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덜레이 (Manderlay, 2005) XviD.AC3-WAF

"만덜레이"
8개의 장으로 구성

 

제 1장
만덜레이 주민과의 만남

 

때는 1933년

 

그레이스는 아버지와
그의 부하들과 함께 남쪽으로 향했다

 

도그빌을 떠나 덴버에 도착하자

호랑이가 없는 굴에
여우가 왕 노릇 하듯이

 

자신들의 구역이 신진 세력에게
넘어간 것을 알았다

 

어이없는 후퇴를 하고

 

새로운 사냥터를 찾아 헤매다
결국 알라버마 주에 다다랐다

 

아니, 그게 사실인데도
여자들은 인정하지 않아

 

사실 모든 여자들은
마음 깊이 이런 환상을 품고 있지

 

하렘에 관한 환상이든

 

횃불 든 원주민에게
쫓기는 것이든

 

어쨌든 문명과 민주주의가
어쩌고 하는 것은 섹시하지 않아

 

그레이스와 그녀의 아버지는
도그빌을 벗어난 순간부터

 

계속 다투기만 했다

 

오랫동안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전략을 구사해 온 그레이스였지만

 

솔직히 말해
여자의 잔소리에는

 

꽃다발 하나라면 끝이라는
아버지의 오만함 때문에

 

점점 인내력을 잃고 있었다

 

엄마가 살아 있었다면
그런 말 못했을 거예요

 

우리 딸 말이 맞다
그랬겠지

 

만덜레이

 

출발합니다, 보스

 

아가씨, 드릴 말씀이 있어요
드릴 말씀이 있어요

 

- 네?
- 그이에게 채찍질을 한대요!

 

그이는 정말 아무것도
안 훔쳤는데

 

그들이 오두막에
마님의 레니쉬산 포도주를 갖다 놓곤

 

누명을 씌워 매질을 하려고 해요

 

잘못을 매로 다스리는 게
"마님의 법칙"이거든요

 

뭐라고요? 누구요?
누굴 때린다고요?

 

- 티모시요
- 왜요?

 

우리는 노예니까요

 

- 노예요?
- 네, 아가씨

 

노예에 대해 들어보셨을 거예요

 

이 버림받은 땅 만덜레이에
우리가 있는 이유죠

 

저기서 나왔어요

 

매질 할 때면
울타리를 하나씩 뜯거든요

 

그레이스, 이 동네 문제다
우리가 끼어들 일이 아니야

 

- 단지 이 동네 문제라구요?
- 우리랑 상관없어

 

흑인들은 자기들이 원해서
아프리카를 떠났나요?

우리가 데려왔잖아요
큰 죄를 지은 거잖아요

 

우리가 그들을
이렇게 만든 거예요

 

그를 풀어줘요!

 

멈춰!

 

허튼 짓 마요, 노예제도는
70년 전에 폐지됐어요

 

법을 따르지 않는다면
따를 수밖에 없게 해 드리죠

 

마님!
안으로 모시게 도와줘

 

마님께 물 갖다 드려!
로즈, 어서

 

속 보이는 짓은 그만둬!
이 건방진 늙은 노예...

 

나가
우리끼리 있겠다

 

나한테 동정을 바라지 말아요

 

잘 들어...

 

난 많이 늙었고, 죽어가고 있지

 

부탁 하나만 들어줘

 

노예 부리는 일을
부탁하려는 거면

 

당신이 죽든 말든
내 대답은 '노'에요

 

노예 제도가 폐지됐다는 건
나도 알아

 

언젠가는 그리 될 거였어

 

좋아요

 

거절하겠지만 일단은 들어보죠

 

침대 밑에 책이 하나 있어

 

아가씨가 그걸 꺼내서

 

태워줬으면 해

 

- 모두를 위해
- 그건 당신 생각이죠

 

내 생각은 달라요
뭐든 공개하는 게 최선이죠

 

부탁해
여자 대 여자로서...

 

여자 대 여자라니요
나에겐 아무 차이가 없어요

 

당신의 죄를 내가 대신
없앨 수도, 없애고 싶지도 않아요

 

가야겠어요
아버지 부하들이 문을 열었으니

 

이제 모두 자유롭게 드나들겠네요

 

모든 사람들에게 전해요

이제 여느 국민들처럼
자유를 누릴 수 있다고

 

모든 법정에는 헌법이 존재해요

 

농장주를 고소할 때
이 점을 참고하세요

 

바로 이 방 안에 아주 중요한
증거 서류가 있어요

 

돌아가셨어요!

 

늙은 악마!

 

죄송합니다
그런 뜻이 아니었어요

 

아니, 사과 받을 사람은
내가 아니에요

 

두려워요

 

두려울 것 없어요
무기도 모두 압수했어요

 

그게 아니라...

 

앞으로 생길 일이 두렵습니다

 

우리는 준비가 되어있지 않아요

 

새로운 삶을 살아갈...

 

만덜레이에서, 우리 노예들은
7시에 저녁을 먹었습니다

 

자유인들은 몇 시에 저녁을 먹죠?

 

우린 이런 것도 모릅니다

 

자유인들은 배고플 때
밥을 먹어요

 

남녀가 상관없이요

 

당시의 정황을 고려해 보면

 

그레이스의 식사에 대한 말은
다소 과장은 있어 보이지만

 

미국의 굶주린 빈민들에 대한

혐오감에서 오는 말은 아니었다

 

그레이스는 방에서 나와

농장주의 무기를 압수한
부하들에게 갔다

 

엽총과 낡은 장난감 총 뿐
무기는 별 게 없었다

 

좋아, 가자

 

아뇨, 잠깐만요

 

뭘 기다리냐?

 

저 놈들이 와서
감사하다고 할까 봐?

 

아니면 집을 태우고
그 곁에서 춤이라도 추길 기다려?

 

아빤 편견 그 자체에요
항상 그랬죠

 

우린 저들에게 빚졌어요
이곳로 끌고와 노역도 시켰잖아요

- 우리가 그렇게 만들었어요
- 난 그래도 일본놈들과 거래 안 해

 

돈이 있어도 신뢰가 안 가거든
그런 게 편견인 거니?

 

- 왜 안 나오지?
- 저번에도 똑같은 말을 했지

 

- 저번에요?
- 여섯 살 때 기억나냐?

 

새장 안의 새가 불쌍하다면서
날려보내는데

 

아무도 말릴 수가 없었지

 

당찬 새였어요

 

당차게 밖으로 나갔지만
어떻게 됐지?

하지만 다음 날
네 창문 아래에서 발견됐지

 

- 얼어 죽은 채로 말이야
- 알아요

 

새장 안의 새였어요
길들여진 거죠

 

저기 있는 흑인들은
어떻다고 생각하냐?

 

몇 대를 걸쳐서 저 울타리 뒤의
집에서 살아왔겠고?

 

저들 대부분은
주인과 계약을 맺었을 거다

 

이제 몇 푼을 받겠지만
바로 바닥이 날 거야

 

그럼 고용주에게 돈을 빌릴 거고

 

주인은 분명, 저들을 위해
예쁜 가게를 열어주겠지

 

빚을 못 갚게 될 거고
또 다시 함정에 빠지겠지

 

네가 한 일은
분명 훌륭하지만

 

권유가 강요가 되면
일을 그르칠 거다

 

새의 경우에서 처럼 말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서리가 내리지 않기를 비는 거란다

 

고용계약과 대출에 대한
얘기 말인데요

 

- 그거 사기잖아요
- 사기?

 

제가 알기론

 

자유가 된 노예에게는 자립을 위해
노새 한 마리와 약간의 땅이 제공돼요

그건 사실이지만

지주들이 자신들의 땅과 노새를
포기하지 않아서

 

실제로는 흐지부지하게 됐지

농장주를 고소할 증거를 확보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거예요

 

고소?

 

꿈 같은 소리

 

가끔 넌 네 엄마보다
모자를 때가 있어

 

내가 저들을
너무 과소평가했나 보군

 

적어도 한 명은
자유를 갈망하고 있군

 

밖으로 나오고 있어
아주 급하게

 

무척 서두르는군
늙은이잖아

 

- 실례합니다
- 당당하지 않군

완전히 겁에 질렸어

 

아가씨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 그래요
- 실례합니다만

 

- 제대로 알고 있군
- 아니에요, 신경쓰지 말아요

 

오늘은 저희 모두에게
기념비적인 날입니다

 

저희가 예의 없이 군 것 같아서

 

정식으로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잠시면 됩니다

 

- 물론이죠
- 10분만 있다 갈 거다

 

더 안 기다릴 거야

 

그레이스가 당도한 곳은

 

빗물이 새는
초라하고 낡은 오두막이었다

 

그녀의 행동이 이들의 삶을
윤택하게 할 것이란 건

의심할 나위가 없었다

 

과연 그럴까?

 

사실, 그녀가 확신했던
기대와는 달리

 

사람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작고 노란 새처럼 되지 말라는
보장이 없었다

 

이들은 인간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상처 입은 인간이었다

 

그 때 누군가가 특이한
말투로 이야기했다

 

우리가 노예였을 때는

 

먹을 것이나 마실 물
숨쉴 공기가 있다는 걸

 

감사히 여길 필요는 없었습니다

 

누구도 감사하다고
할 필요는 없죠

 

- 하지만...
- 하지만 뭡니까?

 

우리에게 감사할
무언가가 있다는 말입니까?

 

"하지만"이 아니라
"그리고"... 그리고

 

자유는 당연한 권리라서
감사할 필요 없어요

 

제가 우선 사과 드리죠

 

당신들이 겪은
모든 것들에 대해요

 

그 문은 70년 전에
열렸어야 했어요

 

겨우 70년 전이요!

