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00:00:27,252 --> 00:00:37,415 붉은수염 2 00:02:47,199 --> 00:02:49,269 {\an8}코이시카와 진료소 3 00:03:01,467 --> 00:03:04,720 - 야스모토 노보루라 하오 - 네, 이봐 4 00:03:04,955 --> 00:03:06,642 야스모토 선생이오? 5 00:03:06,983 --> 00:03:09,080 됐네, 내가 안내하지 6 00:03:10,756 --> 00:03:13,100 나는 츠가와 겐조라 하오 7 00:03:13,438 --> 00:03:15,655 그쪽이 오기를 기다렸소 8 00:03:16,894 --> 00:03:20,048 그쪽이 와야 내가 여기서 떠나니까 9 00:03:20,111 --> 00:03:25,111 - 그쪽과 교대하는 셈이오 - 잠깐 들렸을 뿐이오만 10 00:03:28,884 --> 00:03:33,001 나가사키에서 배우셨다고 얼마나 계셨소? 11 00:03:33,103 --> 00:03:34,845 삼 년쯤 있었소 12 00:03:39,388 --> 00:03:41,404 여긴 만만치 않소 13 00:03:42,939 --> 00:03:46,431 어느 정도인지는 있어 봐야 알겠지만 14 00:03:46,793 --> 00:03:51,351 아무튼 종기투성이의 누더기를 걸친 환자들은 15 00:03:51,376 --> 00:03:53,946 냄새나고 무식한 빈민들뿐 16 00:03:54,212 --> 00:03:56,195 급료도 너무 적고 17 00:03:57,389 --> 00:04:01,992 게다가 밤낮으로 붉은수염이 부려먹죠 18 00:04:02,017 --> 00:04:03,543 붉은수염? 19 00:04:04,597 --> 00:04:09,299 여기 소장인데 수염이 살짝 붉어 보이죠 20 00:04:20,376 --> 00:04:22,266 아무튼 열악하오 21 00:04:23,047 --> 00:04:25,233 여긴 정말 열악하오 22 00:04:25,889 --> 00:04:31,358 이런 데 있으면 의사가 되려던 자신이 저주스럽지 23 00:04:39,215 --> 00:04:41,879 과일 썩은 내는 대체 뭐요? 24 00:04:44,290 --> 00:04:47,551 이 작자들 가난의 냄새요 25 00:04:49,573 --> 00:04:52,816 여기는 통원 환자들의 대기실 26 00:04:55,177 --> 00:04:59,247 매일 오후부터 무료로 진찰하고 투약하는데 27 00:05:04,604 --> 00:05:06,234 뭔 짓인지 28 00:05:10,359 --> 00:05:14,328 차라리 죽는 게 나은 자들뿐이오 29 00:05:14,461 --> 00:05:15,735 이쪽이오 30 00:05:22,539 --> 00:05:24,617 여기가 약제실 31 00:05:34,117 --> 00:05:36,211 여기가 진료실 32 00:05:48,656 --> 00:05:53,553 이 앞쪽이 남자 병동 이 뒤쪽이 여성 병동 33 00:06:33,310 --> 00:06:35,132 다다미는 안 까오? 34 00:06:35,351 --> 00:06:39,065 어디에도 우리 방도 이 모양이오 35 00:06:39,585 --> 00:06:43,298 - 감옥이 따로 없지 - 그 말이 맞소 36 00:06:43,370 --> 00:06:45,690 옷도 이 모양이니 37 00:06:46,423 --> 00:06:49,369 남자들이야 상관없지만 38 00:06:49,419 --> 00:06:56,164 아무리 가난해도 여자는 여자야 이런 밋밋한 옷을 입히는 건 죄야 39 00:06:56,213 --> 00:07:00,164 한마디로 이렇게 입으면 있던 힘도 빠지겠다 40 00:07:00,189 --> 00:07:01,289 이... 41 00:07:03,588 --> 00:07:05,711 이 옷은 말이지 42 00:07:06,328 --> 00:07:11,226 오염이 잘 드러나고 세탁하기도 간단하지 43 00:07:11,526 --> 00:07:15,664 즉, 언제나 청결히 지내게 하려는 거야 44 00:07:16,113 --> 00:07:22,850 너도 입원할 때는, 썩은 내가 났지만 이제는 많이 좋아졌어 45 00:07:22,875 --> 00:07:25,548 다 환자복 덕분이야 46 00:07:29,133 --> 00:07:31,570 그거 봐라 47 00:07:33,033 --> 00:07:37,087 너는 말하면 안 된다고 48 00:07:37,524 --> 00:07:41,265 소장님이 그렇게 말했잖아 49 00:07:42,229 --> 00:07:47,509 말을 안 들으면 또 피를 토한다 50 00:07:47,675 --> 00:07:54,140 어차피 우린 죽지 못해 살지 약값도 한 푼 못 내는 빈털터리야 51 00:07:54,165 --> 00:07:59,234 하지만 죽을 때만큼은 다다미 위에서 죽고 싶어 52 00:07:59,640 --> 00:08:05,884 - 아무리 가난해도 다다미는 깐다고 - 다다미는 안 된다고 53 00:08:06,631 --> 00:08:10,068 그러니까 다다미는 말이지 54 00:08:10,118 --> 00:08:14,368 습기와 오물을 머금지 하지만... 55 00:08:14,734 --> 00:08:16,500 이봐, 사하치 56 00:08:17,094 --> 00:08:20,156 말을 안 들으면, 너 57 00:08:20,593 --> 00:08:23,913 정말 얼마 못 간다 58 00:08:31,625 --> 00:08:36,984 - 환자복과 마룻바닥은 원래 저랬소? - 소장님의 개혁안이오 59 00:08:37,641 --> 00:08:41,289 붉은수염은 여기 독재자요 60 00:08:41,447 --> 00:08:44,961 치료도 열심이고 솜씨도 좋으시지 61 00:08:45,148 --> 00:08:49,554 적잖은 영주와 부호에게 신뢰받고 계시지만 62 00:08:50,171 --> 00:08:56,437 고집불통에다 난폭하고 극단적이고 요즘은 이렇소 63 00:09:00,992 --> 00:09:04,373 여기부터가 우리 의료진의 숙소 64 00:09:09,196 --> 00:09:10,869 해가 잘 드는 65 00:09:12,164 --> 00:09:15,166 남향 건물은 환자에게 내주고 66 00:09:18,181 --> 00:09:23,109 눅눅한 북향 건물은 의료진에게 배정된 셈이죠 67 00:09:25,845 --> 00:09:28,165 환자식을 나르는 급식 조 68 00:09:34,355 --> 00:09:36,032 여기는 조리 조 69 00:09:43,440 --> 00:09:48,260 여기가 우리가 식사하는 의료진 식당 70 00:09:48,555 --> 00:09:52,057 자기 방에서는 일절 못 먹게 돼 있소 71 00:09:52,334 --> 00:09:55,498 모두 소장님의 개혁안이오 72 00:09:56,791 --> 00:10:01,014 물론 화로도 못 쓰오 병동을 제외하면 73 00:10:05,742 --> 00:10:10,295 붉은수염 말씀으로는 에도의 추위는 되레 몸에 좋다나 74 00:10:10,475 --> 00:10:15,295 그리고 병동에 쓸 숯도 부족하다 하시죠 75 00:10:20,685 --> 00:10:23,091 여기가 붉은수염의 숙소 76 00:10:30,701 --> 00:10:34,654 - 야스모토 선생을 데려왔습니다 - 드시게 77 00:11:00,580 --> 00:11:02,521 야스모토 노부로입니다 78 00:11:28,649 --> 00:11:30,259 붉은수염이다 79 00:11:32,156 --> 00:11:35,953 본명은 발음이 껄끄러운데 80 00:11:36,783 --> 00:11:38,486 니이데 쿄조 81 00:11:39,815 --> 00:11:43,266 자네는 오늘부터 전공의로서 여기 묵게 82 00:11:43,477 --> 00:11:46,156 하지만 저는 그게 아니라 83 00:11:46,181 --> 00:11:50,470 - 아버님이 한 번 가 보래서... - 오늘부터 여기 머문다 84 00:11:51,019 --> 00:11:52,391 그리고 85 00:11:52,618 --> 00:11:57,180 나가사키 유학 중에 작성한 노트와 도록을 모두 내놓게 86 00:11:57,258 --> 00:11:59,470 그것들은 집에 있습니다 87 00:11:59,571 --> 00:12:03,423 - 일단 귀가하겠습니다 - 그럴 필요 없다 88 00:12:03,696 --> 00:12:06,172 네 짐은 도착했을 터 89 00:12:09,143 --> 00:12:12,268 용건은 끝났으니 방으로 데려가라 90 00:12:24,205 --> 00:12:26,800 모리 한다유요 91 00:12:34,128 --> 00:12:37,550 이곳은 상당히 고되지만 92 00:12:39,135 --> 00:12:43,612 그러려니 하면 배울 것도 많으니 93 00:12:44,035 --> 00:12:46,357 장래에 분명 득이 되오 94 00:12:46,581 --> 00:12:51,398 - 그럼 잘 지내봅시다 - 난 여기 머물 마음이 없소 95 00:12:51,479 --> 00:12:57,690 막부의 관의가 되려고 유학했고 에도에서 장군을 모실 줄 알았소 96 00:12:58,272 --> 00:12:59,551 그런데 97 00:13:00,053 --> 00:13:06,384 들어보시오, 부친은 동네의원이지만 아마노 겐파쿠와 알고 지내시오 98 00:13:06,415 --> 00:13:10,545 - 아마노 겐파쿠라면 막부의 주치의? - 그렇소 99 00:13:10,578 --> 00:13:16,590 그분이 나가사키 유학도 주선하셨고 장군에게 추천해 주신다고도 했소 100 00:13:19,218 --> 00:13:20,707 그런데 101 00:13:21,355 --> 00:13:23,112 왜 이런 일이? 102 00:13:23,906 --> 00:13:27,318 모르겠소 여우에 홀린 건지 103 00:13:31,377 --> 00:13:32,605 아니 104 00:13:36,207 --> 00:13:37,888 뭔가 집히시오? 105 00:13:42,390 --> 00:13:44,025 아무튼 어쩌겠소 106 00:13:44,112 --> 00:13:48,486 아마노 겐파쿠가 있는데도 일이 이렇게 됐다면 107 00:13:48,590 --> 00:13:50,965 그냥 단념하시게 108 00:13:51,067 --> 00:13:54,480 우리도 몇 주 전부터 선생이 온다고 들었소 109 00:13:54,806 --> 00:13:58,191 붉은수염도 그쪽이 싫지는 않은 듯하고 110 00:13:59,677 --> 00:14:04,207 소장은 마음에 들면 되레 무뚝뚝하게 대하죠 111 00:14:05,552 --> 00:14:09,541 나는 싫어하는지 말 한마디 안 거시네 112 00:14:11,021 --> 00:14:14,683 한마디로 완전히 무시되는 꼴이오 113 00:14:19,388 --> 00:14:22,121 난 결코 받아들일 수 없소 114 00:14:22,488 --> 00:14:24,832 이건 꿍꿍이가 있소 115 00:14:25,448 --> 00:14:29,048 소장이 뭐라고 하든 여기서 바로 떠나겠소 116 00:14:30,585 --> 00:14:32,611 그런데 야스모토 선생 117 00:14:33,050 --> 00:14:40,149 여기는 막부 행정관 관할인데 거기서 선생의 정식 임명장이 왔소만 118 00:14:41,912 --> 00:14:46,072 결국 빼도 박도 못하는 셈이군 119 00:14:46,771 --> 00:14:48,947 덕분에 난 떠나게 됐소 120 00:14:49,650 --> 00:14:52,221 선생 방에 가 봅시다 121 00:14:52,337 --> 00:14:56,510 내가 나갈 때까지는 같이 묵을 방이지만 122 00:15:00,669 --> 00:15:02,898 실례가 많았네 123 00:15:04,545 --> 00:15:10,023 저 선생은 꽤 유능한 인재요 나랑은 당최 안 맞지만 124 00:15:10,851 --> 00:15:12,757 여기가 우리 방이오 125 00:15:15,599 --> 00:15:17,809 선생 짐이 벌써 왔네 126 00:15:23,687 --> 00:15:25,233 어디 가시오? 127 00:15:25,747 --> 00:15:29,851 도망치면 일이 복잡해져요 야스모토 선생 128 00:15:32,202 --> 00:15:34,074 저기요 129 00:15:34,108 --> 00:15:37,239 진정제가 필요한데 약이 떨어졌어요 130 00:15:37,264 --> 00:15:41,772 - 빨리 만들어주세요 - 소장님만 만들 수 있어, 들어가 봐 131 00:15:43,555 --> 00:15:45,077 선생 132 00:15:50,577 --> 00:15:53,178 {\an8}코이시카와 진료소 약국 133 00:15:56,997 --> 00:15:59,682 선생, 선생 134 00:16:20,093 --> 00:16:22,941 여기는 출입 금지일세 135 00:16:26,146 --> 00:16:27,840 붉은수염 외에는 136 00:16:29,168 --> 00:16:31,590 오스기란 계집도 예외지만 137 00:16:33,768 --> 00:16:35,551 쟤는 간병인 138 00:16:43,645 --> 00:16:45,638 저 건물도 병동이오? 139 00:16:45,804 --> 00:16:50,394 저기 갇힌 여자의 부친이 사비로 지은 것이오 140 00:16:51,348 --> 00:16:54,683 저 여자는 특별한 병자로 141 00:16:55,239 --> 00:16:58,425 저 건물 전체가 감옥처럼 만들어졌소 142 00:16:59,610 --> 00:17:04,074 오스기한테 열쇠가 있어서 아무도 들이지 않고 143 00:17:04,436 --> 00:17:07,495 환자 혼자서는 절대 내보내지 않소 144 00:17:08,587 --> 00:17:11,255 사마귀 아씨라고 하니까 145 00:17:11,427 --> 00:17:15,068 - 사마귀 아씨? - 적절한 별명이오 146 00:17:15,414 --> 00:17:19,675 암 사마귀는 교미하고는 수컷을 먹잖소 147 00:17:20,273 --> 00:17:23,457 저 여자도 그와 똑같이 했소 148 00:17:26,418 --> 00:17:32,660 신원은 비밀이라 잘 모르지만 큰 상점의 딸인 듯하오 149 00:17:33,503 --> 00:17:36,378 그 가게 사람을 셋 죽였소 150 00:17:37,170 --> 00:17:41,694 여색으로 유인해서 남자를 꼼짝 못 하게 하고는 151 00:17:42,405 --> 00:17:44,381 남자가 절정에 달해서 152 00:17:44,780 --> 00:17:47,225 저항할 수 없게 되면 153 00:17:47,816 --> 00:17:50,355 비녀로 찔러 죽였다 하오 154 00:17:57,430 --> 00:18:03,002 - 남자한테 심하게 당한 게 아닐는지 - 붉은수염은 달리 보더이다 155 00:18:03,519 --> 00:18:06,212 선천적 색광증이라 하셨소 156 00:18:06,458 --> 00:18:10,758 광기라기보다는 광적인 체질에 가깝다 했소 157 00:18:12,651 --> 00:18:13,964 아무튼 158 00:18:14,276 --> 00:18:18,776 참 안타까운 일이오 뭣보다 굉장한 미인이니까 159 00:18:34,316 --> 00:18:38,633 - 야스모토, 왜 안 먹나? - 먹고 싶지 않습니다 160 00:18:40,909 --> 00:18:47,278 그건 배고프지 않다는 뜻인가? 