳤다

 

반대쪽으로

 

경쾌하게

 

좋았어!

 

잘 가라!

 

과연 아름다워

 

춤은 라인이 생명이야

 

몸매 라인

 

몸매가 망가지면
끝장이지

 

생각해보니

 

1918년생이면
당신은 마흔아홉

 

난 마흔셋이네

 

동갑내기 같아

 

한가운데 온 건가?

 

드디어 똑같아졌군

 

잠깐, 지금 모습을
기억해두고 싶어

 

나 임신했어

 

간호사 말론 아들이래

 

느낌엔 딸인데

 

걱정스럽겠지

 

- 솔직히 그래
- 음

 

- 뭐가 제일 두려운데?
- 날 닮을까봐

 

그럼 더 예뻐해야지

 

좋아

 

나이 거꾸로 먹는
아빠도 있나?

 

아이만 힘들지
부담 주긴 싫어

 

어차피 인생은 똑같아

 

잘해보고 싶어

 

소원이야
자기가 도와줘

 

나도 당신 뜻대로
해주고 싶어

 

다만 확신이
서지 않아서..

 

장님더러 아이를
갖지 말라면 좋겠어?

 

아빠로서 최선을
다하면 돼

 

결말이 뻔하더라도
난 감수하겠어

 

당신 사랑이면 족해

 

화장실 다녀올게

 

수영으로 영국해협을
횡단한 최고령 여성이

 

오늘 칼레에
도착했습니다

 

놔둬요!

 

34시간 22분 14초의
역영 끝에 그리니치 표준

 

오전 5시 38분에 도착한
68세 엘리자베스 애보트 부인은

 

지쳤지만 행복합니다

 

애보트 부인
성공의 비결이 있다면?

 

불가능은 없죠

 

갈까?

 

그래

 

평소와 다름없던
어느 봄날

 

금방 다녀올게!

 

여보!

 

구급차 불러!

 

아기가 나와

 

구급차 좀 불러줘요!

 

모두 무탈해요
건강한 공주랍니다

 

자기..

 

그녀는 2.4킬로짜리
딸을 낳았다

 

발가락 세어봤어?

 

너무 예뻐

 

'이름은 내 어머니처럼
캐롤라인으로..'

 

벤자민이 친아버지였군요?

 

이럴 목적이셨어요?

 

죄송해요

 

현재 허리케인의
상태로 봐서

 

카테고리 5까지도
확장 가능합니다

 

힘드시겠지만
금연이거든요?

 

정확한 경로는
예측하기 어렵고..

 

'의사 말대로 넌
건강하게 정상으로 자랐다'

 

제대로 된
아빠가 필요해

 

무슨 소리야?

 

함께 늙어갈
아빠가 필요하다고

 

언젠간 이해할 거야
당신을 사랑하니깐

 

놀이상대가 아닌
아빠가 필요해

 

- 나 때문이야?
- 무슨 소리

 

내가 늙어서 갑갑해?
그게 진심인가?

 

애 둘을
키우겠다고?

 

네 첫 돌이었지

 

우린 파티를 열었고
집은 애들로 넘쳤다

 

- 안녕하세요?
- 네

 

순식간에 크죠
고교생이 되고 연애하고

 

퐁샤트랭의 여름
별장을 처분했다

 

버튼 공장도 팔았다

 

아버지 배도 팔았다

 

그걸로 계좌를 텄지

 

너와 어머니가
편히 살게끔

 

네가 더 크기 전에
서둘러야 했다

 

'나는 옷가지만
챙겨 떠났다'

 

이젠 안 읽을래요

 

어디로 가셨죠?

 

나도 몰라

 

저한테 온 거네요
1970년 두 살 때

 

'해피 버스데이'

 

'뽀뽀해주면 좋으련만'

 

전부 제게 왔어요
다섯 살

 

'학교 입학식에
가보고 싶다'

 

여섯 살

 

'피아노를 가르쳐주면
얼마나 좋을까'

 

1981년 열세 살

 

'남자애들한테
혹하지 마라'

 

'실연 당했으면
위로해주련만'

 

'아버지로 남고 싶구나'

 

'이런들 부질없겠지'

 

인도로 가셨나봐요

 

'꿈이 있다면
나이가 얼마든'

 

결코 늦다거나
이르지 않다

 

도전하고 싶다면
언제든 가능하다

 

선택은 자유다
정해진 규칙이란 없다

 

최선일 수도
최악일 수도 있다

 

넌 최선이길 빈다

 

놀라운 일을
경험해보길 바란다

 

전혀 새로운
기분을 만끽해보렴

 

색다른 사람들과
사귀었음 좋겠구나

 

인생이 뿌듯하길 바라마

 

설령 그렇지 못하다면

 

용기있게 다시
시작하길 빈다

 

오랫동안 못 봤지

 

목요일에 봐요

 

- 안녕히 계세요
- 그래, 얘들아

 

죄송하지만 끝났는데요

 

무슨 일이시죠?

 

누구 데리러 오셨나요?

 

왜 돌아왔어?

