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00:02:48,866 --> 00:02:54,633 난 가끔 여기서 아내를 훔쳐본다 2 00:02:56,400 --> 00:03:01,000 그녀가 처음 이 방에 왔을 때 3 00:03:01,025 --> 00:03:03,458 이 방이 좋고 편하다고 했다 4 00:03:05,166 --> 00:03:07,766 만난 지 며칠 안 돼서였다 5 00:03:08,020 --> 00:03:10,153 트론헤임의 주교 회의 때 6 00:03:10,833 --> 00:03:13,733 그녀는 어느 성당 주보 대표였다 7 00:03:14,766 --> 00:03:18,800 점심때 만나서 목사관을 소개했다 8 00:03:19,713 --> 00:03:25,413 어느 날 회의 후 여기로 데려왔고 9 00:03:27,200 --> 00:03:31,433 오는 길에 청혼했다 10 00:03:32,500 --> 00:03:39,266 그녀는 대답 대신에 방에 들어섰을 때 11 00:03:39,733 --> 00:03:42,300 집에 온 느낌이라고 말했다 12 00:03:44,966 --> 00:03:49,900 그 후, 여기서 행복하게 지냈다 13 00:03:50,400 --> 00:03:53,500 에바는 자신에 대해 말해 주었다 14 00:03:54,400 --> 00:03:59,133 고교 졸업 후 대학에 간 뒤 15 00:03:59,173 --> 00:04:04,006 의사와 약혼해서 몇 년 동거했고 16 00:04:05,766 --> 00:04:08,253 책 두 권을 썼고 17 00:04:09,632 --> 00:04:13,565 결핵에 걸려 파혼한 뒤 18 00:04:14,308 --> 00:04:19,375 오슬로에서 노르웨이의 작은 마을로 와 19 00:04:19,400 --> 00:04:22,333 기자가 되었다 20 00:04:23,533 --> 00:04:27,833 이때부터 책을 썼다 난 그녀의 책이 좋다 21 00:04:28,533 --> 00:04:30,366 그녀는 이렇게 썼다 22 00:04:32,333 --> 00:04:37,566 '삶도 배워야 한다' '난 매일 연습한다' 23 00:04:37,766 --> 00:04:41,933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을 모르는 것' 24 00:04:42,133 --> 00:04:43,800 '장님처럼 어둠 속을 헤맨다' 25 00:04:44,600 --> 00:04:47,600 '이런 날 누군가 사랑한다면' 26 00:04:47,800 --> 00:04:51,066 '마침내 날 찾을 것 같다' 27 00:04:52,166 --> 00:04:57,133 '그럴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다' 28 00:05:02,333 --> 00:05:05,966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한다고 29 00:05:06,166 --> 00:05:10,133 하고는 싶지만 모르겠다 30 00:05:11,266 --> 00:05:14,100 어떻게 말해야 믿어 줄지 31 00:05:14,300 --> 00:05:18,566 무슨 말을 해야 할지 32 00:05:45,866 --> 00:05:48,800 엄마한테 썼는데 있다가 올까요? 33 00:05:49,000 --> 00:05:54,733 - 아냐, 괜찮아, 끌게 - 나중에 올게요 34 00:05:54,933 --> 00:05:57,166 편지가 더 좋아 35 00:05:58,466 --> 00:06:03,066 '사랑하는 엄마, 어제 시내에서 아그네스를 봤어요' 36 00:06:03,333 --> 00:06:07,000 '남편, 애들과 부모님을 뵈러 왔대요 37 00:06:07,233 --> 00:06:09,400 '레오나르도가 죽었다던데' 38 00:06:10,300 --> 00:06:15,800 '사랑하는 엄마 얼마나 충격이 크셨을까' 39 00:06:16,000 --> 00:06:18,033 '얼마간 저희한테 오세요' 40 00:06:18,233 --> 00:06:21,733 '다만 며칠이라도요' 41 00:06:22,766 --> 00:06:25,933 '겁먹고 거절할까 봐 말하는 건데' 42 00:06:26,133 --> 00:06:29,066 '여긴 아주 넓어요' 43 00:06:29,266 --> 00:06:32,566 '편안한 방에 화장실도 딸렸죠' 44 00:06:33,200 --> 00:06:37,200 '그랜드 피아노도 마음껏 치세요' 45 00:06:37,466 --> 00:06:40,633 '호텔보다 낫죠?' 46 00:06:41,266 --> 00:06:43,600 '엄마, 꼭 오세요' 47 00:06:43,800 --> 00:06:47,833 '뭐든 해드릴게요' 48 00:06:48,033 --> 00:06:51,033 '뵌 지 7년째에요' 49 00:06:51,233 --> 00:06:53,100 '이번 가을이면요' 50 00:06:53,633 --> 00:06:56,566 '엄마를 사랑하는 에바와 빅토르' 51 00:06:56,766 --> 00:06:58,633 - 잘 썼어 - 정말요? 52 00:07:55,066 --> 00:08:00,133 - 엄마, 어서 오세요 - 에바, 엄마 왔다 53 00:08:00,333 --> 00:08:04,833 - 오셔서 너무 기뻐요 - 정말 긴 여행이었어 54 00:08:05,033 --> 00:08:09,800 너무 아름답구나 55 00:08:10,000 --> 00:08:13,166 - 오래 계실 거죠? - 물론이지 56 00:08:13,400 --> 00:08:18,500 - 믿어지지가 않아요 - 산책하러 가자꾸나 57 00:08:18,700 --> 00:08:22,700 왜 이렇게 무거워요? 악보를 잔뜩 넣었죠? 58 00:08:22,933 --> 00:08:25,800 그럼, 계속 있으려고 59 00:08:26,000 --> 00:08:29,500 - 레슨해 주실 거죠? - 그래, 같이 치자꾸나 60 00:08:29,733 --> 00:08:32,233 - 빅토르는? - 지금 없어요 61 00:08:32,433 --> 00:08:36,000 이렇게 일찍 오실지 몰랐죠 62 00:08:36,833 --> 00:08:38,966 - 엄마 방이에요 - 좋구나 63 00:08:40,033 --> 00:08:44,366 - 경치도 좋네 - 여기가 화장실이에요 64 00:08:45,833 --> 00:08:52,266 - 참 현대적이구나 - 옷장은 여기에요 65 00:08:52,533 --> 00:08:56,200 대만족이야 피곤하구나 66 00:08:56,400 --> 00:09:01,133 레오나르도의 임종을 지켰어 67 00:09:01,333 --> 00:09:04,433 진통제를 놔도 아파했지 68 00:09:05,266 --> 00:09:09,933 가끔 울기도 했단다 69 00:09:10,133 --> 00:09:11,533 죽음 때문이 아니라 너무 아파서 70 00:09:12,533 --> 00:09:17,500 병원은 공사 때문에 소음이 심했어 71 00:09:17,733 --> 00:09:22,666 볕이 내리쬐는데 블라인드도 없고 72 00:09:23,300 --> 00:09:28,433 방을 바꿨지만 여기저기 공사였지 73 00:09:29,533 --> 00:09:33,000 공사 후, 해가 진 뒤에야 창을 열었지 74 00:09:33,233 --> 00:09:38,333 바람 한 점 없이 숨이 막히더구나 75 00:09:40,366 --> 00:09:44,233 밤이면 의사가 왔지 레오나르도의 친구였어 76 00:09:45,766 --> 00:09:48,400 얼마 남지 않았다고 77 00:09:49,433 --> 00:09:55,400 진통제를 30분마다 놨어 78 00:09:56,733 --> 00:09:59,400 고통을 줄여준다며 간호사가 놔주더라 79 00:10:01,600 --> 00:10:04,366 나더러 뭘 먹으랬지만 배가 안 고팠다 80 00:10:05,733 --> 00:10:08,133 냄새가 역겨웠어 81 00:10:10,533 --> 00:10:12,933 레오나르도는 잠깐 자더니 82 00:10:14,500 --> 00:10:19,633 일어나서는 나보고 나가랬어 83 00:10:20,733 --> 00:10:24,600 간호사를 불러 진통제를 맞았단다 84 00:10:26,966 --> 00:10:31,233 얼마 후 간호사가 복도로 나오더니 85 00:10:32,733 --> 00:10:34,400 그가 죽었다고 하더구나 86 00:10:39,766 --> 00:10:42,066 밤새 그의 옆에 있었다 87 00:10:43,466 --> 00:10:46,266 우리는 18년 동안 친구였어 88 00:10:46,466 --> 00:10:51,866 13년을 같이 살면서도 싸운 적이 없었어 89 00:10:53,866 --> 00:10:56,900 2년 전쯤, 오래 못 살 거라는 사실을 알았어 90 00:10:58,566 --> 00:11:02,400 나폴리 외곽에 있는 그의 집에 최대한 자주 갔지 91 00:11:04,633 --> 00:11:09,900 그는 친절하고 사려 깊고 내 성공을 기뻐해 줬어 92 00:11:10,766 --> 00:11:15,133 웃고 농담하면서 같이 연주도 했고 93 00:11:16,733 --> 00:11:21,733 그는 병에 대해 함구했고 나도 묻지 않았어 94 00:12:02,700 --> 00:12:05,700 어느 날 나를 한참 바라보더니 95 00:12:07,000 --> 00:12:09,633 웃으며 말했지 96 00:12:11,700 --> 00:12:15,500 '내년 이맘때면 난 없을 거야' 97 00:12:16,766 --> 00:12:21,366 '늘 당신 생각하고 함께 있을게' 98 00:12:24,766 --> 00:12:29,100 기분은 좋았지 99 00:12:29,300 --> 00:12:31,066 그가 그런 식으로 나와서 100 00:12:32,300 --> 00:12:34,866 난 슬퍼할 수도 없었단다 101 00:12:35,633 --> 00:12:39,300 허전하긴 하지만 애태우면 뭘 하겠니? 102 00:12:39,533 --> 00:12:42,533 그간 엄마 많이 변했지? 103 00:12:42,800 --> 00:12:46,766 - 전혀요 - 머리를 염색했다 104 00:12:47,033 --> 00:12:49,800 다른 데는 다 똑같아 105 00:12:50,000 --> 00:12:54,366 취리히에서 이 옷을 샀단다 106 00:12:54,566 --> 00:12:58,433 보자마자 샀는데 값도 싸고 딱 맞더라 107 00:12:58,633 --> 00:13:02,633 - 괜찮지 않니? - 네, 아주 좋아요 108 00:13:02,833 --> 00:13:06,866 가방 좀 들어주겠니? 등이 너무 아프구나 109 00:13:08,166 --> 00:13:12,066 침대 밑에 깔만한 판자가 없을까? 110 00:13:12,266 --> 00:13:15,600 어제 판자를 넣어 뒀어요 111 00:13:16,266 --> 00:13:21,766 얘야, 왜 그러니? 