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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Are

We Are F

We Are Fa

We Are Fam

We Are Fami

We Are Famil

We Are Family

 

Team WAF
We Are Family

 

많은 분들이 촉촉한
아이크림을 선호 하시지만

 

그럴 경우 눈가에 기름기가
너무 많이 남을 염려가 있죠

 

흰 셔츠에 빨간 소스가 튀었다면

 

그 셔츠는 버린 거라고요?
절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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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들의 마음으로
만든 제품이랍니다

 

가볍게 돌리고
조여 주기만 하면

 

간단히 고칠 수 있어요

 

사용법까지 첨부돼 있으니...

 

동물 분장도 고역이었어요
어쨌든 끝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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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헬스장에 가실
필요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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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함께 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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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안 오니?

 

엄마야!

 

깜짝 놀랐어요

 

미안하구나

 

- 어쩐 일이세요?
- 어쩌고 있나 보려고

 

왜 아직 안 자고 있니?

 

아버지 학생이 아직
여기 있어서요

 

이젠 내 학생이 아니라 선생이지
똑똑한 친구야

 

- 몇 시예요?
- 12시 넘었다

 

- 그래요?
- 그래

 

- 생일 축하한다
- 아버지도 참

 

언제 잊은 적 있었니?

 

고마워요

 

벌써 스물일곱이라니
믿을 수가 없구나

 

저도요

 

잔을 빠뜨렸군
가만 있자...

 

됐어요

 

이렇게 맛없는 샴페인은
처음 마셔봐요

 

- 샴페인도 아니잖아요!
- 그래도 병은 제대로잖니

 

윈디 벨리포도농장

 

위스콘신에서 와인이 다 나네요
맛보실래요?

 

생일을 외롭게 보내진
않았으면 좋겠구나

 

- 외롭지 않아요
- 내 눈엔 안 그래

 

- 어떻게 아세요?
- 네 애비니까, 친구들도 만나고 해

 

- 알았어요
- 만나자는 친구들 없어?

 

- 없어요
- 왜?

 

그런 친구들이 있으려면
먼저 친구들이 있어야 하거든요

 

그 귀여운 금발머리 있잖니

 

- 누구요?
- 엘리스 가에 살던가?

 

- 늘 붙어 다니던 아이 말이다
- 크리스티 제이콥슨이요?

 

그래, 크리스티 제이콥슨

 

그건 초등학교 3학년 때예요

 

그 앤 놀이터에서 본 게
마지막이었어요

 

'클레어'는?

 

언니지
친구가 아니잖아요

 

그리고 뉴욕에 있고
전 언니가 싫어요

 

그래도 올게다

 

내일이나 오겠죠

 

잠이 안 오면 앉아서
수학 토론이나 할까?

 

- 좀 봐주세요
- 옛날처럼 말이다

 

지금도 충분히 골치 아파요

 

- 한줄, 한줄, 언성을 높이면서
- 정말 안 드실래요?

 

빨리 시작해, 난 네 나이때
이미 최고의 결과를 냈어

 

몇 살이셨어요?

 

처음 시작됐을 때요

 

뭐가 말이냐?

 

처음 증세가 나타난 거요

 

- 한 27살, 네가 걱정하는 게 그거냐?
- 생각해 봤어요

 

내가 미쳤다고 너까지 미치진 않아
정신병은 유전이 아니다

 

들어 봐라, 20대엔 모든 게
빠르고 혼란스럽지

 

거기다 넌 그 동안 너무 힘들었어
이 애비가 누구보다 잘 알아

 

- 넌 괜찮을 거야
- 그래요?

 

그래, 약속하마

 

우리가 이 얘길 할 수 있다는 게
바로 좋은 징조야

 

- 좋은 징조요?
- 그래

 

그게 왜 좋은 징조가 되죠?

 

진짜 미치면 자기가 미쳤을까
고민하지 않거든

 

- 그래요?
- 그럼, 다른 할 일이 많으니까

 

믿어도 돼

 

자기가 미쳤을까 하는 질문은
절대 던지지 않아

 

대답이 '예스'라고 해도요?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니까

 

오늘은 그만하고
가서 자려무나

 

- 그래야 아침에...
- 잠깐만요

 

- 왜 그래?
- 앞뒤가 안 맞아요

 

- 그럴 리가 있나
- 안 맞아요

 

- 어느 부분이 문제지?
- 문제는...

 

- 아버진 미치셨잖아요
- 그런데?

 

미친 사람은 자기가 미쳤다고
인정하지 않는다면서요?

 

그렇구나

 

아시겠어요?

 

- 좋은 지적이야
- 아버진 어떻게 인정하세요?

 

그건...

 

난 죽었기 때문이지

 

안 그러냐?

 

- 1주일 전에 돌아가셨어요
- 동맥류로 63살에 죽었고

 

내일이 장례식이지

 

미안해요

 

- 다쳤어요?
- 아뇨, 괜찮아요

 

다행이네요

 

돕스군, 거기 계속
서 있을 건가?

 

내 딸 캐서린일세

 

-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돕스군은
'무한 수학' 전공이란다

 

논문 완성에 가까워질수록

 

시간은 무한대에 가까워진다

 

- 캐서린?
- 네?

 

오늘은 이만 끝내야 겠어요

 

그래요

 

- 샴페인이네요
- 네

 

- 축하할 일이라도 있어요?
- 좀 드실래요?

 

- 좋죠
- 다 마셔도 돼요

 

- 아뇨, 됐어요
- 난 다 마셨어요

 

운전 때문에요

 

- 그만 가볼게요
- 그러세요

 

- 언제 또 오면 되죠?
- 또 와요?

 

아직 많이 남아서요
내일은 어때요?

 

내일은 장례식이에요

 

그렇군요, 미안해요
저도 참석해도 되겠죠?

 

그럼요

 

일요일은 어때요?
집에 있을 건가요?

 

3일 가지고도 모자라요?

 

지금 다 귀찮고
성가신 거 알아요

 

하지만 누군가는
교수님 기록을 정리해야죠

 

- 뒤져봐야 아무 것도 없어요
- 공책이 103권이에요

 

아버진 '서광'환자였어요, 헤럴드
그게 뭔지 알아요?

 

글 쓰는 일에 집착하는 거죠
'할'이라고 불러요

 

원숭이가 타이프 앞에 앉아서
공책 103권을 채운 것과 같아요

 

그래도 난 읽을 준비가 돼 있어요
당신은 아니에요?

 

아니에요

 

난 미치지 않았거든요

 

이러다 늦겠네요

 

친구들이 밴드를 해요

 

다이버시에 있는 바에서
2시 반쯤 공연이 있는데

 

- 가겠다고 했거든요
- 그럼 가보세요

 

모두 수학도들인데
좋은 친구들이에요

 

'i'라는 노래는
당신도 좋아할 거예요

 

3분 동안 가만히 서서
아무 것도 연주하지 않는 거죠

 

상상의 숫자 'i'요?

 

수학적인 재미죠
연주 실력은 볼 거 없지만요

 

수학 벌레들 장난 구경하러 가긴
너무 먼 거리네요

 

난 그런 말이 맘에 안 들어요
그렇게 먼 곳이 아니거든요

 

- 수학벌레들은 맞아요?
- 수학광들이죠

 

하지만 옷도
제대로 입을 줄 알고

 

다들 좋은 대학에서
자리 잡고 있고

 

몇은 안경도 벗고
렌즈로 바꿨어요

 

운동도 잘 하고, 밴드도 하고
섹스도 아주 자주합니다

 

그러니까 사실 그런 말들은
의미가 모호한 거죠

 

공부벌레, 책벌레, 샌님
좀생이, 범생이, 얼간이...

 

- 밴드에서 연주해요?
- 네

 

드럼 쳐요, 같이 갈래요?
맹세컨대 난 절대 노래 안 해요

 

- 됐어요
- 저기요, 캐서린

 

- 월요일은 어때요?
- 일은 안 해요?

 

- 강의도 하고, 연구도 합니다
- 거기다 밴드까지요?

