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00:00:51,584 --> 00:00:55,954 하의도 2 00:00:56,623 --> 00:01:00,427 그때 무슨 뚜렷한 희망이 있었던 기억은 없어요 3 00:01:00,527 --> 00:01:02,162 없는데 다만... 4 00:01:02,262 --> 00:01:06,199 내가 엉뚱하게 나중에 임금이 된다는 생각을 가졌어요 5 00:01:06,299 --> 00:01:10,704 그래서 우리 이웃 마을에 어린애가 났는데 6 00:01:10,804 --> 00:01:17,143 점쟁이가 그 애가 임금 된다고 했다고 그 말을 들으니까 굉장히 화가 나더라고요, 그때 7 00:01:17,243 --> 00:01:22,983 그런데 좌우간 '난 좀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 출세하겠다' 8 00:01:23,083 --> 00:01:24,883 그런 생각은 가지고 있었어요 9 00:01:27,587 --> 00:01:32,157 목포로 나온 것은 결정적으로 어머니가 권한 거예요 10 00:01:32,926 --> 00:01:37,297 이 애가 공부를 잘하는데 여기서 이대로 썩히기는 아까우니까 11 00:01:37,397 --> 00:01:39,264 목포로 나가자고 12 00:01:43,336 --> 00:01:48,841 그때는 하의도에서 목포까지 오는데 아마 세 시간 이상 걸렸어요 13 00:01:50,443 --> 00:01:54,381 그때 일제시대의 목포는 전국의 7대 도시에 들어가는 거예요 14 00:01:54,481 --> 00:01:57,350 뭐 항구에 오니까 얼마나 배가 많은지 15 00:01:57,450 --> 00:02:00,252 그냥 모든 것이 신기하고 그러더라고요 16 00:02:02,322 --> 00:02:05,759 그때는 아주 기뻤어요 뭐 고향 뜬다는 그런 것보다는 17 00:02:05,859 --> 00:02:10,764 '내가 진짜로 말하자면 이제 공부를 하러 간다' 18 00:02:10,864 --> 00:02:13,366 '내가 공부하면 크게 될 수 있다' 19 00:02:13,466 --> 00:02:15,000 이런 생각을 했어요 20 00:02:21,675 --> 00:02:26,311 섬 소년 김대중은 목포상업고를 수석으로 입학했다 21 00:02:26,946 --> 00:02:32,151 하지만 나라를 빼앗긴 식민지 소년이 꿀 수 있는 꿈은 많지 않았다 22 00:02:33,553 --> 00:02:39,391 졸업 후, 그는 해운회사에 취직했고 첫눈에 반한 차용애와 결혼했다 23 00:02:43,630 --> 00:02:48,068 1945년 8월 15일 해방이 찾아왔다 24 00:02:48,168 --> 00:02:55,741 감격한 청년 김대중은 '일본 무조건 항복'이라고 쓴 종이를 길거리에 붙이면서 뛰어다녔다 25 00:03:02,982 --> 00:03:06,786 김대중은 작은 배 한 척을 사들여 해운회사를 시작했고 26 00:03:06,886 --> 00:03:09,888 전국적인 사업으로 키워나갔다 27 00:03:11,524 --> 00:03:19,299 목포에서 직접 매일 같이 내 눈앞에서 움직이는 그 경제의 움직임 28 00:03:19,399 --> 00:03:22,034 그 뭐 부두는 굉장히 번창했죠 29 00:03:23,003 --> 00:03:28,141 경제계 전체의 흐름을 판단해서 거기에 적응해 나가는 것이고 30 00:03:28,241 --> 00:03:30,410 모험을 하되 적당히 하는 거 31 00:03:30,510 --> 00:03:34,614 그래서 너무 무리한 모험은 하지 않지만 또 적당한 모험은 해야 한다 32 00:03:34,714 --> 00:03:38,151 그리고 종업원들하고 관계가 좋아야 한다 33 00:03:38,251 --> 00:03:40,352 그래서 아주 종업원들하고 관계가 좋았어요 34 00:03:41,287 --> 00:03:45,125 화물선이 몇 톤 급인지는 몰라도 굉장히 큰 화물선이라고 그래요 35 00:03:45,225 --> 00:03:48,028 열네 척까지 보유했던 걸로 알고 있어요 굉장히 성공한 거죠 36 00:03:48,128 --> 00:03:55,067 하여튼 그 많은 돈들이 우리 집까지 장롱까지 그냥 쌓여있다 나오는 걸 여러 번 봤거든요 37 00:03:58,471 --> 00:04:05,310 김대중은 전국에서 가장 큰 지방신문사인 '목포일보'를 인수할 만큼 돈을 모았다 38 00:04:06,479 --> 00:04:09,783 목포일보사 사장할 때 지프차를 타고 다닐 때니까 39 00:04:09,883 --> 00:04:13,887 목포에서 지프차 타고 다니는 사람들은 불과 몇 사람밖에 안 돼요 40 00:04:13,987 --> 00:04:21,661 목상 동창생들 중에서는 너무나도 젊은 사람으로서 너무 출세를 하니까 41 00:04:21,761 --> 00:04:25,297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또 일부는 시기하는 사람도 있었고 42 00:04:32,672 --> 00:04:34,708 해방의 기쁨도 잠시 43 00:04:34,808 --> 00:04:39,678 한반도는 북한 인민군의 남침으로 순식간에 공포에 휩싸였다 44 00:04:42,749 --> 00:04:48,989 서울에 출장을 와 있던 김대중은 전황이 나아지기를 기다리며 서울에 머물렀다 45 00:04:49,089 --> 00:04:54,693 서울을 반드시 사수하겠다는 대통령 이승만의 말을 믿었기 때문이었다 46 00:04:56,696 --> 00:05:03,702 그러나 사흘 만에 인민군에게 점령된 서울에서 정부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47 00:05:06,206 --> 00:05:09,208 김대중은 다급하게 피난길에 올랐다 48 00:05:12,312 --> 00:05:17,483 목포로 가는 400여 km 길 위에는 매일 같이 총탄이 쏟아졌다 49 00:05:18,485 --> 00:05:23,222 배는 고프고, 길은 멀고 죽음은 가까이 있었다 50 00:05:25,825 --> 00:05:31,397 김대중은 서울을 탈출한 지 20일 만에 구사일생으로 목포에 도착했다 51 00:05:34,868 --> 00:05:38,939 이미 목포는 인민군들에게 장악되었다 52 00:05:39,039 --> 00:05:43,509 인민위원회는 우익으로 지목된 시민들을 잡아들였다 53 00:05:44,177 --> 00:05:47,113 사업을 보호할 수 있다는 장인의 권유로 54 00:05:47,213 --> 00:05:52,551 우익단체인 '대한청년단'에 이름을 올렸던 김대중도 표적이 되었다 55 00:05:53,853 --> 00:05:58,291 살아보려고 아는 사람들 찾아다니는데 56 00:05:58,391 --> 00:06:01,394 그 사람들이 말하자면 나를 붙들었어요 57 00:06:01,494 --> 00:06:05,497 그러고 잠깐 물어볼 말만 있으니까 잠깐만 가시자고 58 00:06:06,266 --> 00:06:12,906 '니가 우리 애국자들 밀고할까 봐 얼마나 너 때문에 신경 쓴 줄 아냐' 59 00:06:13,006 --> 00:06:16,843 '니가 바른말 안 하는 거 보니까 반성 못 했구나' 60 00:06:16,943 --> 00:06:18,544 그리고 '집어넣으라고' 61 00:06:19,846 --> 00:06:23,483 나도 이제 형무소에다 갖다 집어넣더라고 62 00:06:23,583 --> 00:06:27,119 그게 이제 그때 모두 짐작을 한 거라 죽일려고 한다 63 00:06:29,189 --> 00:06:31,958 그래서 '이제 이거 끝났구나' 생각을 했는데 64 00:06:32,058 --> 00:06:38,530 안에 있는 사람 반쯤 남짓 실어내리고 나니까 인민군 소리가 싹 없어졌어요 65 00:06:39,466 --> 00:06:44,570 유엔군 인천 상륙으로 인한 인민군의 긴급 철수였다 66 00:06:45,772 --> 00:06:51,210 처형장으로 끌려갈 뻔한 김대중은 기적적으로 목숨을 구했다 67 00:06:55,215 --> 00:06:59,952 동족상잔의 살상극은 전황이 바뀔 때마다 되풀이되었다 68 00:07:00,954 --> 00:07:07,726 인민군이 물러나면 좌익이 국방군이 물러나면 우익이 죽임을 당했다 69 00:07:12,265 --> 00:07:17,569 굉장히 뭔가 슬프기도 하고 분하기도 하고 그랬어요 70 00:07:18,638 --> 00:07:25,944 김대중은 사상과 이념이 지배하는 전쟁의 맹목성과 잔혹함을 뼈저리게 느꼈다 71 00:07:36,022 --> 00:07:41,094 전쟁의 포화 속에서 김대중은 국군의 군수품 운송을 지원하는 한편 72 00:07:41,194 --> 00:07:43,796 해운사업을 정상화시켰다 73 00:07:44,264 --> 00:07:47,601 대규모 용역계약을 따내면서 사업을 확장했고 74 00:07:47,701 --> 00:07:51,170 임시 수도 부산에 해운회사를 설립했다 75 00:07:53,106 --> 00:07:57,344 전국 각지의 사람들이 전쟁을 피해 부산으로 몰려들었고 76 00:07:57,444 --> 00:08:02,548 거기서 그는 정치인 종교인, 예술가들을 만났다 77 00:08:04,651 --> 00:08:09,888 젊은 사업가 김대중은 다른 눈으로 세상을 보기 시작했다 78 00:08:19,899 --> 00:08:23,236 전쟁의 혼란 속에서 질서와 안정을 원했던 국민들은 79 00:08:23,336 --> 00:08:26,039 이승만의 지도력을 신뢰했다 80 00:08:26,139 --> 00:08:30,009 그러나 국민을 절망시키는 사건이 잇따라 터졌다 81 00:08:30,810 --> 00:08:35,882 북한군에 동조할지 모른다는 이유로 수천 명의 양민이 집단학살 당했고 82 00:08:35,982 --> 00:08:42,654 북한군과 싸우기 위해 긴급 편성된 '국민방위군' 수만 명이 얼어 죽고, 굶어 죽었다 83 00:08:43,556 --> 00:08:49,194 그들에게 지급할 식량과 군수품을 국군 수뇌부가 빼돌렸기 때문이었다 84 00:08:51,431 --> 00:08:56,535 분노한 민심에 놀란 국회의원들이 먼저 이승만으로부터 등을 돌렸다 85 00:09:00,607 --> 00:09:06,112 국회의원이 대통령을 뽑는 내각제로는 재선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안 이승만은 86 00:09:06,212 --> 00:09:09,448 직접 선거를 통한 임기 연장을 시도했다 87 00:09:11,418 --> 00:09:16,256 이승만은 직접 선거에 반대하는 국회의원들을 무차별 구금하고 88 00:09:16,356 --> 00:09:20,726 급기야는 야당 국회의원들을 공산당으로 몰아 구속했다 89 00:09:21,895 --> 00:09:24,763 이른바 부산 정치파동이었다 90 00:09:28,535 --> 00:09:32,137 이 사건을 직접 목격한 김대중은 분노했다 91 00:09:35,542 --> 00:09:39,512 전쟁터에서는 날마다 젊은이들이 죽어 나가는 상황에서 92 00:09:39,612 --> 00:09:42,215 고통과 혼란을 수습하는 것이 아니라 93 00:09:42,315 --> 00:09:48,120 국민을 절망에 빠뜨리는 부패하고 타락한 정치에 신물이 났다 94 00:09:53,093 --> 00:09:57,463 김대중은 자신의 사업을 하나씩 접기 시작했다 95 00:10:02,469 --> 00:10:04,471 정치를 하기로 그때 결심한 거예요 96 00:10:04,571 --> 00:10:07,807 정치 이래서는 안 되겠다 이래선 공산당한테 도저히 이길 수가 없다 97 00:10:07,907 --> 00:10:10,343 민주주의 안 하고 어떻게 공산당한테 이기냐 98 00:10:10,443 --> 00:10:15,515 그래서 '내가 6.25 때 죽으려다 살았으니까 죽었다고 생각하고 독재하고 한 번 싸워보자' 99 00:10:15,615 --> 00:10:19,752 '그리고 거지가 되면 어쩌냐 한 번 해보자' 생각한 거예요 100 00:10:25,525 --> 00:10:27,827 정치는 사업과 달랐다 101 00:10:27,927 --> 00:10:31,964 진입하기도 어려웠지만 이기기는 더욱 어려웠다 102 00:10:34,701 --> 00:10:39,673 김대중은 1954년 첫 민의원 선거에서 낙선했다 103 00:10:39,773 --> 00:10:45,944 58년, 59년 선거에서도 패배, 패배의 연속이었다 104 00:10:48,148 --> 00:10:54,254 서울로 온 김대중은 월간지에 사회 문제와 해결책을 제시하는 글을 썼다 105 00:10:54,354 --> 00:10:58,323 그의 글은 주목을 받았지만 돈이 되지 않았다 106 00:11:00,360 --> 00:11:04,797 그때 이제 생활이 차츰 어려워졌어요 선거 몇 번 떨어지고 하니까 107 00:11:06,232 --> 00:11:08,635 선거라는 건요 한 번만 해도 기둥뿌리가 빠지는 거예요 108 00:11:08,735 --> 00:11:11,238 근데 그걸 세 번, 네 번 하니까 어떻게 되겠어요 109 00:11:11,338 --> 00:11:16,643 서울 올라와서 집을 여덟 번을 갈았어요 110 00:11:16,743 --> 00:11:19,879 항상 집 있는 사람이 제일 부러웠었어요 111 00:11:19,979 --> 00:11:22,881 '집 걱정 없으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을 112 00:11:23,650 --> 00:11:29,389 '왜 이 정치를 하신다고 이렇게 고생을 하시고 그러느냐'고 내가 그랬어요 113 00:11:29,489 --> 00:11:32,425 그래서 오죽하면 내가 형부 앞에서도 114 00:11:32,525 --> 00:11:37,330 '형부, 언니가 형부 종이야?' 형부 이제 미워서 115 00:11:37,430 --> 00:11:39,499 그 미움이라는 게 형부를 미워하겠어요 116 00:11:39,599 --> 00:11:43,236 이제 보기에 너무 안타까우니까 고생하시는 게 117 00:11:43,336 --> 00:11:44,771 그러면 나를 이렇게 책을... 118 00:11:44,871 --> 00:11:49,943 항상 손에서 책이 안 떨어지셨어요 형부는 책 아니면 신문 119 00:11:50,043 --> 00:11:53,679 날 이렇게 쳐다보고 '때치' 그러셨거든요 120 00:11:57,183 --> 00:12:00,854 좌절에 빠진 김대중을 유일하게 응원하고 나선 사람은 121 00:12:00,954 --> 00:12:02,888 아내 차용애였다 122 00:12:04,257 --> 00:12:11,031 정말 처는 나를 사랑했고 또 가난을 조금도 화내지 않고 123 00:12:11,131 --> 00:12:15,635 어떻게 하든지 자기가 한 입이라도 벌어가지고 남편 뒷바라지하려고 124 00:12:15,735 --> 00:12:17,870 좌우간 이를 악물고 견뎌냈어요 125 00:12:20,206 --> 00:12:25,445 만성적인 가슴 통증에도 미장원 일을 하며 가족을 돌보던 아내 차용애는 126 00:12:25,545 --> 00:12:30,149 32살의 나이에 갑작스럽게 숨을 거두고 말았다 127 00:12:32,419 --> 00:12:38,124 그런 그 가난 속에서 그렇게 제대로 의사도 치료도 못 받고 죽으니까 128 00:12:38,224 --> 00:12:42,394 아주 말할 수 없이 통곡을 하고 그렇게 했어요 129 00:12:42,896 --> 00:12:51,270 그때 그 몇 년은 내게는 인생에 있어서 가장 고통스러운 시기였어요 130 00:12:52,806 --> 00:12:59,812 대통령직을... 사임할 것이며... 131 00:13:00,513 --> 00:13:05,584 3.15 부정 선거로 재집권한 이승만은 4.19 혁명으로 하야했다 132 00:13:10,523 --> 00:13:16,195 김대중이 소속한 민주당은 3분의 2가 넘는 의석수를 차지하며 압승을 거두었다 133 00:13:18,365 --> 00:13:22,468 그러나 이번에도 김대중은 또 낙선이었다 134 00:13:23,303 --> 00:13:29,174 벌써 4번째 낙선이었고 새 민주당 정권에도 그의 자리는 없었다 135 00:13:30,877 --> 00:13:36,782 김대중에게 뜻밖의 기회를 준 것은 내각제로 집권한 장면 총리였다 136 00:13:37,484 --> 00:13:43,055 장면은 현역 의원이 아닌 김대중을 정부 여당의 대변인으로 지명했다 137 00:13:44,691 --> 00:13:49,095 네 번의 선거에서 김대중이 보여준 열변과 '사상계' 138 00:13:49,195 --> 00:13:52,998 동아일보 등에 기고한 글이 인상 깊었던 것이다 139 00:13:53,800 --> 00:13:57,736 그는 장면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140 00:13:59,673 --> 00:14:05,811 장면이 이끄는 집권 여당의 정책과 입장을 밤새 공부하고, 준비해 토론에 나섰다 141 00:14:09,349 --> 00:14:16,355 정부의 한미 경제 협정 체결을 둘러싸고 야당과 혁신계 인사들의 비난이 쏟아질 때였다 142 00:14:18,591 --> 00:14:25,065 그 유명한 국회의원 그 사람들이 김대중 대변인을 막 집중 공격하는 거야 143 00:14:25,165 --> 00:14:29,402 그 집중 공격을 우리 김대중 대변인이 다 막아 144 00:14:29,502 --> 00:14:31,070 거기서 더 커 버렸어 145 00:14:31,771 --> 00:14:36,309 김대중은 정부 여당의 개정안이 결코 나라를 팔아먹는 일이 아님을 146 00:14:36,409 --> 00:14:39,211 명쾌한 논리로 설명해 나갔다 147 00:14:40,046 --> 00:14:45,017 다음 날 혁신계는 개정안 반대 시위를 철회했다 148 00:14:48,288 --> 00:14:54,360 장면 내각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의 혼란은 시민들의 혼란으로 이어졌다 149 00:15:03,536 --> 00:15:08,208 무엇보다 생활고의 해결을 기대했던 국민들은 실망했다 150 00:15:08,308 --> 00:15:11,643 자유당 정권과 다른 게 뭐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151 00:15:13,747 --> 00:15:18,151 하지만 이 혼란이 민주화 과정의 불가피한 진통이라는 것을 152 00:15:18,251 --> 00:15:20,452 국민들은 깨닫기 시작했다 153 00:15:21,287 --> 00:15:25,458 1961년 봄이 되자 시위가 줄었고 154 00:15:25,558 --> 00:15:29,395 기나긴 혼란의 터널을 빠져나오는 듯했다 155 00:15:33,433 --> 00:15:40,072 김대중은 1961년 5월 강원도 인제의 민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했다 156 00:15:41,074 --> 00:15:46,645 4전 5기 서른여덟의 나이에 마침내 당선됐다 157 00:15:49,582 --> 00:15:53,153 지는 싸움을 스스로 선택해 가지고 가 가지고 158 00:15:53,253 --> 00:15:56,489 거기서 한 번 떨어지고, 두 번 떨어지고 세 번 떨어지고 되니까 159 00:15:56,589 --> 00:15:58,058 선거 많이 떨어져 가지고 160 00:15:58,158 --> 00:16:01,960 김대중이란 사람이 국민의 마음속에 각인되기 시작했다고 161 00:16:10,537 --> 00:16:15,408 