내가 말실수라도 한 거니? 112 00:13:22,000 --> 00:13:24,633 너무 반가워서 그래요 113 00:13:26,066 --> 00:13:29,600 어릴 때처럼 안아주마 114 00:13:30,933 --> 00:13:34,533 내 얘기만 했구나 네 얘기도 좀 듣자 115 00:13:34,966 --> 00:13:38,833 요즘 어떠니? 116 00:13:39,033 --> 00:13:44,133 - 아주 좋아요 - 외롭지는 않고? 117 00:13:44,366 --> 00:13:49,300 둘 다 지역 교회의 일을 해요 118 00:13:49,566 --> 00:13:54,500 저는 오르간을 연주해요 119 00:13:54,733 --> 00:14:00,066 연주를 하고 설명도 하죠 120 00:14:00,266 --> 00:14:04,166 - 나한테도 들려주렴 - 당연하죠 121 00:14:04,366 --> 00:14:06,666 LA 학교에서 다섯 번이나 콘서트를 했단다 122 00:14:06,866 --> 00:14:09,900 매회 3천 명의 아이들이 왔지 123 00:14:10,100 --> 00:14:15,366 연주하고 얘기도 나누고 매우 성공적이었단다 124 00:14:15,566 --> 00:14:17,866 드릴 말씀이 있어요 125 00:14:18,766 --> 00:14:20,333 헬레나가 여기 있어요 126 00:14:30,200 --> 00:14:32,233 편지에 말해 주지 그랬니? 127 00:14:33,400 --> 00:14:37,166 그럼 안 오셨을 테니까요 128 00:14:37,366 --> 00:14:39,500 말해도 왔을 거다 129 00:14:39,700 --> 00:14:41,566 아마 아닐걸요 130 00:14:42,400 --> 00:14:47,933 레오나르도의 죽음으로 충분한데 왜 헬레나까지 부른 거니? 131 00:14:48,133 --> 00:14:51,033 그 애는 2년 동안이나 여기에서 살았어요 132 00:14:51,933 --> 00:14:56,166 우리가 같이 살자고 부탁했던 거죠 133 00:14:58,000 --> 00:15:01,466 - 편지 드렸잖아요 - 그런 편지는 못 받았다 134 00:15:01,700 --> 00:15:03,633 귀찮아서 안 봤겠죠 135 00:15:05,166 --> 00:15:09,100 - 너무하다고 생각 안 하니? - 죄송해요 136 00:15:11,833 --> 00:15:15,033 걔는 보기 싫구나 적어도 오늘만은 137 00:15:16,133 --> 00:15:20,533 엄마 좋은 아이예요 138 00:15:20,733 --> 00:15:26,466 - 엄마를 보고 싶어 해요 - 요양원에 잘 있는 거 같더니 139 00:15:26,700 --> 00:15:30,800 - 같이 지내고 싶었어요 - 그 아이한테도 좋을까? 140 00:15:31,066 --> 00:15:34,666 네, 저도 돌봐 줄 누군가가 있으니 141 00:15:35,833 --> 00:15:42,500 내 말은... 헬레나가... 더 나빠졌니? 142 00:15:43,066 --> 00:15:46,733 네, 병이 진행되니까요 143 00:15:51,000 --> 00:15:52,633 그럼 보러 가자꾸나 144 00:15:55,900 --> 00:15:58,566 - 정말이에요? - 할 수 없잖니 145 00:16:01,333 --> 00:16:04,533 난 생각 없는 사람이 싫다 146 00:16:05,400 --> 00:16:08,733 - 무슨 말이에요? - 상황이 이러니, 가자 147 00:16:23,233 --> 00:16:25,700 레나 148 00:16:27,500 --> 00:16:32,166 매일 네 생각했단다 149 00:16:38,466 --> 00:16:41,633 감기를 옮기기 싫대요 150 00:16:41,866 --> 00:16:45,966 20년 동안 감기라고는 한 번도 걸린 적 없단다 151 00:16:47,866 --> 00:16:51,033 방이 참 좋구나 152 00:16:51,233 --> 00:16:53,233 내 방의 전경과 똑같아 153 00:17:04,466 --> 00:17:07,366 손으로 머리를 받치고 154 00:17:07,566 --> 00:17:11,133 - 자기를 쳐다봐 달래요 - 이렇게? 155 00:17:14,833 --> 00:17:18,666 에바가 돌봐 주니 정말 고맙구나 156 00:17:18,866 --> 00:17:23,366 난 아직 요양원에 있는 줄 알고 한 번 들르려고 했다 157 00:17:23,566 --> 00:17:25,633 이게 더 잘 됐지? 158 00:17:26,766 --> 00:17:28,933 매일 같이 있겠네? 159 00:17:31,633 --> 00:17:37,133 - 많이 아프니? - 아뇨 160 00:17:40,133 --> 00:17:42,333 머리가 참 예쁘구나 161 00:17:52,400 --> 00:17:57,600 - 엄마를 위해서래요 - 책 읽어줄까, 좋아? 162 00:17:59,000 --> 00:18:03,533 드라이브도 가자 여기를 구경 못 했어 163 00:18:08,533 --> 00:18:11,733 - 뭐래? - 오늘은 피곤하실 테니 164 00:18:11,933 --> 00:18:14,100 그만 쉬시래요 165 00:18:24,100 --> 00:18:26,633 엄마가 좋대요 166 00:18:26,833 --> 00:18:31,000 얘는 시계 없니? 167 00:18:31,200 --> 00:18:33,366 내 손목시계를 주마 날 지각 대장으로 여기는 168 00:18:33,566 --> 00:18:36,600 팬이 준 거란다 169 00:18:37,833 --> 00:18:42,000 - 헬레나도 함께 저녁 먹니? - 아뇨, 다이어트 중이에요 170 00:18:42,966 --> 00:18:47,566 병원에서 너무 먹었거든요 171 00:18:53,500 --> 00:18:55,300 열나는 것 같아 172 00:18:56,566 --> 00:18:58,100 울고 싶어 173 00:18:59,600 --> 00:19:04,633 정말 바보 같구나 망신살이야 174 00:19:04,833 --> 00:19:08,566 양심의 가책을 느꼈어야 했어 175 00:19:11,333 --> 00:19:15,233 급하게 와서는... 뭘 기대했지? 176 00:19:15,433 --> 00:19:19,566 이제껏 뭘 바랐던 거지? 177 00:19:20,866 --> 00:19:23,666 엄마는 참 대단해요 178 00:19:24,533 --> 00:19:28,533 헬레나 얘기를 했을 때 봤어야 했는데 179 00:19:28,766 --> 00:19:33,133 그 웃음을 봤어야 해요 180 00:19:33,333 --> 00:19:35,600 무척이나 놀라고 당황하셨을 텐데 181 00:19:36,400 --> 00:19:41,600 헬레나의 방문 밖에서부터 182 00:19:41,800 --> 00:19:45,966 입장하는 배우처럼 떨었지만 침착하셨어요 183 00:19:47,400 --> 00:19:49,933 대체 왜 오셨을까? 184 00:19:50,133 --> 00:19:54,933 7년 만의 만남에서 뭘 바라셨을까? 185 00:19:55,133 --> 00:20:00,600 난 뭘 기대했을까요? 사람 욕심은 끝이 없을까요? 186 00:20:00,800 --> 00:20:04,600 - 그렇지는 않아 - 모녀 관계에서도? 187 00:20:05,333 --> 00:20:09,066 울어 봐야 소용없어 제기랄 188 00:20:10,600 --> 00:20:13,500 저기 앉아서 큰 눈으로 날 봤어 189 00:20:16,333 --> 00:20:20,233 손으로 머리를 받치니 그 아이의 병이 느껴졌어 190 00:20:20,433 --> 00:20:23,066 그 아이 목의 병이 말이야 191 00:20:24,866 --> 00:20:26,333 제기랄 192 00:20:28,633 --> 00:20:31,200 세 살 때처럼 앉아서 침대에 눕히고 193 00:20:31,466 --> 00:20:33,600 돌봐 줄 수 없다니 194 00:20:41,800 --> 00:20:44,500 저 연약하고 부서진 몸을 195 00:20:46,900 --> 00:20:48,500 나의 헬레나 196 00:20:53,866 --> 00:20:55,600 그만 울어야지 197 00:20:56,533 --> 00:20:59,633 작가 이름은 잊었는데 198 00:20:59,866 --> 00:21:02,766 '잊고 있던 아기 방 문을 여는 건' 199 00:21:02,966 --> 00:21:08,966 '갑자기 귀신이 나타난 것과 같다' 200 00:21:10,533 --> 00:21:15,333 - 난 어른다워요? - 어른이 된다는 건 201 00:21:15,533 --> 00:21:22,266 - 꿈과 희망을 자제하는 거야 - 그렇게 생각해요? 202 00:21:23,533 --> 00:21:25,666 어른은 놀라서는 안 돼 203 00:21:27,333 --> 00:21:31,400 파이프를 물고 있으니 지혜로워 보여요 204 00:21:31,633 --> 00:21:36,733 - 어른이 다 된 거 같아 - 난 매일 놀라는걸 205 00:21:37,000 --> 00:21:38,466 왜요? 206 00:21:38,566 --> 00:21:44,866 말도 안 되는 꿈과 희망도 있어 207 00:21:45,066 --> 00:21:48,366 말하다 보니 욕망도 있는 듯하고 208 00:21:48,566 --> 00:21:51,000 - 욕망? - 당신에 대한 욕망 209 00:21:51,700 --> 00:21:54,566 아주 예쁜 말이네요? 210 00:21:54,766 --> 00:21:56,966 아무 의미도 없는 말들이요 211 00:21:57,866 --> 00:22:00,466 난 예쁜 말들을 들으면서 컸죠 212 00:22:00,666 --> 00:22:05,166 엄마는 화를 내거나 실망, 슬퍼하지 않고 213 00:22:05,400 --> 00:22:09,466 '감정이 상해요'라고 했죠 당신도 그렇고요 214 00:22:10,700 --> 00:22:13,133 직업병이겠죠? 215 00:22:14,233 --> 00:22:17,766 내가 있는데도 욕망이 있다면 216 00:22:18,000 --> 00:22:21,233 - 의심이 가요 - 무슨 뜻인지 알잖아? 217 00:22:21,433 --> 00:22:26,933 아뇨, 알았다면 당신은 그런 말을 안 했겠죠 218 00:22:27,833 --> 00:22:31,200 고기가 익었나 봐야지 219 00:22:31,400 --> 00:22:35,133 엄마는 내가 요리를 잘 못 한대요 220 00:22:35,366 --> 00:22:38,900 - 내 생각에 당신은 - 훌륭한 요리사? 고마워요 221 00:22:40,866 --> 00:22:43,866 엄마는 디카페인 커피만 드세요 222 00:22:45,233 --> 00:22:50,166 조금만 머물다 가야지 나흘만 있자 223 00:22:50,400 --> 00:22:52,900 원래 예정대로 아프리카에 가야지 224 00:22:58,533 --> 00:23:02,800 샤를롯 마음이 아파 225 00:23:03,600 --> 00:23:09,066 엄마의 불면증을 고민하다 그 이유를 알았어요 226 00:23:09,300 --> 00:23:14,066 잘 주무시면 기운이 나서 모두를 지치게 하시겠죠 227 00:23:14,300 --> 00:23:19,266 엄마의 불면증은 넘치는 에너지를 조절하는 자연의 이치에요 228 00:23:20,600 --> 00:23:26,266 빨간 드레스를 입자 에바를 놀래줘야지 229 00:23:26,466 --> 00:23:29,600 남편 잃은 여자가 이럴 줄은 상상도 못 하겠지 230 00:23:30,233 --> 00:23:34,833 엄마의 식사 의상 기대해요 231 00:23:35,033 --> 00:23:41,900 외로운 미망인이라는 걸 은연중에 상기시키겠죠 232 00:23:43,600 --> 00:23:50,166 계속 화가 나 딸과 사위가 잘해준다 233 00:23:50,400 --> 00:23:55,800 사위는 친절하다 어리광쟁이 에바에게 좋은 짝이다 234 00:23:56,000 --> 00:23:58,533 샤워기가 고장 났을 거다 235 00:23:59,766 --> 00:24:00,866 너무 잘 되잖아 236 00:24:14,866 --> 00:24:18,533 - 엄마, 너무 예뻐요 - 잘 어울리니? 237 00:24:18,800 --> 00:24:22,700 어느 날 친구 새뮤얼이 이러더라 238 00:24:22,933 --> 00:24:25,400 '샤를롯 가을 컬렉션에 갔더니' 239 00:24:25,633 --> 00:24:30,233 - '당신한테 어울릴 드레스가 있어' - 너무 잘 어울리세요 240 00:24:30,433 --> 00:24:33,000 이렇게 오셔서 기뻐요 241 00:24:37,766 --> 00:24:40,800 여보세요, 폴? 242 00:24:40,900 --> 00:24:43,433 지금 막 저녁 먹었어 243 00:24:43,633 --> 00:24:44,833 여긴 그래 244 00:24:44,933 --> 00:24:47,900 저녁을 4시에 먹어 245 00:24:48,466 --> 00:24:51,700 뭐라고? 