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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이 듣자
- 응

 

- 시작할게
- 그래

 

쟤들 말야

 

음악 좋아하지 않아

 

뭐?

 

음악은 모노가 아니고
스테레오거든

 

이어폰의 좌우에서
나오는 소리가 달라

 

한쪽씩 들으면
완전 다른 곡이 되는 거야

 

베이컨 양상추 샌드위치를
먹을 때

 

베이컨과 양상추를
따로 먹게 될 경우

 

베이컨 양상추 샌드위치라
부를 수 있을까?

 

아니지

 

돈가스 덮밥을 둘이 나눠 먹는데

 

한 명이 돈가스를 다 먹은 거야

 

다른 한 명이 먹은 건 뭘까?

 

- 계란덮밥
- 그렇지

 

같은 곡을 듣는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달라

 

저 연인은 지금
다른 음악을 듣는 거라고

 

녹음실에 있는
믹싱 콘솔 본 적 있지?

 

엄청 많은 스위치나

 

조절 손잡이가 있잖아

 

그것들이 좌우로 나가는 소리를
입체적으로 만드는 거야

 

아티스트도 엔지니어도
야식이나 도시락을 먹으며

 

몇 십, 몇 백 번을
들어 보면서

 

소리를 만드는 거잖아

 

 

좌우 한쪽씩 나눠서 듣는 건

 

엔지니어가 도시락을
콘솔에 던질 일이지

 

못 해 먹겠어! 할 거야

 

둘이 함께 듣고 싶은 거겠지

 

각자 핸드폰 있잖아

 

각자 자기 이어폰 끼고

 

재생 버튼을 동시에 누르면 돼

 

하나를 둘이 나눈다는 게
좋은 거 아냐?

 

나누면 안 된다니까

 

연애는!

 

연애는 각자 하나씩이야

 

하나씩 있어야 해

 

쟤들은 그걸 몰라

 

알려주고 올까?

 

- 관두게?
- 응

 

어젯밤 무기네 집에
귀고리 두고 온 것 같아

 

못 봤는데

 

부모님이 키누를
만나고 싶다고 난리셔

 

어떻게 할까?

 

글쎄, 찾아뵙는 건...

 

세면대 아니면
욕조에 있을 것 같아

 

아...

 

특별한 수프를 너에게 줄게

 

따뜻하니까...

 

스물한 살인 나

 

하치야 키누, 대학생이다

 

세상의 법칙이라 믿는 게
하나 있다

 

토스트를 떨어뜨리면

 

꼭 버터를 바른 쪽이
바닥에 닿는다

 

그래서 난 대부분
조용히 살고 있고

 

흥분하는 일은 거의 없다

 

국립과학박물관에서
미라 전시회를 한다

 

그렇게 안 보일 수도 있지만

 

지금 나는 속으로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지난주의 일이다

 

내가 2년째 하고 있는

 

'면과 여대생'이라는

 

라멘 블로그 조회수가

 

하루 1,500명을 넘었고

 

그날도 나는

 

새 가게를 개척하는 중이었다

 

'텐지쿠 네즈미' 라이브까지
시간이 남아

 

오모테산도에 갔는데

 

시선을 느끼고 겨우 깨달았다

 

이런 날이면 꼭...

 

딱 한 번 데이트했던
토미노 코지와 마주친다

 

오랜만이야

 

이 자식 내 이름 까먹었군

 

생각해 보니 이 사람은

 

전에도 새 스웨터를
처음 입은 날

 

고깃집에 데려갔다

 

맛있어?

 

여유가 있는 남자는 대부분

 

나를 우습게만 봤다

 

쇼마!

 

리사!

 

잠깐만

 

- 잘 가
- 안녕

 

가자!

 

진짜 춥다

 

- 어디 갈까?
- 글쎄

 

신을 차리니 막차 시간

 

'텐지쿠 네즈미'를

 

보러 갈 걸 그랬다

 

최악의 밤이다

 

최악의 아침 귀가

 

이럴 때면

 

늘 떠올리는 게 있다

 

2014년 월드컵 축구 준결승

 

개최국 브라질이
독일에게 7골을 먹고 졌다

 

그때 브라질 전 국민은
아비규환에 빠졌다

 

그것보단 낫다

 

에 비하면 난 행복하다

 

완전 행복

 

지금은 미라 전시회만 생각하자

 

이것 말고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바로 그때의 일이었다

 

스물한 살인 나

 

야마네 무기, 대학생이다

 

아직도 가위바위보의
룰을 이해할 수 없다

 

돌이 가위를 이기고
가위가 보자기를 이긴다

 

그것까진 이해한다

 

보자기가 돌을 이겨?

 

말이 돼?
보자기는 돌 맞으면 찢어지지

 

인류는 그런 모순을 어찌
당연하게 받아들인 건지

 

인생은 부조리다

 

월세 60인 소형 아파트
우편함에 꽂힌

 

30억을 넘는
고급 아파트 분양 전단

 

올해 중 최고로 많이 웃었다

 

요즘 컨디션이 별로다

 

이유는 알고 있다

 

번아웃 증후군이다

 

3개월 전

 

스트리트 뷰로 동네를 검색하다가

 

기적을 발견했다

 

끝내준다!

 

오키타는 깜짝 놀라며

 

친구가 스트리트 뷰에
나왔다며 난리였다

 

축하해!

 

이렇게 말해줘서 밥을 쐈다

 

실화야?

 

진짜 대단하다!

 

얘한테도 밥 쐈다

 

평생 갈 추억이야!

 

얘한테도 쐈다

 

- 짱이다!
- 이거 언제야?

 

꿈 같은 날들이었다

 

우나이!

 

잠깐만, 우나이!

 

좀 봐, 이거 나야

 

그보다 더한 흥분이

 

앞으로 내 삶에 또 있을까?

 

"텐지쿠 네즈미 콘서트"

 

이런! 놓쳐 버렸어

 

지상의 모든 걸 포기하면

 

인간은 언젠가 하늘을
날 것이라고 누가 말했다

 

나는 곧 날 수 있지 않을까?

 

바로 그때의 일이었다

 

머릿수가 모자란다고
불려 나간 니시아자부

 

노래방 아닌 듯 꾸민 노래방에서
노래하는 상대 남자들은 대략

 

선수가 아닌 듯 꾸민
선수들이었고

 

결국 '하느냐, 마느냐'가
중요하지

 

'하느냐, 마느냐'?

 

이 말이 무엇보다도 좋다

 

인스타용 사진은 여자끼리 찍는다

 

잠깐만! 담배 치워야지

 

미안해

 

어쩌다 보니 옆에
아저씨가 앉아 있고

 

작년에 위의 반을
잘라낸 이야기를 한다

 

위를 반 절제해서
십이지장에 연결하고

 

림프절도 잘랐어

 

내가 이런 델 왜 왔을까?

 

매번 같은 생각을 한다

 

"메이다이마에역"

 

우나이가 부른 친구?

 

- 네, 우나이는?
- 일단 앉아

 

우나이는 어디 있어요?

 

- 뭐?
- 우나이는요?

 

달 모양이 불길하다고 안 오겠대

 

걔 좀 사차원이잖아

 

잘 놀고 있냐?

 

잘들 지냈어?

 

벌써 취했네!

 

"메이다이마에역"

 

어서 오세요

 

안쪽으로 들어가세요

 

"엄마
화장실 휴지 사서 와"

 

- 막차 시간 괜찮냐?
- 아슬아슬해!

 

- 돌겠네
- 빨리! 뛰어!

 

늦었어! 놓치겠는데!

 

- 내일 알바 있는데!
- 나도 바빠

 

죄송해요!

 

- 여기 있어요
- 고맙습니다

 

금액이 모자라?

 

충전해주십시오

 

망했네

 

막차 떠난 거예요?

 

그런 것 같네요

 

아침 첫차를 타야겠네

 

혹시 아침까지 영업하는
가게 아세요?

 

네?

 

어때요?

 

좋아요

 

맥주 여깄어요

 

고맙습니다

 

내일 일은 안 하세요?

 

오후에 나가면 돼요

 

- 무슨 일하세요?
- 출판 쪽이에요

 

출판업계? 멋지네요!

 

작은 회사예요
별것 없어요

 

그쪽은 내일 쉬세요?

 

네, 쉬는 날이에요

 

계획이라도?

