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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막 : 김 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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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우가르테
나의 길 - 군인의 회고록"

 

" 공작 "

 

당연하게도 우리의 공작님은

 

세계 각지에 사는 인간의 피를
맛봤습니다

 

물론 잉글랜드 혈통을
가장 선호하죠

 

뭔가 로마 제국의 느낌이
있다더군요

 

바이킹 가죽의 맛이라나

 

정의하기 어렵습니다

 

맛이 쓰고 색은 어둡다고 했죠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공작은 남아메리카 사람과
노동자의 피도 맛봤습니다

 

딱히 추천하지는 않았죠

 

맛이 형편없고
개 비린내가 난답니다

 

입술과 입천장에 몇 주간 맴도는
교양 없는 향취라고요

 

이 희극은 수백 년 전에
시작됐습니다

 

배경은 물론 프랑스였죠

 

어린 클로드 피노슈는
파리의 오래된 보육원에서

 

20년 가까이 살았습니다

 

부모가 누군지는 아무도 몰랐죠

 

훗날 루이 16세 군대의
자랑스러운 장교가 됐습니다

 

밤에는 술을 마시며
술집 매춘부들을 쫓아다녔죠

 

그러던 어느 날 군인 피노슈는
자신의 정체를 알게 됐습니다

 

다음 날 아침 매춘부들이
피노슈에게 말했습니다

 

그가 취한 상태로
한 매춘부의 목덜미를 물었다고요

 

기억 안 나, 말도 안 돼

 

내가 만약 그랬다고 해도
전혀 기억이 없어

 

- 이게 뭐야?
- 죽여버릴 거야

 

- 무슨 짓이지?
- 죽어라!

 

머지않아 루이 16세에게
저항하는 혁명이 발생했습니다

 

피노슈는 자신이 섬기는 왕을
보호하는 대신

 

저버리는 선택을 했죠

 

농민처럼 옷을 입고
혁명가 행세를 했습니다

 

귀족들이 공개적으로
처형되는 모습을 지켜봤죠

 

마리 앙투아네트의 목에
칼날이 떨어지는 모습을요

 

자유에 만세를!

 

피노슈는 자신의 힘을 이용해
모든 혁명에 맞서기로 결심했죠

 

참수된 왕의 영원한 신하로서요

 

"클로드 피노슈"

 

첫걸음은 역사에서
사라지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의 장례식에도 참석했죠

 

안녕, 클로드 피노슈

 

그는 한 여자의 무덤을 훼손해
머리를 훔쳤습니다

 

왕비의 무덤을 파헤친 뒤에

 

그녀의 머리를 치우고
그 자리에 훔쳐 온 머리를 뒀죠

 

"마리 앙투아네트"

 

그 뒤에 약간의 현금을 챙겨
프랑스를 떠나 사라졌습니다

 

수 년이 흐르고
흡혈귀 피노슈가 다시 나타나

 

아이티, 러시아와 알제리에서
일어난 혁명에 맞서 싸웠습니다

 

하지만 단순한 군인 노릇에 지쳐
지휘관이 되기로 결심했죠

 

그리하여 그는
왕이 없는 나라를 택했습니다

 

남아메리카에 위치한
보잘것없는 나라였죠

 

나,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우가르테 소위는…

 

1935년, 그는
자신이 선택한 이름으로

 

왕 없는 농민의 땅 칠레에
모습을 다시 드러냈습니다

 

법과 규정에 따라
의무를 다하겠습니다

 

상관의 명령에 복종하며…

 

목표는 분명했습니다
왕이 되는 거였죠

 

용감하고 명예로운
군인이 되기 위해…

 

하지만 곁에 여자가 있어야
계획이 완성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자신보다 더욱 삐딱하고
부도덕한 여자를 선택했죠

 

바로 루시아 이리아르트입니다

 

수십 년이 흐르고 장군이 된 그는

 

사회주의자 대통령
살바도르 아옌데를 몰아내려고

 

1973년에 쿠데타를 일으켜
총독 관저에 폭탄을 투하합니다

 

바나나 공화국 마피아 은신처에
거주하는 포주처럼 보이긴 했지만

 

사실 이 작은 장군은
볼셰비키의 장악으로부터

 

칠레라는 나라를 구해낸 사람이죠

 

그는 사적인 자리에서
'공작'이라 불리길 원했습니다

 

그는 칠레를 정복해
번영을 누리게 하고

 

절대 권력에 올라

 

그 누구도 꺾을 수 없는
백만장자가 됐습니다

 

아우구스토 피노체트는 40년 동안

 

유명하고도 우수한
칠레 공화국의 총사령관이었습니다

 

범죄와 부패에 관한 혐의로
부당하게 궁지에 몰리자

 

그는 다시 한번
죽음을 위장하기로 결심했죠

 

그러기 위해
심장박동이 멈출 때까지

 

몇 달간 피를 마시지 않았습니다

 

아빠, 괜찮으세요?

 

- 부축해 드려요
- 엄마!

 

부축해요!

 

어디 아프세요?

 

혼자서는 안 되겠어, 도와줘

 

- 너희 아빠는 괜찮단다
- 뭐가 괜찮아요?

 

아빠!

 

대체 무슨 일이야?

 

- 아빠!
- 맥박 짚어 봐

 

- 아빠, 하나도 안 웃겨요
- 짚을 줄 몰라

 

감사했습니다, 장군님

 

살인자

 

만세!

 

"새로운 시장
국내에 집중하는 칠레"

 

칼로 사람을 찌를 때
가슴 중앙은 피해야 합니다

 

그랬다간 심장이 뚫리니까요

 

너무 손상되겠죠

 

목의 동맥부터 베는 게
훨씬 낫습니다

 

성대까지 절단되는 장점이
있기도 하죠

 

그렇게 하면
비명을 지를 수 없습니다

 

여전히 뛰고 있는 심장의
촉촉한 근육을 맛보고 나면

 

평범한 인간으로
돌아가기 힘들다고 합니다

 

이제 잠들 때가 왔네요

 

어둡고 습한 곳을 찾아야 하죠

 

아마 지하 감옥이나
하수도일 겁니다

 

여자의 몸 속일 수도 있겠죠

 

이토록 온순하고 순결하며
앳되어 보이는 얼굴이지만

 

사실은 난폭하고
까다로운 여자입니다

 

물론 사랑스럽고
신과 같은 모습이긴 하죠

 

하지만 무엇보다
어리고 맛이 좋습니다

 

수녀원장은 최고의 퇴마사 수녀를
보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변하지 않는 여자

 

진정한 여자 말이죠

 

부인

 

어디 보자

 

이 짐승 같은 인간은
표도르 크라스노프입니다

 

러시아 혈통 해충이죠

 

어제 그이가 뭘 먹었지?

