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00:00:03,704 --> 00:00:06,040 [파도 소리] 2 00:00:42,618 --> 00:00:44,745 [무거운 음악] 3 00:01:07,101 --> 00:01:08,811 (정조) 네가 약전이로구나 4 00:01:11,397 --> 00:01:14,900 내가 자네를 뽑으려고 증광 별시를 연 모양이다 5 00:01:17,194 --> 00:01:18,487 벼슬은 안 하겠다더니 6 00:01:19,321 --> 00:01:21,031 어찌 마음을 바꿨느냐? 7 00:01:22,032 --> 00:01:23,534 출세를 하지 않고 어찌 8 00:01:24,285 --> 00:01:26,620 어진 군주를 섬길 수 있겠사옵니까 9 00:01:27,663 --> 00:01:28,831 {\an8}입에 발린 소리를 10 00:01:30,749 --> 00:01:32,001 {\an8}천연덕스럽게 하는구나 11 00:01:34,336 --> 00:01:35,796 (정조) 가까이 보니 12 00:01:35,879 --> 00:01:37,423 형이 아우보다 낫다 13 00:01:38,799 --> 00:01:41,260 너희 집안이 서학에 관심을 갖는 것은 14 00:01:41,343 --> 00:01:42,595 나무랄 일이 아니야 15 00:01:42,678 --> 00:01:43,596 하지만 16 00:01:45,264 --> 00:01:47,308 그 일로 관료들의 눈 밖에 나는 것은 17 00:01:47,391 --> 00:01:48,642 조심할 일이다 18 00:01:49,310 --> 00:01:53,147 벼슬한 선비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 뭔지 아느냐? 19 00:01:55,024 --> 00:01:56,525 버티는 것이야 20 00:01:59,278 --> 00:02:02,531 사방에서 칼이 들어오고 오물을 뒤집어써도 21 00:02:02,615 --> 00:02:04,033 버텨 내는 것이야 22 00:02:05,367 --> 00:02:08,579 내 너희 형제들을 긴히 쓸 날이 있을 것이니 23 00:02:09,788 --> 00:02:11,790 무슨 일이 있어도 버텨야 한다 24 00:02:14,585 --> 00:02:15,753 알겠지? 25 00:02:18,964 --> 00:02:21,967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26 00:02:24,178 --> 00:02:25,054 (승훈) 성부와 27 00:02:25,763 --> 00:02:26,972 성자와 28 00:02:27,765 --> 00:02:29,642 성신의 이름으로 29 00:02:31,018 --> 00:02:32,978 세례자 요한에게 30 00:02:33,062 --> 00:02:34,772 세례를 주노라 31 00:02:35,814 --> 00:02:38,651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이신 32 00:02:38,734 --> 00:02:40,611 전능하신 창조주… 33 00:02:41,570 --> 00:02:42,905 (환지) 정약전 34 00:02:43,864 --> 00:02:45,240 정약종 35 00:02:46,158 --> 00:02:47,117 {\an8}정약용 36 00:02:47,618 --> 00:02:49,244 {\an8}이 삼 형제들은 37 00:02:50,245 --> 00:02:53,457 사학의 뿌리가 되어 나라를 어지럽히는 흉인들이오니 38 00:02:54,291 --> 00:02:56,418 의금부에 명을 내려 39 00:02:57,378 --> 00:02:59,838 나라의 기강을 바로잡으소서 40 00:03:01,006 --> 00:03:02,883 선왕께서 승하하신 지 41 00:03:04,635 --> 00:03:06,553 1년도 되지 않았는데 42 00:03:06,637 --> 00:03:08,931 {\an8}(순조) 어찌 선왕께서 아끼시던 신하들을… 43 00:03:09,014 --> 00:03:10,599 {\an8}(정순대비) 사학에 대한 일은 44 00:03:11,642 --> 00:03:14,228 진실로 나의 뜻에 부합됩니다 45 00:03:14,978 --> 00:03:18,232 그들을 엄히 다스리는 것은 매우 중한 일이니 46 00:03:19,692 --> 00:03:22,027 속히 잡아들여야 합니다 47 00:03:26,115 --> 00:03:27,658 잡아들이세요 48 00:03:28,951 --> 00:03:30,452 {\an8}[긴장되는 음악] 49 00:03:40,504 --> 00:03:43,007 정약종이 잡으러 마재에 가는 길이오? 50 00:03:44,341 --> 00:03:46,260 [말 울음] (금부도사) 그렇소 51 00:03:46,343 --> 00:03:47,636 그걸 어찌 아시오? 52 00:03:48,554 --> 00:03:50,347 (약종) 내가 정약종이오! 53 00:03:50,848 --> 00:03:53,225 내 형과 아우가 잡혔단 말을 듣고 54 00:03:53,308 --> 00:03:55,853 지금 의금부로 가던 참이니 잘됐소 55 00:03:56,812 --> 00:03:57,688 같이 갑시다 56 00:03:57,771 --> 00:03:59,773 (금부도사) 야, 야, 야 잡아, 잡아! 57 00:04:00,482 --> 00:04:01,900 어서 가서 묶어라, 묶어! 58 00:04:01,984 --> 00:04:03,652 (약종) 나에게 천주교는 59 00:04:03,736 --> 00:04:06,905 지극히 바른 것이요 진실한 도라 믿기에 60 00:04:08,282 --> 00:04:09,992 [풀벌레 울음] 나라에서 금한 이후로도 61 00:04:10,075 --> 00:04:12,661 나는 바꾸려는 생각이 조금도 없었소 62 00:04:16,248 --> 00:04:18,042 {\an8}다만 내 형과 아우가 63 00:04:18,709 --> 00:04:20,544 천주교를 배우려 하지 않은 것이 64 00:04:21,045 --> 00:04:22,421 한스러울 뿐이오 65 00:04:22,504 --> 00:04:26,008 (환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가상하지만 66 00:04:26,550 --> 00:04:29,636 형제를 두둔함은 가증스러운 일이다 67 00:04:30,721 --> 00:04:33,307 약용은 어찌 변명할지 궁금하네 68 00:04:36,060 --> 00:04:38,270 위로는 임금을 속일 수 없고 69 00:04:39,646 --> 00:04:42,149 아래로는 형을 증거로 삼을 수 없으니 70 00:04:43,358 --> 00:04:46,570 (약용) 나는 오직 죽음밖에는 택할 것이 없소 71 00:04:47,362 --> 00:04:50,282 (병모) 이곳이 형제간의 의리를 자랑하는 곳이냐? 72 00:04:51,241 --> 00:04:52,201 약전 73 00:04:53,494 --> 00:04:55,412 너도 자랑만 늘어놓을 것이냐? 74 00:04:57,956 --> 00:04:58,832 나는! 75 00:05:00,000 --> 00:05:02,127 사학 하는 사람들이 원수요! 76 00:05:03,545 --> 00:05:05,089 (약전) 나한테 관원 몇 명만 붙여 준다면 77 00:05:05,172 --> 00:05:06,632 열흘 안에! 78 00:05:06,715 --> 00:05:08,842 사학의 뿌리를 뽑아 바치겠소 79 00:05:17,851 --> 00:05:19,728 (약용) 형님은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80 00:05:20,687 --> 00:05:22,439 어찌 그리 당당히 하셨습니까? 81 00:05:24,441 --> 00:05:25,484 (약전) 미안하네 82 00:05:27,402 --> 00:05:30,114 나 같은 배교자가 순교자가 되는 것을 83 00:05:31,406 --> 00:05:33,659 천주님도 원치 않으실 것 아닌가 84 00:05:35,202 --> 00:05:39,039 (시수) 정약전이 저렇게 나오면 정약용을 죽일 명분이 없지 않소? 85 00:05:39,122 --> 00:05:40,415 (용보) 무슨 소리요 86 00:05:40,499 --> 00:05:42,709 천 명을 죽여도 정약용이 하나를 못 죽이면은 87 00:05:42,793 --> 00:05:45,045 한 명도 못 죽인 거나 마찬가지요 88 00:05:45,128 --> 00:05:47,214 (환지) 조카사위 황사영은 아직 안 잡혔소? 89 00:05:47,965 --> 00:05:50,551 (시수) 조선 팔도를 쥐 잡듯이 뒤지는 중입니다 90 00:05:50,634 --> 00:05:53,053 (환지) 황사영만 잡히면 죽일 명분이 생길 것이니 91 00:05:53,846 --> 00:05:55,556 둘은 일단 유배 보내고 92 00:05:56,139 --> 00:05:57,933 정약종이 목부터 칩시다 93 00:05:59,935 --> 00:06:02,229 [무거운 음악] 94 00:06:02,312 --> 00:06:04,398 (사영) 예수 그리스도의 성스러운 이름이 95 00:06:04,940 --> 00:06:07,943 {\an5}[풀벌레 울음] 이 나라에서 아주 끊어져 버리려 합니다 96 00:06:11,071 --> 00:06:13,448 {\an8}이 사실을 교황께 자세히 알리어 97 00:06:14,116 --> 00:06:16,535 저희를 구원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98 00:06:16,618 --> 00:06:18,537 [쓱쓱 베는 소리] 99 00:06:18,620 --> 00:06:20,914 {\an5}(구경꾼) 저것들은 조상 제사도 안 지낸다며? [구경꾼들이 웅성거린다] 100 00:06:20,998 --> 00:06:22,583 저런 세상 물 흐리는 것들은 101 00:06:22,666 --> 00:06:24,585 다 씨를 말려야 해, 응? 102 00:06:25,335 --> 00:06:27,129 우리를 비웃지 마시오 103 00:06:27,212 --> 00:06:28,839 [무거운 음악] 104 00:06:31,008 --> 00:06:32,259 심판의 날이 오면 105 00:06:32,342 --> 00:06:35,178 우리의 고통은 즐거움으로 변할 것이고 106 00:06:36,305 --> 00:06:39,099 (약종) 당신들의 웃음은 고통이 될 것이니 107 00:06:40,017 --> 00:06:41,184 비웃지 마시오! 108 00:06:41,935 --> 00:06:44,271 (형리) 예수쟁이들의 말을 귀담아듣지 마시오! 109 00:06:45,105 --> 00:06:46,231 집행하라 110 00:06:50,694 --> 00:06:52,446 땅을 내려다보고 죽느니 111 00:06:54,156 --> 00:06:55,908 하늘을 우러러보며 죽겠다 112 00:06:57,200 --> 00:06:58,869 (사영) 조선에서 10년 동안 113 00:06:59,369 --> 00:07:00,913 [잘그랑거리는 소리] 순교한 이가 매우 많아 114 00:07:02,581 --> 00:07:04,249 심지어 교회의 신부와 115 00:07:04,875 --> 00:07:07,628 나라의 중신들까지도 죽음을 당하였습니다 116 00:07:09,338 --> 00:07:10,797 [망나니의 기합] 117 00:07:11,381 --> 00:07:13,217 주여! [날카로운 효과음] 118 00:07:14,218 --> 00:07:16,094 (사영) 주교님께서 할 수 있다면 119 00:07:16,803 --> 00:07:18,138 군함 수백 척과 120 00:07:18,680 --> 00:07:23,018 정예 군사 오륙만 명과 대포 등 무기를 싣고 와 121 00:07:23,685 --> 00:07:24,853 조정을 압박하면… 122 00:07:26,063 --> 00:07:27,356 [밤새 울음] 123 00:07:27,439 --> 00:07:31,026 (병모) 너희 집안의 조카사위 황사영이 쓴 이 글을 보면 124 00:07:31,777 --> 00:07:33,528 천주교를 빙자해서 125 00:07:33,612 --> 00:07:35,656 나라를 통째로 서양 놈들에게 넘기겠다는 126 00:07:35,739 --> 00:07:37,324 대역 중의 대역이다 127 00:07:37,407 --> 00:07:40,410 같은 신앙을 가진 너희 또한 같은 생각일 것이 아니냐! 128 00:07:40,494 --> 00:07:41,745 (약전) 우리 형제들이 129 00:07:43,205 --> 00:07:46,500 황사영과 주고받은 편지까지 다 보지 않으셨소! 130 00:07:46,583 --> 00:07:48,126 거기에 황사영과 같은 생각이 131 00:07:48,210 --> 00:07:50,379 단 한 글자라도 있다면 보여 주시오! 132 00:07:53,048 --> 00:07:55,175 내 동생 정약용이 선왕 앞에서 133 00:07:56,093 --> 00:08:00,013 천주교를 버렸다고 맹세했음은 당신들도 잘 알고 있지 않소! 134 00:08:00,973 --> 00:08:01,848 그런데도 135 00:08:03,475 --> 00:08:05,269 내 동생을 죽이겠다고 하는 것은 136 00:08:05,811 --> 00:08:06,687 정조 대왕의 유지를 137 00:08:06,770 --> 00:08:08,897 완전히 지워 버리겠다는 것 아니겠소! 138 00:08:12,234 --> 00:08:14,903 당신들의 의도를 백성들이 모를 것 같소? 139 00:08:17,739 --> 00:08:18,657 (용보) 아니, 아니, 아니 140 00:08:18,740 --> 00:08:20,826 정약용이 그놈 하나를 못 죽인단 말이오? 141 00:08:21,368 --> 00:08:23,996 (시수) 유배나 멀리 보내 세상에서 잊히게 합시다 142 00:08:24,496 --> 00:08:26,957 약용은 저 바다 끄트머리 흑산도 143 00:08:27,040 --> 00:08:28,875 약전은 전라도 땅끝 강진 144 00:08:28,959 --> 00:08:29,793 (환지) 아니 145 00:08:32,087 --> 00:08:34,172 약전을 흑산도로 보냅시다 146 00:08:35,215 --> 00:08:36,091 이제 보니 147 00:08:36,717 --> 00:08:38,719 형이 더 위험한 인간이오 148 00:08:40,637 --> 00:08:42,681 [새가 지저귄다] [차분한 음악] 149 00:08:46,435 --> 00:08:48,854 (약전) 도성에서 뱃길로 구백 리 150 00:08:48,937 --> 00:08:50,897 섬 둘레가 삼십오 리 151 00:08:50,981 --> 00:08:53,066 가호 수는 이백팔십삼 호 [뻐꾸기 울음] 152 00:08:53,984 --> 00:08:55,902 남자가 삼백육십일 명 153 00:08:55,986 --> 00:08:58,530 여자가 삼백사십사 명이라… 154 00:08:58,613 --> 00:09:00,157 (약용) 흑산도 말씀이십니까? 155 00:09:01,116 --> 00:09:02,576 (약전) 신기한 일일세 156 00:09:02,659 --> 00:09:05,078 영조 임금 때 쓴 '여지도서'에서 봤을 때는 157 00:09:05,704 --> 00:09:07,622 외울 마음이 전혀 없었는데 158 00:09:08,665 --> 00:09:11,251 어찌 이리도 생생하게 기억이 나냔 말일세 159 00:09:12,377 --> 00:09:14,004 이런 게 운명 아니겠는가? 160 00:09:14,504 --> 00:09:17,549 백 명을 죽이고 사백 명을 유배시켰는데 161 00:09:18,300 --> 00:09:20,886 그 사백 명 안에 든 것도 운명입니까? 162 00:09:22,179 --> 00:09:23,638 욕되게 생각하지 마시게 163 00:09:24,306 --> 00:09:26,850 죽어 욕된 것은 만회할 길이 없지만 164 00:09:26,933 --> 00:09:29,644 (약전) 살아 욕된 것은 살아서 만회할 수가 있네 165 00:09:30,896 --> 00:09:32,564 버틸 때까지 버텨 보세 166 00:09:33,774 --> 00:09:35,567 {\an8}[풀벌레 울음] [산새 울음] 167 00:09:44,993 --> 00:09:46,912 {\an8}(약용) 초가 주막 새벽 등 168 00:09:48,580 --> 00:09:50,207 {\an8}푸르스레 꺼지려 해서 169 00:09:51,416 --> 00:09:52,626 {\an8}[잔잔한 음악] 170 00:09:53,668 --> 00:09:55,087 {\an8}일어나 샛별 보니 171 00:09:56,254 --> 00:09:57,631 {\an8}이별할 일 참담하구나 172 00:09:59,508 --> 00:10:01,093 {\an8}두 눈만 뜬 채 173 00:10:02,260 --> 00:10:03,720 {\an8}두 입 다 할 말 잃어 174 00:10:05,263 --> 00:10:07,015 {\an8}애써 목청 다듬건만 175 00:10:08,433 --> 00:10:09,351 {\an8}"율정" 176 00:10:09,434 --> 00:10:11,770 {\an8}나오는 건 오열뿐 177 00:10:18,735 --> 00:10:19,569 형님은 178 00:10:21,613 --> 00:10:22,781 웃으시는군요 179 00:10:23,490 --> 00:10:24,449 [살짝 웃는다] 180 00:10:26,368 --> 00:10:28,161 섬에 들어간다 생각하니 181 00:10:29,663 --> 00:10:30,789 두려움보다 182 00:10:31,415 --> 00:10:33,041 설렘이 앞서나 보네 183 00:10:40,507 --> 00:10:41,675 {\an8}[멀어지는 발걸음] 184 00:10:41,758 --> 00:10:43,427 {\an8}(약용) 흑산도 머나먼 곳 185 00:10:44,886 --> 00:10:45,720 {\an8}[울먹인다] 186 00:10:45,804 --> 00:10:47,597 {\an8}바다와 하늘뿐인데 187 00:10:49,474 --> 00:10:51,560 {\an8}형님께서 어찌 그곳으로 188 00:10:53,395 --> 00:10:54,604 {\an8}가시겠소 189 00:11:15,500 --> 00:11:18,336 (진졸1) 야, 뭐 좀 잡히디? [갈매기 울음] 190 00:11:19,045 --> 00:11:20,839 아따, 이놈 새끼 많이도 잡았다잉? 191 00:11:20,922 --> 00:11:22,757 아따, 거 고만 좀 가져가쇼! 192 00:11:22,841 --> 00:11:24,968 (진졸1) 에헤 거, 나랏일 집행하는디 193 00:11:25,051 --> 00:11:27,012 (창대) 미역 말려도 세금 김 말려도 세금! 194 00:11:27,095 --> 00:11:28,013 [진졸1의 힘주는 소리] 195 00:11:28,096 --> 00:11:29,973 물괴기 잡을 때마다 다 뺏어 가 불면 196 00:11:30,056 --> 00:11:31,558 우리들은 뭐 먹고 살라고 [침을 퉤 뱉는다] 197 00:11:31,641 --> 00:11:32,893 (진졸2) 알았다, 알았어 198 00:11:32,976 --> 00:11:34,436 우리가 뭐 이러고 잪어 이러냐? 199 00:11:35,437 --> 00:11:37,355 쩌그 양반 땜에 우리도 죽겄다 200 00:11:37,439 --> 00:11:39,941 (진졸1) 돈 주고 벼슬 사서 충청도서 여까지 왔는디 201 00:11:40,025 --> 00:11:41,067 본전은 안 뽑고 잪겄냐? 202 00:11:41,151 --> 00:11:43,612 그 충청도에서 잃은 본전을 왜 흑산도서 뽑냐고라! 203 00:11:43,695 --> 00:11:45,447 (진졸1) 아따, 자식 거, 투덜대기는 204 00:11:45,530 --> 00:11:47,282 아나, 아나, 이것도 가져가라 205 00:11:49,326 --> 00:11:50,785 근디 별장까지 나오고 별일이네 206 00:11:51,286 --> 00:11:52,704 (창대) 뭔 일 있어요? 207 00:11:52,787 --> 00:11:54,289 귀헌 손님 온단다 208 00:11:54,372 --> 00:11:55,373 아주 귀헌 손님 209 00:11:56,208 --> 00:11:57,334 쩌그 온다, 쩌그 210 00:12:03,882 --> 00:12:05,342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211 00:12:05,425 --> 00:12:07,010 (가거댁) 아니, 저 양반이 뉘신데 212 00:12:07,093 --> 00:12:08,929 별장까지 마중 나왔다요? 213 00:12:09,471 --> 00:12:12,599 (풍헌) 이, 병조 좌랑까지 지낸 명문 사대부라네 214 00:12:12,682 --> 00:12:16,061 동상도 같이 유배를 왔다는디 동상은 강진으로 갔다는구먼그려 215 00:12:16,144 --> 00:12:17,479 (가거댁) 어메메 216 00:12:17,562 --> 00:12:19,898 아, 뭔 죄를 지었길래 여 흑산도까정 왔을까? 217 00:12:19,981 --> 00:12:21,399 (창대) 거시기 218 00:12:21,483 --> 00:12:24,819 거, 천하 인재로 소문난 정씨 형제들 아닌게라? 219 00:12:25,445 --> 00:12:27,364 (풍헌) 음, 니도 안다잉 220 00:12:28,782 --> 00:12:30,158 [풍헌이 연신 혀를 쯧쯧 찬다] 221 00:12:30,242 --> 00:12:32,869 유배 길에 심신이 많이 상했겠네 222 00:12:33,870 --> 00:12:35,747 그래도 육지 사람이라 훤하네 223 00:12:35,830 --> 00:12:36,957 [가거댁이 살짝 웃는다] 224 00:12:43,546 --> 00:12:45,632 흑산 수군진 별장 엄부길이올시다 225 00:12:45,715 --> 00:12:47,968 - 예, 저는… - (별장) 예, 익히 들어서 아니께 226 00:12:49,052 --> 00:12:50,470 자, 내 말 똑바로들 들어잉 227 00:12:51,096 --> 00:12:52,347 (별장) 이 양반은 말이여 228 00:12:52,430 --> 00:12:54,015 대역죄인인디 229 00:12:54,099 --> 00:12:55,892 [사람들이 술렁인다] 사형을 면허고 230 00:12:55,976 --> 00:12:57,727 귀양을 온 것이여, 귀양 231 00:12:57,811 --> 00:12:59,938 (창대) 뭔 죄를 지었건디 사형까지 가요? 232 00:13:00,438 --> 00:13:02,691 사학죄인이라는디 것이 뭣이냐? 233 00:13:02,774 --> 00:13:04,442 (주민1) 아이, 그, 서양서 들어온 234 00:13:04,526 --> 00:13:06,569 사악한 학문에 빠진 역적들 아니여 235 00:13:08,113 --> 00:13:10,115 아따, 사학죄인이구마이 236 00:13:10,198 --> 00:13:12,659 그라니께 너무 잘해 줄 생각들 말어, 어? 237 00:13:13,702 --> 00:13:15,662 (별장) 이 양반 땜시로 문제가 생기믄 238 00:13:16,246 --> 00:13:18,331 내 신상에도 문제가 생기니께 말이여 239 00:13:18,415 --> 00:13:20,959 각별히 조심들 허고잉, 어? [사람들이 대답한다] 240 00:13:22,794 --> 00:13:24,504 그랴도 뭐… [못마땅한 숨소리] 241 00:13:25,088 --> 00:13:27,716 먹여 주고 재워 주기는 해야 할 터인디 242 00:13:28,800 --> 00:13:29,884 누가 할텨, 거시기를? 243 00:13:30,552 --> 00:13:31,761 제가 뫼십지요 244 00:13:31,845 --> 00:13:35,390 그, 글 꽤나 아는 지가 거, 말 상대도 좀 해 드리고, 잉 245 00:13:35,473 --> 00:13:37,517 (주민1) 아, 우리 집도 노는 방 많은디, 응? 246 00:13:37,600 --> 00:13:38,518 - (주민2) 그러면… - (주민3) 저 247 00:13:38,601 --> 00:13:40,854 (주민3) 우리 집은 방바닥까정 새로 싹 갈았는디 248 00:13:40,937 --> 00:13:42,188 훈훈혀 249 00:13:42,272 --> 00:13:43,606 훈훈허다고, 응 250 00:13:44,399 --> 00:13:46,735 그래, 뭐, 누구 집이든 괜찮은디 251 00:13:46,818 --> 00:13:48,320 나한테 양식 받으러 오면 안 돼여! 252 00:13:49,070 --> 00:13:50,071 (별장) 이? 253 00:13:50,697 --> 00:13:51,698 흑산도는 말이여 254 00:13:53,241 --> 00:13:54,117 하도! 255 00:13:54,784 --> 00:13:58,121 하도 가난해서 나도 하루에 보리밥 두 끼밖에 못 먹응께 256 00:13:58,204 --> 00:14:00,081 [살짝 웃으며] 저희 집서 뫼시고 257 00:14:00,165 --> 00:14:02,876 그, 양식은 동네에서 걷도록 하죠, 뭐, 응 258 00:14:02,959 --> 00:14:04,836 (풍헌) 어찐가들? 잉? [별장의 한숨] 259 00:14:04,919 --> 00:14:05,879 가거댁 260 00:14:06,421 --> 00:14:07,714 (진졸1) 아, 가거댁은 왜 가만있어? 261 00:14:07,797 --> 00:14:09,841 아래채도 있고 밭뙈기도 있고 262 00:14:09,924 --> 00:14:10,925 내가 봤을 땐 딱인디? 263 00:14:11,009 --> 00:14:12,677 (가거댁) 아, 지금 뭔 소리다요? 264 00:14:12,761 --> 00:14:15,347 여자 혼자 사는디 뭔 일 나면 어쩔라고 265 00:14:21,186 --> 00:14:22,312 뭔 일 없을 겨 266 00:14:25,065 --> 00:14:26,566 (별장) 뭐 하는 겨? 안 뫼시고 가고 267 00:14:27,233 --> 00:14:28,109 어? 268 00:14:29,778 --> 00:14:31,571 어유, 일간 찾아뵙겄습니다 269 00:14:34,115 --> 00:14:34,991 나와요! [차분한 음악] 270 00:14:36,034 --> 00:14:37,577 훠이, 훠이, 훠이! 비켜 271 00:14:38,495 --> 00:14:42,374 {\an5}[새가 지저귄다] (가거댁) 마침 창대가 홍어를 실헌 놈으로 잘 잡았네이 272 00:14:42,457 --> 00:14:43,291 (아낙1) 성님 273 00:14:43,375 --> 00:14:45,877 근디 이래도 될랑가 모르겄어 274 00:14:45,960 --> 00:14:46,836 (가거댁) 뭣이? 275 00:14:46,920 --> 00:14:48,755 아니, 별장이 잘해 주지 말라고 그랬는디 276 00:14:48,838 --> 00:14:50,215 [가거댁의 못마땅한 소리] 277 00:14:51,508 --> 00:14:53,426 나라에서 죄인은 죄인이고 278 00:14:53,510 --> 00:14:55,387 우리 집에 온 손님은 손님잉께 279 00:14:55,970 --> 00:14:58,640 (아낙1) 옴마, 아따, 보살 났네 어이구, 참 280 00:14:59,307 --> 00:15:00,433 (약전) 가거댁은 281 00:15:00,517 --> 00:15:02,477 가거도에서 와서 가거댁인가? 