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00:00:00,500 --> 00:00:05,500 한글:macine(2008.9) 2 00:00:29,327 --> 00:00:33,039 누군가가 이제 50대에 이른 내 인생을 평가해보라고 한다면 3 00:00:33,164 --> 00:00:38,586 개인적으로 또 직업적으로 남부럽잖은 성취 수준을 이뤘다고 말하겠다 4 00:00:38,962 --> 00:00:41,923 그 이상으로는 '굳이 파고들지 않겠다' 할 것이다 5 00:00:42,048 --> 00:00:46,010 나라는 인물의 어두운 면이 드러날까 꺼려서가 아니다 6 00:00:46,344 --> 00:00:51,099 뭔가 잘 돌아가는 것 같으면 그대로 놔두는 편이기 때문이다 7 00:00:51,432 --> 00:00:53,476 내 이름은 마리온 포스트다 8 00:00:53,601 --> 00:00:58,231 괜찮은 여대 철학과 학부 과장이다 9 00:00:58,356 --> 00:01:02,861 지금은 책 집필을 시작해서 휴직 중이다 10 00:01:02,986 --> 00:01:06,531 남편은 아주 성공한 외과의로서 심장전문의다 11 00:01:06,656 --> 00:01:11,494 몇 년 전 내 심장 검사를 하다가 반해서 청혼해 왔다 12 00:01:11,619 --> 00:01:16,040 둘 다 두 번째 결혼이고 남편한테는 16살 난 딸이 있는데 13 00:01:16,165 --> 00:01:19,502 제 어머니랑 살면서 자주 우리를 찾아온다 14 00:01:19,627 --> 00:01:23,006 그 애는 착하지만 가끔 좀 버릇없이 구는데 15 00:01:23,131 --> 00:01:26,593 최대한 감싸주려고 노력한다 16 00:01:27,218 --> 00:01:29,637 또 나한테는 결혼한 남동생이 있다 17 00:01:29,762 --> 00:01:33,892 어머니는 최근 돌아가셨지만 아버지는 여전히 건강하게 지내신다 18 00:01:35,518 --> 00:01:38,938 더 덧붙일 말은 없고, 한가지 보통 집에서 집필하는데 19 00:01:39,063 --> 00:01:42,192 이웃에서 공사 중이라 너무 시끄러워 20 00:01:42,317 --> 00:01:45,987 시내에 방 하나짜리 작업실을 빌리기로 했다 21 00:01:46,654 --> 00:01:50,200 새 책을 쓰는 건 늘 신경 쓰이는 일이다 22 00:01:50,325 --> 00:01:53,203 진짜로 집필에만 전념할 수 있는 23 00:01:53,328 --> 00:01:56,039 환경이 필요하다 24 00:03:02,272 --> 00:03:07,443 첫날 오전 일에 들어가려는데 묘한 일이 생겼다 25 00:03:10,864 --> 00:03:16,035 그 친구의 어떤 점이 좀 마음 깊이 와닿았어요 26 00:03:16,911 --> 00:03:22,000 그러니까, 대단한 경험인데 남자한테 그러긴 처음이죠 27 00:03:23,543 --> 00:03:28,506 그 생각을 좀체 떨쳐낼 수 없었어요 아직도 환상에 빠지죠 28 00:03:29,215 --> 00:03:31,676 뭣에 홀린 듯이 29 00:03:33,720 --> 00:03:36,806 그 환상이라는 게 뭐죠? 30 00:03:36,931 --> 00:03:41,352 뭐, 가끔 수음하는 거죠 그러니까 31 00:03:43,104 --> 00:03:46,482 뭐, 어떨 때는 일하는 도중에도 32 00:03:48,276 --> 00:03:51,738 질을 생각하면서 나 자신을 알았어요 33 00:03:52,363 --> 00:03:56,075 그렇다고, 어, 아내가 더 이상 매력 없다는 건 아니에요 34 00:03:56,201 --> 00:04:01,831 여전하죠, 진짜 아내나 딴 여자한테 육체적 매력을 느껴요, 하지만 35 00:04:02,248 --> 00:04:06,669 정신과 진료실에서 흘러나오는 은밀한 고백을 엿듣는 것이 36 00:04:06,794 --> 00:04:10,798 누구한테는 흥미진진할지 모르지만 내가 이곳을 빌린 의도는 37 00:04:10,924 --> 00:04:12,926 전혀 그게 아니었다 38 00:04:13,051 --> 00:04:15,762 뭐, 음 39 00:04:17,680 --> 00:04:21,559 진짜 그 친구를 포르노 따위의 인물쯤으로 생각하는 건 아닌 40 00:04:29,734 --> 00:04:33,446 나는 종일 열심히 일했고 일은 느리게 진척됐다 41 00:04:33,571 --> 00:04:36,824 집필의 서두가 내게는 늘 제일 어려운 부분이고 42 00:04:36,950 --> 00:04:40,078 늦은 오후가 되자 지쳐버렸다 43 00:04:40,203 --> 00:04:44,499 나는 고개를 내려놓고 눈을 감았다, 깜빡 졸았나 보다 44 00:04:45,500 --> 00:04:48,294 얼마나 잠들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45 00:04:48,419 --> 00:04:51,464 쿠션 하나가 통기구 아래로 미끄러진 것 같았다 46 00:04:51,589 --> 00:04:55,385 다시금 목소리가 차츰 귀에 들려왔다 47 00:04:55,510 --> 00:05:01,140 여자 목소리였는데 아주 번민하는 애통한 소리로 48 00:05:01,266 --> 00:05:04,561 그 애달픈 어조가 완전히 나를 사로잡았다 49 00:05:05,812 --> 00:05:10,400 한밤중에 자다 깨어 문득 알았어요 50 00:05:12,318 --> 00:05:16,197 시간이 지나는데 묘한 그림자가 있더라고요 51 00:05:18,533 --> 00:05:21,828 내 인생을 생각한다는 게 곤란해졌어요 52 00:05:23,538 --> 00:05:26,833 뭔가 진짜 같지 않은 것 53 00:05:28,751 --> 00:05:31,296 거짓투성이 54 00:05:31,421 --> 00:05:33,965 그, 그, 그 거짓들은 55 00:05:34,090 --> 00:05:37,343 아주, 여러 가지였고 56 00:05:37,468 --> 00:05:40,346 대부분 내 일부가 되고 57 00:05:40,471 --> 00:05:43,975 내가 누군지도 모르게 됐어요 58 00:05:45,727 --> 00:05:48,605 갑자기 진땀이 났어요 59 00:05:49,814 --> 00:05:53,902 침대에 앉은 채 심장이 마구 뛰었어요 60 00:05:54,736 --> 00:05:57,822 맞은 편의 남편을 봤는데 61 00:05:58,489 --> 00:06:02,243 마치, 마치 낯선 사람 같았어요 62 00:06:03,828 --> 00:06:06,956 불을 켜고 남편을 깨우고는 63 00:06:07,081 --> 00:06:10,043 안아달라고 했어요 64 00:06:12,879 --> 00:06:16,925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야 겨우 마음을 추슬렀어요 65 00:06:18,509 --> 00:06:21,054 하지만 처음 한순간 66 00:06:21,179 --> 00:06:24,682 커튼이 갈라지는 듯하면서 67 00:06:24,807 --> 00:06:27,769 나 자신이 똑똑히 보였어요 68 00:06:28,728 --> 00:06:31,606 내가 본 게 두려웠어요 69 00:06:33,858 --> 00:06:36,945 앞으로를 생각했어요 70 00:06:37,946 --> 00:06:40,490 어쩌면 71 00:06:41,407 --> 00:06:44,702 어쩌면 다 끝장이 아닌지 72 00:07:27,287 --> 00:07:28,955 자, 자 73 00:07:29,080 --> 00:07:34,586 약간의 기쁨과 크게는 무력감의 우려가 뒤섞여서 74 00:07:36,462 --> 00:07:39,883 바야흐로 50줄에 들어서게 됐어 75 00:07:44,846 --> 00:07:47,849 어, 지난주까지는 기분이 괜찮았어 76 00:07:48,516 --> 00:07:53,271 그런데 아들놈 말이, '어, 아빠 숨찬 게 옵션 되는 거 아니에요?' 77 00:07:55,023 --> 00:07:57,400 참 웃기는 놈이지 그 녀석 78 00:08:01,905 --> 00:08:05,200 마리온, 린다한테 오늘 그 당신의 희한한 이야기 하던 중이오 79 00:08:05,325 --> 00:08:08,328 - 아, 네 - 요즘 새 건물들은 순 날림이야 80 00:08:08,453 --> 00:08:11,873 - 아냐, 오래된 갈사암 건물인데 - 뭐 요새는 사생활이란 게 있나 81 00:08:11,998 --> 00:08:15,835 지난주에 리디아와 집에 있었는데 일요일 아침이었소 82 00:08:15,960 --> 00:08:19,130 - 마크 - 실화요, 막 키스를 하고는 83 00:08:19,255 --> 00:08:22,759 - 마크 - 그대로 바닥에 나뒹굴었지 84 00:08:22,884 --> 00:08:26,095 - 미쳤나 봐? 취했어 - 주방 마루에서 일을 벌였소 85 00:08:26,221 --> 00:08:29,224 거실 마루지, 거실 마루 86 00:08:29,349 --> 00:08:32,977 - 하긴 좀 뜻밖이긴 했어 - 안 그랬다고? 87 00:08:33,102 --> 00:08:38,066 그런데 문이 열리더니 관리인이, 열쇠가 있거든 88 00:08:38,191 --> 00:08:41,819 - 아이고, 저런 - 수리기가 들어왔지, 수도 새는데 쓰는 89 00:08:41,945 --> 00:08:44,239 현장이 들통난 거야 90 00:08:44,364 --> 00:08:47,111 이이가 어쨌는지 알아? 벌거숭이로 일어나서는 91 00:08:47,211 --> 00:08:51,412 '반두치 씨, 여기 파이프는 고칠 필요 없는데' 92 00:08:51,538 --> 00:08:55,458 즉탕이란 거지, 켄 그렇게 즉탕식으로 해본 적 있나? 93 00:08:55,583 --> 00:08:58,378 - 아니 - 오금 저리기 그만이야 94 00:08:58,503 --> 00:09:00,547 - 그 사람 웃던가요? - 오, 아뇨 95 00:09:00,672 --> 00:09:03,758 얼굴이 벌게지더니 성호를 그었어요 96 00:09:05,718 --> 00:09:07,554 안됐네 97 00:09:11,558 --> 00:09:15,603 50이 되어 한 가지 좋은 점은 되풀이는 안 된다는 거지 98 00:09:22,443 --> 00:09:23,945 알았다 99 00:09:24,070 --> 00:09:28,408 로라야, 제 엄마랑 또 싸웠대 우리 집 와 자고 싶다는데 100 00:09:28,533 --> 00:09:30,994 캐시한테 그럼 안 되지 101 00:09:31,911 --> 00:09:36,082 말 좀 해줘, 내가 또 그랬다간 그 애랑 곱게 못 지내지 102 00:09:36,207 --> 00:09:38,918 알았어, 저 잠깐 있어봐라 103 00:09:39,043 --> 00:09:41,713 마리온 바꿔줄게, 그래 104 00:09:43,715 --> 00:09:46,509 로라? 이런 식으로 나가면 안 좋아 105 00:09:46,634 --> 00:09:50,722 네 어머니가 신경이 예민하잖아 아주 속상해할 거다 106 00:09:50,847 --> 00:09:56,352 너한테는 좀 그럴지 몰라도 기분 좀 풀어드려야지 107 00:09:58,146 --> 00:10:02,275 그래도 안 되면 그냥 덮어버리고 108 00:10:02,400 --> 00:10:05,987 알았지? 내일 우리 아버지 집에서 보자꾸나 109 00:10:06,112 --> 00:10:08,907 그때 이야기하자 그래 110 00:10:09,032 --> 00:10:10,408 바이 바이 111 00:10:10,533 --> 00:10:14,245 당신 말은 듣네, 우러러보니까 나하고는 통 대화가 안 돼 112 00:10:14,370 --> 00:10:17,457 이건 좀 이건 참 그러네 113 00:10:23,713 --> 00:10:25,548 이봐 114 00:10:26,549 --> 00:10:28,593 생각나? 115 00:10:29,135 --> 00:10:31,179 참, 그래 116 00:10:42,732 --> 00:10:47,362 거실 마루에서 하는 거 생각해본 적 있어? 117 00:10:50,990 --> 00:10:53,576 그러고 싶어? 118 00:10:53,701 --> 00:10:56,538 글쎄, 그러고 싶어? 119 00:10:57,622 --> 00:10:59,666 글쎄 120 00:11:01,960 --> 00:11:06,130 사실 당신이 마룻바닥에서 그럴 타입은 아니잖아 121 00:11:06,256 --> 00:11:08,091 아니라고? 122 00:11:11,970 --> 00:11:15,557 이봐요, 켄, 거기서 뭣들 해요? 