 

그럼 그 전에는
정당했다는 말입니까?

 

아니오

 

아뇨, 아뇨
그런 게 아니라...

 

- 뭐라고 하면 좋을까?
- 아무 말도 안 하셔도 됩니다

 

당신 같은 분들 얘기는 들었습니다

 

비참한 흑인 구제를
취미 삼는 귀부인들이 있다고요

 

전 감사하다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아가씨는 우리를 돕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 시간 동안 다른 할 일도
많으셨을 텐데

 

하느님이 다른 사람이 아닌
우리를 노예로 만든 건

 

당연한 일입니다

 

흑인은 천성이 난폭합니다

 

보편적인 게 아니라는 거 압니다

 

버트 때문에 이런 말 하는 거
아닙니다

 

빅토리아의 이런 견해는

남편의 행실에서
비롯된 건 아니지만

 

큰 영향을 받은 건 확실했다

 

버트는 아무 짝에 쓸데없는 얼간이로

 

우물에 빠져 죽겠다는
협박에도 불구하고

 

빅토리아는 그를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손에 잡히는 모든 것으로
시도 때도 없이 두들겼으나 소용없었다

 

그레이스는 늙은 집사인
윌헴을 보고 감을 잡았다

 

그는 감사의 말을 하려고
데려온 게 아니라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었다

 

울타리 밖에서 살아갈 수 없는

불행한 무리의 인간들을

 

탄압과 억압의
살아있는 증거물을

 

잘 들어

 

종이에 다 적혀 있다

 

우리가 조금 다듬었다

 

이건 법적 구속력이 있는 거니까

 

빙고?

 

- 이게 뭐죠?
- 계약서입니다, 아가씨

 

주인님 가족이 고맙게도
우리 모두에게 일자리를 주셨습니다

 

그레이스는 변호사가 아니라서

 

이 계약서의 정당성을
판단하지 못하지만

 

전국의 판사들은 이 계약을
공정하다고 여길 터였다

 

"고용인"이라는 표현 대신

 

예전처럼 "노예"라고 해도
다를 게 없었다

 

서명하는 사람들은

자유주의 사회가
뭔지 전혀 모르고 있거나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었다

 

다들, 돈이 급한 거 같군

 

- 마크?
- 돈이요?

 

예전에 아무도 그의 배경도
이름도 모르던

 

한 친구를 알게 되었는데

 

많지만 않지만
그래도 현금을 가지고 있었죠

 

이 다른 종이에 적힌 대로
우리가 돈을 빌려주겠다

 

너희가 원한다면
여기에 가게도 차려주지

 

사실 마을에서는 먼 거리지만

 

사람 수대로 구입을 하면

 

도매 값으로 할인 받을 수 있으니

 

마을보다 쌀 거라 확신해요

 

그렇죠?
그레이스 아가씨?

 

잘 모르겠네요

 

- 다들 서명하세요
- 이게 뭐죠?

 

여기...

 

좋아, 출발해

 

- 아뇨, 시동 꺼요
- 젠장

 

새를 구할 힘이 없다고 했죠

 

아빠가 맞았어요

 

- 그때 난 아이였어요
- 그래서, 이제는?

 

이제는 힘이 있어요

 

도그빌에서 그랬죠?

 

아빠의 힘은 내 힘이라고...

 

원하는 대로 쓰라고...

 

그건 사업을 이으란 얘기였다

 

난 어떤 의견이라도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지만

 

넌 지금 그 힘을
어리석은 일에 쓰려고...

 

아빠, 약속하셨잖아요

 

아빤 엄마에게 남편 노릇은 못해도
약속한 꼭 지켰었죠

 

좋아...

 

약속한대로 한 거다

 

정확히 반은 아니지만

 

갈 길이 멀어서 더는 안 되겠다

 

네 계획에는 관심 없으니

 

네 문제를 해결하는데
내가 필요하더라도

 

날 끌어들이지도 말도록 해라

 

또 내가 어디 있는지
알려고 하지도 말고

 

- 아빠, 조셉을 데려갈래요
- 안 돼

서류 작업을 할
법률가가 필요해요

 

안 돼, 절대 안 돼!

 

조셉은 절대 안 돼

 

조셉은 한 가지 해석만 가능한
계약서를 작성해

 

아직 재능을 발휘할 일이 없었지만

 

언젠간 기회가 올 거야

 

- 비고와 브루노를 드리죠
- 절대 안 돼!

 

최고의 부하들을 내줬다는 걸
너도 알잖냐!

 

아빠, 절반은 제 거잖아요
엄마만 살아있었어도...

 

젠장, 그레이스!

 

바로 그날부터 시작해서
다음 날 새벽까지

 

조셉은 전 고용주 밑에서는
발휘할 기회가 없었던

능력을 선보이며
명료한 문구를 작성했다

 

새로운 계약서가 작성됐고
구 계약서는 파기됐다

 

모두 놀라운 호의로
협조를 했는데

 

기관총 앞에서는
항상 그러기 마련이다

 

증여증서입니다

 

농장은 옛 노예들의 공동소유라는
재산양도증서죠

 

마지막 장은 고용 계약서입니다

 

고용이요?

 

무슨 말씀인지 잘...

 

임금도 없고

만기일도 고용주 마음대로죠

 

- 그럼에도 불구하고...
- 육체 노동

 

당신 가족 모두
중노동을 해야 합니다

 

뭐라고 말 좀 해봐요, 빙고

 

아버지는 허리가 안 좋아요

 

크리스마스에 샹들리에를
손보려고 난간에 올라갔다가

 

떨어져서 테이블에 부딪히셨습니다

 

그건 샹들리에를 탓하세요

 

내가 판단했을 때 당신들의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제대로 갖춰진다면

 

당신과 당신 가족들
모두를 보내주겠어요

 

- 보내요? 집을 떠나라고요?
- 네

 

맨손으로 시작해도
이곳 노동자들 보다는

 

살아날 가능성이 더 크니까

 

나와 부하들의 존재는 말하자면

 

단지 조언자죠

 

총은 단지 새 공동체에
위협이 있을 때만 사용할 겁니다

 

우린 첫 추수가
끝날 때까지만 머물겠어요

 

그 이후에 누구든 원한다면

 

증여증서와 배당금을
맞바꿀 수 있어요

 

증서 나눠 드리죠
마크?

 

아무도 이 법적 절차를
지지하지도 확신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레이스는
이면을 볼 수 있었다

 

모든 사람들 눈에는
공포와 불안이 있었지만

 

적어도 한 사람은
감사의 눈빛이었다

 

그는 바로 선한 눈을 한
나이 든 윌햄이었다

 

버트!

 

증여증서 가져가요

 

버트, 증여증서 받아가세요
버트

 

버트?

 

사실 버트는 악처로부터
도망칠 계획이었다

 

아내는 그를 무시했지만

 

버트는 울타리 너머로의
탈출을 돕겠다는

 

한 여자를 알게 되었고

 

약속한 시간과 장소에서
여자를 기다렸다

 

그녀는 자신을
"도움의 손길"이라고 했다

 

만덜레이의 노예를 돕겠다는 여자가

 

동시에 두 명이나 생기다니
우연의 일치였다

 

그레이스와 "도움의 손길"

 

그 둘의 닮은 점도 특이했다

 

젊고, 아름답운 백인이며
남자 동료가 있었다

 

그것도 놀랄 만큼
여러 명의 남자들을

 

그 놈 어딨어?

 

제 2장
만덜레이 자유 농장

 

그레이스는 자유 농장으로 이사해서

 

단지 파수꾼으로서
새 주주들과 살았다

 

그녀는 아름다운 봄날을 틈 타

 

만덜레이 사람들을
관찰하기로 했다

 

자유가 가져다 준 변화가 싹트는 것을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런 건 없었다

 

빅토리아는 버트를 찾으려고

 

우물 아래를 세 번이나
쳐다보고 있었고

 

플로라와 엘리자베스는
티모시에게 넋이 나갔으며

 

남자들은 비 새는 지붕 아래에서

 

솜 뭉치를 걸고
카드게임으로 소일했다

 

마크는 늘 헛소리를 했기 때문에

모두들 그를 무시하곤 했다

 

우린 얼간이라고 불렀지만
본명이 아니었어요

 

빅토리아는 곰팡이 핀 과자를
훔쳤다고 아들을 때렸고

 

그레이스는 멈출 수 없는
구타의 사슬을 목격했다

 

빅토리아는 에드
에드는 밀턴, 밀턴은 윌리

 

윌리는 클레어에게
그 화풀이를 하곤 했다

 

클레어는 비상시에 쓰라고
아빠가 만들어준

 

바깥 손잡이가 달린 창문을
거의 사용 못했다

 

그 창문은 클레어로 하여금

 

반짝이는 별 아래에
잠들 수 있게 해줬다

 

그레이스는 정오만 되면

 

옛 노예들이 여주인의
발코니 아래의 운동장에 있는

 

이상한 표시 위로
모여드는 것을 보았다

 

마치 아무것도 바뀐 게 없다는 듯이...

