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Name.Is.Loh.Kiwan.2024.KOREAN.1080p.NF.WEBRip.x265.HEVC-kkolev33 <-- Open play menu, choose Captions and Subtitles, On if available --> <-- Open tools menu, Security, Show local captions when present -->

[터덜터덜 다가오는 발소리]

 

[애잔한 음악]

 

[푸 내쉬는 숨소리]

 

[떨리는 숨을 내쉰다]

 

[떨리는 숨소리가 계속된다]

 

[계속되는 쓱쓱 걸레질 소리]

 

[남자1] 내리문 모여 있지 말고
떨어져서 걸으시오

 

가다 보문 심사대가 나오는데
사진이랑 손도장을 찍소

 

긴장하지 말고
시키는 대로만 하기요

 

[남자2] 뭐라 캐물으믄
어찌합니까?

 

'아이 돈 스픽 잉글리시'
하문 얼추 넘어가오

 

[승무원이 중국어로] 착륙합니다
자리에 앉아 주세요

 

[남자1] 예예

 

[한국어] 1층 3번 게이트 앞
벤소간 앞에서 보기요

 

[남자3이 한숨 쉬며] '아이 돈…'

 

[남자4] 이거 외운다고 되겠니?

 

[중얼거리며]
'아이 돈 스픽 잉글리쉬'

 

[남자5] 아이 걸리겠으문
잘 외워두는 게 좋을 게다

 

- [남자4] 걸리면 어떡하니?
- [남자5] 야

 

[불어 기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도착지: 브뤼셀"

 

[시끌시끌한 소리]

 

'아이 돈…'

 

[여권 내미는 소리]

 

[여권 집어 드는 소리]

 

[달칵 잠금장치 푸는 소리]

 

[달그락 집는 소리]

 

[중국어로 이름 부르는 소리]

 

[계속 호명하는 소리]

 

[남자] 저, 요기를 갈라믄
어캅니까?

 

40딸라, 선불

 

[바스락 종이 소리]

 

내려 주믄 주갔소

 

[스산한 음악]

 

[멀리 자동차 경적]

 

[부스럭 지갑 만지는 소리]

 

[남자] 여기 있슴다

 

[브로커의 콧바람 소리]

 

내, 사연 모르지마는

 

이딴 돈 받았다가는 부정 탄댔소

 

[부스럭 지폐 넣는 소리]

 

[브로커의 힘주는 숨소리]

 

[툭툭 차 문 두드리는 소리]

 

중국으로 돌아가고 싶으문

 

연락 주오

 

[영어] 출발해

 

[멀리 불어 말소리]

 

[계속되는 불어 말소리]

 

[시끌시끌한 소리]

 

[멀리 아기 울음소리]

 

[직원1] 이동하세요

 

[계속되는 아기 울음소리]

 

이 서류 작성해 주세요

 

"난민 지위 신청서"

 

다음 분!

 

신분증 사본 첨부하셔야 합니다

 

신분증이요

 

여권이요

 

여권 사본이나 다른 신분증
첨부하셔야 합니다

 

그러니까, 음…

 

통역 도움 받으세요

 

[직원2의 알려주는 입소리]

 

네, 맞아요

 

[서툰 억양의 한국어로]
로기완 씨?

 

안녕하세요
통역하는 김경실입니다

 

[기완] 아…

 

어, 원래는 두 달 정도
더 기다려야 되는데

 

완전 '러키'예요

 

가시죠

 

[심사관이 불어로] 안녕하세요

 

[경실] 안녕하세요, 잘 지내시죠?

 

[심사관의 불어로 질문하는 소리]

 

[한국어] 우선 신상 정보
기재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름, 생년월일, 출신국
말씀해 주세요

 

로기완입니다

 

[경실이 불어로 통역한다]

 

일천구백구십 년 십이 월 일 일

 

조선 민주주의 인민 공화국

 

자강도 우시군
하상 협동농장 관리 위원회

 

제7 작업반에서 태어났슴다

 

려권은

 

외삼촌이 아는 브로커를 통해
마련했슴다

 

[경실이 불어로 통역한다]

 

[불어로 질문하는 소리]

 

[경실] 로기완 씨는 2019년에 탈북

 

어, 연길에서 경제 활동
없던 걸로 보이는데

 

어떻게 위조 여권, 비행기 티켓

 

그 비용 마련할 수 있었습니까?

 

기건

 

오마니가…

 

[경실이 불어로 통역한다]

 

[심사관의 불어로 질문하는 소리]

 

[경실] 어머니가
돈을 주신 겁니까?

 

[세찬 바람 소리]

 

[후루룩 소리]

 

[후루룩 국물 마시는 소리]

 

[연신 먹는 소리]

 

엄마 안 먹어?

 

난 됐어

 

귀빠진 날은 뭐든 한 그릇
혼자 다 먹어야 돼

 

기렇게 해야 어디 가서 굶디 않고

 

제 밥통 챙기며 살 수 있어

 

[후 부는 소리]

 

야야, 생일 국시는
그 면발이 명줄이라 길디 않네

 

뜨겁다고 끊디 말고
단숨에 다 넘기라

 

아, 알았어

 

[후루룩 소리]

 

- [기완이 컥 뱉고 콜록댄다]
- [피식한다]

 

[기완의 콜록콜록 소리]

 

[기완의 숨 고르는 소리]

 

아, 엄마

 

오늘두 나가?

 

추운 날 죄 짝태집에
모여들지 않네?

 

가욋돈이 더 쏠쏠하다 이 말이다

 

근데 이, 시퍼렇게 젊어 가지고
사지 멀쩡한 거이

 

[쯧 입소리]

 

엄마만 고생시켜서 어카간?

 

야야, 세상 엄마
다 붙들고 물어보라

 

자식새끼 사지 멀쩡한 것보다
더 큰 복이 어데 있네?

 

이 땅 뜰 때까지
난 기거문 돼, 일없어

 

[어렴풋한 바깥 소음]

 

걱정 말라

 

[다가오는 발소리]

 

[옅은 숨소리]

 

내래 그…

 

사장 놈 정진이 팰 적에
모른 척했으믄

 

숨어서
엄마 이 고생 안 시키는 건데

 

면목 없시요

 

또 그 소리다

 

니가 그 아이 살린 거야야

 

복 디었다 생각하고
독한 말 담지 말라

 

알았어

 

거, 늦디 말고, 응?

 

그거이 내 마음 같으믄
얼마나 좋간?

 

[문 열리는 소리]

 

[기완의 한숨]

 

로기완 동지

 

생일 축하합메다

 

[애잔한 음악]

 

[번잡한 거리 소음]

 

[남자1이 중국어로] 저기요!

 

[기완 모] 네!

 

- 뭐 드릴까요?
- [출입문 종소리]

 

- [남자1의 주문하는 소리]
- 네

 

[남자2가 한국어로]
아이, 눈이 썩어지게 오오

 

- [남자3] 여, 형니매!
- 어, 왔니?

 

아휴

 

[후 숨을 내쉰다]

 

[지글거리는 소리]

 

- [삐그덕 문 열리는 소리]
- [출입문 종소리]

 

- [경실] 로기완 씨?
- [음악이 뚝 끊긴다]

 

- [똑똑 책상 두드리는 소리]
- 마지막 질문입니다

 

[심사관의 불어로 질문하는 소리]

 

[경실] 당신은 난민 정착금을
지원받기 위해

 

탈북민 가장한 조선족 아닙니까?

 

아이…

 

아닙니다

 

[경실이 불어로 통역한다]

 

2차 인터뷰가 있을 거예요

 

어, 일단은 제일 빠른 날짜가

 

2월 5일 오후 3시

 

괜찮겠어요?

 

아이, 저…

 

2월이라면 내년 2월 말입니까?

 

[경실의 긍정하는 소리]

 

아이, 기카믄 저 그때까지
어카구 지내야 됩니까?

 

잘 버티셔야죠

 

[멀어지는 발소리]

 

[차분한 음악]

 

[추워하는 숨소리]

 

[사람들의 어렴풋한 영어 말소리]

 

[기완의 콜록대는 소리]

 

[계속되는 기침 소리]

 

"브뤼셀 호스텔, 20유로"

 

[삐그덕 문 열리는 소리]

 

[남자들의 불어 말소리]

 

[잘그락 소리]

 

[끼익 소리]

 

[멀리 퉁탕거리는 소리]

 

[부스럭 지폐 정리하는 소리]

 

[부스럭 만지는 소리]

 

[툭툭 정리하는 소리]

 

[멀리 퉁탕거리는 소리]

 

- [변기 물 내려가는 소리]
- [칸막이 문 열리는 소리]

 

- [칸막이 문 닫히는 소리]
- [다가오는 발소리]

 

[문 여닫히는 소리]

 

- [여자의 끈적한 숨소리]
- [남자의 헝가리어 말소리]

 

[여자의 옅은 웃음]

 

[계속되는 남녀의 끈적한 대화]

 

[여자의 웃음소리]

 

[헝가리어] 헤이, 예쁜이
같이 놀까?

 

- [남자] 뭐야?
- [여자의 웃음]

 

- 꺼져!
- [기완의 당황한 소리]

 

- [남자의 깔깔 웃음]
- [여자의 헝가리어 말소리]

 

[기완의 거친 숨소리]

 

[한국어] 저… 저, 보라, 이거…

 

[남자가 헝가리어로]
아, 새끼야, 꺼지라고!

 

- [남자, 여자의 깔깔 웃음]
- [기완의 거친 숨소리]

 

[남자의 헝가리어 말소리]

 

[질질 끄는 슬리퍼 소리]

 

[여자] 좋은 구경 놓쳤네

 

[멀어지는 슬리퍼 소리]

 

[남자의 드르렁 코 고는 소리]

 

[기완의 낮게 씩씩대는 숨소리]

 

[계속되는 남자의 코 고는 소리]

 

[계속되는 남자의 코 고는 소리]

 

[윙윙 바람 소리]

 

[달칵 문 열리는 소리]

 

- [딸그락 동전 소리]
- [삑 소리]

 

[칸막이 문 여닫히는 소리]

 

[추워하는 숨소리]

 

[계속되는 윙윙 바람 소리]

 

[연신 추워하는 숨소리]

 

- [코 훌쩍이는 소리]
- [사라락 비닐 소리]

 

[크게 윙윙대는 바람 소리]

 

[잔잔한 음악]

 

[계속 윙윙대는 바람 소리]

 

[크게 윙윙대는 바람 소리]

 

[지나가는 자동차 엔진음]

 

[컥컥거리는 소리]

 

[웩 토하는 소리]

 

[연신 컥컥대며 토하는 소리]

 

[솨 물 내려가는 소리]

 

[헉헉대는 숨소리]

 

[숨을 길게 몰아쉰다]

 

[코 훌쩍이는 소리]

 

[몰아쉬는 숨소리]

 

[지나가는 자동차 엔진음]

 

[딸그락 병 부딪는 소리]

 

[땡 현금함 열리는 소리]

 

[잘그락 동전 꺼내는 소리]

 

[코 훌쩍이는 소리]

 

[솨 수돗물 소리]

 

[코 훌쩍이는 소리]

 

[가쁜 숨소리]

 

[땡 현금함 열리는 소리]

 

[잘그락 동전 꺼내는 소리]

 

"화장실 사용 불가"

 

[코 훌쩍이는 소리]

 

[터덜터덜 걷는 발소리]

 

[추워하는 숨소리]

 

[세찬 바람 소리]

 

[추위에 떠는 입소리]

 

[불안한 음악]

 

[연신 추워하는 숨소리]

 

[소년1이 불어로]
뭐야, 이 쓰레기는?