건물이 내키지 않는다는 뜻인가? 161 00:18:47,380 --> 00:18:50,739 여기가 싫어서 식욕이 없다는 뜻입니다 162 00:18:52,449 --> 00:18:56,051 맛없는 음식도 많이 씹으면 맛이 나지 163 00:18:57,146 --> 00:19:01,310 여기 일도 하다 보면 보람이 있네 164 00:19:06,553 --> 00:19:12,367 하여간 짐이 도착했다던데 왜 노트와 도록을 내놓지 않나? 165 00:19:12,468 --> 00:19:16,398 - 싫어서입니다 - 싫다니 왜? 166 00:19:16,976 --> 00:19:22,585 저는 화란의 의술을 배우며 고생고생 나름의 의술을 터득했습니다 167 00:19:22,710 --> 00:19:26,633 이건 제 것입니다 남에게 뺏기기 싫습니다 168 00:19:27,086 --> 00:19:30,906 의학은 누구의 것도 아니다 천하의 것이다 169 00:19:30,939 --> 00:19:34,680 의술로 명성과 부를 얻은 의사는 뭡니까? 170 00:19:36,196 --> 00:19:39,452 여기서는 쓸데없는 말은 말게 171 00:19:42,244 --> 00:19:46,385 잔말 말고 자료를 내놓고 여기 옷으로 갈아입게 172 00:20:01,350 --> 00:20:04,189 이봐, 술 사 와 173 00:20:09,201 --> 00:20:14,190 - 야스모토 선생, 술은 금지요 - 금지됐으니 마셔야겠소 174 00:20:14,250 --> 00:20:17,085 여기서 금지된 건 뭐든 할 거요 175 00:20:17,833 --> 00:20:19,660 그 옷도 안 입겠소 176 00:20:20,007 --> 00:20:24,926 자꾸 애를 먹여서 나가달라고 부탁하게 할 작정이오 177 00:20:32,297 --> 00:20:34,509 술 사서 내 방으로 가져와 178 00:20:57,603 --> 00:20:59,689 애먹이시네 179 00:21:02,138 --> 00:21:05,898 - 몇 번을 말해야 알겠어요 - 그건 내가 할 말이다 180 00:21:06,226 --> 00:21:09,005 금지구역이라 일부러 오는 거야 181 00:21:10,447 --> 00:21:15,789 니이데 선생님을 화나게 해서 여기서 쫓겨나려는 속셈이죠? 182 00:21:16,266 --> 00:21:17,406 하지만 183 00:21:22,722 --> 00:21:26,016 이런 유치한 짓은 안 통해요 184 00:21:28,360 --> 00:21:29,700 그리고 185 00:21:30,469 --> 00:21:33,321 꼭 그 때문에 여기 오시는지 186 00:21:34,219 --> 00:21:35,638 뭔 소리야? 187 00:21:36,727 --> 00:21:38,071 그쪽도 188 00:21:38,547 --> 00:21:40,953 아씨에게 관심 있으시죠? 189 00:21:43,712 --> 00:21:45,624 아니라고는 못 하지 190 00:21:45,764 --> 00:21:49,239 특이한 병자는 역시 의사의 관심사니까 191 00:21:50,046 --> 00:21:53,366 나는 화란의 의술을 정식으로 배웠고 192 00:21:53,522 --> 00:21:56,499 붉은수염도 모르는 진료법도 알지 193 00:21:56,617 --> 00:22:00,074 근데 왜 이곳의 병자들에게 써먹지 않죠? 194 00:22:00,124 --> 00:22:02,484 평범한 병에는 흥미 없어 195 00:22:02,686 --> 00:22:04,465 말은 잘하시네 196 00:22:05,062 --> 00:22:06,780 전 못 믿겠어요 197 00:22:07,048 --> 00:22:08,803 못 믿다니, 뭘? 198 00:22:09,319 --> 00:22:11,428 쿄조 선생님은 다르지만 199 00:22:11,587 --> 00:22:15,883 남자들은 아씨에게 음심을 품어요 츠가와 선생님도 200 00:22:16,262 --> 00:22:18,043 츠가와가 어쨌는데? 201 00:22:21,752 --> 00:22:23,565 제가 없을 때 202 00:22:23,955 --> 00:22:28,604 몰래 아씨를 보러왔죠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어요 203 00:22:29,768 --> 00:22:35,087 - 집안에 못 들어가서 큰일은 면했지만 - 난 츠가와랑 달라 204 00:22:36,933 --> 00:22:38,479 그럴까요 205 00:22:39,581 --> 00:22:42,588 남자는 마음을 놓을 수 없어요 206 00:22:45,742 --> 00:22:47,845 여자야말로 못 믿겠다 207 00:22:48,723 --> 00:22:50,660 여자를 믿은 탓에 208 00:22:51,105 --> 00:22:52,902 아주 난처해졌어 209 00:23:16,730 --> 00:23:18,350 어디 갔었소? 210 00:23:19,191 --> 00:23:20,535 손님이 왔었소 211 00:23:20,568 --> 00:23:22,536 - 손님? - '마사에'라고 212 00:23:22,874 --> 00:23:24,105 마사에? 213 00:23:24,215 --> 00:23:27,715 모르면 치구사의 여동생이라고 전하랬소 214 00:23:27,785 --> 00:23:28,926 치구사 215 00:23:29,147 --> 00:23:32,084 됐네 지금 없다고 해주게 216 00:23:36,808 --> 00:23:37,957 거기! 217 00:23:42,191 --> 00:23:47,234 - 사하치, 뭐해, 누워 있어야지 - 네, 잠시만 218 00:23:47,923 --> 00:23:51,368 선생님 우리가 적당히 하래도 219 00:23:51,393 --> 00:23:56,038 저걸로 벌어서 환자들에게 먹을거리를 사주고 있어요 220 00:23:56,063 --> 00:23:59,095 자기 죽이나 약까지 몰래 준다니까요 221 00:23:59,120 --> 00:24:03,673 자기도 피골이 상접한 주제에 진짜로 열불나 222 00:24:04,032 --> 00:24:08,829 죄송합니다 이제 곧 끝납니다 223 00:24:14,301 --> 00:24:16,531 정말 구제 불능 천지야 224 00:24:35,248 --> 00:24:40,348 어찌할 셈이오?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작정이오? 225 00:24:43,645 --> 00:24:44,991 그런 226 00:24:45,178 --> 00:24:49,819 응석 부리는 듯한 반항은 누구도 동정하지 않소 227 00:24:50,628 --> 00:24:54,503 게다가 소장님은 절대로 마음을 바꿀 리 없소 228 00:24:56,950 --> 00:25:01,803 잘 생각해 보시오 손해 보는 건 선생 자신일 뿐이오 229 00:25:07,667 --> 00:25:12,826 츠가와는 그만뒀고 소장님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시오 230 00:25:14,412 --> 00:25:18,713 소장님은 회진하느라 밤중에도 쉴 틈이 없소이다 231 00:25:20,276 --> 00:25:22,237 그런 줄도 모르고 232 00:25:25,406 --> 00:25:26,774 소장님은 233 00:25:27,483 --> 00:25:31,474 오래전부터 더 나은 의사를 원하셨소 234 00:25:32,005 --> 00:25:36,904 진료소에는 솜씨 좋은 전심전력하는 의사가 필요하다고 235 00:25:37,725 --> 00:25:39,441 늘 말씀하셨소 236 00:25:40,883 --> 00:25:42,771 츠가와는 글렀다며 237 00:25:43,414 --> 00:25:46,451 그만큼 그쪽에 큰 기대를 거셨소 238 00:25:47,167 --> 00:25:49,599 내게 바란 건 따로 있소 239 00:25:50,838 --> 00:25:52,318 잘 알 텐데 240 00:25:52,607 --> 00:25:55,076 대체 그게 뭐요? 241 00:25:55,193 --> 00:25:59,630 소장은 내 노트와 도록 그게 탐나서 날 불렀소 242 00:26:00,654 --> 00:26:05,233 소장이 그것들을 받자마자 날 무시하는 게 그 증거요 243 00:26:05,489 --> 00:26:09,262 의사복도 안 입고 놀아도 모르는 척하잖소 244 00:26:10,145 --> 00:26:11,545 선생님 245 00:26:12,661 --> 00:26:15,849 - 선생님, 선생님 - 뭐야? 246 00:26:19,263 --> 00:26:22,677 - 아씨가, 아씨가... - 왜 그래? 247 00:26:23,591 --> 00:26:25,417 - 달아났어요 - 뭐라! 248 00:26:25,478 --> 00:26:29,685 깜빡하고 자물통에 열쇠를 꽂아두고 왔는데 249 00:27:43,862 --> 00:27:45,323 부탁입니다 250 00:27:46,989 --> 00:27:49,089 저를 구해주세요 251 00:27:51,315 --> 00:27:52,558 저는 252 00:27:53,925 --> 00:27:56,698 사실은 미치지 않았어요 253 00:28:02,029 --> 00:28:04,269 제 얘기를 들어주세요 254 00:28:07,422 --> 00:28:08,754 당신은 255 00:28:09,645 --> 00:28:12,465 여기 새로 오신 의사시죠? 256 00:28:14,534 --> 00:28:16,604 오스기가 그랬어요 257 00:28:21,635 --> 00:28:25,188 쥐색 옷을 입은 이곳 의사는 싫어요 258 00:28:25,820 --> 00:28:28,867 제 얘기를 경청해주지 않아요 259 00:28:32,698 --> 00:28:33,963 하지만 260 00:28:35,024 --> 00:28:37,868 선생님은 경청해주실 거죠? 261 00:28:51,483 --> 00:28:53,006 제가 262 00:28:55,692 --> 00:28:58,694 가게 사람을 죽이긴 했어요 263 00:29:01,276 --> 00:29:02,350 하지만 264 00:29:04,139 --> 00:29:06,944 거기에는 속사정이 있어요 265 00:29:12,781 --> 00:29:14,248 저는 266 00:29:18,030 --> 00:29:19,866 어렸을 때 267 00:29:24,918 --> 00:29:28,108 남자에게 당한 적이 있어요 268 00:29:31,488 --> 00:29:36,418 하지만 이런 얘기는 여자 입으로 못하겠어요 269 00:29:37,544 --> 00:29:41,129 나는 의사야 부끄러워할 거 없어 270 00:29:48,459 --> 00:29:50,123 저는 271 00:29:52,365 --> 00:29:54,380 아홉 살 때 272 00:29:57,240 --> 00:29:59,280 늙은 지배인에게 273 00:29:59,639 --> 00:30:01,810 욕을 당했어요 274 00:30:03,795 --> 00:30:04,834 그리고 275 00:30:06,263 --> 00:30:08,809 만일 남한테 말하면 276 00:30:09,572 --> 00:30:12,217 죽여버린다고 위협했어요 277 00:30:16,649 --> 00:30:18,244 그 지배인은 278 00:30:19,857 --> 00:30:24,334 가게 돈을 가로채다가 결국 가게에서 쫓겨났어요 279 00:30:25,999 --> 00:30:27,412 하지만 280 00:30:28,301 --> 00:30:31,513 그 사이에 수없이 저를 농락했고 281 00:30:31,931 --> 00:30:33,494 그때마다 282 00:30:34,064 --> 00:30:39,287 남한테 얘기하면 죽인다 죽여버린다고 협박했어요 283 00:30:45,852 --> 00:30:47,564 그러고 나서 284 00:30:49,822 --> 00:30:56,069 - 아니, 도저히 말 못 하겠어요 - 계속해, 다 털어놔 봐 285 00:31:07,775 --> 00:31:09,845 열한 살 때 286 00:31:11,956 --> 00:31:14,267 똑같은 일을 당했어요 287 00:31:15,376 --> 00:31:17,064 창고 안에서 288 00:31:17,884 --> 00:31:19,595 일꾼에게 289 00:31:21,212 --> 00:31:22,705 그리고 290 00:31:23,133 --> 00:31:27,413 그 남자도 발설하면 죽인다고 했어요 291 00:31:28,765 --> 00:31:32,954 그리고 다음날도 오라고 했어요 292 00:31:35,288 --> 00:31:37,996 저는 시킨 대로 했어요 293 00:31:38,308 --> 00:31:41,331 안 가면 죽일 것 같아서요 294 00:31:54,310 --> 00:31:56,172 날 죽일 거야 295 00:31:57,572 --> 00:31:59,172 날 죽일 거야 296 00:32:09,682 --> 00:32:12,869 날 죽일 거야, 죽일 거야 297 00:32:13,285 --> 00:32:14,558 죽일... 298 00:32:15,932 --> 00:32:18,033 - 죽일 거야 - 진정해 299 00:32:19,775 --> 00:32:22,158 무서워, 무서워 300 00:32:24,493 --> 00:32:25,947 진정해 301 00:32:26,518 --> 00:32:29,549 날 죽일 거야, 날 죽일 거야 302 00:32:30,977 --> 00:32:32,244 무서워 303 00:32:32,605 --> 00:32:34,174 진정해 304 00:32:39,728 --> 00:32:43,127 제발 절 구해주세요 305 00:32:43,431 --> 00:32:47,095 - 제발 - 진정해, 진정하고 다 털어놔 306 00:32:52,974 --> 00:32:54,928 열일곱 살 때 307 00:32:56,993 --> 00:33:00,998 가게 직원이 처음으로 제 침실로 숨어든 날 308 00:33:02,287 --> 00:33:07,764 드디어 나는 살해된다 이번에는 정말 살해된다 309 00:33:10,665 --> 00:33:14,827 저는 부지불식간에 비녀를 310 00:33:15,413 --> 00:33:16,709 이... 311 00:33:33,091 --> 00:33:34,936 가게 직원은 312 00:33:35,615 --> 00:33:38,920 다가와서 내 옆에 눕더니 313 00:33:39,630 --> 00:33:42,123 나를 이렇게 안았어 314 00:33:45,576 --> 00:33:50,803 너 같은 말을 하면서 이런 식으로 315 00:33:55,863 --> 00:34:01,707 그때 나는 생각했어 내가 죽느니 상대를 죽이자고 316 00:34:01,848 --> 00:34:05,893 이 비녀를 박았지 바로 이쯤에 317 00:35:11,995 --> 00:35:15,665 그냥 그대로 있게 가만히 누워 있어 318 00:35:18,750 --> 00:35:20,316 비녀는 319 00:35:20,659 --> 00:35:25,197 동맥을 빗겨 나 목덜미 근육을 긁었을 뿐이다 320 00:35:25,644 --> 00:35:27,899 하루쯤 누워 있으면 낫겠지 321 00:35:29,472 --> 00:35:34,736 내가 조금만 늦게 왔어도 너는 죽은 목숨이야 322 00:35:35,127 --> 00:35:36,299 보게 323 00:35:37,947 --> 00:35:39,675 나도 당했다 324 00:35:39,956 --> 00:35:42,823 그년은 다섯 번이나 들러붙었어 325 00:35:44,085 --> 00:35:47,572 체질이 선천적으로 비정상이야 326 00:35:48,533 --> 00:35:52,604 너도 들었지 그년의 어릴 적 얘기 327 00:35:53,432 --> 00:35:54,768 그런데 328 00:35:55,112 --> 00:35:59,604 어릴 때 그 여자처럼 당한 여자는 적지 않네 329 00:36:00,540 --> 00:36:01,980 됐으니까 330 00:36:03,065 --> 00:36:04,605 누워 있게 331 00:36:06,651 --> 00:36:07,894 어서 332 00:36:24,826 --> 00:36:28,109 너는 술에 취했던 거야 333 00:36:28,961 --> 00:36:30,576 게다가 334 00:36:30,767 --> 00:36:35,686 남자는 미녀에게 약하지 그뿐이야 335 00:36:36,483 --> 00:36:41,788 그러니 너무 자책하진 말되 다시는 그러지 말게 336 00:38:06,933 --> 00:38:09,770 북쪽 1호실로 바로 가시게 337 00:38:10,837 --> 00:38:12,449 명령인가? 338 00:38:12,938 --> 00:38:16,176 소장님이 부르시오 가기 싫소? 339 00:38:19,317 --> 00:38:23,035 갈아입으시오 옷이 더러워지니까 340 00:38:35,936 --> 00:38:37,874 진찰해 보게 341 00:39:20,141 --> 00:39:23,973 이미 의식불명입니다 한 시간도 못 버팁니다 342 00:39:25,711 --> 00:39:30,207 이게 병력이니까 읽고서 병명을 말해봐라 343 00:39:48,438 --> 00:39:50,955 - 위암입니다 - 아냐 344 00:39:52,493 --> 00:39:55,525 자네 노트에도 실례가 있다 345 00:39:56,611 --> 00:40:00,773 암 종류는 맞지만 이자에 생긴 것이다 346 00:40:01,298 --> 00:40:02,742 이자 347 00:40:02,914 --> 00:40:06,532 즉 췌장은 움직이지 않는 장기니까 348 00:40:06,742 --> 00:40:09,344 암이 생겨도 통증이 없다 349 00:40:10,117 --> 00:40:14,541 통증이 느껴지면 이미 타 장기로 전이된 상태야 350 00:40:16,275 --> 00:40:19,228 따라서 손쓸 방법이 없다 351 00:40:20,144 --> 00:40:23,367 아주 드문 경우니까 잘 기억해두게 352 00:40:23,835 --> 00:40:27,666 - 이 병은 치료법이 없는 겁니까? - 없네 353 00:40:28,494 --> 00:40:33,142 이 질병뿐 아니라 온갖 질병에 치료법 따위는 없네 354 00:40:46,122 --> 00:40:48,865 의술이라지만 한심한 거야 355 00:40:52,824 --> 00:40:55,983 의사는 그 증상과 경과를 아니까 356 00:40:56,240 --> 00:40:59,998 생명력이 강한 개체는 얼마쯤 도울 수 있다 357 00:41:00,838 --> 00:41:03,280 하지만 그게 전부다 358 00:41:07,488 --> 00:41:12,168 현재 우리에게 가능한 일은 빈곤과 무지와의 전쟁이다 359 00:41:12,246 --> 00:41:15,717 그로써 의술의 부족함을 보충하는 수밖에 360 00:41:19,983 --> 00:41:22,444 이건 정치문제란 뜻이다 361 00:41:22,877 --> 00:41:25,108 누구나 말은 잘하지 362 00:41:25,748 --> 00:41:30,464 근데 이제껏 정치가 빈곤과 무지에 대처한 적 있는가 363 00:41:30,623 --> 00:41:35,897 인간을 빈곤과 무지에서 구하자는 법령이 한 번이라도 나왔나 364 00:41:36,693 --> 00:41:41,467 - 그 때문에 막부가 돈을 들여 여기를... - 없는 것보단 낫지 365 00:41:41,630 --> 00:41:44,612 하지만 땜질에 불과하다 366 00:41:44,864 --> 00:41:50,043 