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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 공격태세로 들어가라

 

폭격 항정 개시를
제군들에게 행운을!

 

1945년 4월 7일
보노미사키 앞바다

 

폭탄 투하!

 

오른쪽이다!

 

발사!

 

발사!

 

발사!

 

- 발사!
- 왼쪽!

 

장전!

 

서둘러!

 

빨리!

 

발사!

 

명중이다!

 

살려줘

 

이때 3천 명 이상의
승조원이 목숨을 잃었다

 

그로부터 12년 전

 

1933년

 

일본은 격동의 시대 속에서
크게 요동치고 있었다

 

세계 공황으로 피폐해진
국력의 회복을 꾀한 일본은

 

1932년
만주국 건국을 선언했고

 

역시 중국 진출을 꾀하던
구미 열강과 강하게 대립하며

 

1933년 국제연맹을 탈퇴했다

 

일본은 세계 속에서
점점 고립되어 갔다

 

" 아르키메데스의 대전 "

 

해군 제1 항공 전대 기함
아카기

 

해군 제1 항공 전대 사령관
야마모토 이소로쿠

 

이륙 준비

 

이륙 준비

 

이륙!

 

이륙!

 

됐다! 떴어

 

좋아

 

훌륭해

 

사령관님
모두 무사히 이륙했습니다

 

우리 제국의 해군이 그야말로
바다와 하늘을 제압하는군요

 

참으로 상쾌한 광경이야

 

최근 대형 전함의 건조 계획도
진행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제국 해군의 힘이
더욱 강해질 겁니다

 

전함 같은 건 필요 없어

 

네?

 

조만간 항공모함이 한 척이라도
더 필요한 시대가 올 거다

 

덩치만 큰 전함은
앞으로의 전투에는 필요 없어

 

- 들어와
- 들어가겠습니다

 

해군 조선 소장
후지오카 요시오

 

후지오카, 완성됐나?

 

한시라도 빨리
보여드리고 싶어서요

 

좋아

 

제법 괜찮은데?

 

대공포도 제대로 탑재했군

 

야마모토 소장님의 바람대로
새로운 항공모함임을 자부합니다

 

해군 설계부에 자네 같은
조력자가 있어서 다행이야

 

국제연맹을 탈퇴한 지금

 

육군은 더 폭주하겠지

 

그렇게 되면

 

미영 연합군과의 전쟁도
가능성 있어

 

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최악의 경우에 말이지

 

하지만 혹시 모를 때를 대비해

 

반드시 필요한 장비에 들어갈
예산을 확보해 두고 싶네

 

하지만 위원회는
보수파의 세력이 강해

 

쉽게 방향이
바뀌지는 않을 겁니다

 

- 역시 골칫거리는...
- 네

 

군령부의 시마다 소장이겠지요

 

시마다라...

 

그 녀석과 부딪히게
된다면...

 

해군성

 

그래, 얘기는 들었네

 

협력을 부탁드립니다

 

내게 맡겨

 

해군 중장
나가노 오사미

 

시마다 맘대로 하게 둘 수 없지

 

제1회 신형 전함 건조
검토 회의

 

오늘 안건은 노후화된
‘곤고’를 대체할 전함을

 

건조하는 계획에 대한 것이네

 

그래서 항공모함을 제안하겠다?

 

무슨 생각인가, 후지오카?

 

제 의견은...

 

누차 말씀드렸다시피

 

앞으로의 전투는
항공기가 주력이 될 겁니다

 

해군 소장
시마다 시게타로

 

야마모토의 항공
제일주의가 또 나왔군

 

하지만 비행기의 공격이
위력적이라는 것은

 

한 번도 증명된 적이 없지 않나

 

어쨌든 곤고를 항모가
대체하는 건 무리가 있네

 

해군성 장관
오스미 미네오

 

오스미 장관님

 

앞으로의 전투를 생각해 보십시오

 

미래를 내다보면 답은 확실하죠
항모가 압도적으로 합당합니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새로운 군함을 건조할 거라면

 

해군의 상징이 될 수 있는
멋진 전함을 만들어야죠

 

우아하고도 아름다운 거대 전함!

 

그게 지금 연합함대가
원하는 군함입니다

 

우아함과 아름다움이라

 

전투에서는 쓸모없는 것들이지

 

앞으로는 항모가
작전의 중추가 될 것입니다

 

무슨 말인가!

 

해전은 곧 포격전이라는 것은
어린애도 아는 것

 

그것이 러일전쟁 이래
우리 제국 해군의 전통이야!

 

대포를 쏘아 대는 시대는
이미 지났지

 

그럼 전함도 필요 없다는 건가?

 

그래, 필요 없네

 

뭐라고?

 

시마다, 그럴 돈이 있으면

 

항모와 항공기에
좀 더 써 주지 그래?

 

하늘에서의 공격이라니
비겁한 놈들이나 하는 짓이야

 

긍지 높은 제국 해군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

 

함대로 싸우는 것만이
진짜 해군이야!

 

그런 얄팍한 걸
수백 개 날려 봤자

 

모두 격추당할 게 뻔해

 

고루하네

 

항공기는 진화하고 있어

 

5년만 지나면
전투 방식은 싹 바뀔 걸세

 

기필코 포격전을 펼쳐야겠다면

 

옛날 걸 갖다가 해 보든가

 

자네, 뭐라고 했나?

 

해군이 전함을 모욕하는 건가?
창피한 줄 알아!

 

하여간 자네는...

 

사관학교 때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

 

잠깐
무슨 소릴 하는 건가?

 

자네야말로
사관학교 시절...

 

한마디 해도 되겠습니까?

 

뭔가? 히라야마 조선 중장

 

실은 제게도 신형
전함에 관한 계획안이 있습니다

 

해군 조선 중장
히라야마 다다미치

 

이건...

 

바로 이거야

 

이런 걸 기다리고 있었어

 

정말 멋지군

 

아름다워

 

역시 연합함대의 기함은
대형 전함이어야지

 

제국 해군의 위엄과 품격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것을

 

염두에 두고 설계했습니다

 

매우 훌륭하네

 

마음에 드신다니 영광입니다

 

이 각도에서 보면 또 색다릅니다

 

정말, 굉장히 멋지군

 

이 얼마나 아름다운 곡선인가

 

장난감 놀이는
그 정도로 해 두시죠

 

무슨 무례한 말씀을

 

우리는 신중하게
의견을 내고 있는 겁니다

 

의견은 무슨!
디자인은 아무래도 상관없어

 

우리의 사명은 여객선이 아닌
군함을 만드는 것이네

 

앞으로의 전투를 위해선
후지오카의 배를 채택해야 합니다

 

무슨 소리!

 

이 정도로 훌륭한 전함이라면
훗날 병사들에게 추앙받을 걸세

 

잠꼬대 같은 소리!

 

결정은 2주 후에 있을
회의로 연기됐다

 

시마다와 히라야마가

 

비장의 무기를 꺼내올 줄이야

 

이제 어쩔 텐가?

 

이대로 가다간 히라야마의
계획안이 채택되고 말 거야

 

그것만큼은 어떻게든
피하고 싶습니다

 

당연하지
이 기회를 빼앗길 순 없네

 

어떻게 할 건가
후지오카?

 

오늘 보여 드린 계획안이
저로서는 최선입니다

 

지금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긴 해?

 

장관은 히라야마의 전함에
홀딱 반했어

 

최선을 다하면 이길 수 있는
낙관적인 상황이 아니야

 

하지만...

 

알았네

 

그건 앞으로의 숙제로 남기고
오늘은 피로를 풀어 보세

 

주인장!

 

 

- 부르셨습니까?
- 그래

 

오늘은 시끄러운 세상일은 잊고
마시기로 했네

 

예쁜 애들로 서넛 부탁하네

 

그게 말입니다

 

무슨 일 있나?

 

죄송합니다

 

게이샤들이 모두 접대 중이라서요

 

다음은 가슴이야

 

누구부터 갈까?

 

왜 비싼 화대를 내고선
우리 치수를 재는 건가요?

 

새 옷이라도 한 벌
지어 주시려고요?

 

그냥 재고 싶으니까

 

나는 아름다운 걸 보면
치수를 재야 직성이 풀리거든

 

말씀도 잘하시지

 

그럼 실례

 

부끄러워라

 

실례하네

 

흥을 깨서 미안하네만

 

자네가 게이샤들을
독점하고 있어서 난감하군

 

몇 명 데려가도 괜찮겠나?

 

나가 주실래요?

 

이보게!

 

이분은 해군의
야마모토 소장님이시다

 

말조심해

 

왜요?

 

나는 해군도 아닌데다

 

군인을 굉장히 싫어하는데요

 

- 이보게!
- 그럼, 이어서...

 

계속해요

 

미안

 

자네는 왜 군인을 싫어하지?

 

당신들이 하는 짓은
아름답지 않으니까

 

무례하구나!

 

- 그래?
- 그거 압니까?

 

일본 국가 예산 중
군사비가 4할에 달합니다

 

심지어 매년 오르고 있죠

 

군인과 재벌이 손을 잡고

 

분수에 맞지 않는 군비를
증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로 인해 일반 서민들은
빈곤에 시달리고 있고요

 

그러니까 자네는

 

가난한 사람들의 상황 때문에
분노를 느끼는 것이군

 

아뇨, 가난한 자가
어떻게 살든 관심 없습니다

 

하지만 균형이 너무 안 맞아요
전혀 아름답지 않죠

 

난 아름답지 않은 건
좋아할 수 없습니다

 

그럼 여기에서 아까처럼
부채를 날려 보거라

 

 

정말 멋져!