 

오늘과 같습니다

 

늘 그랬듯이 채소만 드셨죠

 

보드카로 이뤄진
굳건한 코사크 사람입니다

 

이해가 안 되네

 

죽고 싶다면서
피를 끊을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사냥을 한다고?

 

이상하긴 하죠

 

장군에게 가장 충성하는
유일한 신하입니다

 

그이가 죽는 건 싫어

 

어떻게든 도와드리겠습니다, 부인

 

그럼 경의를 표하게

 

준비해, 아이들이 곧 도착할 테니

 

장군님의 재산을 가로채려고요?

 

내 재산을 노리고 있어

 

이리 주시죠

 

이 다섯 형제는

 

20년 가까이 칠레를 통치했던
가족의 남은 구성원입니다

 

그들은 아버지가 산티아고로 가서

 

심장을 사냥한 이유를
알아내려고 왔죠

 

끔찍한 대학살이었습니다

 

"방주"

 

아빠가 노년에 잠잠해질 거라고
생각했겠지만 틀렸어

 

누가 심장을 사냥하는 건지
모르잖아

 

- 모른다고?
- 전혀 모르지

 

뭐 아는 거 있어?

 

너만큼 몰라

 

- 여기 비난하는 사람 없어
- 나도 마찬가지야

 

순진하게 굴 때는 지났어
다들 이유가 있어서 모였잖아

 

난 부모님이
돈을 준다고 해서 왔어

 

네가 안 올까 봐 그렇게 말한 거야
멍청하기는

 

- 그럼 아무것도 안 준대?
- 그만 좀 해

 

당연히 주겠지, 진정 좀 해

 

안 줄 거야, 단 한 푼도

 

우리가 직접 찾아야 해

 

온갖 서류, 문서나 파일에
숨겨져 있겠지

 

다들 살인 사건 때문에
겁에 질렸더라

 

누군들 안 그러겠어?

 

사람 심장을 통째로 뜯어가는데

 

끔찍하군

 

범인이 빨리 잡혀야 할 텐데

 

- 누구?
- 살인마

 

- 지금쯤 찾았어야지
- 누가?

 

경찰

 

경찰이 여기까지
들쑤시진 않았으면 좋겠어

 

유산을 받을 때까지
평생 기다리는 건 아니라고 봐

 

평생은 아니지

 

제명보다 오래 사는 사람도 있잖아

 

- 그렇게 생각해?
- 그럼

 

그들은 닥치는 대로
모두와 관계를 맺고

 

온갖 자동차를 부수고
파티를 열면서

 

값싼 와인과 모조 벨벳에
나랏돈을 낭비했습니다

 

전쟁에서 승리하고
나라를 새롭게 세웠죠

 

후에 그들은 힘을 잃고
명예를 박탈당했습니다

 

"고농축 칠리고추"

 

총사령관이 흡혈귀라는 사실은
온 가족이 알고 있습니다

 

가족 중에서 유일했죠

 

자식은 단 한 명도
물지 않았습니다

 

자연의 질서에 따라
살기를 원했거든요

 

반갑구나

 

안녕하세요, 장군님!

 

흡혈귀는 사랑 없는 삶을 산다고
누가 그랬을까요?

 

문제는 육체보다
사랑이 먼저 죽는다는 겁니다

 

비극적이게도 흡혈귀는
사랑이 영원하지 않다는 걸 알죠

 

여기 보이는 젊은 육체가
그들에게 고통을 줄 겁니다

 

이 하얗고 순수한 육체는
꿈을 파괴하고 불행을 가져올 테죠

 

그녀도 알고 모두가 압니다

 

그래서 선택받은 거죠

 

수학에 특출난 재능으로
선택받기도 했습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액수를
계산하는 그 능력으로

 

측량사나 엔지니어가
됐을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하나님이
그녀의 마음을 훔쳤습니다

 

적어도 그녀는 그렇게 믿었죠

 

하나님의 어머니, 성모 마리아시여

 

지금과 우리가 죽을 때에
죄인들을 위해 기도하소서, 아멘

 

은총 가득하신 마리아시여
주님께서 함께하시니

 

여인 중에 복되시며

 

태중의 아들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

 

다들 무슨 일로 모였지?

 

아빠가 걱정됐어요

 

그러시겠지

 

전에도 죽을 뻔했고
작별 인사를 몇 번이나 했으니까

 

누가 산티아고에서
사람 심장을 뜯어 먹었대요

 

누가?

 

범인이 나일 수도 있겠지만
그건 말이 안 돼

 

날 경멸하는 나라에서
내가 계속 살고 싶겠어?

 

경멸하다뇨

 

아니에요

 

- 경멸할 수밖에
- 나라가 배은망덕한 거죠

 

그래, 은혜를 모르는 나라야
정말 골치 아프군

 

물론 내가 실수를 하긴 했지

 

돈 문제로 말이야

 

정말요?

 

뭐, 알잖아

 

- 뭘 알아요?
- 아뇨, 우린 아무것도 몰라요

 

상황이 엉망이야

 

매일 너희 엄마가
세계 각지에 숨겨둔

 

계좌나 부동산이 있냐고
물어보는데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
별수 있나, 전혀 모르겠는데

 

그런데 며칠 전에 돌이켜 보니
뭔가 떠오르더군

 

뭔데?

 

지하실에 오래된 책이 몇 권 있어

 

변호사와 전직 장관의 도움으로
서류도 숨겨뒀지

 

글쎄, 계좌나 영수증이나
계약서 같은 것들

 

누가 알겠나?
하지만 가치가 있을지도 몰라

 

공작은 숨겨뒀던 재산을

 

자식들에게 물려주기로
결심했습니다

 

정말 놀랍네요

 

지금껏 기다리게 했는데
이해할 수 없군요

 

왜 훗날 우리가 쓸 돈을
버리려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아빠?

 

왜 하필 지금이죠?

 

그동안 잊고 있었는데
이제 기억났으니까

 

전에도 수천 번은 물어봤을 텐데

 

여태껏 기억이 안 났어
그래서 지금 말하고 있잖나

 

왜 다들 이렇게 죽상이야?

 

기뻐해야지

 

그 서류에 가치가 있다면
나눠서 가지도록 해

 

반은 엄마에게 주고
나머지는 너희끼리 나누거라

 

왜소하고 가증스러운 루시아에게

 

대체 어떤 감정을 느끼는 건지
모르겠네요

 

화려하게 치장한 농민일 뿐인데요

 

평생 한 짓이라고는 다리를 벌리고

 

군인과 간통한 것밖에 없죠

 

그럼 이만 들어갈게, 피곤하군

 

난 아마 오늘 밤에 죽겠지

 

모두 행운을 빌어
다들 정말 사랑한다

 

내 마음을 다해, 진심으로

 

한 말씀 드려도 될까요?

