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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 픽쳐스"

 

눈을 깜빡일 거라면
지금 하세요

 

두 눈 똑바로 뜨고
잘 보세요

 

그 아무리
기묘한 일이라도

 

그리고 명심하세요

 

조바심을 내거나
눈을 돌리거나

 

내가 하는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잊는다면

 

바로 그 순간

 

우리의 영웅은
죽을 거니까

 

그의 이름은 쿠보

 

외할아버지에게
눈을 빼앗긴 아이

 

하지만 빼앗긴 건
그것만이 아니었죠

 

"쿠보와 전설의 악기"

 

어서 와라, 쿠보

 

많이 버셨어요?

 

그럭저럭 괜찮구나

 

두 푼이랑
보푸라기 뭉치

 

질 좋은 보푸라기네

 

오늘은
뭘 할 거니?

 

매일 하는 거요

 

- 괴물 이야기?
- 네

 

불 뿜는 닭도
나오겠지?

 

또 닭요?

 

그게 얼마나 웃긴데!

 

웃긴 얘기도 들어가야
균형이 맞지

 

사람들이 몰려와서
돈을 던져댈걸?

 

딴 걸 던질지도
모르지만

 

알았어요
한번 해볼게요

 

이번엔 이야기를
끝낼 생각이니?

 

눈을 깜빡일 거라면
지금 하세요!

 

두 눈 똑바로 뜨고
잘 보세요

 

그 아무리
기묘한 일이라도

 

그리고 명심하세요

 

조바심을 내거나
눈을 돌리거나

 

내가 하는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잊는다면

 

바로 그 순간!

 

우리의 영웅은
죽을 거니까

 

한조는 강한 사무라이였지만
혼자였어요

 

사악한 달왕에게
가족을 빼앗기고

 

나라를 잃고
병사들마저 잃었죠

 

기억하세요?

 

한조는 머나먼 땅으로
마법의 갑옷을 찾으러 떠났어요

 

오직 그 갑옷만이

 

달왕의 힘을
막아줄 수 있었죠

 

그 갑옷을
이루는 세 부분

 

- 그 첫째!
- 나 알아! 나 알아!

 

깨지지 않는 검!

 

둘째는?

 

뚫리지 않는 휴...

 

흉갑

 

흉가바부!

 

맞혔다!

 

마지막으로 갑옷을 이루는
세 번째는...

 

나 알아!
나 시켜줘!

 

부서지지 않는 투구!

 

한조는
갑옷을 모아

 

진정한 힘을
얻기 직전에

 

달왕의 야수들에게
공격을 받았죠

 

그렇지!

 

닭을 죽여라!
조각 내버려!

 

저런!

 

한조의 마음은
분노로 가득했고

 

가족을 빼앗긴
슬픔으로 괴로웠죠!

 

마침내... 우리의 영웅은
숙적을 마주했어요

 

바로 달왕!

 

내일 다시 와주세요

 

뭐?
이러지 마

 

얘기는 끝내야지

 

어디 가는 거야?

 

이러지 마
가지 말아줘!

 

쿠보

 

- 쿠보
- 네, 엄마

 

여기 있어요

 

배고파요?

 

한치 앞도
보이지 않았지만

 

한조와 충성스런 사무라이 부대는
눈보라를 뚫고 갔단다

 

그런데 갑자기
눈 깜짝할 사이에

 

하늘이 개었지

 

한조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어
집에 도착했으니

 

요새에요?

 

- 딱정벌레 부족의 성?
- 그래

 

머나먼 땅 끝에
달왕이 모르도록

 

마법으로 숨겨져 있었지

 

성에 도착한 후엔
어떻게 됐어요?

 

누가 성에 도착해?

 

한조요
우리 아빠!

 

한조...
한조가 성에 있었나?

 

한조는...

 

잠깐만...

 

안 돼

 

또 잊어버렸어
기억이...

 

미안해, 쿠보

 

다른 이야기를
떠올려볼게

 

엄마
아빠는 어떤 사람이었어요?

 

그건 대답하기 쉽지

 

한조는 강한 전사였고
검과 활의 명수로...

 

아뇨
실제론 어땠어요?

 

싸울 때 말고요
우리랑 있을 때

 

꼭 너 같았지

 

- 저요?
- 그래

 

강하고
영리하고 재밌고

 

게다가 미남이고

 

- 엄마
- 웃어야지

 

아빠의 사랑을
잊으면 안 돼

 

우릴 지키려다
죽은 거야

 

- 달왕이...
- 외할아버지지

 

정말 외할아버지랑 이모들이
아빠를 죽인 거예요?

 

그건 아니죠?

 

가족이잖아요!

 

그 사람들은 괴물이야!

 

외할아버지와 내 자매들이
네 눈을 가져갔어

 

절대 그 사람들에게
들키면 안 돼!

 

하늘이 어두워지면
숨어야 돼

 

아니면 널 찾아내서
빼앗아 갈 거야

 

약속하렴
정말 조심하겠다고

 

약속해, 쿠보

 

슬퍼하지 마, 쿠보

 

쿠보

 

뭘 해야 하는지
기억하지?

