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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막 : 신 임 아

Modify by Blue-Bird™

 

1972년 10월 13일

 

우루과이 비행기 한 대가
안데스산맥에 추락했다

 

그 비행기에는 승객 40명과
승무원 5명이 타고 있었다

 

혹자는 비극이라 말하고

 

혹자는 기적이라 말한다

 

우리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

 

세상이 당신을 버리면 어떨까?

 

옷도 없이 얼어 죽어간다면?

 

음식도 없이 굶어 죽어간다면?

 

그 답은 산에 있다

 

우린 과거를 되짚어 봐야 한다

 

가장 쉽게 변하는 것은
머릿속의 과거니까

 

"우루과이 몬테비데오
1972년 10월"

 

자, 밀어붙여!

 

가자, 올드 크리스천스!

 

이번 판은 우리 거야!

 

- 이기자!
- 가자!

 

밀어붙여!

 

파이팅, 올드 크리스천스!

 

- 가자, 크리스천스!
- 파이팅!

 

지금이야!

 

가보자!

 

계속! 밀리지 마!

 

받아, 로베르토!

 

난도한테 줘!

 

로베르토, 패스해!

 

- 난도한테 넘기라고!
- 로베르토!

 

패스!

 

로베르토, 넘기라고!

 

패스해!

 

패스하랬잖아

 

너한테 넷이나 붙어 있는데
어떻게 패스해?

 

- 왜 못 해? 충분히 할 수 있었어
- 생각은 줄이고 과감히 행동해

 

- 네가 공 잡았으면 달랐게?
- 그걸 말이라고 하냐?

 

그만 좀 갈궈
저번 우승컵은 내가 따줬잖아

 

네가?

 

경기 잘 안 풀리니까 괜히 나한테…

 

그만해! 뭐가 그렇게들 재밌냐?
오늘 경기 결과가 마음에 들어?

 

로베르토, 나 믿지?

 

내가 패스하라고 하면 해, 알았어?

 

원정 비행 경비는 어떻게 됐어?
오늘까지 다 모아야 한댔잖아

 

아직도 좌석 절반이 비었어
다니엘, 사촌들 오는 거지?

 

- 응, 나까지 넷이야
- 내 일행들 몫이야

 

- 봉투 하나를 못 구했냐, 코코?
- 응

 

누구 더 없어?

 

가스톤, 네 친구들은?

 

- 같이 갈 거야!
- 전부?

 

응, 한 명만 마저 꼬시면 돼

 

'하늘에서 음성이 들려왔다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이다''

 

'성령은 곧 예수를
광야로 몰아내셨다'

 

'예수께선 40일 동안 광야에서
사탄에게 시험을 받으셨다'

 

''네가 하느님의 아들이거든
돌들에게 빵이 되라고 말하여라''

 

'예수께서 답하셨다'

 

''사람은 빵으로만 살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판초!

 

판초!

 

''받아먹어라, 이것은 내 몸이다''

 

판초, 이거 누마한테 줘

 

주님께서 오실 때까지
주님의 죽음을 전하며

 

부활을 선포하나이다

 

넘겨, 알프레도

 

어이, 이거 받아!

 

저기 있는 판초한테 줘

 

고마워

 

누마

 

실례합니다만
저 친구한테 전해 주실래요?

 

가스톤

 

"새끼야, 칠레 같이 가자!!!"

 

노동자와 학생이여
단결하여 나아가자!

 

노동자와 학생이여
단결하여 나아가자!

 

20일에 상법 기말시험 있어

 

- 놀러 갈 시간 없어
- 최소 2주는 연기될 거야

 

- 세상이 난리가 났잖아
- 시험 때문만이 아냐

 

- 난 럭비에 관심도 없다고
- 내가 럭비 때문에 이래?

 

칠레 산티아고 푯값이 단돈 45달러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또 오겠어?

 

- 절대 안 오지!
- 평생 가도 없어!

 

이게 뭐게?

 

저번에 칠레에서 만난 여자들 번호

 

- 그라시엘라
- 깜찍이야

 

- 실비아
- 여신이지

 

- 베아트리스
- 코피 터져

 

- 넬리다
- 걔는 빼자

 

뭐? 그 예쁜 애를 왜 빼?

 

너 걔 때문에 펑펑 울면서
몬테비데오를 배회했잖아!

 

- 뭐야!
- 왜들 이래?

 

이거 잘 가지고 있어
가스톤한테 주지 마

 

알았지? 술이나 한 잔씩 더 하자

 

넬리다 이야기 좀 그만해!
네가 상관할 바 아니거든?

 

저 바보들 사이에
나만 두지 않을 거지?

 

이거로는 부족한데

 

가야만 하는 이유가 필요해?

 

- 응
- 너랑 같이 가고 싶어

 

졸업 몇 달도 안 남았잖아
평생 일만 하고 사는 거야

 

몬테비데오 최고의 변호사가 돼서
우리를 자랑스럽게 만들어 주겠지

 

각자 인생 사느라 바쁠 거야

 

모르겠어?
우리의 마지막 여행이 될지도 몰라

 

너도 나 울리려는 거야?

 

노동자와 학생이여
단결하여 나아가자!

 

안녕하세요

 

이리 와, 착하지?

 

"산티아고"

 

참프

 

어떡할까?

 

갈까?

 

"카라스코"

 

현재 시각 목요일 아침 8시
이곳은 몬테비데오입니다

 

미쳤어?

 

라디오 인데펜덴시아의 '임팍토스'
베르치 루페니안이 인사드립니다

 

앞으로 이어질 4일의 연휴 동안
맑고 따뜻한 날씨가 예상됩니다

 

즐거운 연휴 보내시길 바랍니다

 

침 닦아, 판치토

 

좋은 하루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누마!

 

왔어?

 

안녕

 

카네사, 로베르토 카네사!

 

알렉시스, 알렉시스 후니!

 

엔리케 플라테로

 

펠리페 마키리아인

 

프란시스코 아발, 판초

 

다녀올게

 

얌전히 지내

 

엄마한테 인사할까?

 

다들 잘 지내고 있어

 

엄마 갈게, 사랑해

 

하나, 둘

 

- 웃어, 하비에르!
- 셋

 

- 됐어요
- 가봅시다!

 

브라보!

 

갑시다!

 

찰칵 소리 났어?

 

- 응
- 좋아

 

내 이름은 누마 투르카티

 

24살이다

 

여기 내가 아는 얼굴은 얼마 없다

 

하지만 모두 친숙하게 느껴진다

 

대부분 나처럼 어리고

 

바닷가 동네에서 가족에게
사랑받으며 자란 이들이다

 

몇몇은

 

처음으로 먼 여행길에 오른 것이다

 

카를리토스, 이제 좀 앉아

 

"몬테비데오 해안으로
떠밀려 온 침몰한 보트"

 

코코, 여기 봐

 

잘 나왔다

 

디에고 사촌한테 사진 보내주자

 

- 액자에 넣어서 줘, 디에고
- 고마워

 

디에고!

