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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막 : 김 지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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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난 오리온이야

 

너처럼 그냥 어린아이지
그게 우리 공통점이야

 

그건 그렇고
네가 혼자 앉아 있길래

 

혹시 친구가 필요할까 싶었어

 

나라면 그럴 테니까

 

그래서 난 지금
너한테 가...

 

...다가 곧장 지나치지

 

왜 그러냐고?

 

왜냐하면, 샐리
난 겁나거든

 

뭐가 겁나냐고?
사실은 아주 많아

 

지금 무서운 건
퇴짜 맞고 망신당하는 거야

 

네가 친구들한테 말해서
함께 비웃을 것만 같아

 

그리고 너 하나만
무서운 게 아니야, 샐리

 

여자애들만
무서운 것도 아니고

 

솔직히 말해서
난 거의 모든 게 무서워

 

아, 참치네
넌 뭘 싸 왔을까?

 

알면 좋을 텐데

 

학교 상담 선생님이 그랬어
겁나는 것들을 기록해 보라고

 

그래서 스케치북을 갖고 다니며
내 문제를 관리해

 

"샐리한테 말 걸기
바보 같은 말"

 

14쪽을 예로 들어볼게
난 화장실 변기가 막혀서

 

"변기 막힘!"

 

학교에 물난리가 날까 봐
두려워

 

정말 다행이다

 

그리고 수업 때
틀린 대답을 하는 것도 무섭지

 

뱃길로 인도에
처음 도착한 탐험가가 누구지?

 

- 저요, 저요!
- 까다로운 상황이야

 

스피노자 선생님은 보통
손 안 드는 애들을 부르셔

 

하지만 그렇다고 일부러
손을 드는 전략은 위험해

 

그래서 숨으려 하는데
너무 대놓고 숨으면 안 돼

 

난 답을 알아
바스쿠 다가마지

 

5학년 수업에서는
거의 그게 답이거든

 

하지만 내 이름이 불리면

 

난 '가스쿠 다바마'나
'다스쿠 가바마'라고 하겠지

 

다들 비웃을 거야

 

"하하하하하"

 

- 스피노자 선생님, 저요!
- 그래, 리사?

 

- 바스쿠 다가마요
- 잘했어, 리사

 

난 리사가
별로 마음에 안 들어

 

하지만 따지고 보면
난 마음에 안 드는 게 많아

 

배수로의 살인마 어릿광대도
그중 하나지

 

암을 유발하는
휴대전화 전자파와

 

저예요, 할머니

 

모기한테 물려서
감염되는 것

 

마천루에서
떨어지는 것과

 

- '안녕'하고 말하는 것
- '아녕!'

 

벌, 개, 바다

 

우리 팀이 나 때문에
지는 것도 무서워

 

야, 오리온
잡아!

 

"홈팀 32점
원정팀 33점"

 

그리고 당연히 탈의실도 무서워
솔직히 이건 다 그렇지 않아?

 

괜찮아, 게이브?

 

그리고 리치 파니치
때문이기도 해

 

이런, 이런, 이게 누구셔
울보 오리온이잖아!

 

안녕, 리치

 

넌 바지를 그렇게 입냐?

 

난 리치 파니치한테
놀림당하는 게 무서워

 

걔한테 맞는 것도 무섭고

 

그리고 또 무서운 게...
내가 반격하면?

 

리치의 코가 뇌에 박혀서
죽을지도 몰라

 

정말 이론적으로
가능한 얘기야, 찾아봐

 

난 소년원에 갈 거고
평생 죄의식 속에서...

 

야! 바지를 그렇게 입냐고
지금 무시하는 거야?

 

응, 난 바지를 입어

 

그렇게?

 

그건 뭔데 맨날 가지고 다녀?

 

'나는 몬스터와 벌
머리 자르는 거랑 개'

 

'바다랑 리치 파니치가
무섭다...'

 

와, 나도 나오네! 고마워!

 

잠깐, 날 시체로 그렸잖아!
누구 마음대로!

 

내게 무례하게 군 죄로
이걸 '입수'한다

 

나 리치 파니치가

 

내가 겁나지만 않아도
내 거라고 말해줬을 텐데

 

내 마음과 영혼을
갈아 넣었고

 

그걸 나한테서
뺏을 권리가 없다고

 

그리고 '압수'가 맞는다고
가르쳐줬을 텐데

 

고마워, 리치

 

뭐?

 

그러든지

 

고맙다는 말이 왜 나왔을까?

 

"고마워, 리치"

 

"긴 나눗셈"

 

주말 잘 보내요, 여러분

 

아, 참, 견학 신청서
선생님 책상 위에 갖다 놓고

 

천문관 견학 버스는
월요일 9시 정각에 출발해요

 

이런, 스피노자 선생님이
견학을 잊어버렸으면 했는데

 

너무 재미있겠다!

 

재미?
이게 재밌을 것 같아, 리사?

 

제정신이야?
견학은 말만 들어도 무서워

 

30명의 애들과 함께
녹슨 학교 버스에

 

정어리처럼 실려서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교통사고가 우릴
기다리고 있다고

 

난 알아
실제 보험 통계를 찾아봤거든

 

천장에 매달린 거대한
태양계 모형들은 어떻고?

 

언제부터 거기 매달려 있었지?
백 년 전?

 

게다가 천문관에서
샐리 옆에 앉게 돼서

 

우리 손이 닿으면 어쩌지?
공황 발작이 올 거야

 

온 학교의 놀림감이 될 테고

 

의미 있는 인간관계의 즐거움은
평생 모르고 살겠지

 

오리온, 견학 신청서는
가져왔니?

 

선생님이 그 말을 할까 봐
두려웠어

 

부모님이 천문관에는
못 보내신대요

 

우주를 믿지 않으셔서요

 

뭐, 그런 상황이에요

 

"거북돌 상담 교실!
소심함을 버려!"

 

여기 있다

 

안녕, 오리온

 

견학 너무 기대돼

 

혹시 우리
같이 앉지 않을래?

 

거기 가서 말이야

 

내가 겁나지만 않았어도
'당연하지, 샐리' 했을 거야

 

'물론 너랑 놀고 싶어'

 

'솔직히 그게
내가 가장 바라는 건데'

 

'그러려면
거기서 일어날 수도 있는'

 

'부정적인 일들에
집중하지 않아야 하는데...'

 

아, 엄마 오셨다
먼저 갈게

 

천문관에서 보자, 오리온!

 

아니, 못 볼 거야

 

스케치북 17쪽

 

내가 학교 간 사이
부모님이 이사 갈까 봐 무섭다

 

"팔렸음"

 

왜 그런지 모르겠다

 

학교 상담 선생님도
전혀 짐작 못 하신다

 

부모님은 분명히
좋은 분들 같다는데

 

그 말이 맞을 거다

 

오리온, 왔니?

 

- 다녀왔어요
- 학교는 어땠니?

 

- 좋았어요
- 오트밀 쿠키 만들었어

 

"천문관 견학 신청서"

 

어, 그게 왜 거기 있죠?

 

소파 밑에 있는 걸
아버지가 찾으셨어

 

소파 쿠션 사이에
있었던 거 아니고요?

 

- 얘기 좀 할까?
- 아뇨, 괜찮아요

 

가야지, 재미있을 거야

 

전 잘 모르겠어요

 

오리온, 네 마음 알아
이런 일은 겁날 수 있지

 

하지만 그게 핵심이야
불안해해도 괜찮아

 

괜찮을 뿐만 아니라
사실 그게 정상이란다

 

비결은 두려움과 상관없이
네 삶을 사는 거야

 

정말이야, 아니면 엄마한테
프러포즈 못 했을 거야

 

때로는 겁이 나도
그냥 해야 해

 

난 부모님을 사랑하고
날 위해 애쓰시는 건 고맙지만

 

그건 내가 들은
최악의 충고였다

 

우린 이제 여기서
끝인 것 같아, 얘들아

 

안 돼, 어떻게 이런 일이

 

이 만화는
전혀 현실성이 없다

 

재활용품은
눈도 없고, 개성도 없다

 

모험을 떠나지도 않는다
내가 어린애인 줄 아나

 

현실은 이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 환생은 그냥 바람일 뿐이다
- 와!

