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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d2smi by Blue-Bird™

 

아프리카 세렝게티 초원에는

 

수십만 마리의 초식 동물들이

 

무리를 지어 살고 있습니다

 

해마다 동물들은 짝짓기를 하고

 

새끼를 낳습니다

 

저기 갓 태어난 새끼와 함께 있는

 

어미 얼룩말이 보이는군요

 

이제 새끼에게

 

야생에서 살아남는 법을
가르칠 것입니다

 

야생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은

 

초원아

 

물론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리로 못 가, 돌아가야 돼

 

새끼들 주변에는

 

이리로 못 가, 돌아 가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지요

 

이리로 못 간다니까!

 

아니야, 착해
초원이 엄마 말 잘 들어

 

자, 이거 한 번 더 먹어야

 

엄마가 초원이가
사달라는 것도 사 줘

 

한 번만 좀 먹으라니까

 

아, 진짜...

 

초원아

 

이게 뭐야?

 

어?

 

'비'

 

따라 해봐, '비'

 

엄마 따라서 해 봐, '비'

 

'비가 주룩주룩 내려요'

 

이게 뭐야?

 

'비'

 

따라 해 봐, '비'

 

'비가 주룩주룩 내려요'

 

'비가 주룩주룩 내려요'

 

따라 해 봐, '비'

 

'비가 주룩주룩 내려요'

 

어서 말해

 

너, 왜 말 못 해?

 

너 벙어리 아니잖아

 

'비가 주룩주룩 내려요'

 

하지만

 

세렝게티 초원은 분명

 

이제 지구상에 얼마 남지 않은
야생 동물들의 천국입니다

 

어미들은 그 안에서 자유롭게

 

새끼들에게
풀을 뜯고 달리게 할 수 있지요

 

먼 옛날에는

 

지구 전체가
그러했겠지만 말입니다

 

커다란 개가

 

초원이를 쫓아오고 있어

 

커다란 개가 쫓아올 때
초원이 기분이 어떨까?

 

기쁠까?

 

슬플까?

 

화가 날까? 겁이 날까?

 

초원이 아빠가 멀리 여행을 가

 

아빠가 여행 갈 때
초원이 기분이 어떨까?

 

기쁠까?

 

슬플까?

 

화가 날까? 겁이 날까?

 

엄마가 아파서 병원에 있어

 

엄마가 아프면
초원이 기분이 어떨까?

 

기쁠까?

 

슬플까?

 

화가 날까?

 

겁이 날까?

 

자폐증은 병이 아니라 장애입니다

 

즉, 약이나 수술로
고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말이죠

 

감정 표현과 의사소통이 잘 안돼서

 

사회생활 하기 힘들어요

 

무엇보다 사람들과
어울릴 수 없는 게

 

이 장애의 가장 큰 문제죠

 

그래서 가족들이 더 지쳐요

 

- 왜 그래?
- 우리 초원이

 

우리 초원이가 없어졌어, 어떡해

 

뭐?

 

초원아!

 

초원아!

 

초원아!

 

초원아!

 

아, 초원아

 

어, 그래

 

우리 오래오래 같이 살아

 

응?

 

죽을 때까지

 

'나무'

 

이건 나무야, 응?

 

'햇빛'

 

'햇빛은 반짝반짝'

 

'개울'

 

개울물이 시원하다, 그렇지?

 

'바람'

 

이건 바람이야

 

'바람'

 

초원이 가슴이 뛰네

 

우리 초원이 가슴이

 

콩닥콩닥 뛰어

 

엄마도 뛰고

 

중원이도 뛰고, 다 똑같아

 

남들하고 다를 거

 

하나도 없어

 

초원이 다리는?

 

백만 불짜리 다리

 

몸매는?

 

끝내줘요

 

초원이 다리는 뭐?

 

백만 불짜리 다리

 

'나는 잘할 수 있다'

 

해 봐, '나는 잘할 수 있다'

 

나는 잘할 수 있다

 

더 크게

 

나는 잘할 수 있다!

 

파이팅!

 

파이팅!

 

윤 군은 장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 이런 좋은 성적을 올렸습니다

 

다시 한번 박수 뜨겁게 쳐주세요

 

자, 사진 찍겠습니다
여기 봐주세요

 

예, 트로피 좀 내리시고

 

네, 트로피 내리세요

 

예, 좋습니다

 

자, '스마일' 해주세요

 

자, 좀 더 즐겁게, 스마일

 

계속 스마일

 

어이구

 

연습은 매일매일, 빼먹으면 안 돼

 

그렇지, 우리 아들 똑똑해

 

6시 '동물의 왕국'

 

그래, 지금 들어가서 봐도
안 늦어, 가자

 

'동물의 왕국'

 

 

어, 어?

 

중원이 안녕하세요

 

어, 너, 버, 벌써 왔어?

 

말했잖아, 시험 본다니까

 

밥 없었지?

 

엄마가 빨리 해 줄게, 먹고 가

 

먹었어

 

타월 좀 빨아 놔, 좀

 

아빠한테 전화 왔었어

 

다음 주에도 못 올라온대

 

30초 남았어, '동물의 왕국'

 

동생한테 존댓말 하는 거
아니랬지?

 

동생한테 존댓말 하면 안 돼

 

아프리카 세렝게티 초원에는

 

수십만 마리의 초식 동물들이
무리를 지어 살고 있습니다

 

얼룩말은 수천 마리씩 떼를 지어
영양이나 기린들과 함께...

 

초원이 똑바로 앉아서 봐

 

 

천적은 사자와 표범입니다

 

임신 기간은 1년 정도이며

 

한 배에 한 마리의
새끼를 갖습니다

 

담임이 수요일 날 좀 오래

 

무슨 일인데?

 

몰라, 진학 상담한대

 

그날 형 수영장 가는 날인데

 

초원이, 왜 자꾸 그러지?
엄마가 말했는데

 

왜 자꾸 그러지?

 

밥 먹을 때 방귀 뀌면
된다 그랬어, 안 된다 그랬어?

 

몰라

 

안 되겠다

 

초원이 엄마 말 안 들어서

 

주사 맞아야겠다

 

초원이 들어가서
엄마 핸드백 갖고 와

 

아, 아...

 

주사 안 맞아요

 

그래

 

그러니까 밥 먹을 때
방귀 뀌면 안 돼, 알았어?

 

그럴 때는 나가서 뀌어

 

안 그러면 병원에 가서
주사 맞힌다?