 

아직 계획 없어요

 

쳐다보지 마세요!

 

왜 그래요?

 

저쪽 자리에 신이 있어요

 

신이 있어?

 

개를 좋아하는 분이죠

 

서서 먹는 국숫집도 좋아하고요

 

유명한 사람이야?

 

네?

 

영화는 잘 안 보세요?

 

당연히 보지
매니아 소리도 들어

 

어떤 영화 좋아해요?

 

'쇼생크 탈출' 같은 거요

 

- 들어 봤어요
- 눈물 없인 못 봐요

 

그렇게 슬퍼요?

 

'마녀 배달부 키키'
작년에 봤어요

 

그걸 작년에?

 

- 아역 배우 나오는 거?
- 맞아요!

 

- 실사판 얘기?
- 나도 봤어요

 

신을 앞에 두고

 

어찌 실사판 '마녀 배달부'
얘기를 해?

 

당신들 탓이었군

 

실사 리메이크판이 계속
나오는 이유가!

 

- 먼저 갈게
- 안녕

 

- 안녕히 가세요
- 잘들 들어가

 

들어가세요

 

예의상 한마디
해야 할 것 같았다

 

나도 몹시나 흥분된 상태였으니까

 

오시이 마모루가 있었죠

 

아까 그 사람
오시이 마모루였잖아요

 

알고 있었어요?

 

호불호를 떠나서

 

오시이 마모루를 아는 건
일반 상식이죠

 

그럼요
세계 수준 상식이죠

 

맞아요

 

계기는 오시이 마모루였다

 

- 그리고...
- 핸드크림?

 

그 여자분, 핸드크림을
막 바른 뒤에...

 

물수건으로 손을 닦았죠

 

봤어요? 그게 참...

 

아야! 찔렸어

 

토비타큐역 근처에 살아요?

 

네, 항상 쵸후역에서
갈아타요

 

서로 스쳐 지나갔을 수도
있겠네요

 

그러게요

 

고마워요

 

하이볼 나왔습니다

 

- 고맙습니다
- 감사합니다

 

맛있게 드세요

 

이름은 하치야 키누예요

 

좋아하는 단어는
'면 추가 무료'

 

난 야마네 무기예요

 

좋아하는 단어는

 

'쇠지렛대 같은 것'이에요

 

- 마시죠
- 건배

 

맛있어!

 

제 이어폰 선은
금세 이 꼴이 돼요

 

- 맞아요
- 서로 막 꼬여요

 

- 늘 이래요
- 그렇죠?

 

나도 호무라 히로시 책은
거의 다 읽었어요

 

나도 나가시마 유 작품은
거의 다 봤는데

 

돈이 없어서 문고본이
나오면 보지만요

 

아니면 도서관에서 빌리고

 

또 어떤 작가 좋아해요?

 

- 이시이 신지
- 좋죠

 

- 호리에 토시유키
- 나도

 

시바사키 토모카

 

오야마다 히로코
이마무라 나츠코

 

물론 오가와 요코하고
타와다 요코도

 

마이죠 오타로, 사토 아키

 

똑같네요

 

야마네 씨도!

 

혹시 영화 티켓을
책갈피로 쓰는 타입?

 

영화 티켓은 책갈피죠

 

밴드 '세로'의 타카기 씨가
운영하는 바에서...

 

'로지'요? 가 봤어요

 

친구가 거기서 타카기 씨를
만나고 팬이 된 거예요

 

다음 날 '유즈' 카드를
몽땅 중고가게에 팔더라고요

 

'루미네' 극장에서

 

'텐지쿠 네즈미'
원맨 콘서트가 있었거든요

 

네, 알아요

 

티켓 사 놓고 못 갔어요

 

나랑 같네요

 

티켓 들고 다녔는데 깜빡했어요

 

세상에

 

진짜 똑같네

 

보러 갔으면
만났을 수도 있었겠네요

 

그러게요

 

우와

 

그런데 콘서트에 갔더라면

 

오늘 못 만났을 수도 있어요

 

그렇네요

 

이건 오늘 이렇게
만나기 위한 티켓이었네요

 

'근사한 밤의 전파'는
혹시 들어요?

 

키쿠치 나루요시의 라디오?

 

당연히 듣죠

 

뭔가 말하려 했죠?

 

화장실 다녀올게요

 

입구로 나가서 오른쪽 끝이에요

 

고마워요

 

한때 가스탱크에 완전 매료됐었죠

 

타카시마다이라에도 있고

 

로카 공원
치토세 카라스야마

 

미나미센쥬에도 있어요

 

그래요?

 

동영상 촬영을 한 적도 있는데

 

그걸 편집해서 이었어요

 

영화를 만들었네요?

 

- 그건 아니고...
- 보고 싶어요!

 

진짜요?

 

3시간 21분이나 되고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
길이인데 가스탱크만 나와요

 

보고 싶어요
'호빗'보다는 더 끌려요

 

지금 보러 갈래요?

 

좋아요, 가요

 

통화하세요

 

어머, 뭐야

 

야마네 무기잖아

 

뭐야? 왜 여기 있어?

 

뭐해?

 

노래방에 갔는데

 

너는 달 모양이 불길해서
안 온다고 들었어

 

무슨 소리야?

 

다 거짓말이야
그걸 믿어?

 

그래?

 

일행이 있나 봐?

 

같이 마시자
다들 괜찮지?

 

- 좋아
- 같이 마시자

 

달 모양이 불길하다니
뭔 소리래?

 

그러게 말야

 

나도 몰라

 

금방 돌아올게요

 

친구가 재워준다고 연락 왔어요

 

미안해요, 먼저 가 볼게요

 

그럼

 

- 가세요
- 잘 가요

 

무기, 있잖아

 

응?

 

난 무기랑 제대로
대화를 해 보고 싶었어

 

잠깐만요

 

저기요

 

좀 서 봐요

 

돈이 모자라던가요?

 

네?

 

집에 가는 길이 이쪽이에요

 

친구 집 가까우니 됐어요

 

거짓말인 거 알아요

 

아니거든요, 진짜예요

 

- 아니 아니, 됐어요
- 아니, 이건 아니죠

 

- 아니에요
- 아니라고요

 

야마네 씨, 나는요

 

노래방다운 노래방에 가고 싶어요

 

편의점에서
350ml 캔맥주를 사서

 

너와 밤 산책을 하지

 

시곗바늘은 자정을 가리키네

 

'크로노스타시스'란 걸 아니?

 

'몰라'라고 너는 답하지

 

시곗바늘이 멈춘 것처럼
보이는 현상

 

그걸 말하는 거란다

 

'크로노스타시스'란 걸 아니?

 

몰라

 

시계를 보니 마침
생일과 같은 숫자라

 

'앗!'하고 놀라는
현상을 말하는 거란다

 

- 좋아! 건배!
- 짠!

 

나는 말이죠

 

'여기는 아미코'도
굉장히 좋아하지만

 

'소풍'?

 

'소풍'은 충격이었어요

 

그러니까요

 

이마무라 나츠코는 그 뒤로는
신작을 안 냈잖아요

 

그러게요, 또 읽고 싶은데

 

요전에, 전철 속에서

 

흔들리고 있는데 옆 사람이...

 

'전철을 타고 있다'라는 말을

 

'전철 속에서 흔들린다'라고
그는 표현했다

 

그런데요

 

어릴 때부터
이해가 안 되는 게 있어요

 

가위바위보는
돌하고 가위하고 보자기잖아요

 

그렇죠

 

보자기가 돌을
이길 수 없잖아요?

 

찢어질 텐데

 

같은 생각을 늘 했던
사람을 알고 있다

 

- 조금만 더 가면 돼요
- 조금만 더 가면 돼요

 

- 조금만 더
-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왔다!

 

도착!

 

쵸후 도착했어요

 

- 드디어!
- 우어!

 

물웅덩이!

 

제대로 밟았어요, 차가워!

 

여기예요
고생하게 해서 미안해요

 

아무렇지도 않아요

 

차가워!

 

어서 들어와요

 

실례할게요

 

- 지저분하죠
- 아니에요

 

짐은 여기 둘까요?