 

굉장해

 

아름다운 궤적이야

 

어떻게 저게 가능해요?

 

- 오라버니, 요술 같아요
- 처음 봤어요

 

간단해

 

부채의 궤적은
수식으로 나타낼 수 있어

 

그리고 이 아이가 던지는 부채의
처음 속도는 거의 일정해

 

그렇다면 계산으로 구한 장소에서
부채를 날리기만 하면 되는 거지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거든

 

- 과연 선생님이셔
- 대단해요

 

아직도 안 나갔어요?

 

하긴 나도 당신들과 같은 부류지

 

난 오자키 가문에서
가정교사를 했습니다

 

오자키 가문이라면
그 오자키 재벌 말인가?

 

나는 그 집에서 얹혀살면서
잡일을 했고

 

그 집은 날
제국대학에 보내 줬죠

 

그런데 어쩌다 오자키 도메키치의
눈 밖에 나서

 

제국대학에서 퇴학을 당하고

 

거기서 받은 더러운 돈을
탕진하겠다는 생각으로

 

여기서 한바탕 놀고 있는 겁니다

 

그건 그렇고 당신들이 온 뒤로
5분이 지났어요

 

이 아가씨들의 화대는
1인당 1시간에 2엔 30센

 

5분이면 19센 2리

 

8명이니까

 

1엔 53센 6리를 써 버렸군요
적지 않은 돈이죠

 

이제 좀 가 주실래요?

 

계산이 굉장히 빠르군

 

당연하죠

 

2월까지 제국대학 수학과에
재학 중이었으니까요

 

게이샤들은?

 

시건방진 어느 학생에게
뺏겼습니다

 

학생에게?

 

하지만 재미있는 청년이더군요

 

제국대학 수학과라

 

수학...

 

계산...

 

숫자?

 

야마모토
무슨 생각 중인가?

 

오늘 제출된 견적서에 따르면

 

후지오카 계획안의
건조 비용은 9,300만

 

한편 히라야마 계획안의
건조 비용은 8,900만

 

이는 오늘날의

 

1,700억 엔과
1,600억 엔에 상당한다

 

그게 왜?

 

히라야마 계획안의 견적이

 

뭔가 미심쩍지 않습니까?

 

미심쩍어?

 

히라야마의 배는 후지오카 것보다
배수량이 훨씬 큰 전함입니다

 

여기에 강력한 무장도 필요하고요

 

이 정도 비용으로
끝날 리가 없습니다

 

아마 허위 금액으로
보고한 게 아닌가 싶군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어떻겠습니까?

 

우리가 히라야마의 견적을
다시 계산해 보는 겁니다

 

계산을 다시?

 

 

히라야마 씨가 엉터리 견적을
제출한 것을 증명하고

 

규탄하는 겁니다

 

견적이 엉터리라면
설계안도 엉성할 게 분명합니다

 

그런 조잡한 계획안을 낸 것은

 

위원회를 모욕하고 더럽히는
고약한 행위죠

 

이는 그야말로
국가와 국민에 대한 배신이며

 

나아가 폐하에 대한 반역입니다

 

이런 식으로 맹렬하게 추궁하면

 

장관도 히라야마의 계획안을
거부할 수밖에 없겠죠

 

그것참 통쾌하군
우리가 바라는 바야

 

후지오카, 해 봐

 

제가요?

 

자네도 조선 장교야

 

히라야마의 견적을 재검토하는 건
식은 죽 먹기 아닌가?

 

외람되지만

 

전함의 견적을 내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상세한 설계도와
각 장비의 가격표

 

완성까지 필요한 인원과
일수를 기록한 계획안

 

- 그리고 또...
- 됐어

 

한마디로 자네는
불가능하다는 거지?

 

제가 불가능하다는 게 아니라

 

전국을 뒤져 봐도
2주라는 기간에

 

히라야마의 견적을
계산할 수 있는 사람은

 

절대로 없습니다

 

아름다워

 

완벽한 균형이야

 

뭔가 비밀이 있을 거야

 

과연

 

이런 곳에 백은비가
숨겨져 있다니

 

아버지!

 

이런 자와
아직 만나고 있었던 거냐?

 

이 자식, 떨어져!

 

따라 와!

 

은혜를 원수로 갚다니
부끄러운 줄 알아라!

 

죄송해요
하마터면 얼굴에 맞을 뻔했네요

 

이대로 아침까지
주무시는 줄 알았어요

 

미안하다

 

다시 마셔 보자

 

어서 술을 가져오게!

 

들어와

 

타나카 소위입니다
들어가겠습니다

 

알아낸 게 있나?

 

사령관님 짐작대로
지난번 요정에 있던 학생은

 

뛰어난 재능을 가진 것이
확실한 듯합니다

 

수학계에서는
장래가 촉망되던 청년으로

 

교토의 유카와 히데키에게
맞설 수 있는 건

 

도쿄의 타다시밖에 없다는 말이
있었을 만큼 천재라고 합니다

 

있었을 만큼?

 

제국대학을 퇴학했습니다

 

그건 본인에게 들었네

 

문제는 퇴학 사유입니다

 

오자키 가문이 관여한 군수산업을
매섭게 비판한 데다가

 

발칙하게도 오자키의 딸까지
건드렸다고 합니다

 

아무리 급해도 그런 사람을
군으로 부르는 것은...

 

외람되지만 저는
결단코 반대입니다

 

대의를 위해선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해

 

사자도 몸속의 벌레 때문에
쓰러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훨씬 큰 벌레가
해군을 쓰러뜨리려 하고 있네

 

가자

 

카이, 너!

 

잠깐만, 너 그게...

 

왜 그러세요?

 

이게 무슨 일이람

 

약속도 없이 와서 미안하네

 

그래서 내가 뭘
할 수 있다는 겁니까?

 

엉터리 설계안을
백지화시키기 위해

 

견적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폭로하려고 하네

 

자네의 뛰어난
계산 능력이라면 가능해

 

부탁하네

 

거절한다고 했습니다

 

저번에 들었죠?

 

나는 군대가 정말 싫다고요

 

그리고 애당초 불가능합니다

 

어째서지?

 

내일 미국으로 가거든요

 

미국으로?

 

프린스턴 대학에 입학할
준비가 다 됐으니까요

 

수학 연구에는 최고의 환경이죠

 

다시 고려해 줄 수는 없나?

 

불가능해요

 

이건 내가 기사회생할
절호의 기회라고요

 

헛되게 날릴 순 없어요
그만 돌아가 주시죠

 

카이

 

이 나라의 명운이 걸려 있네

 

난 일본에 절망해서
미국에 가는 겁니다

 

이 나라가 어떻게 되든
알 바 아니에요

 

네가 그러고도 일본인이냐?

 

무의미한 도발이에요
난 일본을 버렸습니다

 

그만 가 주세요

 

전쟁이 일어날 거다

 

방금 뭐라고 했습니까?

 

전쟁이 일어날 거라고 했다

 

어디와 전쟁을 한다는 겁니까?

 

그때는 아마

 

자네가 가려는 미국이
주적이 되겠지

 

헛소리 마세요

 

이길 리가 없잖아요

 

왜 그렇게 단언하지?

 

불 보듯 뻔하니까요

 

공업 분야만 보더라도
미국과 일본의 차이는 50대 1

 

석유 생산량은 120대 1

 

차이가 뚜렷한 나라와 전쟁해서
이길 거란 생각은 애도 안 해요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죠

 

그 정도로 잘 안다면

 

그들이 만들려는 배가
얼마나 위험한지도 알겠군

 

세계 최대이자 최강의 전함이야

 

무지한 국민과
호전적인 군인들에게

 

배 한 척으로 미국을 이긴다는
환상을 심어 주겠지

 

그것만은 무조건 피해야 해

 

어리석군요

 

그렇게 되더라도 자네는

 

혼자 미국에서 태평하게
연구를 계속할 수 있을까?

 

몇 번을 더 거절해야
돌아갈 겁니까?

 

나는 지난 전쟁에서
이 손가락을 잃었네

 

전쟁은 온갖 것들을 앗아가지

 

그들의 전함은
오로지 전쟁만을 향하고 있어

 

끊어 내야만 해

 

그런 놈은 제가 거절합니다

 

그 녀석에겐 일본인으로서의
긍지가 없어요

 

아니, 난 아직 희망을
버리지 않았네

 

분노는 충분히 안겨 줬어

 

분노요?

 

소개하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카이, 들어오게

 

실례하겠습니다

 

누구인가?

 

제국대학 수학과에 재학 중인
카이 타다시입니다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수학계의 천재죠

 

지금은 제 딸 교코의
가정교사를 하고 있습니다만

 

장래에는 일본을
이끌어 갈 인물입니다

 

괜찮으시다면
동석해도 되겠습니까?

 

그런 천재라면
꼭 의견을 들어보고 싶군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그래, 기억해 두지

 

전에 말씀하신
초대형 전함 말입니다만

 

저희 회사에서
도와드려도 되겠습니까?

 

이번에는

 

세계 최대급으로 만들고 싶네만

 

그거 좋은데요
전장 300m는 어떻습니까?

 

300m라...