 

안 맞아요, 주사

 

그래, 방귀는 나가서

 

응, 방귀는 나가서

 

그렇지

 

아, 안녕하세요

 

 

양복

 

양복

 

아, 이 녀석이 저 핸드백을
갑자기 붙잡아 가지고

 

날치기하는 줄 알았대요, 날치기

 

아, 죄송합니다

 

우리 애가
저런 얼룩무늬를 좋아해요

 

아마 구경하고 싶었던 모양이네요

 

아, 뭐 저한테 죄송할 건 없고요

 

아이, 아무튼 저, 어머니가
주의 좀 시켜주세요

 

이거 한두 번도 아니고, 정말

 

죄송합니다

 

나 참, 쟤 속을 어떻게 알아요?

 

멀쩡하기만 하구먼

 

우리 애는 돈 몰라요

 

명품인지는 아나 보죠

 

새로 산 건데

 

아, 재수 없게

 

아니, 애 상태가 저러면
밖에 내보내지를 말아야죠

 

남들에게 이렇게
피해 주면 되겠어요?

 

정신 병원이나
보호소 같은 데 보내든가

 

거스름돈 잘 받아 왔어?

 

 

얼마야?

 

김밥 한 줄에 이천 원이니까

 

이천 원

 

석 줄이면 육천 원

 

- 얼마 남겨 와야 돼?
- 육천 원

 

만 원에서 육천 원 빼면 사천 원

 

- 사천
- 사천 원 맞나 세어 봐

 

보호소? 정신 병원?

 

쟤네들이 범죄자야?
그런 데 가두게?

 

정신병자야?

 

명품이든 짝퉁이든

 

우리 애는
전혀 그런 데 관심 없으니까

 

주둥이 함부로 놀리지 마
알겠어?

 

대한민국 자유 국가야
내 아들 내가 알아서 키워

 

애 듣는데 못 하는 소리가 없어

 

야, 다 기억해

 

우리 아들, 너보다
기억력 백 배, 천 배 좋아

 

동그랑땡, 치즈, 소시지, 케첩

 

어, 귤, 라면

 

어, 베이비 로션

 

두루마리 화장지, 3분 카레

 

오케이?

 

- 오케이
- 오케이

 

동그랑땡, 케첩 찍어

 

더 맛있어

 

다음 돈가스

 

'너구리 한 마리 몰고 가세요'

 

어...

 

'보송보송하고 부드러워요'

 

'나를 지켜주니까'

 

'위스퍼'

 

실례합니다

 

어, 어

 

지금부터 1층 과일 코너에서

 

싱싱한 수박 한 통을
단돈 5천 원에 드리는

 

깜짝 이벤트를 시작하겠습니다

 

30분간 깜짝 세일입니다

 

싱싱한 무등산 수박입니다

 

과일 코너에 오셔서 시식도 하시고

 

깜짝 세일에 참여하세요

 

저기

 

어휴, 참 신났어요

 

- 먼저 갈게요
- 네, 들어가세요

 

 

윤초원

 

다 샀으면 집에 가야지

 

 

- 초원아
- 네

 

초원아, 너 여기다가 사인 좀 해
사인 할 줄 알지?

 

 

여보세요?

 

'여보세요'

 

잡지사요?

 

네, 여기에 사인해 주세요

 

여기요

 

풀코스 마라톤요?

 

아니, 왜 하필 이렇게
힘든 마라톤 시키려고 하시죠?

 

어, 글쎄요, 뭐

 

판검사는 하기 싫다네요

 

아니, 그럼

 

마라톤이 이 자폐증을 고치는 데
정말 효과가 있었나요?

 

일단 의지력이 생겼어요

 

우리 아이들한테
의지력이 없다는 게 큰 문제거든요

 

자기가 하기 싫으면
끝까지 안 해요

 

하지만 초원이 같은 경우는

 

힘들어도 일단 끝까지 해요

 

달리는 걸 좋아하나요?

 

초원 군도?

 

엄마는

 

아이의 표정을 보면
기분을 알 수 있거든요

 

달릴 때만큼은 표정이 달라요

 

그건 마치...

 

하여튼 굉장히 멋있어요
뛸 때만큼은

 

10km, 36분이죠?
아드님 기록이

 

 

오, 뭐, 이 정도면, 뭐
서브스리도 가능하겠는데요

 

- '서브스리'요?
- 예

 

이 42.195, 풀코스를
세 시간 안에 완주하는 거죠

 

이, 아마추어들한테는
이게 꿈이거든요

 

어머님, 소원이 있으시다면?

 

뭐...

 

일단 서브스리로 하죠, 뭐

 

코치는 따로 있나요?

 

아직요

 

뭐, 좀 더 전문적인 훈련을
받으면 좋기는 할 텐데

 

아직은...

 

엄마

 

수영복

 

어휴, 참

 

어휴, 또 우리 아들
몸매 자랑하네, 응?

 

아니, 수영복 가방에 없어?

 

없어요

 

이상하다

 

엄마가 분명히 수영복
가방 안에다가 넣었는데

 

없어요, 수영복

 

아까 그 질문요

 

네?

 

소원이 뭐냐고 물으셨잖아요

 

초원이가

 

저보다 하루 먼저 죽는 거예요

 

그러려면 내가

 

100살까지는 살아야 되겠죠?

 

- 초원아
- 네

 

이것 좀 봐

 

사진 찍을 때 웃어야 되는데
초원이가 안 웃으니까

 

초원이 표정이 딱딱해서
안 근사하다, 그렇지?

 

안 근사하다

 

응, 사진 찍을 때는
웃어야 되는데

 

자, 여기 보세요

 

엄마가 '스마일' 하면 웃어야 돼

 

자, 사진 찍어요
여기 보세요, 스마일

 

- 하나, 둘
- 스마일

 

아니, '스마일' 하지 말고
웃으라니까, 다시

 

자, 여기 보세요, 스마일

 

- 하나, 둘, 셋
- 어, 스마일

 

응, 초원아

 

거울 속에 우리 초원이

 

이야, 근사하다, 그렇지?

 

- 응, 근사해
- 잘 생겼지?

 

- 잘 생겼어
- 자, 웃어보자, 스마일

 

스마일

 

으음, 으음

 

이렇게 입꼬리가
올라가야 예쁜 거야

 

이거 봐, 그렇지?

 

다시, 자, 스마일

 

- 스마일
- 아니

 

말로 하지 말고 웃어 보는 거야

 

자, 스마일

 

스마일

 

그렇지, 이렇게

 

- 오
- 오

 

그래, 그러니까 근사하잖아

 

- 응, 근사해
- 그래, 다시 한번

 

자, 스마일

 

- 스마일
- 옳지

 

 

- 파이팅!
- 파이팅!

 

초원이, 지난번
10km 대회 때 잘했지?