 

그러나, 한 사람은 익숙한
습관의 덫을 벗어났다

 

물론, 티모시였다

 

그레이스는 그의 색다른
자존심에 반할 뻔했다

 

이 날 그레이스는
백인들이 감금된 채

 

사소한 수리 일에서부터
여러 잡일을 하고 있는

 

피치 하우스를 지나
부하들이 있는 헛간으로 향했다

 

- 다들 어떻게 지내?
- 할 일이 없어서요

 

사기가 떨어졌어요

 

아버님은 항상 뭔가를 시키셨죠

 

그랬겠지
하지만 기다리는 것도 필요해

 

기다리기 지쳤다는데요

 

할아버지가 목화 농사를 지은
닐스 말로는

 

씨 뿌릴 시기가 지났대요

 

- 땅이 준비가 안 됐어
- 아무도 땅을 갈지 않았기 때문이겠죠

 

- 땅이 달라 그런 거 아닐까?
- 그런 거 같지는 않습니다, 아가씨

 

음, 씨 뿌릴 시기라면
여기 사람들이 더 잘 알겠지

 

그레이스는 참견하고 싶지 않아서

 

노예들과 간단한 인사 정도만 해왔지만

 

이젠 알맹이 있는 대화가
필요한 때였다

 

실례합니다, 마크 씨죠?
뭐 좀 물어봐도 돼요?

 

목화 파종에 대한 건데요

 

저는 파종도 추수도 탄생도
죽음도 다 봤습니다

 

그래요

 

씨는 언제 뿌려야 하죠?

 

거기엔 엄격한 규칙이 있습죠

 

순서가 있는데 실수하면 안 됩니다

 

만덜레이는 항상 추수가
정확하기로 유명했죠

 

수확하자마자,
항상 제비가 떠나가는데

 

늪을 건너기 전에
여기서 밤을 보냅니다

 

그럼 파종은?

 

그건 과학입니다, 아가씨
날씨가 중요한 역할을 합죠

 

그래요, 그럼 올해는
언제가 될까요?

 

너무 빨라도 안 되고
너무 늦어도 안 됩니다

 

그게 언제죠?

 

벌써 파종했어야 했나요?

 

저라는 놈은 100 퍼센트
확실하지 않으면

 

말을 옮기지 않는 사람이지요

 

다시 말해, 논쟁의 여지가 없는
사실만 말하죠

 

당신은 파종 시기를 아나요?

 

- 아니오
- 윌헴에게 물어봐야겠네, 집에 있죠?

 

오늘 아침에 목욕탕에 갔습니다

 

사람들 말로는
많이 예민해져 있었답니다

 

- 재미있는 건...
- 됐어요, 직접 찾아볼게요

 

저기 윌헴 씨
밭일 때문에 왔는데요

 

쟁기와 써레질은
3주 전에 했어야 합니다

 

목화 파종은 2주 전에
했어야 하고요

모두 아는 건가요?

 

당연하죠, 하지만...

 

모두들 누군가 먼저 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겁니다

 

예전 같으면 마님이
우릴 쫓아냈을 겁니다

 

아마 아무도 아가씨를
신뢰하지 않아서일지도 모르죠

 

하지만 뭔가 다른 일을
할 수도 있잖아요

 

집 수리를 한다거나...
그런 거 필요하잖아요

 

집이 항상 골치거리죠

 

마님은 수리할 자재가
없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겐 목화가 필요하죠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자립할 수 있을까요?

 

그건...

 

뭔가 얻는 게 있다고
생각되면 달라지겠죠

 

새시대가 뭔가 가져다 준다면...

 

자신들의 삶을 향상시킨다면
설득력이 있을 겁니다

 

지금 당장 느낄 만큼 말이죠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 우린 그럴 시간이 없어요
- 전에 파종을 일부러 늦추기도 했죠

 

조금 늦게 파종하면
수확량은 늘어나거든요

 

마님의 법칙이라고 하죠

 

- 마님의 법칙?
- 네, 마님의 법칙

 

농장 경영에 대한 규칙입니다

 

우린 읽을 수 없었습니다
마님과 가족들만 읽을 수 있죠

 

단지 그녀와 가족만이라니
그레이스는 생각했다

 

더 이상은 안 돼

 

그녀의 침대에서

 

희한하고 악독한 규율로
가득 찬 낡은 책을 보다가

 

낯익은 뭔가가 눈에 들어왔다

 

1부터 7까지의 목록이었다

 

확실히, 분명 어디선가
본 것이었다

 

마님의 법칙이
그 안에 모두 있었다

 

앞에는 화려한 저택이

 

뒤에는 노예들이 사는
만덜레이 농장은

 

이 일곱 개의 숫자로
통제되었던 것이다

 

숫자는 노예들의
정신 등급을 의미했다

 

새미는 광대 노예로 5등급이었다

 

만만찮은 빅토리아는
때리는 노예로 4등급이었다

 

남편인 버트가 피부색이
다를지라도 "도움의 손길"을

 

받아 들인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윌마와 마크는 구제불능 노예

 

윌헴은 2등급으로 수다 노예
플로라는 울보 노예

 

그 외에 아부하는 노예도 있고
십 수명의 미친 노예도 있었다

 

1등급은 자존심 강한 노예로

 

의심할 나위 없이 티모시였는데
물론 자리에 없었다

 

그리고 엘리자베스도...

 

아니다, 1이 아니라
7이라고 써있었다

 

그녀는 카멜레온이라고 알려진
아부하는 노예였다

 

상대방에 맞춰 얼마든지 자신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이었다

 

만덜레이의 노예 제도는
이렇게 유지되어 온 것이다

 

바로 심리를 이용한 속박...

 

그레이스는 깊은 사색에 잠겨
농장을 응시하다가

 

마님의 법칙의
다른 페이지에 있던

 

로맨틱한 "노부인의 정원"에 있는
오솔길 손질에 대한 내용이 떠올랐다

 

그건 농장을 둘러싼
숲의 이름이었다

 

나무와 나무 줄기
그레이스는 생각했다

 

결국 자재는 만덜레이에 있었다

 

제 3장
노부인의 정원

 

잠깐만요

 

모두에게 뭐 좀 물어볼게요

 

아무리 가난한 흑인이라지만

 

자기 집을 보수하는데
신경을 써야 하는 거 아닌가요?

 

무슨 말씀이죠?

 

누군 구멍 난 지붕이나 진흙탕을
좋아해서 이러고 사는 줄 알아요?

 

그럼 구멍을 막으면 되잖아요

 

하지만 말씀 드렸듯이
이곳엔 그럴만한 자재가 없습니다

 

자재가 없다?
그건 사실이 아니에요

 

밭에 서서 둘러보니
곳곳에 목재가 보이더군요

 

지붕을 수리할 수 있는 목재들이죠

 

집을 넓히거나
새 집을 지을 수도 있고요

 

그건 마님의 정원입니다
건드릴 수 없어요

 

마님의 정원을
왜 못 건드린다는 거죠?

 

무릎 꿇고 오솔길을 손질하던 시간이
그렇게 행복했었나요?

 

맞습니다
거긴 목재가 많습니다

 

우린 마님의 정원을
건드릴 생각은 한 적이 없군요

 

자네들은 어떨지 몰라도
내겐 아주 멋진 생각 같구먼

 

무기력하게 앉아 쉬던 사람들이
갑자기 온 힘을 다하기 시작했다

 

걷고, 뛰고, 일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무도 "마님의 손"이라고 불리는

 

채찍을 휘두를 필요가 없었다

 

이것은 일종의 승리였다

 

작은 시작이었지만

언젠가 만덜레이 흑인들의
부정적 행동방식을 지워낼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거처를 개선하려는 욕구는

 

밭일을 뒷전으로 만들었다

 

옛 노예의 일부가 자원했고

 

농장주 가족과 그레이스 자신도

 

함께 파종을 위해 땅을 갈았다

 

티모시는 정체불명의 흰 손수건을 들고
냉담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 그는 여기서 태어난 게 아니군요?
- 먼시족입니다

 

고귀한 아프리카 왕족이라
매우 긍지가 높죠

 

술을 마시지도 솜 뭉치로 하는
노름도 하지 않습니다

 

마님의 법칙에 따라
진짜 돈으로 하는 건 불가능했어요

 

그레이스는 마님의 법칙에 따른
화폐시스템에 대해 알고 있었다

 

밖에서는 통용되지 않는 화폐였다

 

먼시족은 승리가 확실치 않은
도박은 하지 않죠

 

그들은 겸허한 자세로
농사를 짓고

 

필요한 만큼만 가져가죠

 

만시족은 들어봤어도

 

먼시족은 처음 듣네요

 

그 둘은 달라요
만시족은 왕의 노예죠

 

그들은 도박을 합니다
티모시는 그들을 아주 싫어해요

 

티모시에게도 편견이 있었군요

 

- 뭐라구요?
- 아뇨, 혼잣말이었어요

 

- 친구가 생겼나 보군, 플로라
- 아뇨, 가려던 참이었어요

 

티모시?

 

한 마디만 할게요

 

당신이 날 싫어한다는 걸 알아요

 

날 신뢰하지도 않죠
그 이유도 이해하고요

 

우리 이상은 다르겠지만
당신이 가진 긍지가

 

언젠가 이곳 사람 모두를
구하리라 믿어요

 

나도 한 마디 하겠소!

 

당신의 그럴듯한 말과
무장한 갱들, 흰 피부 때문에

 

다른 사람이 반했을지 몰라도
날 속일 수는 없소

 

당신이 관심을 갖고 있는 건
인간으로서의 우리가 아니지

 

다른 인종을 구분하는 게
쉽지는 않지만

 

백인들은 인류 전체에게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지었어요

 

만덜레이는 백인들이
짊어져야할 도덕적 의무예요

 

난 무식한 검둥이라
그런 말은 몰라

 

얘기 끝났으면
내 여자에게 볼 일이 있는데

 

당신이 보고 싶진 않을 거요

 

검둥이들이 살 섞는 거...