 

기억하지?

 

원숭이 아저씨를
늘 지니고 다닐 것

 

그리고?

 

그리고 아빠 옷을
늘 입고 있을 것

 

그래, 쿠보

 

하나 더 있어

 

절대, 절대로
해가 진 후엔 나가지 마

 

기억하지?

 

- 네, 원숭이 아저씨
- 착하지

 

잘 시간이에요

 

엄마, 일어나세요
꿈꾸고 있어요

 

안 돼!
쿠보!

 

- 쿠보, 너니?
- 네, 여기 있어요

 

쿠보
눈이 왜 그러니?

 

색종이 꼬마야!

 

여기다!

 

어서 와라

 

여기 앉으렴
좋은 자리 잡아놨다

 

어떠냐?

 

축제 날이라
한껏 꾸몄는데

 

난 축제가 좋아

 

다 같이 축하하는 자리잖니

 

저녁만 되면 들어가서
안타깝구나

 

밤엔 폭죽도 터뜨리고
노래하고 춤추고 잔치도 하지!

 

제일 좋은 건

 

저기 등 보이지?

 

우리 곁을 떠난 사랑하는 이들과
이야기하는 도구란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무사히 저승으로 가길
빌어주는 거지

 

정말요?
얘기해 보셨어요?

 

우리 영감과 해봤지

 

목소리가 낭랑한 게
네가 이야기할 때랑 비슷하단다

 

72년 동안
말도 없던 영감이

 

죽고 나니까
어찌나 수다스럽던지

 

얘기하고 싶은
사람 있구나?

 

네!

 

그럼 하면 되지

 

등이 없잖아요

 

뭐, 멋진 걸로
하나 만들면 되지

 

종이접기라면
네 특기잖니?

 

봤지?

 

내가 얼굴만
예쁜 게 아니란다

 

얼른 가렴

 

해 떨어지기까지
아직 시간 있어

 

얼른 가려무나

 

등을 신단 앞에
놓으렴

 

잘했다

 

이제 어떡해요?
아빠

 

이제 기도해야지

 

할머니께
등을 밝혀달라고

 

할머니!
우리 등을...

 

조용히 빌어야지

 

안녕하세요, 아빠
잘 계시면 좋겠어요

 

아니, 돌아가신 건 알지만...
잘 지내시죠?

 

보세요!
아빠 옷이에요

 

엄마는 어른 되면
맞을 거래요

 

아빠는 우릴 지키다
돌아가셨고

 

제 눈 하나를
지켜주셨다죠?

 

둘이면 더 좋겠지만
그래도 고마워요

 

아빠
엄마가 걱정돼요

 

날이 갈수록
기억이 희미해져요

 

아빠 얘기를
많이 하지만

 

엄마도 잘 몰라요

 

어디까지 진짜인지
기억이 안 나나봐요

 

저도 어디까지
진짜인지 모르겠어요

 

여기 계시면 좋겠어요

 

아빠랑 얘기도 하고
보기도 하고 조언도 듣고

 

아빠! 아빠! 오셨어요!
할머니가 오셨어요!

 

이제 마지막 순서다

 

영혼의 세계로
돌아가시게 도와드려야지

 

방금 오셨잖아요

 

가자

 

아빠?
계세요?

 

오시면 말씀하세요

 

됐어요!

 

아빠 필요 없어

 

쿠보!

 

죄송해요

 

쿠보...

 

쿠보

 

귀여운 아가

 

눈은 어쩌다 그랬니?

 

누구세요?
내 이름은 어떻게 아세요?

 

우린 네 가족이란다

 

네 이모들이야

 

오래전부터
널 찾고 있었어

 

이렇게 만나다니
정말 반갑구나

 

이렇게 직접 보다니

 

이리 오렴
이모들에게 오렴

 

겁낼 필요 없어

 

우린 네 눈만
가져가면 돼

 

네 외할아버지께서
간절히 찾으신단다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누가 좀 도와주세요!

 

조심하세요!
도망쳐요!

 

도망쳐요!

 

우리가 왔다
네 가족이 왔단다

 

쿠보!

 

엄마!

 

쿠보, 그 갑옷을 찾아
그 방법밖에 없어

 

내 말을 기억하렴

 

엄마!
엄마! 싫어!

 

엄마!

 

쿠보!

 

쿠보!

 

내 말 들리니?

 

엄마는 돌아가셨고

 

마을은 전부 불타버렸어

 

우린 '머나먼 땅'까지
날아왔어

 

곧 적들이
쫓아올 거야

 

네 할아버지가 오기 전에
숨을 곳을 찾아야 돼

 

당장 가야 돼

 

빨리 일어나
가자니까

 

들어가면

 

악취 때문에
나오고 싶을 거야

 

내 코가 열 배는
예민하단 걸 알아둬

 

궁금한 표정이네

 

- 누구...
- 세 개만 물어봐

 

그걸론 부족한데

 

세 개야
일단 밥부터 먹어

 

왜 세 개야?