 

 

그때 기분이 좋았어, 안 좋았어?

 

- 좋았어
- 그래, 좋았지?

 

 

그런데 다음에 나갈 대회는
더 많이 뛰어야 돼

 

더 많이 뛰어야 돼

 

몇 킬로 뛰어야 된다고?

 

어?

 

42.195km

 

42, 195.km

 

42.195km

 

42.195km

 

그러려면 열심히
해야 돼, 안 해야 돼?

 

- 해야 해?
- 그렇지

 

- 그렇지
- 열심히 해야 돼

 

- 어
- 힘들어?

 

안 힘들어요

 

 

- 안 힘들지?
- 어

 

우리 아들, 최고야

 

자, 가자

 

 

뭐야...

 

오셨어요?

 

요즘 운동선수들도
술을 많이 먹나 봐요

 

지난번엔 그 누구냐
저, 이...

 

권투 세계 챔피언 했던
친구도 왔었는데

 

몸이 많이 불었더라고

 

- 몇 시간이나 돼?
- 200시간요

 

200시간이면 두 달쯤 되겠구먼

 

좌우간 불미스러운 일로 오셨지만

 

좋은 일 한다 생각하고
마음 편히 계시다가 가요

 

체조 같은 거나 좀 시켜 주고

 

여긴 우리 자폐아들만
있는 학교인데

 

애들이 감정 표현도 못 하고

 

사람한테 도통
관심이 없어서 그렇지

 

알고 보면 참 순해요

 

옆구리 운동

 

저, 교장 선생님께서도
허락하셨어요

 

오후 시간도 괜찮고

 

저, 시간 나시는 대로
우리 아이를 좀 지도해주세요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
1등 하시는 것

 

텔레비전으로 뵀는데

 

이렇게 만나 뵙게 돼서
정말 영광이네요

 

점심 메뉴는 시금칫국, 멸치
깍두기, 계란찜, 오뎅볶음

 

아, 시금칫국, 씨...

 

야, 수업 끝났다
교실로 들어와라

 

내일 점심 메뉴는

 

순두부, 마늘종, 고등어, 콩나물

 

모레는 카레라이스
배추김치, 동그랑땡

 

동그랑땡, 케첩 찍어

 

'진돗개 사랑 마라톤 대회'요?

 

아이, 생쇼들을 하는구먼

 

 

알았어요, 나중에 통화해요, 형님

 

 

누구세요?

 

안녕하세요

 

초원아

 

마라톤 가르쳐 주세요

 

- 아이, 진짜
- 아휴

 

아휴, 혼자 사시나 봐요

 

말이다, 말

 

 

아, 스토커예요?

 

끈적끈적 지성 두피

 

두피별 비듬 관리 프로그램 덴트롤

 

머리 안 감으면 비듬 생겨

 

아, 저, 얘가
반갑다고 인사하는 거예요

 

아휴, 집 안이 엉망이네

 

엉망이야

 

- 초원아
- 응

 

세팅, 응?

 

 

어휴...

 

아, 진짜

 

음식물 쓰레기 8조 원, 냄새나

 

아줌마

 

쓰레기는 분리수거 해야...

 

나 마라톤 때려치운 지
10년 됐어요

 

그러다 술 처먹고 운전해서
이 학교에 벌 받으러 온 거예요

 

사회봉사 200시간요
알겠어요?

 

그리고 나 지금, 뭐
누구 가르치고

 

그럴 기분 아니에요, 젠장, 쯧

 

200시간이 아니고

 

20년을 벌 받으면서
사는 기분 아세요?

 

도와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제가 사례는 꼭 할게요

 

아휴, 진짜, 씨, 쯧

 

초원이 양복 입었어요

 

어머, 초원아

 

- 초원아
- 야

 

초원이 이거 입고
삼촌 결혼식 가야지

 

초원이도 양복 사주세요

 

그래, 초원이 마라톤 완주하면

 

엄마가 양복 사줄 거야, 응?

 

넥타이도 사주세요

 

그럼

 

꼭 한 벌쯤은 '캠브리지멤버스'

 

- 초원이
- 응

 

가서 책상 정리해

 

 

어서

 

어?

 

- 야
- 어?

 

아휴, 진짜 돌아버리겠네, 진짜

 

얼마 줄 건데요?

 

네?

 

아, 사례가 얼마냐고요

 

200시간 생으로
날릴 수는 없잖아요

 

그리고 저, 학교하고는
확실하게 얘기된 거죠?

 

아, 그럼요

 

가르치는 시간만큼 빠지는 거예요

 

그리고 학교에서도
우리 애를 밀어줘요

 

초원아, 이리 와

 

- 코치 선생님이
- 네

 

이제부터 초원이
마라톤 가르쳐 주실 거야

 

'고맙습니다' 하고 인사드려

 

어, 고맙다

 

고맙습니다

 

코치 선생님

 

열 바퀴 다 뛰었어요

 

열 바퀴 다 뛰었다

 

아휴, 더 뛰어

 

몇 바퀴 뛰어요?

 

알아서 해, 인마

 

'알아서 해, 인마'

 

뭐, 인마?

 

몇 바퀴 뛰어?

 

아이, 그거 개, 씨...

 

'아이, 개, 씨'

 

- 스무 바퀴
- '스무 바퀴'

 

아휴

 

카악, 퉤

 

- 초원아
- 네

 

코치 선생님이 잘 가르쳐 주시니?

 

 

오늘은 뭐 했어?

 

운동장 존나게 돌았어요

 

뭐?

 

'운동장 존나게 돌아, 인마'

 

'너희 엄마
집에서도 그렇게 조지니?'

 

아니, 코치 선생님이 그러셨어?

 

 

카악, 퉤

 

내가 훈련하는 데
오지 말라고 얘기 안 했어요?

 

애나 엄마나 한번 얘기해서는
듣지를 않는구먼, 쯧

 

이거 전해드리려고 왔어요

 

초원이 운동 기록인데

 

그동안 연습했던 게
여기 다 적혀 있거든요

 

그리고

 

앞으로 할 일도
제가 계획을 좀 세워 봤는데

 

계획요?

 

누구 마음대로
계획을 세우고 그래요?

 

풀코스요?

 

한 달 뒤에 대회가 있어요

 

마라톤이 폼 나죠?

 

그렇죠?
인간 승리 하는 것 같아서

 

그런데요

 

그거 다 현실 도피예요

 

그냥 사는 게 갑갑하니까

 

그딴 거로
대리 만족 하는 거라고요

 

코치님은 왜 뛰셨어요?

 

갑갑해서요?

 

아니면 엄마가 맨날 조졌나요?