당선이 확정된 이튿날 아침 당원 하나가 김대중을 깨웠다 162 00:16:15,508 --> 00:16:18,310 군인들이 쿠데타를 일으켰다는 소식이었다 163 00:16:22,315 --> 00:16:28,121 군사 반란을 일으킨 자는 제2군사령부 부사령관 박정희 소장이었다 164 00:16:28,221 --> 00:16:31,725 '부패하고 무능한 현 정권과 기성 정치인들에게' 165 00:16:31,825 --> 00:16:37,796 '더 이상 국가와 민족의 운명을 맡겨둘 수 없다'는 것이 반란의 명분이었다 166 00:16:39,032 --> 00:16:43,303 서울로 올라온 김대중은 의원 등록부터 서둘렀다 167 00:16:43,403 --> 00:16:47,973 등록을 마치자마자 군사혁명위원회는 포고령을 선포했다 168 00:16:49,075 --> 00:16:50,976 국회가 해산된 것이다 169 00:17:01,988 --> 00:17:05,724 군인들은 모든 정책을 규칙적이고, 신속하게 처리했다 170 00:17:13,700 --> 00:17:17,971 권력 탈취에 성공한 박정희는 '정당 부패 일소'를 내세우며 171 00:17:18,071 --> 00:17:22,675 민주당의 주요 인사들을 반혁명 분자로 몰아 모조리 구속했다 172 00:17:23,443 --> 00:17:26,612 김대중 또한 부패 인사로 몰아 끌고 갔다 173 00:17:29,616 --> 00:17:32,519 김대중은 두 달 만에 무혐의로 풀려났으나 174 00:17:32,619 --> 00:17:36,922 정치 활동 정화법에 묶여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175 00:17:41,594 --> 00:17:45,297 그즈음 김대중은 이희호와 자주 만났다 176 00:17:47,067 --> 00:17:51,037 이희호는 마음을 터놓고 정치와 세상 얘기를 나눌 수 있는 177 00:17:51,137 --> 00:17:53,739 유일하고도 유쾌한 상대였다 178 00:17:55,809 --> 00:18:00,579 김대중은 청혼을 했고 이희호는 선뜻 대답하지 않았다 179 00:18:01,948 --> 00:18:06,019 유복한 환경에서 자라 미국 유학을 다녀온 이희호는 180 00:18:06,119 --> 00:18:09,254 미래가 촉망되는 여성 지도자였다 181 00:18:10,724 --> 00:18:17,998 너 참 결혼해서 남편의 사랑을 받고 행복한 가정생활을 하려면 하지 말아라 182 00:18:18,098 --> 00:18:20,333 그런 남편감은 못 된다 183 00:18:20,433 --> 00:18:27,574 한국에 한번 훌륭한 정치가를 만드는 내조자의 역할을 하겠다는 생각이 있으면 184 00:18:27,674 --> 00:18:30,377 그것은 한번 해볼 만한 사람이다 185 00:18:30,477 --> 00:18:34,313 잘 도와 키우면 큰 정치가가 될 수 있는 사람이다 186 00:18:39,786 --> 00:18:43,689 같은 해 박정희 소장은 흔들리고 있었다 187 00:18:46,359 --> 00:18:49,996 군은 정치적 중립을 견지할 것이며 188 00:18:50,096 --> 00:18:53,599 본인은 민정에 참여하지 아니한다 189 00:18:55,101 --> 00:18:59,304 그는 자신이 한 약속을 바꾸고 또 뒤집었다 190 00:19:02,042 --> 00:19:06,512 박정희는 민정 이양 약속을 깨고 대통령에 출마했다 191 00:19:10,450 --> 00:19:16,523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변신한 박정희는 야당 정치인들의 정치 활동 금지를 해제하고 192 00:19:16,623 --> 00:19:19,291 제5대 대선에 나섰다 193 00:19:20,727 --> 00:19:24,897 김대중은 입후보한 박정희를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194 00:19:25,965 --> 00:19:29,970 박정희가 퇴역하기도 전에 공화당에 입당한 사실을 발견했고 195 00:19:30,070 --> 00:19:31,904 이를 파고들었다 196 00:19:32,639 --> 00:19:37,843 박정희의 공화당 입당이 무효이므로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197 00:19:39,846 --> 00:19:45,851 불의의 일격을 당한 공화당은 황급히 비상 조치법을 개정하고 사태 수습에 나섰다 198 00:19:46,986 --> 00:19:51,857 박정희와의 질기고 질긴 악연의 시작이었다 199 00:19:53,827 --> 00:19:57,163 야당의 윤보선을 상대로 선거에 돌입한 박정희는 200 00:19:57,263 --> 00:20:02,901 예상을 깨고 1.55% 차이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201 00:20:03,837 --> 00:20:08,742 같은 해 11월 제6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김대중은 202 00:20:08,842 --> 00:20:11,845 목포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203 00:20:11,945 --> 00:20:16,683 우리는 이제 한일 간의 공동의 이익과 공동의 안전과 204 00:20:16,783 --> 00:20:22,187 공동의 번영을 모색하는 새로운 시대에 접어든 것입니다 205 00:20:23,890 --> 00:20:27,761 1964년 열린 6대 국회의 최대 관심사는 206 00:20:27,861 --> 00:20:32,131 박정희 정권이 은밀하게 추진하고 있던 한일 협정이었다 207 00:20:33,233 --> 00:20:38,438 '경제 개발 5개년 계획' 추진을 위해 경제 원조가 절실했던 박정희는 208 00:20:38,538 --> 00:20:41,540 한일 국교 정상화를 밀고 나갔다 209 00:20:43,610 --> 00:20:47,380 야당의 강경파는 한일 협정을 매국이라고 주장하면서 210 00:20:47,480 --> 00:20:49,948 격렬한 반대 시위를 벌였다 211 00:20:51,051 --> 00:20:54,553 분노한 국민들은 거리로 뛰어나왔다 212 00:20:58,058 --> 00:21:00,125 김대중의 생각은 달랐다 213 00:21:01,394 --> 00:21:08,000 우리의 국익을 보장하는 내용으로 협상을 한다면 야당도 이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214 00:21:10,637 --> 00:21:15,909 김대중이 한일 협정의 원천 봉쇄 투쟁에 앞장설 것을 기대한 야당 의원들은 215 00:21:16,009 --> 00:21:18,410 일제히 그에게 등을 돌렸다 216 00:21:20,480 --> 00:21:25,518 반대를 주도한 사람들은 한일회담 내용도 잘 모르면서 217 00:21:25,618 --> 00:21:30,023 매국이라고 그냥 떠들기만 하고 그렇게 한 일이 많았어요 218 00:21:30,123 --> 00:21:35,328 그러고 결국은 목적은 한일회담을 거부함으로써 219 00:21:35,428 --> 00:21:37,363 박 정권을 타도하려고 하는 220 00:21:37,497 --> 00:21:40,867 정권 타도에 목적이 있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221 00:21:40,967 --> 00:21:43,635 근데 내가 볼 때는 그런 건 전혀 아니거든요 222 00:21:46,306 --> 00:21:52,144 김대중은 협정의 내용을 치밀하게 파고들며 정부 여당과 집요한 논쟁을 이어갔다 223 00:21:53,446 --> 00:21:56,416 동아시아 안보의 책임을 일본에게 분담시키려는 224 00:21:56,516 --> 00:22:00,720 미국과 일본의 이해가 맞아떨어져 추진되는 협정인 만큼 225 00:22:00,820 --> 00:22:07,726 한국이 교섭에서 유리한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국익을 챙기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였다 226 00:22:10,964 --> 00:22:16,036 김대중은 한국 정부가 무역 적자 해소와 과거사 처리 방안을 요구하고 227 00:22:16,136 --> 00:22:17,870 관철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228 00:22:20,340 --> 00:22:24,811 청와대에 설치된 인터폰으로 김대중의 질의를 듣고 있던 박 대통령은 229 00:22:24,911 --> 00:22:26,745 분통을 터뜨렸다 230 00:22:27,580 --> 00:22:34,087 '아니, 그 많은 장관들이, 그 많은 인재들이 어찌 김대중 한 사람을 당해내지 못하는 거요' 231 00:22:34,187 --> 00:22:36,889 '한두 번도 아니고 도대체 어찌된 일이오' 232 00:22:38,191 --> 00:22:41,061 박정희는 무조건 반대하는 강경파보다 233 00:22:41,161 --> 00:22:46,732 한일 협정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는 김대중의 발언에 더 분노했다 234 00:22:48,868 --> 00:22:53,273 의회 투쟁으로 야당의 주변부에서 중심축으로 진입한 김대중은 235 00:22:53,373 --> 00:22:56,742 야당을 정책 중심의 정당으로 바꿀 것을 주장했다 236 00:22:57,510 --> 00:23:00,347 그가 가장 심혈을 기울였던 핵심 정책은 237 00:23:00,447 --> 00:23:03,349 '대중 경제론'과 '지방자치제'였다 238 00:23:04,250 --> 00:23:08,220 박정희 정권의 핵심 정책과 대척점에 있는 내용이었다 239 00:23:08,722 --> 00:23:10,190 개발 독재 시대거든 240 00:23:10,290 --> 00:23:13,793 그러니까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오히려 민주주의는 장애가 된다 241 00:23:13,893 --> 00:23:16,429 그런 이론이 아주 성행한 때고 242 00:23:16,529 --> 00:23:21,268 그저 대기업들의 수출 증대 그리고 경제 성장 243 00:23:21,368 --> 00:23:22,901 이것밖에 정신에 없는 거예요 244 00:23:23,470 --> 00:23:25,605 그래서 이제 내가 얘기를 한 거예요 245 00:23:25,705 --> 00:23:28,040 이건 말하자면 속임수다 246 00:23:29,943 --> 00:23:31,544 경제 발전의 목적 247 00:23:31,644 --> 00:23:36,449 국민 전체에게 이익을 준다는 목적에도 일치하지 않을 뿐 아니라 248 00:23:36,549 --> 00:23:40,220 농민의 희생 위에 노동자를 희생시키고 249 00:23:40,320 --> 00:23:46,326 더불어서는 그것에서 온 사회적 갈등이라든가 빈부격차 이런 문제가 커지니까 250 00:23:46,426 --> 00:23:50,463 중산층 중심,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 그것을 해 나가야 한다 251 00:23:50,563 --> 00:23:54,568 그리고 노동자의 자본 참여 노동자의 주식 보유 252 00:23:54,668 --> 00:23:59,905 이런 식의 길도 열어야 한다 그런 생각 가지고 한 거예요 253 00:24:01,074 --> 00:24:04,578 6대 국회 때 지방자치제 문제 가지고 싸운 것이 254 00:24:04,678 --> 00:24:07,847 좌우간 한 2시간, 3시간을 싸웠어 255 00:24:07,947 --> 00:24:09,983 '왜 (지자제) 안 하냐?' '합니다' 256 00:24:10,083 --> 00:24:13,687 '근데 왜 한다고만 해놓고 안 하냐?' '지금 준비 중입니다' 257 00:24:13,787 --> 00:24:16,423 '그럼 준비는 얼마만큼 됐냐?' '일부 됐습니다' 258 00:24:16,523 --> 00:24:18,624 '그럼 일부라도 여기서 얘기하시오' 259 00:24:19,359 --> 00:24:21,427 그렇게 되니까 (장관) 입이 딱 막혀요 260 00:24:22,162 --> 00:24:23,930 그냥 덮어놓고 지자제, 지자제 하는 것이 아니라 261 00:24:24,030 --> 00:24:28,268 지자제를 해야만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릴 수 있다 262 00:24:28,368 --> 00:24:34,708 시민들이, 또 국민들이 자기 지방 일을 자기가 하게 돼야 민주주의에 대한 학습을 할 수가 있다 263 00:24:34,808 --> 00:24:37,277 그리고 주권 의식이 생긴다 264 00:24:37,377 --> 00:24:39,378 독재가 발붙일 수가 없게 된다 265 00:24:41,481 --> 00:24:47,954 매주 1회 서울 시민들을 상대로 해서 그때그때 이슈별로 강연을 했어요 266 00:24:48,054 --> 00:24:52,959 경제적인 이슈, 사회적인 이슈 또 정치적 이슈, 국제적 이슈... 267 00:24:53,059 --> 00:24:56,396 그때그때 나온 것을 일주일에 한 번씩 가서 268 00:24:56,496 --> 00:25:00,367 이제까지 어느 국회의원도 그런 일을 한 사람이 없어 269 00:25:00,467 --> 00:25:02,368 아주 대만원이었어 270 00:25:03,670 --> 00:25:08,441 그때는 TV도 없고 뭐할 때니까 연설이 하나의 오락이라고 271 00:25:08,541 --> 00:25:13,546 그리고 또 내가 재밌게 하고 웃기고 그러니까 아주 좋아서 272 00:25:13,646 --> 00:25:16,483 노인들이 '우리 대중이, 우리 대중이' 이러고 273 00:25:16,583 --> 00:25:19,985 내 별명을 끈끈이라고 붙였어요 청중이 한 번 붙으면 안 떨어진다고 274 00:25:23,656 --> 00:25:28,094 1967년 다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박정희는 275 00:25:28,194 --> 00:25:33,032 경제 개발의 성과와 비전을 내세우면서 정치적 지지를 호소했다 276 00:25:34,868 --> 00:25:40,606 그는 다시 맞붙은 윤보선을 또 한 번 꺾고 재선에 성공했다 277 00:25:43,376 --> 00:25:46,947 6대 국회에서 눈부신 의정 활동을 펼친 김대중은 278 00:25:47,047 --> 00:25:50,883 1967년 다시 목포 선거에 출마했다 279 00:25:52,018 --> 00:25:55,121 박정희는 중앙정보부와 내무부 간부들에게 280 00:25:55,221 --> 00:25:58,624 이번엔 무슨 일이 있어도 김대중을 떨어뜨리라고 지시했다 281 00:26:00,260 --> 00:26:02,696 목포는 완전히 '김대중 죽이기'지 282 00:26:02,796 --> 00:26:05,731 전쟁이었다니까 선거가 아니야, 전쟁이었다니까 283 00:26:06,399 --> 00:26:08,001 전국적인 깡패들이 동원되고 284 00:26:08,101 --> 00:26:14,206 전부 이 쇠 파이프에다가 신문지 감아서 거기서 진을 치고 있으니까 285 00:26:15,909 --> 00:26:20,680 시민들은 동정이라든가 반발과 동시에 286 00:26:20,780 --> 00:26:24,150 '박정희가 저러는 거 보니까 정말 무섭기는 무서운 모양이다' 287 00:26:24,250 --> 00:26:26,218 '우리가 한 번 키워볼 필요가 있다' 288 00:26:26,820 --> 00:26:28,620 말이 확확 먹혀들어 갔다고 289 00:26:31,791 --> 00:26:34,361 (연설이) 끝나고 나면 나한테서 싸인 받는데 290 00:26:34,461 --> 00:26:36,463 몇천 명이 와서 서 있어 291 00:26:36,563 --> 00:26:41,334 길바닥에서 조개라든가 청어 이렇게 놓고 팔고 있는 아주머니들도 292 00:26:41,434 --> 00:26:44,504 '아이 괜찮해라우 오늘 안 벌어도 먹고 살어라우' 293 00:26:44,604 --> 00:26:46,638 하고 따라다닌 거예요 294 00:26:49,409 --> 00:26:55,981 김대중은 공화당 후보를 누르고 6,000여 표의 차이로 극적인 승리를 거머쥐었다 295 00:27:11,798 --> 00:27:15,868 그러나 목포를 제외한 야당의 상황은 전혀 밝지 못했다 296 00:27:17,170 --> 00:27:21,541 부정 선거로 의석의 절반 이상을 공화당에 빼앗긴 신민당 의원들은 297 00:27:21,641 --> 00:27:25,110 의장석을 뒤집고 점거하며 대항했다 298 00:27:26,279 --> 00:27:30,517 부정 선거가 박정희의 3선 개헌을 위한 것이었음이 드러나자 299 00:27:30,617 --> 00:27:33,152 야당 의원들은 더욱 흥분했다 300 00:27:33,987 --> 00:27:39,759 여야 정치인들의 논쟁의 초점이 되고 있는 개헌 문제를 통해서 301 00:27:39,859 --> 00:27:46,900 나와 이 정부의 신임을 국민에게 물어보아야 하겠다는 결심 아래... 302 00:27:47,000 --> 00:27:51,938 기습적인 3선 개헌 투표에 격노한 야당은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한 채 303 00:27:52,038 --> 00:27:56,042 국회 점거 농성을 이어가며 버티기 투쟁으로 일관했고 304 00:27:56,142 --> 00:27:59,378 거리로 나가 장외 투쟁을 이어 나갔다 305 00:28:02,048 --> 00:28:07,587 박정희 정권은 의석수 일부를 자진해서 내놓겠다는 타협안까지 제시했으나 306 00:28:07,687 --> 00:28:12,991 이 제안을 받아들이자고 주장한 의원은 이번에도 김대중 한 사람뿐이었다 307 00:28:15,895 --> 00:28:21,768 그는 정부의 제안을 받아들여 의석수를 확보한 뒤 개헌을 저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308 00:28:21,868 --> 00:28:26,271 반드시 지방자치제까지 조건으로 걸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309 00:28:30,377 --> 00:28:36,782 타협을 주장하는 김대중을 향해 다른 의원들은 '너무 앞서 설친다'며 그를 비난했다 310 00:28:43,089 --> 00:28:47,594 강경파들이 가서 또 몰아붙이니까 회의에 나오더니 311 00:28:47,694 --> 00:28:52,632 아주 All or Nothing 협상 거부다 이렇게 선언을 하더라고요 312 00:28:52,732 --> 00:28:58,237 다들 타협한다는 말을 듣기를 꺼리는 거예요 313 00:29:01,941 --> 00:29:05,045 김대중은 논쟁과 대화 타협을 통해 314 00:29:05,145 --> 00:29:09,381 국민의 이익을 지켜나가는 의회 전술에 자신이 있었다 315 00:29:11,151 --> 00:29:14,219 그는 의회주의자였다 316 00:29:25,899 --> 00:29:30,036 힘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태에서 