 

- 첫 질문 했네
- 뭐?

 

뭐가 뭔지 모르겠어

 

넌 누구야?

 

아직도 모르겠어?

 

내내 날 가방에
넣고 다녔잖아

 

이것 때문이었어

 

넌 나무 부적이었잖아

 

겨우 이만했어

 

그 부적 이름은
원숭이 아저씨였고

 

그때 살아있었다면
기분 나빴겠네

 

네 엄만 마지막 마력으로
널 구해내고

 

내게 생명을 줬어

 

이거 먹어

 

- 냄새가...
- 어차피 사방이 악취야

 

- 그냥 먹어
- 먹기 싫어

 

내 말 들어
마셔

 

너 진짜
못된 원숭이지?

 

그래, 맞아
이걸로 세 개

 

질문 끝났으니까
이제 들어

 

난 널 지키려는 거야

 

그러니까 말 들어

 

밥을 안 먹으면
약해지고

 

약해지면
걸음이 느려져

 

느려지면
죽는 거야

 

아, 뜨거!

 

먹어

 

이런 실례가

 

아직 상황 파악을
못 한 모양인데

 

이건 현실이야
이야기가 아니야

 

그 괴물들
네 이모들은 먹지도 않고

 

잠도 자지 않고

 

널 찾아낼 거야

 

준비돼 있지 않으면

 

날 죽이고
네 눈을 가져갈 거야

 

그럼 어떡하지?

 

갑옷을 찾아야 돼

 

널 지킬 방법은
그것뿐이야

 

진짜였구나
진짜 있었어

 

걱정 마
안 가질게

 

엄마 머리에서
뽑은 거야

 

그러려던 건
아닌데

 

네 엄마의 능력은
강력했어

 

네 옷에
주문을 걸어

 

급박한 순간엔
날 수 있게 하고

 

마지막 힘을 짜내서
내게 생명을 줬어

 

이 머리카락 팔찌는
기억이야

 

기억의 힘은
아주 강력해

 

절대 잃어버리지 마

 

하나만 더
물어봐도 돼?

 

- 마지막이야
- 그 갑옷

 

어딨는지 알아?

 

아니, 몰라

 

그만 자

 

잘 자, 원숭아

 

쿠보

 

쿠보

 

너 잠꼬대했어

 

꿈꾸면서
계속 아빠를 찾더라

 

그때 갑자기 가방에서
종이가 나와서 저절로 접히더니

 

쟤가 됐어

 

몇 시간째 저기 서서
말도 없이 저러고 있어

 

종이접기도
아닌 것 같아

 

분명 가위를
썼을 거야

 

동굴에서도
엄마가 꿈꾸면 이렇게 됐었어

 

아침이 되면
색종이로 돌아가고

 

왜 저러지?

 

뭐 하는 거야?

 

아빠가 이렇게
응답하시는 건가 봐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의 운명을
종이인형에 맡기는 건

 

안 좋은 생각 같아

 

저게 아니면
딱히 방법도 없지만

 

능력이 강해지는구나

 

그렇게 기쁜 표정
지을 일이 아니야

 

우리가 강해질수록
세상도 위험해져

 

삶은 어떻게든
균형을 맞추려 하거든

 

원숭아
힘 되는 말은 못해?

 

힘내서 죽지 마

 

힘눼서 죽지뭬

 

모기 있네
짜증나게

 

진짜 나 아니야

 

종이 바닥날라
인내심도 바닥나 간다

 

내가 그런 거
아니야

 

두 번째는
진짜야!

 

시킨 건 아니고

 

- 생각만 한 건데
- 마법은 쉽지 않아

 

조절하는 법을
배워야 돼

 

정신을 집중해야지
그리고 명심해

 

원숭이 성질을
건드리지 마

 

조심해서 내려와
이건 네 이야기가 아냐

 

내 이야기일 수도 있지

 

난 용감한 영웅이고
넌 못된 원숭이고

 

영웅들은
오래 못 살아

 

나도 모르는 새
끔찍한 일이...

 

원숭아!

 

쿠보!

 

원숭아! 잠깐!

 

날 해치려던 게
아니야

 

- 그냥 한조가 맘에 들었나 봐
- 한조?

 

한조

 

찔러버려야겠어

 

왜 꼭 최악의
상황만 생각해?

 

저 곤충 같은
괴물을 믿으라고?

 

널 납치했는데?

 

한조!
그분이 기억나

 

내 주군이었던
느낌이 들어

 

뭐? 뭐라고?

 

우린 사무라이의
문장이 있었어

 

이런 문장
본 적 있어?

 

이건 기적이야!

 

우리 옷을
입고 있다니

 

우리 옷을
입고 있다니!

 

왜 우리 옷을
입고 있지?

 

대답할 이유 없어

 

근데 넌 누구야?

 

오래전 저주를 받아

 

이런 모습으로
여기 갇혔지

 

'머나먼 땅'을
방황하는 저주

 

저주!
저주로다!