빈곤과 무지를 해결하면 질병 대부분은 일어나지도 않아 367 00:41:50,925 --> 00:41:54,249 아니 질병의 이면에는 368 00:41:54,638 --> 00:41:57,866 인간의 무서운 불행이 언제나 도사린다 369 00:42:05,932 --> 00:42:09,063 이 로쿠스케는 칠기 장인이었지 370 00:42:09,383 --> 00:42:12,633 그 방면에서 꽤 유명했던 모양이야 371 00:42:13,953 --> 00:42:19,853 근데 여인숙에서 실려 왔는데 찾는 사람도 하나 없고 372 00:42:20,346 --> 00:42:22,791 본인도 아무 말 없고 373 00:42:23,205 --> 00:42:27,877 물어도 묵묵부답 오늘까지 한 마디도 없었다 374 00:42:29,081 --> 00:42:31,716 힘들다는 말조차 없었다 375 00:42:33,400 --> 00:42:37,763 분명 뿌리 깊은 고통을 품고 있는 거겠지 376 00:42:44,712 --> 00:42:48,362 선생님, 응급환자입니다 여자 일꾼입니다 377 00:42:48,387 --> 00:42:53,207 낙상으로 하반신이 중상입니다 저로서는 역부족입니다 378 00:42:53,348 --> 00:42:54,520 알겠네 379 00:43:12,121 --> 00:43:16,105 인간의 일생 가운데 임종만큼 장엄한 건 없네 380 00:43:16,233 --> 00:43:18,176 그걸 잘 봐두게 381 00:44:59,830 --> 00:45:05,237 바깥 3호실로 가세요, 여긴 제가 보죠 봉합 수술을 도와 달래요 382 00:45:40,711 --> 00:45:42,321 발을 붙들어 383 00:45:51,000 --> 00:45:53,721 마취시켰지만 발광할지 몰라 384 00:45:54,125 --> 00:45:56,446 차이지 않도록 조심해 385 00:46:11,285 --> 00:46:12,301 바늘 386 00:46:19,520 --> 00:46:23,332 눈 돌리지 말고 봉합하는 걸 잘 봐 387 00:46:27,804 --> 00:46:32,273 꽉 잡아, 다리를 고정해 무릎을 더 벌려 388 00:46:55,086 --> 00:46:58,726 밑으로 창자가 나왔다 어서 밀어 넣어 389 00:47:08,438 --> 00:47:11,055 임마, 정신 차려! 390 00:47:19,103 --> 00:47:22,377 나도 첫 수술 때 기절했었소 391 00:47:22,727 --> 00:47:26,541 걱정 마시오 하다 보면 익숙해지니까 392 00:47:27,049 --> 00:47:30,937 임종조차 소장님처럼 바라볼 수 없었소 393 00:47:31,312 --> 00:47:33,400 임종이 장엄하다니 394 00:47:34,283 --> 00:47:36,900 내게는 그저 추악할 뿐이오 395 00:47:39,147 --> 00:47:40,900 로쿠스케는 죽었소? 396 00:47:41,642 --> 00:47:43,033 그렇소 397 00:47:43,533 --> 00:47:45,853 결국 아무 말 없이 398 00:47:49,073 --> 00:47:52,325 로쿠스케의 죽음이 장엄하게 느껴지오? 399 00:47:53,135 --> 00:47:57,448 나는 병자의 고통과 죽음을 접하면 두렵소 400 00:47:58,338 --> 00:48:01,505 소장님은 보는 눈이 다르오 401 00:48:02,267 --> 00:48:07,754 병자의 몸을 진단하는 동시에 그 인간의 마음도 진단하시오 402 00:48:08,703 --> 00:48:10,630 로쿠스케의 경우 403 00:48:11,065 --> 00:48:15,107 그 침묵 속에서 끔찍한 불행을 통찰하셨겠죠 404 00:48:15,635 --> 00:48:18,588 그래서 그런 말씀을 하셨을 거요 405 00:48:21,217 --> 00:48:23,037 나는 말이오 406 00:48:23,463 --> 00:48:27,496 언젠가 그 경지에 다다르기를 바라고 있소 407 00:48:30,089 --> 00:48:31,433 실례 408 00:48:33,964 --> 00:48:36,596 오늘은 유난히 바쁘군요 409 00:48:36,809 --> 00:48:41,697 수술을 겨우 마쳤는데 이번엔 사하치 차례요 410 00:48:42,947 --> 00:48:45,151 그렇게 타일렀는데 411 00:48:45,432 --> 00:48:47,723 또 일하다 쓰러졌소 412 00:48:48,705 --> 00:48:51,176 북쪽 3호실에 눕혔는데 413 00:48:51,769 --> 00:48:54,660 이번에는 어려울 듯하오 414 00:49:07,652 --> 00:49:09,175 같이 가죠 415 00:49:21,022 --> 00:49:24,593 사하치 죽지 마라 416 00:49:24,981 --> 00:49:26,988 정신 차려 417 00:49:27,180 --> 00:49:31,898 - 사하치 - 사하치, 사하치, 사하치 418 00:49:33,119 --> 00:49:37,788 사이치를 계속 일 시켜서 얻어먹고 싶어서 그런 거지 419 00:49:38,233 --> 00:49:40,218 그런 거 아냐 420 00:49:41,066 --> 00:49:46,952 사하치는, 신이나 부처님이 환생한 좋은 녀석이야 421 00:49:47,077 --> 00:49:49,217 그럼 그렇지 422 00:49:49,311 --> 00:49:54,764 어디든 좋은 데가 널렸는데 하필 이런 데서 죽다니 423 00:49:55,006 --> 00:49:56,804 참담할 뿐이야 424 00:49:57,148 --> 00:49:58,873 알았어, 알았어 425 00:49:59,077 --> 00:50:04,989 아무튼 당신들도 누워 있어야 하잖아 어서들 돌아가 426 00:50:10,099 --> 00:50:11,537 내가 있겠다 427 00:50:11,849 --> 00:50:13,482 너희들도 돌아가라 428 00:50:13,771 --> 00:50:16,005 지금은 안정이 최고야 429 00:50:34,978 --> 00:50:40,561 모리 선생님 말을 안 들어서 죄송합니다 430 00:50:41,268 --> 00:50:44,103 모리 선생은 지금 회진 중이라 431 00:50:47,537 --> 00:50:52,291 - 이번에 새로 오신 선생님이세요? - 그래 432 00:50:55,185 --> 00:51:01,155 그런데 선생님은 왜 병원복을 안 입으세요? 433 00:51:01,532 --> 00:51:04,998 그건 생명을 구하는 옷입니다 434 00:51:06,173 --> 00:51:07,501 어째서? 435 00:51:07,757 --> 00:51:15,295 그것을 보면, 진료소 선생님임을 바로 알 수 있습니다 436 00:51:15,829 --> 00:51:19,139 의사를 부를 수 없는 빈자라도 437 00:51:19,765 --> 00:51:27,194 그 옷을 입은 선생님이라면 안심하고 부를 수 있습니다 438 00:51:32,857 --> 00:51:34,570 선생님 439 00:51:35,068 --> 00:51:43,467 저는 더는 못 버틸 듯합니다 이제 얼마 안 남았다면 440 00:51:43,627 --> 00:51:51,147 마지막을 들어주셨으면 하는 철없는 부탁이 있습니다 441 00:51:55,357 --> 00:51:58,428 사하치, 사하치 442 00:51:59,956 --> 00:52:02,087 - 소장님은? - 숙소 443 00:52:02,202 --> 00:52:04,566 로쿠스케 딸이 찾아왔네 444 00:52:05,324 --> 00:52:06,933 별일이군 445 00:52:07,290 --> 00:52:13,228 방금 막 죽었는데 이제야 아이 셋을 데리고 나타나다니 446 00:52:15,176 --> 00:52:21,120 자 먹어라, 먹으라니까 사양할 거 없다, 어서 447 00:52:21,550 --> 00:52:25,716 내가 있으니까 못 먹는구나 그럼 난 갈게 448 00:53:12,319 --> 00:53:17,805 사하치가 소장님께 청합니다 죽기 전에 자기 집에 가고 싶답니다 449 00:53:26,758 --> 00:53:28,125 그날은 450 00:53:32,867 --> 00:53:37,133 바람이 정말 차가운 날이었습니다 451 00:53:42,331 --> 00:53:44,160 동상 걸린 곳이 452 00:53:46,172 --> 00:53:48,117 아팠던 게 453 00:53:49,939 --> 00:53:51,891 기억납니다 454 00:53:55,894 --> 00:53:58,908 제가 문 앞에서 놀고 있는데 455 00:54:00,010 --> 00:54:02,213 남자가 다가와서 456 00:54:04,114 --> 00:54:10,213 자신이 제 아버지라며 같이 집에 가자고 했습니다 457 00:54:16,317 --> 00:54:18,047 얼굴은 창백했고 458 00:54:20,250 --> 00:54:23,344 억지로 상냥한 미소 지으며 459 00:54:24,812 --> 00:54:27,218 내 어깨를 잡고는 460 00:54:32,458 --> 00:54:34,958 같이 집에 가자꾸나 461 00:54:36,033 --> 00:54:39,247 너는 내 소중한 외동딸이다 462 00:54:39,560 --> 00:54:42,544 내 하나뿐인 딸이다 463 00:54:45,141 --> 00:54:46,579 하지만 저는 464 00:54:47,344 --> 00:54:49,680 아직 어린애였고 465 00:54:50,693 --> 00:54:54,992 겁을 먹고 아버지를 밀치고 집 안으로 도망쳤습니다 466 00:54:58,307 --> 00:54:59,509 그 무렵 467 00:55:00,515 --> 00:55:06,818 저는 어머니와 친척이라는 청년과 같이 살았습니다 468 00:55:09,867 --> 00:55:12,164 전 아무것도 몰랐어요 469 00:55:12,628 --> 00:55:18,437 그 청년이 어머니와 눈이 맞아 도망친 아버지의 제자란 것을 470 00:55:19,138 --> 00:55:20,302 사실 471 00:55:21,578 --> 00:55:23,599 내막을 안 것은 472 00:55:24,383 --> 00:55:27,974 제가 그 남자와 맺어진 뒤입니다 473 00:55:29,279 --> 00:55:32,005 모친의 남자를 남편으로? 474 00:55:34,133 --> 00:55:35,680 어머니는 475 00:55:36,305 --> 00:55:38,298 이미 마흔이 넘어서 476 00:55:39,280 --> 00:55:42,999 그렇게라도 해서 그 남자를 붙들고 싶었겠죠 477 00:55:50,416 --> 00:55:51,904 그런데 어느 날 478 00:55:54,896 --> 00:55:57,082 이 눈으로 봤습니다 479 00:56:01,737 --> 00:56:03,864 그 얘기는 그만하게 480 00:56:04,580 --> 00:56:08,302 그래서 모친은 어떻게 됐나? 481 00:56:10,289 --> 00:56:12,153 죽었습니다 482 00:56:13,643 --> 00:56:16,755 저한테 남편과의 관계를 들키자 483 00:56:17,137 --> 00:56:21,113 바로 가출해서 상점에서 더부살이했죠 484 00:56:24,819 --> 00:56:27,757 남편과는 계속 만난 것 같고 485 00:56:28,366 --> 00:56:32,432 남편도 엄마한테 돈을 받아 빈둥거리기만 했습니다 486 00:56:33,623 --> 00:56:35,279 엄마는 487 00:56:35,965 --> 00:56:38,770 죽을 때 남편을 찾았지만 488 00:56:39,552 --> 00:56:42,294 저를 찾지는 않았답니다 489 00:56:44,682 --> 00:56:46,217 엄마는 490 00:56:46,763 --> 00:56:50,297 스스로 자기 남자를 딸에게 맺어주면서도 491 00:56:51,270 --> 00:56:54,656 제가 밉고 또 미웠던 거죠 492 00:56:56,437 --> 00:56:57,875 저도 493 00:56:59,148 --> 00:57:02,117 엄마 무덤이 어딘지 모릅니다 494 00:57:02,984 --> 00:57:05,648 집에 불단도 두지 않았어요 495 00:57:13,880 --> 00:57:16,271 저도 짐승입니다 496 00:57:17,162 --> 00:57:21,623 그런 자임을 알면서도 그 남자와 몸을 섞고 497 00:57:22,871 --> 00:57:25,599 애를 셋이나 나았으니까요 498 00:57:30,208 --> 00:57:33,652 부친과는 다시 만났나? 499 00:57:40,678 --> 00:57:42,805 엄마가 죽고 나서 500 00:57:44,224 --> 00:57:47,660 얼마 뒤 슬며시 찾아오셨습니다 501 00:57:51,738 --> 00:57:54,152 몰라볼 만큼 늙어서 502 00:57:56,039 --> 00:57:58,667 머리카락도 새하얗습니다 503 00:58:01,830 --> 00:58:04,207 벌벌 떨면서 말씀하셨죠 504 00:58:05,901 --> 00:58:07,965 나랑 같이 가자 505 00:58:08,363 --> 00:58:11,184 손주 셋도 같이 가자 506 00:58:14,441 --> 00:58:17,856 하지만 저는 일부러 아버지를 내쫓았습니다 507 00:58:19,808 --> 00:58:22,598 제 일은 내버려 두라고 했죠 508 00:58:23,741 --> 00:58:26,754 무슨 낯으로 아빠한테 가겠어요 509 00:58:27,276 --> 00:58:34,262 아빠한테 엄마와 딸을 빼앗은 그 남자의 자식들을 어떻게 데려가나요 510 00:58:50,078 --> 00:58:51,555 아버지 511 00:58:53,203 --> 00:58:56,539 - 죽을 때 힘들어하셨나요? - 아니 512 00:58:57,382 --> 00:58:59,851 편안하게 잘 가셨네 513 00:59:01,016 --> 00:59:02,898 그러셔야죠 514 00:59:04,851 --> 00:59:06,984 당연히 그래야죠 515 00:59:09,324 --> 00:59:11,133 그렇지 않으면 516 00:59:15,046 --> 00:59:18,218 아버지의 삶은 너무 비참하니까요 517 00:59:50,419 --> 00:59:51,829 그런데 518 00:59:52,586 --> 00:59:54,134 그 사람은 519 00:59:54,449 --> 01:00:00,481 엄마가 죽고 돈줄이 끊기자 이웃들을 괴롭히고 520 01:00:00,626 --> 01:00:03,547 술에 취하면 막말을 해댑니다 521 01:00:04,726 --> 01:00:09,076 외동딸이니까 아빠한테서 돈을 받아오라는 둥 522 01:00:09,216 --> 01:00:12,704 외동딸과 손주들이 굶주리는데 외면한다는 둥 523 01:00:12,873 --> 01:00:16,380 아빠는 피도 눈물도 없다는 둥 524 01:00:17,778 --> 01:00:19,477 저는 525 01:00:21,302 --> 01:00:24,654 애들을 위해 계속 참아왔지만 526 01:00:28,857 --> 01:00:31,422 참는 데도 한계가 있습니다 527 01:00:34,284 --> 01:00:37,269 아빠의 인생을 망친 장본인이 528 01:00:37,683 --> 01:00:40,573 장인한테 돈을 받아오라니 529 01:00:40,659 --> 01:00:41,847 그건 530 01:00:42,464 --> 01:00:45,529 절대 해서는 안 될 말이었어요 531 01:00:45,753 --> 01:00:47,316 그래서 저는 532 01:00:50,851 --> 01:00:52,312 알았다 533 01:00:54,572 --> 01:00:57,468 그래서 남편을 찔렀다는 거지 534 01:00:58,312 --> 01:01:03,261 아버지한테 애들을 맡기고 바로 자수할까 했습니다 535 01:01:04,808 --> 01:01:06,423 아버지가 536 01:01:07,628 --> 01:01:11,308 힘들면 찾으라며 알려준 여인숙에 가 보니 537 01:01:13,206 --> 01:01:16,323 병 들어서 진작 떠났다고 했어요 538 01:01:18,964 --> 01:01:20,801 여기 와보니까 539 01:01:23,434 --> 01:01:25,614 저는 앞으로 어쩌죠? 540 01:01:27,669 --> 01:01:32,731 걱정하지 마 팔을 찌른 게 중형감은 아니다 541 01:01:34,907 --> 01:01:37,239 아니, 그건 사고야 542 01:01:38,950 --> 01:01:45,184 취한 남편이 식칼을 휘둘렀고 그걸 뺏으려다가 실수로 찌른 거지 543 01:01:45,294 --> 01:01:47,286 바로 그거야 544 01:01:48,426 --> 01:01:51,067 이런 일은 흔한 일이지 545 01:01:53,614 --> 01:01:57,979 다행히 북촌 행정관 시마다 이치고는 내가 알고 546 01:02:00,010 --> 01:02:02,713 녀석의 약점도 잡고 있다 547 01:02:03,823 --> 01:02:08,088 그래, 나랑 같이 가서 바로 자수해 548 01:02:08,965 --> 01:02:10,408 애들은 549 01:02:11,471 --> 01:02:13,690 애들은 어떻게 하죠? 550 01:02:14,252 --> 01:02:15,940 애들이라 551 01:02:18,612 --> 01:02:21,924 그래 고헤지 집에 맡기지 552 01:02:23,010 --> 01:02:27,283 무지노 다가구주택의 관리인으로 부인도 좋지 553 01:02:31,900 --> 01:02:36,346 너는 사하치와 같이 애들을 데리고 거기로 가라 554 01:02:36,408 --> 01:02:39,010 행정관 보고 바로 가겠다 555 01:02:44,522 --> 01:02:47,923 사하치, 사하치 556 01:02:57,390 --> 01:03:00,180 오나카, 오나카 557 01:03:00,976 --> 01:03:02,898 내려오려고? 