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00:00:55,640 --> 00:00:59,940 거울을 통해 어렴풋이 2 00:01:55,300 --> 00:01:58,701 내 아내, 카비에게 3 00:02:40,725 --> 00:02:43,216 내가 일등으로 올라왔어 4 00:02:43,952 --> 00:02:45,385 정말 개운한데 5 00:02:45,487 --> 00:02:48,915 두 분은 그물 치러가세요 난 동생하고 우유 가지러 갈게요 6 00:02:48,939 --> 00:02:53,299 아니, 그물은 부자간에 맡으시죠 저는 아내와 산책 좀 하게요 7 00:02:53,299 --> 00:02:57,030 왜? 그물은 나와 카린이 맡고 우유는 자네와 미누스가 맡지 그래? 8 00:02:57,136 --> 00:03:01,664 난 우유도 어망도 싫은데요? 내가 할 일은 내가 정할래요 9 00:03:01,774 --> 00:03:04,607 난 종일 널 못 봤잖니? 미누스, 가자 10 00:03:04,710 --> 00:03:06,974 여자들은 늘 제 맘대로지 11 00:03:07,079 --> 00:03:12,745 카린 말대로 하면 점잖게 되지 그게 중요한 거라고 12 00:03:12,851 --> 00:03:16,446 아빠가 진작 그러셨더라면 시간을 절약했을걸 13 00:03:19,399 --> 00:03:22,599 옷부터 갈아입을까? 이대로 그물부터 챙길까? 14 00:03:22,599 --> 00:03:24,123 좋으실 대로 15 00:03:24,234 --> 00:03:26,293 - 제법 싸늘하잖나? - 그러세요? 16 00:03:26,599 --> 00:03:28,064 내 가운은 얇다고 17 00:03:28,171 --> 00:03:31,106 - 추우시다면 - 춥다니, 내가? 자네는 춥나? 18 00:03:31,208 --> 00:03:35,668 써늘하다고 하시고는 하긴 바람이 시원하네요 19 00:03:35,979 --> 00:03:39,437 단련을 하자고, 건강보다 사나이 체통이 중요하잖은가? 20 00:03:40,317 --> 00:03:43,684 헤밍웨이도 했는데 우리라고 까짓거, 갑시다 21 00:04:08,145 --> 00:04:10,045 천둥이 치려나? 22 00:04:10,313 --> 00:04:11,644 오늘 밤은 안 치겠죠 23 00:04:11,748 --> 00:04:14,308 저기 구름 띠를 봐 24 00:04:14,918 --> 00:04:16,579 천둥이 무서우세요? 25 00:04:16,686 --> 00:04:19,246 난 폭풍우라면 쩔쩔맨다네 26 00:04:19,523 --> 00:04:22,321 알프스를 헤매던 때 맙소사 27 00:04:22,425 --> 00:04:25,155 - 그것 말고는 좋으셨죠? - 집이 그립더군 28 00:04:25,428 --> 00:04:29,159 허나 소설을 끝내기 전엔 안 돌아오기로 다짐했지 29 00:04:29,266 --> 00:04:30,665 이제 끝났나요? 30 00:04:30,934 --> 00:04:32,868 그런 셈이라네 31 00:04:33,303 --> 00:04:35,328 - 궤양은요? - 좋아졌어 32 00:04:35,625 --> 00:04:38,930 그래도 처방 좀 해주게나 기후 탓인지 33 00:04:39,228 --> 00:04:43,028 내일 읍내로 가십시다 약국에서 제가 골라 보죠 34 00:04:44,820 --> 00:04:49,052 마지막 편지를 보셨는지? 월요일에 띄웠는데요 35 00:04:49,472 --> 00:04:52,464 그때는 바젤에 있었군 자네도 아는 그 집에 36 00:04:52,575 --> 00:04:54,008 그럼 못 보셨군요 37 00:04:54,110 --> 00:04:56,874 - 수요일에 곧장 왔으니까 - 못 보셨군요 38 00:04:58,414 --> 00:05:00,814 - 중요한 거였나? - 카린에 관해서요 39 00:05:02,122 --> 00:05:04,249 편지를 쓰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죠 40 00:05:04,853 --> 00:05:07,344 방해되는 줄 알면서도요 41 00:05:19,602 --> 00:05:22,093 - 뻐꾸기 소리 못 들었어? - 아니 42 00:05:23,388 --> 00:05:25,549 - 이제 들리겠지 - 어디? 43 00:05:25,574 --> 00:05:26,506 저기 44 00:05:27,446 --> 00:05:29,221 귀를 언제 씻었니? 45 00:05:29,245 --> 00:05:31,478 그만해, 누나 귀에는 들리는 게 너무 많아 46 00:05:31,580 --> 00:05:35,277 이상해, 앓고 난 후로 귀가 예민해졌어 47 00:05:35,531 --> 00:05:37,434 전기충격 치료 때문인가 봐 48 00:05:40,247 --> 00:05:42,410 어제 아빠가 어떻게 보였어? 49 00:05:42,525 --> 00:05:44,584 - 뭐가? - 우울해 보이셔서 50 00:05:44,693 --> 00:05:47,161 여행 끝이라 피곤하셨겠지 51 00:05:47,500 --> 00:05:49,163 하긴 우울해 보이셨어 52 00:05:49,354 --> 00:05:53,565 - 마리안이 올여름에 올까? - 끝났나 봐, 매형이 힌트를 주었어 53 00:05:53,820 --> 00:05:55,688 가엾은 아빠 또 혼자시구나 54 00:05:55,959 --> 00:05:57,893 난 마리안이 영 싫더라 55 00:05:57,995 --> 00:06:00,020 어찌나 잘난 척하는지 56 00:06:00,216 --> 00:06:02,343 아빠가 초라해 보였지 57 00:06:02,504 --> 00:06:04,496 아빠 책을 깔보고 말야 58 00:06:05,035 --> 00:06:08,232 아빠는 이번에 꼭 성공하실 거야 좋은 서평을 얻으실 거야 59 00:06:08,257 --> 00:06:09,986 모두들 사서 읽을까? 60 00:06:10,011 --> 00:06:12,844 아빠는 책이 팔리는 것보다 61 00:06:12,976 --> 00:06:14,376 훌륭한 작가가 되고 싶어 하셔 62 00:06:17,981 --> 00:06:18,976 왜 웃는 거지? 63 00:06:20,509 --> 00:06:23,216 - 너 많이 컸구나 - 아주 진지하고 64 00:06:23,353 --> 00:06:25,029 '훌륭한 작가가 되고 싶어 하셔' 65 00:06:27,858 --> 00:06:31,692 그리 속상한 얼굴 하지 마 널 사랑해, 미누스 66 00:06:33,756 --> 00:06:36,281 - 너 정말 컸구나 - 놀리지 마 67 00:06:36,900 --> 00:06:40,427 17살에 전봇대만 하네 68 00:06:41,238 --> 00:06:44,674 - 여자 친구는 어디 있지? - 누가 날 거들떠나 본대? 69 00:06:44,775 --> 00:06:47,175 샐쭉하지 마 좀 웃었다고 70 00:07:06,897 --> 00:07:09,559 에드가는 제가 신임하는 유일한 정신과 의사인데 71 00:07:09,666 --> 00:07:11,429 아내의 주치의예요 72 00:07:12,141 --> 00:07:13,017 그래서? 73 00:07:15,238 --> 00:07:18,984 아내가 퇴원한 지 이제 한 달 됐는데 74 00:07:19,643 --> 00:07:21,668 그때 그 의사하고 많은 얘기를 나누었죠 75 00:07:22,984 --> 00:07:25,283 회복 상태가 지속되는 걸 약속할 수는 없다더군요 76 00:07:27,156 --> 00:07:28,430 지금은? 77 00:07:29,932 --> 00:07:31,430 좋아 보여요 78 00:07:32,455 --> 00:07:34,390 밤에 좀 불안해요 79 00:07:35,525 --> 00:07:38,289 청각이 예민해졌어요 그밖에는 별로 80 00:07:40,703 --> 00:07:42,364 본인도 뭘 알고 있나? 81 00:07:42,765 --> 00:07:46,139 병의 진상을 다 알죠 82 00:07:46,539 --> 00:07:48,034 비교적 불치병이라는 것 말고는 83 00:07:48,059 --> 00:07:49,458 비교적이라니? 84 00:07:50,941 --> 00:07:54,899 에드가 말이 완치된 경우도 있다니까 희망은 있죠 85 00:07:58,181 --> 00:07:59,512 자네하고 사이는? 86 00:07:59,869 --> 00:08:01,359 별일 없어요 87 00:08:01,885 --> 00:08:03,876 그날이 그날이고요 88 00:08:04,754 --> 00:08:10,351 전 내내 외래 진료 강의를 했고 수많은 학생이 시험을 치렀고요 89 00:08:14,564 --> 00:08:16,498 저는 아내를 사랑한다는 걸 알아요 90 00:08:16,967 --> 00:08:20,861 저는 아내의 일부예요 어떤 일이 있더라도 91 00:08:21,871 --> 00:08:24,928 아내는 나만 바라보고 살지요 92 00:08:25,869 --> 00:08:28,599 나 밖에 의지할 사람이 없겠죠 93 00:08:30,513 --> 00:08:32,208 알겠네 94 00:08:33,750 --> 00:08:36,378 그물을 끌어내 볼까요? 95 00:08:36,630 --> 00:08:38,977 나도 그 생각을 했지 96 00:09:06,185 --> 00:09:07,482 미누스 97 00:09:10,754 --> 00:09:12,119 이제 조심해 98 00:09:12,922 --> 00:09:14,212 가까이 오지 마 99 00:09:14,758 --> 00:09:16,815 이젠 만지고 입 맞추고 그러지 마 100 00:09:16,839 --> 00:09:19,290 벌거벗고 일광욕도 하지 말고, 속이 뒤집혀 101 00:09:20,497 --> 00:09:23,933 잘 알면서 여자들은 지긋지긋해 102 00:09:24,434 --> 00:09:27,949 그 냄새, 몸짓 불룩 내민 배 103 00:09:27,973 --> 00:09:30,549 머리 빗는 거 수다 떠는 거 104 00:09:30,573 --> 00:09:32,893 - 다 속이 뒤집힌다고 - 가엾어라 105 00:09:33,135 --> 00:09:38,266 동정은 필요 없어 나도 날 동정할 수 있으니까 106 00:09:38,948 --> 00:09:42,884 미누스, 왜 이러니? 