 

해 보게

 

사랑합니다, 장군님

 

사랑해요, 아빠

 

- 사랑해요
- 사랑해요

 

- 사랑해요
- 사랑해요, 아빠

 

루시아

 

애들 앞에서
그런 말은 하고 싶지 않아

 

난 당신에게 끌려

 

날 흥분하게 해서 좋아
추잡한 여자 같으니라고

 

죽기 전에 나한테
그 대포를 보여줄 건가?

 

예전처럼 땀도 흘리게 하고?

 

산적의 말처럼
당신 위에 올라타야지

 

1990년대 후반

 

부도덕한 과업을
오랫동안 해낸 공로를 인정받아

 

표도르는 공작에게 물려
흡혈귀가 됐습니다

 

늘 무자비한 살인자로서

 

미국 국방부 기관에서
기술을 배웠고

 

독재 정부 시절, 비야 그리말디
강제 수용소를 설치해

 

수백 명의 혁명가를
직접 처형했습니다

 

사냥을 나간 게 자네였어?

 

아닙니다, 저는 그럴 필요 없죠

 

굉장합니다
집사와 안주인의 밀회라니요

 

오래전부터 존재했지만
혐오스러운 범죄죠

 

서류는?

 

부인

 

돈 말이야

 

실례하겠습니다

 

루시아는 아마 알고 있을 겁니다

 

표도르가 언젠간
자신을 물 수도 있다는 걸요

 

공작이 지난 60년간 그랬던 것처럼
물기를 거부한다면 말이죠

 

난 왜 죽을 수가 없지?

 

- 죽기 싫으니까
- 죽고 싶어

 

250년이나 살았다고

 

그만큼 더 살 수도 있어

 

그렇게 오랜 시간을
더 살고 싶지는 않아, 맙소사

 

왜?

 

다들 날 도둑이라 부르니까

 

살인자든 뭐든 괜찮지만
군인한테 도둑은 아니지

 

난 공산당원을
수백 명이나 죽였다고

 

하지만 사람들은 평생
날 도둑이라 부르겠지

 

그건 나에 대한 모욕이야

 

하지만 훔친 건 맞잖아

 

이건 어때? 내 목덜미를 물어

 

밤에 피를 구하러
함께 사냥도 하는 거야

 

그 뒤에 지하실로 가자
당신이 심장을 보관하는 곳

 

거기서 같이 먹는 거야

 

그럼 다시 젊어지겠지

 

그 뒤에 새 이름을 지어서
다른 나라로 가면 돼

 

15살의 모습을 하고

 

군대도 새로 결성하면 되지

 

왜 죽을 수 없는 건지
이해가 안 돼

 

내 음식에 피를 넣었구나

 

내가 죽을 수 없도록
음식에 피를 섞은 거야

 

- 맞지?
- 아니야

 

'아옌데 대통령님
군대는 절대 배신하지 않습니다!'

 

뭐야?

 

내가 그렇게 말했어

 

그리고 바로 다음 날
그분을 배신했지

 

내가 제안했잖아

 

그건 아무도 몰라

 

내 오랜 복수였지

 

난 임무 중이었고
그 임무를 완수해야만 했어

 

무정부주의자를 짓밟는 것

 

노동 조합원, 공화주의자와
해방된 노예들도 짓밟아야 했지

 

그러다 날 사랑하게 됐지

 

우린 60년이나 함께했어

 

뭘 더 원해? 다 가졌잖아
아이들에 손주들까지

 

당신은 이 사막 같은 나라의
여왕이었어

 

대체 뭐가 불만인데?

 

매일 밤 브랜디를 마시고
대화도 하고 손을 잡고 자는데

 

뭘 더 원하는 거야?

 

당신 같은 짐승이 되고 싶어

 

아니, 이것보단
서류가 더 많을 거야

 

영어로 된 거

 

은행 서류, 채권
자기앞수표, 무기명 문서나…

 

그런 거 말이야

 

이런 거?

 

어디 보자

 

이런 거 말이구나

 

네 친구는 온대?

 

- 친구 아니야
- 누구?

 

그 회계사한테 말했어?

 

그럼, 자기는 못 온다고
조수를 보낸대

 

지금?

 

- 그러기로 했어
- 난 동의한 적 없는데

 

- 믿어도 되는 사람이야?
- 응, 군인 집안이야

 

- 하지만 여자잖아
- 그렇지

 

실례합니다

 

젊은 분인가요?

 

- 네
- 그게 무슨 상관이죠?

 

상황을 이해하고
언론에 알리지만 않으면 됩니다

 

보수를 줘야 해?

 

당연하지, 두둑하게 줘야
배신하는 일 없을 거야

 

서류는 이게 전부인가요?

 

장군님께 확인해 봐야겠습니다

 

하지만 더 있을 겁니다

 

우리 부자 되겠네

 

맞아

 

- 고마워요
- 이리 주세요

 

감사합니다

 

좋은 아침입니다

 

드디어 왔군요, 아빠!

 

왜?

 

우릴 도와주러 회계사가 왔어요

 

이름이 뭐지?

 

카르멘이에요

 

카르멘시타

 

장군님이 갖고 계신 은화를 세고
금의 무게를 재러 왔어요

 

물론 아무도 모르게요

 

그거 잘됐구나

 

하지만 남은 재산이 많지 않아
난 가난하거든

 

그럼 갖고 계신 줄 몰랐던 재산을
찾아드릴게요

 

- 프랑스어야?
- 그래

 

서툴렀다면 용서해 주세요
제 발음도 괜찮으세요?

 

태양왕이 쓰시던 언어를
잊어가는 것 같네요

 

반역과 전쟁의 언어는
절대 잊히지 않지

 

그렇겠죠

 

신약 성서에 따르면 하나님은
프랑스어만 이해하신답니다

 

제 기억이 맞는다면

 

프랑스어로 속삭이는 자들에게
사랑으로 귀를 기울이신대요

 

하나님은 자신이 꿈꾸던
아름다움을 사랑하지

 

허영심 많은 예술가일세

 

여자라는 존재를
완벽하도록 만든 예술가

 

아름답네요

 

그래

 

정말 아름답지

 

- 감사합니다
- 별말씀을요

 

편히 쉬세요

 

그럼 이만

 

빙의가 된 것 같아요

 

주님 원수의 자식을
평생 업고 다니는 것과 같죠

 

잠깐

 

악마가 몸에 들어간 것 같다고요?

 

- 네, 맞아요
- 어떻게요?

 

상처를 통해 들어갈 때도 있어요

 

전장에 나가는 군인들이
겪는 일이죠

 

남성이 남색 행위를 하는 동안

 

항문을 통해
들어가는 경우도 있고요

 

말조심해요

 

아빠는 늘 애국적인 군인이셨어요

 

그럼요, 그럼 전쟁 중에
다친 곳을 통해 들어갔겠네요

 

- 네
- 당연하죠

 

이봐요

 

애초에 이렇게 태어난 거면요?

 

어쩌면 그런 부류의
짐승일 수도 있지 않나요?