강경책만 고수한 야당은 317 00:29:30,136 --> 00:29:33,672 정부로부터 아무것도 얻어내지 못했다 318 00:29:35,342 --> 00:29:42,081 결국 개헌안을 기습 통과시킨 박정희 정권은 단숨에 국민투표까지 해치워 버렸다 319 00:29:44,417 --> 00:29:49,955 3선 개헌에 성공한 박정희는 장기 집권 목표를 보란 듯이 밀고 나갔다 320 00:29:51,825 --> 00:29:55,662 야당인 신민당의 설 자리는 한없이 쪼그라들었고 321 00:29:55,762 --> 00:30:01,033 당내 기성 인물로는 다가오는 제7대 대선을 치르는 것이 불가능했다 322 00:30:02,202 --> 00:30:06,472 야당은 새로운 인물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했다 323 00:30:10,944 --> 00:30:15,481 야당의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인식은 '40대 기수론'을 불러왔다 324 00:30:16,449 --> 00:30:20,086 대중적인 영향력을 꾸준히 확장시켜 온 김대중이었지만 325 00:30:20,186 --> 00:30:23,288 당내에서는 여전히 비주류였다 326 00:30:24,824 --> 00:30:26,760 원내총무로 지명받았지만 327 00:30:26,860 --> 00:30:32,197 김영삼을 포함한 당내 주류파의 반대로 원내총무가 되지 못했었다 328 00:30:35,368 --> 00:30:39,139 이때부터 김대중은 주류파가 지배하고 있는 중앙당 대신에 329 00:30:39,239 --> 00:30:43,709 지방 대의원을 자기편으로 만들기 위해 발로 뛰기 시작했다 330 00:30:45,045 --> 00:30:53,053 김대중의 소수 지지자와 비서들이었던 권노갑, 김옥두, 한화갑, 김원식, 김장곤, 방대엽은 331 00:30:53,153 --> 00:30:56,689 지방을 샅샅이 누비며 밑바닥 조직을 구축했다 332 00:31:00,927 --> 00:31:02,929 계속 지방에 있었지 333 00:31:03,029 --> 00:31:08,568 소식지도 주고, 신문에 스크랩도 해서 주고 대통령의 발언 요지 주고... 334 00:31:08,668 --> 00:31:10,737 만나서 술도 같이 335 00:31:10,837 --> 00:31:15,007 돈도 없으니까 가서 대의원들 집에 가서 뒹굴고 가 자거든 같이 336 00:31:17,210 --> 00:31:21,848 처음에는 갔을 때는 '왜 경상도에 전라도 사람이 왔냐'고 그러던 분들이 337 00:31:21,948 --> 00:31:24,618 '한 동지는 꼭 우리 경상도 사람 같다'고 338 00:31:24,718 --> 00:31:26,852 그렇게 해서 모두 친해졌어요 339 00:31:36,596 --> 00:31:43,202 비주류였지만, 야심 있고 부지런했던 김대중은 결국 최종 경선에 올랐다 340 00:31:45,705 --> 00:31:51,977 목포 출신 김대중 의원을 여러분에게 소개합니다! 341 00:31:54,314 --> 00:31:59,052 김대중은 구파의 유력한 40대 기수 후보 김영삼을 제치고 342 00:31:59,152 --> 00:32:03,023 신민당의 새로운 대통령 후보로 선출됐다 343 00:32:03,123 --> 00:32:08,227 갑자기 불어닥친 야당의 세대교체 바람으로 가장 놀란 것은 박정희였다 344 00:32:09,429 --> 00:32:16,402 목포의 김대중이 기어코 대통령 후보가 되어 박정희 앞에 나타난 것이다 345 00:32:18,638 --> 00:32:23,909 대통령 후보가 된 김대중은 정책과 비전 발표에 집중했다 346 00:32:29,182 --> 00:32:33,887 대중 경제 노선, 지방자치제 사치세, 이중 곡가제 등 347 00:32:33,987 --> 00:32:37,189 독보적인 그의 정책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348 00:32:38,858 --> 00:32:40,226 가장 눈에 띄는 것은 349 00:32:40,326 --> 00:32:45,599 4대국 안전 보장론 향토 예비군 폐지, 남북 교류였다 350 00:32:45,699 --> 00:32:49,335 지금까지 누구도 꺼내지 못한 파격적인 내용들이었다 351 00:32:52,706 --> 00:32:57,444 공산권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으로 한반도 긴장을 해소하자는 정책은 352 00:32:57,544 --> 00:33:00,946 당시 사람들에게 낯설었지만 신선했다 353 00:33:03,483 --> 00:33:10,924 과거에는 북진 통일, 혹은 흡수 통일과 같은 생각 그런 생각이 있었고 354 00:33:11,024 --> 00:33:15,962 '또 통일을 하더라도 공산당은 말살하면서 통일한다' 하는 355 00:33:16,062 --> 00:33:18,397 그런 생각이었거든 그때는 356 00:33:19,566 --> 00:33:23,770 정치에 입문하면서부터 북한 공산당에 대한 경계심을 유지해 왔던 357 00:33:23,870 --> 00:33:26,373 그의 보수적인 생각이 달라지게 된 것은 358 00:33:26,473 --> 00:33:29,442 국제 정세의 변화 때문이었다 359 00:33:29,542 --> 00:33:34,915 냉전이 끝나가니까, 말하자면 데탕트의 시대로 들어가는 입구에 있었고 360 00:33:35,015 --> 00:33:39,452 세계의 대세는 결국은 화해 협력으로 간다 361 00:33:39,552 --> 00:33:44,090 이제는 그 사람들과 협력해서 한반도 안정 362 00:33:44,190 --> 00:33:49,928 나아가서는 통일까지도 그런 협력을 얻어가면서 미국과 일본은 물론이고 할 수 있겠다 363 00:33:51,264 --> 00:33:56,001 그의 참신한 공약에 국민도 서서히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364 00:33:57,537 --> 00:34:02,174 특히 향토 예비군 전면 폐지 정책에 기다렸다는 듯이 호응했다 365 00:34:04,744 --> 00:34:06,746 이런 그의 과감한 정책은 366 00:34:06,846 --> 00:34:12,885 반공 사상을 기반으로 권력을 유지해 오던 박 정권을 뒤흔드는 도전이었다 367 00:34:14,521 --> 00:34:21,595 71년도에 중앙정보부에 있었을 때 그 당시에 못 듣던 얘기들이란 말이죠 368 00:34:21,695 --> 00:34:24,563 또 금기가 됐던 얘기들이란 말이죠 369 00:34:25,031 --> 00:34:34,374 '한국도 새로운 뉴 패션으로 바꿔져야 된다' 하는 국민적 열망이 있었는데 370 00:34:34,474 --> 00:34:41,314 우리 뭐... 공무원으로 있으면서도 그 열망에서 벗어날 수 없는 거니까 같이 느꼈죠 371 00:34:41,414 --> 00:34:47,287 그래서 내가 '아, 새로운 정치 스타일 새로운 정치인이 탄생되는구나' 하는 372 00:34:47,387 --> 00:34:49,154 기대를 하고 있었을 때죠 373 00:34:51,958 --> 00:34:58,732 요즘에 '향토 예비군을 없애겠다' '남북 교류를 곧 시작하겠다' 374 00:34:58,832 --> 00:35:02,836 또 4대국 보장 운운하는 얘긴 또 이게 뭡니까 375 00:35:02,936 --> 00:35:05,739 이건 대단히 위험천만한 소리입니다 376 00:35:05,839 --> 00:35:09,075 우리가 이 어려운 고비를 넘기는 데에 있어서 해야 할 일은 377 00:35:09,175 --> 00:35:14,314 우리 국민들이 한 번 더 허리띠를 졸라매고 전 국민들이 단결을 해서 378 00:35:14,414 --> 00:35:19,952 이 어려운 민족의 시련을 넘기기 위해서 우리가 분발을 해야 되겠다 379 00:35:22,622 --> 00:35:26,426 박정희는 현직 대통령으로서 10년 집권을 했잖아요 380 00:35:26,526 --> 00:35:32,365 물론 부작용도 많았지만 일하는 대통령이고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있었기 때문에 381 00:35:32,465 --> 00:35:38,071 그러니까 지명도 면에서 보면 김대중이 야당의 떠오르는 스타였다고는 하지만 382 00:35:38,171 --> 00:35:39,638 비교가 안 되는 거죠 383 00:35:43,009 --> 00:35:45,879 유물 만능 사상 384 00:35:45,979 --> 00:35:48,147 성공 제일주의 385 00:35:49,482 --> 00:35:53,186 이 나라에서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386 00:35:53,286 --> 00:35:58,058 오직 이 나라에서 중단 없이 전진하고 있는 것이 하나 있어 387 00:35:58,158 --> 00:36:02,728 그것은 박정희 씨의 부패만이 중단 없이 전진하고 있어 388 00:36:03,663 --> 00:36:05,432 (옳소!) 389 00:36:05,532 --> 00:36:09,302 세계는 지금 전쟁이 아니라 평화로 가고 있어 390 00:36:09,402 --> 00:36:12,606 박정희 씨는 국민한테 거짓말하고 있는 거요 391 00:36:12,706 --> 00:36:18,744 오늘날 이 썩은 정치 오늘날 이 몇 사람 잘 살게 하는 특권 경제 392 00:36:19,379 --> 00:36:23,849 공산주의는 이러한 특권 경제 속에서 자라나는 것이요 393 00:36:26,386 --> 00:36:33,593 소리만 높여서 체제 운영자를 비판만 했으면 그리 두렵지 않았을 거예요 394 00:36:33,693 --> 00:36:38,832 이 체제의 한계가 무엇인지를 정책을 통해서 말하게 됐고 395 00:36:38,932 --> 00:36:43,403 경제는 어떻게 봐야 되는가 민주주의는 왜 우리한테 소중한가 396 00:36:43,503 --> 00:36:46,640 왜 국가 권력은 책임에 묶어둬야 되는가 397 00:36:46,740 --> 00:36:51,945 민주주의에 어떻게 보면 원리에 잘 기초를 둔 공약과 주장이었기 때문에 398 00:36:52,045 --> 00:36:54,748 사람들은 '어, 이 후보는 좀 특별하다' 399 00:36:54,848 --> 00:36:57,751 '권위주의 체제에 대안이 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라고 하는 400 00:36:57,851 --> 00:37:00,252 저는 신뢰를 가져다줬다고 보죠 401 00:37:02,055 --> 00:37:04,824 아주 그때는 모두 철인이라고 그랬어요 402 00:37:04,924 --> 00:37:09,728 하루에도 뭐 열 번, 열한 번 유세하면서도 다 해냈고 403 00:37:11,231 --> 00:37:15,434 유세 나가면 입구에 들어가면 사람들이 벌써 나와 있어 404 00:37:16,369 --> 00:37:22,809 그러면 말하자면, 손 흔들고 그리고 들어가서 연단에 올라가서 유세하고 405 00:37:22,909 --> 00:37:26,479 그리고 유세 끝나면 내려와서 차 타고 406 00:37:26,579 --> 00:37:29,482 차 타면 거기다가 이제 뭐 곰탕이라든가, 뭐 빵이라든가 407 00:37:29,582 --> 00:37:31,685 이런 거를 그걸 차 중에서 먹는 거예요 408 00:37:31,785 --> 00:37:34,487 먹고, 그러고 자요 잠이 와서 409 00:37:34,587 --> 00:37:36,489 자고 또 단상에 올라가서 연설하고 410 00:37:36,589 --> 00:37:39,726 그럼 내려와서 또 먹고 또 자고... 411 00:37:39,826 --> 00:37:41,760 하루에 몇 번 먹은 줄을 몰라요 412 00:37:44,431 --> 00:37:47,200 사람들이 굉장히 환영했어요 413 00:37:47,300 --> 00:37:51,937 박정희 대통령이 아주 겁을 먹을 만큼 그렇게 민심이 아주 좋았어요 414 00:37:52,972 --> 00:37:57,177 선거의 절정은 서울 장충단 공원 연설이었다 415 00:37:57,277 --> 00:38:01,414 김대중의 연설을 보기 위해 모인 인파는 백만을 넘었다 416 00:38:01,514 --> 00:38:04,050 이번에 정권교체를 하지 못하면 417 00:38:04,150 --> 00:38:11,358 이 나라는 박정희 씨의 영구 집권의 총통 시대가 오는 것입니다 418 00:38:11,458 --> 00:38:18,398 여러분, 7월 1일은 청와대에서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식을 올리는 날입니다 419 00:38:18,498 --> 00:38:19,999 청와대에서 만납시다! 420 00:38:26,773 --> 00:38:32,212 7대 대통령 선거는 관권 금권 부정이 판을 치는 선거였다 421 00:38:32,312 --> 00:38:36,849 공화당은 국가 예산의 1할인 600억 원을 쏟아부었다 422 00:38:46,059 --> 00:38:51,097 개표 결과, 박정희는 95만 표 차이로 김대중을 누르고 423 00:38:51,197 --> 00:38:54,366 7대 대통령 자리를 지켜냈다 424 00:38:57,003 --> 00:38:59,372 71년 선거가 말해주는 바는 425 00:38:59,472 --> 00:39:05,211 '아, 더 이상 선거와 같은 정상적인 정치 경쟁의 방법으로는' 426 00:39:05,311 --> 00:39:09,215 '장기 집권을 이어갈 수 없다'라는 게 너무나 분명해졌어요 427 00:39:09,315 --> 00:39:12,919 어떻게 보면 40대 중반에 중진도 아닌 사람이기 때문에 428 00:39:13,019 --> 00:39:17,090 선거 결과는 쉽게 끝날 줄 알았는데 사람들의 불만도 있었고 429 00:39:17,190 --> 00:39:22,495 무엇보다도 후보가 뛰어나면 체제 자체를 운영하는 것이 430 00:39:22,595 --> 00:39:27,266 정치적으로는 불가능하겠구나 라는 걸 갖게 해줬기 때문에 431 00:39:27,867 --> 00:39:35,174 그리고 선거에서 드러난 김대중에 대한 국민의 지지는 지역감정으로 왜곡되었다 432 00:39:38,878 --> 00:39:44,351 선거에서 겨우 승리를 한 권위주의 집권 연합의 입장에서는 433 00:39:44,451 --> 00:39:52,292 이 선거가 시민들의 민주화에 대한 요구로 해석되지 않아야 된다고 아마 생각했던 것 같아요 434 00:39:52,392 --> 00:39:56,930 그래서 이 선거는 지역감정의 선거 때문에 그랬다 435 00:39:57,030 --> 00:40:00,867 이 불합리한 지역감정을 벗어나야 되겠다 436 00:40:00,967 --> 00:40:07,474 이런 좀 사실하고 다른 해석을 저는 집권 세력들이 만들었다고 생각을 하죠 437 00:40:07,574 --> 00:40:10,510 그 만들었던 게 한 번 만들어지니까 438 00:40:10,610 --> 00:40:16,182 그다음에도 언제든 김대중이라는 인물이 정치에 나서기만 하면 439 00:40:16,282 --> 00:40:21,388 지역감정의 딱지를 붙여서 정치하면 안 되는 사람처럼 440 00:40:21,488 --> 00:40:24,224 이렇게 만들어진 거라고 보죠 441 00:40:24,324 --> 00:40:30,897 오늘 우리는 사반세기 동안의 정치적 방황을 청산하고 442 00:40:30,997 --> 00:40:38,305 새 역사의 창조를 위한 능률적인 정치 제도의 기틀을 마련해 줄 443 00:40:38,405 --> 00:40:42,074 유신 헌법을 공포하게 되었습니다 444 00:40:45,645 --> 00:40:51,051 박정희는 유신을 선포하고 직접 선거 자체를 없애버렸다 445 00:40:51,151 --> 00:40:57,724 대신 국민의 불만을 억누르고 정치적 관심을 돌리기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 446 00:40:57,824 --> 00:41:02,762 경제 개발을 위해서는 국론 통일만이 유일한 방법인 것처럼 선전하여 447 00:41:02,862 --> 00:41:06,665 자신에게 모든 권력을 집중시키겠다는 것이었다 448 00:41:12,038 --> 00:41:17,944 민정 이양, 3선 개헌, 유신 헌법 등 그는 매번 자신의 입장을 바꿨지만 449 00:41:18,044 --> 00:41:23,615 그때마다 새로운 목표를 제시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표를 달성했다 450 00:41:26,519 --> 00:41:32,624 단기간에 걸친 경제 성장 지표는 박정희의 독재 정치를 미화하고 뒷받침했다 451 00:41:33,526 --> 00:41:38,630 경제 성장과 근대화라는 이데올로기가 국민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452 00:41:41,234 --> 00:41:45,904 그러나 유신은 민주주의에 대한 사형 선고였다 453 00:41:49,342 --> 00:41:52,711 어떤 반대와 비판도 허용되지 않았다 454 00:41:54,981 --> 00:42:00,686 국회는 해산되었고 일체의 정치 활동은 감시와 처벌의 대상이 되었다 455 00:42:05,525 --> 00:42:08,295 '박정희 씨만이 이 나라에 존재해 있고' 456 00:42:08,395 --> 00:42:13,466 '그의 명만이 법이요 모두 죽은 자의 묘지가 되어 있는 이곳에서' 457 00:42:13,566 --> 00:42:19,839 '숨이라도 크게 쉬면 무슨 소린가 놀라서 벌을 내릴까 두려워하는 심정입니다' 458 00:42:19,939 --> 00:42:25,245 '현재로서는 당신만이 한국을 대표해서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겠어요?' 459 00:42:25,345 --> 00:42:30,049 '어느 누구도 바른말을 하지 못하고 가슴 답답해하고 있으니까요' 460 00:42:31,484 --> 00:42:34,620 1972년 일본 도쿄 461 00:42:35,522 --> 00:42:41,795 '정부에서는 당신이 외국서 성명 내는 것과 국제적 여론을 제일 두려워한다고 합니다' 462 00:42:41,895 --> 00:42:47,033 '특히 미워하는 대상은 당신이므로 그리 아시고 더 강한 투쟁을 하시고' 463 00:42:47,133 --> 00:42:50,203 '미국이나 일본이나 혼자 다니지 마시고' 464 00:42:50,303 --> 00:42:53,940 '언제 어디서고 당신을 노리고 미행한다는 것' 465 00:42:54,040 --> 00:42:55,541 '잊지 마셔야 해요' 466 00:42:57,944 --> 00:43:01,948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다리 치료차 일본에 가 있던 김대중은 467 00:43:02,048 --> 00:43:05,852 어떤 정치적 발언도 할 수 없는 국내로 들어오지 않고 468 00:43:05,952 --> 00:43:10,456 미국과 일본을 오가며 박정희의 유신 독재를 비판했다 469 00:43:10,890 --> 00:43:13,492 '안보'라는 것이 지킨다는 의미로 470 00:43:14,294 --> 00:43:16,929 지킬 대상이 필요한 것이다 471 00:43:17,597 --> 00:43:20,632 우리가 공산주의와 싸워서 지켜야 할 것은 자유다 472 00:43:21,167 --> 00:43:24,336 만약 자유가 없어지게 되면 473 00:43:25,138 --> 00:43:27,573 지킬 대상이 없어지는 것이며 안보도 있을 수가 없다 474 00:43:28,241 --> 00:43:33,179 미국 강연과 일본 잡지 기고 및 TV 인터뷰 등 계속되는 그의 행보에 475 00:43:33,279 --> 00:43:37,249 중앙정보부의 감시와 위협은 나날이 가중되었다 476 00:43:39,319 --> 00:43:45,357 그러던 중 1973년 8월 김대중의 위치가 중앙정보부에 노출되었다 477 00:43:46,493 --> 00:43:51,665 중앙정보부 요원 6명이 호텔 복도를 걸어가던 김대중을 덮치던 순간 478 00:43:51,765 --> 00:43:54,533 그들도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 발생했다 479 00:43:56,302 --> 00:44:01,507 김대중과 가까운 사이였던 국회의원 김경인이 그 자리에 나타났던 것이다 480 00:44:02,976 --> 00:44:09,382 목격자에 당황한 이들은 현장에서 김대중을 살해하는 것을 포기하고, 그를 차에 실었다 481 00:44:09,482 --> 00:44:12,551 그리고 수백 킬로를 이동했다 482 00:44:32,806 --> 00:44:36,875 그들은 김대중을 용금호의 지하 선실에 가두었다 483 00:44:40,814 --> 00:44:45,317 납치범들은 그를 바다에 수장시키기 위해서 몸에 돌을 묶었다 484 00:44:50,357 --> 00:44:52,726 이제 마지막 죽는 거다 485 00:44:52,826 --> 00:44:57,130 물에 들어가서 한 몇 번 허덕이면 죽게 되겠지 486 00:44:57,230 --> 00:45:03,168 그럼 고생도 다 끝나고 할 수 없지 않냐 그렇게 생각을 했단 말이에요 487 00:45:06,339 --> 00:45:11,912 그때, 납치된 김대중을 구출하기 위한 미국과 일본의 추격이 시작됐고 488 00:45:12,012 --> 00:45:15,047 이들의 살인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489 00:45:17,117 --> 00:45:24,056 납치 엿새째, 이들은 동교동 자택 뒷골목에 김대중을 풀어주고는 황급히 사라졌다 490 00:45:26,126 --> 00:45:30,229 김대중은 망명 10개월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491 00:45:34,034 --> 00:45:39,038 그의 기적적인 생환은 곧 언론과 여론의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다 492 00:45:40,473 --> 00:45:44,143 경찰과 중앙정보부는 수사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493 00:45:45,612 --> 00:45:51,750 하지만 경찰은 납치 경위가 아닌 김대중의 해외 활동 추궁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494 00:45:54,454 --> 00:46:04,197 잘 아시다시피, 김대중 씨 사건은 한일 양국의 국제간에 걸쳐있는 사건입니다 495 00:46:04,297 --> 00:46:10,303 저희는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마는 현시점에서는 국민 여러분에게 496 00:46:10,403 --> 00:46:14,975 시원하게 진상을 밝혀드릴 수 없기 때문에 497 00:46:15,075 --> 00:46:18,610 이 점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을 합니다 498 00:46:20,113 --> 00:46:23,550 중앙정보부는 사건이 미궁에 빠지도록 유도했고 499 00:46:23,650 --> 00:46:28,954 이를 보도한 외신 보도국을 폐쇄하고 특파원들을 추방했다 500 00:46:39,632 --> 00:46:47,240 (김대중이) 살아나왔다고 해서 '야, 이제는 아마 일생에 다시는 정치를 할라고 안 할 게다' 501 00:46:47,340 --> 00:46:50,043 뭐 그렇게 생각했는데 502 00:46:50,143 --> 00:46:52,045 전화가 왔어요 503 00:46:52,145 --> 00:46:55,248 '좀 찾아뵙겠습니다' 그러더라고 504 00:46:55,348 --> 00:46:58,585 아, 이건 난 아주 뭐 끔찍스러워서 도무지... 505 00:46:58,685 --> 00:47:05,225 그 정보부가 수백 명이 따라올 텐데 내가 그걸 어떡하냔 말이야 506 00:47:05,325 --> 00:47:07,460 오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507 00:47:07,560 --> 00:47:13,633 물론 집에서 떠나올 때부터 따라온 거지, 다 따라왔는데... 근데... 508 00:47:13,733 --> 00:47:17,304 그 뭐 긴 이야기를 안 하고 509 00:47:17,404 --> 00:47:20,440 '목사님 제가 반드시 해내겠습니다' 510 00:47:20,540 --> 00:47:23,743 '한번 두고 보십시오 꼭 해내겠습니다' 511 00:47:23,843 --> 00:47:27,881 야, 세상에 어떻게 이런 사람도 있나 512 00:47:27,981 --> 00:47:34,888 나는, 나라면 아주 뭐 밖에 겁이 나 나오지도 않겠는데 513 00:47:34,988 --> 00:47:41,727 참 내가 그 사람한테 놀란 일이 몇 번 있는데 그게 나로서는 참 놀라운 사건이었어요 514 00:47:44,431 --> 00:47:48,435 박 대통령은 대통령 긴급조치 제4호를 선포했습니다 515 00:47:48,535 --> 00:47:54,674 교내외 집회, 시위, 성토, 농성 기타 일체 개별적, 집단적 행위를 금하고 516 00:47:54,774 --> 00:47:57,577 여기에 위반하거나 이 조치를 비방하는 자는 517 00:47:57,677 --> 00:48:02,448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유기 징역에 처하며... 518 00:48:04,050 --> 00:48:10,023 김대중 납치 사건 이후 사그라들지 않는 반유신, 반독재 집회에 놀란 박정희는 519 00:48:10,123 --> 00:48:14,760 긴급조치 4호로 청년 운동을 본격적으로 탄압하기 시작했다 520 00:48:17,230 --> 00:48:23,136 박정희는 1964년 북한의 지하 조직원으로 재판을 받고 풀려났던 인사들을 521 00:48:23,236 --> 00:48:26,706 긴급조치 제4호로 재구속 기소하여 522 00:48:26,806 --> 00:48:30,476 민청학련을 조종한 배후 세력으로 조작해 냈다 523 00:48:32,712 --> 00:48:38,151 구속된 여덟 명은 대법원에서 사형 확정을 받은 지 단 18시간 만에 524 00:48:38,251 --> 00:48:40,152 전원 처형되었다 525 00:48:42,489 --> 00:48:48,761 국제법학자협회는 이날을 '사법사상 암흑의 날'로 선포했다 526 00:48:54,401 --> 00:48:59,005 납치돼서 돌아온 후부터는 무려 54일 연금을 당했는데 527 00:48:59,105 --> 00:49:00,707 정치적으로 무슨 일 있다든가 528 00:49:00,807 --> 00:49:06,111 박정희 씨에 대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이 되면 무조건 연금이에요 529 00:49:07,080 --> 00:49:10,850 마음대로 사람들을 접촉도 못 하고 어디를 가지도 못하고 530 00:49:10,950 --> 00:49:13,320 개미 새끼 하나 못 들어오게 만들었으니까요 531 00:49:13,420 --> 00:49:17,424 이제 그때부터 조금씩 외국어 공부도 하시고 책을 또 많이 보시더만... 532 00:49:17,524 --> 00:49:21,361 '그래야 저 사람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 방어할 수가 있다' 533 00:49:21,461 --> 00:49:25,332 본인이 직접 카피 만들어 내고 스크랩하고... 534 00:49:25,432 --> 00:49:29,069 링에 오르고 싶은 거죠 정치인으로서 535 00:49:29,169 --> 00:49:32,072 그러니까 국회를 놔두고 왜 장외 투쟁으로 나갑니까 536 00:49:32,172 --> 00:49:35,775 국회에 안 될 때 장외에 나가는 것처럼 537 00:49:35,875 --> 00:49:43,216 DJ는 현실 정치인으로 복귀를 해야 하는데 저쪽에서 막고, 집 밖에도 안 내보내 주고 538 00:49:43,316 --> 00:49:45,884 그러니까 연금당했는데 무슨 투쟁을 해요 539 00:49:47,821 --> 00:49:51,791 외롭고 고통스러운 것은 말할 수 없지만 그러나 좌절하진 않았어요 540 00:49:51,891 --> 00:49:53,793 말하자면 희망을 가지고 있었어요 541 00:49:53,893 --> 00:49:54,961 나는 항상 문제는 542 00:49:55,061 --> 00:50:02,068 국민을 일으킬 수 있느냐, 없느냐에 승패가 좌우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543 00:50:02,168 --> 00:50:07,407 '이 국민은 결코 독재를 영원히 용납하지 않는다 반드시 독재를 타도한다' 544 00:50:07,507 --> 00:50:11,111 '여기에 내가 그 밑거름이 되겠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거든 545 00:50:11,211 --> 00:50:14,046 '뭔가 결정적인 행동을 해야겠다' 546 00:50:16,750 --> 00:50:19,085 1976년 3월 1일 547 00:50:19,185 --> 00:50:24,857 김대중은 가택 연금을 뚫고 마침내 명동성당에 모습을 드러냈다 548 00:50:26,726 --> 00:50:29,329 야당과 언론이 존재감을 잃은 상황에서 549 00:50:29,429 --> 00:50:34,668 그가 함석헌, 문익환 정일형, 이문영, 이우정 등 550 00:50:34,768 --> 00:50:39,004 11인의 재야인사들과 함께 시국 미사에 참석한 것이다 551 00:50:42,008 --> 00:50:44,945 이 자리에서 이우정은 김대중의 서명이 들어간 552 00:50:45,045 --> 00:50:47,846 '민주구국 선언문'을 낭독했다 553 00:50:50,617 --> 00:50:56,156 왜 11명 밖에 없느냐 하면 더 모일 수가 없어서 11명이에요 554 00:50:56,256 --> 00:51:00,460 왜 그러느냐면 그럴 때에 그런 비판을 한다는 것은 555 00:51:00,560 --> 00:51:02,761 감옥행을 뜻해요 556 00:51:03,697 --> 00:51:07,434 흔히 하는 소리를 했거든 '민주화해라, 헌법 개정 해라' 557 00:51:07,534 --> 00:51:11,538 그러니까 정보부에서도 차라리 이거는 덮어두는 게 낫겠다 558 00:51:11,638 --> 00:51:13,173 그런 정도로 생각을 했는데 559 00:51:13,273 --> 00:51:15,974 내가 들어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일이 커져 버린 거예요 560 00:51:17,077 --> 00:51:21,780 박정희는 김대중을 포함한 재야인사 전원을 즉각 체포했다 561 00:51:23,416 --> 00:51:30,123 내가 감옥 가야만 충격을 줘서 민주화 열기를 다시 일으키는 데에 도움이 되겠다 562 00:51:30,223 --> 00:51:32,991 그런 판단하에서 주저 없이 했어요 563 00:51:38,498 --> 00:51:41,034 원칙은 민주주의 이외에는 있을 수 없습니다 564 00:51:41,134 --> 00:51:45,205 민주주의만이 우리 국민의 국민적 합의의 근원입니다 565 00:51:45,305 --> 00:51:50,644 다른 어떤 주의 갖고도 3천5백만 국민을 합의시킬 수 없습니다 566 00:51:50,744 --> 00:51:53,112 민주주의 이외에는 없습니다 567 00:51:53,947 --> 00:51:58,218 김대중은 1심에서 8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568 00:51:58,318 --> 00:52:03,322 시국 선언에 참여한 재야인사 10명도 그와 함께 감옥으로 갔다 569 00:52:04,124 --> 00:52:08,662 재야로 DJ가 걸어 들어간 게 아니고요 박정희가 밀어낸 거예요, 재야로 570 00:52:08,762 --> 00:52:15,801 그래서 재야, 또 민주화 운동 하는 분들한테는 상징적인 인물이 되어 버린 거죠, 사후적으로 571 00:52:17,337 --> 00:52:22,576 박정희가 김대중이라는 정치인을 이렇게 표적으로 삼아서 572 00:52:22,676 --> 00:52:29,615 계속 탄압을 하면서 박정희의 상대로서 김대중이라는 정치인이 유명해진 거죠 573 00:52:30,450 --> 00:52:35,589 폭력으로 현 정부의 독재를 앗아갈 수는 없습니다 574 00:52:35,689 --> 00:52:41,795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비폭력으로 가되 투쟁을 해서 감옥으로 들어가자 575 00:52:41,895 --> 00:52:45,398 3천5백만 국민의 1할까지 갈 것도 없습니다 576 00:52:45,498 --> 00:52:47,701 35만, 3만 5천 577 00:52:47,801 --> 00:52:51,304 이 1000분의 1만 감옥 갈 각오한다라면 578 00:52:51,404 --> 00:52:57,910 우리는 이 정부를 반성시켜가지고 능히 우리의 목적을 평화적으로 달성할 수 있습니다 579 00:53:00,413 --> 00:53:06,752 아내 이희호는 구속된 재야인사의 아내들과 함께 구속자 석방 투쟁을 개시했다 580 00:53:09,055 --> 00:53:13,158 구속자 석방 투쟁은 곧 민주화 쟁취 시위로 이어졌다 581 00:53:15,862 --> 00:53:20,100 이희호는 그간 억눌려 있던 국민들의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582 00:53:20,200 --> 00:53:23,002 빠르게 가열되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583 00:53:25,672 --> 00:53:32,078 1979년 8월 9일, 신민당 당사에서는 YH무역 여성 노동자들이 584 00:53:32,178 --> 00:53:36,949 노조 탄압 중지와 공장 정상화를 요구하며 철야 농성을 벌였다 585 00:53:37,584 --> 00:53:42,755 박정희 정권은 천여 명의 경찰을 투입해 무자비하게 농성자들을 끌어냈다 586 00:53:43,456 --> 00:53:47,794 이 과정에서 노조 간부 김경숙이 건물에서 떨어져 죽었고 587 00:53:47,894 --> 00:53:51,697 신민당 총재 김영삼은 국회에서 제명당했다 588 00:54:01,441 --> 00:54:05,445 부산과 마산에서 5천여 명의 대학생이 시위를 벌였다 589 00:54:05,545 --> 00:54:08,313 시민과 고등학생들까지 합세했다 590 00:54:12,385 --> 00:54:15,421 박정희는 또다시 계엄령을 선포했다 591 00:54:18,958 --> 00:54:23,562 그러나 이미 너무 자주 반복해 온 계엄령과 긴급조치였다 592 00:54:31,137 --> 00:54:37,978 1979년, 시위대를 탱크로 깔아버리자는 청와대 경호실장 차지철과 논쟁을 벌이던 593 00:54:38,078 --> 00:54:43,115 중앙정보부장 김재규가 쏜 총탄이 박정희의 심장을 관통했다 594 00:54:44,084 --> 00:54:48,821 18년에 걸친 그의 장기 집권이 마침내 끝이 난 것이다 595 00:54:56,696 --> 00:55:00,966 박정희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국민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596 00:55:02,502 --> 00:55:07,407 18년 동안 나라를 지배해 온 절대 권력이 사라진 진공 상태에 597 00:55:07,507 --> 00:55:09,843 국민들은 두려움을 느꼈다 598 00:55:09,943 --> 00:55:14,646 대통령 긴급조치 제9호를 해제한다 599 00:55:16,950 --> 00:55:22,389 10.26을 나는 마음으로 환영하지 않았어요 거기서 나는 상당히 위협을 느꼈어요 600 00:55:22,489 --> 00:55:27,093 민주주의는 쿠데타나 암살로 되는 것이 아니다 601 00:55:27,193 --> 00:55:30,996 민주주의는 국민의 힘에 의해서 돼야 진정한 민주주의다 602 00:55:32,232 --> 00:55:34,868 유신 잔당의 재등장을 우려한 김대중은 603 00:55:34,968 --> 00:55:40,941 군부의 엄정 중립을 요구하고 국회를 열어 계엄령을 해제하라고 촉구했다 604 00:55:41,041 --> 00:55:46,079 김대중은 물론, 김종필까지 3김 씨가 손잡아라 605 00:55:46,179 --> 00:55:52,085 3김 씨가 손잡고 빨리 계엄령을 풀고 선거로 들어갈 수 있는 606 00:55:52,185 --> 00:55:54,753 거기에다가만 초점을 둬라 다른 생각 일체 하지 말고 607 00:55:56,156 --> 00:56:00,627 이 시기에 이게 군이 정치에 손 못 대게 하는데 성공 못 하면 608 00:56:00,727 --> 00:56:04,164 그다음에는 정말 군이 그때는 죽이려고 할 거다 609 00:56:04,264 --> 00:56:08,335 정치 활동이 불가능했던 김대중은 공화당과 신민당을 향해 610 00:56:08,435 --> 00:56:12,138 계엄령 해제를 요구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지만 611 00:56:12,238 --> 00:56:18,612 민주화를 낙관한 양당은 기대에 부풀어 새로운 헌법 초안 작성에만 몰두했다 612 00:56:18,712 --> 00:56:21,114 서울에 지금 뭐 불순한 공기가 좀 있단 말이야 613 00:56:21,214 --> 00:56:23,416 전두환 장군 이하 몇 사람이 말이야 614 00:56:23,516 --> 00:56:25,652 (정승화) 총장님을 지금 어디로 납치해 갔어 615 00:56:25,752 --> 00:56:26,786 예, 완전히 장난이라요 616 00:56:26,886 --> 00:56:30,022 그 놈들, 그 전두환이 하고 이 놈아들이 모두 작당해 가지고 장난인 것 같아요! 617 00:56:30,390 --> 00:56:36,096 1979년 12월 12일 보안사령관 겸 합동수사본부장 전두환은 618 00:56:36,196 --> 00:56:40,000 자신의 직속상관인 계엄사령관 정승화를 체포하고 619 00:56:40,100 --> 00:56:42,868 순식간에 실권을 장악했다 620 00:56:46,740 --> 00:56:53,146 1980년이 되자 전두환은 김대중의 사면 복권을 미끼로 거래를 시도했다 621 00:56:53,246 --> 00:56:58,951 정치적으로 자중할 것과 신군부에게 