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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좌하시오!

 

'키요하'

 

타마기쿠야

 

손님 들어가신다!

 

이리 오셔

 

내게로 오셔...

 

'키요하'
저분 알아?

 

'타카오 오이란'의 애인이야

 

찌질한 그림쟁이인가 봐

 

높으신 '오이란'이
예술가랑 연애를?

 

주인 여편네가
도끼눈 뜨고 감시하는데!

 

'키요하'!

 

왜요?

 

입 다물고
손님이나 끌어 봐

 

손님이 널 골라야지
왜 네가 손님을 고르니?

 

매정한 님은

 

멀리 떠나버리고

 

술잔에 매인 이 몸
홀로 외롭네

 

날 우습게보면 안 되지

 

어디서 까불고 있어?

 

이거 놔!
놔!

 

놓으래도!

 

손 치워!

 

게이샤들이 싸운다!

 

뭐가 그리 불만인 거냐?

 

온 세상에 고통만 가득해

 

좋은 일 따위
하나도 없어

 

'세이지'오빠는 있어?

 

기쁜 일 있냐고

 

이런 재주는
손님한테 써먹어

 

주연 츠치야 안나

 

원작 안노 모요코

 

각본 타나다 유키

 

음악 시이나 링고

 

담뱃대는 정말 좋아

 

누워서 피워도
재가 안 떨어지니까

 

감독 니나가와 미카

 

사쿠란

 

그날은 벚꽃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내 몸이 팔렸단 사실조차
잊고 말았다

 

빨리 걸어

 

말도 많네
벚꽃 구경이나 해

 

뭐야, 요 기집애가!

 

요것이!

 

얘!

 

- 거기 서
- 싫어

 

- 서라니까!
- 시끄러!

 

서래도!

 

요시와라 유곽촌

 

비눗방울이요

 

무지갯빛 비눗방울!

 

특급 게이샤 '오이란'의
신고식 행렬이다!

 

'쇼히'가 '오이란'이 됐어

 

매번 넉넉히 값을 쳐주니
고맙구먼

 

주인 어르신 뜻이지요

 

용돈 해

 

안됩니다, '하마유'씨

 

'하마유'란 이름은
20년 전 여길 나갈 때 버렸어

 

지금은 '오란'이라고
어르신께 전해

 

새로 온 애가 너냐?

 

싹이 좋구먼

 

잘 키우면
좋은 물건이 되겠어

 

잘 들어

 

넌 우리 '타마기쿠야'의 식구야

 

'쇼히' 언니 밑에서
게이샤 수련하는 거야

 

네 이름은 '키요하'다

 

'키요하'?

 

이상해
풀이름 같아

 

맘에 안 들어

 

아 뜨거!

 

우엉조림처럼
새까만 계집앤

 

난 필요 없어

 

이게 뭔 냄새야...

 

코가 얼얼하네

 

그 촌뜨기 또 왔더라?

 

그러게!

 

말도 마

 

무지 피곤해보여

 

아침까지 5번이나 했어!

 

게다가 연달아서!

 

술 왕창 먹이고 재웠어

 

손님한테 너무해!

 

그러다 벌 받는다

 

여자 여자 여자 여자

 

여자들 세상에 있다가

 

나도 저런 여자가
될 거라 생각하니

 

갑자기 두려워졌다

 

요 녀석!
잘 보고 다녀!

 

'키요하'

 

- 이리 와!
- 싫어, 난 갈 거야!

 

이거 놔!
보내 줘, 놔 줘

 

넌 여기서 나갈 수 없어!

 

나가 봤자 바깥세상도
여기랑 다를 바 없어

 

가자

 

벚꽃이네

 

왜 '요시와라'엔
벚꽃이 없어?

 

밖은 벚꽃천지던데

 

이 나무도 벚나무야

 

이 나무에 꽃이 피면
내가 널 데리고 나갈게

 

필요 없어
내 힘으로 나갈 거야

 

넌 '타마기쿠야'에 팔려왔어

 

도망치면 어찌 되는지
제대로 알게 해 주지

 

넌 절대 여기서 못 나가

 

꼭 나갈 거야

 

신사에 벚꽃이 피면
나갈 거라고!