 

지옥에서 온 짐승요?

 

네, 영혼 없는 남자, 개 말이에요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짐승도 있긴 해요

 

영혼이 없는
악마 같은 존재 말이죠

 

가슴 속에 검은 연기만 가득합니다

 

구원받을 수 없는 존재예요
죽이는 수밖에 없죠

 

아빠가 고통받는 건 싫어요

 

솔직히 말하면
험한 싸움이 될 거예요

 

사탄은 한심하고 극단적이지만
지칠 줄 모르죠

 

제가 힘이 빠지면
절 죽일지도 몰라요

 

그건 상관없어요

 

- 이런
- 농담이에요

 

- 이봐요
- 네?

 

아빠를 조심스럽게 대해 줘요

 

폭력은 악마의 방식이죠
신의 사랑으로 질식시킬게요

 

성수로 태울 겁니다

 

악마가 물러나면
장군님은 힘이 빠질 거예요

 

힘 없이 누워 계시겠죠

 

만약 살아남는다면
늘 영혼이 존재했다는 뜻입니다

 

단 1g이라도 선한 영혼이 있다면

 

그건 성령의 것일 테니
제가 구해낼 거예요

 

이 문서에는 아파트가
12채 언급되네요

 

이렇게 일하지 않고
수익을 창출하는 투자 방식은

 

일을 하지 않으려는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죠

 

14채일 텐데요

 

14채요?

 

- 그런 기록은 없어요
- 뭐요?

 

- 어떻게 부동산이 사라지죠?
- 됐어

 

12채든 14채든 뭐가 달라?

 

아니, 명확하게 해야지

 

나한테 넘어올 재산인데

 

- 네 재산?
- 그래, 내 재산

 

조용히 해, 일 좀 하게 놔둬

 

방해돼요?

 

아뇨, 괜찮습니다

 

질투하고 과격해지는 걸 보면
즐거워요

 

이렇게 비이성적인 태도는
서로를 배신하게 만들거든요

 

제 전략은 혼란을 일으키는 겁니다

 

그럼 비난과 배신이
뒤따르게 마련이니까요

 

방해 안 된다는 거죠?

 

- 전혀요
- 내가 방해돼, 서류 좀 읽자

 

CEMA 칠레가 뭐죠?

 

칠레 어머니 센터요
거기 쓰여 있잖아요

 

"부동산 개요"

 

무기와 장비 판매로 벌어들인
육군 지휘 본부의 자산을

 

CEMA 칠레로 빼돌렸다고
나와 있는데, 맞나요?

 

엄마?

 

그걸 증명할 회계 서류는 없어요

 

CEMA 회장이 영부인이라고
적혀 있어요, 당신이죠

 

예비금 또한 대사관 부속 사무실과
군 참모총장에서

 

CEMA 칠레로 이전됐네요

 

이런 정보를 찾은 건 잘된 일이지?

 

이해가 안 돼요

 

여기서 엄마 유산을
논하는 거예요?

 

- 나 아직 살아있어
- 오늘내일하죠

 

거짓말에 거짓말이
꼬리를 무는군요

 

그 거짓말 덕분에
넌 백만장자가 될 거야

 

아빠가 돌아가실 거라면
문제를 해결해야지

 

뭐 때문에 싸우는 건지 모르겠네

 

재산이 새로 드러나는 즉시
전부 너희에게 전달할게

 

- 겨울 별장처럼
- 겨울 별장이라뇨?

 

- 라파르바에 있는 거요?
- 아니, 아스펜

 

미국요?

 

안 돼, 다들 스키 타는 걸
싫어해서 내가 받은 거야

 

이참에 배워야겠네

 

공평하게 나누는 거 아니었어요?

 

그래, 근데 겨울 별장은
나한테만 주셨어

 

부당한 건 못 참아

 

장군님의 사건을
훑어보고 있었어요

 

추잡한 비방을 읽어 본 결과

 

장군님이

 

칠레인 수천 명을 실종시키고
살해하라고 명령했다네요

 

- 내가?
- 네

 

비밀문서에 관해서도
불리한 증거가 있어요

 

불법으로 얻은 자산요

 

그래서 장군님이 재판부로부터
자산을 숨겼다는 생각이 들어요

 

맞아, 그래서 죽으려던 거야
다들 사사건건 참견하니까

 

네, 하지만 죽음을 위장하셨죠

 

장군님은 지금도 봄날의 황소처럼
건강해 보이시는데요

 

- 그래?
- 네

 

놀랍군

 

숨겨둔 계좌가 어디 있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물론이지, 애들이 일을 안 해서
현금을 인출해야 했어

 

- 굶어 죽는 건 안 되니까
- 그렇죠

 

- 도둑으로 생각하진 말게
- 아닙니다

 

도둑은 남의 재산을 훔치죠

 

장군님은 힘을 이용해
부를 얻었고요

 

- 맞아
- 그게 유일한 방법이니까요

 

난 과묵한 장군이었어

 

지식인이었지

 

아옌데의 마르크스 레닌주의
정권을 타도하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켜야 한다고
설득당하기 전까지 말이야

 

그 뒤로 향수 냄새가 진동하는
신사들에게 둘러싸이게 됐어

 

굉장히 세련된 남자가 와서는
내게 돈을 주겠다고 했지

 

내가 당황하니까 이러더군
'걱정 말아요'

 

'카리브해 은행 계좌도
만들어 줄게요'

 

그래서 승낙했지

 

얼마 안 가서 그 남자가
부탁을 하나 했어

 

쥐꼬리만 한 금액에
국영 기업을 매입하고 싶다더군

 

그 남자가 날 협박하고 있다는 걸
그때 깨달았지

 

그 뒤로 사람들이
나와 대화를 하려고 몰려들었어

 

나한테 온 세상을 제안했지
간단히 말해서 난 부자가 됐어

 

루시아가 화장실 천장에
샹들리에를 달 정도로 말이야

 

난 공산주의를 물리쳤다며
세계적으로 유명해졌지

 

비열한 조작에 희생된 건
참 안타까워요

 

장군님도 모르는 사이에
독직에 가담한 거니까요

 

영혼 없는 사업가들로부터
무심코 보수를 받았을 뿐인데요

 

맞아, 난 그동안
피해자였을 뿐이야

 

장군님이 총사령관이다 보니
믿기는 힘드네요

 

영웅으로서 그 사업가들보다
영리해야 하니까요

 

당연하지

 

교회가 운영하는 자선 단체에
기부할 생각은 해 보셨어요?

 

내가 그랬다면
아이들한테 죽었을 거다

 

원하시던 바 아닌가요? 죽는 거요

 

그렇긴 하지만, 지금은…

 

삶을 새롭게 시작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어

 

진정 똑같은 지옥이 반복되길
원하신다면

 

서류에서 누락된 자산을
찾아봐야겠네요

 

좋은 생각일세

 

사적인 질문을 하는 건
직업상 어쩔 수 없습니다

 

저는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라
솔직하게 대화를 나누고 싶어요

 

잘됐네, 좋아

 

새로운 삶을 살면서
뭘 파괴할 생각이시죠?

