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Wonderful.Story.Of.Henry.Sugar.2023.1080p.WEBRip.x264.AAC5.1-[YTS.MX] <-- Open play menu, choose Captions and Subtitles, On if available --> <-- Open tools menu, Security, Show local captions when present -->

자 막 : 여 리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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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제가 글을 쓰는 오두막입니다

 

여기서 지낸 지 30년 됐습니다

"기상천외한 헨리 슈거 이야기
로알드 달 저"

아주 중요한 게 있는데

시작하기 전에
필요한 건 모두 갖춰야 합니다

 

담배는 물론이고
커피와 초콜릿까지요

 

저는 글 쓰기 전에 반드시
연필을 뾰족하게 깎아 둡니다

 

연필은 6자루 있어요
보드도 청소해야 합니다

 

지우개 가루가 너무 많네요

 

됐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시작합니다

 

우선 수정할 것들을 수정하죠

 

그렇지

 

이건...

 

헨리 슈거는 41세의
부유한 독신자였다

 

지금은 세상을 뜬 아버지가
부자였기에 부유했고

이기적인 사람이라 재산을
아내와 나누기 싫어 독신이었다

키는 188cm이고
본인 생각만큼 잘생기진 않았다

옷차림에 신경을 많이 써서

비싼 양복점에서 정장을 맞추고

셔츠도, 구두도
비싼 곳에서 맞췄다

머리는 열흘에 한 번 다듬었는데

그때마다 손톱 손질도
같이 받았다

그가 몰던 페라리 자동차는

시골 집 한 채와
맞먹는 가격이었다

 

친구들도 모두 부자였고
평생 단 하루도 일해본 적 없었다

 

바다에 떠다니는 해초마냥
어디서든 볼 수 있는 타입으로

딱히 나쁜 사람도
그렇다고 좋은 사람도 아니었다

 

인테리어 소품 같았달까

 

헨리와 같은 부자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더 부유해지겠다는 강한 욕망

 

천만 달러든 2천만 달러든
만족하지 못한다

돈에 대한 채워지지 않는 욕망과

어느 날 갑자기 빈털터리가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 속에 산다

재산을 불리는 방식도
참 다양하다

주식을 사놓고
등락을 지켜보기도 하고

토지, 미술품
다이아몬드에 투자하거나

룰렛, 블랙잭, 경마도 하고

도박이라면 뭐든지 하기도 한다

헨리 슈거도 그런 유였는데
속임수도 불사했다

 

어느 여름의 주말

헨리는 런던에서 차를 몰고
윌리엄 W. 경의 집으로 갔다

저택은 웅장했고
주변 경관은 아름다웠지만

헨리가 도착한 토요일엔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집주인과 다른 손님들은
게임을 하며 오후를 보내는데

헨리는 우울한 얼굴로
창문을 때리는 빗방울만 바라봤다

헨리는 응접실에서 나와
현관 홀에 들어섰다

 

정처 없이 집 안을 걷다가
서재로 들어가게 됐다

 

윌리엄의 부친은 책 수집가였고
그 큰 방의 모든 벽면엔

바닥에서 천장까지 온통
가죽 장정본 책들이 꽂혀 있었다

별 흥미가 생기진 않았다

탐정 소설이나 스릴러만 읽는데
그런 책은 없었으니까

방을 나서려는데

굉장히 색다른 것이
눈에 들어왔다

워낙 두께가 얇아

양옆의 책들보다 튀어나와 있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이다

책을 뽑아 들었다

두꺼운 종이로 표지를 만든
애들 연습장 같았다

짙은 푸른색 색상 표지엔
아무것도 안 적혀 있었다

첫 페이지에 검은 잉크로
정갈하게 쓰여 있는 내용은

"임다드 칸에 대한 보고"

"눈 없이도 볼 수 있는 자
Z.Z. 차터지"

이상하군, 요상해

 

이게 뭐지?

 

팔걸이 의자에 앉아
처음부터 읽어 내려갔다

헨리가 그 얇은 연습장에서
읽은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내 이름은 Z.Z. 차터지
캘커타 병원 외과 과장이다

1935년 12월 2일 오전

나는 의사 휴게실에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

다른 의사 3명과 함께였다
마셜, 미트라, 맥팔레인

노크 소리가 들렸다

'들어와요' 내가 말했다

 

실례합니다만
부탁 하나 드려도 될까요?

'여긴 전용 공간입니다'
내가 말했다

네, 압니다
불쑥 나타나 죄송합니다만

아주 흥미로운 것을
보여드릴까 합니다

우리 모두 짜증 나서
대꾸하지 않았다

 

여러분, 저는 눈 없이도
볼 수 있는 사람입니다

 

60대에 왜소한 체격
흰 콧수염을 길렀고

희한하게 검은 털들이
귀에서 자라나 있었다

붕대 50개쯤을 들여서
제 얼굴을 감싸셔도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너무 진지한 말투였고
내 안에서 호기심이 일어났다

들어오시죠

 

좋습니다

 

마셜 선생이 펼친 손가락 개수는?

- 7개요
- '한 번 더' 내가 말했다

- 9개
- '한 번 더' 내가 말했다

- 3개
- 한 번 더

- 또 3개네요
- 한 번 더

 

손가락이 없군요

 

무슨 수를 쓴 거죠?

