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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d2smi by Blue-Bird™

 

[땡땡거리는 전차 종소리]

 

[일어 확성기 소리]
이제부터 여러분들은

 

일본을 믿고 따르셔야 합니다!

 

조선총독부와
동양 척식 주식회사를 믿고…

 

- [아이들의 신난 비명]
- [남자] 호외입니다, 호외!

 

[확성기 소리] 자유와 평등의
가치 아래 본인들의 토지를

 

신고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지주로서 누려야 할

 

- 마땅한 권리를 누리십시오!
- [찌르릉 자전거 벨 소리]

 

[소년이 한국어로]
비키세요, 비키세요!

 

- [계속되는 일어 가두선전]
- [아이들의 연신 신난 비명]

 

- [멀리 일어 가두선전]
- [똑딱똑딱]

 

[괘종시계가 연신 똑딱거린다]

 

[기침 소리]

 

- [자전거 벨 소리]
- [연신 콜록거린다]

 

[탁]

 

아저씨

 

[소년의 가쁜 숨소리]

 

왔어요

 

[종이가 부스럭거린다]

 

[소년의 가쁜 숨소리]

 

[종이가 부스럭거린다]

 

[여자] 여기 있는 것 같다

 

네가 찾던 그 사람

 

[불안한 음악]

 

"북간도 명정촌 삼십리
십팔정 태평동"

 

[바스락거리는 소리]

 

[멀리 땡땡거리는 전차 종소리]

 

[한숨]

 

- [문이 쾅 열린다]
- [여자1의 비명]

 

[일본군이 일어로] 죽어!

 

[남자의 신음]

 

[남자의 신음]

 

- [꺽꺽대는 숨소리]
- [왈칵왈칵 피 쏟아지는 소리]

 

[여자2의 신음]

 

[힘없는 숨소리]

 

[불안한 음악이 멈춘다]

 

- [노크 소리]
- [문 열리는 소리]

 

[남자] 이윤 소위님

 

미우라 소좌님께서 기다리십니다

 

준비하시죠

 

소위님께 중요한 자리니까

 

무조건 모셔 오라고
명령하셨습니다

 

아!

 

군복은 꼭 챙기셔야 합니다

 

[멀어지는 발소리]

 

[문 닫히는 소리]

 

[미우라가 한국어로] 제가 오늘
소개해 드릴 친구는

 

여기 계신 몇몇 분들은
아시겠지만

 

한때 제 노비였습니다

 

대일본 제국의 도움이 없었으면

 

이 친구는 평생을
이름 없는 노비로 살아야겠죠

 

그럼 전
인생 최고의 친구이자 전우

 

그리고 형제를
만나지 못했을 거고요

 

[거친 숨소리]

 

[거친 숨소리]

 

[윤의 떨리는 숨소리]

 

[미우라] 사평 전투에서

 

노서아 포병대를 섬멸한
전쟁 영웅이자

 

남한 대토벌 작전에서

 

수많은 폭도들을 진압한
진정한 애국지사입니다

 

힘찬 박수로
맞이해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이윤 소위

 

"제5회 조선총독부
중추원 설립 기념"

 

"황국신민 만찬회"

 

[계속되는 박수]

 

[웅성거리는 소리]

 

[박수가 잦아든다]

 

[웅성거리는 소리]

 

[연신 웅성거리는 소리]

 

[애절한 음악이 흐른다]

 

[사람들의 대화 소리]

 

[가수가 일어로 노래한다]

 

[한숨]

 

[후 내뱉는 숨소리]

 

다음부터 그런 자리 만들지 마?

 

내가 그 자리 한번
만들어 보겠다고

 

얼마나 생고생을 했는데

 

넌 술이나 처마시고
거기서 그러고 자빠졌냐?

 

자그마치 6년이야

 

6년이나 기다려 줬다고, 내가 너를

 

군에 돌아가고 싶다고 한 적 없어

 

너 지금 그게 나한테 할 소리냐?

 

나 내일 떠나

 

만나야 될 사람이 있어서

 

못 돌아올 수도 있어

 

갑자기 무슨 소리야?

 

어디에서 누구를 만나는데
못 돌아와?

 

[한숨]

 

[미우라의 한숨]

 

너 내가 만만하냐?

 

면천시켜 준 것도 모자라서
친구까지 먹어 주니까

 

뭐, 내가 우스워?

 

너 잘 생각해

 

나 네 도련님이었어

 

나 아니었으면 지금 여기
너도 없어, 이 새끼야

 

너, 갑오년에
노비 문서 불태워 준 것도 나고

 

너 군인 만들어 준 것도 나고

 

너 전쟁 영웅으로 포장해서

 

여기저기 인맥 쌓아 준 것도
나야, 이 새끼야, 씨

 

[윤] 조선 출신
최연소 일본군 소좌

 

미우라 쇼헤이

 

그건 누구 때문에 된 거 같은데?

 

그 정도 했으면 [숨 내뱉는 소리]

 

나 좀 그만 놔 줘라

 

[미우라] 뭐, 놔 줘?

 

[달그락 술병 드는 소리]

 

[조르르 따르는 소리]

 

- [한숨]
- [술병 내려놓는 소리]

 

[술잔 집는 소리]

 

[미우라] 너 설마

 

너 그 일 때문이냐?

 

6년 전 구례에서?

 

[숨 들이켜는 소리]

 

[한숨]

 

[술잔 내려놓는 소리]

 

그때는 명령이었잖아, 명령

 

나도 어쩔 수 없었다고
몇 번이나 얘기했잖아, 씨

 

- [술잔 내려놓는 소리]
- [한숨 쉬며] 아이 씨

 

그때 이 새끼를
죽여 버렸어야 됐는데, 씨

 

[사람들이 큰 소리로 대화한다]

 

[사람들의 웃음]

 

- [술잔 집는 소리]
- [쨍그랑]

 

- [저마다 놀라는 소리]
- [삐 마이크 소리]

 

[미우라가 일어로]
왜 이렇게 시끄러워?

 

얘기가 안 되잖아!

 

- [웅성거리는 소리]
- [미우라의 거친 숨소리]

 

[한국어] 야, 안 되겠다
너 잠깐 일어나 봐

 

- 너 총 있어?
- [불안한 음악]

 

[미우라가 연신 숨을 몰아쉰다]

 

- [사람들의 놀라는 소리]
- 야, 이거 들어

 

이거 들고 서 있어 봐, 어?

 

그때처럼 아주
대갈통을 날려 버리게, 씨

 

네가 날 죽이고 가든

 

네가 여기서 뒈지든 결정 내자

 

어? [거친 숨소리]

 

왜? 그때처럼 나한테
총 맞을까 봐 무서워?

