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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d2smi by Blue-Bird™

 

(투자자) 이게 엿 먹으라는 거지
아니면 뭐야?

 

7년 동안 책 한 권
안 나오는 게 말이 돼?

 

개새끼

 

(순모) 그러니까요, 개새끼
[익살스러운 효과음]

 

아, 근데
[흥미로운 음악]

 

아직 7년은 안 된 거 같은데…

 

(투자자) 지연 손해금이
계약금 두 배다?

 

 

(투자자) 먹튀는 안 된다?

 

(순모) 어유, 튀다니요
지금 걔 걷지도 못해요

 

아, 가시게요?
[순모의 어색한 웃음]

 

저희 김 작가, 그

 

스위스에 글 쓰러 보냈으니까요
곧 글 써 가지고 올 겁니다

 

(순모)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순모의 어색한 웃음]

 

- (경리) 아닌데요
- (순모) 어?

 

(경리) 작가님 지금 한국에 있어요

 

(투자자) 정 대표?

 

아니에요

 

(순모) 야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지금?

 

저기, 걔 지금
스위스 융프라우에서

 

신라면 끓여 먹고 있는데
무슨 소리야?

 

증거 있어?

 

(순모) 어?
[익살스러운 효과음]

 

(현) 잡았다!
[현의 호쾌한 웃음]

 

[현의 환호]

 

[호탕한 웃음]

 

[환호]
[카메라 셔터음]

 

[침을 퉤퉤 뱉는다]

 

[웃음]
[놀란 숨소리]

 

[웃음]

 

[환호]
[카메라 셔터음]

 

(현) 햇볕이

 

따갑다

 

바람도

 

따갑다

 

아이, 씨
[혀를 쯧 찬다]

 

이놈의 인생이

 

제일 따갑다

 

[안내 방송] 이 열차는
잠시 후 광천, 광천역에

 

- [안내 방송] 도착하겠습니다
- (순모) [떨리는 목소리로] 현아

 

(순모) 김동주 선생님 돌아가셨다

 

빨리 와

 

[코를 훌쩍인다]
고맙습니다

 

[코를 훌쩍인다]

 

(여자1) 저기…

 

맞죠?

 

(여자1) 맞죠?

 

아니요
내가 더 나은 거 같은데요?

 

[흥겨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사람들의 환호]
(친구1) ♪ 얼굴은 브이 라인 ♪

 

♪ 몸매는 에스 라인 ♪

 

♪ 아주 그냥 죽여줘요 ♪
[사람들이 노래를 따라 부른다]

 

[사람들의 환호]

 

(친구1)♪ 아주 그냥
죽여 줘요 ♪

 

선생님, 축하드립니다!

 

[사람들의 환호]

 

- (순모) 죽겠다, 죽겠어
- (친구1) 아, 높네?
[친구1이 기침한다]

 

(순모) 왔어?

 

- (친구1) 어이, 김현
- (친구2) 김현
[순모의 탄성]

 

[순모의 옅은 웃음]
[순모의 힘주는 숨소리]

 

(친구1) 아, 이 새끼는 왜 잔칫날
상복을 입고 왔어? 미친 거야?

 

[웃으며] 순모가
선생님 돌아가셨다고 했단다
[친구2의 웃음]

 

안 그러면 이 새끼 오냐?
아유, 더워
[친구2가 계속 웃는다]

 

개새끼

 

[친구들의 웃음]
(순모) 안 돼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여자2) 지금은 작은 젓가락도
자꾸만 놓치시는…

 

(친구1) 근데 김 작가
요즘은 글 안 쓰냐?

 

어떻게, 좀 늦다?

 

야, 글쟁이가 글로 먹고사는데
밥줄을 놓을까

 

(친구2) 딸린 식구가 몇인데

 

야, 내가 글로
밥을 먹든 죽을 쑤든

 

[순모가 혀를 쯧 찬다]
(순모) 야, 이 새끼들아

 

얘가 지금 뭐, 일 안 한다고
굶고 사는 레벨이야?

 

(친구1) 아, 인세만으로
생활이 된다?

 

어유, 우아하게 사네?

 

(친구2) 이야, 그럼 너도 뭐
인세로 돈 좀 벌겠다?
[친구1의 웃음]

 

(순모) 아이고
모르는 소리 하지 마셔요

 

출판사는 다릅니다요

 

얘 뒷바라지하느라고 아주

 

[휴대 전화 벨 소리]
적자를 번다, 적자를

 

- (친구2) 누군데?
- 아이, 아무도 아니야

 

야, 저 새끼 여자 있냐?

 

(현) 엄마겠지

 

(친구2) 씁, '브룩쉴즈'라고
떴던데
[친구2가 피식 웃는다]

 

(친구1) 진짜 엄마지?
나 저 새끼하고 절교야

 

변태 새끼

 

[흥미로운 음악]

 

[사람들이 손뼉 친다]

 

[휴대 전화 알림음]

 

[휴대 전화 커버를 탁 덮는다]

 

[옅은 탄식]

 

(담임) 그…
[담임의 고민하는 숨소리]

 

평소답지 않게
수업 시간에 집중도 못 하고

 

숙제도 안 해 오고

 

제가 집안에
무슨 문제가 있냐고 물어봐도

 

뭐, 전혀 말을 안 하네, 말을

 

아들

 

우리 집에 문제 있어?

 

(미애) 없답니다

 

[헛웃음]

 

(학생1) '나는 생애 최초로'

 

'라면을 먹었다'
[성경이 코를 훌쩍인다]

 

'그 맛은'

 

'기존의 질서에서 살짝 일탈한'

 

[코를 훌쩍인다]
'위반의 맛이었다'

 

(학생1)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라면의 맛을 잃어버렸다'

 

[성경이 흐느낀다]

 

[성경이 훌쩍인다]
(학생2) 뭐야?

 

'그때와 같은 맛은
결코 돌아오지 않았다'

 

학원도 안 나오고

 

전화도 안 받고, 문자도 씹고

 

(성경) 난 누나가
도대체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

 

헤어지자

 

뭐라고?

 

나 임신했어

 

[흥미로운 음악]

 

그, 왜?

 

어떻게?

 

우리

 

그, 그거 안 했잖아

 

네 애 아니야

 

[울먹인다]

 

[개구리 울음]

 

[현이 혀 차는 소리를 낸다]

 

(현) 네가
남진이 친구 남순이냐, 응?
[혀 차는 소리를 낸다]

 


[현의 웃음]

 

[컵을 탁 집어 든다]

 

(남진) 뭘 봐, 이년아?
[현의 놀란 탄성]

 

(현) 아, 놀라라, 씨

 

남진이 골프 치고 왔어?

 

(남진) 여기 왜 왔냐?

 

아, 김동주 장례식장 갔다가
[도어 록 작동음]

 

그 인간 죽었니?

 

아니, 아니, 그

 

칠순 잔치 갔다가

 

너 뒈졌나 보고 가려고

 

안 죽었으니까 꺼져라, 살인난다

 

[개 울음소리가 들린다]

 

(남진) 이게 우리 엄마가
직접 산에서 캐다 담근 거거든
[현의 탄성]

 

향이 그냥, 향이 그냥
[현의 탄성]

 

(남진) 산삼보다 귀한 거라고
[남진이 술을 조르르 붓는다]

 

나중에 꼭 김현, 너 새끼랑
함께 마시거라 했는데

 

아휴, 불쌍한 우리 엄마

 

내 등에 칼 꽂은 놈인 것도 모르고

 

야, 인마, 칼이라니, 무섭게

 

[아파하는 신음]
(남진) 손 치워, 확 비틀어
버리기 전에, 씨, 쯧

 

꼭 칼로 사람 배때기를 쑤셔야지만
그게 살인이 아니야, 응?

 

형, 고 입

 

고 조동아리
고걸로도 사람이 죽어

 

(남진) 뭐?

 

내 글이
값싼 게이 정서에 불과하다고?

 

그걸 문화보 서평에다
떡하니 올려?

 

[남진의 어이없는 숨소리]
형이 뭔데
내 글을 재단하고 지랄인데, 어?

 

형 평생을 걸고
작업해 온 걸 가지고 남들이

 

싸구려 이성애자 정서에
불과하다고 한다면 형은 좋았겠니?

 

안 좋았겠지?

 

근데 왜 씨발, 내가 게이인 걸
형 마음대로 까발리냐고

 

형은 인격 살인을 한 거야

 

야, 내가 게이라고
꼭 집어서 말 안 했다

 

(남진) 야, 이 씨발아!

 

게이 정서를 가진 남자가 게이지
그럼 레즈비언이냐?

 

(남진) 아휴, 씨발놈, 진짜

 

소설 몇 개 터졌다고
존나 느끼해져 가지고

 

- (남진) 아휴, 씨
- (현) 어디 가?

 

(남진) 놔! 존나
꼴도 보기 싫으니까 꺼져

 

아휴, 재수 없어, 씨
[남진의 성난 숨소리]

 

[문이 철컥 여닫힌다]

 

(유진) 선생님이
왜 글이 안 되는지 아세요?

 

[컵을 탁 내려놓는다]

 

나 글 안 돼요?

 

안 되니까 안 쓰시는 거 아니에요?
[현이 술을 조르르 따른다]

 

[국자를 달그락 내려놓는다]
내가 왜 글 안 되는데요?

 

(유진) 겁나서요

 

갖고 있는 걸 잃을까 봐

 

[코웃음]
[잔을 탁 내려놓는다]

 

[술을 휘휘 젓는다]
술 한잔해요

 

아니요, 저 술 못합니다

 

[유진이 과자를 우물거린다]
[익살스러운 음악]

 

[풀벌레 울음]

 

(현) [혼잣말하듯] 아
괜히 왔어, 괜히

 

(유진) 저, 선생님

 

저, 역까지 모셔다드릴게요

 

됐어요, 다 컸는데요, 뭐

 

[올빼미 울음소리]

 

[올빼미 울음소리]

 

[현의 안도하는 숨소리]
(현) 수고했어요, 고마워요

 

그럼 남진이 잘 좀 챙겨 주시고
건필하시고

 

[유진의 옅은 한숨]

 

뭐야, 저 또라이 새끼, 저거, 씨

 

[자동차 시동음]

 

[풀벌레 울음]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쓰레기봉투가 쾅 부딪힌다]
[성경의 놀란 숨소리]

 

나도 한 대만

 

[부스럭거리며 담배를 건넨다]

 

고마워

 

[라이터를 툭 내려놓는다]

 

[익살스러운 음악]

 

[정원이 살짝 웃는다]

 

그렇게 피우는 거 아니야

 

쭉 빨아들여서
목구멍으로 넘겨야지

 

잘 봐

 

'흡, 스읍, 하, 후'

 

해 봐

 

'스읍, 하, 후'

 

(정원) 그렇지

 

그래야 몸에 안 좋아, 빨리 죽고
[성경이 콜록거린다]

 

[성경이 컥컥거린다]
[삑 소리가 들린다]

 

잘 피웠다

 

[정원의 힘주는 숨소리]

 

(정원) 왔네, 왔어
[성경이 콜록거린다]

 

(성경) 미친 거 아니야?
[자동차 엔진음]

 

(승민) 야
[차 문을 탁 닫는다]

 

교복 벗고 피워

 

- (승민) 자식이
- (성경) 에이, 씨, 안 피워

 

[침을 퉤 뱉는다]

 

[스산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수사자 옅은 울음]

 

[암사자 성난 울음]

 

(미애) 은퇴했나 봐?

 

글 안 쓰니?

 

(현) 넌 사냥꾼 만나니?

 

집에서 털옷을 입고 있어, 덥게

 

넌 어디서 반죽하다 왔고?

 

- 아, 더러워
- (현) 어유, 달아

 

(미애) 누가 기러기 아니랄까 봐

 

유학 가면서 애까지 달고 가고
참 유난이다

 

(미애) 대체 네 와이프는
언제 온대니?

 

때 되면 오겠지, 뭐

 

(현) 넌 결혼 안 해?

 

미쳤어? 그걸 또 하게

 

나는 실컷 연애만 하다 죽을 거다

 

괜찮은 사람 있으면 그냥 해

 

- 그래야 성경이도…
- (미애) 관심 끄고

 

너 님이나 잘 사시고

 

야, 혼자 살면 구질구질해지니까

 

[어이없는 숨소리]

 

(미애) 아니, 얻다 대고
구질구질이래?

 

 

[잔을 탁 내려놓는다]
[현의 옅은 한숨]
봐, 봐 봐, 응? 어?

 

아직 주름 없고, 어?

 

피부 탱탱하고

 

아직 탄력 있고, 몸매도 봐

 

가슴 빵빵하고

 

(미애) 어? 뱃살 없고
[배를 탁 친다]

 

아, 뭐가
구질구질하다는 거야, 어?