수를 쓴 게 아니라
오랜 훈련으로 얻은 능력입니다

어떤 훈련이죠?

죄송합니다만
그건 공개할 수 없습니다

 

뭘 해드리면 되죠?

제가 속해 있는 유랑극단이
오늘 캘커타에 도착했고

오늘 밤 로열팰리스 홀에서
첫 공연이 있습니다

제 공연의 제목은

'임다드 칸, 눈 없이도
볼 수 없는 자'입니다

새로운 도시에 도착할 때마다

저는 제일 큰 병원에 가서

최대한 철저하고 전문적인
방식으로 눈을 가려주십사 하죠

의사 선생님들께서
해주시지 않으면

사람들이 속임수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다음엔 거리로 나가
위험한 일을 합니다

동료 의사들을 돌아봤는데

미트라와 맥팔레인은
진료가 있었다, 가봐요

- 마셜 선생은...
- 좋아요, 제대로 해봅시다

아무것도 안 보이게
확실히 가려보자고

정말 친절하시군요
원하시는 대로 해주십시오

'붕대를 감기 전에' 내가 말했다

'부드러우면서 밀도 높은 걸
눈에 얹는 게 좋겠어'

- 밀가루 반죽?
- 좋아, 제과점에 가봐

난 수술실로 모셔가서
눈꺼풀을 봉할게

나는 임다드를 데리고
긴 복도를 지나 수술실로 갔다

'누우시죠' 내가 말했다

나는 선반에서
콜로듐 병을 꺼냈다

이걸로 눈꺼풀을 붙여드리겠습니다

나중에 어떻게 떼죠?

속눈썹 아래에 조심스럽게
알코올을 묻히면 됩니다

마를 때까지 눈을 감고 계세요

2분 후

'눈을 떠보세요' 내가 말했다
당연히 뜨지 못했다

마셜이 가져온 반죽으로
임다드의 한쪽 눈을 덮었다

눈 전체를 덮되

반죽이 눈 주면 피부까지
닿도록 했다

다른 쪽 눈에도 똑같이 했다

반죽 가장자리를 세게 눌렀다

'불편하진 않으세요?'
내가 물었다

전혀요, 감사합니다

'붕대 좀 감아줘' 마셜에게 말했다

손이 끈적거려서

그러지, 우선 이것부터 놓고

마셜이 반죽으로 덮은 눈 위에
물 적신 솜을 얹었다

제대로 붙었다

일어나 주세요

 

마셜이 7.5cm 너비의 붕대로
얼굴과 머리를 감았다

숨 쉬어야 하니
코는 막지 말아주세요

물론이죠

 

꽉 맞는 부분은 좀 낄 수도 있어요

 

어때?

'훌륭하군' 내가 말했다

엄청난 뇌수술을 받은
환자 같았다

어떠신가요?

아주 좋네요

이렇게 꼼꼼하게 해주시다니
정말 훌륭하십니다

임다드 칸은 침대에서 일어나
곧장 문을 향해 갔다

 

맙소사! 봤어?

문고리를 단번에 잡았다

마셜 입가의 웃음이 사라졌다

 

임다드는 정상적인 자세로
빠르게 복도를 걸어갔다

우린 5m쯤 뒤에서 따라갔는데
왠지 섬뜩했다

붕대 감은 거대한 머리로
저렇게 경쾌하게 걷다니

'저걸 봤어!' 내가 소리쳤다

'저 트롤리를 본 거야
굉장하군'

마셜은 대답이 없었다

충격으로 굳은 얼굴이었다

 

임다드는 계단도
거침없이 내려갔다

난간조차 잡지 않았다

계단에서 마주친 몇 사람은
저런 반응을 보였다

 

계단을 다 내려가서는
정문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마셜과 나는 그 뒤를 바짝 쫓았다

출입문 밖에는 100명쯤 되는
맨발의 아이들이 소릴 지르며

하얀 머리통의 남자에게 몰려들었다

남자는 두 팔을 번쩍 들어 인사하고

곧장 자전거 쪽으로 가 타더니
페달을 밟아 8자 모양을 그렸다

맨발의 아이들은 환호하고
웃으며 그를 따라갔다

그는 속도를 올려
혼잡한 도로로 들어갔고

차들은 빵빵대며
자전거 주위를 쌩쌩 달렸다

자전거 실력이 대단했다

그렇게 잠시 시야에 머물다가

모퉁이를 돌아 사라졌다

'믿을 수가 없군' 마셜이 말했다

믿을 수가 없군

'나도 그래' 내가 말했다

우리 방금 기적을 본 것 같아

그 후 온종일 바쁘게 진료하고

오후 6시에 집에 가서
옷을 갈아입었다

찬물로 오래 샤워하고

허리에 수건 하나 두른 채
베란다에서 위스키 소다를 마셨다

그리고 7시 10분 전
로열팰리스 홀에 도착했다

공연은 2시간 동안 계속됐다

놀랍게도 재미있었다

저글링, 뱀 공연, 불 쇼

양날칼을 위장까지
집어넣는 칼 쇼까지

마지막으로 트럼펫 팡파르와 함께

우리 친구 임다드 칸이
무대에 올랐다

관중 몇이 무대에 올라가
안대를 씌우자

임다드는 어린 소년의
몸 주위로 칼을 던지고

머리 위의 깡통을
총으로 쏘아 맞혔다

그리고 마침내 붕대를 감은 머리에
금속 드럼통이 씌워졌다

소년이 임다드의 양손에
바늘과 실을 각각 쥐여줬다

그리고 커다란 돋보기를
그 손 앞에 갖다 댔다

한 번의 실수도 없이

깔끔하게 바늘에 실을 꿰었다

 