 

[미우라의 거친 숨소리]

 

무서우면 가지 마

 

그냥 내 옆에
딱 붙어 있으라고! 씨

 

상황이 그때하고 지금은 많이 달라

 

그때는 살아야 될 이유가 없었는데

 

지금은 아니야

 

근데 꼭 여기서 결정을 내야겠어?

 

큰놈이 너 이 새끼 진짜, 씨

 

그때 죽였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잖아

 

[탁 술잔 내려놓는 소리]

 

- [윤의 힘주는 소리]
- [긴장이 고조되는 음악]

 

[음악이 멈춘다]

 

이 큰놈이

 

지금이라도 면천시켜 주셔서

 

고맙습니다, 도련님

 

[애잔한 음악]

 

[미우라] 야, 이윤, 거기 서

 

야, 이윤! 씨!

 

[일본군이 일어로]
소좌님, 안 됩니다

 

[미우라] 손 놔, 놓으라고!

 

[한국어] 이윤!

 

야, 이윤!

 

[우아한 왈츠가 흐른다]

 

[풀벌레 소리]

 

[감성적인 음악]

 

[쉭 수증기 내뿜는 소리]

 

[기차 경적]

 

[기차 달리는 소리]

 

[기차 경적]

 

[기차 멈추는 소리]

 

[기차 경적]

 

[피식]

 

[여자의 옅은 웃음]

 

[웃음]

 

[여자] 윤아!

 

[토닥거리는 소리]

 

많이 컸네, 내 동생, 어?

 

누님 보니까

 

- [누님의 웃음]
- 돈이 좋기는 좋네

 

[누님] 아유, 뭐

 

쌍년이 대접받으려면
돈밖에 더 있냐?

 

- [밝은 음악]
- 그래서 대접은 좀 받아요?

 

그럼

 

근데 너무 갈궜나 봐

 

다들 나더러 썅년이래

 

[누님의 웃음]

 

쌍년이 썅년 된 거지, 썅

 

아휴, 고생했다

 

 

[남자의 말 모는 소리]

 

[누님] 아, 어떻게 이렇게
바로 왔냐, 어?

 

설마 윤이 너

 

6년 동안 내 연락만 기다린 거냐?

 

찾느라 고생했을 텐데
고마워요, 애썼네

 

[누님] 아, 고생은 무슨

 

우리 사이에 그런 말 하지도 말아

 

근데

 

도련님이 순순히 보내 주디?

 

[피식] 협박했어요

 

안 보내 주면 죽이고 갈 거라고

 

[누님] 그냥 확 진짜
죽이고 오지 그랬냐, 응?

 

걔가 나
멍석말이했던 거 기억하지?

 

어떻게 방을 안 덥혀 놨다고
사람을 멍석에 말고 패냐?

 

어린놈의 새끼가
버르장머리 없이, 씨

 

그때 다친 허리가 아직도 아프다

 

돈은 왕창 벌었어도

 

몸이 가난을 기억한다

 

[까마귀 울음]

 

[까마귀가 연신 운다]

 

아이 씨

 

[누님] 저 새끼들
또 잡혔네, 또 잡혔어, 어?

 

[불안한 음악]

 

아휴, 그러니까 뭐 하려고
독립운동을 해서

 

저렇게 개죽음을 당하냐고, 씨

 

- 아휴 [혀를 쯧쯧 찬다]
- [까마귀 울음]

 

일본 애들 짓이에요?

 

내가 어떻게 알겠냐?

 

마적이 그랬는지
일본 애들이 그랬는지, 아휴

 

마적 애들이 왜 독립군을 죽여?

 

[누님] 돈이 되니까

 

여기서 독립군은
사람 아니다, 다 돈이지

 

경성이랑 간도 여기를
비슷하게 생각하지 마

 

미우나 고우나
경성은 일본이 먹었잖아

 

근데 여기는
죄다 자기들이 먹겠다고

 

군침 질질 흘리는데

 

정작 입에 넣은 놈이 없어, 어?

 

확실한 주인이 없는 거지

 

[불안한 음악]

 

아휴

 

중국의 땅

 

- [남자의 연신 말 모는 소리]
- 일본의 돈

 

- [까마귀 울음]
- 조선의 사람

 

이 중에 어떤 게 여기를
먹을 거 같냐, 네 생각에는?

 

[까마귀 울음]

 

- [남자의 연신 말 모는 소리]
- [말 울음]

 

[말의 투레질 소리]

 

- [말 울음]
- [남자] 워워

 

[말의 투레질 소리]

 

[거세지는 바람 소리]

 

[누님] 왜?

 

[남자] 사풍이요

 

 

- 윤아, 자, 이거
- [거센 바람 소리]

 

항상 쓰고 다녀
여기 사풍 장난 아니니까

 

[바람 소리가 점점 거세진다]

 

[모래바람 소리]

 

[사나운 모래바람 소리]

 

[요란한 말 울음]

 

[말 울음]

 

- [거센 모래바람 소리]
- [덜컹거리는 소리]

 

[수그러드는 바람 소리]

 

[누님] 잦아들었네

 

- [차분한 음악]
- 가 보자

 

[후드득 모래 떨어지는 소리]

 

[윤] 저기가 마을이에요?

 

[누님] 응, 저기가 명정이야

 

북간도 최고의 도시

 

죽이지?

 

[피식]

 

[피식]

 

[장대한 음악]

 

"명정촌"

 

[떠들썩한 거리 소음]

 

[저마다 중국어로 떠드는 소리]

 

[누님이 중국어로]
여기 국수 두 개!

 

[한국어] 앉아
여기 국수 죽여준다

 

[윤] 여기는 조선인 상점이
거의 없네요?

 

[누님] 가게 차릴 돈이 어디 있냐?

 

내가 돈 제일 많아
조선인들 중에서

 

[누님의 웃음]

 

누님은 저걸로 돈을 번 거요?

 

에이, 저걸로는 돈 얼마 안 되고

 

총 팔아, 요즘에는

 

이 근방에서 전쟁 많이 나잖아

 

예를 들어서
독립군이 일본군을 발랐다

 

그럼 무기니 뭐니 싹 다 챙기겠지?

 

고런 게 다 돈이 되니까

 

고걸 내가 싸게 매입해서
중국 군벌 애들한테

 

웃돈 얹어 파는 거야

 

뭐, 경기 안 좋으면

 

[쩝 하는 입소리] 마적 애들한테
팔기도 하고

 

하여튼 여기저기 다 팔아

 

[웃음]

 

[중국어] 아, 아! 고마워요

 

[달그락]

 

[한국어] 자, 먹자, 자

 

- [웃음]
- [윤의 옅은 헛기침]

 

근데

 

넌 어떻게 살려고 여기 온 거냐?

 

그 사람 찾는 건 찾는 거고

 

뭐 해서 먹고살려고 왔냐고, 여기

 

살려고 온 거 아니에요

 

[누님이 웃으며]
살려고 온 게 아니라니?

 

그럼 뭐 죽으려고 온 거야, 여기?