558 01:03:02,984 --> 01:03:07,354 안 와도 돼, 바로 갈게 559 01:03:07,890 --> 01:03:10,550 오래 안 걸릴 거야 560 01:03:28,934 --> 01:03:33,061 - 여보, 큰일이야, 애들이 도망가 - 뭐라 561 01:03:33,793 --> 01:03:36,223 맡았으면 잘 지켜야지 562 01:03:37,739 --> 01:03:40,910 신경 좀 써 너 때문에 다 젖었잖아 563 01:03:41,098 --> 01:03:42,163 받아 564 01:03:56,921 --> 01:04:00,948 - 여기 빈방이 하나 남았다던데 - 네 565 01:04:01,105 --> 01:04:03,589 이 가족에게 빌려주지 않겠나? 566 01:04:04,502 --> 01:04:07,533 - 내가 보증을 서지 - 네 567 01:04:12,440 --> 01:04:15,456 그런데 사하치는 어때? 568 01:04:15,545 --> 01:04:17,257 신열이 있고 569 01:04:17,406 --> 01:04:21,515 헛소리만 하는데 여자랑 얘기하고 있습죠 570 01:04:21,674 --> 01:04:24,644 녀석한테 여자는 없을 텐데요 571 01:04:26,686 --> 01:04:29,318 비켜, 비켜, 비켜봐 572 01:04:29,351 --> 01:04:32,793 - 안 돼, 안 돼, 들어오지 마 - 왜 안 되는데 573 01:04:32,859 --> 01:04:38,632 나랑 사하치는 이 집에서 가장 오래된 세입자야, 그 사하치가 574 01:04:38,664 --> 01:04:42,834 사하치가 죽어가는데 내가 만나야지 575 01:04:42,867 --> 01:04:45,664 일단 술부터 깨고 와 576 01:04:45,689 --> 01:04:51,807 - 분별도 못 하잖아, 헤키치 - 잡지 마, 잔소리 그만해, 시끄러 577 01:04:54,312 --> 01:04:58,615 나는 아홉 살 때부터 마시기 시작해서 578 01:04:58,724 --> 01:05:03,123 지금까지 술기운이 가신 적 없는 놈이야 579 01:05:03,412 --> 01:05:10,151 안 취했을 때면 몰라도 취했을 때 분별을 잃은 적은 없어 580 01:05:18,683 --> 01:05:23,175 - 관둬 - 조용히 해, 조용히 해 581 01:05:42,365 --> 01:05:43,774 사하치 582 01:05:48,186 --> 01:05:50,569 붉은수염은 어디 갔어? 583 01:05:50,889 --> 01:05:52,820 선생님은 곧 오시네 584 01:05:56,851 --> 01:06:01,400 - 그쪽도 진료소 선생이오? - 응 585 01:06:03,182 --> 01:06:04,548 나는 586 01:06:04,792 --> 01:06:10,307 나는 병졸이었고 붉은수염 선생과는 안 지 오래야 587 01:06:14,920 --> 01:06:18,057 언젠가 붉은수염이 이랬었지 588 01:06:19,752 --> 01:06:23,412 과음하다가 숨이 막혀서 나자빠졌을 때야 589 01:06:23,585 --> 01:06:26,648 두 눈을 부라리면서 590 01:06:27,768 --> 01:06:31,628 술병에 걸 돈이 있으면 591 01:06:31,706 --> 01:06:35,331 처자식 먹일 생각을 하랬지 592 01:06:35,393 --> 01:06:38,952 나, 나하고 장난하냐고 593 01:06:39,143 --> 01:06:42,468 처자식을 생각하면 말이야 594 01:06:42,674 --> 01:06:45,851 당장에 술이 필요하거든 595 01:06:46,585 --> 01:06:49,429 부자나 식자 놈들은 596 01:06:50,218 --> 01:06:54,018 이런 사정을 모르니까 도움이 안 돼 597 01:06:54,079 --> 01:06:56,330 - 헤키치 - 왜? 598 01:06:56,399 --> 01:07:00,899 - 누가 나한테 잔소리야 - 작작해라! 환자 앞에서 599 01:07:00,952 --> 01:07:02,437 뭐라? 600 01:07:15,829 --> 01:07:18,112 집주인 엿 먹어라 601 01:07:18,550 --> 01:07:21,341 붉은수염은 돌팔이 602 01:07:21,677 --> 01:07:25,231 사하치를 제대로 고쳤어야지 603 01:07:25,309 --> 01:07:31,043 쟤도 사하치가 너무 염려돼서 저렇게 횡설수설하는 겁니다 604 01:07:31,139 --> 01:07:35,138 이제 다들 돌아가 이렇게 모여있어 봤자 605 01:07:35,184 --> 01:07:38,122 - 통풍이 안 될 뿐이야 - 네 606 01:07:38,637 --> 01:07:42,086 그럼 선생님 잘 부탁합니다 607 01:07:42,356 --> 01:07:47,110 사하치는 어떻게든 죽지 않았으면 합니다 608 01:07:47,191 --> 01:07:50,082 자신은 조금도 돌보지 않고 609 01:07:50,309 --> 01:07:55,833 - 그저 모두에게 잘해줬습죠 - 그러려고 병들 때까지 일했고 610 01:07:55,960 --> 01:07:58,973 병든 뒤에도 일했어요 611 01:08:00,558 --> 01:08:05,940 어서들 가, 사하치 겨우 잠들었어 조용히 물러가 612 01:08:06,778 --> 01:08:09,411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613 01:08:09,755 --> 01:08:11,341 살려주세요 614 01:08:22,582 --> 01:08:23,801 선생님 615 01:08:24,767 --> 01:08:28,674 왜 손쓰지 않으십니까? 가망이 없나요? 616 01:08:30,424 --> 01:08:34,197 괜찮은 놈이 또 죽는구나 617 01:08:37,098 --> 01:08:44,244 오늘 진료소에서 로쿠스케라는 노인이 죽었네 아까 데려온 여자의 아버지야 618 01:08:49,829 --> 01:08:54,330 이 10냥은 그 로쿠스케 노인이 남긴 돈인데 619 01:08:54,499 --> 01:08:59,663 - 이걸 밑천으로 정착하도록 돕게나 - 네, 받아두죠 620 01:09:00,072 --> 01:09:01,713 하지만 선생님 621 01:09:01,793 --> 01:09:06,822 그런 데서 죽은 사람이 이런 큰돈을 남기다니요 622 01:09:07,299 --> 01:09:11,269 언제나처럼 무리해서 변통한 돈이죠? 623 01:09:11,332 --> 01:09:14,494 우리 사이에 이런 거 필요 없습니다 624 01:09:15,563 --> 01:09:17,923 무리한 변통은 맞지만 625 01:09:18,235 --> 01:09:22,284 그 돈은 북촌 행정관 시마다 이치고한테 뜯었어 626 01:09:23,095 --> 01:09:24,924 돈뿐 아니라 627 01:09:25,955 --> 01:09:32,689 사실 여자가 바로 방면된 것도 모두 내 비열한 수단 때문이다 628 01:09:35,676 --> 01:09:39,808 시마다는 데릴사위로 마님은 집주인의 딸이다 629 01:09:40,856 --> 01:09:44,594 그런데 시마다는 별장에 첩을 숨겨뒀지 630 01:09:44,708 --> 01:09:46,328 흔한 일이야 631 01:09:46,643 --> 01:09:53,328 그런데 그 마님은 수년째 기울증이라 질투심이 아주 심하지 632 01:09:53,753 --> 01:09:57,058 그래서 넌지시 말을 꺼냈지 633 01:09:57,635 --> 01:10:00,276 행정관한테 첩에 대해 물었지 634 01:10:03,257 --> 01:10:06,628 나는 참으로 나쁜 놈이야 635 01:10:07,609 --> 01:10:10,836 저 여자는 당연히 방면되어야 하고 636 01:10:10,930 --> 01:10:14,656 그 10냥도 마님의 치료비로 볼 수 있지만 637 01:10:14,945 --> 01:10:17,534 어쨌든 남의 약점을 이용했어 638 01:10:18,008 --> 01:10:20,625 내가 비열했던 건 사실이다 639 01:10:22,072 --> 01:10:23,328 야스모토 640 01:10:26,050 --> 01:10:30,784 앞으로 내가 거만하게 굴면 이번 일을 꼭 말해주게 641 01:10:45,935 --> 01:10:47,833 난 돌아간다 642 01:10:54,811 --> 01:10:57,615 사하치는 네가 잘 돌봐줘 643 01:11:05,871 --> 01:11:08,933 {\an8}북촌 행정청 644 01:11:22,414 --> 01:11:26,508 엄청 내리더니 그친 모양입니다 645 01:11:38,189 --> 01:11:41,111 이거 뭐지? 나가 보죠 646 01:11:43,238 --> 01:11:47,900 죄송하지만 물 한 잔 주시겠습니까 647 01:11:59,204 --> 01:12:02,811 - 역시 산사태군 - 큰일 날 뻔했어 648 01:12:02,884 --> 01:12:05,337 하마터면 덮칠 뻔했어 649 01:12:16,970 --> 01:12:18,382 해골이다 650 01:12:20,953 --> 01:12:22,593 그건 말이지 651 01:12:31,479 --> 01:12:34,393 저건 제가 묻었습니다 652 01:12:35,331 --> 01:12:38,292 저의 아내입니다 653 01:12:40,167 --> 01:12:43,347 저를 맞으러 온 겁니다 654 01:12:46,417 --> 01:12:49,784 죄송하지만 모두를 불러주십시오 655 01:12:49,869 --> 01:12:55,198 모든 걸 털어놓고 홀가분하게 죽고 싶습니다 656 01:13:09,610 --> 01:13:11,011 저기요 657 01:13:12,501 --> 01:13:17,988 - 이 우산을 쓰세요 - 어차피 젖었소 658 01:13:18,043 --> 01:13:20,652 하지만 몸에 해로워요 659 01:13:21,849 --> 01:13:23,005 고맙소 660 01:13:25,228 --> 01:13:29,450 이 여자 얘기를 했으면 합니다 661 01:13:32,296 --> 01:13:34,560 이름은 '오나카'인데 662 01:13:37,656 --> 01:13:42,080 우산을 돌려주고 나서도 잊혀지지 않아 663 01:13:42,978 --> 01:13:46,328 근처 논에서 자주 만났습니다 664 01:13:50,891 --> 01:13:52,617 기뻐요 665 01:13:54,220 --> 01:13:56,670 그럼 시집올 거야? 666 01:14:05,115 --> 01:14:08,319 기쁘지만 안 돼 667 01:14:12,001 --> 01:14:13,187 어째서? 668 01:14:14,156 --> 01:14:16,805 왜냐니, 나는 669 01:14:17,312 --> 01:14:20,539 내 몸을 내 맘대로 못 해 670 01:14:21,174 --> 01:14:26,624 동생이 일곱이나 있고 아빠는 병든 몸이고 671 01:14:26,948 --> 01:14:30,086 10년 고용살이에다 급료도 당겨썼고 672 01:14:30,124 --> 01:14:33,695 - 고용살이는 언제까지야? - 일 년 남았어 673 01:14:33,765 --> 01:14:38,734 - 이래저래 빚져서 더 있어야 해 - 빚을 갚으면 되잖아 674 01:14:42,756 --> 01:14:45,045 도리라는 게 있어 675 01:14:46,646 --> 01:14:49,501 너희 가족쯤이야 내가 먹여 살리지 676 01:14:49,572 --> 01:14:53,115 - 그런 게 아니야 - 어떤 도리가 있는 거야 677 01:14:57,819 --> 01:14:59,639 남자 생겼냐? 678 01:15:03,011 --> 01:15:05,917 내가 그런 애로 보여? 679 01:15:08,535 --> 01:15:09,936 미안해 680 01:15:10,925 --> 01:15:12,654 나는 그저 681 01:15:13,597 --> 01:15:15,420 이제 끝내자 682 01:15:16,960 --> 01:15:19,428 어차피 난 안 되니까 683 01:15:24,445 --> 01:15:31,678 하지만 꼭 결혼하고 싶어서 끈질기게 설득했습니다 684 01:15:34,609 --> 01:15:38,672 오나카도 결국 승낙했습니다 685 01:15:42,490 --> 01:15:49,201 그런데 어쩐 일인지 가족에게 저를 소개하려 들지 않았습니다 686 01:15:49,561 --> 01:15:52,600 싫어, 절대로 싫어! 687 01:15:52,709 --> 01:15:54,451 모를 일이네 688 01:15:54,537 --> 01:15:57,866 곧 장인 장모가 되는데 안 만나면 이상하지 689 01:15:58,069 --> 01:15:59,248 이봐 690 01:15:59,342 --> 01:16:03,623 그렇지만, 싫어 지금은 싫어 691 01:16:05,553 --> 01:16:12,873 저도 계속 따져 묻기도 뭐해서 그대로 우리는 부부가 됐습니다 692 01:16:15,985 --> 01:16:19,002 꿈처럼 행복했습니다 693 01:16:23,165 --> 01:16:24,471 그러다 694 01:16:25,688 --> 01:16:29,204 을미년 재앙을 맞았습니다 695 01:16:31,177 --> 01:16:34,713 지진 뒤에 여기저기서 불길이 치솟았고 696 01:16:35,962 --> 01:16:39,322 일터에서 집으로 달려가 보니 697 01:16:41,260 --> 01:16:45,515 우리 집 일대는 다 타버렸고 698 01:17:25,549 --> 01:17:29,372 잔해 속에 오나카가 없음을 알고서야 699 01:17:30,233 --> 01:17:32,933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700 01:17:36,847 --> 01:17:38,777 하지만 그 후로 701 01:17:40,123 --> 01:17:42,863 오나카는 볼 수 없었습니다 702 01:17:45,572 --> 01:17:48,597 처음으로 장인을 찾아갔더니 703 01:17:49,370 --> 01:17:54,448 오나카 같은 건 모르고 오래전에 죽었다고 생각한다며 704 01:17:54,795 --> 01:17:57,214 문전 박대했습니다 705 01:18:01,292 --> 01:18:03,461 이곳에 온 것은 706 01:18:04,304 --> 01:18:08,320 저 역시 오나카의 죽음을 707 01:18:08,773 --> 01:18:13,195 겨우 받아들인 그해 연말입니다 708 01:18:17,931 --> 01:18:23,306 그 뒤로 여러분도 알다시피 이곳에 정착하여 709 01:18:24,706 --> 01:18:28,782 평온한 날이 2년쯤 계속됐습니다 710 01:18:49,014 --> 01:18:51,448 오나카가 살아있다니 711 01:18:53,234 --> 01:18:56,229 게다가 애까지 업고 있다니 712 01:19:44,108 --> 01:19:45,383 당신의 713 01:19:45,960 --> 01:19:47,468 아이지? 714 01:19:49,829 --> 01:19:51,000 네 715 01:19:53,244 --> 01:19:55,397 '타키치'라고 합니다 716 01:19:58,843 --> 01:20:02,023 이제 돌쯤 됐겠군 717 01:20:05,070 --> 01:20:07,093 8개월입니다 718 01:20:12,141 --> 01:20:17,827 마치 억장이 무너지고 심장을 파내는 기분이었습니다 719 01:20:19,776 --> 01:20:26,822 자기 처가 남의 자식을 낳아 눈앞에서 그 애한테 젖을 먹이다니 720 01:20:31,128 --> 01:20:33,552 그런데 웬일인지 721 01:20:34,608 --> 01:20:37,638 그저 측은하기만 했습니다 722 01:20:44,476 --> 01:20:46,851 잘살고 있지? 723 01:20:47,445 --> 01:20:48,633 네 724 01:20:50,672 --> 01:20:54,000 더는 못 만나겠지 725 01:22:24,316 --> 01:22:29,478 그날 이후 엿새 간 그저 술만 마셨습니다 726 01:22:33,804 --> 01:22:37,942 떠나보낼 때 뒤돌아서서 고개 숙이던 모습 727 01:22:43,366 --> 01:22:50,288 그 모습이 떠오르면 불쌍해서 견딜 수 없이 괴롭습니다 728 01:23:40,553 --> 01:23:43,873 누구한테 듣고 온 거야? 729 01:23:44,381 --> 01:23:48,873 감독한테요 그분한테 많이 들었어요 730 01:23:49,591 --> 01:23:52,443 식음을 전폐했다면서요 731 01:23:53,068 --> 01:23:54,409 죄송해요 732 01:23:55,221 --> 01:23:57,232 용서해 주세요 733 01:24:02,449 --> 01:24:05,019 용서하실 수 없나요? 734 01:24:06,050 --> 01:24:07,620 모르겠소 735 01:24:08,777 --> 01:24:11,620 나도 내 맘을 모르겠어 736 01:24:13,140 --> 01:24:15,167 당신이 살아있어서 737 01:24:15,651 --> 01:24:17,931 기쁜지 원망스러운지 738 01:24:30,750 --> 01:24:32,146 이유를 739 01:24:33,365 --> 01:24:35,459 들어주시겠어요? 