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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나라 사람들은
부인하고 싶어 하지만

우리 프랑스 사람들은
다들 알고 있습니다

세계 최고의 음식은
프랑스에서 만들어 진다는 것을요

프랑스 최고의 음식은
파리에서 만들어 지고

파리 최고의 음식은

 

구스또 주방장이
만든다는 것을 말입니다

구스또 레스토랑은 파리에서
가장 유명한 식당입니다

5개월 전에 예약해야하죠

프랑스 음식의
최고봉이라는 찬사는

다른 요리사들의 시샘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그는 최고 평가인
별 5개를 받은

가장 젊은
주방장입니다

구스또 주방장의 요리책

'누구든지 요리할 수 있다'는
베스트셀러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에게 찬사를 받을 수는
없는 법이죠

대단한 제목이군요

누구든지 요리할 수 있다니요?
더 놀라운 건 구스또란 사람이 진짜로

그렇게 믿는 것 같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진지하게 생각해보면

아뇨, 제 생각에는 요리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라따뚜이

 

이게 바로 접니다

 

제 인생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을 한 번 해봐야 할 것 같네요

무슨 문제라도 있냐구요?

일단은 제가 쥐라는 사실이 문제죠

 

쥐들은 세상 살기 참 힘들거든요

 

두번째 문제는

 

제가 맛과 향에 있어서 아주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라는 겁니다

밀가루, 계란, 설탕

 

바닐라 빈이랑

 

와, 레몬도 넣었네?

아니, 그 냄새를 다 맡을 수 있어?

대단한 재주인걸?

여기는 에밀이예요
저희 형이죠

쉽게 감동받는 타입이죠

그까짓 재료들 좀 구별할 줄
안다고 뭐가 달라지냐?

이 분이 저희 아빠예요

절대 감동받는 법이 없죠

저희 생쥐 일족의
대표이기도 하세요

근데 냄새 잘 맡는 게
무슨 문제가 되냐구요?

잠깐, 잠깐, 먹으면 안되요!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그 이상한 냄새는
쥐약 냄새였어요

 

아빠는 문득 제 재주가
영 쓸모없진 않다는 걸 아셨죠

저도 제 재주가 마음에 들었어요

아빠가 저한테 그 일을
시키시기 전까지는요

괜찮아

 

먹어도 돼

 

네, 바로 쥐약감지반 일이었어요

이건 안돼

 

나쁘지 않아

 

아, 먹어도 된다구

 

왜 있잖아, 그, 깨끗한

 

에휴, 됐다, 가라

 

아빠는 아주
자랑스러워 하셨어요

기분이 훨씬 좋지, 레미?

 

넌 대의를 위해 일한 거야

대의는 무슨

그래봤자 우린 도둑이에요, 아빠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훔쳐오는
것들이라 봤자 다 쓰레기잖아요

그게 어떻게 훔치는 거냐?

어차피 쓰레기인데

어차피 쓰레기면
왜 훔치냐구요!

우리는 서로 바라보는
관점이 달랐어요

다른 건 몰라도

먹는 게 그 사람을
나타내는 거라면

전 좋은 것만 먹고 싶거든요

하지만 저희 아빠는

먹는 건 연료와 같은 거야

먹는 거 가지고 까탈부리면
굶어 죽게되는 거라구

그러니까 잔말 말고 먹어!

어차피 훔칠 거면

부엌에 있는 좋은 것들로
훔쳐오면 안 되요?

그럼 쥐약걱정 같은 건...

첫째, 우리는 도둑이 아니다

 

둘째, 부엌은 금지구역이야

사람들 가까이 가지 마
위험하다구

저도 제가 사람들을
싫어해야 하는 건 아는데요

사람들한텐 뭔가
특별한 게 있어요

사람들은 그냥 사는 게 아니라

발견하고 창조해가며
살더라구요

음식만 해도 그래요

 

어떻게 말하면 좋을까요?

좋은 음식은 맛볼 수 있는 음악과도 같아요
향을 느낄 수 있는 색깔 같은 거죠

멋진 요리는 많습니다

그걸 느낄 줄 아는 게
중요하죠

 

구스또 말이 맞아

 

그래, 이 맛이야
죽인다

 

맛 하나 하나가
완전히 다르지

 

그런데 두 가지를
섞어서 먹어도

 

또 다른 맛이 난단 말이야

 

이렇게 해서
제 비밀인생이 시작되었죠

 

제 비밀을 아는 사람은
형밖에 없었어요

에밀, 에밀
버섯을 찾았어

 

내려와 봐, 숨기는 건 형이 잘 하잖아
어디다 놔야 하는지 좀 찾아 봐

나를 이해해주는 편은 아니었지만

저는 형이랑 있을 때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었어요

왜 그렇게 걸어?

 

손바닥을 계속
씻어대기 싫어서

음식 만지는 손으로
어떻게 걸어 다닐 수가 있어?

한 번이라도 입에 무엇을

집어 넣게 되는지
생각해 본 적 있어?

맨날 하지

 

나는 발로 밟았던 부분은
먹고 싶지 않아

맘대로 해

 

그치만 아빠가 너 그렇게
걸어다니는 거 보면 안 좋아하실 걸?

근데 그건 뭐야?

 

치즈 건졌어?

 

그냥 치즈도 아니고

 

진짜 고급 치즈네?

 

버섯이랑 무지하게
잘 어울리겠다!

그리고, 음 로즈마리에!

 

단이슬 조금 뿌려서

 

그냥 다 섞으면 되지, 뭐

이걸 그런 쓰레기들이랑
같이 먹을 수는 없어

이건 특별하다구!

하지만 해지기 전에 돌아가야해
아빠가 아시면

형!

 

아직 한번도 먹어보지
못한 음식이 나올 거야

요리를 해야 된다구!

근데 어떻게 요리를 해야 되지?
그게 문제란 말이야

 

잘 돌려주는 게 포인트야

연기냄새가 골고루
잘 배게

 

폭풍이 더 가까이
오는 것 같은데

야, 레미, 혹시
우리 이러고 있다가...

 

와, 한번 먹어 봐!

이거 진짜 제대로

 

잘 구워져서 살살녹아
연기냄새가 아니라

꼭 무슨

 

피융하고 올라가서
뿅뿅 팍 꽂히는 그런 맛이야

안 그래?

어떻게 그런 맛이 낫을까?

번개...?

 

그래, 번개!

 

다시 해야겠다, 형

다음 번개가 올 때
지붕에 올라갔다가

아, 그거면 되겠다

사프란 가루!

 

사프란 가루만 있으면 이렇게 될 거야

사프란?
난 왜 그게 꼭

 

부엌에 있을 거 같지?!

 

소금, 후추로 양념하시고
버터로 3-5분 튀기세요

 

사프란...

 

기분이 안 좋아

 

불안하다구

이러다 깰 거 같애

 

난 여기 백만 번도 더 와 봤어

요리채널 한번 틀었다 하면
팍 잠이 들어서

절대 못 일어나

여길 백만번도 더
와 봤단 말이야?

사프란이 딱
어울릴 거 같은데

구스또가 맹세한댔어

구스또가 누군데?

 

이 책을 쓴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요리사야

뭐야, 이젠 읽을 줄도 알아?

뭐, 술술 읽을 정도는 아니고

세상에

 

아빠도 아셔?

 

책을 많이 보면 볼수록 알 수 있어

 

아빠는 모르고 계시는 것들이

책 읽으면 다 나온다구
그래서 읽는 거야

 

아 참, 이것도 비밀이야

난 비밀 싫어

요리에, 책에, TV 보는 거에

책보고 요리하는 것까지

 

왜 나까지
공범으로 만드는 거야?

내가 왜 그래야 되냐구?

 

얘들은 왜 이렇게 안 오는 거야?

와, 이태리제 라퀼라 사프란이네?

 

구스또가 이거 좋다고 했었는데

이 할머니가 맛을 안단 말이야

 

자신만의 요리를
만드세요

 

형, 저 사람이 구스또야!

봐봐!

 

훌륭한 요리를 하려면

 

상상력이 있어야 합니다

용감해야 하구요

안 될것 같아도
일단 한번 해보세요

아무도 당신의 출신때문에

당신의 한계를
단정짓지 못하게 하세요

당신의 영혼만이
당신을 구속할 수 있습니다

제 얘기는 진짜입니다

누구든지 요리할 수 있어요

그러나 용감한 사람만이

 

잘 할 수 있는 겁니다

한 편의 시같아

 

하지만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구스또의 식당은

 

별 5개 중 하나를
잃었읍니다

프랑스의 유명한 음식 비평가인

 

안톤 이고의 혹평은

구스또에게 치명적이었고

상심한 요리사는
얼마 후에 죽었읍니다

언제나 있는 일이지만

저희는 또 하나의
스타를 잃었읍니다

구스또가 죽었다구?