 

그럼 50cm 포는 어떤가?

 

미국과 영국이 기겁할 거야

 

비용은 걱정하지 말게
돈은 나오게 되어 있어

 

죄송합니다만
말씀하신 50cm 포가

 

명중할 확률은 어느 정도입니까?

 

글쎄

 

적이 정지해 있으면

 

열에 하나 정도려나

 

10%?

 

하지만 전장에선
적도 움직이지 않습니까?

 

파도도 있고요

 

그렇다면 실제 확률은
1, 2% 정도겠군요

 

기상 조건이 나쁘면
확률은 더욱 내려가고요

 

전함끼리의 전투는
굉장히 비효율적이네요

 

카이!

 

아뇨
좀 어리석은 것 같아서요

 

자네

 

군함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떠드는군

 

군함에 대해선 몰라도
숫자에 대해선 압니다

 

장식용으로 전함을 만드는 건
명백한 낭비죠

 

그만두시는 게 현명하다고 봅니다

 

입 다물어!

 

조금 예뻐해 줬다고
바로 기어오르다니!

 

당장 나가!

 

교코한테도 다시는 접근하지 마

 

그런 바보 같은 놈들이 나랏돈을
제멋대로 쓰고 있다

 

군인들의 권력 싸움과
재벌의 사리사욕을 위해

 

필요하지도 않은 군함이
차례로 만들어진다

 

세력이 커진 군은
그것이 진짜 국력이라 착각하고

 

힘을 과시하고자 한다

 

그렇게 되면

 

분명히 전쟁이 일어난다

 

뭐야?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잠시만요

 

- 교코 씨
- 카이 선생님

 

왜 여기에 계세요?

 

선생님이 미국에 가신다고 해서요

 

저 때문이죠?

 

책임감을 느낄 일이 아닙니다

 

제가 당신을 재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어요

 

그저 그뿐입니다

 

아버지를 용서해 주세요

 

지금은 어렵겠지만

 

아버지와 제대로
대화를...

 

어렵습니다

 

오히려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격입니다

 

어쩔 수 없어요

 

그럼 안녕히

 

선생님

 

이럴 순 없어

 

수학적으로 이상해

 

아무리 계산을 해 봐도

 

난 미국으로 가야만 해

 

꼭 그래야만 해

 

저 녀석...

 

진짜 왔습니다

 

어제 말한 것처럼

 

최선을 다해 견적을
다시 계산해 주길 바라네

 

다만

 

다음 회의까지
2주밖에 안 남았어

 

2주요?

 

시간이 부족하겠지만
어떻게든 해 주게나

 

그걸 위해 자네의
계산 능력이 필요한 거야

 

자네 계급은 소령이면 되겠지

 

갑자기 소령이라뇨?

 

잠시만요

 

외부 초빙이 아니고요?

 

직업군인이 되는 거라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소령이니 뭐니 하실 거라면
거절하겠습니다

 

사령관님 말씀의 의미를 몰라?

 

널 바로 소령으로
만들어 주신다고 하잖아

 

그게 바로
안 주느니만 못한 친절인 거다

 

제정신이야? 소령이라고!

 

타나카 소위

 

카이에겐 군인으로서의
기준이 없다네

 

아무리 그래도 너무하지 않습니까

 

카이

 

군대라는 곳은
엄연한 계급조직이야

 

계급이 모든 것을 정하지

 

소령 정도의
계급장을 달지 않으면

 

부하들은 따르지 않을 테고

 

상관들은
귀를 기울이지 않을 걸세

 

그렇게 되면

 

히라야마의 전함 건조 계획을
저지하는 일은

 

절대 불가능하다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거군요

 

그래

 

- 타나카를 붙여 주겠네
- 네?

 

일상생활을 포함해

 

군내에서의 일은 모두
맡기면 될 거야

 

잠시만요, 제가 말입니까?

 

그래, 잘 부탁하네

 

아니, 이게...

 

잘 부탁합니다

 

저는 소위라서
그쪽 계급이 훨씬 높습니다

 

존댓말은 쓰지 마십시오

 

이게 해군성 건물이군

 

돈을 제법 들였나 보네요

 

당연합니다
이곳은 해군의 중추니까요

 

소령님은 해군의 예산을 다루는
경리국에 임관하실 겁니다

 

최종 결정 회의까지
앞으로 13일

 

타나카 소위입니다
들어가겠습니다

 

들어오게

 

자네가 소문의 천재로군

 

처음 뵙겠습니다
카이 타다시입니다

 

기다리고 있었네, 잘 왔어

 

이분은
나가노 오사미 중장님이시다

 

제법 사내다운데
안 그런가, 야마모토?

 

앉게나

 

실례하겠습니다

 

야마모토에게 우리 계획은
이미 들었겠지?

 

네, 대강은요

 

어떻게 해서든 저들의 견적이
엉터리라는 것을 증명해야 하네

 

필요에 따라서는
어느 정도 날조해도 상관없네

 

중장님

 

제국대학 수학과의 천재를
마음껏 부려야지

 

안 그래, 야마모토?

 

즉, 부정행위를 하라는
말씀입니까?

 

카이, 아니야

 

그건 아니잖아요

 

긴장을 풀려고 농담 좀 했다네

 

진지하게 받아들이면 곤란해

 

특별회계 감사과를 설치해서
자네를 과장으로 취임시킬 걸세

 

업무실을 따로 마련할 테니
자유롭게 쓰게

 

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융통성이 없는 친구로구먼

 

그만큼 수학에 있어서는
가차 없다는 증거죠

 

인격보다는
계산 능력이 우선입니다

 

게다가...

 

카이 소령님

 

상관께 경례를 하십시오

 

무시하고 가다니

 

요즘 해군은
제대로 교육이 안 되었군

 

소령의 첫 출근입니다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소령이나 되는 자가
첫 출근이라고?

 

어제부로 해군 주계 소령으로
임명받은 카이 타다시입니다

 

대장성에서 파견 근무를 왔나?

 

하지만

 

그 나이에 벌써 소령이라니

 

군인 계급장도 많이 가벼워졌군

 

방금 저분이
후지오카 소장님의 경쟁 상대인

 

히라야마 조선 중장님입니다

 

막대한 돈을 시궁창에
처넣으려고 하는 장본인이군요

 

그리고 어제도 부탁드렸습니다만

 

존댓말은

 

그만 좀 하시죠
제 입장도 생각해 주십시오

 

북향의 어두컴컴한 방

 

이 조직에서
나는 불청객이라는 건가?

 

모자와 검대를 주십시오

 

1.46 곱하기

 

0.85...

 

1.241제곱미터로군

 

버릇이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존댓말

 

그렇죠

 

그렇다면 타나카 소위

 

히라야마의
건조 계획안을 보여 줘

 

이겁니다

 

전함 건조 예산 서류가
이렇게 얇아?

 

후지오카 소장님의 기억을 토대로
만든 거라 정식 서류는 아닙니다

 

신형 전함 건조 계획 자료는
최고 군사기밀인 '군기'입니다

 

회의에 사용된 자료는
회의 후 금고에 보관되므로

 

실물에 접근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 그 군기인지 뭔지를
열람하러 가자

 

볼 수 있는 건 그게 전부입니다

 

저희가 군기를 열람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럼 저 얄팍한 자료만 갖고
견적을 내라는 거야?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그럼 후지오카 계획안은
대체 얼마지?

 

9,300만

 

반면 히라야마 쪽은
8,900만

 

이쪽이 더 적나?

 

채택을 바라는 후지오카 계획안은

 

기준배수량
2만 6,000톤

 

속력은 30노트
항모이기 때문에 무장은 적고

 

예산은 주로 고출력 기관과
비행갑판에 쓰입니다

 

이에 비해 히라야마 계획안은

 

기준 배수량
6만 5,050톤

 

주포 46cm

 

3연장포탑 3기로 총 9문
속력 28노트

 

후지오카의 항모를
훨씬 능가하는 거대 전함이

 

후지오카의 항모보다
비용이 적게 들 리가 없습니다

 

또한 이 배를 건조하려면
시설을 확장할 필요가 있는데

 

그것까지 감안하면 대체
얼마가 나올지 짐작도 안 됩니다

 

그럼 8,900만은
터무니없는 숫자라는 건가?

 

아마도요

 

대체 무슨 속셈이지?

 

억지로라도 밀어붙일
자신이 있는 건가

 

배후에서 조종하는
세력이 있는 건가

 

어쨌든 히라야마 계획안의
정확한 숫자를 산출해 내려면

 

되도록 많은 자료가 필요해

 

말씀드렸다시피 모든 서류는
군기이기 때문에

 

있는 게 없으면 될 일도 없지
가자

 

"자료 보관실"

 

군기 열람은 불가능하다고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그럼 어떻게 하란 거야?

 

멈추세요!

 

해군 기술연구소

 

나다, 시마다

 

어쩐 일입니까?

 

우리의 건조 계획에
방해꾼이 생긴 것 같네

 

방해꾼?

 

주모자는 나가노지만
뒤에서 조종하는 건 야마모토야

 

놈들이 우리 견적을 파헤치려고

 

제국대학 수학과 학생을
주계 소령으로 불러들인 모양이야

 

카이라고 하는 건방진 애송이야

 

그 녀석이군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수학 천재라더군

 

생각해 보면

 

후지오카 쪽보다 낮게 책정한 건
도가 지나친 게 아닌가?