 

플라스틱 용기든
사람이든

 

현실에서는
죽으면 그냥 끝이다

 

그걸 피할 방법이 없다는 게
너무 무섭다

 

"어린이를 위한
허무주의 대 실존주의"

 

죽음은 도대체 어떤 걸까
무(無)와 비슷한 거겠지

 

무(無)를 상상해 본다
검은색과 침묵은 무(無)가 아니다

 

검은색과 침묵은 존재하니까

 

무(無)는 아마도
상상도 못 하는 뭔가겠지

 

오리온!
인제 그만 자야지

 

- 준비 다 됐니?
- 네

 

- 칫솔질도 했고?
- 네

 

그래, 아들
잘 자렴

 

잘 자, 오리온

 

잠깐만요!

 

책 한 권만
읽어 주시면 안 돼요?

 

왜, 옛날 생각해서요

 

오리온, 이건 이미
다 끝난 얘기잖니

 

이게 좋겠어요, 묵직한 게
잠이 잘 올 것 같아요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는
오늘 밤에 읽긴 너무 두껍구나

 

알았어요

 

우린 늘 네 곁에 있단다
오리온

 

하지만 오늘은 그냥
네 침대에서 잘래?

 

엄마 아빠도
잠을 좀 자야지

 

알았어요, 하지만...

 

오늘 밤엔
문 좀 열어놔도 돼요?

 

그래, 아들
어느 정도나 열까?

 

좋아요, 좀 더 열면요?

 

- 이러면 됐니?
- 사실, 조금만 더요

 

- 이만큼?
- 좋아요, 됐어요!

 

그게, 조금만 더
열어 주실래요?

 

- 고마워요
- 잘 자렴

 

- 잘 자라, 우리 아들
- 안녕히 주무세요

 

좋아, 이거면 나쁘지 않아

 

취소야!

 

이건 나빠! 아주아주 나빠!
말 그대로 최악이야!

 

내가 무서워하는 것 중에서

 

제일 무서운 게

 

어둠이란 말이야

 

" 내 친구 어둠 "

 

이런, 안 돼

 

낡은 집이라
삐걱거리는 거야

 

걱정할 건 없어

 

부모님은 아침에 출근하려면
주무셔야 해

 

한 번만이라도
부모님 입장을 생각하자

 

안 돼, 안 돼, 싫어!

 

널 저주한다, 어둠아!

 

칠흑 같은 어둠의 망토를 쓴
이 잔인한 놈아!

 

날 좀 가만 놔두면 안 돼?

 

안 돼... 안 돼...

 

좋아, 거기까지!
나도 참을 만큼 참았어!

 

매일 밤 쉬지도 않고
비명 지르고

 

소란을 피우고
아주 난리가 나지!

 

일주일에 7일 밤
1년에 365일

 

멈추질 않아!

 

- 넌 누구야?
- 보면 몰라?

 

이 방은 어둡고 바깥도 어둡지
응? 난 어둠이야, 짠!

 

또 시작이네

 

있지, 날 무서워하는 사람은
정말 많아

 

하지만 넌 아예 차원이 달라

 

어둠을 무서워하는
아이는 많지만

 

그중 네가 제일 시끄럽고
제일 짜증 나

 

그리고 솔직히
날 제일 속상하게 하지

 

대단한 능력이긴 해

 

경쟁 상대가 한둘이 아니거든
직접 봐

 

"날 무서워하는 사람들"

 

수백만 명이
어둠을 무서워하지

 

- 명단까지 만들었어?
- 그래, 명단까지 만들었다

 

날 겁내는 애들이
얼마나 많은지

 

콤플렉스가 생길 지경이야

 

- 이건 그저 1권일 뿐이지
- 어둠은 존재하지 않아!

 

그럼 왜 나랑 대화하고 있어?

 

내 말뜻 알잖아
어둠은 그냥 빛이 없는 거야

 

바보 같은
만화 캐릭터가 아니라고

 

드디어 나왔군

 

있지, 너희 인간은 늘
날 괴상하게 상상해 왔어

 

안 들려, 왜 그런지 알아?
넌 진짜가 아니니까

 

아니, 난 진짜야

 

이거 좀 봐 봐
내가 만든 영화야

 

어둠에 대한 다른 시각을
보여주고 싶었거든

 

뭐랄까, 좋아서 한 일이지

 

"어둠을 만나 보세요"

 

어둠은 지구의 첫 생명체가
감광 단백질을 발달시킨

 

5억 년도 더 전부터
존재했습니다

 

"끝
감독: 어둠"

 

"내레이션: 베르너 헤어초크
타이틀: 솔 바스"

 

어때?

 

별로였구나

 

그냥 생각할 거리를
좀 주고 싶었어

 

다들 날 싫어해서
선댄스 영화제에도 못 갔지

 

거기 영화 절반은
내 것보다 못할 텐데

 

정말 자기들만의 잔치라니까

 

음, 좋은 영화야
좀 짧긴 하지만

 

네가 5억 년이나 존재한 걸
감안하면 말이야

 

하지만 짧은 게 좋은 거지

 

있지, 나도
죽음과 절망을 연상시키는

 

초자연적 존재가
되고 싶진 않았어

 

난 그냥 맡은 업무를 하는
평범한 사람이라고

 

하지만 사람들은
늘 나만 미워해

 

사실 거의 모든 사람이
날 무서워하지

 

날 미워하거나
내가 악하다고 생각하고

 

내가 무(無)라고 생각하기도 해
나도 상처받는다고

 

저기, 미안해
난 그럴 뜻은...

 

아냐, 괜찮아

 

있지, 난 사람들이 좋아
그게 핵심이야

 

우린 남들의 시선으로

 

자기를 보게 되잖아
안 그래?

 

사람들이 나한테
기회를 줬으면 좋겠어

 

네 마음 알아, 학교에서
날 괴롭히는 애들이 많거든

 

"날 괴롭히는 애들"

 

리치 파니치, 데이비스 젠슨
하워드 헬스트롬

 

아이작 필
레베카 워런

 

레베카는 이사 간 지금도
내 생일에 협박 편지를 보내

 

어떻게 보면 다정한 거 같아

 

∏그래, 생각 많이 해 주네

 

"천문관 견학 신청서"

 

그냥 이제 더는
겁내고 싶지 않아

 

그래, 그러면 좋겠다

 

매일 밤 네 비명을
안 들어도 되고

 

있잖아
나 방법이 있을 것 같아

 

내가 일하는 걸
하룻밤만 지켜보면

 

내가 전혀 무섭지 않다는 걸
알게 될 거야

 

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게 될 거고

 

항상 그렇게
겁먹지도 않게 될 거야

 

어떻게 생각해?

 

- 할 거야, 말 거야?
- 음...

 

절대 안 할래

 

그래, 당연히 안 하겠지
알았어, 좋아

 

평생 두려움에 마비된 채
살고 싶으면

 

마음대로 해
네가 택한 거니까

 

"최악의 장소"

 

- 넌 바지를 그렇게 입냐?
- 야, 오리온, 잡아!

 

울보 오리온!

 

안녕, 오리온

 

견학 너무 기대돼

 

알았어, 갈게!

 

어둠 씨?

 

마음을 바꿀 줄 알았어!

 

악수나 하자
공식화하는 거지

 

봤지? 아무것도 아니라니까

 

잠깐, 잠깐만요

 

아빠, 생각 다 알아요

 

- 무슨 말이니?
- 저한테 이 얘기 하는 거요

 

- 난 아무 생각 없는데
- 아뇨, 있어요

 

아빠가 어떻게 어둠을
겁내지 않게 됐는지 말해서

 

제가 어둠을 겁내지 않게
도와주시려는 거잖아요

 

- 음, 난...
- 하지만 소용없어요

 

어둠을 겁내는 건
진화적 적응이에요

 

밤의 포식자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였죠

 

와, 공부 많이 했구나

 

그 주제로 시도 썼는걸요

 

"시인 히파티아"
너무 좋지!

 

한 편이 다예요, 아빠

 

썼다는 게 중요하지

 

별로 잘 쓰지도 않았고요

 

- 그럴 리가, 읽어 줄래?
- 싫어요!

 

그냥, 어둠을 겁내는 건
자연스러운 거라고요

 

우린 그렇게 만들어졌으니
극복할 수 없어요

 

그래, 음, 그럼
인제 그만 인사하고...

 

잠깐만요!

 

좋은 이야기가 아니라거나
듣기 싫다곤 안 했어요

 

그냥 아빠가 무슨 생각인지
안다는 거죠

 

그리고 소용없을 거고요

 

그래, 알았다

 

그래서, 아빠랑 어둠은
밤하늘을 날아서...