놀랄 '노'자였다

 

무대 뒤로 가 보니
임다드가 스툴에 조용히 앉아

분장을 지우고 있었다

궁금해서 오셨군요

'너무 궁금하네요' 내가 말했다

귀에서 자라난 검은 털에
다시 한번 놀랐다

그런 귀는 본 적이 없었다

제안할 게 있습니다
제가 전문 작가는 아닙니다만

눈 없이 보는 능력을 갖게 된
경위를 말씀해 주시면

그대로 받아적어서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에
게재하도록 하겠습니다

유명 잡지도 가능하겠죠

그러면 유명해지는 데에
도움이 될까요?

- 큰 도움이 될 겁니다
- 잘됐네요

환자들 병력을 기록할 때 쓰는
나만의 속기법으로

그날 밤 임다드 칸이 해준
모든 이야기를 받아적었다

그가 말한 그대로
여러분께 전하려 한다

 

"그날 밤 임다드 칸이
내게 해준 모든 이야기"

"(토씨 하나까지 같음)"

 

나는 1873년
카슈미르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는 국유 철도회사의 검표원이셨지요

어느 날, 학교에서
마술 공연을 봤습니다

넋 놓고 봤어요

2주 후, 저축한 돈을 모두 들고

집을 나와
유랑극단에 들어갔습니다

1886년, 13세 때의 일입니다

3년 동안

극단과 함께
펀자브 전역을 돌았습니다

그즈음엔 극단에서
가장 인기가 많아졌죠

버는 돈은 줄곧 저축했고

그 액수가 3천 루피도 넘었습니다

그때쯤, 소문을 들었는데

한 유명한 요가 수행자가
공중부양 능력을 얻었다더군요

그 수행자가 기도할 때면

바닥에서 최소 45cm 이상
몸 전체가 떠오른다는 겁니다

강렬한 인상을 받았죠

 

콧수염은?

 

유랑극단을 나와서

갠지스강 유역의
작은 마을로 갔습니다

그 수행자가 거기에 산다더군요

어느 날, 그리 멀지 않은
깊은 정글에 혼자 사는

어떤 은둔자를 만났다는
여행자의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거면 충분했죠

마차를 빌리려고
당장 뛰쳐나갔습니다

 

마부와 흥정하는데

한 남자가 다가와서는
자기도 그쪽으로 간다며

마차를 같이 타고
돈을 나눠 내자는 겁니다

이런 행운이 또 있을까요?

얘길 나누다 보니

바로 그 위대한 요가 수행자의 제자였고

스승을 만나러 가던 길에
절 만난 거였습니다

불쑥 소리쳤죠

'내가 찾는 사람입니다!
만날 수 있을까요?'

동행자가 저를 가만히 보더니

그건 안 된다고 하더군요

그 이후로 뭘 물어도
대답해 주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한 가지는 알아냈죠

수행자가
명상을 시작하는 시간을요

동행자는 마차를 세우더니
내려서 가버렸습니다

저는 계속 가는 척하다가
모퉁이를 돌자마자

마차에서 내려
길을 되짚어갔습니다

남자는 정글 속으로
사라지고 없었죠

덤불 속에서 소리가 나더군요

'그 사람이 아니라면
호랑이겠군' 생각했죠

'곧 달려들어 날 물어뜯겠지'

'갈기갈기 뜯겨
잡아먹히고 말 거야'

 

그 사람이었습니다

 

그 사람이 걸어가는 경로엔
길이라곤 없었습니다

커다란 대나무와 무성한 풀들을
헤치고 나아갔죠

저는 100m쯤 뒤에서
숨죽인 채 따라갔습니다

시야에서 놓치는 일이 다반사였는데

그럴 때면 발소리를 듣고 따라갔습니다

이 따라잡기 게임은
30분쯤 지속됐는데

갑자기 발소리가
뚝 끊겨버렸습니다

멈춰 서서 귀 기울였죠

그 순간 무성한 덤불 사이로

좁은 공터와
작은 움막 2채가 보였습니다

두근거렸죠

가까운 움막 옆엔 물웅덩이가 있고

그 옆엔 기도용 매트가
그리고 뒤쪽으로는

잎이 무성한 아름댭고
커다란 바오바브나무가 있었죠

정오의 열기를 견디며 기다렸습니다

습기 가득한 오후의
무거운 열기도 버텨냈죠

5시가 되어 갈 때

조용히 나무에 올라가
무성한 잎 사이에 숨었습니다

마침내 수행자가 움막에서 나와

매트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습니다

움직임 하나하나가
조용하고 부드러웠죠

무릎에 손바닥을 대고 앉아

코로 긴 숨을 내뱉었는데

제 눈에는 이미 수행자의 몸을
감싸는 빛이 보였습니다

그 자세로 14분 동안
한 치도 움직이지 않았죠

그리고 제 이 두 눈으로
분명히 봤습니다

그의 몸이 천천히
바닥에서 떠올랐죠

 