 

나라면 꼴 사나워지기 전에
어서 나가겠소

 

그레이스는 티모시의 적대감을
도전적이라고 생각했다

 

다음 날, 그녀는 자신이 흑인을
같은 인간으로 보지 않는다는

티모시의 주장을
없애기 위해 나섰다

 

그녀는 비너스와 환경에 적응을 못하는
아들 짐에 대해 얘기했다

 

비너스는 짐의 행동이

 

창작 욕구를 해소하지
못한데서 나왔다고 말했다

 

- 비너스 봤나요?
- 당신의 동정은 필요 없어요

 

짐에게 줄 게 있어요

 

전에 얘기하고는
짐을 지켜봤는데

 

당신이 맞았어요
예술가적 감성이 있더군요

 

- 이건 너무 과해요
- 아뇨, 아뇨

어서 짐을 불러줘요
이건 선물이에요

 

짐, 이리 나와라
그레이스 아가씨가 오셨다

 

이거 네 거야
네 재능을 믿으니까

 

어서 가서 멋진 그림을 그려봐

 

예술을 아는 척하는
꽉 막힌 사람들은 무시해

전혀 개의치 말아, 짐

 

실례지만,
전 짐이 아니라 잭이에요

 

저쪽이 짐이죠

 

헷갈리죠
사실, 나도 구분하기 힘들어요

 

둘 다 흑인에다
곱슬이거든요

 

좀 더 주의깊게 보지 그래요?

 

솔직히 그레이스는 누가 짐이고
누가 잭인지 몰랐다

 

그 같은 실수는 백인 사회에서는
그냥 웃어 넘길 만한 것이었지만

 

이곳 만덜레이에서는
재난 급이었다

 

그러나 아버지의 성격을 닮은 그녀는
실패를 분노와 역습으로 승화했다

 

이런 저항 때문에 생긴 거예요

 

당신도 이건 겁나죠?

 

인생의 중요한 일부분이었으니까요

 

다음 행동을 결정했어요
책을 공개할 거예요

 

그러면 다들 안심하겠죠

 

아가씨,
충고하려는 건 아니지만

 

그걸 공개한다는 것은
아이에게 매질을 한 후에

 

회초리를 보여주는 격입니다

 

공개는 되어야겠지만
저희는 준비가 안 됐습니다

 

좋아요

 

그럼 준비를 시켜야겠군요

 

전처럼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던
느슨한 모임이 아니라

 

시간표를 만들어 교육하겠어요

 

구식 교육방식이 필요해요

 

드디어 니들이 할 일이 있어
어깨에 힘 좀 주고 다녀야 할 거야

 

내일 정오에 노예였던 사람들을
위한 첫 번째 수업이 있어

 

한 명도 빠짐없이 오게 만들어

 

- 결석은 용납 못해
- 농장주 가족은요?

 

아니, 그들은 스스로 알아서
잘 하고 있어

 

- 내 말 듣고 있어?
- 닐스 패가 너무 좋네요

 

뭐라고?

 

누구시죠?

 

헥터 박사라고 합니다

 

실례합니다만,
이번 판에 돈을 좀 잃어서요

 

당신 패가 그다지 좋은 것
같지는 않지만요

 

포커 페이스군요

 

이런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전엔 만덜레이에 들어올 수 없었는데

 

오늘은 이곳을 지나다 보니
대문이 열려있길래

 

새 시대가 왔음을 알았죠

 

- 정확히 무슨 일을 하시죠?
- 재밌게 해드리죠

 

파티 게임이나 카드 게임 등등

 

요즘은 카드 게임이 대세죠

 

돈을 걸고요?

 

한술 더 떠서 사기를 치죠

 

이런 사업상 기밀을
누설해도 되나요?

 

아가씨껜 괜찮습니다

 

제 기대대로 아가씨와 제가
사업상 협력을 하게 된다면

 

기대할 수 있는 게 무엇일지
아실 겁니다

 

내가 기대할 수 있는 게 뭐죠?

 

80퍼센트

 

65년에 노예가 해방되면서
모든 문제가 생겼다는 건 아시죠?

 

농장주는 땅은 넓은데
일할 사람은 없었죠

 

그래서 옛 노예들을 고용했지만

 

그들은 더 이상
예전 같진 않았습니다

 

당연히 농장주는 돈을 빌려줬고

 

그들 중 몇 명만이

 

저축을 해서 빚을 갚았죠

 

농장주들은 그 점을
걱정하게 되었지요

 

- 그랬겠죠
- 물론입니다

 

그때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저는 농장에 가서 농장주와 짜고

 

일꾼들과 어울리면서
기분전환의 필요성을 느끼게 해줬죠

 

카드놀이를 하면서 말입니다

 

누군가 빚을 갚을 돈을 마련하면
제가 개털로 만드는 거죠

 

전 지금 당장이라도 같은 서비스를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못 미더우시군요

 

저의 신용을 확실히 보여드리죠

 

이건 스탠리라는 남자의 편지입니다

 

몰래 전해주더군요

 

읽고 싶다면 부치기 전에 보세요

 

잘 들으세요, 헥터 씨

 

이 말만 하죠
지금껏 살아온 동안 당신만큼

 

성격과 직업이 혐오스러운 사람은
만나본 적이 없는 것 같군요

 

그래서 제안을 거절하시는 건가요?

 

다시는 이곳에서
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알았어요

 

실망이군요

 

그래도 이 한 마디는 해야겠군요

 

전 말장난을 무척 좋아합니다

 

떠나기 전에 고객들에게
웃을 거리나 생각할 거리를 드리죠

 

카드 사기의 최고 기술은

 

바닥부터 돌리기입니다

 

마치 위에서부터 돌리는 것 같지만

 

자기가 이미 알고 있는
바닥 쪽 카드를 주는 거죠

 

바닥이라는 의미가
좀 다릅니다만

 

바닥부터 해먹기가 제 전공이죠

 

바닥부터 해먹기

 

마음 바뀌면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수신자는 목화를 운반하는
트럭기사 밀러 씨였다

 

그는 농장과 바깥 세상의
유일한 통로였다

 

내용은 간단명료했다

 

갱단과 흑인들이 우리를
인질로 잡고 있다

 

경찰에게 알리고
지체하지 말고 우리를 구해달라

 

제 4장
갱단 본격적으로 나서다

 

갱들이 분개하는 일은 드물다

 

그러나 그레이스의 부하들은 그날

흑인들을 수업에 모으면서 분개했다

 

아래부터 해먹기에 대해
전해 들었기 때문이었다

 

단지 그 말의
교묘한 모호함 때문에

성이 난 것만은 아니었다

 

수업에 온 걸 환영해요

 

그래요, 수업이에요

 

몇몇 사람은 "회의"라고 하면
참석하기를 겁내는 것 같아서요

 

오고 있었는데...
늦었습니다

 

많이 늦었죠
끝난 후에야 왔으니

 

예전에는 회관 시계에서
종소리가 들렸거든요

 

시간을 알기가 쉬웠는데
이젠 들을 수 없어요

 

아마 태엽을 아무도
안 감아줘서일 거예요

 

오늘 수업의 주제는 협동입니다

 

여러분 중 겨우 네 명이
밭 가는 걸 도왔고

 

다섯 명이 파종을 도왔어요

 

저는 주주가 아니지만

제가 주주였다면
마음이 상했을 겁니다

 

민주주의는 민중에 의한
지배를 뜻하지만

 

민중 모두가 의회를
지킬 수는 없으니까

 

의사 표현의 수단이
필요하게 돼요

 

이런 방식을 투표라고 하죠

 

직접 해봐요

 

문제를 정합시다
어떤 거라도 좋아요

 

- 작은 거라도 괜찮다면...
- 괜찮아요, 해봐요

 

부러진 갈퀴는 제 것인데
플로라가 자기 거랍니다

 

내 거야

 

훌륭한 의견이었어요
아주 좋은 예였어요

 

각자 이 문제에 대한
의견이 있을 거라고 봐요

 

여러분 생각에는
누가 갈퀴의 주인인가요?

 

공동소유가 될 수도 있어요

 

이 수업의 주제와
아주 잘 맞겠네요

 

협동과 나눔요

 

엘리자베스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새미?

 

제 생각에는...
엘리자베스의 것이에요

 

좋아요, 좋아

 

대다수는 토론의 요점을
서서히 이해하기 시작했다

 

대부분 엘리자베스의 것이라 했고

 

몇몇은 플로라의 것이라고 했지만
공유에 대한 얘기는 없었다

 

전 아직... 누구 것인지
결정을 못하겠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마크는 무효 표입니다

 

이제부터 부러진 갈퀴는
엘리자베스의 것입니다

 

이게 투표예요
승자와 패자가 있지만

 

어쨌든 여러분의 의견이
수렴되었어요

 

그레이스는 갈퀴 없이
일해야 하는 플로라의 난처함과

 

주인정신의 유리한 점에 대한
설명을 했다

 

모두가 민주주의 원칙을
이해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짐의 제안으로
또 다른 투표를 했다

 

새미는 자기가 농담을 하고
웃기지도 않은데 크게 웃습니다

 

너무 크게 웃어서
잠을 잘래야 잘 수가 없어요

 

새미는 재미없는 농담을 그만 하고

 

잠 좀 잘 수 있게 해줬으면 합니다

 

웃음소리 때문에 투표할 수는 없어

 

해진 뒤라서 문제에요
해진 뒤라서

 

그게 문제인 것 같으니
우리 투표합시다

 

좋아요
결정됐네요

 

그게 민주주의군요

 

마지막으로 윌헴은
누군가가 책임지고

시계의 태엽을
감아야 한다고 제안했고

 

기묘한 이유로 소심하지만
주의 깊은 예술가 짐이 선택됐는데

 

엄마의 반대에도 소용없었다

 

그레이스는 다음 수업의 주제가

 

"분노와 분노 표출"이라고
말하며 수업을 마쳤다

 

적어도 몇 시라고는 말해주세요

 

티모시에게 물어봐
몇 시인 줄 알 테니

 

그는 해를 보고 시간을 알지
항상 그렇게 하거든

 

윌헴 씨에게 물어봐도 돼

 

저 시계보다 더 오래 사셨거든

 

윌헴과 티모시가
각각 추측한 시간을 말했는데

 

신기하게도 엇비슷했다

 

윌헴은 8분 전
티모시는 5분 전이라고 했다

 

그레이스는 이들이 당연하게 여기는
직감력에 조용히 감탄했다

 

그러나 곧 두 패로 갈렸다
한쪽은 8분 전이라고 했고

 

다른 한쪽은
5분 전이라고 우겼다

 

그들은 그날 배운 대로
투표에 부치기로 했다

 

결과는 간발의 차로
5분 전으로 결정됐고

 

만덜레이의 공식 시간은
2시 5분 전이 되었다

 

그레이스의 첫 수업은 화기애애했지만

 

두 번째 수업의 분위기는
대단히 엄격하게 흘렀다

 

읽어요!