 

[후루룩 먹는 소리]

 

[후루룩 먹는 소리]

 

[남자1이 만주어로]
뭐 하는 놈이야?

 

[긴장되는 음악]

 

[사람들이 중국어로 말하는 소리]

 

[말 울음]

 

[한국어] 뭐예요, 쟤들은?

 

[주변이 연신 소란스럽다]

 

[남자2가 만주어로 말한다]

 

아이 씨, 쟤들은 왜 또
밥 먹는데, 씨

 

- [와장창하는 소리]
- [누님] 야, 일어나

 

- [남자3의 비명]
- 쟤들하고 엮여서

 

- 좋을 게 하나도 없어
- [사람들의 비명]

 

피하는 게 상책이야

 

[콰당]

 

 

- 뭐 해? 일어나
- [주변이 연신 소란스럽다]

 

- [남자4의 신음]
- [사람들의 놀라는 소리]

 

[남자4의 거친 숨소리]

 

- [남자5가 껄껄 웃는다]
- [남자4의 신음]

 

[남자5의 힘주는 소리]

 

[신음]

 

[긴장되는 음악이 멈춘다]

 

[웅성거리는 소리]

 

[위압적인 음악]

 

[작은 목소리로] 눈 깔아

 

- [남자5의 웃음]
- [남자4의 거친 숨소리]

 

[남자6이 만주어로] 잠깐

 

- [남자4의 거친 숨소리]
- [남자5의 힘주는 소리]

 

[남자5의 힘주는 소리]

 

[남자4의 신음]

 

[남자4의 거친 숨소리]

 

[신음]

 

[아파하는 소리]

 

- [긴장이 고조되는 음악]
- [비명]

 

[사람들의 겁먹은 소리]

 

[한국어로 작게] 윤아

 

[남자4의 신음]

 

[사람들의 놀라는 비명]

 

[피 쏟아지는 소리]

 

[사람들의 겁먹은 소리]

 

[긴장되는 음악]

 

- [삭 베는 소리]
- [좌르륵 피 쏟아지는 소리]

 

[털썩]

 

[위압적인 음악]

 

[만주어로 말하는 소리]

 

윤아

 

[위압감이 고조되는 음악]

 

[음악이 점차 잦아든다]

 

[말에 올라타는 소리]

 

[끽끽 하는 입소리]

 

[누님] 아유, 썅
쫄려 뒈지는 줄 알았네, 씨

 

야, 넌 뭐 하려고
뻗장대고 있어, 뭐 하려고?

 

아휴, 씨 [숨 몰아쉬는 소리]

 

[윤] 뭐 하는 놈이야?

 

장기룡이라고 마적이야, 마적

 

저기 죽어 있는 애들은
노덕산 쪽 애들이고

 

명정이랑 간도 상권 때문에

 

하루가 멀다 하고 싸워
양쪽 패거리들이

 

- 아유, 썅
- 경찰은 뭐 하는데?

 

아유, 그 새끼들은 진짜…

 

- 아유, 아유, 저기 오네, 쟤
- [다가오는 발소리]

 

[불안한 음악]

 

[걸어가는 발소리]

 

[속삭이며] 쟤 보이지, 쟤?
맨 앞에, 쟤

 

쟤가 영사관 오오카 경시라고

 

여기 본정통 담당하는 놈이야

 

개새끼지, 개새끼, 저거
천하의 개새끼야, 씨발

 

[오오카가 일어로] 정리해

 

[윤이 한국어로] 아니, 저렇게
시체만 치우는 거예요?

 

죽인 놈은 안 잡고?

 

[누님] 죽인 놈이 장기룡이니까
안 잡지

 

북간도 일대 마적 중에
장기룡이 이거거든

 

독립군 잡아 죽이는 걸로

 

아이고, 씨

 

독립군을 잘 죽여서
범죄를 눈감아 준다는 거예요?

 

[누님] 어휴

 

[누님의 쯧 하는 입소리]

 

[윤] 여기서도
조선 사람들만 죽어나겠네

 

[누님] 그래도
지금은 살 만한 거야

 

머지않아
피바람 한번 몰아칠 거다

 

조만간 일본군이 여기로
넘어온다는 소문이 파다하거든

 

내친김에 만주에
간도까지 먹는다고

 

아이고야

 

마적에, 경찰에

 

일본군까지 설치고 돌아다니면

 

독립군은 어떻게 되고

 

조선 사람들은 또 어떻게 되겠니?

 

아휴

 

그러니까 윤아

 

너도 앞으로

 

독립군 조심하고
조선 사람들 멀리해, 어?

 

지켜 줄 나라 하나 없는 연놈들

 

우리 목숨 우리가
스스로 챙기고 살아야지

 

안 그러냐?

 

아유, 아유, 아유

 

[거리가 연신 소란스럽다]

 

[차분한 음악]

 

[여자의 비명이 울린다]

 

[삭 베는 소리]

 

[사람들의 비명이 울린다]

 

[삭삭 베는 소리가 울린다]

 

[여자의 비명이 울린다]

 

[떠들썩한 거리 소음]

 

[놀란 숨소리]

 

[삐 소리가 울린다]

 

[미우라가 일어로] 태워

 

[까마귀 울음]

 

[긴장되는 음악]

 

- [까마귀가 연신 운다]
- [긴장이 고조되는 음악]

 

- [음악이 멈춘다]
- [윤의 놀란 숨소리]

 

- [멀리 날카로운 신호음]
- [연이은 총성]

 

[소란스러운 소리]

 

- [총성]
- [개 짖는 소리]

 

- [유리 깨지는 소리]
- [총성]

 

- [남자1이 만주어로 떠드는 소리]
- [불안한 음악]

 

- [남자들의 떠들썩한 웃음]
- [남자2의 비명]

 

[남자1이 껄껄 웃는다]

 

[밖이 연신 소란스럽다]

 

[총성]

 

- [남자1의 흡족한 웃음]
- [의미심장한 음악]

 

- [힘주는 소리]
- [신음]

 

[차분한 음악]

 

[피식]

 

[남자1이 만주어로] 가자

 

[남자3이 낄낄대며] 가자

 

[남자들이 연신 낄낄거린다]

 

- [누님이 한국어로] 윤아
- [새가 지저귄다]

 

벌써 가게?

 

잠도 안 오고 해서
일찍 출발하려고

 

더 자지 왜 나왔어요?

 

아유, 새벽에 어떤 놈들이
총질을 해 가지고 잠 다 깼어

 

자는데 총 쏘는 건
진짜 예의가 아니지 않니?

 

허구한 날 총질이야
미친놈들이, 허구한 날, 아유

 

그거 다 누님이 판 총 아니우?