 

네, 일단 여기에
내려 두세요

 

그럴게요

 

엄청난 날이네요

 

사실 좀 즐거워요

 

타월 가져올게요

 

고마워요

 

- 편히 들어가세요
- 네

 

이거 쓰세요

 

거의 내 책장이잖아

 

그리고 둘이서
누구에게도 보여준 적 없는

 

'극장판 가스탱크'를 보았다

 

타카시마다이라예요

 

배가 고파서 도중에
주먹밥구이를 만들었다

 

머어도 대아여?

 

뭐라고요?

 

먹어도 되나요?

 

물론이죠

 

그녀는 주먹밥 두 개를 먹고

 

맛있어요

 

딱 5분만 잘게요

 

이러면서 그녀는
가장 좋은 장면에서 잤다

 

한 시간을 자고 일어나더니

 

'재미있었어요, 갈게요'
라고 말했다

 

분명 내가 싫은 거라고 생각했다

 

잠깐만요! 탈 거예요!

 

- 죄송합니다
- 세이프

 

- 저기, 다음에요
- 네?

 

국립과학박물관에서
미라전이 열려요

 

싫어하지 않는다면
같이 보러...

 

같이 가요

 

이제 왔네

 

여보, 키누가 또
외박하고 왔어

 

아깝다

 

시계는 보고 사니?

 

어디서 잤어?

 

아깝기 그지없다

 

아무 말도 하지 마

 

내 감정을 덮지 마

 

아직 어젯밤의 여운 속에
있고 싶단 말야

 

이런 때 들을 음악이
있다면 좋을 텐데

 

쵸후역에서 도보 8분인
그의 집에는

 

갈 예정도 없을 나라들의

 

여행 안내서가 있었고

 

거의 내 책장이잖아

 

그건 보지 마세요

 

직접 그린 거예요?

 

그렇죠

 

그림으로 밥벌이를
해 볼까 싶어서요

 

웃자고 한 말이에요
웃어야죠

 

나는 야마네 씨 그림이 좋아요

 

가랑비가

 

오렌지색 가로등 불빛 속에서
내리쏟아지고 있었다

 

빗소리를 들으며
그의 그림을 보고 있자니

 

그가 매우 쑥스러운 듯이

 

감기 걸리겠어요

 

라고 말하며 욕실에서
가져온 드라이어를 들었다

 

전선이 아슬아슬하게 닿았고

 

그는 젖은 내 머리를
말리기 시작했다

 

뭔가가 시작될 듯한 예감에

 

심장이 쿵쾅거렸지만

 

드라이어 소리가 덮어주었다

 

'나는 야마네 씨 그림이
좋아요' 라고 말했다

 

'야마네 씨 그림이 좋아요'
라고 말했다

 

'야마네 씨 그림이 좋아요'
라고 했다

 

나는...

 

'야마네 씨 그림이 좋아요'
라고...

 

"미라전"

 

그녀가 말했다

 

늦어서 미안해요

 

"미라 특별전"

 

그럼 이제

 

들어갈까요?

 

진짜 최고였죠?

 

말로 표현할 수가 없네요

 

이거 좀 봐요

 

주문하시겠어요?

 

잠시만요

 

드링크바 2인요

 

알겠습니다

 

우리 이웃집에 사는 분이

 

무라카미 류하고 똑같이 생겼는데

 

그 사모님은 여배우
코이케 에이코랑 판박이예요

 

'캄브리아 궁전'
MC 두 명이 부부인 거네요!

 

그러니까요

 

직접 보고 싶네요

 

놀라운 일이네요

 

깜짝 놀랐어요

 

꽤 늦었네, 이제 갈까요?

 

- 그러죠
- 가요

 

'캄브리아 궁전'이
옆집이라니...

 

혹시 '골든 카무이'는
읽었어요?

 

읽었죠, 완전 끝내주죠

 

결국 호시 요리코에
'베이퍼웨이브' 장르 이야기에

 

극단 '마마고토'의
'나의 별'까지 이르렀다

 

드링크바를 세 번 왕복하다가

 

문득 보니 또
막차 시간이 돼 있었다

 

그냥 친구라 생각하는 걸까?

 

이야기가 잘 통하는 것뿐일까?

 

밥을 세 번 같이 먹고
고백을 안 하면

 

그냥 친구로 남는다는 설도 있고

 

점점 초조해졌다

 

좋아하는지 아닌지가

 

못 보는 동안 생각나는
시간의 길이로 정해진다면

 

확실히 난 좋아한다

 

가게 점원에게 친절한 점

 

내 보폭에 맞춰주는 점 등

 

포인트 카드로 친다면
이미 꽉 찼는데

 

"오늘 즐거웠어요
언제 또 볼까요?"

 

다음번엔 꼭 고백해야지

 

막차 시간 전에
고백하기로 마음먹고

 

함께 가스탱크를 보러 갔다

 

무서워

 

이건 정말 상상을 초월하네요

 

별것 아닐 거라 생각했는데

 

'걸 미츠 가스탱크'

 

굿굿!

 

멋진 사진이 나왔어요

 

정말요?

 

막차까지 8시간 남았다

 

이제부터 분위기를 바꿔 보자

 

'와세다 쇼치쿠' 극장
라인업 무지 기대되네요

 

그러게요

 

'시모타카이도 시네마'도
기대돼요

 

물론이죠

 

왜 이런 이야기로
흘러가는 걸까?

 

막차까지 3시간

 

커팅된 식빵의 경우

 

5장으로 자른 거랑
6장인 게 다르잖아요

 

이런 대화로 가면 안 돼

 

2시간 남았다

 

정말이네! 여기 이분이네요

 

밴드 하세요?

 

데뷔한 지 얼마 안 됐어요

 

'어썸 시티 클럽'?

 

유튜브도 한번 보세요

 

지금 들을게요

 

혹시...

 

로맨틱한 분위기의 곡도 있어요?

 

러브송 같은 거나?

 

있어요

 

쿨한데

 

좋아, 할 수 있겠어

 

1시간 남았다

 

너희들

 

음악 좋아하지 않는구나

 

이어폰은 좌우에서 나오는
소리가 전혀 달라

 

미안한데 말야

 

레코딩할 때의
믹싱 기술이란 건...

 

그때부터 1시간가량

 

레코딩 엔지니어의
믹싱 기술 이야기를 들었다

 

어떻게 작업하느냐에 따라
곡의 느낌이 완전히 변해

 

곧 막차 시간인데요

 

그러게요

 

쇼콜라 파르페 나왔습니다

 

안 시켰는데요

 

그래요?

 

이런!

 

죄송합니다
주문이 잘못됐나 봐요

 

그러면 말이죠

 

괜찮으시면 이걸...

 

- 우리가 먹을게요
- 먹을게요

 

감사합니다!

 

- 먹을게요
- 잘 먹겠습니다

 

맛있어 보여요

 

맛있겠네요

 

상당히 크네요

 

그러게요

 

하치야 씨

 

나하고 사귀지 않을래요?

 

좋아요

 

흰색 데님은 별로 안 좋아해요

 

남자 친구가 흰 데님을 입는다면

 

조금 싫어질 수 있어요

 

알았어요

 

흰색 데님은 안 입을게요

 

야마네 씨 취향도 말해줘요

 

우노 게임을 할 때

 

우노?

 

우노를 안 외쳤으니
2장 가져가라고 하는 사람

 

그건 별로예요

 

알았어요

 

절대 안 그럴게요

 

그게 다예요

 

그럼 이제...

 

잘 들어가요

 

좋은 밤 되세요

 

빨간불이에요!

 

신호가 좀처럼 바뀌지 않았다

 

신호는 여전히 그대로였다

 

버튼식 신호등이었다

 

고마워, 버튼식 신호등

 

그리고 난...

 

이런 커뮤니케이션은
빈번히 하고 싶은 타입이에요

 

알았어요

 

그 후 일주일 동안

 

'하라미술관'에 가고

 

닌교쵸에서 굴튀김을 먹고

 

만화가 '타무군'에게
초상화도 의뢰했다

 

그리고 3월
바람이 몹시 불던 밤

 

무지 지루한 영화를 보다 말고

 

처음 같이 잤다

 

3일 연달아 그의 집에 묵었다

 

학교도 빠지고
취업설명회도 안 가고

 

거의 침대에서 지내며
몇 번이고 했다

 

여기서도 했고

 

여기서도 했다

 

잠깐만, 이건 위험해

 

- 괜찮아
- 진짜 위험해

 

괜찮아, 걱정 마

 

3일째에 냉장고가 텅 비어

 

근처 카페에 갔다

 

팬케이크 먹고 있지만

 

사랑을 나눈 직후의 둘이다

 

나도 얹을 거야

 

4일째

 

그도 나도 알바가 있어서
집으로 돌아갔다

 

- 거품 장난 아냐
- 뭐가? 내 거품?

