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00:01:43,548 --> 00:01:47,251 {\an8}1937년 2 00:02:10,830 --> 00:02:13,958 {\an8}라이온스 뷰 주립 정신병원 3 00:03:32,733 --> 00:03:34,067 여러분 4 00:03:34,092 --> 00:03:37,928 저희의 새 수술실을 찾아주신 걸 환영합니다 5 00:03:37,929 --> 00:03:41,165 하지만 보시다시피 새 건물은 아니고 6 00:03:41,166 --> 00:03:43,600 학교 도서관으로 쓰이던 곳입니다 7 00:03:43,601 --> 00:03:47,004 그전에는 아마도 설탕 창고였을 겁니다 8 00:03:47,005 --> 00:03:50,274 어쨌든 중요한 건 건물이 아니라 내용이죠 9 00:03:50,275 --> 00:03:53,444 이것은 우리 주 최초의 정신외과 시술입니다 10 00:03:53,478 --> 00:03:55,946 크나큰 발전이죠 11 00:03:55,947 --> 00:04:01,585 지금부터 보시게 될 수술은 우리 주에서 전례가 없었습니다 12 00:04:01,586 --> 00:04:06,723 정신 분열성 금단증세를 보이는 여성에게 뇌엽절리술을 시행합니다 13 00:04:06,724 --> 00:04:09,960 시카고에서 오신 존 쿠크로비치 박사가 14 00:04:09,961 --> 00:04:12,029 수술을 집도하고 계시죠 15 00:04:53,037 --> 00:04:54,238 소독면 16 00:05:58,069 --> 00:05:59,569 봉합하세요 17 00:06:03,474 --> 00:06:07,310 여러분은 방금 인간의 뇌를 다루는 정교한 수술이 18 00:06:07,311 --> 00:06:11,081 다시 보기 드물 만큼 아주 원시적인 환경에서 19 00:06:11,082 --> 00:06:13,984 진행되는 상황을 보셨습니다 20 00:06:22,927 --> 00:06:24,628 자리 좀 비켜줘요 21 00:06:31,502 --> 00:06:32,602 자네 기분은 알아 22 00:06:32,603 --> 00:06:37,073 6개월간 이런저런 약속을 하셨어요 23 00:06:37,074 --> 00:06:39,809 - 하지만 나라고... - 압니다, 알아요 24 00:06:39,810 --> 00:06:43,213 원장님은 보건국장이 아니지만 저도 주술사가 아닙니다 25 00:06:43,214 --> 00:06:45,815 숙련된 보조가 필요해요 26 00:06:45,816 --> 00:06:49,052 허물어지지 않는 수술실이 필요하고요 27 00:06:49,053 --> 00:06:51,021 조명이라도 멀쩡해야죠 28 00:06:51,022 --> 00:06:55,859 나도 알지만 주립병원은 예산이 한정돼 있어 29 00:06:55,860 --> 00:06:58,361 앞으로도 넉넉하진 않을 거야 30 00:06:58,362 --> 00:06:59,496 좋습니다 31 00:07:00,464 --> 00:07:03,166 시카고로 돌아가겠어요 어디든 좋습니다 32 00:07:03,167 --> 00:07:04,334 존 33 00:07:05,303 --> 00:07:08,605 그러기 전에 이걸 읽어봐 34 00:07:17,014 --> 00:07:18,882 바이올렛 베너블이 누구죠? 35 00:07:18,883 --> 00:07:21,151 자네는 이 도시 사정을 잘 모르나 본데 36 00:07:21,185 --> 00:07:23,787 베너블 여사는 이 지역 최고의 부자야 37 00:07:23,788 --> 00:07:28,491 한때는 남편의 재산이었지만 미망인이 돼서 다 물려받았지 38 00:07:28,526 --> 00:07:32,495 '쿠크로비치 박사의 연구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39 00:07:32,496 --> 00:07:35,365 헤럴드지에 난 자네 기사를 봤나 봐 40 00:07:35,366 --> 00:07:41,071 '제가 설립 중인 재단이 도움이 될지 모르겠군요' 41 00:07:41,072 --> 00:07:42,839 도움? 42 00:07:42,873 --> 00:07:48,378 그녀가 수표 한 장만 써주면 우리 문제는 모두 해결돼 43 00:07:48,379 --> 00:07:54,217 '그 밖에도 급한 문제가 있으니 직접 뵙고 의논하고 싶습니다' 44 00:07:54,218 --> 00:07:57,687 '화요일 4시 30분이면 괜찮을까요?' 45 00:07:57,688 --> 00:07:59,722 오늘이잖아요 46 00:07:59,723 --> 00:08:01,524 급한 일이 뭘까요? 47 00:08:01,559 --> 00:08:05,094 그건 모르지만 우리는 그녀의 돈이 필요해 48 00:08:05,095 --> 00:08:06,796 진심일까요? 49 00:08:06,797 --> 00:08:10,700 오늘 4시 반이면 알게 되겠지 이것만 얘기해두겠네 50 00:08:10,734 --> 00:08:14,370 난 베너블 가의 변호사를 만나려고 몇 년을 고생했는데 51 00:08:14,371 --> 00:08:17,874 베너블 부인이 자네를 초대했어 부름을 받은 거라고 52 00:08:17,875 --> 00:08:20,343 분명 예삿일이 아냐 53 00:08:20,344 --> 00:08:22,579 그리고 병원 문제도 심각해 54 00:08:22,580 --> 00:08:27,183 우리 병원은 1,200명이 넘는 환자들을 감당할 수가 없어 55 00:08:40,464 --> 00:08:41,631 안녕하세요 56 00:08:41,632 --> 00:08:43,766 - 쿠크로비치 박사입니다 - 어서 오세요 57 00:08:46,804 --> 00:08:49,839 - 여기 앉으시죠 - 고맙습니다 58 00:09:04,455 --> 00:09:05,755 베너블 부인? 59 00:09:05,756 --> 00:09:08,925 저는 부인의 비서인 폭스힐이에요 60 00:09:08,926 --> 00:09:11,294 - 쿠크로비치 박사님이시죠? - 네 61 00:09:11,295 --> 00:09:14,430 - 약속 시간이... - 4시 30분입니다 62 00:09:14,431 --> 00:09:18,601 23초 남았군요 앉으시죠 63 00:09:18,635 --> 00:09:19,936 고맙습니다 64 00:09:23,674 --> 00:09:29,112 세바스찬은 이걸 타고 내려가는 내가 마치 여신 같다고 했어요 65 00:09:29,113 --> 00:09:31,881 내려오고 계세요 66 00:09:31,882 --> 00:09:37,620 이렇게 내려가면 천사가 지상에 강림하는 기분이에요 67 00:09:37,621 --> 00:09:42,558 내 아들 세바스찬은 비잔틴 미술에 관심이 많았죠 68 00:09:42,559 --> 00:09:45,194 비잔틴 미술에 관심이 있으신가요? 성함이... 69 00:09:45,195 --> 00:09:48,998 쿠크로비치입니다 비잔틴 미술은 잘 모릅니다 70 00:09:48,999 --> 00:09:53,035 비잔티움의 황제를 알현한 사람들은 71 00:09:53,036 --> 00:09:58,007 신기하게도 대화 중에 왕좌가 허공으로 떠올라서 72 00:09:58,008 --> 00:10:00,543 깜짝 놀랐다고 해요 73 00:10:00,544 --> 00:10:05,882 하지만 민주국가에 사는 저는 올라가지 않고 내려온답니다 74 00:10:05,883 --> 00:10:08,518 어서 오세요, 박사님 성함을 또 잊었네 75 00:10:08,519 --> 00:10:10,319 - 쿠크로비치입니다 - 쿠크로비치 76 00:10:10,320 --> 00:10:12,488 폴란드어로 설탕이란 뜻이죠 77 00:10:14,124 --> 00:10:18,227 내 귀고리가 한 짝뿐인가요? 립스틱이 지워졌어요? 78 00:10:18,228 --> 00:10:23,566 실례했습니다 미망인이시라고 들었는데... 79 00:10:23,567 --> 00:10:28,571 맞아요, 상중이에요 아들이 흰색을 좋아했었죠 80 00:10:28,572 --> 00:10:33,809 우리 설탕 박사님은 늙은 과부를 상상하셨군요 81 00:10:33,810 --> 00:10:38,681 저도 석류석 브로치와 지팡이 보청기를 써야 할 때가 오겠죠 82 00:10:38,682 --> 00:10:39,949 세월은 도둑이에요 83 00:10:39,950 --> 00:10:43,252 세바스찬도 세월이 모든 걸 훔쳐 간다고 했죠 84 00:10:43,253 --> 00:10:45,821 아들의 정원을 보여드릴게요 85 00:10:45,822 --> 00:10:48,090 정말 나가시려고요? 86 00:10:48,091 --> 00:10:50,259 물론이지 다들 절 병자 취급한답니다 87 00:10:50,260 --> 00:10:56,165 사실 지난봄에 가벼운 혈관 경련이 있었거든요 88 00:10:56,166 --> 00:10:57,600 의사는 뭐라던가요? 89 00:10:57,601 --> 00:11:01,671 살면서 오는 병이래요 전 남편과 아들을 묻었으니까요 90 00:11:01,672 --> 00:11:04,106 전 미망인이자... 91 00:11:04,107 --> 00:11:08,677 이런, 마땅한 단어가 없군요 부모를 잃으면 고아라고 하는데 92 00:11:08,678 --> 00:11:11,881 외아들을 잃은 사람은... 93 00:11:13,517 --> 00:11:14,617 부를 말이 없어요 94 00:11:16,219 --> 00:11:17,386 폭스힐 95 00:11:19,189 --> 00:11:20,456 그거 어디 있지? 96 00:11:21,191 --> 00:11:23,059 테라스에 놔뒀습니다 97 00:11:23,060 --> 00:11:27,296 펜사콜라에서 보낸 소포라 늦어졌던 모양이에요 98 00:11:27,297 --> 00:11:29,064 좀 더 늦었더라면 굶어 죽을 뻔했어 99 00:11:29,099 --> 00:11:30,866 가시죠, 박사님 100 00:11:32,068 --> 00:11:35,304 편지에 긴급한 사안이 있다고 하셨는데요 101 00:11:35,305 --> 00:11:38,908 신문에 난 사진보다 훨씬 미남이시군요 102 00:11:38,909 --> 00:11:42,211 흉한 의사 가운을 벗으니 더 멋져요 103 00:11:42,212 --> 00:11:45,014 아드님이 좋아한 흰색인데요 104 00:11:45,015 --> 00:11:47,650 눈매가 참 근사해요 105 00:11:47,651 --> 00:11:50,719 내 아들도 그랬죠 이럴 게 아니라... 106 00:11:50,720 --> 00:11:54,056 내 아들 세바스찬을 만나보라고 할 뻔했네요 107 00:11:54,057 --> 00:11:55,558 습관이 무서워요 108 00:11:55,559 --> 00:11:59,128 - 죽은 아드님 말인가요? - 네, 지난 7월 유럽에서 죽었죠 109 00:11:59,129 --> 00:12:02,198 - 젊은 나이에 아깝군요 - 시인들이 다 그렇죠 110 00:12:02,199 --> 00:12:05,734 몇 살로 보이든지 간에 죽으면 요절한 거죠 111 00:12:37,767 --> 00:12:42,071 - 뜻밖이군요 - 창조의 여명이니까요 112 00:12:42,072 --> 00:12:48,010 세바스찬의 생각이었어요 평생 화단과 싸운 흔적이죠 113 00:12:48,011 --> 00:12:52,047 잘 손질된 밀림 같아서 왠지 좀 으스스하군요 114 00:12:52,048 --> 00:12:54,016 창조가 그렇죠 115 00:12:54,017 --> 00:12:57,486 창조가 그래요 윙윙거리는 소리 들어봐요 116 00:12:57,487 --> 00:12:59,221 뭐가 들었죠? 117 00:12:59,222 --> 00:13:02,091 가엾은 우리 아가씨가 굶어 죽기 전에 어서 가요 118 00:13:02,092 --> 00:13:07,563 식물들의 학명을 붙여뒀는데 지금은 글자가 많이 바랬어요 119 00:13:07,564 --> 00:13:10,699 저건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식물이에요 120 00:13:10,700 --> 00:13:14,369 거대한 양치류 숲에서 살아남은 종이죠 121 00:13:14,370 --> 00:13:17,072 가엾은 아가씨는 여기 있어요 122 00:13:17,073 --> 00:13:18,807 녀석들은 도망가지 않아요 123 00:13:18,808 --> 00:13:24,146 아가씨가 달콤한 향을 내뿜어 먹이를 유인하거든요 124 00:13:24,147 --> 00:13:28,317 꽃송이로 빨려든 녀석들은 절대 못 빠져나와요 125 00:13:28,318 --> 00:13:31,253 이번에 집도하신 수술이 뭐였죠? 126 00:13:32,122 --> 00:13:33,655 뇌엽절리술입니다 127 00:13:33,656 --> 00:13:35,691 - 정말 특이한 식물이군요 - 파리는 싫어 128 00:13:35,692 --> 00:13:38,794 폭스힐, 폭스힐 129 00:13:38,795 --> 00:13:42,431 폭스힐은 먹이 주는 걸 좋아해요 이런 건 더 잘하죠 130 00:13:42,432 --> 00:13:43,999 손이 참 많이 가요 131 00:13:44,000 --> 00:13:48,704 초가을에서 늦봄까지 유리 상자로 덮어두고 132 00:13:48,705 --> 00:13:51,673 값비싼 파리를 공수해서 먹이죠 133 00:13:51,674 --> 00:13:56,678 폭스힐, 자기가 해줘 오늘 배가 많이 고플 거야 134 00:13:56,679 --> 00:13:58,013 알겠습니다 135 00:13:58,014 --> 00:14:02,117 식충식물은 처음 보는데 이름이 뭐죠? 136 00:14:02,118 --> 00:14:06,288 파리지옥 일명 비너스의 파리 덫 137 00:14:06,289 --> 00:14:10,192 게걸스러운 천성에 어울리는 사랑의 여신 이름이죠 138 00:14:10,193 --> 00:14:11,660 베너블 부인 139 00:14:11,661 --> 00:14:14,796 아드님은 정원 일 말고 또 어떤 일을 하셨죠? 140 00:14:14,797 --> 00:14:18,066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사실 조금 당황스러워요 141 00:14:18,067 --> 00:14:22,237 세바스찬 베너블은 시인인데 142 00:14:22,238 --> 00:14:26,908 엄마와 몇몇 친구들을 제외하면 알아주는 사람이 전혀 없어요 143 00:14:26,909 --> 00:14:27,909 아드님이 시인이었나요? 144 00:14:27,910 --> 00:14:30,379 엄밀히 말하면 삶이 곧 일이었죠 145 00:14:30,380 --> 00:14:33,115 네, 세바스찬은 시인이었어요 146 00:14:33,116 --> 00:14:36,752 삶이 일이라는 말은 그런 뜻이에요 147 00:14:36,753 --> 00:14:41,356 시인의 작품이 시인의 인생이고 시인의 인생이 시인의 작품이죠 148 00:14:41,357 --> 00:14:43,692 둘을 떼어놓을 수 없어요 149 00:14:43,693 --> 00:14:49,498 시인의 인생이 그의 작품이고 그의 작품이 그의 인생이에요 150 00:14:49,499 --> 00:14:51,500 특별한 의미에서... 151 00:14:55,705 --> 00:14:59,608 - 괜찮으세요? - 그럼요, 괜찮아요 152 00:14:59,642 --> 00:15:02,944 박사님의 수술은 정말 효과가 있나요? 153 00:15:02,945 --> 00:15:07,149 네, 그렇습니다만 아직은 대단히 실험적이죠 154 00:15:07,150 --> 00:15:11,453 신문에 난 박사님 기사를 보고 놀랐어요 155 00:15:11,454 --> 00:15:14,556 뇌에 예리한 칼을 대다니 156 00:15:14,557 --> 00:15:17,392 영혼 속의 악마를 죽인다는 얘기요? 157 00:15:17,393 --> 00:15:19,761 그때는 제가 좀 흥분해서 말했나 봅니다 158 00:15:19,762 --> 00:15:24,833 아뇨, 박사님 표현은 그 자체로 시적이었어요 159 00:15:25,935 --> 00:15:30,472 베너블 부인 의사도 일이 곧 삶이지만 160 00:15:30,473 --> 00:15:35,443 저희는 도움이 필요합니다 특히 저처럼 실험적인 분야나 161 00:15:35,444 --> 00:15:38,914 라이온스 뷰 같은 주립병원에서는요 162 00:15:38,915 --> 00:15:42,284 저희는 가진 돈이 전혀 없거든요 163 00:15:42,285 --> 00:15:44,186 네, 알아요 164 00:15:44,187 --> 00:15:45,887 박사님 165 00:15:45,888 --> 00:15:49,991 세인트메리라는 시설에 남편 집안 쪽 조카가 있어요 166 00:15:49,992 --> 00:15:51,660 저도 아는 곳입니다 167 00:15:51,661 --> 00:15:53,995 정신질환자들 요양원인데 168 00:15:53,996 --> 00:15:57,966 그 애는 조발성치매라는 병을 앓고 있어요 169 00:15:57,967 --> 00:15:59,200 조발성치매요? 170 00:15:59,201 --> 00:16:02,637 완전히 미쳐버린 거죠 가엾은 것 171 00:16:02,638 --> 00:16:04,606 세바스찬의 작업실을 보여드릴까요? 