 

- 10살짜리들 하키도 가르치죠
- 어지럽네요

 

사실 시간이 없긴 하지만
꼭 해야 하는 일이라서요

 

그 분 머리가 그 동안 완전히
닫혀 있었을 리 없어요

 

3년 전에 1년 동안은
완전히 정상이셨잖아요

 

- 그만 해요
- 캐서린...

 

- 27살 맞죠?
- 그쪽은요?

 

-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 몇 살이에요?

 

26살이에요
교수님은 우리보다 젊을 때

 

세 분야에 혁신적인
업적을 남기셨죠

 

- 게임이론, 대수기하학...
- 날 가르칠 생각 말아요

 

그 분이 하신 일의
10분의 1만 해내도

 

이 나라 어느 대학이든
직행 티켓을 딸 수 있어요

 

가방 이리 내요

 

왜요?

 

- 안을 좀 봐야겠어요
- 네?

 

- 얼른 열어서 이리 줘요!
- 왜 이래요

 

- 아무 것도 가지고 갈 수 없어요
- 그런 짓은 안 해요

 

발표할 만한 걸
찾고 싶은 거겠죠?

 

- 당연 하죠
- 직행 티켓 때문에?

 

아뇨! 발표 한다면 당연히
교수님 이름으로 해야죠

 

- 분명히 그가 방에 뭔가 있어요
- 도대체 무슨 소리를...

 

- 이리 줘요
- 신경과민인 거 알아요?

 

내가 신경과민이라고 해서
가방에 아무 것도 없단 뜻은...

 

위에 아무 것도 없다고
당신 입으로 말하지 않았어요?

 

- 했어요
- 그런데 내가 뭘 가져가겠어요?

 

맞아요

 

고마워요

 

진짜 왜 이래요?

 

꼭 공항 검색대 같네요

 

다시 와도 좋아요

 

병원에 한번
가보는 게 좋겠어요

 

난 멀쩡해요

 

아니면 운동을 해봐요

 

가끔 아침에 호수를 따라서
조깅을 하는데

 

머리가 맑아져요
아직 너무 춥지도 않고요

 

혹시 마음이 있으면
데리러 올게요

 

난 됐어요

 

이러다 공연에 늦겠어요
가봐야 겠네요

 

잘 있어요

 

- 잠깐 만요, 옷 두고 갔어요
- 아뇨, 내가...

 

신경과민이요?
조깅이 어쩌고 저째요?

 

- 잠깐만요
- 나가요, 내 집에서 나가요!

 

내가 설명할게요
보여주고 싶은 게 있어요

 

- 이리 줘요
- 잠깐만요

 

- 경찰에 전화하겠어요
- 네? 하지 말아요

 

그냥 빌린 거예요

 

교수님이 쓰신 게 있는데
수학이 아니라 그냥 글이에요

 

- 도둑이 들었어요
- 전화 내려놔요

 

- 도둑이요!
- 당신 얘기예요

 

- 지금 집에 있어요!
- 여기 당신 이름 있죠?

 

- 4655사우스...
- 캐서린이라고 써 있죠?

 

사우스...

 

'오늘은 캐서린에게서
좋은 소식이 있었다'

 

난 무슨 뜻인지 모르지만
당신은 알 것 같아서요

 

- 언제 썼어요?
- 여보세요?

 

3년 전에요, '아직 기계가
돌진 않지만 낙관적이다'

 

기계는 자신의 정신을 뜻하죠
수학적인 능력이요

 

알아요

 

'학생들과의 대화나
버스를 타는 게 도움이 된다'

 

'캐서린 덕분이다'

 

'날 정신병원에 넣지 않고
직접 돌봐주는 캐서린은'

 

'내 인생을 구원했다'

 

'이 글을 쓸 수 있게
만들어 주었고'

 

'다시 수학을 하는 상상을
가능하게 만들어 주었다'

 

'캐서린의 힘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그 아이에게 감사할 길이 없다
오늘은 캐서린의 생일이다'

 

'24번째 생일
캐서린과 저녁 식사를 한다'

 

생일인데 뭐를 하면 좋을까?

 

- 아버지
- 우선 이 재미없는 데서 벗어나자

 

노스사이드? 차이나타운?
어디가 좋을지 모르겠구나

 

아버지

 

저 학교에 가요

 

언제?

 

이번 달 말부터
'노스웨스턴' 대학이요

 

'노스웨스턴' 대학?

 

훔치려던 게 아니라
포장을 해주려고 했어요

 

생일 축하해요

 

'시카고' 대학은 싫어?

 

아버지가 계시잖아요

 

아버지가 가르치는 데서
강의를 듣기가 그래서요

 

- 너무 멀어
- 30분이면 가요

 

그래도 왕복하려면 먼 거리지

 

아버지

 

거기서 지낼 거예요

 

정말 '에반스턴'에서
살고 싶은 게냐?

 

가까운 곳이니까
언제든 올 수 있어요

 

아버지

 

지금까지 7개월 동안
문제없이 잘 지내셨잖아요

 

이젠 하루 종일
제 손이 필요하지도 않고요

 

- 네?
- 경찰에 신고하셨습니까?

 

아니야, 자기야

 

선물 목록에는 접시하고
갈색 소파를 넣고 싶어

 

자기 엄마가 가구를
사주고 싶어 하시잖아

 

그게 우리 아파트에
들어가는 제일 큰 크기야

 

걱정할 거 없다니까
내일 밤엔 집에 갈거야

 

우선 오늘 일부터 끝내야지
잠깐만

 

안녕하세요!

 

모르겠어
전화를 안 받아

 

어제보단 낫길 바랄 뿐이야

 

가자마자 샤워시켜서
햇빛 좀 쏘이게 해야지

 

- 훨씬 낫다
- 고마워

 

- 기분 좀 낫니?
- 응

 

백배는 좋아 보인다

 

- 커피 마셔
- 그래

 

- 블랙으로 줘
- 우유 조금 넣어

 

- 바나나 먹어
- 싫어, 고마워

 

장 봐 오길 잘 했지
집에 먹을 게 하나도 없더라

 

장 보러 나가려고했어

 

- 베이글 먹을래?
- 아니, 아침 안 먹어

 

- 커피 살 것
- 아직도 목록 만들어?

 

이렇게 안하면 불안해

 

끝내지 못한 일을 슬쩍
체크해버린 적은 없어?

 

속일 수 있는 게
나뿐인데 뭐 하러?

 

맞아

 

내가 사다준 린스 썼어?

 

- 아니, 잊고 있었어
-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거야

 

너도 마음에 들거야
잊지 말고 써

 

- 다음에 쓸게
- '호호바' 오일이 들었어

 

'호호바'가 뭔데?

 

머릿결 좋아지게
넣는 거 있어

 

- 머리카락은 죽은 거야
- 뭐?

 

죽은 세포야
건강하게 만들 수 없어

 

- 어쨌든 머릿결에 좋아
- 그게 뭔데, 화학물?

 

- 아니, 유기물이야
- 유기물은 화학물이 아닌가?

 

- 뭔지 잘 몰라
- 유기 화학물이라고 못 들었어?

 

머릿결이 건강해 보이고
좋은 냄새가 나고 부드러우면

 

그 이상은 알 필요 없어

 

너도 써 보면
마음에 들거야

 

고마워, 써볼게

 

오늘 입을 게 마땅치 않으면
시내로 쇼핑 나가자

 

알았어

 

재미있을 거야
내가 생일 선물로 사줄게

 

그래

 

다른 거 필요한 건 없어?

 

아니, 괜찮아

 

나 있는 동안에
부탁할 거 없어?

 

오늘 밤에 집으로
사람들이 올거야

 

너도 괜찮지?

 

오후에 아버지를 묻을 거야

 

장례식 후엔 다들 그렇게 해

 

그리고 오랜만에 옛 친구들도
만나고 좋잖니

 

아버지도 우리가
즐겁게 지내길 바라실 거야

 

장례식이라고 해서
눈물짜고 있을 필요 없어

 

- 너 잘 있냐고 묻더라
- '밋치'도 잘 있지?