안 먹고 123 00:11:15,682 --> 00:11:18,893 내 아내 잘 아시지 124 00:11:19,018 --> 00:11:23,022 자기가 거실 바닥에서 뒹구는 타입이라는데 어때요? 125 00:11:23,147 --> 00:11:26,067 - 켄 - 오, 참, 남자들이란 126 00:11:26,192 --> 00:11:29,654 - 해본 소린데 - 전엔 좀 낯 뜨거웠는데 127 00:11:29,779 --> 00:11:32,866 몸만 결딴 안 나면 나쁘지 않아 128 00:11:37,745 --> 00:11:42,292 이튿날 오전, 올케가 만나러 온다길래 그러라고 했다 129 00:11:42,417 --> 00:11:46,754 한참 기다렸지만 나타나지 않아 나가기로 했다 130 00:11:46,880 --> 00:11:49,132 - 마리온, 미안해요 - 오, 안녕 131 00:11:49,257 --> 00:11:53,428 - 교통이 막혀서 - 아, 그랬군, 지금 많이 늦어서 132 00:11:53,553 --> 00:11:57,015 - 미안해요, 잠깐이면 되는데 - 일정이 아주 밀렸거든 133 00:11:57,140 --> 00:12:00,185 8시라고 해서 기다렸는데 이젠 가봐야 해 134 00:12:00,310 --> 00:12:03,521 - 멍청한 버스가 꼼짝도 하지 않잖아요 - 다른 날로 잡지 135 00:12:03,646 --> 00:12:09,152 글 쓸 때는 나름의 규율이 있어, 린 안 그러면 제때 못 끝내 136 00:12:09,277 --> 00:12:14,532 돈을 좀 빌리려고요 폴하고 이혼하기로 했잖아요 137 00:12:14,657 --> 00:12:16,910 들었어, 안됐어 138 00:12:17,035 --> 00:12:20,413 - 그래요? - 왜 그렇게 나와? 139 00:12:21,706 --> 00:12:25,543 뭐, 저를 탐탁잖게 여겼잖아요 140 00:12:25,668 --> 00:12:27,962 왜, 잘 알지도 못하는데 141 00:12:28,087 --> 00:12:30,715 노력 안 한 건 아니에요 142 00:12:31,257 --> 00:12:35,470 아, 그래, 속이 많이 상하겠지, 그래도 143 00:12:35,595 --> 00:12:37,639 미안해요 144 00:12:37,889 --> 00:12:41,392 돈이 필요하면 폴이 부탁하지, 왜? 145 00:12:41,976 --> 00:12:44,687 그게, 안 한대요 146 00:12:44,812 --> 00:12:47,607 왜 그러지? 전처럼 하지 147 00:12:47,732 --> 00:12:49,609 마리온 148 00:12:49,734 --> 00:12:52,445 폴의 감정을 몰라요? 149 00:12:52,570 --> 00:12:55,532 뭐, 우린 늘 아주 가까운 사인데 150 00:12:57,116 --> 00:13:00,078 착각하시는 거예요 151 00:13:00,203 --> 00:13:03,289 그야, 어떤 면으로는 우러러보지만 152 00:13:04,332 --> 00:13:06,793 미워하기도 해요 153 00:13:09,712 --> 00:13:12,632 안됐지만 무슨 소린지 154 00:13:13,299 --> 00:13:17,762 통찰력 있으시잖아요 어떻게 동생 감정을 몰라요? 155 00:13:17,887 --> 00:13:20,348 봐, 음 난 늦었어, 또 156 00:13:20,473 --> 00:13:22,725 어 157 00:13:22,851 --> 00:13:28,314 솔직히 이런 식의 대화에는 익숙지 않아 158 00:13:28,439 --> 00:13:32,443 부질없는 짓이고 말해놓고는 나중에 후회하지 159 00:13:32,569 --> 00:13:37,282 그냥 얼마가 필요하다고 하면 켄하고 상의할 텐데, 안 그래? 160 00:13:42,620 --> 00:13:45,498 올케와의 만남으로 화가 났지만 161 00:13:45,623 --> 00:13:48,626 일에 방해가 안 되도록 마음먹었다 162 00:13:49,085 --> 00:13:52,881 상당히 진도가 나간 날이었지만 늦은 오후가 되자 163 00:13:53,006 --> 00:13:55,800 좀 노파심이 생겼다 164 00:14:01,055 --> 00:14:04,559 참 내가 이런 말을 하게 될 줄은 165 00:14:06,811 --> 00:14:10,940 요즈음 결혼 생활이 좀 기묘하게 느껴졌죠 166 00:14:12,525 --> 00:14:16,029 뭔가 무너지는 듯한 167 00:14:17,322 --> 00:14:21,242 여러 방법으로 그걸 부인해보려 했어요 168 00:14:23,036 --> 00:14:25,330 한가지 고백하죠 169 00:14:25,455 --> 00:14:29,751 내가 옳은 선택을 했는지 의문이 들 때가 있어요 170 00:14:31,044 --> 00:14:33,922 전에 다른 사람이 있었다고 했죠 171 00:14:35,131 --> 00:14:38,510 마지막 본 게 여러 해 전 172 00:14:38,635 --> 00:14:41,262 결혼하기 전의 파티에서였어요 173 00:14:54,817 --> 00:15:00,865 그만, 그만둬요, 이건 미친 짓이야 켄하고 결혼할 거고, 그렇게 돼 있어요 174 00:15:00,990 --> 00:15:04,827 - 어떻게 켄하고 결혼해요? 날 사랑하면서 - 뭐가? 아주 독단적이네 175 00:15:04,953 --> 00:15:07,205 왜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고 여기죠? 176 00:15:07,330 --> 00:15:11,876 알지, 어떤 일은 그냥 알아버리는 거니까 177 00:15:13,211 --> 00:15:17,590 그래, 내, 내가, 오산이에요 오인시켜 미안하군요 178 00:15:17,715 --> 00:15:21,219 - 오산은 당신 쪽이요 - 참 놀랍군요 179 00:15:21,845 --> 00:15:24,514 켄의 친한 친구잖아요 180 00:15:25,014 --> 00:15:29,310 당신의 전부를 사랑해요 서로 함께 살고 싶고 181 00:15:29,435 --> 00:15:32,647 그만, 그만해요, 당장 182 00:15:33,565 --> 00:15:36,025 마리온? 건배하려는데 183 00:15:36,150 --> 00:15:38,194 그냥 가요 184 00:15:41,781 --> 00:15:44,951 켄과 마리온의 다음 주 경사를 위해 185 00:15:46,160 --> 00:15:50,498 마리온의 새 책을 위해 독일 철학자들도 못 따라올걸 186 00:15:50,999 --> 00:15:52,417 그렇기만 하면 187 00:15:52,542 --> 00:15:56,421 앞날이 창창하잖소 하이데거야 대우 다 받은 거고 188 00:15:56,546 --> 00:15:59,382 이봐 건배하고 싶은데 189 00:15:59,507 --> 00:16:02,051 건강과 행복을 위해 190 00:16:03,011 --> 00:16:06,222 - 마리온을 위해서는 아니고? - 그래, 그렇지 191 00:16:06,347 --> 00:16:08,975 마리온한테는 눈으로 192 00:16:09,726 --> 00:16:11,561 좋네 기막힌 말이야 193 00:16:29,495 --> 00:16:31,956 뭣 좀 가지러 왔는데 194 00:16:35,501 --> 00:16:38,046 그만 좀 쳐다봐요 195 00:16:38,171 --> 00:16:40,423 내가 유령인가 196 00:16:41,841 --> 00:16:45,970 이 집에서 몇 년을 같이 살고 애를 길렀는데 197 00:16:46,721 --> 00:16:49,182 전화하고 오지 198 00:16:49,307 --> 00:16:54,687 안 있을 거야 몇몇 옛 친구들이 와있긴 해도 199 00:16:57,398 --> 00:16:59,776 - 한잔할 거야? - 키티 200 00:16:59,984 --> 00:17:02,529 미치게 하지 마 안 마실 거야 201 00:17:03,238 --> 00:17:07,367 더 예의 바르던 시절의 유물인가 202 00:17:07,784 --> 00:17:11,287 당신이 그냥 훌쩍 가버린 거잖아 203 00:17:11,412 --> 00:17:13,748 어느 쪽이 마리온이지? 204 00:17:14,290 --> 00:17:17,377 - 난데요 - 캐시, 취향이 고약하잖아 205 00:17:17,502 --> 00:17:20,296 아, 전 남편이 취향 전문가였군 206 00:17:20,421 --> 00:17:25,510 에밀리 포스트는 뭐라 그럴까 누군 병원에서 난소제거 수술 받는데 207 00:17:25,635 --> 00:17:29,681 그 남편이랑 홀리데인 인 호텔에서 놀아난 철학 교수를? 208 00:17:29,806 --> 00:17:32,767 - 좋아, 됐어, 이제 좀 가줘 - 아이고 참 209 00:17:32,892 --> 00:17:38,064 마음 아픈 줄 알고 잘못이 있었다면 미안해 210 00:17:38,565 --> 00:17:41,651 용서해 질책을 달게 받겠어 211 00:17:48,199 --> 00:17:50,243 미안합니다 212 00:18:10,263 --> 00:18:13,433 무슨 말을 하면 마음이 바뀔까? 213 00:18:15,059 --> 00:18:17,437 정말 놀랍군요 214 00:18:17,562 --> 00:18:22,025 같은 친구면서, 막 황당한 경우를 당했잖아요 215 00:18:22,609 --> 00:18:25,570 그래요 내 친구고 좋아하지 216 00:18:26,070 --> 00:18:29,157 하지만 벽창호요 차갑고 꽉 막혔지 217 00:18:31,701 --> 00:18:36,247 못 봤소? '질책을 달게 받겠어', 참 218 00:18:37,749 --> 00:18:40,752 아주 곤란한 경운데 잘 대처했어요 219 00:18:40,877 --> 00:18:43,671 아, 너무 잘했지? 그게 좋소? 220 00:18:44,214 --> 00:18:46,049 그 친구는 속물이요 221 00:18:46,174 --> 00:18:48,635 좋은 사람이에요 222 00:18:49,010 --> 00:18:51,804 또, 유능한 의사고 223 00:18:52,972 --> 00:18:55,934 교양 있고 신사답죠 224 00:18:56,518 --> 00:18:59,187 같이 있는 게 좋아요, 그건 225 00:18:59,729 --> 00:19:04,108 - 같이 책을 읽고, 또 - 여기 쏠린 거군, 온통 여기 226 00:19:04,234 --> 00:19:06,486 또 섹시해요 227 00:19:06,986 --> 00:19:10,657 홀리데이 인에서 놀아나서? 신용카드로 받던가요? 228 00:19:12,450 --> 00:19:15,328 그이는 당신 험담은 안 해요 229 00:19:16,788 --> 00:19:19,666 그 친구가 뜨거운 여자를 좋아한다면? 230 00:19:26,464 --> 00:19:29,008 다른 이들과 어울려야겠어요 231 00:19:29,133 --> 00:19:32,011 당신을 잘못 봤나 보군 232 00:19:33,221 --> 00:19:37,267 - 두 가지 당신이 있거나 - 샴페인을 너무 마셨나 보네요 233 00:19:37,392 --> 00:19:40,061 이런 대화를 겁내나 보군 234 00:19:40,186 --> 00:19:42,230 가봐야겠어요 235 00:19:42,856 --> 00:19:45,525 꼭 그래야겠소? 236 00:19:53,491 --> 00:19:55,994 간혹 진실한 사랑을 생각해봐요 237 00:19:56,828 --> 00:20:00,832 어쩌면, 스스로 그 생각을 막고 있어요 238 00:20:02,208 --> 00:20:05,503 어떤 경험 같은 건 아니에요 239 00:20:05,628 --> 00:20:10,425 더 깊고, 더욱더 강렬한 그러다 두려워져요 240 00:20:11,968 --> 00:20:14,220 너무 많은걸 241 00:20:22,478 --> 00:20:25,106 - 안녕하세요? - 그래 242 00:20:25,231 --> 00:20:29,068 여기 좋다, 진짜 괜찮네 맘에 드는데, 준비됐어요? 