 

판치토, 내가 너 꼭 이긴다

 

패가 좋네

 

네 사촌한테…

 

아이고!

 

오늘 상어가 배고픈가 보네요

 

산맥이라서죠?

 

위를 날아가는 모든 걸
빨아들인다던데 정말이에요?

 

 

사실이에요

 

아르헨티나에서 불어오는
따뜻한 바람과

 

산의 차가운 공기가 만나면
흡입 효과가 발생하거든요

 

농담이죠?

 

정말이에요
그래서 난기류가 발생하는 거예요

 

하지만 인간이 산보다
한발 앞서 있죠

 

봐요

 

산맥이 이렇게 있어요

 

우린 여기서 여기로 가야 하죠

 

직로 비행은 할 수 없어요

 

그렇게 간단하면 좋겠지만
거대한 산맥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남쪽으로 가는 거예요

 

조금 더 낮은 지점이 있거든요

 

그곳을 지나면 칠레가 나오는데
쿠리코에서 북쪽으로 선회하죠

 

그럼 10분 후에
산티아고에 도착해요

 

승객 여러분
안전벨트를 착용해 주십시오

 

곧 산티아고에 착륙할 예정입니다

 

금방 올 테니 카드 돌려요

 

안녕하십니까, 신사 숙녀 여러분
기장 카를로스 파에스 장군입니다

 

안데스산맥 여기저기에
몸이 흩어지지 않도록

 

안전벨트를 착용해 주십시오

 

- 우리 항공사 입소문도 내줘요
- 이리 줘요

 

앉아요

 

자리에 앉아요

 

카를리토스!

 

그만들 하고 안전벨트 매요

 

앞좌석으로 옮겨줄래요?
공간이 좀 필요해서요, 부탁해요

 

그 표정 뭐야, 무서워?

 

조심해, 하비에르

 

난도! 안전벨트 매

 

앉아요

 

난도!

 

- 수시!
- 가만있어요!

 

엔진 출력 더 높여!

 

하늘에 계신 아버지…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가스톤!

 

손잡아

 

로베르토

 

나 밑에 있어!

 

에두아르도

 

마르셀로

 

그래, 나 여기 있어

 

안 돼! 그만 죽어!

 

그만, 더는 죽지 말란 말이야!

 

벽에 기대앉히자

 

됐어, 이제 들어 올려

 

흥분하지 말고 숨 쉬어야 해

 

나 봐, 나 의대생이야

 

내 이름은 로베르토야, 너는?

 

- 알바로
- 성은?

 

알바로 망지노!

 

조종사가 살아 있어!

 

이거 좀 받아줘

 

조종사가 살아 있어!

 

구스타보, 셋에 들자

 

하나, 둘, 셋

 

이쪽이야

 

"1일 차
1972년 10월 13일"

 

조종사 살아 있어
유리를 뜯어내자

 

먹통이야, 불도 안 들어와

 

무전 어떻게 보내는 거예요?

 

뭐 누를까요?

 

저기요? 산으로 추락했어요
우리는 우루과이에서 왔어요

 

산으로 추락했다고요
거기 아무도 없어요?

 

이거 되긴 해요?

 

쿠리코를 지났어요

 

뭐라고요?

 

쿠리코를 지났어요

 

쿠리코요?

 

다시 말해봐요, 무슨 뜻이에요?

 

- 도와줘!
- 가자

 

여기!

 

신이 함께하기를

 

밤이 급습하듯 찾아왔다

 

순식간에 기온 30도가 떨어진다

 

추락으로 죽지 않았대도
추위로 죽을 것이다

 

최대한 몸을 밀착해야 한다

 

산 자도 죽은 자도 다 함께

 

집에 갈래

 

여권! 여권 이리 줘요!

 

내 손 꽉 잡아

 

우리는 그렇게 밤을 보냈다

 

얼어 죽기 싫으면 잠들지 마!

 

다친 이들은 비명을 질렀다

 

버텨!

 

다치지 않은 이들도 그랬다

 

이거 놔! 엄마!

 

엄마!

 

나를 꽉 안아

 

꽉 안고 있어, 판초

 

살려줘

 

나 좀 살려줘!

 

우리 살았어, 판초

 

한 대 줄래?

 

어딘지 알겠어?

 

모르겠어

 

마르셀로

 

판초 아발과
마르티네스 라마스가 죽었어

 

어젯밤 내내 소리 지르던 여자도

 

비행기 꼬리가 끊어지면서
가스톤도 같이 딸려 나갔어

 

내 사촌 다니엘도야

 

기도랑 알렉시스도 그랬어

 

난도는 죽어가

 

난도 여동생도 상태가 안 좋아

 

근데 부상자를 치료할 공간이 없어

 

비행기 안에 공간을 만들자

 

좌석을 다 빼내면
전부 들어갈 수 있을 거야

 

힘들 내자

 

부상자가 우선이야

 

볕이 드는 이쪽으로 전부 옮기자

 

최선을 다해서 보살피는 거야

 

- 플라테로!
- 응?

 

뭐든 쓸 만해 보이면 가방에 넣어

 

먹을 거 있는지 뒤져봐

 

뭐든 좋으니까 한 가방에 모으자

 

자, 보비

 

사망자는 어떡하지?

 

한쪽에 눕히자

 

저기가 좋겠어

 

구조대가 올 때까지만

 

"에우헤니아 돌가이 데파라도
50세"

 

"그라시엘라 구밀라 데마리아니
43세"

 

"단테 라구라라 - 41세"

 

"에스터 오르타 데니콜라 - 40세
프란시스코 니콜라 - 40세"

 

"훌리오 페라다스 - 39세
훌리오 마르티네스 라마스 - 24세"

 

"펠리페 마키리아인 - 22세
프란시스코 '판초' 아발 - 21세"

 

"페르난도 바스케스 - 20세
카를로스 발레타 - 18세"

 

더 먹어둬

 

오래 버텨야 하니까

 

도와줘요!

 

"2일 차
1972년 10월 14일"

 

그거 말고

 

더 큰 거 없어? 그거 좋네

 

- 안 돼, 건드리지 마
- 로이!

 

걸레, 옷, 외투 있는지 봐

 

자, 여기

 

받아

 

천이든 옷이든 뭐든 찾아봐

 

코코, 받아

 

- 더 커
- 오늘 밤에는 몇이나 죽을까?

 

아무도 안 죽어, 카를리토스

 

약속할게

 

찬 공기 안 들어오게 틈을 막아

 

마르셀로

 

우릴 찾으러 올 거야

 

내일은 와

 

피토 스트라우치는
마르셀로처럼 낙관적이지 않다

 

분별력이 있는 사람이니
주장에게 반기를 들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눈앞의 광경에
불안감이 엄습했다

 

생존이 불가능한 곳이다

 

여기서 겉도는 존재는 우리다

 

"3일 차
1972년 10월 15일"

 

난도

 

난도, 그러지 말고…

 

못 알아듣겠어

 

어떻게 된 거야?