 

안부 전해달라고 해서
곧 만나게 될 거라고 했어

 

- 우리 결혼해
- 진짜야?

 

- 진짜, 그러기로 했어
- 설마

 

진짜라니까

 

- 언제?
- 1월에

 

그이 직장도 괜찮고

 

나도 얼마 전에 승진했어

 

- 올거지?
- 그럼, 1월이라고?

 

다른 스케줄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당연히 가야지

 

- 뭐 할 건지는 생각해 봤니?
- 아니

 

- 시카고에 있을 거야?
- 모르겠어

 

- 다시 학교로 가고 싶어?
- 생각 안 해봤어

 

그럼 이제부터
생각할 게 많겠구나

 

- 어때?
- 육체적으로? 아주 좋아

 

머릿결이 나빠 탈이지만
그거야 뭐 방법이 있겠지

 

- 딴소리 말고
- 물어보는 이유가 뭐야?

 

너 아까 샤워할 때
경찰관들이 왔었어

 

그런데?

 

너한테 아무 일 없는지
들렀다고 하더라

 

고맙기도 하지
이건 어때?

 

어제 신고를 받고
집에 왔었다고 하던데?

 

그래서?

 

- 어제 경찰에 신고했니?
- 응

 

왜?

 

도둑이 들었다고 생각했거든

 

- 근데 아니었어?
- 응, 마음이 바뀌었어

 

좀 흥분 상태였다고 그러더라
욕도 했다면서?

 

경찰들이 웃기게 굴었어

 

- 좋은 사람들 같던데?
- 가라고 해도 가질 않잖아

 

조서인가 뭔가를 써야 한다면서!

 

그래서 욕을 했어?

 

말을 하면서 계속 침을 뱉는데
얼마나 역겨웠는지 알아?

 

그래서 재수 없는
인간이라고 했어?

 

기억 안나

 

가서 친구 엄마하고
섹스나 하라고 했다며?

 

안 그랬어!

 

- 그랬다고 하던데
- 그렇게 말하진 않았어

 

- 때리기도 했니?
- 집에 들어오려고 하잖아

 

- 세상에!
- 그냥 살짝 민거야

 

- 정상이 아닌 것 같았다던데?
- 집을 뒤지려고 했단 말이야!

 

- 네가 전화를 했잖아
- 그래

 

하지만 진짜 오게 하려고
전화한 건 아냐

 

그럼 왜 전화했어?

 

그 남자를 집에서 나가게 하려고

 

- 그 남자 이름이 뭔데?
- 할

 

헤럴드...헤럴드 돕스

 

경찰 말로는
집엔 너 혼자였다는데?

 

- 경찰이 오기 전에 갔어
- 공책을 다 가지고?

 

바보 같은 소리마
공책이 백 권이 넘어

 

한권을 훔치려고 한거야
근데 도로 주려고 한거라

 

그냥 보내줬어
밴드 연주에 가보라고, 이건?

 

- 밴드?
- 늦었다고 했거든

 

같이 가자고 했는데
난 별로 내키지 않아서

 

헤럴드 돕스가
네 남자 친구야?

 

아니

 

그 사람하고 잤어?

 

아니, 수학도야

 

그런데 밴드에 있어?
록밴드에?

 

아니, 마칭 밴드에서
트럼본을 연주한대

 

그래, 록밴드 맞아

 

- 밴드 이름이 뭔데?
-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헤럴드 돕스가
자기 록밴드 이름도 말 안 했어?

 

안 했어

 

그럼 헤럴드 돕스는...

 

- 헤럴드 돕스 소리 좀 그만해
- 혹시 그 사람이...

 

- 진짜 있는 사람이야!
- 그렇겠지

 

시카고 대학에서 수학을 가르쳐!

 

수학과에 전화해보면 알잖아!

 

'밋치'가 요리사가 다 됐어
요리가 취미가 됐다니까

 

요리 도구도 다 사들였어

 

마늘 짜는 거
올리브기름 뿌리는 거

 

매일 새로운 음식이 나와

 

지난번엔 야채 칠리를
만든 거 있지

 

그런 소리 계속 들어야 돼?

 

우리하고 얼마동안
같이 지내자

 

난 여기가 좋아

 

시카고는 한물갔어
뉴욕은 얼마나 재미있는지 몰라

 

재미있는 동네 같은 거
난 관심 없어

 

- 넌 너무 힘들어 보여
- 힘드니까

 

- 좀 안정할 필요가 있어
- 안정?

 

그 동안 힘들게 지냈잖니

 

- 난 멀쩡해, 알았어?
- 너무 지치고 날카로워져 있어

 

언니가 오기 전까진
아주 좋았어

 

잠깐만

 

캐서린!

 

누구야?

 

헤럴드 돕스!

 

안녕하세요?

 

됐어?

 

난 그런 관심 필요 없어

 

난 멀쩡해, 멀쩡하다고!
적어도 언니가 나타나기 전까진!

 

언니가 나타나서
천사나 되는 것 같은 목소리로

 

내 걱정에 경찰관 걱정까지
줄줄 늘어놓기 전까지는!

 

베이글에 바나나에
'호호바'오일!

 

뉴욕에 오지 않을래...
야채 칠리를 만들었다고!

 

너무 짜증나!
그러니까 제발 그만해!

 

- 클레어예요, 캐서린 언니요
- '할'입니다, 반가워요

 

교정판을 고치겠다고
돌아가더니

 

이 친구가 그걸 끈으로
잡고 있지 뭡니까

 

22살 나이엔
영국으로 돌아가

 

합리적 행동을 연구하는
수학이론을 만들어 냈으며

 

미국에선 천체 물리학자들에게
많은 숙제를 던졌죠

 

'로버트 르웰린'은
보기 드문 천재였습니다

 

우린 떠난 그를
많이 그리워하겠죠

 

하지만 그의 업적은
영원할 겁니다

 

이건 순서에 없던 거예요

 

와우

 

아버지 친구가 이렇게 많은지
전혀 몰랐어요

 

지난 5년 동안엔
다들 어디 계셨어요?

 

벌써 5년 전에
아버진 죽은 사람이었겠죠

 

천재성을 잃어버린 천재는
존재 의미가 없으니까요

 

그저 한 늙은이에 불과하죠

 

그 동안 어떻게 사셨는지
궁금하실 거예요

 

아버진 종일 책을 읽으셨어요
점점 더 많은 책을 원해서

 

매일 도서관에서 트럭으로
실어 나를 정도였죠

 

그러다 어느 날, 책을 읽는 게
아니란 걸 알았어요

 

아버진 외계인들이
'듀이의 십진법'으로

 

책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믿으셨던 거죠

 

그 암호를 해독하려고
애를 쓰셨던 거예요

 

종일 슬리퍼를 끌고
돌아다니시면서

 

혼잣말을 하고

 

냄새도 고약했어요

 

목욕을 했는지 검사하는 일도
저한텐 고역이었으니까요

 

그러더니 하루에 20시간씩
글을 쓰기 시작하셨고

 

엄청나게 공책을 사다 놓아도
어느 새 다 채워지곤 했어요

 

전 학교도 그만뒀어요

 

아버진 언제부턴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정교한
증명을 쓰고 있다고 믿으셨죠

 

마치 음악 같은 증명이요

 

전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기뻐요

 

캐서린!

 

캐서린!

 

경찰은 부르지 말아요

 

그런 말을 하다니
내가 미쳤나봐요

 

아뇨, 아주 참신했어요

 

- 집에 가야겠어요
- 태워다 줄게요

 

아뇨, 괜찮아요
걸어갈래요

 

너무 멀어요

 

고마워요

 

거기 유아원이 유명하대
우리도 알아보고 있는데

 

쉬운 게 아니더라니까

 

그래?

 

그래!

 

- 시카고가 그립지 않니?
- 아니

 

내 말은...

 

- 아니
- 그래도 여기 집이 있잖아

 

수리하면 쓸만해
결혼하고 여기서 살아

 

멋진데요

 

언니가 사줬어요

 

보기 좋아요

 

안 어울려요

 

잘 어울려요

 

증명할 수 없잖아요

 

그 반대를 반증할 수는 있어요

 

어울리지 않는 게 아니라는 건
증명할 순 있죠

 

어떻게요?