243 00:20:29,194 --> 00:20:31,613 - 그래 - 미안해요, 너무 일렀나? 244 00:20:31,738 --> 00:20:35,158 - 아니다 - 알맞게 온 거죠? 그럼 됐네요 245 00:20:35,283 --> 00:20:40,538 - 아빠는 못 오시는 거 알지? - 네, 이야기 들었어요, 괜찮으세요? 246 00:20:40,663 --> 00:20:42,040 - 나? - 좀 247 00:20:42,165 --> 00:20:44,626 - 아냐, 괜찮다 - 좋아요 248 00:20:44,751 --> 00:20:49,380 자, 그럼, 나가요 차들 몰리기 전에 249 00:21:03,102 --> 00:21:07,982 네 어머니 소지품과 유품을 다 모아놓았다 250 00:21:08,107 --> 00:21:10,652 사진, 편지 251 00:21:10,777 --> 00:21:13,238 네가 보관하는 게 낫겠다 252 00:21:13,363 --> 00:21:16,866 내 손으로 치우기도 뭣하고 253 00:21:16,991 --> 00:21:22,163 - 몇 달 동안 견딜만 하셨어요? - 그럭저럭 바삐 지냈다 254 00:21:22,288 --> 00:21:26,501 - 시내로 옮겨오셨으면 했는데 - 여기서 괜찮아 255 00:21:27,418 --> 00:21:32,465 클라라가 오잖아 평소대로 청소하고 요리해주니 256 00:21:32,590 --> 00:21:35,218 달라진 것도 없지 257 00:21:35,343 --> 00:21:38,721 일 년에 두 번 스미스소니언 위원회 모임이 있지 258 00:21:39,305 --> 00:21:44,269 그땐 워싱턴에 가 시간을 좀 보내고 259 00:21:47,272 --> 00:21:50,233 난 괜찮다 여기가 좋아 260 00:21:50,358 --> 00:21:54,612 그래도 여기 계시면 엄마 생각 나실 텐데 261 00:21:54,737 --> 00:22:00,368 뭐, 역사가라도 과거에 연연하지 않을 때가 있는 법이다 262 00:22:00,493 --> 00:22:03,997 그 연세에도 누구를 만나 다시 사랑에 빠질 수 있으세요? 263 00:22:04,122 --> 00:22:08,501 이 나이에는 책임질 게 없는 게 한가지 바램이지 264 00:22:11,337 --> 00:22:15,175 폴과 린이 이혼하는 거 아세요? 265 00:22:15,300 --> 00:22:19,971 폴이 무슨 일인들 못 하겠냐 그 애한테 안 들어 다행이구나 266 00:22:20,096 --> 00:22:23,975 - 운이 안 좋았어요 - 너랑 같은 기회를 가졌다 267 00:22:24,893 --> 00:22:29,022 그냥 이것저것 건드려서 탈이지 268 00:22:29,147 --> 00:22:34,027 - 여전히 돈 보태주는 건 아니겠지 - 아니에요, 뭐, 가끔씩 269 00:22:34,694 --> 00:22:39,532 재정 곤란을 해결해 준 게 얼만지 270 00:22:39,657 --> 00:22:43,870 돈 많이 썼어 너한테는 다 이야기 안 했지 271 00:22:43,995 --> 00:22:49,584 언젠가는 그놈의 벤처기업인가로 남의 등을 칠 거다 272 00:22:50,043 --> 00:22:52,420 그러다 감옥 가지 273 00:22:56,466 --> 00:23:00,261 아까 나무라는 눈길로 절 보시던데요 274 00:23:01,679 --> 00:23:05,225 그래, 아버지한테 좀 뭣한 질문을 하더라 275 00:23:05,350 --> 00:23:08,478 사랑에 빠질 나이 하면서 276 00:23:08,603 --> 00:23:13,149 - 뭐, 나쁘게 안 여기시던데 - 그래도 썩 적절한 건 아니지 277 00:23:13,274 --> 00:23:16,152 늙으셨잖아 그런 건 안 돌아보셔 278 00:23:16,277 --> 00:23:18,029 죄송해요 279 00:23:18,154 --> 00:23:21,032 됐다, 그냥 280 00:23:21,157 --> 00:23:23,868 잊어버려라 젊으니까 281 00:23:23,993 --> 00:23:26,287 사진들이네 282 00:23:27,455 --> 00:23:30,833 엄마 보석이고 이것 봐 283 00:23:31,543 --> 00:23:34,838 이걸 추억으로 간직하게 될 줄은 284 00:23:35,797 --> 00:23:38,508 이건 릴케 시집이고 285 00:23:38,633 --> 00:23:43,096 그래, 독일 시를 나한테 처음 소개해주셨지 286 00:23:44,138 --> 00:23:47,016 이건 가을의 집 사진이야 287 00:23:47,141 --> 00:23:50,937 아주 멋지지 아, 부엌에 우리가 있어 288 00:23:51,062 --> 00:23:54,566 클라라도 아주 젊을 때잖아, 클라라 289 00:23:54,691 --> 00:23:59,237 우리한테 아주 잘해줬지 그때 구워주던 그 쿠키의 맛 290 00:23:59,362 --> 00:24:03,950 우리가 감기로 고생하면 옆에 꼭 붙어있었지, 수호천사처럼 291 00:24:04,200 --> 00:24:09,247 아, 이건 좀 나이 들어서 빈방에서 그림에 매달려 있는 거 292 00:24:09,372 --> 00:24:12,292 한참 그림을 그리노라면 시간이 훌쩍 갔지 293 00:24:12,584 --> 00:24:16,629 이건 내 친구 클레어와 같이 그래, 여배우가 됐어 294 00:24:16,754 --> 00:24:20,466 아주 친했는데 못 본 지 몇 년 됐어 295 00:24:21,551 --> 00:24:26,097 그리고 우리 엄마 여기저기 거닐길 좋아하셨지 296 00:24:26,848 --> 00:24:31,102 아름다운 것들을 좋아하셨어 자연과 음악, 시 297 00:24:31,686 --> 00:24:34,564 그런 게 어머니의 전부였어 298 00:24:38,610 --> 00:24:42,864 - 폴, 이야기 좀 하고 싶은데 - 네, 아버지? 299 00:24:42,989 --> 00:24:46,284 큰아버지 벤과 상의했다 300 00:24:46,409 --> 00:24:50,872 다음 철에 자기 회사에 네 자리를 마련해보겠다고 했어 301 00:24:50,997 --> 00:24:53,541 판지 상자 공장에서 일하고 싶지 않아요 302 00:24:53,666 --> 00:24:59,172 - 제지 공장이야, 상자가 아니라 - 전에 해봤잖아요, 지겨워서 303 00:24:59,297 --> 00:25:01,132 폴 304 00:25:01,758 --> 00:25:05,053 사람한테는 책임감이란 게 있다 305 00:25:05,762 --> 00:25:08,306 올해는 때가 안 좋아 306 00:25:08,806 --> 00:25:12,602 네 엄마는 많이 아프지 나는 전념할 데가 있어 307 00:25:12,727 --> 00:25:15,396 독립전쟁 대륙회의 연구를 마쳐야 해 308 00:25:15,522 --> 00:25:20,652 마리온이 대학 갈 돈을 마련하는 게 중요해 309 00:25:20,777 --> 00:25:24,489 학위를 따게 해야지 그만큼 영리한데 310 00:25:24,614 --> 00:25:26,449 난 다른 계획이 있어요 311 00:25:26,574 --> 00:25:30,620 카드놀이나 하면서 시간 허비하는 계획 말이냐 312 00:25:30,745 --> 00:25:34,916 - 나한테만 그래요 - 폴, 네 성적이 그렇잖아 313 00:25:35,041 --> 00:25:40,129 똑똑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 열중하지 않잖아 314 00:25:40,255 --> 00:25:42,799 그래요 마리온은 천재지 315 00:25:43,758 --> 00:25:46,970 브린 마워대에 갈 자격이 있어 316 00:25:47,887 --> 00:25:50,765 - 그 길을 막고 싶냐? - 아니요 317 00:25:51,474 --> 00:25:56,396 잘될 거야, 뭐든 해내고 거침없을 거야 318 00:25:57,647 --> 00:26:02,861 숲에서 수채화나 그리겠다는 몽상만 안 하면 319 00:26:14,414 --> 00:26:15,957 폴? 320 00:26:18,585 --> 00:26:19,919 왜 그래? 321 00:26:20,044 --> 00:26:23,673 나더러 박스공장에 가서 일하라잖아 322 00:26:24,549 --> 00:26:27,385 - 그럼, 뭘 하고 싶은데? - 모르겠어 323 00:26:27,510 --> 00:26:32,098 집 나가 돌아다니면서 마음에 드는 일을 찾아볼 거야 324 00:26:32,223 --> 00:26:35,185 박스공장보다야 낫겠지 325 00:26:35,977 --> 00:26:38,855 아버지가 싫어 엄마도 326 00:26:39,564 --> 00:26:42,025 자기들만의 세계에 살잖아 327 00:27:05,632 --> 00:27:09,010 - 이 근처니? - 네, 여기서 스코트와 만날 거예요 328 00:27:09,135 --> 00:27:13,890 같이 가요, 만나면 좋아할 텐데 내가 이야기 많이 했거든요 329 00:27:14,015 --> 00:27:17,227 고맙지만 정말 피곤해서 330 00:27:17,352 --> 00:27:20,063 - 다음 기회도 있잖아 - 가요, 딱 맥주 한 잔만 331 00:27:20,188 --> 00:27:23,483 한참 이른데, 아빠도 아직 안 오셨을 거고 332 00:27:24,317 --> 00:27:26,486 누구 보여요? 333 00:27:26,611 --> 00:27:29,072 - 그래 - 누군데요? 334 00:27:29,697 --> 00:27:34,661 그냥, 어, 아는 얼굴인데 아는 여자야 335 00:27:37,080 --> 00:27:40,583 좋아요, 고마웠어요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336 00:27:40,708 --> 00:27:43,294 - 그래 - 네, 바이 337 00:29:03,041 --> 00:29:06,127 오늘 밤엔 대사 반은 까먹었어 338 00:29:07,754 --> 00:29:09,797 마리온, 너 339 00:29:09,923 --> 00:29:12,926 - 클레어? - 너구나, 너야, 그래 340 00:29:13,051 --> 00:29:16,888 - 클레어? 막 네 얘기를 했는데 - 그래? 341 00:29:17,013 --> 00:29:22,477 아버지 집에서 낡은 사진을 보면서 여기서 뭐 하는 거야? 342 00:29:22,602 --> 00:29:26,981 - 연극을 해, 막 내렸지만 - 무대에 서? 343 00:29:27,106 --> 00:29:30,276 그래, 신문 연극 면은 잘 안 읽겠지 344 00:29:30,401 --> 00:29:33,446 하긴, 그래 그래도 참 뜻밖이네 345 00:29:35,365 --> 00:29:39,536 나 좀 봐, 뭐하지? 미안해 여긴 남편 잭이야 346 00:29:39,661 --> 00:29:41,829 - 마리온 포스트에요 - 반갑습니다 347 00:29:41,955 --> 00:29:45,917 아이고 참, 클레어 정말 자주 궁금했었는데 348 00:29:46,042 --> 00:29:50,547 - 뭐, 지금 몬테레이에 살아 - 그래? 한잔할 시간 있니? 349 00:29:50,672 --> 00:29:55,176 - 미안한데, 친구들과 만나기로 해서 - 아냐, 약속 때까지 시간 있잖아 350 00:29:55,301 --> 00:29:58,304 - 그런가? - 아, 잘됐네요, 여기 들어갈 데 있겠지 351 00:29:58,429 --> 00:30:01,975 - 자, 이리 쭉 가 - 난 그냥 352 00:30:08,606 --> 00:30:13,152 국제 앰네스티와 ACLU 마침 한 날이잖아요 353 00:30:13,278 --> 00:30:17,824 이거, 놀리시는군요 그렇다면 354 00:30:17,949 --> 00:30:22,203 앰네스티와 자유인권협회 회원이시라고요? 