넌 이런 적이 없었어 107 00:09:45,288 --> 00:09:48,018 매형이나 아빠에게 말하지 않겠지? 108 00:09:49,259 --> 00:09:50,482 바보 같은 소리 109 00:09:52,362 --> 00:09:55,148 아빠하고 얘기 한 번 해볼 수 있다면 110 00:09:56,285 --> 00:09:57,842 하지만 너무 자기 자신 안에만 갇혀 계셔 111 00:10:00,003 --> 00:10:01,561 아빠마저 112 00:10:02,472 --> 00:10:03,802 집으로 가자 113 00:10:06,403 --> 00:10:08,510 - 우유를 쏟았어 - 어설프기는 114 00:10:15,351 --> 00:10:18,912 손가락 아픈 것만은 못 참겠군 115 00:10:19,282 --> 00:10:20,544 연고를 바르게나 116 00:10:22,946 --> 00:10:25,540 - 마틴이 손가락을 베었단다 - 어디 봐요 117 00:10:26,129 --> 00:10:27,824 우유를 갖다 놓을게요 118 00:10:27,931 --> 00:10:31,560 - 깊이 베었나 봐, 붕대 가져올게요 - 손가락 조금 다친 걸 뭐 119 00:10:32,008 --> 00:10:35,102 등불 켜고 달밤에 저녁이라 120 00:10:39,743 --> 00:10:44,009 - 아빠, 훌륭한 주방장이시네요 - 냄새 좋다 121 00:10:44,247 --> 00:10:45,737 맡아봐 122 00:10:47,949 --> 00:10:50,941 아빠, 소설 대신 요리책을 쓰시지 그러세요? 123 00:10:52,816 --> 00:10:56,445 자, 어디들 앉을까? 카린은 저기 124 00:10:56,566 --> 00:10:58,659 미누스는 저기 자네하고 난 여기 125 00:11:01,131 --> 00:11:03,895 -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던고 - 왜요? 126 00:11:04,234 --> 00:11:05,929 집이 그리웠단다 127 00:11:06,035 --> 00:11:09,027 - 우리가 보고 싶어서요? - 그럼, 너까지도 보고 싶더구나 128 00:11:10,854 --> 00:11:12,604 이제는 머무르실 거죠? 129 00:11:13,001 --> 00:11:14,643 일단 이달만 130 00:11:14,744 --> 00:11:16,234 또 떠나시려고요? 131 00:11:16,346 --> 00:11:20,248 미처 얘기를 못 했구나 유고슬라비아 관광단을 맡았는데 132 00:11:20,350 --> 00:11:21,977 관광단? 왜요? 133 00:11:22,085 --> 00:11:23,848 좋은 조건이거든 134 00:11:24,220 --> 00:11:29,220 문화부 대사와 내가 그 나라를 잘 알지, 그러니 왜 사양할까? 135 00:11:31,144 --> 00:11:34,272 듭시다, 장인어른 집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136 00:11:34,456 --> 00:11:35,480 고맙네 137 00:11:36,793 --> 00:11:39,284 자 들자꾸나 138 00:11:44,800 --> 00:11:46,631 그럼 책은요? 139 00:11:47,811 --> 00:11:49,506 그전에 마무리될 거다 140 00:11:49,879 --> 00:11:53,315 출판사에 얘기해 놨는데 다음 주에 탈고해서 보낼 거다 141 00:11:53,817 --> 00:11:57,055 - 오래 떠나계실 건가요? - 잘 모르겠군 142 00:11:57,720 --> 00:12:00,484 두브로브니크에 머물지도 모르지 143 00:12:10,500 --> 00:12:12,934 왠지 내가 죄인이 된 것 같구나 144 00:12:14,971 --> 00:12:18,498 이번에는 집에 머물기로 약속하셨잖아요 145 00:12:19,309 --> 00:12:22,836 그런 얘기는 한 것 같지만 약속까지는 146 00:12:22,946 --> 00:12:24,538 약속하셨어요 147 00:12:28,389 --> 00:12:29,585 미안하다 148 00:12:30,305 --> 00:12:31,583 저도 섭섭해요 149 00:12:42,298 --> 00:12:44,459 멋진 저녁이 되게 하려고 했는데 150 00:12:45,101 --> 00:12:47,433 이러다간 모두 곧 울고 말겠어요 151 00:12:49,372 --> 00:12:52,637 스위스에서 선물 가져왔다 152 00:12:55,497 --> 00:12:56,538 카린 153 00:12:58,685 --> 00:12:59,434 마틴 154 00:12:59,458 --> 00:13:01,513 고맙습니다 안 그러셔도 되는데 155 00:13:01,784 --> 00:13:02,512 미누스 156 00:13:02,919 --> 00:13:05,387 - 지금 열어봐도 돼요? - 물론 157 00:13:10,927 --> 00:13:13,020 난 담배 좀 가져오마 158 00:13:18,635 --> 00:13:21,035 이건 너무 초라해요 159 00:13:21,137 --> 00:13:22,900 내 것도 그래 160 00:13:23,249 --> 00:13:27,418 스톡홀름에 도착할 때까진 선물은 생각조차 안 하셨겠지, 뭐 161 00:13:27,675 --> 00:13:28,774 아무튼 고맙지, 뭘 162 00:14:34,210 --> 00:14:38,169 - 고맙습니다, 장인 - 고마워요, 아빠 163 00:14:39,601 --> 00:14:41,997 우리도 선물이 있어요 164 00:14:43,119 --> 00:14:45,644 - 눈을 가리겠습니다 - 보시면 안 돼요 165 00:14:45,755 --> 00:14:48,155 내가 눈을 가릴 테니 어서들 준비해 166 00:14:48,257 --> 00:14:50,122 깜깜 절벽이로군 167 00:14:55,031 --> 00:14:58,694 구름 위를 걷는 것 같아 이게 누구 생각인가? 168 00:14:58,801 --> 00:14:59,520 미누스요 169 00:14:59,544 --> 00:15:00,859 저하고 카린이 돕고요 170 00:15:10,947 --> 00:15:12,505 이제 보세요 171 00:15:13,916 --> 00:15:16,009 셰익스피어나 다름없죠 172 00:15:21,891 --> 00:15:23,324 준비됐나? 173 00:15:31,234 --> 00:15:35,534 우리 연극 이름인즉 '예술가의 혼령 출몰' 174 00:15:35,872 --> 00:15:38,033 또는 '환상의 무덤' 175 00:15:39,294 --> 00:15:40,670 연극 시작 176 00:15:41,244 --> 00:15:44,873 자정을 알리는 타종이 성녀 테레사 경당에서 울렸다 177 00:15:45,178 --> 00:15:48,314 여기서 난 그녀를 만난다 내 사랑을 178 00:15:48,418 --> 00:15:52,286 죽음의 냄새가 스며 나오는 이 무덤 옆에서 179 00:15:53,356 --> 00:15:56,416 누군가 저 안에서 움직였어 그녀겠지 180 00:15:57,111 --> 00:15:59,293 놀라지 않게 몸을 숨겨야지 181 00:16:03,404 --> 00:16:04,538 뉘시오? 182 00:16:05,168 --> 00:16:06,965 카스틸레의 공주란다 183 00:16:07,603 --> 00:16:09,964 13살에 아이를 낳다가 죽었단다 184 00:16:10,753 --> 00:16:14,587 같이 놀던 내 동무 내 사랑이던 남편은 185 00:16:14,811 --> 00:16:17,140 딴 여자들에게 눈을 돌렸지 186 00:16:17,673 --> 00:16:19,847 공주, 난 공주를 사랑하외다 187 00:16:19,872 --> 00:16:21,305 하지만 넌 누구냐? 188 00:16:21,980 --> 00:16:25,584 내 비록 죽은 사람이다만 평민과는 이야기할 수 없느니라 189 00:16:25,967 --> 00:16:27,679 염려 마시오 190 00:16:27,924 --> 00:16:32,293 나는 내 나라의 왕이로소이다 작고 가난하긴 하지만 191 00:16:32,595 --> 00:16:33,755 나는야 예술가외다 192 00:16:34,327 --> 00:16:35,694 예술가? 193 00:16:35,798 --> 00:16:38,926 그렇소이다 순종 예술가 194 00:16:39,202 --> 00:16:42,262 시 없는 시인 그림 없는 화가 195 00:16:46,215 --> 00:16:48,409 - 음악가 - 곡 없는 음악가 196 00:16:48,811 --> 00:16:53,475 억지 노력의 시시한 결과인 기성품 예술을 경멸하외다 197 00:16:53,694 --> 00:16:57,528 내 생명이 내 작품이외다 그것을 공주께 바치오이다 198 00:16:57,695 --> 00:16:59,953 연설은 멋지다마는 믿을 수 없구나 199 00:17:00,056 --> 00:17:01,788 나를 시험해 보세요 200 00:17:02,748 --> 00:17:05,954 그럼 잘 듣거라 잠시 후 난 너를 떠난다 201 00:17:06,729 --> 00:17:09,163 수도원 시계가 2시를 치거든 202 00:17:09,432 --> 00:17:14,301 무덤으로 들어가서 촛불 셋을 꺼 버리거라 203 00:17:15,104 --> 00:17:18,505 그 순간 문이 영영 닫히고 204 00:17:18,864 --> 00:17:20,558 넌 나와 함께 죽음으로 들어 오리라 205 00:17:21,371 --> 00:17:23,509 그건 쉬운 희생이외다 206 00:17:23,645 --> 00:17:26,780 대저 참 예술가에게 목숨이 무엇이겠소이까? 