 

도망가!

 

안돼! 집 위치가
들통나잖아!

 

도와줘, 레미!
도와줘!

형, 일단 등을 흔들어 봐

 

내가 잡아줄게

 

형, 이쪽으로 흔들어!

 

대피하라!

 

모두 물가로!

 

비켜!

 

책!

 

잠깐만요
잠깐만!

 

어서 가
뛰어, 뛰어

 

뛰어, 더 빨리!

 

다리를 올려!
빨리 빨리!

 

조니, 빨리 와!

 

밀어!

 

꽉 잡아!

 

아기 받아, 자!

 

날 잡아!

 

기다려요!

 

다 탔어?

 

레미는 어디 있어?

가고 있어요!

 

잠깐만요!

 

어서 와, 레미!

뭐 잡을 것
좀 줘봐!

힘내, 레미
조금만 더 오면 돼

어서, 손을 뻗어!

 

레미!

 

아빠!

 

힘내, 넌
할 수 있어!

 

기다려요, 아빠!

레미! 어서 와!

잠깐만요!
기다려요!

기다려요!

 

아빠!

 

아빠?

 

어느 쪽이지?

 

전 기다렸어요

 

소리를

 

목소리나

 

신호나

 

뭐라도...

 

(요리사 구스또의 주방)

 

배가 고프면

 

올라가서 한번
둘러 봐, 레미

 

왜 그렇게 울적해 있어?

방금 가족을 잃었어요
친구들도요

 

어쩌면 다신
못 볼지도 몰라요

그걸 어떻게 알아?

아니, 참 나

 

당신은 삽화잖아요
무슨 얘기가 통하겠어요?

방금 가족이랑
친구하고 헤어졌다면서?

외로울텐데?

그렇긴 하지만
아저씨는 죽었잖아요

희망을 가질 수 있다면야
죽음 따위가 무슨 상관이야?

그렇게 과거에만
얽매여 있으면

앞으로 펼쳐질 일들을
어떻게 풀어가려구?

자, 얼른 올라가서
주변을 살펴 봐

 

지금 뭐하는 거야?

 

난 배가 고프다구요!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고

언제 다시 음식 구경을
할지도 모른다구요

레미, 겨우 이 정도야?

넌 요리사야

 

요리사는 만들고

도둑은 훔쳐가지

 

넌 도둑이 아니잖아

 

배고픈데 어떻게 해요

 

음식이 생길 거야, 레미

음식은 요리를 좋아하는 자를
따라오게 돼있어

 

- 우리 헤어져!
- 넌 절대 못 쏴!

 

파리야?

 

내가 그럼 여태 파리에
살고 있었던 거야?

 

정말 아름답다

 

가장 아름다운 곳이지

 

구스또?

 

아저씨네 식당이네요?

제가 이 곳에 오게 하고
싶으셨던 거였군요

그러게?
그런 것 같네?

 

그래, 내가 너를
부른 거야

 

가서 구경해야겠어요

 

7번 요리 나왔어

 

꼬치 찜 하나요!

 

수프 접시 모자라

 

양갈비와 부추 더 줘

 

연어 둘
샐러드 셋, 안심 셋

 

샐러드 다 돼가

 

연어도 금방 돼

 

스테이크 접시 줘요!

 

7번 나가!

 

모듬 샐러드 셋!

 

재료 어지르지 마!

 

오븐 조심!

 

4번 테이블에 빵!

 

바쁘네

 

주방장님
나오셨어요?

 

주방장님

 

- 나오셨어요?
- 안심 둘!

 

주방장님, 좀 보세요

알프레도 링귀니에요

르나타 아들이잖아요

안녕하세요?

다 컸구나, 응?

 

르나타 기억하시죠?

구스또의
옛 애인이었잖아요

 

- 아, 그래, 잘 지냈니
- 링귀니요

그래, 링귀니, 잘 왔다

 

-잘 계시냐, 그...
-엄마요?

 

르나타요

 

그래, 르나타!

잘 지내시지?

잘... 아니 잘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젠
나아지셨어요

그러니까 제 말은...

돌아가셨대요

 

아이구, 어떻게 하냐

 

아니에요

 

교회 다니셨었으니까
괜찮으실 거에요

좋은 곳으로
가셨을 거에요

 

이게 뭐냐?

 

어머니가 남기신 거에요

도움이 될 거라고요

 

제가

 

일자리 구하는데요

 

여기에요

 

구스또씨가 계셨으면
당장 받아들이셨을 거에요

르나타 아들이면 분명히

그래, 일단 좀
보고 생각하자

벌써 채용했는데요?

뭐야?

 

감히

내 허락도 없이
직원을 채용해?

청소부 필요하잖아요

 

아, 청소부로?

 

뭐, 그럼
한번 잘 해봐라

 

 

꿈만 같아요

최고급 주방을
볼 수 있게 되다니

내 책 읽었잖아

어디 얼마나 이해했나 볼까?

누가 주방장이지?

 

- 어 저 사람이요
- 맞았어

그럼 부주방장은?

 

부주방장은

 

저기요!

 

부주방장은 주방장이 자리에
없을 때 모든 책임을 지게 되죠

쏘스장은 각종 쏘스를
책임지게 되는데 아주 중요해요

조리장이랑

 

부조리장도
둘 다 중요하구요

보조 요리사도

아주 중요해요

 

와, 너 진짜 똑똑하다

그럼 저건 누구지?

 

저 사람이요?

아무 것도 아니네요

아니지, 일단
주방에 있잖아

그럼 무슨 청소부
같은 건가 보죠

접시닦고 쓰레기나 버리지
요리는 못해요

못할 건 뭐 있어?

 

아니에요

 

네가 어떻게 알아?

내가 맨날 뭐라고 그랬지?

누구든지 요리할 수 있다

누구든지 요리할 수는 있지만
아무나 하는 건 아니죠

글쎄, 과연 그럴까?

 

봐봐

뭐하는 거죠?

아냐, 아냐!
저건 말도 안 돼!

 

저러다가 수프를
다 망치겠어요

왜 아무도 안 말려요?

아저씨 식당이잖아요
어떻게 좀 해 봐요!

내가 뭘 어떻게 해?

난 그냥 네 상상속에 있는데

하지만 수프를
다 망치고 있잖아요!

누군가한테 얘기를...

 

5번 테이블
요리 나가요

 

- 나가요
- 네

 

뜨거워!
오븐 뜨거워요!

 

정신없네
골파랑 호두 줘요

 

지나갑니다

 

연어와 등심
5분 뒤면 돼요

 

안심 하나
양고기 셋, 오리 둘

 

6번 수플레 멀었어?

 

5분만요

 

맙소사

 

오늘의 스페셜은
거위 간 요리입니다

 

아름답군요

 

7번 요리 다 돼가!

 

알겠습니다!

 

레미!

 

뭘 우물쭈물 해?

진짜 이렇게 계속 나타날 거에요?

어떻게 해야 되는지 알잖아

솜씨를 발휘할 기회야

 

라스토!

수프는 어떻게 됐어?

아직 안 된거야?

 

청소부는 저리 비켜!

 

지금 네가 음식을 하는 거야?

 

어떻게 너 따위가 감히
내 주방에서 음식을 해!

도대체 그런 어처구니 없는 뻔뻔함은

 

어디에서 삐직삐직 나오는 거야?

 

널 끌어내서
사지를 절단내주마!

그렇게 해버리고 말거야
법은 내 편일 테니까

- 라루스, 이 놈을 끌어내서 사지를 절단내!
- 아니, 안 되는데...?

 

- 먼저 머리통에서 기름을 쫙 빼낸 뒤에
- 저기요, 안돼요!

 

도대체 뭐라고 쫑알대는 거야?

수프요!

 

수프?

 

아직 가져가면 안돼!

안된다구우우우우!

 

웨이터!

 

링귀니!

 

넌 해고야!

 

알아 들어?

 

해고라구!

잠깐 주방장님 좀
뵙자시는데요?

내가 그런게...

 

손님이 뭐래요?

그냥 손님이 아니야
평론가래

 

이고?

 

솔린 르클레어

르클레어요?
뭐래요?

 

수프가 맛있대

 

잠깐만

잠깐은 무슨
잠깐이에요?

다 아저씨 때문에
내가 곤경에 처했다고요

조용, 누가 수프 얘기를
하고 있잖아

 

도대체 무슨 장난을 친 거야?

 

아직도 해고에요?

해고하면 안되죠

뭐야?

 

르클레어가 좋다잖아요

클레어가 그렇다면 그런 거죠

만약에 자기가 맛있게 먹은
수프를 만든 주방장을 해고한 걸 알면

얜 그냥 청소부야

어쨌든 클레어가
맛있다고 하잖아요

구스또의 믿음을
따르지 않으면서

우리가 어떻게 구스또
이름을 걸고 일을 할 수가 있죠?