또 콘서트가 있어? 246 00:24:52,033 --> 00:24:55,233 잠깐, 크게 말해 봐 안 들려 247 00:24:55,333 --> 00:24:57,600 잡음이 너무 커 248 00:24:58,066 --> 00:25:02,266 책과 안경을 가져와야 해 249 00:25:02,533 --> 00:25:05,666 에바, 창문 옆의 책상에 안경이 있나 봐줘 250 00:25:06,633 --> 00:25:09,333 어디 있어요? 몬테카를로? 251 00:25:09,500 --> 00:25:11,166 거기서 뭐 해요? 252 00:25:11,266 --> 00:25:13,500 내 돈으로 도박은 말아요 253 00:25:14,800 --> 00:25:15,933 얘야, 고맙다 254 00:25:17,100 --> 00:25:20,266 이제 늙은이가 안경을 썼어 255 00:25:20,400 --> 00:25:21,933 어디 보자 256 00:25:25,333 --> 00:25:27,366 안 돼 그건 불가능해 257 00:25:27,500 --> 00:25:30,600 내 휴가 때인 걸 알잖아? 258 00:25:31,266 --> 00:25:31,733 안 돼 259 00:25:32,533 --> 00:25:38,233 꿈도 꾸지 마 여기 '자유'라고 써놨어 260 00:25:39,066 --> 00:25:41,700 돈을 얼마나 낸다고? 261 00:25:41,900 --> 00:25:43,933 맙소사 262 00:25:46,233 --> 00:25:52,500 17일 수요일에는 괜찮아 263 00:25:52,666 --> 00:25:57,633 무대 뒤에 좋은 화장실도 필요해 264 00:25:58,766 --> 00:26:01,366 꽃병에 볼일을 보지 않도록 265 00:26:03,400 --> 00:26:06,866 성이 얼마나 이상하던지 상관없어 266 00:26:07,066 --> 00:26:08,833 이제 90년대야 267 00:26:10,233 --> 00:26:13,233 잘 지내고 너무 무리하지 마 268 00:26:14,266 --> 00:26:17,300 예전만큼 젊지 않다고 269 00:26:17,866 --> 00:26:20,000 내가 사랑하는 거 알지? 270 00:26:22,733 --> 00:26:27,666 내 대리인이야, 좋은 사람이지 요즘 유일한 친구란다 271 00:26:27,866 --> 00:26:32,833 폴, 기억하지? 30년째 같이 일해 272 00:26:34,133 --> 00:26:40,566 멋진 악기구나 음색도 좋고 273 00:26:40,766 --> 00:26:42,666 정말 행복하다 274 00:26:44,166 --> 00:26:47,166 - 괜히 걱정했구나 - 무슨 말이죠? 275 00:26:47,366 --> 00:26:51,400 널 오랜만에 봐서 긴장했단 걸 모르는 거니? 276 00:26:51,600 --> 00:26:53,966 사실, 안 오려고 했어 277 00:26:54,200 --> 00:26:57,766 이 커피는 특이하네 278 00:26:57,966 --> 00:26:59,733 잠 안 오면 어떡하지? 279 00:27:01,233 --> 00:27:04,066 쇼팽의 전주곡을 연습하네 280 00:27:04,266 --> 00:27:06,933 - 연주해 주겠니? - 지금은 안 돼요 281 00:27:07,166 --> 00:27:12,600 어린애처럼 굴지 말아라 네 연주가 듣고 싶구나 282 00:27:12,833 --> 00:27:16,600 당신 연주를 들어주시면 좋겠다며? 283 00:27:16,800 --> 00:27:21,400 기교 없이 폼만 잡는데요 284 00:27:21,600 --> 00:27:26,466 곡의 손가락 번호도 못 익혔죠 285 00:27:26,666 --> 00:27:29,633 - 그만하고 한 번 쳐봐 - 못 칠 거예요 286 00:29:24,366 --> 00:29:25,866 사랑스러운 것 287 00:29:27,533 --> 00:29:30,633 - 그게 전부에요? - 아냐, 감동했어 288 00:29:31,900 --> 00:29:34,066 - 곡이 좋았어요? - 네가 좋았어 289 00:29:35,266 --> 00:29:39,300 - 무슨 말씀인지 - 또 쳐보렴 290 00:29:39,500 --> 00:29:42,166 - 지적해 주세요 - 잘못한 거 없다 291 00:29:43,100 --> 00:29:46,466 제 연주 싫어하시잖아요 292 00:29:46,666 --> 00:29:51,633 - 누구나 자유롭게 칠 수 있어 - 물론 그렇지만, 평가는 해줘요 293 00:29:52,733 --> 00:29:58,900 - 벌써 화내고 있잖니 - 아뇨, 평가할 가치도 없다고 294 00:29:59,100 --> 00:30:02,366 - 생각하셔서 속상해요 - 알았다 295 00:30:03,900 --> 00:30:07,633 기술은 나쁘지 않은데 296 00:30:07,833 --> 00:30:11,866 손가락 번호에 좀 더 신경을 써 297 00:30:12,066 --> 00:30:16,900 곡 해석에 대해 생각해 보자 298 00:30:17,600 --> 00:30:22,066 쇼팽은 감성적이었지만 맥이 빠진 건 아니었어 299 00:30:22,300 --> 00:30:25,200 느낌과 감성은 다르지 300 00:30:25,400 --> 00:30:31,566 네가 친 전주곡은 고통을 억제한 거야 301 00:30:31,766 --> 00:30:35,533 침착하고 분명하고 가혹해야 해 302 00:30:35,733 --> 00:30:37,600 첫 마디를 봐 303 00:30:40,500 --> 00:30:43,633 아프지만 표현을 안 해 304 00:30:45,133 --> 00:30:47,233 그다음 잠깐 기분 전환 305 00:30:50,400 --> 00:30:54,866 한 번에 증발하고는 306 00:30:55,100 --> 00:30:57,366 다시 똑같은 고통 307 00:31:01,833 --> 00:31:04,266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고통 곡 전체가 완전한 절제야 308 00:31:05,300 --> 00:31:09,300 쇼팽의 자신감과 열정 309 00:31:09,533 --> 00:31:14,700 고뇌와 남성미가 서렸어 맥이 빠진 아줌마와는 다르지 310 00:31:14,900 --> 00:31:19,066 두 번째 전주곡은 듣기 싫어지도록 쳐야 해 311 00:31:19,266 --> 00:31:22,466 환심을 사려 해서는 안 돼 틀린 것처럼 쳐 312 00:31:22,666 --> 00:31:26,100 전쟁하듯 치다가 승리로 이끌어야 해 313 00:31:26,966 --> 00:31:29,700 이렇게 314 00:34:05,466 --> 00:34:06,666 알겠어요 315 00:34:09,066 --> 00:34:14,366 - 화내지 마라 - 왜 화를 내요, 오히려 감사하죠 316 00:34:14,566 --> 00:34:17,733 45년간 이 지독한 걸 쳐왔다 317 00:34:18,600 --> 00:34:22,533 아직 나도 모르는 비밀들이 있어 318 00:34:24,400 --> 00:34:26,966 어릴 때 엄마를 무척 존경했어요 319 00:34:27,800 --> 00:34:30,766 그 후, 몇 년간 엄마와 피아노에 질렸죠 320 00:34:32,466 --> 00:34:35,666 이젠 조금 다르게 엄마를 존경해요 321 00:34:36,800 --> 00:34:39,766 - 일말의 희망은 있구나 - 그런 것 같아요 322 00:34:53,933 --> 00:34:57,333 - 에바, 어디 있니? - 여기 있어요 323 00:35:06,300 --> 00:35:10,066 함께 산책하려고 옷 갈아입었다 324 00:35:10,800 --> 00:35:14,000 - 아기 방 아니니? - 네, 에릭의 방이죠 325 00:35:15,566 --> 00:35:20,833 - 그대로 뒀구나 - 개조하려다 못 했어요 326 00:35:21,033 --> 00:35:28,133 가끔 여기 앉아서 생각을 해요 327 00:35:28,366 --> 00:35:32,566 - 가자 - 잠깐, 이곳 공기를 느껴봐요 328 00:35:35,866 --> 00:35:39,500 에릭은 4번째 생일 하루 전에 익사했죠 329 00:35:39,700 --> 00:35:41,266 아시겠지만 330 00:35:41,966 --> 00:35:46,066 그이에게는 충격이 너무 컸어요 331 00:35:46,266 --> 00:35:49,133 전 겉으로는 슬퍼했지만 332 00:35:49,333 --> 00:35:52,600 속으로는 아이가 아직도 살아있다고 생각했죠 333 00:35:53,633 --> 00:35:55,900 가까운 곳에 살고 있다고 334 00:35:57,500 --> 00:36:00,966 조금만 집중하면 보여요 335 00:36:01,966 --> 00:36:07,833 잠들기 직전에 내 얼굴에 그 아이의 숨결 336 00:36:08,033 --> 00:36:10,633 내 손 위에서 그 아이의 손을 느껴요 337 00:36:11,633 --> 00:36:15,333 다른 차원에서 살지만 서로 볼 수 있죠 338 00:36:15,533 --> 00:36:18,666 둘 사이에는 어떤 장애도 없어요 339 00:36:20,100 --> 00:36:25,333 가끔은 그곳이 궁금해요 내 아들이 사는 곳 340 00:36:25,533 --> 00:36:28,600 하지만 말로는 설명이 안 돼요 341 00:36:28,833 --> 00:36:32,433 그곳은 열린 공간이기 때문이죠 342 00:36:33,433 --> 00:36:34,900 이해하시겠어요? 