207 00:17:33,822 --> 00:17:37,371 이로써 네 예술을 완성하고 네 사랑에 왕관을 씌우거라 208 00:17:38,761 --> 00:17:42,484 네 생명을 고귀하게 하고 회의론자에게 209 00:17:42,721 --> 00:17:44,465 참 예술가가 할 수 있는 걸 보여줘라 210 00:17:46,936 --> 00:17:48,255 안녕 내 친구 211 00:17:49,105 --> 00:17:50,628 날 실망시키지 말라 212 00:17:55,411 --> 00:17:57,845 완성의 최고 순간에 당면했구나 213 00:17:58,415 --> 00:17:59,945 그래서 흥분으로 떨고 있구나 214 00:18:00,816 --> 00:18:03,341 망각이 나를 차지하고 215 00:18:03,719 --> 00:18:06,517 죽음만이 나를 사랑하리라 216 00:18:08,124 --> 00:18:10,217 자, 가리라 그 무엇도 날 멈출 수 없으리 217 00:18:11,661 --> 00:18:12,804 기다리고 있다 218 00:18:12,996 --> 00:18:15,258 제기랄 내가 뭘 하고 있담? 219 00:18:15,364 --> 00:18:17,696 내 생명을 희생하다니 뭘 위해서? 220 00:18:18,046 --> 00:18:19,647 영생을 위해서? 221 00:18:19,671 --> 00:18:22,735 완전한 예술 작품을 위해서? 사랑을 위해서? 222 00:18:23,191 --> 00:18:25,534 - 내가 미치고 말았나? - 기다리고 있다 223 00:18:25,808 --> 00:18:28,299 누가 내 희생을 알꼬? 죽음 224 00:18:28,411 --> 00:18:32,034 누가 내 사랑의 크기를 잴꼬? 유령 225 00:18:32,058 --> 00:18:35,114 누가 나에게 고마워할꼬? 영원 226 00:18:35,138 --> 00:18:36,348 기다리고 있다 227 00:18:38,670 --> 00:18:41,124 무릎이 물렁물렁 온몸이 후들후들 228 00:18:41,148 --> 00:18:42,764 뱃속이 꾸룩꾸룩 229 00:18:42,788 --> 00:18:45,083 영원 속으로는 한 발짝도 230 00:18:45,194 --> 00:18:46,991 더는 기다리지 않는다 231 00:18:51,500 --> 00:18:54,230 이런 게 삶이렷다 232 00:18:55,548 --> 00:18:58,807 물론 공주와의 만남을 시로 읊을 수 있으렷다 233 00:18:59,075 --> 00:19:02,284 또는 그림이나 오페라 작곡으로 234 00:19:02,308 --> 00:19:04,977 하기야 끝은 좀 더 영웅적으로 고쳐야겠지 235 00:19:07,083 --> 00:19:09,916 망각이 날 차지하고 236 00:19:10,987 --> 00:19:14,286 죽음만이 날 사랑하리라 237 00:19:16,125 --> 00:19:17,257 그만하면 나쁠 것 없으렷다 238 00:19:19,262 --> 00:19:22,254 새벽닭이 동튼다고 알리는구나 239 00:19:24,900 --> 00:19:26,800 집에 가서 잠이나 자렷다 240 00:19:31,323 --> 00:19:32,467 이게 다예요 241 00:19:32,790 --> 00:19:35,806 작가로군 작가야 242 00:19:36,445 --> 00:19:38,504 둘 다 아주 잘했어 243 00:19:39,843 --> 00:19:43,404 - 자네도 훌륭했네 - 미누스가 잘했어요 244 00:19:43,686 --> 00:19:46,416 - 난 대사를 잊어버린걸요 - 난 전혀 몰랐는데 245 00:19:59,368 --> 00:20:02,701 이제 그만 설거지하고 치우죠 246 00:20:02,805 --> 00:20:05,035 내가 할게 난 늦게 자니까 247 00:20:05,141 --> 00:20:07,132 그건 안 돼요 248 00:20:07,243 --> 00:20:10,541 한두 시간 일 좀 하고 싶구나 나한테 호의를 베푸는 거다 249 00:20:11,235 --> 00:20:14,701 - 좋아요, 꼭 그러시다면 - 그래, 내가 하는 걸로 250 00:20:14,817 --> 00:20:17,301 깨끗이 치워놓으마 251 00:20:17,586 --> 00:20:19,520 - 자러들 가거라 - 네 252 00:20:20,621 --> 00:20:22,083 부엌에 더운물이 있어요 253 00:20:22,108 --> 00:20:24,406 벌써 데워놓았니? 착하기도 하지 254 00:20:25,061 --> 00:20:28,029 - 천둥이 사라졌네 - 내가 뭐랬어 255 00:20:28,130 --> 00:20:31,531 창문 닫는 걸 잊었어 침실에서 모기들이 기다리겠군 256 00:20:31,634 --> 00:20:33,363 모기 몇 마리쯤이야 257 00:20:33,469 --> 00:20:34,902 안녕히 주무세요 아빠 258 00:20:35,345 --> 00:20:36,729 잘 자라 카린 259 00:20:37,273 --> 00:20:38,345 안녕히들 주무세요 260 00:20:40,811 --> 00:20:43,358 - 혼자 할 수 있겠소? - 그럼요 261 00:20:43,412 --> 00:20:45,346 - 도와줄까? - 괜찮아요 262 00:21:35,256 --> 00:21:36,917 잠깐 도와주겠소? 263 00:21:44,816 --> 00:21:47,478 정원 일을 해서 새까맣게 됐네요 264 00:21:48,269 --> 00:21:49,549 안 나오겠어요 265 00:21:51,990 --> 00:21:54,117 당신 손가락은 순하게 생겼어요 266 00:21:56,028 --> 00:21:58,690 엄지손가락은 고집 세어 보이지만 267 00:22:00,499 --> 00:22:03,991 - 무슨 문제라도? - 아무것도 아녜요 268 00:22:04,846 --> 00:22:05,899 무슨 생각해? 269 00:22:07,198 --> 00:22:08,952 사람은 가끔 아주 무방비 상태예요 270 00:22:10,842 --> 00:22:12,810 아니 나도 모르겠어요 271 00:22:14,912 --> 00:22:18,109 숲속의 어린아이처럼 말이에요 272 00:22:19,419 --> 00:22:22,582 부엉이들이 날아가며 노란 눈으로 노려보고 273 00:22:23,990 --> 00:22:27,232 조잘거리는 소리 부스럭거리는 소리 274 00:22:28,495 --> 00:22:30,668 코를 실룩거리며 냄새를 맡아요 275 00:22:32,499 --> 00:22:34,042 늑대들의 송곳니들 276 00:22:35,068 --> 00:22:37,042 우리에겐 서로가 있잖소 당신과 나 277 00:22:38,705 --> 00:22:40,832 정말? 걱정하는 것 같은데? 278 00:22:40,857 --> 00:22:43,052 난 조금도 걱정 안 하오 279 00:22:43,815 --> 00:22:47,268 당신은 또 그러겠지 280 00:22:47,548 --> 00:22:50,458 '늑대든 부엉이든 아무것도 없어' 281 00:22:50,482 --> 00:22:53,004 '아무 소리도 안 들려 늑대는 상상일 뿐이야' 282 00:22:53,028 --> 00:22:54,601 날 믿어요 283 00:22:54,767 --> 00:22:56,860 우리 아가, 카린 284 00:22:57,476 --> 00:22:58,983 '우리 아가' 285 00:22:59,745 --> 00:23:03,175 당신은 늘 그렇게 부르죠 286 00:23:04,550 --> 00:23:07,956 내가 그렇게도 작아요? 아니면 병 때문에 아이가 되었나요? 287 00:23:08,700 --> 00:23:10,423 내가 이상해 보이세요? 288 00:23:15,094 --> 00:23:18,222 - 내가 진실을 말한다고 믿소? - 모르겠어요 289 00:23:21,867 --> 00:23:24,392 - 내가 당신을 사랑하잖소? - 그래요 290 00:23:25,304 --> 00:23:26,330 그럼 충분하잖소? 291 00:23:27,544 --> 00:23:28,853 물론이죠 292 00:23:29,241 --> 00:23:32,768 - 그냥 둬요, 또 피 나려고 - 괜찮을 거야 293 00:23:39,151 --> 00:23:41,415 내일은 빨래를 해야겠네요 294 00:23:42,521 --> 00:23:44,113 이리 와 잡시다 295 00:23:44,423 --> 00:23:47,790 아빠는 그 촌극이 아빠를 모욕하는 거라고 여기셨지요 296 00:23:48,561 --> 00:23:51,155 마음 상하셨으면서도 안 그런 척하셨어요 297 00:23:52,598 --> 00:23:54,759 그래서 미누스도 마음이 상했고요 298 00:24:05,744 --> 00:24:06,958 불 끌까요? 299 00:24:11,617 --> 00:24:13,451 기분 나쁘게 했으면 용서하세요 300 00:24:14,086 --> 00:24:15,553 내 귀염둥이 301 00:24:15,654 --> 00:24:16,916 용서해요 302 00:24:17,523 --> 00:24:19,286 여보 내 사랑 303 00:24:20,960 --> 00:24:23,326 내 귀염둥이 304 00:24:24,363 --> 00:24:26,729 당신을 사랑하오 305 00:24:28,767 --> 00:24:30,518 당신이 날 기분 나쁘게 하다니? 306 00:24:31,904 --> 00:24:34,038 당신은 참 착한데 난 참 못됐어요 307 00:24:37,710 --> 00:24:38,724 잘 자요 308 00:26:16,041 --> 00:26:19,721 '그녀는 열망에 차 숨을 몰아쉬며 그에게 다가왔다' 309 00:26:21,093 --> 00:26:23,459 '세찬 바람이 그녀의 뺨을 때렸다' 310 00:26:26,492 --> 00:26:27,823 제기랄 311 00:31:58,550 --> 00:32:01,950 '그들은' 312 00:32:02,870 --> 00:32:06,079 '바닷가에서 만났다' 313 00:32:15,080 --> 00:32:16,206 벌써 깼니? 314 00:32:16,621 --> 00:32:19,404 4시도 안 됐을 텐데 315 00:32:20,639 --> 00:32:22,750 - 아빠 - 왜 그러지? 316 00:32:24,996 --> 00:32:26,429 고민이 있으세요? 317 00:32:27,873 --> 00:32:30,239 내 책을 훑어보고 있다 318 00:32:30,509 --> 00:32:32,443 별로 재미없는 