 

동료들도 없고
주군도 없이

 

이름도 기억도 모두 사라지고
전사였던 과거도 지워졌지

 

전에 사람이었어?

 

그냥 사람이 아니라

 

사무라이였지!

 

아니, 확실해

 

이 물건들을 봐

 

사무라이였거나
정신 나간 수집광이었겠지

 

아무튼 가슴속엔
전사의 심장이 있어

 

기억이 없다면서
어떻게 확신해?

 

드문드문
기억이 나거든

 

돌아다니다가 뭘 주우면
기억이 떠올라

 

소리일 때도 있고

 

냄새일 때도 있고

 

- 이 정도 냄새면 기억도 많겠네
- 기억은 희미해지고

 

이제 어렴풋이 느껴지는 건
내가 위대한 일을 함께 했었다는 것뿐

 

원숭아
말해줘도 될까?

 

안 될 것 같아

 

- 말해줘야 돼
- 절대 안 돼

 

- 하지만...
- 아무튼 안 돼!

 

- 뭘 말해?
- 한조가 우리 아빠야

 

쿠보!

 

이건 기적이야

 

내 주군의 아들을
찾다니!

 

꿈도 꾸지 마

 

어떤 이유로 오셨든
어떤 모험을 하시든

 

지금부터는
내 모험입니다

 

함께하겠습니다
필요하다면 목숨도 바치겠습니다

 

와우! 진짜?

 

응?
그럴 일도 있을까?

 

원래 모험이란 게
많이들 죽긴 하지만...

 

어쨌든 상관없어

 

이게 내 운명이란
느낌이 들거든

 

아니야

 

너도 네 말을 못 믿는데
우리가 어떻게 믿어?

 

우린 널 몰라!

 

원숭아, 너도 그랬잖아
힘든 모험이 될 거라고

 

사무라이잖아! 저주에 걸렸고
기억도 없고 벌레처럼 생겼지만

 

도움이 될 거야

 

그래!
도움이 될 거야

 

- 아주 든든할걸?
- 어떻게?

 

벽에 화살 쏘는 게
뭐 대단한...

 

대단하네

 

저것 봐
처음으로 해본 거야

 

어떤 모험인지만 말해

 

어떻게 도움이 될지
다 보여줄게

 

얘기하자면 길어

 

눈도 깜빡이지 않고
열심히 들을게

 

깜빡일 순 있나?

 

- 나 눈꺼풀 있어?
- 좋아

 

가면서 말해
한조가 방향을 가리켰어

 

그러니까 넌
장난감 원숭이였어?

 

쿠보, 내 얘기는
안 해도 돼

 

주머니에 넣고 다녔어
그땐 이만했거든

 

쿠보, 거기까지

 

되게 작았고
이름은 '원숭이 아저씨'

 

장난감이 아니라
부적이었어

 

어련하시려고

 

예감이 안 좋은데

 

아무것도 만지지 마

 

쟤가 그랬어

 

좋아

 

됐어, 됐어

 

도와줘

 

쿠보, 봐!

 

깨지지 않는 검!

 

함정일지도 몰라

 

내가 가볼게

 

네가 가면
함정이 아닌 게 돼?

 

내 별명이
'침투 귀신'이거든

 

이름도 모르면서
별명은 무슨

 

걱정 마
자신 있어

 

위대한 딱정벌레가
승리했도다!

 

자신 없어

 

- 자신 없어
- 믿은 내가 바보지

 

깨지지 않는 검을
받아라!

 

깨졌네

 

손잡이가 안 깨진단
뜻 아닐까?

 

마법의 검이라더니
좀 실망이다

 

이 검이 아니야
이 멍청아!

 

봐!

 

그 검이야!
머리에 있잖아

 

이봐!
뼈가 시리게 해주마

 

쟤는 해골이잖아

 

내가 다 창피하다

 

이거 곤란한데

 

그만 좀 쏴!

 

젠장!

 

- 날 수도 있어?
- 지금 보니 그렇네!

 

'찾아지지 않는 검'
아니야?

 

찾은 거 같아!

 

손 좀 빌려줘
누구 없어?

 

너 말고!

 

쿠보!

 

- 쿠보!
- 원숭아!

 

- 안 돼!
- 쿠보!

 

좋았어!

 

끝나서 다행이다

 

세상이 온통 까매

 

그럼 눈을 떠

 

날개에 감각이 없어

 

5분 전까진
있는지도 몰랐잖아

 

꼼지락대지 마

 

- 이제 좀 나아?
- 그래, 약간 왼쪽

 

살짝 아래

 

그래, 거기
아이구, 좋다

 

잠깐!
웬일로 친절해?

 

-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 해냈어, 딱정벌레야!

 

검을 찾았어

 

내려놔
그러다 베일라

 

됐어, 그만
일어나

 

- 한참 걸어야 돼
- 농담이겠지

 

난 농담 안 해

 

또 싸우는 거야?

 

싸우긴 무슨
어른스러운 대화지

 

싸우려는 거네

 

쿠보, 저쪽 가서
놀고 있어

 

그거 놓고!