355 00:30:22,328 --> 00:30:25,290 마리온은 늘 자선 일에는 열심이었으니까, 안 그래? 356 00:30:25,415 --> 00:30:28,376 그래, 그냥 홍수나 기근에 기부하는 거지, 켄이랑 357 00:30:28,501 --> 00:30:32,046 - 시간이 어디서 나셔서? - 늘 바쁘건 아니죠 358 00:30:32,172 --> 00:30:35,425 철학과 과장이시면서 어려울 텐데 359 00:30:35,550 --> 00:30:38,887 나도 시카고대학에서 2년 철학과에 있었죠 360 00:30:39,012 --> 00:30:43,766 - 아주 좋은 과죠 - 그랬죠, 날 내보내기 전까진 361 00:30:43,892 --> 00:30:47,312 클레어, 이런 이야기는 전에 안 했잖아 362 00:30:47,437 --> 00:30:50,064 - 했을 텐데 - 서로 단짝이었는데 363 00:30:50,190 --> 00:30:53,401 - 분명 뛰어난 여배우일 거예요 - 아냐 364 00:30:53,526 --> 00:30:57,655 아니긴, 뭐가 원래 재능이 있었어요 365 00:30:57,780 --> 00:31:01,701 극장에 자주 가시나요? 일정이 안 될 텐데 366 00:31:01,826 --> 00:31:06,080 그렇죠, 남편은 오페라 팬이죠 거의 못 보지만 367 00:31:06,206 --> 00:31:10,084 - 브레히트에 열중한 적도 있는데 - 브레히트를 올렸었죠 368 00:31:10,210 --> 00:31:12,420 - 그랬어요? - 네, 억척 어멈 369 00:31:12,545 --> 00:31:15,757 - 여기서 아니죠? - 아니, 여기서죠, 보셨나요? 370 00:31:15,882 --> 00:31:20,970 그야 봤죠, 여태 본 연극 중에 가장 지적인 연출이더군요 371 00:31:21,095 --> 00:31:24,057 - 과찬의 말씀을 - 번역이 좀 그렇더군요 372 00:31:24,182 --> 00:31:27,060 몇몇 대사는 좀 더 나을 수 있는데 373 00:31:27,185 --> 00:31:32,106 - 맞아요, 번역이 서툴렀지 - 그래도 대단한 일을 하셨어요, 정말로 374 00:31:32,232 --> 00:31:35,151 이봐, 이봐, 이봐 375 00:31:35,276 --> 00:31:38,488 가끔은 날 좀 봐 누가 당신 아낸데 376 00:31:38,613 --> 00:31:39,531 어? 377 00:31:39,656 --> 00:31:42,867 아까부터 저 애 말에만 매달리고 있잖아 378 00:31:42,992 --> 00:31:44,702 사람 무안하게 하네 379 00:31:44,827 --> 00:31:48,790 남편이 썩 감명받았나 봐 나한테는 없는 그 무엇에 380 00:31:48,915 --> 00:31:50,375 클레어, 진정해 381 00:31:50,500 --> 00:31:54,921 한 시간 동안 네 눈만 쳐다보고 있는데도? 382 00:31:55,046 --> 00:31:59,133 - 내 말은 귀에도 안 들어올 거야 - 좀 취했나 보군 383 00:31:59,259 --> 00:32:03,304 - 혹시 둘이 따로 있고 싶으면 - 클레어, 그만 해, 바보처럼 384 00:32:03,429 --> 00:32:07,350 - 그저 즐겁게 얘기한 건데 - 관둬, 내숭 떨기는 385 00:32:07,475 --> 00:32:09,894 - 이게 처음도 아니면서 - 그만 좀 해 386 00:32:10,019 --> 00:32:12,730 - 그게 무슨 뜻이지? - 가, 클레어, 미안해요, 마리온 387 00:32:12,856 --> 00:32:14,732 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어 388 00:32:14,858 --> 00:32:19,320 순진한 척 끼어들어서는 내 인생에 회의하게 한 389 00:32:19,445 --> 00:32:22,448 클레어, 왜 그리 과장되게 나와 390 00:32:22,574 --> 00:32:24,826 무슨 소린지 모르겠어 391 00:32:24,951 --> 00:32:28,830 우린 그냥 소원해진 게 아냐 마리온, 내가 끊은 거야 392 00:32:30,623 --> 00:32:34,210 - 데이빗 이야기하는 거야? - 거봐, 알고 있네 393 00:32:35,003 --> 00:32:39,299 - 난 관심 가진 적도 없었는데 - 내가 얼마나 좋아하는지는 알았지 394 00:32:39,424 --> 00:32:44,888 그럴 일이 없어 무슨 언질이라도 줬어야지 395 00:32:45,013 --> 00:32:46,514 그렇지 않아 396 00:32:46,639 --> 00:32:52,395 아주 장난기 가득한 말투에 은근히 쳐다보는 눈길 397 00:32:52,520 --> 00:32:58,109 또, 교묘하게 홀리는 행동 398 00:32:59,027 --> 00:33:01,404 안 그래 399 00:33:01,529 --> 00:33:03,573 그래서 날 적대시한 거라고? 400 00:33:03,698 --> 00:33:07,660 너한테 빠져서 딴 건 안중에도 없었다고 401 00:33:07,785 --> 00:33:11,748 한시라도 둘만 있은 적 없었어 둘이 아무 일 없었어 402 00:33:11,873 --> 00:33:17,545 그런데 내가 홀린다고 해 그 사람만 있으면, 발동되던걸 403 00:33:17,670 --> 00:33:20,340 뭐 의식 못 하고 그럴 수도 있지 404 00:33:20,465 --> 00:33:23,384 클레어 이 얘기는 그만둬 405 00:33:23,801 --> 00:33:26,304 네가 있는데, 난 얼마나 밋밋하게 보였을까 406 00:33:26,429 --> 00:33:31,935 말도 안 돼, 상상 때문에 친구 관계를 끊었다고? 407 00:33:32,060 --> 00:33:34,979 그래, 내 탓이겠지 널 뿌듯하게 여겼는데 408 00:33:35,104 --> 00:33:40,902 단짝이었지, 아주 재치 있고 활발한 나야 그저 고지식했고 409 00:33:41,027 --> 00:33:44,739 뭐 데이빗을 빠져들게 하고 싶었겠지, 특별했으니까 410 00:33:44,864 --> 00:33:49,911 뭐가 특별해, 제안도 거절했어 너랑 사귀라고 했어, 딱 잘라서 411 00:33:50,036 --> 00:33:53,623 - 그때까지 데리고 논 거지 - 말도 안 돼 412 00:33:54,374 --> 00:33:58,044 진짜 자기가 무슨 짓을 했는지도 모르는 것 같구나 413 00:33:58,169 --> 00:34:01,798 이건 모욕이야 술 마시면 안 되겠어 414 00:34:01,923 --> 00:34:07,512 믿어줘, 그럴 생각 없었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또 뭐든지 415 00:34:07,637 --> 00:34:12,517 생각해봐, 가끔 잘 생각해봐 배우가 될 걸 그랬어 416 00:34:23,319 --> 00:34:27,907 집에 왔을 때 켄은 자고 있었다 몸이 떨려 잠도 오지 않았다 417 00:34:28,741 --> 00:34:32,078 클레어와의 일로 신경이 곤두서고 불편했다 418 00:34:32,203 --> 00:34:35,665 뭔가 읽으면 진정되리라 생각했다 419 00:34:35,790 --> 00:34:38,751 어머니의 릴케 시집을 넘겼다 420 00:34:39,794 --> 00:34:44,340 16살 때 표범에 관한 릴케 시의 리포트를 쓴 적 있었다 421 00:34:44,883 --> 00:34:49,596 우리 밖을 노려보는 표범의 이미지에 관한 것이었다 422 00:34:49,721 --> 00:34:53,266 나는 그 이미지가 죽음일 따름이라고 결론 내렸었다 423 00:34:55,310 --> 00:34:58,188 어머니의 애송시가 보였다 424 00:34:59,022 --> 00:35:01,691 '아르카이크의 아폴로 상' 425 00:35:03,610 --> 00:35:08,031 페이지에 어머니의 눈물 자국 같은 게 있었다 426 00:35:10,116 --> 00:35:12,994 마지막 연에 번져있었다 427 00:35:14,537 --> 00:35:18,458 '이곳은 그대가 보이지 않는 곳이니' 428 00:35:20,627 --> 00:35:23,546 '그대는 인생을 바꾸어야 하리라' 429 00:35:26,883 --> 00:35:29,219 간밤에 늦었더군 430 00:35:29,344 --> 00:35:32,096 옛 친구를 만났어 431 00:35:32,222 --> 00:35:36,434 잠을 못 잤어 10분이나 눈 붙였을까 432 00:35:36,559 --> 00:35:39,521 그러고선 어떡해 쓰러지지 433 00:35:39,646 --> 00:35:42,607 오늘 밤 마크와 리디아랑 콘서트 갈 건데 434 00:35:42,732 --> 00:35:46,069 오늘은 괜찮아 내일쯤 부대낄 거야 435 00:35:47,237 --> 00:35:50,823 내일은 톰과 엘리노어랑 저녁을 해야 하는데 436 00:35:50,949 --> 00:35:55,578 금요일엔 마크와 리디아가 밖에서 우리 결혼 기념을 하자고 하고 437 00:35:55,703 --> 00:35:59,833 - 벌써 기념일인가? - 그래, 빠르잖아 438 00:36:03,253 --> 00:36:05,296 왜 그래? 439 00:36:05,421 --> 00:36:07,465 모르겠어 440 00:36:08,842 --> 00:36:10,885 뭔데? 441 00:36:11,719 --> 00:36:15,014 그러니까, 단둘이 기념일 보내면 안 되나? 442 00:36:15,139 --> 00:36:19,352 처음 만난 날 밤 그 레스토랑에 가던지 443 00:36:19,477 --> 00:36:21,729 필라델피아의? 444 00:36:26,317 --> 00:36:28,361 안아줘 445 00:36:31,322 --> 00:36:33,157 이봐 446 00:36:35,118 --> 00:36:36,953 여보 447 00:36:39,622 --> 00:36:42,292 벌써 선물은 찍어놨어 448 00:36:49,591 --> 00:36:52,927 내가 부추겨서 아내와 헤어졌어? 449 00:36:55,221 --> 00:36:58,099 아냐, 내가 부추긴 거지 기억 안 나? 450 00:36:59,142 --> 00:37:03,897 유부남이라 생각도 안 할까 봐 고심했었다고 451 00:37:06,024 --> 00:37:07,609 그래 452 00:37:07,734 --> 00:37:12,071 어제 로라와는 어땠어? 당신을 우러러보잖아 453 00:37:12,405 --> 00:37:14,449 그래 454 00:37:14,991 --> 00:37:19,871 가야겠어, 시내 가는 길에 도서관 들리게 455 00:37:19,996 --> 00:37:22,040 그래 456 00:37:42,560 --> 00:37:45,188 오늘은 말이 없군요 457 00:37:45,313 --> 00:37:47,982 평소엔 다 얘기하더니 458 00:37:49,692 --> 00:37:52,779 네, 저 말할 게 없어요 459 00:38:05,917 --> 00:38:09,212 그러니까 전 할 말이 없어요 460 00:38:13,132 --> 00:38:15,677 화났나요? 461 00:38:17,303 --> 00:38:20,056 아뇨, 그런 게 아니에요 462 00:38:20,181 --> 00:38:23,518 그런데 할 말이 없으시다고? 463 00:38:24,227 --> 00:38:26,062 네 464 00:39:33,671 --> 00:39:36,925 마리온이 우리를 봤어 스코트, 문 잠가 465 00:39:37,050 --> 00:39:39,552 둘이 숲으로 산책 갔다 그랬잖아 466 00:39:39,677 --> 00:39:43,806 아빠는 주말에 우리가 같이 지낸 걸 알면 언짢아할 거야 467 00:39:43,932 --> 00:39:49,103 그럼 해명해야 할 거고 뭐 별일 없었다는 둥 468 00:39:49,229 --> 00:39:53,024 - 봐, 마리온이 거들어주겠지 - 참, 넌 마리온을 모르잖아 469 00:39:53,149 --> 00:39:57,487 - 아주 생각이 깼다고 했잖아 - 그래, 그렇지, 대단하지 470 00:39:57,612 --> 00:40:01,616 대단해, 근데, 모르겠어 그냥 뭐랄까 471 00:40:02,951 --> 00:40:05,537 좀, 남을 판단해 472 00:40:05,662 --> 00:40:10,959 있잖아? 