343 00:36:36,000 --> 00:36:39,433 인간은 상상하지도 못할 344 00:36:39,666 --> 00:36:42,566 엄청난 창조물이에요 345 00:36:42,766 --> 00:36:46,933 가장 고귀하고 미천한 것을 함께 지녔죠 346 00:36:47,133 --> 00:36:51,266 인간은 신의 모습이에요 신은 모든 걸 지니셨죠 347 00:36:52,500 --> 00:36:57,966 인간과 함께 악마가 창조되었고 348 00:36:58,166 --> 00:37:03,166 성인, 예언자, 예술가 그리고 파괴자들도 창조됐어요 349 00:37:03,400 --> 00:37:06,400 모두 서로 영향을 미치며 공존해요 350 00:37:06,666 --> 00:37:11,566 계속해서 변해가는 거대한 패턴 같아요 351 00:37:11,766 --> 00:37:16,700 수많은 현실 세계가 있을지 몰라요 352 00:37:16,900 --> 00:37:20,300 우리의 감각으로 인지하는 현실이 아닌 353 00:37:20,533 --> 00:37:27,366 안팎으로 서로 부딪히는 격동 같은 현실요 354 00:37:28,466 --> 00:37:31,733 현실의 한계를 믿는 것은 두려움이고 융통성이 없는 것이죠 355 00:37:32,966 --> 00:37:37,700 한계는 없어요 356 00:37:37,933 --> 00:37:39,600 생각에도 느낌에도 357 00:37:41,166 --> 00:37:46,933 불안해서 한계를 정하는 거죠 358 00:37:47,133 --> 00:37:51,366 베토벤 하머클라비어 소나타의 느린 악장을 연주할 때는 359 00:37:51,566 --> 00:37:56,833 무한한 세계에서의 삶을 느껴야 해요 360 00:37:57,033 --> 00:38:02,066 전부 보거나 탐험할 수 없는 곳 361 00:38:04,333 --> 00:38:07,133 어두워지기 전에 산책하자 362 00:38:09,433 --> 00:38:09,966 그래요 363 00:38:32,733 --> 00:38:36,466 헬레나가 부르나 봐요 먼저 실례할게요 364 00:38:39,233 --> 00:38:43,833 빅토르 에바가 몹시 불행한 것 같아 365 00:38:44,033 --> 00:38:48,966 밖을 보면서 들으면 너무 섬뜩해 너무 비현실적이야 366 00:38:49,166 --> 00:38:52,066 장모님, 잠깐만요 367 00:38:52,266 --> 00:38:56,500 아내에 대한 생각을 말씀드리죠 368 00:38:59,066 --> 00:39:04,033 제가 청혼했을 때 에바는 딱 잘라 거절했어요 369 00:39:04,266 --> 00:39:08,133 - 무슨 말이지? - 다른 이를 사랑하냐고 물었더니 370 00:39:08,966 --> 00:39:13,266 그녀는 그 누구도 사랑하지 않았고 371 00:39:13,466 --> 00:39:16,133 아무도 사랑할 수 없다고 했어요 372 00:39:20,333 --> 00:39:27,566 우린 여기서 몇 년을 살았고 에릭이 태어났죠 373 00:39:28,233 --> 00:39:34,600 애를 포기하고 입양을 얘기한 뒤였어요 374 00:39:34,833 --> 00:39:41,300 임신 중에 에바는 많이 변했어요 375 00:39:41,533 --> 00:39:47,033 명랑하고 부드럽고 활발했죠 376 00:39:48,366 --> 00:39:55,566 움직임이 느려져서, 교회 일과 피아노 연습으로 근심할 수 없었어요 377 00:39:55,800 --> 00:39:58,166 저 창가에 앉아 있었어요 378 00:39:58,333 --> 00:40:01,433 고원과 협곡 너머 햇빛의 움직임을 응시하면서요 379 00:40:04,400 --> 00:40:06,433 우린 갑자기 아주 행복해졌어요 380 00:40:07,666 --> 00:40:11,133 전 에바에 비해서 훨씬 연장자라 381 00:40:11,333 --> 00:40:14,700 뭔가 불길한 예감을 느꼈죠 382 00:40:14,933 --> 00:40:19,966 전 한 발 물러설 수 있었던 거죠 383 00:40:20,200 --> 00:40:24,000 '그래, 내 삶은 저렇지 결국 이렇게 됐어' 384 00:40:29,566 --> 00:40:34,466 그런데, 갑자기 모든 게 달라졌죠 385 00:40:38,600 --> 00:40:44,533 이런 말씀 드리기는 정말 죄송하지만 386 00:40:49,733 --> 00:40:56,433 우리도 아주 행복했던 때가 있었죠 387 00:41:00,766 --> 00:41:04,666 그때 에바를 보셨어야 했는데 388 00:41:04,900 --> 00:41:07,966 에릭을 낳을 때가 생각나 389 00:41:08,166 --> 00:41:10,468 모차르트의 소나타와 390 00:41:10,493 --> 00:41:12,661 협주곡을 녹음하느라 바빴지 391 00:41:12,686 --> 00:41:17,106 계속 초대를 했는데 늘 바쁘셨죠 392 00:41:19,366 --> 00:41:22,966 에릭이 죽자 제 예감은 더 강해졌어요 393 00:41:24,266 --> 00:41:28,366 에바는 달랐어요 394 00:41:28,600 --> 00:41:34,466 - 달랐다고? - 전혀 변화가 없었죠 395 00:41:34,666 --> 00:41:36,233 제 생각엔 396 00:41:38,066 --> 00:41:45,500 아들이 살아있다고 생각하면 397 00:41:46,766 --> 00:41:49,133 그럴지도 모르죠 398 00:41:50,000 --> 00:41:52,966 그런 말을 잘 안 해요 399 00:41:53,166 --> 00:41:55,533 무서운가 봐요 내가 화낼까 봐 400 00:41:55,766 --> 00:41:57,366 물론 화내겠죠 401 00:41:58,733 --> 00:42:01,566 하지만 그녀가 맞을 수도 있어요 402 00:42:03,033 --> 00:42:07,300 - 전 아내를 믿습니다 - 물론이지, 자네는 목사니까 403 00:42:08,166 --> 00:42:14,366 - 제 믿음은 그녀에게 달렸어요 - 상처를 줬다면 미안하네 404 00:42:14,600 --> 00:42:18,366 괜찮습니다 장모님이나 에바와 달리 405 00:42:18,566 --> 00:42:21,800 전 느낌을 말하고 변덕을 부리죠, 제 탓입니다 406 00:42:22,233 --> 00:42:25,833 오늘은 수면제를 좀 먹어야겠어 407 00:42:30,466 --> 00:42:34,433 여긴 참 조용해 지붕의 빗소리뿐이구나 408 00:42:35,666 --> 00:42:38,866 - 더 필요한 건? - 없다 409 00:42:39,066 --> 00:42:43,000 맛난 과자와 생수 카세트와 테이프 410 00:42:43,233 --> 00:42:46,900 탐정 소설 두 권, 그리고 눈가리개, 귀마개 411 00:42:47,100 --> 00:42:50,233 여행용 이불 412 00:42:50,433 --> 00:42:53,866 스위스 초콜릿 맛볼래? 413 00:42:54,066 --> 00:42:58,666 - 두 조각 주마 - 고맙지만 초콜릿 싫어해요 414 00:42:58,866 --> 00:43:02,633 어려선 사탕을 좋아했는데? 415 00:43:03,500 --> 00:43:08,666 - 그건 헬레나예요 - 그럼 내가 다 먹지, 뭐 416 00:43:08,866 --> 00:43:11,500 - 주무세요 - 잘 자거라 417 00:43:11,733 --> 00:43:16,233 빅토르는 좋은 사람이야 잘 챙겨주렴 418 00:43:16,433 --> 00:43:22,300 - 그러고 있어요 - 말해 봐라, 행복하니? 419 00:43:22,500 --> 00:43:25,933 - 둘이 잘 지내고 있니? - 그이는 친한 친구예요 420 00:43:26,133 --> 00:43:28,900 그이 없인 못 살아요 421 00:43:30,033 --> 00:43:34,033 -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했다며? - 그가 그래요? 422 00:43:34,233 --> 00:43:38,966 - 그래, 왜? - 좀 놀라워서요 423 00:43:39,200 --> 00:43:40,766 비밀이었니? 424 00:43:42,433 --> 00:43:46,600 - 하지만, 좀 기분 나쁘지? - 그이는 사람을 안 믿죠 425 00:43:46,833 --> 00:43:51,700 - 네 얘기 중이야 - 앞으론 제게 물으세요 426 00:43:51,900 --> 00:43:56,066 - 솔직히 말할게요 - 너무 화내지 말아라 427 00:43:56,266 --> 00:44:00,400 딸이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한 게 당연하지 428 00:44:00,600 --> 00:44:04,800 널 사랑하니까 네 얘기를 한 거야 429 00:44:05,000 --> 00:44:08,633 사람들을 그냥 둬요 귀찮게 말아요 430 00:44:08,833 --> 00:44:11,933 널 너무 오래 그냥 뒀구나 431 00:44:12,166 --> 00:44:17,366 - 그건 맞네요 - 화 안 난 거지? 432 00:44:17,566 --> 00:44:20,100 - 화 안 났어요 - 널 사랑해, 모르겠니? 433 00:44:20,300 --> 00:44:21,666 저도 사랑해요 434 00:44:22,966 --> 00:44:26,000 혼자란 것이 항상 즐거운 건 아니란다 435 00:44:27,233 --> 00:44:29,200 솔직히 너희들이 부럽구나 436 00:44:30,133 --> 00:44:35,600 레오나르도가 죽어서 난 정말 외롭단다 437 00:44:35,833 --> 00:44:38,433 - 이해하겠니? - 네, 엄마 438 00:44:38,633 --> 00:44:42,366 이러다 자기 연민으로 울겠구나 439 00:44:42,566 --> 00:44:45,266 이 소설 재미있어 440 00:44:45,500 --> 00:44:48,800 크레친스키라는 신인 작가인데 들어 봤니? 441 00:44:49,466 --> 00:44:52,966 난 마드리드에서 만났단다 442 00:44:53,166 --> 00:44:56,300 그는 무척 화나 있었지 443 00:44:57,366 --> 00:45:01,166 - 불 끌까요? - 그래 주렴 444 00:45:03,266 --> 00:45:06,366 - 아침 뭐 드릴까요? - 내가 해도 되는데 445 00:45:06,566 --> 00:45:10,066 - 뭐든 해드린다니까요 - 그럼 늘 먹던 걸로 446 00:45:11,066 --> 00:45:15,433 진한 커피, 뜨거운 우유 빵 두 조각과 치즈 447 00:45:15,700 --> 00:45:20,200 꿀 바른 토스트 한 조각 맞죠? 448 00:45:20,433 --> 00:45:25,600 - 그리고 오렌지 주스 - 잊을 뻔했네 449 00:45:25,833 --> 00:45:29,000 - 잘 자거라 - 주무세요, 엄마 450 00:45:52,833 --> 00:45:55,800 통장을 점검해야지 451 00:45:56,800 --> 00:46:00,233 브라머에게 그이 재산을 입금하래야지 452 00:46:02,400 --> 00:46:05,366 집도 꽤 값이 나가는데 453 00:46:05,566 --> 00:46:08,966 당신은 재산이나 채무에는 신경 안 썼죠 454 00:46:09,166 --> 00:46:11,133 세상일에는 초월한 채 455 00:46:12,533 --> 00:46:14,866 모든 문제는 내게 떠넘기고 456 00:46:16,533 --> 00:46:23,233 3백 73만 5천 866프랑 457 00:46:25,466 --> 00:46:28,866 당신이 그렇게 부자였다니 누가 알았겠어요 458 00:46:31,966 --> 00:46:35,000 모든 재산을 내게 남겼지만 459 00:46:38,100 --> 00:46:40,333 저도 재산은 있어요 460 00:46:42,933 --> 00:46:45,866 모두 5백만 프랑이 넘는데 461 00:46:47,000 --> 00:46:48,700 이 많은 돈으로 뭘 하지? 462 00:46:49,800 --> 00:46:53,633 딸과 사위에게 멋진 차를 사줘야지 463 00:46:53,833 --> 00:46:57,833 마당의 고물차는 위험해 보여 464 00:46:58,066 --> 00:47:01,066 월요일 날 시내에서 새 차를 봐야지 465 00:47:01,700 --> 00:47:06,833 기분 전환도 하고 466 00:47:07,066 --> 00:47:11,866 '그녀는 말없이 처녀를 바쳤다' 467 00:47:12,066 --> 00:47:14,766 '그는 감격도 없이 그걸 받았다' 468 00:47:17,600 --> 00:47:21,266 이런 나쁜 놈 469 00:47:22,333 --> 00:47:26,333 아담 그는 사실 바보였어 470 00:47:26,533 --> 00:47:29,466 나 때문에 자살할 뻔도 했지만 471 00:47:33,800 --> 00:47:38,300 내가 차를 사고 내 차를 애들 줄까? 472 00:47:38,933 --> 00:47:43,066 그럼 비행기로 파리에 가서 473 00:47:43,300 --> 00:47:49,233 차를 사면 그곳까지 운전을 안 해도 되고 474 00:47:50,000 --> 00:47:52,900 내일은 정말 라벨에 가야겠어 475 00:47:53,666 --> 00:47:59,200 너무 게을러졌어 수치스러워 476 00:48:57,100 --> 00:48:59,533 엄마, 무슨 일이에요? 477 00:49:00,266 --> 00:49:03,900 소리 듣고 갔더니 안 계셨어요 478 00:49:04,100 --> 00:49:09,266 깨워서 미안하다 악몽을 꿨어 479 00:49:10,233 --> 00:49:14,033 - 기억이 안 나는구나 - 같이 얘기할까요? 