 

원숭아
여긴 '너른 호수'야

 

돌아서 걸어갈 수가 없어
헤엄쳐가야지

 

내가 쿠보를
안고 갈게

 

쿠보를 안고 가?
그것도 계획이야?

 

도와주려는 마음은
정말 고맙지만

 

쿠보를 위한 일은

 

- 내가 더 잘 알아
- 그러셔?

 

말하는 바퀴벌레의 의견은
딱히 믿음이 안 가서

 

말하는 원숭이는
괜찮나 보지?

 

싸우는 거
다 들려

 

그럼 더 크게 쳐

 

더 따지지 마
원숭이는 수영 못해

 

걱정할 거 없어
원숭이는 흉내가 특기잖아?

 

그 말 하고 싶어서
얼마나 기다렸어?

 

널 만난 순간부터

 

어른스러운 대화는
언제 시작해?

 

어이가 없네
정말 어이가 없어

 

어이가 없다고!

 

호수를 건너는 건
멍청한 생각이야

 

하긴 바보가 된 게
네 잘못은 아니지

 

기분 나쁘네

 

내가 모든 걸
아는 건 아니지만

 

- 아는 게 없지
- 없다고 쳐

 

하지만 쿠보의 능력이
생각보다 큰 건 알아

 

넌 과잉보호가
좀 심해

 

많이 심하지

 

난 쿠보를 지켜야 하니까
저건 안전하지 않아

 

너도 안전하지 않아

 

쿠보는 아직 애야

 

능력이 대단한 애지
방금 우릴 살려줬잖아

 

능력은 대단하지만
아직 배울 게 너무 많아

 

뭐?

 

빨리 배우는군

 

원래 할 줄 알았어?

 

잘난 척은

 

자, 이제
심호흡하고

 

머리를 비우고

 

난 그건 쉬운데

 

이제 시위를 천천히 당겨
그렇지

 

한쪽 눈을 감고
너도 그건 쉽겠네

 

정면의 표적에
집중하고

 

나머지 것들은
모두 잊고...

 

놔!

 

- 좋았어!
- 완벽했어!

 

완벽해!

 

제법이네

 

근데 물고기를 어떻게 건질 건데?
건져야 먹지

 

난 낚시가 아니라
활을 가르치던 거야

 

낚시는 내일
가르칠 건데?

 

내놔

 

욕심 많은 원숭이네

 

이제 해봐

 

당기고...

 

밧줄?

 

머리 좋네

 

너도 좀 쏘네

 

둘이 이러니까
더 이상해

 

손질하려면
뭐가 있어야겠는데

 

깨지지 않는 검

 

먹는 것 가지고
장난을 쳐야겠어?

 

 

왜 그래, 쿠보?

 

원숭이와 딱정벌레와 둘러앉아서
밥 먹는 게 처음인 것처럼

 

여럿 사이에서
밥 먹긴 처음이거든

 

어서 먹어
먹어야 힘이 나지

 

이게 고래국보단
훨씬 낫잖아

 

쿠보
궁금한 거 있어

 

이 멋진 모험을 시작하기 전엔
어떻게 살았어?

 

거의 엄마를
보살피며 살았어

 

이야기도 하고

 

위대한 전사들이 복수를 위해
괴물들과 싸우는 이야기

 

난 이야기를
아주 잘했거든

 

마무리를
잘 못 했지만

 

엄마한테 이런저런 얘길
해주기도 했어

 

강에서 물수제비를 뜨던 얘기나
오디 밭에서 반딧불이 잡던 얘기

 

그런 얘기할 땐
엄마 눈빛이 아주 맑았어

 

내 맘속을
보는 것 같았어

 

진짜 내 맘속을

 

나도 엄마 맘속을
볼 수 있었어

 

엄마의 영혼이...

 

돌아오려고
애쓰는 모습을

 

정말 아름다웠어

 

그거 아니?

 

이야기를 하던 그 시절
이 위대한 모험을 떠나기 전에도

 

넌 이미 영웅이었어

 

빨리 상륙해서

 

숨을 곳을 찾아야...

 

갑옷의
두 번째 부분이야

 

그 흉갑이...

 

물속에 있다고?

 

내가 갈게

 

- 딱정벌레야, 잠깐!
- 걱정 마

 

딱정벌레는 물속에서
숨을 오래 참거든

 

뭐?
언제부터?

 

세상 사람
다 알거든?

 

아무것도
기억 못 하면서

 

딱정벌레가 수영하는 건
기억한다고?

 

안 돼, 딱정벌레야

 

엄마가 '너른 호수'
얘길 해줬었는데

 

물속에
뭔가가 산대

 

정말?

 

어떤 뭔가가?

 

눈동자의 정원이 있다고 했어
눈동자가 영혼을 들여다본대

 

비밀들을 보여주고
올라오지 못하게 붙잡는댔어

 

영원히

 

그렇구나

 

그럼 눈동자를
안 보면 되지

 

눈을 피하는 건
실례지만

 

나 보고 싶을걸?