일이지 319 00:32:32,811 --> 00:32:35,803 - 읽어 주세요 - 나중에, 교정쇄를 받으면 320 00:32:37,649 --> 00:32:39,549 왜 안 자니? 321 00:32:39,651 --> 00:32:42,620 동틀 녘에 새들이 이상한 소리를 내서 322 00:32:42,721 --> 00:32:43,913 잠에서 깼어요 323 00:32:44,790 --> 00:32:46,849 다시 잠들기가 겁나요 324 00:32:48,660 --> 00:32:49,700 저기서 자거라 325 00:33:04,355 --> 00:33:06,220 어렸을 때 같아요 326 00:33:06,556 --> 00:33:08,076 이제 잠들 거다 327 00:33:29,201 --> 00:33:31,101 '그들은 바닷가에서 만났다' 328 00:33:31,970 --> 00:33:33,824 '가을 하늘이' 329 00:33:35,107 --> 00:33:37,132 '맑은 날이었다' 330 00:33:41,210 --> 00:33:42,407 방금 잠들었다 331 00:33:44,049 --> 00:33:47,041 매형이 그물을 거두랬어요, 오실래요? 332 00:33:47,664 --> 00:33:48,710 그래, 가마 333 00:34:17,316 --> 00:34:20,285 지난여름에는 물구나무서기가 쉬웠는데 334 00:34:20,385 --> 00:34:22,583 이젠 너무 키가 커져서 금방 자빠져요 335 00:34:23,196 --> 00:34:24,249 나하고 똑같구나 336 00:34:24,690 --> 00:34:26,624 정신적으로 말이죠? 337 00:34:26,858 --> 00:34:29,349 - 요즘 뭔가 쓰고 있니? - 연극요 338 00:34:29,461 --> 00:34:31,361 - 읽어봐도 될까? - 안 돼요 339 00:34:31,783 --> 00:34:35,239 마음 상하시지는 마세요 아직 너무 형편없거든요 340 00:34:35,529 --> 00:34:36,572 많이 썼니? 341 00:34:36,596 --> 00:34:39,299 이번 여름까지 장편 연극 열셋에 오페라 하나요 342 00:34:39,571 --> 00:34:40,697 대견하구나 343 00:34:40,806 --> 00:34:44,003 안 쓰고 배길 수가 없어요 아빠는 안 그러세요? 344 00:34:44,655 --> 00:34:45,475 아니 345 00:34:46,545 --> 00:34:49,480 어젯밤 우리 연극이 어땠어요? 솔직히요 346 00:34:49,815 --> 00:34:50,839 아주 좋더라 347 00:34:51,316 --> 00:34:52,467 난 형편없다고 생각했는데 348 00:36:43,215 --> 00:36:45,581 '불치병이란다' 349 00:36:47,920 --> 00:36:49,945 '가끔 정상이 되지만' 350 00:36:52,357 --> 00:36:54,082 '오래전부터 그럴 거라고 의심했지만' 351 00:36:54,359 --> 00:36:58,159 '이렇게 확실해지니 견딜 수가 없다' 352 00:37:00,532 --> 00:37:04,122 '끔찍하게도 난 호기심을 느끼고 있다' 353 00:37:06,471 --> 00:37:08,695 '그 애가 내적으로 허물어지는 과정을' 354 00:37:10,709 --> 00:37:15,669 '간결하게 적어놓고 싶은 욕망을 느낀다' 355 00:37:17,916 --> 00:37:19,907 '작품에 이용하게' 356 00:38:04,863 --> 00:38:08,526 여보 일어나요 얼마나 더 자야 한담? 357 00:38:08,834 --> 00:38:11,894 수영하러 가요 일어나요 358 00:38:12,004 --> 00:38:15,337 - 몇 시나 됐는데? - 거의 10시 359 00:38:15,440 --> 00:38:18,136 맙소사 그렇게나 늦잠을? 360 00:38:23,348 --> 00:38:26,078 - 겨우 5시잖아 - 몇 시면 어때요? 361 00:38:26,184 --> 00:38:29,932 난 벌써 일어나서 이상한 경험도 했는데 362 00:38:29,956 --> 00:38:31,316 당신은 잠만 자면서 363 00:38:31,523 --> 00:38:35,323 - 이리 와요 - 안 돼요, 수영하러 가자니까 364 00:38:35,950 --> 00:38:37,957 아빠하고 미누스는 벌써 그물을 챙기는데 365 00:38:38,062 --> 00:38:39,324 이리 오라니까 366 00:38:44,002 --> 00:38:46,419 당신은 잠이 많은 게 탈이에요 367 00:38:46,443 --> 00:38:48,704 그러니 현자인 척할밖에 368 00:38:56,214 --> 00:38:58,808 여보 왜 그래요? 369 00:39:01,820 --> 00:39:03,344 아무것도 아녜요 370 00:39:03,975 --> 00:39:05,300 무슨 일이냐니까 371 00:39:06,324 --> 00:39:07,985 고백할 게 있어요 372 00:39:08,126 --> 00:39:09,380 글쎄 털어놔 봐요 373 00:39:11,997 --> 00:39:16,866 방금 아빠가 밖으로 나가시자 책상을 뒤지기 시작했어요 374 00:39:18,203 --> 00:39:21,331 왠지 모르게 그러고 싶었어요 375 00:39:21,966 --> 00:39:22,900 그런데? 376 00:39:25,310 --> 00:39:28,211 - 일기를 발견했어요 - 그래서? 377 00:39:31,316 --> 00:39:34,183 - 그 안에 그게 있었어요 - 뭐가? 378 00:39:35,854 --> 00:39:37,321 내 얘기가 379 00:39:38,557 --> 00:39:39,783 뭐라고 쓰셨던데? 380 00:39:40,625 --> 00:39:42,252 말할 수 없어요 381 00:39:43,729 --> 00:39:45,063 당신 병에 관해서? 382 00:39:48,633 --> 00:39:50,533 불치병이라는 게 사실이에요? 383 00:39:50,558 --> 00:39:53,891 여보 들어봐요 384 00:39:55,307 --> 00:39:57,343 이제 내 말을 잘 들어요 385 00:39:57,876 --> 00:39:59,369 날 봐요 386 00:40:01,179 --> 00:40:05,343 당신 병이 재발할 수도 있다고 말씀드린 걸 387 00:40:05,450 --> 00:40:07,543 오해하신 모양이오 388 00:40:08,153 --> 00:40:11,122 아무도 불치병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소 389 00:40:13,406 --> 00:40:14,634 맹세코? 390 00:40:14,659 --> 00:40:15,887 맹세코 391 00:40:21,133 --> 00:40:22,739 그게 다가 아녜요 392 00:40:23,446 --> 00:40:24,352 그럼? 393 00:40:25,070 --> 00:40:26,503 말할 수 없어요 394 00:40:26,605 --> 00:40:29,130 - 제발 - 난 못 해요 395 00:40:30,575 --> 00:40:32,600 직접 여쭤보세요 396 00:40:35,480 --> 00:40:38,506 여보 우리 아가 397 00:40:38,617 --> 00:40:39,575 여보 398 00:40:43,421 --> 00:40:45,548 날 좀 참아주셔야 해요 399 00:40:47,759 --> 00:40:50,091 나도 어느 날 다시 하고 싶게 될 거예요 400 00:40:50,896 --> 00:40:53,194 - 그렇죠? - 물론이지 401 00:40:53,298 --> 00:40:56,290 - 걱정되세요? - 아니, 조금도 402 00:40:58,136 --> 00:41:00,934 몹시 피곤해요 403 00:41:02,140 --> 00:41:04,736 그래도 일어나서 수영하러 가는 게 좋겠어요 404 00:41:05,883 --> 00:41:07,578 하나도 안 추워요 405 00:41:17,968 --> 00:41:21,802 참하고 예쁜 여자가 아이들을 낳아주고 침실로 차를 날라다 준다면 406 00:41:23,528 --> 00:41:25,962 듬직하고 부드럽고 따뜻하고 아름다운 여자가 407 00:41:27,792 --> 00:41:29,336 그러면 참 좋겠죠? 408 00:41:30,902 --> 00:41:34,463 - 내가 사랑하는 건 당신이오 - 알아요, 그래도 말이에요 409 00:41:34,573 --> 00:41:36,734 난 다른 누구도 원하지 않소 410 00:41:44,595 --> 00:41:47,958 희한해요, 당신이 하는 말, 행동은 언제나 교과서적인데 411 00:41:47,982 --> 00:41:50,142 그게 늘 맞지 않는단 말이에요 412 00:41:52,903 --> 00:41:55,303 내가 하는 건 다 사랑에서 나온 것이오 413 00:41:55,527 --> 00:41:59,190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은 그 자가 사랑하는 사람을 봐서 바르게 행동하죠 414 00:41:59,422 --> 00:42:00,955 그럼 당신이 날 사랑하지 않는군 415 00:42:11,977 --> 00:42:13,022 다녀오마 미누스 416 00:42:14,222 --> 00:42:15,244 다녀오세요 417 00:42:32,257 --> 00:42:36,125 미누스가 라틴어 공부하다가 졸지 않게 지켜봐라 418 00:42:36,228 --> 00:42:39,720 - 문법 외운 걸 확인하기로 약속했어요 - 다녀오마 419 00:42:41,777 --> 00:42:44,678 코냑 잊지 마세요 포도주도 한 병 사시고 420 00:42:44,780 --> 00:42:45,659 그러려고 했다 421 00:42:45,683 --> 00:42:48,457 - 다녀오세요 - 저녁때까지는 돌아오리다 422 00:43:29,725 --> 00:43:31,522 도대체 왜 웃는 거야? 423 00:43:34,730 --> 00:43:35,445 응? 424 00:43:38,297 --> 00:43:39,378 말해봐 425 00:43:42,578 --> 00:43:44,501 자, 보고 싶으면 봐 426 00:43:45,485 --> 00:43:47,544 넌 누가 제일 좋니? 427 00:43:48,121 --> 00:43:50,911 얌전한 체 말고 이리 와서 짚어 봐 428 00:43:57,252 --> 00:43:59,443 그 여자가 마음에 드니? 