480 00:49:14,233 --> 00:49:19,166 앉아서 진정할 테니 가서 자거라 481 00:49:19,366 --> 00:49:20,600 알았어요 482 00:49:24,466 --> 00:49:27,533 - 엄마를 좋아하지? - 제 엄마잖아요 483 00:49:29,100 --> 00:49:30,800 대답을 피하는구나 484 00:49:41,233 --> 00:49:44,100 - 절 좋아하세요? - 널 사랑해 485 00:49:44,333 --> 00:49:45,900 거짓말 486 00:49:46,600 --> 00:49:51,166 너와 아빠 때문에 일도 포기했잖니 487 00:49:51,366 --> 00:49:56,700 등의 부상 때문에 연습을 못 하신 거였죠 488 00:49:56,900 --> 00:50:01,466 그래서 실력이 줄고 주의를 받으셨잖아요 489 00:50:01,700 --> 00:50:05,033 - 잊으셨나요? - 에바야 490 00:50:05,233 --> 00:50:07,433 둘 다 나빴어요 491 00:50:07,633 --> 00:50:10,400 집에 계실 때나 공연하러 가셨을 때마다 492 00:50:11,566 --> 00:50:15,400 아빠와 제 삶이 망가졌다는 걸 깨달았죠 493 00:50:15,600 --> 00:50:18,600 아냐, 네 아빠와 나는 행복했어 494 00:50:18,800 --> 00:50:22,133 난 최선을 다했다 495 00:50:22,333 --> 00:50:28,066 - 아빠에게 불충실했어요 - 그렇지 않아 496 00:50:28,266 --> 00:50:31,366 아빠에겐 항상 솔직했어 497 00:50:31,566 --> 00:50:34,500 마틴과 사랑에 빠져 8개월 같이 지냈지만 498 00:50:36,133 --> 00:50:42,166 - 그 시간이 편하진 않았어 - 아빠 곁엔 저뿐이었죠 499 00:50:42,366 --> 00:50:48,366 엄마는 아빠를 사랑한다고 제가 위로해 드렸었죠 500 00:50:48,566 --> 00:50:51,266 꼭 돌아올 거라고요 501 00:50:53,200 --> 00:50:56,833 엄마 편지를 큰 소리로 502 00:50:57,033 --> 00:51:01,466 읽어야 하는 것도 저였죠 503 00:51:01,700 --> 00:51:03,733 사랑이 담긴 길고 재밌는 편지들을요 504 00:51:05,533 --> 00:51:09,900 우린 그걸 몇 번이고 읽으며 바보처럼 앉아 있었어요 505 00:51:10,100 --> 00:51:14,766 엄마가 제일 훌륭하다고 생각했어요 506 00:51:16,133 --> 00:51:20,066 엄마를 미워하는구나 507 00:51:25,433 --> 00:51:32,100 저도 모르겠어요 508 00:51:32,300 --> 00:51:34,266 뭘 기대했는지 몰라 509 00:51:35,533 --> 00:51:38,500 외롭고 슬퍼할 줄 알았어요 510 00:51:39,166 --> 00:51:41,166 모르겠어요 헷갈려요 511 00:51:42,233 --> 00:51:46,833 전 제가 다 컸고 다 이해할 줄 알았죠 512 00:51:47,033 --> 00:51:49,366 헬레나의 병이나 어린 시절에 대해서도요 513 00:51:52,300 --> 00:51:54,733 너무 혼란스러워요 514 00:52:13,900 --> 00:52:17,700 괜찮아, 일어나 515 00:52:28,233 --> 00:52:31,600 네가 잠들 때까지 있을게 516 00:53:38,266 --> 00:53:42,266 전 엄마가 시간 날 때 갖고 노는 인형이었죠 517 00:53:44,233 --> 00:53:48,600 제가 아프거나 말 안 들으면 유모에게 줘버렸어요 518 00:53:50,733 --> 00:53:53,833 엄마는 문 닫고 일을 했고 519 00:53:54,033 --> 00:53:55,800 아무도 방해해서는 안 됐죠 520 00:53:56,800 --> 00:53:59,000 자주 방문 밖에서 듣곤 했어요 521 00:54:00,033 --> 00:54:04,566 커피를 드실 때마다 엄마를 훔쳐보곤 했죠 522 00:54:05,733 --> 00:54:09,566 늘 다정하셨지만 맘은 다른 곳에 있었어요 523 00:54:11,066 --> 00:54:16,766 뭘 물어도 대답을 안 하셨고요 524 00:54:36,833 --> 00:54:38,933 엄마 혼자 있고 싶어 525 00:54:39,133 --> 00:54:41,266 날씨 좋은데 나가서 놀아 526 00:54:57,733 --> 00:55:00,266 항상 엄마처럼 예뻐지고 싶었죠 527 00:55:01,533 --> 00:55:06,400 엄마가 날 싫어할까 봐 걱정했어요 528 00:55:08,000 --> 00:55:12,300 저는 각진 얼굴에 눈은 소처럼 컸고 529 00:55:12,500 --> 00:55:18,366 입술은 두꺼웠고 눈썹도 없었죠 530 00:55:18,600 --> 00:55:22,033 팔은 말랐는데 발은 너무 컸어요 531 00:55:22,266 --> 00:55:24,433 이런 제가 너무 싫었죠 532 00:55:26,100 --> 00:55:30,533 한 번은 엄마가 말했죠 '넌 남자로 태어났어야 해' 533 00:55:30,766 --> 00:55:34,233 그러고는 제가 속상해 할까 봐 웃었죠 534 00:55:34,466 --> 00:55:40,800 물론 전 속상했어요 어느 날, 엄마는 가방을 쌌고 535 00:55:41,000 --> 00:55:44,866 외국어로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계셨죠 536 00:55:45,966 --> 00:55:50,166 전 엄마가 못 가도록 해달라고 기도했어요 537 00:55:51,566 --> 00:55:53,166 하지만 늘 떠나셨죠 538 00:55:54,433 --> 00:55:58,366 제게 다가와 절 안아주며 뽀뽀하고 539 00:55:58,566 --> 00:56:03,900 절 보며 웃으셨죠 540 00:56:04,100 --> 00:56:07,566 엄마 향기는 좋았지만 낯설었어요 541 00:56:07,800 --> 00:56:12,366 엄마가 낯설었어요 542 00:56:14,400 --> 00:56:20,600 엄마가 가버린 후에는 죽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죠 543 00:56:20,900 --> 00:56:24,666 '너무 힘들다' '다시는 행복해질 수 없다' 544 00:56:25,866 --> 00:56:29,966 '어떻게 두 달을 기다리지?' 545 00:56:41,133 --> 00:56:45,733 그리고는 아빠 무릎에서 울었어요 546 00:56:45,933 --> 00:56:49,233 아빠는 작고 부드러운 손으로 제 머리를 만져주셨죠 547 00:56:49,433 --> 00:56:54,700 앉은 자리에서 그대로 파이프 담배를 피우셨어요 548 00:56:55,866 --> 00:57:01,433 가끔씩은 '오후에 영화 보러 갈래?' 549 00:57:01,666 --> 00:57:03,833 '저녁때 아이스크림 어때?' 라고 얘기하셨죠 550 00:57:05,933 --> 00:57:09,300 하지만 전 죽어가고 있었어요 551 00:57:13,766 --> 00:57:17,233 그렇게 며칠, 몇 주가 갔어요 552 00:57:17,666 --> 00:57:20,133 우린 곧잘 외로움을 견뎌냈죠 553 00:57:21,633 --> 00:57:23,700 서로 말을 안 해도 평화로웠어요 554 00:57:23,900 --> 00:57:26,666 아빠를 방해하지 않았죠 555 00:57:28,433 --> 00:57:30,633 가끔 아빠는 걱정하셨어요 556 00:57:30,866 --> 00:57:35,500 그때는 경제적인 문제인지 몰랐죠 557 00:57:35,733 --> 00:57:39,533 하지만 언제든 내가 다가가면 얼굴이 환해져서 얘기하든지 558 00:57:39,766 --> 00:57:43,766 작고 하얀 손으로 두드려 주셨죠 559 00:57:45,166 --> 00:57:50,800 가끔은 오토 삼촌과 소파에 앉아 브랜디를 마셨어요 560 00:57:51,133 --> 00:57:53,666 서로 중얼거렸죠 561 00:57:54,133 --> 00:57:56,333 서로 이해했는지는 모르겠어요 562 00:57:57,633 --> 00:58:01,200 아빠는 가끔 해리 삼촌과 체스를 두셨죠 563 00:58:02,766 --> 00:58:06,200 그럴 때면 정말 조용했어요 564 00:58:07,633 --> 00:58:11,333 3개의 시계 소리가 다 들렸죠 565 00:58:15,400 --> 00:58:17,633 엄마가 오기로 한 며칠 전부터 566 00:58:18,500 --> 00:58:21,266 너무 흥분해서 열이 났고 567 00:58:21,466 --> 00:58:24,366 정말 아프면 어쩌나 걱정했죠 568 00:58:24,566 --> 00:58:26,666 엄마는 병자를 무서워했으니까요 569 00:58:28,900 --> 00:58:32,933 엄마가 왔을 때 너무 기뻐 570 00:58:33,133 --> 00:58:38,233 말이 안 나왔죠 엄마는 성급해서 이랬어요 571 00:58:38,433 --> 00:58:42,100 '얘는 엄마가 반갑지 않나 봐?' 572 00:58:43,500 --> 00:58:48,933 그럼 전 얼굴이 홍당무가 되고 식은땀이 났죠 573 00:58:49,400 --> 00:58:53,900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어요 574 00:58:55,433 --> 00:58:59,566 말은 엄마가 주로 했으니까요 575 00:58:59,766 --> 00:59:03,433 - 그건 과장이야 - 아직 안 끝났어요 576 00:59:03,633 --> 00:59:08,733 좀 취했지만 안 취했으면 못 할 말이네요 577 00:59:08,966 --> 00:59:12,900 부끄러워 더 이상 말 못 하게 되면 578 00:59:13,133 --> 00:59:18,333 엄마가 얘기하세요 제가 들을게요 579 00:59:18,533 --> 00:59:20,200 이제껏 그랬던 것처럼 580 00:59:25,133 --> 00:59:29,433 전 죽기 살기로 엄마를 사랑했어요 581 00:59:29,633 --> 00:59:32,100 하지만 엄마 말을 믿을 수 없었죠 582 00:59:32,866 --> 00:59:35,566 눈빛과 말이 틀렸거든요 583 00:59:36,933 --> 00:59:38,866 엄마 목소리는 아름다워서 어렸을 때는 584 00:59:39,066 --> 00:59:42,466 온몸으로 엄마 목소리를 느낄 수 있었어요 585 00:59:42,666 --> 00:59:46,633 허나 진심은 아니라는 걸 직감으로 알았죠 586 00:59:49,133 --> 00:59:51,166 엄마 말을 이해할 수 없었어요 587 00:59:54,166 --> 00:59:57,866 제일 소름끼치는 것은 화날 때 웃는 거였어요 588 00:59:58,600 --> 01:00:01,266 