 

투표는 어때요?

 

아버지를 위해!
멋진 분이셨죠

 

감사합니다

 

그렇게 되다니 참 아까워요

 

그래도 멋진 분이셨죠

 

- 무슨 일을 하세요?
- 통화 분석가예요

 

아버지 재능을
천분의 1쯤은 물려받았죠

 

- 수학자?
- 아니에요

 

이론 물리를 하죠

 

- 물리학자들을 위해!
- 원샷!

 

언제쯤 다 돌아갈까요?

 

알 수 없죠
수학자들은 다 미쳤거든요

 

가을에 토론토 학회에 갔었는데
그렇게 녹초가 된 적이 없었어요

 

48시간 내내
파티, 술, 약, 논문, 강의...

 

- 약이요?
- 대부분 '암페타민'이죠

 

난 안 하지만 나이든 사람들은
중독자가 꽤 많아요

 

왜요?

 

23살 이후엔 내리막길이란
두려움이 있거든요

 

아버지도 그러셨어요

 

사실 많은 업적들이
젊은 친구들한테나 오죠

 

- 남자들요?
- 아뇨, 여자들도 있어요

 

누구요?

 

스탠포드에 한 명 있는데
이름이 기억 안 나네요

 

소피 제르맹?

 

맞아요, 학회에서 한 번
본 것 같기도 하네요

 

1776년에 파리에서 태어났어요

 

그럼 만난 적이 없겠군요

 

소피 제르맹!

 

- 이런! '소피 제르맹 소수'요
- 맞아요

 

2를 곱하고 1을 더하면
다른 소수를 얻는다

 

2가 소수라면 2를 곱하고
1을 더한 값 5도 소수이다

 

맞아요

 

92305곱하기 2의 16998승
더하기 1

 

맞아요

 

그게 알려진 가장 큰 값이죠

 

좀 지나갈게요

 

여긴 왜 온거야?

 

다음은

 

이 세상을 떠나신
한 위대한 수학자를 위해

 

이 곡을 바치겠습니다

 

제목은 'i' 입니다

 

하나, 둘!
하나, 둘, 셋!

 

당신 말이 맞나봐요
내가 훔쳤던 공책 말이에요

 

그 공책 하나만 온전한 것 같은데
거기도 수학은 없네요

 

맞아요

 

계속 읽어보고 싶어요

 

하지만 며칠 더 봐도
아무 것도 없으면...

 

하키장으로 돌아가게요?

 

 

그리고 자기 연구로?

 

그것도 영 그래요

 

뭐가 문제죠?

 

대단한 게 나오질 않네요

 

대단한 게 중요한 건 아니에요
평생 할 일이잖아요

 

한 번에 조금씩
해결해 나가면 돼요

 

- 교수님은 그렇지 않으셨어요
- 어떤 면에선 아버지도 그래요

 

아버진 문제를 의외의 각도에서
공격한 것뿐이죠

 

살금살금 들어가서
끈질기게 파는 거예요

 

모르겠어요

 

나도 몰라요
추측하는 거죠

 

난 가르치는 게 좋아요

 

- 좋은 연구가 나올 거예요
- 힘들 겁니다, 벌써 26살이에요

 

내리막길이요

 

- 각성제가 도움이 된대요
- 그래요

 

여기예요

 

여기가 내방이에요

 

수학책을 많이 보네요

 

아뇨, 패션잡지를 주로 봐요
이건 다 전시용이죠

 

당신은 참 알 수 없는
사람이에요

 

마실래요?

 

됐어요

 

아직 생일축하도 못 했잖아요

 

좋아요

 

미안해요
내가 조금 취했나 봐요

 

괜찮아요

 

해본지 오래 돼서
좀 서툴러요

 

전부터 당신을 좋아했어요

 

- 그래요?
- 그땐 이렇게 생각했죠

 

지도 교수 딸과
만나서는 안 된다

 

특히 교수가 미쳤을 때는요?

 

그때는 특히요

 

아버지 방에서 만났던 거
기억해요?

 

그걸 기억할 줄은 몰랐어요

 

기억해요

 

당신 첫인상이...

 

지루해 보이지 않았거든요

 

미안해요

 

깨질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마치...

 

마치 뭐요?

 

계란처럼요

 

아니면 냄새 지독한
프랑스 치즈를

 

반으로 잘랐을 때
흘러나오는 것처럼요

 

괜찮네요

 

캐서린?

 

언제 일어났어요?

 

좀 됐어요

 

언니도 일어났어요?

 

아뇨

 

곧 비행기 시간이니까
이제 깨워야죠

 

어제 그 이론 물리학자하고
많이 마시던데 더 자게 둬요

 

일어나면
커피나 걸러줘야 겠어요

 

일요일 아침엔 밖에 나가서
신문을 사고 아침을 먹죠

 

그렇군요

 

같이 갈래요?

 

집에 있을래요
언니 가는 거 봐야죠

 

그래요

 

내가 더 있으면
불편하겠어요?

 

아뇨

 

아버지 공책을 봐도 좋아요

 

좋아요

 

- 정말 괜찮아요?
- 원하는 대로 해요

 

- 내가 가길 원해요?
- 가고 싶어요?

 

당신과 함께 있고 싶어요

 

가능하다면 하루 종일
당신과 함께 보내고 싶어요

 

가능한 한 많은 시간을요

 

하지만 이런 내 태도가
당신을 움츠리게 만든다면

 

당장 뒤로 페달을 돌릴
용의가 있어요

 

어젯밤이 멋졌다고 말한다면
창피한 짓일까요?

 

내가 그렇지 않았다고 하면
창피한 짓이겠죠

 

그런데요?

 

창피해 할 필요 없어요

 

왜 그래요?

 

받아요

 

아버지 서재에 있는
책상 서랍이에요

 

뭐가 들어 있는데요?

 

지금 봐도 돼요?

 

- 잘 잤어?
- 살살 말해, 울려

 

- 괜찮아?
- 아니

 

- 이론 물리학자...
- 어떻게 된거야?

 

나 혼자 다 상대하게
내버려둬줘서 고맙다

 

그 밴드도!

 

그래

 

- 끔찍했어
- 괜찮던데? 재미있었어

 

모두 재미있어야 말이지
네 옷은 아주 근사했어

 

- 나도 마음에 들어
- 그래?

 

응, 아주 예뻐

 

- 네가 입어서 사실 좀 놀랐어
- 마음에 든다니까

 

고마워

 

고맙긴 뭘
근데 기분 좋아 보인다?

 

- 죽을상을 하고 있어야 돼?
- 아니, 좋아서 그러지

 

그냥...

 

잠깐만, 내 말 좀 들어봐

 

- 난 곧 돌아가야 돼
- 알아, 말했잖아

 

난 네가 뉴욕에 왔으면 좋겠어

 

그래, 1월에 갈게

 

뉴욕에서 살라는 소리야

 

살아?

 

처음 얼마간은 우리하고 있고
그 다음엔 집을 얻어

 

벌써 몇 개 알아봤는데
모두 다 진짜 괜찮아

 

내가 뉴욕에서 뭘 해?

 

원하는 건 뭐든 다!
일을 하던가, 학교에 가던가

 

이렇게 급작스럽게
결정할 문제 아니잖아

 

알아

 

언니 마음은 알아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어제 언니가 한 말이 맞아

 

지난 몇 년 동안은
아주 혼란스러웠어

 

그래서 조용히 시간을 갖고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

 

뉴욕에 아파트 하나 얻어서
정착하면 더 쉽잖아

 

아파트는 필요 없어
이 집에 있을 거야

 

이 집은 팔거야

 

뭐?

 

이번 주에 계약할거야
갑작스러운 건 알아

 

아무도 집 보러 안 왔는데
누구한테 판단 소리야?

 

대학에서 몇 년 전부터
사겠다고 했어

 

난 여기 살거야!