 

참나, 나 어이가 없네?

 

 

죽이잖아

 

(TV 속 내레이션과 미애)
- 한때 무리를 이끌던 늙은 수사자
- 죽여, 안 죽여? 어?

 

죽, 죽여

 

(미애) 이 나이에 이 정도
유지하는 게 뭐, 쉬운 줄 아냐?

 

- (미애) 어?
- 어렵겠지

 

(TV 속 내레이션) 그 역시
암컷이 풍기는 유혹의 향기에
[미애가 숨을 씁 들이켠다]

 

끌리기는 마찬가지다

 

뭘 봐?

 

보라면서?

 

[역동적인 음악]
[현과 미애의 거친 숨소리]

 

[미애의 옅은 신음]
(현) 성경이는?

 

(미애) 학원
[미애의 거친 숨소리]

 

[현의 힘주는 숨소리]
[미애의 힘겨운 신음]

 

[현의 기합]

 

(미애) 근데 우리
이러면 안 되지 않니?
[현의 가쁜 숨소리]

 

(현) 그러니까
[미애의 신음]

 

- (현) 안 돼
- (미애) 오케이, 떨어져

 

[스위치를 탁 켠다]

 

[현의 놀란 탄성]
[현이 쿵 떨어진다]

 

[현의 옅은 신음]
아들 왔어?

 

[현의 아파하는 신음]
[익살스러운 음악]

 

[옅은 한숨]

 

[익살스러운 효과음]
[문이 쾅 닫힌다]

 

(미애) 어떡해, 어떡해, 어떡해
[현의 당황한 숨소리]

 

- (미애) 어떡해, 야
- (현) '오 마이 갓'

 

야, 빨리 가 봐, 빨리!

 

[미애의 거친 숨소리]
(현) 내가?

 

(미애) 빨리 가 보라고!

 

[현의 당황한 숨소리]

 

(현) 뭐라 그러지?

 

- (현) 응?
- (미애) 가, 빨리 가!

 

[성경의 힘주는 숨소리]

 

오, 나이스

 

[성경의 성난 숨소리]

 

(성경) 아빠는

 

아빠는 바람피울 사람이 없어서
엄마랑 바람피우냐?

 

이럴 거면 이혼은 왜 했어, 왜?

 

[헛기침]

 

음…
[살짝 웃는다]

 

오해야, 성경아, 네가

 

- 어디까지 봤는지 모르겠지만…
- (성경) 아, 뭘 어디까지 봐?

 

(성경) 다 봤어!
[익살스러운 효과음]

 

[멋쩍은 웃음]

 

(현) 성경아, 그러니까

 

오늘 담임 면담 있었는데
아빠가 못 갔잖아?

 

그래서 엄마랑 그냥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었어

 

근데 그, 뭐랄까?

 

갑자기 그런 거 있잖아, 뭐

 

술도 한잔했고
분위기도 좀 이상하고

 

남녀 간에 왜
[옅은 웃음]

 

너도 여친 생겨서 알 거 아니야

 

어? 너 알지?

 

(성경) 나가

 

새끼

 

(현) 안 해 봤어?

 

(성경) [소리치며] 아, 나가라고!

 

아휴

 

우!

 

[실성한 웃음]

 

(미애) 왜 그랬어, 왜?
왜! 왜! 왜! 진짜…

 

[미애의 짜증 난 비명]

 

[미애의 실성한 웃음]

 

(미애) 이 개, 씨…

 

- (남자1) 자기야
- 어

 

(남자1) 자기야, 이거, 이거
받아 봐, 이거

 

- 치킨은?
- (남자1) 어? 안 사 왔다
[토라진 탄성]

 

- [웃으며] 사 왔지
- (미애) 치!

 

[아이들이 시끌벅적하다]
[밝은 음악]

 

(순모) 만세, 만세, 만세
이거를 이쁘게

 

덮으시고

 

자, 이제 드시지요

 

생긴 건 누와르인데

 

어쩜 이렇게 멜로적이니?
[순모의 웃음]

 

저한테 푹 빠지셨군요

 

 

(순모) 우리 브룩쉴즈, 내가
준비한 거 보면 아주 환장하겠네

 

[힘주는 숨소리]
여기 있다, 여기 있다

 

이야! 짜잔

 

뭔데?

 

(순모) 아, 우리 여행 가잖아

 

그래서 내가 플랜을 좀 짜 봤어
[순모의 웃음]

 

어때? 환장하겠지?

 

어, 환장하겠어
[순모의 웃음]

 

(순모) 와! 나, 이거 밤새워서
이거 찾는데 막 숨은 맛집, 명소

 

이거 찾아내는데, 내가 많이…

 

와, 나 힘들어 죽는 줄 알았어
죽이지?

 

- 응, 죽을 거 같아
- (순모) 그렇지?

 

- (미애) 응
- (순모) 여기 봐 봐

 

(순모) 이 명상 시간을
내가 넣어 놨거든

 

이게 자작나무에서
음이온 받으면서

 

명상, 난 이게 사실은 제일 설레

 

[코 고는 소리가 들린다]

 

[괴로운 숨소리]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현의 옅은 신음]

 

[키보드를 탁 치는 소리가 들린다]

 

[경쾌한 알람이 울린다]

 

[놀란 비명]

 

어?

 

[알람이 계속 울린다]

 

[옅은 한숨]

 

[변기 물이 솨 내려간다]

 

[피곤한 숨소리]

 

(현) 아이, 씨

 

[괴로운 탄성]

 

[구역질한다]

 

[물이 솨 흘러나온다]
[구역질한다]

 

[현의 옅은 한숨]

 

[쿵쿵 울리는 소리가 들린다]

 

[쿵쿵 울리는 소리가 들린다]

 

[한숨]

 

[호응하듯 쿵쿵 울린다]
[휴대 전화 벨 소리]

 

아, 씨

 

[호응하듯 쿵쿵 울린다]

 

[기침한다]

 

여보세요

 

누구?

 

(현) 어유

 

뭐, 이런 걸 사 왔대?

 

남진이는 어쩌고 왔어요?

 

어쩌냐니요?

 

[피식 웃는다]

 

아니에요, 됐어요
[햄을 탁 내려놓는다]

 

오해하시는 거 같은데요

 

남 선생님 댁에는
며칠 신세 진 것뿐이에요

 

(현) 아, 난 또

 

되게 각별한 사이인 줄 알았네요

 

(현) 식사는요?

 

출출해서 뭐 좀 시키려고 그랬는데
[상자가 툭 떨어진다]

 

술은 없어요?

 

술 못 한다며?

 

(유진) 제가 그랬나요?
[유진의 옅은 웃음]

 

[혼잣말하듯] 허언증이야
뭐야, 이 자식…

 

[면을 후루룩 먹는다]

 

(유진) 사모님이 미인이세요

 

미인은

 

돈 먹는 하마요

 

결혼 두 번 하셨죠?

 

아, 죄송해요

 

(현) 뭐, 죄송할 것까진 없고

 

[술병을 탁 내려놓는다]
이제 뭐, 본론을 얘기해 봐요

 

응? 왜, 남진이 나 어떻게 사는지
보고 오라던가?

 

잘못 짚으셨는데요?

 

전 두 분 관계는 관심이 없어요

 

관심이 없으면 안 되지

 

네?

 

글 쓴다며?

 

관계는 글쓰기의 기본인데
관심이 없으면 되나

 

(현) 응?

 

하물며 갈등은
최고의 소재거리인데

 

[현이 면을 후루룩 먹는다]

 

(현) 응!

 

그래서 왜 왔다고?

 

(유진) [취한 말투로] 왜냐하면요
제가 주사가 하나 있는데요

 

다음 날이면

 

다 기억이 나요

 

[피식 웃는다]

 

[현이 피식 웃는다]

 

(현) 몇 시야, 지금? 씨

 

집에 안 가요?

 

아, 예, 저 괜찮아요

 

저 오늘까지 한가해요

 

그 말이 아니잖아
아이, 그만 마셔…
[병이 달그락거린다]

 

그만 마셔, 그만

 

[유진이 중얼거린다]

 

어디 있어, 이거?

 

(현) 에?

 

에이, 씨, 아이고, 아이고?

 

집 어디야? 택시 불러 줄게

 

(유진) 아유, 부르지 마요
저 혼자 갈 수 있어요

 

아, 다 컸는데, 뭐

 

저 새끼가
[혀를 쯧 찬다]

 

주소 불러

 

[유진이 숨을 씁 들이켠다]
[휴대 전화 조작음]

 

[중얼거리듯] 사랑해요, 선생님

 

(현) 사당동?

 

(유진) 사랑한다고요

 

[유진이 숨을 씁 들이켠다]

 

저 선생님 사랑하고 있어요

 

[익살스러운 음악]

 

[코를 드르렁 곤다]

 

[그릇들이 달그락 부딪힌다]

 

[유진이 코를 드르렁 곤다]

 

주사가 심하네

 

[현의 힘겨운 숨소리]
(현) 일어나

 

다리에 힘 좀 줘!

 

아유, 씨

 

아유, 아유, 씨

 

[코 고는 소리가 들린다]

 

[문이 철컥 여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학생들이 시끌벅적하다]
(학생1) 안녕하세요?

 

(학생들) 안녕하세요?

 

(현) 이번 학기에는 무조건
단편 두 편 이상 제출이니까

 

자신 없는 것들은 알아서 꺼지시고

 

[의자들이 드르륵거린다]

 

[학생들이 웅성거린다]

 

출석 부릅니다

 

- (현) 김도희
- (학생4) 네

 

- (현) 서정현
- (학생5) 네

 

- (현) 임호영
- 네

 

- 김동환
- (학생6) 예

 

유진?

 

(유진) 네!

 

[주변이 소란스럽다]

 

- (학생7) 안녕하세요
- (현) 응

 

(학생8) 안녕하세요

 

(유진) 선생님, 식사하셨어요?

 

- (현) 우리 학교 다녀요?
- (유진) 네

 

- (현) 그런 얘기 없었잖아요
- (유진) 안 물어보셨잖아요

 

(현) 언제부터 다녔는데?

 

작년에 들어왔는데

 

선생님 연구년인 거 알고
휴학했어요

 

굳이 왜?

 

어제

 

기억나?

 


[현의 놀란 숨소리]

 

(현) 이번 주까지
변경할 수 있으니까

 

다른 수업으로 바꿔

 

[도어 록 작동음]
[문이 철컥 여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순모) 어?

 

어유, 이 쉰내, 이거
[혀를 쯧 찬다]

 

- (순모) 야, 김현
- (현) 왔어?

 

(순모) 좀 치우고 좀 살아, 어?

 

방 꼴은 또 이게 왜 이래?

 

(현) 치우고 있잖아

 

뭐야, 이거?

 

야, 아무것도 아니야

 

(현) 뭐 좀 먹자

 

[TV에서 말소리가 들린다]
(현) 아, 새끼, 돈 얼마나 든다고
나가서 먹지, 씨

 

참치 먹고 싶었는데

 

닥치고 좀 먹지?

 

(순모) 제발 글이나 좀 써 주세요
김 선생님

 

그럼 내가 원양 어선 타서
참치 낚아 올게

 

쓰고 있어, 이 새끼야

 

너 올해 안에 글 안 나오면
먹은 거 다 토해 내야 돼

 

(순모) 투자자들
지금 난리야, 인마

 

기한 넘으면 손해금까지
12억이야, 12억

 

(순모) 어휴

 

그러길래 안식년에 글이나 좀 쓰지
[현이 캔을 탁 내려놓는다]

 

뭐 했냐?

 

[TV에서 음성이 흘러나온다]

 

[캔을 탁 내려놓는다]
그리고 너희 학과장이
문애리한테 강의 제안했다던데?

 

다음 학기부터

 

누가 그래?

 

뭘 누가 그래, 문애리가 그러지

 

야, 걔가 그럴 짬이 되냐? 씨

 

아, 되지, 부커상 후보인데

 

(현) 후보인데 뭐?

 

(순모) 최종심만 가도 대박이지
이 새끼야

 

그거 수상하면
인생 완전 피는 거고

 

(현) 야, 부커가 총 맞았냐?
걔한테 무슨 상을 주게, 씨

 

[코웃음 친다]
- 참, 씨
- (순모) 김현 선생님

 

제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좀 보고 그래

 

밑에서 젊은 애들이
막 이렇게 치고 올라오는데

 

집에 안 가?

 

가, 새끼야

 

[순모가 캔을 탁 내려놓는다]

 

[현이 잔을 탁 내려놓는다]

 

나 출장도 가

 

어디로?

 

같이 가?