30cm, 40cm, 45cm, 50cm

 

매트로부터 60cm

나무 위에서 혼잣말을 했죠

눈앞에
공중부양하는 사람이 있어'

 

제 시계로 재보니 46분 동안
공중부양 자세를 유지했습니다

그러더니 천천히 바닥으로 내려가

엉덩이가 다시 매트에 닿았습니다

전 나무에서 내려가
곧장 달려갔죠

수행자는 손발을 씻고 있었습니다

'언제부터 거기 있었지?'
수행자가 쏘아붙였습니다

그러더니 벽돌을 집어
제 쪽으로 세게 던졌고

제 정강이에 맞은 벽돌은
둘로 쪼개졌습니다

흉터도 있으니 보여드리죠

 

그런데 그게 행운이었어요

수행자는 이성을 잃고
벽돌을 날려선 안 되니까요

굴욕과 후회 속에
자신에게 크게 실망한 수행자는

저를 제자로 받아줄 수는 없지만

절 공격한 데 대한 사죄의 의미로

비공식적인 가르침을 주겠다더군요

공격당할 만한 짓을 했는데요

때는 1890년

17세가 되기 조금 전이었습니다

 

수행자는 어떤 가르침을
주었냐고요?

바로 이겁니다

정신이란 아주 복잡한 것이다
동시에 수천 가지를 생각하지

주변에서 보이는 것들
소리들, 냄새들

생각나는 것들
생각 안 하려 애쓰는 것들

정신을 집중하는 법을 배워야 돼

딱 한 가지, 오직 한 가지만
눈앞에 그리는 거지

노력하면 원하는 한 가지 대상에만
정신을 집중하게 될 수도 있다

약 3분 30초 정도

매일 열심히 수행한다면
20년쯤 걸릴 것이다

'20년이요?' 제가 외쳤죠

그래, 더 걸릴 수도 있어

보통 20년쯤 걸리지
성공 못 할 수도 있고

그때쯤이면 늙었을 텐데요

걸리는 시간은 다 달라
10년일 수도, 30년일 수도

아주 드문 경우지만

특별한 능력이 있어서
1, 2년 안에 성공하기도 하는데

십억 명 중 한 명이고 넌 아니야

정신을 집중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

불가능에 가깝지, 해보겠나?

눈 감고 뭔가 생각해 봐

하나의 사물을 생각하고
눈앞에 형상을 그리는 거야

몇 초 후면 집중이 흐트러져서
다른 생각들이 튀어나오지

아주 어려운 일이야

위대하고 현명한 수행자는
이렇게 말하였노라

 

그렇게 수련을 시작했습니다

 

매일 저녁 눈을 감고 앉아

가장 사랑하는 이의
모습을 떠올렸지요

열 살 때 혈액 질환으로
사망한 제 형입니다

형의 얼굴에 집중하다가
정신이 흐트러지는 즉시

수련을 멈추고 몇 분간 휴식한 후
다시 시작했습니다

5년간 매일 수련한 결과

형의 얼굴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1분 30초가 되었습니다

진전이 있었죠

 

그즈음, 마술 공연으로
꽤 큰 돈을 벌기 시작했죠

훌륭한 손재주를 타고났거든요

그래도 수련은 계속했습니다

어디에 있든 매일 저녁이면
조용한 곳에 앉아

형의 얼굴에 정신을 집중했죠

때로는 촛불을 켜고
불꽃을 들여다봤습니다

아시겠지만 촛불은
3개의 부분으로 나뉘죠

위쪽의 노란 불꽃
중간의 연보라색 불꽃

그리고 안쪽의 검은 부분

얼굴에서 40cm 거리
정확히 눈높이에 촛불을 뒀습니다

눈을 위아래로 움직이느라
눈 근육을 움직이는 일조차

피하기 위해서였죠

검은 부분을 노려보다 보면
주변 모든 게 사라지는데

그때 눈을 감고
형의 얼굴에 집중했습니다

 

1907년, 34세에는

정신이 흐트러지는 일 없이
3분간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때쯤 제게 어떤 능력이
있음을 알게 됐습니다

뭔가 묘한 느낌이었는데

눈을 감고
강렬한 의지를 불태우며

뭔가를 열심히 쳐다보면

보고 있는 대상의
윤곽이 보였습니다

그 수행자의 말이 생각나더군요

'어떤 신성한 이들은
집중력이 극도로 발달한 나머지'

'눈을 감고도
볼 수 있다고 하더라'

 

매일 밤, 촛불 수련을 마친 후

커피를 한 잔 마신 다음
눈을 가리고

의자에 앉아 눈을 쓰지 않고
보는 연습을 했습니다

카드 한 벌로 시작했죠

카드 뒷면을 보며
숫자를 추측하는 건데

처음부터 성공률은
60%나 됐습니다

그 후에는 지도와 항법표를 사다가
벽 여기저기에 붙였습니다

눈을 가린 채 몇 시간 동안
작은 글씨들을 읽으려 애썼죠

그렇게 8년 동안
매일 같은 훈련을 했습니다

1915년이 됐을 땐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가린 채 읽을 수 있게 됐죠

해낸 겁니다!