왜? 429 00:44:00,000 --> 00:44:01,467 부드러우니까 430 00:44:01,601 --> 00:44:04,661 게다가 아주 예쁜데 좀 뚱보잖아? 431 00:44:05,272 --> 00:44:09,106 - 머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 헤프게 생겼는데 432 00:44:11,778 --> 00:44:14,216 그래봤자 하나도 도움이 안 돼 433 00:44:21,293 --> 00:44:23,318 날 때리려고? 434 00:44:28,795 --> 00:44:30,755 내가 잘못했어 용서해 435 00:44:31,731 --> 00:44:33,528 이제 진정해 미누스 436 00:44:34,401 --> 00:44:36,801 그게 뭐 어떠니? 상관없어 437 00:44:39,172 --> 00:44:41,231 못나게 호기심이 생겨서 그랬어 용서해 438 00:44:42,809 --> 00:44:45,642 나도 본의 아니게 그만 439 00:44:51,864 --> 00:44:54,117 - 공부는 제대로 했니? - 대충 440 00:44:54,141 --> 00:44:56,101 - 들어볼까? - 원하면 441 00:44:59,886 --> 00:45:02,650 - 사람은 누구나 자기 속에 갇혀 있는 걸까? - 어떤 의미에서? 442 00:45:02,855 --> 00:45:04,789 너는 너 안에 나는 나 안에 443 00:45:04,953 --> 00:45:08,252 저마다 자신의 밀실 안에 444 00:45:08,756 --> 00:45:10,451 난 내 안에 갇혀있지 않는데 445 00:45:10,725 --> 00:45:12,529 그럼 또 내가 잘못 생각하는 거겠지 446 00:45:12,553 --> 00:45:16,295 Constructio ad sensum 무슨 뜻이지? 447 00:45:16,664 --> 00:45:17,582 보지 말고 448 00:45:17,606 --> 00:45:21,542 '문법적으로 정확한 구조가 문맥에 더 잘 맞게 변형된다' 449 00:45:21,643 --> 00:45:23,804 그런 뜻이지 450 00:45:24,793 --> 00:45:25,899 예문을 들자면? 451 00:45:26,762 --> 00:45:31,096 Nobilitas rem publicam deseru... 452 00:45:31,199 --> 00:45:32,894 Deseruerant 453 00:45:34,999 --> 00:45:35,803 덥지? 454 00:45:35,897 --> 00:45:37,626 난 4시 반부터 일어났다고 455 00:45:38,079 --> 00:45:40,445 한 대 피우자 담배 있니? 456 00:45:48,790 --> 00:45:52,157 머리를 뒤로 젖히거나 돌리고서 한참 바라보면 457 00:45:52,226 --> 00:45:54,092 오싹한 느낌이 들어 458 00:45:54,229 --> 00:45:55,958 오싹한 느낌? 459 00:45:57,632 --> 00:45:58,772 그래도 환상적이야 460 00:46:00,099 --> 00:46:03,567 아빠나 그이한텐 이런 얘기 안 해 날 이해 못하니까 461 00:46:05,104 --> 00:46:08,354 그이는 너무 약한 데다 자기 걱정거리가 많아 462 00:46:12,447 --> 00:46:15,041 즉시 내가 병이 났다고 생각들 하시지 463 00:46:16,577 --> 00:46:18,527 - 너도 그렇게 생각하니? - 아니 464 00:46:21,523 --> 00:46:22,447 안 그러는 줄 알았어 465 00:46:28,029 --> 00:46:29,047 넌 더 강하니까 466 00:46:30,832 --> 00:46:34,268 여러 번 난 이 새로운 일을 너한테 얘기해주고 싶었어, 그건 마치 467 00:46:34,369 --> 00:46:35,389 날 믿고 얘기해 468 00:46:37,739 --> 00:46:40,669 늘 생각하고 있는 걸 말을 안 하는 건 힘들어 469 00:46:42,203 --> 00:46:45,104 너한테 말했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이 개의치는 않겠지 470 00:46:45,180 --> 00:46:46,545 다른 사람들? 471 00:46:46,570 --> 00:46:50,131 듣기만 해 자꾸 바보스런 질문하지 말고 472 00:46:50,318 --> 00:46:53,185 얘기를 다 해주든가 아니면 영영 입을 다물어 버릴 테야 473 00:46:53,288 --> 00:46:55,429 - 호기심이 나서 그래 - 그렇겠지 474 00:47:03,757 --> 00:47:06,317 따라와 보여 줄 게 있어 475 00:47:48,862 --> 00:47:50,900 난 벽을 통과한단다 476 00:47:51,946 --> 00:47:55,702 새벽녘 근엄한 목소리가 날 불러서 잠이 깨 477 00:47:57,958 --> 00:48:00,552 난 일어나서 이 방으로 와 478 00:48:01,268 --> 00:48:03,982 어느 날 누군가가 벽지 뒤에서 날 불렀어 479 00:48:08,502 --> 00:48:12,315 난 벽장을 들여다봤지 아무도 없었어 480 00:48:14,608 --> 00:48:16,803 하지만 계속 날 부르기에 481 00:48:16,911 --> 00:48:21,658 벽에 기대어 섰는데 벽이 가볍게 물러서더니 482 00:48:23,117 --> 00:48:24,404 난 벽 안에 들어가 있었어 483 00:48:29,444 --> 00:48:31,150 지어낸 얘기라고 생각해? 484 00:48:37,598 --> 00:48:39,418 난 큰 방으로 들어가 485 00:48:41,869 --> 00:48:43,928 아주 조용하고 밝은 방으로 486 00:48:46,213 --> 00:48:48,320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고 487 00:48:49,950 --> 00:48:52,480 나한테 말도 거는데 난 그 말을 알아들어 488 00:48:55,587 --> 00:48:58,044 아주 포근하고 기분이 좋아 489 00:49:00,107 --> 00:49:03,907 등불처럼 빛나는 얼굴들도 있어 490 00:49:06,360 --> 00:49:08,440 모두들 그분을 기다리고 있는데 491 00:49:09,563 --> 00:49:10,853 아무도 불안해하지 않아 492 00:49:13,093 --> 00:49:16,859 그런데 나더러 그 일이 일어날 때 거기에 있으라는 거야 493 00:49:19,340 --> 00:49:20,867 그런데 왜 우는 거지? 494 00:49:22,933 --> 00:49:24,267 아무것도 아냐 495 00:49:25,779 --> 00:49:27,427 괜찮아 496 00:49:31,719 --> 00:49:35,985 하지만 종종 난 간절히 원하게 돼 497 00:49:38,559 --> 00:49:40,560 난 고대하고 있어 498 00:49:42,596 --> 00:49:44,236 그 문이 열리고 499 00:49:45,608 --> 00:49:48,796 그분이 오실 그 순간을 말야 500 00:49:50,196 --> 00:49:51,429 누가 오는데? 501 00:49:56,977 --> 00:49:58,529 아무도 실제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502 00:50:02,103 --> 00:50:06,080 난 그분이 바로 하느님이라고 생각해 503 00:50:08,769 --> 00:50:11,169 그 문을 통해서 방안으로 들어오실 504 00:50:12,233 --> 00:50:13,766 그분이 바로 하느님일 거야 505 00:50:23,950 --> 00:50:24,713 미누스 506 00:50:28,802 --> 00:50:31,532 말하기 몹시 어려운 일이 있어 507 00:50:31,845 --> 00:50:34,113 - 뭔데? - 난 네 매형을 떠날 거야 508 00:50:35,015 --> 00:50:38,280 그이는 저만치서 날 부르지만 난 어쩔 수가 없어 509 00:50:38,685 --> 00:50:39,953 다 빈말뿐이야 510 00:50:41,488 --> 00:50:44,021 - 매형은 눈치챘어? - 확실히 모르겠어 511 00:50:45,292 --> 00:50:47,590 난 그이와 다른 분 중에서 선택을 해야 해 512 00:50:48,575 --> 00:50:50,065 난 결심했어 513 00:50:50,664 --> 00:50:52,128 난 마틴을 희생했어 514 00:50:54,421 --> 00:50:55,964 그게 다 현실이란 말야? 515 00:50:55,989 --> 00:50:58,219 나도 몰라 516 00:50:59,208 --> 00:51:01,270 나는 그 둘 사이에 있어 517 00:51:02,476 --> 00:51:06,037 난 내가 아팠던 것 또 내 병이 꿈 같았던 것도 알아 518 00:51:06,528 --> 00:51:08,144 하지만 꿈은 아냐 519 00:51:08,249 --> 00:51:11,013 진짜일 거야 현실일 거야 520 00:51:11,952 --> 00:51:15,115 난 하나도 진짜 같지가 않아 521 00:51:17,424 --> 00:51:18,472 카린 522 00:51:19,693 --> 00:51:22,526 - 내게는 전혀 현실 같지가 않아 - 그래 523 00:51:28,235 --> 00:51:30,499 하느님이 산에서 내려오셔서 524 00:51:32,640 --> 00:51:34,312 어두운 숲을 가로질러 525 00:51:36,510 --> 00:51:39,899 고요와 어둠 속에서 맹수들을 가로질러 지나가셔 526 00:51:44,051 --> 00:51:45,784 분명 현실일 거야 527 00:51:46,954 --> 00:51:50,011 꿈꾸는 게 아냐 진짜야 528 00:51:51,158 --> 00:51:53,994 난 이 세상에 있다가 저세상에 