 

그래서 어둠과 나는
밤하늘을 날아서...

 

꽤 멋지지 않아?

 

'꽤'가 '무시무시한'이고
'멋지다'가 '끔찍한'이면!

 

내 목숨을 걸고라도
어둠을 겁내지 않게 해줄게!

 

그건 그렇고 난 안 죽어
그러니 시간은 남아돌지

 

우선 짧은 여행으로
시작해 볼까?

 

여행 주제는
'밤의 좋은 점'이야

 

보여?

 

내가 없으면 배우들 얼굴의
주름이 안 보일 거야

 

지금까진 별로
영업이 안 되는데

 

♪ Are you too terrified
to try your best? ♪

 

어때? 꽤 멋지지, 응?

 

난 반딧불이 알레르기가 있어

 

하지만 별에는
알레르기가 없겠지!

 

하지만 죽음 알레르기는 있어!
여긴 너무 높잖아!

 

삶 알레르기겠지

 

- 뭐?
- 아니야!

 

♪ Oh, it feels so real in my sleep ♪

 

얼른, 물에 손을 넣어 봐

 

상어가 물어뜯으라고?
미쳤어?

 

아니, 밤바다의
아름다움을 보라고

 

혹시 '재미'라는 개념을
모르는 건 아니지?

 

'재미'는 위험을
사탕발림하려고 만든 말이야!

 

저거 봐! 어둠 없이는
불꽃놀이도 없어!

 

엄밀히 말해서, 낮에도
아무 때나 할 수 있어

 

그건 그렇지
하지만 시시할 거야

 

대비 때문에 아름다운 거니까

 

잠깐, 눈 감고 있는 거야?

 

망막을 보호하는 거야!

 

- 뭐야! 눈 좀 떠!
- 싫어!

 

재미있는 걸 다 놓치잖아

 

전혀 아니거든

 

- 눈 떠!
- 절대 싫어!

 

이러면 여기 온 의미가
없잖아!

 

- 내가 원한 게 아니야!
- 널 위해 이러는 거야

 

얼마나 더 나은지 알겠어?

 

꼬마야? 꼬마야?
꼬마야!

 

잡았다!

 

세상에, 맙소사
이럴 수가!

 

실수였어

 

날 떨어뜨렸잖아!
죽을 뻔했어! 집에 갈래!

 

걱정하지 마
집에 데려다줄게

 

- 나중에
- 나중에 언제?

 

어이, 봐! 북두칠성이야

 

매년 이맘때 특히 아름답지

 

언제 집에 데려다줄 건데?

 

좋은 질문이야
정곡을 팍 찔렀어

 

24시간 후에

 

- 음, 어쨌든, 별은...
- 24시간 후라고?

 

그래, 밤과 낮은
원래 그런 거거든

 

24시간 주기지
거꾸로 돌릴 순 없어

 

- 뭐? 왜 안 돼?
- 자, 난 가봐야겠다

 

하지만 이 허허벌판에서
새까만 한밤중에 집까지

 

- 혼자 걸어가고 싶으면...
- 잠깐, 잠깐

 

혼자 집까지 어떻게 걸어가!
150킬로미터는 될걸!

 

그럼 어쩔 수 없지

 

결국 나랑 같이 가야겠네

 

안전벨트 매고 모자 잡아
깜짝 놀라 뒤집어질 테니까!

 

눈을 또 가리고 있어?

 

- 묵비권을 행사할 거야
- 정말?

 

지금 얼마나 많은 사람이
널 부러워하는지 알기나 해?

 

- 0명?
- 엄청 많아!

 

답은 '엄청 많다'야

 

왜냐하면 난 세상에서
가장 멋진 존재거든!

 

세상에 있었던 모든 존재 중에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존재
그게 나야

 

다들 좋은 아침

 

딱 맞춰 왔네, 아주 좋아

 

24도에 맑은 날이야

 

습도는 낮고
선선한 미풍이 서쪽에서 불어와

 

눈부신 햇살 아래 보내는
신나는 하루일 거야

 

하지만 솔직히
언제는 안 그랬나?

 

맙소사, 이 일 너무 좋아

 

좋아, 시작은 좀 삐걱거렸지

 

널 떨어뜨려서
죽일 뻔한 거 말이야

 

하지만 이젠 그만 잊어버려
할 일이 많으니까

 

그리고 어떻게 보면
내 일은 가장 기본적인 일이야

 

난 매일 밤 나타나서
그걸 가져오거든

 

- 그게 뭔데?
- 어둠

 

그리고 아마
가장 중요한 일일 거야

 

어둠 없이는 다른 친구들도
자기 일을 못 하니까

 

'다른 친구들'이라니?

 

다른 밤의 존재들

 

잠깐, 더 있어?

 

"고속도로 카페"

 

받고, 더 올릴게
할래, 말래, 불면증?

 

생각 중이야
늘 생각 중인 거 알잖아

 

머리가 멈추질 않아
생각하고 또 하지!

 

젠장, 난 끝이야
넌 어때, 조용?

 

- 걸래
- 걸래

 

네 차례야, 잠

 

뭐?

 

로열 플러시? 말도 안 돼

 

아, 이런

 

응? 어떻게 된 거야?
내가 뭘 놓쳤지?

 

네가 이겼어

 

신난다
함께해서 즐거웠어

 

좋아

 

잠깐, 잠깐
여기서 뭘 하는데?

 

자, 꼬마야
쉬는 시간이야!

 

다른 밤의 존재들과
새 시간대마다 늘 한잔해

 

우린 재미있어
너도 마음에 들 거야

 

- 친구들, 안녕!
- 안녕, 어둠!

 

잘 왔어! 응?

 

오늘 밤도 수고했어, 친구들

 

- 아이를 데려왔어?
- 어둠이 아이를 데려왔어!

 

그런 개념 없는 짓을!

 

말도 안 돼!

 

너 미쳤어?

 

뭐야, 이러면 전혀
용기가 안 나잖아

 

나한테 맡겨

 

오리온, 다른 밤의 존재들을
소개할게

 

잠, 조용, 불면증
정체불명의 소음이야

 

그리고 창의력 대장이자 시인인
좋은 꿈이지

 

비명쟁이를 데려왔네?

 

온 세상이 무서운 애!

 

또 네가 나쁘지 않다고
세상을 설득하는 중이야?

 

네 약한 자존감을 채우자고
아무 어린애나 돕는 건

 

우리 업무가 아니야!

 

정말 통찰력 있고
심한 말이다

 

잘못될 가능성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

 

쟤가 얼어서
네 발목을 잡는 바람에

 

누군가한테 따라 잡혀서
네 존재가 지워지고

 

어둠이란 개념조차
사라져 버려서

 

우주의 구조가 돌이킬 수 없이
영영 바뀌면 어떡해?

 

- 그게 진짜 가능해?
- 그러긴 힘들어

 

좋아, 쓸데없는 짓은 그만하자

 

미안한데, 꼬마야
여긴 네가 올 곳이 아니야

 

넌 알아서 집으로
돌아가야 해, 알았지?

 

자, 이제 다들
쉬는 시간 끝이야!

 

다들 누구처럼
한가한 건 아니니까

 

잠깐!

 

하룻밤에
모든 걸 바꿀 수 있어!

 

난 얘랑
24시간을 같이 보낼 거야

 

얘가 어둠에 대한 공포와
비명을 극복하게 도와주면

 

너희도 방해받지 않고
일할 수 있잖아

 

알았어, 좋아

 

그냥 내 머리카락만
건드리지 못하게 해

 

당연하지, 문제없어
털끝 하나 안 닿을 거야

 

- 그거 정말이야?
- 뭐가?

 

하룻밤이면 내 모든 두려움이
해결될 수 있다는 거

 

하룻밤이면
모든 게 바뀔 수 있지

 

- 저 빛은 뭐야?
- 빛? 무슨 빛? 안 보여

 

네가 등으로 가리고 있는
그 빛 말이야

 

내가? 가리고 있다고?
별 희한한 소리를 다 듣네

 

너무 가까이 가지 마
날 싫어하는 거 같아

 

뭐? 말도 안 돼
넌 호감 상이야

 

나더러 적 1호고
자기들 일을 망친댔잖아

 

그래, 인정할게
첫인상은 별로였지

 

하지만 쟤들이 일하는 걸
직접 봐 봐

 

가슴이 벅찰 거야
하나도 무섭지 않아

 

맞아, 잠은
세상의 모든 존재가

 

밤에 잠들게 하는
역할을 맡고 있어

 

저기서 모든 사람을
재우고 있는 거야?