무슨 믿음 말인가, 따뚜양?

누구든지 요리할 수 있다

 

우리 귀여운 청소부한테
내가 좀 심했던 것 같군

그래, 장한 일을 했으니

 

상을 좀 주긴 해야겠지

구스또가 있었어도
그렇게 했을 거야

뭐 스스로 위험한 물에서
놀기로 작심을 했으니

막을 도리가 없겠네

 

그만 나갈까?

 

그래요

 

좀 경력이 희안하긴 해도
네가 마음에 든다고 하니

네가 책임을 져야겠군

 

누구 또 할 말
있는 사람?

 

없으면 이제 일들 해!

 

네 운이 어디까지인지
어디 한번 보자

수프를 다시 한 번 만들어 봐

하지만 이번엔
내가 지켜보지

 

가까이서 지켜볼 거야

 

사람들은 네가 요리사쯤
된다고 생각하나본데

내 생각은 달라, 링귀니

넌 고작해야 교활하고
분을 모르는

 

쥐다!

 

잡아!

뭐 잡을 것 좀 줘!

도망간다!

 

죽여, 죽여, 죽여!

 

이제 어떻게 해요?

죽여버려!

여기서요?

아니, 주방에선 안되지
미쳤어?

주방에서 쥐가 나오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나 하는 소리야?

문 닫아야 된다구

 

사람들이 한 번 편견을 가지면
우린 끝장이야!

멀찍이 갖구 나가서
죽여버려

흔적을 없애 버리라구

얼른!

 

그런 눈으로 쳐다 보지마

너만 끝장난 줄 알아?
나한테 또 요리하라잖아!

내가 사기를 친 것두 아니구

요리를 한 것도 아냐

난 그냥 조용히 살고 싶었다구

양념갖고 장난친 건 너잖아

 

도대체 뭘 넣은 거야?

오레가노야?

아님 뭐야?

 

로즈마리야?

 

그것도 양념 맞지?

로즈마리
혹시 그거 넣은 거 아니야?

 

그럼 도대체 뭘
왔다 갔다하면서

 

에휴

 

이번엔 제대로
해야된단 말이야

또 짤릴 순 없어

요리도 못하는 주제에

이젠 쥐하고까지 말을 하는구나

뭐야, 지금 끄덕인 거야?

계속 끄덕이고 있었어?

 

내 말을 알아 들어?

 

내가 미친 게 아니구나?

 

잠깐, 잠깐

 

난 요리를 못해

 

그렇지?

 

하지만, 넌

 

넌 할 수 있지?

 

그러지 말고 얘기 좀 해봐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지만
다들 맛있다고 했잖아

잘했어

 

다들 좋아했다구

 

수프가 맛있었대

 

혹시 다시 한번 할 수 있어?

 

그래, 그럼 내가
꺼내 줄게

 

하지만 같이 하는 거야

알았지?

 

좋아

 

잠깐만

 

자, 여기야

 

뭐 별건 없지만

 

그냥 평범하지

 

최악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히터도 있고, 등도 있고
소파랑 TV도 있고

이젠 같이 쓰는 거야

 

이게 꿈은 아니죠?

 

최고의 꿈이오

 

우리가 함께 있으니까

 

그런데 왜 여기에요?
왜 지금이냐구요?

여기가 안될 게 뭐 있소?
지금이 안될 건 뭐겠소?

꿈을 꾸기에

 

파리보다 더
좋은 곳이 어디 있겠소?

 

잘 잤냐, 꼬마주방장

이제 일어나...

맙소사

 

멍청하긴!
내가 이럴 줄 알았어!

고작 쥐 따위를 데려와서

같이 쓰니 어쩌니 했으니

계란도 없어지고!

나쁜 놈! 음식을 훔쳐서
달아났단 말이야?

뭘 기대한거야!

 

쥐 따위를 믿었으니

 

어, 안녕?

 

나 먹으라구?

 

와, 맛있네?

뭐 넣은 거야?

 

그건 어디서 났어?

 

맛있긴 한데
훔치지는 마

 

내가 양념 사줄게, 알았지?

 

아이고 늦겠다,
첫날부터!

 

가자, 꼬마주방장!

나도 다른 평론가들과 마찬가지로

거장의 죽음 후에 구스또의 식당은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수프는 정말 혁신적이었다!

매콤하면서도 부드러운 그 맛!

솔린 르클레어가
그랬단 말이야?

네! 예상을 뒤엎고 구스또의 식당은
다시 우리의 주목을 받게되었다

그럴 가치가 있는지는
시간만이 얘기해 줄 것이다

 

저기...

 

어쩌지?

 

나도 이게 바보같고
이상한 짓인 줄은 알지만

혼자서는 어쨌든 할 수 없잖아

같이 해야 된다구, 알지?

도와줄 거지?

 

그래, 그럼 해보자!

 

안녕하세요?

 

지옥에 온 걸 환영한다

 

자, 이제 수프를
다시 만들어 봐

시간이 좀 걸려도 상관없으니까

어디 한번 해봐

 

수프요?

 

이대로는 안되겠어,
꼬마주방장!

계속 하다가는 돌아버리겠다구!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해

 

깨물고, 할퀴고
몸 아래 위로

기어다는 거 말고
뭐 다른 거!

무는 것도 안되고
할퀴는 것도 안돼!

한 번만 더 할퀴어 봐!

알아 들어, 꼬마주방장?

 

꼬마주방장?

 

아, 너 배고프구나?

 

그래

 

이제 다시 정리해 보자

너는 요리를 할 줄 알고
나는 하는 것 처럼 보일 수 있으니까

한 번 손발을 잘 맞춰보자구

난 네가 시키는대로 할게

물론 쪼꼬만 쥐가 아니라
내가 하는 척을 하고 해야하겠지만

무슨 소리야
내가 미쳤지, 내가 미쳤어!

냉장고 안에서
쥐랑 얘기나 하고 있다니!

링귀니잖아?

 

서로 대화가 되야지!

네가 고개 끄덕이는 것만
쳐다보고 있을 순 없잖아

 

쥐다!

 

방금 봤어

 

쥐를요?

그래, 바로 네 옆에서!

 

이 안에서 도대체 뭐 하는 거야?

그냥 재료들이랑
좀 익숙해지느라구요

야채랑도 어디있나 보고

당장 나가!

 

하다보면 안 그래도
지겹게 본다, 이 놈아!

큰일날 뻔 했다

너 괜찮지?

 

어떻게 한 거야?

 

와, 그냥 쑥 올라가네?

 

나는 단번에

 

우리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됐다

 

하지마

 

어디로 데려가는 거야?

잠깐만

 

하지 말라니까

 

알았어, 미안, 미안

 

찾았다

 

알았어

 

내일을 위하여!

 

알았어

 

아주 잘하고 있어

 

축하하네

어쩌다가 같은
사고를 두번이나 쳤군

하지만 내 주방에서 버티려면
다른 것도 만들 줄 알아야 되지 않겠어?

콜렛이 우리가 어떤 식으로
일하는지 알려줄 거다

저기요

 

그쪽 같은 분한테
배우게 되서 정말 영광으로...

잘 들어

여자라고 깔봤다가는
큰 코 다칠 줄 알어

이 주방에 여자가 모두 몇이지?

나 하나야

 

그게 무슨 뜻인 줄 알아?

주방 일이라는 게

그렇게 호락호락
하지가 않기 때문이야

멍청한 꼰대들이 이 세계에서

여자가 살아남는 건
불가능하게 만들어 놨지

하지만 난 살아 남았어

어떻게 그랬을까?

왜냐하면, 음, 그러니까

이 주방에서 내가
제일 독종이기 때문이야

힘들게 올라온 길을 운좋은 청소부
하나 때문에 망칠 순 없어

알아 들어?

 

만들기도 쉽고 먹기도 쉬운

구스또의 중국요리를 선보입니다!
차이니이지

 

항상 수고가 많군, 프랑소아

괜찮은 것 같죠?

이젠 내가 최근에 발명한
요리를 갖고 작업해 봐

구스또의 수석주방장이

 

새로 선보이는 콘도그!

한입에 쏙 들어가는 그 맛!

콘도그가 뭐에요?

그냥 싸구려 쏘세지를 튀김옷 입혀서
막대기에 꽂아 바짝 튀긴 거야

미국식이라고나 할까?

생각 좀 해봐

구스또가 엉클베리 톰같은 걸로
분장하게 한다던가

아니면 강아지 분장한
옥수수는 어때요?

뭐, 상관은 없지만
좀 품위있게 해줘

 

르나타 링귀니

 

내 변호사 불러!