있다가 그래 529 00:51:54,895 --> 00:51:56,584 그런데 그걸 미리 막을 도리가 없어 530 00:52:08,309 --> 00:52:09,731 수영하러 갈까? 531 00:52:13,614 --> 00:52:15,027 그럼, 혼자 갈게 532 00:52:17,484 --> 00:52:18,654 난 졸려 533 00:52:20,421 --> 00:52:21,587 잠깐 잘래 534 00:52:23,624 --> 00:52:25,717 갈 때 문 닫고 가 535 00:52:35,703 --> 00:52:39,036 그만둬, 가 가라고 536 00:52:53,387 --> 00:52:55,027 도대체 어쩌면 좋지? 537 00:53:08,435 --> 00:53:10,214 라틴어 공부는 제대로 했니? 538 00:53:12,866 --> 00:53:14,507 공부를 계속하자 539 00:53:16,596 --> 00:53:18,347 먼저 차 한 잔 마시자 540 00:53:20,946 --> 00:53:22,278 미누스 541 00:53:23,963 --> 00:53:25,951 아빠와 매형한테 말할 거지? 542 00:53:26,439 --> 00:53:27,430 뭘 말해? 543 00:53:28,689 --> 00:53:31,089 약은 대답이구나 난 못 속여 544 00:53:31,625 --> 00:53:33,698 오늘 밤 매형을 구석으로 끌고 가서 545 00:53:34,161 --> 00:53:37,778 '누나에 관해 얘기할 게 있어요' 그러고는 다 털어놓겠지 546 00:53:38,364 --> 00:53:41,444 - 직접 말하지 그래? - 얘기 안 한다고 약속해 547 00:53:41,869 --> 00:53:43,496 약속해 548 00:53:43,521 --> 00:53:44,924 너만 알아듣는구나 549 00:53:45,659 --> 00:53:48,551 누구에게든 한마디만 하면 날 속이는 거야 550 00:53:48,995 --> 00:53:50,311 알았어, 약속해 551 00:54:03,257 --> 00:54:05,390 - 비가 올 모양이군 - 그래요? 552 00:54:06,427 --> 00:54:08,861 - 자네 왜 그러나? - 왜라뇨? 553 00:54:09,263 --> 00:54:10,857 통 말이 없군 적의까지 띠고서 554 00:54:12,099 --> 00:54:14,932 - 말해서 무슨 소용이 있을는지요 - 말해보게 555 00:54:16,236 --> 00:54:18,467 카린에 관한 겁니다 556 00:54:19,773 --> 00:54:22,417 아버님 일기를 봤나 봐요, 서랍을 뒤져서 일기장을 찾아냈대요 557 00:54:24,057 --> 00:54:25,812 물론 읽었고요 558 00:54:26,747 --> 00:54:27,817 저런 559 00:54:31,385 --> 00:54:32,732 뭘 쓰셨죠? 560 00:54:35,222 --> 00:54:36,985 직접 여쭤보라더군요 561 00:54:41,054 --> 00:54:43,811 그 애 병이 불치병이라고 썼다네 562 00:54:45,332 --> 00:54:48,465 또 그 과정을 연구하고 싶은 끔찍한 욕망을 느낀다는 것도 563 00:54:50,810 --> 00:54:52,038 그걸 인정하네 564 00:54:52,940 --> 00:54:54,198 변명의 여지가 없네 565 00:54:56,536 --> 00:54:59,903 언제나 자신과 자기 일밖에 모르시죠 566 00:55:02,049 --> 00:55:04,984 장인께선 병적으로 냉정한 사람이에요 567 00:55:05,557 --> 00:55:08,390 '그 과정을 연구한다'? 매사가 그런 식이라니까 568 00:55:11,258 --> 00:55:13,021 자넨 이해 못 해 569 00:55:13,994 --> 00:55:15,393 그래요 570 00:55:16,112 --> 00:55:17,289 이건 알지요 571 00:55:18,062 --> 00:55:19,556 언제나 쓸 거리를 찾으신다는 것 572 00:55:20,329 --> 00:55:22,194 딸의 정신병이라 573 00:55:22,297 --> 00:55:24,276 기막힌 주제군요 574 00:55:26,662 --> 00:55:27,926 난 그 애를 사랑하네 575 00:55:28,037 --> 00:55:31,413 사랑이라? 감정이라곤 없는 데다 576 00:55:31,437 --> 00:55:33,237 기본적인 예의도 모르시면서요 577 00:55:34,690 --> 00:55:38,854 표현력도 좋고 그때그때 적절한 낱말은 잘도 쓰시지만 578 00:55:39,461 --> 00:55:42,650 감도 못 잡으시는 게 한 가지 있지요 579 00:55:43,411 --> 00:55:44,597 삶 자체에 대한 것 580 00:55:45,301 --> 00:55:47,464 비겁하고 나약하면서도 581 00:55:48,003 --> 00:55:52,372 가식과 변명에는 거의 천재시지요 582 00:55:55,077 --> 00:55:56,440 내가 어쩌기를 바라나? 583 00:55:56,545 --> 00:55:57,842 책이나 쓰세요 584 00:55:59,148 --> 00:56:01,412 더없이 큰 소원 성취일 테니까 585 00:56:02,017 --> 00:56:03,322 작가로서의 명성 586 00:56:04,286 --> 00:56:08,154 딸의 희생도 허사는 아니겠지요 난 도저히 그렇게는 587 00:56:10,138 --> 00:56:11,508 하려던 말 계속하게 588 00:56:20,603 --> 00:56:23,299 장인께는 소설 속에서 숭배하는 하느님이 있지요 589 00:56:24,175 --> 00:56:25,255 하지만 590 00:56:25,414 --> 00:56:29,307 장인의 신앙과 회의는 아무 힘이 없어요 591 00:56:30,278 --> 00:56:33,304 명백한 거라곤 지긋지긋한 말재간뿐 592 00:56:34,163 --> 00:56:35,694 내가 그걸 모를까 봐 593 00:56:36,418 --> 00:56:37,942 그럼 왜 계속하시죠? 594 00:56:38,120 --> 00:56:40,452 왜 뭔가 품위 있는 소재를 택하지 않고? 595 00:56:40,556 --> 00:56:41,818 어떤 소재? 596 00:56:42,491 --> 00:56:47,121 작가가 되신 후 한 마디라도 진실을 써 본 적 있으세요? 대답해 보세요 597 00:56:47,387 --> 00:56:49,390 - 모르겠네 - 거봐요 598 00:56:49,999 --> 00:56:54,436 정말 끔찍한 건 그 거짓말이 하도 미묘해서 진실 같다는 거죠 599 00:56:54,694 --> 00:56:57,062 - 난 최선을 다하고 있다네 - 아마 600 00:56:57,800 --> 00:56:59,254 하지만 역부족이시라고요 601 00:57:02,111 --> 00:57:03,305 알고 있네 602 00:57:06,015 --> 00:57:07,778 장인께선 허무감에 빠졌으나 영리하시죠 603 00:57:08,818 --> 00:57:12,120 이젠 카린을 이용해 허무감을 메우려 하시는데 604 00:57:13,667 --> 00:57:17,535 그 허무감에 어떻게 하느님을 끌어들이신다는 거죠? 605 00:57:17,560 --> 00:57:19,790 하느님은 더더욱 알기 어려운 분이 되겠군요 606 00:57:19,895 --> 00:57:21,920 - 좀 물어봐도 되겠나? 마틴 - 그러세요 607 00:57:22,264 --> 00:57:24,858 자네는 깊은 내면의 생각들을 거의 통제할 수 있나? 608 00:57:25,127 --> 00:57:28,460 난 그리 복잡하지 않아요 609 00:57:28,998 --> 00:57:33,158 내 세계는 매우 단순해요 분명하고 인간적이지요 610 00:57:33,758 --> 00:57:35,464 가끔은 카린이 죽기를 바랐겠지 611 00:57:35,683 --> 00:57:37,744 터무니없는 소리 612 00:57:39,279 --> 00:57:41,338 꿈에도 생각해 본 일 없다고요 613 00:57:41,838 --> 00:57:43,718 맹세할 수 있나? 614 00:57:44,774 --> 00:57:46,251 이건 당연한 논리 아닐까? 615 00:57:46,784 --> 00:57:48,358 자네는 그 애가 희망이 없다는 걸 616 00:57:48,978 --> 00:57:52,379 둘 다 고통을 받는다는 게 부질없다는 걸 알고 있지 617 00:57:53,483 --> 00:57:55,144 그 애가 죽는 게 차라리 낫겠지 618 00:57:55,578 --> 00:57:56,775 괴상한 논리군요 619 00:57:56,886 --> 00:57:58,786 전적으로 관점에 달렸지 620 00:58:01,791 --> 00:58:03,281 난 아내를 사랑해요 621 00:58:04,661 --> 00:58:06,356 다만 아내가 괴로워하는 622 00:58:07,762 --> 00:58:09,787 가엾은 동물로 변해가는 걸 바라보면서 623 00:58:10,879 --> 00:58:14,404 속수무책인 걸 견디어 낼 뿐이라고요 624 00:58:18,166 --> 00:58:20,066 내가 뭐 하나 말해주지 625 00:58:23,972 --> 00:58:26,686 스위스에 있을 때 난 자살을 결심했었지 626 00:58:27,709 --> 00:58:31,110 작은 자동차를 빌려서 절벽을 찾아냈지 627 00:58:31,913 --> 00:58:33,473 차분한 마음으로 준비했지 628 00:58:34,382 --> 00:58:36,873 오후였고 이미 어두워졌지 629 00:58:39,554 --> 00:58:42,673 난 두려움도 회한도 흥분도 없었지 630 00:58:44,458 --> 00:58:47,141 절벽에 차를 세우고 631 00:58:47,165 --> 00:58:49,245 가속 페달을 꽉 밟았는데 632 00:58:49,944 --> 00:58:51,405 엔진이 멈춰버렸어 633 00:58:52,767 --> 00:58:55,702 자동차는 앞바퀴가 벼랑 끝에 걸려 634 00:58:55,978 --> 00:58:57,511 매달려 있었지 635 00:58:58,539 --> 00:59:01,531 난 기어 나와서는 온몸을 떨기 