 

그럼! 직접 봐야 해
얼마나 매혹적인데

 

- 뭐야?
- 걱정하지 마, 전문가니까

 

저건 마법 베개거든

 

저희 회사의 에어 프라이
퀴노아랑 비교하시면...

 

퀴노아는 정말 좋아요!

 

맙소사, 제발 저것도
마법 클로로폼이라고 해줘

 

음... 마법이야

 

동물들은 다가올 계절에
5천 킬로미터를 걷습니다

 

아이고, 귀염둥이
귀엽기도 하지

 

"잠 망치"

 

안 돼! 제발 그만해!

 

어둠, 제발 좀!

 

이 수다쟁이가 난리를 치면
어떻게 일하라고!

 

네가 나쁜 짓만 하잖아!

 

베개랑 클로로폼이랑
망치로 기절시킨다고?

 

그리고 뽀뽀는
위생 문제도 있어

 

저기, 난 이 일을
수천 년 동안 해왔어

 

내가 하는 일은
내가 잘 알아, 꼬마야

 

그리고 내 입술은 깨끗해!

 

깨끗하다고

 

소시지 만드는 법을
보여줘서 고마워!

 

앞으로 다시는
잠들 수 없을 것 같아

 

맞아

 

음, 이제 밤을 새울 거니까
딱 맞는 존재를 만나러 가자

 

불면증은 내가 아는 최고의
성대모사 전문가야

 

그 사람의 목소리를
똑같이 흉내 내서

 

귓속말로 걱정거리를 속삭이지

 

그게 어떻게 일이야?

 

넌 친구 사귀는 데
정말 소질이 있구나?

 

- 그건 아닌데
- 맞아, 동의해

 

자, 이제 보고 배워

 

불면증은 원래 저래

 

미셸한테 왜 그 얘길 했지?
날 바보라 생각할 거야

 

음, 난 회사에서 잘릴 거야

 

절대 마감을 못 맞출 거야!

 

아주 곤히 잠들었군

 

보통 연장으로는 안 되겠어

 

"4학년 때 내가 한
멍청한 말들"

 

- 델라웨어의 수도가 뭐지?
- 상수도요

 

- 델라웨어의 수도가 어디지?
- 상수도요

 

뜬눈으로 밤새운 게
쟤 때문이었어? 나쁜...

 

워, 워
내 짓이라고 생각해?

 

아니, 난 그저 너희의 생각에
확성기를 대준 거야

 

이제 얘 데리고 가 줘
알았지, 어둠?

 

애가 아주 비판적이야

 

비판적인 게 아니라...
정말 그래?

 

자, 이제 가자

 

물론 우리가 일을 하려면
조용의 도움이 필요해

 

너무 조용해!

 

- 조용해... 조용해...
- 뉘 집 개가 이렇게 짖어!

 

우리가 말했던 대로
이 꼬마가 전부 망치고 있어!

 

내가 아이 돌보미인 줄 알아?

 

난 일을 하려면
완벽하게 집중해야 해!

 

근데 이 꼬마가 계속
방해하고 있잖아!

 

그러니까 이제 일 좀 하게

 

이 꼬마를 데리고 가버려!

 

알았어, 알았어

 

뭐라고 했어? 내 얘기야?

 

솔직히 말할게

 

나도 쟤 말 전혀 못 알아들어
하지만 꽤 화난 것 같아

 

정체불명의 소음이다
가자, 이쪽이야

 

안녕, 잘 있었어?

 

이 순간에는
으드득 소리가 좋겠어

 

끼익 소리는 한 꼬집만 넣고

 

방금 무슨 소리지?
엄마, 아빠! 소리가 나요!

 

아, 이거지
난 정말 영향력 있다니까

 

이건 너무 잘못됐어!

 

- 얘, 괜찮아, 사실...
- 너 제발 좀...

 

넌 자연의 섬세한 균형을
깨뜨리고 있어

 

잘 모르나 본데
이건 아주 중요한 일이야!

 

얘 입장에서 보면

 

네 일의 대부분은 사실

 

살금살금 숨어 다니며
아이들을 겁주는 거잖아

 

너희한테 날 설명할
의무는 없어

 

사실 얘의 존재 그 자체가

 

우리가 아는
우주의 구조를 위협한다고!

 

신경 쓰지 마
쟨 그냥 말로만 저래

 

그리고 가장 좋은 걸
마지막에 남겨 놨어

 

그러니 준비해, 꽉 잡고!

 

저기 있다

 

저 화려한 색깔들 말이야?

 

그래, 꿈이 일하는 중이야

 

꿈이 일하는 걸 보고도
밤의 아름다움을 모르겠으면

 

- 다른 건 가망이 없어
- 일하는 걸 어떻게 봐?

 

오리온! 조용히 해
꿈이 마법을 부리는 중이잖아

 

자, 오늘 밤 네 무의식을
흔드는 게 뭐지, 아이린?

 

좋아, 직장에 관한
걱정이 많네

 

내일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이 있구나

 

아직 준비가 안 된 것 같군
아이린

 

상사에게 좋은 인상을
줘야 한다고? 알았어

 

아, 그리고 딸이 유기묘를
입양하고 싶어 하네

 

엄마, 얘 키우면 안 돼요?

 

오늘 밤은 소재가 좋아
자, 이제 시작해 볼까?

 

"이달의 우수 사원"

 

자신감 있게
프레젠테이션하고 있어

 

권선기의 코일을 재활용하면

 

제조비를 30%나
절감할 수 있습니다

 

다들 좋아해

 

아이린! 아이린!

 

"아이린"

 

이건 자네 거야, 아이린

 

세계에서 가장 유능한 직원?

 

엄마!

 

엄마는 세계 최고의 엄마예요!

 

프레젠테이션
정말 대단했어요, 아이린

 

승진은 따 놓은 당상 같네요

 

엄마, 우리가 키워도 돼요?
제발요

 

그럼, 당연히 되지!

 

사랑해요, 아이린!

 

굉장해, 꿈은 굉장해
너도 감탄했지?

 

그래, 꽤 대단하네

 

내가 뭐랬어

 

있지, 나도 전에 학교에서
발표하는 꿈을 꿨어

 

하지만 환호는커녕
야유만 받았지

 

가장 이상한 건, 교실이
치과 진료실이었다는 거야

 

이게 무슨...
이건 내가 만든 게 아냐

 

- 그냥 우연이겠지?
- 당연하지, 그렇고말고

 

맞아, 그게 아니면
내가 아무 말이나 하면

 

예를 들어
'사악한 오이'라고...

 

안녕, 아이린
연례 검진 시간이에요!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어둠?

 

안 돼! 성가시게 하지
않는다고 약속했잖아

 

얘한테 용기를 줘야 하는데

 

온 밤을 통틀어 네 일이
가장 벅찬 일이라 그래

 

오이 일은 미안해

 

보통은 말이지

 

그만! 한마디도 하지 마

 

꿈을 만드는 건
아주 섬세한 예술이야

 

말 한마디나 심지어 생각조차
꿈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 알아들었어?
- 내가 생각하는 것도?

 

무서운 생각 했지?

 

- 뭐? 무슨 생각인데?
- 그냥 우리 학교 애

 

누구?

 

리치 파니치

 

도망쳐!

 

너희를 '입수'한다

 

'압수'가 맞는 말이야!

 

울보 오리온!

 

울보 오리온! 울보 오리온!

 

소용돌이에
휘말린 적 있어, 오리온?

 

저기, 설마 실제로
다치는 건 아니겠지?

 

아니, 꿈에서 다치는 건
불가능해

 

- 휴, 그건 다행이야
- 죽지 않는다면 말이지

 

- 그럼 현실에서도 죽거든
- 잠깐, 뭐라고?

 

야, 거기서 나와야 해
아니면 상황이 아주 나빠져!

 

나도 잘 알고 있어!

 

응?

 

힘내, 오리온!

 

우리를 꺼낼 방법을
생각해 봐!

 

얼른! 생각해, 생각하라고!

 

잠깐! 내 스케치북 14쪽은

 

변기가 막혀서
학교에 물난리가 나는 내용이야

 

뭐야?

 

안 돼!

 

꼬마야!

 

기다려, 오리온!