 

조심해

 

갑옷을 찾는 거야
못난 제 아빠랑 똑같네

 

그래

 

갑옷을 못 찾게
막아야 돼

 

원숭아
무슨 일이 생겼나 봐

 

도와줘야 돼

 

네 이모들이 쫓아오고 있어
나도 안타깝지만

 

빨리 상륙해야 돼

 

쿠보!

 

이것 봐라

 

낚시 좀 할랬더니
생각지도 않게 원숭이가 걸렸네

 

이 더러운 짐승이
언니의 마지막 흔적이라니 애처롭구나

 

이 더러운 짐승이
널 산산조각 내주마!

 

쿠보

 

쿠보!

 

너보다 끔찍한 짐승들도
가뿐하게 잡았었지

 

널 이겨봐야
자랑거리도 안 돼

 

졌을 때 기분이
어떨지나 생각해라

 

그런 기분은
딱 한 번 느껴봤지

 

11년 전
내 언니를 잃었을 때

 

어리석은 놈과 사랑에 빠져
우리 아버지를 배신했지

 

은혜도 모르는
겁쟁이였어!

 

겁쟁이가 누구라고?

 

잡았다! 잡아왔어!

 

딱정벌레야! 어떻게 된 거야?
쿠보는?

 

다시 들어가!
쿠보가 위험해!

 

알았어

 

엄마, 엄마, 엄마

 

아래 세상 것들은

 

어차피 질 거면서
목숨을 건다니까

 

목숨을 걸
존재들이 있으니까

 

너희 세상은
그럴 가치도 없어!

 

내 언니 일은
생각할수록 한심해

 

난 언니를 존경했지
언니는 정말 강했어

 

그런데 사랑 때문에
나약해졌지

 

아니!

 

사랑이
날 강하게 했어!

 

여기야!

 

그 눈동자들...

 

눈동자들 짓이었어

 

최면을 걸었더라고

 

안 돼, 안 돼

 

제발, 쿠보

 

일어나!
제발 일어나!

 

제발 일어나

 

다 괜찮을 거야

 

다 괜찮을 거야

 

나 여기 있어

 

바로 옆에 있어

 

내가 봤어

 

뭐? 뭘 봤어?

 

내가 봤어

 

엄마

 

내 아들

 

그럼 아빠 쪽을
더 닮았나 보다?

 

계속 보고 있구나

 

궁금한 게 많겠지

 

- 왜...
- 나부터 할게

 

난 딱정벌레라고 부르고
넌 원숭이라고 부르는데

 

왜 얘는 '애'라고
안 불러?

 

누가 앤지...

 

나중에 물어보고

 

지금은 자

 

그래도 얘기해줘요
듣고 바로 잘게요

 

네?

 

그래

 

도와줄래?

 

네 아빠를
만난 날 밤

 

엄마?

 

난 동생들과 '뼈의 신전'으로
한조를 죽이러 갔었어

 

아, 맞다

 

달왕의 명령으로

 

나와 동생들은
밤하늘에서 내려와

 

훌륭한 전사들을
많이도 죽였지

 

네 외할아버지가
말하기를

 

마법의 갑옷을
찾는 사람은

 

너무 강해져서
하늘에 위협이 된댔어

 

그날 밤, 동생들보다
먼저 신전에 도착했지

 

바로 거기
한조가 있었어

 

내 아버지의 심기를
거슬렀으니

 

죽어줘야겠다 말했지

 

그랬겠지
딱 너답네

 

딱정벌레!

 

우린 싸웠어

 

한조는 강했지

 

그런데 갑자기
싸움을 멈췄어

 

내 눈을 보면서
네 단어를 속삭였지

 

그 말들이
모든 걸 바꿔놨어

 

'난 당신을 사랑하오'

 

'원숭아'?

 

'당신은 내
평생의 모험이오'

 

온 우주의 신기를
모두 봤지만

 

날 바라보는
그 눈빛의 온기는

 

처음 보는 거였어

 

그 사람의
인품이 보였지

 

내 차가운 왕국엔
없던 따스함이었어

 

그 사람의 연민을 느끼고 나니까
나도 연민이 느껴져서

 

그 사람을 살려줬고

 

그 사람도
날 살려줬지

 

그리고 널
내게 줬어

 

하지만 네 외할아버지가
그 일을 알아냈어

 

하늘이 흔들릴 정도로
내 배신에 분노했지

 

네 아빠와 부하들은 목숨을 바쳐
어린 너와 나를 탈출시켰단다

 

외할아버지가
왜 날 싫어해요?

 

쿠보

 

싫어하는 게 아냐

 

널 자기처럼
만들고 싶은 거지

 

인정이라곤 없는
사람으로

 

예전의 나처럼...

 

그 사람은 그래야
가족으로 인정하거든

 

차갑고 매정하고

 

완벽하고

 

난 그렇게 되지 않을 거예요
절대로!