 

그 나무엔
꽃이 안 피어!

 

영원히 꽃은 안 필거다!

 

빨리 이곳에
정 붙이는 게 편할걸!

 

그만...

 

계속하면 나 정말...

 

너무해...

 

미워...

 

'쇼히'

 

'쇼히'

 

금붕어다...

 

'쇼히'

 

여기 있다간 나도
끔찍한 '오이란'이 될지 몰라

 

금붕어 한 마리가

 

너 때문에 죽었어

 

어항 속에만 있으면
살 수 있었을 텐데

 

금붕어는...

 

강에 돌아가면
금방 붕어로 변해

 

예쁜 모습은 어항에서만
간직할 수 있지

 

게이샤도 똑같아

 

도망치는 건 어리석어

 

'오이란' 따위 되기 싫어!

 

아무나 '오이란'이
되는 줄 알아?

 

싫다는 말은
일단 된 후에 해!

 

창녀는 싫어!

 

그 창녀가 번 돈으로
밥 먹는 게 누군데!

 

삐딱한 계집앤 필요 없어

 

손님들도
너 같은 앤 안 사

 

하긴 넌 갈 곳도 없지?

 

변소 청소나 열심히 해서

 

입에 풀칠하며 사는 게
어울리겠다

 

넌 그 것 밖에 안 돼

 

창녀는 아무나 되니?

 

넌 창녀도 못해

 

죽자고 애써도 안 돼

 

'오이란'은 당치도 않지!

 

왜 못해?
우습게보지 마

 

나도 할 수 있어!

 

견습생이 돼서
악기도 배우고

 

노래랑 춤도 익혀서

 

새내기 게이샤가 돼서
그리고

 

또... 그 후에...

 

지명 게이샤도 되고

 

특급 '오이란'이 될 거야!

 

게이샤는 말이야

 

상대 입에서 원하는 말이
나오게 할 수 있어

 

그걸 바로

 

'농간질'이라 하지

 

너희도 유곽을 나가려면
열심히 노력해서

 

부잣집 아드님을
잡으면 돼

 

너 가지렴

 

이렇게...

 

남보다 많이 받는 사람은

 

남보다 미움도 많이 받아

 

'오이란'의 숙명이지

 

미운 오리새끼에게
딱 어울려

 

정식 게이샤가 될 때 꽂으렴

 

'쇼히'언니... 안녕

 

살이 탱탱하여
조임도 좋고

 

색도 완벽해

 

'키요하'
넌 정말로

 

하늘이 내린 명기로 구만

 

이제 진짜 게이샤가 된다

 

손님은 너의
망아지 같은 성격과

 

신이 내린 몸 맛에
울고 웃을 게다

 

'아아... 거기요!'
'너무 좋아요' 하면서...

 

소리 지르며 몸을 젖히고
크게 숨을 들이쉬면 되죠?

 

틀렸어

 

잘 들어

 

소리는 내는 게 아냐

 

흘리는 거다

 

'코노야'어르신이 오셨습니다

 

'키요하'를 보내

 

실례하옵니다

 

들어오게

 

웬 계집이냐?

 

'오이란'을 기다렸는데
새내기로구만

 

대신 보내셨습니다
'키요하'라 하옵니다

 

네 이름 따위엔
관심 없어

 

난 보통 영감들하곤 달라

 

재주도 매력도 없는
영계는 재미없어

 

까다롭고 잠 많고
안주발 세고

 

술 좀 먹이면
울며불며 술주정하고

 

- 제 고향에서 하는 말로...
- 관 둬

 

네 고향 얘기
관심 없다

 

'맘에 드는 여자를
괴롭히는 건'

 

'철없는 남자라는 증거'란
말이 있사옵니다

 

뭐라고?

 

영계를 싫어하는...

 

영계 사냥꾼!

 

영계를 싫어하는

 

영계 사냥꾼

 

영감탱이!

 

'타카오 오이란'에게
다 이른 거야?