 

도대체 뭐였지?

 

꼬마, 넌 정말 문제가 있거나
정말 창의력이 있는 것 같아

 

그나마 천운인 줄 알아

 

재앙이 닥칠 수도 있었어

 

그래도 완전한 재앙은 아니었어
왜냐고?

 

네가 공포를 똑바로 마주 보고
본때를 보여줬으니까!

 

좋아, 다시 해 보자

 

뭘 해야 하는지 알잖아
손을 이렇게 하면 우린...

 

기분 탓인가? 넌 아닌데
나 혼자만 신난 것 같아

 

난 아무것도 극복 못 했어

 

꼬마야, 내가 봤잖아
내 두 눈으로 봤다고

 

죽는 게 겁나서
발버둥 치는 걸 본 거지

 

그렇게 말하니 말인데

 

좀 필사적으로 보이긴 했어

 

하지만 그래도
대단한 건 대단한 거야!

 

어둠, 내 말을
안 듣고 있잖아

 

난 공포를 극복한 게 아니야
난 똑같이 겁쟁이야

 

난 아니란 걸 확실히 알고
증명할 수도 있어

 

- 난 못 믿겠어
- 아, 그러셔, 잘난 양반?

 

어디 한번 확인해 보자

 

이제 날 무서워하지 않잖아

 

무서워?

 

넌 안 무서워

 

봤지?

 

내 말이 그 말이야

 

있지, 우리가 친구가 되면
내 딸이 좋아할 거야

 

네가 날 좋아하게 될 걸
알았어

 

잠깐, 딸이 있기엔
너무 어리지 않아?

 

미래의 딸 말이야

 

별난 녀석이라니까

 

잠깐만요

 

그럼 아빠가 어렸을 때
미래를 볼 수 있었다고요?

 

어쩌면, 모르겠다
생각나는 대로 말하는 거라서

 

- 별로 마음에 안 드니?
- 아뇨, 모르겠어요

 

이야기는 재미있어요

 

빛도 캐릭터로 만든 게 좋아요

 

또 나와요? 아니면
그냥 잠깐 등장한 거예요?

 

어쩌면, 말했듯이
생각나는 대로 말하는 거라서

 

아빠는 어떻게
이런 얘기를 계속 지어내요?

 

너도 이런 이야기를
만들 수 있어

 

아뇨, 전 못 해요
그냥... 뭐가 너무 많달까?

 

아빠는 이미 밤의 존재들과
세계를 여행했잖아요

 

그런데 이젠 미래도
예측한다고요?

 

- 사족이라는 거구나?
- 그게 무슨 뜻이에요?

 

- 방금 네가 한 말이야
- 아, 그렇군요

 

정말 좋은 지적이야

 

'미래 예측' 부분은
빼는 게 좋겠다

 

어린 오리온은 이제
미래 예측은 안 할 거야

 

정말요? 좀 멋지고
재미있었는데...

 

아니! 이젠 끝이야

 

알았어요

 

까먹었다
어디까지 했지?

 

어둠과 함께
다시 밤하늘을 날았어요

 

맞아, 그래서 어둠과 난
다시 밤하늘을 날았어

 

다만 이번엔 좀 달랐지

 

♪ Ya, ya, ya, ya ♪

 

정말이네, 배우 얼굴의
주름 하나까지 다 보여!

 

나무의 나이테처럼 말이지

 

♪ Ya, ya, ya, ya
ya, ya, ya, ya ♪

 

♪ Ya, ya, ya, ya
ya, ya, ya, ya ♪

 

♪ If you could blow up the world ♪

 

♪ With the flick of a switch ♪

 

♪ Would you do it? ♪

 

♪ Ya, ya, ya, ya
ya, ya, ya, ya ♪

 

나한테는
허리띠처럼 보이는 것 같아

 

난 뭐가 생각나는 줄 알아?
껴안아 달라고 하는 로봇

 

♪ Ya, ya, ya, ya
ya, ya, ya, ya ♪

 

♪ And so we cannot know ourselves ♪

 

♪ Or what we'd really do ♪

 

♪ With all your power ♪

 

이거 가스 냄새 아니야?

 

내가 오븐을 껐던가?

 

아무것도 안 통해!

 

좋아, 어디 보자
어떤 테이프를 써야 하지?

 

- 안녕!
- 내가 뭐랬지, 꼬마?

 

- 삶이 우주의 사고라면?
- 뭐야! 안 돼

 

- 내 존재가 무의미하다면?
- 잠깐, 잠깐만, 안 돼!

 

엄마!

 

안 되겠어
다시 치료받으러 가야지

 

와, 꼬마야! 제법인데

 

♪ With all your power ♪

 

♪ With all your power ♪

 

♪ With all your power ♪

 

- 방금 뭐였지?
- 여보, 무슨 소리가 들렸어

 

♪ Ya, ya, ya, ya
ya, ya, ya, ya ♪

 

♪ Ya, ya, ya, ya
ya, ya, ya, ya ♪

 

♪ Ya, ya, ya, ya
ya, ya, ya, ya ♪

 

♪ Ya, ya, ya, ya
ya, ya, ya, ya ♪

 

내가 시간당 얼마를 내는데!
좀 기다려 줘요, 네?

 

♪ With all your power ♪

 

♪ With all your power ♪

 

♪ With all your power ♪

 

♪ What would you do? ♪

 

♪ With all your power ♪

 

♪ With all your power ♪

 

엄마! 엄마!

 

우리 아들, 왜 그러니?

 

무서워요

 

어둠이 너무 싫어요

 

다들 들어가자
여기 차가 정말 좋다더라

 

있잖아, 어둠
어쨌든 고마워

 

뭐가?

 

알잖아, 전부 다

 

어둠이 밤의 전부가
아니란 걸 보여줘서

 

아, 그럴 필요 없어

 

아까 그 애 있잖아?
걔가 한 말 잊어버려

 

잘 몰라서 그러는 거야

 

- 아닐 수도 있지
- 아니야

 

나도 그랬잖아, 기억해?

 

그냥 겁나서 그래

 

그래
겁나는 게 어떤지 나도 알아

 

네가? 네가 겁나는 게
도대체 뭔데?

 

나에 관해 다들 하는 말이
맞을까 봐

 

내가 좋은 녀석이 아니고
무서운 존재일까 봐

 

어둠, 전에 알고 보면 네가
정말 멋진 녀석이라고 했지?

 

- 난 안 믿었고
- 그래

 

네 말을 믿기 시작했어

 

와, 고마워!

 

있지, 넌 정말 많이 달라졌어

 

그건 잘 모르겠는데

 

인제 그만
다들 다시 일하러 가자

 

갈 시간이야

 

좋아, 잠들 시간이야

 

자, 이제 우리도 가야지
쉬는 시간 끝났어

 

오리온! 이거 떨어졌어

 

아, 고마워, 조용

 

어, 뭐 그런 걸로

 

좋아, 꼬마야, 준비됐니?
올라와, 응?

 

장난하나

 

- 누구야?
- 빛이야, 어둠의 적이지

 

 

난 왠지 좋은데
안전한 기분이 들어

 

따뜻한 담요에 싸인 것처럼

 

다들 그런 건 별로
안 좋아하나 보네

 

'우, 날 봐!
난 너무나 밝아!'

 

나도 할 줄 아는 건 많아

 

하지만 난 누구랑은 달리
상상력에 맡기길 좋아해

 

다들 보라고
거들먹거리는 대신 말이야

 

진정해, 어둠
매번 꼭 이래야겠어?

 

뭘 이래?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

 

네 그 태도 말이야
늦고, 불안해하는 거

 

안녕, 꼬마야?

 

안녕!

 

어둠 너랑은
맨날 똑같은 쳇바퀴야

 

내가 등장하면
넌 괜히 혼자 찔려서

 

네 불안을 나한테
투사하기 시작하지

 

난 매일 세상에
밝음과 희망을 가져다 줘

 

넌 그 정반대를 가져오고

 

무슨 그런...
난 그것만 하지 않아

 

잠깐, 정말? 예를 들면?

 

그러니까... 많거든
전부 다 말해 주고 싶지만

 

지금은 시간이 없어서 말이지

 

드디어 의견이 일치하네

 

자, 3초 후면 여기에
밝은 햇살을 내리쬘 테니

 

소멸하고 싶지 않으면...
알지?

 

그러거나 말거나
어차피 갈 거였어, 왕재수!