 

알아

 

많이 피곤한가 봐

 

나도야

 

재워달랠 생각 마

 

다쳤잖아

 

긁힌 거야

 

원숭아, 왜 지금껏 숨겼어?
엄마라고 말하지

 

날 붙들고 있는 마법이...
조금씩 사라져

 

곧 떠나야 해

 

그럼 또 쿠보는
혼자가 돼

 

혼자가 아니야

 

한조의 아들이잖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내가 지켜줄 거야

 

고마워, 딱정벌레야

 

내가 떠난 후에도
돌봐줄 사람이 있다니

 

내 이야기의 결말로
나쁘지 않겠어

 

네 이야기는
끝나지 않아

 

쿠보에게 이어질 거고
그 얘길 들은 사람들

 

그 얘기를
다시 들은 사람들

 

그 얘기를 다시 들은 사람들
그 얘기를 다시 들은 사람들

 

- 그 얘기를...
- 딱정벌레야

 

아무튼 네 이야기는
쿠보 안에...

 

살아있을 거야

 

안녕, 꼬마야

 

같이 노래나 할까?

 

어떻게 저를...

 

- 눈이...
- 너보다 장님이라고?

 

정확히 말하면
두 배 장님이죠

 

그래서 진실을
두 배로 잘 본단다

 

이건 꿈이잖아요

 

좋은 꿈이에요?
나쁜 꿈이에요?

 

직접 보려무나

 

아빠의 요새잖아요

 

그래

 

갑옷의 마지막 부분!

 

여기 있어요?

 

지는 해를 따라가면
찾을 게다

 

네 집이 됐을지도
모를 곳이지

 

네 집을 되찾으렴

 

이 이야기를
해피엔딩으로 끝내거라

 

엄마, 딱정벌레야
일어나!

 

일어났어
일어났어

 

안 일어났어

 

비켜

 

뭘 깔고 잤나 봐

 

불편함을 주는 검

 

투구가 어딨는지 알아

 

꿈에서 봤어

 

꿈?

 

꿈은 현실이랑
상관없잖아

 

난 꿈에서 머리에 칼 꽂은
해골 거인이랑도 싸웠어

 

그건 진짜였어

 

그렇구나

 

딱정벌레도 참

 

빨리 가자

 

내가 본 건 뭘까요?
'ㄴ'으로 시작해

 

- 눈
- 아니야

 

눈송이?

 

- 아니
- 좋아

 

눈 내린 나무?

 

눈이랑 상관없어

 

눈꼴시려우신가?

 

눈치 하고는

 

이제 알았다

 

 

눈 아니랬잖아

 

노래야

 

말도 안 돼

 

노래를 어떻게 봐?

 

 

황금 왜가리야

 

죽은 자들의 영혼을
가지고서

 

저세상으로
데려가는 새지

 

뭐라고
노래하는 거야?

 

아름다워

 

저세상에서의 삶을
노래하는 거래

 

우리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얘기

 

안 사라져?

 

그럼 어떻게 돼?

 

쿠보의 색종이처럼
모습이 바뀌는 거지

 

우리의 이야기를
다른 곳에서 이어가도록

 

한 이야기의 끝은
다른 이야기의 시작이니까

 

나 여기 기억나

 

아빠가 모험을
준비하시던 곳인가 봐

 

이해가
안 되는 게 있어

 

왜 투구가
여기 있지?

 

쿠보!

 

풀어줘!

 

언니

 

언니를 우러러보던
시절이 기억나

 

우리 중에
가장 뛰어났지

 

재능이 아깝네

 

우린 한 가족으로
남고 싶었을 뿐인데

 

나와 가족에 대한
정의가 다른가 보네

 

쿠보를 건드리지 마!
이 마녀야

 

그리고 너!

 

언니의 마음을 훔친
좀도둑 벌레

 

뭐?

 

정말 재밌군

 

내내 같이 있었으면서
눈치 못 챘어?

 

우리 언니를
빼앗아갔으니

 

우리도 뭔가를
빼앗아야 공평하지

 

네 머릿속을
모두 헤집어서

 

언니와 함께한 기억을
다 지워버렸어

 

한조

 

뭐?

 

한조?

 

나도 몰랐어

 

안 돼!

 

여기 온 목적을
깜빡할 뻔했네

 

엄마!

 

괜찮아
나 여기 있어요

 

아빠

 

내 아들

 

내가 벌레와
결혼했나 보네

 

그래

 

사무라이 벌레지

 

당신은 내
평생의 모험이야

 

언제까지나

 

한조, 쿠보를
꼭 지켜줘야 해

 

약속할게

 

안 돼!

 

집으로 날아가

 

쿠보, 너니?

 

어서 떠나세요

 

달왕이...
오고 있어요

 

할아버지!

 

나예요, 쿠보

 

보고 있는 거
알아요

 

안녕, 우리 손자

 

이렇게 보다니
반갑구나

 

눈은 안 보인다만

 

갑옷을
찾았나 보구나

 

네 엄마가 이 마을로
데려왔던 이유가 있었어

 

다 보인다

 

나도 알아요

 

그래서 시작된 거잖아요
결국 날 봐서

 

내 잘못이에요
부모님 말씀을 듣는 건데

 

쿠보, 너와 내가
원하는 건 같단다

 

내 남은 눈을
가져가려는 거잖아요!