 

뉴욕으로 가자
재미있게 살 수 있어

 

- 말도 안 돼
- 그게 제일 좋아

 

넌 변화가 필요해
새로운 환경이 필요하다니까

 

- 도대체 왜 이래?
- 널 돕고 싶어서

 

날 돕고 싶어서
내 집에서 내쫓아?

 

- 내 집도 돼
- 언닌 여기 살지도 않았잖아

 

그래, 너 혼자 둔걸 후회해
그래서 지금이라도 돕고 싶어

 

이제 와서?

 

그래

 

아버진 돌아가셨어

 

- 알아
- 돌아가셨어

 

아버지 돌아가시니까
이제야 날아와서 돕고 싶다고?

 

너무 늦었어
지난 5년 동안 어디 있었는데?

 

- 일했잖아
- 난 여기 있었어

 

혼자 아버지하고 살았어

 

난 하루에 14시간씩 일했어

 

좁아터진 아파트에 살면서
이 집 융자금을 갚아 나갔어

 

그래도 언니 삶이 있었잖아
학교도 졸업했고!

 

- 너도 학교 마칠 수 있었어
- 어떻게?

 

너 원하는 거 하라고
내가 수백 번도 더 말했어

 

- 그럼 아버지는?
- 아버지는 환자였어

 

병원에서 전문적인 도움을
받았어야 옳았어

 

아버질 정신병원에 넣어?

 

- 그럼 더 좋아지셨을 거야
- 아버진 이 집에 계셨어야 돼

 

아버지가 행복할 수
있는 곳은 여기뿐이니까!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집중적인 치료를 받았으면
더 좋아졌을 수도 있어

 

네 손이나 빌리면서
이런 음침한데 있는 것보단 더!

 

그럼 1년 동안
멀쩡해졌던 건 뭔데?

 

- 그리고 나서 계속 악화되셨어
- 병원에 갔으면 더 했어

 

더 좋아지셨을 거야
다시 연구하신 적 있어?

 

- 아니
- 그리고 너도 더 나았겠지

 

내가 지금 어떤데?

 

넌 아주 뛰어난 아이였어

 

내가 아버지하고
똑같다고 생각하는 거야?

 

넌 아버지 재능을 물려받았어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불안정한 정신까지도

 

가만...

 

날 뉴욕으로 끌어낼 만큼
멋진 아파트만 알아본 게 아니지?

 

그 넘치는 에너지를 어디에
쏟아 부었는지 맞혀볼까?

 

동생을 가둬둘 수 있는
괜찮은 정신병원도 물색했겠지!

 

그렇지 않아
이건 그 문제하고 달라

 

거짓말하지 마!

 

- 내가 알아본 이유는...
- 세상에!

 

네가 원하면 그러란 거야
병원도 뉴욕이 최고니까!

 

- 이런 세상에!
- 널 속이고 싶진 않아

 

- 난 언니가 싫어!
- 소리지르지마!

 

꼴도 보기 싫어!

 

여기서 뭐하는 거예요?

 

언제부터 알고 있었어요?

 

꽤 됐어요

 

왜 말 안 했어요?

 

확신이 서지 않아서요

 

고마워요

 

아니에요

 

- 둘이 어떻게 된거야?
- 캐서린, 고마워요

 

- 좋아할 줄 알았어요
- 뭔데?

 

- 굉장해요
- 그게 뭔데요?

 

증명이에요

 

증명 같은데...
증명이에요, 아주 긴 증명이요

 

다 확인하진 않았지만...
아니, 확인할 수 없는지도 모르죠

 

어쨌든 증명이에요
아주 중요한 증명이요

 

뭘 증명하는데요?

 

소수에 대한 수학적 정리를
증명하는 것 같아요

 

수학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계속 돼온 수학자들의 숙제죠

 

알고 있었어?

 

- 굉장한 거예요?
- 검증만 되면 역사적인 거예요!

 

그러니까 그게 무슨 뜻이에요?

 

모두 교수님이 미쳤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아주 중요한 수학적인 증명을
완성하셨다는 뜻이죠

 

검증이 되면 발표도 하고
기자회견도 해야 돼요

 

그건, 즉
전 세계 신문들이

 

이 공책을 발견한 사람과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단 겁니다

 

- 캐서린?
- 캐서린이요

 

내가 발견한 게 아냐

 

- 맞아요
- 아니에요

 

- 그럼 '할'이 발견한 거야?
- 내가 발견하지 않았어요

 

발견하지 않았어요

 

내가 썼어요

 

- 안녕
- 어디 가?

 

- '반다리'교수님 약속에 늦었어
- 성질 알잖아, 빨리 가 봐

 

나중에 봐

 

그래

 

왔군

 

- 들러 줘서 고맙네
- 늦어서 죄송합니다

 

- 이 보고서 말이야
- 알아요, 죄송해요

 

- 아주 흥미 있어
- 그렇게 생각하세요?

 

내가 풀라고 한 문제와는
아무 상관없는 게 문제지

 

- 다신 그런 일 없을 거예요
- 어떻게 된건가?

 

자신이 제어가 안 돼?

 

아뇨...떠오르는 생각들을
적어 놓으려고 하다보면

 

어느새 아침이 되고
머리가 하얗게 비어버려요

 

하지만 벌써 세 번째야
자네 영감이 하필이면

 

자네가 꼭 배워야 하는
중요한 부분을 풀 때

 

발동이 걸리는 거 말일세

 

- 세 번째요?
- 미분 방정식에 관심이 없나?

 

아뇨, 관심 있어요
그럼요, 있어요

 

하지만 어젯밤엔
아니었나보군

 

아마도 어제는요

 

내가 걱정하는 건...

 

자네 보고서가 점점
나빠지고 있다는 거야

 

좋은 아이디어들도 있지만
일관성 있는 주장은 아냐

 

- 끝낼 시간이 없었어요
- 하지만 수학은 재즈가 아닐세

 

아무리 미친 수학자도
증명에선 방향을 지키지

 

저희 가족중에 수학자가
모두 미친 건 아닙니다

 

- 꼭 정신병자를 말한 건 아냐
- 참고삼아 말씀드린 거예요

 

부친께서는 어떠신가?

 

모르겠어요
1주일동안 통화를 못 했어요

 

괜찮으세요

 

지난 번 통화땐 잘 계셨어요
지금 9달째 아주 좋으세요

 

대단한 분이셨지

 

지금도 그러세요

 

낙제시키실 건가요?

 

다시 한 번 기회를 줄테니
이번엔 잘 해봐

 

자넨 A를 받아야지
그럴 자격이 있으니까

 

감사합니다

 

- 반다리 교수님?
- 그래

 

걱정마세요

 

교수님이 좋아하실 만한
훌륭한 보고서를 제출할게요

 

지금은 외출중이니
메시지를 남겨주세요

 

언니? 아버지하고
마지막으로 통화한 게 언제야?

 

화요일?
말도 안 돼

 

아냐
난 매일 통화했는데

 

며칠 동안 연락이 안 돼

 

언니가 그렇게 말하니까
걱정이 하나도 안 되네

 

덕분에 많이 편해졌어
고마워

 

무슨 일이 일어나겠냐고?
차사고가 났을 수도 있고

 

넘어져서 엉덩이뼈에
금이 갔을 수도 있고

 

벌거벗고 고속도로로
뛰어 나갈 수도 있어!

 

아빠 걱정하는 거 알아

 

그래, 나만큼!
이제 전화 끊어도 되지?

 

아버지?

 

안 계세요?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왔구나
갑자기 웬일이냐?

 

- 여기서 뭐하세요?
- 생각중이야

 

글도 쓰고

 

영하 1도예요
그리고 한밤중이고요

 

- 알아
- 안 추우세요?

 

춥지, 엉덩이가
떨어져 나갈 것 같다

 

근데 밖에서 뭐하세요?

 

집은 너무 덥고
보일러 소리 때문에 집중이 안 돼

 

몇 번이나 전화했는지 아세요?
제 메시지 들으셨어요?