 

몇 년 전부터 보는

 

'연애 생존율'이라는
블로그가 있다

 

그 저자 메이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기사를 읽었다

 

그 사람은

 

나에게 말을 걸어주고 있다고

 

여기고 있던 존재였다

 

그녀는 늘 같은 주제에 대한
글을 썼다

 

"연애 생존율"

 

'시작이란 건
끝의 시작'

 

'만남은 항상
이별을 내재하고 있고'

 

'연애는 파티처럼
언젠가는 끝난다'

 

'그래서 사랑에 빠진 이들은'

 

'좋아하는 것을 가져와
테이블에 마주 앉아'

 

'수다를 떨면서'

 

'그 애달픔을
즐길 수밖에 없다'

 

그런 글을 쓴 메이 씨가
'지금 사랑을 하고 있다'

 

'이 사랑을 하룻밤 파티로
끝낼 마음은 없다'

 

라고 쓴 게 1년 전이다

 

'생존율이 몇 %에 그치는
연애 속에서'

 

'나는 살아남을 것이다'

 

마치 농담처럼
이런 글을 썼던 메이 씨가

 

죽었다

 

무기?

 

무기?

 

무기?

 

키누, 이거 좀 봐!

 

잔멸치덮밥 사 왔어
아직 있더라고

 

진짜 맛있을 것 같아

 

문 닫기 직전이었어
무지 맛있어 보이지?

 

말없이 가 버리지 마

 

미안해

 

저쪽에서 먹자

 

메이 씨는
사랑의 죽음을 본 걸까?

 

사랑의 종말과 함께
삶을 끝내기로 한 걸까?

 

다 내 상상일 뿐이고

 

거기에 내 사랑을 겹쳐
생각하진 않을 거다

 

다만

 

우리들의 파티는

 

지금 가장 좋은 분위기 속에서
시작됐을 뿐이다

 

"숯불 함박 스테이크
사와야카"

 

247번 대기 손님
안내하겠습니다

 

이쪽으로 오세요

 

키누...

 

지금 안 나가면
신칸센 놓칠 것 같아

 

그러게

 

다음에 다시 올까?

 

다 됐다

 

- 맛있을 거야
- 고마워

 

이 꽃이 참 흔하던데
이름이 뭐야?

 

마...

 

여자가 꽃 이름을 알려주면

 

남자는 평생 그 꽃을 볼 때마다
그 여자 생각을 하게 된대

 

메이 씨가 한 말이다

 

그게 어쨌다고?

 

어서 말해줘

 

생각해 볼게

 

뭐야, 알려줘

 

마, 다음에 뭔데?

 

글쎄, 뭘까요
이거 넣을게

 

넣어
마, 다음에 뭔데?

 

"아오키 카이토 사진전"

 

이건 계곡물이야

 

계곡물 찍은 걸 세로로 만들어서

 

셔터 스피드를 낮춘 거야

 

- 역시 다르네요
- 그런 거야

 

물이로구나

 

무기! 여기야

 

무기, 왔구나!

 

- 진짜 오랜만이다
- 오랜만이죠

 

- 잘 지내?
- 그럼요

 

- 이쪽은 키누예요
-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어떤 사이?

 

여자 친구예요

 

정말이야?

 

작품 어땠어?

 

- 굉장히 멋지네요
- 그렇지?

 

다들 왜 검은 모자를
썼나 궁금하지?

 

네, 약간

 

자의식이 강한 사람일수록

 

모자 챙이 커진다고 하죠

 

맞아! 바로 그거야

 

무기, 이 친구 맘에 들어

 

아주 괜찮은 여친이야
그렇지?

 

카이토
두 사람 좀 찍어줘

 

그거 좋네

 

- 찍을게, 아주 잘 어울려
- 보기 좋아

 

절대 안 헤어진다는
자신이 있지 않으면

 

커플 타투는 못 할 것 같아

 

그럼 넌 자신 없는 거야?

 

네가 바람날
가능성도 있는 거잖아?

 

뭐?

 

그랬던 그녀가 우는 모습을
처음 본 게

 

그해 여름이었다

 

늦게 시작한 구직 활동을
만회하기 위해

 

그녀는 잠까지 줄이며
날마다 애를 썼다

 

고마워

 

키누?

 

면접 어땠어?

 

응.

 

응?

 

그냥 그랬어

 

그랬구나

 

지금 뭐 하고 있었어?

 

그림 그리고 있었지

 

카이토 선배가

 

출판사 소개한다고
작품 준비하래서

 

그랬구나

 

열심히 해

 

그럼...

 

잘 자

 

잘 자

 

잠깐만 키누, 끊지 마

 

혹시 지금...

 

울고 있는 거야?

 

그 차림으로 전철을 탔어?

 

그녀는 날마다
몹시 고된 면접을 봤던 거였다

 

이런 시스템이 통용되는
이 나라가 미친 거야

 

왜 네가 화를 내?

 

어쩔 수 없어
내가 모자란 건데

 

네 탓이 아냐
그 면접관 뭐야?

 

높은 사람이었어

 

높은 사람인지 몰라도

 

이마무라 나츠코의
'소풍'을 읽어도

 

아무 느낌 없는 인간일 거야

 

그런 말은 취업에는
도움이 안 돼

 

구직 활동 따위 안 해도 돼

 

하기 싫은 일은 안 하면 돼

 

집에 가면 잔소리가 심해

 

잘 먹을게

 

부모님은 졸업 후 취직 안 하면
반사회 세력으로 보셔

 

그럼 여기 살아

 

그러게

 

같이 살자

 

키누! 좀 와 봐!

 

완전 우와! 맞지?

 

- 무지 쾌적해
- 엄청난데!

 

여기 마루도 쫙 깔고

 

그런데 역에서 도보 30분이에요

 

- 여기 테이블과 의자도 두자
- 좋지!

 

- 결정하셨어요?
- 여기 둘까?

 

하나, 둘, 셋!

 

조심 조심

 

- 천천히 움직여
- 오케이!

 

좋은데!

 

- 켠다!
- 짠!

 

- 됐다!
- 성공!

 

케이오선 쵸후역에서 도보 30분

 

타마강이 보이는 집

 

우리는 둘만의 생활을 시작했다

 

여기 좀 봐

 

맛있겠다!

 

10월 29일

 

집 근처에서
어르신 부부가 운영하는

 

야키소바빵이 맛있는
빵집을 발견했다

 

- 어때?
- 맛있어!

 

진짜? 맛있어?

 

- 훌륭한데
- 그렇지?

 

끝내준다

 

11월 1일

 

웹사이트용 일러스트 일을

 

1컷 천 엔으로 시작했다

 

11월 1일

 

아이스크림 가게 알바를 시작했다

 

점장님과 알바생은 불륜 관계였다

 

일이 끝나면 역 앞에서 만나

 

둘이 함께 걸었다

 

도보 30분인 귀갓길이

 

무엇보다도 소중해졌다

 

- 메리 크리스마스
- 메리 크리스마스!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고받았다

 

이런 일이 있어?

 

- 고마워!
- 고마워

 

12월 29일

 

침대에서 과자를 먹으면서

 

'보석의 나라'를 함께 읽었다

 

엄청 울었다

 

한 해의 마지막 날

 

부모님 집에는 가지 않았다

 

대청소를 하고

 

새해맞이 국수를 먹었다

 

집 근처 작은 신사에
정월 참배를 갔다

 

이것 봐, 무기

 

함께 살기 시작한
첫해의 마지막 날

 

고양이를 주웠다

 

"부디 누가 좀 키워주세요"

 

정말 귀여워!

 

아가, 어찌 된 거니?