740 01:24:40,029 --> 01:24:43,250 당신이 괴롭지 않다면 741 01:24:49,065 --> 01:24:51,063 불 켜지 마세요 742 01:25:03,992 --> 01:25:05,588 제게는 743 01:25:06,574 --> 01:25:09,275 약혼한 사람이 있었어요 744 01:25:10,542 --> 01:25:13,001 같은 마을 청년으로 745 01:25:14,115 --> 01:25:16,308 열여섯 살 때부터 746 01:25:16,534 --> 01:25:20,104 우리 집 사위가 된다고 말하고는 747 01:25:20,586 --> 01:25:24,314 번 돈을 우리 집에 갖다주던 사람이에요 748 01:25:26,463 --> 01:25:31,747 그 사람은 스무 살이 되자 저를 달라고 했고 749 01:25:32,411 --> 01:25:35,514 부모님은 기꺼이 승낙했어요 750 01:25:35,898 --> 01:25:39,290 그 사람이 좋지도 싫지도 않았지만 751 01:25:40,098 --> 01:25:42,197 그동안 잘해줬으니까 752 01:25:42,722 --> 01:25:45,657 시집가도 괜찮겠지 싶었어요 753 01:25:49,394 --> 01:25:52,288 그때 당신을 만난 거예요 754 01:25:55,115 --> 01:25:56,528 저는 755 01:25:57,101 --> 01:25:59,757 어쩌면 좋을지 몰랐어요 756 01:26:02,187 --> 01:26:04,423 그 사람에게 미안했어요 757 01:26:05,579 --> 01:26:10,134 그렇다고 해서 당신과 헤어질 수도 없고 758 01:26:12,679 --> 01:26:14,291 그러다 저는 759 01:26:14,962 --> 01:26:17,212 마음을 정했어요 760 01:26:19,556 --> 01:26:25,470 받은 은혜는 나중에라도 반드시 갚겠다고 결심하니까 761 01:26:26,836 --> 01:26:31,408 스스로도 놀랄 만큼 과감해져서 762 01:26:32,072 --> 01:26:37,782 부모님이 때리고 애원해도 듣지 않았어요 763 01:26:38,150 --> 01:26:39,963 그랬던 당신이 764 01:26:42,282 --> 01:26:43,662 어째서? 765 01:26:47,410 --> 01:26:50,837 우리 생활이 과하게 행복했어요 766 01:26:51,188 --> 01:26:53,218 그 과분한 행복이 767 01:26:53,736 --> 01:26:58,275 왠지 두려울 정도였어요 저 같은 게 768 01:26:59,173 --> 01:27:05,110 그렇게 행복해도 될 리가 없어 이러다 분명 벌 받을 거야 769 01:27:05,618 --> 01:27:08,696 그런 생각에 늘 두려웠어요 770 01:27:11,875 --> 01:27:12,917 그러다 771 01:27:13,658 --> 01:27:15,346 지진이 났어요 772 01:28:06,283 --> 01:28:08,848 역시 그랬구나 773 01:28:11,659 --> 01:28:13,996 이게 벌이야 774 01:28:17,918 --> 01:28:23,098 내게 주어진 행복은 이미 전부 누리고 말았어 775 01:28:27,189 --> 01:28:28,841 이 지진은 776 01:28:29,262 --> 01:28:32,496 이제 꿈에서 깨라는 계시다 777 01:28:37,815 --> 01:28:39,565 우리 남편도 778 01:28:40,096 --> 01:28:44,330 내가 이 지진으로 죽었다고 믿을 거야 779 01:28:47,275 --> 01:28:48,909 이걸로 780 01:28:50,431 --> 01:28:52,220 끝맺는 거야 781 01:29:00,308 --> 01:29:03,264 끝맺을 때가 온 거야 782 01:29:09,708 --> 01:29:11,881 그렇게 다짐하다가 783 01:29:12,475 --> 01:29:17,350 겨우 정신을 차려보니 그 사람 집 앞에 서 있었어요 784 01:29:18,373 --> 01:29:19,772 알아 785 01:29:20,444 --> 01:29:21,827 안다고 786 01:29:22,829 --> 01:29:26,944 나는 다 알아 그 마음이 어땠는지 787 01:29:27,997 --> 01:29:29,804 그러고서 저는 788 01:29:30,201 --> 01:29:32,375 얼이 빠져서는 789 01:29:33,046 --> 01:29:36,163 어느새 그 사람 것이 됐어요 790 01:29:38,188 --> 01:29:43,061 아사쿠사에서 당신을 만났을 때 눈이 번쩍 뜨인 듯한 791 01:29:43,508 --> 01:29:45,959 사라져버린 어떤 것이 792 01:29:46,006 --> 01:29:50,225 갑자기 내 안에 나타나는 기분이었어요 793 01:29:51,491 --> 01:29:54,324 남편과 애가 있는 제가 794 01:29:54,764 --> 01:29:59,545 어딘가 딴 세상이 있는 남처럼 느껴져요 795 01:30:03,838 --> 01:30:07,436 하지만 여기 있는 나는 796 01:30:08,475 --> 01:30:10,444 진짜 나야 797 01:30:13,275 --> 01:30:14,902 안아줘 798 01:30:17,049 --> 01:30:19,753 제발 더 꼭 안아줘 799 01:30:27,776 --> 01:30:31,459 계속 안아줘 날 보내지마 800 01:30:37,393 --> 01:30:42,378 자기를 보내지 말랬습니다 저도 보내기 싫었습니다 801 01:30:47,653 --> 01:30:55,027 저는 뒤쪽 절벽에 오나카를 묻고 그 위에 작은 작업장을 지어 802 01:30:55,230 --> 01:30:58,714 계속 오나카랑 살아갔습니다 803 01:31:06,612 --> 01:31:10,027 이제 아시겠습니까 804 01:31:11,832 --> 01:31:15,318 제가 이웃들에게 해온 일은 805 01:31:15,705 --> 01:31:19,287 모두 오나카를 위한 공양이었습니다 806 01:31:20,644 --> 01:31:24,254 오나카의 남편과 아이 소식은 모릅니다 807 01:31:24,553 --> 01:31:28,959 저는 그들에게도 슬픔을 안겨줬습니다 808 01:31:29,724 --> 01:31:33,309 제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속죄는 809 01:31:33,793 --> 01:31:37,730 남들에게 도움이 될 일을 하는 거였습니다 810 01:31:41,480 --> 01:31:44,769 그 일도 겨우 끝났습니다 811 01:31:47,942 --> 01:31:52,144 어제부터 오나카가 여러 번 맞으러 왔습니다 812 01:31:56,215 --> 01:31:59,887 이제야 겨우 하나가 됩니다 813 01:32:05,820 --> 01:32:07,140 오나카 814 01:32:09,163 --> 01:32:10,890 예쁘네 815 01:32:12,268 --> 01:32:14,233 당신은 예뻐 816 01:32:16,382 --> 01:32:17,640 어서 817 01:32:18,890 --> 01:32:20,890 이리 와 818 01:33:19,914 --> 01:33:23,531 잘했어요 결국 병원복을 입었군요 819 01:33:26,047 --> 01:33:28,258 정말 잘했어요 820 01:33:30,868 --> 01:33:33,968 이곳은 상당히 고되지만 821 01:33:34,290 --> 01:33:40,133 하지만 그러려니 하면 배울 것도 많고, 분명 득이 될 거예요 822 01:33:40,164 --> 01:33:42,929 모리 선생 얘기와 똑같은데 823 01:33:48,093 --> 01:33:52,032 나도 빨개질 만큼 반해 봤으면 824 01:33:52,057 --> 01:33:54,446 사랑받는 쪽이 빨개지거든 825 01:34:01,092 --> 01:34:03,782 - 다음, 사다구치 - 네 826 01:34:23,914 --> 01:34:28,398 - 좀 쉬시오, 어제 못 잤잖소 - 괜찮소, 돕고 싶소 827 01:34:28,423 --> 01:34:32,742 - 오후에도 소장님과 외진 나가잖소 - 괜찮소 828 01:34:33,930 --> 01:34:35,000 그럼 829 01:34:37,208 --> 01:34:39,930 - 야스케 - 네 830 01:34:42,126 --> 01:34:47,438 - 오늘 소장님은 심기가 불편하네 - 어쩐 일로? 831 01:34:48,828 --> 01:34:53,578 순회진료의 중지와 운영비 1/3 삭감을 통보받았소 832 01:34:54,312 --> 01:34:56,390 소장님은 격노하셔서 833 01:34:57,102 --> 01:35:01,147 운영비는 고려하지만 순회진료는 꼭 필요하다며 834 01:35:01,193 --> 01:35:05,357 재고를 부탁하러 자리를 박차고 나가셨네 835 01:35:06,242 --> 01:35:08,674 정말 해도 너무해 836 01:35:14,635 --> 01:35:15,940 걱정 마라 837 01:35:16,471 --> 01:35:21,518 소장님은 너희를 쫓아내지 않아 괜찮아, 괜찮다고 838 01:35:40,884 --> 01:35:42,216 저기 839 01:35:47,061 --> 01:35:49,244 저는 마사에입니다 840 01:35:50,133 --> 01:35:55,228 -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 지금 소장님과 나가는 중이오만 841 01:35:55,553 --> 01:36:00,917 마츠다이라 이키 댁으로 가니까 나중에 그리로 오게 842 01:36:07,868 --> 01:36:10,889 뭐부터 말씀드려야 할지 843 01:36:13,052 --> 01:36:19,093 아니, 제가 주제넘게 나서는 것 같아 송구하지만 844 01:36:19,313 --> 01:36:25,514 이대로는 모두가 곤란할 뿐입니다 부디 언니를 용서해 주셨으면 845 01:36:25,577 --> 01:36:30,100 - 그래서 - 그 얘기라면 더는 듣기 싫소 846 01:36:30,710 --> 01:36:33,693 그리고 급한 일이 있소 실례하오 847 01:36:57,979 --> 01:36:59,781 선생님 848 01:37:01,500 --> 01:37:03,969 - 진료소 선생이시죠? - 그런데 849 01:37:04,023 --> 01:37:06,180 아이 좀 봐주세요 850 01:37:06,477 --> 01:37:13,805 자리보전하는 남편의 약값이 밀려서 의사를 불러도 안 와요, 몸이 불덩이인데 851 01:37:16,395 --> 01:37:20,268 홍역이야 빨리 진료소로 달려가시오 852 01:37:33,924 --> 01:37:35,596 구생이라 853 01:37:55,202 --> 01:37:59,999 거듭 말씀드렸듯이 영주님은 병이 아닙니다 854 01:38:00,570 --> 01:38:05,437 게다가 병보다 훨씬 안 좋은 상태이십니다 855 01:38:05,859 --> 01:38:10,390 모두 사치스럽고 안일한 생활이 원인입니다 856 01:38:11,507 --> 01:38:16,921 미식을 배불리 드시고 운동은 전혀 안 하십니다 857 01:38:17,468 --> 01:38:21,569 이러면 내장에 지방이 쌓여 쇠약해지고 858 01:38:21,656 --> 01:38:25,952 흡수와 배출의 균형이 깨지는 건 당연합니다 859 01:38:28,655 --> 01:38:31,523 집사님, 식단은 860 01:38:37,043 --> 01:38:41,576 지난 사흘간의 아침 식단입니다 861 01:38:48,262 --> 01:38:52,973 백미는 수명을 줄인다고 했잖습니까 862 01:38:54,052 --> 01:38:55,818 그게 863 01:38:56,927 --> 01:38:58,435 그... 864 01:39:06,251 --> 01:39:07,791 주식은 865 01:39:08,235 --> 01:39:12,134 보리 7, 쌀 3의 비율로 한 끼에 한 공기 866 01:39:21,642 --> 01:39:24,626 닭고기와 계란은 엄금 867 01:39:35,786 --> 01:39:39,754 해산물도 정량 이하로 드십시오 868 01:39:47,615 --> 01:39:51,904 이 식단을 앞으로 100일간 지키십시오 869 01:39:58,819 --> 01:39:59,890 이만 870 01:40:17,709 --> 01:40:21,303 집사님 오늘 진료비를 받고 싶소 871 01:40:21,467 --> 01:40:24,491 - 네, 얼마나? - 50냥 872 01:41:00,248 --> 01:41:03,787 - 30료가 맞습니까? - 맞소 873 01:41:10,303 --> 01:41:13,270 엉뚱한 질문이 있습니다만 874 01:41:14,044 --> 01:41:20,234 '의사는 생사를 책임지지 않는다' 이런 말이 있다고들 합니다 875 01:41:20,259 --> 01:41:21,478 들었소만 876 01:41:21,503 --> 01:41:27,430 그렇다면 나을 병자는 낫고 죽을 병자는 죽고 877 01:41:27,462 --> 01:41:31,857 의사가 알 바 아니다 이런 뜻이 아닐까요? 878 01:41:32,360 --> 01:41:34,357 그런 뜻도 있겠지 879 01:41:34,382 --> 01:41:37,946 그러면 돌팔이도 명의도 그게 그건데 880 01:41:37,971 --> 01:41:44,610 비싼 조제약도 약장수 약도 다를 바 없다는 말로 들립니다만 881 01:41:45,110 --> 01:41:51,359 물론, 니이데 선생 같은 고명한 분은 예외로 치고 말이죠 882 01:41:51,384 --> 01:41:54,474 날 제외할 필요 없소 계속하시오 883 01:41:54,505 --> 01:41:58,738 - 또 할 말 있으면 뭐든 해보시오 - 송구합니다 884 01:41:58,763 --> 01:42:03,677 - 기분을 언짢게 했나 봅니다 - 아니, 별말씀을 885 01:42:03,743 --> 01:42:08,275 이 정도로 화가 난다면 부자를 상대 못 하지 886 01:42:13,099 --> 01:42:17,416 자네는 이런 유곽에 발을 들인 적 있나? 887 01:42:18,033 --> 01:42:19,849 네, 그러니까 888 01:42:20,309 --> 01:42:23,330 나가사키 때 세 번쯤 889 01:42:23,900 --> 01:42:26,410 의사로 아니면 손님으로? 890 01:42:26,480 --> 01:42:31,712 친구들과 놀러 갔지만 여자는 손대지 않았습니다 891 01:42:34,986 --> 01:42:40,541 에도에 약혼녀가 있었는데 제가 유학 중에 딴 남자와... 892 01:42:40,939 --> 01:42:47,371 약혼녀는 약속을 어겼지만 저는 약혼녀를 믿었기 때문에 893 01:42:47,449 --> 01:42:51,686 유곽에 있으면서도 여자가 당기지 않았습니다 894 01:42:52,306 --> 01:42:54,369 괜한 걸 물었구먼 895 01:42:54,918 --> 01:42:55,923 아닙니다 896 01:43:28,720 --> 01:43:31,942 저 여자는 집에 보내라고 했잖아 897 01:43:32,738 --> 01:43:35,488 여기는 얘 혼자 벌어요 898 01:43:35,544 --> 01:43:39,176 쟤는 인기가 없어서 사흘에 한 명 받으니까 899 01:43:39,465 --> 01:43:43,090 하지만 쟤는 매독이라 손님 받으면 안 돼 900 01:43:43,418 --> 01:43:46,442 그럼 쟤 벌이를 내주실 건가요? 901 01:43:46,527 --> 01:43:50,238 말씀대로 하다가는 목구멍에 거미줄 칩니다 902 01:43:51,291 --> 01:43:54,645 그럼 감옥 밥 좀 먹을래? 903 01:43:58,926 --> 01:44:03,216 저는 마마랑 여기 있을래요 여기가 더 나아요 904 01:44:03,935 --> 01:44:05,816 집에 돌아가도 905 01:44:11,653 --> 01:44:14,732 저 말고 옆방 애를 구해주세요 906 01:44:14,779 --> 01:44:19,240 - 아직 12살인데 손님을 안 받는다고 - 입 다물어 907 01:44:19,638 --> 01:44:21,396 쓸데없는 소리 908 01:44:22,646 --> 01:44:27,029 어서 말을 해 가타부타 말을 해 909 01:44:27,115 --> 01:44:30,841 오타요 어서 빌어, 빨리 910 01:44:35,716 --> 01:44:41,457 - 독한 년, 말할 때 들어야지 - 어따 눈을 부라려, 이년이 911 01:44:42,977 --> 01:44:45,259 - 그만해 - 뭐야? 912 01:44:46,042 --> 01:44:49,776 어머나 선생님 913 01:44:49,831 --> 01:44:54,753 의사 선생이 나설 장면이 아니에요 잠깐 914 01:44:55,503 --> 01:44:58,378 이걸 보세요, 이걸 915 01:44:58,410 --> 01:45:04,111 이년이 모처럼 입혀준 기모노를 갈기갈기 찢어놨어요 916 01:45:04,136 --> 01:45:07,549 이런 꼬마를 차려 입혀서 뭐 하려던 거야? 917 01:45:23,339 --> 01:45:28,107 오토요라는 저 애는 나한테 은혜를 입었어요 918 01:45:28,311 --> 01:45:31,850 쟤 엄마는 집 앞에 쓰러져서 죽어버렸고 919 01:45:31,875 --> 01:45:38,115 맡길 가족도 하나 없기에 장례도 치러주고 애까지 거둬줬지 920 01:45:41,080 --> 01:45:47,205 나야 부모나 다름없지 그러니 이래라저래라하지 마세요 921 01:45:54,496 --> 01:45:57,545 또 분풀이를 시작했군 922 01:45:57,570 --> 01:46:02,945 처음에 닦으라고 시켰더니 계속 바닥만 닦으려 들지요 923 01:46:06,123 --> 01:46:07,824 열이 있군 924 01:46:20,790 --> 01:46:26,335 쟤는 원래 저런 애야 비뚤어져서 잘해줘도 소용없어 925 01:46:26,874 --> 01:46:28,624 고열입니다 926 01:46:34,037 --> 01:46:36,322 얘는 우리가 데려가지 927 01:46:36,908 --> 01:46:42,088 지금 장난해요 남의 걸 공짜로 뺏으려고, 이런 928 01:46:44,200 --> 01:46:46,666 아무나, 아무나 와봐 929 01:46:46,793 --> 01:46:49,658 뭐야, 뭐야, 뭐야 930 01:46:53,437 --> 01:46:57,437 - 누나 무슨 일이야? - 도둑놈이야, 이 돌팔이가 931 01:46:57,470 --> 01:47:02,156 - 병을 구실로 꼬마를 데려간단다 - 말도 안 돼, 돌았소 932 01:47:02,968 --> 01:47:07,507 어차피 넌 외부인이야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오더니만 933 01:47:07,554 --> 01:47:13,439 어서 꺼져라 다시 오면 가만 안 둔다 934 01:47:15,188 --> 01:47:20,445 - 난 의사다, 병자가 있으면 온다 - 뭐라 935 01:47:20,610 --> 01:47:23,274 억지 부리면 의사 짓 못 한다 936 01:47:26,398 --> 01:47:28,601 너희들도 생각해봐라 937 01:47:28,851 --> 01:47:32,866 돌팔이한테 걸리면 목숨이 위험하다잖아 938 01:47:33,164 --> 01:47:35,452 나야 죽이진 않지만 939 01:47:35,538 --> 01:47:42,187 - 팔다리 두세 개쯤 부러뜨릴 수 있다 - 뭐라고, 나와! 