 

사업 잘돼서 좋겠네

 

으음, 돈이 아무리 좋아도

 

- [툭]
- 사람이 잠은 자야지

 

[함께 웃는다]

 

다음부터 계약서에
적든지 해야지 안 되겠다

 

8시 이후에 총질 금지라고

 

[누님의 웃음]

 

그런 거 지킬 놈들이었으면
마적질 안 하지

 

갈게요, 신세 많이 졌네

 

[누님] 으이구 [쯧 하는 입소리]

 

신세는 무슨

 

이렇게 얼굴 한 번씩 보고
그러는 거지

 

[말의 투레질 소리]

 

근데 윤아

 

어제 네가 나한테 한 얘기 있잖아

 

그거 무슨 뜻으로 한 얘기야?

 

별 뜻 없어요

 

말한 그대로지

 

- [톡 말 차는 소리]
- [투레질 소리]

 

[쓸쓸한 음악]

 

살려고 온 게 아니면 뭔데? 어?

 

다 정리하고 간도 온 이유가…

 

아니지?

 

네가 만나러 가는 놈이 누군데?

 

최충수가 누구냐고, 대체!

 

[양이 매 운다]

 

[풀잎이 바람에 사르륵거린다]

 

[타닥타닥 말발굽 소리]

 

[하늘이 우르릉거린다]

 

[거세지는 빗소리]

 

[천둥소리]

 

[하늘이 연신 우르릉거린다]

 

[밤새 소리]

 

[희미한 삐익 소리]

 

[희미한 삐익 소리]

 

[희미한 삐익 소리]

 

[타닥타닥 말발굽 소리]

 

[말발굽 소리가 멈춘다]

 

[말 울음]

 

- [삑 하는 소리]
- [불안한 음악]

 

- [삐익]
- [남자의 거친 숨소리]

 

[사람들의 거친 숨소리]

 

[휙 스치는 소리]

 

[칼이 챙 울린다]

 

[천둥소리]

 

[서늘한 효과음]

 

[하늘이 우르릉거린다]

 

[남자] 너 뭐여?

 

노덕산이가 보내서 왔냐?

 

[긴장이 고조되는 음악]

 

[음악이 멈춘다]

 

[천둥소리]

 

[남자의 웃음]

 

[남자] 나가 미안허네

 

같은 동포인지도 모르고

 

[남자의 웃음]

 

아따, 좌우당간
어디 다친 데 없으니께 다행이고

 

그랴

 

우덜 마을에는 뭔 일로 왔는가?

 

제가 이 마을에 온 이유는

 

어르신을 뵙고
드릴 말씀이 있어서입니다

 

- [삐걱 문 열리는 소리]
- 사실…

 

[달그락 내려놓는 소리]

 

[빗소리가 작아진다]

 

[정적이 흐른다]

 

[빗소리가 커진다]

 

[멀어지는 발소리]

 

[충수] 저것이 언년이라고

 

[충수의 힘주는 소리]

 

우덜 마을에 온 지
꼬박 닷새 된 애기여

 

소작농으로 평생을 살다가

 

동척 그 썩을 놈들한테 당해서
여그까정 오게 됐다는데

 

오는 길에 또 마적을 만나 갖고는

 

가족이 싸그리 죽어 버렸다는구만

 

요즘 같은 시상에

 

사연 없는 놈이 어디 있겠냐만서도

 

맴이 쪼까 거시기하네
쟈만 보믄은

 

- [꾸중하는 소리]
- 아!

 

[나무라는 소리]

 

[충수] 그건 그렇고
야그 계속해 봐

 

자네가 나한테 뭔 헐 말이…

 

- [남자] 성님! 성님!
- [달려오는 발소리]

 

[남자의 가쁜 숨소리]

 

- 성님!
- 예분 아버지

 

싸게 좀 와 보셔야겄는디요

 

아따, 귀청 떨어지겠다, 이놈아

 

뭔 일인데 그랴?

 

[예분 부] 아니, 강두만이
그 육시럴 놈이

 

마을을 떠나겄다 안 허요!

 

고것이 무슨 살쾡이 쥐약 먹고
뒤지려는 소리여?

 

- 강가 놈이 왜?
- [예분 부] 왜긴 왜겄어요!

 

노덕산이한테
뒤질 거 같응께 그라제!

 

[스산한 음악]

 

[후 내뱉는 숨소리]

 

[피식 웃는다]

 

[충수] 나한테 한다는 말

 

쪼까 있다 해도 되겄제?

 

예, 기다리겠습니다

 

 

언년이 쟈 따라가믄 되니께
그렇게 허고

 

이따 봄세

 

- 예
- [충수] 들어

 

[언년] 서너 해 전에 목사 양반이

 

연해주로 가 부러 갖고

 

빈 교회라니께

 

여 계시면 돼유

 

그, 바깥에서
뭔 소리 들리고 그려도

 

나오지는 마시고

 

마적 놈들한테 죽을 수도 있응께

 

[윤] 노덕산이
여기를 노리는 이유가 뭐야?

 

- [달그락 내려놓는 소리]
- 마적 놈이 마적질 하는디

 

[달그락]

 

뭔 이유가 있간디유

 

뭐, 솔직히 말하믄

 

조선 사람들이
제일로다가 만만하기는 하제

 

죽여도 후환이 없응께

 

- [불안한 음악]
- [걸어가는 발소리]

 

[윤] 여기 온 지 5일 됐다고?

 

조선에서 하던 일은?

 

[언년의 힘주는 소리]

 

아, 농사지었다 안 허요

 

아까침에 뭐 들었나 몰러

 

[펄럭 이불 펼치는 소리]

 

나 보믄서
야그 막 하고 그러드만은

 

- [불안한 음악]
- [언년의 힘주는 숨소리]

 

- 농사짓던 손이 아니던데?
- [연신 탁탁 펴는 소리]

 

총 잡던 손이지

 

[긴장이 고조되는 음악]

 

- [음악이 멈춘다]
- 손만 보고

 

그런 걸 어찌끄롬 안댜?

 

무당 눈깔이여?

 

너 뭐야?

 

[언년] 뭐가 뭐여?

 

- [불안한 음악]
- [윤] 신분까지 숨기고

 

이 마을에 온 진짜 이유가 뭐냐고

 

[언년] 아, 시방 뭔 소리당까?

 

누가 신분을 숨겨?

 

독립군이여, 나가?

 

독립군은 아닌가 보네

 

다시 한번 묻는다

 

너 뭐야?

 

그짝이 듣기 좋은 말은
아닐 것인디

 

그래?

 

서로 잘하는 거 할까?

 

[정적이 흐른다]

 

[강렬한 음악]

 

[쉭쉭 날카로운 소리]

 

[언년의 거친 숨소리]

 

[윤] 뭐 하는 놈이야?
여기는 왜 왔어?

 

너 죽이러 왔지

 

돈 받고 사람 죽이는 게 일이라서

 

- 너한테 돈 준 놈이 누군데?
- [언년이 연신 숨을 몰아쉰다]

 

상도의상 그건 말 못 하고

 

경성에서 왔다는 것만 알아둬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알았어?