172 00:16:04,607 --> 00:16:08,376 정원 끝에 있는데 주거용으로 쓰던 곳이죠 173 00:16:08,377 --> 00:16:10,178 뉴올리언스식 시설로 174 00:16:10,179 --> 00:16:13,481 집안 청년들이 사용하는 사적인 공간이에요 175 00:16:13,482 --> 00:16:15,450 뉴올리언스 출신 아니세요? 176 00:16:15,451 --> 00:16:17,152 아뇨, 시카고입니다 177 00:16:17,153 --> 00:16:20,188 사실 조발성치매는 무의미한 단어죠 178 00:16:20,189 --> 00:16:24,259 시카고, 내가 죽기 전에 꼭 가보고 싶은 두 곳이 179 00:16:24,260 --> 00:16:27,962 홍콩과 시카고예요 180 00:16:27,963 --> 00:16:30,298 둘 다 못 갈 것 같아요 181 00:16:30,299 --> 00:16:37,005 털끝만큼 남은 기운이라도 지금 하는 일에 쏟아야 해요 182 00:16:37,006 --> 00:16:38,907 언급하신 재단 말인가요? 183 00:16:38,908 --> 00:16:41,776 아들을 추모하는 기념비예요 184 00:16:41,777 --> 00:16:46,548 세바스찬은 시인으로서 대중성이 없었어요 185 00:16:46,549 --> 00:16:51,119 본인이 원치 않았죠 명예를 거부했어요 186 00:16:51,120 --> 00:16:59,294 이기적 야망과 유명세로 인한 허황된 가치를 끔찍이 싫어했죠 187 00:16:59,295 --> 00:17:02,931 그리고 이 엄마가 자기보다 오래 살 거라면서 188 00:17:02,932 --> 00:17:07,067 자기가 죽고 나면 엄마 마음대로 하라더군요 189 00:17:07,068 --> 00:17:11,139 세상에 자기 이름을 알리는 거 말이에요 190 00:17:11,140 --> 00:17:13,708 박사님은 그 아이와 닮은 점이 많아요 191 00:17:13,709 --> 00:17:14,741 어떤 면이요? 192 00:17:14,742 --> 00:17:20,815 박사님은 외과 의사로서 의술에 열정을 쏟으시죠 193 00:17:20,816 --> 00:17:24,318 맞아요 의술도 예술이군요 194 00:17:24,319 --> 00:17:29,324 사람을 이용하는 방식이 숭고하고 창의적이니까요 195 00:17:29,325 --> 00:17:31,893 신과 유사해요 196 00:17:31,894 --> 00:17:37,298 저는 봉사를 하는 겁니다 거기에 제 기술이 사용되는 거죠 197 00:17:39,034 --> 00:17:42,237 어쨌든 마찬가지잖아요 198 00:17:42,238 --> 00:17:44,239 결국에는 말이죠 199 00:17:45,341 --> 00:17:48,309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200 00:17:48,310 --> 00:17:52,447 저기가 작업실이에요 세바스찬이 일하던 곳이죠 201 00:17:52,448 --> 00:17:57,719 사람들의 인생은 잔해의 흔적이에요 202 00:17:57,720 --> 00:18:04,025 날마다 잔해가 쌓이고 쌓여 길고 긴 잔해의 흔적을 이루죠 203 00:18:04,026 --> 00:18:08,496 그 흔적을 지우지 못한 채 결국 죽음을 맞아요 204 00:18:08,497 --> 00:18:14,535 제가 볼 때 사람들의 인생은 소리 없는 절망과 같죠 205 00:18:14,536 --> 00:18:17,705 하지만 우리는 달랐어요 206 00:18:17,706 --> 00:18:20,541 세바스찬과 저요 207 00:18:20,542 --> 00:18:26,647 내 자랑 같아 쑥스럽지만 우리는 유명한 커플이었어요 208 00:18:26,682 --> 00:18:32,653 사람들은 세바스찬과 어머니나 베너블 부인과 아들이 아니라 209 00:18:32,654 --> 00:18:34,722 세바스찬과 바이올렛이라고 했어요 210 00:18:34,723 --> 00:18:36,991 '바이올렛과 세바스찬이 리도에 있어' 211 00:18:36,992 --> 00:18:38,826 '둘이 마드리드의 리츠 호텔에 갔대' 212 00:18:38,827 --> 00:18:45,366 언제 어디를 가든 관심을 받는 건 우리였고 213 00:18:45,367 --> 00:18:47,802 다른 사람들은 가려졌죠 214 00:18:47,803 --> 00:18:55,343 내 아들 세바스찬과 나는 우리의 날들을 만들었어요 215 00:18:55,344 --> 00:19:00,381 매일 하루를 조각한 거예요 216 00:19:00,382 --> 00:19:06,120 네, 조각품 전시관처럼 흐르는 나날의 흔적을 남겼죠 217 00:19:07,156 --> 00:19:11,626 그런데 지난여름 갑자기... 218 00:19:11,627 --> 00:19:13,394 아드님이 죽었군요 219 00:19:16,231 --> 00:19:17,398 그래요 220 00:19:20,969 --> 00:19:25,072 조발성치매를 앓고 있는 조카분은 221 00:19:25,073 --> 00:19:28,309 좀 더 정확한 진단 결과가 있을 텐데요 222 00:19:28,310 --> 00:19:31,145 참 예쁜 병명이에요 223 00:19:31,146 --> 00:19:37,218 희귀한 꽃 이름 같죠? '밤에 피는 조발성치매꽃' 224 00:19:37,219 --> 00:19:41,188 어떤 증세를 보이나요? 225 00:19:41,189 --> 00:19:44,892 광기예요 기억에 집착하죠 226 00:19:44,927 --> 00:19:47,728 기억으로 자해를 하는 거예요 227 00:19:47,763 --> 00:19:52,466 - 무슨 기억이죠? - 환각과 망상이에요 228 00:19:52,467 --> 00:19:55,069 지난여름부터 그랬는데 229 00:19:55,070 --> 00:19:59,607 저는 파리의 병원에서 보낸 전보를 보고 처음 알았어요 230 00:19:59,608 --> 00:20:03,144 정신이 나간 조카를 어떻게 할지 묻더군요 231 00:20:03,145 --> 00:20:05,413 지난여름에는 저도 너무 힘들었어요 232 00:20:05,414 --> 00:20:09,216 세바스찬이 죽고 나도 아팠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어요 233 00:20:09,217 --> 00:20:12,253 간호사 한 명을 붙여서 시설에 입원시키라고 했죠 234 00:20:12,287 --> 00:20:18,225 그랬더니 베렝가리아로 보내 들짐승처럼 독방에 가뒀더군요 235 00:20:18,226 --> 00:20:20,828 그리고 세인트메리로 옮겼는데 236 00:20:20,829 --> 00:20:27,168 이제는 거기도 포기했나 봐요 발작을 감당할 수 없대요 237 00:20:27,169 --> 00:20:31,138 그 아이의 횡설수설은 끔찍하고 저속해요 238 00:20:31,139 --> 00:20:31,839 무슨 내용이죠? 239 00:20:31,840 --> 00:20:36,977 해괴한 망상과 입에 담기 힘든 횡설수설인데 240 00:20:36,978 --> 00:20:43,217 대부분 내 아들 세바스찬의 도덕성을 공격하는 말들이죠 241 00:20:43,218 --> 00:20:48,689 세인트메리의 원장 수녀님이 연락을 해왔는데 242 00:20:48,690 --> 00:20:51,792 다른 시설을 찾아보라더군요 243 00:20:51,793 --> 00:20:54,261 그 무렵에... 244 00:20:54,262 --> 00:20:59,133 박사님의 기사를 보고 그 수술에 대해 알게 됐죠 245 00:20:59,134 --> 00:21:03,270 이건 우리 기도의 응답이라고 생각했어요 246 00:21:03,271 --> 00:21:09,076 제가 하는 수술은 희망이 없는 중증 환자들을 위한 겁니다 247 00:21:09,077 --> 00:21:12,046 그 아이야말로 희망 없는 중증 환자예요 248 00:21:12,047 --> 00:21:13,881 - 그런 말까지 입에 담으니 - 무슨 말인데요? 249 00:21:13,882 --> 00:21:17,151 - 끔찍하고 불결해요 - 예를 들면요? 250 00:21:17,152 --> 00:21:20,254 - 전부 다예요 - 어떤 말입니까? 251 00:21:20,255 --> 00:21:22,089 좋아요, 얘기하죠 252 00:21:22,090 --> 00:21:24,825 최근 세인트메리에서 있었던 일인데요 253 00:21:24,826 --> 00:21:28,395 캐서린이 늙은 정원사한테 성폭행당했다고 주장해서 254 00:21:28,396 --> 00:21:31,031 정원사를 불러 물어봤더니 255 00:21:31,032 --> 00:21:36,937 사실은 그 반대로 캐서린이 음탕한 말로 추파를 던졌대요 256 00:21:36,938 --> 00:21:39,573 거짓말이 들통나자 난동을 부리기 시작해서 257 00:21:39,574 --> 00:21:41,809 수녀 넷이 겨우 진정시켰죠 258 00:21:41,810 --> 00:21:45,779 수녀원 측에서 다음 주부터는 돌볼 수 없다고 통보했어요 259 00:21:45,780 --> 00:21:47,615 왜 급하다고 했는지 아시겠죠? 260 00:21:47,616 --> 00:21:52,252 네, 잘 알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만나봐야겠군요 261 00:21:52,253 --> 00:21:55,089 조카를 도와주세요 박사님만 믿을게요 262 00:21:55,090 --> 00:21:58,492 라이온스 뷰에 입원시키면 조카분이 불편할 겁니다 263 00:21:58,493 --> 00:22:02,496 네, 그건 알지만 중요한 건 박사님이에요 264 00:22:02,497 --> 00:22:05,232 기쁜 소식을 알려드릴게요 265 00:22:05,233 --> 00:22:09,303 우리 변호사가 세바스찬 베너블 추모재단 설립을 추진 중이에요 266 00:22:09,304 --> 00:22:13,107 박사님 같은 젊은 인재들을 후원하려는 취지죠 267 00:22:13,108 --> 00:22:18,612 예술과 과학의 선두 주자지만 재정 문제가 있는 분들 말이에요 268 00:22:18,613 --> 00:22:19,880 베너블 부인 269 00:22:19,881 --> 00:22:25,886 조카를 사랑하시니까 말씀드리지만 이 수술은 대단히 위험합니다 270 00:22:25,887 --> 00:22:30,257 뇌에 이물질이 들어갈 때는 아무리 메스가 바늘 두께이고 271 00:22:30,258 --> 00:22:37,030 최고로 숙련된 외과의라 해도 위험성이 대단히 높습니다 272 00:22:37,031 --> 00:22:43,303 하지만 신문에서 보니까 환자에게 안정을 찾아준다던데요 273 00:22:43,304 --> 00:22:47,474 - 네, 그런 효과가 있지만... - 있지만 뭐죠? 274 00:22:47,475 --> 00:22:53,981 지금으로서는 수술의 효과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릅니다 275 00:22:53,982 --> 00:22:57,117 금방 사라질 수도 있죠 276 00:22:57,118 --> 00:23:01,188 그리고 환자의 정서적 능력이 제한될 가능성도 큽니다 277 00:23:01,189 --> 00:23:04,892 불안감은 완화되지만 정서 능력은 제한되죠 278 00:23:04,893 --> 00:23:09,329 안정을 찾는 것만도 크나큰 축복이에요 279 00:23:10,465 --> 00:23:14,468 갑자기 안정이 찾아오는 거죠 280 00:23:14,469 --> 00:23:19,406 끔찍한 악몽의 공포가 가시고 281 00:23:19,407 --> 00:23:25,679 사나운 새들이 없는 하늘을 볼 수 있잖아요 282 00:23:25,680 --> 00:23:29,049 사나운 새들이 없는 하늘이요? 283 00:23:29,050 --> 00:23:30,851 내가 그랬나요? 284 00:23:30,852 --> 00:23:34,288 이상하군요 그 생각은 몇 년간 안 했는데 285 00:23:34,289 --> 00:23:36,390 왜 갑자기... 286 00:23:36,391 --> 00:23:40,961 네, 어느 해 여름 태평양에서 그 새들을 봤어요 287 00:23:40,962 --> 00:23:44,898 내 아들 세바스찬이 찾고 있던 것은... 288 00:23:44,899 --> 00:23:46,833 뭘 찾고 있었는데요? 289 00:23:46,834 --> 00:23:49,603 굶주린 새들이요 290 00:23:49,604 --> 00:23:51,738 지금 말을 바꾸신 거죠? 291 00:23:51,739 --> 00:23:53,640 눈치가 빠르시군요 292 00:23:53,641 --> 00:23:57,944 사실 세바스찬은 신을 찾고 있었다고 말하려다가 293 00:23:57,945 --> 00:23:59,346 입을 다물기로 했어요 294 00:23:59,447 --> 00:24:04,051 그 아이를 자만에 빠진 미치광이로 생각하실 것 같아서요 295 00:24:04,052 --> 00:24:06,153 세바스찬은 그렇지 않았어요 296 00:24:06,154 --> 00:24:09,456 이건 아직 아무한테도 안 한 얘기지만 297 00:24:09,457 --> 00:24:11,658 정말 이상하고 끔찍했어요 298 00:24:11,659 --> 00:24:15,896 터무니없는 소리 같지만 그래도 사실이에요 299 00:24:15,897 --> 00:24:19,466 세바스찬은 신의 얼굴을 봤어요 300 00:24:19,467 --> 00:24:21,902 그 얘기를 듣고 싶군요 301 00:24:21,903 --> 00:24:25,372 네, 좋아요 302 00:24:25,373 --> 00:24:30,343 오래전 어느 여름에 바로 이 자리에 앉아서 303 00:24:30,344 --> 00:24:33,447 세바스찬이 내게 책을 읽어줬어요 304 00:24:33,448 --> 00:24:39,719 갈라파고스 제도를 묘사한 허먼 멜빌의 '엔칸타다스'였죠 305 00:24:40,721 --> 00:24:45,091 그 책을 읽어주면서 거기 가보자고 했고 306 00:24:45,092 --> 00:24:47,027 그해 여름에 실제로 갔어요 307 00:24:47,028 --> 00:24:49,996 돛대가 4개 달린 범선을 빌렸는데 308 00:24:49,997 --> 00:24:53,767 멜빌이 탔던 배와 비슷한 걸 골랐죠 309 00:24:53,768 --> 00:24:56,169 엔칸타다스가 눈에 보였어요 310 00:24:56,170 --> 00:24:58,205 하지만 그곳에 도착해서는 311 00:24:58,206 --> 00:25:01,775 멜빌의 책에 나오지 않았던 뭔가를 보게 됐어요 312 00:25:01,776 --> 00:25:06,980 해마다 해변에 올라와 산란하는 바다거북들이었죠 313 00:25:06,981 --> 00:25:10,283 바다거북 암컷은 1년에 한 번 314 00:25:10,284 --> 00:25:15,956 적도의 바다에서 화산섬의 뜨거운 모래사장으로 올라와 315 00:25:15,957 --> 00:25:21,194 모래에 구덩이를 파고 알을 낳죠 316 00:25:21,195 --> 00:25:25,632 모래 구덩이에 알을 낳는 건 길고 고통스러운 과정이에요 317 00:25:25,633 --> 00:25:33,373 산란을 마친 바다거북 암컷은 기진맥진해서 바다로 돌아가죠 318 00:25:33,374 --> 00:25:36,409 암컷은 새끼를 못 봐요 319 00:25:36,410 --> 00:25:38,211 하지만 우리는 봤죠 320 00:25:38,212 --> 00:25:42,649 세바스찬이 바다거북의 알이 부화하는 시기를 알고 있어서 321 00:25:42,650 --> 00:25:44,951 때를 맞춰 다시 갔어요 322 00:25:44,952 --> 00:25:46,019 다시 갔다고요? 323 00:25:46,020 --> 00:25:51,324 부화한 바다거북이 필사적으로 바다로 향하는 걸 보려고요 324 00:25:51,325 --> 00:25:56,396 좁은 해변은 검은색의 새끼거북들로 뒤덮이고 325 00:25:56,397 --> 00:26:00,100 하늘은 살점을 탐내는 새들이 가득했어요 326 00:26:00,101 --> 00:26:07,474 새들은 좁은 해변을 선회하면서 소름 끼치는 소리로 울어댔어요 327 00:26:07,475 --> 00:26:13,246 새끼거북들은 구덩이를 빠져나와 바다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죠 328 00:26:13,247 --> 00:26:14,280 바다 쪽으로 달려요? 329 00:26:14,315 --> 00:26:16,683 살점을 먹는 새들을 피하려고요 330 00:26:16,684 --> 00:26:19,652 하늘도 해변만큼 새까맣게 변했죠 331 00:26:19,653 --> 00:26:22,622 나는 세바스찬한테 '아니야'라고 말했어요 332 00:26:22,656 --> 00:26:25,191 '이건 아니야'라고요 333 00:26:25,192 --> 00:26:29,529 그 아이는 끔찍한 광경을 계속 보게 했어요 334 00:26:29,530 --> 00:26:32,365 - 뭐가 아니라는 거죠? - 삶이요 335 00:26:32,366 --> 00:26:37,937 난 아니라고 했어요 사실이 아니라고요 336 00:26:37,938 --> 00:26:43,643 하지만 그 애는 사실이라며 저쪽 해변을 보라고 했죠 337 00:26:43,677 --> 00:26:48,515 모래사장을 보니까 다 살아 있었어요 338 00:26:48,516 --> 00:26:51,818 부화한 새끼거북들은 바다로 달려가고 339 00:26:51,852 --> 00:26:55,522 새들은 하늘을 맴돌다 거북들을 덮쳤어요 340 00:26:55,523 --> 00:26:59,459 계속해서 거북들을 덮쳤죠 341 00:26:59,460 --> 00:27:08,234 급강하한 새가 거북을 뒤집자 부드러운 배가 드러났어요 342 00:27:08,235 --> 00:27:15,875 녀석들은 배를 가른 후 살점을 뜯어 먹었죠 343 00:27:17,978 --> 00:27:20,046 세바스찬 말로는 344 00:27:20,047 --> 00:27:27,253 부화한 새끼 중 1퍼센트만 살아서 바다에 도착한다더군요 345 00:27:29,189 --> 00:27:32,825 자연은 인간의 동정심으로 창조된 게 아닙니다 346 00:27:32,826 --> 00:27:35,061 자연은 잔인해요 347 00:27:35,062 --> 00:27:38,865 세바스찬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지만 난 아니었죠 348 00:27:38,866 --> 00:27:43,836 저건 새와 거북이지 우리가 아니라고 했어요 349 00:27:43,837 --> 00:27:46,172 저도 그때는 그게 우리인 줄 몰랐죠 350 00:27:46,173 --> 00:27:51,110 우리는 탐욕스러운 창조물에 붙잡혀 있는 존재예요 351 00:27:51,111 --> 00:27:55,214 난 그 참혹한 진실을 직시할 수 없었죠 352 00:27:55,249 --> 00:28:00,053 섬에서의 마지막 날에도 세바스찬은 날 버려두고 353 00:28:00,054 --> 00:28:05,024 적도의 뜨거운 해가 내리쬐는 범선의 망루에 올라가 354 00:28:05,025 --> 00:28:09,662 어두워질 때까지 하루 종일 그 광경을 지켜봤어요 355 00:28:09,663 --> 00:28:14,133 그러고는 망루에서 내려와 그분을 봤다고 하더군요 356 00:28:14,134 --> 00:28:15,935 그분은 신이었죠 357 00:28:15,936 --> 00:28:18,137 정말 신을 봤다고 믿으세요? 358 00:28:18,138 --> 00:28:21,774 그 애는 그날 해변의 상황을 모두 지켜봤어요 359 00:28:21,775 --> 00:28:27,079 하지만 저도 박사님처럼 부정하며 믿지 못했죠 360 00:28:27,080 --> 00:28:32,151 그런데 지난여름 갑자기 아들이 옳았다는 걸 알았어요 361 00:28:32,152 --> 00:28:36,222 그 아이가 엔카타다스에서 보여줬던 광경은 끔찍하고 362 00:28:36,223 --> 00:28:39,091 피할 수 없는 진실이었죠 363 00:28:53,574 --> 00:28:55,241 어머, 바이올렛 364 00:28:55,242 --> 00:28:58,611 - 갑자기 들어와서 놀랐어요 - 안녕하세요, 숙모님 365 00:28:58,612 --> 00:29:00,079 여기서 뭐 하는 거예요? 366 00:29:00,080 --> 00:29:03,449 말씀대로 세바스찬의 옷을 가지러 왔어요 367 00:29:03,450 --> 00:29:05,017 그렇게 얘기하셨잖아요 368 00:29:05,018 --> 00:29:07,920 허락도 안 받고 들어왔어요 369 00:29:07,921 --> 00:29:11,324 놀라서 무심결에 편지를 들고 있었네요 370 00:29:11,325 --> 00:29:13,459 아마 소매에 딸려 올라갔나 보죠 371 00:29:13,460 --> 00:29:16,829 이쪽은 세인트메리에 있는 조카의 엄마인 홀리 부인이고 372 00:29:16,830 --> 00:29:19,198 저쪽은 아들 조지예요 373 00:29:19,199 --> 00:29:22,768 내가 몸이 안 좋았을 때 세바스찬의 옷을 가져가랬죠 374 00:29:22,769 --> 00:29:24,136 이런, 숙모님 375 00:29:24,137 --> 00:29:27,573 지난주에 일레인 터트와일러 집에서 그러셨잖아요 376 00:29:27,574 --> 00:29:29,775 제가 대학에 들어갔으니 377 00:29:29,776 --> 00:29:32,945 세바스찬의 옷을 갖다 입어도 좋다고요 378 00:29:32,946 --> 00:29:37,350 맞아요, 나도 우리 애한테 준다고 똑똑히 들었어요 379 00:29:37,351 --> 00:29:40,152 알았어요, 선심 썼다가 원성만 사는군요 380 00:29:40,187 --> 00:29:41,320 이제 그만 가봐요 381 00:29:41,321 --> 00:29:45,057 바이올렛은 가족들한테 정말 잘해요 382 00:29:45,058 --> 00:29:46,492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383 00:29:46,526 --> 00:29:49,061 - 쿠크로비치 박사입니다 - 박사님이면 의사 선생님? 384 00:29:49,062 --> 00:29:49,829 네 385 00:29:49,863 --> 00:29:52,331 - 바이올렛, 또 아픈 건 아니죠? - 아니에요, 그레이스 386 00:29:52,365 --> 00:29:53,899 정말 다행이에요 387 00:29:53,900 --> 00:29:57,336 난 히스테리 발작 일으킨 적 없어요 388 00:29:57,337 --> 00:29:58,404 그 히스테리 발작이요 389 00:29:58,405 --> 00:30:00,639 난 히스테리 발작 일으킨 적 없어요 390 00:30:00,640 --> 00:30:03,008 박사님과 당신의 딸 문제를 상의했어요 391 00:30:03,009 --> 00:30:04,510 캐서린이요? 