 

[소년2] 어제 역 앞에서
오줌 싸던 놈 맞지?

 

[소년3] 아냐, 걔는 키 완전 작아
너보다 작을걸?

 

- [소년2] 닥쳐
- [소년1, 소년3의 낄낄 웃음]

 

[소년1] 꺼져, 이 거지새끼야
우리 불이라고

 

[소년3] 쫄지 마, 새끼야

 

[소년2] 씨발, 안 때린다고
가방 챙겨, 빨리 가방 챙기라고

 

- [탁 가방 차는 소리]
- [소년1] 빨리 네 쓰레기 챙겨

 

그걸 믿냐?

 

[소년들의 욕하는 소리]

 

[소년들의 계속 욕하는 소리]

 

- [소년1] 배고픈데
- [소년3] 맥주나 사러 갈까?

 

[소년1] 좋지

 

[소년1, 소년2의 불어 대화 소리]

 

[소년3] 야, 빨리 와!

 

[첨벙 물소리]

 

[힘주는 소리]

 

[연신 힘주는 소리]

 

[추위에 벌벌 떠는 숨소리]

 

[기완의 연신 추워하는 숨소리]

 

[힘들어하는 숨소리]

 

[연신 힘들어하는 숨소리]

 

[쿨럭 기침 소리]

 

[후 몰아쉬는 숨소리]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

 

[남자1이 중국어로]
다시 한번 묻습니다

 

[서늘한 음악]

 

이 자가 당신 아들 맞습니까?

 

저는…

 

저는 이런 아들 없습니다

 

[남자2] 에이, 이 경사님

 

이 아줌마 최 사장 먼 친척입니다

 

[이 경사] 누구?

 

[남자2] 그, 기억나시죠?

 

사모님 많이 취하셨던 날
운전해서 모셔다드렸던

 

아, 최 사장 그 친구네 아들이
공부를 어찌나 잘하는지

 

이번에 북경대에
떡 합격을 했대지 뭡니까?

 

최 사장 그 친구는
영 공부 머리가 없어서

 

반에서 꼴찌를
엎치락뒤치락했는데

 

어디서 그런 아들이 나왔는지

 

[남자2의 감탄하는 소리]

 

[남자2의 허허 웃음]

 

[놀라는 숨소리]

 

[한국어] 엄마

 

[떨리는 숨소리]

 

[긴박한 음악으로 변주]

 

[이 경사가 중국어로] 어이!

 

[다급한 숨소리]

 

[와장창 병 나뒹구는 소리]

 

[공안] 거기 서!

 

[한국어] 엄마! 엄마, 이쪽!

 

[이 경사가 중국어로] 잡아!

 

[공안] 서!

 

[공안들의 다급한 말소리]

 

[한국어] 엄마, 저기!

 

[공안들의 외치는 말소리]

 

- [기완의 아파하는 소리]
- [공안의 외치는 말소리]

 

엄마, 일로!

 

[공안의 외치는 말소리]

 

엄마, 빨리!

 

[끼익 급정거 소리가 울린다]

 

[소리가 먹먹하게 잦아든다]

 

[불안한 음악이 점점 커진다]

 

- 엄마!
-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

 

엄마!

 

엄마, 엄마!

 

[기완의 당황한 소리]

 

[탁탁 치는 소리]

 

엄마, 엄마!

 

[당황한 소리]

 

[기완의 힘주는 소리]

 

- [남자2의 당황한 소리]
- [기완의 힘주는 소리]

 

- [기완] 삼, 삼촌
- [기완 삼촌] 누이

 

왜 이카니, 어? 누이

 

[기완] 엄마 정신 차리라, 엄마!

 

[기완 삼촌] 누이, 눈 뜨라, 어?

 

야! 차 빼라, 어!

 

[사람들의 연신 웅성거리는 소리]

 

[기완] 엄마 [힘주는 소리]

 

[기완 모] 기완아

 

- [차 문 치는 소리]
- [기완 삼촌의 놀란 소리]

 

[기완 삼촌의 급한 발소리]

 

- [애잔한 음악으로 변주]
- 너래 죽지 말고

 

[기완 모의 떨리는 숨소리]

 

- [기완] 엄마
- 좋은 땅에 가 살아남으라

 

[연신 떨리는 숨소리]

 

떳떳하게

 

니 이름 갖고

 

사람답게

 

사람답게 살라

 

- [기완 모의 흐느끼는 숨소리]
- [탁 붙잡는 소리]

 

일없다

 

기딴 말 말고 정신 차리라
엄마, 어?

 

[기완의 떨리는 숨소리]

 

[기완 삼촌] 안 되갔어, 너 가라

 

니 오마니 내래 책임질게
어여 가라

 

[기완의 힘주는 소리]

 

저, 아주바이!

 

너 안 가면 다 죽어

 

썩 가래도!

 

[기완 모] 가라

 

 

가!

 

[공안들의 중국어로 외치는 소리]

 

- [공안들이 연신 외친다]
- [호루라기 소리]

 

[기완 삼촌] 기완아, 썩 가라

 

[작게 절규하며] 가래도!

 

[공안이 중국어로] 비키십시오

 

[기완의 당황한 숨소리]

 

[기완 삼촌이 한국어로] 얼른 가라

 

[이 경사가 중국어로] 지나갑니다!

 

[기완 삼촌이 한국어로] 얼른 가라

 

[이 경사가 중국어로] 비키세요!

 

[울먹이는 소리]

 

[달려가는 발소리]

 

[불안한 음악으로 변주]

 

[음악이 점점 커진다]

 

[음악이 뚝 끊긴다]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

 

[부스럭 지갑 뒤지는 소리]

 

[부스럭 지갑 정리하는 소리]

 

[남자가 불어로] 영어도
프랑스어도 못해요

 

통역을 연결해 주실 수 있을까요?

 

[영어] 알겠습니다

 

[달칵 수화기 내려놓는 소리]

 

[경찰이 불어로] 스하베르크 지구
2 경찰서입니다

 

이마리 씨 가석방 보증인 되시죠?

 

도난 사건 용의자로
임의동행 하셔서 연락드렸습니다

 

바꿔 드릴게요

 

이마리 씨?

 

[마리] 오지 마

 

합의금이나 보내든지

 

[한숨] 씨발…

 

[한국어로 악쓰며] 아이, 씨발
그러니까 오지 말라고 몇 번 말해!

 

[멀리 사이렌 소리]

 

- [화를 삭이는 숨소리]
- [기완] 저, 이보시오, 여성 동무

 

내 지갑

 

지갑 어켔슴까?

 

몰라

 

기억 안 나

 

[무거운 음악]

 

[의자 끌어당기는 소리]

 

저, 저기…

 

저, 잘 좀

 

기억해 보시오, 좀, 어?

 

그 돈 다 쓴 거 아니디오?

 

그티요?

 

썼어, 왜?

 

뭐, 저금이라도 했을까 봐?

 

[못마땅한 한숨]

 

[한숨]

 

그 지갑

 

우리 어머니

 

딱 하나 남긴 거다

 

[덜커덕 의자 소리]

 

니가 도적질한 그 돈

 

우리 어머니

 

죽은 몸뚱이 팔아

 

팔아서 받은 돈이다 그 말이다

 

[기완 삼촌] 모레 아침
벨지끄 가는 비행기표다

 

삼촌

 

이 돈 어서 났시오?

 

응?

 

니 오마니 시신

 

병원에 팔았어

 

오마니를 팔아요?

 

[기막힌 탄식]

 

그게 뭔 소리요, 삼촌?

 

삼촌

 

[꿀꺽 마른침 삼키는 소리]

 

기거, 니 오마니 뜻이다

 

'이게 누이 목숨값이요'
손에 쥐여 주니까

 

그제야 숨 거뒀어

 

이거이

 

[부스럭 지폐 소리]

 

니 오마니야

 

[기막힌 웃음]

 

[어이없는 한숨]

 

[부스럭 뒤적이는 소리]

 

[기완의 옅은 숨소리]

 

- [기완] 놓으라, 삼촌, 놓으라
- 기완아

 

[기완] 삼촌! 이거 놓으라!

 

- [기완 삼촌] 기완아
- 삼촌 [힘주는 소리]

 

놓으라

 

삼촌, 놓으라

 

[기완 삼촌] 에이, 진짜

 

[기완] 놓으라, 이거!

 

삼촌, 이거 놓으라

 

[기완의 신음]

 

야, 이 자식아!

 

니 오마니
죽지를 말고 살아남으라지 않던!

 

니가 사는 거이

 

기거이 니 오마니 사는 길이라

 

알아먹었니!

 

그 죽음
개죽음 만들고 싶지 않으문

 

기 땅 가 살아남으라

 

알아디덨으믄 대답하라!

 

대답하래도!

 

[울먹이며] 대답하라

 

대답하라, 대답하라, 기완아

 

대답하라!

 

[통곡하며] 기완아

 

기완아

 

[기완 삼촌이 계속 통곡한다]

 

[직직 밀며 닦는 소리]

 

[졸졸 핏물 흐르는 소리]

 

[계속 핏물 흐르는 소리]

 

[찰박거리는 소리]

 

[애잔한 음악으로 변주]

 

[찰박 소리]

 

[찰박찰박 소리]

 

엄마

 

[계속되는 찰박찰박 소리]

 

엄마, 엄마

 

엄마, 엄마

 

[기완이 계속 흐느낀다]

 

[수돗물 흐르는 소리]

 

[옅은 한숨]

 

- [수도꼭지 잠그는 소리]
- [물 내려가는 소리]

 

돌려줄게

 

근데

 

내가 훔쳐 간 거

 

- [달그락 가방 만지는 소리]
- 30달러 정도였다고 말해 주면

 

[어이없는 한숨]

 

[길게 들이마시는 숨소리]

 

너 정말 낯짝이 소가죽이구나?

 

지금 나보고 거짓말하라는 거네?