 

그것도 방해 돼

 

무슨 일이 있나 걱정이 돼서
여기까지 달려 왔잖아요

 

그런 것 같구나

 

- 전화는 왜 안 받으셨어요?
- 미안하다

 

하지만 전화보다는
연구가 먼저 아니냐

 

연구요?

 

이런 제길!

 

내가 연구를 하고 있어!

 

여기서 나라는 건...

 

기계를 말하는 거란다

 

기계가 돌기 시작했어

 

실린더가 움직이고
기계가 휙휙 돌아가면서

 

후끈 달아올랐단다

 

그래서 좀 식히러 나온 거야
이런 기분이 몇 년 만인지 몰라

 

- 진담이세요?
- 그럼

 

- 못 믿겠어요
- 나도 그래, 하지만 사실이야

 

1주일 전에 시작됐다
잠이 깨서

 

아래층으로 내려 와
커피를 한잔 만들었어

 

그리고 우유를 붓는데 번쩍!
머리에 불이 켜지는 것 같았지

 

- 정말이요?
- 불이 아니라 엄청난 에너지!

 

21살 때하고
똑같은 기분이었어

 

- 농담마세요
- 아니, 난 돌아왔어!

 

완전히 돌아왔어!
힘의 근원을 찾은 거지

 

옛날 내 창조적인 에너지가
다시 내게서 샘솟고 있어

 

힘찬 물줄기 위에 앉아서
공중으로 솟구치는 기분이란다!

 

세상에!

 

이건 겨우 머릿속으로 졸졸
흘러 들어오는 그런 게 아냐

 

어마어마한 작업이
기다리고 있는 일이란다

 

쉽지 않겠지
하지만 해결할 과제가 있고

 

갈 방향이 보이니 된거지
완전히 새로운 이론이야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다 모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미안하구나

 

너무 내 얘기만 했어

 

- 학교는 어떠니?
- 좋아요

 

- 공부는 열심히 하고?
- 그럼요

 

- 교수들도 다 잘해줘?
- 네, 아버지

 

- 친구는 생겼어?
- 네

 

- 남자 친구?
- 아버지

 

자세히 말하기 싫으면
안 해도 괜찮아

 

학교는 잘 다니고 있으니까
연구 얘기나 해주세요

 

그래, 하자

 

- 지금 하신다는 게...
- 그래

 

- 여기 있어요?
- 일부는 있어

 

- 볼 수 있어요?
- 아직은 초기 단계야

 

- 괜찮아요
- 완성된 게 아냐

 

솔직히 아직 진행중이다
얼마가 걸릴지 모르지

 

괜찮아요
아무 거라도 보여주세요

 

- 정말 보고 싶니?
- 네

 

- 정말 관심이 있어?
- 그럼요

 

하긴...
너도 수학도니까

 

 

그게 날 얼마나
행복하게 만드는지 알지?

 

 

죽는 날까지 연구할 양이야
네 도움이 필요하단다

 

실은 나도 이젠 끝났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었지

 

다신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그 두려움을 아니?

 

- 잘은 몰라요
- 아주 끔찍한 공포지

 

그러다가 문득
네가 있다는 게 기억났어

 

넌 이제 시작이고
아직 갈 길이 멀단다

 

수학을 하지 않았으면
더 쉬웠을지도 모르지

 

'클레어'도 잘 하고
있긴 하지만...

 

난 네가 정말 자랑스럽다!

 

너도 네 연구가 있고
그걸 등한시하길 바라진 않아

 

절대 그래선 안 돼
하지만 애비를 좀 도와다오

 

솔직히 말해서 우리가 함께
연구했으면 좋겠구나

 

강의 시간을 조절할 수 있겠지?
그건 내가 도와줄 수 있어

 

교수들한테
전화 몇 통만 하면 돼

 

미안하다
내가 너무 앞서 달렸구나

 

세상에, 이런 날이 오다니!

 

아무 거라도 보고 싶댔지?
이것부터 시작하자

 

아직은 볼품이 없어
대강 윤곽만 잡아놨단다

 

하지만 이건 아주 굉장한 거야

 

아직 완성은 안 됐지만
방향은 충분히 볼 수 있어

 

여기 있다

 

초안이라고 보면 돼

 

- 다른 공책도 있었어?
- 아니, 그거 하나...

 

좀 봐요

 

이런 말 하는 거
미안하지만

 

이런 대단한 걸 쓰고도
아무한테도 말을 안 했다고?

 

지금 두 사람한테
말하고 있잖아

 

미안하지만 난 믿을 수가 없어

 

- 언니
- 이건 아버지 글씨체야

 

아냐!

 

- 똑같은데 뭘 그래
- 내 글씨야

 

미안하다

 

'할'한테 물어 봐
아버지 글씨를 내내 봤으니까

 

- 난 잘 모르겠어요
- 솔직하게 말해줘요

 

- 글씨 전문가가 아니라서요
- 누구 글씨처럼 보여요?

 

그게...캐서린 글씨체를
내가 잘 모르잖아요

 

바로 그게 내 글씨체예요

 

알았어요

 

내 생각엔 너무 시간도 이르고

 

지금은 모두 피곤해서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힘드니까

 

- 일단 쉬는 게 좋겠어
- 내 말을 믿지 않는 거지?

 

난 정말 모르겠어

 

됐어

 

언니가 날 믿을 거라고
생각한 게 바보지

 

어떤 증명인지 말해봐
네 거라고 증명하면 되잖아

 

언니는 이해하지도 못 해

 

그럼 '할'한테 해

 

앉아서 설명할 수는 있지만
시간이 꽤 걸릴 거야

 

- 공책은 보지 말고 해
- 말도 안 돼, 40페이지나 돼!

 

그걸 다 어떻게 기억해?
그게 빵 굽는 법인줄 알아?

 

멍청한 소리 좀 그만해!

 

- '할', 얘기해줘요
- 뭘요?

 

- 누구건지요
- 난 몰라요

 

왜 이래요?

 

다른 공책들도 다 봤잖아요

 

말도 안 되는 것들
투성인 거 알잖아요

 

- 캐서린
- 좋아요

 

좋아요, 그럼 내가
증명에 대해 설명할게요

 

그럼 됐죠?

 

언니가 내 공책을 주면요!

 

그럼 '할'한테 설명해봐

 

- 그래도 증거는 안 돼요
- 왜요?

 

교수님이 쓴 다음에
설명했을 수도 있으니까요

 

진짜 그랬다는 게 아니라
정확한 증거가 없다는 거예요

 

증거는 없어요!

 

하지만 아버진
그런 증명을 쓸 수 없었어요

 

멀쩡했던 1년 동안에도
연구는 전혀 못 했어요!

 

알잖아요
학문하는 사람 아니에요?

 

그럼 이렇게 하죠
수학자 몇 명을 아는데

 

아주 날카롭고 정확하고
교수님 연구를 잘 알아요

 

- 이걸 그 사람들한테 보이죠
- 뭐라고요?

 

아주 중요한 증명을
하나 찾았는데

 

누가 썼는지 모르겠다고 할게요
그런 다음 머리를 맞대고

 

검증하다 보면
뭔가 결론이 나올 겁니다

 

며칠 걸리냐가 문제지만
판단에 많은 도움이 될 거예요

 

그게 좋겠네요

 

- 안 돼요!
- 캐서린

 

- 가져갈 수 없어요
- 가져가려는 게 아니에요

 

- 노리는 게 이거였군요
- 그게 아니에요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겠죠
안 그래요?

 

굉장한 연구를 했다고
빨리 세상에 알리고 싶어요?

 

- 난 정확히 알려는 거예요
- 내가 정확히 말해줄게요!

 

- 당신은 몰라요!
- 내가 썼어요!

 

당신 아버지 글씨체예요!

 

다른 공책에 있는
글씨하고 똑같아요

 

당신 글씨가 교수님 글씨하고
같은지는 모르겠지만요

 

아버지 증명처럼 보여요?

 

그리고 공책도
다른 것들하고 같아요

 

말했잖아요
아버지가 준 공책이에요

 

아무한테도
보여주지 않았어요

 

당신한테 제일 먼저
보여주고 싶었단 말이에요

 

- 당신을 믿었어요
- 알아요

 

- 내 판단이 틀렸나요?
- 아니에요

 

언니는 믿지 않을 거 알았어요
하지만 당신은 왜죠?