 

타카오는 질투의 화신이라

 

너 무지 예쁘고 좋다고
마구 칭찬했더니

 

효과가 바로 나타나더구먼

 

콱 뒈져버려, 영감탱이!

 

'코노야'어르신이
첫 상대라니

 

'키요하'는 운이 좋아

 

어르신은 젊을 때부터
여길 집처럼 드나드셔서

 

여자 다루는 솜씬 최고야
넌 눈 꼭 감고 있으면 돼

 

눈 감고 있는 사이에

 

영감이 잠들까 걱정이야

 

'타카오 오이란'은
정말 널 예뻐하나 봐

 

단골손님을
넘겨주니 말이야

 

그건 좀 달라

 

영감이 워낙
끈질기게 졸라서

 

'오이란'이 결국
두 손 든 거래

 

'타카오'의 진심이
아녔구나

 

너 몸조심 해야겠다

 

- 복수 당할지 몰라
- 무서워

 

'키요하'

 

넌 가진 게
외모 밖에 없으니

 

내가 요령을 알려줄게

 

어르신은 얌전한 여자를
좋아하시니

 

꼼짝 말고 누워서
그분께 몸을 맡겨

 

과연 그럴까?

 

행복하구만

 

향기도 좋고

 

'키요하'
정말 예쁘군

 

계속 구박만 하더니
뭐가요?

 

화내지 말라고

 

네 몸이 얼마나 훌륭한지

 

내가 잘 가르쳐주지

 

'키요하'! '키요하'!

 

진짜 죽여준다

 

17살 밖에 안됐대

 

피부가 백옥 같아!

 

'타카오 오이란'에게도
뒤지지 않아

 

차기 '오이란'이 되는 건
시간문제야

 

난 '키요하'의
첫 손님이 될 거야

 

웃기지 마, 나야

 

- 나야
- 나라고

 

- 나다
- 나야

 

- 나랑께
- 이 몸

 

- 나다
- 나야

 

- 나
- 나다

 

나다!

 

바로 당신!

 

'키요하'는 정말 놀라워

 

모든 손님이 3일 안에
꼭 다시 오셔

 

낮에도 만원사례

 

빨리 독방을 꾸며줘야겠어

 

곧 등급도 높여주자고

 

손님들이 좋아죽는대
언제 그런 걸 배웠을까?

 

환상적인 기술이래

 

진짜 불공평해

 

열심히 애써도
난 몸이 안 따라줘

 

좀 가르쳐 달라고 해

 

이 기집애가!

 

이유는 모르지만

 

어떻게 하면 되는지
모두 다 알 수 있다

 

고개를 얼마나 젖히고

 

어떤 눈빛으로 바라보는지

 

혀를 어떻게 돌리고

 

몸을 어찌 움직이면 되는지를

 

이유는 나도 모른다

 

어쩜 농담도
그리 잘하시는지!

 

재밌었지?

 

고마워

 

난 이런 분위긴 별론데

 

그쪽은 재미있나?

 

 

어디 출신이야?

 

북쪽입니다

 

눈 올 땐
고향 생각나겠구먼

 

여기 오기 전의 일은

 

다 잊었습니다

 

잊었다고?

 

그럼 나도 여기 올 땐
다 잊도록 하지

 

그 분 정말 잘생겼더라

 

갖고픈 거 썼어

 

'시게지'는 과자를 원한대!

 

이름이 뭘까
그 분은...

 

실례하옵니다

 

규칙이 많은 곳이라
듣긴 했다만

 

사람 한번 만나기 힘들군

 

뭐 해?

 

어서 앉아

 

지난번에 이름도
말하지 않고 가버려서

 

맘에 걸리더라고

 

'손님 아무개'로
기억되긴 싫어서 말이야

 

내 이름은 '소우지로'다

 

알려주려고 왔어

 

소우...

 

지로...

 


님...

 

네가 싫어하는 일은...

 

절대 하지 않을게

 

미안...

 

'타카오'언니
'미츠노부'님이 오셨어요

 

'시게지'

 

과자 먹으렴

 

자기!

 

'키요하'?

 

혹시 눈에 거슬리는
후배인가?

 

너무해요!

 

매화와 벚꽃...