392 00:30:04,511 --> 00:30:07,146 불쌍하고 가엾은 내 딸 393 00:30:07,147 --> 00:30:09,248 박사님 우리 애를 도와주세요 394 00:30:09,249 --> 00:30:10,850 노력해보겠습니다 395 00:30:10,884 --> 00:30:15,020 엄마, 이거 봐요 흰색 실크예요 396 00:30:15,021 --> 00:30:16,822 로마에서 만든 옷이잖아 397 00:30:16,823 --> 00:30:19,859 세상에, 립스틱 자국 제대로 찍히겠다 398 00:30:19,860 --> 00:30:23,496 내 앞에서 떠들지 말고 조용히 가져다 입어 399 00:30:23,497 --> 00:30:26,699 이제 둘 다 나가지 그래요? 400 00:30:26,700 --> 00:30:28,434 나머지 옷은 다음에 가져가고 401 00:30:28,435 --> 00:30:31,170 숙모님 잠깐이면 끝나요 402 00:30:31,171 --> 00:30:33,539 도저히 믿기지가 않아요 403 00:30:33,540 --> 00:30:36,375 이제는 저 문으로 들어오는 세바스찬을 볼 수 없다니 404 00:30:36,376 --> 00:30:40,112 어울리던 젊은이들도 모두 똑똑했는데 405 00:30:40,113 --> 00:30:42,047 정말 유쾌한 친구들이었죠 406 00:30:42,048 --> 00:30:46,385 그 수준 높은 재치와 입담은 내 머리로는 이해가 안 됐지만 407 00:30:46,386 --> 00:30:47,920 조카는 장난기도 많았어요 408 00:30:47,954 --> 00:30:52,791 언젠가 한번은 이 테이블 레이스를 409 00:30:52,792 --> 00:30:56,128 벨기에의 눈먼 수녀들이 짰다는 거예요 410 00:30:56,129 --> 00:30:57,896 생각해보세요 411 00:30:57,897 --> 00:31:00,299 얘기는 다 끝난 것 같군요 412 00:31:00,300 --> 00:31:01,400 이건 누구죠? 413 00:31:01,401 --> 00:31:04,570 - 그 아이예요 - 가엾은 내 천사죠 414 00:31:04,571 --> 00:31:07,573 - 캐서린이에요 - 사진을 왜 여기 뒀을까? 415 00:31:07,574 --> 00:31:08,874 좋아했나 보죠 416 00:31:10,143 --> 00:31:13,412 조지, 대충 챙겼으면 그만 나가거라 417 00:31:13,413 --> 00:31:15,080 네, 그럴게요 418 00:31:15,115 --> 00:31:17,583 지난봄에 찍었나 봐요 419 00:31:17,617 --> 00:31:20,152 사육제 무도회 드레스예요 420 00:31:20,153 --> 00:31:22,821 기억하세요? 이 드레스 정말 잘 어울렸죠 421 00:31:22,822 --> 00:31:24,556 당신이 모피코트도 빌려줬잖아요 422 00:31:24,557 --> 00:31:26,692 다 기억나요 423 00:31:27,761 --> 00:31:31,230 그렇게 행복한 밤은 아니었죠 424 00:31:31,231 --> 00:31:32,765 무슨 일이 있었나요? 425 00:31:32,766 --> 00:31:35,934 정말 사랑스러운 아이예요 426 00:31:35,969 --> 00:31:41,440 고귀하고 잘나신 우리 친척 중에서 427 00:31:41,474 --> 00:31:44,309 - 저와 가장 비슷하죠 - 숙모님! 428 00:31:44,310 --> 00:31:46,245 그래서 박사님께 부탁드린 거예요 429 00:31:46,246 --> 00:31:49,815 광기는 이 땅에서 가장 끔찍한 저주니까요 430 00:31:49,816 --> 00:31:54,119 조지, 이 방에 있는 물건은 모두 보험에 들어 있어 431 00:31:54,154 --> 00:31:57,189 하나라도 없어지면 직원들이 곤란해져 432 00:31:57,190 --> 00:31:59,191 저를 뭘로 보시는 거예요? 433 00:31:59,192 --> 00:32:02,427 조지, 그 질문이라면 대답할 수가 없구나 434 00:32:02,428 --> 00:32:06,298 두 사람은 이제 가봐요 5시가 다 돼가요 435 00:32:06,299 --> 00:32:07,466 알았어요 436 00:32:07,500 --> 00:32:13,639 바이올렛은 항상 5시면 세바스찬과 칵테일을 즐겼죠 437 00:32:13,640 --> 00:32:15,674 지금은 혼자 마셔요 438 00:32:15,708 --> 00:32:18,510 그럼 우리는 이만 갈게요 439 00:32:18,511 --> 00:32:21,046 가엾은 우리 캐서린을 부디 도와주세요 440 00:32:21,047 --> 00:32:22,381 - 갈게요, 박사님 - 살펴 가세요 441 00:32:22,382 --> 00:32:25,217 바이올렛도 잘 있어요 442 00:32:25,218 --> 00:32:27,119 고맙다고 말씀드려라 443 00:32:27,120 --> 00:32:30,322 안녕히 계세요, 숙모님 여러 가지로 고맙습니다 444 00:32:30,323 --> 00:32:32,491 정말 밉상이죠? 445 00:32:32,525 --> 00:32:34,993 세바스찬과 전 늘 궁금했어요 446 00:32:34,994 --> 00:32:40,899 저런 원시인 집안에서 어떻게 캐서린처럼 귀한 애가 나왔는지 447 00:32:40,900 --> 00:32:43,402 박사님도 세바스찬이 마음에 드셨을 거예요 448 00:32:43,403 --> 00:32:46,004 그 애도 박사님을 좋아했을 거고요 449 00:32:46,039 --> 00:32:50,075 그 애는 돈을 숭배하는 속물은 아니었지만 취향이 남달랐죠 450 00:32:50,076 --> 00:32:53,845 아름다움과 고상함을 숭배했고 451 00:32:53,846 --> 00:32:58,183 사람들의 인간적인 매력과 신체적인 우아함을 높이 샀어요 452 00:32:58,217 --> 00:33:03,588 우리는 항상 젊고 아름다운 사람들과 어울렸죠 453 00:33:03,589 --> 00:33:06,091 여행을 가면 늘 그랬어요 454 00:33:06,092 --> 00:33:08,961 - 여기 앉아도 될까요? - 세바스찬의 자리예요 455 00:33:08,962 --> 00:33:11,430 - 그럼... - 아뇨, 괜찮아요 456 00:33:11,597 --> 00:33:16,768 궁정 광대의 의자인데 500년 전의 귀한 물건이죠 457 00:33:16,769 --> 00:33:19,504 괜찮으니 앉으세요 458 00:33:19,505 --> 00:33:24,543 울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게 재미있는 얘기 좀 해주세요 459 00:33:24,544 --> 00:33:28,113 저는 광대로서 낙제점일 겁니다 460 00:33:28,114 --> 00:33:31,683 울지 않으려는 사람이 더 걱정되거든요 461 00:33:31,684 --> 00:33:34,753 약이랑 시원한 칵테일 가져왔습니다 462 00:33:34,754 --> 00:33:36,221 그럼 약부터 463 00:33:38,024 --> 00:33:40,892 저는 이 약 힘으로 산답니다 464 00:33:40,893 --> 00:33:42,961 - 괜찮습니다 - 폭스힐 465 00:33:42,962 --> 00:33:45,197 홀리 모자를 문밖까지 배웅해줘 466 00:33:45,198 --> 00:33:47,499 은 제품을 집어 갈지 모르니까 467 00:33:47,500 --> 00:33:49,367 알겠습니다, 부인 468 00:33:49,368 --> 00:33:53,371 매일 5시면 아들과 나는 각자의 의자에 앉아 469 00:33:53,372 --> 00:33:57,709 성 세바스찬 초상 앞에서 칵테일을 마셨어요 470 00:33:57,710 --> 00:33:59,911 하지만 지난여름에 부인은 여기 계셨죠? 471 00:33:59,912 --> 00:34:04,282 네, 저는 몸이 안 좋아서 대신 캐서린이 함께 갔죠 472 00:34:04,283 --> 00:34:06,585 - 그리고 아드님은 죽었고요 - 심장마비였어요 473 00:34:06,586 --> 00:34:08,220 캐서린도 거기에 있었나요? 474 00:34:08,221 --> 00:34:13,090 아들이 죽을 때 함께 있었고 바로 그날 정신을 놓아버렸죠 475 00:34:13,091 --> 00:34:15,927 언제 조카를 만나보시겠어요? 476 00:34:15,928 --> 00:34:17,829 최대한 빨리요 477 00:34:18,798 --> 00:34:20,465 베너블 부인 478 00:34:20,466 --> 00:34:23,668 병원 후원 문제에 관해서는 혹스타더 박사님께 뭐라고... 479 00:34:23,669 --> 00:34:27,672 조카를 만나 수술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때까지 480 00:34:27,673 --> 00:34:30,108 기다려주셨으면 하는데요 481 00:34:30,142 --> 00:34:32,344 알겠습니다 기다리죠 482 00:34:32,345 --> 00:34:35,113 하지만 이건 별개의 문제로... 483 00:34:35,114 --> 00:34:40,185 사람들은 사적인 문제에 더 큰 관심을 가지죠 484 00:34:40,186 --> 00:34:41,920 안 그런가요 박사님? 485 00:34:42,788 --> 00:34:44,356 이해합니다 486 00:34:47,126 --> 00:34:49,860 나가는 길은 아니까 나오실 필요 없습니다 487 00:34:49,861 --> 00:34:53,999 수백만 년 전, 공룡들은 저 나뭇잎을 먹었어요 488 00:34:54,000 --> 00:34:57,469 공룡은 초식동물이라 멸종했던 거죠 489 00:34:57,470 --> 00:35:00,138 몸집에 비해 너무 온순했어요 490 00:35:00,139 --> 00:35:03,775 이후로는 고기를 먹는 잔인한 육식동물들이 491 00:35:03,776 --> 00:35:06,478 지구를 지배했죠 492 00:35:06,479 --> 00:35:09,047 그게 자연의 순리니까요 493 00:35:26,699 --> 00:35:28,266 캐서린 494 00:35:28,267 --> 00:35:30,502 펠리시티 수녀예요 495 00:35:32,071 --> 00:35:34,839 일어나서 나를 따라와요 496 00:35:38,377 --> 00:35:40,445 {\an8}나를 감찰하시는 주님 497 00:36:36,068 --> 00:36:37,635 캐서린 498 00:36:39,305 --> 00:36:41,706 얌전히 있을게요 수녀님 499 00:36:59,658 --> 00:37:01,492 뭐 하고 있나요? 500 00:37:04,963 --> 00:37:07,598 담배 한 대 피워요 501 00:37:07,599 --> 00:37:13,104 안 돼요, 세인트메리에서 흡연은 용납되지 않아요 502 00:37:13,105 --> 00:37:14,605 - 제발 피우게 해주세요 - 이리 줘요 503 00:37:14,606 --> 00:37:16,174 - 부탁이에요 - 내놔요 504 00:37:16,175 --> 00:37:17,909 나 좀 그만 괴롭혀요 505 00:37:17,910 --> 00:37:20,178 지시를 거역하면 처벌이 따라요 506 00:37:20,179 --> 00:37:21,946 좋아요 나중에 벌 받을게요 507 00:37:21,980 --> 00:37:25,783 어서요, 캐서린 내 손에 얹어놔요 508 00:37:26,652 --> 00:37:29,120 - 알았어요, 가져가요 - 담뱃불을 대다니! 509 00:37:29,121 --> 00:37:31,923 - 죄송해요, 저는... - 일부러 그랬잖아요 510 00:37:31,924 --> 00:37:35,860 - 달라고 해서 드린 거죠 - 담뱃불을 내 손에 비볐어요 511 00:37:35,861 --> 00:37:39,697 이래라저래라 괴롭히는 거 정말 지긋지긋해 512 00:37:39,698 --> 00:37:42,099 아주 신물이 나 513 00:37:42,100 --> 00:37:45,870 박사님도 보셨죠? 고의로 담뱃불을 댔어요 514 00:37:45,871 --> 00:37:47,472 가서 약 좀 바르세요 515 00:37:47,473 --> 00:37:49,607 놔두고 가면 안 돼요 516 00:37:49,608 --> 00:37:53,211 - 폭력적인 환자예요 - 수녀님 517 00:37:53,212 --> 00:37:55,546 알겠습니다 밖에서 기다리죠 518 00:37:59,718 --> 00:38:01,319 문밖에 있을게요 519 00:38:04,323 --> 00:38:08,059 저와 단둘이 있겠다니 무척 용감한 분이군요 520 00:38:08,060 --> 00:38:09,827 제게도 불을 대려고요? 521 00:38:09,828 --> 00:38:14,432 더 심한 짓도 해요 저는 폭력적인 환자예요 522 00:38:14,433 --> 00:38:18,769 박사님을 공격하고 강간죄를 뒤집어씌울 수도 있죠 523 00:38:18,770 --> 00:38:20,471 그런 행동도 하나요? 524 00:38:20,472 --> 00:38:23,541 물론이죠 그래서 격리됐어요 525 00:38:23,542 --> 00:38:27,511 점잖고 나이 든 정원사를 희롱했는데 526 00:38:27,512 --> 00:38:31,949 내 유혹을 거부하기에 치한으로 몰아붙였죠 527 00:38:31,950 --> 00:38:33,918 그걸로 그는 처벌을 받았어요 528 00:38:34,786 --> 00:38:36,420 정말입니까? 529 00:38:36,421 --> 00:38:39,123 처벌받은 거요? 그럼요 530 00:38:39,124 --> 00:38:41,192 부당한 누명을 씌운 거요 531 00:38:41,193 --> 00:38:45,563 물론 누명을 씌웠어요 난 미쳤으니까요 532 00:38:45,564 --> 00:38:48,065 미친 여자라면 그럴 수 있죠 533 00:38:49,568 --> 00:38:51,635 그런데 박사님 534 00:38:51,636 --> 00:38:55,539 박사님을 쳐다보는 제 눈빛이 이상하지 않나요? 535 00:38:55,540 --> 00:38:56,841 그런가요? 536 00:38:56,842 --> 00:39:00,244 박사님의 눈을 쳐다봤어요 537 00:39:00,245 --> 00:39:04,382 푸르고 아름답지만 겁에 질린 눈이에요 538 00:39:04,416 --> 00:39:08,018 뭐가 그렇게 두렵죠? 도움이 필요하세요? 539 00:39:08,019 --> 00:39:09,787 제가 도와드릴까요? 540 00:39:11,456 --> 00:39:14,091 긴장하셨군요 541 00:39:14,092 --> 00:39:16,761 그럴 만도 하죠 542 00:39:16,762 --> 00:39:21,866 이제 박사님을 공격할 거니까 그래요, 공격하겠어요 543 00:39:21,867 --> 00:39:24,068 잘생겨서가 아니라 544 00:39:24,069 --> 00:39:27,238 이 담배 때문이에요 제발 한 대만 피울게요 545 00:39:27,272 --> 00:39:29,140 네, 그러세요 546 00:39:31,676 --> 00:39:33,077 좋은 분이군요 547 00:39:34,813 --> 00:39:36,247 누구시죠? 548 00:39:36,248 --> 00:39:38,749 의사입니다 549 00:39:38,750 --> 00:39:41,485 - 숙모님이 보냈군요 - 네 550 00:39:41,486 --> 00:39:45,222 - 치료해도 효과가 없어서요? - 그렇다고 하더군요 551 00:39:45,223 --> 00:39:50,060 가망이 전혀 없는 환자를 맡게 되셨군요 552 00:39:50,061 --> 00:39:53,297 가망이 없나요? 본인 생각은 어때요? 553 00:39:56,835 --> 00:39:58,569 어디서 근무하시죠? 554 00:39:58,570 --> 00:40:00,037 라이온스 뷰입니다 555 00:40:05,844 --> 00:40:07,244 주립 정신병원이군 556 00:40:09,014 --> 00:40:11,482 둥근 홀이 있죠 557 00:40:11,516 --> 00:40:14,952 그 홀은 고문실이 아니라 558 00:40:14,953 --> 00:40:16,954 휴게실입니다 559 00:40:18,290 --> 00:40:21,458 거기 평생 가둬두겠죠? 560 00:40:21,459 --> 00:40:23,761 우리 안의 짐승처럼 561 00:40:25,463 --> 00:40:27,731 정말 잔인한 분이에요 562 00:40:27,732 --> 00:40:30,034 - 누가요? - 바이올렛 숙모님이요 563 00:40:30,035 --> 00:40:34,471 내가 왜 이런 답답한 곳에 감금됐겠어요? 564 00:40:34,472 --> 00:40:37,541 숙모님이 당신을 미워한다고 생각하는군요 565 00:40:37,542 --> 00:40:38,976 아닌가요? 566 00:40:38,977 --> 00:40:40,311 숙모님을 미워하세요? 567 00:40:41,513 --> 00:40:43,647 미워해요? 568 00:40:43,648 --> 00:40:45,582 아뇨 569 00:40:45,583 --> 00:40:47,718 미워하는 게 뭔지 모르겠어요 570 00:40:47,719 --> 00:40:50,721 누군가를 미워하면서 어떻게 제정신일 수 있죠? 571 00:40:50,722 --> 00:40:53,791 난 제정신이에요 572 00:40:53,792 --> 00:40:57,294 아니라는 증거들이 많지만 573 00:40:57,295 --> 00:41:00,898 숙모님이신 베너블 부인은... 574 00:41:00,899 --> 00:41:03,500 나처럼 답이 없는 분이죠 575 00:41:03,501 --> 00:41:06,770 답이 없다니 무슨 뜻이죠? 576 00:41:06,771 --> 00:41:09,573 모두 세바스찬을 사랑했어요 577 00:41:09,574 --> 00:41:14,211 여자, 남자, 아이들 동물, 광물, 채소까지 578 00:41:14,212 --> 00:41:17,381 세바스찬은 사람이 아니라 그 자체로 소명이었죠 579 00:41:19,250 --> 00:41:22,319 가엾은 숙모님은 처음부터 푹 빠졌어요 580 00:41:22,320 --> 00:41:25,823 세바스찬 외에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죠 581 00:41:25,824 --> 00:41:28,992 세바스찬을 위해 모든 걸 포기했어요 582 00:41:28,993 --> 00:41:31,061 남편까지도요 583 00:41:31,095 --> 00:41:33,230 베너블 씨는 어떤 분이셨죠? 584 00:41:34,199 --> 00:41:39,570 사람은 한없이 좋았지만 따분하기 그지없었어요 585 00:41:41,673 --> 00:41:44,041 세바스찬이 한 말이에요 586 00:41:44,042 --> 00:41:47,211 세바스찬이 말하면 그렇지 않은데 587 00:41:47,212 --> 00:41:52,349 제나 숙모님이 그런 식으로 말하면 잔인하게 들려요 588 00:41:52,350 --> 00:41:54,718 근데 우린 잔인하지 않아요 589 00:41:54,719 --> 00:41:56,820 비록 끔찍한 짓을 했지만 590 00:41:56,821 --> 00:41:58,755 뭐가 끔찍했는데요? 591 00:42:00,191 --> 00:42:03,961 숙모님은 세바스찬 때문에 남편을 죽게 내버려 뒀어요 592 00:42:03,962 --> 00:42:05,896 죽였다는 사람도 있죠 593 00:42:07,398 --> 00:42:09,766 어떻게 죽였다는 거죠? 594 00:42:09,767 --> 00:42:15,572 오래전 어느 여름, 세바스찬은 속세를 벗어나 승려가 됐어요 595 00:42:15,573 --> 00:42:17,841 히말라야의 티베트였는데 596 00:42:17,842 --> 00:42:22,346 삭발하고 나무바가지로 쌀을 동냥하면서 행복해했죠 597 00:42:22,347 --> 00:42:24,481 숙모님이 가기 전까지는요 598 00:42:24,482 --> 00:42:26,550 숙모님이 어떡했는데요? 