 

어디야, 괜찮아?

 

- 아파?
- 어, 아파

 

괜찮아, 응, 괜찮아

 

아, 아프다

 

- 아, 아
- 괜찮아, 괜찮아

 

쥐가 났구먼?

 

금방 괜찮아질 거다

 

아휴, 이러다 애 잡지

 

그, 싫은지 좋은지
말도 제대로 못 하는 애를

 

누가요?

 

얘도 뛰는 거 좋아해요

 

'뛰는 게 좋다'

 

그건 엄마 생각이죠
그게 문제라고요

 

네?

 

그걸 코치님이 어떻게 알아요?

 

어떻게 알 것 같아요?

 

이런 날 연습한답시고 하루에
40km, 50km씩 뛰다 보면

 

무슨 생각이 들 것 같아요?

 

아스팔트는 절절 끓어서
속은 뒤집힐 것 같죠

 

심장은 숨차서 터질 것 같죠

 

계속 이렇게 뛰다 보면
딱 '나 죽겠다' 싶고요

 

그러다 달리는 트럭 보면
'그냥 확 뛰어들어 버릴까'

 

그런 생각 하루에
몇 번씩 드는지 알아요?

 

뛰는 게 좋다고요?

 

그럼 어디 한번
직접 뛰어보고 말씀하시죠

 

너 어디 가?

 

됐어, 그만 뛰어

 

7바퀴 남았다

 

다 안 뛰면 짜장면 안 사줘

 

가, 인마

 

탕수육

 

짜장면, 탕수육

 

아니, 나야 무슨
금메달이든 1등이든

 

뭐, 목표나 있어서 그랬지

 

아니, 쟤는 뭐요?

 

아, 졸라리 뛴다고 병이 낫나?

 

병이 아니라 장애라면서

 

아, 솔직히 엄마 욕심 아니오?

 

진짜 개나 소나, 진짜, 씨

 

아, 무슨 마라톤이, 무슨 그냥

 

죽어라 뛰기만 하면
되는 건 줄 아나

 

그러다 진짜 죽어요

 

마라톤은요

 

페이스 조절 못 하면
심장 터져 죽는다고요

 

애 죽이고 싶어요?

 

진짜, 씨...

 

쯧, 카악, 퉤

 

가, 인마

 

그러니까 당신이
제대로 가르쳐 줘야지!

 

죄송해요

 

이제 정말 안 올게요

 

하나만 부탁드릴게요

 

애 듣는 데서
나쁜 말은 말아주세요

 

안 듣는 것 같다가도
다 기억하고 그대로 중얼거려요

 

부탁드려요

 

제가 그런 말 안 듣게 해주세요

 

초원이는 달리는 거 좋아하지?

 

 

달리는 거 좋아?

 

 

달리는 거 좋아, 싫어?

 

좋아

 

달리는 거 싫어, 좋아?

 

싫어

 

싫어?

 

좋아요

 

초원이 마라톤 대회 언제 나가?

 

어, 9월 10일

 

- 그렇지
- 네

 

잘할 수 있지?

 

 

어, 어

 

6월 10일, 10km 대회에서는
3등 했어요

 

그래, 우리 그때 메달 받았지?

 

어, 짜장면, 탕수육 먹었어

 

이번에도 잘해서 우리 메달 받자

 

어휴

 

인마, 물 좀 마시자

 

인마!

 

아, 이 자식이 지금
어른이 얘기를 하는데

 

무슨 귓구멍이 막혔나, 이 자식은

 

인마, 물 좀 줘

 

아, 이 자식이
개념 없는 자식이네, 이거

 

먹을래?

 

안 먹어요

 

먹어, 인마, 나 간염 없어

 

안 먹어요

 

말아라, 자식아

 

딴 데 안 봐?

 

 

어, 어...

 

우리 초원이 밥 먹었어?

 

아, 방귀는 나가서

 

어, 안녕하...

 

세요

 

어?

 

어?

 

어어?

 

어어?

 

어어? 자두

 

자두 없다

 

없어

 

어?

 

자두가 없어졌다

 

어어?

 

- 아이
- 아, 아, 아

 

아, 자두가 없어졌다

 

아, 자두

 

어디 갔지, 자두?

 

어, 도둑놈이 가져갔어, 자두

 

아, 새끼, 그거...

 

기나긴 건기가 끝나고

 

드디어 세렝게티 초원에
우기가 왔습니다

 

풀을 먹는 초식 동물들에게는

 

바야흐로 천국이 온 거지요

 

저기 갓 태어난 새끼와 함께 있는

 

어미 얼룩말이 보이는군요

 

이제 새끼에게

 

야생에서 살아남는 법을
가르칠 것입니다

 

초원이, 동물 좋아해?

 

 

무슨 동물 좋아해?

 

사자, 호랑이, 기린?

 

얼룩말

 

수천 마리씩 떼를 지어

 

영양이나 기린 등과 함께
어울려 살며

 

천적은 사자와 표범이다

 

임신 기간은 1년 정도이며

 

한 배에 한 마리의 새끼를 갖는다

 

어린 새끼는
생후 즉시 달릴 수 있다

 

이전에는 가축으로
사육 시험을 시도하여 보았으나

 

말이나 당나귀보다
내구력이 결핍되어 있어서

 

실패하였다

 

 

365 곱하기 75는?

 

3, 7은?

 

어휴, 어휴

 

 

안 먹어요

 

이런 날이 뛰기는 더 좋은데

 

이런 날이 뛰기는 더 좋아

 

하나, 둘, 셋

 

제자리 뛰기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하나, 둘, 셋, 넷

 

입맛에 맞으세요?

 

 

초원이가요

 

코치님 되게 좋아하나 봐요

 

왜요?

 

아침에 오자마자 손정욱 코치님
언제 오시냐고 물어보는 통에

 

아주 귀찮아 죽겠어요, 제가

 

아이, 무슨요

 

그 자식 그, 먹을 거 있으면
혼자 다 먹고

 

내가 주는 건
절대 먹지도 않는데요, 뭐

 

그래서 서운하셨어요?

 

그건 엄마가 어릴 때부터
유괴당할까 봐

 

교육시켜서 그런 거예요

 

그리고 얘네들 원래
주고받는 개념이 없어요

 

저한테도 뭐, 얄짤없는데요

 

그냥 쿨하다고 생각하세요

 

어, 초원이 이리로 와

 

 

늘 앉는 자리에 앉는 거 좋아해요

 

너, 나 좋아, 안 좋아?

 

좋아요

 

나도 너 좋아, 인마

 

초원이 다리는?