 

7등급 노예들의 하루 배급량은

 

아니, 아니, 1등급이...

 

물 빼고 200그램

 

늘 그만큼이었어요
아무리 흉년이라도 말이죠

7등급보다는 훨씬 적은 양이죠

 

왜 자존심 강한 노예는
아첨하는 노예보다 덜 먹어야죠?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그러는 거죠?

 

밖으로 보이는 성격과
배급량이 무슨 상관이죠?

 

전 정말 모르겠습니다
메이스 씨는 아나요?

 

당당함이 못마땅했던 거겠죠

 

아뇨, 전 거기 쓰인 대로만
했을 뿐입니다

 

어머니는 이 규칙들을
따르라고 했습니다

 

200그램도 안 주는 농장이
얼마나 많은데요

 

그래서 흙을 먹기도 해요

 

흑인들은 굶주리면
흙을 먹곤 하는데

 

마님의 법칙에선
그걸 금지시켰죠

 

여기서 그걸 논하자는 게 아니에요

 

그런 식으로 사람을 차별하는 게
얼마나 모욕적인지 모르세요?

 

사람은 다 달라요

 

황소와 토끼에게
같은 양의 음식을 준다면

 

둘 다 배탈이 날 뿐이에요

 

그만! 오늘은 다들
대답들이 형편없어요

 

다들 변명만 할 뿐이잖아요

 

벌을 내리겠어요

 

노력하는 모습이 전혀 없었으니까

 

그레이스는 홧김에 점심 식사 때

그들의 얼굴을 검게 만들었지만

 

어린 시절 흑인 유모 없이는
화장실도 안 가본

 

필로미나에게까지 그런 건

 

좀 심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짐 아저씨 봐요

 

욕조에서 수영을 배우고 있네요

 

이제 얼굴 닦아도 될까요?

 

그래요

 

이런...

 

모래바람이 온다

 

이제 다 소용없게 됐군

 

- 무슨 뜻이죠?
- 모래바람이 온다구요

 

이제 겨우 싹이 텄는데

 

최악의 상황이죠

 

하지만 여긴 모래바람으로
피해 입은 적이 없잖아요

 

방풍림 때문이었죠

 

그레이스는 이 모호한 말의 뜻을
꼬치꼬치 캐묻고 싶지 않았다

 

곧 그녀는 그건 불안과
절망을 퍼뜨리는 것 외에

아무 의미도 없을 거라고
스스로를 납득시켰다

 

분노의 표출에 대한
다음 날의 수업은

 

이해도가 아주 낮았다

 

다시 투표를 시작한 사람들이

늙어서 식사량이 작은
윌마의 감자를

 

씨 감자로 쓰기로 결정할 즈음

 

바람소리가 들렸다

 

모래바람은 그 어느 때보다
오랫동안 불었다

 

하지만 오래 전부터

 

매년 새로 파종된 목화에는
피해가 없었는데

그건 통상 "노부인의 정원"으로
알려진 방풍림 때문이었다

 

거의 성경에나 나올만한
어두움의 한복판에서는

 

그레이스는 온 세상
모두와 힘을 합쳐도

 

그 어떤 갱단도
맞설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연의 엄청난 힘 앞에서는...

 

그리고 고대했던 새싹이 모래바람으로

 

황폐해지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속수무책이었다

 

하지만 모두가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멀리 말 탄 사람이 보였다

 

그는 미친 듯이 말을 타고 있었다

 

밭을 누비면서 모래가
쌓여 가는 곳마다 누비면서

 

말발굽으로 헤쳤는데

 

도움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찌되었건 그건 전투였다

 

위험하고도 영웅적인 투쟁!

 

티모시...

 

돌아와요!

 

돌아와요! 티모시!

 

- 티모시!
- 티모시는 괜찮을 겁니다!

 

그는 모래바람을 잘 알아요

 

완전히 빠졌군요, 아가씨
그건 바보 같은 짓이에요

 

- 어디서 찾았어요?
- 집 뒤편에 있었습니다

 

- 살아있나요?
- 질문의 뜻은 잘 알겠습니다만

 

- 살아있다는 게 무슨 뜻이죠?
- 숨쉬고 있나요?

 

됐어요

 

죽었어요?

 

죽고 싶어도 못 죽는 게
우리 흑인들이죠

 

제 5장
어깨를 나란히

 

바로 그날 오후
기운을 되찾은 티모시는

모래바람의 피해를 입은
건물을 살피고 있었다

 

모래바람의 힘은 엄청났다

 

식량이 저장된 피치 하우스가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거의 모든 식량이
먹을 수 없게 되었다

 

게다가 폐렴 또한
바람을 타고 퍼졌다

 

온 사방이 모래였다

 

모래는 목재를 덧붙이지
않은 곳으로 침투했다

 

특히, 클레어의 침대 위
금 간 유리창 사이로 들어왔다

 

만덜레이에는 귀중품이나
현금은 없었다

 

벽난로 위에서 흥겹게
똑딱거리던 시계도

 

주인 마님의 생각과 달리
스위스제가 아니라 싸구려 모조품이었다

 

해방된 만덜레이 농장은 파산했다

 

윌헴과 그레이스는 당연히 아무도

 

오늘 수업에 출석하지
않으리라 생각했지만

 

농장 사람들이
하나 둘씩 무리 지어 나타났다

 

모두 와줘서 기뻐요

 

하지만 오늘 수업은 없어요

 

이 말씀만 드릴게요

 

지금의 절망적인 상황이
얼마나 안타까운지 알지만

 

이런 말도 다 소용없겠죠

 

아뇨, 적어도 아가씨께서는
충분히 배우셨죠

 

우리가 아는 게 있다면
절망적이라는 겁니다

 

모래 밑에는 수많은 싹이 있습니다

 

그것들 중에 50개만
구해낼 수 있다면

 

질 좋은 목화로 길러서
좋은 가격에 팔 수 있을 겁니다

 

우리가 행동으로 옮겨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이 엄청난 재앙은
그레이스에게 전화위복이 되었다

 

사람들에게 모래는 공동의 적
즉, 구실이 되어주었고

 

사람들은 힘을 합쳐
이 공동의 적과 싸웠다

마치 자유로운 미국인으로서
공공의 목표를 달성하려는 듯이

 

스탠리와 버티는 막대를 세워

 

사람들이 뿌린 씨의 위치를
알 수 있도록 했다

 

플로라는 그레이스가
티모시를 좋아한다며

 

유치할 정도로
자주 놀려대고는 했다

 

잘 자요, 윌마 할머니

 

잘 자라, 애야

 

자기 전에 누워서 이야기나 할까?

 

고맙지만, 아니에요

 

잠이 바로 올 것 같지 않아서
산책을 좀 하려고요

 

잠이 안 올 땐 산책이 최고지

 

나도 가끔 그래

 

- 안녕히 주무세요
- 잘 자거라

 

모든 일이 순조롭게 돌아가고 있었고

 

이는 기뻐할 일이었지만

 

그레이스는 역할이
줄어들어 허전해졌고

 

다른 것에 주의를 기울이게 되었다

 

그건 인간의 본능적 감정이었다

 

집 없는 설움과 외로움이
그레이스를 엄습했다

 

산책을 하다가

그레이스는 목욕탕 뒤편 목재 쪽에
서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리고 갑자기, 집없는 설움은
이상한 욕망으로 바뀌었다

 

더러운 구정물이 흐르는
녹슨 관을 기어 오르고 싶은...

 

싸구려 비누로 씻겨지는
나체들이 있는 곳으로 가고 싶은...

 

검은 피부...

 

남자... 흑인 남자

 

그레이스의 욕망은
부끄럽고 추한 것이었다

 

만덜레이를 운영하는데
힘을 써야 했지

 

그런 생각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그레이스는 머릿속의 검은 나체들을
지우기 위해 잠을 청했다

 

그게 가능한 건, 가문 특유의
고집스러움 덕분이었다

 

허나 사랑에 굶주린 몸에 돋은
새싹은 포기할 줄 모르고

 

꿈으로 변해서 나타났다

 

그레이스는 남쪽 나라에 있었는데...