내려다보면서 값을 매기는 것 같은 473 00:40:11,709 --> 00:40:14,712 남동생 이야기도 들었어, 그래서 474 00:40:14,838 --> 00:40:18,800 늘 그런 식으로 날 대하는 것 같아 모르지만 475 00:40:18,925 --> 00:40:23,555 그냥 괜히 내가 싸구려 같아 476 00:40:24,264 --> 00:40:25,974 - 싸구려? - 그래 477 00:40:26,099 --> 00:40:27,517 - 싸구려? - 그렇다니까 478 00:40:27,642 --> 00:40:30,103 - 아주 로맨틱했어 - 그래 479 00:40:30,228 --> 00:40:33,106 장작불과 포도주 480 00:40:33,731 --> 00:40:35,775 그래, 그랬어 481 00:40:38,027 --> 00:40:40,822 그날은 일이 손에 안 잡혔다 482 00:40:40,947 --> 00:40:43,616 바깥바람을 쐬고 싶었다 483 00:40:44,576 --> 00:40:49,998 정처 없이 거닐면서 헝클어진 생각들을 정리해보려 했다 484 00:40:50,790 --> 00:40:52,625 얼마나 걸었는지 모르겠다 485 00:40:52,750 --> 00:40:56,796 돌아보니 작업실에서 아주 멀리 와있었다 486 00:41:15,732 --> 00:41:17,775 웬일이야? 487 00:41:19,235 --> 00:41:21,279 모르겠어 488 00:41:23,239 --> 00:41:26,075 무슨 일로 왔어? 489 00:41:30,747 --> 00:41:34,667 - 뭔가 잘못됐구나 - 그런 소리 마 490 00:41:36,002 --> 00:41:39,839 마리온, 회사로는 거의 안 찾아오잖아 491 00:41:40,715 --> 00:41:43,051 뭔가 필요해서겠지 492 00:41:43,176 --> 00:41:45,803 그래, 뭔가 필요해 493 00:41:45,929 --> 00:41:48,932 그게 뭔지 잘 몰라서 그렇지 494 00:41:50,266 --> 00:41:54,979 - 그래, 내가 어떻게 해줄까? - 정직하게 대해줘, 폴 495 00:41:55,647 --> 00:41:58,733 어려서부터 아주 가까운 사이였잖니 496 00:42:01,444 --> 00:42:03,738 얼마나 정직하면 되는데? 497 00:42:03,863 --> 00:42:08,993 그러고 보니 우리가 서로 이야기 나눈 적도 한참 됐구나 498 00:42:09,118 --> 00:42:11,162 그래 499 00:42:11,829 --> 00:42:16,751 쫓아다니는 게 영 불편한 것 같아 그만 단념했지 500 00:42:16,876 --> 00:42:20,588 - 그렇지 않아 - 그러지 마, 자, 마리온 501 00:42:23,800 --> 00:42:25,844 있잖아 502 00:42:26,553 --> 00:42:30,723 깨달았지 실망을 준다는 거 503 00:42:30,849 --> 00:42:35,728 더욱이 남부끄럽게 한다는 걸 내가 사는 거나, 결혼 생활 504 00:42:37,438 --> 00:42:42,110 뭐 이젠 갈라설 거니까 그 걱정은 하지 마 505 00:42:42,235 --> 00:42:45,113 사촌 앤드류한테 가 일하라고 하잖아 506 00:42:50,618 --> 00:42:56,332 그 말도 맞지, 뭐, 아내나 애들을 제대로 부양 못 했으니까 507 00:42:56,457 --> 00:42:59,961 그래, 그게 그렇게 싫어? 앤드류와 일하는 게? 508 00:43:02,172 --> 00:43:04,507 전에도 그랬었지 509 00:43:04,632 --> 00:43:07,760 그래 그런 적 있지만 510 00:43:07,886 --> 00:43:11,431 - 시대가 변했잖아 - 그래, 분명 그렇지 511 00:43:12,515 --> 00:43:15,476 기억나려나 몇 년 전 512 00:43:15,602 --> 00:43:20,565 어, 뭘 좀 써서 보여줬는데 뭐랬는지 기억나? 513 00:43:21,357 --> 00:43:25,486 아니, 모르겠어 그냥 사실대로 말했겠지 514 00:43:26,404 --> 00:43:28,538 그래, 그랬지 515 00:43:29,028 --> 00:43:31,326 '과장됐어' 516 00:43:31,451 --> 00:43:34,037 '너무 감정적이고 감상적이야' 517 00:43:34,162 --> 00:43:39,918 '너한테는 의미 있는 꿈일지 몰라도 객관적으로 봐서' 518 00:43:40,043 --> 00:43:42,587 '너무 낯 뜨거워' 519 00:43:43,588 --> 00:43:45,381 내가 그랬다고? 520 00:43:45,507 --> 00:43:48,051 한 말 그대로야 521 00:43:50,428 --> 00:43:53,139 그래서 더는 낯 뜨거운 짓은 522 00:43:53,264 --> 00:43:55,308 안 하기로 했지 523 00:44:01,022 --> 00:44:03,066 가야겠어 524 00:44:24,629 --> 00:44:28,508 오후 내내 생각했는데 어디 기막힌 데가 없을까 525 00:44:28,633 --> 00:44:30,969 금요일 둘의 기념일 축하 때 526 00:44:31,094 --> 00:44:34,305 필라델피아의 호텔은 어떠신가? 527 00:44:34,430 --> 00:44:38,601 처음 남몰래 열정을 꽃피운 곳이고 528 00:44:38,726 --> 00:44:42,897 - 그래? 당신이랑 생각이 통했나 보군 - 술김이지, 무슨 생각은 529 00:44:43,022 --> 00:44:48,653 마시지, 마실 거고, 술을 입에 댔으니, 그래도 술김은 아냐 530 00:44:48,778 --> 00:44:52,073 저기, 실례가 아닌지 모르지만 531 00:44:52,657 --> 00:44:56,744 20년 전 버몬트에서 교수님 학생이었어요 532 00:44:56,870 --> 00:44:59,831 - 신시아 프랭크? - 기억 못 하시는 줄 알았는데 533 00:44:59,956 --> 00:45:02,041 아니, 기억해 기억하고말고 534 00:45:02,167 --> 00:45:04,836 - 내 인생을 바꾸셨으니까 - 내가? 535 00:45:04,961 --> 00:45:09,632 그러니까, 철학과 모든 여학생의 본보기셨으니까요 536 00:45:09,757 --> 00:45:14,137 - 고마운 말이네 - 아직도 그 강의가 똑똑히 기억나요 537 00:45:14,262 --> 00:45:20,101 윤리와 도덕적 책임감에 관한 특별한 언급이었어요 538 00:45:20,643 --> 00:45:26,024 참, 경이로운 생각이셨고 아직도 내겐 경이로워요 539 00:45:27,442 --> 00:45:30,528 괜히 끼어들었는데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540 00:45:30,653 --> 00:45:35,658 전에도 여기서 뵀는데, 내 인생을 바꾸셨다는 말을 못 드렸어요 541 00:45:35,783 --> 00:45:37,243 감사해요 542 00:45:37,368 --> 00:45:40,455 이봐, 좋아, 좋아 대단하군요 543 00:45:40,580 --> 00:45:46,753 그 강의 기억나시나? 멋졌어, 주위를 둘러보면서 544 00:45:46,878 --> 00:45:49,380 아주 감동적이야 545 00:45:50,507 --> 00:45:55,762 그날 밤도 잠을 이루지 못했고 다음 날 그 여파가 왔다 546 00:45:56,262 --> 00:46:00,141 한 줄도 쓰지 못했고 움직이기도 버거웠다 547 00:46:00,892 --> 00:46:04,854 평소에 낮잠은 안 자지만 지친 상태였다 548 00:46:05,313 --> 00:46:10,818 잠깐 눈을 감자 꿈이 찾아들었다 549 00:46:12,362 --> 00:46:15,448 아무 이야기도 안 한다고? 550 00:46:17,575 --> 00:46:20,912 한마디도 안 하고 시간이 다 됐군 551 00:46:23,498 --> 00:46:26,376 참, 아무 말도 안 하다니 552 00:46:28,962 --> 00:46:31,631 화가 나서 그럴 거요 553 00:46:33,132 --> 00:46:35,844 분노를 억누르느라 그런 거지 554 00:46:35,969 --> 00:46:38,596 뭣 때문에 그렇게 격분하지? 555 00:46:46,563 --> 00:46:48,606 삶이요 556 00:46:49,357 --> 00:46:54,028 - 삶? - 세상과 557 00:46:54,153 --> 00:46:57,156 무자비함과 불공평 558 00:46:57,282 --> 00:46:59,784 고통받는 인류 559 00:46:59,909 --> 00:47:03,580 질병, 노쇠, 죽음 560 00:47:03,705 --> 00:47:08,777 다 추상적인 거군, 인류라 인류 걱정 그만해요 561 00:47:08,877 --> 00:47:11,337 자기 인생이 먼저지 562 00:47:12,172 --> 00:47:15,258 - 그래요 - 내일 계속합시다 563 00:47:22,265 --> 00:47:25,351 뭣 때문에 괴로움을 겪는 것 같소? 564 00:47:25,768 --> 00:47:29,189 - 자기기만 - 그래, 좀 일반적이군 565 00:47:30,315 --> 00:47:34,235 - 거짓을 구분 못 할 거예요 - 못해? 안됐군 566 00:47:35,778 --> 00:47:39,908 - 스스로 원하지 않는다면 - 바로 지금 그래요 567 00:47:40,033 --> 00:47:42,994 원하면 하겠지 568 00:47:43,119 --> 00:47:45,997 - 아주 갑작스레 일어나요 - 서둘러야겠지 569 00:47:46,122 --> 00:47:49,417 자살하는 걸 막도록 해야지 570 00:47:50,168 --> 00:47:53,796 - 그럴 것 같아요? - 이미 시작됐지 571 00:47:53,922 --> 00:47:56,466 - 그래요? - 아, 극적이지는 않지 572 00:47:56,591 --> 00:48:00,512 그럴 타입이 아니요 천천히 정연하게 하겠지 573 00:48:00,637 --> 00:48:03,598 젊어서부터 시작된 거지 574 00:48:03,723 --> 00:48:06,893 자, 실례지만 다음 환자가 있소 575 00:48:25,245 --> 00:48:27,831 이제 내 인생은 576 00:48:27,956 --> 00:48:30,625 끝이 가까운데 577 00:48:30,750 --> 00:48:33,294 회한뿐이구나 578 00:48:34,295 --> 00:48:38,258 일생을 같이했던 여자는 579 00:48:39,008 --> 00:48:42,095 절절히 사랑했던 사람은 아니었다 580 00:48:43,221 --> 00:48:48,810 아들과의 사이엔 애정이라곤 없었다, 내 탓이지 581 00:48:50,228 --> 00:48:54,941 딸애를 너무 몰아붙였지 582 00:48:55,775 --> 00:49:01,281 요구만 하고 충분히 배려를 안 해줬어 583 00:49:03,116 --> 00:49:05,827 스스로에게도 너무 유감이다 584 00:49:05,952 --> 00:49:11,541 그 역사 속 인물 연구인가 뭔가에 몰두하느라 585 00:49:13,459 --> 00:49:18,047 비록 이 분야에서는 어느 정도 명성을 얻었지만 586 00:49:19,090 --> 00:49:21,885 자신에겐 너무 무심했어 587 00:49:24,053 --> 00:49:29,684 갑자기 꿈이 옮겨갔다 어딘지 눈에 익은 거리였다 588 00:49:29,809 --> 00:49:34,564 클레어와 마주쳤던 그 극장 앞 같았다 589 00:49:48,036 --> 00:49:50,788 - 무슨 일이예요? - 들어와요, 괜찮아요 590 00:49:52,499 --> 00:49:57,003 리허설 참관하시겠다고? 