 

그래
그 이유는 아니?

 

당신은 늙고
못됐고 잔인하니까

 

이거 속상하구나

 

그 쓸모없는 눈을
가지고 있는 한

 

나와 저 위에서
살 수가 없어

 

하늘에서

 

이 지옥 같은
땅에 붙들려 있어야지

 

그 한쪽 눈으로
증오와 고민과

 

고통과
죽음을 보면서

 

저 하늘에는
그런 것들이 없단다

 

너와 가족들만이
있을 뿐이지

 

네가 있을 곳이야

 

내 가족은 죽었어요

 

- 당신이 죽였어
- 아니

 

그 녀석들이
자초한 결과지!

 

날 모욕하고
질서를 거슬렀어

 

그건 당신 이야기죠

 

쿠보

 

나와 올라가면
이야기를 벗어나

 

영원히...
죽지 않고

 

영원히...

 

존재할 거다

 

아뇨
당신이 틀렸어요

 

모든 이야기엔
끝이 있어요

 

그러냐?

 

그럼 이 이야기는
어떻게 끝날까?

 

당신을
죽이는 걸로

 

그렇구나
원하는 게 그거냐?

 

네 인생을 망친
괴물과 싸우는 게?

 

네 죽은 아비처럼
자신을 증명하는 게?

 

역시 인간답구나

 

인간이
되고 싶다고?

 

그럼 인간의
나약함을 가지고

 

그들의 굴욕감에
괴로워하고

 

고통을 느껴봐라!

 

이것이
네 이야기의 끝이다

 

그 한쪽 눈으로
마지막으로 보려무나

 

이 시궁창 같은 곳을 마지막으로 봐라
네가 집이라고 부르는 곳을

 

난 떠나지 않아

 

어떤 힘든 일을
겪더라도

 

그 속엔
아름다움이 있어요

 

엄마도 그걸 봤고

 

아빠도 봤고
나한테도 보여요

 

한쪽 눈으로도
보인다고요

 

그럼 나머지 하나도
뽑아버려야겠구나

 

그렇지?

 

눈을 깜빡일 거라면
지금 하세요

 

내 눈을 원하는
이유를 알아요

 

눈이 없으면

 

사람들의 눈 속에 있는
영혼과 사랑을

 

- 못 보니까
- 네가 사랑하던 건 모두 사라졌고

 

네가 알던 것들도
모두 지워졌다

 

아뇨!

 

기억 속에 있어요

 

기억은 세상에서
가장 강한 마법이에요

 

우릴 더 없이
강하게 하죠

 

이건 우리가 사랑하던
이들의 기억이에요

 

그들의 이야기를
맘속 깊이 간직한다면

 

그 누구도 그들을
빼앗아갈 수 없어요

 

내 기억은
빼앗을 수 없어요

 

여기가 어디지?

 

안녕하세요
할아버지

 

안녕

 

눈은 어쩌다 그랬니?

 

기억 안 나세요?

 

미안하구나

 

내 이야기를
잊은 것 같구나

 

날 좀 도와주련?

 

내가 얘기하마

 

우리가 다 같이
얘기해주마

 

영감님은 이 마을에서
가장 상냥한 사람이에요

 

- 그래요?
- 네

 

늘 웃으시고
저 같은 아이들에게

 

동전도 주셨어요!

 

늙은이에게도

 

우리 애들에겐
수영을 가르쳐주셨어요

 

응?

 

가난한 자들에게
담요를 주셨어요

 

좋은 분이시죠

 

- 음식도 나눠주셨어요
- 늘 사람들을 도와주셨어요

 

영감님은
멋진 분이세요

 

나도 알고 보니
좋은 사람이었네

 

그래서 할아버지를
좋아하는 거예요

 

우린 공통점도 있어요

 

댁의 손자를
아낀다는 거

 

저 아이 이름은
쿠보예요

 

쿠보

 

미안하구나

 

기억이 안 나

 

그럼...

 

댁의 손자는
이야기꾼이니까

 

영감님이 잊은 이야기를
모두 해줄 거예요

 

정말?

 

그럼요

 

안녕하세요
엄마, 아빠

 

내 이야기가
원래 좀 길잖아요

 

그래서 이번엔
짧게 할게요

 

두 분을 만났던
행운에 감사해요

 

지혜를 듣고
상냥함을 느끼고

 

두 분 사이에서
밥도 먹었어요

 

정말 행복한
이야기였어요

 

그래도 훨씬
행복할 수 있었는데

 

죽으면 어떻게 되는지
어디로 가시는지도 모르지만

 

혹시라도
방법이 있다면...

 

저는 아직
두 분이 필요해요

 

그럼 행복한 이야기라고
말할 수 있을 텐데, 그럼 저도 그렇고

 

모두 그렇게
느꼈을 거예요

 

그럼 이야기를
같이 끝내는 건데

 

다 함께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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