282 00:15:03,269 --> 00:15:05,730 조선의 서쪽 끝에 있다는 그 가거도 283 00:15:05,814 --> 00:15:09,025 예, 흑산도보다 더 멀지라우 [웃음] 284 00:15:09,109 --> 00:15:11,152 먼 데서 시집오셨네그려 285 00:15:11,236 --> 00:15:12,362 (가거댁) 그랑께 말이어라 286 00:15:12,445 --> 00:15:14,364 내가 저 먼 데서 왔더만 287 00:15:14,864 --> 00:15:16,408 서방은 뭣이 급하다고 288 00:15:16,491 --> 00:15:18,159 더 먼 데로 가 불고 [가거댁의 웃음] 289 00:15:19,077 --> 00:15:20,578 이거 홍어 생물인디 290 00:15:20,662 --> 00:15:22,622 여 한번 드셔 보시제라이 291 00:15:22,706 --> 00:15:25,333 (풍헌) 그나마 시부모도 일찌거니 가 줬응께 거시기 허지 292 00:15:25,417 --> 00:15:27,919 {\an5}안 그렸어 봐 서방도 없는 시집살이를… [풍헌의 웃음] 293 00:15:28,586 --> 00:15:30,547 여지껏 하고 있었을 거 아니여 [함께 웃는다] 294 00:15:31,214 --> 00:15:33,466 허기사 그 양반들이 나한테 밭뙈기라도 295 00:15:33,550 --> 00:15:35,677 저렇게 물려줬응께 내가 혼자 살었지 296 00:15:35,760 --> 00:15:37,846 (가거댁) 안 그랬으면 벌시로… [가거댁의 웃음] 297 00:15:39,431 --> 00:15:40,265 아이 298 00:15:40,348 --> 00:15:42,559 저, 이게 입에 맞으실랑가 모르겄네 299 00:15:42,642 --> 00:15:43,727 [가거댁의 웃음] 300 00:15:43,810 --> 00:15:47,147 씁, 글쎄, 생물 홍어는 처음이라… 301 00:15:47,731 --> 00:15:51,109 (풍헌) 잉, 이 홍어는 원래 생물이 진짠디요 302 00:15:51,192 --> 00:15:53,403 아, 여거서 나주까지 싣고 가는 사이에 그냥 303 00:15:53,486 --> 00:15:55,488 푹 허니 삭아져 버리니께 304 00:15:55,572 --> 00:15:58,324 육지 사람들은 이 맛을 알 수가 없지라 305 00:15:59,451 --> 00:16:00,535 [오도독] 306 00:16:04,914 --> 00:16:06,750 음, 다른 맛이네 307 00:16:08,168 --> 00:16:10,336 이런 맛일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도 못 했네 308 00:16:10,420 --> 00:16:11,379 [함께 웃는다] 309 00:16:11,463 --> 00:16:12,797 찰지고 맛있지라? 310 00:16:12,881 --> 00:16:14,299 [가거댁의 웃음] [편안한 음악] 311 00:16:14,382 --> 00:16:16,968 아, 근데 창대가 어째 안 올께라? 312 00:16:17,051 --> 00:16:19,429 (가거댁) 홍어도 창대한테 싸게 갖고 왔는디 313 00:16:19,512 --> 00:16:20,847 (풍헌) 아, 그러게 말이여 314 00:16:20,930 --> 00:16:23,141 아, 나리한테 제일로 먼저 달려왔어야 할 놈인디 315 00:16:23,224 --> 00:16:24,350 [풍헌의 웃음] 316 00:16:25,059 --> 00:16:25,935 아! 317 00:16:26,019 --> 00:16:29,272 동네에 창대라는 총각 놈이 하나 있는디요 318 00:16:29,355 --> 00:16:30,607 아, 글씨, 이놈이 319 00:16:30,690 --> 00:16:34,444 '천자문', '소학' '명심보감'까지 다 띠었는디 320 00:16:34,527 --> 00:16:36,446 동네에 더는 읽을 책이 없어 갖고 321 00:16:36,529 --> 00:16:37,906 못 읽고 있지라우 322 00:16:37,989 --> 00:16:43,203 근디 이놈한테 맨 처음 '천자문'을 가르쳐 준 사람이 323 00:16:43,286 --> 00:16:45,663 바로 접니다요 [풍헌의 웃음] 324 00:16:46,206 --> 00:16:48,458 아유, 잘난 척 좀 그만하쇼 [가거댁의 웃음] 325 00:16:48,541 --> 00:16:49,751 [멀리서 개가 짖는다] [풀벌레 울음] 326 00:16:49,834 --> 00:16:51,377 (창대) '순천자' 327 00:16:51,461 --> 00:16:54,380 즉, 하늘에 따르는 자는 흥허고 328 00:16:54,464 --> 00:16:55,632 응 329 00:16:55,715 --> 00:16:57,175 [창대가 중얼거린다] 오매, 깝깝한 거 330 00:16:58,510 --> 00:17:01,805 나주 한번 갔다 오라는 것이 뭣이 그라고 어렵냐! 331 00:17:01,888 --> 00:17:03,306 (창대) 거그를 거, 뭣 허게 가요 332 00:17:03,389 --> 00:17:05,391 고짝에 대고는 오줌도 싸기 싫은디 333 00:17:06,601 --> 00:17:08,978 이, 이 오살할 놈아 [창대를 탁 때린다] 334 00:17:09,521 --> 00:17:11,523 그람서 책은 뭣 허게 읽냐? 335 00:17:11,606 --> 00:17:15,235 니 어려서는 아부지한테 이쁨받을라고 읽었다 치고야 336 00:17:16,069 --> 00:17:18,822 인자는 똑같은 책 백 번, 천 번 읽은들 337 00:17:18,905 --> 00:17:21,032 벼슬을 허냐, 밥이 나오냐? 338 00:17:21,115 --> 00:17:23,743 - 아따, 뭔 말을 그라고 해 부요? - (창대 모) 뭣을? 339 00:17:24,577 --> 00:17:26,454 '오살할 놈'이 뭐여 '오살할 놈'이! 340 00:17:26,538 --> 00:17:28,540 '명심보감'에 삼종지도라 안 했소! 341 00:17:29,040 --> 00:17:31,709 인자는 나가 어버이고 지아비인디 [창대 모의 한숨] 342 00:17:32,919 --> 00:17:35,380 엄니, 말 좀 가려 가면서 하쇼잉 343 00:17:35,463 --> 00:17:36,881 니가 지아비냐? 344 00:17:36,965 --> 00:17:37,924 지아비여? 345 00:17:38,007 --> 00:17:38,925 [창대가 책을 사락 넘긴다] 346 00:17:39,008 --> 00:17:40,760 지아비가 멀쩡하니 살아 있구먼 347 00:17:40,844 --> 00:17:43,429 (창대) 엄니한테는 지아비가 있는가 몰라도 348 00:17:43,513 --> 00:17:45,181 나는 엄니밖에 없는디? [창대 모의 한숨] 349 00:17:45,890 --> 00:17:47,934 (창대 모) 아유, 오살할… [창대의 웃음] 350 00:17:48,017 --> 00:17:49,811 [흥미로운 음악] [웃으며] 염병, 염병 351 00:17:49,894 --> 00:17:51,813 염병하고 자빠졌네 352 00:17:55,525 --> 00:17:56,734 (가거댁) 오매, 오매매 353 00:17:56,818 --> 00:17:59,070 아이고, 왜 이러신다요 354 00:17:59,863 --> 00:18:01,739 이리 내쇼, 이리 355 00:18:01,823 --> 00:18:04,075 아, 언능 진지 차려 드릴랑께 들어가 계시쇼 356 00:18:04,158 --> 00:18:05,285 괜찮네 357 00:18:05,368 --> 00:18:07,036 밥값은 해야 될 것 아닌가 358 00:18:12,166 --> 00:18:14,377 [멀리서 개가 짖는다] [닭 울음] 359 00:18:15,420 --> 00:18:16,629 [염소 울음] 360 00:18:17,714 --> 00:18:20,925 {\an5}[입바람을 후 분다] (창대 모) 저 똑똑한 대굴빡 갖고 허구한 날 361 00:18:22,594 --> 00:18:24,971 바닷가 가서 허송세월이나 허고 있으니 362 00:18:25,054 --> 00:18:26,431 [창대 모의 한숨] 363 00:18:26,514 --> 00:18:27,974 [문이 삐그덕 열린다] 저것을 어찌까잉 364 00:18:31,936 --> 00:18:33,813 저기에 먹을 물이 내려오고 365 00:18:35,899 --> 00:18:37,775 앞바다가 잔잔하니 366 00:18:38,484 --> 00:18:40,111 (약전) 마을이 들어섰구나 367 00:18:45,658 --> 00:18:47,368 고기 잡으러 가냐? 씨벌 놈아 368 00:18:49,037 --> 00:18:50,330 (창대) 아따 369 00:18:50,914 --> 00:18:53,708 가시나 주둥이로 '씨벌 놈'이 뭐냐, '씨벌 놈'이 370 00:18:54,792 --> 00:18:56,794 니 그라고 니 아무리 깨복쟁 친구라도 371 00:18:56,878 --> 00:18:58,379 붕우의 예라는 것이 있는디 372 00:18:58,463 --> 00:18:59,297 마… [창대의 못마땅한 숨소리] 373 00:18:59,380 --> 00:19:00,506 '붕우'? 374 00:19:00,590 --> 00:19:01,966 그것이 뭔 붕알인디? 375 00:19:02,675 --> 00:19:03,801 소붕알? 376 00:19:03,885 --> 00:19:04,802 아, 뭐, 돼지 붕알? 377 00:19:04,886 --> 00:19:06,304 워메 378 00:19:06,387 --> 00:19:08,514 [흥미로운 음악] 됐다, 내가 니하고 뭔 말을 하겄냐 379 00:19:09,599 --> 00:19:10,433 가야 380 00:19:11,267 --> 00:19:12,143 가라고 381 00:19:13,561 --> 00:19:15,730 거, 아는 척은 드럽게 해 쌓네, 씨벌 놈 382 00:19:17,065 --> 00:19:18,232 [파도 소리] 383 00:19:24,280 --> 00:19:25,782 (약전) 너 이리 좀 와 보거라 384 00:19:30,328 --> 00:19:31,329 언능 385 00:19:35,917 --> 00:19:38,086 이것의 이름이 무엇이냐? 386 00:19:40,254 --> 00:19:41,464 홍미잘이구마이 387 00:19:41,547 --> 00:19:42,882 무슨 뜻이냐? 388 00:19:42,966 --> 00:19:45,468 미잘은 똥구멍이고 똥구멍은 빨강께 389 00:19:46,427 --> 00:19:47,804 '붉을 홍' 자 써 가지고 390 00:19:48,721 --> 00:19:49,555 홍미잘이요 391 00:19:52,725 --> 00:19:53,810 [생각하는 숨소리] 392 00:19:55,311 --> 00:19:56,729 [찍] [놀란 소리] 393 00:19:56,813 --> 00:19:57,689 [웃음] 394 00:19:58,856 --> 00:20:02,360 [웃으며] 아, 이놈이 성난 표시를 이렇게 하는구나 395 00:20:04,028 --> 00:20:05,905 (약전) 이, 먹을 수 있는 것이냐? 396 00:20:07,115 --> 00:20:09,367 우리들은 안 먹어 봤는디 [헛기침] 397 00:20:10,159 --> 00:20:12,120 자시고 싶으시면 자셔 보시든가요 398 00:20:14,539 --> 00:20:15,832 (약전) 창대야 399 00:20:17,458 --> 00:20:20,336 내 혹시나 해서 불러 봤는데 알아맞혔구나 400 00:20:22,171 --> 00:20:23,881 거참, 신통한 일이다 401 00:20:23,965 --> 00:20:24,924 [웃음] 402 00:20:28,678 --> 00:20:30,722 [약전의 헛기침] [흥미로운 음악] 403 00:20:39,063 --> 00:20:40,898 [힘주는 소리] 404 00:20:42,150 --> 00:20:43,317 [가거댁의 한숨] 405 00:20:43,401 --> 00:20:44,736 (가거댁) 아따… 406 00:20:46,904 --> 00:20:49,157 {\an5}(약전) 그 어린 소나무를 왜 뽑고 계시는가? [가거댁의 놀란 숨소리] 407 00:20:49,240 --> 00:20:50,616 (가거댁) 아이고, 워메 408 00:20:50,700 --> 00:20:52,827 크면 다 나라의 재산이 될 텐데 409 00:20:52,910 --> 00:20:55,246 아, 나타나시려면 좀 소리라도 좀 내시지 410 00:20:55,329 --> 00:20:56,664 (가거댁) 아휴 411 00:20:56,748 --> 00:20:57,999 아이고야 412 00:20:59,417 --> 00:21:01,753 나라에는요, 도움이 될랑가 몰라도 413 00:21:02,378 --> 00:21:05,548 지는 이것이 다 크면 재산을 뺏기니께요 414 00:21:05,631 --> 00:21:07,383 알아듣게 좀 말해 보게 415 00:21:08,092 --> 00:21:09,927 여기 흑산 사람들은요 416 00:21:10,011 --> 00:21:11,929 요 소나무 땜시 아주 살 수가 없어라 417 00:21:12,013 --> 00:21:14,849 (가거댁) 아, 내 산의 소나무 하나도 못 베게 하면서 418 00:21:14,932 --> 00:21:17,977 요 짜잘한 거까지 다 세금을 매겨 분디 어떻게 산다요 419 00:21:19,062 --> 00:21:19,896 [한숨] 420 00:21:21,481 --> 00:21:25,693 나리님께서 임금님한테 상소 좀 올려 주시면 안 되겄어라? 421 00:21:26,652 --> 00:21:27,779 상소? 422 00:21:29,489 --> 00:21:30,948 유배 죄인이 423 00:21:32,116 --> 00:21:34,368 어찌 상소를 올리겠는가 424 00:21:36,037 --> 00:21:37,038 [구시렁거린다] 425 00:21:38,331 --> 00:21:41,292 {\an5}[발랄한 음악] (가거댁) 이씨 죽여 버려야 써, 죽어 426 00:21:54,180 --> 00:21:55,306 (약전) 창대야 427 00:21:58,142 --> 00:21:59,560 게 서지 못하겠느냐! 428 00:22:05,066 --> 00:22:08,528 사내놈이 그렇게 숫기가 없어서 어디에 쓰느냐? 429 00:22:11,239 --> 00:22:13,199 내가 그렇게 어려운 사람이 아니다 430 00:22:14,033 --> 00:22:15,409 그러니 글 배우러 오거라 431 00:22:16,119 --> 00:22:17,245 하나! 432 00:22:17,328 --> 00:22:19,205 나도 그냥은 가르쳐 줄 수 없으니 433 00:22:19,789 --> 00:22:22,875 물고기라도 몇 마리 가져와야 되지 않겠느냐? 434 00:22:23,793 --> 00:22:25,503 말씀은 겁나게 고마운디 435 00:22:26,087 --> 00:22:28,339 지는 나리한테 배울 마음이 눈곱만치도 없구먼이라 436 00:22:29,465 --> 00:22:30,299 뭐? 437 00:22:30,800 --> 00:22:32,009 지 가요잉 438 00:22:32,510 --> 00:22:34,262 이런 상놈의 자식이 439 00:22:38,057 --> 00:22:39,016 이유가 뭐냐? 440 00:22:40,393 --> 00:22:41,936 나리는 사학죄인잉께요 441 00:22:43,729 --> 00:22:47,859 400년을 이어 온 주자의 나라에서 임금도 없고, 부모도 없고 442 00:22:48,943 --> 00:22:50,444 제사도 안 모신다니 443 00:22:50,945 --> 00:22:52,822 (창대) 고것이 역적의 생각과 뭣이 다른 게라 444 00:22:54,740 --> 00:22:56,325 지도 물들까 봐 거시기 허요 445 00:22:57,118 --> 00:22:57,952 잉? 446 00:22:58,744 --> 00:22:59,787 아짐도 조심하쇼 447 00:23:00,580 --> 00:23:01,873 (가거댁) 오매, 오매, 오매, 오매 448 00:23:01,956 --> 00:23:03,749 저, 저, 저, 저 오살할 놈 449 00:23:03,833 --> 00:23:06,002 아주 그냥 주둥이를 꼬매 불든지 해야지, 그냥 450 00:23:06,085 --> 00:23:07,295 [멀어지는 발걸음] 이런… 451 00:23:07,378 --> 00:23:08,379 아유 452 00:23:08,462 --> 00:23:10,715 주자는 참 힘이 세구나 453 00:23:10,798 --> 00:23:12,758 (가거댁) 저런, 저… [무거운 음악] 454 00:23:13,301 --> 00:23:15,261 [풀벌레 울음] [밤새 울음] 455 00:23:20,933 --> 00:23:23,436 {\an5}[한숨] (승훈) 로마 교황청에서 북경 성당을 통해서 456 00:23:24,604 --> 00:23:27,106 조상 제사 금지령을 내리셨다네 457 00:23:28,316 --> 00:23:29,817 이 사실을 하루속히 458 00:23:30,484 --> 00:23:33,112 신자들에게 알려야 되지 않겠나? 459 00:23:33,195 --> 00:23:34,030 (약전) 뭐요? 460 00:23:35,239 --> 00:23:38,326 효가 근본인 유교의 나라에서 제사를 금하다니요! 461 00:23:39,619 --> 00:23:40,828 교황청의 명이니 462 00:23:41,412 --> 00:23:43,539 조선의 충직한 신자들은 463 00:23:43,623 --> 00:23:46,459 제사를 폐하는 것은 물론이고 위패까지 태우려 들 텐데 464 00:23:46,542 --> 00:23:48,252 그 신자들을 다 죽일 것이오? 465 00:23:50,296 --> 00:23:52,757 나는 역적이 되느니 차라리 배교를 하겠소 466 00:23:56,677 --> 00:23:57,762 주자는 467 00:23:57,845 --> 00:23:59,180 [문이 삐거덕 열린다] 468 00:23:59,263 --> 00:24:01,307 참으로 힘이 세구나 [문이 삐거덕 닫힌다] 469 00:24:10,316 --> 00:24:11,484 (약전) 가거댁 470 00:24:11,984 --> 00:24:13,527 여기 술 떨어졌네 471 00:24:13,611 --> 00:24:15,321 술 좀 내오시게 472 00:24:15,947 --> 00:24:16,906 (가거댁) 예 473 00:24:19,325 --> 00:24:21,202 술독을 싹싹 긁어서 474 00:24:21,285 --> 00:24:23,120 요것이 다여라 475 00:24:25,581 --> 00:24:27,667 속이 많이 상하셨는가 비네요 476 00:24:28,376 --> 00:24:29,377 (약전) 가거댁도 477 00:24:30,086 --> 00:24:32,797 내가 사학죄인이라 불편한가? 478 00:24:33,297 --> 00:24:34,674 내가 께름직한가? 479 00:24:34,757 --> 00:24:35,925 아이고, 아니어라 480 00:24:37,718 --> 00:24:38,719 잘생겼어라 481 00:24:38,803 --> 00:24:39,887 [약전의 웃음] 482 00:24:39,971 --> 00:24:40,930 [살짝 웃는다] 483 00:24:44,350 --> 00:24:45,434 [약전의 한숨] 484 00:24:45,518 --> 00:24:46,978 (약전) 달 좋다 485 00:24:48,104 --> 00:24:49,605 달구경 가자 486 00:24:52,358 --> 00:24:53,484 [술 취한 숨소리] 487 00:24:58,781 --> 00:25:00,908 [무거운 음악] 488 00:25:09,208 --> 00:25:11,335 {\an8}(약용) 북풍이 나를 몰고 오다가 489 00:25:17,550 --> 00:25:19,176 {\an8}바다를 만나 멎더니 490 00:25:20,636 --> 00:25:23,305 {\an8}우리 형은 더 거센 바람을 만나 491 00:25:25,349 --> 00:25:28,269 {\an8}깊은 바닷속까지 들어갔다네 492 00:25:30,438 --> 00:25:33,733 {\an8}(약전) 두고 온 아내는 과부가 되고 493 00:25:35,067 --> 00:25:36,861 {\an8}이별한 자식은 494 00:25:37,778 --> 00:25:39,655 {\an8}고아가 됐다네 495 00:25:42,408 --> 00:25:44,910 {\an8}(약용) 그분이 바다로 들어갈 때만 해도 496 00:25:45,911 --> 00:25:48,873 {\an8}태연히 희열을 느끼는 듯하였네 497 00:25:50,207 --> 00:25:53,419 (복례) 아따, 달이 밝응께 멸치도 많이 올라오겄다잉 498 00:25:53,502 --> 00:25:55,796 (창대) 집에서 퍼 자지 거, 뭣 한다고 계속 따라 나오냐 499 00:25:55,880 --> 00:25:57,840 (복례) 염병해 쌓네 따라가긴 누가 따라가야 500 00:25:57,923 --> 00:25:59,759 밤 멸치는 니만 잡냐? 501 00:25:59,842 --> 00:26:01,343 니 내 옆으로 오기만 해 봐 502 00:26:01,427 --> 00:26:03,721 (창대) 안 가야 그라고 니 말조심해라이 503 00:26:05,139 --> 00:26:07,475 {\an8}(약용) 가슴속에는 호걸 기풍이 있어 504 00:26:09,560 --> 00:26:10,770 {\an8}백 번 눌러도 505 00:26:11,395 --> 00:26:13,230 {\an8}백 번 다 일어났지 506 00:26:14,815 --> 00:26:17,943 {\an8}(약전) 어디서 왔는지 두 그릇의 밥이 507 00:26:19,111 --> 00:26:22,948 {\an8}홀연히 와서 나를 먹고 살게 해 주는데 508 00:26:23,949 --> 00:26:27,620 {\an8}황제가 아무리 큰 부자라지만 509 00:26:28,496 --> 00:26:29,997 {\an8}그도 내내 510 00:26:30,623 --> 00:26:32,666 {\an8}이렇게 살 뿐이라네 511 00:26:33,459 --> 00:26:34,960 {\an8}(약용) 흑산은 원래 512 00:26:35,795 --> 00:26:37,588 {\an8}너무나 먼 섬이라서 513 00:26:38,380 --> 00:26:40,216 {\an8}눈으로는 보이지 않고 514 00:26:41,175 --> 00:26:43,719 {\an8}훌륭한 가문이 무참히 주저앉는 데 515 00:26:44,553 --> 00:26:47,306 {\an8}불과 5년이 걸렸다네 516 00:26:51,018 --> 00:26:52,478 [거센 파도 소리] 517 00:26:52,561 --> 00:26:54,188 아, 무섭다 518 00:26:55,815 --> 00:26:56,899 집에 가자 519 00:26:59,693 --> 00:27:00,694 (창대) 복례야 520 00:27:01,654 --> 00:27:03,781 쩌그 저, 사람 아니냐? 521 00:27:03,864 --> 00:27:05,407 (복례) 아, 누군데 저기 있대? 522 00:27:10,412 --> 00:27:11,747 [창대의 놀란 숨소리] 오매 523 00:27:12,373 --> 00:27:13,624 없어져 불었어야 524 00:27:18,212 --> 00:27:20,881 (풍헌) 창대가 밤 멸치 잡으러 갔다 봐서 망정이지 525 00:27:20,965 --> 00:27:23,092 [새가 지저귄다] 아주 그냥 큰일 치를 뻔했네그랴 526 00:27:24,426 --> 00:27:27,096 음식은 입에도 못 대고 이라고 누워만 계신께 527 00:27:27,179 --> 00:27:29,056 내가 아주 속상해 죽겄어라 528 00:27:29,723 --> 00:27:32,184 (풍헌) 그 먼 유배 길을 쉬도 못하고 왔을 것인디… 529 00:27:32,268 --> 00:27:34,436 아이, 그랑께 뭣 할라고 술 처먹고서 그런… 530 00:27:36,063 --> 00:27:38,232 아니, 저, 약주를 자시고 531 00:27:38,315 --> 00:27:40,609 나가셔 가지고 그런 사달이 났을까요 532 00:27:41,694 --> 00:27:42,611 [가거댁의 한숨] 533 00:27:42,695 --> 00:27:45,948 요럴 때 그냥 민어 한 마리를 팍 고아 가지고 잡수면 534 00:27:46,031 --> 00:27:47,575 (가거댁) 뻘떡 인나실 것인데 535 00:27:51,162 --> 00:27:53,205 (가거댁) [놀라며] 오매 오매, 오매 536 00:27:53,289 --> 00:27:54,248 [놀란 숨소리] 537 00:27:54,331 --> 00:27:55,916 아이고야, 어유 538 00:27:56,000 --> 00:27:57,501 미, 민어를 찾았더니 539 00:27:58,169 --> 00:27:59,461 문어가 와 버렸어야 540 00:27:59,545 --> 00:28:01,213 (창대) 민어는 복날에 먹는 것이고 541 00:28:01,297 --> 00:28:02,882 기력은 문어제라 542 00:28:02,965 --> 00:28:04,675 '동의보감'서도 그라요 [차분한 음악] 543 00:28:06,260 --> 00:28:08,512 (가거댁) 아이고, 창대야, 고맙다 어? 고마워잉 544 00:28:09,221 --> 00:28:12,224 니가 시상에서 제일이다! 어? 제일이여! 545 00:28:17,938 --> 00:28:19,815 (가거댁) 억지로라도 잡숴야 써라 546 00:28:20,858 --> 00:28:21,692 [약전의 한숨] 547 00:28:22,401 --> 00:28:25,321 아이고, 이거 잡수면 살아나신당께요 548 00:28:25,863 --> 00:28:27,990 언능 인나 보쇼 549 00:28:28,073 --> 00:28:30,534 내가 잡아 드릴 테니께, 아이고 550 00:28:30,618 --> 00:28:32,244 [가거댁의 힘주는 소리] 551 00:28:32,328 --> 00:28:33,412 아이고 552 00:28:33,495 --> 00:28:35,706 {\an5}[약전의 힘주는 소리] 오매, 오매, 오매 오매, 오매, 오매 553 00:28:35,789 --> 00:28:37,750 아이고, 씨, 남사스럽게, 아휴 554 00:28:37,833 --> 00:28:39,126 [약전의 힘겨운 숨소리] 아휴, 저 555 00:28:39,210 --> 00:28:42,171 아, 깜짝이야 세, 세, 세 숟갈만 좀… 556 00:28:43,130 --> 00:28:45,883 잉? 