 

아! 이 새끼 하여튼
쓸데없는 소리 좀 하지 좀 마

 

(현) 지금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내가 쓸데없는 소리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현) 아유, 꺼져, 새끼야, 쯧

 

(순모) 화장실 갔다가 꺼진다
새끼야

 

[코 고는 소리가 들린다]

 

[휴대 전화 벨 소리]

 

[휴대 전화 벨이 계속 울린다]

 

아, 씨

 

[피곤한 숨소리]
왜?

 

(미애) 야, 네 아들 좀
어떻게 해 봐

 

아, 무슨 일이야?

 

(미애) 김성경, 이 자식이
공부고 뭐고 다 때려치우시겠대

 

대학도 안 간대

 

어휴! 방문 잠그고 나오지도 않아!

 

아이, 학원비 비싼데 잘됐네

 

(미애) 야, 너
성경이 대학 졸업할 때까지

 

양육비 주기로 한 거는 기억하니?

 

쟤 이번에 대학 안 가면
넌 양육비만 계속 늘어나는 거야

 

- 왜?
- (미애) '왜'?

 

(미애) 합의서 다시 보여 줘?

 

네가 나이랑 기한이랑
명시 안 했잖아

 

그냥 '대학 졸업할 때까지'라고
쓴 거 기억 안 나?

 

[놀란 숨소리]
[익살스러운 음악]

 

(현) 미애야, 키

 

김성경

 

[한숨]

 

(성경) 왜, 왜, 왜, 왜, 왜, 왜!

 

- 서, 성경아, 잠깐만
- (성경) 나가

 

(성경) 들어오지 마
[성경의 힘주는 숨소리]

 

(현) 알았어, 알았어, 잠깐…
[성경의 힘주는 숨소리]

 

야, 성경아

 

너 있잖아, 그
[헛기침]

 

야, 아빠랑 엄마랑 그랬다고

 

대학에 안 간다는 게
그게 무슨 인과 관계야?

 

잠깐만, 미안해, 성경아

 

아빠랑 엄마랑 그런 건, 어?

 

어!

 

- 이자 같은 거야
- (성경) 뭐?

 

아빠랑 엄마랑
같이 산 세월이 있잖아

 

그 세월이 차곡차곡 쌓여서, 어?

 

그 감정에 붙은 이자, 그래!

 

그, 정 같은 거야, 이자가, 정!

 

너도 나중에 인마
이혼해 보면 알아

 

아니, 저, 미안해

 

아유, 내가
내가 미쳤나 봐, 아빠가
[멋쩍게 웃는다]

 

그…

 

음, 아빠랑 엄마랑

 

같이 산 세월이 있잖아, 그렇지?

 

근데 그게 이혼했다고
어떻게 그게 갑자기

 

그냥 펑 하고
그 감정이 사라지겠어?

 

하?
[현의 어색한 웃음]

 

그럼 그동안 계속했다는 거네?

 

[성경이 문고리를 탁 잡는다]
어?

 

[문을 철컥 잠근다]

 

존나 디테일해

 

[감탄하는 숨소리]

 

역시 내 아들이야

 

(미애) 전생에 뭔 지랄을 했길래

 

나 출장 가 있는 동안
성경이 좀 데리고 있어

 

얘기도 좀 하고

 

야, 무슨 보험 팔러
강원도 씩이나 가?
[미애가 냉장고 문을 툭 닫는다]

 

나도 갈래

 

미친놈이야, 저거, 씨

 

너 욕했지?
[미애가 물을 꿀꺽 마신다]

 

욕 좀 하지 마

 

(현) 입에 뱄어, 아주 그냥

 

[미애가 컵을 덜컹 내려놓는다]
[헛기침]

 

밥 좀 줘

 

[소리치며] 야!

 

(여자3) 가온 엄마, 나 불렀어?

 

(여자4) 아니?

 

(현) 아유, 미애야

 

야, 내가 다달이
너한테 주는 돈이 얼마인데

 

아, 그리고 밥 한 끼 못 주냐?

 


[문이 드르륵 닫힌다]

 

그 돈, 네가 다른 년이랑
바람피워서 받는 돈이야

 

알았어, 소리 좀 지르지 마
[한숨]

 

(미애) 어디서
적선하듯 말하고 자빠졌어, 씨

 

- (현) 너 욕하지 마, 그리고 너
- 확! 씨

 

(현) 무시하지 마, 씨

 

(미애) 오지 마!

 

[학생들이 시끌벅적하다]

 

[휴대 전화 알림음]

 

(현) 아, 18만 원

 

18 같은 인생, 씨…

 

수업 바꾸라고 했을 텐데?

 

[옅은 한숨]

 

사랑하는 사람한테
사랑한다고 말하는 게 잘못이에요?

 

잘못이지, 새끼야
[유진이 젓가락을 달그락 집는다]

 

[헛기침]

 

야, 상대방 감정 따위
무시하는 고백은

 

폭행이지, 사랑이 아니야

 

까불지 말고 다른 데 앉아

 

(현) 빨리

 

웃기는 놈의 새끼야

 

[컵을 탁 내려놓는다]

 

[유진이 의자를 드르륵 민다]

 

- (현) 뭐 하는 거야?
- (유진) 다른 데 앉으라면서요?

 

[현과 유진의 한숨]

 

[현이 콜록거린다]

 

저 선생님한테 고백하려고
찾아간 거 아니고요

 

선생님한테 사랑받겠다고
말한 것도 아니거든요?
[현의 당황한 숨소리]

 

(유진과 현)
- 사랑과 수업은 별개라고 저도…
- 어, 그래, 어

 

열심히 하고, 지금처럼만

 

- 자
- (학생9) 안녕하세요

 

(현) 다음에 보자, 그래, 응

 

[옅은 한숨]

 

(유진) 제 작품 보셨어요?

 

(현) 작품 좋아하네, 씨

 

야, 너 등단했어?

 

(유진) 아니요

 

(현) 널 작가라고 부르는 사람
있어?

 

(유진) 아니요

 

(현) 야, 데뷔도 안 한 놈이
끄적거린 걸, 어?

 

스스로 작품이라고 부르는 거
우습지 않니?

 

- (유진) 그럼 뭐라고 하는데요?
- (현) 습작

 

[현이 혀를 쯧 찬다]

 

- (유진) 제 습작 보셨어요?
- 아니

 

[서류를 부스럭거린다]
[휴대 전화 벨 소리]

 

[숨을 크게 내뱉는다]

 

(순모) 아, 이 미친 새끼

 

[숨을 씁 들이켠다]
[통화 종료음]

 

아, 이 새끼는 왜, 씨
[중얼거린다]

 

[휴대 전화 벨 소리]
[한숨]

 

- 어쩌라고?
- (순모) 아, 유진, 유진!

 

네 서재에 있던 거, 어

 

(현) 야, 이 새끼야
그걸 왜 말도 안 하고 가져가?

 

(순모) 야, 현아

 

이거 진짜, 느낌 진짜 좋다

 

(순모) 완전히 이거
날이 그냥 확 선 게

 

그냥 감이 막 팍팍 와

 

하여튼 이 능구렁이 새끼, 이거
언제 또 이런 거를

 

야, 이거 장편 한번 가자
어? 내가

 

(순모) 그래, 내가 원양 어선 탈게

 

아, 지랄하지 말고 당장 가져와

 

[통화 종료음]

 

[휴대 전화 커버를 탁 덮는다]
[휴대 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코웃음]
말도, 씨

 

웃기고 있어, 이 새끼가

 

[고민하는 숨소리]

 

[콜록거린다]

 

[숨을 후 내뱉는다]

 

[즐거운 음악]

 

(미애) 진짜 혼자 있겠다, 이거야?

 

아빠한테 안 간다, 이거지?

 

(성경) 몇 번을 말해, 안 간다니까

 

(미애) 너 자꾸 이럴래?

 

사춘기야, 뭐야?

 

[성경이 피식 웃는다]
(성경) 하여간 뜻대로 안 되면
맨날 사춘기래

 

뭐, 이 자식아?

 

아, 뭐가 걱정이야
어차피 학교랑 학원에서 살 텐데

 

대학 가라며?

 

오케이

 

냉장고에 국이랑 반찬이랑
다 있으니까 라면 먹지 마

 

인스턴트 몸에 해로워

 

혼자 먹기 싫으면 아빠 부르고

 

아빠가 더 해로워

 

그래도 아빠랑 있어

 

너 오는 시간에 들르라고 할게

 

- (미애) 간다
- (성경) 갈게

 

[성경의 힘주는 숨소리]
(미애) 저희 성경이가
어젯밤 맹장 수술로 입원했습니다

 

(성경과 미애) 당분간 학교에
가지 못할 것 같아요

 

(성경) 유유

 

[후련한 숨소리]

 

(순모) 그래, 그러니까

 

어, 저
필요한 거 있는지 물어보고

 

물어보고, 그, 있으면 그
없어도 그냥 다 해 줘, 어

 

어, 수고

 

[휴대 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순모의 한숨]

 

아, 김현 연애하는 거 같아

 

아닐걸?

 

아니야, 아니야
지금 예전 글이 돌아왔어

 

촉이 탁 와

 

- 걔 글 쓰니?
- (순모) 응

 

첫 페이지부터 아주
[숨을 씁 들이켠다]

 

좀 굉장히 거칠고, 뭐

 

날이 서 있다고 그래야 되나?

 

(미애) 그게 연애하고
뭔 상관이야?

 

뭐, 연애 소설이라도 쓰나?

 

아이, 글이 아주 그냥
섬세해졌다니까?

 

(미애) 자기야

 

김현 못 해, 연애

 

내가 장담한다

 

(순모) 아이, 참

 

맞다니까

 

[우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숨을 씁 들이켠다]

 

언년이 그 가슴에
바람을 불어넣었을까?

 

확실한 거 아니야
그냥 내 촉이 그렇다는 거지

 

자기, 그 인간이랑 안 지
몇 년 됐지?

 

30년

 

그 정도면 촉이 아니라
팩트로 봐야지

 

[코웃음]

 

언제는 연애 못 한다며?

 

아니야

 

할 수도 있을 거 같아

 

잊었던 기억들이
막 피어올라 왔거든

 

그래, 뭐, 그렇다 치고

 

다 먹었지? 가자
오늘 갈 데가 진짜 많아, 가자

 

자기야

 

우리가 쉬러 왔지 관광 왔니?

 

[순모의 한숨]

 

[미애의 옅은 한숨]

 

[휴대 전화 벨 소리]

 

- 어, 왜?
- (조교) 교수님

 

(조교) 문 작가님이 강연에
오실 수 있는지 여쭤보시는데요

 

야, 그걸 왜 너한테 시켜?

 

자기가 하지

 

- 알았어, 간다고 해
- (조교)

 

[통화 종료음]

 

[한숨]

 

[한숨]

 

[매미 울음]

 

[아이들이 시끌벅적하다]
[흥겨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현의 가쁜 숨소리]

 

[현의 지친 숨소리]
[안내 음성]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현의 가쁜 숨소리]

 

(샘) 누구 찾아?

 

- (현) 네?
- (샘) 누구, 누구 찾아?

 

[샘이 문을 똑똑 두드린다]

 

- (유진) 누구세요?
- (샘) 나야, 샘

 

(샘) 여기
웬 노인네가 찾아왔는데?

 

[문고리가 철컥거린다]

 

[살짝 웃는다]

 

'우주피스 공화국'이에요

 

리투아니아 빌뉴스에 있는
예술인 마을인데요
[물을 쪼르르 따른다]

 

4월 1일 만우절 딱 하루만
그들이 만든 국가가 생긴대요

 

(유진) 1년에 딱 하루만
존재하는 나라

 

그날은 모두 죽을 권리와
행복하지 않을 권리가 있대요

 

(현) 샌드위치 패널이 아니네
좋네

 

샌드위치 패널 맞는데

 

[헛기침]

 

(현) 야, 담배 피워도 되니?

 

(유진) 아, 그럼요

 

근데 끊지 않으셨어요?

 

(현) 다시 피워

 

어떤 미친놈 때문에

 

[현이 숨을 씁 들이켠다]

 

[현이 쿨럭거린다]

 

[현이 연기를 후 내뿜는다]

 

근데 왜 왔는지 안 물어봐?

 

제 습작 보셨어요?

 

[현의 헛웃음]

 

(현) 아니, 야

 

나 잘 마셨다, 응

 

- (유진) 아, 벌써 가시게요?
- (현) 어

 

(현) 가야지, 가야지, 가야지
야, 나오지 마, 나오지 마

 

(유진) 선생님, 제 습작…

 

[익살스러운 음악]

 

[현의 가쁜 숨소리]

 

(현) 어휴, 쪽팔려

 

아, 어떡하니…

 

[멀리서 사이렌이 울린다]
[현의 헛웃음]

 

어휴, 씨

 

(정원) 어이

 

학원 가니?

 

- (성경) 예
- (정원) 근데 그러고 가?

 

(성경) 누가 이렇게 입고 가면
안 된대요?