 

유언장에 명기되어 있는 내용은

 

구스또 사망 후 2년이 지나서

상속자가 없으면
구스또의 모든 소유권은

수석주방장에게 넘어간다

유언장이 무슨
내용인 줄은 나도 알아!

내가 알고 싶은 건, 이 편지나
저놈 때문에 뭔가 바뀌는 게 있냐는 거야!

 

별로 안 닮았는데요?

별로인 정도가 아니라
전혀 안 닮았잖아!

 

쟤가 어떻게 구스또 아들이야?

구스또는 애가 없었다구!

게다가 기막힌 이 타이밍은 또 뭐야?

유언 기한이 한 달도 안 남았잖아

 

갑자기 무슨 쥐알만한 놈이
얼마 전에 죽었다는 어미가 보낸

편지 한장 달랑 들고 나타났는데
그 내용이 구스또가 지 아빠라구?

말이 된다고 생각해?

- 이거 구스또 거에요?
- 그래, 그래

봐도 돼요?

그래, 그래

하지만 애는 이 사실을
모르고 있잖아요

르나타는 말한적 없대

구스또도 모른대

나한테도 말하지 말라던데, 뭐

왜 주방장님한테요?
뭐라고 하면서 그래요?

애한테 일자리 좀 주라고

- 그냥 일자리만요?
- 글쎄, 그러대

그럼 뭐가 걱정이에요?

여기서 일하는 동안은

제가 조사하는 동안
가까이 두고 보세요

진짜인지 어쩐지 좀 두고 보죠

우선 저 애 DNA나 채취해 주세요
머리카락 같은 거요

내 말 좀 들어봐
난 이 모든 게 굉장히 의심쩍단 말이야

쟤가 뭔가를 아는 것 같애

 

그럴리 없어요
고작해야 청소부잖아요

설마 그 정도도
어떻게 못 하시겠어요?

 

뭐하는 거야?

야채 잘라요,
야채

아니, 너는 힘과 시간만
낭비하고 있는 거야

요리가 무슨
애들 장난인 줄 알아?

부억에 있는 엄마 놀이해?

엄마라면 저녁 손님
걱정 안해도 되겠지

주문은 홍수처럼 밀려드는데
주문마다 요리는 제각각 다르고

뭐 하나 간단한 요리는 없고
요리마다 조리시간도 다른데

정확히 같은 시간 내에
손님 테이블에 내가야 한다고!

따뜻한 채로 완벽하게!

일분 일초가 급한데
어디서 소꿉장난 질이야?!

 

이건 뭐야?

항상 정리해

 

갑자기 손님 몰리면
어쩌려고 그래?

주방이 지저분하면
요리하는데 거추장스러워

요리가 늦어져서 주문이
밀리면 끝장이라구!

알아 듣기 쉽게 설명해 줬는데도
깨끗이 정리 못하면

죽을 줄 알아!

 

아주 소매를 담구고 해라!

팔을 이렇게 모아
몸에 바짝, 보여?

항상 이 자세를 유지해

요리사는 잽싸야 돼
날카로운 도구, 뜨거운 금속이 있으니까

팔을 몸에 바짝
붙이고 일을 해야

베이거나 데이거나 소매가
지저분해지는 것을 줄일 수 있어

요리사의 기본이지
더러운 앞치마, 깔끔한 소매!

난 구스또주방장님의
요리스타일을 알아

항상 음식에 뭔가
생각지도 못한 것을 넣으셨어

내가 보여줄게

구스또 레시피를 다 알거든

뭔가 생각지도
못한 것을 넣어라

아니지, 조리법을 따라야지

하지만 방금

아니, 아니, 그건
구스또주방장님 몫이었고

우린 그냥 주방장님이
만들어 놓은 조리법을 따르면 돼

맛있는 빵을 맛 안보고도
어떻게 구별하는 줄 알아?

냄새도 모양도 아니야
소리지, 들어봐

 

아, 이 바삭한 소리의 교향곡!

제대로 된 빵만 이 소리가 나

재료를 제대로 고르려면
제일 일찍 재료를 받아야 돼

재료를 먼저 받는
방법은 딱 두 가지야

손수 장을 보든지,
재료 공급처에 뇌물을 쓰든지

뭐 어때! 잘 나가는 식당에는
차례가 먼저 오거든

사람들은 고급 요리는
품격이 다르다고 생각하니까

주방장도 품격 있어야 해

물론 다 그런 건 아니야

저기 랄로는 12살에
집을 나왔대

그러다 서커스단에서
곡예사로 일했었다지

근데 단장 딸하고 놀아났다고
해고당했대

- 호르스트는 징역 살다왔대
- 왜요?

아무도 확실히는 몰라

물어볼 때마다
말이 바뀌거든

큰 회사에서 공금을 횡령했어

내가 볼펜 하나만으로
프랑스에서 두 번째로

큰 은행을 털었었지

오존에 아비뇽보다
더 큰 구멍을 뚫었어

사람을 죽였어

엄지손가락 하나로!

폼피두 하고는 카드게임 하지마

라스베가스랑 몬테카를로에서
출입금지 당했대

라루스는 총 들고
저항운동 했었대

- 무슨 저항운동이요?
- 말 안해서 몰라

뭐, 성공했던 것 같지는 않구

 

자, 어때?

우린 예술가이면서

 

해적이고
요리사 그 이상이라구

우리요?

그럼, 너도 이제
우리 식구잖아

네, 정말 감사해요

이것 저것 모두
잘 설명해 주셔서요

나도 고마워

왜요?

 

고마워해줘서

 

엥? 쥐다!

 

방금 분명...

열쇠를 떨어뜨려서요

 

뭐 드실지 결정하셨습니까?

여기는 수프가 맛있는데

그건 맨날 먹잖아

 

다른 건 뭐 있어요?

푸아그라도 맛있는데요

푸아그라는 먹어봤어요
그걸로 유명했었잖아요

주방장님이 뭐 새로
만드신 요리는 없나요?

손님이 뭐 새로운
요리 없냐는데요!

- 새로운 요리?
- 네!

뭐라고 해야 되죠?

손님한테 뭐라고 했는데?

가서 물어본다고 했죠

뭐라고 또 쫑알대는 거야?

손님이 뭐 새로운 요리
없냐고 했대요

뭐라고 해야 되요?

뭐라고 했는데?

물어보고 온다고
했다니까요?!

뭐, 간단하네

 

구스또 요리 중에
요즘 안 만들던 거 하나 골라봐

주방장님 요리는
다 먹어봤대요

오늘은 링귀니가
만든 수프를 먹겠대요

링귀니가 만든 음식을
먹고 싶다고 했단 말이야?

손님들이 그 수프는 다들 좋아하더라구요
저희끼리도 말 나왔었구요

우리가 그런 얘기를 했었나?

 

좋아, 그렇게
링귀니를 원한다면

가서 링귀니 요리사가
특별한 걸 준비하겠다고 말씀드려

메뉴에도 없는
아주 특별한 거 말이야

링귀니표 특별 요리라고
꼭 강조해서 얘기해

네, 셰프

자, 네가 가진 재주를
발휘할 기회가 왔다, 링귀니

주방장의 잊혀진 최애요리,
구스또의 송아지 췌장 요리를 만들어 봐

콜렛이 도와줄 거야

네, 셰프

자, 서둘러
손님들이 배고프시니까

정말 맡기실 거에요?
아무나 만들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구스또 주방장님 본인도
그렇게 말씀하셨잖아요

신입 요리사라면 겪어야 할
작은 고난일 뿐이야

구스또의 송아지 췌장 조리법

 

소금에 절인 해초로 버무린
송아지 췌장

 

오징어 촉수
들장미 퓌레

 

대합알
말린 흰곰팡이?

 

멸치젓 감초 소스

 

이 레시피는 내가 모르는 거네
근데 뭐 구스또 레시피라니까...

랄로!

 

송아지 위장 절여둔 거 있지?

네, 송아지 위장 있어요!

송아지 위장?

 

아, 이거!

 

금방 다시 올게요

 

저 신경쓰지 마시고 하세요
잠깐만 좀 빌릴게요

어디 보자, 이거랑!

잠시만요

 

감사합니다

 

죄송해요, 아무래도
이게 좀 필요한 거 같아요

또 뭐가 필요하냐하면

아, 이 양념도 좀

 

됐다!

뭐하는 거야?

구스또 주방장님 식으로
하라니까!

그렇게 하고 있는 거에요

조리법에 송로 기름이
어디 있어?

다른 건 대체 뭐...
너 설마 즉흥적으로 해보려는 거야?

지금 실험이나
하고 있을 시간이 없어

손님이 기다리신다구

맞아요
알려주시는대로 해야되는데

그만해

 

뭘 그만해요?