 

모란과 나비...

 

그리고픈 사람이 없어서
자연만 그린다더니

 

거짓말이었군요!

 

이제껏
거짓말 해 본 적 없어

 

왜 하필 '키요하'예요?

 

날 빤히 바라보더군

 

뚫어질 듯한 눈빛

 

오싹하더라고

 

다른 계집을
좋아하실 거면

 

차라리 날 죽여요

 

당신 손에 죽는다면

 

저승에서도
행복할 거예요

 

아얏!

 

'미츠노부'...

 

내 마음 알면서!

 

이렇게 속상하게 하다니...

 

손님이 몇 십 명
있다 해도

 

마음속엔
오직 당신뿐인데

 

왜 내 맘을 몰라주세요...

 

아침 해가 원망스러워요

 

내 마음과 똑같군

 

지금 품 안에 있어도

 

이 방을 나가는 순간
넌 내 것이 아니게 되지

 

오늘밤 다른 남자와
있을 걸 생각하니 괴로워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진심을 걸고
사랑을 맹세하면 할수록

 

거짓일 거라 의심받는 것이
게이샤의 숙명이죠

 

그렇겠군

 

네가 훨씬 힘들겠군

 

용서해 줘

 

난...

 

너의 마음을 믿을게

 

얌전히 좀 있어

 

다 어질러졌잖아!

 

'키요하'는
요새 왜 그런 거야?

 

그 아이가
무슨 실수라도?

 

손님은 뒷전이고
멍하니 딴 곳만 바라본다고

 

다른 방에서
누가 기다리는 거 아냐?

 

애인이!

 

드릴 말씀이 없사옵니다

 

엄하게 타이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런 말을 듣게 하고
너 제정신이냐?

 

연애질에 빠졌다고
말들이 많아

 

요전엔 '사카구치'나리
접대도 거절했지

 

그 징그런 아저씨...

 

이번에 오시면 어쩔 거니?

 

어쩌긴
싫은 건 싫은 거지

 

잘났어

 

'오이란'도 아닌 것이
콧대가 하늘을 찌르는군

 

'사카구치'나리 접대를
안 할 거면

 

'소우지로'도
못 만날 줄 알아

 

'키요하'

 

너 괜찮니?

 

그 여편네!
남의 약점을 잡고 말이야

 

'사카구치'의 수청을
들게 생겼어

 

난 정말 싫은데 말이야

 

그분은 무지 부자야

 

귀한 선물에다
돈도 많이 줄 거고

 

말만 잘하면
여기서 빼내줄지도 몰라

 

애인 모르게 잘 속이면
연애도 문제없을걸

 

넌 '농간질'의 선수잖니

 

방법을 몰라서
그러는 게 아냐

 

'농간질'이야 뼈에 배었지

 

하지만 싫어

 

그런 건 영업할 때
쓰는 수법이야

 

내 남자만은 절대
속이기 싫어

 

'키요하'

 

'키요하'!

 

사랑하는 사람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다

 

그를 속이지는 않겠다?

 

행복에 겨운 계집애로군

 

'사카구치'나리!
'키요하'가 기다리고 있습죠!

 

정말로?

 

나리 안달하게 하려고
그간 튕겼다지 뭡니까?

 

고 깜찍한 것이...

 

'사카구치'님을
맘에 뒀던 거죠

 

진짜?

 

어서 올라가시죠

 

기분 좋다

 

'사카구치'나리!

 

잘 오셨어요

 

들어와

 

'키요하' 정말 최고야

 

이제 준비를 해야 해서요

 

어서 가 봐

 

뜨겁게 해줄게

 

오늘 밤은
길고 길 거야

 

좀 이따 보자

 

거 봐
잘할 수 있잖니

 

침실에서도 계속 잘해줘

 

어서 준비해

 

'키요하'

 

좀 가 봐

 

'타카오 오이란'이 부르셔

 

속이기 싫다고 했다면서?

 

'오이란'...

 

그 말은...

 

배신하지 않겠단 거겠지?