클레어는 훌륭한 여배우죠 591 00:49:57,337 --> 00:50:00,131 다양한 역을 소화해요 592 00:50:00,256 --> 00:50:03,593 거실 바닥에서 그러는 거 생각해본 적 있어? 593 00:50:03,718 --> 00:50:07,847 - 그러고 싶어? - 글쎄, 그러고 싶어? 594 00:50:08,389 --> 00:50:11,601 뭐, 당신이 마룻바닥에서 뒹굴 타입은 아니잖아 595 00:50:11,726 --> 00:50:15,605 참, 아주 모욕적인 말이네 596 00:50:16,105 --> 00:50:21,027 당신이야말로 불 끄고 침대에서만 하는 타입이지 597 00:50:21,152 --> 00:50:25,532 - 이제 모욕당할 차례인가? - 옷 벗고 잠자리에 들 거잖아 598 00:50:25,657 --> 00:50:27,951 그래, 밤 1신데 599 00:50:29,202 --> 00:50:34,749 솔직해져 봐, 우리 결혼 생활에 열정이란 게 남아있어? 600 00:50:35,792 --> 00:50:38,670 - 없나? 모르겠는데 - 딴청 부리지 말고 601 00:50:38,795 --> 00:50:42,507 한마디 하자면 이젠 전혀 감흥이 없어 602 00:50:42,632 --> 00:50:45,176 - 그래, 전혀? - 있어? 603 00:50:45,969 --> 00:50:48,137 마리온, 피곤해 604 00:50:48,263 --> 00:50:52,016 같이 자는 것도 영 드문드문이고 그것도 옆에 책을 끼고서 605 00:50:52,141 --> 00:50:56,396 매일 똑같지, 다음 할 일 다음 순서가 뻔해 606 00:50:56,521 --> 00:51:01,943 그래, 맞아, 둘 다 일상에 길들었지 이제 그만 잘까? 늦었는데 607 00:51:02,443 --> 00:51:07,073 참, 자면서 좀 뒤척이고 잠꼬대 좀 하지 마 608 00:51:07,907 --> 00:51:13,037 간밤엔 계속 래리를 부르더군 래리 루이스 꿈을 꾸는지 609 00:51:13,163 --> 00:51:15,915 래리 루이스란 이름을 듣고 610 00:51:16,040 --> 00:51:20,587 묘하게 가슴이 애잔하고 설렜다 611 00:51:21,629 --> 00:51:24,257 꿈속에서 울음이 북받쳤지만 612 00:51:24,382 --> 00:51:27,260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613 00:51:28,011 --> 00:51:32,140 - 결혼했군요? - 그렇소, 알고 있을 텐데 614 00:51:33,975 --> 00:51:36,019 아, 그래요 615 00:51:36,895 --> 00:51:38,855 네, 들었어요 616 00:51:38,980 --> 00:51:42,317 래리는 뉴욕으로 옮겨가재요, 싫은데 617 00:51:42,442 --> 00:51:45,111 산타페에서 너무 즐거웠는데 618 00:51:46,112 --> 00:51:49,073 - 행복해요? - 행복하지 619 00:51:49,949 --> 00:51:54,078 참 좀 비켜줘야지 서로 할 이야기가 많을 텐데 620 00:51:59,042 --> 00:52:02,712 가끔 잡지에서 이름을 봤어요 621 00:52:03,588 --> 00:52:05,965 내 소설 읽었소? 622 00:52:06,090 --> 00:52:10,470 그래요, 아니, 아직 안 읽었다고 하면 좀 그렇겠죠 623 00:52:10,595 --> 00:52:13,389 주인공 하나는 당신이 모델이요 624 00:52:13,515 --> 00:52:15,558 아? 625 00:52:15,683 --> 00:52:20,939 - 너무 심하게 안 다뤄줬으면 - 아니요, 애정을 다해 그렸지 626 00:52:23,066 --> 00:52:25,068 부인이 사랑스럽네요 627 00:52:25,193 --> 00:52:28,321 그렇소, 당신과 작별한 직후에 만났지 628 00:52:28,446 --> 00:52:31,950 제니퍼라고 해요 좋은 동료 작가지 629 00:52:33,618 --> 00:52:35,995 - 애들도 있어요? - 그렇소 630 00:52:36,496 --> 00:52:38,581 딸애가 있지 631 00:52:38,706 --> 00:52:42,836 평생 제일 멋지고 대단한 경험이었소 632 00:52:53,221 --> 00:52:55,765 날 생각한 적 있어요? 633 00:52:55,890 --> 00:52:58,977 날 생각한 적은 있소? 634 00:52:59,102 --> 00:53:01,354 가끔은 635 00:53:03,064 --> 00:53:05,775 켄과 행복하기를 바랐지 636 00:53:06,317 --> 00:53:10,780 얼마 전에 거리에서 마주쳤소 이야기했을 텐데 637 00:53:10,905 --> 00:53:14,159 가끔 이상으로 생각했어요 638 00:53:14,909 --> 00:53:19,581 후회는 없었겠지 후회했다고 말하지는 말아요 639 00:53:19,706 --> 00:53:24,836 여보, 좀 와봐요 해 지는 게 너무 아름다워요 640 00:53:25,378 --> 00:53:27,839 소설의 어느 주인공이 나죠? 641 00:53:27,964 --> 00:53:31,259 헬렌카, 아름다운 이름을 붙였소, 헬렌카 642 00:53:32,218 --> 00:53:34,554 우리가 함께 한 시간을 그린 거요 643 00:53:34,679 --> 00:53:37,182 알아볼 거요 644 00:53:37,307 --> 00:53:39,809 가야겠소 645 00:53:39,934 --> 00:53:42,478 아내가 기다리니까 646 00:53:50,153 --> 00:53:52,906 마리온 울지 말아요 647 00:53:53,239 --> 00:53:56,075 우리 연극이 감동적이라 기쁘긴 해도 648 00:53:56,201 --> 00:53:59,787 - 집에 가겠어요 - 그러시던지 649 00:53:59,913 --> 00:54:04,000 마지막 2막을 보고 싶으실 텐데 650 00:54:04,125 --> 00:54:07,212 당신 첫 남편의 자살 장면이죠 651 00:54:08,087 --> 00:54:10,340 찡해요 652 00:54:10,465 --> 00:54:12,509 샘은 자살하지 않았어요 653 00:54:12,634 --> 00:54:16,804 어떻게 알아요? 이혼한 지 15년 흘렀는데 654 00:54:18,181 --> 00:54:22,101 술과 약을 섞어 마시고는 자다가 죽었어요 655 00:54:22,894 --> 00:54:25,021 장례식에 갔었어요 656 00:54:25,146 --> 00:54:28,191 뭐, 그거야 늘 애매한 상황이죠 657 00:54:28,316 --> 00:54:30,318 혼자 호텔 방에서 658 00:54:30,443 --> 00:54:32,779 낙담해서 659 00:54:32,904 --> 00:54:35,573 샘은 훌륭한 사람이었어요 660 00:54:36,658 --> 00:54:39,744 좋은 시간을 함께했죠 661 00:54:41,329 --> 00:54:43,748 많은 걸 가르쳐 줬잖아요 662 00:54:43,873 --> 00:54:49,045 우수한 학생이었지 수업에서 제일 눈길을 끌기도 했고 663 00:54:49,170 --> 00:54:51,714 나이 차이가 있었지만 664 00:54:52,215 --> 00:54:55,677 부추기지 말아야 했어 지적으로 665 00:54:55,802 --> 00:54:58,680 유혹을 뿌리쳐야 했어 666 00:54:59,097 --> 00:55:03,142 흠모하지 말도록 해야 했는데 그토록 두드러지니 667 00:55:03,268 --> 00:55:05,979 어쩔 수 없더군 668 00:55:06,104 --> 00:55:08,773 그 대가를 치른 거지 669 00:55:08,898 --> 00:55:11,442 둘 다 대가를 치렀어요 670 00:55:11,568 --> 00:55:16,447 피할 수 없는 때가 오는 거지 제자가 스승의 모든 걸 흡수한 뒤에는 671 00:55:17,282 --> 00:55:21,244 기쁨의 원천인 것 같던 지식과 견해 전부가 672 00:55:21,369 --> 00:55:23,830 숨 막히게 되지 673 00:55:24,539 --> 00:55:27,876 얄궂게도 내 사망확인서에 그렇게 적혀있지 674 00:55:28,001 --> 00:55:30,044 질식사 675 00:55:30,879 --> 00:55:32,881 오, 샘 676 00:55:33,006 --> 00:55:37,552 잠깐, 두 분 사이의 다른 중요한 장면이 남았는데 677 00:55:37,677 --> 00:55:39,679 아니 678 00:55:39,804 --> 00:55:41,848 그만 됐어요 679 00:55:45,310 --> 00:55:48,479 그날 밤엔 저녁 만찬을 하기로 되어있었다 680 00:55:48,605 --> 00:55:51,524 톰과 엘레노어 뱅크스 부부와 의학박사 뱅크스 681 00:55:52,275 --> 00:55:56,905 다들 활기 넘쳤으나 나만 뚱해 보였을 것이다 682 00:55:57,947 --> 00:56:02,410 지친 데다 꿈 때문에 기분이 어수선했다 683 00:56:09,459 --> 00:56:11,336 톰과 엘레노어는 재미있어 684 00:56:11,461 --> 00:56:15,298 초감각이나 심령술 같은 걸 시험한다잖아 685 00:56:15,423 --> 00:56:17,967 아주 예민할 거야 686 00:56:18,092 --> 00:56:22,305 당신이 단호히 깎아내리니까 애가 타던데 687 00:56:22,430 --> 00:56:24,974 좀 잔인하지만 옳은 소리지 688 00:56:25,099 --> 00:56:29,854 너무 피곤해서 기분이 엉망이었어 누가 알아, 그쪽이 맞을지 689 00:56:29,979 --> 00:56:33,775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것이 있을지 모르지, 누가 알겠어? 690 00:56:33,900 --> 00:56:39,239 위저보드에서 한 걸음 더 나간 거래 그 그리스 이야기들 하며 691 00:56:39,364 --> 00:56:42,492 전에 그리스 섬 일주 항해 안 해본 사람 있나 692 00:56:42,617 --> 00:56:46,287 톰과 엘레노어가 그토록 변변찮다면 뭐 하러 같이 식사를 해? 693 00:56:46,412 --> 00:56:51,626 변변찮다고는 안 했어, 꺼내는 화제가 문제지 다음 주엔 비행접시일 거야 694 00:56:51,751 --> 00:56:57,257 왜 매일 밤 딴 사람들과 어울려야 하지? 둘만의 시간도 없이 695 00:56:57,382 --> 00:57:01,034 - 뭐가, 안 그래 - 아니, 그래, 매일 밤 친구들이지 696 00:57:01,134 --> 00:57:04,512 서로의 친구들과 낯선 사람들 697 00:57:04,637 --> 00:57:06,344 톰과 엘레노어는 안지 오래됐잖아 698 00:57:06,444 --> 00:57:08,174 마음에 들지도 않으면서 699 00:57:08,274 --> 00:57:08,917 마음에 들어 700 00:57:09,017 --> 00:57:12,749 영상의학과라고 몇 번이나 우습게 말했잖아 701 00:57:12,875 --> 00:57:15,335 - 대단찮게 보는 거지 - 농담한 거야 702 00:57:15,460 --> 00:57:19,214 아니, 안 그래 농인 척하면서 본심이었어 703 00:57:19,628 --> 00:57:24,368 - 지금 말싸움하려는 거야 - 왜 둘만 있는 걸 꺼려? 704 00:57:24,468 --> 00:57:28,228 - 안 그런 것 같은데 - 더는 할 말이 없다는 거지? 705 00:57:28,328 --> 00:57:29,246 이야기하잖아 706 00:57:29,371 --> 00:57:32,123 왜 기념일에 마크와 리디아랑 같이 나가야 해? 707 00:57:32,249 --> 00:57:35,669 그게 그렇게 마음에 걸리면 가지 말지 708 00:57:35,794 --> 00:57:40,298 그래도 그 사람들이니까, 필라델피아까지 우리 첫 밀회 장소로 태워다주지 709 00:57:40,423 --> 00:57:44,511 그러지 마, 추억을 농담거리로 삼지 마 710 00:57:44,636 --> 00:57:47,847 그래, 바닥에서 뒹구는 것과 같은 수준이지 711 00:57:47,973 --> 00:57:50,934 바닥이면 어때서 침대에서도 안 하는데 712 00:57:51,059 --> 00:57:54,938 - 참 이런 언쟁을 하다니 - 왜 나랑 안 자려는 거야? 713 00:57:55,063 --> 00:58:00,110 쉽게 사람이 원기가 떨어질 때도 있지, 별난 게 아냐 714 00:58:00,235 --> 00:58:02,779 왜? 