너 때문에 돌겠으니까

뭘 하려는지 몰라도
그만하라구

- 스페셜 주문 어떻게 됐어요?
- 다 됐어요

같이 해야되는 거 몰라?

같이 하는 거에요

근데 무슨 짓이야!

설명하기가 좀 힘들어요

- 멀었어요?
- 나가요!

 

잠깐, 잠깐, 멸치젓 감초 소스를 깜빡했어요

 

너 절대 하지마

 

아니, 그게 아니구요

 

죄송해요

 

링귀니 요리
아직 다 안 됐나?

 

네, 괴상했는데
방금 나갔어요

 

먹어 봤어?

 

아, 그럼요
링귀니가 조리법을 바꾸기 전에요

그렇군, 아니 뭐야?
어떻게 조리법을 바꿔?

 

요리가 나가는 바로 직전에
바꿔버리더라고요

맛있대요!

 

다른 손님들도 그 요리가 뭔지
링귀니가 누군지 물어보세요

링귀니 요리, 7개 추가!

그거

 

잘됐네

 

나도 저걸로!

 

(링귀니 스페셜)

 

스페셜 추가요!

 

스페셜, 스페셜, 스페셜!

 

- 축하해, 링귀니!
- 마셔 마셔

 

진짜 멋지게 잘 해냈어

 

이제 좀 쉬어, 꼬마주방장
바람 좀 쐬자

오늘 진짜 잘 했어

 

재밌지?

 

그냥 장난 좀 친 거야

잠깐 얘기 좀 할까, 링귀니?

 

내 방으로 가지

 

제가 뭐 잘못한 거에요?

잘못은 무슨, 와인이나
한잔 하면서 얘기나 하자구

 

이젠 청소부 안 가르쳐도
되겠네, 콜렛?

 

쟤가 주방장님
마음에 쏙 드나본데?

 

성공했으니
축배를 들어야지, 링귀니

 

정말 잘 했어

 

예의 상 잔을 들긴 했는데요
제가 술을 진짜 못해서요

 

물론 나도 이 따위 걸
먹으라면 안 먹겠어

하지만 이건 사양하면
바보 되는거야

61년산 샤또라또거든

 

설마 우리 링귀니 군이

 

그 정도로 바보겠어?

 

자, 바보가 아닌 것에
건배하자구!

 

- 레미!
- 에밀 형?

살아있다니, 세상에!

 

다신 못 볼줄 알았어!

급류에 그냥
쓸려간 줄 알았더니

근데 뭐 먹는 거야?

 

몰라, 무슨 포장지로
썼던 거 같은데?

 

뭐야? 말도 안돼
여긴 파리라구, 내 구역이야

우리 형이 내 구역에서
쓰레기를 먹게 할 순 없지

 

레미, 훔치는 거야?
링귀니에겐 믿으라고 하고서는?

아니에요
형 주려고 그래요

그러다가 링귀니가
짤리기라도 하면?

그럼 저도 짤리는 거잖아요
저도 알고 있다구요

더 할래?

 

안 되는데
그러죠, 뭐

 

그래, 어디서 요리를
배웠다구, 링귀니?

배우기는요

 

아니에요

 

설마 지금 네가 요리 처음
한다는 걸 믿으라는 소리는 아니겠지?

- 아니에요
- 그러면 그렇지!

이게, 그러니까
이번이 다섯번째에요

 

월요일날 처음 해봤고

그렇지만 그 전에
쓰레기들을 너무 많이 치워서...

그래, 그래
한 잔 더 해

그런데 자네는
어떤 걸 좋아하나?

동물같은 거 좋아하나?

네? 동물이요?

 

무슨 동물이요?

뭐 강아지라든가
고양이, 말, 기니피그

쥐 같은 거?

 

형 이거...
아, 그러지 말라니까!

당장 뱉어!

 

교육 좀 해야겠군
눈 감아봐

 

이걸 한 입 먹어봐

- 아니 아니, 그냥 꿀꺽 삼키지 말구!
- 이미 늦었어

 

다시, 천천히 씹으면서
맛을 음미해 봐

 

어때?

그냥 그런데?

부드럽고 짭짤하면서 달콤하고
훈제향이랑 씨앗 맛이 나지

느껴져?

 

씨앗 맛은 나는데?

눈 감아봐

 

이제 이거 한번 먹어봐

이건 또 다른 맛이지?

달콤하고 아삭아삭한 게
끝에 탁 쏘는 맛이 날 거야

그럼 이제 한꺼번에 먹어봐

 

그래

 

무슨 맛이 나긴 하는데

 

이게 그 맛인가?

거 봐

톡 쏴

바로 그거야

이제 그 두 가지 맛이
합쳐졌을 때의

그 오묘한 맛을 느껴봐
아무도 보지 못한 바로 그 맛!

이건

 

그래도 잘 모르겠어

그래

근데 괜찮긴 했어
여태 맛본 쓰레기 중에 최고...

아 참, 여기서 뭐하는 거람?

아빠는 아직 네가
살아있는 줄 모르시잖아

무리로 돌아가자

다들 놀라 자빠질 거야

아, 근데

근데, 뭐?

난 좀 여기에...

가족보다 중요한 게
어디있다구 그래?

여기가 뭐가 더 중요해서?

그게...

 

뭐, 잠깐 가볼 수는 있겠지

애완동물 길러 본 적 있어?

아니요

 

쥐하고 같이 일해본 적은?

아니요

그럼 다람쥐라도?

아나니~아나니~요

 

쥐에 대해서 말할 거 있잖아
진짜 이러기야?

진짜 이러긴
뭘요, 왜요, 또요?

 

근데 그건 이름이 왜 그래요?

- 뭐가?
- 라따뚜이요

그게 스튜같은 거죠?

왜 그렇게 부르는 거에요?

음식이름을 지으려면 듣기에도
맛있게 들리는 이름을 지어야지

라따뚜이는 안 맛있게 들리잖아요

'쥐'와 '궁둥이' 같이 들려요

 

쥐 궁둥이가 맛있다는 소리
들어봤어요?

 

안타깝게도 이제
와인이 다 떨어졌네

 

제 아들이 돌아왔습니다!

 

너를 대신할 쥐약감지반을
찾아보려고 했는데 죽겠더라

 

다행히도 쥐약이
든 음식은 없었지만

쉽지 않더라구
너도 힘들었었겠구나

조금요

죄송해요, 아빠

어쨌든 이제 돌아왔으니 됐지

 

아, 네, 그래서 말인데요

 

살이 좀 빠진 거 같네?

왜 그런 거야?

음식이 모자랐니?
아님 점잖은 체 하느라?

 

넓은 세상에서
혼자 있어보니까 힘들지?

뭐 그렇긴 하지만 저는 더이상
어린애가 아니니까요

어, 왜, 무슨 일이야?

제 한 몸은 제가
간수할 수 있어요

있을 만한 곳을 찾았으니까
자주 들릴께요

뭐니 뭐니해도
찬 물같은 현실이...

들려?

그럼요, 약속해요
자주 올게요

뭐야, 아주 온 게 아니야?

아니에요

 

하지만 그게 무슨 문제에요, 아빠

어차피 죽을 때까지 아빠랑
살 수는 없잖아요, 안 그래요?

새들도 언젠가는
둥지를 뜨잖아요

우리는 새가 아니라 쥐야

둥지를 떠나는 게 아니라
더 크게 만들지

저는 다른 쥐들하고는 달라요

네가 쥐가 맞긴 맞고?

아니면 오히려 좋죠

아 참, 오늘 밴드가
죽인다는데

쥐들은 맨날
훔치기만 하잖아요, 아빠

이젠 그것도 지쳤다구요

이젠 뭔가를 만들고 싶어요

세상에 뭔가 더하고 싶다구요

꼭 사람이라도 된 듯
말하는구나

아빠가 말씀하시던 것만큼
나쁘지는 않아요

그래?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데?

어쩌다가 우연히 가까이서
지켜보게 됐는데요

그래?
얼마나 가까이서?

아주 가까이서요

그런데 뭐 아빠 말씀처럼
그렇게 나쁘지는 않더라구요

따라와 봐
보여줄 게 있다

 

저기, 난 그냥 여기 있을께

 

문 잠그기 전에 바닥이랑
싱크대랑 다 정리하고 가

지금 저한테 남아서
정리하라는 말씀이세요?

왜, 문제있나?

 

아니요

착하구나
내일 보자

 

자, 여기야

 

똑똑히 봐, 레미

 

이게 바로 쥐가 사람을
가까이 했을 때의 대가야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적들의 것이라구

항상 조심해서 살아야 해

우리 몸은 우리가
지켜야 한다, 레미

아무리 다른 것들이
좋다고 해도

가족들만 하겠니?

 

아니에요

뭐?