 

비행기가 산으로 추락했어

 

내 동생은?

 

수시는?

 

저기서 안정을 취하는 중이야

 

엄마는?

 

돌아가셨어

 

- 다녀올게요, 아빠
- 월요일에 보자, 네가 잘 챙겨

 

그럼요

 

아들 믿죠?

 

- 며칠이나 지났는데?
- 사흘

 

우리를 본 사람은?

 

이리 줘, 고마워

 

봤어? 날개 흔들었어!
우릴 본 거야!

 

- 우리 봤어!
- 날개를 흔들었어!

 

고맙습니다!

 

지금 뭐가 제일 먹고 싶게?

 

바 아로세나에 파는
치비토 샌드위치

 

속이 꽉 찬 캐나다 치비토

 

라 마스코타의 밀라네사 스테이크

 

좋지

 

- 위에 달걀프라이 올려야 해
- 감자튀김도

 

- 거기 밀라네사 진짜 잘해
- 최고지

 

끝내주게 맛있잖아
크기도 장난 아니야

 

감자튀김이랑 하몽도 곁들여야지

 

- 베이컨도
- 있잖아

 

아까 그 비행기에서
왜 음식을 안 던졌지?

 

뭐 하러 던지겠어?

 

눈 속에 파묻힐 수도 있는데

 

그럼 절대 못 찾아

 

부상자들 데려오자

 

살살

 

다리 조심

 

여기가 더 편할 거야, 아르투로

 

안데스산맥이 좀 넓어?

 

체계적으로 수색해야 할 거야

 

예를 들면 구역별로?

 

어제 구조대가 왔었어

 

머리 위로 날아가는 거 봤잖아

 

오늘은 소리는 났지만 안 보였지

 

다른 구역을 수색 중일 거야

 

우릴 못 봤다는 거네?

 

올 거야

 

- 믿음만 잃지 않으면 돼
- 믿음? 과연 그럴까?

 

어린 애들한테는 아무 말 하지 마

 

정신이 무너져 버릴 테니까

 

여기서는 너희가 연장자야
책임감을 가져야지

 

우리 꼭 발견될 거야

 

- 계속 이러고 있을 순 없어
-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 '3의 법칙' 들어봤어?
- 아니

 

사람은 공기 없이 3분
물 없이 3일

 

음식 없이 3주 살 수 있어

 

음식 없이 3주?

 

고작 3일 지났는데 배고파 죽겠어

 

게다가 상황이 열악하잖아
기온은 낮고 고도는 높지

 

칼로리 소모량이 서너 배는 더 돼

 

로케가 배터리 얘기를 해줬어

 

비행기 꼬리에 있었어

 

내 생각엔 추락 지점으로 가서
배터리를 찾고 무전을 보내야 해

 

계속 가야 해!

 

- 아직은 눈이 안 녹았어!
- 누마!

 

힘 빼지 마!

 

너 업고 가기는 싫어

 

피토

 

왜 그래?

 

여기선 비행기가 안 보여

 

바로 위를 날아간다 해도
우리를 못 보겠네

 

돌아가자!

 

우리는 6일 동안 굶었다

 

어젯밤에
마지막 식량을 나눠 먹었다

 

짭짤한 크래커

 

이젠 그마저도 없다

 

카를리토스한테 뭘 좀 들었어

 

난도가 제정신이 아니래

 

어젯밤에
굶어 죽을 순 없다고 했대

 

굶어 죽을 순 없어

 

- 필요하면 시체를 먹겠다는 거야
- 필요하다면 시체라도 먹을 거야

 

나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했어

 

계속 가려면 살아남아야지

 

살아남으려면 먹어야 해

 

마르셀로

 

아무도 안 와

 

이러다 굶어 죽겠어

 

- 다들 쇠약해지고 있어
- 꼬박 7일을 굶었잖아

 

쫄쫄 굶었지
뭐라도 안 먹으면 다 죽어

 

뭘 먹겠다는 거야?

 

넌 미쳤어, 로베르토

 

너 때문에 다들 미쳐가고 있어

 

밖에 먹을 게 있어

 

밖에 단백질이 있어
우리한테 필요한 에너지야

 

- 계속 굶는 거야말로 미친 짓이지
- 로베르토

 

로베르토 말이 맞아
생사가 걸린 문제야

 

이틀 안에 구조될지도 몰라
조금만 더 기다릴 수 없어?

 

계속 굶으면 어떻게 되는지 몰라?

 

로베르토!

 

몸이 마른 식물처럼 쪼그라들어

 

뇌도 마찬가지야
생각 좀 해, 마르셀로

 

- 이제는 오줌이 새까매
- 나도 그래

 

먹으면…

 

우리 잘못되는 거 아냐?
신께서 용서해 주실까?

 

살려고 발버둥 치는 거니까
이해하시겠지

 

신은 아무 상관 없어

 

마르셀로, 미안한데

 

우리가 이렇게 된 건 운이야

 

- 불운이지
- 고기일 뿐이야

 

-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이지
- 먹는다 쳐도 어떻게 자르게?

 

누가 나설 건데?

 

 

내가 할게

 

나도 해

 

나는 안 먹어

 

우리는 못 해

 

합법이긴 해?

 

감옥에 가지 않을까?

 

- 장기 기증이랑 다를 거 없어
- 무슨 소리야?

 

장기 기증으로 치려면
기증자의 동의가 있어야지

 

마르셀로, 이건 범죄야

 

동의 없이 시신을 훼손할 순 없어

 

- 뭐라도 먹어야 하잖아
- 그럴 권리 없어

 

그럼 난 생존할 권리도 없어?

 

누가 그 권리를 뺏을 수 있는데?

 

수시?

 

수시? 숨 쉬어

 

수사나

 

수사나, 안 돼

 

구스타보!

 

구스타보, 나 좀 도와줘

 

수사나

 

- 도와줘
- 무슨 일이야?

 

- 숨을 안 쉬어, 왜 이러지?
- 머리 들 테니까 다리 옮겨

 

로베르토, 수시가 숨을 안 쉬어

 

- 로베르토, 도와줘
- 이쪽으로 데려와

 

도와줘!

 

- 숨을 안 쉬어
- 수시!

 

코코 니콜리치는
부모님께 편지를 썼다

 

'부모님께'

 

'비행기가 추락하고
8일이나 지났어요'

 

"수사나 '수시' 파라도 - 20세"

 

'여긴 참 아름다워요'

 

'산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고
저 멀리엔 얼어붙은 호수가 있죠'

 

'날이 따뜻해지면 녹을 거예요'

 

'우리는 잘 지내고 있어요'

 

'지금은 27명이 살아 있어요'

 

'난도 파라도의 여동생이
오늘 세상을 떠났어요'

 

'두 분이 너무 보고 싶어요'

 

'신께 기도하고 또 기도해요'

 

'다른 건 몰라도 부모님만큼은
꼭 다시 만나게 해 달라고요'

 

이곳은 묘지야

 

나는 묘지에 남지 않아

 

배가 너무 아파요!