 

(정원) 아니, 그냥
뭔가 결심이 없어 보이잖아

 

야, 근데 왜
너 나한테 인사를 안 해?

 

(성경) 아줌마한테
안 해도 될 거 같아서요
[정원의 어이없는 숨소리]

 

저 새끼 웃기는 새끼네, 야!

 

너 학원 가는 거 아니지? 응?

 

아줌마는 어디 가는데요?

 

몰라, 넌 어디 가게?

 

- (성경) 왜요?
- 너 따라가게

 

(정원) 어? 잠깐만

 

어? 어, 저 새끼!

 

야, 야, 야, 야, 잠깐만, 잠깐만

 

오빠!

 

(정원) 어?

 

[남자2가 구시렁거린다]

 

[버스 타이어 마찰음]

 

(정원) 어? 야, 야!

 

같이 가야지, 새끼야

 

쟤를 여기서 다 만난다, 어?
[정원이 피식 웃는다]

 

(성경) 되게 반가운
친구인가 봐요?

 

(정원) 어, 나랑 처음 잤던 놈

 

(성경) 아줌마는 청소년한테
해로운 것 같아요

 

(정원) 유익하지는 않지

 

빨리 말해, 어디 갈 거야?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정원이 흥얼거린다]

 

날아!

 

[탄성]

 

(정원) 따리, 따래! 오케이!

 

제쳤어, 제쳐, 제쳐, 제쳐!
제쳐, 오케이!

 

[흥겨운 반주가 흘러나온다]
(정원) ♪ 바람처럼 왔다가
불꽃처럼 사랑하고 ♪

 

♪ 구름처럼 흘러가는 ♪

 

♪ 진진자라 지리지리자 ♪

 

♪ 진진자라 지리지리자 ♪

 

♪ 진진자라 지리지리자 ♪

 

♪ 진진자라 지리지리자 ♪
[정원의 환호]

 

[새들이 지저귄다]

 

(미애) 오케이

 

답 나왔어

 

응?

 

기러기 신세를 자초한 꼼수가
그거였어

 

바람

 

(미애) 나한테
한 번 걸려 봤으니까

 

스킬이 생긴 거지, 지능적으로

 

[미애의 코웃음]
[옅은 한숨]

 

자기야

 

나 지금 뭐가 보이는 줄 알아?

 

그 인간 장례식장에
[종소리가 들린다]

 

너무 많은 년들이
똑같은 상복을 입고 있어
[곡소리가 들린다]

 

(사람들) 아이고
[피식 웃는다]

 

[미애의 웃음]

 

[미애의 즐거운 숨소리]
(미애) 오케이

 

나는 꼭 화려하게 입고 가야지

 

아이, 벌레, 씨, 쯧

 

그래, 저번에 산 원피스 좋더라
그거 입어

 

자기야, 안 되겠다, 여기서 나가자

 

- 아이! 안 돼
- (미애) 아!

 

20, 29분 남았네
[미애의 놀란 숨소리]

 

(애리) 감사합니다
[애리의 놀란 숨소리]

 

어휴, 무척 떨리는데요

 

- (애리) 식사하셨나요?
- (학생들) 네

 

(애리) 네, 전 너무 긴장돼서
아직까지 먹지 못했습니다

 

대학원을 졸업한 지
17년이 지났는데

 

이렇게 강연이란 걸
하게 되다니, 참

 

감개무량합니다

 

더군다나 여기

 

제가 존경하는
김현 작가님이 계셔서

 

더욱 송구스럽고
부끄럽기 그지없습니다

 

작가님께 박수 한번 부탁드릴게요

 

[사람들이 손뼉 친다]
[애리의 환호]

 

[애리의 환호]

 

[사람들의 환호]
(교수) 자, 자, 자, 자, 자!

 

올해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은

 

16명의 작가를 선정을 했습니다

 

그 16편 중에 한 분이 바로 우리

 

문애리 작가님이시죠!
[사람들의 환호]

 

아유

 

(애리) 아니, 아유, 아니…

 

아직은, 아직은 박수 치지 마세요

 

(교수) 박수 치지 말랍니다
[사람들이 시끌벅적하다]

 

(현) 아, 그래, 온갖 설레발 떨다
떨어지면 더 쪽팔려

 

그 상금이 얼만데?

 

(애리) 아직은 없고요

 

만약 후보작이 되면
1,000파운드 받아요

 

(현) 그게 얼만데?

 

(애리) 우리 돈 한 171만 원 정도?

 

아유!

 

아유, 뭐가 그렇게 적어?

 

만약 수상작이 되면 9천 정도 받고

 

그, 돼야 말이지

 

선배는 글 잘 쓰고 계시죠?

 

(애리) 올해 안에는
나와야 될 텐데?

 

아이스크림 먹을 사람?

 

(학생들) 저요!
[학생들이 소란스럽다]

 

- (현) 으, 읏차!
- (학생10) 어, 안녕하세요?

 

- (학생11) 안녕하세요
- (학생10) 들어가겠습니다

 

- (애리) 들어가요
- (현) 왜, 왜, 왜 가?
[학생11이 인사한다]

 

선배

 

왜?

 

(애리) 제가 선배 팬인 거 아시죠?

 

[옅은 웃음]

 

부커는 제가 아니라

 

선배가 먼저 갔어야 했는데

 

사람들이

 

아무리 선배
천재성 잃었다고 말해도

 

전 선배 믿어요

 

[코웃음]
꼭 다시 좋은 작품 쓰실 거예요

 

파이팅

 

[현이 피식 웃는다]

 

위로냐, 야유냐?

 

- 먹이냐?
- (학생12) 작가님

 

(애리와 현) 어

 

아이, 교수님 말고
문애리 작가님이요

 

(학생12) 안에서
빨리 들어오시라고 난리세요

 

(애리) 저 먼저 들어갈게요

 

[잔잔한 음악]
[식당 안이 시끌벅적하다]

 

[가게 안이 시끌벅적하다]

 

[잔을 탁 내려놓는다]

 

[휴대 전화 벨 소리]

 


[휴대 전화 벨이 계속 울린다]

 

대디

 

- 어, 공주님
- (은유) 노, 대디

 

또 술이야?

 

(은유) [영어] 엄마
아빠가 플라밍고가 됐어

[현의 옅은 웃음]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한국어]
- 아빠도 보고 싶어
- (혜진) 은유야, 아빠 영어 못해

 

[살짝 웃는다]
(혜진) 헬로우, 하이, 여보

 

- (현) 어, 여보
- '오 마이 가쉬'

 

(혜진) 아, 또 얼마나 마신 거야?

 

- 아니야, 많이 안 마셨어
- (혜진) 진짜 못 살겠다, 진짜

 

은유 바꿔 봐

 

(은유) 대디!

 

[살짝 웃는다]

 

[자동차 경적]

 

(남자3) 비켜, 이 개새끼야!

 

(현) 욕해, 야, 욕해 봐!
씨발, 야, 밟고 가!

 

야, 이 새끼야, 어디 가!

 

밟고 가라고, 씨발놈아!

 

그래, 욕해, 난 개새끼고

 

개새끼야!

 

너희들이 날 알아, 이 씨발놈아!

 

내가 누군지 알아, 이 씨발놈아!

 

야, 이 새끼야…
[콜록거린다]

 

[괴롭게 기침한다]

 

[콜록거린다]
아, 씨

 

[현의 놀란 탄성]

 

[가쁜 숨소리]
(현) 너 뭐야?

 

쓰세요

 

(현) 거기 서, 인마!

 

혹시라도

 

눈곱만큼도
너한테 다른 마음 있는 거

 

절대 아니니까 곡해하지 말고

 

내가 이 좆같은 상황만
아니면 이런 미친 짓 안 하는데

 

내가 좀 급하다, 내가

 

제가 영광이죠

 

영광은 무슨

 

야, 이 점은 분명히 하자

 

(현) 네가 어떻게 듣든 상관없어

 

나…

 

여자 진짜 좋아하거든?

 

18살 때부터

 

쭉 여자랑만 잤고, 어?
앞으로도 그럴 거야

 

무슨 말씀인지 알아요

 

선생님은 그렇게 태어난 거고

 

전 이렇게 태어난 거잖아요

 

그렇지

 

- (현) 작업만, 어? 작업만
- (유진) 네

 

(순모) 신인?

 

[풀벌레 울음]
아, 너무 위험한 거 아니야?

 

(현) 책 좋다며, 새끼야

 

(순모) 아, 그야, 좋지

 

(현) 야, 이거 작품 될 거 같다
내가 잘 만들어 볼게

 

(순모) 아, 몰라, 그래
진행해, 그냥

 

- (순모) 아, 근데 신인 위험한데
- 아이, 씨

 

[혀를 쯧 찬다]

 

[멀리서 사이렌이 울린다]

 

그래서

 

신인 작가는 여자래?

 

걔랑 바람난 거 아니야?

 

알 게 뭐야

 

(미애) 출판사 사장이
모르면 되니?

 

알아야 떠들 건 떠들고
막을 건 막지

 

자기야

 

(순모) 아, 제발 좀
김현 얘기 좀 안 하면 안 되겠니?

 

왜 하루 종일 김현 얘기야?

 

(미애) 아, 우리가 김현 얘기
안 한 적은 또 언제 있는데?

 

- (순모) 아, 하지, 근데 난…
- 자기도 하잖아, 김현 얘기

 

(순모) 그래, 해
근데 나는 걔가 누굴 만나는지

 

상대가 누구인지 궁금해하지 않지

 

- (미애) 궁금할 수도 있지!
- (순모) 왜 궁금한데?

 

(미애) 오버하네, 진짜?

 

아, 됐어, 닭이나 먹어!

 

(순모) 아, 더럽게 맛없네, 씨
[순모가 혀를 쯧 찬다]

 

[풀벌레 울음]
[멀리서 개가 짖는다]

 

(정원) 뭐 하슈?
[성경의 놀란 숨소리]

 

[정원의 웃음]
놀라긴

 

너 밥은 먹었니?
[흥미로운 음악]

 

(정원) 잠깐만

 

잠깐만, 잠깐만

 

[감탄하는 숨소리]
대박

 

[그릇을 달그락 내려놓는다]
[살짝 웃는다]

 

어때?

 

(정원) 똑같지?

 

뭐 해? 먹어

 

[젓가락을 달그락 집어 든다]
[숨을 씁 들이켠다]

 

(정원) '성경'이라

 

아빠가 목사님?

 

(성경) 아니요, 작가님, 소설 써요
[정원이 호응한다]

 

음, 소설 작가, 누구?
[성경이 라면을 후루룩 먹는다]

 

김현이요, 알아요?

 

모르면 무식한 거니?

 

아니요, 평생 몰라도 돼요

 

[성경이 라면을 후루룩 먹는다]
[생각하는 숨소리]

 

넌 아직도 철이 좀 덜 든 거 같아

 

응?

 

아니야! 평생 수명이 길어졌으니까
철도 그만큼 늦게 드는 거야!

 

[흥미로운 음악]

 

뭐 하는 거예요?

 

어땠어?

 

'미술관 옆 동물원'

 

(정원) 너 이 영화 몰라?

 

아줌마

 

마약 해요?

 

(정원) 아, 뭐래

 

배우야, 나

 

- (성경) 응?
- (정원) 검색하면 나와

 

(유진) 오셨어요?

 

(현) 장편으로 가려면
[현이 물건들을 달그락거린다]

 

미스터리로 긴장감을 주는 게
좋을 거 같은데
[지퍼를 찍 연다]

 

어때?

 

- 미스터리 좋은데요?
- (현) 네가 젊은 남자

 

(현) 그리고 내가 늙은 남자

 

그리고 늙은 남자 아내와
삼각 구도를 넣어서

 

관계를 확장하는 거야

 

(현) 훨씬
긴장감 있을 것 같지 않니?

 

(유진) 네
[유진과 현이 살짝 웃는다]

 

(현) 보지 마

 

(유진) 아, 안 봐요
거기 보이지도 않거든요?

 

[경쾌한 음악]

 

[유진의 피곤한 숨소리]

 

(현) 작가를 만드는 건

 

필력이 아니라 인내다
[현이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네?

 

글은 머리가 아니라
궁둥이로 쓰라는 뜻이야

 

힘들겠지만 기간 내에
제출해야 되니까

 

속도 늦추지 말자

 

(유진) 배고픈데요

 

너 얼마나 썼다고 그래? 인마

 

이거 타이핑 치면
한 22페이지 정도 나올걸요?

 

어?

 

선생님은요?

 

[키보드를 탁 누른다]

 

(현) 밥 먹자

 

아이고, 아유

 

메뉴가 뭐야?

 

[변기 물이 솨 내려간다]

 

(유진) 선생님
여기 매트에서 주무세요

 

아니야, 아니야
나, 나 바닥에서 잘게, 응

 

(유진) 불편하실 텐데?