아니라구요, 아빠
전 안 믿어요

지금 아빠 말씀은 우리의
미래가 고작 이 정도라는 거잖아요

세상이 그런 걸 어떻게 하겠니

자연의 섭리를 어떻게 바꿔?

자연은 바뀌어요, 아빠
우리가 바꿀 수 있다구요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요

 

어디 가는 거야?

행운을 품고 미래로요

 

안녕하세요?

 

하지마

 

좋은 아침

 

좋은 아침!

 

그래, 주방장님이랑
술 한잔 한 기분이 어때?

 

대단하잖아

 

뭐라고 그러셔?

 

뭐야?

 

말 못한다는 거야?

 

오, 그러시겠지

미안하다, 주방장님하고의
관계에 참견해서

아, 그런 거였구나?

날 이용해서 주방장께 점수 따고
혼자 승진하겠다?

일어나 봐!
좀 일어나!

 

너는 다른 줄 알았는데

너도 나를 특별하게
생각하는 줄 알았는데

 

이런 놈을 도와주다니!

나도 내 생각만 했었으면

너 따위는 죽든 말든
그냥 냅뒀을 거야

하지만 난 네가
성공하길 바랬다구

 

난 네가 좋았는데

 

내 실수였네!

 

콜렛!

 

잠깐, 잠깐만요, 콜렛!

안 되겠다, 꼬마주방장!
이제 못 해먹겠어!

콜렛!

 

잠깐, 잠깐
가지 말아요!

 

제가 원래 말주변이 없어요
요리하는 재주도 없구요

콜렛 없이는 안돼요

 

거짓된 겸손도
결국 남을 속이는 거야

 

넌 재주가 있어

아니에요, 정말요
제가 아니에요

콜렛이 말한 조리법대로
안 하고 다른 재료들을 넣은 것도

제가 아니었어요

무슨 뜻이야?

무슨 뜻은요
제가 한 게 아니라는데요

제가 했으면
조리법대로 했겠죠

저라면 콜렛 말대로
했을 거라구요

세상이 끝나는 한이 있어도
콜렛 말대로 했을 거예요

왜냐하면 사랑하니까요
콜렛의 충고를

근데?

그래서, 음

 

말하면 안 돼

사실은 비밀이 있어요

좀 이상하게
들리실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사실, 뭐?

 

사실은 주...이가 있어요

 

뾰루...쥐?

 

아뇨, 아뇨
실은 아주 작은 조그마한...

꼬맹이 주방장이
가르쳐 줘요

- 꼬맹이 주방장?
- 네, 진짜에요

음...

여기 있어요!

네 머리 속에?

 

도대체 왜 이렇게
말하기가 어렵죠?

자, 다시!

 

당신은 제게 영감을 줘요

다 감수하고 털어놓을게요

머저리 정신병자로
찍힐 각오 하고!

내가 왜 그렇게
빨리 배우는 줄 알아요?

내가 왜 그렇게
요리를 잘 하는 줄 알아요?

웃지 마세요
보여줄테니까

 

안돼, 안돼!

 

뭐지, 앰브리스터?

- 구스또가
- 결국 문을 닫는다던가?

- 아니요
- 그럼 자금사정이 안 좋아?

아니요

그럼 새로운 3분
에그롤이라도 만들었대?

도대체 뭔지 말을 해 봐!

다시 사람들이 몰리고 있대요

 

내가 몇 년 간
구스또 식당 비평을 안 했지

마지막 비평이
여행잡지에 실렸었고

구스또는 마침내 역사속으로
자기 자리를 찾아갔다

본인만큼이나 유명한
요리사인 보야디 주방장 옆으로

멋져요

거기까지였어

그게 마지막이었다구

그게 마지막

말해보게, 앰브리스터

 

도대체 어떻게
손님이 몰린단 말이지?

 

아냐, 아냐, 아냐아아아!!!

 

DNA도 일치하고
나이도 그렇고 다 맞아 떨어져요

그 아이가 구스또 아들이 맞아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다 꾸며낸 얘기야!

쟤도 알 거라구!

저거 봐
바보인 척 하면서

날 갖고 장난치고 있는 거라구
고양이 뭐 갖고 놀듯

뭐냐, 그...

실이요?

그래, 즐기고 있다구

쥐랑 짜고

쥐요?

그래, 쥐랑 한 패라구

일부러 내가 그렇게
생각하게 만드는 거야

쥐라구요?

 

그렇다니까!

 

그 쥐가 중요한 건가요?

물론 아니지!

그냥 내가 그렇게
생각하게 만들고 있는 거라구

그래, 맞아

쟤가 일하는
첫 날 쥐가 나왔고

내가 죽이라고 명령했어

그랬더니 이젠 내가
거기에 놀아나게 만드는 거라구

 

어머, 쥐다
어머어머, 무서워 하고

내가 미쳐서 유령이라도
보는 듯이 말이야

하지만 그럴 수는 없지

그런 장난질에
말려들 순 없어

 

혹시 도움이 필요하신...
걸까요?

 

그냥 짜를 수는 없잖아
다들 지켜보고 있는데

지금 짤랐다가는
다들 의아해 할 거라구

사람들이 이 일에 대해서
알게 할 수는 없어

도대체 뭐가 그렇게
걱정이세요?

주목을 받게 되면
좋은 거 아닌가요?

구스또 식당이 신문에
나면 좋은 거 아니에요?

이 얼굴이 알려지는게
별로인거야!

 

구스또는 모두가 아는 유명인이지

통통하고 사랑스럽고
친근한 이미지야

그래서 부리또가
수백 만개씩은 팔린다구!

이 좋은 돈벌이를 그냥 날려?

3일이면 최종기한이에요

그러고 나면 짤라도
누가 뭐라는 사람 없을 거에요

그러면 누가 알겠어요?

저한테 주신 머리카락 때문에
좀 난처했었어요

그것 때문에 작업을
두번이나 했거든요

왜?

처음에는 그게
쥐털이라고 그러는 바람에요

 

아니, 그거 말구

네?

 

이걸로 넣어 봐, 더 나아

 

쥐다!

 

지저분한 쥐새끼들

 

저는 제가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상기하게 되었습니다

이 세상이 실제로는
저를 어떻게 보는지요

아무리 노력해도 상황은
갈수록 심각해져만 갔습니다

레미!

 

야, 임마!

 

우린 네가 다신
안 올 줄 알고 걱정했잖아

안녕, 레미
잘 지냈지?

말했어?

 

에밀, 내가 말하지
말라고 했잖아!

어떻게 그래, 친구들인데

쟤네한테까지 말하지
말라는 줄은 몰랐지

진짜 미안해

나한테 미안하다고 하지 말고
쟤네한테 가서 미안하다고 해

왜, 무슨 문제라도 생겼어?

아니, 그런 거 없어

여기서 기다려

 

잠가놨네?

 

레미, 여긴 어쩐 일이야?

에밀이 친구들이랑 왔어요

 

그러지 말라고 했는데

주책없이 떠들어 대서

 

아주 돌겠어요

 

다들 배고프다는데

냉장실이 잠겼어요
열쇠가 필요해요

너한테 음식을 훔쳐오래?

네, 아뇨

 

문제가 좀 복잡해요
가족 일이라서요

저희 가족은 아저씨 생각처럼
이상적이지 못해요

이상적? 저 짜식이
이상적인 놈이었으면

내가 여기서
바베큐나 들고 있겠냐?

전자렌지용 부리또는 어떻고?

이쑤시개 같은 닭고기나

콘도그은 말할 것도 없고

곧 출시되어유

 

- 순 장삿속이야
- 순대 요리 좀 묵어볼래?

나도 쟤네들 때문에 죽겠어, 레미

다들 조용히 하세요!

 

생각 좀 하자구요!

가족들을 조용히 시키지 않으면
또 말이 나오게 될 거예요

그나저나 쟤네들이 가서
또 떠벌이면 일족이 몰려올텐데

아, 여깄다

 

어? 유언장이네?

 

재밌겠는데요?

봐도 돼요?

그럼, 괜찮아

 

(링귀니, 새 메뉴에 도전)

 

링귀니잖아?
(링귀니, 낡은 식당의 신예)

 

링귀니가 왜 아저씨
유언장에 같이 끼어있어요?

내 사무실이었잖아

 

(DNA 검사 결과)

 

(스키너 씨
전 레타나 링귀니입니다)

 

(구스또의 유언)

 

(우린 꽤 가까웠죠)

 

(구스또의 서명)

 

(애한텐 말 마요)

 

(식당을 상속자에게...)

 

(그의 아들이에요)

 

(링귀니
구스또의 아들)

아들이었어요?

 

내가 아들이 있어?

그걸 어떻게
모를 수가 있어요?

나는 그냥 네
상상속의 인물이야

네가 모르는 일을
내가 어떻게 알아?

아저씨 아들이

 

이 식당의 법적 주인이라고요!