 

'북간도 명정촌 삼십리
십팔정 태평동'

 

[하 내뱉는 숨소리] 네가 친절히
적어 놓고 갔잖아

 

[강조하는 효과음]

 

[서늘한 효과음]

 

[피식]

 

- [쿵 하는 효과음]
- [언년의 가쁜 숨소리]

 

떠날 거면 흔적 없이 가든가

 

그게 뭐니? 칠칠치 못하게

 

[강렬한 음악]

 

- [강렬한 음악이 멈춘다]
- [윤, 언년의 거친 숨소리]

 

[윤] 마우저 C96

 

좋은 총 갖고 다니네

 

남부 14식?

 

[피식]

 

구린 총 갖고 다니네

 

[긴장되는 음악]

 

[언년의 가쁜 숨소리]

 

[헐떡이며] 남부 14식

 

격발 불량 많이 나는 거 알지?

 

너 혼자 죽을 확률이
3할 정도는 돼

 

그중의 7할은 너도 같이 죽는 거야

 

3분의 1도 안 되는 확률 싸움에

 

- 목숨을 걸고 싶어?
- [언년이 피식한다]

 

다구빨 좋네

 

[피식]

 

이러면 복잡해지는데

 

복잡할 거 없어

 

너만 그 총 내려놓으면
모든 게 간단해져

 

[언년] 야

 

그래도 내가 명색이 돈 받고
사람 죽여 주는 년인데

 

어떻게 의뢰받은 일을 안 하니?

 

누구 망하는 꼴 보려고

 

날 죽여야 될 사람은 따로 있거든

 

그게 누군데?

 

봤잖아, 아까

 

충수 아저씨가 널 죽인다고?

 

네가 도대체 뭘 했는데
그 아저씨한테?

 

[작게 내뱉는 숨소리]

 

사람이 사람한테 해서는
안 되는 일

 

그걸 했어

 

너한테 죽을 수 없는 이유도
다 그 일 때문이고

 

[언년] 너 일본군 출신이라며?

 

[흠 내뱉는 숨소리]

 

대충 알겠다

 

네가 충수 아저씨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

 

[숨 내뱉는 소리]

 

그래

 

네 말대로 하자

 

네 말에 흔들려서는 아니고

 

충수 아저씨가 널 죽이는 게
맞는 거 같아서

 

그래서 들어주는 거야

 

[달그락거리는 소리]

 

[언년의 힘주는 소리]

 

아저씨가 되게 잘해 줬거든

 

나 여기 있는 동안에

 

[옷자락 스치는 소리]

 

의뢰인한테는
내가 너 죽였다고 할 거니까

 

- 그렇게 알고
- [옷이 툭 떨어지는 소리]

 

앞으로 살다가
우연히라도 나를 만난다

 

[피식] 그럼 너 진짜 죽는 거야

 

[달그락거리는 소리]

 

난 뒤에서도 쏜다

 

치사하게

 

[멀어지는 발소리]

 

 

그 의뢰인이 너 죽이기 전에
이 말 꼭 전해 주랬는데

 

[불안한 음악]

 

개는

 

집 떠나면 죽는 거래

 

[의미심장한 음악]

 

[언년이 피식 웃는다]

 

잘 죽어라

 

다음 생에는 좋은 데서 태어나고

 

[숨 내뱉는 소리]

 

[장대비 쏟아지는 소리]

 

[덜그럭]

 

[쓸쓸한 음악]

 

[두만] 막지 마유

 

[예분 부] 아유, 저기
두만이, 응?

 

아, 자네꺼정 떠나면
우리가 어떻게 살겄는가!

 

[두만이 울먹이며] 아유, 놔유
지는 갈라니께

 

[예분 부] 아유

 

[두만] 뭣 하냐, 싸게싸게 안 오고

 

자네 여기서 뭐 혀?

 

비가 굵어, 언능 들어가

 

기다리려고 했는데
그럴 수가 없어서요

 

지금 얘기하시죠

 

6년 전

 

구례에서 있었던 일 때문입니다

 

[충수] 나가 솔찬히 당황스럽구만

 

자네가 기유년 일로다

 

나한테 뭔 할 말이 있다는 거여?

 

어르신도 아시다시피

 

그때 당시 조선에서 활동하는
의병들을 진압하기 위해

 

남한 대토벌 작전이 있었습니다

 

그 작전으로
수많은 의병들이 죽었고

 

살아남은 자들은

 

만주나 연해주로
이주했다고 들었습니다

 

어르신처럼요

 

자네가 고것을

 

우째 그리 잘 아는가?

 

제가 그때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차분한 음악]

 

일본군 보병 14연대 소속으로

 

저는 5중대 특임 조장으로

 

의병으로 의심되는 자들의
명부나 민적을 찾아내

 

행방을 추적하는 일을
맡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에게 이런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무적장군 최충수의
근거지를 추적하여'

 

'그를 체포하고'

 

'광주 감옥으로 압송하라'

 

어르신의 마을을 처음 찾아내
상부에 보고한 사람이

 

바로 저입니다

 

6년 전 구례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다 제가 만든 겁니다

 

[윤이 일어로] 전부 움직이지 마!

 

전부 움직이지 마!

 

전부 움직이지 마!

 

[미우라가 한국어로]
너 갑자기 왜 그래, 이 새끼야!

 

[윤] 내가 몇 번 얘기했잖아
최충수 여기 없다고!

 

그럼 돌아가야지!

 

명령 바뀌었어

 

'무적장군의 근거지를 초토화해라'

 

그게 명령이야

 

저 사람들 민간인이야

 

무기도 없고 총은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는 민간인이라고!

 

민간인이!

 

민간인이 나중에
의병 되고 그러는 거야

 

누구는 태어날 때부터
의병 딱지 붙이고 태어나냐?

 

다 죄 없이 태어나서
죄짓고 살고 그러는 거지!

 

광일아, 제발 돌아가자

 

[떨리는 숨소리]

 

너랑 이렇게 실랑이할 시간 없어

 

총 내려놔

 

광일아, 제발

 

[광일] 그래, 알았어

 

넌 빠지고 싶으면 빠져

 

[일어] 시작해

 

[일본군들] 네!