 

만약 정말로
성토를 받게 되면...

 

진정하십시오
시마다 소장님

 

전함 건조 비용의 산출은

 

2주 안에 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확실하겠지?

 

보장합니다

 

하지만 만약을 위해
카이라는 녀석에게는

 

계산에 필요한 자료는
절대로 주지 마십시오

 

나사 한 개 값이라도요

 

그건 이미 수를 써 놨지

 

알겠습니다

 

뒷일은 제게 맡기시죠

 

지금 요코스카로 출발하면
해 지기 전에나 도착하겠네요

 

우선 전함의 실물을
내 눈으로 봐야겠어

 

실제로 보면

 

전함 하나에 얼마나 막대한
노동력과 돈이 들어가는지

 

실감할 수 있겠지

 

일단 직접 보고

 

피부로 느끼는 것부터
시작할 거야

 

'나가토'가 정박 중이네요

 

저게 전함이군

 

아름다워

 

전함이란 건 참 아름답군

 

좋아, 그럼 이제
저 전함을 타자

 

네?

 

무슨 말씀입니까?
지금은 탈 수 없습니다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해요

 

탈 거니까
허가가 필요하면 받아 줘

 

즉흥적으로 말하지 마세요

 

진짜, 어쩌라고

 

전함은 쉽게
탈 수 있는 게...

 

아무튼 됐잖아

 

나가노 중장님이 아니었더라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어요

 

나가토의 우노 함장님은
중장님과 절친한 사이라고 합니다

 

시작부터 안 된다고
단정 짓는 게

 

자네의 나쁜 습관이야

 

옆에서 보니 더욱 크군

 

이건

 

인간이 만든 아름다운 괴물이야

 

날이 저물었으니

 

여기서 자고 가게

 

나가토함 함장
우노 세키조

 

상륙한 승조원도 있어서
방이 남거든

 

나가노 중장님이
잘 대해 주라고 하시더군

 

편하게 쉬면 되네

 

감사합니다

 

좋은 영국산 스카치가 있어
가지고 오지

 

여기서 기다리게나

 

타나카 소위
이 배의 설계도를 보고 싶어

 

그건 어렵습니다

 

뭐 하십니까?

 

이 배에 설계도는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배에 두지 않아요
몇백 장이나 되니까요

 

개요도 정도는 있을 거 아냐

 

간략한 의장 배치도 정도는
있을 수도 있어요

 

만약에 만들어 놨다면
저 책장에 있겠지만

 

잠깐만요

 

그것도 군기입니다

 

함장님이 쉽게
보여 주진 않을 겁니다

 

그럼 네가 함장님을
이 방에서 데리고 나가

 

- 네?
- 알겠지?

 

허락 없이 훔쳐본 게 발각되면
스파이 혐의를 받을 겁니다

 

잘못했다가는
군법회의에 보내진다고요

 

그건 그때 가서 볼 일이고

 

두려워하기만 하면
아무것도 진전되지 않아

 

오래 기다렸지?
우선 한잔하세

 

그렇지, 타나카

 

나가노 중장님께
전보를 쳐야 하지 않겠나?

 

그렇군요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전신실까지 안내해 주라고
지시하겠네

 

함장님
함께 가 주실 수 있겠습니까?

 

- 내가?
- 함장님의...

 

말씀도 함께 전하고 싶습니다

 

그래?

 

그럼 자네는 여기에서
천천히 마시고 있게나

 

좋았어

 

좋았어

 

선체 구조 파악과
각종 장비의 배치

 

전함은 이런 것이로군

 

처음 마셔 봤는데

 

본고장의 스카치가 이렇게
맛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마음에 들었다니 다행이야

 

"나가토함 의장배치도"

 

거기

 

왜 그러십니까?

 

자네도 소령으로 임명받은 이상

 

복장은 제대로 갖춰야지

 

감사합니다

 

어젯밤 성과가 있었죠?

 

이 배의 도면을 보는 걸
성공했어

 

네가 함장님을 데리고 나간 동안
최대한 베껴 썼지

 

결국 선을 넘고 말았어

 

그런데 대체 뭐 하는 겁니까?

 

모르겠어?
나가토의 치수를 재는 중이야

 

치수를?

 

설마 이 배를 손으로?

 

어제부터 재고 싶어서
몸이 근질거렸다고

 

이 전함을요?

 

아름다운 걸 봤을 때
치수를 재는 건

 

사람으로서 당연한 본능이야

 

넌 이 전함 치수
재고 싶지 않아?

 

네, 전혀요

 

희한한 녀석이네

 

사람으로서 뭔가가
결여된 거 아니야?

 

아무리 그래도 줄자 하나로

 

이 배를 전부 측정하는 건
도저히 무리인 것 같은데요

 

완벽하게 할 순 없어도

 

강재의 두께나 대갈못의 수

 

무엇이든 내 몸으로 재서
기록해 두면

 

이 배를 숫자로 파악할 수 있어

 

어제 본 도면과
오늘 수집한 계측값

 

자료로서는 미미한 수준이지만

 

어떻게든 이걸로
난제를 풀어 가야지

 

그리고 배는 좌우 대칭이니까

 

반을 측정하면
전체를 산출할 수 있어

 

그런 건 도움이 안 됩니다

 

도움이 되는지 안 되는지는
내가 직접 해 봐야 알아

 

오늘 저녁에는
여기서 떠나야 합니다

 

그때까지밖에 시간이 없어요

 

갈 때가 되면 알려줘

 

어리석군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이것뿐이야

 

원시적이고 하찮은 일이지만

 

할 수 있는 데까지
해 볼 수밖에 없어

 

할 거면 철저하게 하자
작은 것이라도 최선을 다해서

 

이제 배에서
내려야 할 시간입니다

 

그래

 

역시 전부 측정하기엔
시간이 부족했어

 

받으시죠

 

뭐야?

 

저도 보폭을 이용해서
할 수 있는 만큼 측정했습니다

 

한 걸음을 50cm로 보고
기록했습니다

 

도움이 될 것 같으면 쓰십시오

 

정확하겠지?

 

최선은 다했습니다

 

먼저 나가토의
구조 개요도를 작성한다

 

왜 나가토를
도면으로 만드는 거죠?

 

히라야마의 배는 대략
나가토의 1.3배야

 

나가토의 도면에
히라야마 배의 치수를 겹치면

 

전체적인 계획안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을 거야

 

도면을 그려본 적이 있으십니까?

 

- 있을 리가
- 네?

 

그런데 전함의 도면을
그린다고요?

 

농담하지 마십시오

 

확실히 어렵긴 한데

 

다행히 이곳에는
조선에 관한 참고서가 아주 많아

 

실은 어젯밤에 얼추 외워 뒀어

 

이걸 전부요?

 

시간이 없어
바로 시작한다

 

말도 안 되는 사람이네

 

이것 참 걸작이군

 

줄자로 나가토를 재?

 

그 녀석은 뭘 하려는 거지?

 

나가토의 선체를
실측하려던 게 아닐까요

 

그 녀석
제국대 학생이라고 하지 않았어?

 

바보야?

 

말씀하신 대로 바보입니다

 

아마

 

자료를 전혀 입수하지 못해서
궁지에 몰린 거겠죠

 

기대와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다 무너질 겁니다

 

수학의 천재라고
동네방네 떠들더니

 

그냥 괴짜일지도 모르겠군

 

그렇지만 지나치게
이상한 행동인지라

 

어쩐지 기분이 안 좋군요

 

알아

 

그렇기 때문에

 

일부러 여기까지 불러서

 

이렇게 의논하는 게 아니겠나

 

그런 거로

 

그 건에 대해
결정을 내려주시겠습니까?

 

그래

 

자네 말대로 하지

 

처음 뵙겠습니다

 

해군 중위
타카토 구니히코입니다

 

오자키 교코예요

 

시마다 시게타로 소장님께서
아가씨께 드리는 선물입니다

 

감사합니다

 

용건은 끝났나요?

 


시간을 뺏어 죄송합니다

 

그럼 이만 가 보겠어요

 

그러고 보니

 

아가씨의 가정교사를 했던 분이
최근 해군에 입대했더군요

 

카이 타다시 소령입니다

 

전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신지요?

 

아무것도 없습니다

 

아가씨와 카이 소령 사이에
뭔가 있었나?

 

전 아무것도 모릅니다

 

- 저녁 식사 가져왔습니다
- 고마워

 

작업은 어떻습니까?

 

이럴 수가

 

벌써 이만큼이나 하셨습니까?
거의 완성됐잖아요

 

저는 솔직히

 

전함의 도면을 그리겠다는 말에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런데 겨우 하루 만에
이만큼이나 하시다뇨

 

이걸 바탕으로 오늘 밤부터는

 

히라야마의 설계도를
재현해 볼 거야

 

하지만 견적의 경우는

 

히라야마 계획안에 관한
숫자가 너무 적어

 

후지오카 소장님에게
보다 상세한 자료를 부탁드리죠

 

소령님이 이렇게나 열심인데

 

소장님도 규율을 어겨서라도
협력하셔야 합니다

 

히라야마 계획안에 관한
상세한 정보가 필요합니다

 

그건 알고 있습니다만
저희 얘기 좀 들어주십시오

 

아뇨, 부탁드립니다
잠시만이라도...

 

여보세요? 여보세요!