 

사랑의 맹세를 했나 본데

 

불장난이 아니란 증거로

 

배신하지 않는 모습을

 

지금 보여줘

 

'키요하'

 

너무 그리웠어

 

'소우지로'님

 

주인 어르신!

 

뭐야? 그 계집이!

 

나리 아시기 전에
빨리 찾아내!

 

망할 것

 

- 찾았니?
- 이쪽엔 없어

 

대체 어디 간 거야?

 

'키요하' 말이니?

 

걘 '뒷방'에 갔어

 

조용!

 

'뒷방'이란 건
애인 만난다는 의미지?

 

네년들 쓰는 말은
나도 알아

 

어느 방이야?

 

어디야!

 

'키요하'

 

'소우지로'님

 

'키요하'!
어디 있어!

 

비켜
'키요하'!

 

어디 있는 게야?

 

'키요하'!

 

어서 나와!

 

'키요하'! 어디 숨었어!

 

'키요하'!

 

지금 뭐 하는 거냐?

 

뭐 하냐니...

 

보고도 모르시나?

 

꺼져!

 

딴 놈하고 놀아날 때냐?

 

네가 불타야 할 상대는
이 몸이다

 

- 나리!
- '사카구치'님!

 

이거 놔!

 

저런 년이 있나!
두 번 다신 안 와!

 

연애질에 미쳤구나!

 

인기가 많아 봤자
어차피 넌 게이샤야!

 

절대 잊지 말라고

 

못된 년!

 

'키요하'!

 

너를 만나러 왔어

 

이렇게 계속 기다리다간

 

난 미쳐버리겠지

 

너무 그리웠어

 

그리고 만나게 되면

 

더 미치겠지

 

더 해 줘요
계속 해 줘요

 

'미츠노부'

 

안돼요
아직은 안 돼...

 

자기...

 

'미츠노부'!

 

그래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널 죽이고...

 

나도 죽을 테야

 

좀 있으면 영업 시작해

 

몸단장 해야지

 

누굴 위해
몸단장을 하나

 

그 분은 안 오시겠지만
손님은 많다고

 

바쁘기도 하지

 

요샌 '타카오'를 찾는
손님이 없대

 

꽃이 질 때가 됐나

 

애인도 잘 안 오고 말이야

 

'키요하'가
워낙 인기니 말이야

 

선배가 체면이
말이 아니네

 

암튼 쟤는

 

나리는 차버리고
애인에겐 차이고!

 

잘나가는 앤 달라

 

누가 아니래

 

'소우지로'란 남자도
못됐다니까

 

순진한 척 했지만
여자가 한둘이 아녔대

 

사랑을 맹세한 사람에게
한방 먹었나 보네

 

불쌍해서 이를 어쩌니?

 

마음 아파서
볼 수가 없네

 

다 네 년이
꾸민 짓이면서

 

어이가 없군

 

사랑해도 지옥!

 

사랑 받아도 지옥!

 

살아남기 위해 웃음을
팔아야 하는 이 지옥!

 

네가 뭘 알겠니?

 

네년 사정은 모르지만

 

사랑을 믿는 게
뭐가 나빠?

 

'키요하'! 그만해!

 

요새 좀 잘나간다고
네가 최고인 줄 아나 본데!

 

이거 놔!

 

너도 나처럼 배신당한
고통을 맛봐야 해!

 

놔!
놓으라고!

 

절대 가만 안 둬
네가 뭘 알아?

 

그만해!

 

이리 못 와!

 

울면 지는 거다

 

사랑해도 지는 거다

 

이겨도 지는 거다

 

'키요하'!

 

어디 가는 거야?

 

몸 좀 씻으려고

 

각오는 한 거야?

 

이대로 있을 수가 없어

 

'도망자는 흰 발 때문에
붙잡히는 법...'

 

어떤 표정을 지을까?

 

눈물을 보일까?

 

설마 웃지는 않겠지?

 

그 표정만 보면...

 

모든 건 확실해진다

 

잡화점 미마츠야

 

다녀오리다

 

이런...

 

웃는 악마다

 

쓸데없이 눈물을
흘려선 안 돼

 

울려면 손님 앞에서 울어

 

울긴 누가 울어

 

어딜 가도 마찬가지

 

그걸 안 것만 해도

 

손해는 아냐

 

다들 비켜, 어서!