아빠를 미워하면서도 사랑한다고 말했고 589 01:00:01,500 --> 01:00:06,500 제가 지겨우면서도 590 01:00:06,733 --> 01:00:08,766 '사랑하는 내 딸' 이라고 했죠 591 01:00:25,366 --> 01:00:26,566 말이 없으시네요 592 01:00:29,100 --> 01:00:30,466 무슨 말을 하길 바라니? 593 01:00:32,133 --> 01:00:36,033 - 변명이라도 해보세요 - 소용이 있겠니? 594 01:00:38,466 --> 01:00:42,166 -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 내가 밖에 있거나 595 01:00:42,366 --> 01:00:44,033 집에 있을 때도 늘 문제였구나 596 01:00:45,600 --> 01:00:49,433 나도 힘들었단다 597 01:00:51,500 --> 01:00:58,100 등이 아파 연습도 못 하고 중요한 약속들이 취소되고 598 01:00:58,300 --> 01:01:01,100 삶의 의미도 잃어버린 채 599 01:01:01,300 --> 01:01:05,933 가족 곁에 있지 못 하는 양심의 가책까지 받았어 600 01:01:07,166 --> 01:01:12,200 넌 비웃겠지만 난 진심으로 말하는 거다 601 01:01:12,500 --> 01:01:15,700 솔직한 내 느낌을 말하는 거야 602 01:01:16,600 --> 01:01:19,733 이런 얘기를 하는 일도 다시는 없을 거다 603 01:01:23,400 --> 01:01:25,000 계속하세요 이해하도록 노력할게요 604 01:01:30,133 --> 01:01:34,066 함부르크에 있을 때 베토벤 곡을 연주했어 605 01:01:34,266 --> 01:01:39,066 별로 어렵지도 않았고 모든 것이 순조로웠지 606 01:01:39,266 --> 01:01:42,500 공연이 끝나고, 지휘자인 스미스와 식사를 했다 607 01:01:42,733 --> 01:01:47,700 술도 같이 마셨지 608 01:01:47,900 --> 01:01:51,933 한참을 먹고 배가 불렀을 때 609 01:01:52,133 --> 01:01:56,633 그가 말했다 610 01:01:59,633 --> 01:02:02,200 '왜 남편과 아이와 함께 살지 않지?' 611 01:02:02,433 --> 01:02:06,300 '좀 더 가족에 떳떳하게 살도록 해' 612 01:02:06,966 --> 01:02:10,466 '힘들기만 한 이 바닥에서 벗어나라고' 613 01:02:14,133 --> 01:02:18,766 난 웃으면서 말했어 614 01:02:18,966 --> 01:02:23,366 '오늘 연주가 형편없었나요?' 그는 '아니'라고 답했지 615 01:02:23,566 --> 01:02:30,566 난 1934년 8월 18일도 잊을 수 없다 616 01:02:33,300 --> 01:02:37,633 우리가 린츠에서 처음으로 함께 베토벤을 연주했었지 617 01:02:38,600 --> 01:02:42,400 스무 살 때였어 홀은 꽉 찼고 618 01:02:42,600 --> 01:02:45,733 우린 신처럼 연주했어 오케스트라는 감동했고 619 01:02:46,966 --> 01:02:50,800 공연이 끝난 후 관객들은 기립 박수를 쳤지 620 01:02:51,000 --> 01:02:52,600 환호하면서 발을 굴렀어 621 01:02:57,900 --> 01:03:01,900 그리고 그는 말했어 '당신은 빨간 드레스에' 622 01:03:02,100 --> 01:03:04,000 '머리를 허리까지 늘어뜨렸지' 623 01:03:07,066 --> 01:03:09,600 그걸 어떻게 다 기억하냐 했더니 624 01:03:11,066 --> 01:03:13,733 '다 적어놨지' 하고 말했어 625 01:03:14,866 --> 01:03:17,833 '소중한 경험들은 모두 적어 놓거든' 626 01:03:21,233 --> 01:03:23,866 그날 밤 호텔에서는 잠을 이룰 수 없었어 627 01:03:25,566 --> 01:03:28,033 새벽 3시에 네 아빠한테 전화해서 628 01:03:28,233 --> 01:03:31,533 공연을 그만두겠다고 했다 629 01:03:32,633 --> 01:03:36,433 집에서 진짜 가정을 만들겠다고 630 01:03:41,100 --> 01:03:43,633 그는 몹시 기뻐했고 631 01:03:44,966 --> 01:03:47,066 둘 다 감격해서 울었어 632 01:03:49,033 --> 01:03:50,900 2시간 동안 얘기를 했어 633 01:03:51,700 --> 01:03:55,133 그러고는 그게 끝이었지 634 01:03:55,366 --> 01:03:57,966 그해 여름 우린 행복했는데 그렇지 않았니? 635 01:04:03,900 --> 01:04:06,533 - 행복하지 않았다고? - 네 636 01:04:06,733 --> 01:04:08,833 그때가 가장 행복했다며? 637 01:04:13,166 --> 01:04:15,100 실망시켜 드리고 싶지 않았죠 638 01:04:20,966 --> 01:04:26,300 그랬구나 엄마가 뭘 잘못했니? 639 01:04:27,166 --> 01:04:31,333 전 14살이었는데 640 01:04:31,533 --> 01:04:34,066 엄마는 자신의 울분을 제게 다 쏟아 놓으셨어요 641 01:04:35,300 --> 01:04:37,833 절 돌보지 못 한 가책 때문에 642 01:04:38,033 --> 01:04:40,533 그 보상을 하려 하셨죠 643 01:04:40,733 --> 01:04:43,666 전 저를 지키려 애썼지만 엄마는 기회를 안 줬어요 644 01:04:43,866 --> 01:04:49,333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사랑과 친절함을 보여주셨죠 645 01:04:49,533 --> 01:04:55,000 그 사랑 때문에 모든 걸 감수했어요 646 01:04:55,533 --> 01:04:59,200 제 등이 휘었다며 체조를 시켰죠 647 01:04:59,433 --> 01:05:03,233 같이 운동하려고 한 건데 648 01:05:03,433 --> 01:05:06,966 엄마는 제 머리가 길어서 거추장스럽다고 649 01:05:07,166 --> 01:05:10,500 짧게 자르셨죠 정말 싫었어요 650 01:05:10,966 --> 01:05:13,666 제 이가 삐뚤어졌다고 교정을 시켰죠 651 01:05:13,866 --> 01:05:17,200 정말 꼴사나웠어요 652 01:05:17,433 --> 01:05:20,500 다 컸다고 바지와 스웨터도 못 입게 하고 653 01:05:20,733 --> 01:05:25,666 제 생각은 묻지도 않고 엄마가 만든 치마를 입혔죠 654 01:05:25,866 --> 01:05:30,166 화를 내실까 봐 아무 말도 못 했어요 655 01:05:31,866 --> 01:05:35,766 제가 이해하지도 못 하는 656 01:05:36,000 --> 01:05:39,866 책들을 가져와 읽고 또 읽고 657 01:05:40,066 --> 01:05:44,066 토론했지만 엄마는 말하고 저는 이해 못 했어요 658 01:05:44,266 --> 01:05:47,466 전 제가 무식한 걸 아실까 봐 659 01:05:47,666 --> 01:05:50,933 두려워했어요 660 01:05:51,166 --> 01:05:55,266 한 가지 확실히 알 수 있었던 건 661 01:05:55,500 --> 01:05:59,900 진정한 제 모습은 사랑은커녕 받아들여지지도 않는다는 거였죠 662 01:06:00,066 --> 01:06:04,833 엄마는 편견에 빠져있었고 전 점점 더 무서워졌어요 663 01:06:05,033 --> 01:06:09,400 엄마가 원하는 말과 행동만 했죠 664 01:06:09,600 --> 01:06:12,700 혼자 있을 때도 제 모습은 없었어요 665 01:06:12,900 --> 01:06:17,500 저 자신이 무척 싫었으니까요 666 01:06:19,066 --> 01:06:24,900 끔찍했어요 몸서리가 쳐져요 667 01:06:25,133 --> 01:06:29,666 그때를 생각하면 정말 끔찍해요 668 01:06:33,933 --> 01:06:39,733 엄마를 미워한다는 걸 모르고 사랑하고 있다고 확신했어요 669 01:06:40,200 --> 01:06:45,400 엄마를 미워할 수 없어 미움이 공포로 변했죠 670 01:06:45,566 --> 01:06:48,533 심한 악몽에 시달렸어요 671 01:06:48,733 --> 01:06:51,000 손톱을 물어뜯고 672 01:06:52,200 --> 01:06:55,700 머리를 쥐어뜯었죠 673 01:06:55,900 --> 01:06:59,633 울고 싶었지만 소리도 못 냈어요 674 01:06:59,866 --> 01:07:02,233 더 무서웠던 건 675 01:07:02,433 --> 01:07:05,933 제가 미쳐간다는 생각이었어요 676 01:07:21,100 --> 01:07:23,466 - 그때 스테판을 만났어요 - 넌 아이를 가졌지 677 01:07:23,666 --> 01:07:28,600 전 18살이고 스테판은 어른이었으니 잘 살 수 있었어요 678 01:07:28,800 --> 01:07:34,366 - 절대 아냐 - 아이를 원했지만 엄마가 갈라놨죠 679 01:07:34,600 --> 01:07:37,400 그렇지 않아 680 01:07:37,633 --> 01:07:43,433 아빠한테 생각해 보자고 했다 스테판에게 문제가 있었어 681 01:07:43,666 --> 01:07:48,266 우리가 얘기할 때 엄마도 계셨었나요? 682 01:07:48,500 --> 01:07:54,033 침대 밑에 숨어 있기라도 하신 거냐고요 683 01:07:54,233 --> 01:07:59,266 타인에게 관심을 가져 본 적이 있기나 하세요? 684 01:07:59,466 --> 01:08:02,900 난 유산을 강요한 적은 없다 685 01:08:03,066 --> 01:08:08,200 제가 어떻게 엄마를 거역해요? 