 

어머, 세상에!

그 쥐다!

 

죄송해요!

내 서류를 갖고 튀었어!

 

너 당장 내 사무실에서 나가!

링귀니가 당신
사무실에 있는 게 아니라

당신이 링귀니
사무실에 있는 거죠

원샷 해, 링귀니!

건배!

 

떠오르는 샛별
구스또의 사장으로 임명

 

(냉동식품 생산취소)

 

(구스토의 새주인)

 

- 주방장님
- 링귀니 주방장님!

요리계의 샛별이신데

요리를 배워보신 적이
없으시다구요?

도대체 비법이 뭐죠?

비법이요?

 

사실대로 말씀드리면

 

저는 구스또 주방장님
아들입니다

 

피는 못 속이는 게 아닐까요?

최근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되셨나봐요?

그러면 식당을 물려받게 된다는 건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뭐, 제 마음속의
뭔가가 알려준 거 같아요

핏줄이 당긴달까

주로 어디서 영감을 받죠?

영감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제 영감은 콜렛입니다

뭐야?

 

이빨에 뭐가 끼어서요

 

위생 검사관입니다

쥐가 바글바글한 데가 있어요

제, 아니, 구스또
레스토랑이에요

구스또라고 그러셨죠?

한번 가보죠

한 3개월 있어야 되겠는데요?

당장 처리해야 돼요!
고급 레스토랑이잖아요!

선생님, 접수하겠습니다
딴 일정 취소되면 곧장 가 보죠

하지만 쥐가

 

제 서류를

 

훔쳐갔다구요

 

문 열 시간 지났는데

벌써 1시간 전에
끝낸다고 해놓고

 

아, 왔어요?

 

이리로 와요

영감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었어요

아, 그 꼬마주방장 얘기요?

 

아, 그게 아니라
당신 말이에요

 

이고 아니야?

 

이고잖아?

 

링귀니씨 되시나요?

 

때 이른 축하연을
방해해서 미안하군요

하지만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기회를 주는게

공정할 것 같아서요
아직 처음이시니

 

게임이요?

그 동안은 상대도 없이
게임을 해오신거죠

알고 계시겠지만
그건 룰이 아닙니다

앤톤 이고씨죠?

 

승진이 빠른 것 치고는
이해가 늦군요

당신은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치고는 너무 말랐구요

 

그냥 좋아하는 게 아니라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죠!

애정이 안 가면
삼키지를 않거든요!

 

내일 저녁에
기대하고 다시 오겠습니다

실망 시키지 않는 게
좋을 거에요

 

실례인 줄은 알지만
우린 프랑스 사람이잖아요?

지금은 중요한
저녁시간이라구요!

 

저녁시간이니까 저녁식사
챙기시라는 뜻일거예요

그런 눈으로 쳐다 보지 마

기자들 앞에서
정신사납게 군게 누군데?

네가 머리를 그렇게 확확
잡아당기는데 어떻게 집중을 하냐?

그것 뿐인 줄 알아?

네 말이면
다 되는게 아니잖아

콜렛도 요리사야

 

아야!
더 이상 못 참아!

 

넌 좀 쉬어야겠어, 꼬마주방장!

내가 네 꼭두각시인줄 알아?

네가 무슨 꼭두각시
다루는 사람인 줄 아냐구!

진짜 쥐가 요리를 한 거였어?!

머리 좀 식히고
잘 생각해봐, 꼬마주방장!

안 그래도 이고 때문에
정신이 없는데 말이야!

 

우와, 이런 건 처음보는데?

그러게, 너를 귀염둥이
털복숭이 친구쯤으로 생각하나보지?

 

미안해, 레미

너무 많이 데려왔지?

아냐, 괜찮아
내가 너무 이기적이었지?

배고파?
좋아, 저녁은 내가 쏜다!

문 닫을 때까지만 기다려

저기, 아빠한테 다른 쥐들도
다 데리고 오라고 말씀드려

 

꼬마주방장

 

이야, 진짜 끝내준다!

이런데서 일하는 구나?
매력이 있긴 하네

 

꼬마주방장?

 

꼬마주방장

 

아, 여기 있었네?

 

난 네가 아파트로
돌아간 줄 알았어

갔다가 없길래...
모르겠다...

어쨌든 아까 그렇게 싸우고
남은 거 제대로 풀고 싶어서...

 

있잖아, 난 싸우기 싫어

내가 정신적으로
너무 압박감을 받았었나봐

짧은 시간 동안 상황이
이것 저것 많이 바뀌었잖아?

 

내가 갑자기 구스또에서

구스또 역할을 해야하니까

 

사람들이
실망하면 어떻게 해

기분이 이상해

 

난 여태 아무도
실망시켜 본 일이 없거든

왜냐하면 나한테 기대하는
사람이 없었으니까

지금 사람들이
나한테 기대하는 이유는

바로 네 덕분이야

 

내가 나빴어

 

네 덕분에 이렇게 된건데
그걸 잊을 수는 없지

넌 정말 좋은 친구야

 

이게 뭐지?

 

도대체 무슨 일이야?

 

음식을 훔치는 거야?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친구라고 생각해서
너를 믿었었는데

나가!

 

너도 네 쥐새끼 친구들도!

돌아오기만 해봐!

음식점에서 쥐들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보여줄테니까!

 

아빠 말씀이 맞아요

 

당연해요
쥐가 쥐죠

 

쥐가 어디 가겠어요?

 

금방 갈 거에요
그러면 다시 들어가죠, 뭐

그 때 원하는 거 다 챙겨요

같이 안 가?

입맛이 없어서요

 

뭘 드실지 결정하셨나요?

 

네, 가서 당신의 심장을
통째로 구워다 주시겠어요?

 

들어오세요!

 

드디어 오늘이네?

뭐라고 한 말씀
해야 되지 않겠어?

무슨 말?

 

주방장이 직원들 사기를
돋워줘야지

 

잠시만요

 

다들 주목해 주세요!

 

오늘이 바로
결전의 날입니다

오늘 우리가 요리할
상대는 큰 이고입니다

제 말은, 이고가 온다구요

그 평론가 있잖아요

그래서 우리 메뉴에서
뭔가를 주문할텐데

 

우리가 능숙하게 요리를 해야 되겠죠

 

그렇게 포기를 못하겠어?

영업시간에는 여기
오지 말라니까

위험하다구

배고파

 

난 안에 있는
음식 필요없어

 

내가 입맛이 그렇게
까다롭지가 않거든

잘 봐!

 

안돼, 잠깐만!

 

아니, 이럴 수가!

어떻게 해야 돼?

잠깐만 기다려봐

 

네가 감히 요리사라구?

 

쥐방울 만한 게 까불고 있어

 

지난번에 그 사람이
이 곳에 대해 한 평가로

저희 구스또 주방장님을
그냥 골로 보냈...

여기서 그 얘기는 굉장히 불길한데

한 가지만 말씀드릴게요

- 이고씨 왔어요
- 이고씨가 왔다고?

 

"앤톤 이고"도 그냥
보통 손님이에요

자, 시작합시다!

네!

 

그러죠

 

자, 이제 협상 하나 하자

 

네가 주방에서 알짱대지 않고
여기서 얌전히 있어주면

보답으로 널 살려주지

 

잘 있어라, 쥐야!

 

뭐 드실지 결정하셨나요?

 

네, 그런 것 같네요

새로 오신 주방장님의 지나치게 과장된
소문을 너무 많이 들은 터라

말 안해도 아실 거라 믿습니다만?

'새로운 관점' 한 접시

그게 다예요

신선하고, 확실하지만 잘 양념된
'새로운 관점' 한 접시를 원합니다

 

그것과 어울리는
좋은 와인을 추천해주시겠습니까?

 

뭐하고 어울린다고요, 손님?

'새로운 관점'이요
제가 고른 것이 품절되었나요?

아, 저...

 

좋아요, 이 후진 동네에서는
모조리 동이 난 모양이니

이미 '새로운 관점'이
다 팔려버렸다면야

이렇게 해드리죠

음식을 주면
'새로운 관점'을 보여주겠습니다

 

'셰발 블랑' 47년 산 와인 한 병과
잘 어울리는 걸로 부탁하죠

 

죄송하지만... 정확하게
어떤 메뉴를 말씀이신지...

링귀니 주방장한테 가서
만들어 주는 대로 먹을 테니까

제발 최선을 다해서
내가 한 방 먹게 해달라고 전하시오

 

나도 저 사람
먹는 걸로 할게요

 

우리 이제 포기하자

 

어째서요?