 

고양이에게 이름을 지어주었다

 

바론! 밥 먹자

 

바론, 밥이래

 

고양이 이름을 짓는 건

 

가장 고귀한 일 중 하나다

 

"문학 무크지
먹는 게 느려"

 

봄이 되고

 

우리 둘 다 대학교를 졸업했고

 

알바로 사는 '프리터'가 됐다

 

수고 많았어, 이거 좀 봐

 

새로 생긴 잡지인데

 

이마무라 나츠코 신작이 게재됐어

 

세상에! 정말이네

 

4월 13일

 

이마무라 나츠코의 신작을 읽었다

 

6월 3일

 

후츄에서 '쿠리바야시
교자'를 사 와서

 

낮부터 맥주를 마시는
일탈을 하던 중에

 

무기, 이거 좀 봐

 

여기 이 사람...

 

패밀리 레스토랑 점원?

 

맞지?

 

- 엄청나, 장난 아냐
- 춤도 잘 추네

 

금발 머리를 한 그 점원은
'포린'이란 이름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었다

 

왠지 모르지만 신기하게도

 

시간의 흐름을
느끼는 날들이 이어졌다

 

여기 있습니다

 

자리 잡고 있을게

 

생초콜릿 쇼콜라와 라즈베리죠?

 

- 네
- 네

 

"칼럼용 3컷 추가해주세요
천 엔으로 부탁해요"

 

"1컷 천 엔이죠?"

 

"3컷 천 엔입니다"

 

"알겠습니다!"

 

왔네!

 

다녀왔어

 

어쩌지? 내일 부모님이 오신대

 

뭐?

 

조심해야 돼

 

두 분 다 뼛속까지
광고쟁이들이라

 

교묘한 말로 구워삶을 거야

 

사회에 나가는 건

 

욕조에 들어가는 거야

 

식탁에선 프리젠테이션 금지야

 

혹시 '원 오크 록'은
안 들어?

 

듣습니다

 

티켓 구해줄 테니
둘이 같이 가 봐

 

- '원 오크'
- '원 오크'

 

큰 회사에 취직하라는 게 아니야

 

평범하게 일하면서 살아주면 돼

 

난 지금 올림픽 준비를
하고 있어

 

그러세요?

 

올림픽 준비하는 건 선수지
광고대행사가 아니야

 

사회에 나가는 건

 

욕조에 들어가는 것과 같아

 

씻으러 가기 전엔 귀찮지만
욕조에 들어가면

 

'아, 잘 들어왔다'
싶어지지

 

맞는 말씀이네요

 

이게 광고회사 수법이라고

 

인생은 곧 책임이야

 

히로 씨 전화야

 

여보세요? 네, 접니다

 

감사합니다

 

끔찍하게도 그로부터 3일 후

 

내 아버지도 니이가타에서
이곳을 찾아오셨다

 

너도 나가오카 출신이니까

 

불꽃놀이만 생각하고 살면 돼

 

말도 안 돼

 

도쿄의 불꽃놀이는
작고 보잘것없어

 

어서 나가오카로 돌아오거라

 

하고 싶은 일이 따로 있어

 

그렇다면 이제
생활비는 안 보내마

 

불꽃놀이 기부금으로 써야겠다

 

집에서 부쳐주던 5만 엔이
불꽃놀이 쪽에 가 버려서

 

커피를 편의점에서 사게 되었다

 

- 나나 씨도 보고 싶네
- 그러게

 

아래쪽에서 비춰 봐

 

오케이, 좋아

 

왼손 라이트는 빼줘

 

나나 씨는 없나 봐요?

 

긴자에서 일해
아저씨들 다루는 게 능숙하니까

 

잠시 동안만 일하는 거야

 

지금 난 '오카와'라는
작가를 돕고 있는데

 

광고 일 따내면
돈도 들어올 거야

 

무기

 

네 일은 어때?

 

최근에 단가가 내려갔어요

 

나나가 키누한테
일 소개해줄 수도 있어

 

지면 안 돼

 

사회성이나 협조성은
예술적 재능의 적이야

 

"일러스트 3컷에
천 엔으로 부탁해요"

 

"원래 1컷 천 엔이라
하셨던 것 같은데요"

 

"그럼 무료 사이트 쓸게요
수고하셨어요"

 

다 됐어

 

고마워

 

키누, 나 있잖아

 

취직할 생각이야

 

뭐?

 

좀 늦어졌지만
면접 보러 다니려고

 

그림은?

 

취직해서도 그림은 그릴 수 있고

 

돈 좀 번 뒤에 다시
그림 일을 할 수도 있겠지

 

우리 부모님 말 때문에?

 

그런 거 아냐

 

오래 쉰 이마무라 나츠코도
신작을 다시 썼잖아

 

'오리' 재미있었잖아?

 

레스토랑 점원 '포린'도
지금 엄청나잖아

 

나도 다음 발걸음을
내디뎌야 할 것 같아

 

안 돼?

 

안 될 거야 없지만

 

지금 이런 느낌이 계속
이어질 줄 알았지

 

이 느낌 그대로야

 

취직하는 것뿐이야
아무것도 안 달라져

 

돈 없으면 책도 못 사고
영화도 못 보잖아?

 

거야 그렇지

 

나는 취직할 거야

 

수고해!

 

다녀올게!

 

"회계 2급 강좌"

 

그해 여름
'신 고질라'가 개봉되어도

 

'골든 카무이' 8권이 나와도

 

'신카이 마코토'가 갑자기

 

포스트 '미야자키 하야오'가 되어도

 

'시부야 파르코'가 문을 닫아도

 

우리들의 구직 활동은 계속되었다

 

평범하게 사는 건 어렵다

 

좋습니다, 그러면...

 

새해부터 나올 수 있습니까?

 

그럼요

 

12월

 

회계 자격증을 딴 키누의
일자리가 먼저 정해져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레스토랑 점원의 머리카락이
핑크색으로 변해도

 

'스마스마' 방영이
최종회를 맞이해도

 

나만 구직 활동을
계속하고 있었다

 

1월부터 키누는 직장에 출근한다

 

올해 안에 직장을 구하고 싶다

 

제발 취직이 되길!

 

하지만
그대로 해는 넘어가고

 

오가타 씨, 오세요

 

거스름돈하고 진료카드 드릴게요

 

작년 영수증은 가져오시면
연말 정산용으로...

 

먼저 가 볼게요

 

수고했어요

 

수고하셨어요

 

하치야 씨는 늘 단독 행동만 해

 

저도 갈게요

 

같이 간다고?

 

'긴자 코리도 거리'에
명함 모으러 갈 거야

 

- 건배!
- 짠!

 

남자들 온다

 

- 반가워요
- 안녕하세요

 

고마워요

 

- 고맙습니다
- 반가워요

 

- 저도 받을게요
- 고맙습니다

 

저희가 술 살게요
뭘로 드세요?

 

그럼 테킬라요

 

"무기"

 

테킬라, 좋죠! 이쪽은?

 

- 손 좀 씻고 올게요
- 다녀와

 

여보세요?
전화기를 지금 봤어

 

키누...

 

왜? 지금 어디야?

 

거의 확정이야

 

취직됐다고

 

축하해!

 

정말 축하해

 

고마워

 

통신판매 전문 물류 회사인데

 

신생 회사이긴 한데
앞으로 클 것 같아

 

장점은 5시 칼퇴라는 거

 

- 그림도 그릴 수 있겠다!
- 맞아

 

진짜 다행이야

 

취직이 됐으니 키누하고
오래도록 함께 살 수 있어

 

너랑 만나고 2년 동안
즐거운 일들만 있었지

 

그걸 앞으로 평생 이어갈 거야

 

내 인생의 목표는
'키누와의 현상 유지'야

 

'닌텐도 스위치' 사야겠다

 

'젤다의 전설' 해 보고 싶어

 

그러게!

 

'스위치'와
'젤다의 전설'까지 샀는데

 

예상외로 연수가 바빠서
'조라의 마을'에서 멈췄다

 

"젤다의 전설"

 

- 어서 가자
- 네!

 

- 외근 갑니다
- 수고하세요

 

영업부가 된 그는
8시를 넘어 퇴근할 때도 있다

 

신입일 때는
어쩔 수 없다고 한다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
상영 곧 끝나

 

금요일은 어때?

 

금요일은...

 

안 돼
회사 친목회가 있어

 

영화관은 언제든 갈 수 있으니까

 

미안해

 

어쩔 수가 없네

 

- 그거 감자야?
- 응, 맛있어

 

- 그렇네, 맛있어
- 진짜 맛있다

 

나나 씨
하나 물어봐도 돼요?

 

그러니까...

 

돈이 없어서 카이토 선배하고
헤어졌어요?