 

그곳은 이국적인 의상과 터번을
걸친 남녀들이 있었다

 

그녀는 꿈에서 조차

아버지가 옳다는 것을
전혀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곳은 진정 하렘이었다

 

흑인 노예들이 큰 접시에
대추야자를 이고 나타났다

 

베두인 사람들이
대추야자들 사이에 누워있는

 

그레이스에게 다가와
코로 쾌감을 주기 시작했다

 

티모시가 나타나자
그레이스는 더 혼란스러워졌다

 

술 따르는 노예인 동시에
부족장이었던 티모시는

 

그의 권위 있는 손으로
작은 떨림을 갖고

 

그녀의 가장 은밀한 부위의
크기를 헤아렸다

 

- 늦잠을 잤네요
- 죄송해요, 클레어가 또 아파요

 

그렇군요

 

또 열이 심하군요

 

- 뭘 좀 먹었나요?
- 돼지고기와 닭고기요

죽을 조금 먹었는데
삼키기 힘든가 봐요

 

작년에 모래바람이
불었을 때도 이랬죠

 

올해는 더 심하게 불었으니...

 

솔직히 아가씨는 공기 좋고
배부른 집으로 가도 되잖아요

 

우린 한배를 탔어요
함께 이겨내야 해요

 

더 힘들어질 거예요

 

아직 배불리 먹는 사람들도 있지만
식량이 모잘라요

 

맞아요
그 문제를 의논해 봐야 해요

 

괜찮아질 거예요, 로즈

 

우리에게 남은 식량을
배급하는 거예요

 

한 달 동안 공평하게 나누는 거죠

 

채소를 수확할 수 있을 때까지만요

 

듣기론, 콩과 감자가
조금밖에 안 남았다고 하던데

 

그걸 로즈에게 줬으면 해요
클레어에게 주게요

 

남은 건 우리가
공평하게 나눌 겁니다

 

저기요...

 

나누다니요?
우리도 말입니까?

 

- 물론 그래야지
- 아버님은 그러지 않으셨을 겁니다

 

엄밀히 말해서, 여기서 먹은 건
음식도 아녜요

 

금고가 비면 훔치게 해주셨어요

 

당연히 어디서든 무엇이든
가질 수 있었죠

 

그렇지만 아가씨께선
허락 않으시겠죠?

 

아가씨는 정말 독해요

 

그럴지도 모르지

 

제 6장
만덜레이 농장의 어려움

 

불행히도 그나마 가장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였지만

클레어는 차도가 없었다

 

그녀에겐 고기가 필요했고
티모시도 그걸 알고 있었다

 

결국 늙은 나귀를 희생해야 했다

 

갱들은 모래로 피해를 입은

 

차를 고치다 보니
사기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어떤 어려운 글도
해석해내던 조셉에게도

 

1923년산 포드 차의 매뉴얼은
만만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농장의 목화는
농민들의 굶주림과 함께 커갔다

 

남은 나귀의 고기는
클레어의 차지였다

 

그리고 그레이스는
기이한 행동을 했다

 

다른 여인들을 따라
마님의 법칙이 절대 금지했던

 

흙 먹는 관습을
따르고 있었던 것이다

 

자동차 매뉴얼 보기를
포기한 조셉은

 

그레이스의 아버지 밑으로
들어갈 때

 

서명했던 고용계약서에서
특이점을 발견했다

 

좋게 해석하면
특별한 상황일 때는

 

고용인은 고용주보다
센 힘을 가진 자를 따를 수 있었다

 

이 경우 그 권위자는
바로 위장이었다

 

좋은 뉴스는 가뭄에도 불구하고

 

스탠리와 티모시가
대책을 세운 것이다

 

- 기다려, 기다려...
- 봐, 나온다!

 

하지만 최고의 뉴스는 클레어였다

 

기적적으로 기운을 되찾고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모두가 잠든 밤에
일어난 일이라

아무도 못 봤지만...

 

그레이스는 굶주림으로 인해
환상이 사라지길 바랬지만

 

사실은 그 반대였다

 

플로라, 닭들이 왜 저래요?

 

왜 싸워?

 

검은 놈 뒤에 있는
흰 놈 4마리 얘기죠?

 

문 열어서 한 번 볼까요?

 

아니...

 

저 검은 닭은
자존심이 대단히 강해요

 

흰 놈들이 좋아서
건드릴 만 하지요

 

놀리지 말아요, 플로라

 

- 그럼, 주무세요
- 잘 자요

 

플로라는 전에도
그레이스를 놀렸지만

 

속으로는 분명히
아파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더 심각한 것은

닭의 처절한 울음소리에도 불구하고
몸이 달아 올랐다는 것이다

 

아니면 울음소리 때문일까?

 

절망과 수치심으로
미쳐버리기 전에 도망쳤다

 

광분한 상태로,
실은 달아오른 상태로

 

침대 위로 몸을 내던졌다

 

수치심도, 정치적 올바름도 잊은 채...

 

어린 시절에 잘못인 줄 모르고 했던...

 

잘못이란 걸 알고 난 이후
하지 않았던 행위를 했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이불을 뭉쳐
매듭을 만든 후 자신의 몸에 넣었다

 

쾌락인지 고통인지
뭐라 설명하긴 힘들었지만

 

계속했다
멈출 수가 없었다

 

곁에 있는 여자들이나
체면도 팽개치고

 

터질 듯 달아오르는
아랫도리에만 집중했다

 

그때 누가 찾아오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어쨌든 누군가 그레이스를 흔들었고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아가씨! 빨리 나와보세요!

 

죽었어요

 

내가 정말 잘 돌봐줬는데...

 

좋은 음식만 먹였는데...

 

잘 먹었는데...

 

죽었어요

 

죽어버렸어요!

 

- 들어오라고 했잖아!
- 그녀가 먹었어요

 

클레어가 먹은 것 아니라
월마 짓이에요!

 

니 입으로 말해, 윌마?

 

난 너무 배고파서...

 

어지러워서...

 

배고프면 다리도 아프고...

 

클레어가 좋아하던 윌마는
우리가 잠들었을 때 창문 너머로

 

매일 밤마다 음식을 먹어 치웠어요!

 

창문 밖에 손잡이가 달려있으니
식은 죽 먹기였죠

 

평생 흙을 너무 많이 먹었어

 

이젠 이가 다 상해서
먹을 수가 없어

 

윌마가 우리 딸을 죽였어요

 

잭, 그녀는 환자에요

 

아가씨, 로즈는 클레어가
밤에 너무 잘 먹어서

 

낮엔 밥 줄 생각도 안 했어요

 

내 딸을 죽인 윌마는
벌을 받아야 해요

 

이걸 투표에 부치고 싶어요

 

내 딸을 죽인 윌마는
죄값을 치러야 합니다

 

처벌을 원합니다
아니면 내 손으로 죽여버리겠어요

 

살려줘

 

그만!

 

- 내일 얘기합시다
- 저들이 내 딸을 죽였어

 

그만해요!

 

그리하여...
다음 날 저녁 회의가 열렸다

 

아름답고 투명한 별이 반짝이는
만덜레이 하늘 아래에서

 

얘기는 다 들었습니다, 윌헴

 

윌마가 우리 딸을 죽였으니

 

당연히 윌마도 죽어야 합니다

 

잭...

 

윌마를 죽인다고
클레어가 돌아오진 않아요

 

우리는 정의를 원해요

 

아가씨가 우리에겐
그럴 자격이 있다고 했잖아요

 

내 의견은...

 

윌마를 이 어려운 때에
음식 훔친 죄로 추방시키면 어떨까요?

 

너무 늙어서 아마
살아남기 힘들 겁니다

 

우리는 음식 때문에 클레어의
운명이 바뀔 줄은 몰랐던 거예요

 

윌마도 그건 몰랐겠지요

 

하지만 혼자만 살겠다고
남을 위험에 빠뜨렸어요

그게 우리 딸이죠!

 

윌마는 배가 고파서
눈 앞의 고기만 본 거예요

 

그럼 우리들은요?

 

우리 모두 배급대로 먹었어요

 

어린 클레어는 어땠겠어요?

 

모두 굶주렸어요
그래서 훨씬 더 나쁜 거라고요

 

잘 들었어요

 

잭과 로즈의 제안에 대해
투표하겠어요

 

윌마를 죽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 거수하세요

 

고맙습니다

 

고마워요, 모두들

 

멈춰!

 

아가씨?

 

우리의 결정은
우리가 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당신이 늘 말하던 거였잖아요
특별할 때만 인가요?

 

물론 아니에요
항상이죠

 

결정이 내려졌는데
막고 있는 건 뭐죠?

 

가서 끝장을 보게 해줘요

 

안 돼요

 

누군가 해야 한다면
내가 하겠어요

 

복수가 되어선 안 되니까요

 

좋아요

 

클레어만큼 고통스럽게 해줘요

 

그건 내가 결정해요

 

끝나면 알려줄게요

 

그레이스...

 

말해다오

 

어떻게 결정됐니?

 

난 죽는 거니?

 

아뇨, 윌마 할머니
안 죽어요

 

무슨 뜻이야?

 

잭이 투표에서 졌어요
그래서 안 죽어요

 

클레어가 못 먹어서 죽은 게
아니라고 판단했어요

 

모래 때문에 생긴 폐렴으로
어차피 죽을 거였어요

 

진짜 그렇게 얘기했어?

 

네, 정말 그랬어요

 

얼마나 기다리기 끔직했는지...

 

- 너무 피곤하네
- 알아요

 

알아요

 

이젠 편히 잘 수 있을 거예요

 

그래...

 

그럴 수 있겠어

 

누워서 좀 주무세요

 

그레이스 같은 딸이 있었다면...

 

- 누우세요
- 잠들 때까지 있을 거지?

 

그럴게요, 윌마

 

여기...

 

누우세요

 

윌마?