 

알아, 몬초, 그래도 버티자

 

숨을 못 쉬겠어요

 

나 보고 숨 쉬어

 

- 더는…
- 숨 쉬어

 

- 숨이 막혀서…
- 넌 할 수 있어

 

여기서 나갈래요, 숨 막혀!

 

이렇게 가면 안 돼
나 보고 진정하자

 

- 나 죽기 싫어요
- 네가 왜 죽어?

 

- 여기서 죽기 싫어요
- 절대 안 죽어, 몬초!

 

"9일 차
1972년 10월 21일"

 

내가 죽으면 날 먹어도 좋아

 

그래서 너희가 살 수 있다면

 

내 몸도 먹어도 좋아

 

나도야

 

나도 동의할게

 

하늘에 계신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미안해

 

미안해, 마르셀로

 

날 용서해, 마르셀로

 

다들 미안해

 

어쩔 수 없잖아

 

미안해, 마르셀로

 

그런 눈으로 보지 마, 코체

 

난 널 항상 이렇게 봤어, 다니엘

 

스트라우치가의 사촌들이
가장 괴로운 일을 맡았다

 

모두가 기피하는 일이다

 

피토가 시신을 고르면

 

세 사람이 멀찌감치 숨어서 자른다

 

모두의 눈을 피해 숨는다

 

시신을 먹는 이들이
정신을 놓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여기!

 

- 뭐야?
- 여기 뭔가 있어!

 

라디오야

 

다 젖었네

 

로이, 고칠 수 있지?

 

시신을 먹지 않는 이들은
하염없이 하늘만 바라본다

 

신호를 기다리며

 

왼쪽, 오른쪽?

 

더 높게 들어, 코코

 

이보다 더 높게 들려면
전선을 구해서

 

막대기 같은 데 묶어야 해

 

그대로 있어봐

 

조금 더 왼쪽으로 가

 

조금만 더

 

너무 갔어, 오른쪽으로 살짝 와

 

거기야

 

조금만 왼쪽으로 움직여

 

더 높이, 코코

 

전선 안 건드리게 조심해

 

 

뭐야?

 

먹어, 눈이랑 먹으면 좀 나아

 

됐어

 

버틸 수 있어

 

너도 먹어야 해, 누마

 

옳지 않은 일이야, 판초

 

안 돼!

 

'엘 에스펙타도르'에서
새로운 소식을 알려드립니다

 

럭비팀 '올드 크리스천스'를 싣고
비행 중 안데스산맥으로 추락한

 

우루과이 비행기 사고에 대한
수색 작업이 종료되었습니다

 

당국은 절차에 따라 열흘간

 

수색 및 구조 임무를
총 66회 실시했습니다

 

칠레 공군기 17대를 비롯해

 

우루과이 및 아르헨티나 공군기
여러 대를 임무에 투입하였으나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내년 초 해빙으로 시야가 개선되어

 

잔해를 발견할 가능성이 높아지면
수색 작업을 재개할 예정입니다

 

칠레 공군 구조대의 보고에 따르면

 

안데스산맥에서 발생한
항공기 사고 34건에서

 

생존자는 전무했습니다

 

광고 후 돌아오겠습니다

 

품질 좋은 부품으로
만들었으니까요

 

색상과 디자인도 아름답죠

 

세 가지 모델로
맞춤 제작이 가능합니다

 

최다 우승을 거둔 자전거
'비시클레타스 빅토리아'

 

내가 틀렸어

 

오지도 않을 구조대를
기다리자고 부탁했어

 

하나만 더 부탁해도 된다면…

 

먹어줘

 

이제 우리에겐 목숨밖에 없어

 

그 무엇보다도
필사적으로 지켜내야 해

 

우린 비행기 꼬리를 찾으러 간다

 

그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아무런 계획도 없이 나섰다

 

무전기를 작동시키려면
배터리를 구해야 한다

 

저기 더 있어

 

"가스톤 코스테말레 - 23세"

 

나 왔어, 가스톤

 

"라몬 마르티네스 - 30세"

 

"오비디오 라미레스 - 26세"

 

"알렉시스 후니 - 20세"

 

"기도 마그리 - 23세"

 

피토의 사촌 다니엘 쇼야

 

내 뒤에 앉았었는데 떨어져 나갔어

 

해가 지고 있어

 

- 돌아가자
- 안 돼

 

조금만 더 가보자

 

잔해가 많은 거 보니까
멀지 않은 곳에 꼬리가 있어

 

"다니엘 쇼 - 24세"

 

누구누구 올라갔어?

 

누마, 구스타보, 마스폰스

 

맨몸으로 갔어

 

저 위는 여기보다 온도가
20~30도는 더 낮을 텐데

 

밤이 되면 몸이 얼 거야

 

햇볕에 눈이 녹아서
눈이 무릎까지 왔다

 

아니, 저쪽이야!

 

발을 내딛기 힘든 지경이 됐고
그대로 밤에 갇혀 버렸다

 

우린 얼어 죽을 거야

 

계속 때려!

 

산은 당신이 달아나려 할수록

 

더욱 매섭게 공격해 온다

 

구스, 먹어

 

누마

 

위에서 뭘 봤어?

 

누마

 

말해줘

 

눈으로 뒤덮인 산뿐이야

 

사방이?

 

내 눈에는 산밖에 안 보였어

 

서쪽은?

 

눈 덮인 산 너머가 보였어?

 

아니

 

안 보였어

 

그 너머에 칠레가 있어

 

그곳으로 가야 해

 

그러려면 일단 먹어야지

 

안 그럼 칠레까지 못 가

 

괜찮아

 

겨우 두세 번 씹을 수 있다

 

그러곤 억지로 삼킨다

 

처음엔 시간이 갈수록
집에 돌아갈 수 없겠단 생각이

 

머릿속에 차올랐다

 

하지만 난도를 보고 희망을 품었다

 

난도는 한 가지 생각에 빠져서
하루도 거르지 않고 훈련했다

 

저 산 너머에는 칠레의
푸른 골짜기가 펼쳐져 있다는 것

 

저 산을 오르는 건 자살행위다

 

하지만 나도 함께 갈 것이다

 

"17일 차
폭풍 5일째"

 

바스코, 내가 답할게

 

라임 맞추느라 애썼다

 

일어나서
찬바람 좀 맞고 오지 그러냐?

 

그건 좀 아니다, 보비

 

- 준비됐어, 카를리토스? 해봐
- 에이!