 

죄송합니다

 

자료 제공은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렇겠지

 

무슨 뜻이죠?

 

이 일을 처음 하는 내가

 

기간 내에 견적을 완성시키면

 

난감하겠지

 

개인적인 체면 문제란 겁니까?

 

국가의 위기 상황에 설마요

 

지금 말해 봤자 어쩌겠어

 

사령관님께 압력을 넣겠습니다

 

소용없어

 

군기를 방패로 내세우면

 

아무리 사령관님이라도
손 쓸 도리가 없어

 

그래

 

나 혼자의 힘으로
해내기로 결심했어

 

그럼

 

히라야마 계획안을 재현해 보자

 

오늘은 철야 작업을 해야겠어

 

저도 돕겠습니다

 

좋아, 우선 밥부터 먹어

 

네, 잘 먹겠습니다

 

최종 결정 회의까지
앞으로 10일

 

아침 식사를 가져오겠습니다

 

아주 화려하네

 

이것 좀 봐

 

"타다시 소령은 색마"

 

"오자키 영애와 은밀한 관계"

 

"제국대학의 수치
해군성의 수치"

 

이게 다 뭐야?

 

왜 그래?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오자키 집안의 딸과의
은밀한 관계가

 

제국대학 퇴학 사유라고
쓰여 있어

 

제가 아가씨와
마음이 통했던 건 맞습니다

 

하지만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건 사실이 아닙니다

 

그녀의 아버지가 오해하고
대학에 압력을 넣은 겁니다

 

이런 소문들은 무시해 주십시오

 

정말 어이가 없군!

 

국가 방위를 담당하는 곳에

 

저열하고 뻔뻔한 인간들이
사방에 널려 있다니

 

하지만

 

이 일로 우리는 해군성 내에서
완전히 고립됐습니다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왠지 이 부분이
아름답지 않은 것 같아

 

해양파의 트로코이드 곡선 자료가
자꾸 맴도는데

 

뭔가 석연치 않아

 

죄송합니다

 

무슨 말씀인지 잘...

 

그렇겠지

 

그렇겠죠

 

아니, 됐어

 

일단 히라야마 계획안의 도면을
완성하는 것에 집중하자

 

그 곳이라면 이 크기라도
충분히 들어갑니다

 

조금 빠를지도 모르지만

 

조선연구부에
연락을 해놓고 오게

 

잘 알겠습니다

 

최종 결정 회의까지 앞으로 9일

 

완성한 겁니까?

 

그래
드디어 적이 모습을 드러냈어

 

전장이 260m가 넘는 거함

 

이 정도로 무시무시하게
큰 전함을

 

우리의 항모보다 저렴하게
만들 수 있다는 건 말도 안 돼

 

 

동감합니다

 

배후가 있어

 

그걸 밝혀내려면

 

상정된 정확한 건조 비용을
그 도면에서 산출해야 해

 

각종 장비와 자재의 조달 가격

 

건조에 필요한 인건비를
계산해야 해

 

모든 항목이 포함된
가격표가 필요해

 

하지만 그건...

 

알아, 군기라는 거지?

 

하지만 그게 꼭 필요해

 

뭔가 방법이 없을까?

 

어쩌면 민간회사가
협력해 줄지도 모르죠

 

민간회사?

 

함선 건조는 대부분
민간회사에 하청을 줍니다

 

그런 곳이라면
정보를 갖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사장님, 잠시만
시간을 내주십시오

 

선박 건조 비용에 관한 겁니다

 

안 돼

 

- 부장님, 부탁드립니다
- 돌아가세요

 

이야기만이라도 들어주십시오

 

되게 끈질기네
안 된다고 했잖아요

 

위에서도 들은 게 있다고요

 

사장님, 부탁드립니다

 

사소한 정보라도 괜찮습니다

 

- 협력해 주세요
- 부탁합니다

 

- 나라를 위한 일입니다
- 사장님, 부탁드립니다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로 군기의 벽이
높을 줄은 몰랐네

 

저 극단적인 반응을 보면

 

히라야마 쪽에서 뭔가
압력을 넣은 건지도 모르겠네요

 

어떻게든 해야 해

 

최종 결정 회의까지 앞으로 8일

 

오자키 교코 씨 되십니까?

 

카이 타다시 소령님이
뵙기를 원하십니다

 

선생님

 

선생님이라고 하지 마세요

 

저는 이제 군인입니다

 

저를 원망하고 계시겠죠?

 

어째서요?

 

아버지 때문에
선생님이...

 

지금까지 저는

 

숫자와 수식을
책상 위에서만 굴렸습니다

 

하지만 수학에는
세계를 바꿀 힘이 있어요

 

그렇게 생각하게 된 계기가
당신입니다

 

원망하지 않습니다

 

가격표 말인가요?

 

네, 혹시 교코 씨라면
아실까 해서요

 

전 사업에 관한 건 몰라요

 

아버지는 사업 관련 서류는
집으로 가져오지 않으시고요

 

그렇군요

 

괜찮습니다
애당초 뻔뻔한 부탁이었어요

 

그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말씀드렸던 겁니다

 

그리고 사실 이를 핑계 삼아

 

실은

 

당신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기뻐요

 

선생님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고 싶어요

 

안타까워요

 

다른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오늘 와 줘서 고마워요

 

맞아

 

그분이라면 선생님을
도와주실지도 몰라요

 

예전에 군부와 아버지의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다

 

출입을 금지당한 분이 계세요

 

- 그런 분이 계십니까?
- 네

 

오사토라는 분이세요

 

아마 오사카에서 작은 조선회사를
운영한다고 들었어요

 

예전엔 집에도 종종 오셔서

 

아이였던 저를 귀여워해 주셨죠

 

고맙습니다

 

이게 큰 돌파구가 될지도 몰라요

 

 

안 그래도 시간이 부족한데

 

굳이 오사카까지 가야 합니까?

 

오고 가는 데에만
이틀을 버리는데요

 

할 수 없어

 

아마 도쿄 근교에서는
가격표를 입수하기 힘들 거야

 

최종 결정 회의까지 7일

 

여기 맞죠?

 

"오사토 조선 주식회사"

 

6,000엔이라고?

 

- 요즘 같은 때...
- 안 된다고

 

이러지 말라니까

 

무슨 일이야?

 

이 사람들이 갑자기...

 

해군이 여기까지 와서
무슨 소란이요?

 

긴급한 사안이니만큼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

 

오사토 사장님 되십니까?

 

내가 오사토이긴 한데

 

그렇군요
교코 아가씨께서...

 

네, 당신이라면
저희를 도와줄 거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니까 군함 자재의
정확한 조달 가격과

 

건조에 필요한 인건비를
알고 싶다고요?

 

정보 출처는 반드시
비밀로 하겠습니다

 

미안하게 됐소

 

군과 관련된 것들은
모두 처분했어요

 

오사토 사장님!

 

허탕이네요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어

 

반드시 오사토 사장님을
설득해야 해

 

사장님!

 

당신들, 뭐요?

 

사장님, 부탁드립니다

 

과거 불필요한 군수산업에 반대해

 

오자키 조선과의
관계를 끊으셨다죠

 

- 그렇다면 부디...
- 그래서 이 꼴이 된 거요

 

나는 한 번 대들었다가

 

이 나라 군부의 무서움을
뼈저리게 알게 되었소

 

전쟁이 일어날 겁니다

 

뭐라고?

 

거대하고 아름다운 전함을 만들면
많은 사람들이 착각에 빠집니다

 

이대로 그들을 내버려 두면
어떻게 될지 아시지 않습니까!

 

그런 건

 

나 같은 사람들과는
아무 상관 없소

 

가 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사장님께서는요?

 

최종 결정 회의까지 앞으로 6일

 

또 왔소?

 

끈질긴 양반들이네

 

사장님은 절대
안 만나 주실 거요

 

인제 그만 포기해요

 

기다리겠습니다

 

적당히 좀 합시다

 

그렇게 험상궂은 얼굴로
버텨 봤자 어차피 시간 낭비요

 

- 가 보겠습니다
- 수고했어요

 

- 그럼 이만
- 수고했어요

 

이제 문 닫아야 하는데

 

소령님

 

- 돌아가서 다른 방법을 찾죠
- 조금만 더 있자

 

이 상황에서
시간을 더 허비했다간

 

정말로 수습하기 어려워요

 

아쉽게 됐군

 

실례합니다

 

교코 씨

 

조마조마한 마음에 그만
와 버렸어요

 

민폐일 수도 있지만요

 

선생님

 

고맙습니다

 

백만 대군을 얻은 듯한
기분입니다

 

오자키 교코라고 합니다
오사토 사장님에게 전해 주세요

 

그렇게 사나운 아가씨 모습은
처음 봤습니다

 

이야기를 듣기 전까진 절대
한 발짝도 안 나갈 태세였어요

 

민망하네요

 

정말 크네

 

전함이오?

 

 

주계 소령이 왜
이런 도면을 갖고 있소?

 

심지어 복사한 것도 아니고
수기로 한 거잖소

 

설마 소령이 그린 거요?

 

오직 전함의 진짜 건조 비용을
알기 위해서였습니다

 

오직 그 이유만으로?

 

 

구조 계산까지 했군

 

프리즈매틱 곡선도에

 

만재흘수선 밑의 선체비척도와
부력 분포까지 고려했어

 

어디서 조선에 관한
공부를 했소?