599 00:42:26,551 --> 00:42:31,054 움막에 기거하며 승려가 돼 현지 여자들처럼 생활했어요 600 00:42:31,055 --> 00:42:34,491 아들 곁에 머물면서 집에 데려올 속셈이었죠 601 00:42:36,060 --> 00:42:38,161 그때 전갈이 왔어요 602 00:42:38,162 --> 00:42:41,898 남편이 죽어가면서 아내를 찾는다고요 603 00:42:41,899 --> 00:42:44,501 그런데 안 갔나요? 604 00:42:44,502 --> 00:42:47,771 남편이 홀로 죽게 방치했죠 605 00:42:49,107 --> 00:42:53,443 하지만 세바스찬 때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606 00:42:53,444 --> 00:42:57,781 우리는 선택권이 없어요 일단 세바스찬이 결정하면... 607 00:42:59,016 --> 00:43:00,784 우리는 이용당하죠 608 00:43:00,785 --> 00:43:02,486 이용당해요? 609 00:43:02,487 --> 00:43:05,455 그가 사람들을 이용했나요? 610 00:43:05,456 --> 00:43:06,623 네 611 00:43:07,692 --> 00:43:11,695 사람들을 이용하는 게 사랑 아닌가요? 612 00:43:11,696 --> 00:43:16,933 그리고 미움은 사람들을 이용할 수 없는 거겠죠 613 00:43:16,934 --> 00:43:19,269 - 계속하세요 - 뭘 계속해요? 614 00:43:19,270 --> 00:43:21,138 뭐든지요 615 00:43:21,139 --> 00:43:24,474 가장 먼저 떠오르는 기억은 뭐죠? 616 00:43:25,676 --> 00:43:28,211 내 기억이요? 617 00:43:28,212 --> 00:43:31,281 사육제 무도회였어요 618 00:43:31,449 --> 00:43:35,285 사육제 무도회예요? 계속해요 619 00:43:35,286 --> 00:43:39,723 그 기억이 처음 떠올라요 지난봄이었죠 620 00:43:40,591 --> 00:43:44,928 지난봄 이전으로는 전혀 기억나는 게 없어요 621 00:43:46,197 --> 00:43:50,100 내 인생은 그날 밤에 시작되고 끝난 것 같아요 622 00:43:54,105 --> 00:43:55,572 그때 얘기를 해주세요 623 00:43:56,841 --> 00:43:58,508 무도회에는... 624 00:44:00,978 --> 00:44:05,115 취해서 몸도 못 가누는 남자가 날 데려갔어요 625 00:44:05,116 --> 00:44:08,585 난 집에 돌아가려고 코트 보관실로 갔는데 626 00:44:08,586 --> 00:44:11,521 남자 주머니에 넣어둔 확인증이 없어진 거예요 627 00:44:11,522 --> 00:44:15,992 그래서 다 포기하고 택시를 타러 나왔죠 628 00:44:15,993 --> 00:44:22,165 그때 누가 내 팔을 잡고 집까지 태워준다더군요 629 00:44:22,166 --> 00:44:26,770 호텔을 나서는데 그 남자가 코트를 벗어 어깨에 둘러줬어요 630 00:44:26,771 --> 00:44:29,706 그를 쳐다봤는데 631 00:44:29,740 --> 00:44:32,575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어요 632 00:44:34,378 --> 00:44:39,115 그리고 집에 도착하기 전에 다른 곳에 들렀어요 633 00:44:39,116 --> 00:44:42,886 에스플라나드 거리 끝의 듀얼링 오크스 근처였죠 634 00:44:42,920 --> 00:44:46,856 차를 세우길래 왜 그러냐고 물었지만 635 00:44:47,992 --> 00:44:50,427 대답이 없었어요 636 00:44:50,428 --> 00:44:56,833 묵묵히 담배에 불을 붙이는 그를 보고 이유를 깨달았죠 637 00:44:59,904 --> 00:45:04,307 내가 그 사람보다 먼저 차에서 내렸고 638 00:45:05,643 --> 00:45:11,181 우리는 젖은 풀밭을 지나 안개 낀 숲으로 걸어갔어요 639 00:45:11,182 --> 00:45:16,152 거기서 누군가 내게 도움을 청하는 것 같더라고요 640 00:45:20,758 --> 00:45:23,126 그리고는요? 641 00:45:27,765 --> 00:45:29,299 그 사람은 못 찾았어요 642 00:45:30,834 --> 00:45:37,040 그 남자는 날 집에 데려다주면서 끔찍한 말을 했어요 643 00:45:38,609 --> 00:45:41,177 그 일은 잊어버리라는 거예요 644 00:45:41,178 --> 00:45:44,847 자기는 임신한 아내가 있다면서요 645 00:45:48,452 --> 00:45:51,454 난 집에 들어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646 00:45:53,023 --> 00:45:57,627 충동적으로 택시를 잡아타고 다시 루스벨트 호텔로 갔죠 647 00:45:57,661 --> 00:46:00,096 무도회는 안 끝났더군요 648 00:46:00,130 --> 00:46:04,801 난 빌린 코트를 찾으러 왔다고 생각했지만 아니었어요 649 00:46:04,802 --> 00:46:06,970 코트 때문에 온 게 아니었죠 650 00:46:07,004 --> 00:46:10,473 난 연회장에서 소란을 피우려고 했어요 651 00:46:10,507 --> 00:46:14,811 네, 숙모님의 모피코트를 찾으러 가지도 않았죠 652 00:46:14,845 --> 00:46:19,649 곧장 연회장으로 들어가 그 사람을 찾아내고는 653 00:46:19,650 --> 00:46:26,389 그대로 달려가서 주먹으로 얼굴과 가슴을 마구 때렸어요 654 00:46:30,227 --> 00:46:32,695 그때 사촌 세바스찬이 날 떼어놨어요 655 00:46:35,332 --> 00:46:36,833 캐서린 양 656 00:46:43,507 --> 00:46:44,841 캐서린 양 657 00:46:47,010 --> 00:46:49,912 캐서린 양은 여기 있어요 658 00:46:51,248 --> 00:46:53,216 몸과 마음이 다 여기 있죠 659 00:46:54,418 --> 00:46:56,486 이제 그림 놀이를 해야겠죠? 660 00:46:56,487 --> 00:47:02,825 정신 나간 여자가 뭘 연상하는지 알려드릴게요 661 00:47:02,826 --> 00:47:04,160 좋습니다 662 00:47:06,263 --> 00:47:11,567 저 벽에 비친 그림자가 뭘로 보입니까? 663 00:47:11,568 --> 00:47:13,870 벽에 비친 그림자요 664 00:47:13,871 --> 00:47:16,439 이건 놀이라고 했잖아요 665 00:47:16,440 --> 00:47:18,641 좋아요 666 00:47:18,642 --> 00:47:24,614 숲이 보여요 나무와 여자 667 00:47:24,615 --> 00:47:28,384 저 숲은 듀얼링 오크스고 668 00:47:28,385 --> 00:47:34,457 괴로워하는 여자는 정절을 잃어버린 캐서린이죠 669 00:47:35,425 --> 00:47:38,394 가엾게 여겨달라고 한 말이에요 670 00:47:38,428 --> 00:47:40,196 좀 통했나요? 671 00:47:40,197 --> 00:47:42,898 가엾어요 672 00:47:42,899 --> 00:47:44,934 진심인 것 같군요 673 00:47:48,605 --> 00:47:51,274 사촌 세바스찬에 대해 말해봐요 674 00:47:53,043 --> 00:47:56,345 그는 날 좋아했고 난 그를 사랑했어요 675 00:47:56,346 --> 00:47:59,482 어떻게요? 어떤 식으로 그를 사랑했습니까? 676 00:48:00,417 --> 00:48:03,386 그가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으로요 677 00:48:03,387 --> 00:48:04,487 난... 678 00:48:06,657 --> 00:48:08,758 난 그를 구하려고 했어요 679 00:48:08,759 --> 00:48:10,426 무엇으로부터 구하죠? 680 00:48:11,995 --> 00:48:17,833 그는 자신의 이미지를 완성하려고 했어요 681 00:48:17,834 --> 00:48:22,505 어떤 끔찍한 존재에 바쳐지는 제물이죠 682 00:48:22,506 --> 00:48:25,441 - 신이요? - 네 683 00:48:25,475 --> 00:48:29,211 세바스찬은 온순하고 다정했지만 684 00:48:29,212 --> 00:48:32,915 온전치 못한 뭔가를 봤어요 685 00:48:32,916 --> 00:48:37,787 뭔가 끔찍한 게 자기 안에 있었죠 686 00:48:37,788 --> 00:48:39,722 그게 뭔지 말해줄 수 있나요? 687 00:48:40,924 --> 00:48:44,126 - 어느 날 카베사 드 로보에서... - 어디요? 688 00:48:46,730 --> 00:48:51,233 우리가 지난여름에 갔던 곳인데 거기서... 689 00:48:51,234 --> 00:48:54,470 세바스찬이 죽었군요 690 00:48:54,471 --> 00:48:56,472 네 691 00:48:56,473 --> 00:48:58,007 어떻게 죽었죠? 692 00:48:59,376 --> 00:49:01,977 심장마비라지만 난 기억이 안 나요 693 00:49:01,978 --> 00:49:03,946 정말이에요 694 00:49:03,947 --> 00:49:09,018 아시다시피 그 후로 히스테리 발작이 일어나 695 00:49:09,019 --> 00:49:11,387 기억에도 없는 말을 했어요 696 00:49:11,388 --> 00:49:13,222 그래서 여기까지 왔죠 697 00:49:13,223 --> 00:49:20,029 사람들이 꺼리는 말을 하고 기억조차 못 하거든요 698 00:49:20,030 --> 00:49:21,697 기억해봐요 699 00:49:25,569 --> 00:49:30,573 당신과 세바스찬 지난여름... 700 00:49:30,574 --> 00:49:32,341 기억해봐요 701 00:49:40,517 --> 00:49:43,652 새하얀 해변이었어요 702 00:49:45,422 --> 00:49:47,423 태양은 불타올랐죠 703 00:49:48,858 --> 00:49:57,366 신의 눈이 우리를 바라보며 타오르는 것 같았어요 704 00:49:57,400 --> 00:50:00,235 그날은 공기조차 없었어요 705 00:50:00,236 --> 00:50:03,772 태양이 모두 태워버렸죠 706 00:50:03,773 --> 00:50:07,976 밖은 용광로 속 같았어요 707 00:50:11,347 --> 00:50:13,315 그때 그들이 왔어요 708 00:50:13,316 --> 00:50:14,650 누가 왔죠? 709 00:50:15,618 --> 00:50:18,220 해변 전체에 710 00:50:20,056 --> 00:50:22,124 끔찍한 소리가 울려 퍼졌죠 711 00:50:23,460 --> 00:50:28,564 깡통으로 만든 악기의 소리였어요 712 00:50:28,565 --> 00:50:29,965 그들이 누구죠? 713 00:50:32,268 --> 00:50:35,237 그 음악 714 00:50:36,573 --> 00:50:38,240 끔찍한 음악 715 00:50:39,909 --> 00:50:41,944 그 음악이 들려 716 00:50:42,812 --> 00:50:44,813 아직도 들려 717 00:50:45,582 --> 00:50:49,651 점점 다가오고 있어 718 00:50:49,652 --> 00:50:52,821 세바스찬! 도와줘! 719 00:50:53,256 --> 00:50:55,824 - 여기서 나갈래요 - 캐서린 양 720 00:50:55,825 --> 00:50:57,259 그리고 어떻게 됐죠? 721 00:50:57,260 --> 00:50:59,328 그 후로는 기억이 안 나요 722 00:51:01,397 --> 00:51:04,099 캐서린, 당장 그치고 조용히 해요 723 00:51:04,133 --> 00:51:07,002 - 박사님, 저 좀 보시죠 - 수녀님은 나가 계세요 724 00:51:07,003 --> 00:51:10,472 제가 부를 때까지 들어오지 마세요 725 00:51:18,114 --> 00:51:21,116 기억이 안 나요 726 00:51:21,117 --> 00:51:25,621 - 기억할 수가 없어요 - 괜찮아요 727 00:51:25,622 --> 00:51:27,356 걱정하지 마요 728 00:51:27,357 --> 00:51:30,392 하지만 기억해내고 싶어요 729 00:51:30,393 --> 00:51:31,960 할 수 있어요 730 00:51:31,961 --> 00:51:35,530 - 도와주시겠어요? - 당신이 원한다면 731 00:51:35,531 --> 00:51:36,798 원해요 732 00:51:41,004 --> 00:51:43,205 이러면 안 되는데 733 00:51:43,206 --> 00:51:45,874 왜 안 돼요? 호의의 키스잖아요 734 00:51:47,210 --> 00:51:48,844 그런 게 아닐지도 몰라요 735 00:51:49,979 --> 00:51:55,317 이제 정원사에 대한 얘기가 진실이라고 생각하실 테죠? 736 00:51:55,318 --> 00:51:57,519 진실이 뭔지는 밝혀내야죠 737 00:52:11,401 --> 00:52:16,571 사실 저도 꾸미면 봐줄 만하답니다 738 00:52:16,572 --> 00:52:18,740 머리도 좀 만지고... 739 00:52:20,510 --> 00:52:23,311 라이온스 뷰에서 예쁜 옷 입어도 되나요? 740 00:52:23,312 --> 00:52:24,613 좋으실 대로 741 00:52:27,784 --> 00:52:30,085 정말 기뻐요 742 00:52:30,086 --> 00:52:33,722 다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돼서요 743 00:52:56,212 --> 00:52:59,214 잠깐 나오게 보여줄 게 있네 744 00:53:06,589 --> 00:53:08,356 저쪽을 잘 봐 745 00:53:09,792 --> 00:53:12,227 뭐가 보이나? 746 00:53:12,228 --> 00:53:16,498 폐타이어와 깡통 음료 광고판이요 747 00:53:16,499 --> 00:53:18,500 자네가 보는 건 과거야 748 00:53:18,501 --> 00:53:23,939 시카고에서 온 젊은 의사 덕분에 저 공터에 새 건물이 들어선다고 749 00:53:23,940 --> 00:53:29,811 세바스찬 베너블을 기리며 정신외과에 헌정된 병동이지 750 00:53:29,812 --> 00:53:31,880 저보다 낙관적이시군요 751 00:53:33,482 --> 00:53:36,651 아침에 베너블 가의 변호사와 회계사들을 만났는데 752 00:53:36,652 --> 00:53:38,887 후원금이 얼마인지 아나? 753 00:53:38,888 --> 00:53:43,391 동그라미가 6개 자그마치 백만 달러야 754 00:53:43,392 --> 00:53:45,994 아무런 조건 없이요? 755 00:53:45,995 --> 00:53:47,595 조건은 없어 756 00:53:47,596 --> 00:53:51,032 물론 자네가 베너블 부인의 조카를 수술해야 하지만 757 00:53:51,033 --> 00:53:53,968 어찌 보면 당연한 요구잖아 자네가 최고니까 758 00:53:56,238 --> 00:54:00,575 지난여름 그 조카에게 끔찍한 일이 있었어요 759 00:54:00,576 --> 00:54:05,480 뭔가 두렵고 충격적인 경험을 한 것 같아요 760 00:54:05,481 --> 00:54:07,082 그게 뭔데? 761 00:54:07,116 --> 00:54:10,118 글쎄요 아직은 모릅니다 762 00:54:10,119 --> 00:54:13,888 본인이 기억하기를 거부하고 있어요 763 00:54:13,889 --> 00:54:16,724 그 기억을 되살려야 해요 764 00:54:18,227 --> 00:54:19,661 들어와요 765 00:54:19,662 --> 00:54:21,529 실례합니다, 원장님 766 00:54:21,530 --> 00:54:25,099 홀리 부인과 아드님이 환자를 만나러 왔어요 767 00:54:25,100 --> 00:54:27,702 내 방에서 기다리라고 해요 768 00:54:27,703 --> 00:54:30,004 - 캐서린 양은 어때요? - 정말 아름다워요 769 00:54:30,005 --> 00:54:32,540 박사님 말씀대로 아침에 혼자서 머리 손질을 했어요 770 00:54:32,541 --> 00:54:36,477 가져온 옷가지도 얼마나 예쁜지 몰라요 771 00:54:36,478 --> 00:54:39,113 파리에서 샀대요 그리고... 772 00:54:39,114 --> 00:54:42,884 고마워요 곧 갈게요 773 00:54:42,885 --> 00:54:46,955 그 여자는 환자야 자기 옷을 입히면 어떡하나 774 00:54:46,956 --> 00:54:50,458 간호사 숙소에서 지내게 했어요 병동에 넣으면 안 됩니다 775 00:54:50,459 --> 00:54:52,393 - 간호사 숙소? - 네 776 00:54:52,394 --> 00:54:54,896 물론 위험부담이 있지만 777 00:54:54,897 --> 00:54:58,433 당분간 환자라는 생각이 들게 하면 안 됩니다 778 00:54:58,434 --> 00:55:02,737 속박도 감시도 없이 자유로워야 해요 779 00:55:02,738 --> 00:55:04,472 이건 좀 이례적인데 780 00:55:04,473 --> 00:55:06,808 정신이상이 원래 그런 거죠 781 00:55:06,809 --> 00:55:10,645 자네의 방식은 신경외과적 접근이 아냐 782 00:55:10,646 --> 00:55:12,280 당분간 맡겨주십시오 783 00:55:12,281 --> 00:55:17,619 하지만 새로 짓는 건물은 신경외과 전문 병동 아닌가? 784 00:55:17,620 --> 00:55:18,753 네, 압니다 785 00:55:18,754 --> 00:55:24,225 베너블 부인은 자네가 수술할 거라 믿고 있어 786 00:55:24,226 --> 00:55:25,693 그것도 압니다 787 00:55:41,165 --> 00:55:43,500 캐서린이 여기 있나요? 엄마 좀 잡아줘 788 00:55:43,501 --> 00:55:46,803 심장이 벌렁거려서 미칠 것 같아요 789 00:55:46,804 --> 00:55:48,905 진정하세요, 엄마 790 00:55:56,180 --> 00:55:57,080 캐서린 791 00:55:57,081 --> 00:55:59,983 벤슨, 점심 먹고 와요 792 00:55:59,984 --> 00:56:01,384 고맙습니다 793 00:56:01,385 --> 00:56:05,054 가엾은 내 아기 내 천사 794 00:56:05,055 --> 00:56:06,489 네가 여기 들어오다니 795 00:56:06,490 --> 00:56:09,125 난 괜찮아요, 엄마 아무렇지도 않아요 796 00:56:09,126 --> 00:56:11,995 이런, 생각보다 훨씬 보기 좋은데 797 00:56:11,996 --> 00:56:13,763 너도 생각보다 좋구나 798 00:56:13,764 --> 00:56:15,665 네가 많이 보고 싶었는데 799 00:56:15,666 --> 00:56:18,701 너희 숙모가 세인트메리에는 못 가게 하더구나 800 00:56:18,702 --> 00:56:23,139 거기 의사들이 면회를 금지했다는 거야 801 00:56:23,140 --> 00:56:25,441 드레스 예쁘구나 802 00:56:25,442 --> 00:56:27,043 언제 산 거니? 803 00:56:27,044 --> 00:56:29,512 파리에서 세바스찬이 사줬어요 804 00:56:29,513 --> 00:56:32,949 그래? 이것도 그 형 옷이야 805 00:56:32,950 --> 00:56:35,385 알아, 그런 것 같더라 806 00:56:35,386 --> 00:56:38,588 세바스찬의 옷을 다 조지한테 줘서 감격했잖니 807 00:56:38,589 --> 00:56:42,692 이제 쓸모없는 옷이지만 그 마음이 참 고맙더구나 808 00:56:42,693 --> 00:56:45,194 역시 행동보다는 마음이 중요하지 809 00:56:45,195 --> 00:56:47,697 최근에 숙모님 보셨어요? 810 00:56:47,698 --> 00:56:50,800 그래, 어제저녁에 그 집에 가서 만났다 811 00:56:50,801 --> 00:56:53,736 저녁 초대를 받았어 812 00:56:53,737 --> 00:56:56,539 너 유럽 갔을 때 숙모가 승강기를 설치했는데 813 00:56:56,540 --> 00:56:59,842 - 아담한 게 어찌나... - 엄마, 본론부터 얘기해요 814 00:56:59,843 --> 00:57:03,279 알았다, 이해하세요 애들이 참을성이 없잖아요 815 00:57:03,280 --> 00:57:05,815 숙모님이 어제 뭐라던가요? 