 

왕재수는 아닌 것 같은데
좋은 친구 같았어

 

잘못 본 거야, 날 믿어

 

저기요, 아빠

 

왜, 잘 준비 됐니?

 

아뇨, 그게 아니고요
혹시 얘기 끝나기 전에

 

- 산책 좀 해도 돼요?
- 아, 정말?

 

오리온이랑 어둠처럼
우리도 밤을 여행하는 거죠

 

그럼, 당연하지

 

내일은 학교도 안 가니까
그래, 가자

 

가자
공원을 가로지르면 돼

 

알았어요

 

저기요, 다른 길로 가는 게
더 낫겠어요

 

그렇겠다

 

손 좀 놔도 돼요?

 

- 아, 당연하지, 미안
- 아뇨, 괜찮아요

 

그냥 시 구절이 떠올라서
적어 놓고 싶어서요

 

와, 좋은 구절이니?

 

그냥 별이 안 보여서
이상하다는 내용이에요

 

그래, 정말 그러네

 

있잖아요
괜찮은 척 안 해도 돼요

 

이쪽으로 오고 싶지
않았잖아요

 

괜찮은 척 안 해

 

공원은 가로등이 꺼졌고
아빠도 무서웠어

 

아빠는 그걸
극복한 줄 알았는데요

 

적어도 이야기에선
그렇게 말했잖아요

 

그게, 복잡한 얘기야

 

그럼 그냥
복잡하게 놔두면 안 돼요?

 

부모님들은
단순한 얘길 좋아하죠

 

주인공한테
무슨 문제가 있었든

 

전부 해결되고
걱정할 필요가 없어지니까요

 

오리온이 어둠을 만난다
어둠은 썩 나쁘지 않다

 

더는 어둠이 무섭지 않고
그다음엔 댄스파티죠

 

댄스파티 얘기도
넣는 게 좋을까?

 

제 말은
아빠가 여전히 무서우면

 

오리온도 무서워하게
놔두라는 거죠

 

진짜 이야기만이
진짜 도움이 될 수 있거든요

 

그거 정말 좋은 지적이다

 

정말요?

 

그래, 그리고 그 생각을
꼭 써먹어야겠어

 

왜 그래?

 

그래, 너 죽었어?

 

- 불면증!
- 뭐?

 

최악의 시나리오로
급발진하는 게 내 일이야

 

아니, 괜찮아

 

- 그래, 지금은 극복했어
- 완벽하게

 

좋아, 이제 됐어
일 시작하자

 

누가 제일 빨리 가나!

 

가자

 

다들 먼저 가
난 평범한 인간이라서

 

내 말은, 야간 등도 없잖아

 

걸려 넘어지는 건
사양할게

 

뭐가 그렇게 겁나는데?

 

아니야, 그냥...
난 정말 낮이 좋아

 

소음 같은 거 있잖아
낮에 소음 들어봤어?

 

새소리, 애들 소리
브런치 소리?

 

멋진 소리 같네

 

맞아, 너희는 못 듣는 소리지

 

낮에는 소리와 색채가
서로 연결되는 느낌이 있어

 

낮에는 모든 게 밝아
거의 환상을 보는 것 같지

 

빨간색, 초록색
노란색, 보라색

 

밤에도 색은 있어

 

불이 있으면
더 잘 보이겠지만 말이야

 

그래, 이게 빛이야!

 

- 와! 정말?
- 굉장해

 

안전하고 따뜻한 기분이야

 

이게 있으면 네가 왜
덜 무서워하는지 알겠다

 

꼭 필요하다는 건 아니고

 

그냥 경험하지 않고서는
그게 얼마나 아름다운지

 

상상할 방법이 없다는 거야

 

그래서, 문제는
어둠이란 거야?

 

음, 어떤 면에서는, 맞아!

 

난 어둠이 좋지만
여기서 문제는 걔잖아?

 

오해는 마

 

어둠은 정말 좋은 친구야
최고지

 

하지만 같이 있으면

 

빛이 주는 멋진 것들을
즐길 수가 없게...

 

왜?

 

자, 이제 출발하자

 

새 친구를
기다리고 싶은 거 아니고?

 

있잖아, 어둠
난 네가 최고라고 생각해

 

있잖아, 아까 그 집에서
내가 들은 말로는

 

- 그게 아닌 것 같아
- 그냥 잡담한 거야

 

내가 아이스크림을
좋아한다고 해서

 

감자튀김을
싫어하는 건 아니잖아

 

- 난 뭔데?
- 뭐?

 

아이스크림이야, 감자튀김이야?

 

- 감자튀김?
- 빛은 아이스크림이고?

 

- 바로 그거야!
- 어느 쪽이 더 좋은데?

 

그게 정말 중요해?

 

바로 그거야!

 

난 그냥 다들 빛을
경험했으면 좋겠어, 너도!

 

그건 다들 내가 없는 걸
경험했으면 좋겠다는 말이잖아!

 

- 그런 뜻이 아니야
- 완벽해!

 

그럼 나머지 애들한테
감동적이고 진심 어린 연설로

 

아까 그 말
취소해 줄 수 있지?

 

안녕하세요!

 

얼른 해

 

새로 알게 된 게 있는데

 

최근 쉬는 시간에
제 일부 발언이

 

제 뜻과는 다르게
해석된 것 같습니다

 

그러니 확실히 말할게요

 

전 밤이 좋고
제 친구 어둠이 좋아요

 

어떤 분들은

 

세상의 다른 경험을
놓치고 있다고 느낄지 몰라도

 

이 자리를 빌려
다음 격언을 말씀드릴게요

 

'남의 잔디밭이
더 푸르게 보인다...'

 

거긴 낮이니까
푸른 게 보이겠지!

 

잠깐, 잠깐만
내 말은 그게 아니야

 

하지만 맞잖아!
푸른 잔디밭은 어떤 모습인데?

 

그래! 왜 낮의 존재들이
색깔을 몽땅 차지하지?

 

- 맞아!
- 내 말이!

 

- 나도 그렇게 생각해
- 자, 여러분

 

약간 딴 길로 샌 것 같은데

 

어둠은 멋져
정말 멋진 점이 많지

 

예를 들면?

 

저기... 내 말은
내가 틀렸다는 거야

 

낮이 밤보다 낫다는 건
틀린 말이야, 끝

 

물론 어떤 사람들은
그러겠지

 

어둠은 낮처럼 예쁘고
활기차지 않다고, 그게 뭐?

 

왜냐하면 결국 낮의 생기를
존재하게 하는 건

 

그 반대인 어둠과 공허거든

 

그러니까 말이지
그렇게 생각하면

 

너희가 낮을 떠받치는
기둥인 거야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아

 

잠깐, 끝까지 들어봐
그래서 결론은 고맙다는 거야

 

화려하지도 않고
감사도 못 받는 일을 해 줘서

 

빛으로 가득한 낮이 다시
멋져지는 건 너희 덕분이야

 

- 음, 거기까지, 난 갈게
- 뭐? 간다고?

 

사실 난
여기 있을 거야

 

여기서 낮을 기다릴래
낮에 할 일이 있을지도 몰라

 

왜 그래
이성적으로 생각하라고

 

너! 넌 나한테 말도 걸지 마

 

네 그 지긋지긋한 어둠 때문에
다들 우릴 싫어하는 거야

 

- 하지만 우린 친구잖아
- 친구 좋아하네!

 

삶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네가 가로막고 있어

 

왜 그래, 정체불명의 소음아
네가 그만둘 리가 없어

 

내 이름은 이제 데비야
데비라고 불러

 

데비!

 

와, 정말 끝내준다

 

적어도 나머지는
남아 있는 거지?

 

가자, 얘들아
우리 출발하자

 

데비가 하려던 말은

 

우리 모두 약간의 빛이
필요하다는 거야

 

사람들이 우릴 보고...

 

좋아, 다들 말 안 할 거면
그냥 내가 할게

 

우린 누가 우릴 보고
들어 줬으면 해

 

- 내 말이 그거야!
- 그래, 맞아!

 

- 바로 그거지!
- 이제 됐어, 난 빠질래!

 

나도 그만둘래
네 그림자 속에 살기도 지겨워

 

잠깐, 뭐라고?

 

백일몽이라는 게 있잖아?
재밌고 새로운 도전일 것 같아

 

확실히 악몽보다는 낫지

 

꿈, 제발...