 

제 7장
추수

 

마침내 추수가 되었고
목화는 안전하게 자루에 담겨졌다

 

양은 작았지만
수확물은 훌륭했다

 

마치 고난과 시련이

솜을 더 희고 질기게
만들어준 듯 했고

 

현 시가로도
최고값을 받게 될 것이다

 

모든 것이 달라진 만덜레이지만

 

추수만큼은 이전과 다름 없었다

 

마지막 솜이 자루에 담기는 순간

 

제비가 하늘에서 늪으로
내려 앉았다

 

모두 경외심에 지켜봤고

 

그 순간만은 세상의 어떤 말과
정치보다도 뛰어났다

 

낡은 기계는 벌써 일주일 전부터
준비되어 있었다

 

새미가 닐스와 함께 분해해서
닦고 재조립했다

 

둘은 손발이 척척 맞았다

 

닐스는 항상 진지했고
재담꾼 새미도 안도하며

 

더 이상 빈약한 소재로
그를 웃기려 하지 않았다

 

그레이스 아가씨?

 

에드워드!

 

몰라봤어!
옷차림이 많이 달라졌네

 

아버님이 원하셔서요

 

새 사업을 시작하셨거든요

 

- 아빠도 왔어?
- 아니요, 전갈만 보내셨습니다

 

월요일 저녁 8시에 들르신답니다

 

대문 밖에서 딱 15분만
기다리겠다고 하셨습니다

 

도그빌에서처럼, 그리고 어머님께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 청혼했을 때처럼
- 그런 거 같습니다

 

같이 가고 싶으시면 그렇게 하세요
늦으면 그냥 가신대요

 

- 알아, 메시지 잘 받았어
- 저 가보겠습니다

 

- 잘 지내세요, 아가씨
- 에드워드도

 

아참, 에드워드...

 

아빠에게 만덜레이에
새시대가 왔다고 전해줘

 

그레이스는 아버지와
같이 갈 생각이 없었다

 

자신만의 삶이 있고
그게 더 어울렸다

 

어쨌거나 성공이 목전이었고
아버지에게 그녀가 이룬

 

새롭고 더 나은 만덜레이를
보여주고 싶었다

 

오늘은 스탠리 가족의 시험날이었다

 

비록 이제까지 잘 지내왔지만

 

스탠리가 밀러와 맥주 한 잔 하면서

 

그 동안의 농장에서 벌어진
일을 얘기한다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갈 것이다

 

윌헴은 의심스러워서
둘이 만나는 것을 반대했지만

 

그레이스는 달랐다
그들을 믿고 있었다

 

오, 새미!
맙소사, 샘

 

노예 놈이!

 

이것도 제대로 못 해?

 

죄송합니다, 메이스 씨

 

농담이야

 

스탠리와 가족은 시험을 통과했다

 

그리고 그날 밤 그들은
진정한 미국인이 되었다

 

그들은 자유를 얻었지만

 

그들을 계속 고용하자는
의견이 나와서 남기로 했다

 

눈 깜박할 사이에
시간이 흘렀고

 

은행에 들어온 돈들은

티모시가 말을 타고
의기양양하게 찾아왔다

 

닐스와 새미는
설명서도 안 보고 차를 고쳤다

 

- 전부 다 고마워
- 고맙습니다

 

- 이제 어떡할 거야?
- 모르겠습니다

 

조직으로 돌아가도 되겠네

 

- 로빈슨은 어디 있지?
- 모두와 인사하고 있어요

 

로빈슨 씨가 갑자기 노예들에게
관심을 보이자 감동적이었다

 

하지만 차가 떠나가자
전정이 됐다

 

그레이스도 이제
권력을 놓을 때였다

 

네 민족은 용감하고 굳세어라

 

술보다 곡식보다 이 땅이 더 좋으니

 

하늘에 계신 아버지
우릴 가치 있게 하소서

 

우리에게 이 땅을 지킬
자격을 주시옵고

 

우리의 현관처럼
우리 가슴도 열려 있으니

 

몸과 더불어 마음도 자유로워지도다

 

알라버마, 알라버마

 

우리는 너를 진심으로 사랑하리라

 

쳐다보네요

 

- 아니야
- 보고 있어요

 

아니라니까

 

갱단이 떠나서 그럴 거예요

 

아가씨가 주인이었을 때
그는 그냥 손님이었지만

 

이젠 아가씨가 손님이니
관심이 갈 거라고요

 

저녁 먹어야 할 텐데
불러올게요

 

- 불러오겠다고요?
- 응

 

- 와서 저녁 먹어요
- 쉿, 조용

 

마님의 침실에서 그레이스는
플로라가 걱정하던 게 떠올랐다

 

먼시족은 오랜 전통에 따라
잠자리를 갖는데

 

그레이스의 마음에
들지 않을 거라고 했다

 

잠자리가 현대의 남녀평등사상에
맞지 않을 거라고도 했다

 

그러나 그레이스는
진보적인 사고를 잠시 미뤘다

 

꿈꿨던 상황을 겪고 보니
에로틱하기 보다는 묘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당분간
아무 말 않기로 했다

 

티모시, 일어나요!

 

티모시의 말이 도망가버렸다

 

그레이스가 잠든 사이
노예 숙소에 불이 난 것이었다

 

- 무슨 일이죠?
- 전 말 못하겠군요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세요

 

- 갱들이 돈을 훔쳤어요
- 뭐라고요?

 

갱들이 돈을 훔쳤다구요

 

답은 그거예요
그것도 아주 명백한 답이죠

 

명백하게 들리네요

 

왜 그렇게 생각하죠?

 

파티가 끝나고

 

우리 모두 테이블에 모여서
돈을 보러 갔습니다

 

티모시가 붉은 계곡에 숨겼었는데

 

망을 보기로 했지만
안 나타나더군요

 

상자를 꺼냈더니 비어 있었어요

 

갱 한 명이 인사하는 척하면서
돈을 파간 겁니다

 

하지만 혼자는 불가능해요

 

누군가 박스가 거기 있다고
알려준 게 틀림없습니다

 

새미는 닐스와
제일 친하게 지내서인지

 

진술을 거부했습니다

 

그러다 모두 소리를
질러대기 시작했어요

 

다들 너무 화를 내서
말릴 수가 없었어요

 

스탠리와 가족은 떠나버렸습니다

 

필로미나와 버티는 많이 다쳤고

 

엘리자베스도 사고로 죽었어요

 

너무 빨리 무기를 없앴어요

 

우린 준비가 안 돼 있었어요

 

그레이스는 말문이 막혔다

 

다만 그들에게 여차하면
다시 조직으로 돌아가라고 한

 

철없는 농담을 후회할 뿐이었다

 

- 티모시를 깨울 수 없어요
- 그럴 겁니다

 

술을 세 병이나 마셨으니까요

 

먼시족은 술을 마시지 않아요

 

그렇긴 하지만...
특별한 경우라는 게 있겠죠

 

여긴 활기차 보이군요!

 

다시는 나타나지 말라고 했을 텐데요?

 

거래 때문이 아니라
결론 지으러 왔습니다

 

내가 정직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그냥 가버려도 됐지만 말이죠

 

당신 몫인 80%입니다

 

보시다시피, 액수가 좀 되죠

 

추수로 번 돈이죠

 

그럴 걸요
지금 그럴 때니까요

 

절 만나러 온 젊은이와
작은 게임을 했죠

 

여기 사람이란 걸 알았고
그래서 겸허하게 돌아왔죠

 

그 동안 저를 오해하지 않으셨나요?

 

이 돈으로 게임을 한 게 누구죠?

 

어제 일이 돼 놔서...
좀 더 일찍 오려고 했는데

 

짙은 코트를 입은 사람들이
타고 있는 검은 차가 따라왔죠

 

저를 죽인다고 소리 지르더라구요

 

바닥부터 패 돌리는 사기꾼이라면서

 

그런 심한 말을...

 

- 그래서 좀 늦었습니다
- 누구였죠?

 

말 탄 흑인이었어요
이름이...?

 

티모시

 

맞아요

 

- 이름이 티모시였어요
- 그는 먼시족이에요

 

도박을 안 하죠

 

저도 이 바닥에서 전문가라
그건 알죠

 

그는 게임을 할 때
아주 화끈하더군요

 

먼시족이 아니었습니다

 

아무리 잃어도
계속 화끈하게 걸더군요

 

얼마를 잃든지 상관없이 말이죠

 

- 모두가 먼시족이라고 했는데
- 그랬겠죠

 

여자들이 좋아했을 테니까요

먼시족은 고귀한
아프리카 왕족의 혈통이고

 

전통적인 가치관과
억양을 가지고 있죠

 

그렇게 말함으로써
여자와 쉽게 잠자리를 가집니다

 

고맙다는 말은 필요 없습니다

 

난 원래 이런 사람이니까

 

오늘의 한 마디는
잘 안 떠오르는데...

 

만시는 먼시보다 거기가
더 실하다고 하죠

 

먼시는 매우 거만하지만
만시는 매우 거대하더라

 

또 뵙겠습니다
그땐 사업 얘길 할 수 있겠네요

 

그레이스는 만덜레이의 노예에 대해
상세히 적힌 마지막 장을 확인했다

 

티모시가 어딨었지?
그의 이름 옆에는 "1"이 있었다

 

자존심이 강한 노예였다

 

그게 아니면?