 

나 전과 있어

 

절도 500불 넘어가면
실형이라 감옥 가

 

[기완] 도둑놈 감옥 간다는데
내 거기 초 칠 일 뭐 있어?

 

[멀어지는 발소리]

 

나 감옥 가면 너 그 돈은?

 

지갑은?

 

[경찰이 불어로] 신원이랑
정확한 피해 금액

 

확인 좀
도와주실 수 있으신가 해서…

 

[영어] 네

 

[불어] 알겠습니다

 

잠시만요, 바꿔 드릴게요

 

[기완이 한국어로]
예, 전화 바꿨슴다

 

로기완이라고 함다

 

 

고거이 미국 딸라…

 

[들이켜는 숨소리]

 

30딸라 정도 됨다

 

 

[경찰이 불어로] 감사합니다

 

- [마리의 한숨]
- [기완이 한국어로] 가자

 

[기완의 가쁜 숨소리]

 

집에 가서 기다려, 내일 돌려줄게

 

[기완의 비웃음]

 

집도 없고 내일도 없다
지금 달라

 

오늘 찾으러 갈 거야
그리고 내일 너 줄 거고

 

[기완의 비웃음]

 

지나가는 개소리를 믿디
도둑놈 말을 어케 믿간?

 

- [다가오는 자동차 엔진음]
- 앞장서라

 

[차 문 열리는 소리]

 

마리, 마리야

 

저기요, 잠깐만요

 

제가 얘 아빠 되는 사람인데요

 

북에서 오셨다고

 

이거 저기, 얼마 안 되는데요

 

- [마리] 뭐 해?
- [마리 부] 가만히 있어

 

가만히 있어

 

예, 약소합니다

 

- [마리] 이 씨…
- 이마리

 

지 혼자 착한 척하는 거
여전하구나

 

잠깐 얘기 좀 하자

 

[불어] 할 말 없어

 

- [탁 치는 소리]
- [마리의 성난 소리]

 

[마리 부의 옅은 한숨]

 

[한국어] 뭐 해, 안 따라와?

 

[마리 부의 옅은 한숨]

 

[달려가는 발소리]

 

[불안한 음악]

 

[마리] 야, 여기서 잠깐 기다려

 

뭔 소리가, 지금?

 

너 같으믄 기다리간? 같이 디가자

 

아이 씨, 진짜

 

[마리의 옅은 한숨]

 

- 10분
- [기완의 당황하는 소리]

 

[멀어지는 발소리]

 

[남자1이 불어로]
제발 시간을 좀 더 주세요

 

- [날카로운 소리]
- [남자1의 놀란 소리]

 

[남자2] 씨발! 움직이지 말랬잖아

 

사과가 떨어진다고

 

아, 마리 왔어?

 

내가 이 기자님 머리통을
안 날리려면 어떡해야 하지?

 

[기자] 시간을 조금 더 주세요

 

[남자2] 내 자세가 문제인가?

 

어때?

 

[마리] 호흡을 너무 길게 가져가

 

겨눴으면 3초 안에 승부 봐

 

- [기자의 떨리는 숨소리]
- 3초?

 

[기자의 겁먹은 숨소리]

 

- [탁 쏘는 소리]
- [기자의 비명]

 

[기자의 흐느끼는 비명]

 

역시 사람은 하던 걸 해야 해

 

난 과녁을 준비하고
넌 과녁을 맞히고

 

[남자2의 길게 내쉬는 숨소리]

 

[계속되는 기자의 비명]

 

[멀리 덜컥 문 열리는 소리]

 

[멀리 덜컥 문 닫히는 소리]

 

어제 그 지갑 다시 돌려줘

 

돈이랑

 

마리, 난 네가 예상을
벗어나지 않아서 좋아

 

귀엽네

 

[술잔 집어 드는 소리]

 

- [마리] 건드리지 마
- [부하] 미친년이

 

[남자2의 옅은 한숨]

 

[남자2] 나가 있어

 

다시 올 것 같더라고

 

훔치기라도 한 건가?

 

- 그래?
- [마리가 길게 숨을 내쉰다]

 

알 거 없어

 

[마리의 깊은 심호흡]

 

내가 언제 남의 지갑 훔쳐서
돈 갚으랬어?

 

일을 해, 훨씬 쉽잖아

 

안 한다고 했잖아

 

그 결정은 내가 해

 

다음 주 수요일
네덜란드 애들 2 대 2

 

이겨, 그럼 돌려줄게

 

[지갑 내려놓는 소리]

 

[한숨]

 

[마리] 25미터로 하자 그래

 

만약 50미터로 하자고 하면
그건 거절해

 

[영어] 알았어

 

[마리의 한숨]

 

[마리가 한국어로] 아, 나와

 

[기완] 야, 내 지갑 어디 있네?

 

오늘은 텄고 다음 주에 줄게

 

너 순 꽝포디?

 

내를 또 속여 먹잖 게지, 응?

 

[마리] 아, 거짓말 아니라고

 

[긴장되는 음악으로 변주]

 

친구가 갖고 있다고

 

[씩씩대는 숨소리]

 

야!

 

[어렴풋한 불어 대화 소리]

 

[부하1이 불어로]
그래 봐야 그 녀석들

 

돈으로만 지르는 놈들이야
엉터리지

 

[부하2가 비웃으며] 너같이?

 

[부하1] 닥쳐

 

[부하2] 뭐야?

 

[부하3] 이 새끼 뭐야?

 

[한국어] 내 지갑 달라

 

내 지갑 달라!

 

- [부하3이 불어로] 꺼져!
- [기완의 신음]

 

[마리가 한국어로] 너 나와
야, 너 나와

 

[부하2가 불어로]
끼리끼리 노네, 씨발

 

- [남자의 못마땅한 탄성]
- [기완의 신음]

 

왜 이렇게 시끄러워?

 

아직 안 갔네?

 

[한국어] 아, 기래

 

니가 그 친구라는
사람이구나야, 어?

 

너 일로 오라

 

나랑 대화 좀 하자

 

놓으라, 이거, 놓으라!

 

[부하2] 꺼지라고!

 

[철퍼덕 쓰러지는 소리]

 

[기완의 괴로워하는 신음]

 

[철컥 소리]

 

[기완의 씩씩대는 숨소리]

 

[마리가 한국어로]
야, 지금 안 나가면 너 죽어

 

이런다고 해결 안 돼

 

놓으라, 이거

 

내가 약속한다고

 

네 지갑 내가 찾아와

 

[낮게 씩씩대는 숨소리]

 

[탁 뿌리치는 소리]

 

[탁탁 일어나는 발소리]

 

[기완의 숨 고르는 소리]

 

[심호흡하는 소리]

 

[쯧 입소리]

 

- [마리] 들어와
- [탁 가방 놓는 소리]

 

[멀리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

 

남의 땅에서는 성질을 죽이든가

 

아니면 내가 죽든가 둘 중 하나야

 

알아?

 

- 남 말 잘도 한다
- [달그락 소리]

 

[탁탁 놓는 소리]

 

[덜컥 창문 여는 소리]

 

넌 이 땅에 언제 온 거가?

 

어렸을 때

 

[톡 담뱃재 떠는 소리]

 

언제 돌아가신 거야?

 

엄마

 

[기완] 작년 12월 2일

 

새벽 2시 15분

 

너도 앞으로 겨울이 더 춥겠다

 

우리 엄마도 겨울에 가셨는데

 

[코 훌쩍이는 소리]

 

- 돈은 벌고 사는 거야?
- [톡 담뱃재 떠는 소리]

 

[기완] 병 줍고 쓰레기 줍고

 

죽지 않을 만큼은 먹고 산다

 

내 기래도 누구처럼
도둑질은 안 하지

 

일을 해

 

그림자도 없는 유령한테
누가 일자리 준다네?

 

[마리] 야, 내일 여기로 가

 

인력업체 사장인데 한국 사람이야

 

이윤성 씨가 보냈다 그래

 

이윤성?

 

- [오토바이 엔진음]
- 아까 경찰서 앞에서 봤잖아

 

- [기완] 아, 니 아바지 말이네?
- [밴드 바스락거리는 소리]

 

그냥 니가 보냈대지
왜 니 아바지 이름을 파네?

 

[못마땅한 숨소리]

 

내 이름 팔아 봐라, 득 볼 게 있나

 

[아작아작 과자 씹는 소리]

 

[잔잔한 음악]

 

[계속되는 과자 씹는 소리]

 

[달그락 과자 집는 소리]

 

저, 긴데 말이디

 

니 아바지 이름을 대는 자리인데

 

[감성적인 음악]

 

내 이 꼴로 가서는

 

아무래도 욕보이디 싶다

 

[솨 샤워하는 물소리]

 

[마리] 갈아입든지

 

이거 남다르다야

 

저, 이거 언제 돌려주면 되간?

 

- [마리] 너 가져
- [짤그랑 유리병 소리]

 

어차피 주인 없는 것들이야

 

저기 많은데 더 줘?

 

[부정하는 소리] 아니다

 

일없다

 

[옅은 숨소리]

 

딴 건 몰라도 너

 

니 얼굴 기케 만든 놈은
그, 다시는 만나지 말라

 

[스륵, 탁 옷 정리하는 소리]

 

그, 여자 얼굴에
함부로 손대는 거이

 

미친개 버릇이라
절대 못 고친다, 그거

 

[계속 정리하는 소리]

 

[기완] 아…

 

너 뱉은 약속 꼭 지키라

 

[탁 문 닫히는 소리]

 

"최력명"

 

[기완] 최…

 

최력명?

 

어, 오늘부터 그쪽 이름이야

 

이 북한 사람은
취업하기 영 복잡하거든

 

- [기완] 아…
- [김 사장] 공장에는

 

조선족으로 소개할 거니까
그렇게 알고

 

알겠슴다

 

저… 정말 고맙슴다

 

[김 사장이 피식 웃으며]
고맙기는

 

[여자] 내 이틀 전에 우첸카이
보냈는데 잘 받았슴까?

 

어, 일단 그거 쓰고
모자라면 말하쇼

 

- 내 좀 보탤게
- [어렴풋한 대화 소리]

 

그 돈은 내가…

 

- 어이!
- [여자] 마련할 수 있슴다

 

내 끊슴다

 

뭐 어려운 거 있으면
선주한테 물어봐

 

쟤는 진짜 조선족

 

[기완] 예

 

[김 사장] 네가 좀 잘 챙겨 줘

 

[기계 돌아가는 소리]

 

[남자의 불어 말소리]

 

[남자의 비웃음]

 

[쾅 문 닫히는 소리]

 

[불안한 음악]

 

여, 동무들, 여기 사람 있슴다

 

문 좀 열어 주시오, 여기

 

동무들, 여기 사람 있슴다!

 

동무들, 이 문 좀 열어 주시오!