협조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622 00:57:00,754 --> 00:57:03,088 김대중은 거절했다 623 00:57:06,126 --> 00:57:10,929 김대중의 거절에도 불구하고 신군부는 그를 사면 복권했다 624 00:57:12,465 --> 00:57:17,336 김대중이 대권 경쟁에 뛰어드는 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술수였다 625 00:57:20,607 --> 00:57:26,980 이제 저는 복권이 되었다 해서 새삼 새 길을 찾을 필요가 없습니다 626 00:57:27,080 --> 00:57:32,751 오직 국민을 위해서 국민의 여망에 따라 제 삶을 던질 뿐입니다 627 00:57:34,120 --> 00:57:39,591 김대중이 복권이 되자 김영삼은 그에게 신민당에 입당할 것을 제의했다 628 00:57:40,026 --> 00:57:42,628 김대중은 망설였다 629 00:57:43,763 --> 00:57:46,766 그때는 이내 선거가 있을 것 같았는데 630 00:57:46,866 --> 00:57:51,438 야당에는 전당대회라 하는 하나의 룰을 통해 가지고 정해져 나오니까 631 00:57:51,538 --> 00:57:53,373 거기에 대한 자신이 없는 거죠 632 00:57:53,473 --> 00:57:59,746 맞붙을 수 없는 게, 김대중 씨는 70년 이후로 이제 10년간이라는 공백이 있잖아요 633 00:57:59,846 --> 00:58:05,784 김영삼은 정당 안에 몸을 담고 있고 정치적인 실세들이 당내에 있는 거죠 634 00:58:06,619 --> 00:58:11,458 고심 끝에 김대중은 70년대 자신과 함께 싸워온 재야인사들과 635 00:58:11,558 --> 00:58:15,194 다 같이 신민당 입당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636 00:58:16,062 --> 00:58:17,931 김영삼은 이를 거부하며 637 00:58:18,031 --> 00:58:22,167 재야인사 입당을 한 명씩 심사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638 00:58:25,672 --> 00:58:35,681 입당에 대해서 재고할 아무 상황도 없고 따라서 의사도 없습니다 639 00:58:37,817 --> 00:58:42,889 7년간 연금과 투옥, 납치를 당하며 정치적 고립을 겪어온 그가 640 00:58:42,989 --> 00:58:47,326 홀로 신민당에 들어가 상황을 주도할 가능성은 희박했다 641 00:58:52,599 --> 00:58:56,570 서울의 봄 김대중은 다시 대중 앞에 나왔다 642 00:58:56,670 --> 00:59:00,572 8년 만에 열린 그의 강연에 시민들이 몰려들었다 643 00:59:01,207 --> 00:59:06,146 불안한 정국을 걱정하는 이 앞으로의 희망을 듣고 싶어 하는 이 644 00:59:06,246 --> 00:59:11,950 납치 이후 그의 모습을 궁금해하는 이들로 강연장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645 00:59:12,752 --> 00:59:17,690 1980년 4월 한신대학교 646 00:59:21,928 --> 00:59:31,236 이 나라는 과거 32년 동안 비도덕, 몰도덕의 연속이었습니다 647 00:59:32,772 --> 00:59:36,875 그러한 사태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648 00:59:37,310 --> 00:59:43,149 유신 헌법 7년은 통일과의 정반대의 649 00:59:43,249 --> 00:59:48,054 독재와 영구 집권의 민족 탄압의 650 00:59:48,154 --> 00:59:54,326 그와 같은 국민에 대한 배신으로 이 유신 헌법을 악용을 했습니다 651 00:59:55,095 --> 00:59:59,465 자기들의 반대편은 억지로 빨갱이로 몰고 652 01:00:02,135 --> 01:00:04,937 얼마나 많은 민주투사들이 653 01:00:06,606 --> 01:00:14,079 대한민국을 사랑하고 자유를 사랑한 죄로 어찌 공산당으로 몰리냐 이거야 654 01:00:19,185 --> 01:00:22,188 여러분은 경각심을 가져야 합니다 655 01:00:22,288 --> 01:00:33,033 유신 세력은 10.26 사태 후 독재의 장벽에 평화롭게 열린 그 돌파구를 다시 메우려고 656 01:00:33,133 --> 01:00:36,035 온갖 계획을 지금 꾸미고 있습니다 657 01:00:37,504 --> 01:00:43,743 우리는 파수꾼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전사가 되어야 합니다 658 01:00:43,843 --> 01:00:53,954 그래서 이와 같은 유신 세력들의 반역사적인, 반민중적인, 반민주적인 659 01:00:54,054 --> 01:00:58,358 그와 같은 흉계를 우리는 국민의 힘으로 단호히 분쇄해야 합니다 660 01:00:58,458 --> 01:01:03,962 나는 그렇기 때문에 내 목숨을 내놓는 한이 있더라도 여러분 편입니다 661 01:01:05,331 --> 01:01:09,236 내가 대단히 외람된 말을 한 것 같지만 662 01:01:09,336 --> 01:01:13,406 나는 국민을 위해서 여러분을 위해서 663 01:01:13,506 --> 01:01:19,011 내가 목숨을 걸고 7년 동안 박 정권과 유신 하에서 싸웠습니다 664 01:01:19,846 --> 01:01:24,083 나는 유신의 어느 한 귀퉁이에도 발 들여놓은 일이 없습니다 665 01:01:38,431 --> 01:01:41,767 나는 내 주위에 여러분이 있는 이상 666 01:01:42,669 --> 01:01:48,508 내 주위에 나를 바라보고 나에게 기대를 거는 국민이 있는 이상 667 01:01:48,608 --> 01:01:53,980 어떤 권력의 비호보다도 어떤 금력의 비호보다도 668 01:01:54,080 --> 01:01:59,920 나는 내 국민이 나를 지켜준 그 이상의 바램이 없고, 재산이 없고, 힘이 없다는 것을 669 01:02:00,020 --> 01:02:02,087 여러분에게 말씀할 수 있습니다 670 01:02:23,877 --> 01:02:26,979 그의 말에 사람들은 희망을 품었다 671 01:02:28,982 --> 01:02:33,419 그러나 오히려 더 큰 희망을 얻은 사람은 김대중이었다 672 01:02:45,098 --> 01:02:48,134 홍보가 전혀 안 됐는데 사람들이 모였으니까 기적이지 673 01:02:48,234 --> 01:02:52,138 사람들이 오는데 막 전부 미쳤어요 완전 흥분이 되어가지고 674 01:02:52,238 --> 01:02:55,675 아침부터 바쁜 걸음으로 해 가지고 땀을 뻘뻘 흘리는 사람들도 있고 675 01:02:55,775 --> 01:03:00,914 막 숨을 모아가지고 씩씩거리는 사람들도 이러면서 막 줄을 지어서 오는데 676 01:03:01,014 --> 01:03:03,416 김대중 씨에 대해서는 기대감이라고 할까 677 01:03:03,516 --> 01:03:08,187 무슨 그 존재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들이 굉장히 있었는 것 같아요 678 01:03:14,594 --> 01:03:20,667 대중 강연으로 김대중은 김영삼과의 대권 후보 경쟁에 성공적으로 뛰어들었다 679 01:03:20,767 --> 01:03:25,272 그러나 그럴수록 그의 딜레마는 더욱 깊어졌다 680 01:03:25,372 --> 01:03:29,843 민주화를 향한 국민의 열망을 적극적으로 끌어모아야 하는 동시에 681 01:03:29,943 --> 01:03:36,215 그것이 과열된 행동으로 연결되어 군부에 빌미를 제공하는 사태를 막아야 했다 682 01:03:38,451 --> 01:03:41,922 5.16 군사 쿠데타 지지 시위를 주도했던 전두환은 683 01:03:42,022 --> 01:03:47,793 박정희에 대한 충성을 인정받아 40대에 보안사령관 자리에 오른 자였다 684 01:03:48,795 --> 01:03:52,631 보안사령관은 권력으로 가는 지름길이었다 685 01:03:57,971 --> 01:04:02,275 김대중은 전두환의 권력욕에 대한 경계를 풀지 못하면서도 686 01:04:02,375 --> 01:04:08,281 김영삼과의 대권 후보 경쟁이라는 딜레마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했다 687 01:04:08,381 --> 01:04:12,986 지지자들이 보여준 상상 이상의 열기 속에 대중 강연을 이어간 김대중은 688 01:04:13,086 --> 01:04:18,490 국민들을 자제시키면서도 부추기는 모순적 언행을 이어갔다 689 01:04:21,695 --> 01:04:28,867 1980년 4월, 마침내 전두환 보안사령관은 오랜 준비 끝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690 01:04:29,569 --> 01:04:33,106 전두환은 중앙정보부장 서리가 되어 나타났다 691 01:04:33,206 --> 01:04:37,576 이제 그는 국가의 모든 정보기관을 공개적으로 장악했다 692 01:04:39,212 --> 01:04:42,315 본의 아니게 외부로부터 여러 가지... 693 01:04:42,415 --> 01:04:46,253 뭐 보안사령관이 한국의 실권자라느니 694 01:04:46,353 --> 01:04:50,090 뭐 여러 가지 유언비어가 695 01:04:50,190 --> 01:04:56,363 아직도 내용을 잘 모르는 우리 국민들 간에 오고 가고 있습니다 696 01:04:56,463 --> 01:05:01,266 유언비어를 방지하는 데 노력해 주시기를 당부합니다 697 01:05:02,135 --> 01:05:05,805 자신이 실권자라는 풍문을 유언비어라고 부정했지만 698 01:05:05,905 --> 01:05:09,708 그 유언비어를 만들어 낸 것은 전두환 자신이었다 699 01:05:10,977 --> 01:05:15,382 전두환은 마치 신군부가 미국으로부터 실권을 승인받은 것처럼 700 01:05:15,482 --> 01:05:19,051 정보를 조작하고 허위 보도를 내보냈다 701 01:05:24,958 --> 01:05:30,462 전두환의 권력 장악에 학생들의 가두 시위가 서울에서 전국으로 번져나갔다 702 01:05:32,165 --> 01:05:35,467 하지만 이 또한 전두환의 노림수였다 703 01:05:36,569 --> 01:05:43,175 전두환은 학생들의 과격한 시위와 혼란을 유도해 계엄령을 전국으로 확대할 준비를 했다 704 01:05:44,844 --> 01:05:50,983 계엄사는 계엄 철폐를 주장하는 10만의 학생들이 시내를 휩쓸고 다니는 것을 방임했다 705 01:05:53,853 --> 01:05:57,357 신군부의 수상한 동태 속에 시위까지 절정으로 치닫자 706 01:05:57,457 --> 01:06:01,694 사태를 낙관하던 김영삼은 태도를 바꿔 김대중을 찾아왔다 707 01:06:03,596 --> 01:06:07,267 긴박한 상황 속에서 재단결한 김대중과 김영삼은 708 01:06:07,367 --> 01:06:11,437 계엄 해제를 포함한 시국 수습 성명서를 발표했다 709 01:06:13,006 --> 01:06:16,509 두 사람의 공동 성명이 발표된 5월 16일 710 01:06:16,609 --> 01:06:21,180 서울의 대학가는 거짓말처럼 다시 평온을 되찾았다 711 01:06:25,151 --> 01:06:31,557 그러나 신군부는 사전에 짜두었던 집권 시나리오를 그대로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712 01:06:32,459 --> 01:06:34,461 이튿날인 5월 17일 저녁 713 01:06:34,561 --> 01:06:39,266 신군부는 단 8시간 만에 전국 비상계엄 확대안을 통과시키고 714 01:06:39,366 --> 01:06:43,035 시위 주동자 및 주요 정치 인사를 검거했다 715 01:06:47,040 --> 01:06:48,775 그때 시간이 한 8시쯤 됐는데 716 01:06:48,875 --> 01:06:52,812 동교동에 거리 가로등이 다 꺼져 버리고 검정 세단 차들이 있는 거예요 717 01:06:52,912 --> 01:06:59,386 침묵에 쌓여있는데 그때에 문을 열어주니까 들어오면서 개머리판으로 쳐버렸어요 718 01:06:59,486 --> 01:07:04,156 M16인가 그걸 총을 딱 들이대고 이제 '반항하면 죽인다' 그래요 719 01:07:06,259 --> 01:07:14,600 그날 밤, 동교동 자택에 있던 김대중과 그의 장남 측근 비서들은 남산의 중앙정보부로 끌려갔다 720 01:07:19,005 --> 01:07:21,841 중앙정보부의 취조 목표는 단 하나 721 01:07:21,941 --> 01:07:25,244 김대중을 빨갱이로 만드는 것이었다 722 01:07:25,879 --> 01:07:32,485 거기 들어가면 군복을 입혀 놓고 물어보지 않고 구타를 해요 723 01:07:32,585 --> 01:07:36,990 전기고문, 물고문, 몽둥이 심지어 발가벗겨 놓고 수갑 채워놓고 724 01:07:37,090 --> 01:07:41,595 내가 먹어야 할 밥을 바닥에 부어놓고 발로 비빈 다음에 먹으라는 고문 725 01:07:41,695 --> 01:07:43,562 인간 취급을 안 한 거예요 726 01:07:44,731 --> 01:07:49,336 '이제 김대중은 끝났다 김대중은 빨갱이다 그리고 시인했다' 727 01:07:49,436 --> 01:07:53,206 그러면서 '김대중이가 빨갱이다'라고 쓰라 이거예요 728 01:07:53,306 --> 01:07:56,943 두 달 동안에요 새 볼펜을 열 몇 자루를 썼어요 729 01:07:57,043 --> 01:08:00,880 진술서를 쓰고 또 쓰고 쓰고 또 쓰고, 쓰고 또 쓰고... 730 01:08:00,980 --> 01:08:05,384 그 치욕은 지금도 잊질 못해요 그 치욕은 731 01:08:07,487 --> 01:08:13,726 전남대 복학생 정동년도 같은 날 끌려가 김대중 빨갱이 만들기에 동원되었다 732 01:08:15,729 --> 01:08:21,001 그해 4월에, 김대중에게 강연 요청을 하려고 동교동을 방문했던 정동년은 733 01:08:21,101 --> 01:08:26,673 학생 면담 불가라는 김옥두의 말에 그의 얼굴도 보지 못하고 돌아갔다 734 01:08:26,773 --> 01:08:33,579 그러나 중앙정보부는 방명록을 근거로 끈질기게 김대중과의 관계 조작을 시도했다 735 01:08:34,914 --> 01:08:38,752 '뭔 이유라도 알아야 될 거 아니냐 너네들이 원하는 것이 뭐냐' 그러니까 736 01:08:38,852 --> 01:08:41,054 '너 김대중이한테 돈 받았지' 그러는 거야 737 01:08:41,154 --> 01:08:43,657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라' 하는데 이제 막 738 01:08:43,757 --> 01:08:47,227 또 한 시간 동안 막 정신을 차릴 수가 없어 막 두들기니까... 739 01:08:47,327 --> 01:08:53,966 한 10여 명이 포위해가지고 발길로 차는 놈 그냥 대검으로 쿡쿡 찌르는 놈, 뭐 곤봉으로 때린 놈... 740 01:08:55,201 --> 01:09:02,876 겁에 질려 갖고 있는 판에 그걸 거부해 가지고 더 두들겨 맞아야 될 이유가 없더라는 얘기야 741 01:09:02,976 --> 01:09:04,810 그래서 '나 받았다' 742 01:09:05,879 --> 01:09:11,784 거짓 진술을 한 정동년은 죄책감에 시달려 자살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743 01:09:13,386 --> 01:09:20,359 중앙정보부는 정동년을 다시 고문하며 그들이 원하는 거짓 진술서를 완성해 갔다 744 01:09:27,200 --> 01:09:34,474 나란히 붙어있는 취조실에 갇혀 있던 김대중에게 이들이 지르는 비명이 시도 때도 없이 들려왔다 745 01:09:34,574 --> 01:09:38,144 하루에도 20, 30번이 넘게 심문이 이어졌고 746 01:09:38,244 --> 01:09:43,315 답이 조금씩 달라질 때마다 같은 질문이 다시 시작되었다 747 01:09:43,917 --> 01:09:46,752 54일째 되던 날이었다 748 01:09:47,821 --> 01:09:52,492 마무리쯤 갔을 때 보안사의 이학봉 그 사람이 왔더라고 749 01:09:52,592 --> 01:09:57,897 와 갖고 이제 나보고 '우리한테 같이 협력하자' 750 01:09:57,997 --> 01:10:01,601 '그러며 당신 살고, 그러지 않으면 반드시 죽이겠다 재판은 요식행위다' 751 01:10:01,701 --> 01:10:04,304 아주 솔직한 얘기를 하더라고 752 01:10:04,404 --> 01:10:10,542 그러면서 잘 생각해 보라고 그러고 나가더라고 이틀인가 사흘 후에 오겠다고 753 01:10:14,114 --> 01:10:16,616 이학봉이 나가고 난 뒤 수사관은 754 01:10:16,716 --> 01:10:21,086 한 달도 더 지난 신문 한 뭉치를 김대중에게 던져주었다 755 01:10:24,124 --> 01:10:27,594 '광주사태'를 보도한 신문들이었다 756 01:10:27,694 --> 01:10:33,633 계엄군의 진압 아래 시민들이 100명도 넘게 사망했다는 기사가 보였다 757 01:10:33,733 --> 01:10:37,971 7월 10일이 되어서야 광주 학살에 대해 알게 된 김대중은 758 01:10:38,071 --> 01:10:40,139 큰 충격에 빠졌다 759 01:10:40,874 --> 01:10:43,143 나는 그 사람들이 그렇게 죽었다는 거 760 01:10:43,243 --> 01:10:48,048 그리고 나를 구속한 데 대한 항의에서 일어났다는 것 761 01:10:48,148 --> 01:10:51,116 너무 충격 받아가지고 잠시 의식을 잃었어 762 01:10:55,989 --> 01:11:00,993 1980년 5월 18일 전라남도 광주 763 01:11:01,327 --> 01:11:09,301 5월 16일, 전국의 대학생들은 만약 쿠데타가 일어나 군대가 출동하면 즉각 총궐기하겠다고 선언했다 764 01:11:10,737 --> 01:11:15,908 그러나 막상 그 약속을 지킨 것은 광주가 유일했다 765 01:11:16,676 --> 01:11:22,382 전남대학교 학생들은 약속한 대로 정문에 모여 최초의 시위를 시작했다 766 01:11:22,482 --> 01:11:25,986 시위대는 순식간에 5만 명으로 불어났다 767 01:11:26,086 --> 01:11:33,092 '계엄 해제', '전두환 퇴진', '김대중 석방'을 외치는 시위는 금남로로 이어졌다 768 01:11:36,963 --> 01:11:42,134 이때 시내 곳곳에 숨어있던 계엄군이 경찰과 교체되기 시작했다 769 01:11:43,636 --> 01:11:46,206 어느 순간 끌려가고 770 01:11:46,306 --> 01:11:53,179 계속 이리 후다닥 뛰어가서 군인들 후다닥 저기 4층까지 순식간에 올라가는 젊은 애 771 01:11:53,279 --> 01:11:55,548 곤봉으로 때리면 후드득 떨어져 772 01:11:55,648 --> 01:12:03,322 셔터 끝까지 올려서 그 안에 따라 들어가 젊은 애들 군인들 끝까지 따라 올라가 끌고 내려와... 773 01:12:04,657 --> 01:12:06,525 잡지 마세요 때리지 말라고 774 01:12:07,460 --> 01:12:12,565 