 

백만 불짜리 다리

 

아, 그리고 또 뭐냐?

 

어, 몸매는?

 

끝내줘요

 

야, 오늘은

 

특수 훈련을 실시하겠다

 

어휴, 좋다, 어휴, 어휴

 

다 됐다

 

나가자, 이제

 

- 어?
- 뒤집어 놔

 

아이, 좋다

 

몇 번 두들겨요?

 

백 번

 

달리기 언제 해요?

 

아, 자식

 

달리는 게 뭐가 좋냐, 인마
여기 얼마나 편해?

 

어휴, 어휴, 술 좀 깬다, 어휴

 

어휴, 피곤한 스타일이네
이 자식, 이거

 

너 운동장 요 앞이니까
혼자 갈 수 있지?

 

 

응, 가서 먼저 뛰고 있어
내가 금방 갈게

 

 

몇 바퀴 뛰어요?

 

몇 바퀴!

 

백 바퀴

 

어?

 

여보세요?

 

초원이요?

 

인마, 그만 뛰어

 

이제 한 바퀴 남았다

 

뭐? 너 지금
백 바퀴를 뛰었다는 거야?

 

백 바퀴 다 뛰니까 좋아?

 

좋아

 

뭐가 좋아?

 

힘 안 들어?

 

안 힘들어요

 

왜, 가슴 아파?

 

초원이가 오늘 아파서 못 온다네요

 

성철이 뭐 하니?

 

가위도 한번 해 봐야지

 

초원이가요

 

좀 좋아졌나요, 운동하고 나서?

 

혹시 초원이 손 보셨어요?

 

왼손인가 오른손인가 모르겠네

 

손등 보면 물어뜯은 상처가 있어요

 

초원이, 걔
옛날에 굉장히 심했어요

 

뭐, 달리기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좋아진 건 확실해요
끈기도 생기고

 

초원이 어머님은
아직 만족 못 하시죠

 

풀칠해야지

 

응?

 

따릉따릉

 

수고하십니다

 

아, 그래, 어서 와

 

아, 오랜만이구먼

 

- 오랜만입니다
- 어

 

- 어, 선생님, 인사드려
- 아, 아, 그래

 

어, 안녕하세요

 

어, 반갑다

 

- '어, 반갑다'
- 제법 뛰어요

 

- 어, 뛰어? 어
- '제법 뛰어'

 

- 올챙이 배
- 응?

 

올챙이 배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춘천 마라톤 대회 신청하실 분

 

춘천 마라톤

 

참가 신청서 작성해 주세요

 

송파구 문정동

 

아, 이거 영광입니다

 

 

사인 좀 해주세요

 

1007호

 

요거, 요거, 10km

 

어, 10km
10km, 3등 했어요

 

3등, 어

 

하프 몇 번 뛰었어?

 

- 어?
- 하프

 

 

저럴 줄 알았어, 저거

 

아휴, 씨

 

인마!

 

인마, 너 이리로 서

 

- 이리로 와 봐
- 어?

 

처음에는 천천히

 

- '천천히'
- 남들 따라가지 말고

 

'따라가지 말고'

 

- 알았어?
- 어, '알았어?'

 

아이고, 진짜

 

사람들 어디까지
떨어진 거야, 이거?

 

- 아무튼 뛰어 봐
- 어

 

또, 또, 또, 또!

 

- '또'
- 자전거 따라 와

 

'따라 와'

 

자전거랑 똑같이 맞춰서 가

 

어?

 

- 좀 천천히
- '천천히'

 

스톱! 인마!

 

거기 서 봐, 거기 서 봐!

 

그렇게 빨리 뛰면
안 된다니까, 진짜

 

'안 된다니까'

 

- 초원아
- 어

 

너, 그, 세렝게티에서
제일 빠른 동물이 뭐지?

 

- 치타
- 그렇지?

 

어, 시속 113km

 

가늘고 긴 몸과 다리로
포유류 중 가장 빠르다

 

근데 그 치타는 오래 못 뛰잖아

 

어, 평균 수명은 16년

 

그게 빨리 뛰어서 그러는 거거든?

 

빨라

 

오래 뛰려면
그렇게 막 뛰면 안 되는 거야

 

- '안 되는 거야'
- 천천히

 

'천천히'

 

너, 그 얼룩말이
지쳐서 쓰러지면 어떻게 돼?

 

'어떻게 돼'

 

사자랑 하이에나가 잡아먹어

 

그렇지?

 

어흥, 무서워, 아

 

- 그러니까
- 아, 무서워

 

막 빨리 뛰고
그러면 안 되는 거야

 

'안 되는 거야'

 

자, 호흡 고르고 다시 뛰어

 

자, 숨쉬기 해, 자

 

이 속도로 뛰는 거야

 

가슴이

 

가슴이 뛰어요

 

초원이 가슴이

 

콩닥콩닥 뛰어요

 

이럴 때는

 

'벌떡벌떡 뛰어요' 그러는 거야

 

'벌떡'

 

해 봐, '가슴이 벌떡벌떡'

 

가슴이 벌떡벌떡 뛰어요

 

어때?

 

가슴이 벌떡벌떡 뛰니까

 

좋아요

 

좋아

 

그렇지?

 

어휴

 

 

초원이 주민번호 있지?

 

- 어
- 뭐야?

 

초원이 주민번호
850514-1064521

 

85, 열아홉 넘었지?

 

- 그럼 어른이네?
- 어른이야

 

- 그럼 마셔도 돼
- '마셔도 돼'

 

- 자, 건배
- 건배

 

- 쭉 들이켜
- 어

 

어, 쭉

 

네, 이 모델로 하시겠어요?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여보세요?

 

예, 어머니

 

아직은 일러요, 풀코스

 

혼자서는 아직
페이스 조절이 안 된다고요

 

그럼 같이 뛰면서
페이스메이커라도 해주시든가요

 

물론 그런 부탁은 무리겠지만

 

아니, 내가 코치 아닙니까?

 

봉사 기간 끝나가시잖아요
이제부터 슬슬 제가 해야죠

 

다음 달 춘천 마라톤을
목표로 합시다

 

거기 옛날에
나도 몇 번 뛰어 봤으니까

 

그때까지 초원이 훈련 맡아줄게요

 

돈은 안 줘도 돼요

 

경마장 가고
노래방 가서 술이나 먹이고

 

그것도 훈련인가요?

 

아니, 왜요?

 

초원이 하고 친해지는 게
배 아파요?

 

뭐라고요?

 

솔직히 말해 봐요

 

코치 자리 뺏길까 봐
걱정되냐고요

 

제가요?