816 00:57:05,816 --> 00:57:09,452 유능한 박사님께서 내 딸을 맡아주셨다고 817 00:57:09,453 --> 00:57:12,588 - 척 봐도 유능한 분이네요 - 누나 818 00:57:12,589 --> 00:57:15,758 브로사드 씨라고 우리가 고용한 변호사인데... 819 00:57:15,759 --> 00:57:17,360 정말 좋은 분이세요 820 00:57:17,361 --> 00:57:21,931 세바스찬이 가고 힘든 시간에 우리에게 큰 의지가 돼주셨죠 821 00:57:21,932 --> 00:57:25,568 바이올렛은 죽을 뻔했어요 내가 곁에 있어서 잘 알죠 822 00:57:25,569 --> 00:57:30,072 박사님은 모르시겠지만 미친 여자처럼 날뛰며... 823 00:57:32,176 --> 00:57:35,178 하늘이 무너진 듯 슬퍼했어요 824 00:57:36,747 --> 00:57:40,983 아들 하나 보고 살면서 금이야 옥이야 애지중지했죠 825 00:57:40,984 --> 00:57:45,321 그런데 너희 숙모가 거기서 온 편지를 받고... 826 00:57:45,322 --> 00:57:46,455 편지라뇨? 827 00:57:46,456 --> 00:57:51,127 세바스찬의 사고 소식을 알리는 통지서였을 거예요 828 00:57:51,128 --> 00:57:54,597 거기가 어디라고 했니? 그 아이가 죽은 데 말이야 829 00:57:54,598 --> 00:57:56,432 - 카베사 드 로보 - 맞다 830 00:57:56,433 --> 00:57:57,300 편지 보셨나요? 831 00:57:57,301 --> 00:58:02,138 본 건 아니지만 세바스찬이 심장마비로 죽은 경위와 832 00:58:02,139 --> 00:58:06,108 가엾게도 캐서린이 실성해버린 내용이었겠죠 833 00:58:06,109 --> 00:58:08,578 난 이제 괜찮아졌어요 834 00:58:08,579 --> 00:58:11,480 - 그렇죠, 박사님? - 당연하지 835 00:58:11,481 --> 00:58:14,150 사람들 말은 신경 쓰지 마라 836 00:58:14,151 --> 00:58:17,320 네가 겪은 마음고생을 모르고 하는 소리야 837 00:58:17,321 --> 00:58:19,322 안 그러니, 조지? 아무것도 몰라 838 00:58:19,323 --> 00:58:22,058 심지어 네가 유럽에서 돌아온 것도 몰라 839 00:58:22,059 --> 00:58:24,160 혹시라도 누가 물어보면 840 00:58:24,161 --> 00:58:27,797 그냥 네가 외국에서 공부한다고 대답했다 841 00:58:27,798 --> 00:58:30,733 박사님, 자리 좀 비켜주시겠어요? 842 00:58:30,734 --> 00:58:33,636 네, 가족끼리 조용히 할 얘기가 있어서요 843 00:58:33,637 --> 00:58:37,873 몇 가지 서류에 서명만 하면 끝납니다 844 00:58:40,210 --> 00:58:42,078 괜찮겠어요? 845 00:58:42,079 --> 00:58:46,515 걱정 마세요, 담배만 있으면 전 순한 양이니까 846 00:58:46,516 --> 00:58:49,552 우리 딸은 늘 순한 양이었죠 847 00:58:51,988 --> 00:58:53,189 고마워요 848 00:59:01,798 --> 00:59:04,100 누나, 세바스찬이 유언장을 남겼어 849 00:59:04,101 --> 00:59:06,168 관대하고 사려 깊은 유언이야 850 00:59:06,169 --> 00:59:10,039 누나랑 나한테 5만 달러씩 물려줬어 851 00:59:10,040 --> 00:59:12,041 세금은 제하고 852 00:59:12,042 --> 00:59:14,343 세바스찬은 늘 정이 많았어 853 00:59:14,344 --> 00:59:16,879 - 그러게 말이다 - 그런데 법적인 문제가 있어 854 00:59:16,880 --> 00:59:19,014 일이 좀 복잡해졌지만 855 00:59:19,015 --> 00:59:24,086 우리 변호사가 유언장 공증을 받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어 856 00:59:24,087 --> 00:59:25,821 그런데 공증이 쉽지 않아 857 00:59:25,822 --> 00:59:27,790 - 그건 왜? - 숙모가 반대해서 858 00:59:27,791 --> 00:59:32,928 그게 다 너의... 병 때문이라는구나 859 00:59:32,929 --> 00:59:34,897 나한테 돈 맡기기 불안해서? 860 00:59:34,898 --> 00:59:37,600 아니, 5만 달러는 숙모한테 푼돈이야 861 00:59:37,601 --> 00:59:38,968 그럼 뭐야? 862 00:59:38,969 --> 00:59:41,503 - 누나가 유럽에서 미쳤을 때... - 조지! 863 00:59:41,504 --> 00:59:45,474 시끄러워요, 엄마 물론 그 정도는 아니었겠지 864 00:59:45,475 --> 00:59:48,210 내가 유럽에서 미쳤을 때? 865 00:59:48,211 --> 00:59:49,478 누나가 한 얘기 말야 866 00:59:49,479 --> 00:59:53,482 누나가 지어낸 세바스찬 얘기가 숙모 귀에 들어간 거라고 867 00:59:53,483 --> 00:59:56,085 어제 저녁 먹을 때도 숙모는 별말이 없었지만 868 00:59:56,086 --> 00:59:59,622 네가 횡설수설했다더구나 숙모의 표현에 따르면 869 00:59:59,623 --> 01:00:02,891 네가 세바스찬에 대해 횡설수설했다는 거야 870 01:00:02,892 --> 01:00:06,929 - 그 아이의 삶과... - 죽음에 대해서요 871 01:00:06,930 --> 01:00:09,932 카베사 드 로보란 곳이었죠 872 01:00:09,933 --> 01:00:12,868 어쨌든 그것 때문에 숙모가 돌아선 거야 873 01:00:12,869 --> 01:00:18,007 정신이상 진단까지 나오니까 세인트메리에 입원시킨 거고 874 01:00:18,008 --> 01:00:22,077 그리고 여기로 옮겼는데 이 병원도 아주 좋구나 875 01:00:22,078 --> 01:00:24,346 담당 의사도 실력 있고 876 01:00:24,347 --> 01:00:25,648 그래서요? 877 01:00:25,649 --> 01:00:28,784 누나를 여기 두려면 가족 동의서가 필요해 878 01:00:28,785 --> 01:00:31,653 그래서 저녁 초대를 했군 879 01:00:31,654 --> 01:00:34,523 누나가 좀 이해해줘 880 01:00:34,524 --> 01:00:37,693 10만 달러는 우리한테 다시없는 기회야 881 01:00:37,694 --> 01:00:40,429 조지도 풍족하게 뒷바라지할 수 있어 882 01:00:40,497 --> 01:00:45,134 1929년에 아버지 돌아가시고 가족이 다 힘들게 살아왔잖니 883 01:00:45,135 --> 01:00:48,404 설마 동의서에 서명한 거 아니죠? 884 01:00:48,405 --> 01:00:50,672 날 여기 가두라고 했어요? 885 01:00:50,673 --> 01:00:52,841 아직은 아니야 하지만 누나... 886 01:00:52,842 --> 01:00:55,677 숙모가 이렇게 나오면 다른 방법이 없어 887 01:00:55,678 --> 01:00:57,179 엄마가 서명하는 수밖에 888 01:00:57,180 --> 01:01:01,583 그리고 평생 여기 있으라는 것도 아냐 889 01:01:01,584 --> 01:01:07,422 간단한 수술만 받으면 바로 내보내 준다고 했어 890 01:01:08,391 --> 01:01:11,527 무슨 간단한 수술요? 891 01:01:11,528 --> 01:01:13,228 얘야... 892 01:01:16,032 --> 01:01:19,835 여기서 하는 간단한 수술은 딱 하나예요 893 01:01:19,836 --> 01:01:23,438 뇌수술이라고요 뇌엽절리술이라고 하죠 894 01:01:23,439 --> 01:01:26,642 엄마도 들어봤겠지만 나도 알고 있어요 895 01:01:26,643 --> 01:01:30,345 저 젊고 친절한 의사의 전공이죠 896 01:01:30,380 --> 01:01:33,982 가망 없는 정신질환자들 897 01:01:33,983 --> 01:01:37,753 그들 두개골에 구멍을 뚫고 뇌를 잘라내는 거라고요 898 01:01:37,754 --> 01:01:41,690 얘야 제발 그만하거라 899 01:01:41,691 --> 01:01:44,426 - 이럴 수는 없어요 - 진정해, 누나 900 01:01:44,427 --> 01:01:46,662 - 이건 아니잖아요 - 세상 끝난 거 아냐 901 01:01:46,663 --> 01:01:49,665 소란 피우지 마 아프지 않다고 했어 902 01:01:49,666 --> 01:01:52,301 편도선 수술이랑 비슷해 903 01:01:52,302 --> 01:01:54,736 수술하면 다 나을 거야 904 01:01:54,737 --> 01:01:56,171 싫어 905 01:01:57,607 --> 01:02:00,609 캐서린, 캐서린 906 01:03:59,495 --> 01:04:01,830 캐서린 양 907 01:04:03,132 --> 01:04:04,499 저 얼굴들 908 01:04:04,500 --> 01:04:06,801 맙소사... 어서 방으로 데려가게 909 01:04:06,802 --> 01:04:08,470 여기서 뭐 했어요? 910 01:04:13,843 --> 01:04:17,846 박사님 방에서 오는 길인데 무슨 소리죠? 불이 났나요? 911 01:04:17,847 --> 01:04:19,414 홀리 부인 어떻게 된 겁니까? 912 01:04:19,415 --> 01:04:21,082 저도 모르겠어요 913 01:04:21,083 --> 01:04:24,252 박사님의 치료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데 914 01:04:24,253 --> 01:04:28,056 갑자기 우리 애가 방에서 뛰쳐나가 버렸어요 915 01:04:28,057 --> 01:04:30,725 전 수술이 옳다고 믿어요 916 01:04:30,726 --> 01:04:34,529 박사님과 바이올렛이 하는 일은 우리 애한테 좋은 거잖아요 917 01:04:34,530 --> 01:04:35,096 그만 해요, 엄마 918 01:04:35,097 --> 01:04:37,766 - 정말 감사하고 있어요 - 됐어요 919 01:04:37,767 --> 01:04:39,501 우리 애를 잘 보살펴주셔서요 920 01:04:39,502 --> 01:04:42,036 반 비치 선생 좀 불러줘요 921 01:04:42,037 --> 01:04:43,605 - 네 - 고마워요 922 01:04:48,310 --> 01:04:51,312 놀랐다면 미안해요 923 01:04:51,313 --> 01:04:54,716 캐서린 양 다시는 달아나지 마세요 924 01:04:54,717 --> 01:04:56,584 어디를 자르죠? 925 01:04:58,020 --> 01:05:00,188 수술은 확정된 게 아니에요 926 01:05:00,189 --> 01:05:02,957 뇌의 어디를 자르나요? 927 01:05:02,958 --> 01:05:06,761 앞이요? 아니면 뒤쪽? 928 01:05:06,762 --> 01:05:10,165 - 머리를 밀어야겠군요 - 캐서린 양 929 01:05:10,166 --> 01:05:11,666 괜한 짓을 했네요 930 01:05:11,667 --> 01:05:17,605 아침에 손질한 머리를 다 자르게 생겼어요 931 01:05:17,606 --> 01:05:19,474 재미있군요 932 01:05:21,577 --> 01:05:24,746 날 도와주실 분은 박사님밖에 없어요 933 01:05:24,747 --> 01:05:26,180 도와주세요 934 01:05:26,181 --> 01:05:27,382 도와달라고요 935 01:05:27,416 --> 01:05:29,217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936 01:05:29,218 --> 01:05:32,420 왜 안 되죠? 이제 정신이상 같나요? 937 01:05:32,421 --> 01:05:35,056 - 그렇게 보이고 싶어요? - 아뇨 938 01:05:35,057 --> 01:05:38,559 내 말을 믿어주세요 난 정신이상이 아니에요 939 01:05:38,560 --> 01:05:41,496 정신이상은 무의미한 말입니다 940 01:05:42,498 --> 01:05:45,466 하지만 뇌엽절리술은 명확한 의미가 있겠죠? 941 01:05:45,467 --> 01:05:47,468 수술하실 거예요? 942 01:05:47,469 --> 01:05:50,938 말해줘요 하실 거예요? 943 01:05:50,939 --> 01:05:53,141 아직은 모르겠어요 944 01:05:56,111 --> 01:05:57,578 가엾은 박사님 945 01:05:59,081 --> 01:06:01,783 저 때문에 난처하시죠? 946 01:06:01,784 --> 01:06:03,751 그렇습니다 947 01:06:03,752 --> 01:06:05,720 그럼 이제부터 안 그럴게요 948 01:06:10,092 --> 01:06:13,428 - 3cc 놔주게 - 알겠습니다 949 01:06:13,429 --> 01:06:15,930 이 예쁜 옷도 갈아입어야 하나요? 950 01:06:15,931 --> 01:06:17,398 괜찮습니다 951 01:06:21,870 --> 01:06:26,641 당신을 돕고 싶어요 날 믿으세요 952 01:06:26,642 --> 01:06:29,644 믿고 싶어요 953 01:06:29,645 --> 01:06:34,048 지금 난 많은 도움이 필요한 것 같아요 954 01:06:42,391 --> 01:06:45,726 - 짙푸른 눈동자예요 - 누가요? 955 01:06:45,727 --> 01:06:47,228 박사님이요 956 01:06:48,297 --> 01:06:50,932 그런데 왜 금발이 아닐까요? 957 01:06:50,933 --> 01:06:53,601 눈동자가 푸르면 대개 금발이던데 958 01:06:53,602 --> 01:06:57,338 - 저는 금발인데요 - 그래요? 재미있군요 959 01:06:57,339 --> 01:07:00,074 우리도 금발을 원했었는데 960 01:07:00,075 --> 01:07:02,677 다음 메뉴는 금발이었어요 961 01:07:02,678 --> 01:07:06,380 이제 편안하게 누워계시면 됩니다 962 01:07:08,250 --> 01:07:13,120 지난여름 내내 세바스찬은 금발에 굶주려 있었어요 963 01:07:13,121 --> 01:07:18,292 흑발에 싫증 나서 금발을 찾은 거죠 964 01:07:18,293 --> 01:07:24,899 그는 금발이 많은 북유럽의 여행안내서만 들여다봤어요 965 01:07:24,900 --> 01:07:28,536 스톡홀름과 코펜하겐을 예약해놓고서도 말이죠 966 01:07:29,771 --> 01:07:33,708 짙은 머리에 싫증 나서 밝은 머리를 원했어요 967 01:07:34,743 --> 01:07:42,049 그는 사람들을 보고 메뉴판의 음식처럼 말했죠 968 01:07:42,050 --> 01:07:45,386 '저건 먹음직스럽다' 969 01:07:45,387 --> 01:07:48,255 '저건 군침이 돈다' 970 01:07:48,256 --> 01:07:51,559 '저건 구미가 안 당긴다' 971 01:07:53,095 --> 01:08:00,301 약과 샐러드만 먹고 살아서 늘 배가 고팠을 거예요 972 01:08:01,603 --> 01:08:03,671 이제 좀 쉬세요 973 01:08:07,943 --> 01:08:10,745 '북쪽으로 날아가자 작은 새야' 974 01:08:11,713 --> 01:08:16,650 그는 가끔 나를 '작은 새'라고 불렀죠 975 01:08:17,819 --> 01:08:23,023 '우리는 차갑게 빛나는 북극광 밑을 걸을 거야' 976 01:08:24,625 --> 01:08:28,294 난 오로라를 본 적이 없었어요 977 01:08:33,768 --> 01:08:36,604 그는 절대 북극광을 쳐다보지 않았고 978 01:08:38,874 --> 01:08:40,841 이렇게 말했죠 979 01:08:40,842 --> 01:08:46,947 '우리는 거대한 유치원에서 엉뚱한 알파벳 블록으로' 980 01:08:46,948 --> 01:08:53,087 '신의 이름을 맞추고 있는 어린아이들이다' 981 01:09:12,674 --> 01:09:13,908 {\an8}일광욕실 982 01:09:15,310 --> 01:09:16,644 고마워요 983 01:09:19,447 --> 01:09:22,082 베너블 부인 드릴 말씀이 있는데... 984 01:09:22,083 --> 01:09:28,822 이런, 내 정신 좀 보게 책을 한 권 드리고 싶어요 985 01:09:28,823 --> 01:09:30,224 고맙습니다 986 01:09:31,326 --> 01:09:32,092 '여름의 시' 987 01:09:32,093 --> 01:09:34,227 저자는 제 아들 세바스찬 베너블이죠 988 01:09:34,228 --> 01:09:37,898 집에 있는 책들처럼 한 권이 시 한 편이에요 989 01:09:37,899 --> 01:09:41,435 권마다 '여름의 시'란 제목과 날짜가 적혀 있죠 990 01:09:41,436 --> 01:09:44,338 마음에 드시면 다른 것도 갖다 드리죠 991 01:09:44,339 --> 01:09:46,407 1년에 한 편만 썼나요? 992 01:09:46,408 --> 01:09:50,077 매년 여름 동안 나와 함께 여행하면서 한 편만 썼죠 993 01:09:50,078 --> 01:09:54,114 나머지 9개월은 준비기간이었어요 994 01:09:54,115 --> 01:09:55,749 9개월요? 995 01:09:55,750 --> 01:09:58,819 임신기간과 일치하죠 996 01:09:58,853 --> 01:10:01,588 힘들게 태어난 시군요 997 01:10:01,589 --> 01:10:04,992 나 없이는 태어날 수 없었죠 998 01:10:04,993 --> 01:10:08,562 박사님, 아들은 지난여름에 시를 못 썼어요 999 01:10:08,563 --> 01:10:10,130 지난여름에 죽었으니까요 1000 01:10:10,131 --> 01:10:15,202 내가 없어서 죽은 거예요 그게 마지막 여름의 시였죠 1001 01:10:15,203 --> 01:10:20,774 베너블 부인, 아드님이 정확히 어떻게 죽었습니까? 