 

[당황한 숨소리]

 

[계속되는 기완의 당황한 숨소리]

 

이거 누르면 안에서도 문이 열린다

 

- 초록색, 알아들었니?
- [남자들의 불어 대화 소리]

 

[계속되는 불어 대화 소리]

 

[불어] 나가!

 

[선주가 영어로] 일해!

 

일해!

 

[남자] 저 여자
나한테 뭐라고 하는 거야?

 

[남자들의 말리는 소리]

 

[한국어] 저 얼빤한 새끼들이

 

니 몇 분 만에 나오는지
내기하고 앉았다

 

햇내기를 놀려 먹자는 수작이니
신경 쓰지 말라

 

니 가서 일해라

 

 

[열차 경적]

 

[부스럭대는 소리]

 

[부스럭대는 소리]

 

[직 지퍼 닫히는 소리]

 

[계속 부스럭대는 소리]

 

[잔잔한 음악]

 

[지글거리는 소리]

 

[다가오는 발소리]

 

[선주] 저 새파란 놈들
하는 거 보니까 억이 막히지?

 

햇내기들 올 때마다

 

사람 얼려서 돈 따먹고 하는 기

 

사람질 못 하는 새끼들이다

 

어째, 훔친 고기라서 먹기 싫니?

 

당당히 일해 돈 버는 사람이 왜

 

[탁탁 고기 굽는 소리]

 

남의 고기를 훔쳐 먹슴까?

 

[기완의 코 훌쩍이는 소리]

 

- [선주] 야
- [가스버너 끄는 소리]

 

이 코딱지만 한 방이
한 달에 200유로

 

쌍발 뻐스 50유로

 

공장복 세탁비 30유로까지
받아 처먹는 놈들

 

내 이 고기라도
떼먹어야 덜 억울하지

 

[딸그락 요란한 소리]

 

- [고기 씹는 소리]
- [스륵 팬 미는 소리]

 

나그네들이야 깜출 데 없디만

 

여편네 가슴은
주물러 보지 않으니까

 

고기 도둑질 아이하는 년이
머저리지

 

[후루룩 소리]

 

[선주의 카 시원한 탄성]

 

- [선주의 힘주는 소리]
- [냉장고 문 닫히는 소리]

 

[선주의 시원하게 내쉬는 숨소리]

 

내 저것들 땜에 못 죽고 산다

 

가운데 아가 젤로 개구지갔슴다

 

사내답게
머리도 빡빡 밀어 놓은 거이

 

장군감임다

 

[선주] 계집애다

 

이, 머리 여는 수술을
오래 해서 그렇다

 

- [기완] 아…
- 아, 일없다

 

그래도 올해 마지막 수술이니까

 

명년, 후년에는 머리 곱게 따서
소학교 보낼 거다

 

저, 꼭 기케 되길 빌갔소, 동무

 

그래, 그…

 

시, 식기 전에
빠, 빨리빨리 먹어라

 

동무는 안 먹소?

 

[선주] 나는

 

요 고기라면 어금니가
쩍쩍 벌어지는 게 신물 난다야

 

[쯥쯥 소리]

 

그리고 그 동무 소리는 좀 빼라

 

도망 나온 동네가 뭐 좋다고
동무, 동무 해 대니?

 

[유리창 흔들리는 소리]

 

[멀리 남자의 시끄러운 말소리]

 

[콜록콜록 기침 소리]

 

[덜그럭 소리]

 

[연신 유리창 흔들리는 소리]

 

[연신 시끄러운 중국어 말소리]

 

[옅은 숨소리]

 

[콜록 기침 소리]

 

[잔잔한 음악]

 

[기완의 옅은 숨소리]

 

[긴장되는 음악]

 

[시끄러운 불어 대화 소리]

 

[사회자가 불어로]
신사 숙녀 여러분께서

 

이 자리에 모이신 이유!

 

오늘의 하이라이트 경기가
지금 시작되겠습니다!

 

[사람들의 환호성]

 

루스두이넨에서 온
네덜란드 국제대회 출신!

 

- 줄리아!
- [박수 소리]

 

[사람들의 환호성]

 

우리의 선수
벨기에 국가대표 출신

 

- 마리!
- [사람들의 환호성]

 

각 선수들 한차례 연습 사격 후
1세트 경기에 들어가겠습니다

 

베팅 마감까지 1분 남았습니다

 

아직 마음의 결정 못 하신 분들
서둘러 주시고요!

 

[삐 알림음]

 

[딸랑딸랑 종소리]

 

[몽환적인 음악으로 변주]

 

[딸랑딸랑 종소리]

 

[계속되는 딸랑딸랑 종소리]

 

[종소리가 날카롭게 울린다]

 

[옅은 숨소리]

 

[한숨]

 

[멀어지는 발소리]

 

[음악이 점점 잦아든다]

 

[한국어] 어, 마리야, 왜?

 

[마리] 이거 뭐야?

 

나 훈련 가기만 기다린 거야?

 

- 그거 이리 줘
- 안락사?

 

그러니까 엄마가

 

엄마가 죽은 게 아니라

 

아빠가 엄마 죽인 거네

 

[윤성이 떨리는 목소리로]
마리야, 그…

 

아빠가 다 설명할 수 있어, 응?

 

- 이리 와 봐
- 왜 나 속였어?

 

[거친 숨소리]

 

뭐가 무서워서 말을 안 했어?

 

엄마는…

 

네가 받아들일 수 없을 거라고

 

죽은 사람 팔지 말고
솔직하게 얘기해

 

내가 알면
엄마 제때 못 죽을 거 같으니까

 

나 훈련 간 사이에 해치운 거야?

 

[목멘 소리로] 아니야
그런 거 아니야!

 

마리야 [한숨]

 

그런 거 아니야

 

잠깐만…

 

- [사회자의 어렴풋한 말소리]
- [마리의 떨리는 숨소리]

 

[덜컥 문 열리는 소리]

 

[계속되는 사회자의 불어 말소리]

 

[덜컥 문 닫히는 소리]

 

[불어] 5분만 줘

 

오랜만이라 그래

 

[불안한 음악]

 

우리 할머니도 너보다는 안 떨겠다

 

[고무줄 묶는 소리]

 

[긴박감 넘치는 음악으로 변주]

 

[탕탕 총소리]

 

[탕탕 총소리]

 

[삐 알림음]

 

[탕탕 총소리]

 

[삐 알림음]

 

[사회자] 신사 숙녀 여러분
4세트가 종료되었습니다

 

두 선수의 불꽃 튀는 각축전!

 

과연 승부가 결정되느냐

 

파이널 라운드로
승부가 이어지느냐!

 

마리 선수 결과를 지금 공개합니다

 

- 48점!
- [사람들의 환호성]

 

동점입니다!

 

4, 3, 2, 1!

 

베팅을 종료합니다

 

[삐 알림음]

 

[사람들의 환호성]

 

마리!

 

과연 보란 듯이 승리할 것인가
압박감에 패배할 것인가!

 

어텐션!

 

[또르르 탄피 나뒹구는 소리]

 

[삐 알림음]

 

[사회자] 자, 점수는요!

 

- 10.4점!
- [사람들의 환호성]

 

0.2점의 차이!

 

마리의 승리입니다!

 

놀라운 집중력의 소유자
여러분, 외쳐 주십시오!

 

마리!

 

[사람들이 마리를 연호한다]

 

씨발!

 

[남자의 신난 웃음]

 

내가 뭐랬어? 이길 수 있댔잖아

 

[크게 숨을 내쉰다]

 

게르트 표정 봤어?
너한테 뿅 갔던데

 

투자금 회수 유예하겠대

 

- [마리의 한숨]
- 얼굴 비추고 가

 

약속 있어

 

[남자] 누군지 몰라?

 

노인네 저기 앉히는 데만
3년 걸렸어

 

그 인간을 구워삶아야
여기 확장할 수 있다고

 

야, 나 이겼잖아, 뭘 더 바라?

 

[탁 지갑 치는 소리]

 

[오토바이 지나가는 소리]

 

[잔잔한 음악]

 

[쉭 버스 배기음]

 

- [쉭 버스 배기음]
- [버스 출발하는 소리]

 

[한국어] 간다

 

너 밥은?

 

[가쁜 숨소리]

 

밥은 먹었네?

 

[선자가 중국어로] 네!

 

[한국어] 고거 좀
빌릴 수 있갔슴까?

 

- 고기 줄까?
- [기완] 예, 예, 예, 예

 

[기완의 힘주는 소리]

 

아, 저, 저, 고맙슴다

 

[선주] 응

 

[슥슥 쓸어 내는 소리]

 

[달그락 놓는 소리]

 

- [다급한 노크 소리]
- [기완] 동무, 동무

 

또 뭐 필요하니?

 

된장

 

[숨 들이켜는 소리]

 

[후 부는 소리]

 

[후루룩 소리]

 

[꿀꺽 소리]

 

- [딸그락 뚜껑 닫는 소리]
- [똑똑 노크 소리]

 

[똑똑똑 노크 소리]

 

[딸각 숟가락 놓는 소리]

 

젓가락은?

 

아…

 

[선자] 혹시 몰라서
그릇 좀 더 가져왔다

 

- [달그락 소리]
- 그, 깨끗하게 씻어서 가져오라

 

고맙슴다

 

[달그락 놓는 소리]

 

[탁 다리 짚는 소리]

 

[숨 들이마시는 소리]

 

[멀리 열차 경적]

 

[멀리 덜컹덜컹 열차 소리]

 

[기완] 왜 서 있네? 앉으라

 

흉보디 말고 더울 때 먹으라

 

근데 이런 거를 다 사다 먹어?

 

산 거 하나도 없어, 다 주운 거야

 

어?

 

더러운 거 아니니까

 

- 걱정 말라
- [찰랑 국물 소리]

 

새벽녘에
저 북역 앞 장터에 나가믄

 

줍기장이 열린다

 

나 매일 거기 나가서
이것들 다 주워 온 거야

 

[계속되는 달그락 소리]

 

[후 부는 소리]

 

[후루룩 소리]

 

[꿀꺽 소리]

 

[잔잔한 음악]

 

[마리] 나 갈게

 

[기완] 어, 그래

 

[마리] 나오지 마

 

일없다, 길 어두워

 

[땡땡 두들기는 소리]

 

- [남자의 중국어 말소리]
- [마리] 응? 뭐야?

 

[땡땡 두들기는 소리]

 

벌써 9시구나

 

밤 찻물을 나눠 주는 게다

 

여기는 거진 다 중국 사람들이라

 

[마리] 받아, 그럼, 차 마셔

 

[기완] 아, 저, 저, 저, 저, 저
저, 자, 잠깐

 

- [연신 땡땡 두들기는 소리]
- [남자의 중국어 말소리]

 

손님이 온 거 알면
길길이 날뛸 건데

 

아, 이거 어카네, 이거

 

[선주가 중국어로] 그만, 그만

 

[남자] 알았어, 들어가

 

[땡땡 두들기는 소리]

 

[기완이 한국어로] 저…

 

[남자의 중국어 말소리]

 

- [계속되는 중국어 말소리]
- [땡땡 두들기는 소리]

 

[감성적인 음악으로 변주]

 

[쾅쾅쾅 문 두드리는 소리]

 

[중국어] 이 방 촌놈은
어디 간 거야?