갑자기 그냥 투입되자마자 공수부대가 너무 잔혹하게 진압을 해 버리니까 775 01:12:12,665 --> 01:12:15,668 사람들이 그런 광경을 지금까지 본 적이 없었죠 776 01:12:18,538 --> 01:12:20,806 나하고 좀 얘기 좀 해 줘요 777 01:12:21,875 --> 01:12:24,810 다 죽어 이러다 말입니다 778 01:12:26,212 --> 01:12:29,916 부마항쟁 이후, 시위의 배후에 빨갱이들이 있다는 세뇌를 받으며 779 01:12:30,016 --> 01:12:34,687 지옥 훈련을 한 공수부대는 잔인하기가 이를 데 없었다 780 01:12:41,861 --> 01:12:45,731 그러나 광주는 쉽게 진압되지 않았다 781 01:12:46,900 --> 01:12:51,137 사람들이 처음에는 엄청난 공포를 느꼈습니다 782 01:12:51,237 --> 01:12:56,643 저부터도 '아니, 세상에 어떻게 저럴 수가 있는 것이지' 하면서 공포를 느끼다가 783 01:12:56,743 --> 01:12:59,878 그 공포가 이제 분노로 변하는 것이죠 784 01:13:20,300 --> 01:13:25,639 21일 아침, 계엄군에게 희생당한 시민의 시신이 발견되었다 785 01:13:25,739 --> 01:13:31,744 계엄군의 살상에 분노한 시민들은 계엄군과 대치하며 도청 광장을 향해 진출했다 786 01:13:33,446 --> 01:13:38,751 공수부대는 기어이 애국가를 신호로 시민들을 향해 사격을 개시했다 787 01:13:44,924 --> 01:13:49,128 순식간에 금남로는 피와 통곡의 바다가 되었다 788 01:13:56,069 --> 01:14:00,172 광주시민들은 시민군을 결성해 계엄군에 맞섰다 789 01:14:18,992 --> 01:14:26,032 시민군을 일반 시민과 분리하여 폭도로 왜곡하려는 계엄사령부의 언론 보도는 본격화되었고 790 01:14:26,132 --> 01:14:29,668 언론은 계엄사령부의 나팔수 노릇을 했다 791 01:14:31,137 --> 01:14:35,575 시민들은 눈앞에서 무고한 청년들이 계엄군에게 사살당하고 있는데도 792 01:14:35,675 --> 01:14:40,546 허위 방송을 내보내고 있는 MBC와 KBS에 불을 질렀다 793 01:14:41,381 --> 01:14:46,753 5월 21일, 신군부는 '광주사태'에 대한 계엄사령부 발표를 내보냈다 794 01:14:46,853 --> 01:14:53,460 지난 18일 상당수의 타 지역 불순 인물 및 고첩들이 795 01:14:53,560 --> 01:14:59,733 사태를 극한적인 상태로 유도하기 위하여 여러분의 고장에 잠입 796 01:14:59,833 --> 01:15:07,774 터무니없는 악성 유언비어의 유포와 공공시설 파괴, 방화 797 01:15:07,874 --> 01:15:17,549 장비 및 재산 약탈 행위 등을 통하여 계획적으로 지역감정을 자극 선동하고... 798 01:15:18,852 --> 01:15:23,323 계엄사의 발표는 공수부대의 끔찍한 폭력과 만행을 감추는 대신 799 01:15:23,423 --> 01:15:27,593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을 지역감정으로 몰고 갔다 800 01:15:28,261 --> 01:15:31,530 지역감정 때문에 참극이 일어났다는 것이었다 801 01:15:34,100 --> 01:15:37,836 신군부는 피해자에게 죄를 뒤집어씌웠다 802 01:15:39,372 --> 01:15:44,311 김대중으로 상징되는 민주주의가 신군부에 의해 또다시 좌절되고 803 01:15:44,411 --> 01:15:47,647 호남에 가해진 차별이 개선될 기회마저 사라지자 804 01:15:47,747 --> 01:15:50,517 분노한 시민들은 투쟁을 시작했지만 805 01:15:50,617 --> 01:15:53,486 무엇보다 수많은 시민들을 집결시킨 것은 806 01:15:53,586 --> 01:15:57,189 누군가의 고통을 외면할 수 없다는 양심의 호소였다 807 01:15:59,626 --> 01:16:01,528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람들이 808 01:16:01,628 --> 01:16:05,765 끔찍하게 얻어맞고 죽어 나가는 모습을 외면한다면 809 01:16:05,865 --> 01:16:11,537 인간 이하가 될 것이라는 절박함으로 광주시민들은 거리로 나섰다 810 01:16:33,159 --> 01:16:37,797 목숨을 건지려면 무기를 버려야 한다는 사람들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811 01:16:37,897 --> 01:16:41,735 항쟁파 2백여 명은 명예 회복과 민주화를 요구하며 812 01:16:41,835 --> 01:16:45,004 도청에 남아 끝까지 싸우기로 결정했다 813 01:16:49,943 --> 01:16:51,344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면 814 01:16:51,444 --> 01:16:55,014 광주시민들이 싸운 이유를 세상에 알릴 기회는 사라지고 815 01:16:56,116 --> 01:17:00,619 5.18은 폭도들의 소행으로 결론 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816 01:17:07,827 --> 01:17:18,505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817 01:17:18,605 --> 01:17:20,272 만세! 818 01:17:30,383 --> 01:17:35,521 그들은 죽음으로 진실을 역사에 남기고 싶었다 819 01:17:43,229 --> 01:17:48,368 5월 27일 새벽 계엄군은 총격과 화염 방사기까지 동원해 820 01:17:48,468 --> 01:17:54,406 낡은 소총으로 무장한 시민군이 지키던 광주의 상징 도청을 점령했다 821 01:18:11,491 --> 01:18:17,196 계엄사령부는 공식적으로 5.18을 북한과 김대중으로 연결시켰다 822 01:18:23,536 --> 01:18:26,306 북한 관련설은 곧바로 폐기되었고 823 01:18:26,406 --> 01:18:32,211 신군부는 김대중을 5.18 광주의 유일한 배후 조종자로 몰아갔다 824 01:18:36,249 --> 01:18:42,421 '정치인 김대중'에게 붙어있던 빨갱이라는 낙인은 '광주'로 옮겨졌다 825 01:18:45,291 --> 01:18:47,359 내가 원수를 갚을게 진짜 826 01:18:50,730 --> 01:18:52,731 죽여버릴 거다 개새끼들아 827 01:19:18,958 --> 01:19:25,498 계엄사령부는 기어코 광주와 김대중을 연결시켜 내란선동죄를 적용했다 828 01:19:25,598 --> 01:19:32,771 김대중은 반국가단체의 수괴가 되어 육군본부 군사 법정에서 사형을 구형받았다 829 01:19:37,811 --> 01:19:43,516 '이 나라에는 분명히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유신 세력이 있는 반면' 830 01:19:43,616 --> 01:19:49,489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다수의 민주 세력이 존재하고 있다' 831 01:19:49,589 --> 01:19:56,162 '그 어느 한쪽 세력도 다른 세력을 억누르고서는 이 나라를 이끌고 갈 수 없다고 나는 확신한다' 832 01:19:56,262 --> 01:20:02,034 '우리 국민은 민주주의를 해야 하고 또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833 01:20:10,176 --> 01:20:15,415 김대중의 최후진술은 군법회의 법관에게 하는 말이 아니었다 834 01:20:15,515 --> 01:20:23,222 자신과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을 내놓은 광주시민에게 바치는 그의 마지막 헌사였다 835 01:20:31,698 --> 01:20:35,402 '내가 죽더라도 반드시 민주주의는 돌아온다' 836 01:20:35,502 --> 01:20:41,875 '그때 여러분들이 오늘 우리한테 이런 일을 저지른 분들에 대해서 보복하지 마라' 837 01:20:41,975 --> 01:20:48,782 '보복하지 말고, 민주주의만 확고히 해라 사람에 대해서는 관용을 베풀어라' 838 01:20:48,882 --> 01:20:50,916 그것을 이야기를 했어요 839 01:20:52,919 --> 01:20:55,655 항소심에서도 사형 선고가 떨어지자 840 01:20:55,755 --> 01:21:00,927 김대중은 복도에서 발자국 소리만 나도 깜짝깜짝 놀랐다 841 01:21:01,027 --> 01:21:03,896 언제 사형장으로 끌려갈지 몰랐다 842 01:21:08,234 --> 01:21:13,238 11월 하순에야 간신히 아내와 편지 왕래가 허용되었다 843 01:21:15,542 --> 01:21:21,348 '6.25 이래 네 번이나 죽음의 고비를 넘기면서 고난의 길을 걸어왔지만' 844 01:21:21,448 --> 01:21:27,320 '나는 나의 일생이 그런대로 역시 값있었다고 믿고 있습니다' 845 01:21:27,420 --> 01:21:33,126 '무엇이 되는 것이 나의 인생의 목표였다면 나는 철저한 패배자였을 것입니다' 846 01:21:33,226 --> 01:21:36,763 '그러나 어떻게 사는 것이 목표였다면' 847 01:21:36,863 --> 01:21:42,868 '그래도 보람 있는 인생이었을 것이라고 스스로 자위해 봅니다' 848 01:21:50,143 --> 01:21:56,281 김대중이 죽음을 기다리고 있던 무렵 그를 살리기 위한 노력들이 곳곳에서 일어났다 849 01:21:57,083 --> 01:22:02,789 강원용 목사는 변절자라는 오명을 무릅쓰고 전두환에게 협조하는 대신 850 01:22:02,889 --> 01:22:05,724 김대중을 사형시키지 말라고 설득했다 851 01:22:06,793 --> 01:22:11,631 남편을 살리기 위해 카터 대통령에게 직접 편지를 보낸 이희호도 852 01:22:11,731 --> 01:22:14,299 백방으로 노력을 기울였다 853 01:22:16,636 --> 01:22:21,875 김대중의 사형 집행을 저지하려는 미국의 구명 움직임은 점차 커졌고 854 01:22:21,975 --> 01:22:24,843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855 01:22:25,612 --> 01:22:32,919 그의 사형을 반대하는 미국, 일본, 영국 독일 정치 지도자들의 서한이 청와대에 잇달았고 856 01:22:33,019 --> 01:22:36,922 시민단체의 김대중 구명 운동도 급속히 확산되었다 857 01:22:41,695 --> 01:22:48,967 국내외 압박을 받던 전두환 정권은 결국 다음 해 사형수 김대중의 형량을 무기로 감형했다 858 01:22:51,438 --> 01:22:58,378 '신군부는 광주에서 그렇게 많은 사람을 죽여놓고 남편까지 죽일 수는 없었을 거예요' 859 01:22:58,478 --> 01:23:02,681 '광주가 남편의 목숨을 구했다고 생각합니다' 860 01:23:07,387 --> 01:23:12,391 감옥에서 그를 기다리는 것은 기약 없는 무기수의 시간뿐이었다 861 01:23:16,363 --> 01:23:22,134 간신히 허용된 아내와의 편지 왕래는 그가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안식처였다 862 01:23:22,902 --> 01:23:25,939 깨알 같은 글씨로 빼곡히 쓴 편지를 통해 863 01:23:26,039 --> 01:23:30,075 두 사람은 끊임없이 서로의 신앙을 털어놓고 교감했다 864 01:23:33,079 --> 01:23:41,254 '여기 온 지 불과 20일이고 가족 면회한 지 10일인데 이 모든 것이 반년이나 된 것 같습니다' 865 01:23:41,354 --> 01:23:48,828 '그토록 세월이 지루하고 고독이 무섭다는 것을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체험으로 느끼게 됩니다' 866 01:23:48,928 --> 01:23:54,768 '나는 요즘 교회에 나가 찬송을 부르면 눈물이 나와 견딜 수 없을 때가 많습니다' 867 01:23:54,868 --> 01:23:57,470 '그런데 무슨 책을 넣어드려야 할지요' 868 01:23:57,570 --> 01:24:03,643 '월 1회 면회와 서신으로 당신의 의견을 알 수 없으니 답답합니다' 869 01:24:03,743 --> 01:24:08,315 '다음의 책들을 구해서 넣어주시오 몰트만 '희망의 신학', A. 모로아 '미국사'' 870 01:24:08,415 --> 01:24:13,452 '야스퍼스 '니체와 기독교' 한스 켈잰 '민주주의와 철학 종교 경제'' 871 01:24:14,788 --> 01:24:17,423 독서는 김대중을 위로했다 872 01:24:18,725 --> 01:24:23,029 토인비의 '역사의 연구' 앨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부터 873 01:24:23,129 --> 01:24:27,433 동양 고전과 철학, 문학 성서에 이르기까지 874 01:24:27,634 --> 01:24:32,638 무려 6백여 권에 이르는 책을 차입하여 읽고 또 읽었다 875 01:24:35,709 --> 01:24:41,948 '인간의 역사는 큰 눈으로 볼 때에는 아직도 많은 죄와 고난이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876 01:24:42,048 --> 01:24:48,221 '보다 정의롭고, 보다 살기 좋은 방향으로 전진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877 01:24:48,321 --> 01:24:51,524 '우리는 미래에 대한 믿음과 희망 속에서' 878 01:24:51,624 --> 01:24:56,162 '조용하고 평화로운 마음으로 모든 악과 고난을 받아들이고' 879 01:24:56,262 --> 01:24:59,965 '또 이를 극복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880 01:25:08,241 --> 01:25:14,180 그가 감옥에 있는 동안 스스로 가장 고심했던 질문은 881 01:25:14,280 --> 01:25:19,552 어떻게 하면 자신의 부당함에 대한 순전한 분노를 극복하고 882 01:25:19,652 --> 01:25:22,555 그 경험으로부터 의미 있는 무언가를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883 01:25:22,655 --> 01:25:29,562 옥중서신에서 그는 자신의 길을 계속 가기 위해 적들을 용서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884 01:25:29,662 --> 01:25:36,403 한 인간으로서, 정치적 지도자로서 그리고 믿음의 실천을 가진 자로서 말이죠 885 01:25:36,503 --> 01:25:41,541 20세기의 꽤 오랜 기간동안 한국 정치 문화는 886 01:25:41,641 --> 01:25:46,279 비슷한 원한의 정치를 중심으로 만들어졌고 887 01:25:46,379 --> 01:25:53,952 김대중은 감옥에 있는 동안 그 대안을 구상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888 01:25:55,522 --> 01:25:57,222 옥중서신을 통해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889 01:26:00,326 --> 01:26:03,229 '당신의 원망을 버리세요' 890 01:26:03,329 --> 01:26:09,269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는 인간으로서 당신의 삶을 계속하세요' 891 01:26:09,369 --> 01:26:12,138 '한을 내려놓으세요 당신의 한을 제가 떠안겠습니다' 892 01:26:12,238 --> 01:26:16,475 그건 매우 강력한 진술이죠 893 01:26:19,579 --> 01:26:24,751 '존경하고 사랑하는 당신에게 (그리고 사랑하는 자식들에게)' 894 01:26:24,851 --> 01:26:31,458 '8월의 편지가 안 갔기 때문에 교도소 당국에 요청해서 이 편지를 씁니다' 895 01:26:31,558 --> 01:26:36,028 '여기도 운동하는 장소에 화단이 길게 뻗쳐 있습니다' 896 01:26:37,664 --> 01:26:46,239 '요즈음은 맨드라미, 과꽃, 서광 등이 한창의 고비를 넘겨 시들어 갑니다' 897 01:26:46,339 --> 01:26:56,283 '봄 이래 운동할 때마다 여러 가지로 열심히 돌봐주었더니 내가 관리한 구역은 한결 잘 피었습니다' 898 01:26:56,383 --> 01:27:01,021 '나의 하루 일과 중 이때가 가장 기쁜 시간이었습니다' 899 01:27:01,121 --> 01:27:07,059 '이제부터는 국화가 피는 것을 보는 것이 큰 기대 거리입니다' 900 01:27:13,199 --> 01:27:19,472 잔인하고 억압적인 사회와 너무 작은 공간만 허락되는 감옥이라는 곳에서 901 01:27:19,572 --> 01:27:23,209 의미 있는 무엇인가가 생겨나리라 기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902 01:27:23,309 --> 01:27:25,345 하지만 이 편지들은 꽃을 피웁니다 903 01:27:25,445 --> 01:27:28,148 이 편지들은 꽃과 같은 거죠 904 01:27:28,248 --> 01:27:31,685 전두환 대통령은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의 초청으로 905 01:27:31,785 --> 01:27:33,386 미합중국 공식 방문길에... 906 01:27:33,486 --> 01:27:37,057 미스 유니버스 서울대회에 참석한 세계 각국의 미녀들은... 907 01:27:37,157 --> 01:27:40,560 민족 단합의 축제 국풍 81이 서울에서 열렸습니다 908 01:27:40,660 --> 01:27:46,032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한껏 높아진 가운데 우리나라에도 직업 야구가 시작됐습니다 909 01:27:46,132 --> 01:27:51,471 전두환 대통령은 서울의 MBC 청룡과 대구의 삼성 라이온즈와의 첫 경기에 앞서 910 01:27:51,571 --> 01:27:52,571 시구를 했습니다 911 01:27:53,106 --> 01:27:54,341 8구 쳤습니다! 912 01:27:54,441 --> 01:27:56,042 중견수 이동 중견수 이동 913 01:27:56,142 --> 01:27:58,011 중견수 잡아냈습니다! 914 01:27:58,111 --> 01:28:01,447 경기 끝났습니다 경기 끝났습니다! 915 01:28:02,515 --> 01:28:06,285 해태 타이거즈 프로 야구 우승! 916 01:28:12,992 --> 01:28:17,096 김대중! 김대중! 