1002 01:10:20,775 --> 01:10:23,677 심장마비라고 했잖아요 1003 01:10:23,678 --> 01:10:26,547 편지에 그렇게 적혀 있었나요? 1004 01:10:26,548 --> 01:10:30,417 내가 편지 받은 걸 캐서린이 어떻게 알죠? 1005 01:10:30,418 --> 01:10:33,320 캐서린은 아는 게 없습니다 1006 01:10:33,354 --> 01:10:36,890 기억을 못 하죠 그게 병입니다 1007 01:10:36,891 --> 01:10:39,860 거기 있었어도 기억을 못 해요 1008 01:10:39,861 --> 01:10:41,328 홀리 부인이 편지에 관해 알려주더군요 1009 01:10:41,329 --> 01:10:45,799 그레이스도 만나셨군요 빈틈없는 분이네요 1010 01:10:45,800 --> 01:10:48,702 편지는 없고 사망진단서뿐이었어요 1011 01:10:48,703 --> 01:10:51,104 - 제가 좀 봐도 될까요? - 왜죠? 1012 01:10:51,105 --> 01:10:52,539 중요하니까요 1013 01:10:52,540 --> 01:10:55,909 아드님이 죽은 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야겠습니다 1014 01:10:55,910 --> 01:10:57,878 내일 보내드릴게요 1015 01:10:58,846 --> 01:11:02,883 수술 동의서도 함께 받을 수 있을 거예요 1016 01:11:02,884 --> 01:11:07,287 이만 가봐야겠어요 변호사들이 기다리고 있어서요 1017 01:11:07,288 --> 01:11:12,326 건물 기증이 쉬운 것 같아도 서명할 서류가 꽤 많답니다 1018 01:11:12,327 --> 01:11:15,662 나야 익숙하지만 세바스찬은 편지에도 서명을 안 했어요 1019 01:11:15,663 --> 01:11:19,466 - 그 아이 생각에는... - 베너블 부인 1020 01:11:19,467 --> 01:11:21,401 아드님 말입니다 1021 01:11:21,402 --> 01:11:23,570 내 아들이 왜요? 1022 01:11:23,638 --> 01:11:27,975 아드님 사생활은 어땠죠? 1023 01:11:27,976 --> 01:11:30,143 그 아이는 순결했어요 1024 01:11:30,144 --> 01:11:34,815 - 독신주의자였나요? - 네 1025 01:11:34,816 --> 01:11:37,818 안 믿으시는군요 1026 01:11:37,819 --> 01:11:40,587 - 정말로 한 번도... - 네, 없었어요 1027 01:11:40,588 --> 01:11:43,256 서약이라도 한 것처럼 엄격했죠 1028 01:11:43,257 --> 01:11:44,891 아무래도... 1029 01:11:44,892 --> 01:11:46,626 내 자랑 같이 들리겠지만 1030 01:11:46,627 --> 01:11:53,100 아들의 기대를 만족시킨 사람은 나밖에 없어요 1031 01:11:53,101 --> 01:11:55,936 그 아이는 계속해서 인간관계를 끊었어요 1032 01:11:55,937 --> 01:11:59,673 주위 사람들의 태도가... 1033 01:11:59,674 --> 01:12:00,807 순수하지 않았나요? 1034 01:12:00,808 --> 01:12:03,510 아들의 기대만큼 순수하지 못했거든요 1035 01:12:03,511 --> 01:12:05,212 캐서린을 만나보시겠어요? 1036 01:12:07,115 --> 01:12:08,648 괜찮을까요? 1037 01:12:08,649 --> 01:12:10,050 도움이 될 겁니다 1038 01:12:10,051 --> 01:12:12,986 하지만 변호사가 기다려서... 1039 01:12:12,987 --> 01:12:16,389 전에도 변호사를 기다리게 하셨잖아요 1040 01:12:16,390 --> 01:12:18,825 맞아요, 그랬죠 1041 01:12:18,826 --> 01:12:23,597 박사님 말씀에는 거역을 못 하겠네요 1042 01:12:40,248 --> 01:12:44,084 진정제를 맞았는데 의식이 돌아오나 봅니다 1043 01:12:44,085 --> 01:12:47,954 - 여긴 어디지? - 정말 예쁜 아이죠? 1044 01:12:47,955 --> 01:12:49,256 네 1045 01:12:57,331 --> 01:12:59,666 - 캐서린 양? - 어디로 가는 거죠? 1046 01:12:59,667 --> 01:13:02,736 - 캐서린 - 이 눈... 1047 01:13:02,737 --> 01:13:06,139 짙푸른 눈동자야 1048 01:13:06,140 --> 01:13:09,175 기이하고 겁에 질린 눈 1049 01:13:13,614 --> 01:13:18,351 죄송해요 꿈을 꿨나 봐요 1050 01:13:18,352 --> 01:13:19,853 반갑구나, 캐서린 1051 01:13:24,025 --> 01:13:28,561 여기 오기 전에 숙모님을 만날 줄 알았어요 1052 01:13:28,562 --> 01:13:32,298 세인트메리에서는 면회가 안 됐단다 1053 01:13:32,299 --> 01:13:35,035 오늘 엄마가 왔었어요 1054 01:13:35,069 --> 01:13:39,272 오늘 맞죠?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어요 1055 01:13:39,273 --> 01:13:41,674 아주 좋아 보이는구나 1056 01:13:41,675 --> 01:13:44,110 엄마한테 들었어요 1057 01:13:44,111 --> 01:13:48,014 날 여기 집어넣고 어떻게 하려는지... 1058 01:13:48,015 --> 01:13:50,583 애가 불안한 것 같군요 1059 01:13:50,584 --> 01:13:55,388 숙모님 물론 불안해요 1060 01:13:55,389 --> 01:13:59,292 불안한 게 당연하지 않나요? 1061 01:13:59,293 --> 01:14:02,195 엄마한테 서명을 강요하고... 1062 01:14:02,196 --> 01:14:05,064 난 누구한테도 강요한 적 없다 1063 01:14:05,065 --> 01:14:08,568 아뇨 늘 그렇게 해왔어요 1064 01:14:08,569 --> 01:14:12,205 이제는 10만 달러를 미끼로 1065 01:14:12,206 --> 01:14:17,877 욕심 많은 엄마와 조지한테 동의서에 서명하라고 강요하고 1066 01:14:17,878 --> 01:14:19,245 여기 계신 박사님한테... 1067 01:14:19,246 --> 01:14:23,483 박사님, 이 얘기는 더 이상 들을 필요가 없겠군요 1068 01:14:23,484 --> 01:14:25,952 일광욕실에서 기다리죠 1069 01:14:58,886 --> 01:15:01,754 박사님, 단둘이 얘기하고 싶어요 1070 01:15:01,755 --> 01:15:05,692 가시기 전에 캐서린 양이 꼭 드릴 말씀이 있답니다 1071 01:15:05,693 --> 01:15:09,162 지난여름에 숙모님을 대신할 생각은 없었어요 1072 01:15:09,163 --> 01:15:11,698 제발 믿어주세요 1073 01:15:11,699 --> 01:15:14,100 세바스찬이 고집을 부렸어요 1074 01:15:14,101 --> 01:15:18,771 숙모님은 건강이 안 좋고 그는 혼자 여행하기 힘드니까 1075 01:15:18,772 --> 01:15:23,376 어쩔 수 없이 숙모님 대신 저를 데려갔던 거예요 1076 01:15:23,377 --> 01:15:25,611 그래서 지난여름에 죽었지 1077 01:15:27,448 --> 01:15:29,615 바이올렛 숙모님 1078 01:15:29,616 --> 01:15:32,151 제가 말씀드릴까요? 1079 01:15:52,039 --> 01:15:55,141 넌 지난여름에 세바스찬과 사랑에 빠졌어 1080 01:15:55,142 --> 01:15:58,544 숙모님이 늘 주던 걸 주려 했을 뿐이에요 1081 01:15:58,545 --> 01:16:01,647 자상한 이해심과 사랑이요 1082 01:16:01,648 --> 01:16:06,686 내 아들과 나 사이에는 각별한 사랑과 믿음이 있었다 1083 01:16:06,687 --> 01:16:09,021 일종의 계약이자 약속이었지 1084 01:16:09,022 --> 01:16:11,357 - 무슨 약속인지 알아요 - 그 애가 약속을 깼죠 1085 01:16:11,358 --> 01:16:15,962 그리고 내가 아니라 이 아이와 시를 쓰러 여행을 떠난 거죠 1086 01:16:15,963 --> 01:16:19,432 아들은 나와 있을 때도 겁에 질리곤 했는데 1087 01:16:19,433 --> 01:16:21,167 난 그게 뭔지 알았어요 1088 01:16:21,168 --> 01:16:25,004 테이블 위로 손을 뻗어 그 아이의 손을 잡았지 1089 01:16:25,005 --> 01:16:29,976 말없이 그저 바라보면서 내 손으로 그 손을 잡았어 1090 01:16:30,677 --> 01:16:36,115 그리고 아침이면 여름의 시가 술술 흘러나와 끝을 맺었지 1091 01:16:36,116 --> 01:16:38,017 전 도울 수 없었어요 1092 01:16:38,018 --> 01:16:41,420 당연하지, 그 애는 내 거니까 난 도울 수 있지만 넌 못해 1093 01:16:41,421 --> 01:16:42,688 - 노력했어요 - 난 자신감을 주지 1094 01:16:42,689 --> 01:16:44,757 네, 제가 부족했어요 1095 01:16:44,758 --> 01:16:50,930 카베사 드 로보에 간 후로 시 쓰는 걸 포기했으니까요 1096 01:16:50,931 --> 01:16:54,734 - 우리의 약속을 깼으니까 - 네, 뭔가 끊어졌어요 1097 01:16:54,735 --> 01:16:57,470 늙은 엄마의 진주목걸이죠 1098 01:16:57,471 --> 01:16:58,204 늙은? 1099 01:16:58,205 --> 01:17:00,673 - 아들을 붙잡아두는 덫이죠 - 그래, 죽음을 막아주지 1100 01:17:00,674 --> 01:17:02,742 아뇨, 삶이죠 삶을 막아요 1101 01:17:02,743 --> 01:17:05,444 네가 뭘 알아? 넌 타인이자 외부인이고 파괴자였지 1102 01:17:05,445 --> 01:17:06,379 우리가 삶이었어 1103 01:17:06,380 --> 01:17:10,249 당신들은 끊임없이 삶을 먹고 살았어요 1104 01:17:10,250 --> 01:17:13,786 사람들은 당신들의 노리개였을 뿐이죠 1105 01:17:13,787 --> 01:17:15,988 모자가 서로를 그렇게 가르쳤어요 1106 01:17:15,989 --> 01:17:18,024 미천한 인간들 위에 군림하면서 살았죠 1107 01:17:18,025 --> 01:17:21,127 그래서 우리에게는 서로만 필요했어 1108 01:17:21,128 --> 01:17:26,265 세바스찬은 숙모님이 유용할 때만 필요했던 거예요 1109 01:17:26,266 --> 01:17:26,966 유용해요? 1110 01:17:26,967 --> 01:17:30,236 다시 말하면 젊음과 매력이죠 1111 01:17:30,237 --> 01:17:32,371 또 횡설수설하며 거짓말을 늘어놓는군 1112 01:17:32,372 --> 01:17:34,273 세바스찬이 집을 떠난 건 숙모님이 매력을... 1113 01:17:34,274 --> 01:17:35,274 네가 그 애를 훔쳐 갔잖아 1114 01:17:35,275 --> 01:17:37,410 매력을 잃어서예요 1115 01:17:37,411 --> 01:17:40,513 모자지간에 매력이 무슨 상관이죠? 1116 01:17:40,514 --> 01:17:42,748 - 말해드릴게요 - 거짓말을 멈출 방법 없나요? 1117 01:17:42,749 --> 01:17:45,384 있어요 내 뇌를 도려내요 1118 01:17:45,385 --> 01:17:47,253 박사님 제가 실수를 했군요 1119 01:17:47,254 --> 01:17:50,523 내가 세바스찬을 따라간 게 실수죠 1120 01:17:50,524 --> 01:17:52,925 그가 집을 떠나자 숙모님은 발작을 일으켰죠 1121 01:17:52,926 --> 01:17:53,893 발작이 아냐 1122 01:17:53,927 --> 01:17:56,295 히스테리 발작이에요 1123 01:17:56,296 --> 01:17:59,331 세바스찬은 싫증 난 장난감처럼 자기 집을 버렸고 1124 01:17:59,332 --> 01:18:04,236 마지막 여행에서는 내가 새 장난감이었죠 1125 01:18:04,237 --> 01:18:05,304 다 거짓말이에요 1126 01:18:05,305 --> 01:18:07,206 숙모님과 저는... 1127 01:18:08,742 --> 01:18:10,643 - 둘 다 유인책이었어요 - 유인책이라뇨? 1128 01:18:10,877 --> 01:18:14,580 세바스찬은 우리를 미끼로 이용했어요 1129 01:18:14,581 --> 01:18:19,585 더 이상 물고기를 유인하지 못하는 숙모님은 버림받았죠 1130 01:18:19,586 --> 01:18:22,354 무슨 미끼요? 물고기는 또 뭐죠? 1131 01:18:22,355 --> 01:18:24,823 우리가 만남을 주선했어요 1132 01:18:24,824 --> 01:18:29,228 지난여름 이전에는 숙모님이 사교계에서 그 일을 했죠 1133 01:18:29,229 --> 01:18:31,864 세바스찬은 수줍음이 많았지만 숙모님은 아니었어요 1134 01:18:31,865 --> 01:18:33,933 저도 그렇지 않고요 1135 01:18:33,934 --> 01:18:37,369 어쨌든 우리는 똑같은 일을 했죠 1136 01:18:37,404 --> 01:18:40,639 사람을 꼬드기는 거요 1137 01:18:40,640 --> 01:18:44,643 불결해서 도저히 못 듣겠어요 저 애를 말려주세요, 박사님 1138 01:18:44,644 --> 01:18:48,380 제 뇌에서 진실을 도려내고 싶나요? 1139 01:18:48,381 --> 01:18:49,548 안 될걸요 1140 01:18:49,549 --> 01:18:53,819 신이라 해도 우리가 한 일을 덮을 순 없어요 1141 01:18:53,820 --> 01:18:55,187 - 박사님 - 그게 진실이니까? 1142 01:18:55,188 --> 01:18:57,856 이제 저 아이의 혀가 얼마나 위험한지 아시겠죠? 1143 01:18:57,857 --> 01:19:00,659 저 뇌에 든 끔찍한 망상을 꺼내주세요 1144 01:19:00,660 --> 01:19:04,730 그걸 위해 얼마나 쓸 용의가 있으시죠? 1145 01:19:04,731 --> 01:19:09,001 저 아이가 내 눈앞에 안 보이게 해주세요 1146 01:19:12,972 --> 01:19:15,340 간호사 여기 암모니아수 부탁해요 1147 01:19:15,341 --> 01:19:16,608 네, 박사님 1148 01:19:16,609 --> 01:19:18,944 - 무슨 일인가? - 실신하셨어요 1149 01:19:18,945 --> 01:19:22,281 아뇨, 아니에요 1150 01:19:22,282 --> 01:19:26,985 좀 어지러워서 그랬어요 1151 01:19:26,986 --> 01:19:30,856 원장님, 제 차까지 부축 좀 해주세요 1152 01:19:30,857 --> 01:19:32,491 잠깐 쉬시는 게 좋겠는데요 1153 01:19:32,492 --> 01:19:35,327 아니에요 집에 가야겠어요 1154 01:19:55,315 --> 01:19:58,383 내일 저 아이를 수술해주세요 1155 01:19:58,384 --> 01:20:03,555 외람되지만 그런 결정은 담당 외과의한테 맡겨두시죠 1156 01:20:03,556 --> 01:20:08,393 원장님, 수술 끝날 때까지 저한테 연락하지 마세요 1157 01:20:20,940 --> 01:20:24,109 {\an8}관계자 외 출입 금지 1158 01:22:25,398 --> 01:22:30,735 놔! 이거 놔! 1159 01:22:30,736 --> 01:22:32,404 제발 놔줘요! 1160 01:22:37,376 --> 01:22:39,711 병원 문 닫는 거 보고 싶나? 1161 01:22:39,712 --> 01:22:41,146 그런 일 없습니다 1162 01:22:41,147 --> 01:22:44,482 뛰어내렸으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상상이 되나? 1163 01:22:44,483 --> 01:22:48,086 - 겁을 먹어서 그런... - 여기 환자들은 생각을 못 해 1164 01:22:48,087 --> 01:22:49,754 원장님 1165 01:22:49,755 --> 01:22:51,790 24시간 관찰 후에... 1166 01:22:51,791 --> 01:22:56,494 그사이에 자살 소동을 벌이고 남자 휴게실에 폭동을 일으켰지 1167 01:22:56,495 --> 01:22:59,431 - 실수로 들어간 겁니다 - 달아나려고 그랬지 1168 01:22:59,432 --> 01:23:04,202 그 여자가 폭동을 일으켰어 감싸려고 하지 말게 1169 01:23:04,203 --> 01:23:06,004 파리 병원의 소견서를 봐 1170 01:23:06,906 --> 01:23:09,307 세상이 자기를 집어삼키는 망상 1171 01:23:09,341 --> 01:23:12,777 듀얼링, 권총을 든 남자에게 겁탈당하는 망상도 있어 1172 01:23:12,778 --> 01:23:14,045 듀얼링 오크스겠죠 1173 01:23:14,046 --> 01:23:15,914 이상성욕 증세까지 보여 1174 01:23:15,915 --> 01:23:18,450 세인트메리에서도 감당을 못했다고 1175 01:23:18,484 --> 01:23:23,488 음란함과 폭력성 때문이지 60세 정원사까지 추행했다잖아 1176 01:23:23,489 --> 01:23:25,723 그 반대일 겁니다 1177 01:23:25,724 --> 01:23:29,394 이어서 수녀의 손에 담뱃불을 갖다 댔어 1178 01:23:29,395 --> 01:23:32,130 상대가 자극했어요 제가 봐서 압니다 1179 01:23:32,131 --> 01:23:35,400 자극? 정서불안 환자를 누가 자극하나? 1180 01:23:35,401 --> 01:23:37,068 알면 놀라실걸요 1181 01:23:37,069 --> 01:23:39,971 무엇보다 자살을 기도했어 1182 01:23:39,972 --> 01:23:42,540 이래도 제정신이라고 주장할 텐가? 1183 01:23:42,541 --> 01:23:46,411 원장님 시간이 필요합니다 1184 01:23:46,412 --> 01:23:49,614 내일 몇 시에 수술실 준비시킬까? 1185 01:23:49,615 --> 01:23:53,117 시간이 더 필요하다니까요 1186 01:23:53,118 --> 01:23:54,485 알았네 1187 01:23:59,458 --> 01:24:02,327 시애틀 병원의 글렌 킬머 박사 연결해 1188 01:24:02,328 --> 01:24:03,761 원장님 1189 01:24:03,762 --> 01:24:07,599 저도 원장님 못지않게 그 건물을 원합니다 1190 01:24:07,600 --> 01:24:09,400 기다리지 1191 01:24:09,401 --> 01:24:15,239 좋습니다, 진실을 밝혀낼 시간을 하루만 더 주십시오 1192 01:24:15,240 --> 01:24:17,241 급하다고 전해 1193 01:24:17,242 --> 01:24:22,413 내일 베너블 부인의 집에서 뭔가를 해볼 생각입니다 1194 01:24:22,414 --> 01:24:24,015 왜 베너블 부인의 집이지? 1195 01:24:24,016 --> 01:24:28,453 왠지 그 정원이 이상해요 1196 01:24:28,454 --> 01:24:32,557 그 밀림에 뭔가 있을 것 같아요 1197 01:24:32,558 --> 01:24:38,596 베너블 부인이 시애틀 병원에 돈을 주는 건 원치 않으시죠? 1198 01:24:38,597 --> 01:24:45,036 그리고 우리가 비윤리적이고 성급했다는 비난도 싫으시죠? 1199 01:24:47,673 --> 01:24:49,807 시애틀 전화는 취소하게 1200 01:24:49,808 --> 01:24:52,243 킬머 박사 연락처는 알아두고 1201 01:25:26,712 --> 01:25:31,115 부인은 곧 내려오실 거고 다른 분들도 다 모셨습니다 1202 01:25:31,116 --> 01:25:33,618 일광욕실로 안내해주세요 1203 01:25:33,619 --> 01:25:35,119 그러죠 1204 01:25:35,120 --> 01:25:36,988 이쪽입니다 1205 01:25:37,022 --> 01:25:40,391 - 캐서린, 아가 - 나중에 얘기하시죠 1206 01:25:40,392 --> 01:25:43,828 박사님, 부탁하신 건 식당에 준비해뒀습니다 1207 01:25:43,829 --> 01:25:45,396 고마워요 1208 01:25:52,070 --> 01:25:54,505 이게 다 무슨 일이죠? 1209 01:25:54,506 --> 01:25:56,874 기다리게 해서 죄송해요, 박사님 1210 01:25:56,875 --> 01:26:00,578 부탁하신 서류를 찾느라 늦었어요 1211 01:26:00,579 --> 01:26:02,847 내 아들이 늘 그랬죠 '어머니는...' 1212 01:26:04,716 --> 01:26:08,219 두 사람은 왜 왔어요? 쿠크로비치 박사님은? 1213 01:26:08,220 --> 01:26:10,521 난 바이올렛이 초대한 줄 알았어요 1214 01:26:10,522 --> 01:26:13,991 쿠크로비치 박사님 부탁으로 모셨습니다 1215 01:26:13,992 --> 01:26:15,493 그랬군 1216 01:26:15,494 --> 01:26:17,528 원장님 1217 01:26:17,529 --> 01:26:21,832 이쪽은 제 시누이예요 캐서린은요? 