세 숟갈만 좀 드셔 보쇼 [약전의 한숨] 557 00:28:46,425 --> 00:28:48,135 딱 세 숟갈이네 558 00:28:51,931 --> 00:28:53,474 [약전의 힘겨운 숨소리] 559 00:29:03,984 --> 00:29:05,069 [약전의 한숨] 560 00:29:15,204 --> 00:29:16,330 [살짝 웃는다] 561 00:29:17,081 --> 00:29:17,957 봐요 562 00:29:18,666 --> 00:29:20,376 (가거댁) 살아나신당께 563 00:29:20,960 --> 00:29:23,879 산삼보다 더 좋은 것이 문어여라, 문어 564 00:29:23,963 --> 00:29:24,922 [가거댁이 살짝 웃는다] 565 00:29:25,005 --> 00:29:26,215 [흥미로운 음악] 566 00:29:29,593 --> 00:29:30,844 [약전의 헛기침] 567 00:29:35,641 --> 00:29:36,559 아이고 568 00:29:37,101 --> 00:29:38,936 인제 다 살아나셨네 569 00:29:40,688 --> 00:29:41,605 [약전의 개운한 탄성] 570 00:29:45,109 --> 00:29:47,152 (약전) 하, 바로 잡은 문어 맛이 571 00:29:48,112 --> 00:29:49,947 정녕 이런 맛이란 말인가? 572 00:29:51,699 --> 00:29:53,909 전복도 입에 착착 감기고 573 00:29:55,411 --> 00:29:56,745 아니, 이 귀한 것을 574 00:29:57,580 --> 00:29:58,664 누가 구했나? 575 00:29:59,331 --> 00:30:00,666 해녀가 물질했나? 576 00:30:00,749 --> 00:30:02,418 아유, 창대가요 577 00:30:02,501 --> 00:30:05,296 창대가 아주 물질을 잘혀라 578 00:30:06,338 --> 00:30:08,424 이놈이 나를 두 번 살리는군 579 00:30:09,967 --> 00:30:10,884 [옅은 한숨] 580 00:30:14,388 --> 00:30:16,348 [밝은 음악] [창대의 가쁜 숨소리] 581 00:30:18,142 --> 00:30:19,101 (창대) 성님! 582 00:30:20,019 --> 00:30:20,894 성님 583 00:30:20,978 --> 00:30:22,354 (주민4) 어이, 창대 584 00:30:22,438 --> 00:30:23,272 (창대) 책 585 00:30:25,399 --> 00:30:27,735 책 구해 오셨어라? 586 00:30:27,818 --> 00:30:29,987 {\an5}(주민3) 아이고 뭣이 그리 급하다고 [창대의 거친 숨소리] 587 00:30:30,070 --> 00:30:32,281 아야, 새 책은 못 구했고 588 00:30:33,157 --> 00:30:34,199 쪼까 낡긴 했는디 589 00:30:34,283 --> 00:30:35,951 글씨는 다 보이더라고 590 00:30:37,703 --> 00:30:39,663 (창대) 아따, 잘 보이는구마잉 [주민3이 호응한다] 591 00:30:40,497 --> 00:30:42,082 겁나게 고맙소 [주민3의 웃음] 592 00:30:44,209 --> 00:30:46,045 [부드러운 음악] (가거댁) 남자는 글 쓰고 593 00:30:46,128 --> 00:30:48,547 여자는 고구마 줄거리 다듬고 594 00:30:49,298 --> 00:30:51,008 넘이 보면 부부인 줄 알겠네 595 00:30:52,051 --> 00:30:53,260 (약전) 뭐라 했는가? 596 00:30:53,344 --> 00:30:54,845 (가거댁) 아, 예, 아, 아니어라 597 00:30:56,597 --> 00:30:58,724 (약전) 내가 지금 뭘 쓰고 있는지 아는가? 598 00:30:59,266 --> 00:31:00,643 자네가 말했던 599 00:31:00,726 --> 00:31:03,646 소나무 세금 문제에 대해서 상소 대신에 600 00:31:04,980 --> 00:31:05,981 책을 쓰고 있네 601 00:31:07,775 --> 00:31:10,152 고맙네, 일거리를 줘서 602 00:31:10,235 --> 00:31:11,111 [가거댁이 살짝 웃는다] 603 00:31:13,322 --> 00:31:14,365 창대야! 604 00:31:15,324 --> 00:31:16,408 [못마땅한 숨소리] 605 00:31:16,492 --> 00:31:18,035 너 이리 좀 와 보거라 606 00:31:18,118 --> 00:31:19,286 (창대) 아… 607 00:31:20,996 --> 00:31:22,706 "대학" 608 00:31:23,749 --> 00:31:25,209 그 책은 뭐냐? 609 00:31:25,292 --> 00:31:26,752 '대학' 책인디요 610 00:31:28,003 --> 00:31:29,713 그걸 너 혼자서 읽을 수 있겠느냐? 611 00:31:29,797 --> 00:31:31,590 (창대) 아따, 거, 걱정하지 마쇼잉 612 00:31:31,674 --> 00:31:34,176 그, 옥편 찾아 가면서 보면 다 읽을 수 있응께라 613 00:31:35,219 --> 00:31:36,595 너 공부를 왜 하냐? 614 00:31:37,554 --> 00:31:38,847 (약전) 상놈이 과거를 볼 수가 있냐? 615 00:31:38,931 --> 00:31:40,974 돈이 있어 벼슬을 살 수가 있냐? 616 00:31:41,058 --> 00:31:42,267 사람 노릇 하려고요 617 00:31:43,018 --> 00:31:46,021 (창대) 나리가 사학에 빠져 갖고 거, 이짝으로 귀양 오신 것도 618 00:31:46,105 --> 00:31:48,107 거, 다 성리학 공부를 잘못 배워 갖고 그런 거 아니오 619 00:31:48,857 --> 00:31:49,733 뭐? 620 00:31:50,234 --> 00:31:51,735 (약전) 야, 인마 621 00:31:51,819 --> 00:31:53,946 경사자집을 다 읽은 나한테 622 00:31:54,029 --> 00:31:55,447 뭐, 공부가 뭐 어째? 623 00:31:55,531 --> 00:31:56,990 그럼 뭣 한다요? 624 00:31:57,074 --> 00:31:59,451 공부를 삐딱하니 하셨는디 625 00:31:59,535 --> 00:32:00,661 저런 상놈의 자식이 626 00:32:01,954 --> 00:32:03,455 저 상놈의 자식 아닙니다 627 00:32:05,249 --> 00:32:08,001 (가거댁) 저기요 창대가요, 씨는 양반 씨여라 628 00:32:09,503 --> 00:32:12,005 아이, 나주 영산포서 배를 크게 부리는 629 00:32:12,089 --> 00:32:13,674 장 진사라는 양반이 있는디 630 00:32:14,174 --> 00:32:16,093 그 양반이 창대 아버지랑께요 631 00:32:16,844 --> 00:32:18,429 첩의 자식이구먼 632 00:32:18,512 --> 00:32:21,348 (가거댁) 창대 어매가 그냥 팔자가 얼마나 셌는가 633 00:32:21,432 --> 00:32:23,892 새신랑을 시집오자마자 바다에 잃고서는 634 00:32:23,976 --> 00:32:25,561 형편이 많이 어려웠었는디 635 00:32:25,644 --> 00:32:27,104 아, 장 진사가 홍어를 636 00:32:27,187 --> 00:32:29,148 섬에 와 가지고 싹쓸이해 불려고 왔다가 637 00:32:29,231 --> 00:32:31,275 어떻게 그냥 거시기 해 불었는갑데요 638 00:32:31,358 --> 00:32:33,652 (약전) 아이고, 버리고 갔구먼 639 00:32:33,736 --> 00:32:34,737 (가거댁) 그… 640 00:32:35,487 --> 00:32:36,947 아이, 창대 어릴 때는요 641 00:32:37,030 --> 00:32:39,241 쌀도 보내 주고 가끔씩 오기도 하더만 642 00:32:40,409 --> 00:32:42,369 발길을 끊어 버린 지가 한 10년… 643 00:32:43,662 --> 00:32:44,621 되었던가? 644 00:32:45,205 --> 00:32:48,000 [멀리서 개가 짖는다] '대학지도는 재명명덕 하며' 645 00:32:48,542 --> 00:32:52,045 '재친민 하며 재지어지선이니라' 646 00:32:53,380 --> 00:32:56,008 {\an5}(창대) 큰 배움의 도는 밝음에 있는디 [차분한 음악] 647 00:32:56,091 --> 00:32:57,342 밝은 덕이고 648 00:32:57,426 --> 00:32:58,469 '재친민 하며' 649 00:32:58,552 --> 00:32:59,845 어메, 백성… 650 00:33:00,554 --> 00:33:02,514 [당황하며] 백성을… 651 00:33:03,891 --> 00:33:04,725 백성과 652 00:33:04,808 --> 00:33:08,145 음, 백성, 백성… 백성과 친함에 있으며 653 00:33:08,228 --> 00:33:09,813 '재지어지선이니라' 654 00:33:10,564 --> 00:33:13,025 지극한 착함에 그침이 있다 655 00:33:13,525 --> 00:33:17,279 {\an5}왐마, 읽긴 읽었는데 아따, 갑갑하네, 이씨, 쯧 [아이들의 울음] 656 00:33:17,362 --> 00:33:19,281 (아낙2) 아이고 솥단지까지 뺏어 가면 657 00:33:19,364 --> 00:33:21,575 어찌게 살라고요! 658 00:33:21,658 --> 00:33:24,369 (진졸2) 아, 세금 안 내는 죄가 얼매나 무서운지 알아라? 659 00:33:25,037 --> 00:33:26,872 (창대 모) 어찔라고 저렇게까지 할까이 660 00:33:26,955 --> 00:33:28,957 {\an5}(아낙2) 암것도 없는 집구석에서 세금을 이라고 걷어 가 불믄 [아이들의 울음] 661 00:33:29,041 --> 00:33:30,751 (창대) 엄니, 또 뭣 한다고… 662 00:33:30,834 --> 00:33:33,504 (아낙2) 우리 아기들은 뭐 먹고 살라고요! 663 00:33:33,587 --> 00:33:35,506 (진졸1) 아니, 당사자가 없으면 664 00:33:35,589 --> 00:33:37,382 식구들이 물어야 되는 것이 나라 법인디 665 00:33:37,466 --> 00:33:39,301 그걸 우리가 어쩔 것인가! [아이들의 울음] 666 00:33:40,052 --> 00:33:42,513 그래, 아, 그라믄 요건 놔둘 테니께 667 00:33:42,596 --> 00:33:44,389 요거, 대신 요거 좀 우리가 좀 가져간데이 668 00:33:44,473 --> 00:33:45,390 (진졸2) 아, 성님! 669 00:33:45,474 --> 00:33:46,809 (진졸1) 아, 넌 조용히 좀 하고 빨리 가, 이 새끼야 670 00:33:46,892 --> 00:33:47,768 (진졸2) 아이! 671 00:33:47,851 --> 00:33:48,977 (진졸1) 너희들 울지 말고! 672 00:33:49,061 --> 00:33:51,396 {\an5}[진졸1이 소리친다] (창대 모) 그거까정 가져가믄 어찌냐! 673 00:33:51,480 --> 00:33:52,856 (진졸2) 아, 들어가쇼이, 그냥 좀 674 00:33:53,440 --> 00:33:54,817 (창대 모) 아그들 안 보이냐이? 675 00:33:56,652 --> 00:34:00,155 (창대) 이것이 다 성리학이 무너져서 그런 것이여 676 00:34:00,239 --> 00:34:01,865 (별장) 이렇게 거둬서 677 00:34:01,949 --> 00:34:03,617 언제 우수영에 바치고 678 00:34:04,368 --> 00:34:05,702 나주 목사 떼 주고 679 00:34:06,578 --> 00:34:08,580 느그들은 도대체 뭐 먹고 살 겨? 680 00:34:09,206 --> 00:34:10,249 그리고 681 00:34:10,332 --> 00:34:12,417 내 본전은 누가 책임질 겨! 682 00:34:12,501 --> 00:34:13,502 잉? 683 00:34:13,585 --> 00:34:15,921 이런 거, 이런 거, 뭐 하러 뭐 하려고 가져왔어, 뭐 하려고 684 00:34:16,004 --> 00:34:18,715 뭐 하려고 갖고 왔어, 뭐 하려고 응? 뭐 하려고 갖고 왔어! 685 00:34:18,799 --> 00:34:20,133 뭐, 뭐 하자는 말이여, 뭐 하자는 686 00:34:20,217 --> 00:34:22,302 뭐 하자는 말이여, 뭐 하자고 뭐 하자고, 뭐 하자고 687 00:34:23,053 --> 00:34:24,221 이런 거 갖고 오지 말고 688 00:34:24,304 --> 00:34:25,806 군포를 가져오란 말이여, 군포를! 689 00:34:25,889 --> 00:34:29,226 그래야 나라 세금이라도 맞출 거 아니여! 잉? 690 00:34:29,726 --> 00:34:30,644 (진졸2) 아따, 성님 691 00:34:30,727 --> 00:34:33,480 우리가 죽은 사람 몫까지 챙기는 건 너무 심한 거 아니여? 692 00:34:33,564 --> 00:34:34,815 [염소 울음] (진졸1) 정신 똑바로 안 차려? 693 00:34:34,898 --> 00:34:37,150 우리는 뭐, 손가락만 빨고 살래? 언능 가! 694 00:34:37,234 --> 00:34:39,152 {\an5}(진졸2와 창대) - 아이, 성님이나 똑바로 하쇼잉 - 뭐다요! 695 00:34:39,236 --> 00:34:40,070 (진졸1) 자, 빨리 가, 빨리 696 00:34:40,153 --> 00:34:41,363 (복례) [울먹이며] 아부지! 697 00:34:41,446 --> 00:34:43,407 아부지 698 00:34:43,490 --> 00:34:44,449 (복례 부) 놔둬야 699 00:34:44,533 --> 00:34:48,203 {\an5}[복례가 흐느낀다] 내가 콱 디져 불어야 이런 더러운 꼴 안 볼 거 아니냐! 700 00:34:48,287 --> 00:34:49,162 아들 하나 있는 거 701 00:34:49,246 --> 00:34:50,706 - (복례 부) 먼저 보낸 것도 - (복례) 아부지, 아부지… 702 00:34:50,789 --> 00:34:52,833 - (복례 부) 피를 토할 노릇인디 - (창대) 복례야, 놔! 703 00:34:52,916 --> 00:34:55,878 [복례 부의 비명] (복례) 아부지! 아부지 704 00:34:55,961 --> 00:34:57,254 [복례가 흐느낀다] (복례 부) 오매, 오매… 705 00:34:57,337 --> 00:34:58,297 뭔 일인디? 706 00:34:58,380 --> 00:35:01,717 {\an5}우리 오라비가 죽은 지 3년이 지났는디 [복례 부가 중얼거린다] 707 00:35:01,800 --> 00:35:04,261 아직도 세금을 물린께… 708 00:35:04,344 --> 00:35:05,929 진짜 해도 해도 너무하네 709 00:35:06,889 --> 00:35:08,599 내가 별장한테 가서 따져야겄다 710 00:35:08,682 --> 00:35:09,933 니까지 왜 글냐 711 00:35:10,017 --> 00:35:12,811 이것이 다 성리학이 무너져서 그런 것이랑께! 712 00:35:12,895 --> 00:35:14,104 [창대의 분한 숨소리] 713 00:35:14,187 --> 00:35:16,481 (복례) [흐느끼며] 아부지, 아부지 [문이 끼익 열린다] 714 00:35:16,565 --> 00:35:18,025 (창대) '명심보감'에 이르기를 715 00:35:18,108 --> 00:35:19,359 '순천자' 716 00:35:19,443 --> 00:35:21,445 즉, 하늘의 뜻을 따르는 자는 흥허고 717 00:35:21,528 --> 00:35:22,738 '역천자' [흥미로운 음악] 718 00:35:22,821 --> 00:35:25,324 즉, 하늘의 뜻을 거르는 자는 망한다고 했는디 719 00:35:25,407 --> 00:35:28,160 또 '천명지위성이요 솔성지위도라' 720 00:35:32,623 --> 00:35:35,000 아직 못 읽었지만 '중용'에 나오는 말인디요! 721 00:35:35,083 --> 00:35:36,418 고것이 뭔 말이냐면! 722 00:35:36,501 --> 00:35:38,795 하늘에서 명한 것이 성이라는 것이요! 723 00:35:38,879 --> 00:35:41,214 고 성을 따르는 것이 도라 했는디! 724 00:35:41,298 --> 00:35:43,550 대체 별장님께선 뭔 성을 따르길래 725 00:35:43,634 --> 00:35:45,344 이런 무도를 범하시는지 726 00:35:45,427 --> 00:35:47,554 겁나게 궁금해서 여쭤보러 왔어라! 727 00:35:48,680 --> 00:35:49,514 [거친 숨소리] 728 00:35:50,974 --> 00:35:51,892 뭣들 혀? 729 00:35:51,975 --> 00:35:53,518 야, 뭐 하냐! 730 00:35:54,519 --> 00:35:55,354 [창대의 옅은 탄성] 731 00:35:55,437 --> 00:35:57,064 워메, 시원한 거 732 00:35:57,147 --> 00:35:57,981 [웃음] 733 00:35:58,065 --> 00:35:59,107 성님, 근데 몇 대여라? 734 00:35:59,191 --> 00:36:00,943 야, 씨게 다섯 대만 가자, 잉? 참아라이 735 00:36:01,026 --> 00:36:02,194 (진졸2) 왜 넘 일에 나서서 736 00:36:02,819 --> 00:36:04,863 니가 지랄이여! [창대의 비명] 737 00:36:04,947 --> 00:36:06,573 [익살스러운 음악] (진졸1) 한 대요! 738 00:36:06,657 --> 00:36:09,076 {\an8}[진졸2의 기합] 두 대요! 739 00:36:09,159 --> 00:36:10,619 {\an8}[진졸2의 기합] [퍽 때리는 소리] 740 00:36:10,702 --> 00:36:12,162 세 대요! [창대의 아픈 탄성] 741 00:36:12,245 --> 00:36:15,248 [진졸2의 기합] 네 대요! 742 00:36:21,171 --> 00:36:22,172 (진졸1) 괜찮냐? 743 00:36:24,132 --> 00:36:25,801 긍께 뭣 한다고 그 앞에서 문자를 쓰고 744 00:36:25,884 --> 00:36:27,219 지랄이여, 지랄은 745 00:36:27,886 --> 00:36:28,762 '천자문' 겨우 띠고 746 00:36:28,845 --> 00:36:30,555 지 이름밖에 못 쓰는 양반 앞에서, 쯧 747 00:36:31,264 --> 00:36:32,099 먹어, 인마, 씨 748 00:36:32,599 --> 00:36:34,726 [문이 끼익 닫힌다] [분한 숨소리] 749 00:36:37,813 --> 00:36:40,399 (풍헌) 지랄맞게 비까지 오고, 에이 750 00:36:41,358 --> 00:36:43,694 별장 성질 보통 거시기 한 거이 아닌디 751 00:36:44,361 --> 00:36:47,489 그 멍청한 놈이 거기다 불을 질러 불었어이 752 00:36:48,448 --> 00:36:49,408 [창대 모의 답답한 숨소리] 753 00:36:51,243 --> 00:36:54,413 (가거댁) 저기, 인자 창대는 어찌게 될께라? 754 00:36:54,913 --> 00:36:56,206 [약전의 웃음] 755 00:36:56,289 --> 00:36:58,750 (약전) 그놈 참 배포 한번 좋다 756 00:36:59,501 --> 00:37:00,794 잘됐네 757 00:37:00,877 --> 00:37:02,921 내 그놈 빚을 언제 갚나 했는데 758 00:37:04,047 --> 00:37:04,965 [한숨] 759 00:37:05,048 --> 00:37:07,092 [새가 지저귄다] [닭 울음] 760 00:37:09,636 --> 00:37:11,179 (별장) 일간 찾아뵙겄다고 혔는디 761 00:37:11,263 --> 00:37:12,723 어쩐 일이셔유? 762 00:37:13,432 --> 00:37:15,058 유배 오신 지 며칠 안 되어서 763 00:37:15,142 --> 00:37:17,060 이런 관청 같은 데 오시기도 거시기 하실 텐디 764 00:37:17,144 --> 00:37:19,104 [책을 탁 내려놓는다] (약전) 거두절미하고 765 00:37:19,187 --> 00:37:20,939 창대라는 놈 좀 풀어 주시오 766 00:37:21,815 --> 00:37:23,817 내 별장의 은혜는 잊지 않으리다 767 00:37:23,900 --> 00:37:25,652 내가 고것 땜에 온 줄 알았슈 768 00:37:26,194 --> 00:37:29,072 알았으니께 밥때 되기 전에 얼른 나가슈! 769 00:37:29,573 --> 00:37:32,659 우리도 가난해서 보리밥 한 그릇도 벅차니께 770 00:37:34,202 --> 00:37:35,245 [약전의 옅은 한숨] 771 00:37:37,748 --> 00:37:39,207 (약전) 아니 언제까지 잡아 둘 거요? 772 00:37:40,542 --> 00:37:42,753 지가 '명심보감' 다… 773 00:37:42,836 --> 00:37:43,837 외울 때까지유 774 00:37:44,838 --> 00:37:47,382 대굴빡이 나빠서 몇 달이나 걸릴지 모르겄네 775 00:37:47,466 --> 00:37:48,467 [별장의 못마땅한 숨소리] 776 00:37:49,801 --> 00:37:50,677 (약전) 하면 777 00:37:52,345 --> 00:37:53,930 이거나 좀 부탁합시다 778 00:37:59,227 --> 00:38:00,228 [헛기침] 779 00:38:01,271 --> 00:38:02,355 [약전의 옅은 한숨] 780 00:38:03,523 --> 00:38:04,608 뭐여, 이게? 781 00:38:06,485 --> 00:38:09,529 전라 우수사 영감한테 보내는 문안 편지요 782 00:38:14,076 --> 00:38:15,285 (약전) 내 전에 783 00:38:16,578 --> 00:38:19,748 {\an5}이 나라 병권을 쥐고 있는 병조의 좌랑으로 있을 때 [별장의 한숨] 784 00:38:19,831 --> 00:38:23,293 영감과는 친분이 아주 각별했었소 785 00:38:24,503 --> 00:38:27,214 별장에 대해서도 아주 좋게 썼으니 받아 보면 786 00:38:28,548 --> 00:38:30,884 아주아주 좋아하실 거요 787 00:38:36,056 --> 00:38:38,850 뭣들 허냐, 이 후라덜 놈들아! 얼른 술상 내오지 않고서니! 788 00:38:38,934 --> 00:38:39,810 (아전들) 야, 야 789 00:38:39,893 --> 00:38:40,852 [흥미로운 음악] 790 00:38:41,645 --> 00:38:42,562 (별장) 올라오슈 791 00:38:52,447 --> 00:38:53,406 [아픈 신음] 792 00:38:55,659 --> 00:38:57,035 안녕하시지라 793 00:38:57,119 --> 00:38:58,703 아이고, 나리 794 00:38:58,787 --> 00:39:00,539 여 쪼까 나와 보셔야 쓰겄어라 795 00:39:00,622 --> 00:39:02,249 (창대) 가세가 쪼까 빈한해 갖고 796 00:39:02,332 --> 00:39:03,917 이렇게밖에 사례를 못 드리는 점 797 00:39:04,000 --> 00:39:05,919 하해와 같은 도량으로다가 거시기 해 주시면… 798 00:39:06,628 --> 00:39:08,630 - (창대) 네 - (약전) 고맙다고 하면 될 것을 799 00:39:09,339 --> 00:39:11,258 (약전) 어디서 되도 않는 문자질이야 800 00:39:13,093 --> 00:39:16,555 마침 술 한잔 생각나던 차에 잘됐다 801 00:39:16,638 --> 00:39:19,432 홍어랑 막걸리 궁합이 아주 기가 막히더구나 802 00:39:20,225 --> 00:39:21,518 오매, 어찌해쓰까잉 803 00:39:21,601 --> 00:39:23,728 오늘 홍어는 못 잡았고 이건 가오리인디요 804 00:39:24,604 --> 00:39:25,814 맛은 홍어 못지않지라 805 00:39:25,897 --> 00:39:28,108 (약전) 내 눈에는 같아 보이는데? 806 00:39:29,067 --> 00:39:29,943 (창대) 다르지라 807 00:39:30,944 --> 00:39:32,362 홍어는 코가 뾰족하고 808 00:39:32,445 --> 00:39:33,572 가오리는 코가 넓적하고 809 00:39:33,655 --> 00:39:34,948 빛깔도 쪼매 다른디요 810 00:39:35,031 --> 00:39:36,366 둘 다 비슷한 것이 많어라 811 00:39:37,659 --> 00:39:40,871 둘 다 큰 놈은 너비가 예닐곱 자에 암놈이 크고 수놈이 작은디 812 00:39:40,954 --> 00:39:43,331 둘 다 자지가 두 개여라 813 00:39:43,415 --> 00:39:44,916 그래 갖고 만만하면 814 00:39:45,000 --> 00:39:46,710 '홍어 좆'이라는 말이 나왔지라 815 00:39:46,793 --> 00:39:49,796 코는 대가리 쪽에 있고 입은 코 밑에 있고 816 00:39:49,880 --> 00:39:52,382 입은 대가리와 배때기 사이에 일자형으로 나 있는디 817 00:39:52,465 --> 00:39:54,551 두 날개에, 이짝에 이 가시가 있어 가지고 818 00:39:54,634 --> 00:39:57,137 교미헐 때 수놈이 암놈을 잡고 놔두들 안 혀서 819 00:39:57,804 --> 00:40:00,432 어쩔 때는 낚싯바늘에 한꺼번에 올라오기도 항께요 820 00:40:00,515 --> 00:40:01,391 [웃음] 821 00:40:01,933 --> 00:40:05,270 본초서에서도 못 봤던 것을 네 입으로 듣는구나 822 00:40:05,353 --> 00:40:07,314 (가거댁) 아이고야 넌 뭘 또 갖고 왔냐? 823 00:40:07,397 --> 00:40:08,773 니도 먹을 거 없을 것인디 824 00:40:08,857 --> 00:40:12,152 (복례) 아이, 오랜만에 청어가 좀 잡혀 갖고 몇 마리 가져왔어라 825 00:40:12,235 --> 00:40:15,071 아니, 청어가 동해가 아니고 서해에서도 잡히느냐? 826 00:40:15,155 --> 00:40:16,114 여그서도 잡혀라 827 00:40:16,198 --> 00:40:18,283 (창대) 근디 겉으로 봐서는 차이가 없는디 828 00:40:18,366 --> 00:40:20,744 동해 청어는 등 뼈가 일흔네 마디고 829 00:40:20,827 --> 00:40:23,580 여그 청어는 등 뼈가 쉰세 마디인 것이 다르지라 830 00:40:23,663 --> 00:40:25,332 [드르륵거리는 소리] 831 00:40:26,791 --> 00:40:29,502 너는 물고기에 대해서 어찌 그리 잘 아느냐? 832 00:40:29,586 --> 00:40:32,088 오매, 물고기를 알아야 물고기를 잡응께요 833 00:40:32,631 --> 00:40:34,382 홍어 댕기는 길은 홍어가 알고 834 00:40:34,466 --> 00:40:36,509 가오리 댕기는 길은 가오리가 앙께요 835 00:40:37,219 --> 00:40:38,386 [헛웃음] 836 00:40:39,012 --> 00:40:40,263 [흥미로운 음악] 837 00:40:40,347 --> 00:40:43,058 네가 지금 말한 것을 글로 써 둔 게 있느냐? 838 00:40:43,600 --> 00:40:46,102 아따, 고런 책을 거, 뭣 할라고 써요, 응? 839 00:40:46,186 --> 00:40:47,729 글로 쓸 만한 값어치가 되는 기라? 840 00:40:52,234 --> 00:40:53,860 (창대) 분명히 사례 올리고 가요이 841 00:40:53,944 --> 00:40:56,988 나중에 싸가지 없다는 말 하면 안 됩니다요 842 00:41:07,666 --> 00:41:10,543 '홍어 댕기는 길은 홍어가 알고' 843 00:41:11,544 --> 00:41:13,380 '가오리 댕기는 길은' 844 00:41:13,922 --> 00:41:15,215 '가오리가 안다' 845 00:41:15,924 --> 00:41:17,759 (가거댁) 뭔 생각을 그리 하신다요 846 00:41:17,842 --> 00:41:19,010 진지 안 자시고 847 00:41:19,678 --> 00:41:20,512 요거 848 00:41:21,221 --> 00:41:22,430 요기 849 00:41:23,181 --> 00:41:24,057 가오리탕이어라 850 00:41:26,977 --> 00:41:27,852 드셔 보쇼 851 00:41:28,979 --> 00:41:30,021 (강회) 이리 오너라 852 00:41:30,939 --> 00:41:32,357 (가거댁) 옴마, 뉘신게라? 853 00:41:34,150 --> 00:41:37,320 강진 선생님 제자 이강회라 하옵니다 854 00:41:40,365 --> 00:41:42,826 (약용) 섬에 간다 생각하니 [잔잔한 음악] 855 00:41:42,909 --> 00:41:45,662 두려움보다 설렘이 앞선다 하셨는데 856 00:41:46,329 --> 00:41:47,664 과연 그러하신지요 857 00:41:47,747 --> 00:41:48,957 "목민심서" 858 00:41:49,040 --> 00:41:51,376 (약용) 저는 가까이에 외가가 있고 859 00:41:52,127 --> 00:41:53,837 제자도 벌써 여럿 생겨 860 00:41:53,920 --> 00:41:57,549 외로운 줄 모르고 잘 지내고 있습니다 861 00:41:58,425 --> 00:41:59,676 책 읽고 책 쓰기에는 862 00:41:59,759 --> 00:42:00,885 {\an8}"형님 약전 앞 약용 올림" 863 00:42:00,969 --> 00:42:02,637 {\an8}유배지만 한 곳도 없는지라 864 00:42:03,263 --> 00:42:04,556 {\an8}근래 쓰고 있는 책 865 00:42:04,639 --> 00:42:06,725 '목민심서'의 초고를 보내오니 866 00:42:07,350 --> 00:42:09,102 잘못된 해석이 있으면 867 00:42:09,185 --> 00:42:12,022 조목조목 논박해 가르쳐 주시고 868 00:42:12,605 --> 00:42:15,650 정밀한 데로 나아가게 해 주십시오 869 00:42:18,194 --> 00:42:19,612 "동생 약용 앞 약전 드림" 870 00:42:19,696 --> 00:42:22,157 {\an8}(약전) 나도 유배 아주 잘 왔네 871 00:42:22,866 --> 00:42:24,617 호기심 많은 인간에게 872 00:42:24,701 --> 00:42:27,912 낯선 곳만큼 좋은 것이 또 어디 있겠는가 873 00:42:29,289 --> 00:42:31,166 책을 한 권 쓰고 있네 874 00:42:32,083 --> 00:42:35,378 소나무로 인한 섬사람들의 고통을 목도하고 875 00:42:35,462 --> 00:42:37,172 시작한 책으로 876 00:42:37,255 --> 00:42:39,758 제목을 '송정사의'라 붙였네 877 00:42:41,676 --> 00:42:42,927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878 00:42:43,011 --> 00:42:45,638 (약전) 이제부턴 물고기 연구에도 착수하여 879 00:42:46,389 --> 00:42:48,350 훗날 어류 도감을 내 볼 생각이네 880 00:42:50,018 --> 00:42:51,186 마침 섬에서 881 00:42:51,686 --> 00:42:55,690 물고기에 매우 해박한 젊은이를 만났네, 한데 882 00:42:56,399 --> 00:42:58,735 내 이놈한테 한 방 제대로 먹었네 883 00:43:01,571 --> 00:43:03,198 내가 이제까지 884 00:43:03,281 --> 00:43:06,534 성리학, 노자, 장자, 서학 885 00:43:06,618 --> 00:43:07,952 가리지 않고 공부한 것은 886 00:43:08,828 --> 00:43:12,540 한마디로 사람이 갈 길을 알고자 했던 것인데 887 00:43:13,625 --> 00:43:15,502 이놈이 물고기에 대해 아는 것만큼도 888 00:43:16,544 --> 00:43:18,088 알아낸 게 없지 않은가 889 00:43:19,297 --> 00:43:20,340 하여 이제부터 890 00:43:20,423 --> 00:43:23,551 애매하고 끝 모를 사람 공부 대신 891 00:43:24,427 --> 00:43:26,304 자명하고 명징한 892 00:43:26,388 --> 00:43:28,890 사물 공부에 눈을 돌리기로 했네 893 00:43:30,266 --> 00:43:32,769 사물로 나를 잊어 볼 생각이네 [약전이 소리친다] 894 00:43:32,852 --> 00:43:34,145 (약전) 야, 창대야! 895 00:43:35,021 --> 00:43:35,980 창대야 896 00:43:36,898 --> 00:43:37,857 창대야 897 00:43:38,608 --> 00:43:41,736 {\an5}[약전의 거친 숨소리] 뭔 양반이 아랫것들마냥 뜀박질을 그라고 해 부요 898 00:43:42,529 --> 00:43:43,530 내 이제부터 899 00:43:44,864 --> 00:43:46,449 물고기를 공부해 보려고 한다 900 00:43:47,033 --> 00:43:49,035 (약전) 물고기뿐만 아니고 [밝은 음악] 901 00:43:49,744 --> 00:43:51,454 김, 미역, 해초부터 902 00:43:51,955 --> 00:43:53,706 꽃게, 새우, 홍미잘 903 00:43:54,374 --> 00:43:56,418 해충까지 싸그리 조사해서 904 00:43:57,043 --> 00:43:58,711 어류 도감을 만들어 볼 생각이다 905 00:44:01,005 --> 00:44:02,590 홍미잘은 벌써 906 00:44:02,674 --> 00:44:04,217 한자 이름까지 지어 놨다 907 00:44:06,136 --> 00:44:07,971 '돌 석' 자에 '똥구멍 항' 908 00:44:08,596 --> 00:44:10,515 '굴 호' 자를 더해서 909 00:44:10,598 --> 00:44:11,724 '석항호' 910 00:44:11,808 --> 00:44:12,684 어떠냐? 911 00:44:12,767 --> 00:44:15,019 고런 책은 만들어서 뭣 할라고라? 912 00:44:16,855 --> 00:44:19,232 홍어 가는 길은 홍어가 안다고 하지 않았느냐 913 00:44:19,858 --> 00:44:22,694 그걸 너만 알지 말고 널리 알려서 이 나라 어업에… 914 00:44:22,777 --> 00:44:24,779 겁나게 좋은 말씀인디요 915 00:44:24,863 --> 00:44:27,323 대역죄인을 돕는 건 나라에 불충잉께 916 00:44:27,991 --> 00:44:29,617 {\an5}(창대) 도와드리기가 쪼까 거시기 허요 [달그락거리는 소리] 917 00:44:29,701 --> 00:44:31,119 [창대의 힘주는 소리] 918 00:44:36,624 --> 00:44:37,876 야, 이 상놈의 새끼야! 919 00:44:42,755 --> 00:44:45,842 (창대) '대학지도는 재명명덕 하며' 920 00:44:45,925 --> 00:44:47,427 [밤새 울음] '재친민 하며' 921 00:44:48,720 --> 00:44:50,263 '재지어지선이니라' 922 00:44:51,514 --> 00:44:54,767 (창대 모) 고 자리만 맴맴 매미 새끼냐? 923 00:44:55,727 --> 00:44:58,062 에그, 인자는 나도 외우겄다 924 00:44:59,564 --> 00:45:00,523 '대학지도는' 925 00:45:00,607 --> 00:45:02,692 - (창대 모) '재명명덕 하며' - (창대) 큰 배움의 도는 926 00:45:02,775 --> 00:45:03,651 (창대) 밝음에 있는디 927 00:45:03,735 --> 00:45:06,279 밝은 덕이고, 덕은 밝응께 928 00:45:06,362 --> 00:45:08,406 응, '재친민 하며' 929 00:45:08,489 --> 00:45:09,949 백… [창대가 입소리를 쩝 낸다] 930 00:45:12,577 --> 00:45:14,954 지극한 착함에 그침이 있다 931 00:45:15,788 --> 00:45:18,208 갑갑해 디지겄다, 진짜, 씨… 932 00:45:18,291 --> 00:45:19,876 [파도 소리] 933 00:45:23,171 --> 00:45:25,256 (창대) '대학지도는 재명명덕'… 934 00:45:26,591 --> 00:45:27,926 갑갑허다, 갑갑해 935 00:45:28,801 --> 00:45:29,844 씁 936 00:45:36,017 --> 00:45:38,228 오매, 저 양반 채신머리없이 거 뭣 하고 있냐 937 00:45:40,897 --> 00:45:42,106 (창대) 뭣 하고 계십니까요? 938 00:45:42,815 --> 00:45:43,816 (약전) 어, 그래 939 00:45:45,568 --> 00:45:46,945 이거 버리는 것이냐? 940 00:45:47,028 --> 00:45:48,696 (창대) 고것을 버리긴 왜 버려라 941 00:45:48,780 --> 00:45:50,073 고것도 약으로 써야제 942 00:45:50,657 --> 00:45:51,699 아따 943 00:45:51,783 --> 00:45:53,785 암만 궁금해도 글죠잉 944 00:45:53,868 --> 00:45:54,827 명문 사대부께서 945 00:45:54,911 --> 00:45:56,913 이 천하고 비린내 나는 것을 뭣 한다고 만… 946 00:45:56,996 --> 00:45:58,456 만지고 계십니까요 947 00:45:58,539 --> 00:46:00,667 이 천한 것을 왜 너는 잡고 948 00:46:01,167 --> 00:46:02,460 나는 먹느냐? 949 00:46:02,543 --> 00:46:04,587 고것은 나가 그, 물질을 하는 놈이니께 950 00:46:04,671 --> 00:46:06,256 (약전) 자, 거두절미하고 951 00:46:07,090 --> 00:46:10,260 내가 아는 지식이랑 너의 물고기 지식이랑 바꾸자 952 00:46:10,343 --> 00:46:11,219 [깊은 한숨] 953 00:46:13,012 --> 00:46:14,597 이건 거래지 954 00:46:14,681 --> 00:46:16,182 돕는 게 아니지 않느냐 955 00:46:20,728 --> 00:46:22,230 [새가 지저귄다] 956 00:46:22,313 --> 00:46:23,606 (창대) 이것은 분명히 957 00:46:24,148 --> 00:46:25,400 거래입니다요잉 958 00:46:26,067 --> 00:46:28,152 그래, 참 잘 생각했다 959 00:46:28,236 --> 00:46:29,904 (약전) 일단 물고기 보러 가자 960 00:46:29,988 --> 00:46:31,406 (창대) 아, 저, 거시기, 저 961 00:46:33,074 --> 00:46:34,409 이것 좀 먼저 풀어 주시지라 962 00:46:34,492 --> 00:46:36,828 복장 터져 갖고 디져 불 것 같응께 963 00:46:36,911 --> 00:46:39,122 (약전) 씁, 그래 [약전의 헛기침] 964 00:46:40,748 --> 00:46:43,501 '대학지도는 재명명덕 하며' 965 00:46:43,584 --> 00:46:45,962 '재친민 하며 재지어지선이니라' 966 00:46:46,587 --> 00:46:50,508 큰 배움의 도는 밝은 덕을 더욱더 밝게 함에 있으며 967 00:46:50,591 --> 00:46:53,970 그 덕이 백성과 친하게 함에 있으며 968 00:46:54,053 --> 00:46:57,640 지극한 선에 이르러 머물게 함에 있다 969 00:46:59,183 --> 00:47:00,018 어찌게 970 00:47:00,852 --> 00:47:02,312 그라고 쉽게 풀어 분다요 971 00:47:03,104 --> 00:47:05,440 (약전) 글자는 쉬워도 참 어려운 대목이다 972 00:47:05,523 --> 00:47:06,357 여기서 보면 973 00:47:06,441 --> 00:47:08,943 '명덕'이라는 글자만 하더라도 974 00:47:09,027 --> 00:47:12,905 '서경'의 강고 편에서는 '덕을 잘 밝히셨다'라고 했고 975 00:47:12,989 --> 00:47:14,073 태갑 편에서는 976 00:47:14,157 --> 00:47:17,243 '하늘의 밝은 명을 잘 돌아보신다'라고 했고 977 00:47:17,327 --> 00:47:18,828 또 요전 편에서는 978 00:47:18,911 --> 00:47:21,497 {\an5}'위대한 덕을 잘 밝히셨다'라고 했다 [밝은 음악] 979 00:47:22,248 --> 00:47:24,334 왜? 벌써 기가 질리느냐? 980 00:47:25,501 --> 00:47:26,669 [창대의 멋쩍은 숨소리] 981 00:47:26,753 --> 00:47:28,087 - (약전) 가자 - (창대) 나리 982 00:47:29,881 --> 00:47:31,215 (약전) 씁, 어허 983 00:47:32,592 --> 00:47:33,509 인자부터 984 00:47:34,635 --> 00:47:36,095 선상님으로 모실라고요 985 00:47:36,596 --> 00:47:37,430 [살짝 웃는다] 986 00:47:37,513 --> 00:47:38,348 [약전의 헛기침] 987 00:47:38,431 --> 00:47:39,349 (약전) 그래? 988 00:47:40,683 --> 00:47:41,601 오냐 989 00:47:41,684 --> 00:47:42,935 '논어'부터 배워 보자 990 00:47:43,770 --> 00:47:45,355 (창대) '대학' 책이 먼저 아닙니까요? 991 00:47:47,231 --> 00:47:48,191 (약전) '대학'은 992 00:47:48,274 --> 00:47:51,694 주자가 성리학을 만드느라고 993 00:47:51,778 --> 00:47:53,613 나중에 펴낸 책이고 994 00:47:53,696 --> 00:47:56,032 주자의 스승이 공자님이니 995 00:47:56,115 --> 00:47:59,369 공자님 말씀 먼저 들어 봐야 되지 않겠느냐 996 00:47:59,452 --> 00:48:02,663 '자왈 학이시습지니 불역열호아' 997 00:48:02,747 --> 00:48:04,749 '유붕자원방래 하니 불역낙호아' 998 00:48:04,832 --> 00:48:06,084 (창대)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음을 999 00:48:06,167 --> 00:48:08,211 걱정하덜 말고 1000 00:48:08,294 --> 00:48:09,921 '환부지인야라' 1001 00:48:10,004 --> 00:48:10,880 (약전) 저것이 무엇이냐? 1002 00:48:10,963 --> 00:48:14,050 {\an5}(창대) 나가 남을 알아주지 못함을 걱정… [약전의 못마땅한 숨소리] 1003 00:48:14,133 --> 00:48:15,593 (약전) 내 공부 시간이야, 이놈아! 1004 00:48:16,427 --> 00:48:18,304 이것이 뭐냔 말이다 1005 00:48:18,388 --> 00:48:20,181 (창대) 저건 짱뚱어인디 [짱뚱어 울음] 1006 00:48:20,264 --> 00:48:22,141 저건 잡아 갖고 닭이나 주지 1007 00:48:22,225 --> 00:48:23,434 우리들은 안 먹어라 1008 00:48:23,518 --> 00:48:25,019 못 먹는 것이냐? 1009 00:48:25,103 --> 00:48:28,064 묵어도 죽진 않겄지요 닭도 묵고 돼지도 묵응께 1010 00:48:29,649 --> 00:48:31,150 짱뚱어라… 1011 00:48:31,901 --> 00:48:35,571 {\an5}씁, 이걸 한자로 기록해야 하는데 어찌해야 하나… [짱뚱어 울음] 1012 00:48:37,198 --> 00:48:38,950 (창대) 눈구녕이 뚝 불거졌응께 1013 00:48:39,033 --> 00:48:40,576 눈구녕 갖고 이름을 붙이면 되겄지라 1014 00:48:42,161 --> 00:48:43,538 옳거니 1015 00:48:44,330 --> 00:48:47,125 (약전) '볼록할 철' 자에 '눈 목' 자 1016 00:48:48,584 --> 00:48:49,544 [무릎을 탁 친다] 1017 00:48:52,296 --> 00:48:54,215 '철목어' 어떠냐? 1018 00:48:54,298 --> 00:48:55,550 [약전의 웃음] 1019 00:48:57,176 --> 00:48:59,011 [경쾌한 음악] 1020 00:49:03,141 --> 00:49:04,225 [약전의 놀란 탄성] 1021 00:49:04,308 --> 00:49:05,184 (약전) 도미다 1022 00:49:05,810 --> 00:49:07,061 (창대) 요것은 흔한 것잉께 1023 00:49:07,562 --> 00:49:09,021 이따 배때기나 갈라 보고 1024 00:49:09,105 --> 00:49:10,064 (약전) 아니다, 아니다 1025 00:49:10,606 --> 00:49:12,525 그래도 모르는 것이 있는 것이다 1026 00:49:12,608 --> 00:49:14,986 그런 것까지 세세하게 기록을 해야 1027 00:49:15,528 --> 00:49:17,280 진짜 기록이 되는 것이다 1028 00:49:17,363 --> 00:49:18,448 [갈매기 울음] 1029 00:49:18,531 --> 00:49:20,408 듣고 보니께 그렇네요잉, 잉? 1030 00:49:20,491 --> 00:49:22,910 도미가 해파리를 먹는 건 사람들이 모를 것잉께 1031 00:49:22,994 --> 00:49:24,829 도미가 해파리를 먹어? 1032 00:49:24,912 --> 00:49:25,746 어떻게? 1033 00:49:27,665 --> 00:49:28,583 (창대) 이렇게요 1034 00:49:29,250 --> 00:49:30,418 이렇게? 1035 00:49:30,501 --> 00:49:32,128 근데 해파리를 왜 먹느냐? 1036 00:49:32,211 --> 00:49:33,713 묵을 만하니께 묵겄죠 1037 00:49:34,255 --> 00:49:35,173 네가 봤느냐? 1038 00:49:37,800 --> 00:49:40,178 (창대) 봤지라 지도 가끔씩 물질을 항께 1039 00:49:40,845 --> 00:49:41,846 (약전) 그러면은 1040 00:49:42,472 --> 00:49:45,099 해파리가 많아지면 도미도 많이 오느냐? 1041 00:49:46,225 --> 00:49:47,852 고건 지도 잘… 1042 00:49:47,935 --> 00:49:50,062 (약전) 하면 해파리는 언제 많이 나오느냐? 1043 00:49:50,146 --> 00:49:51,397 여름이지라 1044 00:49:51,481 --> 00:49:53,691 (약전) 더울 때 많이 난다 그러면은 1045 00:49:54,901 --> 00:49:55,776 이 수온이 1046 00:49:56,736 --> 00:49:58,905 낮아지면은 해파리가 줄어드느냐? 1047 00:49:58,988 --> 00:50:01,157 (창대) 아따 거, 겁나게 질문 많아요잉? 1048 00:50:01,741 --> 00:50:03,326 질문이 곧 공부야, 이놈아! 1049 00:50:04,076 --> 00:50:06,662 외울 줄밖에 모르는 공부가 나라를 망쳤어! 1050 00:50:06,746 --> 00:50:08,039 야, 근디 1051 00:50:08,664 --> 00:50:11,000 지금은 경서 외우기도 바쁜께 1052 00:50:11,083 --> 00:50:12,793 질문은 나중에 허겄습니다 1053 00:50:13,711 --> 00:50:14,795 [갈매기 울음] 1054 00:50:24,347 --> 00:50:27,433 (창대) '학이불사즉망이요' 1055 00:50:27,517 --> 00:50:29,644 '사이불학즉태라' 1056 00:50:30,436 --> 00:50:32,104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1057 00:50:32,188 --> 00:50:35,900 배우고 생각하지 않으믄 체계가 없이 막연하고 1058 00:50:35,983 --> 00:50:39,070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믄 위태로우니라 1059 00:50:39,737 --> 00:50:40,863 [창대의 탄성] 1060 00:50:40,947 --> 00:50:44,325 선상님, 어찌게 이라고, 응? 아름답게 말을 합니까? 1061 00:50:45,409 --> 00:50:48,162 (약전) 말로 치자면 장자가 그 위고 1062 00:50:48,871 --> 00:50:50,623 부처는 그보다 더 위다, 이놈아 1063 00:50:51,499 --> 00:50:52,792 아니지, 또 있다 1064 00:50:53,668 --> 00:50:57,296 '누가 내 오른뺨을 치거든 왼뺨도 내주거라' 1065 00:50:58,506 --> 00:50:59,966 무슨 말인 줄 아느냐? 1066 00:51:00,633 --> 00:51:02,510 {\an8}고것이 무슨 말인디요? 1067 00:51:03,219 --> 00:51:06,556 용서하라는 말 아니냐, 이 개놈아 1068 00:51:06,639 --> 00:51:09,475 오매, 겁나게 훌륭하네요잉 1069 00:51:10,476 --> 00:51:12,019 대체 누가 한 말입니까? 1070 00:51:12,103 --> 00:51:14,730 천주의 아들 예수께서 한 말인데 1071 00:51:15,481 --> 00:51:18,943 (약전) 용서를 이렇게 비유한 사람은 예수 이전엔 없었다 1072 00:51:19,026 --> 00:51:21,070 아따, 우리 선상님 천주쟁이 1073 00:51:21,612 --> 00:51:22,697 귓구멍 씻어야겄네 1074 00:51:23,781 --> 00:51:25,408 [웃음] 1075 00:51:25,491 --> 00:51:26,993 (복례) 선상님! 1076 00:51:27,076 --> 00:51:29,245 선상님! 1077 00:51:29,328 --> 00:51:31,706 육지에서 손님 왔는디요 1078 00:51:34,458 --> 00:51:35,835 (약전) 어, 왔느냐 1079 00:51:37,169 --> 00:51:38,629 - (약전) 강진 아우는 잘 있고? - (강회) 예 1080 00:51:38,713 --> 00:51:40,089 (강회) 그간 평안하셨습니까? 1081 00:51:41,799 --> 00:51:45,011 아, 그 편지에 말씀하셨던 상놈 제자로군요 1082 00:51:45,553 --> 00:51:46,846 (약전) 인사 올려라 1083 00:51:46,929 --> 00:51:48,806 강진 작은 선생님 제자다 1084 00:51:51,309 --> 00:51:53,352 그래, 반갑구나 앞으로 잘 지내보자 1085 00:51:53,936 --> 00:51:55,396 - (약전) 자, 들어가자 - (강회) 아, 예 1086 00:51:59,233 --> 00:52:02,153 (약전) '일전에 지적해 주신 말씀은' 1087 00:52:02,236 --> 00:52:04,905 '참으로 확실하고 정밀하여' 1088 00:52:05,656 --> 00:52:07,575 '나의 본뜻에 적중하니' 1089 00:52:08,242 --> 00:52:10,202 '기뻐서 뛰고 싶은 마음을' 1090 00:52:10,786 --> 00:52:12,330 '이길 수가 없었습니다' 1091 00:52:15,207 --> 00:52:17,793 동생한테 욕 안 먹고 칭찬받으니 1092 00:52:18,461 --> 00:52:19,378 다행이다 1093 00:52:19,462 --> 00:52:20,671 [강회의 웃음] 1094 00:52:20,755 --> 00:52:23,883 (강회) 아, '목민심서'에 다루기 적합지 않은 내용은 1095 00:52:23,966 --> 00:52:26,427 따로 새 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1096 00:52:26,510 --> 00:52:29,847 새 책의 제목은 '경세유표'라 정하셨습니다 1097 00:52:30,431 --> 00:52:31,682 '경영할 경' 1098 00:52:31,766 --> 00:52:32,892 '시상 세' 1099 00:52:32,975 --> 00:52:34,185 '남길 유' 1100 00:52:34,268 --> 00:52:35,311 '드러낼 표' 1101 00:52:36,187 --> 00:52:37,897 너도 문자를 아느냐? 1102 00:52:37,980 --> 00:52:40,024 시상을 경영한다는 책 아닙니까요? 1103 00:52:40,608 --> 00:52:41,942 근디 1104 00:52:42,026 --> 00:52:43,778 시상을 뭐로 경영한디요? 1105 00:52:43,861 --> 00:52:45,905 인으로 경영한디요? 의로 경영한디요? 1106 00:52:46,572 --> 00:52:48,199 [흥미로운 음악] [한숨] 1107 00:52:51,452 --> 00:52:52,745 (강회) 저, 근데 이… 1108 00:52:52,828 --> 00:52:54,497 이 생선의 이름이 뭡니까? 1109 00:52:55,164 --> 00:52:57,083 복어보다도 맛이 더 나은 거 같은데요 1110 00:52:57,166 --> 00:52:58,292 (약전) 나도 몰랐는데 1111 00:52:58,834 --> 00:53:00,836 섬사람들은 아구어라 한다네 1112 00:53:01,337 --> 00:53:03,798 이놈 입이 꼭 걸신들린 것처럼 1113 00:53:03,881 --> 00:53:06,008 입을 쫙 벌리고 있거든 1114 00:53:06,717 --> 00:53:08,678 거, 우리 동네에선 돼지나 주는 생선인디 1115 00:53:09,762 --> 00:53:11,972 (창대) 우리 선상님 식성이 워낙에 유별나신께 1116 00:53:12,598 --> 00:53:13,474 내일은 1117 00:53:14,141 --> 00:53:15,685 짱뚱어탕 좀 맛 좀 보쇼 1118 00:53:17,019 --> 00:53:18,688 우리 선상님은 그것도 잡순께요 1119 00:53:18,771 --> 00:53:20,064 (가거댁) 아이, 나리 덕분에 1120 00:53:20,147 --> 00:53:22,566 보릿고개에 먹을 것이 하나 더 생겼당께요 1121 00:53:22,650 --> 00:53:25,277 나리 덕분에 짱뚱어가 맛나다는 것을 알았제 1122 00:53:26,028 --> 00:53:27,446 안 그랬으면 벌시로… 1123 00:53:27,530 --> 00:53:29,949 [웃으며] 요맘때가 제일로 살이 오를 때인디 1124 00:53:30,783 --> 00:53:32,952 (강회) 어, 이제 초고가 제법 쌓였군요 1125 00:53:33,494 --> 00:53:35,579 (약전) 아이고, 아직 멀었다 1126 00:53:37,164 --> 00:53:39,875 비늘이 있는 인류, 없는 무린류 1127 00:53:40,918 --> 00:53:43,713 또 여기 보면 껍질이 딱딱한 개류 1128 00:53:43,796 --> 00:53:45,131 또 해충 1129 00:53:45,214 --> 00:53:46,507 바닷새 해금 1130 00:53:46,590 --> 00:53:48,801 바다짐승 해수, 해초 1131 00:53:48,884 --> 00:53:49,885 [숨을 씁 들이켠다] 1132 00:53:49,969 --> 00:53:53,180 이것이 죽을 때까지 끝날 수 있을랑가 모르겄네 1133 00:53:53,723 --> 00:53:55,433 정말 대단하십니다 1134 00:53:55,516 --> 00:53:57,268 우리 밥 다 먹고 1135 00:53:57,351 --> 00:53:59,353 오랜만에 시나 한 수 지어 볼까? 1136 00:53:59,437 --> 00:54:00,813 (강회) 예, 좋지요 1137 00:54:01,647 --> 00:54:03,691 오랜만에 지으신 시를 보시면 1138 00:54:03,774 --> 00:54:06,152 강진 선생님께서도 무척 기뻐하실 겁니다 1139 00:54:06,235 --> 00:54:07,319 [강회의 웃음] 그래 1140 00:54:08,654 --> 00:54:09,947 [달그락거리는 소리] [약전의 헛기침] 1141 00:54:10,030 --> 00:54:12,742 아! 너도 시를 지을 줄 아느냐? 1142 00:54:16,245 --> 00:54:17,913 (약전) 저놈이 무슨 시를 짓겠느냐? 1143 00:54:17,997 --> 00:54:19,915 아직 사서도 못 뗀 놈이다 1144 00:54:21,000 --> 00:54:22,001 [강회가 살짝 웃는다] 1145 00:54:25,713 --> 00:54:26,589 [약전의 힘주는 숨소리] 1146 00:54:27,548 --> 00:54:28,466 (가거댁) 아이고 1147 00:54:29,091 --> 00:54:31,677 어디 마실 나가실라고라? 