 

[쾅쾅쾅 문 두드리는 소리]

 

일찍 잔댔소!

 

[한국어] 시끄러워서
잠을 못 자겠네

 

[중국어] 시끄럽다고, 어?

 

- [철컥 문 닫히는 소리]
- 저 여편네가

 

[쾅 문 두드리는 소리]

 

[달그락 주전자 흔들리는 소리]

 

- [남자의 중국어 말소리]
- [땡땡 두들기는 소리]

 

[옅은 한숨]

 

[음악이 점점 고조된다]

 

[심사관이 불어로]
녹음 시작하겠습니다

 

[기완이 한국어로] 요기 이 사진은
일천구백구십칠 년

 

- 우리 어머니가
- [경실이 불어로 통역한다]

 

로동절 경축 견학단으로
평양에 갔을 때인데

 

어린 나를 안고

 

김일성 광장 앞에서 찍은 겁니다

 

[불어로 말하는 소리]

 

[잔잔한 음악]

 

[경실] 증거 자료로
제출하도록 하겠습니다

 

스캔 후 돌려 드린다고요

 

[불어로 말하는 소리]

 

- 어, 1차 인터뷰에서 언급하셨던
- [계속되는 불어 말소리]

 

연길 천심 병원에 연락해 봤습니다

 

그 병원에서는 어떤 목적 가지고

 

시신을 사고파는 행위는
하고 있지 않다고 하더군요

 

아, 저, 시신을 사고파는 거이
그거 다 물밑에서 일어나는 일인데

 

내 순순히 그랬다 인정할 거
어디 있겠슴까, 예?

 

[불어로 통역하는 소리]

 

[불어로 말하는 소리]

 

[경실] 그렇다면 다른 방식으로
입증하셔야 합니다

 

현재는 북에서 오셨다는 걸
증명할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

 

[기완] 아이… [답답한 탄식]

 

- 내, 내가 다 말하지 않았슴까?
- [경실이 불어로 통역한다]

 

그, 뭐, 내가 다 거짓으로
지어냈다는 말임까?

 

[경실이 불어로 통역한다]

 

[불어로 말하는 소리]

 

[계속되는 심사관의 불어 말소리]

 

[경실] 죄송합니다만

 

어머니 시신을 팔았다는
그 최초 진술이

 

사실인지 증명하기 어렵고

 

또 로기완 씨가 북한 이탈 주민이
맞다는 것 또한

 

증명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음…

 

만약 보여 주신 저 두 사진이
증거 능력 가지지 못할 경우에는

 

로기완 씨, 어, 중국으로
강제 송환 될 겁니다

 

[탄식]

 

강제 송환이요?

 

[탁 놓는 소리]

 

흰살이 그대로 붙어 있지야
좀 제대로 썰어라

 

동무는

 

[탁 칼질하는 소리]

 

내가 조선 사람인 걸
어케 확신함까?

 

야, 니 말투만 들어도 북조선이지

 

'어쨌시요, 기켔시요' 하는 게

 

그, 동삼성에는 없는 말투 아이야?

 

[탁 놓는 소리]

 

저, 선주 동무, 저…

 

아입니다

 

- [탁탁 칼질하는 소리]
- 어째 말을 하다 마니?

 

말해 봐라

 

[계속 칼질하는 소리]

 

야, 기완아

 

나, 가서 그런 거 몇 가지만
해명해 주시면 안 되갔슴까?

 

법정에서 내 편 들어 줄
사람이 필요함다

 

기르지, 뭐, 별것도 아인데

 

- 참말임까? 어?
- [선주] 기…

 

- 기래…
- 참말, 참말임까?

 

기래

 

[기완] 아, 저

 

[바스락 비닐 소리]

 

내 막내 수술이 코앞이라서

 

덕 좀 많이 쌓고 싶어 돕는 게다

 

고맙슴다

 

나, 나 난민증 받게 되면
다 동무 덕분입니다

 

고맙슴다

 

야, 기렇게 고마우면
이따가 물고기나 몇 꼬래 사 오라

 

고기만 먹어서 그런지
비린 게 땡긴다야

 

[기완] 예, 알갔슴다

 

[상인의 불어 말소리]

 

[계속되는 상인의 불어 말소리]

 

- [퍽 소리]
- [남자의 비명]

 

[불안한 음악]

 

- [불어] 내 맥주
- [기완이 한국어로] 미안함다

 

[남자1이 영어로] 내 맥주
어쩔 거야, 어?

 

[남자2] 이봐!

 

[남자1이 불어로] 이 자식이
내 맥주를 쳤어

 

너 뭐 하는 새끼야?

 

어!

 

[남자2의 비웃음]

 

- [기완이 한국어로] 저, 주시오
- [남자2가 영어로] 거지새끼!

 

거지새끼!

 

[남자1이 불어로] 꺼져!

 

- [남자2] 꺼져라, 꺼져
- [남자1의 비웃음]

 

[영어] 너희 나라로 돌아가

 

[남자1, 남자2의 비웃음]

 

[남자1이 불어로] 내 맥주 물어내

 

내 맥주 물어내라고!

 

[남자1의 비명]

 

- [남자1이 울부짖는다]
- 비켜!

 

- [여자] 야!
- [남자2] 여기!

 

- [남자1] 도와주세요
- [남자2] 여기야!

 

[남자1의 비명]

 

여기! 꺼져!

 

여기야, 여기!

 

[여자] 저 사람이
내 남편을 공격했어요

 

살려 주세요!

 

-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 [남자1의 신음]

 

- 구급차 불러 주세요!
- [남자1의 비명]

 

[휴대폰 진동음]

 

[한숨]

 

[한국어] 내가 안 간다고 했지?
전화하지 마

 

[윤성] 마리 너

 

혹시 일심에 사람 추천한 적 있니?

 

갑자기 왜 물어보는데?

 

[불어] 그 남자가 내 남편에게

 

- 갑자기 달려들었어요
- [영상 속 남자1의 비명]

 

"불법체류자가 시민 폭행하다"

 

[영상 속 남자1이 울부짖는다]

 

[남자2] 다음 분

 

로기완, 어젯밤 폭행 사건이요

 

가족이나 변호사입니까?

 

아니요

 

[경찰] 그럼 면회 안 됩니다

 

잠깐 얼굴만 보게요

 

안 됩니다

 

이제 어떻게 되는데요?

 

3일 안에 이의 제기 못 하면

 

본국으로 추방 절차 밟게 됩니다

 

아니면 보석 신청하시든지

 

[마리] 젠장!

 

[경찰] 진정하세요
여기 경찰서입니다

 

이봐

 

장난해? 어?

 

그 말이 그렇게 쉬워?

 

진정하세요

 

내 말 안 끝났어

 

그거 그 사람더러 죽으라는 얘기야

 

알기나 해?

 

- [헛기침]
- [마리의 흥분한 숨소리]

 

[윤성이 한국어로] 마리

 

[흥분한 숨소리]

 

[기완] 저기…

 

가, 나 볼일 있어서

 

[잔잔한 음악]

 

[윤성] 저기

 

제가 잘 아는 변호사인데

 

지금 난민 심사
진행 중이라고 들었는데

 

그거 관련해서
도움 많이 될 겁니다

 

[기완] 아, 정말 고맙슴다, 선생님

 

그럼

 

저, 부탁이 하나 있는데

 

예, 말씀하십시오

 

내 딸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아이입니다

 

옆에서 붙잡아 줄
단단한 사람이 필요해요

 

그쪽처럼 똑같이
위태로운 사람 말고

 

 

저, 선생님 기건…

 

다시 안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이 땅에서 살아남는 거

 

그거 말고
다 사치 아닙니까, 지금?

 

[달칵 차 잠금장치 열리는 소리]

 

[멀어지는 발소리]

 

[멀리 덜컹덜컹 열차 소리]

 

기완 씨

 

[기완] 변호사님

 

준비됐죠?

 

 

들어갑시다

 

"브뤼셀 법원"

 

[상혁이 불어로] 로기완 씨는

 

두 달 전 이루어진
첫 번째 인터뷰 당시

 

북한 주민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정보들을 정확히 전달했지만

 

증거 부족이라는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신청을 거부당했습니다

 

[판사] 기각 사유 중 하나인
증거 부족에 대해 변론하세요

 

로기완 씨가 어머니의 시신을
팔았다는 병원 측은

 

시신 매수 자체를
부정하고 있습니다

 

- [한국어로 통역한다]
- 추가 제출한 두 장의 사진 또한

 

실제로 평양에서 촬영된 건 맞지만

 

그 시기 중국인들의 평양 관광이
가능했기에

 

로기완 씨의 국적을 증명할 자료로

 

충분치 않습니다

 

또한 로기완 씨는 탈북한 뒤

 

연길에서 생활한
북한 사람이라 주장했으나

 

저희가 자체적으로 조사하여
파악한 실상은 달랐습니다

 

[통역사가 한국어로 통역한다]

 

[판사] 추가 진술 할 증인은
도착했습니까?

 

[달칵 문 열리는 소리]

 

[다가오는 발소리]

 

[김 사장이 한국어로]
이, 로기완이 제출한 이력서에

 

중국 국적과 이름이 표기돼 있길래

 

저는 뭐, 특별한 의심 없이

 

공장에는 중국인으로 소개했습니다

 

[불어로 질문하는 소리]

 

[통역사] 그럼 로기완 씨
본인 스스로

 

조선족 출신의 중국인이라
밝혔습니까?

 

[김 사장] 예
분명 그렇게 말했습니다

 

사장님

 

[불어] 조용, 진정하세요

 

[상혁] 죄송합니다

 

[한국어] 기완 씨, 기완 씨?

 

- 들어 보자고요
- [판사가 불어로] 김선주 씨

 

증인석으로 나와 주세요

 

[불안한 음악]

 

[판사의 불어로 질문하는 소리]

 

[계속 불어로 질문하는 소리]

 

[통역사가 한국어로]
어, 김선주 씨는 로기완 씨와

 

같은 파트에서 근무하셨는데

 

로기완 씨가 탈북자 신분으로

 

난민 지위를 신청한 사실
알고 있었습니까?

 

예, 알고 있었슴다

 

중국 말과 북한 말 둘 다
잘하는 우리 조선족 동포가

 

북한 이탈 주민으로 가장해
복리를 얻자고

 

난민 지위를 신청하는 일을
몇 번이나 봐 왔기 때문에

 

로기완도 그런 상황일 거라고
생각했슴다

 

[판사의 불어로 질문하는 소리]

 

[통역사] 그럼 증인은 로기완 씨의
중국 본명을 알고 있습니까?