마침내 능력이 생겼어요

 

아시다시피 그 능력으로
마술 공연을 하게 됐는데

관중은 좋아하긴 해도
믿진 않았죠, 지금까지도요

선생님처럼 직접 꼼꼼하게
제 눈을 가려준 의사들조차

눈 없이 앞을 본다는 걸
믿으려 하지 않죠

형상을 뇌에 전달하는
다른 방법이 있다는 걸 몰라요

임다드 칸은 조용해졌다

피로해 보였다

'어떤 방법이 있나요?'
내가 물었다

 

솔직히 저도 모릅니다

 

신체의 다른 부분이 보는 거죠

어느 부분이요?

 

그날 밤, 난 잠자리에 들지 않았다

과학자들이 알면
난리가 날 만한 일이었다

현존하는 가장 가치 있는
사람이 분명했다

그 원리를 알아내야 했다
생물학이든, 화학이든, 마법이든

눈으로 보지 않고도
형상을 뇌로 전하는 원리를

맹인이 보고, 농인이 듣고
뭐든 가능할지도 모른다

이 엄청난 사람의 존재가
묻혀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날 밤 임다드 칸이 한 얘기를
모두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쉬지 않고 5시간 동안 썼다

 

아침 8시에 병원에 갔다
중요한 부분은 모두 적은 후였다

방금 여러분이 읽은 부분이다

마셜 선생은 휴식 시간에야
만날 수 있었다

그 10분 동안
최대한 많은 얘길 해줬다

'극장에 가볼 거야' 내가 말했다
'이대로 놓칠 순 없어'

나도 같이 가지

오후 6시 45분, 차를 몰고
로열팰리스 홀로 갔다

주차하고 극장 쪽으로 걸어갔다

 

'뭔가 이상해' 내가 말했다

관람객도 없고 문도 닫혀 있었다

공연 포스터가 붙어 있었는데
그 위에 뭔가 적혀 있었다

'오늘 공연 취소'

 

잠긴 문 옆의 수위에게 물었다
'어떻게 된 건가요?'

사람이 죽었습니다

'누가요?'

물론 누군지 알고 있었다

눈 없이도 보는 남자입니다

 

'어쩌다가요?' 내가 외쳤다

잠자리에 들었다가
깨어나지 않았습니다

 

흔히 있는 일이죠

 

차로 천천히 돌아갔다

 

엄청난 슬픔과 분노가 밀려들었다

그 귀한 사람 곁에서
떨어지지 말걸

내 침실을 내주고 돌볼걸

임다드 칸은 기적을 행했고

범인들은 닿을 수 없는
신비로운 힘을 지닌 이였다

그런 그가 죽었다

'끝났군' 마셜이 말했다

 

끝났군

 

'그래' 내가 말했다

 

'끝났어'

 

임다드 칸과의 두 번의 만남에서
일어난 모든 일을

사실 그대로 정확하게
기록하는 바이다

 

이런

 

아주 흥미로운 얘기로군

 

정말 엄청난 정보잖아

 

내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겠어

 

헨리가 말한 정보라 함은

임다드 칸이 연습을 통해

뒷면만 보고도 무슨 카드인지
알게 되었다는 점이었다

앞서 언급했듯
정직하지 못한 도박꾼으로서

헨리는 직감했던 것이다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걸

아래층 식기실로 내려가

초와 촛대, 자를 받아서는

침실로 가져가 문을 잠그고
커튼을 친 다음 불을 껐다

화장대에 초를 올려놓고
의자를 가져왔다

초의 심지가 자기 눈높이와
정확히 맞는 걸 보고 만족했다

자를 사용해 얼굴과 초 사이의
거리를 40cm로 맞췄다

책에 적힌 대로였다

임다드 칸은 가장 사랑하는 이의
얼굴을 떠올렸는데

그의 경우엔 죽은 형이었다

헨리에겐 형제가 없었다

 

본인 얼굴을 떠올리기로 했다

 

촛불 가장 안쪽의
작은 검은 부분을 바라보자

아주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머릿속이 완전히 텅 비면서
뇌가 움직임을 멈췄고

갑자기 불타는 공허와도 같은
촛불의 작은 검은 부분이

편하고 아늑하게
온몸을 감싸는 느낌이 들었다

 

지속된 시간은 겨우 15초였다

하지만 그 후로 어디서 뭘 하든

이런 촛불 훈련을
하루 5번씩은 꼭 했다

이렇게 열정적으로 무슨 일에
집중한 것은 처음이었고

그 성과는 매우 놀라웠다

 

6개월 후에는

머릿속 자신의 얼굴에만
3분 동안 집중할 수 있었다

그 어떤 다른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나였어' 헨리는 생각했다

'엄청난 속도로
요가 수련을 완성할 수 있는'

'십억 명 중 한 명이 나였어'

 

1년이 다 돼 갈 즈음엔
5분 30초로 늘어났다

 

때가 왔다

 

헨리의 런던 집 거실, 자정

헨리는 기대감에 몸을 떨며

처음으로 카드 한 벌을
뒷면이 보이도록 놓고

맨 위의 카드에 집중한다

처음엔 빨간 선들로 이뤄진
카드 뒷면의 무늬만이 보인다

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카드 뒷면 디자인일 것이다

헨리는 곧 카드의 반대쪽 면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보이지 않는 카드 아래쪽에
온 신경을 집중하는 것이다