1148 00:54:31,761 --> 00:54:33,846 배가 들어온다 그래서 구경 좀 할 겸 1149 00:54:33,929 --> 00:54:35,055 [가거댁이 호응한다] 1150 00:54:35,139 --> 00:54:37,016 (약전) 이게… [잘그랑거리는 소리] 1151 00:54:37,099 --> 00:54:40,019 강진 아우가 돈을 좀 보냈네 1152 00:54:41,270 --> 00:54:43,606 - (약전) 양식에 보태게 - (가거댁) [놀라며] 오매, 오매매 1153 00:54:45,149 --> 00:54:46,567 아이고, 이게… 1154 00:54:46,650 --> 00:54:49,028 이게, 말씀은 고마운디 1155 00:54:49,612 --> 00:54:52,239 {\an5}이라믄 지도 보람이 없어징께 받은 셈 칠 게라 [잔잔한 음악] 1156 00:54:53,157 --> 00:54:55,576 알았네, 하면 이 돈은 1157 00:54:56,076 --> 00:54:58,078 (약전) 노리개를 사든 엿을 사 먹든 1158 00:54:58,162 --> 00:54:59,705 가거댁 마음대로 쓰시게 1159 00:55:00,539 --> 00:55:03,125 안 받으면 내일부터 딴 집 가서 얻어먹겄네 1160 00:55:07,254 --> 00:55:08,464 그만 보시게 1161 00:55:09,423 --> 00:55:10,466 정분나겄네 1162 00:55:10,549 --> 00:55:12,384 [가거댁의 수줍은 웃음] 1163 00:55:12,468 --> 00:55:13,677 (가거댁) 아이고, 네 1164 00:55:13,761 --> 00:55:14,845 [살짝 웃는다] 1165 00:55:17,723 --> 00:55:18,808 [갈매기 울음] 1166 00:55:18,891 --> 00:55:21,602 (풍헌) 아따, 우리 복례 많이도 했네그랴 1167 00:55:21,685 --> 00:55:23,646 (복례) 아이, 많기는 뭐가 많애라 1168 00:55:24,230 --> 00:55:26,357 우리 아부지 약값 대려면 택도 없구먼 1169 00:55:26,440 --> 00:55:28,275 (풍헌) 아따, 솔찬허네 1170 00:55:28,359 --> 00:55:29,652 돈 꽤나 되겄다, 야 1171 00:55:29,735 --> 00:55:32,404 시도 못 짓는 놈이 물괴기라도 많이 잡아야지 1172 00:55:32,488 --> 00:55:34,532 아니면 얻다 써먹을 데나 있간디요 1173 00:55:35,115 --> 00:55:38,077 (약전) 시를 잘 짓는 놈이 물고기를 못 잡는 것이나 1174 00:55:38,160 --> 00:55:41,163 물고기를 잘 잡는 놈이 시를 못 짓는 것이나 1175 00:55:42,289 --> 00:55:43,624 마찬가지다 [풍헌의 웃음] 1176 00:55:43,707 --> 00:55:45,417 (풍헌) 아, 동네 사람들 오랜만에 1177 00:55:45,501 --> 00:55:47,795 육지서 온 쌀 구경 좀 하겄네그랴 1178 00:55:47,878 --> 00:55:50,047 [풍헌의 웃음] 아, 저, 저게 누구여 1179 00:55:51,549 --> 00:55:52,842 (복례) 오매, 저게 누구대? 1180 00:55:52,925 --> 00:55:54,176 (순득) 에헴! 1181 00:55:55,219 --> 00:55:57,513 (창대) 5년 전에 죽었던 사람이 어찌게… 1182 00:55:59,348 --> 00:56:01,016 [순득의 호탕한 웃음] 1183 00:56:02,184 --> 00:56:03,269 누군가? 1184 00:56:03,352 --> 00:56:05,145 아이, 문순득이라고유 1185 00:56:05,229 --> 00:56:07,690 그, 우이도에 사는 어물 장수인디 1186 00:56:07,773 --> 00:56:09,275 근디 자가 어찌게… 1187 00:56:09,358 --> 00:56:11,026 [밤새 울음] [헛기침하며] 그랑께 1188 00:56:11,527 --> 00:56:12,820 5년 전에 1189 00:56:12,903 --> 00:56:14,738 흑산도서 홍어를 싣고잉 1190 00:56:14,822 --> 00:56:17,157 (순득) 다물도 쪽으로 배를 몰고 가는디 1191 00:56:17,241 --> 00:56:20,202 어, 니미럴, 거기서 그만 풍랑을 만나 불었네? 1192 00:56:20,286 --> 00:56:22,288 그때부터 표류를 해서 1193 00:56:22,371 --> 00:56:24,748 {\an8}제주도도 훨씬 지나 유구국 1194 00:56:24,832 --> 00:56:26,500 {\an8}거까지 떠밀려 갔다가 1195 00:56:26,584 --> 00:56:28,335 {\an8}거기서 석 달을 보내고 1196 00:56:28,419 --> 00:56:30,004 인자 조선으로 돌아가려고 1197 00:56:30,087 --> 00:56:31,839 중국 가는 배를 얻어 탔는디 1198 00:56:31,922 --> 00:56:34,717 씨부럴, 또 얼마 못 가 갖고 또 풍랑을 안 만나 불었소 1199 00:56:34,800 --> 00:56:35,843 그래서? 1200 00:56:35,926 --> 00:56:39,096 그래서 그때부터 풍랑에 막 떠밀려 가 갖고 1201 00:56:39,179 --> 00:56:41,098 저기 밑으로 밑으로, 잉? 1202 00:56:41,181 --> 00:56:42,892 (순득) 어디냐? 여기 지도에도 없는 1203 00:56:42,975 --> 00:56:44,643 {\an8}여기 여송국까지 흘러갔지라 1204 00:56:44,727 --> 00:56:46,520 {\an8}아이, 여송국 거가 어디다요? 1205 00:56:46,604 --> 00:56:49,732 아따, 겁나게 덥고 겁나게 섬도 많고 하는 곳 있어야 1206 00:56:49,815 --> 00:56:52,401 암튼 거기서 내가 여송국 말까지 배움시롱 1207 00:56:52,484 --> 00:56:54,153 (순득) 아홉 달을 개고생을 하다가 1208 00:56:54,236 --> 00:56:55,613 아따, 안 되겠다 1209 00:56:55,696 --> 00:56:57,865 어찌게든 집으로 돌아가야 쓰겄다 해 갖고 1210 00:56:57,948 --> 00:56:59,450 씨부럴, 뭐, 내가 [책상을 탁 친다] 1211 00:56:59,533 --> 00:57:01,535 '풍랑 무서워 갖고 육로로 가야겄다' 해서 1212 00:57:01,619 --> 00:57:04,455 마카오, 광동, 남경, 북경을 1213 00:57:04,538 --> 00:57:07,291 거쳐 갖고, 응? 죽을 둥 살 둥 한양까지 1214 00:57:07,374 --> 00:57:10,920 씨부럴, 걸어 걸어서 겨우 목심만 건져서 돌아왔는디 1215 00:57:11,003 --> 00:57:14,006 돈도 한 푼 없고 참말로 살길이 막막합디다 1216 00:57:14,089 --> 00:57:15,758 그때 마침 제주도에 1217 00:57:15,841 --> 00:57:17,927 여송국 아기들이 떠밀려 와 갖고 1218 00:57:18,010 --> 00:57:19,178 오도 가도 못한다고 안 하요 1219 00:57:20,095 --> 00:57:21,472 인자 이것들도 인제, 잉? 1220 00:57:21,555 --> 00:57:23,224 풍랑을 만나 분 것이제잉 [순득의 웃음] 1221 00:57:23,307 --> 00:57:27,019 그러니께 여송국 말을 아는 내가 내려가 갖고 1222 00:57:27,102 --> 00:57:29,438 통역을 아주 지대로 해 갖고 1223 00:57:29,521 --> 00:57:31,857 즈그들 나라로 시원하게 보내 줘 분께 1224 00:57:31,941 --> 00:57:34,860 나라에선 겁나게 잘했다고잉 1225 00:57:34,944 --> 00:57:36,362 기특하다고잉 1226 00:57:36,445 --> 00:57:39,740 종이품 공명첩을 떡 내립디다 1227 00:57:39,823 --> 00:57:41,242 [웃으며] 잉 1228 00:57:41,325 --> 00:57:42,159 공명첩을? 1229 00:57:43,410 --> 00:57:44,703 - 참말이요? - (순득) 아따 1230 00:57:44,787 --> 00:57:46,247 (순득) 에라이, 이 상놈아 1231 00:57:46,330 --> 00:57:49,875 그래서 내가 양반이 안 되었냐, 잉? 봐 봐 1232 00:57:51,085 --> 00:57:51,961 자! 1233 00:57:52,711 --> 00:57:54,630 - (순득) 봐 봐 - 오매 1234 00:57:55,214 --> 00:57:56,799 {\an8}(창대) 종이품 가선대부 아니어라 1235 00:57:57,466 --> 00:57:58,801 (순득) 이것이 있은 뒤부터 1236 00:57:59,551 --> 00:58:00,594 무시하는 놈도 없고 1237 00:58:00,678 --> 00:58:03,847 이것이 아주 암행어사 마패여, 마패! 1238 00:58:04,556 --> 00:58:06,976 [순득의 호탕한 웃음] 1239 00:58:07,059 --> 00:58:08,644 이리 오너라, 잉? 1240 00:58:09,228 --> 00:58:11,230 내 자네 얘기를 책으로 써야겠네 1241 00:58:11,897 --> 00:58:15,067 이제부터 사소한 거 하나도 빠지지 말고 1242 00:58:15,150 --> 00:58:16,652 상세하게 말해 주시오 1243 00:58:16,735 --> 00:58:18,028 지필묵을 준비하거라 1244 00:58:18,112 --> 00:58:20,864 야그로 들었으면 됐제 그, 뭣 헌다고 책으로 써요 1245 00:58:20,948 --> 00:58:21,907 그라고 그… 1246 00:58:22,616 --> 00:58:24,368 강진 선상님은 '목민심서' 1247 00:58:24,451 --> 00:58:27,621 '경세유표', '흠흠신서' 그런 점잖은 책만 쓰시는디 1248 00:58:27,705 --> 00:58:28,747 (창대) 선상님은 거, 어디 쓰실려고… 1249 00:58:28,831 --> 00:58:29,665 야, 이놈아! 1250 00:58:30,791 --> 00:58:33,043 섬나라 왜놈들은 서양 배가 들어왔을 때 1251 00:58:33,127 --> 00:58:34,378 캐묻고 배워서 1252 00:58:34,461 --> 00:58:36,797 조총을 만들어 임진전부터 수년간 1253 00:58:36,880 --> 00:58:38,674 (약전) 조선을 쑥대밭을 만들었어! 1254 00:58:40,676 --> 00:58:41,802 뭐 해, 이놈아! 1255 00:58:47,266 --> 00:58:51,979 (약전) '표해시말' 1256 00:58:53,188 --> 00:58:55,107 문순득이 여행기 제목으로 어떠냐? 1257 00:58:55,941 --> 00:58:56,984 선상님 1258 00:58:57,526 --> 00:59:00,696 무릇 책이라는 것은 '논어', '맹자'가 그라듯이 1259 00:59:01,655 --> 00:59:03,949 (창대)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진리를 밝혀 갖고 1260 00:59:04,825 --> 00:59:07,119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길을 가게 만드는 것이 1261 00:59:07,202 --> 00:59:09,955 책이라는 물건인디 거, 동서고금을 막론하… 1262 00:59:10,039 --> 00:59:10,873 됐고 1263 00:59:11,540 --> 00:59:13,834 나가서 돗돔이나 잡아 오거라 1264 00:59:13,917 --> 00:59:15,836 큰 놈은 이백 근도 넘는다는 1265 00:59:16,920 --> 00:59:18,505 우람한 놈으로 말이다 1266 00:59:19,548 --> 00:59:21,842 선상님은 지가 물괴기로만 보이십니까? 1267 00:59:23,844 --> 00:59:25,971 지가 제자요, 머슴이요? 1268 00:59:26,722 --> 00:59:28,724 왜 소리는 지르고 그러느냐 이놈아 1269 00:59:29,308 --> 00:59:31,769 책을 일단 떼야 사람 노릇을 하고 1270 00:59:31,852 --> 00:59:34,021 시도 지을 줄 알아야 사람대접을 받지라! 1271 00:59:34,104 --> 00:59:37,024 시 못 짓는다고 강진 제자 앞에서 지를 사람 취급이나 했어라? 1272 00:59:40,778 --> 00:59:42,154 [무거운 음악] 1273 00:59:44,782 --> 00:59:46,617 너 다른 생각 하고 있구나? 1274 00:59:51,372 --> 00:59:53,540 공부해서 출세하고 싶지? 1275 00:59:53,624 --> 00:59:54,458 그렇지? 1276 00:59:55,417 --> 00:59:56,377 (약전) 근데 어떡하냐 1277 00:59:57,086 --> 01:00:01,090 상놈이라 과거도 볼 수 없고 돈이 없어 공명첩도 못 사고 1278 01:00:03,092 --> 01:00:06,428 책을 많이 떼면 시가 나오는 줄 아느냐? 1279 01:00:07,429 --> 01:00:09,348 공부하면서 수양을 쌓고 1280 01:00:10,099 --> 01:00:12,643 세상 보는 눈이 밝아져야 시가 나오는 것이야! 1281 01:00:13,352 --> 01:00:14,395 너 같은 놈 때문에 1282 01:00:14,478 --> 01:00:16,480 네가 말하는 성리학이 요 모냥 요 꼴이 된 거야, 이놈아! 1283 01:00:18,732 --> 01:00:19,775 [떨리는 숨소리] 1284 01:00:24,571 --> 01:00:25,781 [한숨] 1285 01:00:30,869 --> 01:00:31,954 (창대 모) 어디 가냐? 1286 01:00:32,955 --> 01:00:35,624 그라고 깨끗이 차려입고 어디 가냐고? 1287 01:00:38,502 --> 01:00:40,963 니 괴기 안 잡고 어디 가냐고! 1288 01:00:51,265 --> 01:00:52,266 [풀벌레 울음] 1289 01:00:52,349 --> 01:00:53,350 (창대) 어려서는 1290 01:00:55,269 --> 01:00:58,647 아버지께 인정받을라고 글을 겁나게 읽었고 1291 01:00:59,273 --> 01:01:00,274 커 가지고는 1292 01:01:04,903 --> 01:01:06,321 아버지 얼굴에 먹칠 안 하고 1293 01:01:06,405 --> 01:01:08,240 애비 없는 호로자식 소리 안 들으려고 1294 01:01:08,824 --> 01:01:10,576 글을 겁나게 읽었어라 1295 01:01:13,120 --> 01:01:14,037 근디? 1296 01:01:16,915 --> 01:01:19,251 근디 그래 봤자 알아주는 사람 아무도 없습디다 1297 01:01:20,002 --> 01:01:22,796 긍께 인자 지도 양반이 되어 갖고 1298 01:01:23,839 --> 01:01:25,799 사람대접 좀 받아야겄습니다 1299 01:01:26,633 --> 01:01:28,510 [장 진사의 코웃음] 양반? 1300 01:01:29,720 --> 01:01:31,096 니깟 놈이 뭔 재주로? 1301 01:01:31,180 --> 01:01:33,056 지를 족보에 올리셨습니까? 1302 01:01:33,140 --> 01:01:34,349 아니 1303 01:01:35,392 --> 01:01:36,435 잘됐어라 1304 01:01:38,061 --> 01:01:40,856 지를 서자 말고 양자로 올려 주시오 1305 01:01:40,939 --> 01:01:42,691 그래야 과거를 볼 거 아닙니까요 1306 01:01:44,902 --> 01:01:46,153 책은 어디까지 읽었는디? 1307 01:01:47,946 --> 01:01:51,033 시방 '맹자' 읽고 있응께 사서 거의 다 떼어 갑니다요 1308 01:01:51,116 --> 01:01:52,493 뭣이 어째? 1309 01:01:53,160 --> 01:01:54,077 에라이! 1310 01:01:54,995 --> 01:01:58,624 아이고, 난 또 무슨 어린놈이 벌써 사서삼경에 1311 01:01:58,707 --> 01:02:00,542 (장 진사) 어? '예기', '춘추'까지 다 읽고 와서 1312 01:02:00,626 --> 01:02:02,336 큰소리를 치는 줄 알았더니만 1313 01:02:02,419 --> 01:02:03,795 예끼, 이놈아 1314 01:02:11,428 --> 01:02:12,721 [애잔한 음악] 1315 01:02:20,062 --> 01:02:20,896 (사공) 뭐여, 저것이? 1316 01:02:21,730 --> 01:02:23,065 돼지 오줌보여, 뭐여? 1317 01:02:23,941 --> 01:02:26,568 아야, 불출아 저거 좀 건져 봐 봐야 1318 01:02:27,986 --> 01:02:29,696 가깝게 오면, 가깝게 오면! 1319 01:02:30,405 --> 01:02:32,574 (주민2) 이야, 요 그림도 있네잉 1320 01:02:32,658 --> 01:02:33,909 (주민1) 어디 보자 1321 01:02:34,493 --> 01:02:37,287 이, 이 요상하게 생긴 것이 1322 01:02:37,371 --> 01:02:39,373 이거 암만 봐도 글자 같은디 1323 01:02:39,456 --> 01:02:40,749 - (주민1) 아니여? - (주민2) 아니여 1324 01:02:40,832 --> 01:02:41,959 (풍헌) 가만있어 봐 1325 01:02:42,042 --> 01:02:42,960 [풍헌의 헛기침] 1326 01:02:43,585 --> 01:02:45,629 이 천축국 글씨 같은디 말이여 1327 01:02:45,712 --> 01:02:48,549 그렇다면 그 서쪽에서 왔다는 것인데잉 1328 01:02:49,216 --> 01:02:50,175 [풍헌의 의아한 숨소리] 1329 01:02:50,259 --> 01:02:53,595 돗돔 잡으러 갔는 줄 알았는데 어디 멀리 다녀온 모양이다? 1330 01:02:55,889 --> 01:02:57,516 (풍헌) 나리, 이것 좀 보시제라 1331 01:02:58,058 --> 01:03:00,602 그, 바다에서 건져 왔다는디 이게 뭐대요? 1332 01:03:04,731 --> 01:03:06,858 (약전) 이것이 지구의라고 하는 것인데 1333 01:03:07,401 --> 01:03:09,152 서양 배에서 떨어졌나 보오 1334 01:03:09,653 --> 01:03:10,529 [주민1이 호응한다] 1335 01:03:11,113 --> 01:03:13,657 (주민1) 가끔 겁나게 큰 배가 지나댕기더만은 1336 01:03:14,283 --> 01:03:15,617 거서 떨어졌는갑네 1337 01:03:17,035 --> 01:03:18,787 [멀리서 개가 짖는다] 1338 01:03:19,496 --> 01:03:21,248 (약전) 창대 안에 있느냐 1339 01:03:24,501 --> 01:03:26,044 [문이 삐거덕 열린다] 1340 01:03:26,128 --> 01:03:27,129 [염소 울음] 1341 01:03:27,796 --> 01:03:29,423 괴기 잡으러 안 갈라고요 1342 01:03:30,132 --> 01:03:32,259 인자 지도 선상님이 가르쳐 주는 만큼만 1343 01:03:32,342 --> 01:03:33,552 가르쳐 드릴라고요 1344 01:03:34,469 --> 01:03:35,721 이거 본 적 있느냐? 1345 01:03:38,390 --> 01:03:40,392 아까 바다에서 주워 온 거잖아요 1346 01:03:40,892 --> 01:03:42,269 너 서양 배 본 적 있냐? 1347 01:03:42,853 --> 01:03:43,687 (창대) 봤지라 1348 01:03:43,770 --> 01:03:45,480 어마무시허게 크더만요 1349 01:03:46,189 --> 01:03:48,191 이것도 그 어마무시허게 큰 배를 만든 1350 01:03:48,275 --> 01:03:50,110 서양 사람들이 만든 것으로 1351 01:03:50,819 --> 01:03:52,696 여기가 바로 우리가 사는 땅이다 1352 01:03:54,906 --> 01:03:56,617 땅이 동그랗다고라? 1353 01:03:56,700 --> 01:04:00,704 서양 사람들이 그 큰 배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1354 01:04:00,787 --> 01:04:02,539 땅이 둥글다는 것을 1355 01:04:02,623 --> 01:04:03,707 일찍이 알았기 때문이다 1356 01:04:03,790 --> 01:04:05,542 (약전) 그렇지 않고서야 이 먼바다까지 1357 01:04:05,626 --> 01:04:07,169 어떻게 올 수 있겠느냐? 1358 01:04:08,295 --> 01:04:09,129 [한숨] 1359 01:04:10,672 --> 01:04:12,174 선상님 자꾸 이러시면 1360 01:04:13,383 --> 01:04:14,760 이 동네에서도 못 사신당께요 1361 01:04:15,636 --> 01:04:17,846 네가 사서삼경을 외우는 시간에 저들은 1362 01:04:18,513 --> 01:04:21,141 또 뭘 연구하고 뭘 알아냈는지 모른다 1363 01:04:22,184 --> 01:04:23,226 (약전) 무섭지 않느냐? 1364 01:04:24,311 --> 01:04:25,604 서양 사람들은 1365 01:04:26,688 --> 01:04:30,150 이 땅이 둥글다는 것을 알면서도 천주님을 믿는다 1366 01:04:30,233 --> 01:04:31,151 그리고 나는 1367 01:04:31,693 --> 01:04:35,322 성리학으로 서양의 기하학과 수리학을 받아들였다 1368 01:04:35,405 --> 01:04:37,240 네 그 영특한 머리로 1369 01:04:38,158 --> 01:04:40,202 다른 공부를 배워 볼 생각은 없느냐? 1370 01:04:40,285 --> 01:04:42,079 뭔 공부를 또 배워요? 1371 01:04:42,162 --> 01:04:44,289 성리학 공부도 겁나게 벅찬디 1372 01:04:44,956 --> 01:04:46,333 같이 하면 된다 1373 01:04:47,000 --> 01:04:49,878 성리학과 서학이 결코 적이 아니다 1374 01:04:49,961 --> 01:04:51,421 함께 가야 할 벗이지 1375 01:04:53,173 --> 01:04:54,216 [고조되는 음악] 1376 01:04:55,634 --> 01:04:57,511 (약전) 벗을 깊이 알면 1377 01:04:58,220 --> 01:05:00,055 내가 더 깊어진다 1378 01:05:22,494 --> 01:05:23,829 (약전) 서양 사람들은 1379 01:05:24,413 --> 01:05:28,333 이 땅이 둥글다는 것을 알면서도 천주님을 믿는다 1380 01:05:28,959 --> 01:05:30,293 그리고 나는 1381 01:05:30,377 --> 01:05:34,172 성리학으로 서양의 기하학과 수리학을 받아들였다 1382 01:05:37,926 --> 01:05:39,511 벗을 깊이 알면 1383 01:05:39,594 --> 01:05:41,346 내가 더 깊어진다 1384 01:05:48,186 --> 01:05:49,813 [파도 소리] 1385 01:06:20,635 --> 01:06:21,595 [긴장되는 음악] 1386 01:06:30,854 --> 01:06:31,980 [힘주는 소리] 1387 01:06:42,491 --> 01:06:43,742 [힘주는 소리] [첨벙] 1388 01:06:50,749 --> 01:06:52,209 [갈매기 울음] 1389 01:06:57,339 --> 01:06:59,216 [창대의 힘주는 소리] 1390 01:07:01,176 --> 01:07:02,511 [놀란 숨소리] 1391 01:07:03,637 --> 01:07:05,222 [힘주는 소리] 1392 01:07:18,151 --> 01:07:19,444 [기합] 1393 01:07:23,448 --> 01:07:25,325 [창대의 기합] 1394 01:07:27,369 --> 01:07:28,453 (창대) 아이씨 1395 01:07:28,537 --> 01:07:30,080 [창대의 거친 숨소리] 1396 01:07:33,500 --> 01:07:35,502 [힘겨운 숨소리] 1397 01:07:37,671 --> 01:07:38,797 [창대의 힘주는 소리] 1398 01:07:40,841 --> 01:07:42,217 [창대의 힘주는 소리] 오매, 오매, 오매매 1399 01:07:42,300 --> 01:07:44,594 아니, 뭔… 뭔 돗돔이 그렇게 크다냐? 1400 01:07:45,470 --> 01:07:47,681 [창대의 힘겨운 소리] (가거댁) 오매, 아니, 뭔… 1401 01:07:47,764 --> 01:07:49,683 아니, 이렇게 큰 돗돔을 어떻게 잡은 게냐? 1402 01:07:49,766 --> 01:07:50,684 [힘겨운 목소리로] 야가 1403 01:07:50,767 --> 01:07:52,811 상어를 물고 있는 것이 보이시지라! 1404 01:07:53,478 --> 01:07:54,479 (창대) 원래 돗돔은 1405 01:07:54,563 --> 01:07:56,106 기냥 잡기는 힘들고 1406 01:07:56,189 --> 01:07:58,066 상어 잡다가 운 좋게 잡는디 1407 01:07:58,149 --> 01:07:59,943 저는 처음부터 1408 01:08:00,026 --> 01:08:01,152 그것을 노렸지라 1409 01:08:01,236 --> 01:08:03,196 그래서 낚싯줄도 새로 만들고 1410 01:08:03,280 --> 01:08:04,406 얼레도 새로… 1411 01:08:04,489 --> 01:08:05,407 - 내려놔라, 내려놔 - (창대) 예 1412 01:08:05,490 --> 01:08:06,324 (가거댁) 내려놔야 1413 01:08:06,408 --> 01:08:07,617 [가거댁의 놀라는 탄성] (약전) 오매 1414 01:08:08,451 --> 01:08:09,870 [창대의 힘겨운 숨소리] 1415 01:08:09,953 --> 01:08:11,162 (창대) 아짐, 물 좀 주쇼 1416 01:08:12,372 --> 01:08:13,582 오매 1417 01:08:13,665 --> 01:08:14,958 어서 배를 갈라 보자 1418 01:08:16,543 --> 01:08:19,129 [약전의 탄성] (창대) 돗돔도 조기나 민어마냥 1419 01:08:19,671 --> 01:08:21,548 돌이 있어라, 이짝에 1420 01:08:21,631 --> 01:08:24,259 (약전) 허허, 이백 근은 나오겄네 1421 01:08:28,305 --> 01:08:30,056 한데 왜 물고기들은 1422 01:08:31,057 --> 01:08:32,934 대가리에 돌을 넣고 다닐까? 1423 01:08:33,018 --> 01:08:34,978 (창대) 대굴빡이 아니라 귀때기입니다요 1424 01:08:36,104 --> 01:08:37,981 물고기가 귀가 어디 있어, 이놈아! 1425 01:08:38,064 --> 01:08:39,357 아따, 거, 왜 없어요? 1426 01:08:39,441 --> 01:08:40,942 물속에서 들을 소리가 얼마나 많은디 1427 01:08:41,026 --> 01:08:43,153 [약전의 못마땅한 숨소리] 물괴기 귀가 얼마나 밝은지 1428 01:08:43,236 --> 01:08:44,112 아십니까? 1429 01:08:44,195 --> 01:08:46,031 (가거댁) 강냉이들 잡수고 하쇼 1430 01:08:48,366 --> 01:08:50,619 {\an5}(가거댁) 이거 좋은 놈으로 하나 하쇼 [가거댁이 살짝 웃는다] 1431 01:08:51,453 --> 01:08:53,830 (약전) 강냉이 씨알이 참 굵고 좋네 1432 01:08:53,914 --> 01:08:55,582 좋은 종자를 구했네그려 1433 01:08:56,207 --> 01:08:58,960 (가거댁) 이, 종자보다는 여거 밭이 좋지라 1434 01:08:59,044 --> 01:09:00,754 지가 거름을 잘했응께 1435 01:09:01,588 --> 01:09:02,714 아, 근디 1436 01:09:03,340 --> 01:09:06,134 나리도 다른 사람하고 별반 다를 것이 없네요 1437 01:09:06,968 --> 01:09:08,678 나리는 쪼까 다를 줄 알았더만 1438 01:09:10,680 --> 01:09:11,514 뭐가 말인가? 1439 01:09:12,057 --> 01:09:15,352 아, 씨만 중허고 밭 귀한 줄은 모르는 거 말이어라 1440 01:09:16,895 --> 01:09:19,731 '논어'인가 '대학'인가 그거만 줄줄 외우면 뭣 한다요 1441 01:09:20,231 --> 01:09:21,566 씨 뿌리는 애비만 중허고 1442 01:09:22,150 --> 01:09:24,778 배 아파 갖고 낳고 기른 애미는 뒷전인디 1443 01:09:26,112 --> 01:09:28,031 그야 하늘이 만물을 내는 것맹키로 1444 01:09:28,114 --> 01:09:30,575 아비의 씨가 시초가 된께 그런 거 아니겄소? 1445 01:09:31,242 --> 01:09:33,954 (가거댁) 시초가 되면 뭣 허고 씨만 뿌리믄 뭣 허간디 1446 01:09:34,037 --> 01:09:36,665 야, 밭이 안 좋으믄 씨가 싹을 못 트고 1447 01:09:36,748 --> 01:09:39,626 흙이 안 좋으면 싹이 터도 크덜 못허는디 1448 01:09:40,835 --> 01:09:42,671 아니, 너는 그렇게 배우고도 모르냐! 1449 01:09:43,421 --> 01:09:46,466 긍게 인제 자식들도 애미 귀한 줄 알아야 써 1450 01:09:47,133 --> 01:09:49,219 남자들도 여자를 귀해할 줄 알아야 된당께? 1451 01:09:49,844 --> 01:09:50,929 [약전이 숨을 하 내뱉는다] 1452 01:09:52,180 --> 01:09:54,265 내 가거댁한테 많이 배웠네 1453 01:09:54,891 --> 01:09:56,226 아주 많이 배웠어 1454 01:09:57,102 --> 01:09:59,479 (약전) 마음씨만 착한 줄 알았는데 똑똑하기가 1455 01:09:59,562 --> 01:10:01,606 허난설헌 못지않네그려 1456 01:10:01,690 --> 01:10:03,400 아이, 지가 1457 01:10:03,483 --> 01:10:05,485 똑똑하기는요 [웃음] 1458 01:10:06,152 --> 01:10:08,071 아이, 근디 허난설헌… 1459 01:10:08,154 --> 01:10:09,322 그, 어디 기생이요? 1460 01:10:11,449 --> 01:10:12,826 (가거댁) 나랑도 술 한잔해요 1461 01:10:13,827 --> 01:10:15,036 [밝은 음악] 1462 01:10:18,373 --> 01:10:19,749 [닭 울음] 1463 01:10:26,256 --> 01:10:27,924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1464 01:10:29,759 --> 01:10:30,844 [달그락거리는 소리] 1465 01:10:32,679 --> 01:10:34,514 (창대 모) 부엌간서 뭣 허냐? 1466 01:10:35,640 --> 01:10:38,309 남자가 부엌간 들어가믄 큰일 난다고 하던 놈이 1467 01:10:38,393 --> 01:10:39,477 거서 뭣 해? 1468 01:10:40,395 --> 01:10:41,688 [달그락거리는 소리] 1469 01:10:41,771 --> 01:10:44,983 (창대) 이 땅 아래에도 사람이 산다는디, 잉? 1470 01:10:45,650 --> 01:10:47,110 우리가 왜 안 떨어지겄소 1471 01:10:47,736 --> 01:10:48,862 고것이 1472 01:10:48,945 --> 01:10:52,532 땅하고 달하고 댕기는 힘이 그만큼 세다는 야그 아니오 1473 01:10:52,615 --> 01:10:54,576 (아낙1) [웃으며] 오, 신기하다 1474 01:10:54,659 --> 01:10:57,162 (주민1) 땡기긴 뭘 땡겨, 어? 1475 01:10:57,245 --> 01:11:00,165 달하고 땅하고 줄이 있냐? 