 

엄마?

 

엄마!

 

아직인가?

 

왜 그래요?

 

오랫동안 못 보던
친구한테

 

불행한 일이
생겼다는구나

 

캐롤라인, 벤자민이야

 

네가 아기였을 때 봤지

 

- 안녕
- 안녕

 

여보!

 

미안, 끝난 줄 알고

 

이쪽은 친척뻘인
벤자민 버튼

 

- 남편 로버트야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만나서 반가웠어요
차에서 기다릴게

 

- 알았어
- 안녕

 

곧 갈게

 

예쁘게 컸네
당신을 빼닮았어

 

- 춤도 잘 춰?
- 별로

 

그건 나를 닮았군

 

정말 예쁜 애야

 

가끔 방황하긴 해도
십대엔 다 그렇지

 

당신과 비슷한
구석이 많아

 

남편은 홀아비였지

 

정말 따뜻하고
유쾌한 사람이야

 

- 아버지로서 충실하고
- 다행이네

 

- 굉장히 젊어졌구나
- 껍데기일 뿐이야

 

당신이 옳았어

 

둘 다 감당하진
못했을 거야

 

난 나약하니까

 

어디에 살아?

 

앞으로 계획은?

 

퐁샤트랭 호텔에 있어

 

계획은 모르겠고

 

기다리는데

 

생각나요
그분이셨군요

 

허리케인이 곧
상륙한대요

 

어떡해야 되나요?

 

대피해야 원칙이지만
뜻대로 하세요

 

일단 그냥 있을게요

 

변동이 생기면
알려드리죠

 

'왜 돌아왔는지
고민하던 그날 밤'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들어와

 

괜찮은 건가?

 

내가 왜 이러나 몰라

 

영원한 건 없어

 

영원히 사랑해

 

벤자민, 난
이제 늙었어

 

어떤 추억은 영원히 남지

 

안녕, 벤자민

 

안녕, 데이지

 

어쩔 수 없음을 알기에

 

그녀를 떠나보냈다

 

여기가 끝이에요

 

로버트가 죽고
얼마 뒤

 

전화가 왔다

 

네?
접니다만

 

죄송하지만
무슨 말씀이신지

 

저 집이에요

 

여기요!

 

- 데이지 풀러라고 합니다
- 데이빗 에르난데스예요

 

아동복지과에서 나왔죠

 

폐가에서 살고 있더군요

 

경찰이 짐속에서
주소를 찾았죠

 

부인 성함이에요

 

건강이 너무 나빠서
병원으로 옮겼어요

 

자기가 누군지 모를만큼
황폐한 상태였죠

 

에르난데스 씨께 벤자민도
우리 식구라고 말씀드렸어요

 

벤자민만 좋다면
여기 살아도 돼요

 

벤자민

 

연주가 훌륭해

 

만지는 걸 꺼리죠

 

정신이 오락가락해요

 

의사들 말론
납득하기 어렵지만

 

치매 초기 증상이래요

 

나 모르겠어?

 

데이지야

 

난 벤자민

 

만나서 반가워
벤자민

 

곁에 앉아도 될까?
연주가 듣고 싶은데

 

나를 알아?

 

잘 지내나 보려고
매일 들렀어

 

내가 속셈을
모를 줄 알고?

 

망할 거짓말쟁이들!

 

막 아침을 먹고도
기억을 못해요

 

뭔가 다른 걸
해보자꾸나

 

엄청난 기억을
잃어버린 기분이야

 

어떤?

 

한평생 산 느낌인데

 

도무지 기억이 없어

 

괜찮아
망각은 당연해

 

자기가 누군지 어딨는지
매번 까먹었어

 

- 꽤 힘들었지
- 벤자민!

 

다 보여!
강도 보인다!

 

그래, 다 보이고 말고

 

엄마가 묻힌
묘지도 보여

 

- 그만 내려와!
- 날아볼까?

 

날았던 사람이 있었지

 

내려오면 얘기해줄게

 

누가 올라가봐

 

아예 입주했을 땐
그는 다섯 살이었다

 

처음 그를 봤을 때도
그 나이였는데

 

오후 5시의
캥거루 아저씨야

 

멋진 뒷다리를 가졌어

 

세월이 더 흐르자
걷지도 못했어

 

내 이름이 뭐지?
말해봐

 

난 데이지야

 

데이지라고 해볼래?

 

2002년 기차역엔
새 시계가 걸렸지

 

그렇게 2003년 봄

 

그는 나를 쳐다봤다

 

내가 누군지
아는 눈치더구나

 

그리곤 잠드는 양
눈을 감았어

 

아버지를 몰라서
서운해요

 

이젠 알잖니

 

무슨 일인지 가볼게요

 

안녕, 벤자민

 

강변이 낙인 사람도 있다

 

벼락 맞는 사람도 있다

 

음악을 아는 사람도 있다

 

예술가도 있고

 

수영선수도 있으며

 

누구는 버튼을

 

누구는 셰익스피어를 알고
누구는 어머니였다

 

그리고 누군가는
춤을 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