30초가 흐른다
1분, 2분, 3분

헨리는 꼼짝도 하지 않는다

고도로 발달된 집중력은
가히 완벽하다

카드 반대쪽 면을 연상한다

그 어떤 다른 생각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못한다

4분이 지나자
뭔가 달라지기 시작한다

천천히, 마법처럼
하지만 명확하게

검은 점은 스페이드가 되고
꼬불거리는 선은 5가 된다

스페이드 5

헨리는 떨리는 손으로
카드를 집어 뒤집는다

 

'해냈어' 헨리가 말한다

 

광분하는 헨리

식음료 사러 갈 때 외엔
집에서 나가지 않는다

 

온종일, 때론 밤 늦게까지

스톱워치를 들고
카드를 들여다보며

1초씩, 1초씩 기록을 단축한다

한 달 후엔 1분 30초
6개월 후엔 20초

다시 7개월 후엔 10초

목표는 5초다

최대 5초 안에
카드를 읽지 못하면

카지노에서 이 방법은
쓸 수 없을 테니까

목표에 가까워질수록
달성하기는 더 어려워진다

 

10초에서 9초가 되는 데에
4주가 걸리고

9초에서 8초가 되는 데에
5주가 걸린다

이제 강도 높은 훈련도
12시간 연속 연습도 힘들지 않다

성공하리라는 확신이 있으니까

마지막 2초가 가장 힘들다
11개월이 걸린다

어느 토요일의 늦은 오후

 

5초, 헨리는 나머지 카드 모두
시간을 재가며 읽는다

5초

 

이 순간을 맞이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3년 3개월간의 부단한 노력

 

런던에는 합법적 카지노가
100군데 넘게 있었다

헨리는 그중 10군데의 회원이었고
로드하우스를 가장 좋아했다

웅장한 조지아풍 건축물에 자리한
런던 최고의 카지노였다

안녕하십니까, 슈거 씨

얼굴을 기억하는 게
직업인 남자가 말했다

근사한 계단을 올라
칩 교환소로 향했다

1만 파운드짜리 수표를 썼다

룰렛 판 주위에 모인 여자들은

모이통에 모여든
토실한 암탉 떼 같았고

불콰한 얼굴에 시가를 물고
칩을 세는 남자들은

탐욕 가득한 눈빛이었다

 

기이하게도
헨리는 생전 처음으로

지긋지긋한 부자들을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보았다

헨리는 블랙잭 테이블 중

딜러의 오른쪽 자리가
비어 있는 곳을 찾았다

딜러는 헨리의 플라크를
빈 슬롯에 꽂아 넣었다

젊은-듯도 한 딜러는
검은 눈에 잿빛 피부의 남자로

절대 웃지 않았으며
필요한 말만 했는데

아주 가느다란 손가락에
계산기라도 달린 듯했다

25파운드짜리 칩
여러 개를 집어 쌓아놓았는데

셀 필요도 없었다
그의 손가락은 늘 정확하니까

칩을 헨리 앞으로 밀어놓았다

헨리는 칩을 정리하며

딜러의 슈 속
제일 위 카드를 보았다

5초 안에 10이라는 걸 알고
칩 8개, 2백 파운드를 밀어놓았다

로드하우스에서 허용되는
최대 베팅이었다

10 카드를 받았고
두 번째는 9였다

합이 19

그럴 땐 카드를 그만 받고

딜러의 패가 20이나 21이
아니길 바라는 게 정석이다

- 딜러가 헨리를 향해...
- 19입니다

그리고 다음 순서로 넘어갔다
'잠깐만요' 헨리가 말했다

딜러가 다시 헨리 쪽을 보았다

차가운 눈빛에
눈썹을 치켜올린 채였다

- 19인데 더 받으시겠습니까?
- 건조한 어조로 물었다

패를 망치지 않을 카드는
에이스와 2, 둘뿐이고

2백 파운드나 베팅하고
카드를 더 받을 바보는 없다

딜러가 건드리지도 않은
다음 카드의 뒷면이 보였다

'네, 한 장 더요' 헨리가 말했다
어깨를 으쓱하고 카드를 주는 딜러

헨리 앞의 10과 9 카드 옆에
클로버 2 카드가 놓였다

- 21입니다
- 딜러가 침착하게 말했다

그의 검은 눈동자가
헨리의 얼굴에 머물렀다

조용히 경계하는 당황한 눈빛

 

헨리 때문에 평정심을 잃었다

19에서 카드를 받는 일은 없는데

침착하게, 확신에 차서
카드를 받은 데다 따버렸으니까

 

딜러의 눈빛을 본 헨리는
실수했음을 직감했다

관심을 끌어버린 것이다
'실례합니다'

다시는 그래선 안 된다

매우 조심해야 하고
가끔씩 잃기도 해야 했다

게임은 계속됐다

너무나도 유리한 상황인지라

적당히 따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1시간 동안 3만 파운드를 땄고
거기서 멈췄다

백만 파운드도
딸 수 있었을 것이다

 

고마워요

이제 헨리는
세상 누구보다도 빠르게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흥미로운 일이다

 

이게 실화가 아니라
허구의 이야기였다면

놀랍고도 흥미진진한 엔딩을
만들어 내야 했을 것이다

드라마틱하고 독특한 엔딩을

예를 들면
헨리가 집에 가서 돈을 세는데

갑자기 몸이 안 좋아지고

가슴에 통증이 느껴진다

 