끈이 있냐? 1476 01:11:00,832 --> 01:11:03,001 (창대) 긍께 나가 하고 싶은 말은 1477 01:11:03,084 --> 01:11:04,919 우리가 이 이치만 알믄 1478 01:11:05,754 --> 01:11:07,964 물괴기고, 미역이고, 소금이고 1479 01:11:08,048 --> 01:11:09,841 몇 배는 불릴 수 있다고 우리 선상님이 그랬다고 1480 01:11:09,924 --> 01:11:10,925 지금 얘기를… 1481 01:11:11,009 --> 01:11:12,594 (주민1) 옘병허고 자빠졌네 1482 01:11:12,677 --> 01:11:15,013 (아낙1) 사람 말하는디 좀 찬찬히 들어 봐! 1483 01:11:15,096 --> 01:11:16,765 듣긴 뭘 들어, 이 여편네야 1484 01:11:17,307 --> 01:11:18,975 응? 자고로잉 1485 01:11:19,059 --> 01:11:21,394 물고기는 용왕님이 주시는 것이여 1486 01:11:21,478 --> 01:11:22,687 아, 용왕은 봤냐? 1487 01:11:22,771 --> 01:11:24,355 내가 용왕을 봤으면 여기 있겄냐! 1488 01:11:24,439 --> 01:11:26,066 차라리 용왕을 만나 1489 01:11:26,149 --> 01:11:28,651 (아낙1) 아니면 물고기라도 잡아 오든가, 응? 1490 01:11:28,735 --> 01:11:30,737 아니면 조개라도 주워 오든가 1491 01:11:30,820 --> 01:11:32,155 이놈의 여편네가, 너 일로 와! 1492 01:11:32,238 --> 01:11:33,907 - (아낙1) 뭐! - (주민1) 일로 와, 일로 와! 1493 01:11:33,990 --> 01:11:35,366 (아낙1) 오지 마! 1494 01:11:35,450 --> 01:11:36,367 [사람들이 술렁인다] 1495 01:11:38,703 --> 01:11:40,205 그것이 어쩐다고 거그… 1496 01:11:41,915 --> 01:11:43,500 나는 괜찮네만 1497 01:11:44,084 --> 01:11:45,919 (별장) 지아비한테 그러는 거 아니네 1498 01:11:46,836 --> 01:11:48,379 '명심보감'에 이르기를 1499 01:11:49,130 --> 01:11:51,257 자고로 현명한 여인은 1500 01:11:51,341 --> 01:11:53,843 남편을 공경한다 했네, 응? 1501 01:11:54,636 --> 01:11:56,179 그것은! 1502 01:11:56,262 --> 01:11:58,056 (별장) 어, 혀… 1503 01:11:59,182 --> 01:12:00,058 현… 1504 01:12:00,850 --> 01:12:01,726 '현녀경부' 아니어라? 1505 01:12:01,810 --> 01:12:03,478 '현녀경부', 그려! 1506 01:12:03,561 --> 01:12:05,438 그리하란 말이여, 잉? 1507 01:12:05,522 --> 01:12:06,606 (창대) 근디 고 말은 1508 01:12:06,689 --> 01:12:08,358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닌 거 같은디요 1509 01:12:09,067 --> 01:12:10,193 태공이 말하기를 1510 01:12:10,276 --> 01:12:11,903 '치인외부 현녀경부라' 1511 01:12:12,487 --> 01:12:14,405 어리석은 사람은 아내를 두려워하고 1512 01:12:14,489 --> 01:12:16,825 현명한 여인은 남편을 공경한다는 뜻인디 1513 01:12:18,034 --> 01:12:20,578 어리석은 사람이 아내를 두려워하질 않응께 1514 01:12:20,662 --> 01:12:21,788 현명한 여인이 1515 01:12:21,871 --> 01:12:24,666 공, 공경 거 뭣 한다고 하겄어요? 1516 01:12:27,585 --> 01:12:28,670 또 훈장질이여? 1517 01:12:28,753 --> 01:12:30,213 또? 잉? 1518 01:12:31,381 --> 01:12:33,049 어찌게, 저기 관아 가 가지고 1519 01:12:33,133 --> 01:12:34,634 또 한번 정식으로 한번 배워 볼까? 1520 01:12:34,717 --> 01:12:37,137 지는 별장께서 곤경에 빠지신 것 같아 1521 01:12:37,220 --> 01:12:38,388 아랫사람 도리를 한 것잉께 1522 01:12:39,222 --> 01:12:40,557 오해 마시지라 1523 01:12:40,640 --> 01:12:41,683 '아랫사람 도리'? 1524 01:12:44,811 --> 01:12:46,020 고것이 아랫도리여 1525 01:12:47,397 --> 01:12:48,231 (별장) 잉? 1526 01:12:48,773 --> 01:12:50,900 [편안한 음악] 아랫도리를 잘하란 말이여 1527 01:12:54,654 --> 01:12:56,114 [별장의 헛기침] 1528 01:12:58,533 --> 01:12:59,742 어찌해쓰까잉? 1529 01:13:01,369 --> 01:13:04,330 (아낙1) 나리, 우리 새끼도 좀 가르쳐 주시제라 1530 01:13:04,414 --> 01:13:07,709 (아낙3) 창대 사람 변한 거 봉께로 쪼까 배워야 쓰겄어라 1531 01:13:07,792 --> 01:13:10,753 (사공) 저, 저, 이놈도 좀 가르쳐 주면 안 되겠어라? 1532 01:13:10,837 --> 01:13:12,046 선상님 1533 01:13:12,714 --> 01:13:14,966 인자 마을에 서당을 열어야 쓰겄는디요 1534 01:13:15,675 --> 01:13:17,218 (약전) 창대야 1535 01:13:17,302 --> 01:13:18,720 네가 가르쳐라, 이놈아 1536 01:13:20,597 --> 01:13:22,098 (창대) 지가유? [가거댁이 살짝 웃는다] 1537 01:13:22,682 --> 01:13:23,808 [창대가 살짝 웃는다] 1538 01:13:23,892 --> 01:13:25,935 {\an8}[가거댁과 풍헌의 웃음] 1539 01:13:27,353 --> 01:13:29,147 (창대) '시경'에 이르기를 1540 01:13:29,230 --> 01:13:31,107 (아이들) '시경'에 이르기를 1541 01:13:31,191 --> 01:13:33,151 (창대) 아버지는 내 몸을 낳으시고 1542 01:13:33,234 --> 01:13:36,112 (아이들) 아버지는 내 몸을 낳으시고 1543 01:13:36,613 --> 01:13:38,615 (창대) 어머니는 내 몸을 기르시니 1544 01:13:38,698 --> 01:13:41,784 {\an5}[가거댁이 따라 말한다] (아이들) 어머니는 내 몸을 기르시니 1545 01:13:41,868 --> 01:13:44,370 (불출) 근디 '명심보감'을 1546 01:13:44,454 --> 01:13:47,540 어찌서 한문으로 안 배우고 언문으로 배운대요? 1547 01:13:48,374 --> 01:13:49,626 (창대) 느그들 잘 들어라잉 1548 01:13:50,335 --> 01:13:52,503 한문 모른다고 기죽을 거 하나도 없어 1549 01:13:52,587 --> 01:13:54,756 응? 한문 말고도 배울 게 천지니께 1550 01:13:54,839 --> 01:13:56,007 알았어? 1551 01:13:56,090 --> 01:13:59,052 {\an5}[아이들이 대답한다] 그라고 느그들 '구구 팔십일'이 뭔 줄 아냐? 1552 01:14:05,558 --> 01:14:06,601 고것은… 1553 01:14:07,602 --> 01:14:08,436 일단 1554 01:14:09,187 --> 01:14:10,772 나가서 놀아 불자! 1555 01:14:10,855 --> 01:14:12,232 [아이들의 신난 탄성] 1556 01:14:12,315 --> 01:14:13,566 (창대) 나가야 [밝은 음악] 1557 01:14:15,735 --> 01:14:17,278 [아이들의 신난 탄성] [창대의 힘주는 소리] 1558 01:14:21,199 --> 01:14:23,117 (복례) 간다잉 [창대의 아픈 신음] 1559 01:14:23,201 --> 01:14:24,827 와! 앞으로, 앞으로 1560 01:14:26,079 --> 01:14:28,039 (복례) 고기 잡으러 안 가냐 씨벌 놈아 1561 01:14:28,122 --> 01:14:29,874 (창대) 아따, 겁나게 이쁘구마잉 1562 01:14:31,334 --> 01:14:32,252 야 1563 01:14:34,003 --> 01:14:35,421 니 방금 뭐라 했냐? 1564 01:14:35,505 --> 01:14:36,506 니 왜 그런디? 1565 01:14:37,840 --> 01:14:39,259 (복례) 야, 니… 1566 01:14:39,342 --> 01:14:42,428 몇 년 전에 나 물속에서 께벗은 거 봤지? 새끼야 1567 01:14:42,512 --> 01:14:44,055 잉, 다 봐 불었어 1568 01:14:45,473 --> 01:14:47,100 니 나한테 시집와야 쓰겄다 1569 01:15:09,747 --> 01:15:11,749 (복례) 오늘은 전복이 많이 잡혀 불었네 1570 01:15:11,833 --> 01:15:15,670 (풍헌) 교배례 1571 01:15:26,973 --> 01:15:30,893 서배우례 1572 01:15:30,977 --> 01:15:33,313 [꽹과리 소리] [북소리] 1573 01:15:34,063 --> 01:15:35,481 (주민5) 아니 오늘같이 기분 좋은 날 1574 01:15:35,565 --> 01:15:36,941 우리가 요러고 가만히 있으면 안 되제잉 1575 01:15:37,025 --> 01:15:39,610 [사람들이 호응한다] 요 기분에 싹 젖어 불자고잉! 1576 01:15:39,694 --> 01:15:41,821 [사람들의 신난 탄성] [풍물놀이 소리] 1577 01:15:43,489 --> 01:15:44,449 [헛기침] 1578 01:15:57,128 --> 01:15:58,212 [멀리서 풍물놀이 소리가 들린다] 1579 01:15:58,296 --> 01:15:59,756 (별장) 전라 우수사 영감한테 1580 01:15:59,839 --> 01:16:02,300 편지를 전해 준 지가 2년이 다 돼 가는디 1581 01:16:02,383 --> 01:16:03,593 답장이 없네유 1582 01:16:04,927 --> 01:16:08,473 그사이 우수사 영감은 벼슬이 갈려서 딴 데로 가 불었고 1583 01:16:10,183 --> 01:16:11,434 어떡하면 좋겄슈? 1584 01:16:11,976 --> 01:16:12,977 [약전의 헛기침] 1585 01:16:13,811 --> 01:16:16,439 앞으로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나댕기지 마슈잉 1586 01:16:17,106 --> 01:16:18,649 명색이 유배지인디 1587 01:16:18,733 --> 01:16:20,443 위리안치가 뭔지는 알쥬? 1588 01:16:21,277 --> 01:16:23,571 아니, 내 이 섬에서 두루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소 1589 01:16:23,654 --> 01:16:25,156 그러니 제발 그런 말은… 1590 01:16:25,239 --> 01:16:27,617 난 내가 한 번 한 말은 절대 못 주워 담아유 1591 01:16:28,659 --> 01:16:29,619 남자니께 1592 01:16:32,580 --> 01:16:33,956 이거나 좀 읽어 주슈 1593 01:16:36,084 --> 01:16:37,502 [약전의 한숨] 1594 01:16:44,092 --> 01:16:46,260 신임 전라 우수사 1595 01:16:46,344 --> 01:16:48,137 윤길수 영감이 1596 01:16:48,221 --> 01:16:50,223 내 안부를 묻는 편지를 보냈소 1597 01:16:51,265 --> 01:16:52,600 윤길수 영감이랑은 1598 01:16:53,309 --> 01:16:54,977 정말 각별했었소 1599 01:16:55,061 --> 01:16:57,188 [웃으며] 이, 참 반갑네 1600 01:16:57,271 --> 01:16:59,232 지, 지, 진짜유? 1601 01:17:00,024 --> 01:17:02,026 내 답장을 보낼 터이니 1602 01:17:02,777 --> 01:17:04,404 청할 것이 있으면 말해 보시오 1603 01:17:06,948 --> 01:17:10,243 이놈의 섬 구석서 지발 좀 벗어나게 좀 해 주세유 1604 01:17:10,326 --> 01:17:11,744 지발유 [별장이 울먹인다] 1605 01:17:14,914 --> 01:17:16,165 [생각하는 숨소리] [밝은 음악] 1606 01:17:59,208 --> 01:18:00,501 [사람들의 즐거운 탄성] 1607 01:18:01,919 --> 01:18:02,920 [약전의 힘주는 소리] 1608 01:18:03,004 --> 01:18:04,172 (창대) 잡아! 1609 01:18:04,255 --> 01:18:05,840 (복례) 오매, 안 끝났어야? 1610 01:18:05,923 --> 01:18:09,260 {\an5}[가거댁의 웃음] - 오매, 아이, 선상님이 지겄구먼 - (가거댁) 야, 힘을 못 쓰냐 1611 01:18:09,343 --> 01:18:10,636 (아낙1) 아이고 [가거댁의 웃음] 1612 01:18:10,720 --> 01:18:14,557 아이고, 우리 서방님 보약이라도 해 멕여야 쓰겄네 1613 01:18:14,640 --> 01:18:15,850 [약전의 놀란 숨소리] 1614 01:18:15,933 --> 01:18:17,852 [사람들의 신난 탄성] 1615 01:18:17,935 --> 01:18:20,354 [창대가 말한다] 1616 01:18:22,064 --> 01:18:24,942 (창대) 선상님 요거 좀 풀어 주시죠잉 1617 01:18:26,360 --> 01:18:28,446 '쥐에게도 가죽이 있거늘' 1618 01:18:28,529 --> 01:18:30,615 (약전) '사람이 체통이 없다면' 1619 01:18:31,324 --> 01:18:33,367 '죽는 것이 낫다' 1620 01:18:33,451 --> 01:18:34,285 치워라 1621 01:18:34,368 --> 01:18:35,536 [복례의 힘주는 소리] 1622 01:18:36,704 --> 01:18:37,830 (창대 모) 아이고 1623 01:18:38,831 --> 01:18:40,249 고생이 많다잉 1624 01:18:41,250 --> 01:18:42,627 (복례) 예, 진지 잡수세요 [창대 모가 호응한다] 1625 01:18:50,218 --> 01:18:51,552 아부지! 1626 01:18:51,636 --> 01:18:52,803 아부지! 1627 01:18:53,846 --> 01:18:55,097 (창대) 드가야! 1628 01:18:55,181 --> 01:18:56,390 (약전 아들) 잘 다녀오쇼! 1629 01:19:08,486 --> 01:19:10,655 [새가 지저귄다] 1630 01:19:28,881 --> 01:19:30,800 (창대) 아이, 흑산에서 왔는디 1631 01:19:31,676 --> 01:19:33,511 강진 선상님 계신게라? 1632 01:19:34,512 --> 01:19:37,181 (강진 제자) 선생님 백년사에 가 계신디… 1633 01:19:40,685 --> 01:19:43,479 (약전) 물고기 연구는 아직도 진행 중이라 1634 01:19:43,980 --> 01:19:46,315 수북이 쌓인 초고가 1635 01:19:46,399 --> 01:19:48,276 방 안을 굴러다니네 1636 01:19:49,026 --> 01:19:50,403 책의 이름은 1637 01:19:50,486 --> 01:19:52,989 '해족도설'로 할까 하다가 1638 01:19:53,573 --> 01:19:55,533 '자산어보'라 하였네 1639 01:19:56,325 --> 01:19:58,578 [차분한 음악] 자네의 말처럼 1640 01:19:58,661 --> 01:20:01,080 '흑산'이라는 이름이 불길하다 하여 1641 01:20:01,163 --> 01:20:03,874 제자 놈이 굳이 '흑산'을 1642 01:20:03,958 --> 01:20:05,960 '자산'으로 바꾸자 하였네 1643 01:20:06,752 --> 01:20:08,671 선생이 어둠에 갇혀 1644 01:20:08,754 --> 01:20:10,715 못 돌아갈까 두렵다면서 1645 01:20:12,383 --> 01:20:14,510 (약용) 제자 칭찬 일색이구나 1646 01:20:16,220 --> 01:20:17,263 (창대) 칭찬이요? 1647 01:20:19,307 --> 01:20:21,309 저희 선상님이 농하신 거 같은디요 1648 01:20:23,894 --> 01:20:25,313 근디 선상님은 어찌게 1649 01:20:25,396 --> 01:20:27,648 절에서 스님과 함께 계십니까요? 1650 01:20:28,566 --> 01:20:30,526 나도 선상님 제자요 1651 01:20:30,610 --> 01:20:32,069 오매, 제자라고라? 1652 01:20:32,153 --> 01:20:34,196 불자가 유자 스승을 만나 1653 01:20:34,280 --> 01:20:35,906 아주 땡중이 되어 불었네 1654 01:20:36,824 --> 01:20:39,744 그래서 선생님께서 이런 시까정 지으셨제 1655 01:20:41,203 --> 01:20:43,456 '대나무밭의 부엌살림' 1656 01:20:44,165 --> 01:20:45,499 '중이 맡아 하는디' 1657 01:20:46,417 --> 01:20:48,794 (혜장) '그 중 수염과 머리털이' 1658 01:20:48,878 --> 01:20:51,005 '나날이 길어진다네' 1659 01:20:51,088 --> 01:20:53,966 '지금은 불가 계율 다 버리고' 1660 01:20:54,050 --> 01:20:56,677 '싱싱한 물고기 잡아' 1661 01:20:56,761 --> 01:20:58,596 '국까지 끓여 내온다네' 1662 01:20:59,180 --> 01:21:00,514 [혜장의 웃음] 1663 01:21:02,224 --> 01:21:04,060 너도 시 한 수 지어 보거라 1664 01:21:04,852 --> 01:21:05,895 형님 제자 1665 01:21:06,437 --> 01:21:07,897 시제 좀 보아야겠다 1666 01:21:09,523 --> 01:21:11,025 지는 못 합니다요 1667 01:21:13,069 --> 01:21:15,279 지어 본 적도 없고 가당치도 않고 1668 01:21:15,905 --> 01:21:18,741 그라고 저희 선상님이 챙피 보십니다 1669 01:21:19,867 --> 01:21:20,826 괜찮다 1670 01:21:22,161 --> 01:21:23,788 네가 운을 받아 주거라 1671 01:21:24,872 --> 01:21:26,332 [약전의 심호흡] 1672 01:21:26,415 --> 01:21:27,333 (강회) 예? 1673 01:21:29,293 --> 01:21:31,504 아이… [강회의 웃음] 1674 01:21:31,587 --> 01:21:32,922 선생님도 참 1675 01:21:33,005 --> 01:21:33,881 왜? 1676 01:21:34,382 --> 01:21:36,967 (약용) 상놈이랑 운을 맞추려니 창피하냐? 1677 01:21:38,886 --> 01:21:40,221 [약용이 살짝 웃는다] 1678 01:21:40,304 --> 01:21:41,889 (강회) 어, 선생님 명이시니 1679 01:21:42,473 --> 01:21:44,183 고역을 잠시 참아 보겠습니다 1680 01:21:44,266 --> 01:21:46,310 절구로 할까요, 율시로 할까요? 1681 01:21:48,771 --> 01:21:50,314 시간 아까우니 절구로 1682 01:21:50,898 --> 01:21:52,316 두 구씩 읊어 보세, 자 1683 01:21:53,109 --> 01:21:54,026 운 떼어 보게 1684 01:21:54,110 --> 01:21:55,820 한 번에 두 구씩이나요? 1685 01:21:55,903 --> 01:21:56,862 벅찬가? 1686 01:21:57,947 --> 01:21:58,823 아니어라 1687 01:21:59,490 --> 01:22:00,783 한번 해 보겄습니다 1688 01:22:01,575 --> 01:22:03,452 [창대가 차를 후루룩 마신다] [약용의 웃음] 1689 01:22:03,536 --> 01:22:04,412 [강회의 헛기침] 1690 01:22:07,707 --> 01:22:10,418 (창대) 백성의 고통은 늘 먹을 것 때문에 생긴께 1691 01:22:12,628 --> 01:22:14,213 '먹을 식' 자 어떻습니까요? 1692 01:22:14,296 --> 01:22:15,840 [혜장과 약용의 옅은 헛기침] 좋네 1693 01:22:16,924 --> 01:22:18,342 먼저 읊겠네, 음 1694 01:22:18,426 --> 01:22:19,677 [강회의 생각하는 숨소리] 1695 01:22:22,596 --> 01:22:24,890 {\an8}(강회) 유속무인식 1696 01:22:25,933 --> 01:22:28,394 {\an8}다남필환기 1697 01:22:29,603 --> 01:22:33,065 {\an8}곡식이 있어도 먹을 사람 없는 집이 있고 1698 01:22:33,691 --> 01:22:34,859 자식이 많아도 1699 01:22:35,401 --> 01:22:37,278 먹을 것이 없는 집이 있네 1700 01:22:39,530 --> 01:22:41,365 {\an8}(창대) 달관필창우 1701 01:22:42,283 --> 01:22:43,576 {\an8}재자무소시 1702 01:22:44,952 --> 01:22:47,079 벼슬 높은 사람은 어리석기만 하고 1703 01:22:48,205 --> 01:22:49,498 재능 있는 사람은 1704 01:22:51,000 --> 01:22:52,543 기회조차 얻지 못허네 1705 01:22:54,879 --> 01:22:55,880 [살짝 웃는다] 1706 01:22:58,716 --> 01:23:01,302 {\an8}가실소완복 1707 01:23:01,385 --> 01:23:04,096 {\an8}(강회) 지도상능지 1708 01:23:05,389 --> 01:23:08,184 {\an8}모든 복을 다 갖춘 집은 드물고 1709 01:23:08,893 --> 01:23:10,227 지극한 도리는 1710 01:23:10,811 --> 01:23:12,688 언제나 펼치기가 어렵고 1711 01:23:13,898 --> 01:23:15,274 {\an8}옹색자매탕 1712 01:23:16,150 --> 01:23:17,359 {\an8}부혜낭필치 1713 01:23:19,111 --> 01:23:20,946 {\an8}(창대) 애비가 아낀다고 해도 1714 01:23:21,030 --> 01:23:22,990 자식은 늘 탕진하고 1715 01:23:23,073 --> 01:23:24,366 [흥미로운 음악] 1716 01:23:24,450 --> 01:23:25,826 아내가 지혜로우믄 1717 01:23:26,368 --> 01:23:28,370 남편이 꼭 어리석네 1718 01:23:28,996 --> 01:23:29,872 [만족한 숨소리] 1719 01:23:30,831 --> 01:23:31,665 아… 1720 01:23:35,669 --> 01:23:37,129 [고민하는 숨소리] 1721 01:23:39,507 --> 01:23:40,674 {\an8}만월… 1722 01:23:40,758 --> 01:23:41,634 {\an8}"월만" 1723 01:23:44,929 --> 01:23:47,264 {\an8}만월빈치운 1724 01:23:47,348 --> 01:23:48,432 {\an8}"월만빈치운" 1725 01:23:50,601 --> 01:23:53,145 {\an8}화개풍오지 1726 01:23:54,230 --> 01:23:56,607 {\an8}(강회) 달이 차면 구름이 자주 끼고 1727 01:23:58,150 --> 01:23:59,693 꽃이 피면 1728 01:23:59,777 --> 01:24:02,112 바람이 망쳐 놓지, 허 1729 01:24:02,780 --> 01:24:04,240 {\an8}물물진여차 1730 01:24:04,782 --> 01:24:06,158 {\an8}독소무인지 1731 01:24:07,243 --> 01:24:09,787 {\an8}세상만사 다 그렇고 그런 거 1732 01:24:10,871 --> 01:24:12,081 혼자 웃는 이유 1733 01:24:12,623 --> 01:24:14,166 아는 사람 아무도 없네 1734 01:24:15,960 --> 01:24:17,294 [혜장의 놀란 숨소리] 1735 01:24:19,755 --> 01:24:21,131 예이, 이 사람아 1736 01:24:21,841 --> 01:24:23,717 (강회) [웃으며] 시를 안 지어 보긴 1737 01:24:23,801 --> 01:24:24,635 아, 제가 1738 01:24:24,718 --> 01:24:27,263 제가 이 사람 장단에 당했습니다 [강회의 멋쩍은 웃음] 1739 01:24:28,556 --> 01:24:30,057 아따, 끝났어라? 1740 01:24:30,140 --> 01:24:31,433 [약용의 웃음] 1741 01:24:34,895 --> 01:24:37,106 과연 형만 한 아우가 없구나 1742 01:24:37,731 --> 01:24:39,316 (약용) 이래서 선대왕께서도 1743 01:24:39,942 --> 01:24:41,861 형이 아우보다 낫다고 하셨으니 1744 01:24:41,944 --> 01:24:42,778 [약용의 웃음] 1745 01:24:42,862 --> 01:24:45,990 아이, 선생으로는 우리 선생님이 더 훌륭하시지요 1746 01:24:46,073 --> 01:24:48,075 (강회) 같은 유배 생활 중에서도 1747 01:24:48,158 --> 01:24:51,120 선생님은 벌써 이백 권 가까운 책을 쓰셨는데 1748 01:24:52,079 --> 01:24:53,539 흑산 어르신께서는 1749 01:24:53,622 --> 01:24:55,791 '송정사의', '표해시말' 1750 01:24:55,875 --> 01:24:58,043 이 두 권밖에 못 쓰셨지 않습니까? 1751 01:24:58,127 --> 01:24:59,795 (혜장) 거참, 이상허네 1752 01:25:00,671 --> 01:25:01,922 선대왕께서 1753 01:25:02,006 --> 01:25:05,009 당대 최고 인재로 치신 우리 선생님도 1754 01:25:05,968 --> 01:25:08,262 맥힐 때마다 흑산에 여쭈어보시는디 1755 01:25:09,263 --> 01:25:10,472 듣고 보니께 그렇네요 1756 01:25:12,141 --> 01:25:13,267 왜 그러실까요? 