1218 01:26:21,833 --> 01:26:23,701 일광욕실에 있습니다 1219 01:26:23,702 --> 01:26:27,104 홀리 부인과 아드님은 정원에서 기다리게 하시죠 1220 01:26:27,105 --> 01:26:29,240 그래요, 폭스힐 1221 01:26:29,241 --> 01:26:32,476 오늘따라 다들 이상해 1222 01:26:32,477 --> 01:26:35,746 세바스찬의 서류를 몇 개 가져왔어요 1223 01:26:35,747 --> 01:26:37,581 이게 부탁하신 거고요 1224 01:26:37,582 --> 01:26:39,350 아드님의 사망진단서죠? 1225 01:26:39,351 --> 01:26:40,684 베너블 부인 고통스러우시겠지만... 1226 01:26:40,685 --> 01:26:45,056 - 혹시 스페인어를 모르시면... - 읽을 줄 압니다 1227 01:26:45,057 --> 01:26:47,792 여기 번역본도 있어요 1228 01:26:47,793 --> 01:26:52,997 조카가 무슨 말을 했든지 간에 보시다시피 의혹 따위는 없어요 1229 01:26:52,998 --> 01:26:56,000 이걸 보니까 넘어지면서 1230 01:26:56,001 --> 01:26:58,302 사체에 손상이 있었군요 어디서 쓰러졌죠? 1231 01:26:58,303 --> 01:26:59,537 물론 땅이죠 1232 01:26:59,538 --> 01:27:04,775 뜨겁고 황량한 시골길에서 쓰러질 데가 또 있겠어요? 1233 01:27:04,776 --> 01:27:06,043 시신을 보셨나요? 1234 01:27:06,044 --> 01:27:08,946 미개한 나라라서 관이 봉인돼서 왔어요 1235 01:27:08,947 --> 01:27:11,949 봉인됐어요? 소문 같은 건 없었나요? 1236 01:27:11,950 --> 01:27:15,686 소문은 없었어요 심장마비로 쓰러졌죠 1237 01:27:15,687 --> 01:27:18,856 난 정원에서 기다리죠 거기 있으면 되나요? 1238 01:27:18,857 --> 01:27:20,424 네, 그러시죠 1239 01:27:21,626 --> 01:27:26,297 원장님, 제 아들의 정원을 보여드릴게요 1240 01:27:26,298 --> 01:27:30,267 창조의 새벽처럼 매우 특이하답니다 1241 01:27:33,405 --> 01:27:35,372 세바스찬의 정원 1242 01:27:37,475 --> 01:27:39,410 아직도 눈물이 나요 1243 01:27:40,879 --> 01:27:45,015 제가 꿈을 꾸는 걸까요? 현실 같지가 않아요 1244 01:27:45,016 --> 01:27:47,685 - 캐서린 - 네 1245 01:27:47,686 --> 01:27:51,722 잠깐 상의 좀 벗어요 주사 맞을 시간이에요 1246 01:27:53,158 --> 01:27:55,893 이번엔 뭐죠? 1247 01:27:55,894 --> 01:27:57,628 약간 다른 거예요 1248 01:27:57,629 --> 01:27:59,063 진실의 혈청인가요? 1249 01:27:59,064 --> 01:28:02,366 네, 사실 그런 건 없지만요 1250 01:28:02,367 --> 01:28:05,369 진실이요? 아니면 진실의 혈청이요? 1251 01:28:05,370 --> 01:28:09,006 물론 진실은 어딘가에 있겠죠 1252 01:28:09,007 --> 01:28:10,174 앉아요 1253 01:28:12,644 --> 01:28:16,113 이제 100부터 거꾸로 셀까요? 1254 01:28:17,882 --> 01:28:22,419 - 거꾸로 세는 거 좋아해요? - 네, 아주 좋아하죠 1255 01:28:25,190 --> 01:28:33,831 100, 99, 98, 97 96, 95... 1256 01:28:36,935 --> 01:28:39,069 벌써 느낌이 와요 1257 01:28:39,070 --> 01:28:42,106 - 신기해라 - 잠깐 눈을 감아요 1258 01:28:53,051 --> 01:28:54,184 캐서린 1259 01:28:55,320 --> 01:28:57,688 뭘 좀 내려놔야겠어요 1260 01:28:57,689 --> 01:29:00,457 말만 하세요 1261 01:29:00,458 --> 01:29:03,293 당신의 거부감을 다 내려놔요 1262 01:29:03,294 --> 01:29:05,662 뭐에 대한 거부감이죠? 1263 01:29:05,663 --> 01:29:07,631 진실에 대한 거부감요 1264 01:29:07,632 --> 01:29:11,235 난 진실에 거부감을 느껴본 적 없어요 1265 01:29:11,236 --> 01:29:14,571 입으로는 그렇게 말하면서 거부할 때도 많죠 1266 01:29:14,572 --> 01:29:17,074 세바스찬이 그랬어요 1267 01:29:17,075 --> 01:29:22,279 '진실은 바닥없는 우물의 바닥에 있다' 1268 01:29:22,280 --> 01:29:23,580 그런데 왜... 1269 01:29:26,684 --> 01:29:28,118 눈을 떠요 1270 01:29:30,822 --> 01:29:33,123 왜 자살을 기도했죠? 1271 01:29:34,492 --> 01:29:39,396 다들 내가 사라지기를 원하지 않았나요? 1272 01:29:39,397 --> 01:29:44,234 엄마와 조지는 유산을 받고 박사님은 건물이 생기고 1273 01:29:44,235 --> 01:29:46,370 숙모님은... 1274 01:29:46,371 --> 01:29:49,039 계속해요 1275 01:29:49,040 --> 01:29:51,208 박사님이 뭘 하려는지 알아요 1276 01:29:51,209 --> 01:29:52,909 뭐죠? 1277 01:29:52,910 --> 01:29:56,246 나한테 최면을 걸고 있어요 1278 01:29:56,247 --> 01:30:00,050 나를 뚫어지게 보는군요 1279 01:30:00,051 --> 01:30:04,388 그 눈으로 내게 이상한 주문을 걸고 있어요 1280 01:30:04,389 --> 01:30:07,691 박사님 눈이... 최면을 거는 거죠? 1281 01:30:07,692 --> 01:30:09,559 그런 느낌이 드나요? 1282 01:30:09,560 --> 01:30:12,529 느낌이 이상해요 1283 01:30:14,832 --> 01:30:19,202 박사님의 최면과는 상관이 없어요 1284 01:30:19,203 --> 01:30:21,638 캐서린 1285 01:30:21,639 --> 01:30:23,840 내 손을 내밀 테니 1286 01:30:23,841 --> 01:30:28,311 당신 손을 여기 얹고 거부감을 다 내려놔요 1287 01:30:28,312 --> 01:30:31,982 당신 손에서 내 손으로 거부감을 다 건네줘요 1288 01:30:33,618 --> 01:30:36,153 내 손 여기 있어요 1289 01:30:36,154 --> 01:30:38,622 하지만 거부감은 없어요 1290 01:30:38,623 --> 01:30:40,757 진실을 말해주겠어요? 1291 01:30:40,758 --> 01:30:43,160 네, 해볼게요 1292 01:30:43,161 --> 01:30:46,263 하나도 빠짐없이 정확하게 말해요 1293 01:30:46,264 --> 01:30:48,331 모두 정확히 말할게요 1294 01:30:49,634 --> 01:30:51,301 그래야 하니까요 1295 01:30:57,375 --> 01:31:00,243 이제 일어나도 될까요? 1296 01:31:00,244 --> 01:31:03,513 네, 하지만 조심해요 좀 어지러울 거예요 1297 01:31:05,349 --> 01:31:07,017 안 되겠어요 1298 01:31:09,854 --> 01:31:13,990 일어나라고 하시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1299 01:31:13,991 --> 01:31:15,458 일어나요 1300 01:31:22,833 --> 01:31:25,368 일어났어요 1301 01:31:25,369 --> 01:31:28,672 - 어지러워요, 잡아줘요 - 됐어요, 괜찮아요 1302 01:31:32,843 --> 01:31:36,613 안아줘요 너무 외로웠어요 1303 01:31:41,152 --> 01:31:45,822 제발 허락해줘요 제발... 1304 01:31:51,996 --> 01:31:55,532 볼일 끝났으면 그만 모시고 나오게 1305 01:31:55,533 --> 01:31:57,000 금방 나가죠 1306 01:32:04,575 --> 01:32:06,109 준비됐어요? 1307 01:32:21,258 --> 01:32:22,959 어서 오너라, 캐서린 1308 01:32:23,994 --> 01:32:28,565 자, 캐서린 이제 진실을 말해요 1309 01:32:28,566 --> 01:32:32,969 - 어디부터 시작하죠? - 그건 당신이 정해요 1310 01:32:32,970 --> 01:32:37,407 시작은 세바스찬이 이 집에서 태어난 날이죠 1311 01:32:37,408 --> 01:32:38,908 - 누나 - 난 괜찮다 1312 01:32:38,909 --> 01:32:43,680 시간을 건너뛰어 지난여름부터 시작하죠 1313 01:32:43,681 --> 01:32:45,181 지난여름이요? 1314 01:32:45,182 --> 01:32:47,784 지난여름이 어떻게 시작됐죠? 1315 01:32:47,785 --> 01:32:51,254 듀얼링 오크스 이후에 시작됐어요 1316 01:32:51,255 --> 01:32:56,292 - 그 얘기는 하지 마라 - 홀리 부인, 방해하지 마세요 1317 01:32:56,293 --> 01:32:58,695 그 일이 있고 나서 1318 01:32:58,696 --> 01:33:04,567 다음 날 아침 난 삼인칭으로 일기를 쓰기 시작했어요 1319 01:33:04,568 --> 01:33:08,137 '그녀는 오늘 아침에도 살아있다' 1320 01:33:08,138 --> 01:33:10,473 내가 살아있다는 거죠 1321 01:33:10,474 --> 01:33:14,510 '그녀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1322 01:33:14,511 --> 01:33:17,680 난 아무 데도 나갈 수가 없었어요 1323 01:33:17,681 --> 01:33:20,149 맞아요 방에서 꼼짝도 안 했죠 1324 01:33:20,150 --> 01:33:21,784 시끄러워요, 엄마 1325 01:33:21,785 --> 01:33:26,122 이렇게 썼어요 '그녀는 오늘 일찍 일어났다' 1326 01:33:26,123 --> 01:33:31,060 '커피를 마시고 옷을 입고 잠깐 산책을 나갔다' 1327 01:33:31,061 --> 01:33:33,162 - 누가요? - 그녀가요 1328 01:33:34,898 --> 01:33:36,165 내가요 1329 01:33:37,701 --> 01:33:44,140 '에스플라나드에서 카날까지 맹수에게 쫓기듯 마구 뛰었다' 1330 01:33:44,141 --> 01:33:48,678 '신호등 같은 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1331 01:33:48,679 --> 01:33:53,649 '그녀는 듀얼링 오크스로 돌아가고 있는 걸까?' 1332 01:33:56,120 --> 01:34:00,923 '모든 게 차갑고 흐릿하다' 1333 01:34:00,924 --> 01:34:04,927 '하지만 그 뜨겁고 굶주린 입은...' 1334 01:34:04,928 --> 01:34:07,497 그 남자는 평범한 유부남이었어요 1335 01:34:07,498 --> 01:34:10,199 그리고요? 1336 01:34:10,200 --> 01:34:14,170 어느 날 아침, 세바스찬이 집에 와서 날 깨웠어요 1337 01:34:14,171 --> 01:34:18,207 원래 사람이 죽다 살아나면 고분고분해지죠 1338 01:34:18,208 --> 01:34:19,609 난 일어났어요 1339 01:34:19,610 --> 01:34:23,746 그는 시내로 날 데려가 여권 사진을 찍었어요 1340 01:34:23,747 --> 01:34:26,616 올여름에는 숙모님이 함께 여행을 못 가니까 1341 01:34:26,617 --> 01:34:29,585 대신 나와 함께 가고 싶다는 거예요 1342 01:34:29,586 --> 01:34:31,921 제 아들이 아니라 저 아이 생각이었죠 1343 01:34:31,922 --> 01:34:34,423 베너블 부인 1344 01:34:34,424 --> 01:34:36,292 그리고 세바스찬과 어떻게 됐죠? 1345 01:34:36,293 --> 01:34:39,162 그는 내 삶을 되찾아줬어요 1346 01:34:39,163 --> 01:34:42,064 파리, 바르셀로나, 로마 1347 01:34:42,065 --> 01:34:46,135 내가 한 번도 못 가본 아름다운 도시들을 함께 봤죠 1348 01:34:46,136 --> 01:34:48,971 그리고... 뭐라고 불렀더라? 1349 01:34:48,972 --> 01:34:51,474 그 햇살의 나날들 1350 01:34:51,475 --> 01:34:55,311 항상 대낮이었고 그림자가 없었죠 1351 01:34:55,312 --> 01:34:58,214 - 그런데... - 그런데 뭐죠? 1352 01:34:58,215 --> 01:35:00,550 그곳은 아말피였어요 1353 01:35:00,551 --> 01:35:05,555 그 지중해의 한 정원에서 내가 그의 팔짱을 끼었어요 1354 01:35:05,556 --> 01:35:07,723 팔짱을 끼었는데요? 1355 01:35:07,724 --> 01:35:11,193 분위기는 정말 자연스러웠는데 팔을 빼는 거예요 1356 01:35:11,194 --> 01:35:14,230 저런 아이가 만지니 질색을 할 수밖에 1357 01:35:14,231 --> 01:35:19,335 단순히 그의 호의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였을 뿐이에요 1358 01:35:19,336 --> 01:35:23,506 난 정말... 다른 뜻은 없었어요 1359 01:35:25,475 --> 01:35:30,012 어쨌든 우리는 아말피에 있었는데 1360 01:35:30,013 --> 01:35:34,850 지난여름 갑자기 그의 상태가 불안해졌어요 1361 01:35:34,851 --> 01:35:36,252 계속해요 1362 01:35:37,421 --> 01:35:43,125 도저히 여름의 시를 쓸 수 없다는 거예요 1363 01:35:43,126 --> 01:35:46,162 여기 그 노트가 있다 봐라 1364 01:35:46,163 --> 01:35:50,399 제목, 여름의 시 그리고 날짜, 1937년 1365 01:35:50,400 --> 01:35:54,770 그 이후로는 깨끗해 아무것도 없어 아무것도! 1366 01:35:54,771 --> 01:35:59,775 시인의 소명은 거미줄처럼 가늘고 섬세한 곳에 깃들어요 1367 01:35:59,776 --> 01:36:02,244 시인의 파멸을 막는 유일한 보호막이죠 1368 01:36:02,245 --> 01:36:04,513 혼자서 하는 건 아주 힘들어요 1369 01:36:04,514 --> 01:36:07,249 나는 도울 수 있었지만 저 아이는 못 했죠 1370 01:36:07,250 --> 01:36:09,919 맞아요 내가 부족했어요 1371 01:36:09,920 --> 01:36:14,924 난 찢어지는 거미집을 보면서도 막지 못했죠 1372 01:36:14,925 --> 01:36:18,928 이제야 진실이 나오는군 잘못을 인정하는지 보죠 1373 01:36:18,929 --> 01:36:20,062 잘못이라뇨? 1374 01:36:20,063 --> 01:36:25,701 카베사 드 로보에서 어떻게 내 아들을 죽였는지 물어봐요 1375 01:36:26,837 --> 01:36:28,270 캐서린 1376 01:36:30,407 --> 01:36:32,842 무슨 일이 있었죠? 1377 01:36:32,843 --> 01:36:37,613 지난여름 갑자기 그는 더 이상 아이가 아니었죠 1378 01:36:37,614 --> 01:36:40,015 카베사 드 로보에서 1379 01:36:40,016 --> 01:36:43,018 세바스찬은 갑자기 밤 문화보다 해변을 즐겼어요 1380 01:36:43,019 --> 01:36:44,954 밤 문화보다 해변이라면? 1381 01:36:44,955 --> 01:36:49,391 그러니까 밤보다 낮을 더 좋아했죠 1382 01:36:49,392 --> 01:36:54,029 갑자기 세바스찬의 취미가 낮 시간 해변으로 바뀐 거예요 1383 01:36:54,030 --> 01:36:57,099 어떤 해변이었죠? 해수욕장이었나요? 1384 01:36:57,100 --> 01:36:58,834 네, 맞아요 1385 01:36:58,835 --> 01:37:02,271 - 저런 말 때문에 들통이 나죠 - 베너블 부인 1386 01:37:02,272 --> 01:37:06,275 결벽증이 있는 아이인데 저 말이 믿어지나요? 1387 01:37:06,343 --> 01:37:10,479 세바스찬이 매일 항구 근처의 더러운 해수욕장에 갔다고요? 1388 01:37:10,480 --> 01:37:13,282 캐서린이 하고 싶은 말은 막지 않을 겁니다 1389 01:37:14,217 --> 01:37:15,918 계속해요 1390 01:37:15,919 --> 01:37:18,687 계속하기 싫어요 1391 01:37:18,688 --> 01:37:23,926 매일 오후 사촌과 함께 그 무료 해수욕장에 갔나요? 1392 01:37:23,927 --> 01:37:28,364 무료는 아니었어요 그건 바로 옆이었죠 1393 01:37:28,365 --> 01:37:33,335 두 해수욕장 사이에는 철조망이 세워져 있었어요 1394 01:37:33,336 --> 01:37:34,436 그렇군요 1395 01:37:34,437 --> 01:37:37,906 거기서 불쾌한 일이 있었나요? 1396 01:37:37,907 --> 01:37:40,142 - 네 - 뭐였죠? 1397 01:37:40,143 --> 01:37:43,579 세바스찬은 내 마음에 안 드는 수영복을 사줬어요 1398 01:37:43,580 --> 01:37:46,715 난 웃으면서 못 입는다고 했죠 1399 01:37:46,750 --> 01:37:49,351 너무 부끄러워서요 1400 01:37:49,352 --> 01:37:51,754 무슨 뜻이죠? 노출이 심했나요? 1401 01:37:51,755 --> 01:37:56,191 그건 흰색 원피스 수영복이었는데 1402 01:37:56,192 --> 01:38:00,596 젖으면 속이 훤히 비쳤어요 수영하기 싫다고 해도 1403 01:38:00,597 --> 01:38:05,434 그는 내 손을 잡고 물로 끌고 들어갔어요 1404 01:38:05,435 --> 01:38:10,506 완전히 잠겼다 나오니까 난 알몸처럼 보였어요 1405 01:38:10,507 --> 01:38:14,176 왜 그랬을까요? 그가 왜 그랬는지 알아요? 1406 01:38:14,177 --> 01:38:18,447 네, 시선을 끌기 위해서죠 1407 01:38:18,448 --> 01:38:23,519 왜요? 당신이 외로워하니까 기분을 달래주려고 했을까요? 1408 01:38:24,487 --> 01:38:28,457 왜 그랬는지는 전에도 얘기했잖아요 1409 01:38:28,458 --> 01:38:30,959 내가 그의 만남을 주선했다고요 1410 01:38:32,562 --> 01:38:35,797 세바스찬은 외로웠어요 1411 01:38:35,798 --> 01:38:40,636 빈 노트의 공백이 자꾸만 커져서 1412 01:38:40,637 --> 01:38:46,975 나중에는 푸른 바다와 하늘처럼 거대하고 공허해졌죠 1413 01:38:49,312 --> 01:38:53,749 얼마 안 가 날이 더워지고 해변이 사람들로 가득 차자 1414 01:38:53,750 --> 01:38:57,486 난 더 이상 쓸모가 없어졌죠 1415 01:38:57,487 --> 01:39:02,824 무료 해수욕장 사람들이 철조망을 넘거나 헤엄쳐왔어요 1416 01:39:02,825 --> 01:39:07,462 세바스찬은 내가 조신한 검정 수영복을 입게 해줬고 1417 01:39:07,463 --> 01:39:10,832 난 해변에서 멀리 떨어져 엽서나 편지를 썼어요 1418 01:39:10,833 --> 01:39:14,269 삼인칭 일기도 계속 썼죠 1419 01:39:14,270 --> 01:39:19,174 길옆에 있는 탈의실 밖에서 그를 만나기로 했는데 1420 01:39:19,175 --> 01:39:22,944 그가 나오면... 