 

헤이그의 국제 재판소

 

그다음은 잘 모르겠네

 

생각을 깊게는 안 했어

 

이제서야
죽지 않기로 결심했으니까

 

남자가 사랑에 빠지는 걸
보는 것보다 끔찍한 건 없습니다

 

제 존재가 영감이 됐길 바랍니다

 

물론이지

 

심장을 도려낸 신체보다
보기 힘들죠

 

죄인들이 말하길

 

제 몸은 두 번째 기회를
불러오는 뭔가가 있다더군요

 

- 그게 뭐지?
- 모르겠어요

 

극락조화 향이 나서 그런가 봐요

 

땀 냄새를 바꾸는
호르몬 덕분일 수도 있고요

 

자네 냄새는 맡아지지 않는데

 

아빠는 식사하러 안 오시나?

 

들어오실 건가요?

 

당연히 들어가야지

 

이건 오래된 피입니다

 

늙은 신체에서 도려낸
오래된 심장이죠

 

신선한 피처럼
생명을 연장시킬 수 없습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당신의 이름을 거룩하게 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뤄지게 하소서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우리가 우리에게 잘못한 사람을
용서해 준 것 같이

 

우리 죄를 용서해 주시고

 

우리를 시험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아멘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당신의 이름을 거룩하게 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성모 마리아 만세

 

사냥하러 가지 마십시오

 

왜지?

 

시간 낭비하기 싫습니다
제가 도와드리고 있잖습니까

 

실수하지 말게
자네의 도움이 맘에 안 드는군

 

공산당원을 죽이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어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쾌락을 위해 살인하라고
병사들에게 가르쳤죠

 

여자 가슴에
전기 충격을 주는 것도

 

쾌락을 위해서였나?

 

사랑도 담았죠

 

쾌락이라

 

내가 자네를 물었을 때
자네는 바지를 벗었지

 

이유가 뭔가?

 

사냥하지 마십시오, 장군님

 

그 회계사는 수녀입니다

 

나한테서 악마를
쫓아내려고 한다더군

 

하지만

 

내 안에는 아무것도 없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린 밤의 짐승일 뿐이지

 

장군님 같은 도둑을 위해
밤이 존재하는 겁니다

 

저는 살인을 즐겼고

 

장군님은 절도를 즐기셨죠

 

나도 살인을 즐겼어

 

하지만 난 농민처럼 살 수 없어
표도르

 

내가 원하는 걸 지을 만한
토대가 필요해, 단단한 걸로

 

날 도와줄 사람도 필요하고
자네 같은 하인 말이야

 

남의 뒤처리나 하면서
살 수는 없지

 

뒤처리라뇨?

 

자네와 루시아의 뒤처리 말이야

 

건드린 적 없습니다

 

아직은 없나?

 

없습니다

 

그럼 어서 건드려 보게

 

하지만 쾌락의 울음은 참도록 해

 

너무 여성스러우니까

 

내 아내를 가지도록 해
내가 주는 선물이야

 

마음대로 다뤄

 

하지만 재산은 내 몫이다

 

사진을 찍어도 될까요?

 

2007년, 당신과 형제들은
횡령죄로 수감되고…

 

우린 정치범이었어요

 

네, 하지만 폭행 혐의로도…

 

구마는 어떻게 진행할 거죠?

 

신의 사랑으로요

 

악마를 쫓아내지 못하면요?

 

- 그건 성령님께 달렸죠
- 헛소리 집어치워요

 

악마를 쫓아내지 못하면
어떻게 할 건지 말해요

 

비닐봉지로 죽이면 되죠

 

- 어떻게요?
- 머리에 봉지를 씌워서

 

질식시킬게요

 

- 그 뒤에…
- 성기를 자른다고요?

 

- 그럴 필요는 없어요
- 그냥 잘라 버려요

 

비밀 서류와 무기명 채권
자기앞수표에 관해 알고 있었나요?

 

- 네?
- 네

 

왜 진작 찾으러 오지 않았죠?

 

장군님이 죽음을
위장했을 때 말입니다

 

당신 말대로 좌파 판사들에게
조사를 받고 있었어요

 

신고되지 않은 재산을
찾으러 가는 건 어리석었겠죠

 

어쨌든 어머니가 기부금을
계속 받을 방안을 찾았어요

 

그 기부금 중에 일부는
우리가 받았죠

 

나이 든 여자의 심장을 먹는 건
큰 실수입니다

 

이 여자의 피는 차갑고 진하거든요

 

공작은 사냥을 멈춘 지
아주 오래됐습니다

 

그동안 솜씨가 떨어졌죠

 

미국 상원은 2001년
쌍둥이 빌딩 테러 사건 이후

 

테러 자금이 어떻게 조달됐는지
조사하려고

 

여러 금융 기관에

 

은행 비밀 보호법을
해제하도록 강요했어요

 

망할 미국 놈들

 

그러다 우연히
가명으로 만든 당신 계좌와

 

가족 계좌를 조사하게 됐죠

 

그 뒤에 오사마 빈 라덴과
장군님 사진을 나란히 뒀고요

 

계좌가 몇 개죠?

 

미국에 125개 정도 될 겁니다

 

대략적으로요?

 

판사가 찾은 개수예요
하지만 깊이 파고들지는 않았죠

 

독일, 바하마, 지브롤터 같은 곳은
조사하지 않았더군요

 

장군님은 불법 행위를 감추기 위해

 

다니엘 로페스를 포함한
범죄 가명을 여러 개 사용했어요

 

왜 그렇게 평범한 이름을
골랐는지 아세요?

 

범죄 가명이 아니에요

 

예명이라고 볼 수는 없죠
가명이잖아요

 

금융 범죄로부터 국가를 보호하는
법과 싸우려고 사용했죠

 

아빠는…

 

아빠가 백만장자로 만들어 준
사업가 수백 명의 재산과

 

맞먹을 정도로
큰돈을 벌어들였어요

 

그럼 고귀한 목적을 이루려고
평범한 불법 가명을 만든 건가요?

 

이 배은망덕한 나라의 법에 따르면
불법적인 짓이겠지만

 

신의 정의에 비추어 보면
축복받은 행위예요

 

아빠는 무술 전문가인 데다가
숨을 10분간 참을 수 있어요

 

혹은 더 오래요

 

- 더 오래요?
- 맥박도 마찬가지죠

 

엄마 생신날에
아빠가 쓰러지셨는데

 

의사들이 맥박을 확인하더니
사망을 선언했어요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있을까요?