 

얼마나 대단한 증명인지
알기 때문이에요

 

이 정도는 교수님 전성기에나
가능했던 거니까요

 

당신 같은 사람들이
아버지를 숭배한다고 해서

 

이 증명이 아버지 거란
뜻이 되나요?

 

교수님은 최고셨어요
우리 세대엔 그런 분조차 없어요

 

22살도 되기 전에
수학에 한 획을 그으셨죠

 

하지만 당신은 노스웨스턴에서
몇 달 공부한 게 다 잖아요

 

- 난 거기서 배우지 않았어요!
- 어쨌든 그게 문제가 아니라

 

이건 나도 이해 못 할 정도로
굉장한 고난도 증명이에요

 

- 너무 고난도요?
- 그래요

 

당신한테나 그렇겠죠

 

당신이 했을 수가 없어요

 

- 만약 내가 했다면요?
- 그렇다면...

 

당신은 죽고 싶을 만큼 괴롭겠죠

 

안 그래요?

 

당신이나 친구들처럼
간신히 시간이나 메우고

 

서투른 연구나 해서
박사학위나 따고

 

자기가 갔던 학회 자랑이나
해대는 사람들한테는요

 

안 그래요?

 

별 이상한 밴드나 하면서
26년 동안 업적이 어쩌고요?

 

웃기지 말아요!

 

캐서린

 

캐서린!

 

언제 같이 앉아서
수학 토론을 할거냐?

 

지금도 충분히 골치 아파요
치즈 드려요?

 

외롭구나, 난 할 말이 많은데
넌 들어주지 않으니 말이다

 

- 전엔 좋아했잖니
- 이젠 아니에요

 

넌 글을 읽기도 전에
소수가 뭔지 알았어

 

- 이제 다 잊었어요
- 게으름 피우지 마라!

 

게으름 피우지 않았어요
아버지를 돌보고 있잖아요

 

학교에도 안 가고
정오까지 자고

 

쓰레기 같은 음식만 먹어대고
싱크대엔 접시가 가득이고

 

- 종일 침대에서 보내는 날도 있어
- 그건 그나마 나은 날이에요

 

정신이 낭비되는 날이지!
넌 네가 뭘 잃고 있는 지도 몰라!

 

하루 종일 흐트러진 침대 위에서
뒹굴거리는 게 다니까!

 

어느 날은 오후 4시나 돼야
침대에서 내려오지

 

이 애비 말이 정확할 게다

 

너에 대해선 항상
내 귀가 열려 있다는 걸 알아야지

 

- 며칠 잃어버린 거예요
- 며칠?

 

- 몰라요
- 넌 알고 있어

 

- 그만 하세요
- 며칠이나 잃어버렸어?

 

- 한 달 조금 더요
- 그거야!

 

- 그만 식사하세요
- 정확히 며칠?

 

- 33일이요
- 더 정확하게!

 

오늘 정오까지 잤어요

 

33일하고
4분의 1일이구나

 

맞아요

 

- 농담하는 게냐?
- 아니에요

 

- 그건 놀라운 숫자야
- 골치만 아픈 숫자죠

 

그 하루가 1년이었다면
아주 흥미로운 숫자가 되지

 

- 33과 4분의 1년도 마찬가지예요
- 넌 내 말의 뜻을 알고 있어

 

- 1729주요
- 1729주, 굉장한 숫자야

 

두세 제곱항의 합으로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숫자

 

12 세제곱 더하기
1 세제곱은 1729

 

10 세제곱 더하기 9 세제곱이요
이제 됐죠?

 

알겠니?

 

네 절망 안에도
수학적인 의미가 있어

 

그만 빈둥대

 

연구를 해

 

이것 좀 봐줘

 

캐서린?

 

캐서린?

 

캐서린?

 

'L'의 더 낮은 값을 찾아냈어요

 

'란다우-지겔'의 변형이에요

 

'L'이 지겔 '0'이라면?

 

실질적인 증명이 필요해

 

맞아요

 

캐서린!

 

캐서린!

 

'하지만 *는 진실이다'

 

캐서린!

 

- 네?
- 이런!

 

간 떨어지는 줄 알았다
여기서 뭐하는 게냐?

 

죄송해요, 그냥...

 

멋진 소식이 있어

 

드디어 완성했단다

 

캐서린!

 

캐서린!

 

- 캐서린, 왜 그래?
- 내게 아냐!

 

- 아버지 거야, 내게 아냐
- 뭐가?

 

- 내게 아냐
- 왜 그래?

 

내가 훔쳤어
내게 아니야!

 

- 훔치다니 무슨 소리야?
- 내게 아니야

 

그래

 

- 내가 아버지를 죽였어
- 그렇지 않아

 

그걸 쓰지 말았어야 했어

 

- 괜찮아
- 써선 안 되는 거야!

 

그렇게 생각하지마

 

너무 간절히 바라다보면
그럴 수 있어

 

넌 그 증명만큼이나 특별한 걸
해낼 능력이 있으니까

 

아니면 네가 썼다고
상상했을 수도 있는 거야

 

아버지 거라고 확신할 수도 없잖니

 

아버지한테 정말
가능했던 일일까?

 

네가 죽인 게 아냐

 

그냥 때가 돼서 돌아가신 거야

 

그뿐이야

 

지금은 외출중이니
메시지를 남겨 주세요

 

나예요, 얘기할게 있어요
꼭 전화 부탁해요

 

제가 실을 게요

 

클레어!

 

- 벌써 가신 줄 알았어요
- 좀 미뤘어요

 

캐서린은요?
할 얘기가 있어요

 

- 안에 있어요
- 이 증명이요

 

검증 해봤어요

 

나이든 분들하고 젊은 친구들
두 부류 수학자들을 만났는데

 

아주 특이해요

 

어떤 이론을 썼는지
이해하기도 어려울 정도죠

 

하지만 잘못된 부분을
찾을 수가 없어요

 

설사 잘못된 곳이 있다고 해도
우린 찾을 수 없어요

 

한숨도 못 잤어요

 

이건 진짜예요

 

고마워요

 

모두 비밀을 지키겠다고
맹세했어요

 

모두 흥분해서 난리가 났었죠

 

이메일 하나면 끝이에요

 

하지만 협박을 해놨으니
안전할 겁니다

 

다들 주먹은 무서워하거든요

 

- 캐서린은 어디 있죠?
- 지금은 좀 그러네요

 

지금 떠나세요?

 

- 정오 비행기예요
- 캐서린도 데려 가나요?

 

 

- 뉴욕으로요?
- 그래요

 

- 억지로 그러실 거 없잖아요
- 캐서린이 원한 일이에요

 

- 캐서린을 만나야 겠어요
- 만나고 싶지 않을 거예요

 

정말 가겠다고
말을 했다는 겁니까?

 

그 앤 지금 정상이 아니에요

 

5일 동안이나
입을 꼭 다물고 있어요!

 

코트 입고 가지 그러니?
추워

 

짐 가지고 나올게
빠뜨린 건 이삿짐에서 챙길 거야

 

괜찮니?

 

검증됐어요

 

알고 싶어 할 것 같아서요

 

- 꼭 만나야 겠다고 생각했어요
- 난 떠나요

 

- 잠깐만요
- 왜요, 원하는 게 뭐죠?

 

공책도 손에 넣었잖아요
언니가 줬다면서요

 

이제 마음대로해요

 

학회에 발표도 하고
기자 회견도 열어서

 

아버지 업적을
세상에 알리지 그래요

 

교수님이 쓴 게 아니에요

 

- 지난주엔 그렇다고 했잖아요
- 그건 지난 주 얘기죠

 

이번 주 내내 증명을 읽었고
거의 이해를 했어요

 

최신 수학이론들을
많이 사용했더군요

 

80년대와 90년대에 발전된

 

'비가환 기하학'이나
'무작위 행렬이론' 같은 거요

 

대학원에서 3년 배운 것보다
이번 주에 더 많이 배웠어요

 

- 그래서요?
- 그래서 이 증명은 아주...