 

설마!
그 사람이 때렸어요?

 

최악인데

 

선배도 힘들었을 거예요

 

세상이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으니까 괴로워서...

 

무기는 훌륭해

 

헤어졌는데 커플 타투가
있는 건 좀 괴롭겠다

 

나나 씨가 너 보고 싶대
다음 주 어때?

 

이번에 내가 지방 쪽도
고객 유치를 맡게 됐어

 

그렇구나

 

기획서도 써야 해

 

요즘 아는 사람도 많아졌어

 

그렇구나

 

잘됐네

 

"나의 별"

 

- 있잖아, 무기
- 그게 연극이었나?

 

보러 가기로 한 거
날짜가 언제지?

 

연극 '나의 별'?
토요일이야

 

원래 출장은 일요일인데

 

하루 먼저 시즈오카
가자는 얘기가 있어

 

그래, 괜찮아

 

난 괜찮아

 

정 그러면 난 안 된다고 할게

 

왜 그래? 난 괜찮다니까

 

괜찮지 않잖아

 

티켓도 샀을 거 아냐

 

일 때문인데 뭐

 

사실 나도

 

나도 그런 거 싫어

 

일 때문이라 말하는 거
당연히 싫다고

 

알고 있어

 

단지 너랑 생활 습관이
안 맞는 것뿐이야

 

뭐?

 

아니, 그러니까...

 

지금 중요한 시기잖아

 

- 알아
- '또야?'싶은 얼굴인데

 

'또야?'라고 생각하지
또 그러는 거니까

 

내 말은...

 

그래서 가겠다고 했잖아

 

정 그러면이라 했잖아
그런 식이면 싫어

 

뭐?

 

요즘 그런 말투가 많아

 

성가신 듯한 표정 짓지 마

 

정 그러면
성가신 듯한 표정 안 지을게

 

왜 그런 식으로 말해?

 

또 말투 갖고 화내네

 

사사로운 일로 싸우기 싫어

 

이 연극 전에도 본 거 아냐?

 

아닌가

 

다시 상연하면 좋겠다고
얘기했던 건가

 

미안

 

이 소설 좋아
출장 갈 때 가져가

 

고마워

 

"가지의 반짝임"

 

여보세요
네, 말씀하세요

 

토요일에요?
네, 가겠습니다

 

잠시만요

 

5년만 잘 버텨

 

5년 지나면 일이 편해져

 

"가지의 반짝임
타키구치 유쇼"

 

"나의 별"

 

- 앙케이트 썼어요
- 감사합니다

 

최고라니까!

 

'사와야카' 함박을 위해
시즈오카로 이사 올까 싶어

 

진짜 최고네요

 

고마워

 

응, 수고가 많아

 

미안해

 

'젤다의 전설'?

 

맞아, 절벽을 오르기만
해도 재미있어

 

물의 신수 '바 루타'하고
싸우고 있어

 

잠시라도 해 볼래?

 

지금은 안 할래

 

그렇겠지, 미안해

 

소리 크게 해도 돼

 

나 꼭 지금 안 해도 돼

 

괜찮아, 편히 해

 

너도 종일 일하고 쉬는 거니까

 

크리스마스인데 쇼핑하자

 

뭐? 영화 보고 싶다고
말했잖아

 

한번 붙어 볼래?

 

몸집은 내가 크거든

 

그게 뭐?

 

"문학 무크지
먹는 게 느려"

 

"인생의 승산"

 

영화 재미있었어

 

동기 중 하나가 결혼한대

 

그런 거 생각도 해?

 

언제쯤 하면 좋겠다
라던가

 

그런 생각 안 해?

 

생각해 본 적
없는 것 같기도 해

 

생각해 봐도 괜찮을 것 같은데

 

보고 싶은 영화가 더 있다거나

 

또 나한테 원하는 일 있어?

 

베란다 전구

 

불이 안 켜져

 

요전에 말했지?

 

- 미안해
- 괜찮아

 

고쳐 둘게

 

잘 자

 

잘 자

 

이해할 수 없었다

 

3개월 동안 섹스를
하지 않은 연인에게

 

결혼 이야기를 꺼내는 건
무슨 마음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언제까지 학생 같은
기분으로 살 건지

 

평생 함께 있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는 걸까?

 

"기묘한 이야기 2"

 

방법을 업그레이드 안 하면
기분이 안 나지

 

업그레이드?

 

도구를 쓴다거나

 

말도 안 돼

 

3년째 사귀는 거잖아?

 

뭐야?

 

3년 된 커플은 모두
도구를 쓰면서 한다고?

 

카지 씨

 

- 반가워요
- 안녕하세요

 

"폐점 안내
베이커리 키무라야"

 

우리 트럭 운전사가
차를 바다에 버렸다는데요

 

어찌 된 일이래요?

 

아직 몰라요

 

운전사 이름 알아요?

 

이이다라는데 혹시 알아?

 

분실 화물을 같이
찾은 적 있어요

 

저하고 동갑이던데

 

사고 대책팀은
네가 맡게 될 거야

 

코무라, 좀 와 봐

 

저요?

 

"키무라야 빵집
폐점한 거 있지"

 

"역 앞 빵집에서 사면 되잖아"

 

"카지 씨: 어제 한 이야기
생각 좀 해 봤어?"

 

분위기 안 좋아요
벌써 기사 떴어요

 

배송 중 트럭을
바다에 버린 운전사는

 

니이가타에서 체포됐다

 

봐요

 

나와 동갑에다가 고향도 같았다

 

취조 때 그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누구든 할 수 있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았다

 

'노동자라 불리고
싶지 않다' 라고

 

솔직히 좀 부럽네요

 

죄다 내던지고 도망치고
싶을 때 있잖아요

 

난 부럽지 않아

 

산다는 건 책임이야

 

우어, 힘들겠네요

 

'우어, 힘들겠네요'라니?

 

미안해요, 수고하세요

 

내 인생의 목표는

 

'키누와의 현상 유지'입니다

 

또 일해야 해? 한잔할까?

 

'골든 카무이'가
13권까지 나왔어?

 

점점 더 재미있어져

 

좀만 기다려

 

이게 뭐야?

 

다른 일을 해 볼까 싶어

 

뭐?

 

이벤트 기획사인데

 

지인한테 영화 이야기를 했더니
같이 일하자고 해서

 

계약직이라 수입은 줄지만

 

벌써 퇴근길에 들러서
일 배우고 있어

 

사무직이 낫지 않나?
지인은 누군데?

 

관둔다고 이미 얘기 다 했어

 

지인은 이벤트 회사 사장이야

 

아니, 잠깐만

 

난 온통 모르는 이야기잖아

 

미안

 

이해가 안 돼

 

애써 자격증 따서 취직했는데
그리 쉽게 관둬?

 

그건 맞는데

 

해 보니까 역시
나한테 안 맞더라고

 

맞고 안 맞고의 문제가 아니지

 

왜 하필 이벤트 회사야?
그쪽은 맞아?

 

좋아하는 취미를 살릴 수 있잖아

 

좋아하는 거?

 

만화 원작으로
방 탈출 카페 기획도 하고

 

음악 개발 기획도 해

 

노는 거네

 

그렇긴 하지만

 

회사 모토 자체가 그래

 

'놀이를 일로
일을 놀이로'

 

모양 빠지게

 

나도 모양 빠진다고 생각은 해

 

날마다 테킬라나 마시고

 

일은 놀이가 아니야

 

그런 애매한 곳 들어갔다가

 

잘 안되면 어쩌려고?

 

그거야 그때 가서...

 

맞는 말이야

 

너는 업무에 책임감을 갖고
힘든 상황에서도 잘하고 있는데

 

힘들다고 생각 안 해
일이니까

 

거래처 분이 뒈지라며
욕하고 침을 뱉을 때

 

내가 이러려고
태어났나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힘들지 않아
업무니까

 

그 거래처 사람
정상이 아니네

 

- 높은 사람이야
- 말도 안 돼

 

아무리 높은 사람이라 해도

 

'이마무라 나츠코'의
'소풍'을 읽어도

 

아무것도 못 느낄 거야

 

그런 인간이 너에게
상처를 준다는 건...