시작했지 636 00:59:03,511 --> 00:59:06,378 그리고 길 건너편 바위에 기대앉아 637 00:59:07,281 --> 00:59:09,551 몇 시간 동안 내내 숨을 몰아쉬었지 638 00:59:13,012 --> 00:59:14,413 왜 저한테 그 이야기를? 639 00:59:16,257 --> 00:59:19,906 내겐 더 이상 가식이 필요 없네 640 00:59:20,828 --> 00:59:23,661 진실이 파멸을 가져오지 않으니까 641 00:59:24,165 --> 00:59:25,813 이건 카린과는 아무 상관 없지요 642 00:59:26,826 --> 00:59:27,826 상관있지 643 00:59:29,036 --> 00:59:30,173 이해 못 하겠는데요 644 00:59:31,439 --> 00:59:34,897 내 안의 허무 속에서 뭐라 이름하기 어렵던 645 00:59:35,346 --> 00:59:36,546 그 뭔가가 태어났다네 646 00:59:39,647 --> 00:59:40,733 어떤 사랑이 647 00:59:42,016 --> 00:59:44,669 카린과 미누스와 648 00:59:46,587 --> 00:59:47,763 자네에 대한 사랑이 649 00:59:50,992 --> 00:59:52,829 언젠가는 말하겠지만 650 00:59:54,095 --> 00:59:55,483 지금은 말 안 하겠네 651 00:59:56,130 --> 00:59:57,149 그러나 만일 652 00:59:58,165 --> 01:00:00,793 만일 희망이 있다면 653 01:00:05,952 --> 01:00:07,733 지금은 접어두기로 하세 654 01:00:27,795 --> 01:00:29,165 비가 오는구나 655 01:00:32,533 --> 01:00:33,512 아냐 656 01:00:36,537 --> 01:00:37,629 맞아 657 01:00:39,493 --> 01:00:40,590 비가 오고 있어 658 01:03:09,990 --> 01:03:11,070 누나 거기 있어? 659 01:03:33,280 --> 01:03:34,747 누나, 나야 660 01:04:21,962 --> 01:04:24,556 누나 내 말 안 들려? 661 01:04:26,600 --> 01:04:27,855 난 아파 662 01:04:28,335 --> 01:04:29,495 집으로 가자 663 01:04:29,603 --> 01:04:32,572 - 도와줘야겠어 - 어떻게? 664 01:04:35,309 --> 01:04:37,300 도와줘야 해 665 01:04:43,150 --> 01:04:44,375 목이 말라 666 01:04:44,964 --> 01:04:46,175 물 좀 떠 올까? 667 01:05:45,731 --> 01:05:46,692 하느님 668 01:07:53,594 --> 01:07:54,687 몇 시예요? 669 01:07:57,771 --> 01:07:58,687 5시쯤 670 01:08:01,315 --> 01:08:03,215 많이 아팠어요 671 01:08:03,567 --> 01:08:05,167 이젠 좀 나아졌어요 672 01:08:05,421 --> 01:08:06,658 가엾은 미누스 673 01:08:06,837 --> 01:08:08,634 여보, 카린 674 01:08:08,906 --> 01:08:11,898 - 아빠하고 단둘이 얘기하고 싶어요 - 집에 가서 675 01:08:11,923 --> 01:08:14,757 그게 다시 시작하기 전에 아빠하고 얘기해야 해요 676 01:08:14,781 --> 01:08:17,476 - 카린 내 사랑 - 제발 677 01:08:27,050 --> 01:08:29,314 전화로 구급헬기를 부르겠어요 678 01:08:38,228 --> 01:08:40,423 가서 내 약 가방 좀 가져다줄래? 679 01:08:40,657 --> 01:08:43,387 곧 주사를 놔 줘야 해 680 01:08:54,885 --> 01:08:56,483 이제 병원에 머물고 싶어요 681 01:08:57,645 --> 01:08:59,072 치료는 더 원치 않아요 682 01:09:01,318 --> 01:09:03,419 치료를 안 받게 부탁하실 수 있어요? 683 01:09:03,820 --> 01:09:04,698 모르겠다 684 01:09:06,290 --> 01:09:09,953 사람이 두 세상을 살 수는 없어요 선택을 해야죠 685 01:09:11,462 --> 01:09:14,397 난 여기서 저리로 갔다가 다시 돌아올 힘이 없어요 686 01:09:26,937 --> 01:09:29,269 이대로는 못 견뎌요 687 01:09:29,940 --> 01:09:30,883 뭘? 688 01:09:32,670 --> 01:09:33,640 미움요 689 01:09:33,950 --> 01:09:34,923 무슨 미움? 690 01:09:42,773 --> 01:09:44,817 내 자유 의지로 그러지는 않았어요 691 01:09:47,056 --> 01:09:49,802 어떤 목소리가 하라고 그랬어요 692 01:09:52,368 --> 01:09:54,859 그 목소리가 내 일기를 읽으라고 했군 693 01:09:56,901 --> 01:09:59,954 네 남편에게 가서 읽은 걸 말하라고 했고 694 01:10:06,514 --> 01:10:08,141 그보다 더 나쁜 짓을 했어요 695 01:10:13,462 --> 01:10:14,581 훨씬 나쁜 짓 696 01:10:20,658 --> 01:10:24,788 싸워봤지만 달아날 수가 없었어요 697 01:10:28,078 --> 01:10:29,238 어쩔 수가 없었어요 698 01:10:32,142 --> 01:10:33,105 언제 그랬니? 699 01:10:35,772 --> 01:10:36,678 방금 700 01:10:40,010 --> 01:10:41,825 가엾은 미누스 701 01:10:46,250 --> 01:10:49,651 나도 모르겠어요 702 01:10:50,427 --> 01:10:51,945 진정해라 703 01:10:57,328 --> 01:10:59,448 그리고 사람들이 기다리는 그 방 704 01:11:04,001 --> 01:11:06,981 문이 열리고 하느님을 기다리는 705 01:11:08,506 --> 01:11:10,074 그 착한 사람들 706 01:11:12,877 --> 01:11:14,525 그때 목소리들이 들려오면 707 01:11:16,688 --> 01:11:19,610 난 시키는 대로 해야 해요 708 01:11:21,418 --> 01:11:23,648 그 모든 걸 설명할 수가 없어요 709 01:11:24,967 --> 01:11:26,594 그게 오직 병 때문일까요? 710 01:11:31,161 --> 01:11:35,097 자신의 혼란을 보고 이해하는 건 너무나 끔찍한 일이에요 711 01:11:52,181 --> 01:11:53,827 너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다 712 01:11:56,854 --> 01:12:00,415 난 언제나 너에 대해 양심의 가책을 느꼈단다 713 01:12:03,761 --> 01:12:07,754 예술이랍시고 희생된 모든 삶을 생각하면 구역질이 나 714 01:12:09,734 --> 01:12:11,894 내 첫 성공이 내겐 더 중요했지 715 01:12:12,082 --> 01:12:13,907 네 엄마의 죽음보다도 716 01:12:15,272 --> 01:12:19,333 그래도 난 내 이기적인 방식으로 네 엄마를 사랑했다 717 01:12:20,440 --> 01:12:22,720 내가 병이 났을 때는 스위스로 가셨죠 718 01:12:23,113 --> 01:12:27,072 네가 엄마와 같은 병을 앓는 걸 보고 견딜 수 없어 도망갔지 719 01:12:27,418 --> 01:12:29,443 내 소설도 끝내야 했고 720 01:12:30,539 --> 01:12:32,370 좋은 소설이에요? 721 01:12:38,195 --> 01:12:39,822 카린 722 01:12:41,646 --> 01:12:44,012 우리는 우리 주위에 보이지 않는 울타리를 치고 723 01:12:44,569 --> 01:12:48,699 우리의 은밀한 놀이에 맞지 않는 건 모조리 막아버렸지 724 01:12:50,273 --> 01:12:52,489 삶이 그 울타리를 걷어내면 725 01:12:52,513 --> 01:12:55,106 그 놀이란 시시하고 우스꽝스럽게 되지 726 01:12:56,980 --> 01:13:00,059 그럼 우린 즉시 새 울타리를 쳐서 막아버리지 727 01:13:04,821 --> 01:13:06,049 가련한 아빠 728 01:13:06,074 --> 01:13:09,791 그래, 가련한 아빠야 그런 현실을 살 수밖에 없으니 729 01:13:27,724 --> 01:13:28,884 이제 집으로 가요 730 01:13:30,326 --> 01:13:31,564 짐을 싸야 해요 731 01:13:46,543 --> 01:13:49,706 - 구급헬기는 언제 와요? - 1시간쯤 후에 732 01:13:51,981 --> 01:13:54,108 옷 갈아입고 짐 싸겠어요 733 01:14:01,791 --> 01:14:03,124 고마워요 괜찮아요 734 01:14:10,233 --> 01:14:11,604 빛이 너무 강해요 735 01:14:23,462 --> 01:14:25,623 아빠, 미누스의 라틴어 도와주세요 736 01:14:25,648 --> 01:14:26,484 그러고말고 737 01:14:29,231 --> 01:14:31,256 열쇠를 잊지 말아야지 738 01:14:31,366 --> 01:14:32,890 집 보는 사람들이 휴가니까 739 01:14:33,001 --> 01:14:36,459 - 여기로 다시 안 오실 거예요? - 읍내에 머물려고 740 01:14:37,573 --> 01:14:38,534 그게 낫겠어요 741 01:14:41,944 --> 01:14:43,747 우리 버섯 따러 가기로 했었는데 742 01:14:46,915 --> 01:14:50,282 - 짐 싸는 걸 좀 도와주세요, 피곤해요 - 물론이지 743 01:14:57,157 --> 01:14:58,281 할 얘기가 있다 744 01:15:00,867 --> 01:15:01,841 이리 와 미누스 745 01:15:18,185 --> 01:15:20,386 셔츠를 빨았지만 안 다렸어요 746 