 

나 불편한 거 되게 좋아해

 

[현의 힘주는 숨소리]

 

불 끄자

 

그냥 주무시게요?

 

자야지, 그럼

 

그래도 첫날밤인데
술 한잔 안 해요?

 

무슨 첫날밤?

 

야, 그리고 너랑 술 안 마셔

 

불 끄자
[힘주는 숨소리]

 

[유진의 힘주는 숨소리]

 

[유진의 옅은 숨소리]

 

[유진이 숨을 씁 들이켠다]

 

(유진) [속삭이며] 불 끄니까

 

기분이 묘하네요

 

(현) 불 켜자!

 

[경쾌한 음악]

 

[코를 드르렁 곤다]

 

[현의 찌뿌둥한 숨소리]

 

[현의 피곤한 숨소리]

 

[현의 놀란 비명]
(현) 아!

 

[유진의 피곤한 숨소리]
[현의 아파하는 신음]

 

[현의 아파하는 신음]

 

(유진) 응?

 

[현의 아파하는 숨소리]
선생님, 괜찮아요?

 

(현) 아, 잘 잤다, 아

 

[즐거운 음악]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 연결이 되지 않아
삐 소리 후…

 

아, 얘는 왜 전화를 안 받아?

 

[매미 울음]

 

자기야

 

이거 언제까지 타니?

 

일정표 줬잖아, 봐

 

아휴, 반도 안 왔네

 

[미애가 종이를 부스럭거린다]

 

(미애) 으쌰, 으쌰

 

[익살스러운 효과음]

 

(정원) 너 여친 없지?

 

(성경) 며칠 전에 헤어졌어요

 

(정원) 있긴 있었구나?

 

왜 헤어졌는데?

 

임신했거든요
[정원이 패를 탁 던진다]

 

제 애 아니에요

 

이런 나쁜 년

 

(성경) 그러게요
[성경이 패를 탁 던진다]

 

나쁜 년, 씨

 

'슬퍼할 이유도
아파할 이유도 없다'
[패를 슥 고른다]

 

(정원) '연애가 끝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정원이 패를 탁 던진다]

 

라는 명대사가 있지
[패를 탁탁 내려놓는다]

 

그러니까 추억은 가슴에 묻고
[성경이 패를 탁 던진다]

 

지나간 버스는 미련을 버려
[정원이 패를 탁탁 던진다]

 

[패를 탁 던진다]
이야!

 

광이 2점에
피가 1, 2, 3, 4, 5, 스톱!

 

일로 와, 어? 손 대, 손!
[패를 탁 던진다]

 

(정원) 자!

 


[정원의 웃음]

 

[정원이 숨을 하 분다]

 

[성경의 아파하는 신음]

 

[풀벌레 울음]
야, 참회는 인간의 기본이야

 

참회를 해야지
진정한 성장을 할 수 있는 거라고

 

사랑이 범죄예요? 왜 참회를 해요?
[현의 옅은 한숨]

 

야, 너 뉴스도 안 봐?

 

야, 데이트 폭력이니 뭐니
하는 놈들도

 

자기들은 다 사랑이라고 하는데

 

야, 네 논리대로라면
게네들 왜 유치장에 처넣어?

 

아이, 그거는
집착이고 명백한 범죄죠

 

왜 거기다가 이거를 비교를 해요?

 

아니, 이거는 다르죠

 

- 다르긴 뭐가 달라, 인마?
- (유진) 달라요!

 

와, 이 새끼
말 진짜 안 통하네, 이거

 

네 마음대로 해, 새끼야!
[현이 혀를 쯧 찬다]

 

[어이없는 숨소리]

 

(현) 야, 너
그리고 앞으로 쳐다볼 때

 

물안경이든 선글라스든 끼고 봐

 

부담스러우니까

 

[문이 우당탕 닫힌다]

 

아유, 아유, 아유, 아유, 아유

 

[흥겨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문이 철컥 닫힌다]

 

[코를 훌쩍인다]

 

(현) 오!

 

'아비정전'

 

- 좋아하세요?
- (현) 매력 있지

 

[현의 옅은 탄성]

 

[현의 힘주는 숨소리]

 

[평화로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유진)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이에요

 

(현) 그러니까

 

저랑 닮은 거 같아요

 

그러니까

 

뒷모습 말하는 거거든요?

 

거절당한 사람의 뒷모습은
거의 다 같아요

 

[헛웃음]

 

야, 술 없냐?

 

(유진) 안 드신다면서요?

 

[평화로운 음악]

 

[풀벌레 울음]
(유진) 아, 저 어디까지 가요?

 

(현) 오케이, 컷!

 

[현의 웃음]

 

와, 똑같네, 맞네

 

[현의 웃음]
(유진) 아, 뭐가 똑같아요?
하나도 안 똑같은데

 

제가 더 나은데요?

 

- (성경) 슛, 슛, 슛
- (정원) 안 돼, 비켜!

 

(성경) 골!
[정원의 비명]

 

골!
[성경이 게임기를 툭 내려놓는다]

 

- ♪ 골, 골, 골, 골, 골 ♪
- (정원) 좋니? 좋아?

 

어이구, 이겨서 그렇게 좋아요?
[성경이 흥얼거린다]
[성경의 환호]

 

(성경) 골, 골, 저거 봐, 저거 봐

 

너무 멋있고, 너무 멋있고, 그냥
아주 그냥

 

(정원) 아휴!

 

[정원의 비명]

 

(정원) 좀 비켜 줄래?
[정원의 거친 숨소리]

 

미안해요

 

(미애) 울산 바위는

 

바위더라, 그렇지?

 

(순모) 어, 그렇더라

 

[미애의 한숨]

 

(미애) 진짜 치사하고 유치해서
못 해 먹겠네, 진짜

 

하루 종일 사람 눈치나 주고
말끝마다 트집이고

 

이 정도 했으면
좀 풀어야 되는 거 아니야?

 

(순모) 자기야, 말은 똑바로 해

 

말끝마다 김현 얘기한 게 누군데?

 

그래서 오늘은 안 하잖아

 

어제고 오늘이고
김현 연애한다니까

 

파르르 떨면서 막 미쳐 가지고

 

(미애) '미쳐 가지고'?

 

힘들어서 근육 경련 온 거겠지
피곤해서 미쳐 가지고!

 

앞에 봐! 어?

 

일정이 극기 훈련보다 빡센데
그럼 안 피곤하겠어?

 

앞에 보라고!
[순모의 한숨]

 

[미애가 혀를 쯧 찬다]
(순모) 자기야, 지금
나랑 있는 게 피곤한 거네

 

넌 지금 이 여행이
아주 극기 훈련이네!

 

(미애) 아, 됐어, 진짜!

 

씨, 쯧, 차…

 

(미애) 차 세워!

 

[놀란 숨소리]
차 세워!

 

[순모와 미애의 비명]

 

[타이어 마찰음]

 

[순모와 미애의 거친 숨소리]

 

[순모의 떨리는 숨소리]
[고라니 울음소리]

 

[순모와 미애의 안도하는 숨소리]
[고라니 울음소리]

 

[타이어 마찰음]
[쾅 부딪힌다]
(순모) 아!

 

- (순모) 네, 뒤 범퍼, 네
- (미애) 네, 여기 느랏재 터널

 

(미애) 네, 네, 홍천 방향

 

(순모) 느랏재 터널
400m 앞이라고 돼 있네요

 

- (미애) 네, 네, 네
- (순모) 네

 

[순모의 옅은 탄식]

 

(순모) 잠시만요

 

어디 가?

 

(미애) 보험사 불렀잖아

 

(미애와 순모)
- 곧 사고 반에서 나올 거 아니야
- 근데?

 

[미애가 혀를 쯧 찬다]
동승자 인적 사항
다 들어가는 거 몰라?

 

김미영 팀장

 

자기가 김현 친구인 거 다 알아

 

내가 소개시켜 준 거 잊었니?

 

그리고

 

이 시간에 여기
둘이 같이 있는 거 알아 봐
[순모의 옅은 한숨]

 

- 뭐라고 생각하겠어?
- (순모) 아, 뭐 어때서?

 

이혼한 지 10년이나 지났는데
무슨 상관이야?

 

자기는…

 

자기 친구들이랑
출판사 직원들한테

 

다 말할 수 있어?

 

나 김현 전 부인이랑 사귄다고?

 

아닌 척해도

 

이게 우리 현실이야

 

아, 내가, 알았어, 내가
그냥 내가 알아서 다 얘기할게
[자동차 주행음]

 

뭘 어떻게 할 건데?
[자동차 경적]

 

(순모) 아, 좀!

 

자기야

 

[순모의 짜증 섞인 탄성]

 

[한숨]
[카메라 셔터음]

 

[카메라 셔터음]

 

[새들이 지저귄다]

 

(남진) 유진아, 유진아, 유진아

 

잠깐만, 잠깐만, 잠깐만

 

[남진의 가쁜 숨소리]

 

(남진) 그, 있잖아…

 

[한숨]

 

그 인간 우리랑 달라, 응?

 

네가 상처받을까 봐 그래

 

[남진의 옅은 한숨]
바라는 게 없는데
어떻게 상처를 받아요?

 

(유진) 갈게요

 

[멀어지는 발걸음]

 

[옅은 한숨]

 

(남진) 아휴, 씨…

 

[주변이 소란스럽다]
[버스 주행음]

 

[자동차 경적]

 

야, 타

 

아, 선생님

 

[밝은 음악]

 

내가 그렇지 보지 말라고
했을 텐데?

 

(현) 미친놈
[현의 웃음]

 

(현) 유진, 면도기 없어?

 

(유진) 아니요, 면도기 있어요

 

(유진) 아버지가
이발소를 하셨어요

 

어렸을 때

 

형이랑 매일 이발소에서 놀면서
어깨너머로 배웠는데

 

전 기계보다 칼날이
스치는 느낌이 더 좋더라고요

 

아버지도 아셔?

 

 

그래서 안 봐요

 

아버지가, 네가?

 

아버지가요

 

[한숨]

 

야, 그래도 가 봐

 

아버지도 기다리실 거다

 

책 나오면 그때 가 보려고요

 

책 언제 나올 줄 알고

 

남은 차가워도
제 핏줄은 뜨거운 거야

 

당장은 이해 못하셔도

 

보고는 싶어 하실 거야

 

(현) 너도 보고 싶잖아?

 

[옅은 한숨]

 

말씀 많이 하시면 다쳐요

 

(현) 아!
[현과 유진이 살짝 웃는다]

 

[안내 음성] 소리샘으로
연결되오며 통화료가 부과됩니다

[훌쩍인다]

 

[통화 연결음]

 

자기야, 나

 

수신 거부했지?

 

[울먹이며] 이 메시지…

 

[울음을 꾹 참는다]

 

갈지 안 갈지 모르겠는데

 

내가 그냥 잘못했고

 

나 집 앞에 있는데

 

[코를 훌쩍인다]
나 수신 거부 좀 풀어 줘

 

(순모) 어

 

(유진) 저녁 어떻게 하실 거예요?

 

(현) 응, 너 먼저 먹어

 

리포트 보려면 시간 좀 걸려

 

- (유진) 아무튼 빨리 오세요
- 끊어, 인마

 

[통화 종료음]

 

[문이 철컥 닫힌다]

 

[피곤한 숨소리]
어?

 

어?

 

[긴장되는 음악]

 

[혜진이 소리친다]

 

(현) [놀라 소리치며] 뭐야? 뭐야?
뭐야? 뭐야?
[혜진이 웃으며 말한다]

 

[현의 놀란 숨소리]
[혜진의 웃음]

 

(현) 뭐야? 어?

 

(혜진) [애교스럽게] 여보

 

(현) 여보
[혜진의 웃음]

 

[유진의 옅은 웃음]

 

[노크 소리가 들린다]

 

(유진) 누구세요?

 

(유진) 전화 주시죠
제가 찾으러 가면 되는데

 

[남진이 혀를 쯧 찬다]
(남진) 아, 서울에 볼일도 있고

 

그냥 겸사겸사해서 왔어

 

김현은?

 

[남진이 숨을 씁 들이켠다]
(남진) 유진아

 

[남진의 옅은 한숨]

 

우리 같은 놈들은
우리끼리 만나는 거라고

 

내가 잘할게

 

나한테 와라, 나 진짜 잘할게

 

(유진) 선생님, 자꾸 이러시면

 

제가 너무 죄송해져요

 

[헛웃음]

 

되게 비싸게 구네, 그, 씨

 

쓰레기 같은 소설이 뭐라고, 씨

 

(남진) 그래, 왜 안 되는데?

 

왜 나는 안 되고
그 인간은 되는 건데?