김대중! 917 01:28:21,301 --> 01:28:26,039 '민중은 일관해서 역사를 움직이는 원동력이었으며' 918 01:28:26,139 --> 01:28:33,079 '우리가 살아남은 것도 그들의 마음속에 올바른 것과 의로운 것에의 소망의 불이' 919 01:28:33,179 --> 01:28:37,182 '가냘프게나마 꺼지지 않고 타올라 왔기 때문입니다' 920 01:28:37,784 --> 01:28:43,056 '우리는 민중이 가지고 있는 약점과 능력의 한계를 압니다' 921 01:28:43,156 --> 01:28:45,892 '그러나 다른 어떠한 방법도' 922 01:28:45,992 --> 01:28:51,797 '민중이 자기 운명의 주인이 되는 참여의 길 이상의 것은 없는 것입니다' 923 01:28:58,004 --> 01:29:04,911 감옥 속 고난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김대중의 건강은 눈에 띄게 악화됐다 924 01:29:05,011 --> 01:29:08,148 몇 달 사이 몸무게는 10킬로그램이 빠졌고 925 01:29:08,248 --> 01:29:12,418 이명 증세와 함께 고관절 통증이 갈수록 심해졌다 926 01:29:15,722 --> 01:29:17,724 그 무렵 전두환 정권은 927 01:29:17,824 --> 01:29:23,429 김대중의 신병 치료를 목적으로 한 미국 망명을 이희호에게 제안했다 928 01:29:24,604 --> 01:29:28,484 청주교도소 면회실 929 01:29:30,570 --> 01:29:32,538 그런데 왜 추운데 이렇게... 930 01:29:35,342 --> 01:29:36,942 일단 앉으시죠, 뭐 931 01:29:54,094 --> 01:29:55,629 무슨 일 있나? 932 01:29:55,729 --> 01:29:56,629 예 933 01:30:00,533 --> 01:30:05,505 이희호는 미국으로 가서 병 치료를 하라는 안기부장의 제안을 받아들이라고 934 01:30:05,605 --> 01:30:07,539 김대중을 설득했다 935 01:30:09,976 --> 01:30:12,378 김대중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936 01:30:14,814 --> 01:30:20,452 이희호는 다시 면회했지만 두 시간이 넘도록 김대중은 대답하지 않았다 937 01:30:23,490 --> 01:30:26,993 나는 그런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단 말이야 938 01:30:27,093 --> 01:30:31,330 그러니 첫째고... 내가 미국 가는 것에 있어서도 말이야 939 01:30:36,736 --> 01:30:42,075 간다 하면, 가족들하고 같이 가더라도 가서 뭐 해 먹고 사느냐 하는 문제가 있단 말이야 940 01:30:42,175 --> 01:30:45,312 그렇다고 우리가 가서 노동해서 돈 벌 사람 하나도 없지 않냐 말이야 941 01:30:45,412 --> 01:30:52,351 문제는 당신 건강 때문에... 어떻게든지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게 좋다 942 01:30:54,354 --> 01:31:00,292 결국 김대중은 그의 건강을 걱정하며 끈질기게 설득하는 아내의 뜻을 받아들였다 943 01:31:01,094 --> 01:31:07,499 김대중이 미국행에 동의하자 안기부는 '정치 활동은 하지 않겠다'는 건의서를 요구했다 944 01:31:08,101 --> 01:31:12,371 출국을 위해서 필요하며 정부가 원하는 건의서라고 했다 945 01:31:13,340 --> 01:31:17,776 얘기하고 싶은 거는... 맨날 얘기한 겁니다 946 01:31:18,678 --> 01:31:20,779 정치 활동을 안 하겠다 947 01:31:23,516 --> 01:31:26,618 김대중은 건의서를 쓸 수 없다고 했다 948 01:31:27,620 --> 01:31:33,025 전두환 정권이 건의서를 이용해서 그를 웃음거리로 만들 게 뻔하기 때문이었다 949 01:31:33,727 --> 01:31:40,065 앞으로 상황은 그런 식으로 몰아치는 상황은 안 될 겁니다 950 01:31:41,368 --> 01:31:44,604 김대중은 안기부 간부의 말을 믿지 않았지만 951 01:31:44,704 --> 01:31:49,142 동지들을 석방시킬 수 있다는 아내의 마지막 간곡한 부탁에 952 01:31:49,242 --> 01:31:51,577 미국 망명을 결정했다 953 01:32:15,602 --> 01:32:21,373 미국 워싱턴에 자리 잡은 김대중은 이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필사적으로 찾았다 954 01:32:26,546 --> 01:32:35,188 이따금 영화 보러 가자고 해도 가시지 않고 거기에 아주 꽃을 전시하는 아름다운 데도 있어요 955 01:32:35,288 --> 01:32:37,791 거기 가자고 해도 가시질 않아요 956 01:32:37,891 --> 01:32:40,092 그냥 여기에 매여있어 957 01:32:41,127 --> 01:32:47,000 김대중은 한국의 독재 정권을 지지하는 미국 정부를 설득하는 일에 몰두했다 958 01:32:47,100 --> 01:32:52,472 한국이 아직 민주주의를 할 능력이 없는 후진국이라는 잘못된 선입견과 959 01:32:52,572 --> 01:32:55,642 서로 총구를 겨누고 있는 분단국가 상황에서는 960 01:32:55,742 --> 01:33:00,913 민주주의보다 안보가 우선이라는 미국의 고정관념을 바꿔내고 싶었다 961 01:33:02,615 --> 01:33:07,554 그것이 낯선 미국 땅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고 믿은 김대중은 962 01:33:07,654 --> 01:33:10,322 쉬지 않고 미국을 누비고 다녔다 963 01:33:10,990 --> 01:33:14,060 미국은 아무리 보수라도 민주주의는 지지하거든 964 01:33:14,160 --> 01:33:19,900 당신네가 신봉하는 민주주의가 이렇게 됐는데 그것을 지지하고 있는 것이 당신네 정권이다 965 01:33:20,000 --> 01:33:23,135 내가 당신네 보고 우리 민주주의 해달라는 거 아니다 이거야 966 01:33:23,636 --> 01:33:27,073 민주주의는 우리가 하겠다 실행도 우리가 하겠다 967 01:33:27,173 --> 01:33:29,675 그 대신 독재 정권 지지하지 말라 이거야 968 01:33:32,345 --> 01:33:37,017 5.18 광주를 진압하기 위해 한국군의 병력 동원을 승인했던 미국의 책임을 969 01:33:37,117 --> 01:33:39,819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김대중이지만 970 01:33:39,919 --> 01:33:44,323 그는 그런 미국의 판단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971 01:33:44,691 --> 01:33:51,598 심지어 대사관에 있는 사람들이나 한국을 연구하는 워싱턴의 전문가들조차도 972 01:33:51,698 --> 01:33:56,369 권력자들에게만 초점을 맞추고 그들을 지지하고 973 01:33:56,469 --> 01:33:59,606 북한이 이 정권을 전복할까 걱정하는 그런 사람들입니다 974 01:33:59,706 --> 01:34:04,177 그들은 한국인 이름조차 잘 기억하지 못하고 975 01:34:04,277 --> 01:34:08,047 야당 인사 같은 경우에는 그냥 관심 없는 모르는 얼굴들인 거죠 976 01:34:08,648 --> 01:34:16,456 외국의 반체제 인사, 소수민족 지도자들이 미국같이 큰 나라에 와서 977 01:34:16,556 --> 01:34:19,858 미국 국민들을 설득하는 일은 정말 쉽지가 않아요 978 01:34:20,060 --> 01:34:24,397 김대중은 여기에 필사적으로 매달렸어요 979 01:34:24,497 --> 01:34:28,368 그는 확고한 신념을 가졌고 참을성도 대단했어요 980 01:34:28,468 --> 01:34:30,303 그는 계속 문을 두드렸어요 981 01:34:30,403 --> 01:34:32,739 지금부터 여기 워싱턴 지국에서 982 01:34:32,839 --> 01:34:35,275 한국의 야당 지도자인 김대중을 모시고 함께 합니다 983 01:34:35,375 --> 01:34:38,044 그는 한국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지만 984 01:34:38,144 --> 01:34:42,449 출국이 허가되어 현재 미국에서 거주하고 있습니다 985 01:34:42,549 --> 01:34:48,922 김대중 씨, 남한의 정부를 독재 국가라고 표현하셨는데 986 01:34:49,022 --> 01:34:55,161 비무장지대 건너편에 있는 북한과 비교해 볼 때 987 01:34:55,261 --> 01:35:00,500 한국의 상황은 그렇게 나쁘지 않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습니까? 988 01:35:00,600 --> 01:35:12,078 안보 문제는 우리가 1950년부터 1953년까지 전쟁 중이었을 때 가장 위험했습니다 989 01:35:12,178 --> 01:35:16,449 그러나 그때도 우리 국민은 공산주의를 지지하는 것 외에는 990 01:35:16,549 --> 01:35:18,985 언론의 자유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991 01:35:19,085 --> 01:35:26,626 그리고 대통령을 직접 선출할 수 있었습니다 992 01:35:26,726 --> 01:35:28,995 - 김대중 씨 - 잠깐,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993 01:35:29,095 --> 01:35:38,204 그때 우리는 지방자치가 있었고 독자적인 사법부와 국회가 있습니다 994 01:35:38,304 --> 01:35:45,612 하지만 30년이 지난 지금 평화 시기에서 우리 국민들은 이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995 01:35:45,712 --> 01:35:50,716 안보 문제가 어떻게 지금의 억압을 정당화할 수 있겠습니까? 996 01:35:52,585 --> 01:35:57,790 김대중 선생이 미국에 있을 때 늘 그런 얘기 했어요 997 01:35:58,425 --> 01:36:06,333 '미국은 국내 정치는 민주적으로 하는데 외교는 민주적이 아니다' 998 01:36:06,433 --> 01:36:10,303 근데 사실은 미국의 국내 정치도 민주적이 아니거든, 돈주주의란 말이에요 999 01:36:10,403 --> 01:36:14,307 내가 미국에 대해서 비판을 많이 했어요 1000 01:36:14,407 --> 01:36:15,675 그런데 김대중 선생이 1001 01:36:15,775 --> 01:36:19,244 '그렇게 자꾸 그렇게 비판하면 안 된다' 그런 얘기 했어요 1002 01:36:19,979 --> 01:36:22,349 김 선생이라고 미국에 대한 불평이 없겠어요? 1003 01:36:22,449 --> 01:36:25,117 그러나 정치인은 함부로 말씀 못 하지 1004 01:36:32,192 --> 01:36:37,763 김대중은 미국을 상대할 때 보편적인 윤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았다 1005 01:36:39,432 --> 01:36:44,571 '미국인들이 200년 전에 자유를 얻기 위하여 죽음을 무릅쓰고 싸웠던 것처럼' 1006 01:36:44,671 --> 01:36:49,509 '한국인들은 지금 그 똑같은 자유를 얻기 위해 군부 독재와 싸우고 있는데' 1007 01:36:49,609 --> 01:36:52,978 '그래도 군부 독재를 옹호할 것인가?' 1008 01:36:57,117 --> 01:37:02,756 한국에서 5.18 3주기를 맞아 단식 투쟁에 돌입한 김영삼의 소식을 들은 김대중은 1009 01:37:02,856 --> 01:37:07,226 그의 투쟁을 지원하는 글을 '뉴욕 타임스'에 기고했다 1010 01:37:11,498 --> 01:37:15,735 '김영삼 씨의 단식은 미국 정부가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는' 1011 01:37:15,835 --> 01:37:18,805 '심각한 도전장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1012 01:37:18,905 --> 01:37:24,343 '민주 정부와 민주 제도를 회복하지 않으면 한국은 안정될 수 없다...' 1013 01:37:30,884 --> 01:37:36,890 김대중은 미국에 망명한 777일 동안 150번이 넘는 강연을 열었다 1014 01:37:36,990 --> 01:37:43,063 수시 촌각을 허비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뭐 릴렉스 해 가지고 쉬고 그런 게 없어요 1015 01:37:43,163 --> 01:37:47,434 문동환 박사는 '신들린 사람이다' 그렇게까지 얘기를 했어요 1016 01:37:47,534 --> 01:37:48,935 그런데 그게 사실이에요 1017 01:37:49,035 --> 01:37:53,640 김대중 씨는 내가 보기는 죽음과 경쟁하는 사람이다 1018 01:37:53,740 --> 01:37:58,510 누가 이기느냐 말이야 그걸 경쟁하는 그런 모습의 사람이다 1019 01:38:00,013 --> 01:38:02,949 83년도 이후부터는 미국의 언론인 1020 01:38:03,049 --> 01:38:05,684 기자라든가 '뉴욕 타임즈'나 '워싱턴 포스트' 1021 01:38:05,952 --> 01:38:09,422 두드러진 언론 기관의 기자들과 1022 01:38:09,522 --> 01:38:13,660 또 그다음에 미국의 주요 인사들도 신청하면 금방 만나게 되고 1023 01:38:13,760 --> 01:38:18,864 자기네들이 또 만나자고 요청해 오고 그런 식으로 이제 점점 돼 갔죠 1024 01:38:22,102 --> 01:38:28,275 '나는 늘 길 위에 있었다 어디서든 부르면 달려갔다' 1025 01:38:28,375 --> 01:38:31,144 '그래서 늘 고단했다' 1026 01:38:31,244 --> 01:38:37,950 '많은 사람들이 내 연설과 삶에 박수를 보내고 격려했지만 돌아서면 외로웠다' 1027 01:38:40,587 --> 01:38:47,694 내가 미국에 와 있으니까 일신의 안전을 위해서 있는 것 같은 그런 자책감도 있고 1028 01:38:47,794 --> 01:38:50,830 또 미국에서 하는 일은 미국 정부를 움직이는 일이니까 1029 01:38:50,930 --> 01:38:54,334 그렇게 당장 눈에 띄게 효과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1030 01:38:54,434 --> 01:38:57,537 이제 한 2년 되어가니까 1031 01:38:57,637 --> 01:39:00,673 '이제는 돌아갈 때가 됐다'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1032 01:39:01,074 --> 01:39:04,911 그 시기, 국내에서 민주화 운동의 출구를 찾던 김영삼이 1033 01:39:05,011 --> 01:39:09,082 김대중의 동교동계 인사를 통해 접촉을 시도해 왔다 1034 01:39:09,182 --> 01:39:11,518 그는 민주화 운동 연합전선인 1035 01:39:11,618 --> 01:39:14,987 '민주화 추진 협의회(민추협)'에 함께할 것을 제안했다 1036 01:39:15,622 --> 01:39:19,092 김대중 총재께서 계시지도 않고 1037 01:39:19,192 --> 01:39:23,563 그런데 어떻게 상도동(김영삼계)하고 손잡고 하는 조직을 할 수 있느냐 1038 01:39:23,663 --> 01:39:30,904 이 상도동, 동교동 이러면 아주 굉장히 그 알력으로 대하는 사람들도 있었으니까 1039 01:39:31,004 --> 01:39:35,709 '동교동 단독으로 나가야 된다' 이걸 DJ가 요구를 해 왔어요 1040 01:39:35,809 --> 01:39:40,413 그래서 나는 '지금 DJ가 없을 때는 YS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는' 1041 01:39:40,513 --> 01:39:44,384 '한국 민주화 운동의 그런 효율성이 떨어진다' 1042 01:39:44,484 --> 01:39:48,722 '그러니까 YS가 전면에 세우는 걸 우리가 적극 협조하고 참여해야 된다' 1043 01:39:48,822 --> 01:39:50,289 그런 입장이었어요 1044 01:39:51,157 --> 01:39:55,095 김영삼의 제안을 고민하던 김대중은 서울의 동교동 인사들에게 1045 01:39:55,195 --> 01:39:58,798 민추협에 참여하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1046 01:39:58,898 --> 01:40:02,802 그는 더 이상 망명지에서 민주화 투쟁을 하는 운동가가 아닌 1047 01:40:02,902 --> 01:40:06,238 '정치인 김대중'으로 돌아가고자 했다 1048 01:40:06,673 --> 01:40:13,113 민추협을 만들고 이제 그러면서 분위기를 워밍업 해 가는 거였지 1049 01:40:13,213 --> 01:40:19,152 정치하던 사람들은 항상 정치 방식이라는 것을 생각하고 몸에 또 배어 있잖아 1050 01:40:19,252 --> 01:40:25,759 그러다 보니까 언제 선거 상황이 오거나 아니면 정당을 창당할 수 있는 상황이 오거나 하면 1051 01:40:25,859 --> 01:40:30,929 그 찬스를 기다리면서 이 워밍업을 그렇게 해 나가는 거 같애 1052 01:40:31,931 --> 01:40:37,236 개인으로서는 12월 중에 귀국하기로 결정을 하고 있습니다 1053 01:40:38,605 --> 01:40:43,310 그러나 전두환은 온갖 수단을 동원해 김대중의 귀국을 막았다 1054 01:40:43,410 --> 01:40:47,046 귀국하면 신변을 보장할 수 없다는 협박까지 했다 1055 01:40:48,882 --> 01:40:53,086 미국에 망명 중이었던 필리핀의 민주화 운동 지도자 아키노 의원이 1056 01:40:53,186 --> 01:40:55,188 귀국길에 살해당했기 때문에 1057 01:40:55,288 --> 01:40:58,857 미국인들도 김대중의 귀국을 만류했다 1058 01:40:59,626 --> 01:41:03,496 김대중 선생이 용의주도한 것이 그런 것이 나오죠 1059 01:41:03,596 --> 01:41:09,669 미국의 정치인들, 시민들하고 총동원을 해서 이렇게 굉장한 1060 01:41:09,769 --> 01:41:14,674 만약의 경우에는 너무 센세이션이 커서 독재가 손 못 대게 1061 01:41:14,774 --> 01:41:20,446 그렇게 작전해 들어가신 걸 옆에서 보면서 굉장히 용의주도하다, 그렇게 느꼈죠 1062 01:41:24,050 --> 01:41:29,388 1985년, 김대중은 총선을 나흘 앞두고 귀국길에 올랐다 1063 01:41:29,956 --> 01:41:37,463 미국 상·하원 의원 80여 명과 각계 지도자 150명이 그의 안전 귀국을 요구하는 문서에 서명했다 1064 01:41:38,665 --> 01:41:44,404 하원 의원, 카터 행정부 인권 담당 차관보 목사, 워싱턴 대학교수 1065 01:41:44,504 --> 01:41:51,344 외교 대사, 국제법률가위원회 회장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사장, 가수 등 1066 01:41:51,444 --> 01:41:55,882 미국의 저명인사 27명이 제2의 아키노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1067 01:41:55,982 --> 01:41:58,684 김대중의 귀국 비행기에 동승했다 1068 01:42:13,633 --> 01:42:15,502 저한테서 손 떼세요! 1069 01:42:15,602 --> 01:42:16,670 밀지 마세요 1070 01:42:16,770 --> 01:42:17,670 하지 마시라구요! 