 

27명이 겨우 몸을 구겨 넣었네
이것도 하나의 신호 아닐까?

 

아래엔 사람이 득실대는데
특실 손님 셋은 팔자 좋네

 

우리에겐 비극이 펼쳐졌고

 

나는 해먹을 펼쳐 놓고
망토 없는 용감한 영웅들을 봐

 

때로는 분노에 휩싸이기도 하지만

 

너희가 곁에 있다는
삶의 축복에 휩싸여 있어

 

우리는 운 없게도
추운 비행기에서 죽어가고 있지만

 

코코는 운 좋게도
발로 내 손길을 느끼고 있지

 

코코, 내 품에 너무 익숙해지지 마

 

이제 곧 우루과이에 있는
가족의 품으로 갈 거니까

 

- 좋다
- 네 차례야, 코코

 

난 좀 감상적으로 가볼게

 

10월 13일이 엄마 생신이었어

 

신께 딱 한 가지 빌었어

 

집에 무사히 가게 해달라고

 

- 다음 생일 파티엔 가게 해달라고
- 좋다

 

잘했어

 

- 좋았어
- 어떤 사람들은 흠잡을 데 없어

 

어떤 사람들은 갈 길이 없어

 

누가 대통령인지도 알 길이 없어

 

그게 뭐냐!

 

- 별로야?
- 너무했다

 

적어도 노력은 했잖아
잠자코 있는 사람들도 있다고

 

이 산은 너무나 가혹해

 

퓨마처럼 달아나고픈
생각이 가득해

 

그래도 과묵한 누마의
라임은 듣고 가야지

 

이 추운 산비탈은 얼어붙어서

 

그 무엇도 버티지 못해
거미조차 얼어붙어

 

이곳은 마치 냉동고

 

차가운 산비탈과
산 바위뿐인 냉동고

 

산…

 

모두 누마에게 박수!

 

잘하네!

 

도와줘!

 

로이!

 

로이!

 

- 여기 밑에 사람들 있어!
- 내가 왔어!

 

눈을 파내!

 

피토!

 

틴틴!

 

기다려!

 

기다려! 금방 꺼내줄 거야!

 

- 코체, 도와줘
- 끌어내!

 

계속 파내!

 

기다려!

 

조금만 기다려!

 

눈을 파내!

 

제발 나 좀 꺼내줘!

 

버텨, 누마!

 

내가 꺼내줄게!

 

판초!

 

코코!

 

릴리아나가 밑에 있어, 밟지 마!

 

거기 서 있지 마
릴리아나가 밑에 있다고!

 

미치겠네, 거기 있지 마!
릴리아나가 있단 말이야!

 

릴리아나, 기다려!
릴리아나 위를 밟지 마!

 

거기 밟지 마! 내가 꺼내줄게!

 

여기야!

 

코코, 나와!

 

코코!

 

코코!

 

숨 쉬어!

 

숨 쉬어야 해

 

여보, 숨 쉬어

 

숨을 안 쉬어

 

- 제발 숨 쉬어
- 숨을 안 쉬어!

 

- 여보, 숨 좀 쉬어
- 안 돼!

 

숨 쉬어

 

여보, 숨 좀 쉬어

 

무슨 소리지?

 

뭐야?

 

왜 이러지?

 

어서!

 

공기가 들어와

 

- 산소가 있다는 얘기야
- 그래

 

다들 괜찮아?

 

- 아르투로?
- 살아 있어!

 

하비에르도 살았는데
릴리아나는 가버렸어

 

- 바스코?
- 여기 있어!

 

나도 있어, 로베르토야!

 

나도 무사해, 몬초야

 

페드로 알고르타도 있어

 

디에고?

 

디에고는 죽었어, 피토

 

로케도 못 버텼어

 

- 마스폰스도야
- 나는 난도야

 

엔리케랑 후안 카를로스도 죽었어

 

- 틴틴, 괜찮아?
- 나 여기 있어

 

코코?

 

- 코코?
- 코코는 죽었어, 난 로이야

 

마르셀로는?

 

- 마르셀로?
- 마르셀로!

 

- 마르셀로!
- 마르셀로!

 

- 마르셀로?
- 주장!

 

마르셀로!

 

마르셀로는 갇혀버렸다

 

더는 추위도 그 무엇도
느끼지 못했다

 

아무것도 못 느끼는 평안을 얻었다

 

우린 17일 동안
이 순간을 기다린 것이다

 

찰나의 고요함

 

잠깐의 평온함

 

- 우리 위에 눈이 얼마나 있을까?
- 산 전체가 무너졌을 수도 있어

 

모두 기도해!

 

태중의 아들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

 

오늘은 10월 30일

 

내 생일이다

 

나는 오늘로 25살이 됐다

 

고향 생각을 떨치기 어려운 날이다

 

빛이 들어오는 걸 보니
그렇게 깊게 파묻히지 않았어

 

"릴리아나 나바로 데메톨 - 34세"

 

"마르셀로 페레스 델카스티요
25세"

 

"카를로스 로케 - 24세"

 

"후안 카를로스 메네데스 - 22세"

 

"엔리케 플라테로 - 22세"

 

"디에고 스톰 - 20세"

 

"구스타보 '코코' 니콜리치
20세"

 

"다니엘 마스폰스 - 20세"

 

언제까지 갇혀 있어야 하지?

 

폭풍이 지나갈 때까지

 

"18일 차
매몰 2일째"

 

참을 수 없는 허기에 시달린다

 

지금까지 스트라우치 사촌들은
고기를 고기로 만들 수 있었다

 

이름 없는 고기

 

얼굴 없는 고기

 

이젠 그마저도 할 수 없다

 

얘들아

 

계속 이러고 있을 거야?

 

로베르토

 

살려면 먹어야 하잖아

 

이제 와서 포기할 거야?

 

그 고생을 다 하고서?

 

밖으로 나가야 해
난 여기 못 있어!

 

나갈 거야!

 

나한테 원하는 게 뭐야?

 

그만해, 누마!

 

좀!

 

그만해!

 

누마!

 

"20일 차
매몰 4일째"

 

하늘이야

 

하늘이 보여!

 

몬초, 네가 먼저 나가
몸집이 작잖아, 어서!

 

해가 보여!

 

가자!

 

우리가 해냈어

 

어이! 뭐가 보여?

 

- 네 애인 마르가리타 왔어
- 비키니 입었다!

 

나 지금 간다고 해!

 

우린 살아 있어!

 

살았다!

 

우린 아직 여기에 있어!

 

그만해!

 

병이 있어

 

다리 좀 어때?

 

괜찮아

 

살짝 베인 거야

 

힘을 아껴, 누마

 

난 힘이 다한 것 같아

 

그런 말 마, 아르투로

 

믿음을 잃지 마

 

믿음이 이렇게 강했던 적도 없어

 

미사를 돕는 복사라도 된 거야?