전 무서웠고 도움이 필요했어요 686 01:08:08,433 --> 01:08:12,400 나는 널 도우려고 했고 유산만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687 01:08:12,666 --> 01:08:18,200 지금도 그건 확신한다 이렇게 오래 미워했었다니 688 01:08:18,400 --> 01:08:21,733 - 왜 그동안 말을 안 했니? - 제 말을 안 들으시잖아요 689 01:08:21,933 --> 01:08:27,333 엄마는 현실 도피자이고 마음도 불구에요 690 01:08:27,566 --> 01:08:30,900 나와 헬레나를 싫어하시죠 691 01:08:31,100 --> 01:08:33,833 자기 세계에 한심하게 갇혀선 692 01:08:34,033 --> 01:08:36,933 자신이 최고라고 생각하세요 693 01:08:37,333 --> 01:08:39,633 엄마를 사랑하지만 엄마는 절 싫어하시고 694 01:08:40,700 --> 01:08:45,933 멍청한 실패자라고 생각하죠 695 01:08:46,133 --> 01:08:48,933 엄마가 상처받으신 것처럼 696 01:08:49,166 --> 01:08:52,033 제 평생에 상처를 주셨어요 697 01:08:52,233 --> 01:08:55,466 민감하고 연약한 부분을 공격하셨죠 698 01:08:55,700 --> 01:08:59,033 살아있는 모든 걸 숨 막히게 하셨죠 699 01:09:13,200 --> 01:09:15,300 제 미움에 대해 얘기했죠? 700 01:09:17,833 --> 01:09:20,133 엄마의 미움도 그만큼 컸어요 701 01:09:24,833 --> 01:09:27,000 여전히 그러시고요 702 01:09:29,466 --> 01:09:35,066 전 어리고 유순하고 사랑스러웠어요 703 01:09:35,266 --> 01:09:38,866 엄마는 절 가뒀어요 704 01:09:39,066 --> 01:09:43,733 모든 이의 사랑을 바랬듯이 705 01:09:43,966 --> 01:09:46,366 절 맘대로 움직여야 했어요 706 01:09:48,733 --> 01:09:52,166 사랑이란 이름 아래에 707 01:09:52,733 --> 01:09:56,566 엄마는 가족을 사랑한다고 하지만 708 01:09:57,700 --> 01:10:01,233 단지 겉모습뿐이었어요 709 01:10:05,133 --> 01:10:07,500 엄마 같은 사람은 위험해요 710 01:10:09,533 --> 01:10:12,666 격리되어야 한다고요 711 01:10:30,833 --> 01:10:32,400 엄마와 딸이라는 관계는 712 01:10:39,066 --> 01:10:43,433 감정과 혼란 파괴로 이루어진 713 01:10:44,266 --> 01:10:49,366 최악의 결합이에요 714 01:10:51,400 --> 01:10:56,100 모든 것이 가능하고 사랑이란 미명하에 정당화되죠 715 01:10:59,366 --> 01:11:03,733 엄마의 상처를 딸에게 물려주죠 716 01:11:05,866 --> 01:11:09,200 엄마의 실망에 딸들이 보답해야 하고 717 01:11:11,733 --> 01:11:15,900 엄마의 불행은 딸의 불행이에요 718 01:11:17,833 --> 01:11:21,600 영원히 끊어질 수 없는 탯줄인 거죠 719 01:11:25,033 --> 01:11:29,400 그렇죠? 720 01:11:32,566 --> 01:11:35,500 딸의 불행이 엄마의 행복인가요? 721 01:11:43,666 --> 01:11:49,166 내 슬픔이 엄마의 기쁨이에요? 722 01:12:43,700 --> 01:12:46,866 등이 너무 아프구나 723 01:12:48,933 --> 01:12:50,866 바닥에 누워도 괜찮겠니? 724 01:12:52,800 --> 01:12:54,533 그래야 통증이 가실 것 같아 725 01:12:58,633 --> 01:13:01,000 난 어릴 때 기억이 안 나 726 01:13:02,500 --> 01:13:06,233 부모님은 자식들에게 손 대신 적이 없었지 727 01:13:06,833 --> 01:13:10,200 칭찬하거나 벌주기 위해서라도 728 01:13:11,633 --> 01:13:16,033 사랑이 관련된 것에는 무지했다 729 01:13:16,266 --> 01:13:21,200 부드러움, 접촉 친밀함과 따뜻함 730 01:13:24,800 --> 01:13:30,100 감정 표출의 방법은 오직 음악을 통해서였어 731 01:13:33,400 --> 01:13:35,766 가끔 밤에 누워서 732 01:13:37,600 --> 01:13:40,533 내가 살아있는 건가 생각해 733 01:13:42,700 --> 01:13:45,600 남들도 똑같은가 싶기도 하고 734 01:13:46,533 --> 01:13:51,200 다른 사람들은 살아가는데 더 재능이 있는 건지 735 01:13:51,900 --> 01:13:55,800 아니면 사는 것이 아니라 736 01:13:57,533 --> 01:13:59,466 단지 존재할 뿐인 건지 737 01:14:03,366 --> 01:14:09,700 그리고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738 01:14:10,700 --> 01:14:13,433 자신의 흉측한 모습을 보게 돼 739 01:14:14,700 --> 01:14:16,933 성장 못 한 내 모습 740 01:14:17,700 --> 01:14:20,600 얼굴과 몸은 나이 들어 741 01:14:23,233 --> 01:14:25,733 추억과 경험이 생겼지만 742 01:14:27,066 --> 01:14:31,800 근본적으로는 태어나지도 않은 거야 743 01:14:35,333 --> 01:14:37,566 누구의 얼굴도 기억이 나지 않아 744 01:14:39,433 --> 01:14:41,166 내 얼굴조차도 745 01:14:43,333 --> 01:14:47,533 가끔 엄마 얼굴을 회상해 보지만 746 01:14:48,833 --> 01:14:55,300 도대체 생각이 안 나 검은 피부에 파란 눈 747 01:14:55,700 --> 01:14:59,666 큰 코와 두꺼운 입술까지는 아는데 748 01:15:00,800 --> 01:15:03,800 여러 조각들을 맞추질 못하겠어 749 01:15:07,900 --> 01:15:10,433 떠오르질 않아 750 01:15:10,633 --> 01:15:14,933 너나 헬레나 레오나르도 모두 751 01:15:15,333 --> 01:15:18,133 너와 헬레나를 낳은 기억은 있지만 752 01:15:18,333 --> 01:15:24,433 출산 때의 기억은 아팠다는 것뿐 753 01:15:26,300 --> 01:15:29,733 하지만 그 고통이 어땠는지 754 01:15:32,133 --> 01:15:34,000 그건 기억 안 나 755 01:15:37,900 --> 01:15:39,700 레오나르도가 말하길 756 01:15:41,400 --> 01:15:44,500 어떻게 표현했더라 그래 757 01:15:45,166 --> 01:15:49,733 '현실에 대한 감각은 재능을 요한다' 758 01:15:51,066 --> 01:15:57,100 '대부분 그 재능이 없다' '그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 759 01:15:59,500 --> 01:16:04,166 - 무슨 뜻인지 알겠니? - 네, 알겠어요 760 01:16:07,400 --> 01:16:10,966 - 이상하구나 - 이상해요? 761 01:16:12,666 --> 01:16:17,200 - 난 항상 네가 두려웠다 - 이해가 안 돼요 762 01:16:17,466 --> 01:16:21,233 네가 날 돌보기를 바랬던 것 같아 763 01:16:22,433 --> 01:16:26,033 날 안아주고 위로해 주길 바랐어 764 01:16:27,133 --> 01:16:28,700 전 어린애였어요 765 01:16:32,800 --> 01:16:35,400 - 그게 문제가 되니? - 아뇨 766 01:16:36,266 --> 01:16:38,233 네가 날 사랑한단 걸 느끼고 767 01:16:39,633 --> 01:16:41,600 나도 널 사랑하고 싶었다 768 01:16:42,666 --> 01:16:46,633 네가 바라는 것들이 무서웠단다 769 01:16:48,833 --> 01:16:52,800 - 전 아무 요구 안 했어요 - 요구했어 770 01:16:55,200 --> 01:16:57,266 엄마 노릇이란 게 하기 싫었다 771 01:16:58,933 --> 01:17:02,166 나도 너만큼 무력하단 걸 알아주길 바랐어 772 01:17:04,100 --> 01:17:05,633 정말이세요? 773 01:17:25,666 --> 01:17:29,033 - 무슨 생각을 하니? - 헬레나와 레오나르도요 774 01:17:30,300 --> 01:17:31,533 이해가 안 되는구나 775 01:17:33,000 --> 01:17:34,800 서로 알지도 못했는데 776 01:17:36,833 --> 01:17:42,200 - 부활절 때 휴가를 갔었지 - 3일 만에 돌아가셨죠 777 01:17:42,400 --> 01:17:45,566 난 제네바에서 연주가 있었어 778 01:17:45,833 --> 01:17:50,700 지휘자와 미리 살펴 보고 싶었단다 779 01:17:51,900 --> 01:17:55,100 좀 일찍 떠난 건지도 모르겠구나 780 01:17:55,400 --> 01:18:00,133 날씨가 안 좋아서 다들 기분이 안 좋았었지 781 01:18:02,800 --> 01:18:06,533 왜 기억해 내도록 만드는 거지? 782 01:18:06,766 --> 01:18:08,366 말할게요 783 01:18:10,000 --> 01:18:14,166 엄마와 그는 목요일에 와서 즐거운 저녁을 보냈죠 784 01:18:14,366 --> 01:18:17,366 웃고 노래하고 와인도 마시고 785 01:18:17,600 --> 01:18:19,833 옛날 게임도 했어요 786 01:18:20,733 --> 01:18:23,300 그때는 헬레나 병세가 약했죠 787 01:18:23,533 --> 01:18:25,566 저녁 내내 즐거워했어요 788 01:18:26,833 --> 01:18:29,966 헬레나가 즐거워하니까 레오나르도도 즐거워했어요 789 01:18:30,333 --> 01:18:32,900 둘이 얘기하고 농담도 했어요 790 01:18:34,200 --> 01:18:36,900 헬레나는 완전히 사랑에 빠졌죠 791 01:18:37,700 --> 01:18:40,333 밤늦도록 같이 앉아 있었어요 792 01:18:41,766 --> 01:18:47,433 다음 날, 아침 헬레나는 그와 키스했다고 했어요 793 01:18:56,600 --> 01:18:58,533 저녁에 손님이 오셨어요 794 01:18:59,866 --> 01:19:05,100 레오나르도는 취해서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모두 연주했죠 795 01:19:06,733 --> 01:19:09,733 그는 평소와 달랐어요 796 01:19:09,933 --> 01:19:12,633 중후하고 부드러워졌죠 797 01:19:14,400 --> 01:19:17,966 잘은 못 했지만 아름다웠어요 798 01:19:19,933 --> 01:19:23,100 헬레나는 어둠 속에 앉아 자랑스러워했죠 799 01:19:23,366 --> 01:19:25,200 그런 모습은 처음 봤어요 800 01:20:20,233 --> 01:20:24,333 엄마와 난 밤에 산책했죠 엄마 말이 귀에 안 들렸어요 801 01:20:24,533 --> 01:20:28,366 두 사람 생각을 하느라고요 802 01:20:31,433 --> 01:20:36,300 집에 돌아오니 그들은 아까와 똑같았죠 803 01:20:36,500 --> 01:20:43,000 엄마는 방으로 가시고 전 레오나르도를 도왔어요 804 01:20:44,500 --> 01:20:47,200 침실 밖 문 앞에 멈춰서 805 01:20:47,400 --> 01:20:51,366 날 쳐다본 후 말했어요 806 01:20:53,566 --> 01:20:57,066 '상상할 수 있니?' 807 01:20:57,266 --> 01:21:00,466 '저기 창문에 퍼덕이는 나비가 있어' 808 01:21:02,400 --> 01:21:07,500 헬레나에게 돌아가 보니 의자에 앉아 있었어요 809 01:21:07,766 --> 01:21:11,333 꽤 편하고 침착한 모습에 810 01:21:12,566 --> 01:21:17,366 병세가 전혀 없었어요 811 01:21:21,633 --> 01:21:23,933 그때 헬레나의 얼굴을 도저히 잊을 수가 없어요 812 01:21:28,700 --> 01:21:31,133 잊혀지지가 않아요 813 01:21:35,733 --> 01:21:38,000 다음 날 아침 엄마는 제네바로 떠나셨죠 814 01:21:39,500 --> 01:21:42,800 예정했던 것 보다 4일 빨랐어요 815 01:21:44,100 --> 01:21:47,633 떠나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말씀하셨죠 '그이에게 좀 더 있으랬다' 816 01:21:47,833 --> 01:21:51,966 '헬레나에게 좋을 것 같아서' 817 01:21:52,166 --> 01:21:54,100 그리곤 웃으셨죠 818 01:21:56,266 --> 01:21:58,833 