 

이게 뭔 일이야
우리 집 꽃을...

 

'츠네오'!

 

입단속 잘 시켜

 

물러들 가!

 

소금 가져와서 뿌려!

 

'키치죠'
깨끗이 치워

 

끔찍하구먼

 

그림쟁이는
벌써 내뺐어

 

그놈 짓이로군

 

이렇게 잔인한 짓을...

 

사랑은 위험한 거라고
늘 얘기하더니 결국...

 

나무아미타불

 

그래서요?

 

가게의 번성을 위해서는

 

특급 게이샤가
꼭 필요하단 거지

 

너밖에 없어
'키요하'!

 

계집애들 널렸잖아

 

아무나 시킬 순 없잖니!

 

난 1등보다 2, 3등 자리에서
투덜거리는 게 속 편해

 

거리 행렬도 시켜줄게
너 아니면 안 돼

 

'세이지'!
뭐라 말 좀 해

 

'오이란'!

 

부탁드립니다
'오이란'

 

너 요전에 도망쳤다면서?

 

어디서 붙잡혔냐?

 

붙잡힌 게 아닙니다

 

제 발로 돌아온 거죠

 

저쪽입니다

 

'마츠모토 쿠라노스케'라는
무사님인데

 

대단한 집안 아드님이니

 

꼭 단골로 만들어야 해

 

놓치지 마!

 

얼마나 잘나고
부자인지 몰라도

 

맘에 들면
꽉 잡는 거고

 

맘에 안 들면
두 번 다신 안 봐

 

어제 신고식 행렬을 봤지

 

정말 예뻤어

 

송구스럽습니다

 

꼭 만나리라 다짐했지

 

방도 아주 고급이군

 

오동나무장도 훌륭해

 

겉은 번지르르해도
속은 텅 비었답니다

 

그런 건 손님이
모르게 하는 게

 

게이샤의 자세 아니었던가

 

아무것도 없으면서
있는 척하는 건

 

구차스러워서
전 잘 못합니다

 

차라리 속은 꽉 찼지만
없는 척하는 게...

 

게이샤의 멋 아닐까요?

 

대단한걸

 

이 돈으로 기모노를 사서
옷장을 채우면 어떻겠나?

 

돈을 원하여 빈 옷장
얘길 한 건 아닙니다

 

부담 가질 것 없어

 

'오이란'이 되면
돈이 많이 든다더군

 

사양 말고 받아둬

 

얼마나 부자인지 몰라도

 

돈만 뿌리면 여자가
기뻐할 줄 아시나?

 

날 우습게보다간
큰코다쳐요!

 

어때?
나도 한 춤 하지?

 

졌습니다

 

이겼다!

 

어디서 까불어?

 

'히구라시 오이란'
그만해!

 

타마기쿠야
히구라시 오이란

 

무사님
잠시 기다리세요

 

몸단장에 시간이
걸려서 말이죠

 

서두를 것 없네

 

천천히 술 마시고
있을 테니

 

'히구라시', 무사님을
기다리게 해도 돼?

 

당연하지
자기가 먼저 왔잖아

 

나 같은 건

 

죽자고 일한 돈으로
겨우 오는 거고

 

돈 많은 손님이
중요하지

 

난 너한테
푹 빠졌기 때문에

 

이렇게 만난 것만 해도
하늘로 날아갈 것 같아

 

정말 바보 같아

 

난 자기의
그런 점이 좋아

 

돈 없단 건
얼굴만 봐도 알아

 

하긴 그래

 

실례하옵니다

 

오늘은 사과하려고 왔다

 

지난번엔 정말로
실례가 많았다

 

이 몸의 무례함을
부디 용서해주게

 

고개를 드십시오

 

사실 무사님 말씀이
옳습니다

 

게이샤에겐
돈이 많이 필요하죠

 

그 돈에 혹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죠

 

저야말로 무례했습니다

 

'세이지'

 

너 애인 없냐?

 

없습니다

 

실은 말이야

 

내 조카딸과
이어줄까 해서

 

무슨 말씀을...