 

웃지 마

 

하지만 내 믿음은…

 

미안, 누마

 

너의 신을 향한 게 아냐

 

너의 신은

 

고향에서는 길을 알려줬지만

 

이 산에서는 알려주지 않아

 

여기서 일어나는 일들은

 

예전의 눈으로는 바라볼 수 없어

 

누마

 

이게 내 하늘이야

 

난 이제 다른 신을 믿어

 

나의 신은

 

로베르토의 머릿속에 깃들어 있어

 

내 상처를 치료해 주지

 

난도의 다리에 깃들어 있어

 

어떤 상황에서도 앞으로 나아가지

 

나는 다니엘의 손을 믿어

 

고기를 자르는 손 말이야

 

그 고기를 건네는 피토를 믿어

 

누구의 살점인지는 함구해

 

그 덕에 먹을 수 있는 거야

 

그들의 눈을 떠올리지 않게 해주지

 

나는 그 신을 믿어

 

나는 로베르토를 믿어

 

난도와

 

다니엘

 

피토를 믿어

 

먼저 간 친구들을 믿어

 

넌 철학자야, 아르투로

 

복사이자 철학자야

 

"이네스"

 

힘내자

 

- 파이팅
- 때가 됐어

 

저 태양을 봐

 

아직 아냐

 

- 어째서?
- 준비를 해야지

 

폭풍이 불면 어떡해?

 

더 따뜻해져야 해

 

아직 밖에서 하룻밤도 못 버텨

 

안 그래, 누마?

 

11월 15일부터 눈이 녹을 거야

 

기온이 오르고
폭풍이 불 위험도 줄겠지

 

벌써 2주째 기다리기만 했어

 

아니, 준비한 거지

 

계획 없이 무작정 나서 봤자
아무 소용 없어

 

얼마나 가야 하는지도 모르잖아

 

어이!

 

여기 좀 도와줘

 

- 그 의자 편해?
- 어서 와

 

- 얼른
- 도와줘

 

괜찮아?

 

저기 판 들어

 

자, 해보자

 

도와줘?

 

"34일 차
해빙 시작"

 

로베르토, 누마, 좀 도와줘

 

머리를 받치고 천천히 세우자

 

자, 세워

 

천천히

 

괜찮아, 아르투로

 

셔츠를 이렇게 천천히 올려봐

 

아르투로가 많이 아파

 

사흘 못 넘겨
바스코는 며칠 더 버티겠지

 

어떻게 생각해?

 

뭘?

 

- 얼마나 버틸까?
- 내가 어떡하길 원해?

 

말해봐

 

어떻게 해줄까?

 

우리는 최선을 다해서
의사 노릇을 했어, 로베르토

 

결국 무덤이나 파게 될 거야

 

어려운 일이지

 

하지만 네 다리가
여기서 제일 튼튼해

 

모두를 위해 걸어야 해

 

패스해!

 

로베르토, 패스해!

 

조심조심

 

저쪽으로 옮기자

 

좋아

 

여기 눕혀

 

나 여기 있어
나 따라 숨 쉬어, 아르투로

 

아르투로 노게이라는
폐에 물이 가득 찼다

 

더는 버틸 수 없다

 

그렇지

 

그래

 

구스타보가 애써보지만

 

잘하고 있어

 

모두 숨죽일 수밖에 없다

 

바로 그거야

 

"아르투로 노게이라 - 21세"

 

"아르투로"

 

뭐든 해봐야 한다

 

나를 포함해 넷이 나섰다

 

우린 아르헨티나를 향해 내려갔다

 

밤을 버틸 수 있길 바라며
옷을 있는 대로 껴입었다

 

"36일 차
아르헨티나를 향해 동쪽으로 탐험"

 

누마!

 

누마, 괜찮아?

 

감염됐잖아

 

돌아가자

 

업고 갈 수는 없잖아

 

- 로베르토
- 나 혼자 돌아가면 돼

 

별로 안 멀어

 

미안해

 

어떻게 된 거야? 누마!

 

- 무슨 일 있었어?
- 다른 녀석들은?

 

누마, 무슨 말이라도 해봐

 

괜찮아, 우리가 있잖아
어떻게 된 일이야?

 

아빠!

 

- 바스코, 우리가 있잖아
- 아빠!

 

- 진정하고 나를 봐
- 엄마 어디 있어?

 

나 봐, 아버지 여기 계셔

 

눈 떠, 우리 여기 있어

 

- 아빠! 이리 와요!
- 그만해

 

진정해

 

우리가 있잖아

 

바스코

 

- 바스코, 나 쳐다봐
- 아빠!

 

- 고마워
- 라파엘, 라파엘 에체바렌!

 

"에차바렌"이에요

 

"라파엘 '바스코' 에차바렌
22세"

 

이해가 안 돼요, 하비에르

 

비행기가 추락한 순간부터
어떻게든 도움이 되려고 애썼어요

 

나는 항상

 

옳은 일을 하려고 했다고요

 

이젠 다리가 이 꼴이 돼서…

 

쓸모없어졌네요

 

이게 다 무슨 의미일까요?

 

아르투로, 바스코, 그 많은 이의
죽음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릴리아나는 늘 열심이었어

 

눈사태가 덮쳤을 때 릴리아나가
내 밑에 깔려 있는 게 느껴졌어

 

난 몇 센티미터만 파묻혀 있었어

 

그래서 겨우 머리를 내밀고

 

목이 터져라 외쳤지
'릴리아나, 기다려!'

 

'나 살아 있으니까 꺼내줄게!'

 

근데 다들
릴리아나 위로 지나다니는 거야

 

소리를 질렀지
'거기 밟지 마!'

 

'그 위에 서 있지 마
릴리아나가 밑에 있어!'

 

릴리아나를 꺼내주려면
내가 먼저 나가야 했어

 

그런데 릴리아나 가슴이
발밑에 있어서 움직일 수 없었어

 

내가 빠져나오려고 발버둥 칠수록
릴리아나를 밀어 넣게 되는 거지

 

릴리아나의 죽음에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

 

릴리아나를 꺼냈을 때는
이미 숨을 거둔 후였어

 

모두가 눈을 파헤쳐
친구를 구하는 동안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사는 동안

 

나는 온 힘을 다해
릴리아나를 껴안았어

 

평생 느껴본 적 없는
엄청난 사랑을 느꼈지

 

그 순간 할 일이 있음을 깨달았어

 

내 가슴으로 꽉 껴안은 그 사랑을
고스란히 간직해서

 

내 아이들에게 돌려주는 거야

 

릴리아나의 죽음은 헛되지 않았어

 

다리 좀 다쳤다고
쓸모없어지지 않아

 

그러지 말고, 로이
안 도와줄 거야?

 

난도?

 

너 게을러졌다며?

 

종일 잠만 자네, 왜 그래?

 

- 훈련해야지
- 네가 왜 여기 있어?