시발 940 01:47:48,564 --> 01:47:52,643 - 선생님 - 괜찮다, 나서지 마라 941 01:48:02,722 --> 01:48:04,314 문 닫아라! 942 01:48:21,719 --> 01:48:23,126 개새 943 01:48:28,956 --> 01:48:30,800 이 새끼 944 01:49:07,080 --> 01:49:08,696 - 타케조 - 네 945 01:49:08,777 --> 01:49:11,541 저기서 널빤지 10장 찾아와 946 01:49:18,736 --> 01:49:21,504 - 응급처치해 주게 - 네 947 01:49:21,548 --> 01:49:24,736 널빤지를 골절부에 대고 붕대를 감아 948 01:49:29,555 --> 01:49:31,603 좀 심했나 보군 949 01:49:34,889 --> 01:49:37,283 힘 조절이 부족했어 950 01:49:44,344 --> 01:49:45,908 이거 심하네 951 01:49:46,165 --> 01:49:47,978 폭력은 안 좋아 952 01:49:49,056 --> 01:49:51,742 의사란 자가 이래선 안 되지 953 01:50:12,747 --> 01:50:15,560 오토요, 오토요 954 01:50:28,065 --> 01:50:32,128 얘는 진료소가 맡는다 불만 있으면 신고해라 955 01:50:48,389 --> 01:50:49,623 모른다 956 01:50:53,122 --> 01:50:54,178 아니 957 01:50:59,411 --> 01:51:00,977 이건 너무하네 958 01:51:02,304 --> 01:51:06,570 뭣 때문에 이런 애가 고통받아야 하는가 959 01:51:07,102 --> 01:51:11,405 얘는 몸도 야위었지만 마음이 더 야위어 있다 960 01:51:12,217 --> 01:51:14,433 화상처럼 문드러졌다 961 01:51:19,935 --> 01:51:21,069 야스모토 962 01:51:21,639 --> 01:51:23,565 얘는 자네가 맡게 963 01:51:23,799 --> 01:51:27,478 얘가 네 첫 환자다 잘 고쳐봐라 964 01:51:28,405 --> 01:51:29,460 네 965 01:57:07,096 --> 01:57:10,576 2월 9일 오토요를 내 방에 수용하다 966 01:57:12,474 --> 01:57:14,357 {\an8}오토요 진찰 기록 967 01:58:24,466 --> 01:58:27,146 안심하고 자거라 968 01:58:31,591 --> 01:58:34,190 여긴 괴롭힐 사람 없다 969 01:58:58,305 --> 01:58:59,979 물 먹을래? 970 02:00:00,026 --> 02:00:03,630 그날 밤 오토요는 몽롱한 눈빛으로 971 02:00:04,164 --> 02:00:06,669 기묘하게 날 바라봤다 972 02:00:10,530 --> 02:00:15,452 2월 10일, 오토요는 아침에 의식을 회복했지만 973 02:00:15,632 --> 02:00:18,811 진찰하려 해도 거부한다 974 02:00:41,502 --> 02:00:43,396 혀를 내밀어 봐 975 02:01:15,441 --> 02:01:19,924 뚫어지게 쳐다보는 오토요를 어찌할지 모르겠다 976 02:01:22,553 --> 02:01:26,176 의심으로 똘똘 뭉친 교만해 보이는 977 02:01:27,482 --> 02:01:29,708 사람을 물리치는 눈매다 978 02:01:37,361 --> 02:01:41,428 2월 11일 아침에 일어나보니 979 02:02:05,800 --> 02:02:07,511 뭐하는 거야? 980 02:02:08,200 --> 02:02:10,292 너는 여기 환자야 981 02:02:11,263 --> 02:02:13,803 여기서는 일 안 해도 돼 982 02:02:15,160 --> 02:02:20,941 음식과 옷, 약값도 걱정 마 안심하고 누워 있어 983 02:02:26,786 --> 02:02:33,508 오토요는 경기가 나서 쓰러질 때까지 마루를 닦고, 닦고 또 닦았다 984 02:02:41,315 --> 02:02:44,068 이제 약을 먹자 985 02:02:45,143 --> 02:02:47,668 열이 내려서 편해질 거야 986 02:03:01,257 --> 02:03:04,445 - 어때? - 역부족입니다 987 02:03:04,567 --> 02:03:09,106 진찰도 거부하고 약을 줘도 물리칩니다 988 02:03:12,389 --> 02:03:14,949 어디 내가 해보지 989 02:03:28,179 --> 02:03:29,288 자 990 02:03:40,351 --> 02:03:41,406 자 991 02:04:05,520 --> 02:04:06,606 먹어 992 02:04:23,336 --> 02:04:24,750 착하구나 993 02:04:32,798 --> 02:04:36,138 그날 밤, 오토요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994 02:04:42,186 --> 02:04:44,546 자, 먹어라 995 02:04:44,835 --> 02:04:49,460 열도 좀 떨어졌으니 이제 기운을 차려야지 996 02:04:51,052 --> 02:04:54,640 왜 안 때렸어? 997 02:04:54,758 --> 02:04:55,811 뭐? 998 02:04:56,795 --> 02:04:57,967 그분은 999 02:04:59,060 --> 02:05:02,280 왜 나를 안 때렸어? 1000 02:05:02,335 --> 02:05:06,482 소장님? 물약을 뿌리쳤는데도 말이지 1001 02:05:08,939 --> 02:05:11,872 세상에는 따뜻한 사람도 있어 1002 02:05:12,224 --> 02:05:15,325 이제껏 그런 분을 못 만났던 거야 1003 02:05:16,882 --> 02:05:19,459 나는 안 속을 거야 1004 02:05:19,912 --> 02:05:24,936 엄마가 항상 그랬어 친절한 사람을 경계하고 1005 02:05:25,319 --> 02:05:28,584 남을 의지하거나 믿으면 안 된다고 1006 02:05:29,022 --> 02:05:32,553 - 그대로였어 - 아니, 그건 아니지 1007 02:05:32,600 --> 02:05:36,912 선생님은 달라 너도 그걸 알 텐데 1008 02:05:38,644 --> 02:05:41,067 그래서 순순히 약을 먹었잖아 1009 02:05:46,880 --> 02:05:50,848 선생님은 그저 널 고치고자 하셔 1010 02:05:51,162 --> 02:05:56,630 몸도 그렇지만, 학대받은 네 마음도 고치시려는 거야 1011 02:05:58,490 --> 02:06:01,466 - 아저씨도? - 물론 나도 그렇지 1012 02:06:09,301 --> 02:06:10,677 이래도? 1013 02:06:28,575 --> 02:06:30,477 불쌍하구나 1014 02:06:39,041 --> 02:06:43,591 너는 원래는 좋은 애인데 1015 02:06:51,526 --> 02:06:53,457 2월 12일 1016 02:06:53,948 --> 02:06:58,745 아침에 오토요가 안 보인다 복도에도 마당에도 없었다 1017 02:06:59,050 --> 02:07:01,362 정신없이 찾아다녔다 1018 02:08:51,140 --> 02:08:52,499 오토요 1019 02:09:14,211 --> 02:09:16,854 어제 깨뜨린 사발을 사려고 1020 02:09:17,862 --> 02:09:19,596 구걸했구나 1021 02:09:20,693 --> 02:09:24,542 어째서 이러니? 구걸까지 하면서 1022 02:09:26,330 --> 02:09:28,936 사발 때문에 널 혼내던? 1023 02:09:30,219 --> 02:09:32,542 만일 그렇게 느꼈다면 1024 02:09:33,229 --> 02:09:34,555 사과할게 1025 02:09:39,688 --> 02:09:41,165 용서해라 1026 02:09:45,251 --> 02:09:48,141 제발, 사과할게 1027 02:09:57,782 --> 02:09:59,197 오토요 1028 02:10:32,998 --> 02:10:36,292 그래서 걔는 지금 뭐 하나? 1029 02:10:37,441 --> 02:10:41,289 순순히 죽을 먹고 푹 자고 있습니다 1030 02:10:42,382 --> 02:10:44,281 자네도 좀 쉬게 1031 02:10:44,752 --> 02:10:48,320 사하치가 죽은 날부터 제대로 못 잤지 1032 02:10:53,087 --> 02:10:57,851 빌렸던 메모와 도록일세 필요한 부분은 베꼈네 1033 02:10:58,830 --> 02:11:02,882 나를 위한 게 아니라 병자들을 위한 거네 1034 02:11:03,056 --> 02:11:05,119 아깝겠지만 이해하게 1035 02:11:05,408 --> 02:11:06,791 죄송합니다 1036 02:11:08,406 --> 02:11:11,096 저는 자신밖에 몰랐습니다 1037 02:11:12,578 --> 02:11:14,773 여기 보내졌다고 화냈고 1038 02:11:15,336 --> 02:11:20,468 아니, 일전에 말씀드린 날 배신한 여자의 부친이 1039 02:11:20,554 --> 02:11:23,211 - 아마노 씨? - 네 1040 02:11:23,750 --> 02:11:29,423 그는 부친을 농락하고 저를 이리 보내 얼렁뚱땅 넘어가려 했습니다 1041 02:11:29,479 --> 02:11:32,774 저는 그게 괘씸해서, 그만 1042 02:11:32,821 --> 02:11:36,587 아마노 씨 입김에 자네를 들인 게 아닐세 1043 02:11:36,735 --> 02:11:39,352 사정을 듣고 내가 들였다 1044 02:12:01,439 --> 02:12:04,432 저는 아직 멀었군요 이래저래 1045 02:12:05,861 --> 02:12:08,188 스스로를 정당화하고 1046 02:12:10,531 --> 02:12:12,336 뻔뻔한 놈입니다 1047 02:12:17,793 --> 02:12:20,656 내 어디가 불행하단 거냐? 1048 02:12:22,505 --> 02:12:25,579 로쿠스케와 사하치는 그리 불운했지만 1049 02:12:25,947 --> 02:12:29,188 불평 한마디 없이 곱게 죽었잖아 1050 02:12:29,702 --> 02:12:31,415 오토요를 봐라 1051 02:12:32,332 --> 02:12:35,188 넌 복에 겨워서 부끄러울 정도다 1052 02:12:39,225 --> 02:12:43,759 저는 정말 못난 놈입니다 치구사를 욕하면서도 1053 02:12:44,103 --> 02:12:47,680 사나에한테 혹할 만큼 비루한 놈입니다 1054 02:12:49,306 --> 02:12:54,720 나가사키 유학을 내세워 천하를 얻은 듯 우쭐하고 1055 02:12:56,535 --> 02:13:00,141 이 진료소마저 깔보고, 아니 1056 02:13:00,613 --> 02:13:03,965 소장님까지 경멸하고 미워했습니다 1057 02:13:07,416 --> 02:13:08,580 정말 1058 02:13:10,912 --> 02:13:13,196 저는 용렬한 놈입니다 1059 02:13:14,629 --> 02:13:16,450 같잖고 건방지고 1060 02:13:17,209 --> 02:13:18,807 경솔하고 1061 02:13:20,419 --> 02:13:24,418 야스모토 자네는 너무 지쳤네 1062 02:13:25,689 --> 02:13:26,918 아니 1063 02:13:33,600 --> 02:13:35,791 한다유, 한다유 1064 02:18:25,204 --> 02:18:26,544 물 1065 02:18:35,358 --> 02:18:38,491 나도 착한 애니까 약도 먹어야지 1066 02:21:45,133 --> 02:21:48,157 자거라, 좀 더 자 1067 02:22:02,088 --> 02:22:05,605 - 죄송합니다 - 사과할 거 없어 1068 02:22:08,456 --> 02:22:09,706 고마워 1069 02:22:10,307 --> 02:22:12,901 네가 열심히 병구완해줬구나 1070 02:22:13,678 --> 02:22:15,917 꿈결이지만 기억난다 1071 02:22:16,003 --> 02:22:19,806 저는 쿄조 선생님이 시킨 대로 했을 뿐이에요 1072 02:22:20,298 --> 02:22:26,112 소장님이 선생님을 병구완하는 게 제 병에도 특효약이랬어요 1073 02:22:26,259 --> 02:22:27,612 그래서 1074 02:22:29,063 --> 02:22:31,643 그래서 너도 좋아졌니? 1075 02:22:33,979 --> 02:22:35,690 모르겠어요 1076 02:22:36,451 --> 02:22:41,002 하지만 선생님을 병구완하는 게 저는 참 좋았어요 1077 02:22:41,027 --> 02:22:43,275 내가 빨리 나아서 미안해 1078 02:22:43,324 --> 02:22:44,691 아뇨 1079 02:22:45,116 --> 02:22:48,893 선생님이 좋아져서 더더욱 기뻐요 1080 02:22:49,328 --> 02:22:51,854 너 정말 좋아졌구나 1081 02:22:52,699 --> 02:22:54,690 소장님은 명의야 1082 02:22:55,684 --> 02:22:58,573 정말 훌륭한 사람이야 1083 02:22:59,149 --> 02:23:01,743 세상에는 저런 분도 있어 1084 02:23:03,035 --> 02:23:05,854 저런 분을 만나서 넌 행운이야 1085 02:23:07,636 --> 02:23:10,298 하지만 선생님도 1086 02:23:12,540 --> 02:23:14,346 뭐 좀 드실래요? 1087 02:23:14,637 --> 02:23:19,722 꼭 드셔야 해요 가서 죽 받아올게요 1088 02:23:23,801 --> 02:23:28,393 - 어때? - 덕분에 이제 괜찮습니다 1089 02:23:29,147 --> 02:23:30,801 마사에 양이 왔네 1090 02:23:31,254 --> 02:23:32,933 자 드시죠 1091 02:23:35,934 --> 02:23:37,557 땀내가 심하군 1092 02:23:58,614 --> 02:24:02,127 병중이라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1093 02:24:02,474 --> 02:24:07,893 - 뭐든 제가 도울 게 없을까요? - 아니, 별거 아니오 1094 02:24:07,939 --> 02:24:13,533 갑자기 눈이 뜨인 거요 이른바 애들의 성장통이랄까 1095 02:24:16,654 --> 02:24:21,326 노보루 님의 어머님도 요즘 약간 불편하세요 1096 02:24:21,373 --> 02:24:24,111 - 어머니 지병인 통풍이죠? - 네 1097 02:24:24,150 --> 02:24:31,869 그리고 노보루 님이 여기 계시고부터 한 번도 안 오셔서 걱정하고 계십니다 1098 02:24:32,025 --> 02:24:35,972 좋아지면 바로 간다고 전해주시겠습니까 1099 02:24:36,058 --> 02:24:37,222 네 1100 02:24:46,160 --> 02:24:51,114 앓은 것처럼 안 보이는구나 약간 말랐지만 1101 02:24:51,199 --> 02:24:57,442 왠지 예전과 달리 말끔하니 마치 목욕재계한 사람 같구나 1102 02:24:57,880 --> 02:24:59,481 그런가요 1103 02:24:59,650 --> 02:25:05,363 아버지는 마침 출타 중이다 분명 대견해하실 거야 1104 02:25:05,839 --> 02:25:07,129 아버지는 1105 02:25:07,270 --> 02:25:14,668 너를 니이데 선생께 맡기고 잘 지내는지 많이 걱정하셨단다 1106 02:25:28,330 --> 02:25:31,393 마사에 덕에 편하단다 1107 02:25:31,436 --> 02:25:36,143 내가 아픈 뒤로 계속 친딸처럼 날 살펴주거든 1108 02:25:36,194 --> 02:25:41,708 - 나가사키로 떠날 때는 꼬맹이였는데 - 이제 다 컸지 1109 02:25:42,635 --> 02:25:47,069 나는 저 애가 너한테 어울릴 듯한데 1110 02:25:48,772 --> 02:25:55,903 아버지도 그렇게만 된다면 모든 일이 해결될 거라고 하신다 1111 02:25:56,373 --> 02:25:58,880 치구사는 이제 잊었습니다만 1112 02:25:59,575 --> 02:26:04,052 - 어디 그렇게 쉽게 정리되겠어요 - 어렵겠니 1113 02:26:04,846 --> 02:26:06,007 그런데 1114 02:26:06,467 --> 02:26:08,006 사실은 1115 02:26:08,702 --> 02:26:10,600 그날 이후로 1116 02:26:10,708 --> 02:26:15,170 아마노 씨는 면목 없다며 치구사를 집에 들이지 않아 1117 02:26:15,811 --> 02:26:19,522 그리고 치구사는 얼마 전에 아이를 낳았지 1118 02:26:19,666 --> 02:26:24,615 금쪽같은 외손주를 얻었는데도 아마노 씨는 참고 계신다 1119 02:26:25,227 --> 02:26:27,248 그런 일이 있었군요 1120 02:26:27,802 --> 02:26:31,583 - 그래서 여동생이 여러 번 왔군요 - 그렇단다 1121 02:26:31,621 --> 02:26:37,689 네가 용서해 주면 아마노 씨가 맘 편히 손주를 안을 테니 1122 02:26:38,615 --> 02:26:44,370 마사에는 애처로울 만큼 언니를 위해 동분서주 애쓰고 있단다 1123 02:26:44,943 --> 02:26:48,862 미안한 마음으로 나까지 보살펴준단다 1124 02:27:12,931 --> 02:27:15,082 주제넘을지 모르나 1125 02:27:15,378 --> 02:27:16,668 뭡니까? 1126 02:27:19,581 --> 02:27:20,778 이 옷을 1127 02:27:21,458 --> 02:27:26,110 노보루 씨가 아프실 때 밤낮으로 병구완했다는 1128 02:27:26,418 --> 02:27:29,012 - 그 - 오토요 말이오? 1129 02:27:29,135 --> 02:27:33,141 옷이 너무 남루하기에 주면 어떨까 해서 1130 02:27:34,640 --> 02:27:38,327 제 옷을 세탁하고 수선했습니다 1131 02:27:38,428 --> 02:27:40,076 고맙소이다 1132 02:27:51,019 --> 02:27:53,082 어서 선생님께 사과해 1133 02:27:53,669 --> 02:27:55,081 빨리 1134 02:27:55,905 --> 02:27:58,503 뭔 생각이야, 정말 1135 02:27:58,876 --> 02:28:01,894 모처럼 받은 옷을 내버리다니 1136 02:28:03,269 --> 02:28:07,379 애가 왜 이래, 정말 열불난다 1137 02:28:07,597 --> 02:28:10,602 - 됐어, 그만해 - 뭔 일이오? 1138 02:28:11,618 --> 02:28:15,039 마사에가 얘한테 이 옷을 선물했는데 1139 02:28:15,149 --> 02:28:17,212 그걸 받자 갑자기 1140 02:28:20,052 --> 02:28:26,714 알겠니, 너는 이 옷과 함께 선생님의 친절을 내버린 거야 1141 02:28:26,916 --> 02:28:32,413 몸 사리지 않고 병구완한 사람에게 어떻게 이럴 수 있니 1142 02:28:32,623 --> 02:28:34,180 배은망덕 1143 02:28:39,809 --> 02:28:41,459 싸가지 1144 02:28:42,202 --> 02:28:44,602 쟤는 이제 꼴 보기 싫어 1145 02:28:44,752 --> 02:28:49,094 불쌍한 애니까 잘해주라고 소장님이 당부하셔서 1146 02:28:49,141 --> 02:28:53,417 - 친절하게 대해줬는데 - 정도 없고 애 같지도 않아 1147 02:28:53,492 --> 02:28:58,237 빈정대는 듯 말하고 하루종일 말없이 일만 한다니까 1148 02:28:58,262 --> 02:29:00,050 그만들 하지 1149 02:29:00,791 --> 02:29:02,643 소장님 말마따나 1150 02:29:02,692 --> 02:29:08,284 쟤는 보통 사람보다 훨씬 더 많은 고통을 한꺼번에 겪어서 위축됐어 1151 02:29:08,377 --> 02:29:11,753 길게 보고 돌봐줘야 해 1152 02:29:11,854 --> 02:29:16,169 - 야스모토 선생이 잘해주니까 마음을 열었잖아 - 그런데 왜 1153 02:29:16,194 --> 02:29:20,190 - 야스모토 선생님께 쌀쌀맞은지 - 게다가 이런 짓까지 1154 02:29:20,350 --> 02:29:22,112 나는 알겠어 1155 02:29:23,444 --> 02:29:24,917 오토요는 1156 02:29:25,289 --> 02:29:28,323 야스모토 선생님을 사모하는 거예요 1157 02:29:28,773 --> 02:29:31,655 제 것으로 삼고 싶을 만큼 1158 02:29:32,656 --> 02:29:36,358 그럴 때 아씨가 병문안을 온 거예요 1159 02:29:36,483 --> 02:29:40,084 그때부터죠? 애가 더 무뚝뚝해진 게 1160 02:29:41,700 --> 02:29:47,036 옷을 시궁창에 버린 것도 그 아씨가 준 것이라 그래요 1161 02:29:48,429 --> 02:29:51,937 그 꼬마가 선생님한테 반했다는 거야? 1162 02:29:52,039 --> 02:29:56,778 그게 아니라 그런 기분일 것 같다는 거죠 1163 02:29:57,735 --> 02:30:01,088 오토요의 마음 저는 잘 알아요 1164 02:30:01,306 --> 02:30:03,509 그럴싸하네 1165 02:30:03,986 --> 02:30:09,471 근데 오스기, 그 아씨가 모리 선생님께 안 와서 다행이네 1166 02:30:12,518 --> 02:30:16,010 - 모리 선생님도 둔하시긴 - 뭐가 1167 02:30:16,035 --> 02:30:20,229 - 시치미 떼시기는 - 오스기가 선생님한테 반했다고요 1168 02:30:20,254 --> 02:30:24,026 그냥 내버려 두면 오토요처럼 변할지 몰라요 1169 02:31:59,407 --> 02:32:01,893 야! 이놈의 쥐새끼 1170 02:32:05,767 --> 02:32:07,494 도둑이다 1171 02:32:10,275 --> 02:32:13,401 - 또 왔구나, 쥐새끼 - 쥐새끼라니 1172 02:32:13,426 --> 02:32:18,212 - 꼬맹이 좀도둑이요 - 녀석 어디 갔지? 잡고야 말겠어 1173 02:33:14,214 --> 02:33:16,245 쥐새끼 이 녀석 1174 02:33:16,996 --> 02:33:18,566 이놈 1175 02:33:29,329 --> 02:33:31,374 또 놓친 거야? 1176 02:33:33,595 --> 02:33:38,181 아무튼 얘는 도움이 안 돼 1177 02:33:38,863 --> 02:33:43,381 - 도둑맞아도 모른 척이니까 - 뭔 생각인지 정말 1178 02:33:53,875 --> 02:33:55,866 오토요 말입니다만 1179 02:33:56,692 --> 02:33:59,688 오늘 얘기는 한다유한테 들었네 1180 02:34:00,567 --> 02:34:03,086 오토요는 꽤 좋아졌나 보군 1181 02:34:06,776 --> 02:34:11,586 여전히 뒤틀려 있지만 전과는 양상이 다르네 1182 02:34:13,242 --> 02:34:17,258 전에는 모두를 미워하며 뒤틀려 있었지만 1183 02:34:18,233 --> 02:34:24,179 지금은 너에 대한 갑작스런 애정을 버거워하며 뒤틀려 있다 1184 02:34:25,021 --> 02:34:30,344 언젠가 너에 대한 애정이 다른 사람에게 향할 때가 온다 1185 02:34:30,706 --> 02:34:32,758 그걸 기다릴 뿐이다 1186 02:34:34,015 --> 02:34:35,312 그리고 1187 02:34:35,693 --> 02:34:41,414 도둑을 보고도 가만있었다고 다들 오토요를 탓하지만, 그것도 1188 02:34:41,563 --> 02:34:46,797 이미 싹 튼 착한 마음씨가 작용했기 때문일지도 몰라 1189 02:34:55,791 --> 02:34:59,544 - 뭔데요, 대체? - 일전의 좀도둑이 돌아다녀요 1190 02:34:59,624 --> 02:35:05,679 잽싸서 혼자서는 힘에 부치니까 선생님이 같이 잡아주세요 1191 02:35:05,739 --> 02:35:09,117 - 어디 있는데? - 그게요 1192 02:35:41,585 --> 02:35:43,109 왜 왔어? 1193 02:35:45,523 --> 02:35:47,585 이거 줄게 1194 02:35:51,122 --> 02:35:52,726 왜 주니? 1195 02:35:54,075 --> 02:35:57,124 요전에는 정말 고마웠어 1196 02:35:57,752 --> 02:36:00,453 어서 받아줘 1197 02:36:02,372 --> 02:36:03,718 됐어 1198 02:36:06,708 --> 02:36:11,218 그러지 마 겨우 슬쩍해왔는데 1199 02:36:11,705 --> 02:36:13,516 난 도둑은 싫어 1200 02:36:13,546 --> 02:36:17,320 내가 죽 훔칠 때는 왜 가만있었어? 1201 02:36:19,396 --> 02:36:22,983 죽과 사탕은 얘기가 달라 1202 02:36:25,505 --> 02:36:29,693 얼마나 배고프면 죽을 훔치러 왔을까 1203 02:36:30,193 --> 02:36:33,069 우리야 항상 배고프지 1204 02:36:34,397 --> 02:36:39,209 하지만 나 같으면 훔치느니 구걸하겠다 1205 02:36:39,279 --> 02:36:41,116 구걸하겠냐 1206 02:36:41,163 --> 02:36:45,763 남들에게 굽신거리며 남자가 할 짓이 아냐 1207 02:36:46,669 --> 02:36:51,185 - 너 몇 살? - 일곱 살이고 초보라고 부르지 1208 02:36:51,819 --> 02:36:54,093 초보는 혼자 사니? 1209 02:36:54,991 --> 02:36:56,804 아빠 엄마 1210 02:36:57,639 --> 02:36:59,874 형도 둘 있어 1211 02:37:00,459 --> 02:37:04,577 그런데 네가 훔치는 거 가족이 아니? 1212 02:37:05,980 --> 02:37:08,740 모르는 체하고 있어 1213 02:37:09,466 --> 02:37:11,910 너무한 거 아니니 1214 02:37:12,827 --> 02:37:16,108 욕하지 마, 어쩔 수 없어 1215 02:37:16,164 --> 02:37:20,327 아빠 엄마도 너무 궁해서 제정신이 아냐 1216 02:37:22,481 --> 02:37:29,042 게다가 형들은 아직 어린애거든 1217 02:37:29,670 --> 02:37:32,941 그렇지만 너보다 연상이잖아 1218 02:37:33,292 --> 02:37:39,589 나이만 먹었어 허기에 지쳐서 손가락만 빨고 있어 1219 02:37:45,314 --> 02:37:48,017 말이 됐으면 좋겠다 1220 02:37:48,236 --> 02:37:51,306 말, 어째서? 1221 02:37:51,595 --> 02:37:56,003 말은 풀을 먹잖아 풀은 어디든 있잖아 1222 02:38:02,509 --> 02:38:04,271 그 사탕 줘 1223 02:38:04,960 --> 02:38:06,648 받아 주게 1224 02:38:11,005 --> 02:38:13,542 그래, 확실히 받았어 1225 02:38:17,675 --> 02:38:21,776 - 어째서? - 이제 내가 너한테 줄게 1226 02:38:22,128 --> 02:38:24,050 형들하고 먹어 1227 02:38:26,355 --> 02:38:27,620 받아 1228 02:38:34,221 --> 02:38:35,706 이제 돌아가 1229 02:38:37,636 --> 02:38:42,463 그리고 매일 밤이 되면 이리로 와 1230 02:38:42,564 --> 02:38:45,372 남은 밥을 가져올 테니까 1231 02:38:47,075 --> 02:38:50,950 그러니까 이제부터 도둑질하지 말고 1232 02:39:37,476 --> 02:39:39,070 더 먹어라 1233 02:39:39,296 --> 02:39:42,882 한창 클 때 한 공기로 되겠니 1234 02:39:46,384 --> 02:39:50,133 그만 좀 퍼 아무튼 너희는 너무 먹어 1235 02:40:18,498 --> 02:40:21,419 오스기, 오스기 1236 02:40:27,654 --> 02:40:30,058 죽여주세요, 주인님 1237 02:40:30,326 --> 02:40:34,576 -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 사죄로 넘어가려고 1238 02:40:35,552 --> 02:40:37,730 네 역할이 뭐야 1239 02:40:40,724 --> 02:40:44,300 다 제 탓입니다 변명하지 않겠습니다 1240 02:40:44,357 --> 02:40:46,543 병자가 목을 맬 동안 1241 02:40:46,589 --> 02:40:50,719 - 대체 뭐 하고 있었어? -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1242 02:40:50,813 --> 02:40:52,445 대답해라 1243 02:40:52,765 --> 02:40:58,046 - 병자를 두고 뭐했는지 묻잖아 -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1244 02:40:58,781 --> 02:41:01,374 오스기를 나무라지 마세요 1245 02:41:01,962 --> 02:41:06,890 나쁜 건 접니다 제가 오스기를 불러낸 탓입니다 1246 02:41:17,389 --> 02:41:20,577 의사와 간병인이 눈이 맞아서 1247 02:41:20,882 --> 02:41:23,538 병자 따위는 뒷전이군 1248 02:41:25,409 --> 02:41:32,639 돌이켜보니 엉뚱한 데다 딸을 맡긴 꼴이군, 불쌍한 것 1249 02:41:34,572 --> 02:41:38,041 정말 불쌍하오 당신 딸은 1250 02:41:38,267 --> 02:41:41,830 - 한심한 아버지를 두어서 - 뭐라고요? 1251 02:41:41,994 --> 02:41:45,607 아버지라면 보통 딸의 상태를 물었겠지 1252 02:41:45,632 --> 02:41:51,749 - 하지만 딸은 이미 죽었다고 해서 - 그럼 왜 딸을 보려 들지 않소? 1253 02:41:54,184 --> 02:42:00,245 당신은 딸을 외면해 왔소 남에게 맡기고 멀리했소 1254 02:42:00,317 --> 02:42:05,028 아니, 그렇지 않소 선생은 부모 맘을 모르오 1255 02:42:05,146 --> 02:42:10,239 - 저런 딸을 둔 부모의 고통을 - 그건 아오 1256 02:42:10,552 --> 02:42:14,259 하지만 가장 불쌍한 건 오스기요 1257 02:42:21,006 --> 02:42:23,789 당신은 딸을 위해서 1258 02:42:23,842 --> 02:42:28,478 오스기의 청춘을 감옥에 가두는 걸 당연시했소 1259 02:42:28,719 --> 02:42:32,577 아무리 고용인이라지만 그럴 권리는 없소 1260 02:42:35,172 --> 02:42:40,071 당신 딸은 요즘 들어 광기가 잦아들었소 1261 02:42:40,826 --> 02:42:43,757 그래서 자살할 맘도 생겼소 1262 02:42:44,273 --> 02:42:48,344 죽게 하는 게 자비일지 모르나 나는 의사요 1263 02:42:51,751 --> 02:42:52,962 한다유 1264 02:43:26,387 --> 02:43:27,677 왜 그래? 1265 02:43:39,997 --> 02:43:43,770 선생님, 어찌 감사드릴지 모르겠네요 1266 02:43:43,795 --> 02:43:47,700 오토요를 잘 돌봐주셔서 이제는 몰라볼 정도네요 1267 02:43:47,725 --> 02:43:51,980 선생님께 인사하고 나랑 같이 돌아가자, 어서 1268 02:43:53,159 --> 02:43:58,612 왜 피하니 너? 