 

진지하게 들어

 

알다시피
우린 애가 없어서

 

조카가 친딸 같아

 

그리고 너도 이곳
게이샤가 낳은 애잖니

 

우리 아들이나
마찬가지지

 

조카 자랑 같지만

 

상당한 미인이라고

 

물론 여염집 처녀지

 

그런 아가씨라면
저 같은 놈보다...

 

대단한 집안에
시집보내야죠

 

이 유곽을 맡아줄
후계자가 필요해

 

알아듣겠나?

 

가업으로 이어가야지

 

'히구라시'

 

여길 나가고 싶지 않나?

 

제 발로
나갈 수 있다면야

 

언제든 나가고 싶죠

 

난 너를 꺼내줄 수 있어

 

'쿠라노스케'님
웬 말씀이세요?

 

찬바람 부니
옆구리가 시리신가 봐요

 

말 돌리지 마

 

진심이다

 

첩 따위
삼겠다는 게 아냐

 

무슨 일이 있어도
널 지킬 거다

 

내가 정식으로 청혼한다면
받아들여 주겠나?

 

벚꽃이 피면

 

벚꽃?

 

'요시와라'에
벚꽃이 피면

 

여기를 나갈
생각이옵니다

 

'히구라시'!

 

'히구라시'!

 

깜짝 놀랄 일이야!

 

'쿠라노스케'님이
오늘밤...

 

'요시와라'의 모든 유곽을
전세 내셨어!

 

연회를 하신대

 

게다가 네게 벚꽃을
보여주겠다고

 

창밖을 봐, 어서!

 

- 그만 좀 마셔
- 너무 맛있어

 

다들 잘 듣게나

 

나는 '타마기쿠야'의
'히구라시'를

 

아내로 맞으려 한다

 

이 자리는
청혼 연회다

 

즐겁게들 마시게!

 

- 무사님 감사합니다
- 정말 감사드립니다

 

'쿠라노스케'님

 

저희 축하주도
받아주세요

 

저쪽으로 가시죠

 

정말 잘됐다

 

'히구라시'

 

혹시 애가
들어선 거 아냐?

 

그래서 힘든 건가?

 

그게 뭐 어떻다는 거야

 

좀 아프겠지만
꽈리를 먹으면 뗄 수 있어

 

주인마님께 얘기해서
휴가를 받아

 

빠를수록 좋아

 

누가 애를 뗀댔어?

 

기쁜 일이야

 

누구 씨인지 몰라도
내 아이야

 

난 낳을 거야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사랑하는 남자의 애는
아니라도

 

내 아이란 건 변함없어

 

이곳에선 청혼 받으면
절대 거절 못해

 

주인은 가게를 위해선
뭐든지 해

 

억지로 유산시킬걸

 

누구 맘대로!

 

청혼은 거절하겠어

 

상대는 무사야
죽게 될 수도 있어

 

자식을 죽이느니

 

차라리 배 속 아이와 함께
죽는 게 나아!

 

맘대로 해

 

당연히 맘대로 하지!

 

걘 정말 좋겠다

 

- 무사 집안에 시집가고
- 그러게

 

근데 무사집 며느리를
잘해낼까?

 

'히구라시'라면
멋지게 변신할걸

 

어쨌든 우리에겐
별세계 얘기네

 

누구한테 로든
시집 가봤으면

 

나도

 

당첨!

 

'세이지'오빠
왜 그래요?

 

암것도 아냐

 

이거 좀 먹어요

 

세 개나 줘도 괜찮아?

 

'시게지'

 

'타카오'언니가 죽어서
슬프지 않니?

 

대신 '히구라시'언니가
돌봐줘서 괜찮아요

 

정말 감사한 일이라고
주인마님도 그랬어요

 

그러니...

 

오빠는 누가 죽으면
슬플 것 같아요?

 

글쎄다...

 

누굴까...

 

아이를 가졌습니다

 

물론 아버지는 모릅니다

 

그래도 낳을 생각입니다

 

아비도 모르는
아이를 밴 채...

 

혹은 자식을 죽이면서...