 

운동장에 오지 말라고
할 때부터 알아봤어요

 

운동장에서 맥주나 마시고
하루 종일 낮잠이나 자고

 

애 데리고 찜질방에 가지를 않나

 

무턱대고 운동장 백 바퀴
뺑뺑이 돌려서

 

그다음 날 걷지도 못하게 만들고

 

그것도 훈련이었어요?

 

그것도 애랑
친해지기 위해서였어요?

 

애한테 하루 종일 무슨 일 있었나
그런 거나 꼬치꼬치 캐묻는 게

 

그런 게 자식 사랑인가?

 

언제까지 그럴 건데요?

 

왜요?

 

갑자기 동정심 생기나 보죠?

 

일 없어요
계좌번호나 문자로 보내세요

 

애가 하루 먼저 죽는 게
소원이시라고요?

 

당연하지

 

왜인지 알아요?

 

당신은 초원이 없이는
하루도 못 살 여자니까

 

초원이가 당신 없이
못 사는 게 아니라

 

당신이 초원이 없이는
하루도 못 살 테니까

 

코치 따위는 필요 없어

 

- 가
- 누구 마음대로

 

내 아들이야
내 아들은 내가 알아서 가르쳐

 

그러니까

 

애가 엄마 허락 없이는
오줌도 제대로 못 누지

 

자기가 낳았다고 애들이, 뭐
다 자기 거인가?

 

길러보지도 않았으면서!

 

독종, 아이고, 씨

 

아빠, 아빠

 

어...

 

중원이 생일날도 못 오고 해서

 

우리 야구장 갈 거야

 

아빠, 안녕하세요

 

초원이도 같이 갈래?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당신도 똑같아

 

친해지는 거? 쉽지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야
절대로 아니라고!

 

중원이, 아빠랑 둘이서 살래?

 

초원이 어머니

 

그만큼이면 학교로서는
충분히 도와드린 겁니다

 

아니, 마라톤 완주를 했다고 해서
뭐가 그렇게 달라집니까?

 

이제 직업 교육도...

 

직업 교육을 받으면

 

뭐가 그렇게 달라지나요?

 

어머니

 

직장 다니면서도
충분히 취미로 할 수 있어요

 

마라톤에 너무 집착하지 마세요

 

집착이라니요?

 

전 초원이가 좋아하는 걸
시키는 것뿐이에요

 

부모가 자식 위해서
그러는 것도 나쁜 건가요?

 

하지만 초원이는
남들하고 다르지 않습니까

 

아니요

 

똑같아요, 달릴 때만큼은요

 

- 초원이 다리는?
- 백만 불짜리 다리

 

- 몸매는?
- 끝내줘요

 

잘할 수 있지?

 

 

우리 아들, 잘할 수 있어

 

'우리 아들, 잘할 수 있어'

 

4시간

 

- 초원아
- 네

 

- 이 아저씨만 따라가, 알았지?
- 어

 

혼자 빨리 뛰면 돼, 안 돼?

 

- 돼
- 돼?

 

- 안 돼!
- 안 돼

 

파이팅!

 

아, 그렇지, 그렇지
아, 그렇지, 천천히

 

어, 어, 어, 어!
어, 저기, 좀 비켜, 비켜

 

천천히, 천천히

 

- '천천히'
- 천천히, 천천히

 

아이, 오래간만이에요

 

오래간만입니다

 

이야, 이거 그냥
시원하고 좋네, 어

 

옆에 있던 애가 어디 갔지?

 

숨 쉬나 안 쉬나?

 

뭐 하고 있어, 이 양반들아
빨리 병원으로 이송해

 

이리 와 봐요, 예?

 

아니에요

 

아, 진짜 왜 그래요

 

아니에요

 

- 이리 와 봐, 응?
- 의사 선생님, 아니

 

그러면 안 돼요, 예?

 

그러면 안 돼요, 예?

 

안 맞아요, 주사
의사 선생님, 주사 안 맞아요

 

아, 이러면 안 돼요
맞아야 돼요

 

초원아, 엄마, 초원아?

 

주사 안 맞아요!

 

초원아, 엄마

 

메달...

 

끝까지 완주해야
메달을 주는 거야, 초원아

 

메달 주세요

 

메달을 주세요

 

어어?

 

어, 메달

 

여기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신청하면 다 드리는 거예요

 

아, 네

 

초원아

 

메달 안 준대, 완주하지 못해서

 

내가 흥분하게 안 생겼어요, 네?

 

장난치나, 지금 내하고, 응?

 

좀 진정 좀 하시고요

 

아니, 진정이나 마나
이걸 어떻게 진정해요?

 

아이, 씨

 

아니, 아주머니셨어요?

 

죄송합니다

 

아니, 나는
이거 돈도 필요 없으니까

 

요 나이도 어린놈의 새끼들
요거 콩밥 먹여야 돼

 

어디, 이 새끼들
나이도 어린놈들이, 어디...

 

다음부터 이럴 거야? 쯧

 

네가 깡패니?

 

빵빵댄다고
남의 차 백미러를 걷어차고?

 

도대체 어디서
그런 걸 배웠어, 응?

 

입장 바꿔서 생각해 봐
누가 너한테 그러면 기분 좋겠어?

 

엄마 힘들어
네가 이러지 않아도 엄마 힘들다고

 

엄마는 나하고 입장 바꿔서
생각해 본 적 있어?

 

뭐야?

 

한 번이라도
내 입장에서 생각해 봤냐고

 

이게 그냥, 뭘 잘했다고 그래도

 

아빠도 엄마가 내쫓았잖아

 

엄마한테는 초원이밖에 없어

 

엄마는 걔 눈빛만 봐도
뭘 원하는지 알지?

 

- 그렇지만 나...
- 네가 형이랑 똑같아?

 

말로 하면 될 거 아니야

 

이런 식으로
유치하게 반항하지 말고

 

말했어...

 

수십 번, 수백 번, 수천 번!

 

엄마는 한 번도 안 들었어

 

얘 하고도 입장을 바꿔놓고
한번 생각을 해 봐

 

나야 반항이라도 하지

 

엄마가 진저리난다고

 

중원이, 안녕하세요

 

형아, 돌려줘
돌려줘, 돌려달라고

 

돌려달라고

 

어, 수건

 

냄새나, 가스 냄새나

 

어...

 

초원이가 가스 밸브 잠갔어

 

창문이랑 현관도 열었어요

 

가스 터지면 다 죽는다

 

어...

 

무서워, 죽는 게?

 

알아? 죽는 게 뭔지?

 

멍청이

 

그럼 뛰어

 

죽을 때까지

 

초원이 30바퀴 다 돌았어요

 

알아, 집에 가자

 

초원이 착해, 안 착해?