 

최력명

 

'추이리밍'이라 발음합니다

 

[달그락거리는 소리]

 

[기완] 최력명이

 

기거이 내 이름 아닌데

 

나한테 왜 그랬슴까?

 

말해 보시오, 동무

 

내 그 이유 꼭 알아야갔슴다

 

내 말투만 듣고도

 

내 조선 사람인 거
알아봤대지 않았슴까?

 

말해 보시오, 동무

 

[선주의 놀란 숨소리]

 

[떨리는 숨을 내쉬며] 니…

 

말해 보시오, 동무

 

- 니, 니 이거 어떡하니?
- [기완] 동무

 

[선주] 기완아, 기완아

 

동무!

 

[울먹이며] 나한테 왜…

 

[울컥하며] 나한테 왜 그랬슴까?

 

기완…

 

기, 기완… 기완아, 이거 어떡하니?

 

[선주의 흐느끼는 숨소리]

 

[흐느끼는 숨소리]

 

[딸그락 칼 떨어지는 소리]

 

[흐느끼는 소리]

 

[울부짖는 소리]

 

[기완의 끙 앓는 소리]

 

[달칵 잠금장치 푸는 소리]

 

[기완의 거친 숨소리]

 

뭐야?

 

뭐 두고 간 거 있어?

 

아니

 

그냥, 저…

 

[마리] 너 이런 식으로
불쑥 찾아오지 마

 

[달칵 문 잠그는 소리]

 

[달그락거리는 소리]

 

[마리의 코 훌쩍이는 소리]

 

[남자가 불어로] 다음 경기 준비해

 

그때 게르트한테
투자 확답 받아 낼 거야

 

[호로록 마시는 소리]

 

[마리가 꿀꺽 삼키며]
그 얘기 하려고 여기까지 왔어?

 

감독이 선수 관리하는 거
당연한 일 아닌가?

 

감시하러 온 거야?

 

[부스럭 뒤적거리는 소리]

 

[마리의 한숨]

 

약 안 해도 문제없다고

 

끊었다고 했잖아

 

[남자] 저번에는 아닌 거 같던데

 

난 네가 그 탈북자 새끼랑

 

하루에 열 번을 붙어먹든 말든
좆도 상관없어

 

근데 내 눈에 띄는 곳에 있어

 

내 손이 닿는 곳에 있으라고
그거면 돼

 

알아먹겠어?

 

[감성적인 음악]

 

[절망한 숨소리]

 

[몰아쉬는 숨소리]

 

[삑 소리]

 

"무료 나눔"

 

[남자] 게르트가 너한테
베팅한 금액만 300만 유로야

 

[긴장되는 음악]

 

네가 2배만 튀겨주면
우리 빚 절반은 갚는 거야

 

판은 다 조작해 놨어
네가 지는 일은 없어

 

이번 판은 온전히 즐기라고

 

[탕탕탕탕 연이은 총소리]

 

- [삐 알림음]
- [사람들의 환호성]

 

[철컥거리는 소리]

 

[사회자] 두 선수의 각축전이
대단합니다!

 

클로에의 마지막 한 발!

 

- [사람들의 환호성]
- [남자의 외치는 말소리]

 

[남자의 외치는 말소리]

 

[여자의 외치는 말소리]

 

[삐 알림음]

 

[점점 고조되는 음악]

 

[탕 총소리]

 

[삐 알림음]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

 

[사회자] 미스입니다!

 

과녁을 아예 빗겨 나간
처참한 결과인데요

 

이게 무슨 일인가요?

 

예상치 못한 클로에의 승리입니다!

 

진정하십시오, 여러분!

 

[계속되는 사회자의 불어 말소리]

 

이 따위로 하고
어딜 가는 거야? 어?

 

난 따로 갈 데가 있어

 

[탁 뿌리치는 소리]

 

너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해

 

절대!

 

아니

 

네가 틀려

 

[남자] 젠장!

 

[긴장되는 음악이 고조된다]

 

[음악이 잦아든다]

 

[한국어] 기완아

 

내 말 들어 봐라, 기완아, 기완아!

 

재판 전에 난민청 사람이
일심을 찾아왔댔다

 

니 서류 위조한 게 들통나면
문 닫게 된다고 해서

 

김 사장이 널 조선족으로
몰아가자 머리를 썼다

 

제한테 유리한 증언을 해야

 

비자를 연장해 주겠다고
겁박하더라

 

내 막내 수술비 벌어야 해서
진짜 어쩔 수 없었다

 

근데 사장 새끼
그 약속 지키지 않았다

 

뭔 말이 듣고 싶은 거가?

 

내 그거 뭐
'안됐구나' 해야 돼? 어?

 

[선주] 아이다, 아이다!

 

내 그저 사과하고 싶어서 왔다

 

나 비자 없이 수색에 걸려서
추방당하게 됐다

 

인제 내 새끼들 보러 중국 간다

 

다시는 이 땅 밟을 일이
없을 거 같애서

 

니한테 잠깐 들렀다

 

[울컥하며] 미안하오

 

로기완 동무

 

[따뜻한 음악]

 

[달칵 문 닫히는 소리]

 

[상혁] 재영 탈북민 단체에서
협조 요청을 받아 냈어요

 

성명서도 내 주신다고 하고

 

또 재판 참관도
와 주신다고 하니까

 

기완 씨 진술의 신뢰성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우리 길게 봐야죠, 그렇죠?

 

 

[상혁] 마실 것 좀 드릴까요?

 

주스나 커피?

 

[기완] 예

 

- [오르간 연주가 흘러나온다]
- [성당 종소리]

 

[멀어지는 발소리]

 

아니, 여기를 어떻게…

 

무슨 날인지 알믄서
모른 척하는 건

 

도리가 아닌 거 같아서…

 

뭐든 돕갔슴다, 선생님

 

[윤성] 아내가 떠난 지
벌써 3년이 됐네요

 

[깊이 숨을 들이쉰다]

 

이번이 마지막 추모식이
될 거 같습니다

 

[훌쩍이는 숨소리]

 

- 앞으로는
- [불안한 음악]

 

저희 가족끼리 모여서

 

[부스럭 잡아 뜯는 소리]

 

- 아내를 기리도록 해야 되겠죠
- [쿵쿵 다가오는 발소리]

 

[우당탕 소리]

 

[깊은 한숨]

 

마리

 

[탁 발 짚는 소리]

 

[코웃음]

 

많이들 모이셨네

 

- [윤성] 마리야
- [마리의 거친 숨소리]

 

아…

 

이런 거

 

이런 거 먹으면서
죽은 사람 얘기하는 거구나

 

[마리의 몰아쉬는 숨소리]

 

이딴 거 왜 하는 건데?

 

그냥 혼자 슬퍼해

 

뭔 식까지 하면서 추모를 해

 

왜?

 

이런 거라도 안 하면
사람들이 손가락질할까 봐 겁나지?

 

[떨리는 숨소리]

 

그만해

 

그만해?

 

- [윤성의 옅은 한숨]
- 뭘 그만해?

 

- 뭘 그만해? 뭘! 뭘!
- [웅성거리는 소리]

 

[윤성이 소리치며]
제발 좀! 그만해, 좀!

 

- [마리의 거친 숨소리]
- 나가, 이제

 

 

나 하루 종일 '어떻게 하면
더 망가질 수 있을까?'

 

그거만 생각해

 

너 그거 내려놔

 

그 생각도 안 했잖아?

 

나 진작에 죽었어, 알아?

 

알았어, 내려놔

 

그러니까, 씨발!

 

씨발, 나한테까지

 

나한테까지
감히 그만하라고 하지 말라고

 

어?

 

[흐느끼며] 아!

 

[놀란 숨소리]

 

[마리의 떨리는 숨소리]

 

[마리의 놀란 소리]

 

[젱그렁 나뒹구는 소리]

 

[당황한 숨소리]

 

[마리의 당황한 숨소리]

 

[마리의 당황한 숨소리]

 

[쿵쿵 멀어지는 발소리]

 

[떨리는 숨소리]

 

[힘주는 소리]

 

마리야, 이거 문 열어 보라! 마리…

 

[긴장되는 음악으로 변주]

 

마리야! 마리…

 

- [기완의 힘주는 소리]
- [달칵 소리]

 

- [기침 소리]
- [마리의 취한 불어 말소리]

 

[마리의 옅은 웃음]

 

[마리가 계속 불어로 중얼거린다]

 

- [마리가 웃으며 중얼거린다]
- [쨍 유리잔 부딪는 소리]

 

- [남자의 불어 말소리]
- [마리가 계속 중얼거린다]

 

[마리의 탄식]

 

- [탁 병 내려놓는 소리]
- [남자가 웃으며 불어로] 누구야?

 

[마리가 한국어로] 어? 뭐야?

 

[남자가 취해 계속 중얼거린다]

 

언제 왔어?

 

- [딱딱 소리]
- [남자, 마리의 불어 대화 소리]

 

[계속되는 딱딱 소리]

 

[남자의 놀란 소리]

 

[남자가 불어로]
미쳤어? 미쳤냐고!

 

[탁 문 닫히는 소리]

 

[다가오는 발소리]

 

[한국어] 아, 마리야

 

- [마리의 웃음]
- 마리야

 

마리야, 이거

 

놔!

 

놔!

 

- [쿵, 와장창 소리]
- [마리의 놀라는 소리]

 

아이 씨

 

아이, 씨발, 뭐 하는 거야?
네가 뭔데!

 

[마리의 몰아쉬는 숨소리]

 

[마리의 웃음]

 

- [큰 소리로] 마리야, 너!
- [마리] 놔!

 

[마리의 거친 숨소리]

 

너 정말 죽어 없어지고
싶은 거가? 응?

 

아니

 

죽으면 약 못 하잖아

 

이렇게 좋은데 왜 죽어?

 

죽고 싶으면

 

죽고 싶으면 너나 죽어

 

- [부스럭 소리]
- [마리의 힘주는 소리]

 

 

아, 줘!

 

아, 줘

 

아이 씨…

 

[마리의 힘겨워하는 소리]

 

[긴장되는 음악이 점점 고조된다]

 

줘!

 

[우당탕, 와장창 소리]

 

[고통에 찬 신음]

 

야, 로기완

 

[기완의 고통에 찬 신음]

 

[마리] 야

 

야, 왜 그래? 뱉어!

 

야! 빨리 뱉어!

 

뱉어!

 

[불어] 제발, 제발

 

뱉어! 제발!

 

[긴박한 음악]

 

[마리의 다급한 숨소리]

 

[마리] 니키!