 

아뇨, 이젠 진심으로
죽고 싶으시답니다

 

먼 친척의 이름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혹은 1980년대에 장군님이
다니엘 로페스를 죽이고

 

시신을 불태운 뒤에
바다에 던졌을 수도 있죠

 

아빠는 사람 못 죽여요

 

네, 그렇겠죠

 

그런 악랄한 짓은
신하들이 저질렀을 테니까요

 

제가 강조하는 건
장군님의 독특한 유머 감각이에요

 

다니엘 로페스를 죽인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잔인한 농담을 하려고

 

실종된 억류자의 이름을
사용했을 수도 있다는 거죠

 

말도 안 돼요
유머 감각이라곤 없는 분이에요

 

- 난 아빠를 사랑해요
- 알아요

 

하나님 같은 거 믿어요?

 

네, 그런 걸 믿죠

 

난 전통적인 가톨릭 학교 출신인데

 

프랑코가 죽자
수녀 셋이 자살했어요

 

신은 왜 악마를 계속 살게 할까요?
진작 죽였어도 되잖아요

 

그건 알 수 없죠
하지만 우린 주님을 믿어요

 

언젠간 주님의 바람 속에서
살게 될 것이기 때문에

 

그분의 이유를 모르는 것에
만족한다고 말합니다

 

- 이해되세요?
- 그럼요

 

하지만 내 안에 악마가 있다면요?

 

위스키, 남자, 자동차
비싼 운동화를 좋아하거든요

 

그것도 악마인가요?

 

사탄의 부름이 분명하네요

 

신이 우리한테 주는 게 뭐죠?

 

순수함과 진정한 사랑요

 

제 꿈은 언젠간
하나님의 얼굴을 보는 거예요

 

돌겠네

 

신은 우리가
악마에게 홀리나 보려고

 

우릴 이 세상에 보냈을 겁니다

 

난 유혹에 넘어갔죠
욕정이 심해서 문제예요

 

난잡하게 산답니다

 

굉장히 난잡하죠

 

미안해요

 

아뇨, 그러지 마세요
저도 동의해요

 

사실 저는 악마를 만나러
이 세상에 왔어요

 

악마와 더불어 살아가고

 

사랑을 주고
유혹에 넘어가기 위해서요

 

그래야 악마가 저를 만지겠죠
저도 악마를 만질 수 있고요

 

그럼 악마에게 모욕을 주고
쫓아낼 수 있겠죠

 

젊은 여성의 심장보다
영양가가 풍부한 건 없습니다

 

특정한 호르몬과
화학 요소가 들어 있어

 

불멸하는 남성의 피를 끓게 하죠

 

이번 피해자는 여성이 아닙니다

 

공작이 왜 이러는지는
알 수 없네요

 

당신 누이가
전부 얘기한 거 아세요?

 

뭐라고 했죠?

 

무겁고 들끓는 장군님의 영혼을
구해달라고 저를 부른 거예요

 

침략당한 영혼 말이죠

 

우리가 아주 오랫동안
바라던 겁니다

 

전쟁에서 승리한 장군은
남을 약탈하면서

 

돈을 벌 권리가 있어요

 

그럼요

 

당신 같은 상속인이
그 영광을 함께 나눌 수 없다니

 

굉장히 안타깝네요

 

무패를 자랑하는 칠레 군대가

 

장군님이 돈 세탁에
그걸 사용하도록 허락했다고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죠

 

내가 몇 년 전에 군대로부터
철강 회사를 매입했어요

 

값이 굉장히 쌌죠

 

파산했으니까요

 

몇 년이 지나고

 

군대 측에게 그 회사를
3백만 달러에 다시 매각했어요

 

그게 얼마였더라?
이익을 1,000%나 봤죠

 

수학에 소질이 없어서
정확하게는 모르겠네요

 

파산한 회사를 되살린 건가요?

 

아뇨, 여전히 파산 상태였어요
난 아무것도 안 했죠

 

그러니까 칠레 군대가
장군님의 수표로

 

파산한 제철소를 매입했다고요?

 

그렇습니다

 

그럼 총 3백만 달러에 달하는
세 장의 수표를

 

워싱턴의 비밀 계좌로
가명을 이용해 입금했다는 거죠?

 

맞아요

 

- 그렇군요
- 전부 몰래 진행됐어요

 

문제가 대두됐을 때
우린 조사받지 않았고

 

그냥 평소처럼 생활했죠

 

- 행복하고 자유롭게요
- 실례합니다만

 

장군님이 쿠데타를 일으키겠다고
협박해서 그냥 넘어간 거예요

 

네, 하지만 당시 기독교 민주당은
모두 동의했어요

 

효과가 있었죠

 

개인 수표 300만 달러예요
무려 300만이라고요

 

큰돈 같지만

 

다른 범죄에 비하면 그렇지 않아요

 

풀헨시오 바티스타나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와 비교해봐요

 

그 사람들에 비하면
우리 재산은 우습죠

 

그들은 부패했고
살인까지 저질렀어요

 

놀라울 정도로 단순하시네요

 

'우리 아버지는
다른 도둑보다 덜 훔쳤어'

 

악당만이 할 수 있는 말이에요

 

인간의 경험이라는 걸
불신하는 텅 빈 껍데기요

 

고마워요

 

이 집에 숨겨진 서류가 더 있나요?

 

아니요

 

어쩌다 서류를 이곳에
보관하게 됐는지 기억나세요?

 

헬기로 서류를 집까지 운반했어요
난 그때 없었지만요

 

그 뒤에 당신이
지하실에 숨겼나요?

 

아마도요

 

살아남기 위해 피를 마시다니

 

- 끔찍한 희생이겠네요
- 끔찍하죠

 

끝없는 삶을 유지하기 위해
그 많은 돈을 숨겨야 하는

 

굴욕을 상상해 보세요

 

그 돈이 어디 있는데요?

 

찾고 있어요, 우선 대답해 보세요

 

- 파나마에 계좌가 있나요?
- 네

 

- 그렇군요
- 6개요

 

7개네요

 

지금 그 계좌에서
돈을 송금할 수 있어요?

 

아니요

 

우린 수집할 가치가 있는 책을
매입했어요

 

아빠가 그런 걸 좋아하셨거든요

 

- 무슨 말인지 알죠?
- 모르겠네요

 

아빠는 쓸데없는 물건을
잔뜩 쌓아두셨어요

 

나폴레옹의 모자부터

 

오히긴스가 소유했던 검과

 

프랑스 왕비가 입던 드레스까지요

 

하나만 더 묻죠

 

그 집사는…

 

그분도 피를 마셔요

 

백계 러시아인이죠

 

볼셰비키를 수천 명이나 죽였어요

 

이 나라에 살던 자들이었죠

 

가족을 망명시킨
러시아 혁명에 대한 복수로요

 

여기서 고문하는 법을 가르쳤어요

 

아빠가 그의 열정에
고마움을 표현하려고

 

다리를 물어 불멸을 선물했죠

 

하지만 그 집사는
짐승 같은 놈이에요

 

히틀러처럼 고환이 하나뿐이고

 

평범한 음식도 못 먹죠

 

고기가 없으면
인간의 대변을 먹어요

 

동물 배설물도요

 

그래서 양치기 개의 항문을
핥는 거예요

 

못 봤어요?