 

무사님께 시집가는 일은...

 

저는 할 수 없습니다

 

진심이냐?

 

'히구라시'

 

너도 바보지만
나도 정말 바보다

 

그래도 널 아내로
맞이하겠다면

 

어찌 하겠느냐?

 

'쿠라노스케'님...

 

'히구라시'

 

왜 그러나?
'히구라시'!

 

꽈리 같은 거
필요 없군

 

하늘의 뜻이었다 해도...

 

아이가 너무 가여워

 

내 어머니도...

 

이곳 게이샤였어

 

낳아 기르겠다고
생각한 것만으로도

 

그 아이는 행복했을 거야

 

푹 자도록 해

 

도망칠까 봐 쫓아온 거야?

 

네가 나갈 땐
표가 나

 

여기...
배 안에 있었어

 

내 아이가...

 

울 언니 정말 굉장해

 

무사 집안
마님이 된다고

 

처음 뵙겠습니다
'우메'라고 해요

 

주인어른이
너무 기쁜 맘에

 

네 결혼식 날...

 

'세이지'와 '우메'의
약혼발표를 하겠대

 

괜찮지?

 

'세이지'오빠
뭐 보고 있어요?

 

내일은 비 오겠구나

 

오랜만이군, '키요하'

 

지금 이름은
'히구라시'인가

 

여긴 남의 이름을
맘대로 지었다 바꿨다 하니

 

헷갈려서 싫다니까

 

어느새 숙녀가 다 됐구먼

 

어르신이야말로
새내기들만 찾으신다더니

 

몰라보게 젊어지셨어요

 

지금도 기억하느냐?

 

신사의 벚나무를

 

'요시와라'의
유일한 벚나무죠

 

그 나무에 꽃이 피면
여길 나간다고

 

어린 아이 때
큰소리 쳤었다지?

 

아이의 꿈일 뿐이었죠

 

왜 그리 생각하나?

 

그 나무는 꽃피우는 걸
포기했어요

 

그러다 정말 꽃을
못 피우게 됐죠

 

포기하지 말았어야지

 

모든 걸 포기하고

 

진실을 거짓이라...

 

거짓을 진실이라
말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가 없어요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

 

'히구라시'

 

아직 뭘 모르는구먼

 

꽃을 못 피우는
벚나무는...

 

이 세상에 없다

 

결국 마지막까지
아침에 귀가하시는군

 

최장수 단골이셨죠

 

어르신, 안녕히 가세요!

 

그간 고마웠습니다

 

왜 우니?
누가 괴롭혔어?

 

꿈을 꿨어

 

무서운 꿈이었나 봐?

 

언니가 멀리 가서
죽는 꿈

 

난 안 죽어

 

걱정 말고 어서 자

 

너 가지렴

 

너한텐 안 어울리겠다

 

언니보단 잘 어울려

 

정식 게이샤가 될 때
꽂으렴

 

아침 일찍 일어나야지

 

늦잠 자면 혼나잖니

 

아직 안 잤나 보네

 

밤늦게 웬일이야

 

내일이면
여기도 끝이야

 

어릴 땐 넓게 보였는데

 

의외로 좁네

 

네가 여길 떠나면...

 

조용해져서 좋겠군

 

나도 속 시원해

 

'히구라시'

 

행복해야 해

 

'세이지'오빠도

 

역시 꽃은 안 피는구나

 

꽃이 피었어

 

결국 피었구나

 

우리 떠날까?

 

진짜 벚꽃을 보러

 

내겐 아무것도 없는데
그래도 같이 갈래?

 

뭐든 있는 것보단
재밌을 것 같아

 

이 자식
가만 안 두겠다

 

죽여 버리겠어!

 

정말 어리석은 애들이야

 

바보들!

 

못써!

 

넌 여기서 나가면
살 수가 없단다

 

언니는 어디 갔지?

 

목욕탕에 있나?

 

하나, 둘, 셋...

 

세 개밖에 없잖아

 

하나는 언니 주고

 

또 하나는
'세이지'오빠 줘야지

 

키요하 히구라시
츠치야 안나

 

세이지
안도 마사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