당장 쉬기로 마음먹고
옷을 벗은 다음

알몸으로 잠옷을 입으러 가는데

벽에 걸린 전신 거울 앞을
지나다가 멈춰 선다

그리고 습관적으로
집중하기 시작한다

문득 몸속이 꿰뚫어 보인다

엑스레이보다 더 명확해서
모든 게 다 보인다

동맥, 정맥, 혈관을 흐르는 피

간, 신장, 소장, 펄떡거리는 심장

통증이 느껴지는 곳을 보니

우측 심장으로 들어가는 대정맥에
작은 검은 덩어리가 있다

혈전이다
처음엔 멈춰 있는 듯하다

그러다 움직인다
1mm쯤, 살짝 이동한다

혈액이 혈전을 지나 올라가자
혈전이 다시 움직인다

1cm 넘게 전진하는데
헨리는 두려움 속에 지켜본다

정맥을 따라 움직이는
커다란 혈전은

결국 심장으로 들어갈 테니까

 

곧 죽는 것이다

허구의 엔딩으로는 괜찮지만
이건 허구가 아니라 팩트다

사실이 아닌 것은
헨리 슈거라는 이름뿐이다

본명은 알릴 수 없고
알려서도 안 된다

그 외엔 모두 실화이며

그러므로 진짜 엔딩이 존재한다

실제로 일어난 일은 이렇다

 

헨리는 1시간 동안 걸었다

선선하고 쾌적한 저녁
도시의 활기는 여전했다

재킷 안주머니에 든
두툼한 돈다발을 느끼고는

톡톡 두드렸다

1시간이나 들고 다니기엔 큰돈이지만

그런 생각을 할 여력이 없었다

이런 대성공을 거뒀는데도
별로 신나지 않는 게 이상했다

수행하기 전인 3년 전에
이런 일이 생겼다면

극도로 흥분해서는

가까운 나이트클럽으로 달려가
축배를 들었겠지만

전혀 신이 나지 않았다

오히려 슬펐다

베팅만 하면 딸 게 확실하니

스릴도, 서스펜스도
위험부담도 없는 것이다

 

이제 전 세계를 여행하며
엄청난 돈을 벌 수 있지만

그게 재미가 있을까?

또 한 가지
이런 가능성은 없을까?

수련을 통해 능력을 얻는 과정에서

헨리의 인생관이
완전히 달라졌을 가능성

가능한 일이었다

 

다음날 아침 잠에서 깨
일어난 헨리의 눈에

화장대에 놓인
엄청난 돈다발이 들어왔는데

 

갖고 싶지가 않았다

 

뭡니까?

안녕하십니까
선생한테 드리는 선물입니다

어...

 

뭐요?

 

주머니에 넣으세요!

 

그럽시다

 

뭐지?

돈이야

가져요!

 

이봐요!

 

저것 봐

 

초인종이 울렸다

이게 대체 무슨 짓입니까?

안녕하십니까, 죄송합니다
돈을 나눠주고 있었거든요

- 폭동을 일으킨 거요!
- 돈을 나눠준 건데요

다신 안 그러겠습니다
곧 다들 흩어질 거예요

경관은 뒷짐 졌던 손을 풀어
50파운드 지폐를 내밀었다

- 하나 챙기셨군요
- 증거물입니다, 돈의 출처는요?

블랙잭에서 땄습니다
어제 운이 무척 좋았거든요

헨리가 카지노 이름을 말하자
경관은 수첩에 받아적었다

아마 확인해 줄 겁니다

경관은 수첩을 내렸다

- 상관없습니다
- 그런가요?

전혀요
선생 이야기를 믿습니다만

그렇다고 좀 전 행동의
변명은 되지 않습니다

불법적인 일은 안 했는데요

 

불법이요?

 

어리석은 사람!

 

운이 좋아서 그렇게 큰돈을 땄는데

마구 나눠주고 싶다면
창밖으로 던질 게 아니라

좋은 곳에 썼어야지요

병원이나 고아원 같은 곳에요

전국의 수많은 병원과 고아원들은

돈이 없어서 아이들
크리스마스 선물도 못 사주는데

어려움이라고는 겪어본 적 없는

세상 물정 모르는
웬 부잣집 아들이

길바닥에 돈을 마구 뿌리다니요!

경관은 그 말을 남기고
쿵쾅대며 계단을 내려갔다

헨리는 움직이지 않았다

분노에 차 뱉어낸 경관의 말이
마음 깊이 꽂혀버린 것이다

부끄러웠다

 

끔찍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갑자기

강력한 전기가 온몸을
훑고 지나는 느낌이 들더니

모든 걸 바꿔놓을 훌륭하고도
근사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헨리는 방을 왔다 갔다 하며

그 아이디어를 실현시킬
방법들을 생각했다

첫째, 나는 앞으로 평생 매일
엄청난 돈을 딸 것이다

 