 

[피식 웃는다]

 

선생님 그 싸구려 감성팔이랑은
다르니까요

 

[남진의 성난 숨소리]

 

[컵이 달칵 쓰러진다]
[물이 졸졸 흘러내린다]

 

[떨리는 숨소리]

 

(혜진) 어휴, 어휴
이것 좀 그때그때 좀 버리지

 

내가 할게, 둬

 

[휴대 전화 벨 소리]
[혜진이 달그락거리며 정리한다]

 

(혜진) 유진? 누구야?
[현의 못마땅한 숨소리]

 

(현) 아, 학생이야, 줘

 

(혜진) 여학생이
이 시간에 왜 전화를 하지?

 

(현) 아, 남학생이야, 줘, 에?

 

여보세요

 

(유진) 여보세요?

 

[멋쩍은 웃음]
남자네

 

여보세요

 

(유진) 선생님

 

(현) 어, 와이프가 왔어

 

[문이 달칵 열린다]

 

(현) 아, 그래서 말인데
당분간 글은

 

메일로 주고받자

 

여보세요?

 

(유진) 네, 알겠어요

 

그래

 

[휴대 전화 진동음]

 

[물통을 탁 내려놓는다]
[개운한 숨소리]

 

[휴대 전화 조작음]

 

[성경이 살짝 웃는다]

 

[살짝 웃는다]

 

[스산한 효과음]

 

[긴장되는 음악]

 

[스산한 효과음]

 

[비명]

 

어서 와, 아들

 

[놀란 숨소리]

 

담임이랑 통화했는데

 

중학교 때 뗀 맹장이
또 터졌더구나

 

[흥얼거린다]
[휴대 전화 벨 소리]

 

[어이없는 숨소리]

 

- (미애) 야, 김현!
- 어머! 언니!

 

(미애) 뭐야? 김현 핸드폰 아니야?

 

'댓츠 라이트'

 

언니, 저 혜진이에요
잘 지내셨죠?

 

(미애) 야, 닥치고 김현 바꿔

 

'아임 소 소리'

 

- 그이 지금 샤워하고 있어요
- (미애) 뭐?

 

[영어] 다음에 다시 전화 주세요
감사합니다

 

(미애) [한국어] 야, 끊지 마!
[통화 종료음]

 

[문이 달칵 열린다]

 

[혜진의 어이없는 한숨]

 

[휴대 전화 벨 소리]

 

(혜진) 이 여자가 미쳤나

 

어머! 언니!

 

언니 누구?

 

(미애) 왜 끊어? 너 죽을래?

 

야, 그거 내 핸드폰 아니야?

 

[미애가 성내며 말한다]
몰라, 받아 봐

 

참, 이상하네?

 

(미애) 이게 미쳤나
진짜 이게 맨날, 콱! 진짜

 

- (현) 여보세요?
- (미애) 여…

 

(미애) [소리치며] 김현!
너 당장 튀어와

 

아이, 왜 또?

 

(미애) 잔말 말고 튀어오라고!

 

네 아들 장례 치르고 싶지 않으면!
[통화 종료음]

 

[당황한 숨소리]

 

(현) 아휴, 나 좀 나갔다 올게
[휴대 전화 커버를 탁 덮는다]

 

야, 김현
너 애한테 전화했어, 안 했어?

 

나 출장 간다고
신경 좀 쓰라 그랬지?

 

그거 며칠 된다고 애 하나 못 봐?
[문이 탁 닫힌다]

 

[다가오는 발걸음]

 

오! '익스큐즈 미'

 

저건 왜 달고 왔어?

 

(혜진) 어머!
'저거'래 여보, 들었어?
[신발을 툭툭 벗는다]

 

(현) 성경이 안방으로 오라 그래

 

[문이 덜컥 열린다]
[한숨]

 

[혀를 쯧 찬다]
[웅장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흥얼거린다]
[문이 탁 닫힌다]

 

[리모컨 버튼을 연신 누른다]

 

뭐 하는 거야?

 

(미애) 저년이
우리 가정사 듣는 거 싫으니까

 

[옅은 한숨]

 

 

학교, 학원 다 빼먹고
어디 갔었어?

 

대답해, 죽여 버리기 전에

 

(현) 제발 좀, 넌 좀, 씨

 

[혀를 쯧 찬다]

 

아빠가 너 혼내는 거 아니니까
얘기해 봐

 

[울먹인다]

 

[성경이 흐느낀다]
그래, 성경아

 

너한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빠가 궁금해서 그래, 어?

 

괜찮아, 편하게 얘기해 봐
[성경이 울먹인다]

 

못 봐주겠네, 정말

 

소름 돋으니까 평소처럼 해

 

이 자식이!

 

[성경의 겁먹은 숨소리]
(현) 오냐오냐해 주니까, 뭐?
너 뭐라 그랬어?

 

너 자꾸 네 멋대로 굴래, 인마?

 

학교를 적성으로 다녀?

 

세상에는 하기 싫어도 꾹 참고
해야 할 일이 있는 거야, 인마!

 

그럼 아빠도 좀 꾹 참고
좀 해 보지 그랬어, 결혼 생활!

 

(성경) 엄마, 아빠는
멋대로 살면서 나는 왜 안 되는데?

 

우리가 뭘 멋대로
하고 살아, 인마!

 

이혼했으면서 둘이 섹스하잖아!

 

(현) 소, 소리 키워!
[현의 성난 숨소리]

 

(미애) 무슨
이게 헛소리를 하고 있어?
[음량이 점점 커진다]

 

(성경) 나도 알아!
이자 같은 거라며?

 

이자?

 

아빠가 그랬어, 이자 같은 거라고

 

- 이게 뭔 소리니?
- (현) 네가 어떻게 좀 해 보라며?

 

야, 아무리 그래도
그 양육비 좀 준다고

 

그거를 이자라고 말해?

 

(현) 아, 그럼 뭐라 그래?

 

그러니까 자연스러워질 때까지
내가 좀 두자고 그랬잖아

 

야, 이게 다 네가

 

애를 감싸고 돌아서
그러는 거 아니야?

 

맨날 공부! 공부! 공부!

 

(미애) 야! 네 딸이나 그렇게 키워
어디서 훈계질이야?

 

네가 교육을 알아?

 

알아? 아냐고!
[성경이 울먹인다]

 

(현) 아, 그럼 왜 자꾸 불러?

 

[비명]
- 거지 같은 집구석!
- (미애) 뭐?

 

(현) 야, 김성경

 

[놀란 숨소리]
(현) 이놈의 자식이
너 뭐라고 그랬어?

 

(미애) 거지 같다고 그랬어?
너 거기 안 서?
[웅장한 음악이 계속 흘러나온다]

 

(현) 어?
[미애의 놀란 숨소리]

 

(현) 네가 여기 왜 있어?

 

제수씨가 열어 줬어

 

아니, 안에서
못 듣는 것 같길래 열어 줬지

 

어머! 네가 뭔데
남의 집 문을 함부로 열어?

 

[성경의 실성한 웃음]

 

[성경이 손뼉을 친다]

 

(성경) [웃으며] 오, 난리 났네
난리 났어

 

아빠, 몰랐어?

 

그, 엄마 출장 간 거
아저씨랑 여행 간 거야

 

강원도로
[성경의 실성한 웃음]

 

(성경) 그리고 아줌마

 

우리 아빠 우리 엄마랑
바람피우는 거 모르죠? 네?

 

모르지? 모르지?
[성경의 웃음]

 

(성경) 우리 엄마, 우리 아빠
이거 양다리예요, 양다리…

 

[성경의 답답한 탄성]
[현의 어색한 웃음]

 

[성경이 소리치며 말한다]

 

- (성경) 저 방에서 섹스…
- (미애) 석세스!

 

- (현) 밥 먹었어?
- (미애) 야, 너…

 

- (성경) 섹스!
- (미애) 석세스!
[현이 크게 웃는다]

 

- (성경) 섹스했어요!
- 석세스 했어!

 

[성경의 괴성]
(현) 김성경, 너 왜 이래?

 

(성경) 놔!
[성경의 성난 숨소리]

 

이런 집구석에서
나만 멀쩡하길 바란 거야?

 

거지 같은!

 

[문이 드르륵 열린다]

 

[문이 철컥 열린다]

 

[성경의 괴성]

 

[격정적인 음악]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

 

- 그거 아니라니까, 씨
- (혜진) 어, 놔요, 놔!

 

[미애와 혜진의 놀란 탄성]

 

(순모) 내가 널 몰라, 이 새끼야?

 

건드릴 사람이 없어서
전 와이프를 건드리냐, 이 새끼야!

 

(미애) 그런 거 아니야!
놓으라고, 놔, 좀!
[혜진의 힘주는 탄성]

 

[현의 비명]
[현의 아파하는 신음]
(현) 나야, 나!

 

(혜진) 어? 여기가 아니네
[혜진의 힘주는 숨소리]

 

[아파하는 신음]
아야, 야, 아파!

 

- (미애) 야!
- (순모) 아파, 아파, 악!
[순모의 아파하는 비명]

 

[혜진의 비명]
(미애) 야, 이, 씨!

 

(순모) 야, 이 새끼야
[현의 괴로워하는 신음]

 

[소란스럽다]

 

[음성 변조된 순모의 신음]

 

[음성 변조된 현의 힘주는 숨소리]

 

[음성 변조 목소리로] 자기야

 

[음성 변조 목소리로] 야!
이 개새끼야!

 

[둔탁한 효과음]

 

[초인종이 울린다]

 

(정원) 넌 집 나와서 갈 데가
그렇게 없니?

 

옆집으로 오게?

 

[아이스크림 통을 탁 내려놓는다]

 

[정원의 놀란 숨소리]

 

잘 어울린다

 

[음미하는 탄성]
맛있다

 

근데

 

- 아저씨는 언제 와요?
- (정원) 글쎄

 

그건 공유하는 사이가 아니라서
잘 모르겠네

 

출장 간 거 맞아요?

 

왜?

 

우리 아빠는 출장 간다고 해 놓고

 

바람피우러 다녔거든요

 

[어이없는 숨소리]

 

[한숨]

 

나도 나지만

 

너도 너다

 

[익살스러운 음악]
[정원이 혀를 쯧쯧 찬다]

 

(정원) 작가님이 그쪽으로는
창의력이 부족하셨네

 

[정원이 흐느끼는 소리가 들린다]

 

(정원) [흐느끼며] 어휴
나 이제 어떡해

 

사랑은 몰래 온 손님이라더니

 

아휴, 내쫓을 수도 없고

 

근데 손목 때리기는
보통 사이에서는 안 하지 않아?

 

아, 몰라, 나도

 

마음이 점점 깊어지는 거 같아

 

어, 그래야지

 

[놀란 숨소리]
그냥 이렇게 지내다가

 

[살짝 웃는다]

 

(영상 속 여자5와 정원)
- 아무렇지도 않게 안녕 해 줘야지
- 아무렇지도 않게 안녕 해 줘야지

 

[영상 속 여자5가 훌쩍인다]
[따라 훌쩍인다]

 

(영상 속 여자5)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훌쩍인다]

 

여러분, 구독, 좋아요, 부탁드려요
[한숨]

 

[아이들이 시끌벅적하다]

 

근데 너 집 나온 건 둘째고
계속 그러고 살 거야?

 

네, 왜요?

 

(정원) 아니, 그래도

 

평생 아무것도 안 하고
살 수는 없잖아

 

나무늘보도 평생 아무것도
안 하는데 멸종 안 했잖아요

 

[놀란 탄성]

 

(정원) 쉿!

 

너, 이 얘기 나 말고는
어느 누구한테도 하지 마

 

왜요?

 

너 또라이 같아

 

[피식 웃는다]

 

귀여워

 

[성경의 힘주는 숨소리]

 

(성경) 아줌마

 

우리 이제 어디 갈까요?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 오늘 뭐 하니 ♪

 

♪ 너 지금 바쁘니 ♪

 

♪ 별일 없으면 ♪

 

♪ 오늘 나랑 만나 줄래 ♪

 

♪ 할 말이 있어 ♪

 

♪ 뭐 별 얘기는 아닌데 ♪

 

♪ 나 너를 좋아하나 봐 ♪
[마이크 잡음이 들린다]

 

♪ 이런 말 나도 처음이야 ♪
[탬버린이 찰랑거린다]

 

♪ 유 아 마이 레이디 ♪

 

♪ 유 아 마이 베이비 ♪

 

♪ 나 정말 장난 아니야 ♪

 

♪ 오늘부터 지금부터 ♪

 

♪ 내 거 해 줄래, 베이비! ♪

 

[경쾌한 음악]

 

(현) 괜찮냐?

 

(순모) 넌 괜찮냐?

 


[전화벨이 울린다]

 

나도

 

기획안 대충 갈겨썼으니까
알아서 보고

 

본 작업은
기한 맞출 수 있을 거 같다

 

(순모) 7년 동안
글자 한 자 못 쓰더만

 

그 신인 작가가 누구냐?