1757 01:25:14,894 --> 01:25:16,896 가서 직접 여쭤보거라 1758 01:25:17,438 --> 01:25:20,858 너에게는 말을 해 주실지도 모르니 1759 01:25:20,941 --> 01:25:21,817 (약용) 음… 1760 01:25:23,193 --> 01:25:24,278 [약용이 살짝 웃는다] 1761 01:25:25,571 --> 01:25:27,364 [새가 지저귄다] 1762 01:25:39,752 --> 01:25:42,087 그래, 무사해서 고맙다 1763 01:25:42,171 --> 01:25:43,422 (창대) 선상님 1764 01:25:43,505 --> 01:25:45,299 쪼매 궁금한 것이 있는디요 1765 01:25:45,382 --> 01:25:46,759 말해 보거라 1766 01:25:46,842 --> 01:25:49,637 선상님은 왜 다른 책은 안 쓰십니까요? 1767 01:25:50,888 --> 01:25:53,515 (창대) 강진 선상님은 실사구시만이 아니라 1768 01:25:53,599 --> 01:25:55,893 경서, 예법, 거시기 1769 01:25:56,602 --> 01:25:58,520 주역에 대한 책도 쓰시던디 1770 01:26:03,317 --> 01:26:04,193 그것은… 1771 01:26:06,028 --> 01:26:08,489 나와 내 아우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1772 01:26:10,157 --> 01:26:11,450 어찌게 다른디요? 1773 01:26:14,995 --> 01:26:16,997 (약전) '목민심서' 초고 중에서 1774 01:26:18,040 --> 01:26:19,667 필사를 해 놓은 것이 있는데 1775 01:26:22,336 --> 01:26:23,963 여기 이 구절의 1776 01:26:24,880 --> 01:26:26,131 뜻을 풀어 보거라 1777 01:26:29,760 --> 01:26:32,304 윤음이 고을에 도착하믄 1778 01:26:33,180 --> 01:26:37,184 백성들을 불러 모아 몸소 읽고 설명하여 1779 01:26:37,267 --> 01:26:41,188 그들로 하여금 임금의 은덕을 알게 해야 한다 1780 01:26:42,690 --> 01:26:43,565 '윤음' 1781 01:26:44,566 --> 01:26:47,486 (약전) '윤음'은 임금의 목소리를 말하는 것이다 1782 01:26:47,569 --> 01:26:50,239 그 '윤음'의 '윤' 자는 낚싯줄을 뜻하기도 하는데 1783 01:26:51,198 --> 01:26:53,867 물고기를 잡는 네가 써도 되는 글자를 1784 01:26:53,951 --> 01:26:55,077 임금은 쓰고 1785 01:26:55,160 --> 01:26:57,121 너는 왜 못 쓰느냐? 1786 01:26:57,204 --> 01:26:58,414 [부드러운 음악] 1787 01:27:00,457 --> 01:27:02,710 고것이 무슨 말씀이신지? 1788 01:27:03,419 --> 01:27:04,670 내가 바라는 것은 1789 01:27:05,212 --> 01:27:08,674 양반도 상놈도 없고 적자도 서자도 없고 1790 01:27:09,466 --> 01:27:11,343 주인도 노비도 없고 1791 01:27:12,553 --> 01:27:14,304 임금도 필요 없는 1792 01:27:15,222 --> 01:27:16,390 그런 세상이다 1793 01:27:21,228 --> 01:27:22,646 (약전) 그러니 내 어찌 1794 01:27:23,313 --> 01:27:25,149 그런 책을 쓸 수 있겠느냐? 1795 01:27:26,108 --> 01:27:27,484 사학죄인도 모자라 1796 01:27:28,485 --> 01:27:31,447 남은 처자식마저 화를 당할 텐데 1797 01:27:33,991 --> 01:27:36,118 그럼 어째서 서당 현판에 1798 01:27:36,702 --> 01:27:39,371 (창대) 성리학의 핵심인 '복성'을 쓰셨습니까요? 1799 01:27:41,206 --> 01:27:44,960 서학이든 성리학이든 좋은 건 다 가져다 써야지 1800 01:27:45,961 --> 01:27:48,213 (약전) 나는 성리학으로 천주학을 받아들였는데 1801 01:27:48,297 --> 01:27:49,381 이 나라는 1802 01:27:49,465 --> 01:27:51,508 나 하나도 못 받아들였다 1803 01:27:52,593 --> 01:27:54,970 이 나라의 성리학은 누구를 위한 것이냐? 1804 01:27:57,264 --> 01:27:59,433 이 나라의 주인이 성리학이냐? 1805 01:28:00,726 --> 01:28:01,810 백성이냐? 1806 01:28:04,104 --> 01:28:06,148 [무거운 음악] 1807 01:28:09,193 --> 01:28:12,071 그건 지가 답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닌 것 같은디요 1808 01:28:13,155 --> 01:28:15,240 임금도 필요 없는 시상에 1809 01:28:16,700 --> 01:28:18,660 누가 주인인들 어떻습니까요 1810 01:28:21,413 --> 01:28:23,248 [풀벌레 울음] 1811 01:28:35,094 --> 01:28:37,387 [대화 소리가 흘러나온다] 1812 01:28:45,687 --> 01:28:46,980 (창대 모) 니 볼라고 1813 01:28:47,564 --> 01:28:48,982 일부러 오셨단다 1814 01:28:51,568 --> 01:28:53,445 니 학문이 높다고야 1815 01:28:54,738 --> 01:28:56,573 나주까정 소문이 나 불었디야 1816 01:28:59,243 --> 01:29:01,453 절하기 싫으면 그냥 앉어, 거기 1817 01:29:03,038 --> 01:29:03,956 [장 진사의 헛기침] 1818 01:29:04,748 --> 01:29:06,416 (장 진사) 자네도 인자 뭍으로 나오고 1819 01:29:07,417 --> 01:29:08,836 니도 과거를 봐야제? 1820 01:29:10,879 --> 01:29:11,964 [창대 모의 당황한 소리] 1821 01:29:12,923 --> 01:29:14,258 (창대 모) 참말이다요? 1822 01:29:15,092 --> 01:29:16,218 (장 진사) 아, 그람 1823 01:29:16,301 --> 01:29:19,096 이 섬 구석에서 어찌게 뒷바라지를 할 것인가? 1824 01:29:19,805 --> 01:29:22,516 저리도 잘난 자슥 뒷바라지를, 응? 1825 01:29:22,599 --> 01:29:24,017 [웃음] 1826 01:29:24,893 --> 01:29:26,353 우째 암말도 없어? 1827 01:29:27,813 --> 01:29:29,940 언능 고맙다고 절이라도 드려야제 1828 01:29:31,024 --> 01:29:32,734 이것이 너만 좋은 일이냐 1829 01:29:33,360 --> 01:29:35,612 이 어린것들한테도 다 좋은 일이제 1830 01:29:36,446 --> 01:29:37,990 (장 진사) 아, 내비둬 1831 01:29:39,825 --> 01:29:40,826 창대야 1832 01:29:42,244 --> 01:29:43,620 나랑 어디 좀 가자 1833 01:29:47,749 --> 01:29:48,959 (별장) 지는! [별장이 상을 탁 내리친다] 1834 01:29:49,668 --> 01:29:51,879 [밤새 울음] 진즉부터 알아봤슈, 응? 1835 01:29:51,962 --> 01:29:54,172 그 충심과 결기, 응? 1836 01:29:54,673 --> 01:29:56,341 단박에 알아보고 바로 풀어 줬잖유 1837 01:29:57,259 --> 01:29:58,176 (별장) 응 1838 01:29:58,260 --> 01:29:59,636 [별장의 한숨] 1839 01:30:00,429 --> 01:30:02,556 씁, 근데 이참에 저… 1840 01:30:02,639 --> 01:30:03,473 [입소리를 쩝 낸다] 1841 01:30:03,557 --> 01:30:05,434 홍어는 얼마나 실어 가시게유? 1842 01:30:05,517 --> 01:30:06,560 (장 진사) 어허 1843 01:30:07,853 --> 01:30:10,147 아들 보러 왔는데 홍어는 무신 1844 01:30:10,898 --> 01:30:13,191 (별장) 자네는 이제 운이 확 폈네, 응? 1845 01:30:13,275 --> 01:30:15,485 그 실력에 든든한 아버지에 1846 01:30:15,569 --> 01:30:17,487 아, 뭔 걱정이 있겄는가? 1847 01:30:18,405 --> 01:30:19,615 과거도 말이여 1848 01:30:19,698 --> 01:30:23,160 소과, 대과 단번에 끝내 버리고 얼른 벼슬하슈, 응? 1849 01:30:24,536 --> 01:30:26,121 높은 자리 올라가면 저… 1850 01:30:27,039 --> 01:30:29,166 이 얼굴도 좀 생각해 주고잉, 잉? 1851 01:30:30,334 --> 01:30:32,836 [별장의 웃음] 1852 01:30:33,420 --> 01:30:36,548 (강회) 제일 먼저 흑산으로 찾아뵙는다 하셨습니다 1853 01:30:36,632 --> 01:30:38,467 아니야, 아니야, 내가 1854 01:30:39,134 --> 01:30:41,011 우이도 가서 기다릴 것이야 1855 01:30:42,262 --> 01:30:43,180 (약전) 오냐 1856 01:30:43,931 --> 01:30:45,766 (강회) 어, 어서 오게 1857 01:30:47,017 --> 01:30:49,686 강진 선생님 유배가 드디어 풀리셨네 1858 01:30:49,770 --> 01:30:51,104 참말입니까? 1859 01:30:53,273 --> 01:30:54,733 (창대) 그라믄 우리 선상님은요? 1860 01:30:55,734 --> 01:30:57,069 (가거댁) 우리 나리도 1861 01:30:59,446 --> 01:31:00,781 금세 풀리시겄제 1862 01:31:05,035 --> 01:31:06,036 [한숨] 1863 01:31:08,622 --> 01:31:10,999 (약전) 14년이나 걸렸네그려 1864 01:31:17,172 --> 01:31:18,173 (약전) 창대야 1865 01:31:19,257 --> 01:31:20,342 [갈매기 울음] 1866 01:31:20,425 --> 01:31:22,803 우이도로 거처를 옮길까 한다 1867 01:31:24,680 --> 01:31:25,973 (창대) 우이도로 말입니까요? 1868 01:31:29,726 --> 01:31:31,395 (약전) 흑산에서 우이도 오가기도 1869 01:31:31,478 --> 01:31:33,355 쉬운 길이 아니지 않느냐 1870 01:31:35,065 --> 01:31:37,067 나도 곧 유배가 풀릴 텐데 1871 01:31:37,818 --> 01:31:40,112 그 길을 좀 줄여 놓으면 좋지 1872 01:31:41,238 --> 01:31:43,991 (창대) 그런다고 배수를 옮기실 것까지 있겄습니까? 1873 01:31:45,701 --> 01:31:46,910 너도 같이 가자 1874 01:31:49,037 --> 01:31:51,415 (약전) 유배 풀릴 때까지 같이 지내면서 1875 01:31:51,999 --> 01:31:54,001 어보를 마무리하도록 하자 1876 01:31:55,252 --> 01:31:57,254 네 도움 없이는 안 되지 않느냐? 1877 01:32:00,507 --> 01:32:01,383 선상님 1878 01:32:03,260 --> 01:32:04,886 선상님께 어보는 뭡니까? 1879 01:32:05,721 --> 01:32:07,139 [숨을 깊게 들이켠다] 1880 01:32:07,222 --> 01:32:08,432 무슨 소리냐? 1881 01:32:10,684 --> 01:32:11,560 아니어라 1882 01:32:15,647 --> 01:32:17,149 [무거운 음악] 1883 01:32:23,071 --> 01:32:25,657 니도 뭍에 나가 산당께 좋제? 1884 01:32:26,241 --> 01:32:28,118 겁나게 좋지라 1885 01:32:55,353 --> 01:32:58,148 갑자기 육지는 무슨 일로 나가느냐? 1886 01:32:59,691 --> 01:33:01,234 육지에 나가기도 허지만 1887 01:33:03,403 --> 01:33:04,946 하직 인사입니다요 1888 01:33:06,073 --> 01:33:07,032 (창대) 인자 1889 01:33:07,616 --> 01:33:09,868 선상님과 저의 연을 끊어야겄습니다 1890 01:33:13,580 --> 01:33:16,958 선상님처럼 잘못된 생각을 가진 분과 함께하다가는 1891 01:33:19,419 --> 01:33:21,463 지 앞길도 위험해지겄습니다 1892 01:33:23,799 --> 01:33:26,218 물고기 잡는 놈이 무슨 앞길이 있느냐? 1893 01:33:27,803 --> 01:33:29,346 지는 '자산어보'보다 1894 01:33:31,598 --> 01:33:33,683 '목민심서'의 길을 택하겄습니다 1895 01:33:34,976 --> 01:33:37,938 애비 품으로 기어들어 가겠다는 말이구나 1896 01:33:38,021 --> 01:33:40,148 애비 품이 아니라 임금 품이지요 1897 01:33:40,232 --> 01:33:42,901 임금 품에 들어야 백성을 위할 수 있응께요 1898 01:33:44,069 --> 01:33:45,362 [웃음] 1899 01:33:48,698 --> 01:33:52,452 사제지간의 정 뗄 말을 참 잘도 골랐구나 1900 01:33:52,536 --> 01:33:53,870 [웃음] 1901 01:33:56,957 --> 01:33:59,167 지발 정신 좀 차리시랑께요 1902 01:33:59,918 --> 01:34:00,836 선상님 1903 01:34:01,461 --> 01:34:04,339 임금도 필요 없는 시상이 말이나 됩니까! 1904 01:34:04,422 --> 01:34:06,174 선상님의 고런 잘못된 생각이 1905 01:34:06,258 --> 01:34:07,759 식구들을 죽일 수도 있는디! 1906 01:34:08,385 --> 01:34:10,846 사모님과 어린 자식들은 사람으로도 안 보이십니까! 1907 01:34:10,929 --> 01:34:11,972 (약전) 이놈이! 1908 01:34:12,055 --> 01:34:13,056 [가거댁의 놀란 탄성] 1909 01:34:15,433 --> 01:34:17,310 솔직하게 말하거라, 이놈아 1910 01:34:18,520 --> 01:34:20,522 '나도 이제 배울 만큼 배웠으니' 1911 01:34:21,481 --> 01:34:25,152 '출세도 하고 재물도 좀 모아야겠습니다' 하고, 이놈아! 1912 01:34:27,863 --> 01:34:28,905 [떨리는 숨소리] 1913 01:34:29,990 --> 01:34:30,991 [거친 숨소리] 1914 01:34:37,372 --> 01:34:38,957 [멀어지는 발걸음] 1915 01:34:40,792 --> 01:34:42,752 [한숨] [쓱쓱 신발 신는 소리] 1916 01:34:46,173 --> 01:34:47,174 [떨리는 숨소리] 1917 01:34:55,432 --> 01:34:57,017 (창대 모) 느그들은 인자 1918 01:34:57,100 --> 01:34:59,269 물괴기 안 잡고 살아도 되어야잉 1919 01:34:59,352 --> 01:35:00,812 잉? [창대 모가 살짝 웃는다] 1920 01:35:12,240 --> 01:35:14,910 (장 진사) 소과 급제해서 진사는 땄응께 1921 01:35:15,785 --> 01:35:17,579 내친김에 한양 가서 1922 01:35:17,662 --> 01:35:19,497 별시, 대과까지 보고 오니라 1923 01:35:22,375 --> 01:35:24,336 [애잔한 음악] 1924 01:35:26,338 --> 01:35:27,297 (아낙1) 성님 1925 01:35:28,215 --> 01:35:30,217 [훌쩍이며] 인자 가면 우리 언제 또 보는가? 1926 01:35:30,300 --> 01:35:32,552 우이도가 멀지 않응께 내가 꼭 올게 1927 01:35:32,636 --> 01:35:33,595 [아낙1이 훌쩍인다] 1928 01:35:33,678 --> 01:35:36,932 (아낙1) 밥 잘 챙겨 먹고 몸 상허지 말고, 응? 1929 01:35:37,015 --> 01:35:38,141 (가거댁) 잘 계쇼잉 1930 01:35:39,309 --> 01:35:41,186 (아낙1) 너는 엄마 아빠 말 잘 듣고 1931 01:35:41,269 --> 01:35:43,688 그래야 훌륭한 사람 되는 겨 알았지? 1932 01:35:45,023 --> 01:35:48,109 아니, 우이도로 가 버리면 나는 어떡한다요? 잉? 1933 01:35:48,193 --> 01:35:50,779 전라 우수사 양반이 세 번이나 바뀌었는디 1934 01:35:50,862 --> 01:35:52,489 나도 좀 바꿔 줘야 될 거 아니여 1935 01:35:53,156 --> 01:35:56,368 내 유배 풀리면 알아보겠소 1936 01:36:04,417 --> 01:36:05,669 (아낙1) 성님, 잘 가쇼 1937 01:36:06,294 --> 01:36:07,879 몸 상허지 말고! 1938 01:36:12,259 --> 01:36:13,760 {\an8}(시험관) '부' [흥미로운 음악] 1939 01:36:13,843 --> 01:36:15,470 {\an8}'선양' 1940 01:36:15,553 --> 01:36:16,388 '오' 1941 01:36:17,305 --> 01:36:18,431 '호연지기' 1942 01:36:31,069 --> 01:36:33,989 (나주 목사) 원래 대과는 실력으로 되는 게 아니네 1943 01:36:34,698 --> 01:36:36,449 정승 판서들끼리도 1944 01:36:36,533 --> 01:36:39,577 [고풍스러운 가야금 연주] 지 새끼 뽑을라고 박이 터진다네 1945 01:36:40,287 --> 01:36:44,040 진사만 해도 앞길이 충분히 있으니 1946 01:36:45,000 --> 01:36:46,876 나만 믿게 1947 01:36:48,712 --> 01:36:50,255 [나주 목사의 웃음] 1948 01:36:54,676 --> 01:36:56,886 어이, 작은 장 진사, 한잔 받소 1949 01:37:02,350 --> 01:37:04,060 니는 인자 양반잉께 1950 01:37:04,144 --> 01:37:07,605 '양반' 두 글자를 마빡에 딱 붙이고 댕겨 불어, 잉? 1951 01:37:10,066 --> 01:37:13,695 양반은 걸음걸이부터가 상놈들하고는 다른 것이다잉 1952 01:37:14,279 --> 01:37:15,363 (장 진사) 알았어? 1953 01:37:17,490 --> 01:37:18,575 [입소리를 쩝 낸다] 1954 01:37:19,242 --> 01:37:21,286 내 난중에 현감 자리 하나 사 줄 것잉께 1955 01:37:22,162 --> 01:37:25,749 우선은 저 목사 영감 밑에서 시상 물정부터 배워 1956 01:37:27,000 --> 01:37:28,793 [장 진사와 나주 목사의 웃음] 1957 01:37:29,294 --> 01:37:30,795 [풀벌레 울음] 1958 01:37:31,838 --> 01:37:34,883 (창대) '잘못된 관례는 바로잡아야 하고' 1959 01:37:35,592 --> 01:37:38,428 '그중 개혁하기 힘든 부분이 있더라면' 1960 01:37:39,929 --> 01:37:43,058 '나만은 그 잘못을 따르지 말아야 한다' 1961 01:37:46,227 --> 01:37:49,564 아부지가 벼슬 사 주면 참말로 할 수 있겄소? 1962 01:37:51,441 --> 01:37:53,360 (창대) 나가 어찌하는지 두고 보소 1963 01:37:54,569 --> 01:37:56,946 이 '목민심서' 그대로 할 것잉께 1964 01:37:58,323 --> 01:38:00,742 '백성은 땅을 논밭으로 삼고' 1965 01:38:01,368 --> 01:38:03,453 '아전은 백성을 논밭으로 삼는다' 1966 01:38:04,079 --> 01:38:05,246 강진 선상님 1967 01:38:06,790 --> 01:38:08,124 대단하십니다 1968 01:38:08,208 --> 01:38:09,876 [어두운 음악] 1969 01:38:09,959 --> 01:38:11,628 [새가 지저귄다] [사람들이 분주하다] 1970 01:38:13,338 --> 01:38:14,923 (아전1) 온다, 온다 1971 01:38:18,843 --> 01:38:20,095 (창대) 굴비도 세 배 1972 01:38:20,637 --> 01:38:21,679 민어도 세 배 1973 01:38:22,263 --> 01:38:23,640 마른 전복은 네 배 1974 01:38:25,892 --> 01:38:27,727 뭣 헌다고 이러고 많이 걷었소? 1975 01:38:28,603 --> 01:38:30,063 고것을 몰라서 묻소? 1976 01:38:30,939 --> 01:38:32,482 아따 1977 01:38:32,565 --> 01:38:35,026 목사 영감은 요것도 적다고 난리인디 1978 01:38:36,694 --> 01:38:37,529 나리 1979 01:38:38,613 --> 01:38:40,740 세금이 궁궐로만 가는 줄 아요? 1980 01:38:41,699 --> 01:38:43,243 관찰사한테 올려야제 1981 01:38:43,326 --> 01:38:46,371 (호방) 삼정승 육판서한테도 다 진상 올려야제 1982 01:38:47,038 --> 01:38:49,374 그라믄 우리 아전들은 뭐 먹고 살라고요? 1983 01:38:50,417 --> 01:38:51,960 나라서 녹봉도 안 주는디 1984 01:38:53,586 --> 01:38:55,588 나라에서 녹봉도 안 주는디 1985 01:38:56,297 --> 01:38:57,924 어찌 그리들 잘살까? 1986 01:38:58,800 --> 01:39:00,969 첩을 둘, 셋씩이나 두고 1987 01:39:01,845 --> 01:39:03,596 [관리들의 탄성] 1988 01:39:03,680 --> 01:39:05,557 [관리들의 웃음] 1989 01:39:06,850 --> 01:39:09,436 (가거댁) 임금님도 정말 해도 해도 너무허요 1990 01:39:09,519 --> 01:39:10,478 [멀리서 개가 짖는다] 1991 01:39:10,562 --> 01:39:12,814 유배 풀어 준단 지가 언제인디 1992 01:39:12,897 --> 01:39:14,858 아직도 깜깜무소식이다요 1993 01:39:17,277 --> 01:39:19,988 나랏일이 원래 그렇네 1994 01:39:21,990 --> 01:39:24,325 [약전이 기침한다] 1995 01:39:27,537 --> 01:39:29,456 (가거댁) 뭔 기침을 그렇게 하신대요? 1996 01:39:37,005 --> 01:39:38,089 [퉤 뱉는다] 1997 01:39:52,187 --> 01:39:53,313 (창대) 뭣들 하는가? 1998 01:39:53,897 --> 01:39:54,939 (호방) 예? 1999 01:39:56,524 --> 01:39:57,609 두 삽 더 섞어 2000 01:39:57,692 --> 01:39:59,194 (창대) 벼에다가 모래를 왜 섞어? 2001 01:40:01,321 --> 01:40:03,531 진짜 몰라서 묻소? 잉? 2002 01:40:04,741 --> 01:40:06,493 (주민6) 이것이 환곡이여? 2003 01:40:06,576 --> 01:40:10,038 거둬 갈 때는 알곡을 두 배, 세 배 거둬 가믄서 2004 01:40:10,622 --> 01:40:13,082 내줄 때는 모래 쌀을 내주고 2005 01:40:13,166 --> 01:40:15,043 이것이 환곡이여? 2006 01:40:15,793 --> 01:40:18,046 에이, 설마 2007 01:40:18,630 --> 01:40:20,715 쌀가마니에다 모래를 섞다니 2008 01:40:20,798 --> 01:40:22,926 어디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2009 01:40:24,093 --> 01:40:25,720 참말로 모르셨습니까? 2010 01:40:28,681 --> 01:40:30,058 어허, 이 사람이! 2011 01:40:30,850 --> 01:40:33,520 자네 지금 주상 전하를 욕보이려는 것인가? 2012 01:40:35,939 --> 01:40:37,774 고것이 무슨 말씀이신지… 2013 01:40:40,443 --> 01:40:42,028 목민관이 누구인가? 2014 01:40:42,737 --> 01:40:44,781 임금을 대리하는 자가 아닌가? 2015 01:40:46,241 --> 01:40:49,577 목민관이 알고 있다면 임금도 알고 있다는 얘기인데 2016 01:40:50,411 --> 01:40:54,415 {\an5}(나주 목사) 어디서 감히 그런 불경한 말을 입에 담는가! [나주 목사의 헛기침] 2017 01:40:55,667 --> 01:40:59,963 아전 놈들이 자기 배를 채우려고 그럴 수도 있겠지 2018 01:41:00,797 --> 01:41:02,549 [못마땅한 숨소리] 2019 01:41:02,632 --> 01:41:06,928 못 배운 것들이 임금 욕보이는 줄은 모르고, 에이 2020 01:41:07,011 --> 01:41:08,054 [나주 목사가 혀를 쯧쯧 찬다] 2021 01:41:08,680 --> 01:41:11,808 한데 아전 놈들한테도 배울 게 많네 2022 01:41:12,684 --> 01:41:14,602 미꾸라지를 잡으려면 2023 01:41:15,395 --> 01:41:18,690 흙탕물에도 들어가야 하고 2024 01:41:19,774 --> 01:41:21,109 [나주 목사의 헛기침] 2025 01:41:23,528 --> 01:41:24,821 [무거운 음악] 2026 01:41:26,364 --> 01:41:27,782 (약용) 보내 주신 편지에 2027 01:41:28,658 --> 01:41:31,286 고기는 입에 대지 못한다 하셨는데 2028 01:41:31,786 --> 01:41:35,123 그래서야 어찌 생명을 연장할 수 있겠습니까? 