 

어쩌면 나도

 

이젠 아무것도 못 느낄 수 있어

 

'골든 카무이'도
7권에서 멈췄고

 

'보석의 나라' 이야기는
기억도 안 나고

 

아직도 그런 걸 읽는
네가 부럽기만 해

 

읽으면 되잖아

 

숨 좀 돌리면서 살아

 

그게 안 돼
머리에 안 들어와!

 

'퍼즐앤드래곤' 외엔
하고 싶지 않아

 

어쨌거나

 

직장 일도 생활을
하기 위한 거잖아

 

전혀 힘들지 않아

 

취미를 살리니 뭐니 하는 건

 

내 입장에선 인생을
얕보는 걸로 들려

 

좋아서 함께 지내는데
왜 그리 돈만 중시해?

 

오래 함께 있고 싶으니까
하기 싫은 일도 하면서...

 

난 하기 싫은 일을 하며
살긴 싫어

 

즐겁게 살고 싶어

 

그럼 결혼하자!

 

결혼하자고!
내가 열심히 돈 벌게

 

넌 돈 벌지 말고 집에 있어
집안일 안 해도 돼

 

매일 좋아하는 일만 해!

 

그거 프러포즈야?

 

지금 프러포즈 한 거야?

 

생각했던 거랑 완전 다르네

 

없던 걸로 해

 

나도 미안해

 

차를 너무 오래 우렸네

 

이 정도가 딱 좋아

 

요즘은 뭐 보며 지내?

 

'마스터 오브 제로'라는
드라마 봐

 

11번 티켓 가지신 분!

 

즐거운 시간 되세요

 

왔네

 

오픈 축하해

 

고마워

 

- 멋진데, 잘 어울려
- 정말?

 

- 굉장히 즐거워
- 그래?

 

카지 씨가 너 안 꼬셨어?

 

무슨 말이야

 

주위에 예쁜 애들이 널렸는데

 

그러네

 

'인스타'의 '좋아요'가
만 개야

 

만 개?

 

- 굉장한데
- 그러니까

 

- 한 명당?
- 맞아

 

- 완전 쩐다
- 그러게

 

- 일어났네!
- 드디어!

 

어찌 된 거죠?
어쩌다 제가?

 

이 자리 와서 딱 한 잔에
바로 취해서는

 

사장님 붙들고

 

'저 어때요
저 어때요?' 하다가

 

사장님 무릎 베고 잠들었어

 

쟤네 왔어

 

오늘 고생했어

 

다들 수고했어요

 

정말 고마웠어

 

괜찮아?

 

라멘이라도 먹으러 갈까?

 

가자

 

"카지 씨: 그럼
내일 또 봐"

 

"네, 그럼 내일"

 

"장례식"

 

카이토 선배가 죽었다

 

술을 마시고
욕조에서 자다가 죽었다

 

선배는 술을 마시면 항상
바다에 가자고 말했다

 

장례식장을 나와서

 

선배가 좋아한 초생강튀김 국수를
먹고 집에 갔다

 

밤새워 선배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먼저 잘게

 

키누는 바로 자러 갔다

 

혼자서 게임을 하고

 

나가서 산책을 하고

 

조금 울었더니 졸려서 잤다

 

다음 날 아침

 

나나 씨한테 문자 왔는데...

 

키누가 뭔가 말을 하려 했지만

 

다녀올게

 

왠지 이젠 다 상관없게 느껴졌다

 

그의 선배가 죽었다

 

나쁜 사람은 아니었지만

 

술을 마시면 여자에게
작업을 거는 버릇이 있었다

 

여자 친구에게
폭력을 쓴 적도 있었다

 

죽게 된 건 물론 슬펐지만

 

무기와 똑같이
슬퍼할 수는 없었다

 

그런 나 자신이 싫었다

 

나나 씨한테 문자 왔는데

 

다음 날 아침
터놓고 이야기하려 했지만

 

다녀올게

 

이미 늦었다

 

왠지 이제는
다 상관없게 느껴졌다

 

두 번 다시는 흔해 빠진 말들로

 

정리해 버리지 마
나의 마음을

 

이젠 분위기만 살피며
지낼 순 없어, 아웃사이더

 

당장 변해야 해!

 

나는 위험한 사랑의 말들로

 

흔들기 시작하지
너의 마음을

 

너에게 닿고 싶어
보기만 하는 건 아웃사이더

 

지금 시작하는 거야

 

안녕

 

안녕하세요

 

마이크 소리 조금 낮춰주세요

 

결과적으로는 헤어졌지만

 

결혼하는 미래를
선택할 수도 있었겠지

 

싫다고 생각되는 면에
익숙해지기도 하고

 

싫다고 느끼는 스스로의
감정에도 익숙해져

 

하지만

 

일단 이별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하면

 

부스럼처럼 막 떼어내고 싶어져

 

연애는 살아 있는 거라서

 

유통기한이 있어

 

그 기한을 지나면

 

무승부를 바라며 그저 공을
패스만 하는 상태가 돼

 

그런 말 알지?

 

'혼자 있는 외로움보다'

 

'둘일 때의 외로움이
훨씬 외롭다'라고

 

무기와 키누는
헤어지지 않기를 바라지만

 

젊을 때 하는 연애랑
결혼은 다르잖아

 

헤어지고 다른 남자
만나는 게 낫지 않아?

 

일 끝났구나

 

고마워

 

결혼반지를 교환합니다

 

먼저 신랑이 신부에게

 

사랑의 증거로서

 

웨딩 키스를 하십시오

 

키누하고 헤어질까 해

 

무기랑 헤어질까 싶어

 

이젠 대화도 거의 안 해

 

싸우지도 않는다니까

 

감정이 끓지 않아

 

그런데

 

어떻게 헤어지면
좋을지를 모르겠어

 

그만 만나자라는 건
연애 초기 이야기고

 

벌써 5년째거든

 

핸드폰 통신사 해약도

 

어떻게 해약할 수 있는지
알기 힘들게 돼 있잖아

 

못 하게 말리잖아

 

'끝내지 마세요'

 

'지금 해약하면 손해예요'
라고 하지

 

오늘 이 결혼식이 끝나면...

 

- 헤어질 거야
- 헤어질 거야

 

그런데 말야

 

그런데 말야...

 

마지막이니까 더욱...

 

마지막 정도는

 

- 웃는 얼굴로
- 웃으면서

 

'잘 지내'라고 말할 생각이야

 

'행복하게 살아'라고
말하고 싶어

 

- 축하해!
- 축하해!

 

- 결혼 축하해!
- 행복해라!

 

2차 갈 사람은 여기로!

 

관람차 타 봤어?

 

뭐야? 너 안 타 봤어?

 

안 타 봤어

 

4년을 함께 지내도
모르는 게 있네

 

탈래?

 

그럴까?

 

답례품 고를 수가 있구나
'오우미 소고기'도 있네

 

여기선 밖을
봐야 하는 거 아냐?

 

야경 좋아해?

 

그저 그래

 

난 '우와 멋져!'하는
편은 아니라서

 

미라를 보고 감탄하는 사람이겠지

 

너도 그때 굉장히
흥미롭게 봤잖아

 

아니, 그때는 정말...

 

첫 데이트였으니까

 

솔직히 좀 무서웠어

 

나도 '극장판 가스탱크'는
굉장히 졸렸어

 

졸린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잤지

 

- 맞아, 완전 푹 잤지
- 그러니까

 

스테이, 지금은 너무 깊어

 

말을 얼버무린지 너무 오래됐어

 

너무 보고 싶고
보고 싶어서

 

더는 참을 수 없어
너는 어때?

 

어떻게든 미래를 바꾸고 싶어

 

잡을 수 없는 우리의 손
너무나 애가 타

 

포기하지 않고
너와의 거리를 좁히려고

 

노력을 해 보지만 닿지 않네

 

- 후 아 유?
- 너는 누구이며

 

- 무슨 말이니?
- 누가 좀 알려줘

 

이제 집에 갈까

 

그래야지

 

가기 전에

 

가기 전에 잠시...

 

거기 들를까?

 

그래

 

이쪽으로 오세요

 

그러면...

 

핸드폰 봐도 돼

 

너 진짜 환하게 웃고 있네

 

즐거웠으니까

 

너도 웃고 있잖아

 

몇 년 전이야?

 

3년 전인가?

 

3년이나 흘렀구나

 

이게 언제야

 

젊었구나

 

참 즐거웠어

 

즐거웠지

 

있잖아, 우리...