 

올 2월까지 제국대 수학과
학생이었습니다

 

설마

 

맞습니다
벼락치기로 공부 중이죠

 

그런데 이걸 그렸다고?

 

정말 대단한걸

 

이 사람이라면 아가씨 말씀대로

 

이 나라를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내게는 꿈이 있었소

 

일본이 세계를 상대하려면
군함이 아닌 상선을 써야 한다고

 

다시 말해 장사로
세계와 싸우겠다는 꿈이오

 

좋습니다, 협력하겠소

 

잘 부탁드립니다

 

여긴 창고로 빌린 곳인데
평소엔 아무도 안 온다오

 

구축함만 해도 장부가
이만큼이나 되죠

 

드디어 찾아냈어

 

하지만 너무 방대한데요

 

내가 오자키 조선을
드나들 무렵엔

 

다양한 군함을 수주 받았소

 

이건 해군성에
제출한 작업 일지와

 

납품 장부의 사본이오

 

이 구축함은
기공에서 준공까지 600일

 

재료비는 둘째 치고
인건비를 보시오

 

인건비?

 

구축함 한 척에
이만큼이나 들다니

 

전함이면 여기의 몇십 배
아니 몇백 배겠지

 

얘기할 시간도 아까워

 

어서 이것들을 히라야마 계획안에
적용해 보자

 

 

소령이 아무리 천재여도

 

이제부터 히라야마 계획안의
건조 비용을 산출하려면

 

아무리 빨라도
일주일은 걸릴 거요

 

이렇게나 빨리

 

2, 3일은
여기에 있을 테니

 

연락 부탁해

 

걱정 마십시오
중장님께는 이미 보고했습니다

 

실은 히라야마 조선 중장이

 

이 전함을 8,900만
엔에 만들겠다고 합니다

 

말도 안 돼
그 가격으로는 어림없지

 

역시 그렇군요

 

명백한 허위 견적을 폭로하는 게
제 사명입니다

 

이 배에 실제로 얼마가 들어갈지
산출할 필요가 있겠군요

 

하지만 계획안이 통과되어도

 

오자키 조선의
손해는 막심할 텐데

 

어떤 방법으로
수지를 맞춘 걸까요?

 

아마 그걸 거요
끼워 팔기

 

끼워 팔기?

 

흔한 일이죠

 

전함과 함께 순양함 같은 걸
높은 가격으로 수주받는 겁니다

 

그럼 전함으로 인한 손해는
바로 메울 수 있죠

 

그렇게 되면 군부와

 

오자키 조선의
유착은 더욱 강해지겠죠

 

또 다른 발주가 생기는 겁니다

 

아버지가 그런 일을 하신다고요?

 

아가씨가 감당하기 어려우시겠지만

 

오자키는 그런 방식으로
성장한 회사입니다

 

타나카 소위님 앞으로
전보가 도착했습니다

 

내게?

 

고맙네

 

나가노 중장님입니다

 

- 카이 소령님
- 뭐야?

 

무슨 내용이야?

 

최종 결정 회의의

 

개최 일정이...

 

내일 오전 11시?

 

얘기가 다르잖아

 

오전 11시라니, 야단났군

 

이를 어쩌나?

 

14시간도 안 남았어

 

회의는 원래 다음 주였는데

 

왜 갑자기 변경됐지?

 

우리의 동향에 불안을 느끼고
일정을 앞당긴 거야

 

우리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뜻이지

 

사령관님은 대체
뭘 하고 계셨던 거야!

 

14시간 동안 수작업이라니
불가능한 일이오

 

게다가 내일 11시까지
도쿄로 돌아가려면

 

오늘 밤 야간열차를
반드시 타야 합니다

 

이제 다 틀렸어

 

말도 안 돼

 

선생님이 지금까지 노력한 게

 

전부 물거품이 된다는 말인가요?

 

오사토 사장님
도쿄행 마지막 열차가 몇 시죠?

 

10시 40분이오

 

1시간 남았군

 

아무리 수학 천재라 해도

 

이건 도저히 풀 수 없는 문제요

 

잠깐

 

적산을 할 게 아니라...

 

사장님!
과거 군함의 철의 총량과

 

건조 비용을 정리한
자료가 있습니까?

 

그거라면

 

장부 마지막 페이지만 보면
바로 알 수 있소

 

근데 이걸로 뭘 하려고?

 

예상대로야

 

뭐 하는 거요?

 

전혀 모르겠습니다

 

이 그래프는 기껏해야
이계 미분방정식을 만족한다

 

엄청난 속도야

 

그런데 대체 뭘까요?

 

가위 있습니까?

 

여기 있소

 

- 소령님!
- 뭘 하는 거요?

 

여러분은 이 도면에서

 

히라야마의 배가 사용하는
철의 총량만

 

서둘러 계산해 주세요

 

철만?

 

철 이외의 자재와
인건비 계산은 어쩌고?

 

철만 계산하세요
철의 총량만 알면 됩니다

 

그걸로 건조 비용을
어떻게 산출하나?

 

설명하겠습니다
이 그래프는...

 

잠시만 기다리시오

 

최종 결정 회의까지
앞으로 13시간

 

안 늦었군

 

아침부터 아무것도
못 먹었지 않소?

 

배가 고프면 싸울 수가 없지
차 안에서 이거라도 드시오

 

감사합니다

 

사장님의 협조가 없었으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겁니다

 

난 소령에게 걸었소

 

오사토 사장님

 

부탁드리오

 

소령의 숫자로
이 나라를 좋게 만들어 주시오

 

그렇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을 거요

 

드디어 함수를 결정했어

 

- 드디어 끝난 겁니까?
- 그래

 

남은 계산은?

 

이제 38프레임입니다

 

- 여긴 반 정도 끝났어요
- 벌써요?

 

이래 봬도 상인의 딸이니까요

 

서두릅시다, 시간이 없어요

 

왜 그러십니까?

 

아니야

 

수학이 이 나라를
구하는 건가 싶어서

 

최종 결정 회의까지
앞으로 7시간

 

도쿄

 

도쿄, 도쿄입니다

 

- 도착했군요
- 그래

 

이제 이 숫자를 모두 더해서
철의 총량을 구하면 끝이야

 

- 한 시간밖에 없어요
- 그래도 해야 합니다

 

소령님
우선 해군성으로 가죠

 

교코 씨, 감사합니다

 

나머지는 우리가 하겠습니다

 

선생님

 

전 믿어요

 

선생님이라면 분명 해내실 거예요

 

뭘 하는 거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들이 작업을 끝내기 전에
결판을 내는 게 좋을 것 같군요

 

시간이 되었으니 회의를 시작하지

 

신형 전함 건조
최종 결정 회의

 

실은 육군과의 예산 확보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고 있어서

 

예산을 높게 제시하면
대장성의 승인을 받기 어려워

 

건조 비용의 타당성을 기준으로
최종 결정을 내리려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 이의 없습니다
- 아뇨

 

항모와 군함 중 무엇이
정말로 더 타당한지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 계획안 모두 일리가 있어
우열을 가르기 어렵네

 

나가노 중장님
계속 이렇게 나오면

 

시간을 끌려는 속셈으로
보일 겁니다

 

알았네

 

전원 찬성한 걸로 알고
후지오카 계획안부터 보겠네

 

계획서 내용의 수정을 신청했는데

 

건조 비용에 대한 정정인가?

 

 

확실히 낮췄겠지?

 

그러니까

 

지난번 제시했던
9,300만에서

 

200만을 줄여

 

9,100만 엔으로
수정합니다

 

겨우 200만?

 

말할 가치도 없군

 

회의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군

 

어떤가?

 

얼마나 남았습니까?

 

7장

 

1장에 1분씩 잡고 이걸 모아
철의 총량을 계산하면

 

- 10분 걸려
- 10분?

 

10분이나?

 

히라야마 계획안은 배수량에 비해
견적이 너무 낮은 것 같습니다

 

이 전함을 8,900만에
만드는 게 가능하다면

 

그 근거를 세부적인 부분까지
제시하길 바랍니다

 

견적이 적은 게 뭐가 문제지?
전혀 이해가 안 가는군

 

계획안을 승인받을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관건이네

 

따라서 조금이라도 적은 금액의
계획안을 내야 한다는 게

 

나의 솔직한 심경일세

 

난감하군요

 

처음부터 히라야마 계획안으로
밀고 갈 속셈입니다

 

서두르세요

 

회의가 끝나겠어요

 

나가노, 내 입장을
생각해 주면 안 되겠나?

 

그렇지만...

 

내 체면을 세워 주게

 

장관님, 그렇게까지
말씀하실 건 없습니다

 

결정됐군

 

그럼 금액의 타당성을 고려하여

 

노후화된 곤고를 대체할
새로운 군함의 건조 계획은

 

히라야마 조선 중장의...

 

기다려 주십시오!

 

자넨 뭔가?