둘째, 같은 카지노 방문은
6개월에 한 번으로 제한한다

셋째, 한 자리에서
너무 많이 따면 안 된다

하룻밤에 5만 파운드를
최대로 한다

넷째, 하루 5만 파운드씩
1년 365일이면

1,825만 파운드다

다섯째, 계속 이동한다

한 도시에서
3일 넘게 머무르지 않는다

런던, 몬테카를로, 칸, 비아리츠

도빌, 라스베이거스, 멕시코시티
부에노스아이레스, 나소

여섯째, 번 돈으로 전 세계에
병원과 고아원을 짓는다

맞아, 그냥 꿈이라면
진부한 감상이겠지만

난 분명히 이 일을 해낼 수 있어

진부하기는커녕
정말이지 근사할 거라고

일곱째, 파트너가 필요하다

책상머리에 앉아 돈을 받아서
필요한 곳에 보낼 사람

내가 언제까지나 진정으로
전적으로 믿을 수 있는 사람

존 윈스턴은 헨리의 부친과
헨리의 회계사였고

존 윈스턴의 부친은
헨리의 부친의 부친의 회계사였다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될 수 있습니다

 

세계 최고의 부자는
되고 싶지 않은데

 

잉글랜드에선 못 합니다
세금으로 다 뺏길 거예요

스위스로 가야 하는데
당장은 안 됩니다

슈거 씨처럼 부양가족 없는
혼자 몸이 아니니까요

가족과도 얘기하고
동업자들에게도 알리고

여기 집을 팔고
스위스에 집을 마련해야 하고

애들 전학 문제도 있고
시간이 걸립니다

1년 후, 헨리가 로잔에 있는
윈스턴에게 보낸 돈은

총 1억 2천만 파운드였다

헨리는 일주일에 5일

윈스턴 슈거 LLC라는
스위스 소재 회사로 송금했다

돈의 출처와 사용처를 아는 건
존과 헨리뿐이었다

월요일 송금액이 가장 컸는데

은행이 문을 닫는
금, 토, 일요일 분량을

한꺼번에 보냈기 때문이다

헨리는 엄청난 속도로 움직였다

한 주에 여러 차례
신원을 바꿀 때도 있었다

존은 헨리가 돈을 보내는
은행의 주소를 보고

헨리의 거취를 짐작할 뿐이었다

그야말로 근사한 일이었다

 

헨리는 63세이던 작년에
폐색전으로 사망했다

다가오는 죽음을 직접 봤지만
마음은 매우 평화로웠다

계획대로 움직인 지
20년이 조금 넘은 시기였고

총 6억 4천4백만 달러를 벌었다

또한 전 세계에

21개의 훌륭한 어린이 병원과
고아원을 지어 훌륭히 운영했는데

행정 및 재정 관리는 로잔에 있는
존 윈스턴과 직원들이 담당했다

임무를 완수한 것이다

 

그럼 나는 이걸 어떻게 알았을까?

좋은 질문이다, 대답하겠다

헨리가 죽고 얼마 안 있어
스위스의 존이 전화를 걸어 왔다

자신을 간단히 소개했는데

윈스턴 슈거 LLC라는
회사의 대표라고 했다

나더러 로잔으로 와서
자길 만나고

회사의 간략한 역사를
글로 써보겠냐고 했다

 

날 선택한 경위는 알 수 없다

작가 명단을 앞에 놓고
아무 데나 찍은 걸지도

원고료는 후하게 쳐주겠다며 덧붙였다

'얼마 전에 대단한 인물이
사망했습니다'

'헨리 슈거라는 분이지요'

'그분이 세상을 위해 한 일을
조금은 알려야 할 것 같습니다'

아무것도 몰랐던 나는

글로 적어 출판할 정도로
흥미로운 이야기냐고 물었는데

존 윈스턴은 빈정이 상했다
모욕으로 받아들인 듯도 했다

 

5분간 통화하며

헨리 슈거의 비밀스러운
행적에 대해 들었다

이젠 비밀이 아니었다

헨리는 죽었고
카지노에 갈 일은 없으니까

'가지요' 내가 말했다

나는 로잔에서 일흔이 넘은
존 윈스턴을 만났다

동석한 맥스 잉글먼은

저명한 메이크업 전문가로서
헨리와 전 세계를 다니며

훌륭한 분장 솜씨로
신원을 감춰줬다

둘 다 헨리의 죽음에 무너졌는데
맥스는 존 윈스턴보다 더 심했다

그를 사랑했습니다
위대한 사람이었어요

존 윈스턴은 짙은 푸른색
연습장을 실제로 보여줬다

Z.Z. 차터지가 1935년에
캘커타에서 기록한 내용이었다

나는 그 내용을 그대로 필사했다

'하나만 더 묻죠' 내가 말했다

'계속 헨리 슈거라 칭하면서
진짜 이름이 아니라고 하시는데'

'이야기를 통해 그분의 신원을
밝히지 않기를 원하시나요?'

- 그래요
- 존 윈스턴이 대답했다

그분 신원을 밝히지 않기로
맥스와 약속했습니다

아마 조만간에 알려지긴 하겠죠

영국의 유명한 가문 출신이니까요

그래도 알아내려 하지는
않으셨으면 합니다

부탁이니 헨리 슈거 씨라고 칭해주세요

 

난 그 말대로 했다

 

"로알드 달은
'기상천외한 헨리 슈거 이야기'를"

"버킹엄셔 그레이트 미센든의
작업실 '집시 하우스'에서"

"1976년 2월부터
12월에 걸쳐 집필했다"

 

자 막 : 여 리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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