 

- [사람들의 겁먹은 소리]
- [광일] 이구치

 

- [이구치] 네!
- [달려오는 발소리]

 

[쓸쓸한 음악]

 

[윤이 한국어로] 저는 평생을

 

- [남자] 살려 주세요!
- [여자의 비명]

 

명령만 받으면서 살아왔습니다

 

배운 것도 없고
배울 수도 없는 천출이라

 

[여자1의 날카로운 비명이 울린다]

 

저 같은 놈은
옳고 그름을 알 수도 없고

 

알아서도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 [여자2의 신음]
- [총성]

 

[남자의 비명]

 

- [남자의 괴로운 신음]
- [거친 숨소리]

 

- [사람들의 비명]
- [총성]

 

[밖이 연신 소란스럽다]

 

- [삭 베는 소리]
- [사람들의 비명]

 

[연이은 총성]

 

- [놀라는 숨소리]
- [아기 울음]

 

[총성이 연신 울린다]

 

[윤] 그랬던 저 때문에

 

[사람들의 비명]

 

수많은 동포들이 죽어갔습니다

 

[불타는 소리]

 

[애잔한 음악]

 

[윤] 그리고

 

어르신의 가족들이

 

- [문이 덜컹 열린다]
- [여자의 비명]

 

- [남자의 신음]
- [일본군1이 일어로] 죽어!

 

[남자의 신음]

 

- [남자의 신음]
- [일본군들의 거친 숨소리]

 

- [왈칵왈칵 피 쏟아지는 소리]
- [꺽꺽대는 숨소리]

 

- [푹푹 찌르는 소리]
- [일본군들의 힘주는 소리]

 

- [삭 베는 소리]
- [여자의 신음]

 

- [아기가 칭얼거린다]
- [여자의 힘겨운 숨소리]

 

[힘없는 숨소리]

 

[윤이 한국어로] 어리석게도

 

[아기가 칭얼거리는 소리]

 

그때서야 알았습니다

 

[아기가 연신 옹알거린다]

 

[일본군2가 일어로]
여자도 애도 죽여

 

[윤이 한국어로]
잘못된 일이었다는 걸

 

저의 무지를
이해해 달라 하지 않겠습니다

 

- [푹 찌르는 소리]
- [일본군3의 신음]

 

[철컥철컥 총 겨누는 소리]

 

이윤, 너, 이 씨

 

[거친 숨소리]

 

[광일이 일어로] 전부 가만있어!

 

[일본군4] 발포 명령
내려 주십시오!

 

- [불안한 음악]
- 저 미개한 조선 놈을!

 

[광일의 거친 숨소리]

 

[광일] 입 닥치고 총 내려!

 

그렇게 못 합니다!

 

같은 조선인이라고
편드시는 겁니까?

 

[일본군4의 떨리는 숨소리]

 

어이

 

그딴 개소리 다시 하면
너부터 죽인다

 

알았어?

 

[분한 숨소리]

 

[광일이 한국어로]
애들 하는 얘기 들었지?

 

여기에서 더 나가면
나도 이제 감당 못 해

 

그러니까 그 총 내려놔

 

진정하고 말로…

 

[털썩]

 

[일본군5의 다급한 소리]

 

[일본군5의 신음]

 

야, 이 개새끼야!

 

[거친 숨소리]

 

다 제 잘못입니다

 

[긴장이 고조되는 음악]

 

[음악이 멈춘다]

 

- [철컥 걸리는 소리]
- [윤의 신음]

 

[가쁜 숨소리]

 

[힘겨운 숨소리]

 

[윤이 연신 숨을 몰아쉰다]

 

[옹알거리는 소리]

 

[아기가 연신 옹알거린다]

 

[숨소리가 울린다]

 

[충수] 시방 나한테
그 말을 하는 연유가 뭐여?

 

과거를 뉘우치니께

 

용서라도 혀 달라는 건가?

 

저는 지나간 일을 반성할 자격도

 

[떨리는 숨소리]

 

용서해 달라 말할 명분도 없습니다

 

설마

 

여그 처뒤질라고 온 것이냐?

 

혀서 고로코롬 빳빳하게 야그혔고?

 

감정에 치우쳐서 말하믄

 

일을 그르칠 수 있응께?

 

[한숨]

 

참 얄궂은 시상 만났네

 

자네도

 

나도

 

[울음 참는 숨소리]

 

내 처와 가족을
죽게 맹근 놈만 아니었으믄

 

꽉 안고 보듬어 줬을 거인디

 

미안허네

 

[충수의 거친 숨소리]

 

[활시위가 빠드득거린다]

 

[활시위가 연신 빠드득거린다]

 

[옅은 숨소리]

 

[날카로운 신호음]

 

- [요란한 총성]
- [말 울음]

 

- [불안한 음악]
- [밖이 소란스럽다]

 

[사람들의 비명]

 

- [예분 부] 하지 마! 하지 마!
- [걸걸하고 위협적인 탄성]

 

- [거친 숨소리]
- [밖이 연신 소란스럽다]

 

- [요란한 말 울음]
- [거친 숨소리]

 

[마적1이 껄껄 웃는다]

 

- [마적2의 힘주는 소리]
- [남자1의 신음]

 

[마적들이 연신 소란스럽다]

 

- [남자2의 신음]
- [마적3의 웃음]

 

[신음]

 

[만주어] 이곳에서 떠나지 않으면
다 죽는다

 

[사람들의 비명]

 

알았냐

 

- [사람들이 연신 비명을 지른다]
- [마적들의 위협하는 입소리]

 

[연신 소란스럽다]

 

[마적4의 기합]

 

[탁 내리치는 소리]

 

- [힘주는 기합]
- [마적5의 비명]

 

[마적6이 만주어로 떠든다]

 

[주변 소리가 왕왕 울린다]

 

[여자1의 비명]

 

- [마적들이 낄낄거린다]
- [퍽퍽 때리는 소리]

 

- [연신 때리는 소리]
- [여자2의 신음]

 

[마적7이 만주어로 떠든다]

 

[아기 울음]

 

[남자3의 비명]

 

- [쾅 부서지는 소리]
- [사람들의 비명]

 

[마적8이 만주어로 떠든다]

 

- [비명이 울린다]
- [불안한 음악이 멈춘다]

 

[울먹이며 한국어로] 어무이

 

어무니

 

- [마적9가 낄낄대며 말한다]
- [예분] 어무니

 

[말 달려오는 소리]

 

- 예분아!
- [마적9의 힘주는 소리]

 

- [불안한 음악]
- [예분의 비명과 울음]

 

예분아!

 

[마적10의 기합]

 

[예분의 비명이 울린다]

 

[예분의 울음]

 

[울부짖는 소리]

 

[연신 울부짖는 소리]

 

[노덕산의 말 모는 소리]

 

[말 달려오는 소리]

 

[힘주는 소리]

 

[불안한 음악이 멈춘다]

 

[빗소리가 점점 커진다]

 

[놀란 숨소리]

 

[거친 숨소리]

 

[아파하는 숨소리]

 

[연신 숨을 몰아쉰다]

 

- [무거운 음악]
- [사람들이 흐느낀다]

 

[여자가 연신 운다]

 

[노인이 흐느낀다]

 

[여자의 서러운 울음]

 

[여자가 울먹이며] 엄마 좀 봐야

 

[남자가 울먹이며] 아이고

 

[저마다 연신 흐느낀다]

 

[예분 부] 아…

 

우리 예분이가 없어졌다 안 허요!