 

의결을 중지시킬 권리는
자네에게 없네

 

시간을 벌 테니 계산을 끝내 줘

 

알겠습니다

 

저는 히라야마 계획안의
진짜 건조 비용을

 

산출할 수 있습니다

 

뭐라고?
진짜 비용이라니 무슨 소리야

 

묵과할 수 없는 발언이군

 

저는 한 자료를 바탕으로

 

군함 건조에 사용되는
철의 총량과 건조 비용에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 관계를 나타낸 그래프입니다

 

어뢰정과 구잠정처럼
철의 총량이 적은 배

 

다시 말해 작은 배는
작업 공정이 복잡하기 때문에

 

철 1톤당 건조 비용이 높습니다

 

그 비용이 가장 높은 게
이 부근, 즉 잠수함입니다

 

잠수함은 작은 것에 비해
돈이 많이 들어간다고 하죠

 

반대로 전함은 철이 많이 쓰이나
만드는 건 쉽기 때문에

 

1톤당 건조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즉, 이와 같이

 

잠수함에 필요한 철의 총량인

 

1,500톤 전후가
정점이 되는

 

곡선을 그릴 수 있습니다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이 그래프의 함수를
수식으로 나타내면 이렇습니다

 

이 수식만 있으면
배에 쓰인 철의 총량을 바탕으로

 

그 배의 실제 건조 비용을
산출할 수 있는 거죠

 

여기에 히라야마 계획안의
철 총량을 대입하면

 

- 진짜 비용을...
- 어이없네

 

방금 뭐라고 했습니까?

 

어이없다고 했습니다

 

철의 총량과 건조 비용의
상관관계?

 

그건 많은 배의 자료가 있어야
산출할 수 있는 겁니다

 

물론 복수의 자료를 바탕으로
산출해 낸 수식입니다

 

이보시오, 신참 소령님
앞뒤가 맞지 않는데요

 

듣기로는 소령님께선

 

군기에 겁을 집어먹고는

 

자료 열람 청구를
하나도 안 했다던데요

 

그렇게 만든 건 그쪽 아닌지요?

 

사실무근의 발언은 자제하시죠

 

그래서

 

군기 없이 대량의 자료를
어디서 입수한 건가?

 

대답할 수 없습니다

 

그렇겠죠

 

왜냐하면 이 그래프의 수식은
엉터리니까요

 

내 수식이 엉터리라고?

 

카이 소령님은 언뜻
그럴싸해 보이는 수식에

 

적당한 숫자를 집어넣어
엉터리 금액을 산출하고선

 

이게 진짜 건조 비용이라고
주장하려는 겁니다

 

이런 사기꾼에게 귀한 시간을
버릴 필요는 없습니다

 

사기꾼?
사기꾼이라고 했나?

 

그렇다면

 

이 수식이 맞는다는 걸 증명하면

 

믿어 주시겠습니까?

 

어떻게 증명하겠단 거지?

 

뭐든지 괜찮습니다

 

기존 군함의 철 총량을
알려 주십시오

 

올바른 건조 비용을 이 수식으로
산출해 보여 드리죠

 

증명 못 하면 자넨 끝장이야

 

그땐 마음대로 하시죠

 

타카토!

 

함정본부에 가서 자료 빌려 와

 

지금부터 어뢰정 '지도리'의
건조 비용을 산출해 주십시오

 

 

철의 총량은

 

400톤입니다

 

400톤

 

나왔습니다
228만 엔입니다

 

설마!

 

대단해

 

카이 소령은 지도리의
건조 비용을 몰랐을 터

 

그걸 멋지게 맞혔군!

 

다시 말해 이 방정식이
옳다는 증거야

 

우연히 맞힌 걸 수도 있지

 

그럼 이번에는

 

순양함 '묘고'다

 

 

9,700톤이다

 

9,700톤

 

나왔습니다
2,816만 엔

 

좋았어!

 

그렇다면 히라야마 계획안은
대체 얼마인 거지?

 

견적 상으로는 분명
8,900만 엔이었죠

 

여기 있습니다

 

1억 7,564만 엔

 

이것이 히라야마 계획안의
진짜 건조 비용입니다

 

제출한 견적의
2배 가까운 금액이잖나

 

이건 중대한 문제입니다

 

실제보다 훨씬 낮은 견적을
건조 비용으로 제출하다니

 

이 회의를 모독하는 행위입니다

 

절대로 용인할 수 없습니다

 

히라야마 조선 중장

 

견적이 본래 비용보다 훨씬 낮게
책정된 이유를 설명해 보게

 

부당하게 낮은
건조 비용의 배후에는

 

혹시

 

오자키 조선과의 밀약이
있는 게 아닌가요?

 

밀약이라고?

 

전함을 저렴한 가격에
만들게 하는 대신

 

순양함 같은 배를
비싼 가격에 발주시키는 거죠

 

무슨 소리야!

 

농담이 지나치군

 

근거 없는 얘기는
상관모욕죄에 해당해

 

네놈은 군법회의 감이야!

 

카이 소령은
국방을 논하는 자리에서

 

허튼소리를 하는 멍청이가 아닐세
자네와는 달라!

 

- 뭐라고?
- 그만!

 

모두 진정하게

 

카이 소령은 이 자리에서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

 

아닙니다, 오스미 장관님

 

밀약에 대해선
충분히 의심할 만합니다

 

- 나가노 중장님!
- 이참에

 

의혹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철저하게 논의해야 해

 

애초에 히라야마 계획안의
실제 건조 비용이

 

제출한 견적보다
훨씬 높은 금액인 게 문제야

 

이에 대해 히라야마 조선 중장은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았지

 

그렇다면 뒷공작을 의심하는 게
타당하지 않나?

 

난 이 문제를
확실히 밝히고 싶네

 

그렇지 않나? 카이 소령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이렇게까지 막말을 내뱉다니

 

증거는 아무것도 없어
널 가만두지 않겠다

 

그러나 몇 척의 순양함이

 

오자키 조선으로 발주된 것
또한 사실입니다

 

나와는 관련 없는 일이야

 

죄송합니다만

 

뭔가?

 

카이 소령님은 왜
오자키 조선이라고 단정하십니까?

 

오자키 가의 관계자로부터
정보를 제공받은 겁니까?

 

그 관계자는 누구죠?

 

혹시 괴문서에 적혀 있던
아가씨입니까?

 

아직도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겁니까?

 

아니, 그런 적 없어

 

베갯머리에서 들은 정보 따위는
믿을 수 없습니다

 

베갯머리?
천박한 소리 하지 마!

 

괴문서를 쓴 건 중위님이군요!

 

넌 뭐야?
트집을 잡을 셈이냐?

 

내연녀를 둔 상관의 부하는

 

똑같이 여자관계가
지저분한 법인가 보지?

 

무슨 말을 하려는 거야?

 

야마모토, 뭔가
뒤가 켕기기라도 하나 보지?

 

자네야말로 후카가와에
첩이 있잖나

 

그걸 여기서 꺼내?

 

아내에게 들켜서
무릎 꿇고 빌었다지?

 

무릎 꿇고 빌었냐?

 

그래! 그게 뭐 잘못됐어?

 

지금은 전함 얘기를 하는
자리입니다!

 

다시 돌아가자면

 

히라야마 계획안의 견적은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걸세

 

허위는 없습니다

 

억측으로 만들어 낸 겁니다

 

무엇보다 해군의 계획이

 

수식에 좌우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죠

 

그런 수식 따위 말도 안 돼요

 

인정할 수 없습니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숫자야말로 진정한 정의죠

 

히라야마 조선 중장님은
설계 단계에서는

 

2억 엔 가까이 든다는 걸
알고 있었겠죠

 

그걸 굳이 허위의 숫자로
바꿨습니다

 

이는 조선 기술자로서의 본분에
충실하지 못한 것이므로

 

계획안은 타당하지 않습니다

 

히라야마 중장님을 모욕하지 마!

 

부정을 알고도 민간회사와 결탁해
예산을 조작하고

 

최종적으로 국고에 막대한
손해를 입히려고 합니다

 

이는 정의를 짓밟는 계략이며
명백한 배덕행위입니다

 

그래서 문제인가?

 

그래서 문제냐고 물었네

 

갑자기 태도를 바꾸셨군요

 

모두 국가를 위해 한 일이다

 

일본을 위해서라면
1억이나 2억은 큰돈도 아니야

 

1억이나 2억?

 

국민이 피땀 흘려 낸 세금입니다

 

한 푼도 함부로
다룰 수 없습니다

 

국가를 잃으면
국민에게도 아무것도 없다

 

후지오카의 배는
국가를 지킬 수 없어

 

그리고 자네가 나를
심판할 권한은 없네

 

권한은 없어도
진실을 밝힐 책무는 있죠

 

진실?

 

그런 것에 무슨 의미가 있지?

 

자네는 표면적인 정의감만으로
열변을 토하지

 

하지만 현실 세상은
그런 걸로 흔들리지 않아

 

진짜 정의라는 것이 있어

 

제가 오자키 조선에 협력을 구해

 

실제보다 낮은 금액으로
견적을 제안한 건 맞습니다

 

부정을 인정하는 건가?

 

그렇게 해야 초대형 전함 건조의
기밀을 지킬 수 있으니까요

 

기밀?

 

'일본이 2억 엔 가까이 드는
신형 전함을 만들고 있다'

 

이 정보가 다른 나라로 들어가면
어떻게 반응할까요?

 

틀림없이 예산을 분석하고

 

전함의 규모와 성능을
예측할 겁니다

 

그리고 이에 대항하기 위해
더욱 거대한

 

초대형 전함을 만들겠죠

 

그러니까

 

적을 속이기 위해
아군부터 속인 건가?