 

음, 됐어
꿈이 그만두면 나도 그만둘래

 

꿈도 없는 잠을 위해
밤에 남아서 뭐 해

 

무슨 의미가 있어?

 

음, 잠이 그만두면...

 

나 혼자 모두를 내내
깨어 있게 만들어야 해?

 

그건 안 되지
일이 너무 많잖아

 

나도 그만둘래

 

좋아, 쉬는 시간 끝났어
얘들아

 

그만 빈둥대고
이제 움직여야지

 

얼른 새 새벽을 보고 싶다

 

얘들아, 나 혼자는 못 해
제발, 우린 협동해야 해

 

우린... 우린 친구잖아

 

너희랑 같이 있어서
정말 즐거웠어

 

좋은 아침 보내

 

다들 좋은 아침!
누가 혹시 '빛'이라고 했어?

 

쟤가 뭐가 그렇게 대단한지
난 솔직히 잘 모르겠어

 

적어도 한 명은 있네

 

밤에 남은 건 나 혼자야

 

더는 밤도 아니야

 

이제는 무(無)처럼 보여

 

무처럼 들려

 

그리고 내일이면
너마저 가버리겠지

 

그럼 영원히
나 혼자 날아다니는 건가?

 

- 내가 괜한 짓을 했어
- 정말 미안해

 

어쩌면 내일 낮에
내가 걔들을 찾아서

 

- 설득해 보면...
- 아니야!

 

난 그만둘래

 

난 그냥 여기 앉아 있을래
이게 뭐든...

 

바위인가? 모르겠다
생물은 아닌 것 같아

 

그냥 여기 앉아서
낮을 기다릴래

 

- 그러면 안 돼!
- 왜? 다들 날 싫어하는데

 

- 그렇지 않아
- 그럼 다들 어디 갔어?

 

어이, 어둠!

 

가자! 안 움직이면
지는 거야

 

어둠아?

 

얼른! 가야지

 

어둠아, 제발
빛 속에 있으면 안 돼

 

여기 있으면 안 돼
소멸하고 말 거야

 

그러려면 그러라지, 뭐

 

좋아, 난 분명히 경고했어

 

- 잠깐, 안 돼!
- 정말 미안해, 꼬마

 

하지만 낮은
아무도 기다려 주지 않아

 

어둠아, 지금 가야 해!

 

이런, 내가 완전히 착각했네

 

이런 일도 다 있군

 

안 돼! 어둠아!

 

어둠아!

 

젠장, 경고했는데

 

난 가서 지구에 생명이
살 수 있게 해야 하니까...

 

나중에 보자, 꼬마야

 

다들 좋은 아침!

 

여러분 얼굴만큼
밝고 아름다운 낮이 되길!

 

그다음엔 어떻게 됐어요?

 

- 모르겠어
- 무슨 말이에요?

 

다음은 뭔지 모르겠어
거기까지야

 

어린 아빠를
혼자 거기 두는 거예요?

 

- 거기가 어디죠?
- 유럽 어딘가? 모르겠다

 

좋은 결말이 아니에요

 

그래, 복잡한 얘기라고
말했잖니

 

생각이 다 떨어진 것 같아

 

아빠 얘기잖아요
아빠가 겪었잖아요!

 

맞아, 하지만 어떻게 끝나는지
모르겠어

 

별들이 이루는 모양을
별자리라고 합니다

 

밤하늘에 대한
고대의 다양한 묘사를 보면서

 

- 깨닫게 되는 건...
- 우린 천장을 보고 있어요

 

하지만 잘 만들었잖니
아주 교육적이고

 

밤에 진짜 하늘을
볼 수 있어야 해요

 

도시를 만들어
별을 전부 가려 놓고는

 

가짜 별을 만들어서
구경한다고요?

 

정말 심오한 생각이구나
우리 딸

 

고마워요, 아빠 일을
깎아내리려는 건 아니에요

 

천문관은 정말 멋진 곳이에요
아주 근사해요

 

멋진 직장이죠

 

고맙다, 나도 좋아해
네 말도 마음에 들고

 

전 그 얘기가
이렇게 갔으면 좋겠어요

 

그래? 어디 들어 보자

 

정말요?
진짜 듣고 싶어요?

 

당연하지, 말해 보렴

 

좋아요, 우선 제가 등장해요

 

- 네가?
- 별로예요?

 

아니, 너무 좋은데?
계속 말해 봐

 

늘 아빠랑 내가 같은 나이면
친구가 됐을까 생각했어요

 

얼른 확인하고 싶구나
계속 해 보렴

 

좋아요, 그래서 제가 등장해요

 

안녕

 

안녕, 내 거북 위에
나타난 아이야

 

난 히파티아야

 

그 고대 그리스 천문학자?

 

그 사람은 아닌데
이름은 거기서 왔지

 

그쪽이 말이 되겠네
난 오리온이야

 

별자리네

 

맞아, 나한테는
사냥꾼이라기보단...

 

포옹을 기다리는
로봇 같아 보여

 

그래, 그 말 들은 적 있어

 

여기가 어딘지 알아?

 

유럽 어딘가? 모르겠어

 

이런, 집이랑 너무 멀어

 

난 어젯밤에
많은 걸 망쳐버렸어

 

알아, 네 얘기를 듣고 있었어

 

- 정말?
- 그래

 

밤이 없으면
사람들은 잘 수 없어

 

그리고 잠이 없으면
다들 미쳐버릴 거야

 

- 우리가 막아야 해!
- 그래서 내가 온 거야

 

밤의 존재들을 데려올 방법을
생각해 봤어

 

정말? 어떻게?

 

도움이 되고 싶어서
쓴 시가 있어

 

'이제 가버린 밤을
나 그리워하네'

 

'이제 남은 건 빛뿐이라네'

 

모르겠다
도움이 안 될 것 같아

 

계속 읽어 봐

 

'밤도 낮도 아닌
다른 무언가에'

 

'다들 만세 부르며 환호하네'

 

'하지만 난 밤이 그립다네
나를 닮은 밤'

 

'어두울 때 내 눈은
가장 잘 본다네'

 

'어쩌면 세상이
너무 밝아지고'

 

'시끄럽고, 이기적이고
다들 싸우려고만 해서'

 

기후 위기가 심해지고
종말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어둠이 사라진 결과는
재앙과도 같습니다

 

내 상상하고는 다르네

 

'조용한 이의 목소리는
절대 들리지 않고'

 

'쭈뼛대는 이는
샌님으로 무시당하네'

 

이런

 

자신감이 좀 떨어지는 걸
인정해야겠군

 

'한때는 조용이
소리의 부재인 줄 알았지만'

 

'그건 작은 소리도
들을 수 있는 곳이었네'

 

'한때는 어둠이
빛의 부재인 줄 알았지만'

 

'그건 별빛이
눈부신 장소였다네'

 

'조용, 어둠, 꿈은
한때 날 끌어안아'

 

'나를 지운 세계에서
날 안심시켜 주었네'

 

'그들이 사라진 지금
난 밤을 그리워하네'

 

'이제 유일하게 남은 건
빛뿐이라네'

 

넌 시인이구나

 

그래, 맞아

 

아름다운 시였어, 고마워

 

세상에 밤을
도로 찾아와야 해

 

하지만 어둠은...

 

사라졌어
어둠이 없으면 밤도 없어

 

사라지지 않았어

 

어둠은 네 기억 속에
생생히 살아 있는걸

 

하지만 네 기억에
접속할 수 있는 건...

 

꿈뿐이지
꿈아, 네 도움이 필요해

 

너희 모두가 필요해
전체 팀이 필요해

 

꿈에서 죽으면 정말 죽는 거
잊지 마

 

- 불면증!
- 왜? 이게 내 일이야!

 

생각해 보니 수행 불안이 심한
열한 살짜리 애의 손에

 

세상의 운명을 맡기는 건
좀 아닌 것 같아

 

걱정하지 마
내가 바로 옆에 있어

 

시작!

 

좋아, 잠
네 차례야

 

걱정 마, 나한테 맡겨

 

좋아, 이제 널...
재울 시간이야!

 

잘했어, 잠아

 

준비됐어?

 

좋은 꿈 꿔, 오리온

 

머릿속 가장 어두운 구석으로
깊이 들어가야 해

 

샐리한테 말 걸기

 

"말하기 발표 날"

 

수업에서 말하기

 

살인마 어릿광대

 

휴대전화 전자파...
모기 물림...