다들 따라와요 1421 01:39:22,945 --> 01:39:24,746 누가 따라왔죠? 1422 01:39:24,747 --> 01:39:29,851 무료 해수욕장에서 넘어온 굶주린 아이들요 1423 01:39:29,852 --> 01:39:37,693 그는 아이들이 구두를 닦거나 택시를 불러준 듯 팁을 뿌렸죠 1424 01:39:37,694 --> 01:39:43,965 매일 사람들이 불어나면서 시끄럽고 탐욕스러워졌어요 1425 01:39:44,000 --> 01:39:47,369 결국 우리는 외출을 포기했죠 1426 01:39:47,370 --> 01:39:51,239 해변에 발길을 끊고는 어떻게 됐나요? 1427 01:39:51,240 --> 01:39:56,278 해변에 안 나간 지 며칠이 지난 어느 날이었죠 1428 01:39:57,480 --> 01:40:00,882 태양이 작열하는 날이었어요 1429 01:40:00,883 --> 01:40:05,387 정말로 태양이 작열하는 하얗게 타오르는 날이었죠 1430 01:40:05,388 --> 01:40:05,921 네 1431 01:40:05,922 --> 01:40:10,459 허름한 바닷가 식당에서 함께 늦은 점심을 먹었는데 1432 01:40:10,460 --> 01:40:13,995 세바스찬은 그날 날씨처럼 흰색 차림이었어요 1433 01:40:13,996 --> 01:40:18,600 흰색 실크 정장에 흰색 넥타이 모자도 흰색이었죠 1434 01:40:18,601 --> 01:40:24,906 그는 흰색 실크 수건으로 연신 얼굴과 목을 닦으면서 1435 01:40:24,907 --> 01:40:28,310 쉬지 않고 계속 흰색 알약을 삼켰어요 1436 01:40:28,311 --> 01:40:32,414 심장에 무리가 와 겁에 질린 모습이었죠 1437 01:40:32,415 --> 01:40:34,449 그가 북쪽으로 가자더군요 1438 01:40:34,450 --> 01:40:38,853 이제 카베사 드 로보는 더 이상 볼 게 없다면서요 1439 01:40:38,854 --> 01:40:40,755 내 생각도 그랬죠 1440 01:40:40,756 --> 01:40:43,959 그때 해변에 아이들이 나타나 1441 01:40:43,960 --> 01:40:47,829 식당의 철조망 너머로 몰려들었어요 1442 01:40:47,830 --> 01:40:52,167 테이블에서 철조망까지는 채 1미터도 안 됐죠 1443 01:40:52,168 --> 01:41:00,709 아이들이 수도 없이 많았는데 털이 뽑힌 새 떼 같았어요 1444 01:41:00,743 --> 01:41:05,614 마치 바람에 떠밀린 듯 철조망으로 달려들었죠 1445 01:41:05,615 --> 01:41:09,451 뜨겁고 하얀 바닷바람요 아이들은 이렇게 외쳤어요 1446 01:41:09,452 --> 01:41:11,586 '빵! 빵! 빵!' 1447 01:41:11,620 --> 01:41:13,621 빵을 달라던가요? 1448 01:41:13,622 --> 01:41:16,224 입으로 그르렁거렸어요 1449 01:41:16,258 --> 01:41:22,497 주먹을 입에 넣고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그르렁댔어요 1450 01:41:23,632 --> 01:41:28,236 우리는 식당에 온 걸 후회했지만 이미 늦어버렸죠 1451 01:41:28,237 --> 01:41:30,171 왜 늦은 거죠? 1452 01:41:30,172 --> 01:41:32,841 말했듯이 세바스찬은 몸이 안 좋았고 1453 01:41:32,842 --> 01:41:35,577 눈도 몽롱했어요 1454 01:41:35,578 --> 01:41:38,913 하지만 그러더군요 '저 괴물들 보지 마' 1455 01:41:38,914 --> 01:41:44,018 '거지들은 이 나라의 병폐야 쳐다보면 이 나라에 정떨어져' 1456 01:41:44,019 --> 01:41:46,821 '좋은 추억도 다 망가지고' 1457 01:41:48,257 --> 01:41:49,491 계속해요 1458 01:41:52,428 --> 01:41:53,628 계속해요 1459 01:41:57,833 --> 01:41:59,000 계속해요 1460 01:41:59,935 --> 01:42:01,436 계속할게요 1461 01:42:01,437 --> 01:42:06,407 그 아이들이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어요 1462 01:42:06,408 --> 01:42:07,108 뭘 했다고요? 1463 01:42:07,143 --> 01:42:13,081 음악이라고 하기도 힘들지만 어쨌든 악기로 연주했어요 1464 01:42:13,082 --> 01:42:17,619 그건 대부분 타악기였어요 뭔지 아시죠? 1465 01:42:17,620 --> 01:42:20,688 네, 북처럼 두드리는 악기요 1466 01:42:20,689 --> 01:42:25,693 하얀 모래가 너무 눈부셔서 자세히는 못 봤지만 1467 01:42:25,694 --> 01:42:29,664 악기라는 게 줄줄이 연결한 깡통이나 1468 01:42:29,665 --> 01:42:35,803 여러 가지 쇠붙이를 납작하게 펴서 만든... 1469 01:42:35,838 --> 01:42:37,272 뭘 만들었죠? 1470 01:42:37,273 --> 01:42:40,141 - 심벌즈 알아요? - 네, 마주치는 놋쇠 판 1471 01:42:40,142 --> 01:42:41,676 맞아요 1472 01:42:41,677 --> 01:42:45,647 깡통을 납작하게 펴서 마주치는 심벌즈였어요 1473 01:42:46,615 --> 01:42:51,653 아이마다 각기 다른 악기를 들고 있었어요 1474 01:42:51,654 --> 01:42:56,958 해변에서 줍거나 만든 걸로 소음을 냈어요 1475 01:42:56,959 --> 01:42:59,727 소음으로 만든 음악이었죠 1476 01:42:59,728 --> 01:43:00,828 계속해요 1477 01:43:00,829 --> 01:43:03,398 계속할 거예요 이제 멈출 수 없어요 1478 01:43:03,399 --> 01:43:07,502 사촌 세바스찬은 그 합주에 관심이 있던가요? 1479 01:43:07,536 --> 01:43:09,971 - 진저리를 쳤죠 - 그건 왜죠? 1480 01:43:09,972 --> 01:43:16,277 연주하는 아이 중에서 몇 명을 알아보는 듯했는데 1481 01:43:16,278 --> 01:43:18,346 아주 어리지는 않았어요 1482 01:43:18,347 --> 01:43:21,549 그래서 사촌은 주인한테 항의했나요? 1483 01:43:21,550 --> 01:43:25,620 무슨 주인한테요? 주님? 내 사촌을 잘 모르시군요 1484 01:43:25,621 --> 01:43:26,854 무슨 뜻이죠? 1485 01:43:26,855 --> 01:43:32,427 그는 뭐든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요 1486 01:43:32,428 --> 01:43:37,532 누구한테도 불평하거나 간섭할 권리가 없다고 생각하죠 1487 01:43:37,533 --> 01:43:43,838 그에게 끔찍한 건 끔찍한 거고 잘못된 건 잘못된 것일 뿐이죠 1488 01:43:43,839 --> 01:43:48,609 뭔가에 대해 행동을 취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생각해요 1489 01:43:48,610 --> 01:43:52,613 그저 마음이 이끄는 대로 따라갈 뿐이죠 1490 01:43:52,614 --> 01:43:55,550 마음에 이끌린 그가 어떻게 했나요? 1491 01:43:55,551 --> 01:43:59,954 갑자기 벌떡 일어나 이렇게 말했어요 1492 01:43:59,955 --> 01:44:03,558 '저 소리를 멈추게 해 난 몸이 안 좋아' 1493 01:44:03,559 --> 01:44:06,561 '심장이 안 좋다고 이러다 쓰러지겠어' 1494 01:44:06,562 --> 01:44:13,034 세바스찬이 인간의 행동을 바로잡으려고 한 건 처음이었죠 1495 01:44:13,035 --> 01:44:18,139 그게 아마도... 치명적인 실수였던 것 같아요 1496 01:44:18,140 --> 01:44:25,112 그는 지폐 한 줌을 테이블에 던지고 식당을 빠져나갔어요 1497 01:44:25,113 --> 01:44:27,582 내가 따라갔죠 1498 01:44:27,583 --> 01:44:30,918 밖은 온통 흰색이었어요 1499 01:44:30,953 --> 01:44:33,754 하얗게 불타오르고 있었죠 1500 01:44:33,789 --> 01:44:37,992 세바스찬을 뒤따라 뜨거운 거리로 나왔어요? 1501 01:44:37,993 --> 01:44:40,595 - 해변을 따라 난 길이었죠 - 해변을 따라 걸었어요? 1502 01:44:40,596 --> 01:44:44,565 아뇨, 그게 아니라 우리는 그 자리에 있었어요 1503 01:44:44,566 --> 01:44:46,734 처음에는... 1504 01:44:46,735 --> 01:44:51,405 난 한 번도 참견한 적이 없었는데 그때는 달랐어요 1505 01:44:51,406 --> 01:44:53,240 어떻게 했는데요? 1506 01:44:53,241 --> 01:44:58,946 카페 입구에 가만히 서 있는 세바스찬한테 빨리 가자고 했죠 1507 01:44:58,981 --> 01:45:00,448 이 얘기도 했어요 1508 01:45:00,482 --> 01:45:04,685 '내려가면 항구가 나오니까 그 근처에서 택시를 잡자' 1509 01:45:04,686 --> 01:45:08,089 '아니면 식당에 다시 가서 택시를 불러달라고 하든지' 1510 01:45:08,090 --> 01:45:10,891 '제발 그렇게 하자 그게 좋겠어' 1511 01:45:10,892 --> 01:45:15,363 그랬더니 미쳤냐고 하더군요 '저 끔찍한 데를 또 들어가?' 1512 01:45:15,364 --> 01:45:19,333 '저 애들이 웨이터한테 내 욕을 해댔어' 1513 01:45:19,334 --> 01:45:22,970 난 항구 쪽으로 가자고 했어요 1514 01:45:23,004 --> 01:45:27,241 불볕더위에 언덕을 오르는 건 무리였으니까요 1515 01:45:27,242 --> 01:45:28,976 그러자 세바스찬이 소리쳤죠 1516 01:45:28,977 --> 01:45:34,548 '입 다물고 내게 맡겨둬! 내가 알아서 한다니까!' 1517 01:45:34,549 --> 01:45:40,955 그러고는 한 손을 품에 넣고 가파른 길을 올라갔죠 1518 01:45:40,956 --> 01:45:45,493 심장에 통증이 오는 줄은 알았지만 1519 01:45:45,494 --> 01:45:49,330 두려움 때문에 걸음이 점점 빨라졌어요 1520 01:45:49,331 --> 01:45:54,835 그럴수록 소리가 더 크고 가깝게 들렸죠 1521 01:45:54,836 --> 01:45:56,270 무슨 소리요? 1522 01:45:56,271 --> 01:45:57,872 그 음악 소리요 1523 01:45:57,873 --> 01:45:59,073 또 그 음악이군요 1524 01:45:59,074 --> 01:46:03,244 그 음악 뒤쫓는 아이들의 소음 1525 01:46:03,245 --> 01:46:09,683 그 아이들이 뜨거운 길을 계속 따라갔어요 1526 01:46:09,684 --> 01:46:14,488 그가 갈 수 있는 길은 오르막뿐이었죠 1527 01:46:14,489 --> 01:46:16,423 그는 길에서 빠져나가려고 했나요? 1528 01:46:16,424 --> 01:46:21,929 길에서 빠져나가려고 했는데... 1529 01:46:21,930 --> 01:46:27,001 - 출구를 못 찾았나요? - 출구를 못 찾았어요 1530 01:46:27,002 --> 01:46:29,336 아이들은요? 1531 01:46:29,337 --> 01:46:32,873 그가 막 빠져나가려는데 1532 01:46:32,874 --> 01:46:39,947 그 길에서... 건물 사이의 작은 샛길에서 1533 01:46:39,948 --> 01:46:42,816 아이들이 또 튀어나왔어요 1534 01:46:42,817 --> 01:46:47,454 남은 건 오르막길뿐이었죠 1535 01:46:47,455 --> 01:46:50,257 하얗고 가파른 오르막길이요 1536 01:46:50,258 --> 01:46:56,697 태양은 거대한 야수의 뼈에 불이 붙은 것 같았어요 1537 01:46:56,698 --> 01:47:00,534 세바스찬은 계속 달렸죠 어떻게 계속 달렸는지 몰라요 1538 01:47:00,535 --> 01:47:04,438 평생 안 달리던 사람이 달리고 달리고 또 달렸어요 1539 01:47:04,439 --> 01:47:07,141 더 하얗고 공허한 세상으로 1540 01:47:07,142 --> 01:47:08,809 더 공허한 게 뭐죠? 1541 01:47:08,810 --> 01:47:12,079 빛이요, 하늘과 빛 1542 01:47:12,113 --> 01:47:15,549 그 가파르고 하얀 길과 태양 1543 01:47:15,550 --> 01:47:17,918 모든 게 희고 공허하게 타올랐어요 1544 01:47:17,919 --> 01:47:20,554 그 길의 끝은 어디였죠? 1545 01:47:20,555 --> 01:47:21,855 그런 건 없어요 1546 01:47:21,856 --> 01:47:22,856 끝이 없었다고요? 1547 01:47:22,857 --> 01:47:25,626 결코 끝은 없었어요 1548 01:47:25,627 --> 01:47:30,464 끝없는 길을 계속 달렸죠 그런데... 다만... 1549 01:47:30,465 --> 01:47:31,799 다만? 1550 01:47:31,800 --> 01:47:40,240 언덕 꼭대기는 무슨... 폐허 같았어요 1551 01:47:40,241 --> 01:47:43,677 - 부서진 바위들이 마치... - 마치 뭐요? 1552 01:47:43,678 --> 01:47:51,518 마치 폐허가 된 신전의 입구 같았죠 1553 01:47:51,519 --> 01:47:58,025 폐허가 된 고대의 신전으로 그가 들어갔어요 1554 01:47:58,026 --> 01:48:04,498 그리고 아이들이 그를 덮쳤어요 1555 01:48:07,135 --> 01:48:08,635 거기서... 1556 01:48:09,771 --> 01:48:12,639 당신은 어떻게 했나요? 1557 01:48:13,975 --> 01:48:16,710 난 세바스찬의 비명을 들었어요 1558 01:48:20,381 --> 01:48:22,883 단 한 번의 비명이었죠 1559 01:48:22,884 --> 01:48:25,819 그래서 난... 1560 01:48:26,854 --> 01:48:30,157 난... 결국... 1561 01:48:31,326 --> 01:48:36,830 도와줘요! 도와줘요! 1562 01:48:37,398 --> 01:48:39,900 도와줘요! 1563 01:48:39,901 --> 01:48:41,501 그리고요? 1564 01:48:41,502 --> 01:48:42,836 난 도망쳤어요 1565 01:48:42,837 --> 01:48:45,672 아이들은 나를 쳐다보지도 않았어요 1566 01:48:45,673 --> 01:48:47,741 - 어디로 갔죠? - 밑으로요 1567 01:48:47,742 --> 01:48:52,145 웨이터와 경찰들이 건물에서 몰려나와 1568 01:48:52,146 --> 01:48:57,284 세바스찬이 있는 곳으로 갔어요 1569 01:48:58,352 --> 01:49:07,761 그는... 발가벗겨진 채 부서진 바위에 누워 있었어요 1570 01:49:09,197 --> 01:49:12,499 당신은 믿지 않을 거예요 1571 01:49:12,500 --> 01:49:17,404 아무도 믿지 못할 거예요 1572 01:49:20,641 --> 01:49:23,677 그 모습은 마치... 1573 01:49:23,678 --> 01:49:26,813 그들이 세바스찬을 뜯어 먹은 것 같았어요 1574 01:49:28,282 --> 01:49:35,288 손으로 그의 몸을 찢어발기고 도려냈어요 1575 01:49:35,289 --> 01:49:42,195 음악을 연주하던 깡통과 칼을 썼어요 1576 01:49:42,196 --> 01:49:51,238 살점을 뜯어내 입으로 꾸역꾸역 밀어 넣었어요 1577 01:49:54,108 --> 01:49:59,212 더 이상 소리는 들리지 않았어요 1578 01:49:59,213 --> 01:50:01,615 너무나 조용했죠 1579 01:50:02,650 --> 01:50:08,655 하지만 세바스찬은... 1580 01:50:08,656 --> 01:50:18,398 찢기고 짓뭉개진 채 바위에 누워 있었어요 1581 01:50:28,776 --> 01:50:30,477 캐서린 1582 01:50:35,650 --> 01:50:37,217 베너블 부인 1583 01:50:43,190 --> 01:50:45,291 왔구나 1584 01:50:45,292 --> 01:50:47,394 갑판에 있는 줄 알았다 1585 01:50:47,395 --> 01:50:52,032 모자는 어떡했니? 열이 나면 어쩌려고 1586 01:50:52,033 --> 01:50:59,172 이 뙤약볕에 종일 망루에서 굶주린 새들만 바라보다니 1587 01:50:59,173 --> 01:51:02,542 그 끔찍한 광경에서 뭘 찾는지 모르겠구나 1588 01:51:02,543 --> 01:51:05,211 우리가 감당하기는 힘들어 1589 01:51:06,180 --> 01:51:08,214 볕이 뜨겁구나 1590 01:51:37,645 --> 01:51:39,746 물론 신은 잔인하단다 1591 01:51:39,747 --> 01:51:43,616 그걸 확인하려고 엔칸타다스까지 올 건 없었잖니 1592 01:51:43,617 --> 01:51:45,919 우리는 신을 잘 알아 1593 01:51:45,920 --> 01:51:50,823 그 얼굴은 사납고 목소리는 험악하지 1594 01:51:50,824 --> 01:51:56,162 우리가 다 보고 들은 바지만 그 이유는 알 수 없단다 1595 01:51:56,163 --> 01:52:00,600 차이점이라면 우리는 신을 알고 다른 사람들은 모른다는 거지 1596 01:52:00,601 --> 01:52:02,769 가서 쉬거라, 얘야 1597 01:52:02,770 --> 01:52:05,038 열이 안 나게 조심하고 1598 01:52:05,039 --> 01:52:09,409 엄마는 선장한테 가서 항로를 집으로 돌리라고 하마 1599 01:52:09,410 --> 01:52:11,477 세바스찬 1600 01:52:12,413 --> 01:52:16,215 우리 둘만의 멋진 여름이었구나 1601 01:52:16,216 --> 01:52:18,484 세바스찬과 바이올렛 1602 01:52:18,485 --> 01:52:20,486 바이올렛과 세바스찬 1603 01:52:20,487 --> 01:52:23,089 앞으로도 영원히 이럴 거야 1604 01:52:23,090 --> 01:52:25,892 얼마나 큰 행운인지 1605 01:52:25,893 --> 01:52:29,395 다른 사람은 필요 없고 우리 둘이면 되니까 1606 01:52:42,943 --> 01:52:46,379 조카의 얘기가 사실인 것 같아 1607 01:52:52,820 --> 01:52:55,621 조지, 누나한테 집에 가자고 해 1608 01:52:55,622 --> 01:52:57,723 - 박사님 - 캐서린은 괜찮을 겁니다 1609 01:52:57,724 --> 01:53:00,693 - 집에 못 가나요? - 곧 갈 테니 걱정 마세요 1610 01:53:00,694 --> 01:53:03,463 - 어머니 좀 모시게 - 네, 이제 가요 1611 01:53:12,039 --> 01:53:13,206 캐서린 1612 01:53:15,242 --> 01:53:17,210 캐서린 양 1613 01:53:17,211 --> 01:53:19,111 여기 있어요 1614 01:53:20,981 --> 01:53:22,849 캐서린은 여기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