 

[팍팍 땅 파는 소리]

 

[예분 모의 한숨]

 

- [예분 모의 한숨]
- [예분 부] 성님

 

요로코롬 있을 거요?

 

우리 예분이가 잡혀갔당께!

 

성님,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여

 

예? 지금이라도

 

- [탁 잡는 소리]
- 노덕산이 잡으러 가자고

 

- 예? 성님!
- [땅 파는 소리]

 

[떨리는 숨소리]

 

[울부짖으며] 뭐라고
말 좀 혀 봐요, 성님, 쫌!

 

[여자가 울부짖으며] 아, 아유
형님, 어떡해!

 

[힘겨운 숨소리]

 

- [남자] 성님! 빨리 와 보쇼!
- [예분 부의 당황한 소리]

 

- [여자가 울면서] 어떡해
- [예분 부] 어유, 임자!

 

- [여자] 어, 어떡해 [울음]
- [예분 부] 임자!

 

[애잔한 음악]

 

임자

 

- [여자의 울음]
- [예분 부의 다급한 소리]

 

[여자의 비명] 어떻게 좀 해 봐요!

 

- [예분 부] 임자!
- [힘겨운 숨소리]

 

- [여자가 연신 운다]
- [예분 부] 오메! 오메!

 

뭔 일이야!

 

[예분 부의 울음]

 

[떨리는 숨소리]

 

[예분 부, 여자가 연신 운다]

 

[떨리는 탄식과 한숨]

 

[떨리는 숨소리]

 

[연신 땅 파는 소리]

 

[충수의 힘주는 숨소리]

 

[연신 땅 파는 소리]

 

이렇게 가만히 계실 겁니까?

 

방법이 없잖여

 

[팍팍]

 

- 싸워서 졌는디
- [연신 땅 파는 소리]

 

사람이 죽었습니다

 

[팍]

 

사람이 죽었다고

 

가만 안 있어 보니께

 

사람이 더 죽더라고

 

[사람들의 구슬픈 탄식]

 

자네도 알지 않는가

 

나한테 죽을 생각 말고 떠나야

 

떠나서

 

우덜처럼 살아 봐

 

허구한 날 뺏기고

 

허구한 날 도망치고

 

허구한 날 고통받으면서

 

그렇게 살라고, 자네도

 

[계속되는 울음과 탄식]

 

[억누르는 숨소리]

 

[옅은 한숨]

 

[돌아서는 발소리]

 

[연신 땅 파는 소리]

 

[웅장하고 슬픈 음악]

 

"명정촌"

 

[가게 안이 왁자지껄하다]

 

[풋]

 

자…

 

[남자1이 중국어로 말한다]

 

[남자2가 중국어로] 자, 두라고

 

[환호성]

 

[연신 환호하며 웃는다]

 

[누님이 중국어로 재촉한다]

 

[남자1] 어서 패 돌려 봐!

 

[누님이 연신 웃는다]

 

[누님의 놀란 숨소리]

 

[한국어] 아이고, 윤아

 

물건 좀 봅시다, 누님

 

[흥미로운 음악]

 

"선복여관"

 

[웅장한 음악]

 

[철컥]

 

[천둥소리]

 

[직원] 사장님 친구분 괜찮을까요?

 

노덕산 패거리를
혼자서 상대하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사평 전투에서

 

윤이 혼자서
노서아 포병대 하나를

 

- 박살 낸 적이 있거든?
- [강렬한 음악]

 

그때 붙은 별명이 '감재사자'

 

살피고 다스리는 사자, 감재사자

 

얼핏 들으면 뜻은 좋은데

 

저승사자가 살피는 놈들이
어떤 놈들이겠어?

 

- 당연히 죽을 놈들이지
- [천둥소리]

 

그날이 오늘처럼

 

- 천둥번개가 치던 날이었는데
- [의미심장한 음악]

 

윤이 혼자서
포병대 뒤로 숨어 들어가서

 

- 천둥 칠 때
- [콰르릉]

 

- [마적1의 신음]
- [털썩]

 

- 한 발
- [강렬한 음악]

 

또 천둥 칠 때

 

- [마적2의 신음]
- 한 발

 

또 한 발

 

[콰르릉]

 

[마적3의 신음]

 

- [속삭이며] 또 한 발
- [콰르릉]

 

[마적4의 신음]

 

그런 식으로
포병대 하나를 아작 냈대

 

무슨 말인지 알겠니?

 

[불안한 음악]

 

[예분의 훌쩍이는 소리]

 

[왁자지껄한 소리]

 

[선복] 윤이 걔를 상대할 때는

 

쪽수 갖고 안 돼
머리가 있어야지, 머리가

 

[천둥소리]

 

걔 하나 잡겠다고
쪽수로 밀어붙였다가는

 

- [마적들이 연신 왁자지껄하다]
- 하나씩

 

[마적5의 신음]

 

[털썩]

 

[놀란 숨소리]

 

[떨리는 숨소리]

 

[마적6이 만주어로] 뭐야!

 

[마적들의 겁먹은 소리]

 

빨리 총 들어!

 

[선복이 한국어로]
쥐도 새도 모르게

 

- 하나씩
- [겁먹은 숨소리]

 

- [총성]
- [마적7의 신음]

 

[만주어] 쏴!

 

[마적8] 저기다!

 

[마적6의 떨리는 숨소리]

 

[선복이 한국어로] 따여서
죽는 거야, 차례대로

 

- [마적6의 떨리는 숨소리]
- [선복의 웃음]

 

그러니까 쓸데없는 걱정 하지 말고

 

시체 치울 걱정이나 해

 

- [총성]
- [마적9의 신음]

 

[마적들의 겁먹은 숨소리]

 

[마적10이 만주어로] 쏴!

 

[마적들의 신음]

 

[선복이 한국어로]
모르긴 몰라도 오늘이

 

노덕산 패거리 제삿날이 될 거니까

 

[콰르릉]

 

[의미심장한 음악]

 

[마적11의 신음]

 

[요란한 총성]

 

[총성이 연신 울린다]

 

[마적들이 만주어로 말한다]

 

- [철컥]
- [긴장되는 효과음]

 

[강렬해지는 음악]

 

[마적12의 힘주는 소리]

 

[마적13의 신음]

 

- [마적14의 신음]
- [털썩]

 

- [탕탕]
- [마적15의 신음]

 

[노덕산이 만주어로] 이리 와!