 

말해도 못 믿을걸

 

동쪽으로 두세 시간쯤 걸었던가

 

한 언덕을 넘었더니
비행기 꼬리가 있었어

 

그걸 어떻게 찾았나 싶어

 

한참 튕겨져 나간 거야

 

반대쪽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었어

 

여행 가방이랑
깨끗한 외투가 잔뜩 있었어

 

럼주도 있었다니까?

 

담배도 있었지

 

초콜릿이야

 

잠깐, 포장지는 벗기고 먹어야지

 

음식 두고 먹으라 마라 하지 마

 

됐다

 

네 말이 맞았어, 누마

 

우린 눈밭에서 밤을 보냈어

 

살아남은 게 기적이지

 

비행기 배터리도 찾았어

 

꼬리에 있더라

 

라디오를
여기로 가져오는 게 낫겠어

 

로이가 휴대용 라디오
고친 거 봤어?

 

로베르토가 비행기에 있는
무전기를 고칠 수 있을 것 같대

 

우리 다시 내려갈 거야

 

해봐야지

 

난도, 로베르토, 틴틴, 로이는
다시 비행기 꼬리로 간다

 

나도 갈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로이는 기력이 쇠했고
무전이 될 거라 믿지 않는다

 

로이, 서둘러야 해

 

로이는 겁에 질렸다

 

하지만 모두를 위해 나선 것이다

 

- 말도 안 된다
- 잘했어, 로이

 

1-C-6-0-1

 

B… 아니야, 뭐였지?

 

- 1-7, 이거다
- 7

 

무전 안 되면 어쩌지?

 

그럼 어떡해?

 

다시 길을 떠나야지

 

안 그래, 로베르토?

 

칠레가 있는 서쪽으로 가야지

 

여보세요!

 

여보세요?

 

우리는 안데스산맥에 추락한
우루과이인이에요, 들려요?

 

우리 살아 있어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하루하루 지날수록
삶의 불씨가 꺼져가고 있다

 

천천히

 

식량이 턱없이 부족해
뼈에 들러붙은 고기를 뜯어 먹는다

 

전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

 

이제 일상이 됐다

 

더는 마음의 거리낌도 없다

 

 

좀 먹어야지

 

먹어야 해, 누마

 

반이라도 먹어

 

포기하지 마

 

나는 포기하는 게 아냐, 판초

 

죽어갈 뿐이야

 

맘이 아파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해서

 

그런 소리 마

 

네 걱정이나 해

 

내 걱정?

 

날 봐

 

나 이제 25살이야, 판초

 

앞으로 살날이 많은데
할 일이 너무나도 많은데

 

나… 형제들을 다시 보고 싶어

 

엄마랑 아빠가 보고 싶어

 

춤도 추고 싶어

 

- 네가 언제 춤을 췄다고?
- 맞아

 

근데 이젠 춤추고 싶어

 

다 하고 싶어, 판초

 

웃고 싶어

 

- 울고 싶어
- 그럼 울어

 

- 안 돼
- 울어버려

 

어서 울어

 

같이 울자

 

왜 웃냐?

 

나랑 울자

 

다 쏟아내

 

바보 같은 자식

 

쏟아내

 

난도! 이것 좀 봐

 

- 이게 뭐야?
- 방수 천이야

 

쓸 만하지?

 

파이프에 감겨 있었어

 

- 더 있어?
- 많아

 

1-C

 

안 돼!

 

"오늘은 1972년 11월 29일"

 

"여기서 더 올라가면
추락한 비행기가 있습니다"

 

"17명이 살아 있습니다"

 

어떻게 됐어?

 

무전기가 먹통이야

 

그래도 이 천을 찾았어

 

- 그게 뭔데?
- 방수 천이야

 

- 그거로 조끼를 만들자
- 아냐, 틴틴

 

- 침낭을 만들어야지
- 밖에서 밤을 보낼 수 있을 거야

 

천은 충분히 있어

 

크게 하나 만들 수 있겠네

 

언제 출발할까, 로베르토?

 

로베르토

 

언제 갈까?

 

침낭 준비되면 가자

 

칠레행 전세기

 

우루과이 공군의
페어차일드 571편이 추락하며

 

럭비팀 '올드 크리스천스' 선수와
일행 총 40명과 승무원 5명이

 

실종된 지 58일째입니다

 

공군은 C-47 항공기를 투입해

 

안데스산맥 수색을 재개합니다

 

로베르토

 

추락 지점으로 갈 필요는 없어

 

구조대가 온다잖아

 

우리를 바로 밑에 두고도
못 본 멍청한 놈들?

 

이제 시신을 찾는 거야

 

- 두 달이나 지났잖아
- 자그마치 두 달이야, 로베르토

 

우리가 살아 있다고 믿겠어?

 

- 이렇게 살아 있잖아
- 살아 있어?

 

우리를 봐

 

보라고

 

이게 살아 있는 거냐?

 

기도가 우릴 구해주지는 않아

 

고작 이거 갖고 산에서 자겠다고?

 

왜 이래, 로베르토?

 

- 그만해!
- 로베르토

 

맘에 들었던 거 아냐?

 

얘들아

 

사진 찍게 여기 봐

 

틴틴은 사진을 남기자고 고집한다

 

마치 집으로 돌아가기 전
여행의 추억을 남기는 것처럼

 

누구를 위한 사진들일까?

 

우리를 위한 것일까?

 

젠장, 좀 웃자

 

살아서 가족을 보지 못할 것이다

 

자, 웃을 수 있어

 

아마도 가족을 위한 거겠지

 

또는 과거에 찍은 사진을 보며

 

우리를 떠올릴 이들을 위한 거겠지

 

카를로스, 카메라 봐

 

사진 속 우리가
그들의 상상 속에서 살 수 있도록

 

그들도 지금의 우리와 똑같이

 

스스로에게 질문할 것이다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

 

우리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

 

그 산의 우리는 누구였을까?

 

난도

 

알아둬

 

내 몸을 써도 돼

 

그런 말 하지 마

 

나는 못 돌아가

 

그런 말 하지 마

 

사실이잖아

 

그래도 괜찮아

 

마음이 편안해

 

난 어떻게 되든 받아들일 거야

 

너도 그렇잖아

 

정말 기뻐

 

너희는 살아서 돌아갈 거니까

 

그 생각을 하면 기뻐, 난도

 

고마워

 

"누마 투르카티 - 25세"

 

내 이름은 누마

 

1972년 12월 11일에 세상을 떠났다

 

잠든 채로 죽음을 맞았다

 

"사람이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버리면"

 

"이보다 더 큰 사랑이 없나니"

 

내일 떠나자

 

할 수 있어

 

행운을 빌게, 로베르토

 

- 고마워
- 행운이 있기를

 

한 번 더 안아보자

 

카를리토스

 

 

우리 엄마랑 수시의 몸을 써도 돼

 

좋아!