 

건조 예산은 반드시 공개해야 해

 

그걸 역으로 이용해
적을 속인다고?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적을 당황하게 만들어
공포에 몰아넣고

 

전의를 빼앗으려면

 

극비로 만든 거함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미래까지 내다본
정말 멋진 계획이군

 

맞습니다

 

그렇게 멀리까지
생각하고 있었다니

 

오스미 장관님
이를 고려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번에 제출한 허위 견적은

 

이 나라를 위한 것이었음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알겠네

 

아주 잘 알았어

 

전함의 건조 비용 공표를
역으로 이용할 줄이야

 

신형 전함
건조 계획에 대해서는

 

히라야마 조선 중장의 계획안을
채택하고자 하네

 

모두 이의는 없겠지?

 

최선을 다해 수행하겠습니다

 

좋았어!

 

결정됐군

 

원통하다

 

그렇게 필사적으로
허위 견적을 폭로했는데

 

아무 의미 없었어

 

결국 이 거대 전함이
만들어지는 것인가?

 

- 타나카!
- 네!

 

내가 그린 도면 조각들을
모두 가져와

 

알겠습니다

 

이건...

 

내 전함의 평면도와 단면도

 

왜 자네가 이걸 갖고 있지?

 

제가 나가토의
의장 배치도를 바탕으로

 

히라야마 조선 중장님의 계획안을
예상하기 위해 그렸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초심자가

 

겨우 며칠 만에 이 도면을?

 

대체 어떻게 된 놈이지?

 

뭐 하고 있나?
회의는 이미 끝났네

 

아직 안 끝났습니다

 

히라야마 조선 중장님의
계획안에는

 

중대한 결함이 있습니다

 

무슨 소리야!

 

히라야마 조선 중장님은

 

해양파를 어느 정도로
상정하셨습니까?

 

해양파?

 

연 10회 정도 발생하는 규모의
태풍은 추정 초속 40m입니다

 

평상시라면 문제없습니다만

 

저기압이 발생하면 파도가
여러 방향으로 밀리고 겹칩니다

 

그 경우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높이의

 

거대한 파도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뭐 어쨌다고?

 

조용히 하십시오

 

그렇게 되면?

 

만약 태풍이 초속 50m
수준으로 발달할 경우

 

겹쳐진 파도의 높이는
최대 30m에 달합니다

 

연 2회 정도 발생하는
규모의 태풍으로

 

이 배를 집어삼킬 정도의
큰 파도가 발생하는 겁니다

 

계획안은 이 정도로
큰 파도에 대해

 

선체를 움직이는 전단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어요

 

전단력이 뭐지?

 

선체를 절단하려는 힘입니다

 

이 배는 중앙을
두꺼운 갑판으로 덮었지만

 

그 중량 분포로 인해
함수와 함미가 취약합니다

 

거대한 파도가 이 부분을 덮치면
배에 균열이 생겨 물이 차오르고

 

최악의 경우

 

침몰할 겁니다

 

그렇게 되면
건군 이래 최대의 참사입니다

 

하지만

 

30m를 넘는 파도를 대비해
설계할 경우

 

성능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몇백 번에 한 번 생길까
말까 한, 파도까지 따지면

 

군함은 못 만듭니다!

 

몇백, 몇천 번에 한 번을
대비하는 것이 설계자의 책무요

 

실제로 저는 30m의
복합성 파도까지 상정하여

 

전단력과 중량 균형의
최적해를 구하는 수식을 도출하여

 

설계를 했습니다

 

아무래도 내가 진 것 같군

 

오스미 장관님

 

제 설계안을 철회해 주십시오

 

그럴 것까진 없지 않나

 

중대한 결함을 놓친 채

 

제안한 것은

 

설계자로서 통한스러운 일입니다

 

이제까지의 업적을 망치지 말고
여기서 물러나야

 

그나마
긍지를 지킬 수 있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해내셨군요

 

최적해를 구하는 수식을
소령님이 쥐고 있는 이상

 

히라야마의 계획안은
영원히 묻힐 겁니다

 

그렇지

 

이리하여 히라야마의 계획안은
전면 철회되었다

 

신형 전함 건조 계획은

 

후지오카의 항공모함이 채택되었다

 

진실을 알면
카이는 어떻게 생각할까?

 

융통성이 없는 친구로구먼

 

그만큼 수학에 있어서는
가차 없다는 증거죠

 

인격보다는
계산 능력이 우선입니다

 

게다가

 

그가 견적의 부정을 밝혀내서

 

히라야마의 계획안이 폐기되면

 

새로운 대형 항공모함을
가질 수 있습니다

 

미영 연합군과의 전쟁을
조기에 끝내려면

 

첫 전투가 중요합니다

 

그때를 위한
완벽한 작전이 있습니다

 

자네는 전쟁을 반대하지 않았나?

 

물론 안 해도 된다면
그러고 싶죠

 

그러나

 

싸움을 피할 수 없다면

 

새로운 항모를 기함으로 삼아
집중 운용하는 기동부대를 편성해

 

개전 초기에 미국의 주력 함대를

 

항공기로 섬멸하겠습니다

 

실은 태평양에 있는

 

새로운 거점에 대한 정보를
이미 입수했습니다

 

어디지?

 

하와이의 진주만입니다

 

이곳을 공격해
파나마 운하를 막으면

 

태평양의 제해권은

 

필연적으로
우리의 손에...

 

왜 그러십니까?

 

아니

 

자네도 역시 군인이긴 했군

 

1개월 후

 

잘 왔네

 

무슨 일로 부르셨습니까?

 

이걸 자네에게 보여 주고 싶었네

 

20분의 1 모형이야

 

아름답지?

 

자네에게 부탁하려는 건
다른 게 아니라

 

그 수식을 가르쳐 달라는 거네

 

가르쳐 드릴 수 없습니다

 

만약 그랬다간

 

이 배의 설계가 완성되겠지

 

그리고 결정은 뒤바뀔 거야

 

하지만 자네도 마음속으로는
그렇게 되길 바라고 있겠지

 

어이가 없군요

 

그 고생을 해서
겨우 탈락시킨 계획안입니다

 

그런데 제가 그걸
부활하길 바란다고요?

 

카이, 솔직해지게나

 

자네는

 

이 배를 한 번
만들어 낸 적이 있어

 

자네는

 

이 배를 자네 손으로 직접

 

만들어 낸 적이 있다고

 

그렇다면

 

이것이 완성된 모습을
보고 싶지 않을 리 없지

 

아뇨!

 

이 배는 만들면 안 됩니다

 

최강의 전함을
보유하고 있다는 자신감은

 

기필코 일본을 전쟁으로
끌고 갈 겁니다

 

국민의 감정이 전쟁으로 향하도록
만들 순 없어요

 

모두가 자랑스럽게 여기는
거대하고 아름다운 전함은

 

이 나라에는 저주일 뿐입니다

 

히라야마 조선 중장님!

 

이 괴물을 만들면 안 됩니다

 

이 배를 만들든 안 만들든 간에

 

이 나라는 반드시
전쟁으로 가게 되어 있네

 

대륙에서의 관동군 폭주

 

만주국의 건설

 

국제연맹 탈퇴

 

세계는 점점 거만해지는 일본을

 

매우 증오하고 있네

 

그리고 무엇보다
궁지에 몰렸을 때

 

전쟁을 하지 않는다는 선택을
국민들이 용납할 리가 없어

 

사람들은 러일전쟁의 승리에

 

아직도 취해 있어

 

이미 상황은

 

이 배 한 척으로
좌우될 단계가 아니네

 

우리는 더 멀리 내다봐야 해

 

우리요?

 

나나 자네 같은 인간들

 

카이, 나는 말이야

 

자네를 동지라고 생각하고 있네

 

그렇기에 하는 말이지만

 

미국과 전쟁을 일으키면

 

일본은 반드시 패배한다

 

자네는 그렇게 생각하겠지?

 

나도 마찬가지라네

 

압도적인 국력의 차이는
극복할 수 있는 게 아니야

 

그리고 일본인은
지려고 하지 않지

 

아무리 비참한 상황에 놓여도

 

최후의 한 사람까지
싸우려 들 거야

 

그렇게 되면 이 나라는
확실히 멸망할 거고

 

하지만 그때

 

일본이라는 나라의
상징이 될 수 있는

 

거대 전함이 있다면
어떨 것 같나?

 

그것이 침몰할 때

 

느낄 절망감은

 

이 나라를 일깨워 주지 않을까?

 

설마...

 

그걸 위해서요?

 

그렇기에 이 배는
아름답고 거대하며

 

절대 가라앉지 않는다는 믿음을
사람들에게 심어 줘야 해

 

기대하게 만들고
열광하게 만들어서

 

마침내 처절한 최후를
맞이하는 것이

 

이 배에 주어진 사명이네

 

나는

 

이 일본이라는 나라의

 

성스러운 제물이 될 배를
만들고 싶네

 

성스러운 제물?

 

이 나라가 멸망의 길로
가기 전에

 

대신해서 바다로 가라앉을 배다

 

그렇기에 나는 이 배에 걸맞은
이름을 생각했지

 

이 배의 이름은

 

'야마토'

 

야마토

 

수식을 건네주겠나?

 

9년 후

 

진주만 공격으로부터 2개월

 

받들어 총!

 

왜 눈물을 흘리십니까?

 

나에게는

 

저 배가

 

이 일본이라는 나라
그 자체로 보여

 

맞습니다, 멋진 전함이죠

 

그야말로 대일본제국의 상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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