 

- 앞서 있는 거죠
- 잠이나 좀 자요

 

- 교수님이 20년 동안 뭘 하셨죠?
- 얘기 끝났어요?

 

새로운 이론들에 금세
익숙해지실 순 없었을 겁니다

 

- 아버진 천재였어요
- 하지만 정신 병자였죠

 

- 책이 있잖아요
- 그럴 수도 있죠

 

그런데 그 이론들에 관한 책은
다 당신 방에 있었어요

 

그리고 교수님은 언제나
날짜를 기록해 놓으셨는데

 

- 여긴 날짜가 없어요
- 글씨체는요?

 

부모 자식 간엔
글씨가 닮기 마련이죠

 

특히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경우라면요

 

재미있는 이론이네요

 

마음에 들어요

 

나도 마음에 들어요

 

바로 내가 지난주에
얘기했던 거죠

 

알아요

 

- 당신이 다 망쳤어요
- 이건 당신 증명이에요

 

안 됐네요
괜찮은 작전이었는데 말이에요

 

'전부터 좋아 했어요'
'당신과 함께 있고 싶어요'

 

아주 감동적이었어요

 

그건 진심이었어요

 

섹스하고 공책을 얻었으니
천재라고 할 만해요

 

솔직히 말해줘요

 

- 이 증명은 당신 거예요
- 그만해요

 

결국 인정해야 할 거예요
이대로 잊을 순 없잖아요

 

- 발표를 해야 돼요
- 날 좀 가만히 놔둬요

 

- 가져가요
- 갖고 싶지 않아요

 

- 난 모든 걸 바로 잡으려는 거예요!
- 불가능해요!

 

알겠어요?

 

해답을 얻었다고 생각해요?

 

당신 마음이 바뀌었다고
다 해결된 걸까요?

 

정말 확신이 서요?
당신은 아무 것도 몰라요

 

책, 수학이론, 날짜
그리고 글씨체?

 

그건 당신 동료들과
결론 내린 증거일 뿐이지

 

- 아무 것도 증명하지 못 해요
- 그럼 뭐가 필요하죠?

 

아무 것도요

 

당신은 날 믿었어야 했어요

 

난...

 

알아요

 

언니가 집을 팔았어요?

 

날 뉴욕으로 데리고 가서
돌봐주고 싶대요

 

당신은 혼자서도 문제없어요
아버지도 5년이나 돌봤잖아요

 

- 그럼 이제 내 차례겠네요
- 당신은 지극히 정상이에요

 

그만 가야겠다

 

이대로 달아나선 안 돼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무의미하게 살아갈 수 있어요?

 

- 이거 가져가요!
- 그만 가자

 

시카고에 있어요
당신은 성인이에요

 

가볼게요

 

- 제발요
- 싫어요

 

- 이건 당신 문제예요
- 가자

 

적어도 이건 당신 거잖아요

 

잘 있어요, 할

 

캐서린!

 

캐서린!

 

- 어디 가시죠?
- 뉴욕이요

 

신분증 주시겠어요?

 

많은 일을 끝냈겠네

 

5일이나 더 있었으니까

 

커피나 더 마셔야겠다
너도?

 

나도 그 목록에 있어?

 

뭐?

 

'미친 동생 해결하기'

 

'끝냈음'

 

그렇게 말하지마

 

난 널 돌봐주고 싶은 것뿐이야

 

캐서린!

 

- 네?
- 이런!

 

간 떨어지는 줄 알았다
여기서 뭐하는 게냐?

 

죄송해요, 그냥...

 

멋진 소식이 있어

 

드디어 완성했단다

 

어때?

 

- 대단하세요
- 믿어지니?

 

해내실 줄 알았어요

 

반응이 어째
솔직하지 못한 것 같구나

 

네 생각이 어떤지
하나씩 짚어 보자꾸나

 

나중에 해요
지금은 피곤해요

 

무슨 소리야, 우리 둘의
진짜 연구가 시작되는 거야

 

혹시 이 애비가 먼저 해낸 게
네 전의를 떨어뜨린 게냐?

 

이건 시작에 불과해

 

- 오늘은 너무 늦었어요
- 처음 두세 줄부터 크게 읽어

 

한줄, 한 줄씩 짚어 가면서
더 나은 길이 있나 찾아내자꾸나

 

내일 해요

 

몇 년 동안
이런 순간을 기다렸어

 

- 어서 시작해
- 아버지, 전 좀 자야겠어요

 

- 이 증명에 대해 얘기하자니까!
- 얘기하고 싶지 않아요

 

이런 망할!
어서 공책을 펴고 읽어 내려가!

 

'X를 X의 모든 양의 양과
같다고 하자'

 

'X를 추위와 같다고 하자'

 

'12월에는 춥다'

 

'추운 달을 11월부터
2월까지라고 하자'

 

'추운 넉 달과 더운 넉 달'

 

'그리고 나머지 넉 달은
결정되지 않은 기온이라 하자'

 

'2월에는 눈이 내린다'

 

'3월에는 호수가 언다'

 

'9월에는 학생들이 돌아오고'

 

'서점이 가득 찬다'

 

'X를 서점이 꽉 차는 달과
같다고 하자'

 

'책의 수가 무한대에 가까워지면'

 

'추운 달의 수는
4에 가까워진다'

 

'지금은 결코 미래만큼
춥지 않을 것이다'

 

'미래의 추위는 무한하다'

 

'미래의 추위는
미래의 더위와 같다'

 

'서점은 무한하고'

 

'9월을 제외하곤
절대로 차는 법이 없다'

 

너무 피곤하구나

 

얼른 그 집 커피 마시고 싶다

 

커피 사다 먹는 집이 있는데
자기들이 원두를 직접 볶아

 

지하실에서 커피를 볶으면
길거리까지 향이 난다니까

 

아침엔 4층인 우리 집에도
커피 냄새가 올라와

 

맨해튼에서 최고라고
어느 잡지에 났대

 

알게 뭐야

 

어쨌든 맛은 기가 막혀

 

난 커피 포기할래
신경에 안 좋거든

 

캐서린

 

캐서린!

 

며칠이나 잃은 걸까?

 

어떻게 하면 처음 시작한 곳으로
되돌아 갈 수 있을까?

 

난 밖에 서서 집안으로
들어갈 방법을 찾고 있다

 

하지만 그 집은 잠겨 있고
블라인드가 내려져 있다

 

그리고 난 열쇠를 잃었다

 

이젠 그 안의 모습이나
내용물이 생각나질 않는다

 

설혹 그 안으로 들어간다 해도

 

내 길을 찾아나 올 수 있을까?

 

어떤 땐 머릿속에서
모든 게 들어맞고

 

어떤 땐 내가
미쳐버린 것 같아요

 

당신은 정상이에요

 

난 아버지하고 닮았어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난 그게 두려워요

 

- 당신은 아버지와 아니잖아요
- 아버지처럼 될 지도 모르죠

 

그럴 수도 있지만
더 나을 수도 있어요

 

마치...

 

점들을 연결하는 것 같았어요

 

어느 날 밤에는
서너 개가 연결이 되고

 

어느 날 밤에는 점들이
저만치 떨어져 있어서

 

어떻게 연결해야 할지
전혀 알 수가 없어요

 

내 증명은 울퉁불퉁 보기 흉하지만
아버지 증명은 아주 매끄러워요

 

처음부터 되짚어 가면서
어느 부분이 그런지 얘기해줘요

 

나한테 신뢰를 회복하는 문제가
아직 남아 있는 거

 

알고 있죠?

 

그리고 내가 썼다는 걸
증명할 길도 없잖아요

 

맞아요
하지만 함께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판단할 수는 있겠죠

 

시작한 곳으로 되돌아간다면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여기요

 

한줄 한줄 되짚어가면서

 

더 짧은 길을
찾아낼 수 있다면...

 

궁금한 게 아주 많아요

 

조금 더 나은 길도

 

찾을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