 

[헉헉대며] 문 열어 줘!

 

니키!

 

[가쁜 숨소리]

 

빨리 그거 줘

 

그거 줘, 빨리!

 

[탁탁 치는 소리]

 

- [불안한 음악]
- [한국어] 아, 제발

 

[마리의 떨리는 숨소리]

 

[기완의 기침 소리]

 

- [기침 소리]
- [마리의 안도하는 소리]

 

- [기완의 기침 소리]
- [마리] 로기완

 

정신 들어?

 

[옅은 숨소리]

 

[마리의 떨리는 숨소리]

 

[기완이 힘겨운 목소리로]
너 참 대단하구나야

 

저 따위 게

 

[기침하듯 숨을 뱉고 들이쉰다]

 

어디가 좋네?

 

[울먹이며] 아, 너 하마터면
죽을 뻔한 거 알아?

 

[거친 숨소리]

 

[떨리는 목소리로] 미안해

 

나 미웠지?

 

내가 그렇게 내쫓고

 

[코 훌쩍이는 소리]

 

넌 목소리만 커댔지

 

모질지 못한 사람이라

 

무슨 사정 있겠거니 했어

 

마리야

 

너 다시 약을 하믄

 

나도 몇 번이고

 

똑같이 한다

 

너 자신 망가뜨릴 적에는

 

내 불구덩이에 들어가서라도

 

다시 건져 낼 거야

 

알았네?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내쉰다]

 

[감성적인 음악]

 

[끼익 마찰음]

 

[기완] 이건 뭐이가?

 

우리 엄마가 좋아했던 꽃

 

[기완] 응…

 

이쁘다야

 

[마리] 여기는 왜 이런 거야?

 

[기완] 아…

 

조선 떠나서

 

연변 숨어 살 때

 

옷소매에 면도 칼날 하나씩
말아 가지고 다녔어

 

왜?

 

공안한테 잡히믄

 

북송되기 전에 손목을 긋자 했어

 

- 밤이고 낮이고 지녔더니
- [애잔한 음악]

 

우리 오마니도 나도

 

[숨 들이켜는 소리]

 

이 왼쪽 팔목에

 

똑같은 흉터 생겼지 뭐이가

 

[마리의 짧게 내쉬는 숨소리]

 

[기완의 길게 들이켜는 숨소리]

 

[마리의 심호흡 소리]

 

[마리의 크게 내쉬는 숨소리]

 

마리야

 

나 있디

 

모른 척해도 될 싸움에
끼어들었다가

 

공안한테 수배당하고

 

기거 땜에

 

오마니 부양 받으며 숨어 살았어

 

결국에는

 

결국에는 오마니 죽게 만들었고

 

긴데 이런 내가

 

행복해질 자격 있는 거가?

 

그런 자격은 나도 없어

 

근데

 

우리 지금 충만하잖아

 

아무런 자격 없이

 

이미 주어졌다고

 

[기완의 떨리는 숨소리]

 

[떨리는 숨소리]

 

- [기완의 흐느끼는 소리]
- [길게 내쉬는 숨소리]

 

[기완의 연신 흐느끼는 소리]

 

[어렴풋한 자동차 경적]

 

[싱그러운 음악]

 

아유

 

마리야, 이거

 

차림이 너무 소란스럽지 않네?

 

아이, 조금 소란해도 돼

 

[탁탁 펴는 소리]

 

이 나라 사람들처럼

 

- [기완의 곤란한 한숨]
- 음, 예쁘다

 

[기완] 하지 말라

 

- 아, 나도
- [기완] 밖에 사람들 있…

 

- [상혁] 어, 기완 씨
- [마리] 나도 해 줘!

 

- [상혁] 아아
- [기완] 예, 변호사님

 

- [상혁] 이게 연길에서 온 건데
- [기완] 예, 예

 

기완 씨가 읽어봐야 될 것 같아서

 

[기완] 아

 

고맙습니다

 

[불어] 실례했습니다

 

- [기완이 한국어로] 아, 저…
- [상혁의 헛기침]

 

[멀어지는 발소리]

 

- [기완의 웃음]
- [달칵 문 닫히는 소리]

 

"김선주"

 

- [마리가 작게] 열어 봐
- [톡 치는 소리]

 

[흥미로운 음악]

 

[선주] 내 지난 며칠 동안

 

연길에 있는 신문사를 다 뒤졌댔다

 

작년 겨울 신문을 몽땅 달래서
집에 가져왔지

 

하루 종일 신문 읽느라

 

애들도 나도 손끝이 새카맣게 됐다

 

이 기사는 이제 막 글 깨친

 

우리 빡빡이 막내가 찾아내서
나를 읽어 줬다

 

내 대번에 니 얘기인 거 알아봤다

 

로기완 동무

 

이걸로 내 지은 죄를
용서해 달라는 말은 하지 않겠다

 

그저 어머니 남긴 말대로

 

그 땅에서 이름 얻고 살아남아라

 

[감성적인 음악으로 변주]

 

- [상혁] 어, 오셨네요
- [기완] 예

 

[상혁] 기순 선생님

 

[기순] 아이고, 변호사님
안녕하십니까?

 

- [상혁] 잘 지내셨죠?
- [기순] 네, 네

 

- [상혁] 반갑습니다
- [기순] 아, 네

 

- 와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기순] 네, 네

 

말씀드린 로기완 씨

 

[기순] 아이고, 세상에, 세상에

 

- [기완] 내래 선생님 발간한 신문
- [휴대폰 진동음]

 

빠짐없이 다 읽었슴다

 

[기순] 아, 글 같지도 않은 글을
아이고, 세상에

 

[기완] 아님다

 

- 저 참으로 많이 울었슴다
- [불안한 음악]

 

[기순] 아니, 웃자고 쓴 글인데
울리게 해서 미안해요

 

[남자가 불어로] 지금 사무실로 와

 

나 지금 바빠

 

[남자] 네가 그 판에 날린 돈이
얼마인지 알면 그 입 싸물어

 

설마 그 짓을 저지르고
끝까지 무사할 줄 알았나?

 

장담하는데
내가 주는 마지막 기회야

 

바로 튀어 와!

 

빌어먹을 네 애인 대가리에

 

총구멍 뚫리는 거
보고 싶지 않으면

 

[뚝 끊기는 소리]

 

[기완, 기순의 웃는 소리]

 

[기순이 한국어로] 멋있게
잘 견뎌줘서 너무 좋습니다

 

- 아유, 감사함다
- [기순] 건강하시고

 

[기완] 고생하셨슴다

 

[기순] 고생이야, 뭐

 

- 잠시만요
- [기순] 예

 

[마리] 나 미안한데
집에 좀 빨리 갔다 올게

 

뭔 일이가?

 

오늘 수도 공사 있는 날인 걸
깜박했어

 

집 앞에 기다리고 있다네

 

- [기완] 아…
- [빵 자동차 경적]

 

나 재판 끝나기 전에 도착하니까

 

잘하고 있어, 알았지?

 

[기완] 그래, 얼른 다녀오라

 

- 응, 갔다 올게
- [기완] 응

 

[기순] 근데 그때 그, 우리랑…

 

[법원 서기가 불어로]
벨기에 당국과 로기완의

 

2차 심리를 시작하겠습니다

 

이 신문 기사는 작년 12월 5일

 

연길일보에 기재되었습니다

 

한 탈북 여성의
교통사고 사망 소식을 다루고 있는

 

이 기사는

 

로기완 씨가 1차 인터뷰에서
진술한 내용과

 

상당 부분 일치함은 물론

 

앞서 제출한 어머니의 사진과

 

기사 속 여성의 얼굴이
동일함을 알 수 있습니다

 

로기완 씨, 진술하세요

 

[한국어] 내 이름

 

로기완임다

 

[불안한 음악]

 

[여러 명의 발소리]

 

[마리가 불어로] 손 놔

 

[탁 미는 소리]

 

[남자가 영어로]
경기 조건 말씀해 주시면

 

선수 준비시켜 놓겠습니다

 

[불어] 무슨 일이야?

 

- [탁 술잔 드는 소리]
- [얼음 부딪는 소리]

 

[영어] 준비시킬 필요 없네

 

- [달그락 얼음 붓는 소리]
- [달그락 집게 집는 소리]

 

- 무슨 말입니까?
- [잔에 얼음 넣는 소리]

 

- 네 여자애
- [집게 놓는 소리]

 

한 시즌 우리 팀 용병 되는 거
원치 않는다는 말이지

 

나한테 넘기시게
빚은 없애 줄 테니

 

0점을 쏜 이 선수 패기에 반했어

 

널 완전히 물 먹였잖아

 

이런 구멍가게에서
썩을 아이가 아니야

 

너 같은 초짜랑은
덩치가 안 맞는 선수라고

 

그편이 선수 앞날에도
좋을 텐데?

 

[탁 잔 내려놓는 소리]

 

[불어] 말해 봐, 씨릴

 

- [한숨]
- [스르륵 소리]

 

- [힘주는 소리]
- [게르트의 신음]

 

[긴박한 음악으로 변주]

 

- [탕탕 총소리]
- [씨릴의 신음]

 

[마리의 겁먹은 소리]

 

[거친 숨소리]

 

[씨릴] 벌레 같은 새끼가

 

넘기기는 누굴 넘겨?

 

[달칵 문 열리는 소리]

 

[난민청 수사관] 결국
로기완 씨는 지난해 12월

 

탈북자 신분으로 난민 신청을 했고

 

중국인으로

 

- [툭 치는 소리]
- 취업을 하였습니다

 

당 증거는 3번 파일에
첨부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빵 자동차 경적이 울린다]

 

[크게 숨을 들이켠다]

 

[판사] 로기완 씨, 앉으세요

 

[한국어로] 기완 씨
왜, 왜 그래요, 왜?

 

나 지금 가 봐야갔슴다

 

- [고조되는 불안한 음악]
- [상혁] 아…

 

- 미안함다
- [상혁] 저, 저…

 

[판사가 불어로] 로기완 씨
앉으세요, 돌아오세요!

 

[당황한 소리]

 

[불안한 음악]

 

[떨리는 숨소리]

 

[씨릴] 가서 금고에 남은 돈
다 챙겨 와

 

놈들이 언제 들이닥칠지 몰라
무장하고 대기해

 

[부하] 알겠습니다

 

- [씨릴의 한숨]
- [마리의 떨리는 숨소리]

 

[씨릴] 아

 

멍때릴 시간 없어, 마리
[고통에 찬 신음]

 

베를린에서
마피아 놈들이 오고 있다고

 

[마리] 그게 무슨 소리야?

 

[씨릴이 헐떡이며] 몰랐어?

 

[가쁜 숨소리]

 

넌 내 선수잖아

 

너도 놈들 타깃이라고

 

게르트 자식의 노예가 되느니

 

내 옆에서 빚 갚는 게 낫지 않나?