 

- 가자!
- 해보자

 

- 행운을 빌게!
- 잘 다녀와!

 

길 건너기 전에 양쪽 살피고

 

우리 잊지 마!

 

-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게!
- 한 번에 한 걸음씩!

 

힘내라!

 

"61일 차
칠레를 향해 서쪽 탐험"

 

난도!

 

이제 침낭 둘 곳을 찾자!

 

좀 더 올라가야 해!

 

정상까지는 못 가!

 

내가 중간에 누울게

 

눈부시게 아름다워

 

우리는 반송장인 게 아쉽네

 

난 안 돌아가

 

안데스 설원도 영원하진 않아
눈은 언젠가 그치게 돼 있어

 

저 너머에 바다가 있어

 

- 또 그 얘기야?
- 우린 여기까지 왔어

 

그 높은 산을 올라왔다고

 

모든 게 우리 발밑에 있어

 

저 골짜기만 넘으면 돼
얼마나 걸릴까?

 

10일? 12일?

 

일주일 치 식량밖에 없어

 

너는 어쩌고 싶어?

 

나랑 같이 걸을래?

 

비행기에서 기다릴래?

 

나더러 같이 죽자는 말이야?

 

같이 가자고 부탁하는 거야

 

저기 봐, 산봉우리 두 개 보여?

 

그 가운데로 가는 거야
꼭 가슴처럼 생겼네

 

저긴 눈이 없어

 

보여? 저기는 칠레야

 

보여?

 

보여

 

고마워

 

몸조심해

 

난도와 로베르토는
계속 서쪽으로 가고 있어

 

둘이 더 오래 먹을 수 있게
나는 돌아오기로 한 거야

 

정상에 오르면
낮은 봉우리들이 보여

 

거긴 갈색빛이 돌아

 

눈이 없는 거야

 

둘은 무사해
열흘 치 식량은 충분히 있어

 

절대 멈추지 않을 거야

 

골짜기야

 

로베르토!

 

로베르토!

 

난도!

 

저기요!

 

도와주세요!

 

추락한 비행기에서 왔어요!

 

- 저기요!
- 배고파 죽을 것 같아요!

 

"공군 구조대"

 

"비행기에서 왔습니다"

 

'나는 산으로 추락한
비행기에서 왔습니다'

 

'우루과이인입니다'

 

'열흘을 걸어서 왔습니다'

 

'비행기에
부상자 14명이 있습니다'

 

'한시라도 빨리 떠나야 하는데
방법을 모르겠어요'

 

산페르난도 소식입니다

 

'식량이 없어요'

 

'모두 쇠약해졌고요'

 

- '언제 구조될까요?'
- '언제 구조될까요?'

 

'서둘러 주세요, 걸을 수도 없고
여기가 어디인지 모르겠습니다'

 

조금 전 말씀드린 사건에 대해
새로운 정보를 입수해

 

급히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71일 전 안데스에 추락한
비행기에서 생존한

 

두 청년의 이름을 확보했습니다

 

로베르토 카네사와
페르난도 파라도입니다

 

"칠레 공군"

 

"71일 차
1972년 12월 22일"

 

나도 줘봐

 

인물이 훤하네

 

"출구"

 

"알바로"

 

이걸 다 어쩌지?

 

"바스코"

 

"아르투로"

 

"다니엘 쇼 우리오스테"

 

"마르셀로"

 

생존자 이름을 불러드릴게요

 

들리세요?

 

이름을 두 번씩 말씀해 주세요

 

두 번씩 말씀해 주세요

 

로베르토 카네사

 

로베르토 카네사

 

구스타보 세르비노

 

구스타보 세르비노

 

에두아르도 스트라우치

 

에두아르도 스트라우치

 

알바로 망지노

 

알바로 망지노

 

페르난도 파라도

 

페르난도 파라도

 

안토니오 비신틴

 

안토니오 비신틴

 

페드로 알고르타

 

페드로 알고르타

 

알프레도 델가도

 

알프레도 델가도

 

로이 할레이

 

로이 할레이

 

호세 루이스 인시아르테

 

호세 루이스 인시아르테

 

라몬 사벨라

 

라몬 사벨라

 

하비에르 메톨

 

하비에르 메톨

 

카를리토스 미겔 파에스
제 아들입니다

 

카를리토스 미겔 파에스
제 아들입니다

 

로베르토 프랑수아

 

로베르토 프랑수아

 

다니엘 페르난데스

 

다니엘 페르난데스

 

아돌포 스트라우치

 

아돌포 스트라우치

 

저기 있다!

 

다 있어요!

 

다 있다고요!

 

집에 가자!

 

하비에르, 어서 가요!

 

로이, 일어나!

 

어서 와, 구스타보!

 

그건 두고 와요!

 

- 그게 무슨 말이에요?
- 더 실을 수 없어요!

 

그냥 와!

 

- 구스타보, 가자!
- 난 가방 없이는 안 가!

 

어서 타요, 어디 가요?

 

그럼 들고 타요!

 

어서 타요!

 

갑시다!

 

들어가요!

 

12월 22일, 생존자 16명이
안데스산맥에서 돌아왔다

 

오늘날 나의 목소리는
그들의 말을 전한다

 

모두가 제 역할을 했음을 알린다

 

이것은 우리의 이야기다

 

엄마

 

기적이야

 

- 기적이라뇨, 엄마?
- 기적이 일어났구나

 

무슨 기적이요?

 

"산후안데디오스 병원"

 

귀향식은 그야말로 화려했다

 

이 많은 인파는 다 뭐지?

 

모두가 내 친구들에게 다가가
그들을 만지고 얘기를 듣고자 했다

 

'산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요?'

 

해냈다!

 

기자들이 카메라와 마이크를
들이대며 질문했다

 

의사들이 의료 기구를 들고
각종 검사를 하며 질문했다

 

뭘 보는 걸까?

 

더러워진 옷을 보고 경악했다

 

삐쩍 말라 뼈만 남은 몸은
햇볕에 화상을 입었다

 

때 묻은 피부

 

난도!

 

안데스의 영웅들에 대한
신문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와
아버지와 재회한 이들

 

어머니와 재회한 이들

 

노인이 돼서 왔네

 

여자 친구와 재회한 이들

 

아이들과 재회한 이들

 

하지만 이들은 자신을
영웅으로 여기지 않는다

 

그들도 우리와 같이 죽었으나

 

그들만 집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세상을 떠난 우리를 떠올리며

 

스스로에게 묻는다
'왜 다 함께 돌아오지 못했지?'

 

'다 무슨 의미일까?'

 

그들만이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그들 모두가 답이다

 

앞으로도 서로를 아끼고 보살피며

 

우리가 산에서 한 일을
세상에 알리길

 

"안데스 설원의 생존자들"

 

"파블로 비에르시 저서
'안데스 설원의 생존자들' 원작"

 

자 막 : 신 임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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