이유를 알고 싶어 715 00:58:03,697 --> 00:58:05,740 그냥 그만 자자고 716 00:58:05,865 --> 00:58:09,286 둘이 죽자 살자 할 때도 있었는데 717 00:58:11,185 --> 00:58:15,147 마리온, 당신은 여전히 나한테 최고의 여자야 718 00:58:15,272 --> 00:58:19,485 오늘 밤도 그냥 잘 거잖아 무슨 핑계를 대면서 719 00:58:22,488 --> 00:58:26,992 이제야 알겠네, 그동안 잘도 빠져나갔다는걸 720 00:58:27,743 --> 00:58:32,581 정말 미안해 다 내 잘못이야, 용서해 721 00:58:33,374 --> 00:58:36,460 질책을 달게 받겠어 722 00:58:50,349 --> 00:58:52,518 우수한 학생이었지 723 00:58:52,643 --> 00:58:58,065 수업 시간에 제일 눈길을 끌기도 했고 나이 차이가 있었지만 724 00:59:03,696 --> 00:59:05,114 사랑해 725 00:59:05,740 --> 00:59:08,117 저도 사랑해요 726 00:59:11,912 --> 00:59:14,540 - 생일 축하해요 - 이러지 말랬잖아 727 00:59:14,665 --> 00:59:17,626 뭐, 내가 원해선데 끌러봐요 728 00:59:21,505 --> 00:59:26,218 나가 계신 동안 쓰신 논문 읽어봤는데 아주 기막히던데요 729 00:59:26,343 --> 00:59:30,848 자네 도움이 컸지 더구나 초안을 잡았잖아 730 00:59:32,350 --> 00:59:35,311 - 이게 뭐지? 연극 같은 데서 쓰는 건가? - 그래요 731 00:59:35,436 --> 00:59:38,814 '라 조콘다'의 프랑스 프로덕션 소품이에요 732 00:59:38,939 --> 00:59:41,984 - 좋은데 - 그럴 줄 알았어요 733 00:59:42,109 --> 00:59:45,196 큰 상점에서 가진 돈 다 털었어요 734 01:00:10,096 --> 01:00:15,226 다음 날 아침, 켄의 기념 선물을 깜빡한 걸 알았다 735 01:00:15,351 --> 01:00:19,146 간단한 일로 여겼는데 뜻밖에 시간을 잡아먹었다 736 01:00:19,271 --> 01:00:22,900 사실은 그가 뭘 좋아할지 생각해보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737 01:00:23,025 --> 01:00:27,446 한 시간쯤 구경만 하다가 어느 골동품상에 들어갔다 738 01:00:27,571 --> 01:00:30,950 처음엔 뭐 특별한 게 있을까 여겼지만 739 01:00:31,075 --> 01:00:34,078 그냥 한 번 둘러보기로 했다 740 01:00:34,203 --> 01:00:39,041 그곳은 텅 빈 채 먼지투성이였고 뒤쪽에서 라디오 소리가 났다 741 01:00:39,625 --> 01:00:44,714 기묘한 물건 천지라 그만 구경에 푹 빠져버렸다 742 01:01:16,996 --> 01:01:20,082 실례지만 괜찮아요? 743 01:01:23,127 --> 01:01:25,838 감사해요 괜찮아요 744 01:01:30,009 --> 01:01:32,261 도울 일이라도? 745 01:01:33,929 --> 01:01:39,018 죄송해요, 왜 이렇게 감정적인지 모르겠어요, 난 746 01:01:39,143 --> 01:01:41,187 감사해요 747 01:01:41,562 --> 01:01:46,359 감사해요, 그냥 저 그림을 보고 있는데, 그만 748 01:01:46,484 --> 01:01:48,861 그냥 너무 슬퍼서요 749 01:01:48,986 --> 01:01:51,781 아, 이건 아주 낙관적인 작품인데 750 01:01:51,906 --> 01:01:56,452 그러니까, 전에 원화를 본 적 있어요 제목이 희망이었어요 751 01:01:57,620 --> 01:02:02,792 클림트의 그 시기 작품 중에는 가장 긍정적인 작품일 텐데 752 01:02:03,793 --> 01:02:05,836 죄송해요 753 01:02:09,006 --> 01:02:10,841 화가세요? 754 01:02:10,966 --> 01:02:14,095 네, 뭐, 젊었을 적에 좀 그렸었죠 755 01:02:14,220 --> 01:02:17,306 학창 시절 내내 아주 매달렸어요 756 01:02:20,184 --> 01:02:24,563 재밌네요, 오늘 아침 그 생각을 했는데 그림이 그리웠죠 757 01:02:24,689 --> 01:02:28,109 - 다시 그리고 싶었어요 - 그래요? 758 01:02:31,862 --> 01:02:34,740 될지 모른다고 상상하는 거죠 759 01:02:36,033 --> 01:02:38,828 하지만 오래전 일이에요 760 01:02:40,079 --> 01:02:42,456 뭐, 하여튼 761 01:02:45,167 --> 01:02:48,462 - 이젠 좀 나아졌어요? - 네, 바람 좀 쐬어야겠어요 762 01:02:48,587 --> 01:02:52,883 - 무슨 그림을 그렸어요? - 아, 수채화요, 주로 763 01:02:55,219 --> 01:02:57,680 우리는 가게를 나와 함께 걸었다 764 01:02:57,805 --> 01:03:00,683 나는 나서지 않으면서 그녀를 더 알고 싶었다 765 01:03:00,808 --> 01:03:04,729 그림 이야기와 토론을 하면서 그녀는 좀 밝아졌다 766 01:03:05,604 --> 01:03:09,025 우리는 어떤 화랑에 들러 그림에 감탄하며 시간을 보냈다 767 01:03:09,150 --> 01:03:14,155 틈을 봐서 점심 초대를 했는데 응낙받고 기분이 들떴다 768 01:03:14,280 --> 01:03:18,784 그녀가 한적한 작은 곳을 제안했는데 조용한 멋진 장소였다 769 01:03:18,909 --> 01:03:23,247 포도주 한 병을 주문했는데 임산부라 그녀는 거의 입에 안 댔다 770 01:03:23,372 --> 01:03:26,000 자연히 내가 다 비우게 되었고 771 01:03:26,125 --> 01:03:31,380 그녀를 알고 싶으면서 주로 내 이야기를 하게 됐다 772 01:03:32,089 --> 01:03:34,133 50 773 01:03:35,134 --> 01:03:38,012 30은 무난히 넘어갔어요 774 01:03:42,475 --> 01:03:44,894 남들은 딴 말들을 하지만 775 01:03:45,353 --> 01:03:48,439 다음은 40이 고비라더군요 776 01:03:49,523 --> 01:03:53,277 아니었어요 재고할 거리도 없고 777 01:03:55,738 --> 01:03:59,867 그러고는 50이 되면 충격이 온댔어요 778 01:04:01,786 --> 01:04:04,246 그 말이 맞았어요 779 01:04:06,749 --> 01:04:09,293 사실이에요 780 01:04:10,294 --> 01:04:14,048 50에 들어서니까 균형을 못 잡겠어요 781 01:04:14,173 --> 01:04:16,717 아우, 참 50이면 한참인데 782 01:04:17,718 --> 01:04:20,179 아니, 그렇지 않아요 그게 783 01:04:21,639 --> 01:04:24,934 갑자기 고개를 들어 자기 있는 곳을 보게 되죠 784 01:04:25,226 --> 01:04:27,812 괜찮은 자리에 계실 테죠, 네? 785 01:04:30,231 --> 01:04:32,692 뭐, 그런 셈이죠 786 01:04:34,735 --> 01:04:37,915 그런데 기회들이 지나가고 다신 안 돌아오죠 787 01:04:39,015 --> 01:04:40,042 저, 어떤 거요? 788 01:04:41,784 --> 01:04:43,828 글쎄 789 01:04:48,207 --> 01:04:51,085 아기를 갖는 것도 멋지겠죠 790 01:04:55,256 --> 01:04:57,591 정말 그런 생각이세요? 791 01:05:02,221 --> 01:05:04,056 그래요 792 01:05:05,433 --> 01:05:09,020 전에는 그런 적 없지만 그래요 793 01:05:11,230 --> 01:05:14,608 참 오만하군 그토록 이기적이고 무정해 794 01:05:14,734 --> 01:05:16,694 아기 안 갖겠다 그랬잖아요 795 01:05:16,819 --> 01:05:19,113 무슨 소리야 '아기를 안 갖겠다'? 796 01:05:19,238 --> 01:05:23,242 - 내 일부이기도 한데 - 내 인생의 걸림돌이 될 뿐인데 797 01:05:23,367 --> 01:05:26,078 - 다 망친 거야 - 당신이야 맘대로 일 계속하고 798 01:05:26,203 --> 01:05:30,458 - 난 관두고 애 길러야죠 - 책임 분담하면 되지 799 01:05:30,583 --> 01:05:34,003 - 그래봐야 내 차지에요 - 난 애를 원했어 800 01:05:34,128 --> 01:05:38,215 - 그건 내 계획이 아니라고 했어요 - 한마디 상의도 없었잖아 801 01:05:38,340 --> 01:05:40,384 상의? 내 아이인데 802 01:05:40,509 --> 01:05:44,430 하는 일마다 다 상의하라고요? 당신 자존심만 다칠 텐데 803 01:05:44,555 --> 01:05:47,391 - 애를 원한다고 했잖아 - 그랬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804 01:05:47,516 --> 01:05:50,936 내 앞길이 그렇게 창창한 건 아냐 805 01:05:51,062 --> 01:05:55,191 말은 쉽죠, 당신은 업적을 다 쌓았잖아요, 난 이제 시작인데 806 01:05:55,316 --> 01:05:58,652 혼자 헤쳐나가야 한다고요 애한테도 안 된 일이지 807 01:05:58,778 --> 01:06:02,865 그래도 한마디 묻지도 않고 따져볼 기회도 안 주다니 808 01:06:02,990 --> 01:06:08,537 따지고 싶지 않았어요 한도 끝도 없지, 그렇게는 못 해요 809 01:06:08,662 --> 01:06:12,750 이런 세상에서 애를 기르고 싶어요? 정말? 810 01:06:12,875 --> 01:06:15,044 그토록 증오하던 세상에서 811 01:06:15,169 --> 01:06:18,464 존재의 맹목성을 그만치 강의해놓고는 812 01:06:18,589 --> 01:06:21,634 - 널 증오해 - 놔요, 그만해요 813 01:06:21,759 --> 01:06:24,845 더 못 견디겠어 놔요 814 01:06:24,970 --> 01:06:27,932 그토록 감정이 메말랐다니 815 01:06:28,057 --> 01:06:30,226 내 마음이 어떤지 알아 816 01:06:30,351 --> 01:06:32,478 자기 자신만 중요하겠지 817 01:06:32,603 --> 01:06:35,690 자기 경력 자기 사고방식 818 01:07:23,487 --> 01:07:26,991 저기 좀 속이 상해요 819 01:07:28,868 --> 01:07:31,662 오늘 정말 안된 여자를 만났어요 820 01:07:32,413 --> 01:07:34,957 보기엔 모든 걸 다 가진 여자 821 01:07:35,082 --> 01:07:37,960 근데 아니에요 아무것도 없었어요 822 01:07:38,669 --> 01:07:41,422 그걸 보니 겁이 났어요 823 01:07:42,131 --> 01:07:44,091 그러니까 824 01:07:44,216 --> 01:07:47,219 나 자신을 주체하지 않으면 825 01:07:47,345 --> 01:07:51,849 세월이 흘러 그렇게 될 거라는 826 01:07:54,143 --> 01:07:56,854 감정을 허용 안 했죠 827 01:07:56,979 --> 01:08:00,399 그래서 이렇게 828 01:08:01,275 --> 01:08:06,238 냉정하게 머리로 살아요 남들을 멀리한 채 829 01:08:08,115 --> 01:08:10,868 뭐, 그래요 전에도 이런 얘기를 했죠 830 01:08:10,993 --> 01:08:14,830 