2029 01:41:35,915 --> 01:41:38,459 고기가 영 내키지 않으시면 2030 01:41:38,543 --> 01:41:40,420 책이라도 멀리하십시오 2031 01:41:41,254 --> 01:41:43,256 방 안에 책과 먹이 있는 한 2032 01:41:43,798 --> 01:41:45,383 오랜 습관에 끌려 2033 01:41:46,050 --> 01:41:48,344 반드시 붓을 잡게 될 것입니다 2034 01:41:49,887 --> 01:41:51,889 화병으로 죽을 사람이 2035 01:41:52,807 --> 01:41:54,559 남의 걱정을 더 하는군 2036 01:41:56,644 --> 01:41:57,645 [약전이 기침한다] 2037 01:41:59,063 --> 01:42:00,273 저… 2038 01:42:00,356 --> 01:42:03,359 창대는 아직도 걸음을 하지 않습니까? 2039 01:42:03,901 --> 01:42:05,486 (가거댁) 걸음할 일이 없지요 2040 01:42:06,195 --> 01:42:07,530 소문 들어 봉께 2041 01:42:08,197 --> 01:42:10,158 나주서 아주 잘 살고 있답디다 2042 01:42:13,286 --> 01:42:14,495 잘 살면 2043 01:42:16,164 --> 01:42:16,998 고맙지 2044 01:42:17,790 --> 01:42:19,542 [아전들과 기생들의 웃음] 2045 01:42:19,626 --> 01:42:20,585 [호방의 시원한 숨소리] 2046 01:42:21,461 --> 01:42:23,671 (호방) 우리가 먼저 모시려고 했드만, 잉? 2047 01:42:23,755 --> 01:42:24,631 [호방의 탄성] 2048 01:42:24,714 --> 01:42:27,050 우리 나리가 먼저 불러 주셔서 [잔잔한 음악] 2049 01:42:27,133 --> 01:42:29,927 참말로 고맙소잉, 자, 받으시고 2050 01:42:30,762 --> 01:42:32,847 이것은 나가 내는 술잉께 2051 01:42:32,930 --> 01:42:34,015 인자부터 2052 01:42:34,599 --> 01:42:36,893 허심탄회한 야그를 좀 나누자고 2053 01:42:36,976 --> 01:42:38,269 [아전들의 웃음] 2054 01:42:38,353 --> 01:42:40,563 아직은 뭔 얘기를 해도 2055 01:42:40,647 --> 01:42:43,232 못 알아들으실 거인디 [아전들과 기생들의 웃음] 2056 01:42:43,316 --> 01:42:44,525 - (아전2) 진사 나리 - (아전1) 어 2057 01:42:44,609 --> 01:42:46,069 (아전2) 이런 술 2058 01:42:46,152 --> 01:42:47,987 이라고 한 달 열흘만 마셔 불면 2059 01:42:48,071 --> 01:42:50,031 저절로 알게 될 것잉께 [아전1이 호응한다] 2060 01:42:50,615 --> 01:42:51,908 [달그락거리는 소리] 2061 01:42:51,991 --> 01:42:53,951 (아전2) 술이나 자셔, 자 2062 01:42:54,035 --> 01:42:56,329 (창대) 우리가 하루 이틀 볼 사이도 아닝께 2063 01:42:56,412 --> 01:43:00,166 {\an5}[아전들의 웃음] 목사 영감도 너무 열심히 하는 거 안 좋아라 혀라 2064 01:43:00,249 --> 01:43:01,167 [아전1이 호응한다] 2065 01:43:02,543 --> 01:43:06,089 나리 몫은 우리가 알아서 잘 챙겨 줄 거니께 2066 01:43:06,881 --> 01:43:08,966 인자 우리를 좀 믿으시고, 잉? 2067 01:43:09,050 --> 01:43:10,301 [웃음] (아전1) 잉? 2068 01:43:10,385 --> 01:43:11,886 [사람들의 웃음] 2069 01:43:11,969 --> 01:43:14,722 (아전1) 처음엔 다 나리처럼 하는 게 맞아요, 맞아 2070 01:43:14,806 --> 01:43:18,601 (아전2) 그리고 진사 나리가 뭔 말 할라는지도 다 알아 2071 01:43:19,227 --> 01:43:21,979 우리가 다 안다고 [아전들의 웃음] 2072 01:43:23,523 --> 01:43:24,440 [술잔을 탁 내려놓는다] 2073 01:43:26,943 --> 01:43:29,028 나가 술값만 날려 불었네 2074 01:43:33,783 --> 01:43:34,867 (아전1) 왜 저래? [아전2의 의아한 소리] 2075 01:43:34,951 --> 01:43:35,952 [사람들의 놀란 탄성] 2076 01:43:36,744 --> 01:43:37,704 왜 인나셔? 2077 01:43:39,414 --> 01:43:41,165 (아전2) 아, 그, 벌써 가실라고? 2078 01:43:41,249 --> 01:43:42,667 (아전1) 먹을 게 많이 남았는디 2079 01:43:43,292 --> 01:43:44,794 [풀벌레 울음] (호방) 나리 2080 01:43:44,877 --> 01:43:46,379 그냥 이라고 가신다고? 2081 01:43:46,462 --> 01:43:48,381 아따, 얘기 잘되고 있구먼, 잉? 2082 01:43:48,464 --> 01:43:49,424 (주민7) 호방 나리 2083 01:43:49,507 --> 01:43:51,592 (호방) 옴마, 뭣이여? 여긴 왜 왔어? 2084 01:43:52,677 --> 01:43:54,470 군포 내려고? 잉? 2085 01:43:54,554 --> 01:43:55,596 (주민7) 호방 나리 2086 01:43:56,222 --> 01:43:58,683 태어난 지 사흘도 안 된 이 핏덩어리한테까정 2087 01:43:58,766 --> 01:44:00,351 군포를 매긴다는 것은 2088 01:44:00,435 --> 01:44:02,061 해도 해도 좀 너무한 일 아니오 2089 01:44:02,729 --> 01:44:03,688 (호방) 뭣이여? 2090 01:44:04,272 --> 01:44:07,150 삼 년 전에 죽은 니 애비 군포도 걷어야 쓰는디 2091 01:44:07,692 --> 01:44:09,110 많이 봐주고 있는 거여 2092 01:44:11,946 --> 01:44:13,740 (주민7) 지발 좀 살려 주쇼, 예? 2093 01:44:14,365 --> 01:44:16,409 시방도 네 명 몫이나 군포를 내고 있는디 2094 01:44:16,492 --> 01:44:18,119 이라믄 우리 다 뒤지라 이 말이오? 2095 01:44:18,703 --> 01:44:19,996 살려 주시쇼 2096 01:44:20,079 --> 01:44:22,373 뒤지긴 왜 뒤져 그 집 소가 있는디! 2097 01:44:22,999 --> 01:44:24,250 (호방) 아이 2098 01:44:25,126 --> 01:44:27,670 군포 안 내면 소를 끌어올 것잉께 2099 01:44:27,754 --> 01:44:28,755 그리 알아라잉 2100 01:44:29,547 --> 01:44:31,507 (주민8) 증말 해도 해도 너무허요 2101 01:44:31,591 --> 01:44:33,217 [울먹이며] 이것이 사람이오? 2102 01:44:33,760 --> 01:44:34,969 핏덩이제! 2103 01:44:36,179 --> 01:44:38,514 (호방) 그라믄 낳지를 말든가! 2104 01:44:38,598 --> 01:44:40,057 [무거운 음악] [주민8의 허탈한 숨소리] 2105 01:44:43,770 --> 01:44:44,812 [옅은 한숨] 2106 01:44:46,022 --> 01:44:47,064 [기침한다] 2107 01:44:51,527 --> 01:44:52,904 [약전이 연신 기침한다] 2108 01:44:53,988 --> 01:44:56,783 (가거댁) 아이고 글 좀 그만 쓰시랑께요 2109 01:44:57,408 --> 01:44:59,368 이라다가 한양도 못 가 보고 2110 01:44:59,452 --> 01:45:01,537 거시기 한다고 내가 몇 번을 말했구먼 2111 01:45:02,538 --> 01:45:04,248 [약전이 기침한다] 2112 01:45:04,332 --> 01:45:06,375 아이고, 약 좀 드쇼 2113 01:45:06,459 --> 01:45:08,294 [풀벌레 울음] 2114 01:45:17,386 --> 01:45:18,679 [옅은 한숨] 2115 01:45:32,985 --> 01:45:34,195 (복례) 불안허요? 2116 01:45:36,697 --> 01:45:37,615 (창대) 뭣이? 2117 01:45:38,407 --> 01:45:40,076 (복례) 이라고 사는 것이 2118 01:45:40,159 --> 01:45:41,911 맞는가 싶기도 하고 2119 01:45:43,246 --> 01:45:45,498 이 옷도 내 옷이 아닌 거 같고 2120 01:45:46,666 --> 01:45:48,000 당신도… 2121 01:45:49,252 --> 01:45:50,795 당신이 아닌 것 같고 2122 01:45:55,633 --> 01:45:59,303 목사 나리, 작은 장 진사 조금 늦었습니다이 2123 01:46:00,179 --> 01:46:02,473 (나주 목사) 어, 들라 해라 2124 01:46:03,140 --> 01:46:05,101 [새가 지저귄다] 2125 01:46:11,190 --> 01:46:14,443 어제 아전들이랑 많이 마셨다고 들었네 2126 01:46:17,238 --> 01:46:18,072 그래 2127 01:46:18,865 --> 01:46:21,158 이제 일이 좀 눈에 익었나? 2128 01:46:22,493 --> 01:46:24,161 쪼매 익었지라 2129 01:46:24,245 --> 01:46:25,997 암, 그래야지 2130 01:46:27,623 --> 01:46:30,793 기생방 다님서 간도 좀 상해 보고 2131 01:46:30,877 --> 01:46:31,961 [바둑알 달그락거리는 소리] 2132 01:46:32,044 --> 01:46:35,298 {\an5}(장 진사) 황달도 걸려 보고 해야 사내구실을 허지 [바둑알을 탁 내려놓는다] 2133 01:46:35,381 --> 01:46:37,174 [나주 목사의 웃음] 안 그렇소잉? 2134 01:46:37,258 --> 01:46:38,175 [장 진사의 웃음] 2135 01:46:39,969 --> 01:46:42,346 백성은 땅을 논밭으로 삼는디 2136 01:46:42,889 --> 01:46:44,599 아전들은 백성을 2137 01:46:44,682 --> 01:46:47,518 논밭으로 삼는 것을 정확하게 보았지라 2138 01:46:52,690 --> 01:46:53,733 (장 진사) 뭣이라고? 2139 01:46:55,860 --> 01:46:56,903 다시 야그해 봐 2140 01:46:57,403 --> 01:47:00,114 아전들이 죽은 사람에게서 세금을 매기고 2141 01:47:00,197 --> 01:47:03,242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애새끼한테도 군포를 걷어 내는디 2142 01:47:03,951 --> 01:47:05,745 나가 알지도 못하믄서 2143 01:47:05,828 --> 01:47:09,165 거짓 장부만 쳐다보면 제대로 된 목민관이 될 수 없지라 2144 01:47:09,916 --> 01:47:12,335 뭣을 어찌게 거둘지는 자들한테 맡기고! 2145 01:47:13,419 --> 01:47:16,839 실물 숫자보다 장부 숫자가 중헌 것이야, 잉? 2146 01:47:16,923 --> 01:47:18,841 [장 진사가 혀를 쯧쯧 찬다] 2147 01:47:18,925 --> 01:47:20,760 (장 진사) 우리 작은 진사 나리 2148 01:47:20,843 --> 01:47:22,470 여직 공부가 멀었네잉 2149 01:47:24,055 --> 01:47:26,098 그래 갖고 어디 현감 자리라도 할 수 있겄어? 2150 01:47:27,016 --> 01:47:28,726 심성이 착해서 그러니 2151 01:47:28,809 --> 01:47:30,561 너무 나무라지 마시오 2152 01:47:31,771 --> 01:47:32,813 [장 진사의 한숨] 2153 01:47:32,897 --> 01:47:34,732 [무거운 음악] 2154 01:47:35,274 --> 01:47:37,902 (약전) 갑오징어는 등에 뼈가 있고 2155 01:47:38,778 --> 01:47:40,947 살이 매우 무르고 연하다 2156 01:47:43,157 --> 01:47:44,492 [약전이 기침한다] 2157 01:47:44,575 --> 01:47:46,535 속에 주머니가 있어 2158 01:47:46,619 --> 01:47:49,330 먹물을 가득 채우고 있다 2159 01:47:50,247 --> 01:47:53,250 그 먹물에 취하여 글을 쓰면 2160 01:47:54,502 --> 01:47:56,629 색이 매우 윤기가 있다 2161 01:47:57,505 --> 01:47:59,131 그러나 오래되면 2162 01:47:59,799 --> 01:48:02,301 벗겨져서 흔적이 없어진다 2163 01:48:02,385 --> 01:48:03,219 (호방) 어뜨게 2164 01:48:03,844 --> 01:48:05,972 얘기는 잘되었소? 잉? 2165 01:48:06,806 --> 01:48:07,932 [호방의 웃음] 2166 01:48:10,810 --> 01:48:12,645 (약전) 바닷물에 넣으면 2167 01:48:13,396 --> 01:48:14,855 먹의 흔적이 2168 01:48:15,439 --> 01:48:17,566 다시 살아난다고 한다 2169 01:48:17,650 --> 01:48:20,069 [소 울음] (호방) 잉, 이제 왔구먼 2170 01:48:20,861 --> 01:48:23,072 이야, 고놈 참 실허다잉 2171 01:48:23,155 --> 01:48:24,490 [호방의 웃음] 2172 01:48:29,245 --> 01:48:30,538 (주민7) 목사 영감! 2173 01:48:31,122 --> 01:48:32,790 목사 영감, 나 좀 보시쇼! 2174 01:48:32,873 --> 01:48:34,000 [포졸들이 술렁인다] (주민7) 목사 영감! 2175 01:48:34,083 --> 01:48:35,626 [포졸들의 놀란 숨소리] [주민7의 힘주는 소리] 2176 01:48:35,710 --> 01:48:36,877 (호방) 느그들 지금 뭐 하냐! 2177 01:48:36,961 --> 01:48:38,212 (아전3) 아유, 뭣들 혀 당장 그놈 잡지 않고! 2178 01:48:38,295 --> 01:48:41,757 내가 뭣 헌다고 자식새끼들을 이렇게 많이 낳아 갖고는 2179 01:48:42,425 --> 01:48:44,510 저 시뻘건 핏덩어리 2180 01:48:45,094 --> 01:48:47,555 애새끼 군포까지 내가 내야 되는지 2181 01:48:47,638 --> 01:48:49,306 모르겄다 이 말이여 2182 01:48:49,390 --> 01:48:50,850 [주민7의 기합] [포졸들의 놀란 숨소리] 2183 01:48:50,933 --> 01:48:52,727 (아전3) 빨리 잡어, 이씨 2184 01:48:54,520 --> 01:48:56,856 (주민7) 내 말 들리쇼? 2185 01:48:57,732 --> 01:49:00,484 나는 지금부터 남자 안 할랑께 2186 01:49:01,485 --> 01:49:04,530 나한테는 군포 매기지 말라 이 말이여! 2187 01:49:04,613 --> 01:49:05,906 [아기 울음] 2188 01:49:10,411 --> 01:49:11,829 [날카로운 효과음] 2189 01:49:12,997 --> 01:49:14,165 [포졸들이 술렁인다] [주민8의 비명] 2190 01:49:14,665 --> 01:49:16,375 (호방) 야, 야, 빨리 치워, 빨리! 2191 01:49:16,459 --> 01:49:18,461 [주민8의 놀란 탄성] 2192 01:49:18,544 --> 01:49:20,921 아, 아, 아, 어떡해 [비명] 2193 01:49:21,839 --> 01:49:23,924 (주민8) 어뜨, 어뜨게… [주민8의 비명] 2194 01:49:24,008 --> 01:49:26,385 여보… [떨리는 숨소리] 2195 01:49:26,469 --> 01:49:28,888 [주민8이 울부짖는다] 2196 01:49:28,971 --> 01:49:31,098 (호방) 야, 나가, 빨리 끌어내! 2197 01:49:32,516 --> 01:49:34,351 [포졸들의 놀란 탄성] 목사 영감! 2198 01:49:34,435 --> 01:49:38,314 {\an5}[포졸들의 다급한 탄성] 이것 좀 보쇼! 이것 좀 보시랑께요! 2199 01:49:38,397 --> 01:49:39,648 [주민8의 거친 숨소리] 2200 01:49:43,903 --> 01:49:44,862 뭔 일이냐? 2201 01:49:44,945 --> 01:49:48,407 군포는 열여섯 넘은 사내한테 매기는 것 아니오? 2202 01:49:48,491 --> 01:49:49,700 한데… 2203 01:49:49,784 --> 01:49:51,619 (주민8) 어뜨게, 어뜨게 2204 01:49:51,702 --> 01:49:53,746 낳은 지 한 달밖에 안 된 2205 01:49:53,829 --> 01:49:55,998 핏덩어리한테도 매기느냔 말이오! 2206 01:49:56,540 --> 01:49:57,625 설마? 2207 01:50:00,127 --> 01:50:02,296 한데 손에 든 것이 무엇이냐? 2208 01:50:03,672 --> 01:50:04,590 [주민8이 울먹인다] 2209 01:50:04,673 --> 01:50:06,425 우리 남편 양물이오! 2210 01:50:07,426 --> 01:50:09,929 (주민8) 자식 낳은 죄밖에 없는 2211 01:50:10,012 --> 01:50:12,431 우리 남편 자지란 말이오! [무거운 음악] 2212 01:50:12,515 --> 01:50:14,141 [주민8이 오열한다] 2213 01:50:14,225 --> 01:50:17,228 이것이 여기가 어디라고, 이씨! [주민8의 비명] 2214 01:50:17,311 --> 01:50:19,021 (호방) 이리 와, 이리 와! 2215 01:50:19,105 --> 01:50:21,023 니가 버티면 여기서 어쩔 것이여! 2216 01:50:21,107 --> 01:50:22,274 [호방의 힘주는 소리] 2217 01:50:22,358 --> 01:50:24,318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2218 01:50:24,401 --> 01:50:26,695 나오라고! 이리 와! [주민8의 비명] 2219 01:50:26,779 --> 01:50:28,948 이리 와, 이씨, 나오라니께 2220 01:50:30,199 --> 01:50:32,243 나오란 말이야! 2221 01:50:33,119 --> 01:50:34,578 [퍽] [호방의 아픈 신음] 2222 01:50:34,662 --> 01:50:36,038 [사람들의 놀란 탄성] 2223 01:50:36,122 --> 01:50:37,123 (창대) 씨벌 놈아 2224 01:50:37,206 --> 01:50:39,667 니들이 사람이냐? [소란스럽다] 2225 01:50:39,750 --> 01:50:40,668 씨벌 놈아! 2226 01:50:40,751 --> 01:50:42,586 [창대의 분한 탄성] 2227 01:50:45,339 --> 01:50:47,758 [분한 숨소리] [호방의 아픈 신음] 2228 01:50:47,842 --> 01:50:48,968 (창대) 죽어 2229 01:50:49,051 --> 01:50:51,220 [창대의 거친 숨소리] 2230 01:50:52,346 --> 01:50:53,931 (약전) 갑오징어의 뼈는 2231 01:50:54,974 --> 01:50:57,518 곧잘 상처를 아물게 하고 2232 01:50:58,269 --> 01:51:00,104 새살이 나게 한다 2233 01:51:01,564 --> 01:51:03,357 [힘겨운 신음] [아전들의 놀란 탄성] 2234 01:51:03,983 --> 01:51:05,985 (약전) 또한 말의 상처와 2235 01:51:06,068 --> 01:51:08,487 당나귀의 등창을 다스리는데 2236 01:51:09,405 --> 01:51:11,574 이 뼈가 아니면 [창대의 거친 숨소리] 2237 01:51:12,074 --> 01:51:14,577 이것들을 고치기 힘들다 [약전이 기침한다] 2238 01:51:18,289 --> 01:51:19,331 [기침한다] 2239 01:51:31,302 --> 01:51:33,971 [약전이 기침한다] [약전 아들이 입바람을 후 분다] 2240 01:51:34,054 --> 01:51:35,306 [고둥 소리가 울린다] 2241 01:51:39,393 --> 01:51:41,061 [잔잔한 음악] 2242 01:51:49,528 --> 01:51:50,362 선상님 2243 01:51:51,322 --> 01:51:54,950 요 고둥 껍질이 스스로 우는 것을 아십니까? 2244 01:51:57,328 --> 01:51:58,579 (약전) 그건 또 무슨 소리냐? 2245 01:51:59,079 --> 01:52:03,125 요것이 마을에서 슬픈 일이나 쪼매라도 억울한 일이 생기믄 2246 01:52:04,376 --> 01:52:05,586 소리를 내서 웁니다 2247 01:52:06,629 --> 01:52:08,422 죽은 물건이 어떻게 소리를 내, 이놈아 2248 01:52:08,923 --> 01:52:11,717 아따, 거, 잘 생각해 보십시오 2249 01:52:17,306 --> 01:52:18,682 [파도 소리가 들린다] 2250 01:52:52,049 --> 01:52:53,384 예끼, 이놈! 2251 01:52:53,968 --> 01:52:57,179 아따, 이 말은 진짠디요 지가 두 귀로 들었당께요 2252 01:53:00,224 --> 01:53:03,102 (약전) 성게의 털은 고슴도치 같고 2253 01:53:04,478 --> 01:53:06,981 다닐 때는 온몸의 털이 [약전이 기침한다] 2254 01:53:07,773 --> 01:53:10,276 모두 움직이며 꿈틀댄다 2255 01:53:11,694 --> 01:53:14,071 껍데기는 무르고 부드러워 2256 01:53:14,613 --> 01:53:16,407 쉽게 부서진다 2257 01:53:17,574 --> 01:53:19,493 정수리에는 입이 있어 2258 01:53:20,286 --> 01:53:22,788 손가락이 들어갈 만하다 2259 01:53:24,248 --> 01:53:25,749 창대가 말하기를 2260 01:53:26,917 --> 01:53:29,670 '성게 입에서 새끼 새 한 마리가' 2261 01:53:30,212 --> 01:53:33,007 '나오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 2262 01:53:33,590 --> 01:53:38,137 '새는 머리와 부리가 이미 형성돼 있었으며' 2263 01:53:38,220 --> 01:53:42,516 '머리에는 이끼 같은 털이 나려고 했습니다' 2264 01:53:43,183 --> 01:53:46,687 [기침한다] '새가 죽은 것 같아서 만졌더니' 2265 01:53:46,770 --> 01:53:50,149 '살아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2266 01:53:53,694 --> 01:53:56,989 (장 진사) 운이 좋아 그놈이 목숨은 붙어서 2267 01:53:57,906 --> 01:53:59,908 네가 참수형은 면했다 2268 01:54:05,372 --> 01:54:07,541 내가 너를 자식으로 거둔 죄로 2269 01:54:07,624 --> 01:54:09,626 큰 재산을 날렸는디 2270 01:54:10,502 --> 01:54:11,670 어찌게 갚을래? 2271 01:54:13,505 --> 01:54:15,382 이럴라고 공부했냐? 2272 01:54:17,634 --> 01:54:20,304 대체 뭣 땜에 그랬어? 잉? 2273 01:54:21,889 --> 01:54:23,557 배운 대로 못 살믄 2274 01:54:25,559 --> 01:54:27,269 생긴 대로 살아야지라 2275 01:54:29,021 --> 01:54:30,481 [잔잔한 음악] 2276 01:54:34,860 --> 01:54:38,614 (약전) '비록 껍데기 속의 모습은 보지 못했지만' 2277 01:54:40,032 --> 01:54:41,533 '이것이 변해' 2278 01:54:42,368 --> 01:54:44,536 '파랑새가 된 것입니다' 2279 01:54:47,039 --> 01:54:50,584 '사람들이 새로 변한다고 흔히 말하는' 2280 01:54:51,418 --> 01:54:53,921 '밤송이 새가 이것입니다' 2281 01:54:55,047 --> 01:54:57,508 라고 창대가 말하였다 2282 01:55:07,810 --> 01:55:08,977 [떨리는 숨소리] 2283 01:55:15,818 --> 01:55:16,860 [울먹인다] 2284 01:55:39,383 --> 01:55:41,510 우이도는 안 들러 봐도 되겄소? 2285 01:55:51,270 --> 01:55:53,397 "상중" 2286 01:56:14,042 --> 01:56:15,169 [가거댁의 떨리는 숨소리] 2287 01:56:15,252 --> 01:56:16,378 아이고 2288 01:56:17,171 --> 01:56:18,964 [울먹이며] 왜 인제 오셨는가 2289 01:56:20,424 --> 01:56:22,509 얼매나 기다렸는디… 2290 01:56:30,267 --> 01:56:32,978 [약전 아들들의 곡소리] 2291 01:56:40,486 --> 01:56:41,612 [창대가 훌쩍인다] 2292 01:56:56,376 --> 01:56:58,587 [잔잔한 음악] [흐느낀다] 2293 01:56:58,670 --> 01:57:00,255 책 쓰다가 2294 01:57:00,964 --> 01:57:02,007 돌아가셨네 2295 01:57:04,301 --> 01:57:06,178 (가거댁) 저까짓 책이 뭐라고… 2296 01:57:29,743 --> 01:57:30,619 "자산어보" 2297 01:57:30,702 --> 01:57:33,622 (약전) 내가 섬사람들을 두루 만나 보았다 2298 01:57:34,373 --> 01:57:36,625 어보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2299 01:57:37,626 --> 01:57:40,754 그러나 사람들의 말이 제각기 달라 2300 01:57:40,838 --> 01:57:43,757 이를 정리하여 표현할 수 없었다 2301 01:57:45,008 --> 01:57:45,968 섬 안에 2302 01:57:46,552 --> 01:57:49,096 창대라는 젊은이가 있었다 2303 01:57:50,055 --> 01:57:52,808 어려서부터 배우기를 좋아하였으나 2304 01:57:53,559 --> 01:57:55,018 집안이 가난하여 2305 01:57:55,727 --> 01:57:58,146 책이 많지 않은 탓에 2306 01:57:58,230 --> 01:58:00,649 식견을 넓히지 못하였다 2307 01:58:01,441 --> 01:58:04,361 그러나 성품이 신실하고 정밀하여 2308 01:58:04,903 --> 01:58:08,365 물고기와 해초, 바닷새 등을 2309 01:58:08,949 --> 01:58:10,993 모두 세밀히 관찰하고 2310 01:58:11,618 --> 01:58:13,245 깊이 생각하여 2311 01:58:13,996 --> 01:58:17,374 그 성질을 터득하고 있었으므로 2312 01:58:17,457 --> 01:58:20,752 그의 말은 믿을 만하였다 2313 01:58:22,296 --> 01:58:23,714 그리하여 나는 2314 01:58:24,381 --> 01:58:27,384 오랜 시간 그의 도움을 받아 [창대가 울먹인다] 2315 01:58:28,260 --> 01:58:30,470 책을 완성하였는데 2316 01:58:31,054 --> 01:58:32,306 이름 지어 2317 01:58:33,265 --> 01:58:35,434 '자산어보'라고 한다 2318 01:58:36,685 --> 01:58:39,938 (가거댁) 혹시 자네가 오면 [흐느낀다] 2319 01:58:41,899 --> 01:58:43,650 전해 주시라 하시데 2320 01:58:43,734 --> 01:58:45,652 "장창대 앞" 2321 01:58:45,736 --> 01:58:48,238 [밝은 음악] 2322 01:58:50,449 --> 01:58:51,491 [훌쩍인다] 2323 01:58:52,784 --> 01:58:54,202 (약전) 창대야 2324 01:58:54,912 --> 01:58:57,915 나는 흑산이라는 이름이 무서웠다 2325 01:58:59,499 --> 01:59:02,252 한데 너를 만나 함께 지내며 2326 01:59:02,920 --> 01:59:04,588 무서움이 없어지고 2327 01:59:05,631 --> 01:59:07,674 호기심 많은 인간이 2328 01:59:08,258 --> 01:59:10,677 유배 길에 잃었던 호기심을 2329 01:59:11,428 --> 01:59:13,597 다시 되찾게 되었다 2330 01:59:15,349 --> 01:59:16,850 그리하여 네 덕분에 2331 01:59:17,559 --> 01:59:20,979 음험하고 죽은 검은색 흑산에서 2332 01:59:21,772 --> 01:59:23,857 그윽하고 살아 있는 2333 01:59:24,483 --> 01:59:26,318 검은색 자산을 2334 01:59:27,402 --> 01:59:29,321 발견하게 되었다 2335 01:59:30,739 --> 01:59:31,907 창대야 2336 01:59:32,741 --> 01:59:35,327 학처럼 사는 것도 좋으나 2337 01:59:36,286 --> 01:59:38,997 구정물, 흙탕물 다 묻어도 2338 01:59:39,748 --> 01:59:40,707 마다 않는 2339 01:59:41,917 --> 01:59:43,335 자산 같은 2340 01:59:44,127 --> 01:59:47,130 검은색 무명천으로 사는 것도 2341 01:59:47,798 --> 01:59:49,549 뜻이 있지 않겠느냐 2342 02:00:09,277 --> 02:00:10,278 [복례가 살짝 웃는다] 2343 02:00:11,405 --> 02:00:12,239 여보 2344 02:00:12,823 --> 02:00:15,033 난 육지보다 흑산이 좋소 2345 02:00:15,951 --> 02:00:17,369 흑산이 아니라 2346 02:00:20,038 --> 02:00:21,289 자산이여 2347 02:00:23,750 --> 02:00:24,793 [복례가 살짝 웃는다] 2348 02:00:25,711 --> 02:00:27,713 [고조되는 음악] 2349 02:05:10,328 --> 02:05:12,372 자막: 황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