 

'초원이 다리는 백만 불짜리'
해 봐

 

집에 가자니까

 

어...

 

힘들어?

 

아니, 안 힘들어

 

안 힘들어요

 

당근도 먹어야 착한 사람이지?

 

김밥 한 줄에 2천 원

 

어...

 

초원이 여기 잠깐 있어

 

아이를 찾습니다

 

노란색 원피스에
초록색 포켓몬 가방을 멘

 

이혜진 어린이

 

석관동에서 온 5살 된
이혜진 어린이를 찾습니다

 

이혜진 어린이를 보신 분은
역무실로 연락 바랍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겠습니다

 

노란색 원피스에
초록색 포켓몬 가방을 멘

 

이혜진 어린이

 

이혜진 어린이를 찾습니다

 

남한 땅 크기의
세렝게티 국립공원은

 

야생 동물들의 천국입니다

 

원시시대 이후로
인간의 발자국이 닿지 않은

 

지구상에 몇 안 되는 곳이지요

 

엄마

 

- 오래 기다리셨죠?
- 네

 

여기 있습니다

 

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네, 고맙습니다

 

너, 뭐야? 어딜 만져!

 

오빠, 그냥 가, 어?

 

얼룩말들은 한 배에
한 마리의 새끼를 갖습니다

 

아휴, 씨

 

미쳤나 봐, 그냥 가, 응? 가자

 

임신 기간은 276일

 

아, 이 새끼가 미쳤나, 진짜

 

어, 오빠!

 

응?

 

어?<

 

- 어?
- 야!

 

왜 이러는 거야, 왜 이러는 거야
왜 남의 아들을 때려요?

 

이런 새끼는 맞아야 된다니까요!

 

- 왜 그래요, 왜 때려요
- 참아

 

남의 아들을 왜 때려!

 

아, 아들 간수를 잘하든가!

 

무슨 일이야
왜 때려, 남의 아들을!

 

우리 아이에게는

 

장애가 있어요

 

우리 아이에게는

 

장애가 있어요

 

우리 아이에게는

 

장애가 있어요

 

우리 아이에게는

 

장애가 있어요

 

우리 아이에게는

 

장애가 있어요

 

우리 아이에게는 장애가 있어요

 

우리 아이에게는 장애가 있어요

 

우리 아이에게는 장애가 있어요

 

장애가 있어요

 

우리 아이에게는 장애가 있어요

 

우리 아이에게는 장애가 있어요

 

아프지?

 

안 아파요

 

큰일 날 뻔했어

 

초원이 잃어버렸어

 

그래, 어딜 갔었어?

 

초원이 잃어버렸어

 

동물원에서 초원이 잃어버렸지?

 

뭐?

 

뭐, 뭐라고 했어?

 

응?

 

동물원에서

 

엄마가 손 놨지?

 

그래서 초원이 잃어버렸지!

 

동물원에서

 

엄마가 손 놨지!

 

그래서 초원이 잃어버렸지!

 

기, 기, 기억나? 그때가?

 

그때가 기억나, 초원이?

 

안 돼!

 

초원아

 

아, 안 돼, 가만히 있어

 

초원아

 

초원아, 제발

 

안 돼, 초원아

 

안 돼

 

위장 천공이에요

 

구멍이 뚫려서 위액이
장으로 쏟아져 나오는 거죠

 

좀 위험했는데

 

일단 봉합 수술을 했으니까
괜찮을 겁니다

 

그동안 궤양 때문에
상당히 아팠을 텐데

 

오래 견딘 게 신기하네요

 

엄마, 이제 괜찮아

 

엄마가 아파서 병원에 누워 있어

 

엄마가 아프면
초원이는 기분이 어떨까?

 

기쁠까?

 

슬플까?

 

화가 날까?

 

겁이 날까?

 

비가

 

비가 주룩주룩 내려요

 

난 그냥 좋아하는 거
하나쯤 만들어주고 싶었어

 

그런데 어느 날 보니까

 

그러면서 내가 좋아하고

 

꿈꾸고 위로받고 있었던 거야

 

아무것도 모르는 애
멋대로 굴려 가면서

 

하지만

 

그만둘 수가 없었어

 

그럼 내가
살 수가 없을 거 같았거든

 

애가 기억하더라

 

옛날에 동물원에서 잃어버렸던 거

 

당신도 기억나죠?

 

사실은

 

사실은 그때

 

내가 초원이를 버렸던 거야

 

도저히

 

도저히 키울 자신이 없었거든

 

당신 그때 스물일곱이었어

 

지금은 아니야

 

담임 선생님이 그러더라

 

애가 힘들어도
힘들다는 말을 안 한대

 

내가 늘 그랬거든

 

'초원이 힘들어, 안 힘들어?'

 

'안 힘들지? 힘들지 않지?'

 

'좋지, 좋아하지?'

 

내가 그렇게
15년 동안을 다그쳤어

 

그래서 이제는

 

힘들다

 

싫다는 말

 

아예 못 해

 

어쩌면

 

초원이는 엄마가
자기를 또 버릴까 봐

 

그렇게 열심히
힘들다는 소리 안 하고

 

지금까지 살아온 건 아닐까?

 

나 진짜 지옥 갈 거야

 

그렇지, 여보?

 

나 정말 나쁜 년이야

 

나 정말 나쁜 년이야

 

백 바퀴 뛴 게 거의 40km예요

 

페이스만 잡으면 완주 문제없어요

 

초원이가 좋아하는 게
달리기지 않습니까

 

초원이 춘천 대회
나가고 싶어 해요

 

걔 마음을 누가 알아요

 

말 안 해도 자식 마음 아는 게
그게 엄마 아닌가요?

 

나도 알아요

 

초코파이, 짜장면, 얼룩말

 

환장을 하죠, 그런 건

 

어차피 손 못 놓을 자식

 

서로 편하게나 살아야죠

 

못 놓는 게 아니라
안 놓는 거 아닙니까?

 

그동안 고마웠어요

 

진심이에요

 

그럼

 

아니...

 

엄마까지 왜 이러십니까? 정말

 

한번 시작했으면 끝장을 봐야죠

 

아, 보여주자고요
초원이도 할 수 있다는 거

 

남들하고 다를 게 뭐예요!

 

내가 페이스메이커 할게요

 

- 같이 뛸게요
- 달라요

 

우리 애는 다르다고요

 

남들과 똑같지 않다고요

 

그걸 깨닫는 데
20년이 걸렸어요, 바보같이

 

그런데 고작

 

200시간으로
뭐가 달라졌을 거 같아요?