01:15:24,052 --> 01:15:26,922 읍내에도 셔츠가 있어요 747 01:15:26,946 --> 01:15:28,320 좀 잠가주세요 748 01:15:40,119 --> 01:15:43,206 신발이군 이건 여기 두겠소 749 01:15:43,305 --> 01:15:45,506 이걸 신고 그걸 두시죠? 750 01:15:46,508 --> 01:15:48,533 이건 고쳐야 해요 751 01:15:51,673 --> 01:15:52,921 두통약 있어요? 752 01:15:55,414 --> 01:15:59,016 - 밤색 가방을 여기에 두었는데 - 부엌에 있던데요 753 01:15:59,793 --> 01:16:01,351 아, 그랬나 보군 754 01:16:55,670 --> 01:16:56,808 카린 봤어요? 755 01:16:59,363 --> 01:16:59,971 아니 756 01:17:15,564 --> 01:17:18,328 최대한 빨리 왔는데 쉽지 않았어요 757 01:17:20,102 --> 01:17:23,470 날 가로막는 자들이 많아요 758 01:17:26,617 --> 01:17:28,137 전 행복해요 759 01:17:34,416 --> 01:17:35,678 네, 이해해요 760 01:17:40,088 --> 01:17:41,617 이해해요 761 01:17:44,164 --> 01:17:45,117 네 762 01:17:45,961 --> 01:17:46,907 잘됐네요 763 01:17:48,697 --> 01:17:49,921 네, 이해해요 764 01:17:54,369 --> 01:17:55,907 네, 이해해요 765 01:17:57,172 --> 01:17:59,299 이제 그리 오래 안 걸리겠네요 766 01:18:02,644 --> 01:18:04,134 큰 위안이 되네요 767 01:18:06,515 --> 01:18:08,361 기다리는 것도 행복했어요 768 01:18:11,441 --> 01:18:13,014 조용히 걸어요 769 01:18:13,889 --> 01:18:16,438 그분이 곧 오실 거래요 770 01:18:16,462 --> 01:18:18,622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해요 771 01:18:18,647 --> 01:18:20,451 읍내에 가야지 잊었소? 772 01:18:20,475 --> 01:18:22,526 지금은 떠날 수 없어요 773 01:18:22,631 --> 01:18:24,969 착각하는 거요 여보 774 01:18:27,302 --> 01:18:29,566 저 안에는 아무 일도 없어요 775 01:18:33,341 --> 01:18:36,105 여보, 어떤 하느님도 저 문으로 오지는 않소 776 01:18:36,130 --> 01:18:40,533 곧 오실 거래요 그때 내가 여기 있어야 해요 777 01:18:40,715 --> 01:18:42,875 그런 게 아니라니까 778 01:18:43,852 --> 01:18:47,344 큰 소리 내지 마세요 조용히 못 하겠으면 나가주세요 779 01:18:47,456 --> 01:18:49,083 여보 같이 갑시다 780 01:18:49,191 --> 01:18:51,022 왜 훼방 놓으세요? 781 01:18:51,047 --> 01:18:53,607 이 시간에는 혼자 있게 해주세요 782 01:19:25,379 --> 01:19:26,780 여보 783 01:19:28,530 --> 01:19:30,473 방금 짜증 내서 미안해요 784 01:19:32,840 --> 01:19:37,334 여기 내 옆에 와서 무릎 꿇고 합장할 수 없어요? 785 01:19:38,953 --> 01:19:42,233 거기 의자에 버티고 앉았으니 이상해요 786 01:19:44,538 --> 01:19:45,966 믿지 않는 줄 알지만 787 01:19:47,833 --> 01:19:49,286 날 위해 그래 주세요 788 01:20:01,044 --> 01:20:01,833 카린 789 01:20:04,049 --> 01:20:05,138 카린 790 01:21:24,997 --> 01:21:26,624 다리를 꽉 잡아 791 01:21:46,785 --> 01:21:48,582 진정해, 카린 792 01:22:30,849 --> 01:22:32,183 갑자기 겁이 났어요 793 01:22:35,821 --> 01:22:37,249 문이 열렸는데 794 01:22:39,609 --> 01:22:42,223 거기서 나타난 하느님은 거미였어요 795 01:22:46,832 --> 01:22:48,369 그게 날 향해 왔어요 796 01:22:49,868 --> 01:22:51,516 그 얼굴을 봤어요 797 01:22:53,289 --> 01:22:55,743 돌같이 굳은 무서운 얼굴이었어요 798 01:23:00,045 --> 01:23:04,819 그게 기어 올라와 내 안으로 들어오려 했어요 799 01:23:07,619 --> 01:23:09,739 난 내내 그 눈을 봤어요 800 01:23:11,849 --> 01:23:13,325 조용하고 차가웠어요 801 01:23:16,561 --> 01:23:18,499 내 안으로 밀고 들어올 수가 없자 802 01:23:20,866 --> 01:23:22,685 가슴 위로 기어 왔어요 803 01:23:25,303 --> 01:23:28,534 얼굴 위로도 그러고는 벽 위로 기어 올라갔어요 804 01:23:38,016 --> 01:23:39,770 난 하느님을 봤어요 805 01:24:01,813 --> 01:24:04,646 부두에서 기다리시면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806 01:24:12,598 --> 01:24:14,013 기다리고들 있다 807 01:27:30,936 --> 01:27:32,403 무서워요, 아빠 808 01:27:34,833 --> 01:27:37,216 제가 난파선에서 누나를 꽉 잡았을 때 809 01:27:37,862 --> 01:27:39,557 청천벽력 같은 일이 생겼어요 810 01:27:39,917 --> 01:27:41,043 무슨 뜻인지 아시겠어요? 811 01:27:42,003 --> 01:27:43,095 알고 있다 812 01:27:43,257 --> 01:27:45,724 세상이 무너져내렸고 813 01:27:46,136 --> 01:27:47,523 저는 나자빠졌지요 814 01:27:48,243 --> 01:27:49,723 꿈만 같아요 815 01:27:50,411 --> 01:27:52,242 그런 일도 있을 수 있어요, 아빠 816 01:27:53,016 --> 01:27:54,278 그런 일도 817 01:27:55,789 --> 01:27:56,803 알고 있다 818 01:27:58,131 --> 01:28:00,065 이런 새로운 세상에서 못 살겠어요, 아빠 819 01:28:00,208 --> 01:28:01,766 아니야 넌 살 수 있다 820 01:28:02,190 --> 01:28:03,985 하지만 뭔가 꼭 붙들 게 있어야 한다 821 01:28:04,659 --> 01:28:05,945 그게 뭔데요? 822 01:28:06,828 --> 01:28:07,988 하느님? 823 01:28:10,131 --> 01:28:11,772 하느님의 증거를 대보세요 824 01:28:14,702 --> 01:28:16,305 - 못 하시죠 - 말할 수 있다 825 01:28:16,997 --> 01:28:19,488 하지만 내 말 주의해서 들어야 한다 826 01:28:20,475 --> 01:28:22,905 그래야죠, 아빠 827 01:28:23,878 --> 01:28:26,252 난 나 자신의 희미한 희망을 말해줄 뿐이다 828 01:28:28,015 --> 01:28:32,508 그건 인간 세상에 사랑이 실제로 존재하는 걸 아는 것이다 829 01:28:32,653 --> 01:28:36,044 - 특별한 종류의 사랑이겠죠? - 모든 종류의 사랑이 830 01:28:36,068 --> 01:28:39,724 숭고한 사랑, 비천한 사랑 부조리한 사랑, 아름다운 사랑 831 01:28:40,862 --> 01:28:42,386 모든 종류의 사랑 832 01:28:42,864 --> 01:28:44,855 사랑에 대한 갈망도요? 833 01:28:45,132 --> 01:28:46,997 갈망도 부정도 834 01:28:47,168 --> 01:28:49,102 신뢰도 불신도 835 01:28:50,438 --> 01:28:53,805 그래서 사랑이 그 증거라고요? 836 01:28:55,208 --> 01:28:58,144 사랑이 하느님의 존재를 증명하는지 837 01:28:58,168 --> 01:29:00,382 사랑이 하느님 자신인지는 나도 모르겠구나 838 01:29:02,008 --> 01:29:05,466 아빠에게는 사랑과 하느님이 똑같군요 839 01:29:06,646 --> 01:29:10,134 그 생각이 내 허무감과 끈질긴 절망감 속에서 날 도와준단다 840 01:29:12,251 --> 01:29:13,635 더 얘기해주세요 아빠 841 01:29:14,821 --> 01:29:17,813 문득 허무감이 풍요로 842 01:29:17,924 --> 01:29:19,368 절망이 생명으로 변한단다 843 01:29:20,593 --> 01:29:22,618 그건 마치 집행유예 같은 거란다 844 01:29:24,130 --> 01:29:25,384 사형을 모면하는 845 01:29:27,400 --> 01:29:30,301 아빠 말씀대로라면 846 01:29:30,570 --> 01:29:34,597 누나는 하느님이 감싸고 있네요 우리가 누나를 사랑하니까 847 01:29:35,264 --> 01:29:36,041 그래 848 01:29:36,142 --> 01:29:37,769 그게 누나에게 도움이 될까요? 849 01:29:40,960 --> 01:29:42,237 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 850 01:29:47,286 --> 01:29:48,890 조깅하고 와도 돼요? 851 01:29:49,268 --> 01:29:51,277 그래라 저녁은 내가 하마 852 01:29:52,225 --> 01:29:53,317 1시간 뒤에 보자 853 01:30:01,733 --> 01:30:03,553 아빠가 나한테 얘기를 다 하셨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