 

 

아직은요

 

정치범 300명 이상을
살해한 혐의를 받았는데

 

자랑스럽겠네요

 

난 결백합니다

 

865년 형을 선고받은 걸로 아는데

 

어떻게 여기 계신 건지 의문이에요

 

당신과 이름이 같고
외모가 비슷한 사람이

 

감옥에서 형을
대신 살고 있기 때문이겠죠

 

난 그냥 나예요

 

칠레군은 내게 고문을
하나의 가치로 가르쳤어요

 

군인으로서 훈련받던 시절

 

칠레 정부에서 고용한 교사들이
가르친 대로 했을 뿐입니다

 

무슨 심정인지 알아요

 

뭔데요?

 

고문을 할 때는 고통 그 자체보다

 

두려움에 떠는 게
효과가 훨씬 좋습니다

 

괴롭게 기다리는 동안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되죠

 

나한테 무슨 짓을 할 거죠?

 

차가운 걸 집어넣을 겁니다

 

공작은 매년 대통령궁을 방문해

 

드디어 자신의 흉상을 세웠는지
확인합니다

 

아직이네요

 

참으로 옹졸합니다

 

역사는 절대 공평하지 않죠

 

그이가 날 물지 않아

 

날 물지 않는다고

 

그날 밤 심장을 사냥하러 간 건
그이였어

 

- 접니다
- 아니

 

제가 사냥을 나갔어요

 

그이였어
총사령관처럼 차려입고 나갔지

 

제가 장군님의 군복을
입었던 겁니다, 저예요

 

집사의 짓이었습니다

 

자신이 섬기는 장군처럼 차려입고

 

절대 권력에 대한 망상을 실현했죠

 

왕을 죽이기 위해
왕의 흉내를 낸 겁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배신한 거죠

 

자녀분들이
이곳에 오게 하려고 그랬어요

 

- 뭘 하려고?
- 장군님을 죽이려고요

 

장군님은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습니다

 

왜지?

 

누군가는 그걸 원하지 않으니까요

 

누군데?

 

누군지 몰라요

 

자네가 할 수 없으니
내 자식들에게 떠넘기는 건가?

 

전 못 합니다
제 다리를 물었으니까요

 

그이의 재산과 여자를
넘보는 거야?

 

그분의 여자가 누군데요?

 

 

내가 그 여자야

 

이젠 아닙니다

 

젊은 프랑스 회계사와
사랑에 빠진 것 같거든요

 

장군님은 훌륭한 말을
좋아하십니다

 

실례하겠습니다

 

이 세상의 왕자인 사탄에게 명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권능을 인정하라

 

그분은 사막에서 널 물리치고

 

정원에서 널 정복하고
십자가에서 네 힘을 빼앗으셨다

 

후에 무덤에서 부활함으로써
네 힘을 천국으로 전달하셨다

 

사탄이여, 인류를 속이는 자여

 

네가 악함을 불어넣은 하나님의
사람을 떠나라고 명령한다

 

하나님께서 기름 부으신 이 사람을
거룩한 성전으로 남겨라

 

"최종 보고서
피노체트 가문"

 

저요

 

이제 남쪽으로 향할 때가 됐습니다

 

또 다시요

 

이 반구에서 전쟁에 맞서 싸운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니까요

 

이번에는 우리 공작님이
선을 넘었기 때문에 가는 겁니다

 

보수적이라고 해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유치한 관계는
용납할 수 없죠

 

제 방에서 이야기를
계속할 수 있을 줄 알았건만

 

이제는 달리 방법이 없군요

 

이 서류와 돈이면 교회 측이
칠레 군대와 정부를

 

갈취할 수 있어

 

어머니를 도와주려고
돈과 보석과 현금을 기부한

 

사업가들까지 말이야

 

카르멘은 그냥 어린애잖아

 

꼬맹이

 

깨끗한 정신을 가졌지

 

아름다운 범죄자야

 

나보다 나아

 

돈을 훔치러 온 거야

 

그 나쁜 년

 

- 재수 없어
- 모든 걸 말했는데

 

훔쳐 가겠네

 

- 전부 다
-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니야

 

- 우릴 협박할 거야
- 아냐, 머저리

 

우리 재산을 훔치고 우릴 능욕하고

 

나머지를 협박하겠지

 

- 저게 유일한 사본이야?
- 방을 확인해야겠어

 

돈은? 돈은 어디 있는데?

 

가방 확인해 봤어?

 

- 이해가 안 돼
- 그 여자가 아빠를 죽일 거야

 

- 수녀한테 죽겠네
- 그리고 날 탓하겠지

 

그 여자가
말뚝과 은 망치를 가져왔어

 

- 성수와 이상한 도구까지
- 뭐?

 

말뚝과 은 망치를 가져왔다고

 

- 귀먹었어?
- 날 죽일 순 없어

 

그럴 리 없잖아

 

한 번 속았으니 더는 안 속아

 

- 엄마는 어디 가신 거야?
- 표도르와 계셔

 

나도 못 죽여
꼬맹이한테 죽을 순 없지

 

카르멘을 죽여야 해

 

안 됩니다
제가 장군님한테 먼저 죽어요

 

나보다 그이한테
더 충성하는 거야?

 

부인을 물어드릴게요

 

- 안 돼
- 지금 목덜미를 물겠습니다

 

여기서 여왕은 나야

 

까불지 마

 

저는 이 세기의 이방인입니다

 

부인께는 영원한 생명이죠

 

날 물고 싶다면
그이부터 죽이도록 해

 

실례하겠습니다

 

날 위해 전쟁에서 승리…

 

뭐야?

 

이거 놔!

 

마거릿?

 

이 행운아는 누구지?