 

쥐덫에 갇혀서
트렁크 안에 있잖아

냉동실 안 음식처럼
꽁꽁 얼어서는

아뇨, 쥐덫에 갇힌 건 저에요
저만 포기하면 되죠

아저씨는 가셔도 되요

 

네가 나를 자유롭다고 생각해주어야
자유로워진단다

 

너도 그렇고

 

제발요, 이젠 무슨
척하는 것도 지겨워요

아빠 때문에
쥐인 척하고 살다가

링귀니 때문에
사람인 척하고 살고

얘기할 사람이 필요해서
아저씨도 보이는 척하고!

아저씨는 이미 제가
다 아는 얘기만 하잖아요

저는 제가 누구인지 알아요

아저씨가 이래라 저래라
할 필요가 없다구요!

 

제가 왜 그런 척
해야되는 건데요?

 

그렇지 않단다, 레미

그랬던 적 없어

 

아니, 그쪽 말고 다른 쪽!

 

아빠!

 

잘 있었냐, 동생?

형!

 

사랑해요!

 

또 어디 가는 거야?

식당에요!

 

저 없으면 안돼요!

왜 신경쓰는데?

저는 요리사니까요!

 

네 조리법인데 어떻게
네가 기억 못할 수가 있어?

안 적어 놔서 그래요
그냥 떠올랐던 거라구요

그럼 다시 떠오르게 해
이대로는 절대 못 내놔!

 

주문한 거 어떻게 됐어요?

뭐 다른 거 내가면 안돼요?

제가 만든 거 말고?

주문이 들어오는데
어떻게 해요!

다른 거 주문하라고 해요

다 떨어졌다고 하면 되잖아요

방금 열었는데
재료가 없다는 게 말이 돼요?

이러면 어떨까요?
그냥 입닥치고 음식을 만들면!

우리가 만들테니
어떻게 하는지만 말해줘!

나도 모른다니까요!

손님들한테 뭐라고
말은 해줘야 될 거 아니야?!

그냥, 그냥

 

레미!

그러지 마!

 

들어가면 들켜!

 

내 입장에 대해 이야기 하는게 아냐
지금 당장 우리가 뭘 해야...

 

쥐다!

 

건드리지 마요!

 

돌아와줘서 고마워,
꼬마주방장

 

이상하게 들리시겠지만

어쩔 때는 진실이
이상하게 들리기도 하죠

그렇다고 진실이
거짓이 되나요?

사실은...

 

사실은

 

저는 재주가 없어요

 

그 레시피는 모두
이 쥐가 만든 거에요

 

얘가 주방장이에요

진짜 주방장!

 

제 모자 안에
숨어서 일해왔어요

저를 조종해서요

 

얘가 있어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 수 있었던 거예요

그래서 이고도
여기 온 거구요

이 쥐의 재주로
제가 인정을 받은 거에요

믿기 어려우신 줄은 알아요

하지만 제 음식솜씨
괜찮았잖아요, 그쵸?

할 수 있어요
이상하게 들리시겠지만 가능해요

여기가 파리에서 최고의
음식점이 될 수 있어요

그리고 여기 있는
똑똑한 꼬마주방장이

우리를 도와줄 수 있어요

어떻게 하시겠어요?

따라주시겠어요?

 

아빠!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어요

 

내가 너와 네 친구를
오해했구나

가족한테 등을
돌린 게 아니에요

둘 다 좋아해서 한 쪽만
고를 수 없는 거에요

요리 얘기가 아니라

배짱 얘기다

 

이게 진짜 너한테
그렇게 중요하니?

 

우린 요리사는 아니지만
가족이다

 

말만 하면
시키는 대로 해보지

 

(위생 검사관)

 

저 위생 검사관 잡아!

델타 팀, 출동, 가서 잡아!

다른 쥐들은 레미를 돕고!

 

'반드시 손을 씻을 것!'

 

3조는 생선을 맡고

4조는 찜류를 맡는다

5조는 석쇠구이!

6조는 쏘스!

 

각자 위치로!

 

네 발로 걷지 말고
두 발로 걸어!

 

홀에도 누가
좀 나가봐야겠는데?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오늘 일손이 좀 모자라서요

천천히 하세요

 

스테이크는 최대한 연하게!

됐다, 찔러서 옮겨
옆으로, 옆으로!

자두 뫼니에르는 살살해!

소금은 덜 넣고
버터 좀 더 넣어!

미몰레뜨 치즈만 써!

그림 그리듯이
샐러드를 버무려

샐러드 소스 너무 많이 넣지마

뫼르 블랑 소스 분리 되지 않도록
계속 저어 줘!

 

생선 가리비 요리는
조심해서 다루고!

 

맛 좀 보자
스푼 내려봐

 

좋아, 너무 짜다, 맛있네

콘소메는 푹 끓이지 마!
꿩고기 질겨지겠다

- 에밀!
- 미안해

 

콜렛, 잠깐만요!

콜렛, 돌아와 줬군요

저기요, 콜렛

아무 말도 하지마

내가 마음 변하기 전에
쥐가 뭘 요리하고 싶어하는지 말해줘

 

라따뚜이?

이건 시골 음식인데?

 

정말 이걸 이고한테
내 놓을 작정이야?

 

왜? 라따뚜이 만들잖아

네 방식은 뭔데?

 

라따뚜이?

 

장난하나, 지금?

 

이건 말도 안 돼

 

라따뚜이 만든 게
도대체 누구야?

반드시 알아야겠어!

 

주방장한테 잘 먹었다는 말을 해봤던 게
도대체 언제였는지도 기억이 안 나네요

이런 특별한 맛을 보고
그냥 넘어갈 수가 없네요, 주방장님

감사합니다만, 오늘 저는 그냥
웨이터일 뿐이에요

그럼 잘 먹었다는
말은 누구한테 해야하죠?

저, 잠깐만요

 

주방장님이신가요?

주방장님을 만나시려면 손님들이
다 가실 때까지 기다려 주셔야 겠는데요

그러죠, 뭐

 

처음에는 "이고"도
농담이려니 하더군요

하지만 링귀니가 설명을 계속하자
이고의 웃음기는 점점 가셨죠

 

중간중간 몇 가지 묻는 것 외엔
꿈쩍도 안하고 있다가

얘기를 다 듣고 나서는

일어나더니 잘 먹었다는
말만 남기고 그냥 사라졌습니다

 

다음 날

 

이고의 비평이 나왔죠

 

어떻게 생각하면 비평이라는
작업은 굉장히 쉬운 일이다

위험부담도 없을 뿐더러

우리의 평가 대상이
되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젠척 할 수 있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쓰기에도
읽기에도 재미있는

비난의 말들을
잔뜩 적어 놓는다

그러나 우리 평론가들은
더 넓은 시야를 발견했을 때

쓰라린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작은 것들이
어쩌면 우리의 비평보다

더 의미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평가들이 위험을
무릅쓸 때가 있는데

 

그건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반론할 때이다

세상은 새로운 재주나 창작물에
관대하지 못하다

새로움에게는 친구가 필요하다

 

나는 어젯밤에
새로움을 경험했다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아주 특별한 식사를!

음식과 주방장 모두가
고급 요리에 관한 내 선입견을

깨뜨려주었다는 것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그들은 내 가치관을
모조리 뒤흔들어놓았다

 

이전까지 나는 공공연히
비웃어왔다

구스또 주방장의
유명한 좌우명인

"누구든지 요리할 수 있다"는 말을

 

하지만 지금은 그 말이
무슨 의미였는지 알 것 같다

 

모든 사람이 예술가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예술가는
어디서든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구스또에서 요리하고 있는
그 천재 요리사들은

상상도 못 할 만큼
출신이 소박하다

허나, 비평가로서 장담컨대

 

그 요리사들은 그야말로
프랑스에서 가장 훌륭하다!

나는 조만간 구스또를 다시 찾을 것이다,
더 많은 것을 갈망하며.

어젯밤은 정말 좋았어요

너무 행복했었죠

하지만 인생은 역시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것이죠

(폐업, 프랑스 식품위생법 위반)

우린 스키너와 위생검열관을
풀어주어야만 했고

둘 다 꽁지가 빠지게 달아났죠

음식이 중요한 게
아니더라고요

주방에 쥐가 가득했다는 것이
알려지자마자

음식점은 문을 닫게 되었고

이고는 직장과
명성을 한꺼번에 잃었어요

하지만 너무 걱정마세요

작은 투자회사를 하나 차려놓고

아주 잘 지내고 있으니까

아주 행복해 보였어요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그러게

 

가봐야겠네
저녁시간이야

 

이고 씨의 취향 알지?

 

고마워, 꼬마주방장

 

디저트도 좀
준비해 드릴까요?

항상 그러시잖아요?

어떤 걸로 하시겠어요?

 

깜짝 놀랄만한 걸로!

 

야, 그 얘기 내가 해주면
훨씬 더 재미있어

 

빨리 여기로 음식 좀 가져와
배곯아 죽겠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