그는 갑자기 불안해하고 기분이 나빠졌어요 819 01:22:07,900 --> 01:22:12,733 부활절 날 그는 빗속에서 오랫동안 산책을 했고 820 01:22:12,966 --> 01:22:19,233 돌아와서는 헬레나에게 떠난다고 얘기했어요 821 01:22:20,333 --> 01:22:25,200 그러고는 제네바에 전화해서 30분 동안 엄마와 통화했죠 822 01:22:26,533 --> 01:22:30,433 그날 그는 마지막 비행기로 떠났어요 823 01:22:44,400 --> 01:22:47,100 그날 밤, 헬레나가 울면서 절 깨웠어요 824 01:22:48,800 --> 01:22:51,866 허리와 오른쪽 다리에 통증을 호소했죠 825 01:22:53,800 --> 01:22:56,666 아침까지 못 참겠다고 했어요 826 01:22:58,366 --> 01:23:01,433 새벽 5시에 구급차를 불렀죠 827 01:23:05,833 --> 01:23:10,566 - 헬레나 병이 내 탓이란 거구나 - 네, 그렇게 생각해요 828 01:23:14,733 --> 01:23:18,366 - 그러니까 헬레나의 병이... - 네 829 01:23:22,233 --> 01:23:27,433 - 너 설마 진심으로 - 그 아이는 1살 때 버려졌어요 830 01:23:29,300 --> 01:23:31,700 그 후 엄마는 우리를 돌보지 않았어요 831 01:23:33,866 --> 01:23:37,533 병이 심해지자 그 애를 보호소에 보냈죠 832 01:23:38,666 --> 01:23:41,600 - 그럴 리가 없잖니 - 뭐가요? 833 01:23:43,800 --> 01:23:46,333 아니란 증거를 대봐요 834 01:23:49,466 --> 01:23:54,333 절 보세요, 엄마 헬레나를 보시라고요 835 01:23:57,266 --> 01:23:59,500 변명하지 말아요 836 01:24:01,533 --> 01:24:06,300 진실 아니면 거짓이에요 837 01:24:07,866 --> 01:24:10,200 용서란 있을 수 없어요 838 01:24:10,966 --> 01:24:17,166 - 모두 내 잘못은 아니야 - 회피하려고 하는군요 839 01:24:19,300 --> 01:24:22,433 삶에 대한 일종의 회피 방법을 만드셨겠지만 840 01:24:25,233 --> 01:24:30,266 언젠가는 그런 것이 일방적이란 사실을 알게 되실 거예요 841 01:24:32,233 --> 01:24:35,566 자책감 회피란 걸 아셔야 해요 842 01:24:37,533 --> 01:24:39,466 무슨 자책감? 843 01:24:45,000 --> 01:24:46,666 에바, 얘야 844 01:24:48,700 --> 01:24:51,333 날 용서해 줄 수 있겠니? 845 01:24:53,433 --> 01:24:55,333 고치려고 노력할게 846 01:24:57,466 --> 01:25:00,966 날 가르쳐 주렴 서로 얘기가 필요해 847 01:25:03,800 --> 01:25:07,100 엄마를 도와주렴 이대로는 더 이상 못 버티겠어 848 01:25:08,366 --> 01:25:10,466 네 미움이 너무 크구나 849 01:25:12,500 --> 01:25:18,166 난 여태까지 내가 이기적이고 어리석었다는 걸 몰랐어 850 01:25:22,333 --> 01:25:24,000 날 안아줄 수 없겠니? 851 01:25:26,166 --> 01:25:28,133 최소한 만져 보기라도 해줘 852 01:25:31,166 --> 01:25:32,833 도와줘 853 01:25:36,100 --> 01:25:38,800 엄마 854 01:25:41,633 --> 01:25:42,566 오세요 855 01:25:44,100 --> 01:25:45,333 도와다오 856 01:25:47,000 --> 01:25:48,566 엄마 857 01:25:51,800 --> 01:25:52,766 빨리 와요 858 01:26:13,333 --> 01:26:16,466 폴, 같이 와줘서 고마워 859 01:26:16,566 --> 01:26:19,766 혼자선 못 견뎠을 거야 860 01:26:20,100 --> 01:26:23,266 좀 충격을 받았나 봐 861 01:26:23,366 --> 01:26:26,166 헬레나가 거기 있었어 862 01:26:26,266 --> 01:26:28,333 전보다 더 아팠어 863 01:26:29,166 --> 01:26:30,833 왜 그냥 빨리 죽지 않지? 864 01:26:36,133 --> 01:26:38,266 이렇게 말하는 내가 너무 야비하다고 생각해? 865 01:26:38,533 --> 01:26:42,933 불쌍한 엄마 그렇게 급히 가버리시고 866 01:26:44,300 --> 01:26:48,866 겁을 많이 먹은 것 같고 늙고 지쳐 보였어 867 01:26:50,233 --> 01:26:55,166 얼굴도 작아지고 울어서 코는 빨개졌어 868 01:26:58,133 --> 01:27:00,066 이제 다시 못 보겠지 869 01:27:01,900 --> 01:27:05,166 폴, 자지 말아요 870 01:27:06,066 --> 01:27:08,500 비평가들은 날 인정 많은 음악가래 871 01:27:08,633 --> 01:27:12,066 누구도 더 따뜻하게 슈만의 협주곡을 연주하진 못 해 872 01:27:12,200 --> 01:27:13,400 브람스의 소나타도 873 01:27:13,566 --> 01:27:16,600 난 자신에게 인색하지 않아 그렇지? 874 01:27:16,833 --> 01:27:20,266 금방 어두워질 거고 추워지고 있어 875 01:27:21,966 --> 01:27:24,966 가서 빅토르와 헬레나를 위해 저녁을 해야 해 876 01:27:28,100 --> 01:27:29,933 지금 죽을 순 없어 877 01:27:31,833 --> 01:27:34,200 자살하기 겁나 878 01:27:36,266 --> 01:27:38,966 어느 날 주께서 날 부르실 거야 879 01:27:40,600 --> 01:27:42,666 그럼 내 감옥에서 헤어나겠지 880 01:27:43,100 --> 01:27:46,366 폴 저 작은 마을 보여? 881 01:27:46,433 --> 01:27:49,033 집에 벌써 불들이 켜졌어 882 01:27:49,266 --> 01:27:52,233 사람들은 저녁 일을 하러 다니고 있어 883 01:27:52,933 --> 01:27:59,500 누군가는 저녁을 준비하고 아이들은 숙제해 884 01:28:00,333 --> 01:28:04,400 난 소외된 기분이야 고향에 무척 가고 싶어 885 01:28:04,600 --> 01:28:06,233 하지만 집에 가면 886 01:28:07,566 --> 01:28:10,800 내가 원하는 건 다른 것이라는 걸 깨달아 887 01:28:11,200 --> 01:28:12,900 에릭 888 01:28:13,700 --> 01:28:15,266 내 볼을 쓰다듬고 있니? 889 01:28:17,500 --> 01:28:19,300 내 귀에 속삭이고 있니? 890 01:28:21,333 --> 01:28:22,700 지금 내 곁에 있니? 891 01:28:25,433 --> 01:28:28,000 우리 헤어지지 말자 892 01:28:28,766 --> 01:28:31,233 당신이 없었으면 어땠을까? 893 01:28:32,900 --> 01:28:35,133 내가 없으면 당신온? 894 01:28:36,333 --> 01:28:39,533 바이올리니스트들과의 힘든 시간을 생각해 봐 895 01:28:39,633 --> 01:28:42,633 그 투덜거림을... 연습할 때 얼마나 시끄러운지 896 01:29:03,466 --> 01:29:05,233 헬레나의 방에 불이 켜져 있어 897 01:29:07,166 --> 01:29:09,100 빅토르와 얘기하고 있어 898 01:29:10,633 --> 01:29:13,500 잘 됐어 친절하기도 하지 899 01:29:15,666 --> 01:29:17,933 엄마가 떠났다고 말해 주는구나 900 01:29:22,633 --> 01:29:24,600 엄마가 사랑한다고 전하래 901 01:29:25,300 --> 01:29:29,166 슬퍼하시고 걱정하셨어 울다 가셨어 902 01:29:42,366 --> 01:29:45,600 에바는 산책하러 갔어 903 01:29:46,233 --> 01:29:48,933 엄마 만날 날을 기대했는데 904 01:29:50,333 --> 01:29:52,500 너무 많은 걸 바랬어 905 01:29:53,466 --> 01:29:56,233 그렇게 될 거라고 얘기 못 해줬어 906 01:30:06,333 --> 01:30:09,200 못 알아듣겠어 907 01:30:12,400 --> 01:30:14,000 뭐가 하고 싶다고? 908 01:30:15,933 --> 01:30:19,300 침착하게 얘기해 봐 909 01:30:19,500 --> 01:30:23,000 안 그러면 못 알아들어 910 01:30:28,766 --> 01:30:30,666 에바 빨리 와 봐 911 01:30:49,166 --> 01:30:55,133 난 가끔 여기서 아내를 훔쳐본다 912 01:30:57,366 --> 01:30:59,000 그녀는 고민에 빠져있다 913 01:31:00,033 --> 01:31:05,633 장모가 갑자기 가신 후 무척 마음 아파한다 914 01:31:07,566 --> 01:31:09,366 그녀는 잠을 못 이룬다 915 01:31:10,433 --> 01:31:13,166 자기가 엄마를 내몰았다며 916 01:31:13,600 --> 01:31:15,733 자신을 용서 못 한다 917 01:31:16,166 --> 01:31:20,266 - 어디 나가요? - 우체국에 가 918 01:31:20,533 --> 01:31:23,300 가는 김에 이 편지도 부쳐줘요 919 01:31:23,500 --> 01:31:27,233 그래 어머님께 보내? 920 01:31:27,433 --> 01:31:31,033 원한다면 읽어 봐요 잠깐 헬레나 보러 올라가요 921 01:31:37,033 --> 01:31:41,066 '사랑하는 엄마 제가 잘못했다는 걸 깨달았어요' 922 01:31:42,266 --> 01:31:45,400 '사랑 대신 엄마에게 많은 요구를 했어요' 923 01:31:46,233 --> 01:31:49,933 '옛날의 심술궂은 마음으로 엄마를 괴롭혔어요' 924 01:31:50,500 --> 01:31:53,900 '용서를 빌고 싶어요' 925 01:31:54,366 --> 01:31:57,700 '이 편지가 잘 도착할지 모르겠어요' 926 01:31:57,900 --> 01:32:00,066 '보실지 안 보실지도' 927 01:32:01,966 --> 01:32:04,033 '어쩌면 너무 늦었는지도' 928 01:32:06,133 --> 01:32:10,966 '하지만 제 발견이 헛된 것이 아니길 바라요' 929 01:32:12,200 --> 01:32:14,633 '결국 용서란 게 있죠' 930 01:32:15,433 --> 01:32:20,466 '서로를 돌봐 주게 되는 엄청난 기회요' 931 01:32:22,166 --> 01:32:24,033 '서로 돕고' 932 01:32:25,600 --> 01:32:27,366 '애정 표현을 할 수 있는' 933 01:32:30,300 --> 01:32:33,566 '다신 제 삶에서 엄마를 지우지 않겠어요' 934 01:32:35,439 --> 01:32:37,305 '계속 노력할게요' 935 01:32:38,400 --> 01:32:42,200 '늦었어도 포기 안 해요' 936 01:32:43,500 --> 01:32:45,666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937 01:32:48,566 --> 01:32:50,800 '분명 늦지 않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