 

어림없어요

 

애 마음을 아냐고요?

 

내가 그걸 알면
지금 죽어도 소원이 없어요

 

가세요

 

이제 안 해요

 

내가 그놈의 것을 알 때까지

 

단 하루라도 더 살기 위해서라도

 

마라톤, 이제 안 해요

 

절대로

 

아이스크림 먹어라

 

감사합니다

 

어, 수고했어

 

- 고맙습니다
- 어

 

 

어?

 

중원이, 안녕하세요

 

나한테 존댓말 하는 거 아니야

 

존댓말 하면 안 돼

 

밥 먹었어?

 

먹었어

 

만 원에서 4천 원 빼면 6천 원

 

6천 원

 

아이, 씨, 누구세요?

 

왜 전화를 안 받아요?

 

우리 초원이 어디 있어요?

 

네?

 

우리 초원이 어디 있느냐고요!

 

참가비 안 내신 분요?

 

아, 예

 

아휴, 연습 좀 더 하셨어요?

 

근데 저 친구는 어떻게 할까요?

 

누구? 아...

 

놔둬, 뛰고 싶어서 온 것 같은데

 

그럴까요?

 

혼자인가, 오늘은?

 

예, 혼자 왔는데요?

 

저, 저, 죄송합니다

 

저기, 잠시만요

 

아, 잠시만요

 

저기 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잠시만요

 

초원이 춘천에 왔어요

 

배 번호도 달았어, 1024

 

- 이놈의 새끼
- 회장님이 달아 줬어

 

너 여기가 어디인 줄 알고 왔어?

 

왜 엄마 말 안 들어

 

너 이러다가 집이라도
잃어버리면 어떡하려고 그랬어?

 

집에 가

 

이따가 끝나고 4시까지
저 앞에 관광버스로 와

 

- 죄송합니다
- 서울 3다2345

 

- 회장님 번호
- 잠시만요

 

010-234-4738

 

윤초원

 

윤초원 주소는

 

- 서울시 특별시
- 초원아

 

송파구 문정동 시흥아파트

 

3동 1007호

 

집 전화번호는

 

405에 3788

 

엄마 핸드폰

 

016 216에 3788

 

이놈의 새끼, 엄마가
얼마나 걱정하는지도 모르고

 

엄마가 이제부터
마라톤 안 한다고 했잖아

 

오늘은 춘천 마라톤 하는 날

 

아니야, 이제 이런 힘든 거
안 해, 집에 가

 

오늘은 10월 10일
춘천 마라톤 하는 날

 

출발 1분 전

 

뭐 하는 짓이야, 이게?

 

오늘은 초원이
42, 195 달리는 날

 

엄마, 이왕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달리게...

 

시끄러워

 

연습 제대로 못 했어
도중에 쓰러질 거야

 

초원이 엄마 말 들어

 

엄마 말 듣는 사람
착한 사람이지?

 

 

가서 짜장면하고 탕수육 먹자

 

가, 가자

 

뛰다가 도중에 쓰러지면
주사 맞아야 돼

 

주사 맞고 싶어?

 

응?

 

안 쓰러져

 

초원이 안 쓰러져요

 

엄마

 

초원아, 나중에 오자

 

오늘은 안 돼, 응?

 

너 혼자서는 안 돼

 

초원아, 엄마가 잘못했어

 

이제 이런 거 안 시킬게, 응?

 

초원아

 

초원이 다리는?

 

초원이 다리는?

 

초원이 다리는?

 

백만 불짜리 다리

 

형!

 

윤초원!

 

윤초원!

 

저기 있다!

 

저기요, 저기

 

- 윤초원
- 형!

 

- 형
- 초원아

 

초원아, 어

 

내가 누구야?

 

손정욱 코치 선생님

 

마라톤 하니까 좋아, 안 좋아?

 

좋아요

 

- 좋지?
- 네

 

너 오늘 완주할 수 있어, 없어?

 

없어

 

끝까지 뛸 수 있어, 없어?

 

있어

 

초원이 끝까지 뛰려면

 

빨리 뛰면 돼, 안 돼?

 

안 돼

 

- 안 되지?
- 응

 

어, 어

 

좀 천천히 뛰어 봐
천천히 뛰어 봐

 

- '천천히'
- 그래

 

지금 속도로 끝까지 뛰는 거야

 

 

지금 속도에 맞춰서 천천히 끝까지

 

'천천히'

 

- 알았지?
- 응

 

- 초원아
- 네

 

뛰다 보면

 

나중에 비가 올 거야

 

- 비?
- 뭐가 온다고?

 

- 비, 주룩주룩
- 그래

 

- 비가 오면
- 어

 

그때부터는 죽도록 뛰는 거야

 

'죽도록'

 

- 치타처럼
- '치타처럼'

 

힘내!

 

'힘내'

 

- 형
- 어

 

- 파이팅!
- 파이팅!

 

초원이 천천히

 

너무 빨리 달리면 안 돼

 

 

 

수고하십니다

 

아, 아

 

초원이 멈췄다

 

아, 멈추면 안 되는데

 

- 아저씨
- 어?

 

여기 계시면 위험하거든요

 

어, 안 맞아요
안 맞아요, 주사

 

아저씨, 좀 비켜나세요

 

저, 주사 안 맞아요

 

초원아

 

초원아

 

초원아?

 

초원아

 

파이팅, 파이팅, 파이팅!

 

파이팅, 할 수 있다!

 

파이팅, 파이팅!

 

- 달려!
- 야, 뛰어!

 

어, 비가 와요

 

이런 날이 뛰기에는 더 좋지

 

어? 어, 어!

 

- 엄마
- 형!

 

- 엄마
- 형

 

우리 아들

 

잘 갔다 왔어?

 

- 응
- 응?

 

- 엄마
- 응

 

이제 집에 가

 

- 집에 가요
- 그래

 

그래, 집에 가, 집에 가

 

집에 가

 

- 윤초원 군
- 네

 

윤초원 군, 여기 봐요

 

윤초원 군, 여기

 

그렇지, 자, 얼굴 펴고

 

사진 찍습니다

 

얼굴 펴고

 

하나, 둘, 셋, 스마일

 

얼굴 굳었다, 스마일

 

자, 한 번 더

 

스마일

 

여보, 물 이 정도면 되나?

 

어, 괜찮아요

 

내가 청소할게

 

초원아, 거기
손걸레하고 이거 좀 줄래?

 

형, 걸레 줘

 

 

여기요

 

오늘 야구 몇 시에 하냐?

 

아직 한 시간 남았어요

 

그래?

 

어, '동물의 왕국'은 6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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