 

마천루에서 떨어지기

 

아, 맞아
이거다

 

밤에 어둠을 처음 만났을 때

 

넌 네 방에 있고

 

어두운 방구석에서
낮은 우르릉 소리가 들려

 

불길한 형태가
점점 모습을 갖추지

 

마치 방의 어둠 그 자체에서
나타난 것처럼 말이야

 

- 어둠!
- 오리온!

 

- 날 찾으러 왔구나
- 당연하지, 우린 친구잖아

 

널 잃어버린 줄 알고 무서웠어

 

아니야
나 여기 있잖아, 친구

 

응?

 

어둠아!

 

안 돼!

 

어둠아!

 

오리온!

 

"살인마 어릿광대를 조심해!"

 

"벌"

 

저게 뭐야?
왜 계속 나타나?

 

여긴 네 머릿속이야, 오리온!
너만이 멈출 수 있어!

 

네가 들어가서
데리고 나와야 해!

 

대뜸 뛰어들 순 없어!
어떻게 되는 건데?

 

나도 몰라
하지만 그게 핵심이야!

 

그게 무슨 소리야?

 

우린 늘 결말을 궁금해하지

 

그러면 중간 부분이
덜 무서워지니까

 

하지만 겁내는 건 어쩌면
그냥 인생의 일부분이야

 

넌 그 두려움을
그냥 느낄 수밖에 없어

 

그리고 그냥 하는 거지

 

행운을 빌어, 오리온

 

고마워, 히파티아

 

기다려, 어둠아
내가 간다!

 

오리온! 여기야!

 

오리온!

 

어둠아!

 

이제 여기서 꺼내줄게

 

- 못 버틸 것 같아!
- 안 돼, 계속 버텨

 

당장 깨워야 해!

 

뭔가 하지 않으면 둘 다...

 

백만 조각으로 찢겨서
죽고 만다고?

 

저리 비켜
나한테 맡겨

 

우릴 빨아들일 거야!

 

이제 어떻게 되는 거야?

 

몰라, 하지만 어쩐지
너랑 있으니까

 

미지의 공포가
덜 무섭게 느껴져

 

무슨 말인지 알아

 

- 덕분에 즐거웠어, 오리온
- 나야말로 즐거웠어

 

오리온! 그만 일어나야지!
학교 늦겠다!

 

잠이 성장을 막는다는
기사 읽었잖아!

 

얼른, 일어나!

 

- 왜 안 통하지?
- 난들 알아?

 

그렇게 깊이 재운 건
처음이란 말이야!

 

일어나, 일어나!
일어날 시간이야!

 

일어나!

 

- 그만 일어나!
- 얼른, 일어나!

 

오리온, 일어나지 않으면
견학 못 갈 텐데 어쩌지?

 

이번 견학 못 갈 텐데
어쩌지?

 

샐리!

 

어둠아, 우리가 해냈어

 

정말 잘했어, 꼬마

 

좋았어! 저기 오는군
돌아와서 기뻐, 친구

 

안녕, 오리온
정말 꿈 같은 밤이었어

 

- 정말 그랬지
- 또 보자, 히파티아

 

정말 감탄했어

 

나도 감탄했어

 

너한테도 감탄했어

 

와, 세상에

 

네가 최고야, 어둠아

 

맞아, 나도 동의해

 

- 전부 다 고마워, 어둠
- 맞아, 맞아

 

- 이제 안녕이구나
- 내일 밤에도 볼 거잖아

 

맞아, 넌 어둠을 보겠지
난 이 모습이 아니겠지만

 

그래도 넌 날 다르게 볼 거야
훨씬 좋게 말이야

 

그래, 이젠 알지
어둠에 감사할 줄도 알고

 

고마워

 

아니야, 내가 고마워
오리온

 

- 뭐가?
- 날 그렇게 봐줘서

 

우린 남들의 시선으로
자기를 보게 되잖아, 알지?

 

그래서, 내일 견학 갈 거야?

 

그럼

 

- 떨려?
- 오금이 저려

 

하지만 그래도 갈 거야

 

기특하다, 꼬마
다 잘될 거야

 

만나서 반가웠어, 히파티아

 

나도 만나서 반가웠어
어둠아

 

- 좋은 아빠가 있어서 좋겠다
- 맞아

 

잠깐, 뭐라고?

 

- 이해가 안 가
- 널 집에 데려다주러 왔다고

 

- 미래에서?
- 아마 그런 것 같아

 

- 나 미래에 괜찮아?
- 그래, 잘 살고 있어

 

그러니까 걱정 안 해도
된다는 거야?

 

그런 것 같아

 

너무 젊어 보이신다

 

정말?
나한텐 백만 살 같은데

 

뭐야?

 

오리온, 오늘 밤엔
보러 오지 않기로 했잖니

 

맞는데, 지금은 내일 밤이에요
두 분이 종일 잤거든요

 

뭐? 맙소사, 정말이네

 

정말? 세상에
우리가 늦잠 잤어

 

네, 피곤하셨나 봐요

 

좀 쉬셨으면 해서
깨우기 싫었어요

 

얘는 누구니?

 

믿으실지 몰라도
제... 친구예요

 

- 어머, 만나서 반갑구나
- 안녕하세요

 

- 이름이 뭐니?
- 히파티아요

 

예쁜 이름이네

 

혹시 히파티아를 집까지
태워다 주실 수 있어요?

 

- 어디 사니, 히파티아?
- 맨해튼요

 

맨해튼? 여긴 어떻게 왔니?
부모님도 아시니?

 

- 그런 셈이죠
- 데리러 못 오신대?

 

아, 맞아요
전화해 봐야겠어요

 

- 어떡하지?
- 나도 몰라

 

태어나기 20년 전 뉴욕에
널 보낼 순 없어

 

그래, 알아

 

애초에 여긴 어떻게 왔어?

 

- 몰라, 그냥 했어
- 그럼 다시 해 봐

 

알았어

 

- 왜 그래?
- 몰라, 안 돼

 

정말 큰일 났다

 

우리 부모님이
널 입양하면?

 

- 뭐? 안 돼! 엄마는?
- 널 마음에 들어 하시던데

 

너희 엄마 말고
우리 엄마, 네 부인 말이야

 

아, 맞다
내가 부인이 있어?

 

- 그래, 우리 엄마!
- 알아!

 

이건 재앙이야!

 

뭐지?

 

누구야?

 

티코야, 도와주러 왔어

 

잔디밭에 내 타임머신이 있어
집에 데려다줄게

 

- 그럴 수 있어?
- 하지만 지금 가야 해

 

너한테 오느라 차원 간
타임 몬스터들이 풀려났어

 

녀석들을 막지 않으면
증식해서 역사를 망칠 거야

 

20년 후에 보자

 

20년 후에 봐

 

'지금이야' 하면
캡슐로 곧장 달려

 

알았어

 

지금이야!

 

끝내준다!

 

꽉 잡아!

 

이게 무슨...

 

아빠!

 

히파티아!

 

안녕, 티코, 오랜만이야
옛날 그대로네

 

넌 변했다, 엄청 늙었잖아

 

좀 성장하긴 한 것 같아

 

그럼 난 가야겠다

 

집에 데려다줘서 고마워

 

이쯤이야

 

그 후 타임머신을 조종해
여기로 돌아와서

 

타임 몬스터들을 죽이고
다시 침대에 누웠죠

 

- 멋진 결말이구나
- 그래요?

 

그럼, 결말을 내줘서 고마워
잘 안 풀렸는데

 

- 졸리니?
- 네

 

- 잘 자렴, 아가
- 잘 자요, 엄마

 

열어 둘까, 닫을까?

 

오늘 밤은 닫을게요

 

그래, 푹 자렴

 

아빠

 

잠들었니?

 

- 거의요
- 결말을 생각했대?

 

네, 타임머신요

 

오, 재미있구나
타임머신이라

 

좋은 생각이야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안 주무세요?

 

아침에 도시로 돌아갈 거라

 

그냥 잠깐
밤을 즐길까 싶었단다

 

그러세요, 아빠
전 들어갈게요

 

잘 자렴, 히파티아

 

잘 자요, 엄마

 

잘 자렴, 히파티아

 

같이 앉아도 돼?

 

그러면 너무 좋지

 

"내 친구 어둠"

 

"원작: 엠마 야렛
'내 친구 어둠'"

 

"메건 노예스와 노엘 맥카운을
기억하며"

 

자 막 : 김 지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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