 

[겁먹은 소리]

 

[삭 베는 소리]

 

[마적16의 힘주는 소리]

 

- [쉭 날카로운 소리]
- [푹 찌르는 소리]

 

[연신 푹푹 찌르는 소리]

 

[삭 베는 소리]

 

- [콰르릉콰르릉]
- [노덕산의 거친 숨소리]

 

[후 내뱉는 숨소리]

 

[쉭 날카로운 소리]

 

[푹 찌르는 소리]

 

[삭 베는 소리]

 

[삭 베는 소리]

 

- [노덕산의 거친 숨소리]
- [예분이 울먹인다]

 

[콰르릉]

 

[노덕산의 힘주는 소리]

 

[노덕산의 힘주는 소리]

 

- [연신 울리는 천둥소리]
- [노덕산의 힘주는 소리]

 

[예분의 울먹이는 소리]

 

[노덕산, 윤의 힘주는 소리]

 

[노덕산의 신음]

 

[노덕산의 거친 숨소리]

 

[기합]

 

- [윤의 기합]
- [푹 찌르는 소리]

 

[노덕산의 비명]

 

[연신 비명을 지른다]

 

- [노덕산의 기합]
- [윤의 힘주는 소리]

 

[힘주는 소리]

 

[노덕산의 연신 힘주는 소리]

 

[노덕산, 윤의 힘주는 소리]

 

- [휭]
- [윤의 당황한 숨소리]

 

- [노덕산의 기합]
- [퍽]

 

[신음]

 

[힘겨운 숨소리]

 

[노덕산, 윤의 거친 숨소리]

 

[탁 잡는 소리]

 

[신음]

 

- [삭 베는 소리]
- [노덕산의 신음]

 

[위태로운 음악]

 

- [노덕산의 신음]
- [윤의 힘주는 숨소리]

 

- [푹푹 찌르는 소리]
- [노덕산의 신음]

 

- [노덕산의 힘겨운 숨소리]
- [삭 베는 소리]

 

[계속해서 찌르는 소리]

 

[노덕산의 힘겨운 신음]

 

[거친 숨소리]

 

[남자가 한국어로]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

 

[사람들이 흐느낀다]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 나라에 임하옵시며
- [사람들이 연신 흐느낀다]

 

뜻이 하늘에서 이룬 것과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오늘날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

 

[타닥타닥 말발굽 소리]

 

우리가 우리에게 죄지은 자를

 

- 어?
- [남자] 사하여 준 것 같이…

 

[예분 부] 뭐여? 어, 예분아!

 

[놀란 숨소리] 뭐여, 저거?

 

[웅성거리는 소리]

 

[예분 부] 오메! [거친 숨소리]

 

- 오메, 오메, 오메!
- [사람들의 놀라는 소리]

 

[타닥타닥 다가오는 말발굽 소리]

 

- [말발굽 소리가 멈춘다]
- [말의 투레질 소리]

 

[연신 웅성거리는 소리]

 

[예분이 울먹이며] 아부지

 

[함께 우는 소리]

 

[예분, 예분 부가 연신 흐느낀다]

 

[잔잔한 음악]

 

[사람들이 훌쩍인다]

 

[충수] 그렇게까정
죽고 잪았던 거여?

 

노덕산이 그놈한테
혈혈단신으로다 쳐들어갈 맨큼?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그냥 옛날 생각이 났어요

 

6년 전 구례에서 봤던 얼굴을
여기서도 똑같이 봤습니다

 

어르신의 말씀대로

 

허구한 날 뺏기고
허구한 날 도망 다니고

 

[예분, 예분 부의 울음]

 

허구한 날 고통받는
사람들의 얼굴을요

 

[함께 연신 흐느끼는 소리]

 

[예분 부] 예분아

 

그래서 간 겁니다

 

제가 만든 얼굴

 

제 손으로 지우고 싶어서

 

[한숨]

 

6년 전의 그 일이

 

자네한테 그 정도로
사무치고 한스러운 일이었는가?

 

죄송합니다

 

다 제 잘못입니다

 

그나저나 자네 이름은 뭐여?
그것도 못 물어봤네

 

이윤입니다

 

내 나라 망하니께

 

왕맨크롬 살고 싶었나 보네

 

이윤

 

경종 이름이여

 

재위 기간 동안
특별히 이룬 업적도 없고

 

당정에 말려서
숙청이나 하고 자빠진

 

병약하고 무능한 왕

 

그래도 그런 경종이
잘한 일이 하나 있는디

 

정적이었던 이복동생 세제를
끝까정 지켰어

 

당정의 무서븐 칼바람 속에서도

 

가족맨큼은
끝까정 지켰다 이 말이야

 

어떻게

 

자네도 그 이름맹키로
한번 살아 볼 텐가?

 

여그 동포들을 가족이라 생각하고

 

끝까정 보살피고 지키믄서
살아 볼랑가 이 말이야

 

혹 알아?

 

저 사람 중의 하나가

 

영, 정조 대왕맨키 조선 땅에
태평성대를 가져다줄란지

 

기왕 죽을 마음 먹은 거

 

가족을 위해서 죽겄다 생각햐

 

그것이 자네의
지나간 과오에 대한 반성이고

 

뉘우침 아니겠는가?

 

[선복] 머지않아
피바람 한번 몰아칠 거다

 

조만간 일본군이 여기로
넘어올 거라는 소문이 파다하거든

 

내친김에 간도에
만주까지 먹는다고

 

아휴, 마적에, 경찰에

 

일본군까지 설치고 돌아다니면

 

조선 사람들은 또 어떻게 되겠니?

 

[깊게 들이켜는 숨소리]

 

[길게 내뱉는 숨소리]

 

힘들 것 같습니다, 지금은

 

[차분한 음악]

 

지금은 힘들어?

 

뭔 말이여, 그것이?

 

지금은 가진 게 아무것도 없거든요

 

힘도

 

돈도 땅도

 

이런 곳에서 살아남으려면

 

사람을 모아야죠

 

가진 게 그거뿐이니까

 

어떤 놈들이
우덜한테 올라고 하겄어?

 

허구한 날 뺏기고 도망 다니고

 

고통받는 걸
견딜 수 없는 그런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올 겁니다
우리한테

 

[결연한 음악]

 

[하 내뱉는 숨소리]

 

[윤] 뺏긴 만큼 뺏고 싶고

 

도망치느니 차라리 맞서 싸워서

 

- [거센 바람 소리]
- [으르렁거리는 소리]

 

[위협적인 포효]

 

[호랑이의 사나운 포효]

 

내가 받은 고통만큼
돌려주고 싶을 테니까

 

[씁 하는 입소리]

 

[숨을 하 내뱉는다]

 

[윤] 더 이상 의지할 것도

 

기대할 것도 없는
인생 끝까지 간 사람들

 

우리한테 필요한 건
그런 사람들입니다

 

그런 무지렁이
도적 같은 놈들을 데불다가

 

뭘 할라는 거인디?

 

[윤] 싸워야죠

 

나라를 지키기 위해 싸우면
독립군이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 싸우면

 

그게 도적 아니겠습니까?

 

[결연한 음악이 고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