 

글쎄요, 모르겠네요

 

얼마 전에 만났어요
함께 휴가를 떠날 겁니다

 

옷 입거라

 

다시 보니까 반갑네요
돌아가신 줄 알았습니다

 

나처럼 역사 깊은 사람들이
주변에 있긴 하더군요

 

왜 저 여자를 물었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니까요

 

네 사랑은 나야

 

가장 오래된 사랑

 

난 오래전에
프랑스 남부의 포도밭에서

 

일하는 일꾼이었지

 

힘들었지만 굶어 죽진 않았어

 

때때로 마르세유에 상륙한
선원들은

 

양파나 포도를 따는 소녀들에게
욕정을 풀기 위해

 

들판을 들쑤시며 다니곤 했지

 

사나운 남자들이었어

 

당연히 그 남자는 날 강간했지

 

이상하게도
유난히 관심을 보이던 건

 

내 목덜미더군

 

날 탐하는 동안
자기 이름을 계속해서 말했어

 

- 스트리고이
- 스트리고이

 

자신이 노예 밀매자라고 했지

 

난 영원히 그의 노예가 될 거라고

 

몇 달 후 스트리고이가
날 흡혈귀로 만든 걸 깨달았어

 

아이까지 임신하게 됐지

 

다행히 스트리고이는 기회가
될 때마다 포도밭으로 돌아왔어

 

내게 저지른 일에 감사하려고
그를 다시 봐야만 했지

 

그 낭만적인 정사로부터
아름다운 아이가 태어났어

 

내가 돌볼 수는 없었지

 

1766년 2월 25일
넌 내 배에서 태어났단다

 

네 이름이 적힌 쪽지와 함께

 

바구니에 널 넣었어

 

"클로드 피노슈"

 

나, 마거릿 로버츠

 

온갖 수난을 겪은 시골 소녀는
다양한 삶을 살았어

 

해협을 건너 영국으로 향했지

 

1951년, 데니스 대처와 결혼해
그의 성을 받아들였어

 

날 '철의 여인'이라 부르더군

 

가차 없는 마거릿 대처

 

넌 네 엄마가 누군지
알 길이 없었어

 

2세기 동안 찾아 헤맸지만

 

너에 관한 소식은
전혀 들을 수 없었지

 

포클랜드 전쟁에서

 

넌 우릴 도와주겠다고 했어

 

네 엄마가 총리라는 사실도
모르는 채로

 

오랜 시간이 지나고
그 지독한 스페인 판사는

 

널 끌어내리기 위해 인권 문제로
국제 영장을 발부받았고

 

넌 런던에서 체포됐지

 

영국을 도와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려고

 

널 만나기 위해
버지니아워터스에 갔을 때

 

널 알아봤지만
한마디도 하지 않았단다

 

성명은 간단합니다
장군을 석방해야 합니다

 

그는 영국의 든든한 친구였어요

 

포클랜드 전쟁 동안
우리 편에 선 친애하는 동맹군

 

아르헨티나에 맞서
귀중한 군사 정보를 제공했습니다

 

피노체트의 재판은 영국이 아닌
칠레에서 진행해야 합니다

 

네 아버지는

 

흡혈귀 스트리고이야

 

네가 사랑하는 사람은 나란다

 

이제 함께 새로운 삶을 시작하자

 

하지만 그 전에
저 여자를 제거해야 해

 

아뇨

 

네 욕정을 다시 불러일으키기 위해

 

교회에서 온 계집을
허락한 건 나야

 

효과도 좋고 가슴이 뭉클했지

 

하지만 저 여자는
이제 죽어야 하고

 

네가 죽여야 한다

 

걱정 말거라, 모자간의 사랑은
누구도 이해할 수 없으니

 

루시아

 

저런 망할 늙은이

 

항상 당신이
내 남편을 노리는 걸 알았어

 

말조심해
촌스러운 여자 같으니라고

 

빼앗을 생각 없어, 내 거니까

 

이 여자를 물었어?

 

이 도둑놈을 만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문 거야?

 

잔소리는
표도르 냄새나 풍기는 주제에

 

여기까지 냄새가 날 정도야

 

배신자

 

그럼 엄마도
평생 안 죽게 된 거야?

 

카르멘시타까지

 

우린 망했어, 이제 아무것도 없네

 

뭐?

 

아빠가 죽지 않으면
우린 한 푼도 못 받아

 

서로 죽이면?

 

- 왜 그런 짓을 하겠어?
- 돈 때문에

 

아냐, 애증 관계잖아
두 분은 다른 종족이야

 

우월한 종족이지

 

우리가 죽이는 게 어때?

 

흡혈귀 넷을 죽이자고?

 

엄마는 죽일 수 없어

 

남아메리카 사람이었군

 

공작의 숨겨진 내실은
향수를 불러일으킵니다

 

프랑스 혁명 전에 누리던
왕실 생활을

 

우습게 재연했죠

 

그에게는 타임머신입니다

 

이제는 카르멘이
왕비 행세를 하고 있군요

 

마리 앙투아네트처럼요

 

네 거야

 

제 아들 역시 다른 남자들처럼
여자를 모르는 바보군요

 

많은 여자를 사랑하고
그중 몇 명은 불태웠지만

 

이토록 뻔한 계획을
눈치챌 만한 지혜는 없었습니다

 

끔찍한 늙은이

 

돈 없는 노인네

 

사랑 없는 늙은이!

 

이런

 

당신은 승리하는 법을 몰라

 

미모와 지혜는
양립할 수 없다는 게 사실이었군

 

터무니 없는 둘의 관계가
끝을 맞이합니다

 

그녀는 성령의 명령을 따르려고
목숨을 바쳤습니다

 

완벽한 종교광이죠

 

우리 교회는 부활해야만 해

 

주 예수 그리스도가
부활하셨던 것처럼

 

아멘, 몬시뇰

 

보고서가 완성되면
흡혈귀를 죽이고

 

사탄을 물리치도록 해

 

교회에 도움이 될 만한
무기명 서류를 발견한다면

 

전부 챙기도록 하거라

 

은행 서류, 계좌 번호나
회사 관련 문서

 

장관이나 기업인처럼
중요한 자들이 서명한 서류

 

뭐든 괜찮아
그들이 입을 열게끔 해

 

좋아

 

갈까요?

 

아빠?

 

아빠

 

이런

 

가시죠

 

아빠?

 

아빠

 

이곳을 약탈하러 온
속물적인 무리는 몰랐습니다

 

이 집의 진정한 보물은

 

제 아들이 평생 모아 온
책이라는 사실을요

 

나폴레옹이 형제에게 보낸 편지

 

다윈의 일기

 

아돌프 히틀러의 '나의 투쟁' 초판

 

칠레의 독립 선언서까지

 

다른 책은 수백만 파운드에
경매로 판매할 겁니다

 

공작이 이룬 성과입니다

 

살인을 넘어

 

우릴 탐욕의 영웅으로 만드는 게
필생의 업적이었죠

 

"방주"

 

흡혈귀의 심장이 가장 맛있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신체를 재생하는 데
가장 효과적이기도 하죠

 

설명하긴 어렵지만 가슴 속에서
느껴지는 심장의 모든 요소가

 

우릴 젊어지게 합니다

 

제 아들은 잔해만 남은 이 나라에
남고 싶다고 했습니다

 

저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죠

 

요즘 애들은 고집이 세니까요

 

아들은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좌파들이

 

이곳에 있다고 합니다

 

두고 봐야죠

 

흥미로울지도 모르겠네요

 

가난한 나라에서
부유하게 산다는 것 말이죠

 

알리고 싶은 게 있다면
남자한테 부탁하세요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여자한테 부탁하세요

 

"끝"

 

자 막 : 김 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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