 

계약할 때 봐
[밸런스 볼이 계속 똑딱거린다]

 

[잔을 탁 내려놓는다]
아, 정신없어, 씨, 그, 좀…

 

[옅은 숨을 내뱉는다]
[주변이 시끌벅적하다]

 

인생이 따갑다

 

이거나 먹어, 이 새끼야

 

우리 중에

 

글 쓰면서 밥 벌어먹고 사는 놈은
너 하나야

 

(순모) 너 하나 남았다고, 어?

 

그러니까

 

밥 때문에 글 쓰려니까
아주 괴로워 죽겠다, 씨

 

쉰이면 지천명인데

 

내가 뭐 하는 새끼인지 모르겠다

 

존나 허접해

 

그런 허접데기한테 빌붙어서
책 팔아먹고 사는 나는 뭐냐?

 

[현이 피식 웃는다]
(순모) 난 쓰레기 재활용이냐?

 

- (현) 아이, 씨
- (순모) 웃기는, 씨…

 

[순모의 찌뿌둥한 탄성]

 

- (순모) 야
- (현) 응?

 

그리고

 

내가 먼저 좋아했어, 미애

 

잘해 줘라, 걔도 행복해야지

 

하, 씨
[혀를 쯧 찬다]

 

지랄…

 

[문을 쾅 닫는다]

 

[옅은 한숨]

 

[코를 드르렁 곤다]

 

[현의 놀란 숨소리]
(현) 뭐야?

 

- 뭐야? 누구야? 뭐야?
- (혜진) 다 잤으면 나와

 

[몽롱한 숨소리]

 

(혜진) 두 가지 제안을 할 테니까
택일해

 

첫 번째

 

당신이 나에게 너무 미안한 나머지

 

더 이상은 나를 볼 자격이 없어

 

이혼 서류를 들고
나에게 이혼을 제안한다

 

그래서 이혼한다
[옅은 한숨]

 

두 번째

 

내가 당신에게
더 이상 신뢰를 갖지 못하므로

 

고심 끝에 이혼 서류를 들고

 

당신에게 이혼을 제안한다

 

그래서 이혼한다

 

세 번째는 없어?

 

있지, 합의 이혼한다

 

혜진아

 

여보

 

(현) 다시는 안 그럴게, 응?

 

다시는 안 그럴게

 

어?

 

[결연한 숨소리]

 

[현의 놀란 숨소리]
[현의 아파하는 신음]
(혜진) 와!

 

세 번째로 하자, 깔끔하게

 

[혜진의 후련한 탄성]

 

[문이 철컥 여닫힌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카페 안이 시끌벅적하다]

 

나 신경 쓰지 말고 먼저 가

 

자기야, 미안해
[한숨]

 

- 나 그때는…
- (순모) 됐어, 다 들었어

 

그 새끼 술 취해서 그랬다며?
그냥 가

 

어?

 

아, 그래서 자기가 그냥
그 새끼 한 대 팼다며?

 

그냥 가라고

 

[순모가 훌쩍인다]

 

[훌쩍인다]

 

자기야, 사랑해

 

(미애) 사랑해, 자기야

 

[울먹인다]
나도 사랑하는데, 씨, 쯧

 

[울먹이며] 수신 거부했을 때
내가, 씨…

 

(여자6) 어머, 저 남자 우는 거야?

 

- (순모) 수치심 느끼고, 씨
- (여자7) 차인 거 아니야?

 

(순모) 그때, 그 일 있었을 때

 

[여자들이 속닥인다]

 

- (순모) 아, 나 죽고 싶고
- (여자6) [웃으며] 죽고 싶대

 

우는 남자 매력 있죠?
[여자7의 당황한 숨소리]

 

그만 봐요, 제 거예요

 

[학생들이 시끌벅적하다]
[학생들이 인사한다]

 

[현의 옅은 한숨]

 

안 온 사람?

 

(학생13) 게이요
[학생들의 웃음]

 

[학생들이 숙덕거린다]

 

(현) 누구야, 게이라고 한 사람?

 

[통화 연결음]
[매미 울음]

 

[문이 철컥 열린다]

 

[안내 음성]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문이 철컹 닫힌다]

 

[다가오는 발걸음]
[휴대 전화 커버를 탁 덮는다]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린다]

 

[현의 헛기침]

 

[잔잔한 음악]

 

[풀벌레 울음]
(유진) 간암 말기셨대요

 

너무 늦게 왔어요

 

힘내라, 자책하지 말고
[꽁초를 탁탁 턴다]

 

커밍아웃하고
아버지를 마지막으로 본 날에

 

아버지가 책 한 권을 사 주셨어요

 

'빈 공간'이요

 

(유진) 보니까

 

왜 사 주셨는지 알겠더라고요

 

그때부터 선생님 좋아했어요

 

[숨을 씁 들이켠다]

 

아…

 

그건 일종의

 

그, 문학적 동경 같은 거지, 응?

 

위로와 공감을

 

사랑이라고 충분히 착각할 수 있어

 

- (유진) 선생님
- 응?

 

저 한 번만

 

안아 주실래요?

 

[옅은 웃음]

 

그래

 

[현의 힘주는 숨소리]
(현) 자

 

힘내, 응?

 

[현이 유진을 톡톡 토닥인다]
(유진) 사랑 맞아요

 

야, 잠깐만, 잠깐만, 잠깐만

 

잠깐만

 

제 마음은 제가 잘 알아요

 

야, 너 지금…
[한숨]

 

야, 너, 뭐 하는 거야?
지금 상 치르는 놈이, 어?

 

[한숨]

 

[성난 숨소리]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한숨]

 

존나 부대끼네

 

[노크 소리가 들린다]

 

교수님, 수업 들어가셔야 되는데요

 

응, 알았어

 

- 이상곤
- (학생14) 네

 

- 강주희
- (학생15) 네

 

- 김도희
- (학생4) 네

 

- (현) 김동환
- (학생6) 예

 

- 유진
- (유진) 예
[의자가 덜컹거린다]

 

- 이상은
- (학생16) 네

 

(현) 박진아

 

- (현) 조윤빈
- (학생17) 네

 

늦어서 죄송합니다

 

아버님은 잘 보내 드렸어?

 


[살짝 웃는다]

 

- 고생했다
- (유진) 어…

 

저기, 선생님, 제가 그때…

 

출판사에서 연락 갈 거야

 

출간일도 정해졌고

 

[한숨]
계약도 해야 되고

 

그때까지 마무리 잘 짓자

 

아무튼 이후 스케줄은 이제

 

출판사가 설명할 거야

 

[헛기침]

 

출판사에서 보자

 

(현) 가 봐도 돼

 

[유진의 옅은 한숨]

 

[문이 철컥 닫힌다]

 

(순모) 여기

 

[순모가 살짝 웃는다]

 

(순모) 자, 이제 다 됐습니다
[전화벨이 울린다]

 

이렇게 다 됐는데
우리 김현 작가님이 안 오셨어요
[순모가 살짝 웃는다]

 

[숨을 씁 들이켠다]
아, 그 책에 그

 

늙은 남자를 이렇게 그, 사랑하는

 

아, 그 심리 묘사가
아주 디테일하던데

 

혹시

 

[숨을 씁 들이켠다]
실례가 안 된다면
제가 질문을 하나 해도 될까요?

 

[전화벨이 울린다]
(현) 뭔 질문을 해?

 

아, 깜짝이야

 

(순모) 어유, 무슨
[의자를 드르륵 당긴다]

 

(현) 그냥 책이나 팔지?

 

뭐?

 

(순모) 아유, 아이, 아이

 

오해하지 마세요
[순모가 멋쩍게 웃는다]

 

저희 회사 이름 알죠?
저, '오픈마인드'

 

다 뭐, 오픈하는 거니까…

 

(순모) 참…

 

감개가 무량합니다, 예

 

(순모) 그, 이 작품은

 

지난 7년간
우리 김현 작가를 기다려 온

 

많은 팬분들한테 굉장히 이렇게
큰 선물이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자, 완고까지 파이팅 하시고, 예?

 

그런 의미에서 다 같이 건배

 

(직원들) 건배!
[잔 부딪히는 소리가 들린다]

 

(순모) 왜?
[달그락 소리가 들린다]

 

아! 우리 유진 작가님

 

(순모) 그, 원래는 그
김현 작가님 건배사를 다 하고

 

우리 유진 작가님 소개를
하려고 했는데

 

아, 너무
서운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직원들의 웃음]

 

(정원) 오늘은 집에 들어가지?

 

(성경) 그럼 제 장례식장에
와야 돼요

 

(정원) 아니, 경험자로서
죽이진 않아

 

죽지 않을 만큼 패지

 

오늘은 이만 들어가

 

[경쾌한 음악]

 

(승민) '사랑해요, 정원 씨
우리 사랑 포에버'
[경쾌한 음악이 늘어진다]

 

[정원과 성경의 놀란 비명]
[개가 짖는다]
(승민) 뭐야?

 

- (정원) 여보, 여보, 언제 왔어?
- (승민) 왜 이래?

 

(정원과 승민)
- 어? 이거 실화야, 뭐야? 여보
- 어? 정원아

 

(승민과 정원)
- 얘랑 뭐니?
- 얘 아무것도 아니야, 들어가자

 

(승민) [헛웃음 치며] 뭐가
아무것도 아니야?

 

(성경) 아, 아무, 아무것도?
[정원의 놀란 숨소리]

 

(승민) 이 새끼가 어딜 잡아
어딜 잡아, 이 새끼야
[정원이 승민을 말린다]

 

(정원) 여보, 얘 동네 또라이야
물리면 병 걸려

 

- (정원) 어? 들어가자
- (승민) 아유, 좀!

 

- (정원) 들어가, 이 새끼야!
- (승민) 놔 봐, 좀!

 

- (정원) 가, 가! 어, 들어가자
- (승민) 아, 이 어린놈의 새끼가

 

(승민) 너 몇 살이야, 이 새끼야?
너 뭐야, 인마?

 

- 저, 저, 저는…
- (정원) 야, 들어가, 어!

 

(성경과 정원)
- 저, 저, 정원 씨를…
- 들어가, 들어가! 이놈의 새끼야

 

사, 사랑…
[정원의 놀란 숨소리]

 

[정원의 비명]
(정원) 어떡해! 어떡해!

 

(순모) [술 취한 말투로] 야
내가 오늘 너 참치 사 줬다

 

- (현) 알았어, 사 줬어
- (순모) 어?

 

- (순모) 내가 이런 사람이야
- (현) 그래

 

- (순모) 알았어?
- (현) 응

 

(순모) [울먹이며] 이 새끼야
[현의 의아한 숨소리]

 

내가 미안하다, 이 새끼야

 

아, 미친 새끼, 일어나, 야, 야
왜 그래? 어?
[순모가 울먹인다]

 

근데 이 새끼야

 

너 미애한테 그러면
왜, 왜 그랬어, 새끼야

 

- 알았어, 알았어, 택시!
- (순모) 안 되잖아…

 

- (현) 야
- (순모) 고마워!

 

- (현) 미친
- (순모) 그리고… 어? 택시 왔네

 

- (현) 타
- (순모) 잠깐만 있어

 

- (현) 진상 피우지 말고
- (순모) 잠깐만, 아!

 

- (현) 타, 이 새끼야, 출발!
- (순모) 아, 살려주세요!

 

[한숨]

 

[휴대 전화 벨 소리]

 

여보세요

 

[밖에서 비가 솨 내린다]

 

[가쁜 숨소리]
(현) 야, 김성경!

 

(경찰) 선생님, 아버님 되세요?

 

아, 예

 

(경찰) 아, 여기
쌍방 폭행 건이고요

 

아, 지금 이분 남편은
응급실에 계세요

 

예?

 

[놀란 숨소리]
야, 너 왜 그랬어?

 

(경찰) 저희도 왜 그랬냐고 묻는데

 

두 분 다 대답을 안 하네요

 

(현) 아휴, 정말 죄송합니다
다 제 불찰입니다, 죄송합니다

 

근데 여기 보호자분께서
처벌을 원치 않는답니다

 

어휴

 

(현) 아휴, 감사합니다

 

- (정원) 아, 아닙니다
- (현) 감사합니다

 

- (경찰) 자, 여기, 두 분
- (정원) 아닙니다

 

(경찰) 여기 합의서에다
사인하시고, 데리고 가세요

 

(현) 아휴

 

(현) 아유, 안녕하세요

 

(정원) 성경이 혼내지 마세요
잘못한 거 없어요

 

- (현) 예?
- 아이, 씨!
[책상을 쾅 내려친다]

 

(성경) 잠깐 얘기 좀 해요

 

정말 나 안 좋아했어요?