 

이야기 좀 해

 

그러자

 

사실 오늘이 아니어도...

 

오늘이 좋아

 

- 지금?
- 지금이 좋을 것 같아

 

오늘 즐거웠기도 하고

 

4년을 채웠네

 

4년 동안 즐거웠어

 

그리고...

 

그게 말야

 

오늘까지

 

긴 날들이었어

 

많은 일들이 있었지

 

있었는데...

 

나는, 나는 말이야

 

적어도

 

오늘까지의 일들을...

 

참, 사진 한 장 더
온 게 있었어

 

무기

 

고마웠어

 

그저...

 

그 한마디가 다야

 

좋았던 일들만 추억으로 남기고

 

소중하게 간직할게

 

너도 그렇게 해줘

 

알았지?

 

일단 나는 그 집에서 나갈 거야

 

내 월급으론 월세를 못 내거든

 

그 뒤에 어떻게 할지는
네 뜻대로 해

 

바론은 내가 맡고 싶지만

 

너도 원할 것 같으니까

 

천천히 상의하자

 

바론도 생각이 있을 수 있으니까

 

또 뭐가 있지?

 

가구나 관리비 같은 거

 

그렇지

 

어쨌거나

 

4년...

 

정말 고마웠어

 

키누

 

나는 헤어지고 싶지 않아

 

안 헤어져도 될 것 같아

 

결혼하자

 

결혼하고

 

이대로 계속 같이 생활해 나가자

 

괜찮을 거야

 

오늘 즐거웠기 때문에
지금 그런 생각이 드는 거야

 

원래대로 돌아갈 거야

 

돌아가도 돼

 

결혼한 모든 부부들이
다 그렇잖아

 

연애 감정이 없어져도

 

결혼해서 계속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잖아

 

감정이 변한 뒤에도

 

미운 점 모른 척하며
같이 사는 사람들이 있어

 

나도 너도...

 

기대를 더 낮추라고?

 

기대 낮추고

 

'사는 건 이런 거야'
생각하며 살아?

 

넌 그래도 되니?

 

나는 돼

 

영원히 변치 않고
좋아할 수는 없어

 

그런 걸 바라면
행복해질 수 없어

 

우리가 많이 싸운 것도

 

연애 감정이 방해했기 때문이야

 

지금 가족이 되면
우린 잘해 나갈 수 있어

 

아이도 낳고
아빠, 엄마가 되고

 

난 상상할 수 있어

 

서너 명 가족이 손잡고
타마강을 걷는 거야

 

유모차 밀며
'타카시마야' 쇼핑도 가

 

미니밴 사서 캠핑도 가고
'디즈니랜드'도 가고

 

함께 시간 보내며
오래도록 함께 사는 거야

 

'저 두 사람 위기도 있었지만'

 

'이젠 사이좋은 부부가 됐구나'

 

'서로 공기 같은 존재가 됐네'
라는 말도 듣는 거야

 

그런 두 사람이 되자

 

결혼하자

 

행복해지자

 

맞는 말일 수도 있어

 

그렇지

 

결혼을 한다면

 

가족이 된다면...

 

맞아

 

이쪽으로 오세요

 

드링크바

 

- 2인요
- 알겠습니다

 

어느 쪽에 앉을래요?

 

미즈노 씨는 어느 쪽이 좋아요?

 

그럼...

 

하다 씨가 그쪽에 앉을래요?

 

네, 미즈노 씨는
그쪽에 앉으세요

 

좋아요

 

깜짝 놀랐어요

 

저도요
거기서 만날 줄 몰랐으니까

 

'히츠지분가쿠' 공연 보러
자주 가세요?

 

- 두 번째였어요
- 그렇구나

 

또 누구 좋아해요?

 

하세가와 하쿠시나

 

최근엔 사키야마 소시도 좋아요

 

사키야마 소시 공연은
'베이캠프'에서 봤어요

 

- 갔었어요?
- 무지 좋았어요

 

티켓은 있었는데
독감으로 못 갔어요

 

'베이캠프'에서
만났을 수도 있었겠네요

 

그러게요

 

그래도 오늘 만났으니
다행이에요

 

지난번에 '라인' 아이디를
못 물어봐서

 

저도 후회했어요

 

지난번엔 오늘처럼
즐겁지는 않았잖아요?

 

꽤 어색한 분위기였죠

 

어색했죠

 

그날 본 뒤로

 

하다 씨 어떻게 지내나 싶고
생각이 종종 났어요

 

내내 생각이 나더라고요

 

나도...

 

미즈노 씨 뭐 하고 지내는지
많이 궁금했어요

 

사실 계속 생각났어요

 

그런데 오늘 만났네요

 

만났죠

 

지금 무슨 책 읽고 있어요?

 

하치야 씨는?

 

하나, 둘, 셋!

 

이거 읽어 보고 싶었는데

 

저도 그래요

 

음료 가지러 갈까요?

 

읽고 있는 거 뭐예요?

 

하다 씨는?

 

- 여기요
- 보세요

 

그렇게 해서

 

우리들은 헤어졌다

 

난 말이야

 

우울할 때 늘 떠올리는 게 있어

 

뭔데?

 

2014년 월드컵 축구 경기

 

브라질이 독일에 7골 먹고
졌던 거 알아?

 

알지

 

난 '그때의 브라질보다는 낫다'
라는 생각을 해

 

진 뒤에 브라질 주장
줄리우 세자르가 한 얘긴 알아?

 

몰라

 

역사적 참패 후 줄리우 세자르는
이렇게 말했어

 

'지금까지 우리의 길은
아름다웠다'

 

'조금 아쉬웠다'

 

라고 했어

 

그런데

 

이사 갈 집이 금방
구해지지 않고

 

그녀가 집을 나갈 때까지
3개월을 함께 살았다

 

며칠 동안은 밥도 같이 먹고
때론 영화도 같이 봤다

 

이제 와서 고백하는데

 

실은 나 나중에

 

'사와야카'의
함박 스테이크 먹었어

 

응, 나도 먹었어

 

뭐?

 

버블티 마시고 있지만
이미 헤어진 두 사람이다

 

솔직히 말해서

 

한 번 정도 바람피운 적 있지?

 

바람?

 

- 넌 그런 적 있어?
- 한 번도 없어?

 

생각도 안 해 봤어

 

뭐지?

 

처음엔 묵, 묵찌빠!

 

왜 빠를 내?

 

어른이니까

 

바론!

 

고양이는 내가 맡게 됐다

 

누나가 더 좋았지, 그지?

 

하나, 둘, 셋!

 

꽤 춥네

 

- 고마워
- 응

 

기다렸지?

 

- 쇼핑할 거 있댔지?
- 구두 새로 사려고

 

그래, 둘러보자

 

- 이쪽인가?
- 어떤 걸로 살까?

 

이쪽이네

 

어떤 구두가 좋을까?

 

- 내가 골라줄게
- 정말?

 

가죽이 좋은 걸로 사고 싶어

 

오늘 전 남친과 딱 마주쳤다

 

그 이어폰은 아마
내가 선물했던 거겠지

 

같이 '스마프'의
'소중함'을 들었는데

 

'스마프'가 해산하지 않았다면
우리도 헤어지지 않았을까?

 

이런 바보 같은 생각을 했다

 

오늘 전 여친과 딱 마주쳤다

 

'키노코 테이코쿠'가
활동을 중단한 거

 

'근사한 밤의 전파'
방송이 끝난 것

 

이마무라 나츠코가
'아쿠타가와상' 수상한 건

 

어떻게 생각했을까?

 

타마강 범람 뉴스를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의 집에 처음 갔을 때

 

내 머리를 말려줬지

 

비가 내리고 있었지

 

주먹밥구이 맛있었어

 

빵집을 했던 노부부는

 

지금쯤 어찌 지내실까?

 

화장실 휴지를 사러 다니실까?

 

둘이 종종 갔던 빵집이 생각나서

 

야키소바 빵을 그리워하며
검색을 하다 보니

 

6년 만에
두 번째 기적을 목격했다

 

바론!

 

좀 봐

 

이거!

 

엄청난데!

 

스다 마사키

 

아리무라 카스미

 

"미라전"

 

"버튼식 신호등"

 

"야키소바 빵 카레빵"

 

각 본 : 사카모토 유지

 

감 독 : 도이 노부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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