어떻게, 어떻게 해야만 내 식으로 보고 들을 수 있는지 831 01:08:15,289 --> 01:08:18,459 그 여자가 바로 그랬어요, 그건 832 01:08:18,584 --> 01:08:22,338 오랫동안 다 괜찮은 척했지만 833 01:08:22,463 --> 01:08:26,258 똑똑히 보여요, 어떻게 어떻게 자신을 잃었는지 834 01:08:28,803 --> 01:08:33,015 오래전 낙태한 걸 후회했죠 835 01:08:33,140 --> 01:08:35,559 여러 가지로 합리화했지만 836 01:08:35,685 --> 01:08:40,856 사실은 아이가 생겼을 때의 감정을 겁낸 거예요 837 01:08:42,233 --> 01:08:45,236 아주 똑똑하고 성공한 여자죠 838 01:08:45,861 --> 01:08:51,534 그래도 나랑 비슷해요, 그러니까 늘 감정에 등을 돌려요 839 01:08:53,035 --> 01:08:55,830 난 압도하는 남자들한테서는 달아났죠 840 01:08:55,955 --> 01:08:59,959 그 격정에 겁을 집어먹고는 841 01:09:02,837 --> 01:09:07,842 사람이 내내 속마음을 닫고 지낼 순 없어요, 그건 842 01:09:07,967 --> 01:09:13,305 그 여자 나이 돼서 텅 빈 내 인생을 보고 싶지 않아요 843 01:09:23,607 --> 01:09:25,651 하여튼 844 01:09:25,776 --> 01:09:29,905 점심을 드는 동안 아주 당혹스런 일이 생겼어요 845 01:09:30,781 --> 01:09:35,536 말하는 도중에 그 여자가 친구 리디아를 본 거예요 846 01:10:20,873 --> 01:10:22,917 마리온? 847 01:10:23,918 --> 01:10:26,212 늦었군 848 01:10:26,337 --> 01:10:29,048 기념일 선물 사 왔어 849 01:10:29,507 --> 01:10:32,968 내일이긴 하지만 지금 풀어보지 않을래? 850 01:10:38,015 --> 01:10:40,685 난 뭘 줄지 모르겠어 851 01:10:47,233 --> 01:10:50,111 늘 말한 대로 오페라 같은 거 852 01:10:55,074 --> 01:10:57,326 기념일 축하해 853 01:10:57,993 --> 01:11:00,663 자, 옷 갈아입자고 854 01:11:03,416 --> 01:11:05,876 아무 데도 안 갈 거야 855 01:11:06,168 --> 01:11:08,713 무슨 소리야? 856 01:11:11,966 --> 01:11:16,721 리디아와 있는 걸 레스토랑에서 봤어 날 못 봤겠지만 857 01:11:17,888 --> 01:11:20,433 둘을 지켜봤어 858 01:11:22,643 --> 01:11:26,814 그러고서는 몇 시간 걸으면서 마음을 진정시켰지 859 01:11:30,067 --> 01:11:33,154 참, 조금이라도 지각이 있었으면 860 01:11:34,405 --> 01:11:37,491 애초에 의심했을 텐데 861 01:11:38,200 --> 01:11:43,789 캐시 때도 몇 달 동안 간통 저지른 거잖아 862 01:11:44,915 --> 01:11:47,793 그건 사정이 달랐어 863 01:11:48,878 --> 01:11:51,213 아닌 것 같은데 864 01:11:57,011 --> 01:12:02,016 별거 아닌 거야 말하자면 지나간 거야 865 01:12:04,518 --> 01:12:07,188 심각하지 않았어 866 01:12:07,980 --> 01:12:11,817 그러니까, 어, 리디아 일은 전적으로 바보짓이었어 867 01:12:13,903 --> 01:12:20,034 안됐어, 켄, 당신도 나만큼이나 외로웠던 거야 868 01:12:23,954 --> 01:12:26,332 우리가 외로웠다고? 869 01:12:29,418 --> 01:12:32,296 적어도 난 그걸 깨닫게 됐지 870 01:12:37,134 --> 01:12:40,471 다음 날은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871 01:12:40,596 --> 01:12:44,058 그냥 거리를 거닐면서 내 인생을 생각하고 872 01:12:44,183 --> 01:12:46,602 정리해보려고 했다 873 01:12:46,727 --> 01:12:49,188 동생 폴과 이야기하고 싶어졌다 874 01:12:49,313 --> 01:12:53,359 그도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내리지 않았던가 875 01:12:54,402 --> 01:12:57,863 이상해, 린과는 있기만 하면 둘이 툭탁거렸는데 876 01:12:57,988 --> 01:13:01,075 켄과 싸운 적도 없으면서 헤어진다니 877 01:13:02,785 --> 01:13:06,706 - 그럼 집을 나올 거야? 아니면 켄이? - 아, 내가 878 01:13:07,957 --> 01:13:10,668 깨끗하게 새 출발 하고 싶어 879 01:13:10,793 --> 01:13:13,879 아주 다르게 살고 싶어 880 01:13:14,338 --> 01:13:17,925 우리 사이도 그렇고 881 01:13:19,260 --> 01:13:22,763 너와 린과도 더 가깝게 지내고 싶어 882 01:13:23,305 --> 01:13:26,100 다른 이들을 알고 싶어 883 01:13:27,727 --> 01:13:30,271 너만 괜찮으면 884 01:13:45,661 --> 01:13:48,622 그럼, 아빠 잘못인가요? 무슨 실수를 했나요? 885 01:13:48,748 --> 01:13:51,459 아, 우리 둘 다지, 응? 886 01:13:51,584 --> 01:13:54,670 뭐, 남 탓할 것도 없어 887 01:13:55,296 --> 01:13:58,174 - 내가 더하지 - 참, 안됐군요, 그건 888 01:13:59,592 --> 01:14:04,388 네가 너무 충격받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889 01:14:04,513 --> 01:14:07,683 뭐, 솔직히 말하면 진짜 890 01:14:07,808 --> 01:14:12,146 충격이 아니고, 그냥 좀 놀랐어요, 있잖아요, 그런 거 891 01:14:13,564 --> 01:14:18,611 사실은 늘 두 분 사이가 좀 그런 것 같았어요 892 01:14:18,736 --> 01:14:24,492 뭐라나, 너무 편하다고 하나 그게 아닌데, 그게 893 01:14:24,617 --> 01:14:27,495 그런 거 있잖아요? 894 01:14:28,746 --> 01:14:32,875 그래, 이 일로 너하고 사이에 지장이 없었으면 한단다 895 01:14:33,000 --> 01:14:35,294 서로 소중한 사이니까 896 01:14:35,419 --> 01:14:37,838 네, 저도 소중해요 897 01:14:48,766 --> 01:14:51,977 - 네? - 저, 옆 방 이웃인데요 898 01:14:52,103 --> 01:14:56,190 방음에 좀 문제가 있는 걸 알려드리려고요 899 01:14:56,315 --> 01:14:59,735 - 환자 이야기가 다 들리던데요 - 그래요? 900 01:14:59,860 --> 01:15:05,282 이거, 감사하군요, 처리하죠 전에도 그러더니, 방법을 찾아보죠 901 01:15:05,408 --> 01:15:10,204 그런데, 젊은 여자 환자분 있죠 임신했던가? 902 01:15:10,329 --> 01:15:13,958 어떻게 좀 연락할 수 있으면 해서 903 01:15:14,083 --> 01:15:16,961 아, 네 치료를 마쳤어요 904 01:15:18,754 --> 01:15:24,135 가버렸고 연락처도 없어요 드릴 말씀이 없죠 905 01:15:27,388 --> 01:15:29,849 나는 일로 돌아왔다 잘 나갔고 906 01:15:29,974 --> 01:15:32,977 따로 걸리적거릴 일도 없었다 907 01:15:33,102 --> 01:15:36,689 술술 써 내려갔고 힘이 넘쳐났다 908 01:15:36,814 --> 01:15:39,650 어느 화창한 아침에 짬을 내서 909 01:15:39,775 --> 01:15:44,655 읽어보지 않은 래리 루이스의 소설을 훑어보고 싶은 생각이 떠올랐다 910 01:15:44,780 --> 01:15:50,244 헬렌카라는 인물이 궁금해졌다 내가 모델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911 01:15:50,369 --> 01:15:53,039 책을 펼치고 페이지를 넘기다가 912 01:15:53,164 --> 01:15:56,876 그 이름에 눈길이 가닿았다 913 01:16:04,550 --> 01:16:07,970 '어느 날 헬렌카와 우연히 마주쳤는데' 914 01:16:08,095 --> 01:16:11,349 '둘 다 콘서트 티켓을 사려는 참이었다' 915 01:16:11,474 --> 01:16:15,811 '친한 친구의 연인으로 알고 지내는 사이였다' 916 01:16:15,936 --> 01:16:21,025 '최근 둘은 결혼하기로 했다 나한테는 재앙 같은 일이었다' 917 01:16:21,150 --> 01:16:26,155 '소개받는 순간부터 그녀에게 빠져버린 나였다' 918 01:16:27,239 --> 01:16:30,326 '한잔하자고 그녀를 구슬렸다' 919 01:16:30,451 --> 01:16:34,747 '여태껏 둘만 이렇게 있기는 처음이었다' 920 01:16:34,872 --> 01:16:39,126 '사랑스런 그녀 앞에서 나는 너무 많은 말을 급히 쏟아냈다' 921 01:16:39,251 --> 01:16:42,254 '내 속마음을 주체 못 해서였다' 922 01:16:42,380 --> 01:16:45,257 '그러면서 가슴이 아려왔다' 923 01:16:47,009 --> 01:16:51,514 '우리는 센트럴 파크를 거닐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924 01:16:51,639 --> 01:16:57,061 '나는 쓰려는 책 이야기를 했고 서부에서 살고 싶다고 했다' 925 01:16:57,186 --> 01:17:00,272 '헬렌카는 곧 있을 결혼 이야기에 열중했는데' 926 01:17:00,398 --> 01:17:02,900 '내 생각엔 좀 너무 열심이었다' 927 01:17:03,025 --> 01:17:07,238 '나보다는 자신에게 확신을 심으려는 듯' 928 01:17:08,072 --> 01:17:10,616 '곧 비가 오기 시작했다' 929 01:17:11,158 --> 01:17:15,079 '우리는 폭우를 피해 고가다리 아래로 뛰어들었다' 930 01:17:15,788 --> 01:17:18,708 '그때 그녀는 얼마나 아름다웠고' 931 01:17:18,833 --> 01:17:22,336 '날 바라보는 눈길은 얼마나 다정했던가' 932 01:17:22,461 --> 01:17:27,633 '감정이 솟구쳐오르며 무수한 말들이 입가를 맴돌았다' 933 01:17:28,300 --> 01:17:32,346 '그녀도 다 알면서 겁내는 것 같았다' 934 01:17:32,471 --> 01:17:37,101 '직감이 내게 속삭였다 키스해, 그녀는 받아들일 거야' 935 01:17:40,813 --> 01:17:43,649 '그녀의 키스는 갈망에 차 있었고' 936 01:17:43,774 --> 01:17:48,279 '다른 누구와도 나누지 못할 감정이었다' 937 01:17:51,782 --> 01:17:56,037 '그러고는 담이 쳐지고 순식간에 앞을 가로막았다' 938 01:17:56,162 --> 01:18:01,375 '너무 늦은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강렬한 열정이 있으며' 939 01:18:01,500 --> 01:18:05,212 '언젠가는 스스로 그걸 풀어 내리라' 940 01:18:07,715 --> 01:18:13,220 책을 덮었다, 동경과 희망이 뒤섞인 묘한 감정이 나를 사로잡았다 941 01:18:14,680 --> 01:18:19,643 추억이란 내 속에 있는 한때 잃었던 그 무엇일까 942 01:18:20,561 --> 01:18:24,815 오랜만에 처음으로 나는 평온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