1071 01:42:40,660 --> 01:42:44,296 김대중, 김대중, 김대중! 1072 01:42:45,665 --> 01:42:49,202 김대중의 귀국은 예상을 뛰어넘는 파장을 불러일으켰고 1073 01:42:49,302 --> 01:42:53,005 전두환은 그를 가택 연금하고 정치 활동을 막았다 1074 01:42:54,174 --> 01:42:55,641 막어, 막어, 막어! 1075 01:42:56,743 --> 01:42:59,211 놔, 인마! 놔 1076 01:43:03,049 --> 01:43:04,583 홍일(김대중의 장남)입니다! 1077 01:43:07,854 --> 01:43:10,657 일체의 외부 접촉과 취재가 금지되었지만 1078 01:43:10,757 --> 01:43:15,829 총선을 불과 4일 앞두고 벌어진 김대중의 귀국과 연금 소식은 1079 01:43:15,929 --> 01:43:19,598 민주화 세력의 전의를 폭발시키는 뇌관이었다 1080 01:43:20,500 --> 01:43:26,372 흩어졌던 야당을 빠르게 집결시켰고 패배감에 사로잡혔던 시민들을 일으켜 세웠다 1081 01:43:28,274 --> 01:43:33,078 신민당은 김대중이 귀국하며 불러일으킨 거센 바람을 등에 업고 1082 01:43:33,713 --> 01:43:35,881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켰으며 1083 01:43:36,716 --> 01:43:42,054 67석을 확보하며 강력한 제1야당으로 떠올랐다 1084 01:43:43,623 --> 01:43:49,395 김대중은 민추협 공동의장에 취임하며 김영삼과 공개적인 연합전선을 구축했다 1085 01:43:49,729 --> 01:43:57,103 김대중 씨와 나, 이것이 합치해야 된다고 하는 것이 국민의 여망인 줄 다 알고 있습니다 1086 01:43:57,203 --> 01:44:00,807 우리가 협력한다는 것이 변화가 없습니다 1087 01:44:00,907 --> 01:44:05,612 주인인 국민에게 선택권을 돌려준다는 것입니다 1088 01:44:05,712 --> 01:44:13,386 5.17은 국민이 행사하려고 하는 선택권을 총칼을 가진 사람들이 빼앗은 것입니다 1089 01:44:13,486 --> 01:44:16,722 그 선택권을 국민에게 돌려줘야 합니다 1090 01:44:17,957 --> 01:44:24,230 두 김 씨의 연대는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위한 천만 서명 운동으로 이어졌다 1091 01:44:24,330 --> 01:44:27,400 극비리에 추진된 개헌 서명 운동 현판식은 1092 01:44:27,500 --> 01:44:32,838 집회와 시위를 봉쇄한 정부의 허를 찌르는 양 김 씨의 합동 작전이었다 1093 01:44:33,606 --> 01:44:36,409 부산 4만 명 광주 10만 명 1094 01:44:36,509 --> 01:44:42,481 개헌 서명 운동본부 현판식에 모여든 시민들의 민주화 열기로 전국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1095 01:44:43,850 --> 01:44:49,521 개헌 서명 운동은 숨죽이고 있던 민주화 운동 세력이 거리로 나서는 신호탄이었다 1096 01:44:50,357 --> 01:44:55,160 재야 학생 시민들의 분노가 인천 5.3 사태를 통해 분출됐다 1097 01:44:56,329 --> 01:44:58,932 전두환 정권에 저항하는 민주화 운동 세력은 1098 01:44:59,032 --> 01:45:02,335 더 전투적으로 싸우지 않는 제도권 야당을 비난하며 1099 01:45:02,435 --> 01:45:04,536 격렬한 시위를 주도했다 1100 01:45:07,841 --> 01:45:11,877 시위는 전국 대학생들의 건국대 점거 농성으로 이어졌다 1101 01:45:14,347 --> 01:45:19,853 수세에 몰린 전두환은 야당과 민주화 운동 세력의 분리 공작을 시작했다 1102 01:45:19,953 --> 01:45:24,758 개헌을 위한 정치협상을 제안하며 신민당을 국회로 끌어들이는 한편 1103 01:45:24,858 --> 01:45:29,729 민주화 운동 세력은 폭력적으로 탄압하는 이중적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1104 01:45:29,829 --> 01:45:35,201 사상 최대 규모인 1288명의 학생들이 구속되며 사태는 끝이 났고 1105 01:45:35,301 --> 01:45:43,842 살벌한 공안정국이 조성되면서 친위 쿠데타설과 김대중 재수감설 등 온갖 위기설이 나돌았다 1106 01:45:46,846 --> 01:45:50,917 극으로 치닫는 군사 정부의 탄압과 저항, 쿠데타 위협은 1107 01:45:51,017 --> 01:45:54,653 김대중으로 하여금 1980년을 상기시켰다 1108 01:45:56,389 --> 01:46:01,827 광주의 비극이 다시 반복될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김대중을 압박했다 1109 01:46:04,097 --> 01:46:10,237 아침 식사하고 꽃, 매일 양지에 있는 것을 음지로 음지 있는 것을 양지로 1110 01:46:10,337 --> 01:46:13,473 매일 하니까 꽃이 얼마나 몸살 나겠어요 1111 01:46:13,573 --> 01:46:17,310 왜 이렇게 꽃을 이렇게 하냐니까는 모르면 가만있으라고 1112 01:46:17,410 --> 01:46:19,578 우리는 그 말이 무슨 말인지 모르죠 1113 01:46:20,780 --> 01:46:25,418 전두환 정권이 다시 자신을 잡아들일지도 모른다는 정보를 얻은 김대중은 1114 01:46:25,518 --> 01:46:28,655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었다 1115 01:46:28,755 --> 01:46:36,295 그는 매일 자신의 생각을 적어 온 수첩과 문서들을 꽃을 옮기는 척하면서 땅속에 깊게 묻었다 1116 01:46:39,532 --> 01:46:44,570 높은 빌딩에서 감시 요원들이 보안사, 정보부, 경찰 다 나와서 보고 있어 1117 01:46:44,938 --> 01:46:50,409 '아, 저 놈들 날씨 더운데 또 꽃밭 옮기는구나' 그랬을 거예요, 매일 했으니까 1118 01:46:53,480 --> 01:46:59,819 다시 친위 쿠데타로 해서 이 정권이 절대로 스스로 내놓지 않는다 1119 01:46:59,919 --> 01:47:01,688 하는 우려들은 많이 있었죠 1120 01:47:01,788 --> 01:47:05,358 12.12 사태처럼 이거는 우리가 조심해야 된다 1121 01:47:05,458 --> 01:47:12,999 그러니까 절대로 어설프게 이런 데모를 한다든지 어설픈 정보 가지고 우리가 운동해서는 안 된다 1122 01:47:13,099 --> 01:47:14,967 그래서 굉장히 조심했죠 1123 01:47:16,002 --> 01:47:22,075 김대중은 자신의 힘으로 친위 쿠데타를 봉쇄하고 공안정국을 돌파하기로 결심하며 1124 01:47:22,175 --> 01:47:28,347 자신을 대통령병 환자라고 비난해 온 전두환 정권의 허를 찌르는 승부수를 던졌다 1125 01:47:30,116 --> 01:47:35,255 대통령 중심 직선제 개헌을 전두환 정권이 수락한다면 1126 01:47:35,355 --> 01:47:38,757 비록 사면 복권이 되더라도 1127 01:47:39,192 --> 01:47:44,363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나의 결심을 천명한다 1128 01:47:44,964 --> 01:47:49,903 불출마 선언은 양 김 씨가 극단적으로 경쟁했던 80년과는 다르게 1129 01:47:50,003 --> 01:47:54,940 개헌 추진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민주 세력의 단결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1130 01:47:55,875 --> 01:47:59,579 김대중의 조건부 불출마 소식을 들은 김영삼 또한 1131 01:47:59,679 --> 01:48:01,748 '김대중 씨의 사면 복권이 이루어지면' 1132 01:48:01,848 --> 01:48:06,386 '차기 대선 후보를 양보하고 지지하겠다'고 즉각 화답하며 1133 01:48:06,486 --> 01:48:09,154 두 정치 지도자의 단결을 과시했다 1134 01:48:11,157 --> 01:48:17,129 그러나 이번에는 전두환이 김대중의 개헌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135 01:48:18,164 --> 01:48:25,038 이제 본인은 임기 중 개헌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1136 01:48:25,138 --> 01:48:32,411 현행 헌법에 따라 후임자에게 정부를 이양할 것을 천명하는 바입니다 1137 01:48:34,848 --> 01:48:39,819 김대중과 김영삼은 함께 새로운 야당인 통일민주당 창당을 준비하며 1138 01:48:39,919 --> 01:48:42,921 직선제 개헌을 밀어붙이기로 했다 1139 01:48:45,158 --> 01:48:49,729 살얼음판 같은 긴장과 대치가 이어지던 1987년 1140 01:48:49,829 --> 01:48:55,401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조사를 받던 박종철의 죽음은 시민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1141 01:48:57,203 --> 01:49:01,241 대학생을 고문으로 살해하고 그 사실을 은폐, 조작한 사건은 1142 01:49:01,341 --> 01:49:05,444 전두환 정권의 실체를 전 국민에게 확인시켜 주었다 1143 01:49:07,681 --> 01:49:11,450 박종철의 죽음에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1144 01:49:13,253 --> 01:49:19,391 야당과 재야 그리고 학생들은 한 덩어리가 되어 부도덕한 독재 정권과 싸웠다 1145 01:49:28,635 --> 01:49:33,673 시위를 저지하는 경찰과 반독재 투쟁 세력 간의 치열한 공방전은 1146 01:49:33,773 --> 01:49:38,378 연세대생 이한열이 경찰의 최루탄을 맞고 뇌사 상태에 빠지면서 1147 01:49:38,478 --> 01:49:40,112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1148 01:49:42,916 --> 01:49:46,318 전두환 정권에 대한 국민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1149 01:49:47,654 --> 01:49:53,627 확산되는 시민의 저항을 진압하기 위해 군대의 동원을 마지막까지 고민하던 전두환은 1150 01:49:53,727 --> 01:49:56,296 '저들이 사생결단의 태세로 나오고 있어' 1151 01:49:56,396 --> 01:50:00,332 돌발적인 사건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1152 01:50:02,235 --> 01:50:06,605 그것은 즉각 전두환에게 광주를 떠오르게 했다 1153 01:50:07,741 --> 01:50:13,445 전두환에게 광주는 악몽이었다 그것은 미국에게도 마찬가지였다 1154 01:50:14,114 --> 01:50:18,317 미국의 반대로 전두환은 군을 동원할 수 없었다 1155 01:50:20,120 --> 01:50:24,591 이제 넥타이 부대로 일컫는 평범한 직장인들과 일반 시민들까지 1156 01:50:24,691 --> 01:50:27,926 거리에 나와 독재 타도를 외치며 합세했다 1157 01:50:47,514 --> 01:50:50,382 물러가라, 물러가라! 1158 01:50:52,318 --> 01:50:53,285 물러가라! 1159 01:50:55,655 --> 01:51:03,362 독재 정권은 민주 정치인을 괴롭히지 말라! 1160 01:51:04,497 --> 01:51:05,731 말라! 1161 01:51:12,238 --> 01:51:17,811 6월 26일 열린 국민 평화 대행진은 전국에서 100만 명이 넘게 참가했고 1162 01:51:17,911 --> 01:51:21,314 경찰은 시위대의 위세에 밀렸다 1163 01:51:21,414 --> 01:51:25,452 결국 민정당 노태우 대표위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1164 01:51:25,552 --> 01:51:32,558 직선제 개헌, 김대중의 사면 복권 등 8개 항을 담은 '6.29 선언'을 발표했다 1165 01:51:40,934 --> 01:51:43,970 6월 항쟁이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1166 01:51:44,070 --> 01:51:49,174 독재 정권의 대안이 될 수 있는 김대중과 김영삼이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다 1167 01:51:50,577 --> 01:51:57,951 이제 직선제 개헌안이 통과됐다 노태우 뭐 전두환도 할 수 없이 손을 들었다 1168 01:51:58,051 --> 01:52:02,022 이제 남은 길은 선거로 판가름내라 이건데 1169 01:52:02,122 --> 01:52:08,094 이쪽 진영에서는 김대중, 김영삼 쪽에 누구냐 누가 공천을 받을 것이냐 1170 01:52:08,194 --> 01:52:11,296 이 싸움이 이제 시작된 거지 내막적으로 1171 01:52:13,633 --> 01:52:18,437 7년 만에 사면 복권된 김대중은 출마 가능성을 내비쳤다 1172 01:52:19,639 --> 01:52:23,443 상도동계와 김대중에 비우호적인 언론은 당황하며 1173 01:52:23,543 --> 01:52:26,912 그의 조건부 불출마 선언을 문제 삼았다 1174 01:52:29,482 --> 01:52:36,456 김영삼 측에서는 직선제가 되면 불출마하겠다는 그 내용을 끝까지 물고 늘어졌습니다 1175 01:52:36,556 --> 01:52:39,125 대통령 직선제를 받아들이면 안 나오겠다고 했는데 1176 01:52:39,225 --> 01:52:41,461 호헌 조치를 계속해 나가기로 했고 1177 01:52:41,561 --> 01:52:50,969 제의는 이미 그걸로 거부했으므로 그 발언은 그걸로 유효 기간이 종료된 거예요 1178 01:52:51,404 --> 01:52:56,509 여하간에 '직선제가 개헌된다면' 하는 단서는 붙이면서도 1179 01:52:56,609 --> 01:53:00,145 불출마 선언했다는 게 큰 뜻이 있는 거 아닙니까 1180 01:53:01,481 --> 01:53:07,387 언론은 지속적으로 김대중의 불출마 선언이 대국민 약속이었음을 상기시켰고 1181 01:53:07,487 --> 01:53:13,125 이를 무효화 하려는 조치는 '구차스럽고 부정직한 것'이라는 혹평을 내보냈다 1182 01:53:15,495 --> 01:53:22,102 '언론들은 원천무효가 되어 버린 불출마 선언을 계속 살아있는 약속으로 왜곡 보도했다' 1183 01:53:22,202 --> 01:53:27,207 '사실을 비틀어 국민에게 전달하는 것은 참으로 비열했다' 1184 01:53:27,307 --> 01:53:30,944 '당시 언론은 내가 나를 채찍질하며 소중하게 지켜온' 1185 01:53:31,044 --> 01:53:34,613 '행동하는 양심에 비수를 꽂았다' 1186 01:53:44,290 --> 01:53:52,432 빨갱이, 전라도, 거짓말쟁이 26년 군사 정권이 만들어 낸 김대중의 이미지는 1187 01:53:52,532 --> 01:53:54,800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1188 01:53:56,036 --> 01:54:00,839 중요한 순간마다 그 이미지는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1189 01:54:01,808 --> 01:54:06,279 대통령 출마를 고민하던 김대중이 전라도 지역 방문을 발표하자 1190 01:54:06,379 --> 01:54:11,250 언론은 기다렸다는 듯 그가 지역감정을 이용한다고 비난을 쏟아냈다 1191 01:54:13,219 --> 01:54:17,322 하지만 그는 그런 비난을 겁내지 않았다 1192 01:54:18,191 --> 01:54:24,997 87년 9월 초, 그는 광주와 목포 하의도로 향하는 남도행 열차에 올랐다 1193 01:54:27,534 --> 01:54:32,538 광주는 16년 만의 방문이었다 1194 01:56:37,497 --> 01:56:41,633 광주역 1195 01:56:43,570 --> 01:56:49,408 망월동 5.18 희생자 묘역 1196 01:57:24,110 --> 01:57:32,085 광주 민주항쟁은 자신에 기대를 건 어떤 시민들의 바람이 1197 01:57:32,185 --> 01:57:34,521 아주 큰 희생을 몰고 왔기 때문에 1198 01:57:34,621 --> 01:57:40,994 본인은 책임 의식을 그전하고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게 가졌다고 생각해요 1199 01:57:41,094 --> 01:57:48,635 이전까지는 DJ는 꼭 호남 문제를 본인이 감당하고 있다는 말을 많이 안 했어요 1200 01:57:48,735 --> 01:57:53,506 본인은 호남의 대통령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 1201 01:57:53,606 --> 01:57:56,109 이런 이야기를 주로 해왔는데 1202 01:57:56,209 --> 01:58:05,986 80년에 내란음모, 사형 선고 그다음에 광주에서의 비극적인 사건들이 있고 난 다음에는 1203 01:58:06,086 --> 01:58:10,790 김대중이라고 하는 인물의 정치 행동의 밑바탕에는 1204 01:58:10,890 --> 01:58:17,996 아, 이제 그 비극에 내가 일종의 개선하는 책임을 져야 된다는 걸 갖게 했다고 봐요 1205 01:59:26,332 --> 01:59:30,870 80년대 이후 김대중은 정치가로서의 자신의 소명에서 1206 01:59:30,970 --> 01:59:36,142 한 번도 스스로를 의심하지 않고 꾸준히 자기의 길을 간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1207 01:59:36,242 --> 01:59:42,582 아마 80년대 이후에는 두려움은 별로 갖지 않았던 정치가로 성장했고 1208 01:59:42,682 --> 01:59:46,820 그 성장의 이면에는 광주에서의 비극적인 희생이 1209 01:59:46,920 --> 01:59:52,524 한 정치가를 내면으로서 더 단단하게 만들어줬구나 이렇게 보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