 

그레이스는 숫자를
세심하게 살펴 보았다

 

바로 밑의 엘리자베스의
이름 옆에 있는 "7"과 비교했다

 

카멜레온 타입의 아부하는 노예

기회와 상대의 기분에 따라

자신을 바꿀 수 있는
카멜레온 타입이었다

 

그제서야 그레이스는 알 수 있었다

 

티모시의 숫자는
"1"이 아니라 "7"이었다

 

"1"로 읽고 싶었을 뿐이었다

 

티모시의 이름 옆에는
심지어 메모도 있었다

 

'주의'
잔인할 정도로 교묘함

 

제 8장
농장일과 함께 영화의 막도 내린다

 

그레이스는 만덜레이의
마지막 회의를 소집했다

 

그날 밤 그녀는 아버지가
도착하면 함께 농장을

 

- 영영 떠나기로 결심했다
- 모두 모였네요

 

모두들 모이라고 설득했어요

 

두 건의 투표를 위해서요

 

무슨 일이든 나하고는 상관없어요

 

- 단정짓지 마세요, 아가씨
- 아뇨, 결심했어요

 

이제 이별할 때예요

 

우연찮게 투표가 두 개인데
제가 가져온 선물도 두 개예요

 

작별 선물이죠

 

우선... 이거

 

추수한 돈이에요

 

정확하게는 80%죠
카드 사기꾼이 20%를 챙겼어요

 

농장 사람하고 카드를 해서
딴 돈이라더군요

 

- 갱이 그런 게 아니고요?
- 네, 그들이 아니래요

 

더 이상 숨기지 않겠어요

 

회계가 한 짓이에요

 

돈을 책임지고 있던 사람이죠

 

도박에 대한 욕구가 컸나 봐요

 

아마도 먼시족이 아니라

 

만시족이었어요

 

어쨌든 그건
별로 중요한 얘긴 아니죠

 

두 번째 선물은 이거예요

 

고통스럽지만 공개하겠어요

 

이 책에 따르면, 내가 여전히
혐오하고 경멸하는 내용이지만

 

티모시는 아부하는 노예로
되어 있습니다

 

상대에 따라 자신의 모습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이죠

 

- 몇 페이지더라...
- 104페이지입니다

 

어떻게 알죠?
아무도 못봤을 텐데

마님의 법칙 104페이지에
뭐가 있는지 어떻게 알아요?

 

내가 적었으니까요

 

전부 꼼꼼하게 손으로 적었죠

 

마님과 저는 전쟁이 끝났을 때
너무 어려서

 

새 법률이 두려웠어요

 

두려웠다고요?

 

우리 둘은 노예들이 만나게 될
세상을 상상해 봤어요

 

준비가 된 걸까?

 

좀 더 정확히...

 

세상이 맞아줄까?

 

정부는 약속했지만
우린 믿지 않았죠

 

그때 마님이 제게
모두 만덜레이에 남게 됐을 때

 

이곳을 꾸려나가야 할 방법을

 

책으로 쓰라고 하셨죠

 

하지만 그건
노예제도의 연장이잖아요

 

그 말도 맞지만
필요악이라고 할 수 있겠죠

 

다른 사람들은 당신이
책을 쓴다는 걸 알았나요?

 

2, 3, 5등급은 알았죠

 

다른 등급은 모르는 게 더 나았죠

 

하지만 이젠 모두 알게 됐네요

 

전 모두를 위해
마님의 법칙을 썼어요

 

모두를 위해서요

 

모두를 위해서라고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압제와 굴욕을 안기는
방법일 뿐이에요

 

처음부터 끝까지요

 

제가 보기엔 아가씨는
색안경을 끼고 계신 것 같은데

 

실례합니다만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윌헴은 그레이스에게

 

필요악이 갖고 있는
인간적 특성을 말했다

 

마님의 법칙은
음식과 집, 주인에 대해

불평할 자유를 보장했고

 

바깥 세상이 보여주는
절망적인 삶은

 

그들로 하여금
자신을 탓하게 할 터였다

 

정오마다 있던 모임은

 

하루 중 가장 더울 때
그늘에 있을 수 있게 해줬다

 

등급은 억압적인 환경에서
인간이 취하는

행동양식에 따라 정해졌고

 

개개인을 돌보기 위해 만들어졌다

 

만덜레이에 많지 않은
긍지 있는 노예는

 

자신이 남보다 고귀하다고 믿는데

 

이 등급제에 따르면 당사자에게
좀 더 많은 고통을 주어

그 믿음을 지속시킨다

 

광대 노예에게는
웃음이 유익하기에

 

마님의 법칙에 의하면
주인은 그의 농담에 웃어줘야 하고

 

그 밖의 등급에게도
다른 책임을 수행한다

 

현금을 금지시켜서

도박을 솜 뭉치로 하도록 해서

파산의 걱정이 없다
등등의 말을 계속 했다

 

그레이스의 머리는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젠장, 자유가 없잖아요!

 

- 중요한 건 그거예요
- 그건 철학적 문제죠

 

그래서 두 건의 투표를 했습니다

 

마님의 법칙은 아직 유효한가?

 

우린 공교롭게도 지금이 어느 때보다
적절하다는데 동의했습니다

 

미국은 70년 전에도
우리를 동등하게 안 봤고

 

지금도 마찬가지죠

 

이렇게 가면
100년이 지나도 그럴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한 발짝 물러설 겁니다

 

그리고 마님의 법칙을
다시 쓰기로 했습니다

 

실례지만, 전 가겠어요

 

거기에 대해서도 투표를 했다는
말씀을 안 드렸네요

 

아가씨도 아시다시피
우린 마님을 잃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 가족들은
우리가 무서워 달아났으니

 

한 마디로 말하면
마님이 없습니다

 

- 싫어요
- 만장일치입니다

 

절대로 싫어!

 

아가씨는 이상주의자니까

 

야생에서 살아가기 힘든
동물들의 보호자 노릇을

 

잘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를 하나의 공동체로 만들었고

 

확신에 가득 찬 나머지
무력까지 동원했잖아요

 

또 그래야만 한다면
유감입니다만

 

무슨 뜻이죠?
날 포로로 잡아둘 작정인가요?

 

우리를 이해할 때까지만입니다

 

문은 고쳐서 닫아뒀고

 

울타리도 있지만
특별히 높지는 않아요

 

울타리를 보세요

 

녹슨 엽총과 장난감 총을 든
두 명이 지킵니다

 

정말 우리를 바보로 생각했나요?

 

사다리를 만들어서 넘을 생각도
못 했는 줄 알아요?

 

오랜 시간을 걸쳐 회의를 했지만

 

결론은 나지 않고 있었다

 

아버지는 8시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약속시간이 30분 후였다
그녀에겐 사다리도 없었고

 

여러 명이 자신을 지키고 있었다

 

그녀는 어떻게 탈출할 것인가?

 

울타리 일부는 늘 열려있는지

 

그레이스는 아버지와 만나려면

 

작전을 변경해야 했다

 

좋아요
그렇게 하죠

 

원해서 하는 건 아니니
기대하지는 마세요

 

제 유일한 조건은...
두려워할 필요 없어요

 

난 당신들이 좋아하는
법칙대로 할 겁니다

 

시급한 문제부터
해결하기 시작하겠어요

 

7등급의 티모시는
우리를 파산시킬 뻔했어요

 

마님의 법칙에
절도에 대한 처벌조항은 없으니

 

내가 만들어야겠군요

 

플로라, 술을 숨겨놨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죠?

 

티모시의 말 안장 밑에
술병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죠?

 

어제 제가 본 게 그거였군요

 

레니쉬산 포도주!

 

10분이 남아있었다

노예처럼 시간관념이 철저한
아버지가 약속한 15분 중에서...

 

작별 인사나 겨우 나눌 시간이었다

 

티모시, 당신은 이제 그만
당당한 척 해

 

울고... 소리치고...

 

용서를 빌어...

 

만시족답게

 

당신이 그토록 혐오하는 만시족답게

 

티모시와 당신들이 가진 자기 혐오가

 

날 떠나고 싶게 만들어!

 

당신은 가장 저질스런 협잡꾼이야

 

그리고 윌헴을 따르는 당신들은
모두 배신자야

 

흑인들이 언젠가 당신들의
변절을 알고 벌을 내리길 빌어

 

역겨운 놈들!

 

그레이스 아가씨 말씀이 맞습니다

 

우리는 아무리 욕을 먹어도 싸지

 

그런데 왜 그렇게 화를 내고 있지?

 

무슨 소리야?

 

뭔가 잊은 게 아닌가?

 

당신들이 우릴 이렇게 만들었어

 

아마도 아버지의 존재를
알리는 소리가 없었다면

 

채찍질은 영원히 계속됐을 것이다

 

그녀에겐 지금 도움이 필요했다

 

만덜레이는 역시나 세상에서
없어져야 할 곳이었다

 

그레이스는 아버지의
필체를 알아봤다

 

사랑하는 내 딸
또 아버지를 실망시키는구나

 

15분을 기다렸지만
내가 너무 마음이 약한 나머지

 

울타리 쪽으로 가서
네가 잘 지내는지 살짝 훔쳐봤다

 

놀랍게도 네가 처음으로
잘하고 있는 듯 보였다

 

네가 자랑스럽단다
언젠가 우리가 만나면

 

만덜레이에 새 시대가 왔다는
의미를 얘기해줬으면 좋겠다

 

널 사랑하는 늙은 바보 아빠가

 

투표는 훌륭한 제도이나

 

시간은 토론을 통해서
정할 수 없다는 사실이

 

여기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그레이스는 짧은 시간 안에
도망갈 방향을 결정해야 했다

 

그들은 아버지의 예언대로
횃불을 들고 있었다

 

그레이스는 너무 급해서
도망자 버트를 알아채지 못했다

 

다른 인종에게 후했던 버트는
멀리 가지 못했다

 

그레이스는 화가 치밀었다

 

만덜레이는 미국의 부정적인 모습을
너무나 극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미국은 물론
다양한 면을 갖고 있지만

 

흑인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돼 있다고?

 

그건 사실이 아니었다

 

미국은 조심스럽지만
손을 내밀었다

 

누구든 그 도움의 손길을
거부했다면

 

오로지 스스로를 탓할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