 

[씨릴의 가쁜 숨소리]

 

[마리] 씨릴

 

왜 이러는 거야, 씨릴?

 

왜?

 

[씨릴] 네덜란드 쪽에 연락했어

 

게르트하고는 그쪽도 원수라
우리를 받아 주겠대

 

암스테르담에
새 게임장을 여는 거야

 

우리 두 사람 이름을 따서

 

위기를 기회로, 뭐, 그런 거지

 

[가쁜 숨소리]

 

넌 끔찍한 괴물이야!

 

내가 괴물이라고? 맞아

 

이 좆 같은 세상이
날 괴물로 만들었어

 

뭐, 이런 대사라도
듣고 싶은 거야?

 

그런 거냐고

 

[달려오는 발소리]

 

[기완이 한국어로] 마리야!

 

[격정적인 음악으로 변주]

 

마리야! 마, 마리…

 

마, 마리야! 마리야!

 

[기완, 씨릴의 힘주는 소리]

 

- [씨릴이 불어로] 씨발 새끼야!
- [기완의 신음]

 

[마리가 비명 지르며] 그만해!

 

- 꺼져!
- [마리의 신음]

 

[기완이 한국어로] 마리야!
[힘주는 소리]

 

[불어] 그 사람 놔줘!

 

그만하라고!

 

[기완의 기합]

 

[한국어] 마리야

 

[쿨럭 기침 소리]

 

[흥분한 숨소리]

 

[기합]

 

[기완의 신음]

 

- [신음]
- [기완의 기합]

 

[씨릴, 기완의 신음]

 

[기완의 신음]

 

[씨릴의 힘주는 소리]

 

- [씨릴의 기합]
- [탕 총소리]

 

- [씨릴의 신음]
- [칼 나뒹구는 소리]

 

[씨릴의 비명]

 

- [거친 숨소리]
- [씨릴의 신음]

 

[마리의 거친 숨소리]

 

[불어] 쏴야지, 마리!

 

[거친 숨소리]

 

겨눴으면 3초 안에 승부 보라며

 

- [울분에 찬 외침]
- [씨릴의 괴성]

 

- [마리의 거친 숨소리]
- [씨릴의 신음]

 

[총 나뒹구는 소리]

 

[마리의 흐느끼는 소리]

 

[한국어] 가자

 

[달려가는 발소리]

 

[악쓰는 소리]

 

[내지르는 신음]

 

[긴박한 음악]

 

[탕탕 총소리]

 

[계속되는 탕탕 총소리]

 

[총소리가 계속 이어진다]

 

[탕 총소리]

 

[탕 총소리]

 

[조직원1이 영어로]
게르트는 죽었습니다

 

 

선수 찾아서 가겠습니다

 

[조직원2] 그 계집애는 어딨어?

 

[불어] 좆 까

 

[달려오는 발소리]

 

[마리의 가쁜 숨소리]

 

[마리, 기완의 가쁜 숨소리]

 

[기완이 한국어로] 마리야

 

그, 그, 그놈들이
무슨 일을 벌인 거가?

 

- 응?
- [떨리는 숨소리]

 

마리야

 

내 말 잘 들으라

 

너 이 땅 뜨라

 

[잔잔한 음악]

 

그놈들 손아귀에서 벗어나자믄

 

이 방법밖에 없어

 

너 아버지께 연락하자

 

려권이랑 돈이 필요하다

 

그럼 너는?

 

나, 나, 나 너랑 같이 갈래

 

어?

 

나 이 땅에 살 권리도 없디만

 

이 땅을 떠날 권리도 없다는 거

 

너도 잘 알잖네?

 

[속삭이듯] 어

 

[떨리는 숨소리]

 

아, 내가 또 다 망친 거 같아

 

[흐느끼며 훌쩍이는 소리]

 

[흐느끼며] 우리 겨우 좋았던 거
살 만했던 거

 

[길게 내쉬는 숨소리]

 

아이다

 

[탁 붙잡는 소리]

 

기건 망쳐지지도

 

- 사라지지도 않는 거야
- [마리의 떨리는 숨소리]

 

[훌쩍이는 소리]

 

[들이쉬는 숨소리]

 

나 살면서 제일 잘한 거

 

네 지갑 훔친 거라고 말하면
나 너무 못났지?

 

나 그때쯤에 다… [한숨]

 

다 포기할까 했었거든

 

근데 네 얼굴 한 번만 더 봐야지

 

[떨리는 숨을 들이쉰다]

 

말 한 번만 더 걸어 봐야지

 

[훌쩍이는 소리]

 

그렇게 여기까지 왔는데…

 

[마리의 훌쩍이는 소리]

 

[마리의 떨리는 숨소리]

 

전에 너희 아버지

 

너 만나지 말라 했을 적에

 

나 그 말이 가슴에 콱 박혀

 

대꾸도 못 했는데

 

[마리의 훌쩍이는 소리]

 

나 그때 다짐했어

 

[기완이 옅은 숨을 내쉰다]

 

너 붙잡아 줄

 

단단한 사람 되갔다고

 

[기완] 응?

 

나 꼭 그런 사람 돼서

 

너 만나러 갈 거야

 

응?

 

그때 우리

 

[한숨]

 

잘 살 거다

 

[떨리는 숨소리]

 

[훌쩍이는 소리]

 

[자동차 공회전하는 소리]

 

가자

 

[달려가는 발소리]

 

[문 닫히는 소리]

 

[달칵 차 문 열리는 소리]

 

뒤에 타요

 

[탁 뒷문 닫히는 소리]

 

[마리의 내쉬는 숨소리]

 

"브뤼셀 국제공항"

 

[엔진음이 잦아든다]

 

[비행기 소음]

 

[윤성] 어, 그래, 저…

 

[부스럭거리는 소리]

 

너 어디든 도착하면 바로 연락해

 

[부스럭 소리]

 

[옅은 한숨]

 

로기완

 

저 친구

 

좋은 사람인 거 같은데

 

[차분한 음악]

 

내가 너무 늦게 알아봤네

 

미안하다

 

나 엄마가 부르는 종소리

 

듣고도 못 들은 척한 적 있었어

 

엄마가 조금이라도
덜 아팠으면 하는 마음도

 

그리고

 

그냥 엄마가
사라져 버렸으면 하는 마음도

 

다 진심이었거든

 

엄마는 분명히 다 알았을 거야

 

그래서 이런 식으로

 

날 두고 간 거라고 생각했어

 

[들이쉬는 숨소리]

 

[탁 짚는 소리]

 

[윤성] 아니, 깨워야지, 나를, 왜…

 

아이고, 참

 

[윤성의 힘주는 소리]

 

[정주] 나…

 

[달그락대는 소리]

 

보내 줘요

 

말도 못 하고

 

가만히 누워서 죽기만 기다리는 거

 

싫어

 

- 정주야 [울컥한 숨소리]
- [정주] 그거…

 

당신이랑 마리한테 못 할 짓이고

 

나한테도 못 할 짓이야

 

[윤성의 떨리는 숨소리]

 

마리는 영영 모르게 해 줘

 

엄마가 자기 두고 간 거

 

아빠가 거기 동의해 준 거

 

[정주] 응?

 

그럼 우리 마리

 

엄마 죽는 거 허락한 딸로

 

살지 않아도 되잖아

 

[마리의 훌쩍이는 소리]

 

너무 오래 혼자 둬서 미안해, 아빠

 

고맙다

 

[공항 내 불어 방송이 흘러나온다]

 

다 했네?

 

[기완의 하 내쉬는 숨소리]

 

가자

 

요기 일 걱정 말고

 

가서 몸조심하라, 응?

 

[떨리는 숨을 내쉬며] 응

 

- [훌쩍이는 소리]
- [기완] 아휴

 

왜 우네야?

 

- 이거, 이거 울 일 아니야
- [마리가 떨리는 숨을 들이쉰다]

 

- [울먹이며] 우리…
- [탁 붙잡는 소리]

 

같이 찍은 사진 하나 없더라

 

가 보지 못한 데도 너무 많고

 

[크게 들이쉬는 숨소리]

 

해 보지 못한 것도 너무 많아

 

[흐느끼는 소리]

 

[마리의 떨리는 숨소리]

 

- [감성적인 음악]
- [마리의 길게 내쉬는 숨소리]

 

[훌쩍이는 소리]

 

- [기완] 마리야
- 응

 

[툭 소리]

 

우리

 

마다가스카르에 갈 거다

 

응?

 

저기

 

저거 보라

 

나 너랑

 

저기 가서, 저

 

희한하게 생긴 나무를 볼 거다

 

 

그리스

 

모로꼬

 

터키

 

우리

 

신발 밑창이
다 닳아 없어질 때까지

 

[길게 들이켜는 숨소리]

 

세상 곳곳을 다 돌아볼 거다

 

알았디?

 

[기완] 응?

 

[떨리는 숨을 내쉰다]

 

이케 울어 대면 어케 떨어지네?

 

[마리의 훌쩍이는 소리]

 

[훌쩍이는 소리]

 

[마리] 사랑해

 

가자

 

[마리의 훌쩍이는 소리]

 

- [쓸쓸한 음악]
- [기완] 저는

 

이 땅이 어떤 지옥이라도

 

[불어로 말하는 소리]

 

죽지 않고 살아 내겠다는
다짐 하나로

 

예까지 왔습니다

 

이 나라에 살 수 있는
권리를 얻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썼고

 

[찰깍 볼펜 꼭지 누르는 소리]

 

겨우 최소한의 것을

 

얻어 냈습니다

 

[코 훌쩍이는 소리]

 

[남자, 기완의 중국어 대화 소리]

 

그리고 이제 그 권리는

 

제가 이 벨기에 땅을
한 발이라도 벗어나는 순간

 

전부 사라진다는 것을

 

- [따뜻한 음악으로 변주]
- 압니다

 

기완이 너

 

어려서부터
파란색이 잘 어울리더니

 

참 멋지구나야

 

[기완] '다시 모래밭에
성을 쌓아 올리는 기분으로'

 

'살아 낼 수 있겠는가?'

 

스스로에게 수백 번을 질문했고

 

제가 내린 결론은

 

'기꺼이'

 

'그럴 수 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직원이 영어로]
신분증 보여 주시겠습니까?

 

[부스럭 소리]

 

"거주 허가증"

 

감사합니다

 

- [직원의 주저하는 소리]
- [여권 뒤적이는 소리]

 

왕복으로 드릴까요?

 

아니요

 

편도로 주세요

 

[기완이 한국어로] 제가
그토록 바랐던 것은

 

이 땅에 살 권리가 아니라

 

이 땅을 떠날 권리였다는 것을

 

오늘에야 깨달았습니다

 

[희망찬 음악]

 

[감성적인 음악]

 

[쓸쓸한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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