 

(정원) 어, 그 비슷한 것도 없었어

 

(성경) 웃기지 마요!

 

방에서 하는 얘기 다 들었어

 

(정원) 방에서 뭐?

 

나 좋아한다고

 

마음이 점점 깊어져 가는 거
같다고 말했잖아요, 울면서!

 

[어이없는 숨소리]

 

웬일이니, 야

 

그거 오디션 대본 연습한 거야

 

- 거짓말…
- (정원) 내가 미쳤니?

 

너 같은 찌질이를 좋아하게?

 

내가 왜 찌질이야?

 

나무늘보나 좋아하는 게
찌질이지, 그럼

 

[멀어지는 발걸음]
(현) 야

 

- (성경) 놔!
- (현) 아니야, 아니야

 

(성경) [소리치며] 이거 놔!

 

[잔잔한 음악]
- (현) 야, 성경아
- (성경) 야, 문정원!

 

- (현) 아휴, 아니야, 아니야
- (성경) 놔!

 

- (현) 하지 마
- (성경) 놔!

 

- (성경) 야, 문정원!
- 성경아!

 

- (성경) 문정원! 문정원!
- (현) 야…

 

문정원!

 

(성경) 문정원!

 

문정원!

 

문정원!
[가쁜 숨소리]

 

어디 있어?

 

문정원, 문정원

 

[성경이 울먹인다]

 

아빠, 어두워서 하나도 안 보여

 

[성경이 흐느낀다]

 

[성경이 서럽게 운다]

 

[성경이 울먹인다]
(미애) 왜 그래?

 

- (미애) 무슨 일이야?
- (현) 나중에

 

[성경이 흐느낀다]

 

괜찮아

 

시간 지나면
다 괜찮아질 거야, 응?

 

(성경) [흐느끼며] 어떻게
괜찮아져

 

이렇게 아픈데

 

가슴이 타는 거 같아

 

막 타는 거 같아

 

너무 아파, 너무 아파
[훌쩍인다]

 

가슴이 너무 아파

 

(성경) 아파서 죽을 거 같아

 

[성경이 흐느낀다]

 

그래

 

많이 아프겠다

 

[성경이 흐느낀다]

 

[새들이 지저귄다]

 

[살짝 웃는다]

 

[사무실 안이 소란스럽다]
[곳곳에서 전화벨이 울린다]

 

[전화벨이 울린다]
(직원1) 오픈마인드입니다

 

(직원2) 그렇게 마음대로 기사를
올리시면 어떡해요! 여보세요?

 

[통화 연결음]
(직원3) 아니, 지금 저희도
정확한 내용을

 

지금 확인 중에 있다니까요

 

[옅은 한숨]
(기자1) 말씀해 주시죠

 

아…

 

제가 아는 작가의 작품을

 

싸구려 게이 정서니, 뭐니 하면서
동성애자를 혐오하던 김현 작가가

 

이번에 공동 집필한 유진 작가랑
동거를 하면서

 

(TV 속 남진) [변조된 목소리로]
사랑하는 사이란 걸 알았을 때

 

씨발, 생각해 보세요

 

이건 자기 살은 아프고

 

남의 살은
안 아프다는 얘기입니다, 예

 

(기자2) 소설 '두 남자'를
공동 집필한

 

김현 작가와 유진 작가의 열애설이
핫이슈로 떠올랐습니다

 

이 두 사람은 선생과 제자의
신분으로 연을 맺었다고 하는데요

 

김현 작가에게는 아내와
7살 된 딸아이가 있고

 

현재 미국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기자들이 웅성거린다]

 

(영상 속 앵커1) 김현 작가와
유진 작가에 대한

 

새로운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이번에도 남 모 작가가

 

자신의 SNS에
추가 폭로를 했는데요

 

'엄밀히 말하면 '두 남자'는
유진 작가의 작품이다'

 

'김현 작가는 그동안 신작에 대한
부담감에 정신적인 고통이 심했다'

 

[떨리는 숨소리]
[무거운 음악]

 

씨발놈아, 네가 아무리, 어?

 

그 새끼한테 바라는 게 없고
상처받을 일이 없다고 그래도

 

어, 그 새끼는 다르지

 

네 자체가 상처니까, 이 새끼야!

 

[옅은 한숨]

 

[문이 탁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순모) 계속 그러고 있을 거야?

 

- (현) 유진은?
- (순모) 전화기 꺼져 있어

 

기자들 쫙 깔려서 가지도 못하고

 

그래도 가 봐야지, 이 새끼야

 

야, 여기 올라오는 건 뭐
쉬웠는 줄 아냐?

 

[한숨]
(순모) 해명 기사는 냈는데

 

어제 투자자들이랑 광고주들이

 

기자 회견 열었으면 좋겠대

 

(순모) 사실이든 아니든
무조건 아니라고 해

 

그게 여러 사람 살리는 길이야

 

그냥 '유진 작가가
일방적으로 사랑을 했고'

 

'공동 집필은 서로 동의하에 했다'

 

어렵지 않잖아

 

계약금 위약금 얼마야?

 

야, 이 집 팔아도 못 갚아

 

(순모) 그리고 지금 돈이 문제냐?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

 

너 글 안 써?

 

(순모) 아, 됐고

 

그냥 이 두 질문에만 답을 해

 

우리가 가이드 보내 줄 테니까

 

- (순모) 어디 가?
- (현) 나 못 해

 

(순모) 아이, 씨

 

나 그 정도 개새끼는
아니야, 인마!

 

[거친 숨소리]

 

내가 빚내서라도
위약금 갚을 테니까

 

다 입 닥치라고 그래, 내가 책임져
[현이 혀를 쯧 찬다]

 

(순모) 하, 지랄, 진짜…
[휴대 전화 진동음]

 

[순모의 한숨]

 

여보세요?

 

(순모) [놀라며] 지금?
[TV 전원음]

 

(TV 속 유진) 안녕하세요
유진입니다

 

(TV 속 앵커2)
저희도 이런 자리를 만드는 것이

 

언론사로 적절한 행위인가도
많이 생각해 보았지만

 

유진 작가님이 남 모 작가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직접 나와 두 분 관계를
말하겠다는

 

의지가 강해서 모셨습니다

 

(앵커2) 그럼 제가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어, 구체적으로

 

유진 작가님과 김현 작가의
열애설 부분을 반박하시는 건지

 

아니면 '두 남자'가 등단을
조건으로 공동 집필했다는 부분을

 

반박하고 싶은 건지, 한 말씀…

 

제가 김현 선생님을 사랑하는 건

 

사실입니다

 

(앵커2) 아, 네

 

(TV 속 유진) 그리고 선생님은
저를 사랑하지 않습니다

 

저랑 다르니까요

 

[휴대 전화 진동음]

 

(TV 속 앵커2와 순모)
- 네, 계속해 주시죠
- 여보세요

 

(TV 속 유진과 순모)
- 남진 선생님이 하신 말씀은
- 어, 어

 

사실이 아닙니다

 

'두 남자'는 아무런 강제도
조건도 없이 공동 집필했습니다

 

(남진) 좆 됐네

 

[TV 속 앵커2가 숨을 씁 들이켠다]
(TV 속 앵커2) 그럼 아무래도

 

(앵커2) 어,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인 만큼

 

이렇게 얼굴과 실명을
공개해 가면서

 

진실을 밝힌다는 것이
쉽지 않으셨을 거라 생각되는데요

 

(TV 속 유진) 저 괜찮아요

 

전…

 

상처받는 게 취미고
[떨리는 숨소리]

 

[잔잔한 음악]
극복하는 게

 

특기니까요

 

[살짝 웃는다]

 

[옅은 한숨]

 

[풀벌레 울음소리가 들린다]

 

(유진) 어디까지 가요?

 

(영상 속 현) 오케이, 컷!

 

[영상 속 현이 호쾌하게 웃는다]

 

- (순모) 야, 너 어디야?
- (현) 뭐가?

 

(순모) 아, 오늘
북 콘서트인 거 잊었어?

 

(현) 혼자 안 한다고 했잖아

 

유진 없이는 안 해

 

(순모) 야, 현!

 

아, 나 진짜, 제발 좀…

 

(현) 야, 사람도 별로 없구먼

 

왜 그렇게 일을 벌리고 그래?

 

(사회자) 네, 제가
질문을 이어 가겠습니다

 

[카메라 셔터음]
어, 이번 작품은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셨는지요?

 

[카메라 셔터음]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누가 누구를 사랑하는가는

 

그 어떤 누구도
재단하거나, 폄하할 수 없고

 

[숨을 씁 들이켠다]
단지 나를 사랑하는 사람을
내가 사랑하느냐

 

아니냐, 혹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느냐, 안 하느냐

 

그 관계 속에서 성장하고 변화하는
그들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어요

 

유진 작가님의 단편 소설을 보면서

 

'절박하고 거침이 없었던
그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하셨는데요, 그렇다면

 

(관객1) 그 시절의 작가님의 글과
유진 작가의 글이

 

닮아 있다고 느끼신 건지
궁금합니다

 

안 닮았어요
[현과 관객들의 웃음]

 

유진 작가가 훨씬 더 훌륭합니다

 

유진 작가는
그 자체가 문학이었어요

 

(관객2) 그

 

공동 작업하면서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아무래도 두 분 연애관이 다르신데

 

마찰 같은 건 없으셨는지

 

(현) 피 터지게 싸웠습니다
[현이 피식 웃는다]

 

[관객들의 웃음]

 

네, 그래서
[숨을 씁 들이켠다]

 

참 오래간만에

 

'글 쓰는 게 행복하구나'
라고 느꼈어요

 

그럼 유진 작가에게
하고 싶으신 말 있으세요?

 

[차분한 음악]

 

색을 섞는다고 해서

 

그 색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다른 색으로 보일 뿐

 

[놀란 탄성이 들린다]
[음악이 뚝 멈춘다]
실…

 

(사회자) 예, 계속하시죠

 

[차분한 음악]

 

실은 그 속에 우리가

 

알고 있었던…
[직원들의 환호가 들린다]

 

[직원들의 환호]

 

(사회자) 뭐죠, 뭐?
거기 무슨 일이에요?

 

(직원4) 문애리 작가님이
부커상을 탔답니다!

 

[징 소리 효과음]
[사람들이 손뼉 치며 환호한다]

 

(여자8) 우와, 대박! 와, 진짜?

 

씹…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사람들이 시끌벅적하다]

 

[자동차 경적이 요란하다]

 

[휴대 전화 벨 소리]

 

- (현) 여보세요
- (순모) 도착했냐?

 

(현) 어

 

(순모) 야, 너 이번에
글 꼭 써 와야 된다?

 

어? 낚시하다가 걸리면
아주 죽을 줄 알아

 

(현) 와, 잡았다!
[현의 웃음]

 

[통화 종료음]

 

[사람들이 신나게 노래 부른다]
[카메라 셔터음]

 

[카메라 셔터음]

 

[카메라 셔터음]

 

[카메라 셔터음]

 

(현) 하나의 문장들이 모여
소설이 되듯

 

시큰한 감정들이 모여 인생이 된다
[사람들이 떠들썩하다]

 

치열하게 마음을 앓아
이별을 하고 사랑을 지켜 내고

 

(현) [영어] 안녕

 

(현) [한국어] 서로를 위로하며

 

그 따가웠던 계절

 

그들도 그러했다

 

누군가는 비록 어리고, 무모하고

 

(현) [영어] 면도 되나요?

 

(현) [한국어] 그리고
다르다 할지라도

 

그 주인공들 역시 찬란하게

 

또는 아물어 가는 상처로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인생의 한 페이지를
채워 가고 있다

 

하지만 난 아직 펜을 들지 못했다
[사람들의 환호]

 

상처를 극복하고 있을 그 친구에게

 

이 말을 꼭 전해야만
펜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넌 누군가에게도 상처가 아니다'

 

'넌 나에게 위로가 됐다'

 

'색을 섞는다고
그 색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다른 색으로 보일 뿐'

 

'실은 그 속에 우리가 알던
원래의 색이 있는 것이다'

 

뭐, 이런 말씀하려 그랬죠
저한테?

 

(유진) 문애리 작가님
부커상 때문에 묻히긴 했지만
[유진의 옅은 웃음]

 

 

야, 여기는 4월 1일 만우절

 

딱 하루만 독립 국가라며?

 

기억하시네요?

 

그럼 오늘은

 

우리가 이 나라 국민이겠네?

 

[옅은 웃음]
그런 셈이죠

 

 

[유진의 옅은 웃음]

 

고맙다

 

사랑해요

 

뭐, 인마?

 

아, 왜요

 

아, 만우절인데
무슨 말이든 괜찮잖아요

 

미친놈
[웃음]

 

[유진과 현이 함께 웃는다]

 

[흥겨운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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