네가 없을 때 곰곰이 생각했는데 1269 02:43:58,637 --> 02:44:03,699 너야말로 내 자식이야 아무 일 안 해도 되니까 같이 살자 1270 02:44:03,724 --> 02:44:07,596 - 이리 와 - 절대로 얘를 너한테 안 준다 1271 02:44:07,637 --> 02:44:09,122 뭐요? 1272 02:44:09,605 --> 02:44:11,714 당신이 뭔데 그래? 1273 02:44:11,739 --> 02:44:16,198 아파서 맡겼을 뿐이야 나았으니 당연히 데려가야지 1274 02:44:16,269 --> 02:44:21,167 - 네가 데려가면 다시 병든다 - 잘난 척은, 저 옷은 뭐야? 1275 02:44:21,215 --> 02:44:24,636 계속 누더기 입히고 부려 먹으면서, 큰 소리는 1276 02:44:24,661 --> 02:44:29,206 - 아무튼 난 데려갈 거야 - 그런 년 만지지 마, 손 썩는다 1277 02:44:29,558 --> 02:44:32,330 날 만지면 손이 썩다니 뭔 소리야? 1278 02:44:32,355 --> 02:44:35,909 네 내장은 썩었어 자기 냄새를 맡아봐 1279 02:44:35,934 --> 02:44:39,558 - 토할 만큼 구릴걸 - 뭔 소리야, 냄새는 무슨 1280 02:44:39,598 --> 02:44:42,074 그럼 코까지 썩었나 보군 1281 02:44:42,348 --> 02:44:44,176 뭣이라 1282 02:44:49,371 --> 02:44:51,561 난 이런 좋은 옷도 있어 1283 02:44:51,637 --> 02:44:55,358 난 여기가 좋아 돌아가세요, 난 안 가요 1284 02:44:55,383 --> 02:44:58,012 요년아 그 옷이 어쨌다는 거야 1285 02:44:58,045 --> 02:45:01,371 - 너는 내 소유야 - 만지지 마, 이년아 1286 02:45:01,423 --> 02:45:04,354 - 얘는 우리 애야, 꺼져 - 맞아 1287 02:45:04,418 --> 02:45:07,731 떡칠한 늙은 낯짝 정말 재수 없다 1288 02:45:07,777 --> 02:45:10,887 - 뭐라고 - 꺼져버려, 나쁜 년아 1289 02:45:11,590 --> 02:45:15,621 어서 내놓지 못해 죽어도 데려가고 말겠다 1290 02:45:17,809 --> 02:45:19,309 네 이년 1291 02:45:20,563 --> 02:45:27,577 - 날 때렸겠다, 어디 해보자 - 넌 사람도 아냐 - 이거나 먹어라 1292 02:46:10,248 --> 02:46:13,451 받아 오늘은 주먹밥이야 1293 02:46:15,903 --> 02:46:18,925 - 이제 안 줘도 돼 - 왜? 1294 02:46:18,981 --> 02:46:21,364 가족 모두 좋은 데로 가 1295 02:46:21,418 --> 02:46:23,981 - 어디로? - 아주 먼 데야 1296 02:46:24,043 --> 02:46:29,676 거기 가면 먹을 걱정도 없고 편하게 살 수 있어 1297 02:46:29,732 --> 02:46:32,551 거기에 부자 친척이 있니? 1298 02:46:42,979 --> 02:46:45,464 뭐 그런 거지 1299 02:46:45,924 --> 02:46:52,924 거기는 춥지도 덥지도 않고 언제나 꽃이 만발한대 1300 02:46:52,971 --> 02:46:58,284 본 적도 없는 예쁜 새가 수없이 날고 있대 1301 02:46:58,323 --> 02:47:03,026 - 부모님이 그러셨어 - 그런 데가 있을까? 1302 02:47:09,757 --> 02:47:14,206 그런 데가 있어 서쪽에 말이야 1303 02:47:20,661 --> 02:47:23,596 오늘 누나 정말 예쁘다 1304 02:47:24,179 --> 02:47:28,302 우리가 가는 곳에 사는 새도 분명 예쁠 거야 1305 02:47:32,482 --> 02:47:33,748 그럼 1306 02:47:34,326 --> 02:47:35,772 - 안녕 - 초보야 1307 02:47:35,797 --> 02:47:37,052 잠깐만! 1308 02:47:37,170 --> 02:47:42,365 이제 누나를 못 봐 가만있어, 자세히 보게 해줘 1309 02:47:45,572 --> 02:47:49,990 예쁘다 누나 정말 예뻐 1310 02:48:00,073 --> 02:48:01,619 초보 1311 02:48:07,434 --> 02:48:09,545 - 야스모토 - 네 1312 02:48:09,709 --> 02:48:12,912 어제 간만에 아마노 씨를 만났네 1313 02:48:13,905 --> 02:48:17,474 사실 자네 일로 불려 갔지 1314 02:48:18,399 --> 02:48:20,365 제 일이라니요? 1315 02:48:20,803 --> 02:48:23,405 아마노 씨가 애쓴 덕에 1316 02:48:23,430 --> 02:48:27,546 너는 오는 3월부터 장군을 모시게 됐다 1317 02:48:29,116 --> 02:48:30,452 하지만 선생님 1318 02:48:30,624 --> 02:48:32,950 - 잠시만 - 또 아마노 씨는 1319 02:48:32,975 --> 02:48:36,436 네가 둘째 딸을 받아 주길 바라신다 1320 02:48:36,686 --> 02:48:38,849 할 말 다 했다 1321 02:49:00,907 --> 02:49:04,229 한다유 왜 그런 눈으로 보는데 1322 02:49:05,973 --> 02:49:08,253 많이 달라졌어 1323 02:49:09,012 --> 02:49:13,503 이런 데서 어떻게든 나가겠다고 떠들던 게 엊그제야 1324 02:49:13,528 --> 02:49:16,948 그래서 뭐 누가 뭐래도 여기 남는다 1325 02:49:17,127 --> 02:49:18,839 할 말 다 했다 1326 02:49:20,826 --> 02:49:22,456 뭐가 웃겨? 1327 02:49:23,420 --> 02:49:26,912 너 요즘 말투까지 소장님을 닮아가 1328 02:49:34,797 --> 02:49:39,104 그런데 마사에 양은 어쩔 거야? 1329 02:49:39,192 --> 02:49:40,731 신경 안 써 1330 02:49:41,744 --> 02:49:44,518 좋은 거야, 싫은 거야? 1331 02:49:45,195 --> 02:49:46,909 싫은 건 아냐 1332 02:49:47,355 --> 02:49:49,229 그럼 좋아하는군 1333 02:49:53,503 --> 02:49:54,847 뜸 들이지 마 1334 02:49:54,872 --> 02:49:56,774 - 너나 잘해 - 뭘? 1335 02:49:56,799 --> 02:50:00,024 오스기 말이야 어쩔 거야? 1336 02:50:00,778 --> 02:50:05,008 나야 결심했지 때가 되면 찾아뵐 거야 1337 02:50:05,085 --> 02:50:06,977 너도 뜸 들이지 마 1338 02:50:12,045 --> 02:50:16,325 선생님, 어서요 자살한 일가족이 실려 왔어요 1339 02:50:16,379 --> 02:50:18,138 모두 독을 마셨어요 1340 02:50:18,170 --> 02:50:23,481 그 좀도둑 꼬맹이 가족이에요 불쌍해라 1341 02:51:21,591 --> 02:51:23,452 초보는 아냐 1342 02:51:35,487 --> 02:51:38,662 선생님, 초보는 사나요? 1343 02:51:38,748 --> 02:51:44,094 - 초보는 - 선생님, 그 애만이라도 살려주세요 1344 02:51:44,935 --> 02:51:49,321 그 애도 독을 좀 마셨어 아침까지 버티면 살 거야 1345 02:51:54,136 --> 02:51:58,121 오토요, 널 보고 싶어 한다 들어가자 1346 02:52:00,541 --> 02:52:06,657 이게 웬일이야, 하필이면 비소로 만든 쥐약을 먹다니 1347 02:53:07,267 --> 02:53:12,421 오토요가 왔다 너무 길게 말하면 안 돼 1348 02:53:13,047 --> 02:53:14,672 초보 1349 02:53:30,086 --> 02:53:31,680 누나 1350 02:53:33,156 --> 02:53:34,805 미안해 1351 02:53:35,266 --> 02:53:38,555 나 또 도둑질했어 1352 02:53:39,880 --> 02:53:43,664 그러다 붙잡히고 말았어 1353 02:53:47,927 --> 02:53:54,344 역시 누나가 말한 대로 구걸이나 할걸 1354 02:53:56,474 --> 02:54:00,711 - 미안해 누나 - 괜찮아, 그런 건 1355 02:54:01,109 --> 02:54:05,336 - 이제 그만 말해라 - 안 돼 1356 02:54:06,055 --> 02:54:07,961 지금 말해야 해 1357 02:54:08,925 --> 02:54:11,320 다 내 탓이야 1358 02:54:15,042 --> 02:54:17,693 자식을 도둑으로 만드느니 1359 02:54:17,726 --> 02:54:22,146 죽는 게 낫다고 부모님이 그러셨어 1360 02:54:26,525 --> 02:54:31,831 그래서 다 같이 죽기로 한 거야 1361 02:54:35,012 --> 02:54:40,323 미안해, 누나 좋은 데 간다고 거짓말해서 1362 02:54:44,844 --> 02:54:47,005 물 좀 주세요 1363 02:54:52,293 --> 02:54:54,543 혀로 빨아들여 1364 02:54:55,201 --> 02:54:56,621 천천히 1365 02:54:57,463 --> 02:54:59,254 옳지, 그렇게 1366 02:55:01,060 --> 02:55:06,778 좋아, 그 정도면 됐어 곧 많이 마시게 될 거야 1367 02:55:09,457 --> 02:55:14,465 그 아이는 그대로 죽게 해주세요 1368 02:55:14,568 --> 02:55:18,269 그게 제일 나아요 1369 02:55:19,916 --> 02:55:21,879 의사 선생님 1370 02:55:22,387 --> 02:55:26,199 왜 우리를 도우시나요? 1371 02:55:27,858 --> 02:55:30,942 생각하고 또 생각해서 1372 02:55:31,519 --> 02:55:34,644 이럴 수밖에 없으니까 1373 02:55:34,746 --> 02:55:37,863 애들과도 상의해서 1374 02:55:38,229 --> 02:55:42,332 애들도 이러는 게 좋다니까 1375 02:55:43,253 --> 02:55:46,808 다 같은 약을 먹었습니다 1376 02:55:47,448 --> 02:55:53,418 그런데 왜 다들 내버려 두지 않나요? 1377 02:56:02,347 --> 02:56:07,941 저이는 벌써 죽었다고 생각하나 봐요 1378 02:56:09,278 --> 02:56:11,801 결혼한 뒤로 1379 02:56:12,106 --> 02:56:19,020 저이가 저렇게 기분 좋게 자는 모습은 처음 봐요 1380 02:56:24,324 --> 02:56:25,684 선생님 1381 02:56:25,856 --> 02:56:30,168 선생님 이거 숨넘어가는 소리죠 1382 02:56:30,457 --> 02:56:34,308 저는 알아요 엄마가 죽을 때도 이랬어요 1383 02:56:34,778 --> 02:56:40,035 제발 살려주세요 초보, 초보 1384 02:56:44,019 --> 02:56:45,558 저건 뭐지? 1385 02:56:52,448 --> 02:56:55,495 식당 아줌마들이 초보를 부르는군 1386 02:56:56,182 --> 02:57:01,791 우물 속에다 외치면 죽던 자도 소생한다는 전설이 있어 1387 02:57:03,073 --> 02:57:05,940 우물은 땅속으로 통하니까 1388 02:57:09,691 --> 02:57:16,339 - 초보 - 초보 1389 02:57:17,441 --> 02:57:20,761 초보 1390 02:57:22,097 --> 02:57:25,862 - 초보 - 뭘 멀뚱거려 1391 02:57:25,887 --> 02:57:30,808 - 곧 아침이야 - 맞다, 아침까지 버티면 산다고 했어 1392 02:57:30,833 --> 02:57:35,433 어서, 초보 1393 02:57:36,831 --> 02:57:41,105 초보 1394 02:57:41,785 --> 02:57:47,089 초보 1395 02:57:47,964 --> 02:57:52,394 초보 1396 02:57:53,886 --> 02:57:58,347 초보 1397 02:58:00,457 --> 02:58:04,651 초보 1398 02:58:07,315 --> 02:58:13,605 초보는 지금 독을 다 토했네 가서 알려주게, 이제 괜찮다고 1399 02:58:17,761 --> 02:58:22,674 초보 1400 02:58:23,784 --> 02:58:28,932 초보 1401 02:58:29,807 --> 02:58:34,846 초보 1402 02:58:43,329 --> 02:58:45,494 뜬금없이 축하식이라니 1403 02:58:45,970 --> 02:58:49,181 이런 건 굳이 안 해도 되는데 1404 02:58:49,368 --> 02:58:54,465 - 어차피 봄에 결혼할 텐데 - 혼담이 결정됐으니 축하해야지 1405 02:58:54,521 --> 02:58:59,478 - 하지만 - 부탁이다, 아마노 씨도 기대하고 계신다 1406 02:59:01,181 --> 02:59:04,771 아버지도 이걸로 겨우 부담을 더시니까 1407 02:59:04,861 --> 02:59:09,431 - 이제와서 빼기는 - 빼기는 뭘, 만날 멋대로 결정하면서 1408 02:59:09,490 --> 02:59:11,763 저는 꼭두각시가 아닙니다 1409 02:59:14,428 --> 02:59:20,318 야스모토, 언제까지 마사에 양을 복도에 둘 거야, 빨리 가서 앉아 1410 02:59:28,188 --> 02:59:31,279 거기는 마사에 자리다 1411 02:59:31,845 --> 02:59:33,833 너는 저쪽이다 1412 02:59:38,109 --> 02:59:39,616 이쪽을 향해라 1413 03:00:13,589 --> 03:00:17,413 이제 됐군 그럼 술잔을 부르겠소 1414 03:00:17,438 --> 03:00:21,665 선생님, 잠시만 저도 한마디 하겠습니다 1415 03:00:21,897 --> 03:00:26,415 이런 축하식에서 신랑이 말하는 관례는 없네 1416 03:00:26,638 --> 03:00:31,123 식전에 마사에에게 묻고 싶은 게 있어서 1417 03:00:39,073 --> 03:00:44,425 그대 부친 덕에, 나는 오는 3월 장군을 모시게 됐다 하오 1418 03:00:44,516 --> 03:00:46,204 나도 그걸 바랐고 1419 03:00:46,813 --> 03:00:50,249 의료부서의 장관직까지 꿈꿔왔소 1420 03:00:50,385 --> 03:00:53,649 하지만 지금은 그럴 맘이 전혀 없소 1421 03:00:58,562 --> 03:01:01,330 나는 진료소에 남을 거요 1422 03:01:01,682 --> 03:01:05,126 명예와 부에서 멀어진다는 뜻이오 1423 03:01:05,462 --> 03:01:11,242 앞으로 가난하게 살 텐데 그래도 괜찮을지 잘 생각해 보시오 1424 03:01:22,359 --> 03:01:25,010 그 얘기는 거기까지 1425 03:01:30,066 --> 03:01:31,509 술잔 드시오 1426 03:02:06,711 --> 03:02:08,337 치구사 양이시죠? 1427 03:02:08,814 --> 03:02:09,930 네 1428 03:02:10,345 --> 03:02:13,641 출산하셨다고 하던데 건강합니까? 1429 03:02:14,665 --> 03:02:15,821 네 1430 03:02:16,047 --> 03:02:17,618 면목 없네 1431 03:02:18,354 --> 03:02:21,204 어리석은 부모로 보이겠지만 1432 03:02:21,329 --> 03:02:26,040 이걸로 나도 손주를 안을 수 있겠네 1433 03:02:26,585 --> 03:02:28,610 감사합니다 1434 03:02:32,231 --> 03:02:36,811 이제 됐소, 이제 됐소 술잔을 올리지 1435 03:03:03,529 --> 03:03:05,517 나 열받게 할 거야 1436 03:03:05,549 --> 03:03:08,726 상관없습니다 어떻게든 여기 남겠습니다 1437 03:03:08,751 --> 03:03:10,607 - 누구 때문인가? - 선생님이죠 1438 03:03:10,639 --> 03:03:15,509 선생님께 의사의 도리를 배웠습니다 그 길을 가겠습니다 1439 03:03:16,712 --> 03:03:19,329 날 그렇게 과대평가하다니 1440 03:03:20,079 --> 03:03:24,498 잘 생각해 보게나 자네 벌써 잊었나? 1441 03:03:24,552 --> 03:03:29,677 관리와 영주를 갖고 놀고 깡패들을 폭행한 일 말일세 1442 03:03:30,379 --> 03:03:33,714 나는 그런 비열한 놈이야 1443 03:03:34,481 --> 03:03:37,020 선생님의 그런 점이 좋습니다 1444 03:03:37,637 --> 03:03:39,817 너는 바보야 1445 03:03:41,085 --> 03:03:42,731 선생님 덕분입니다 1446 03:03:43,567 --> 03:03:46,809 젊어서 모르겠지만 후회한다 1447 03:03:47,584 --> 03:03:49,325 허락하신 거죠? 1448 03:03:54,140 --> 03:03:57,297 한 번 더 말하지 너 후회한다 1449 03:03:59,310 --> 03:04:02,583 해봐야죠, 감사합니다 1450 03:04:32,168 --> 03:04:49,043 끝 1451 03:05:34,000 --> 03:05:39,000 번역&싱크(이소브 2017.10.12) (tube102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