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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2smi by 홍시

 

스페인, 1944년

 

내전은 끝났지만

 

무장한 반군들은
깊은 산속에 숨어

 

파시스트 정권에
저항을 계속하고 있었고

 

반란군 진압을 위해
정부군이 곳곳에 배치됐다

 

아주 멀고 먼 옛날…

 

어떤 거짓과 고통도 없는
지하 왕국이 있었고

 

그곳에는 인간 세상을
동경하는 공주가 살고 있었다

 

공주는 푸른 하늘과 산들바람
그리고 따스한 햇살을 꿈꿨다

 

그러던 어느 날…

 

공주는 시중들을 따돌리고
지상으로 도망쳤다

 

그러나 지상으로 나오자

 

눈부신 햇빛에 눈이 멀고
모든 기억을 잃었으니

 

공주는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조차 잃어버린 채

 

추위와 질병의 고통 속에서
결국 죽음을 맞게 되었다

 

그러나 공주의 아버지인 국왕은

 

공주의 영혼이
돌아오리라고 믿고 있었다

 

다른 몸을 빌어서라도…

 

어떤 경우라도
언젠가는 돌아올 것이라고…

 

국왕은 그가 죽는 날까지
공주를 기다릴 것이다

 

세상이 끝난다 할지라도…

 

오필리아, 웬 책을 이렇게
많이 가져왔니?

 

당분간 산속에서
살 텐데, 뛰어놀렴

 

요정 이야기?

 

다 큰 애가
아직도 이런 동화책을 읽니?

 

차 좀 세우라고 해

 

곧 괜찮아질 거야

 

먼 길 가느라
아기가 힘든가 보다

 

사모님, 괜찮으세요?

 

오필리아?

 

오필리아!
그만 이리 오너라

 

- 요정을 봤어요
- 신발이 엉망이구나

 

어서 가자

 

우리가 도착하면
대위님이 마중 나오실 거야

 

네가 아빠라고
불러 줬으면 좋겠구나

 

대위님이 우리에게
얼마나 잘해 주시는데

 

오필리아, 그냥 말뿐이라도
그렇게 하렴

 

대위님, 저기 옵니다

 

15분 늦었군

 

카르멘

 

어서 와요

 

이럴 필요까지는…
혼자 걸을 수 있어요

 

안정을 취하라는
의사 권고요

 

싫어요

 

그냥…
내 체면을 봐서 앉아

 

고마워요

 

오필리아, 나오렴

 

대위님께 인사드려야지

 

오필리아…

 

악수는 오른손으로 하는 거란다

 

메르세데스!

 

- 짐을 가져와
- 알겠습니다

 

여긴 미로란다

 

오래 전부터
여기 이 돌들이 있었대

 

여기 방앗간이 생기기
훨씬 전부터 말이야

 

길을 잃기 쉬우니까
들어가지는 말아라

 

감사합니다

 

그것들을 다 읽은 거니?

 

메르세데스!

 

대위님이 찾으신다

 

네 아빠가 부르시는구나

 

내 아빠가 아니에요

 

대위님은
내 아빠가 아니라구요

 

아빠는 봉제사였어요
전쟁 때 돌아가셨죠

 

그러니까 대위님은
내 아빠가 아니에요

 

그렇구나
같이 갈까?

 

우리 엄마 보셨어요?

 

- 예쁘시죠?
- 그럼

 

근데 아기 땜에
많이 아프세요, 아세요?

 

반군들이 숲 속에 숨어 있다

 

소탕하려고 숲 속까지
쫓아가는 것은 무모한 짓이지

 

놈들은 이곳 지형에 대해
우리보다 더 잘 알고 있다

 

대신 우리는 숲으로 통하는
모든 보급로를 끊는다

 

음식, 약품을 포함한 모든 물품을
우리가 통제한다, 바로 여기에서

 

그러면 그들은
반드시 기어내려 온다

 

세 군데의 공격 거점을
만들 것이다

 

여기, 여기
그리고 여기

 

메르세데스

 

- 페레이로 박사를 데려와
- 알겠습니다

 

이걸 드시면
잠이 잘 올 겁니다

 

주무시기 전에
두 방울이면 됩니다

 

드세요

 

좋습니다

 

다 드세요
됐습니다

 

언제든지 필요하면
주저 말고 불러주십시오

 

간호사를 통해서도 좋고요

 

편히 쉬십시오

 

얘야, 문 닫고 불 좀 꺼 줄래?

 

도움이 필요해요
가 보셔야겠어요

 

상처가 심해졌어요
다리가 좋아지지 않아요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게 다요

 

미안하오

 

비달 대위가 사무실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오필리아, 이리 오렴

 

이런, 발이
얼음장처럼 차갑네

 

무섭니?

 

조금요

 

무슨 소리죠?

 

신경 쓰지 마라
바람 소리야

 

이곳의 밤은
도시의 밤과 다르구나

 

도시에선
자동차 소리뿐인데

 

집까지 오래 돼서

 

계속 삐걱대네

 

마치 그들이
얘기하는 것 같은걸

 

내일 너를
놀래 줄 선물을 줄게

 

- 깜짝 선물?
- 그래

 

- 책이요?
- 아니, 훨씬 더 좋은 거야

 

왜 재혼하셨어요?

 

혼자 지내기가 힘들어서

 

내가 있잖아요
엄마는 혼자가 아닌데

 

항상 내가 같이 있잖아요

 

언젠가 어른이 되면 엄마도
쉽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될 거야

 

네 동생이 또 장난치는구나

 

동생에게
옛날 얘기 하나 해주렴

 

그럼 얌전해질 거야

 

아가야… 아가야…

 

아주 오랜 옛날에…

 

슬픔에 잠긴
멀리 떨어진 곳에

 

검은 돌로 만들어진
커다란 산이 있었는데

 

해가 지면…

 

그 산 꼭대기에는

 

매일 밤, 영생을 얻을 수 있는
마법의 장미꽃이 피었단다

 

하지만 아무도 장미
가까이 갈 수 없었어

 

그 장미 가시에는
독이 많았거든

 

사람들은 공포와 죽음
고통만을 말할 뿐

 

영원한 삶의 약속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지

 

그래서 장미는 누구에게도
영생을 전하지 못하고 시들었고

 

결국엔 차디찬 산 꼭대기에서
모두에게 잊혀진 채 사라졌어

 

영원히… 홀로…

 

들어오시오

 

- 어떻소?
- 아주 안 좋습니다

 

충분히 쉬게 하시오

 

난 여기서 자겠소

 

- 내 아들은?
- 예?

 

죄송합니다, 대위님

 

뱃속의 내 아들은
건강한가?

 

지금으로서는
크게 걱정할 건 없습니다

 

다행이군

 

대위님, 만삭의 몸으로
이런 여행을 하기엔 무리였습니다

 

- 당신의 의견이오?
- 의학적 소견입니다, 대위님

 

아들은 애비 있는 곳에서
태어나야 하오

 

그것뿐이오

 

대위님,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어떻게 아들이라고
확신하십니까?

 

주제넘은 관심이군

 

8시경, 북서쪽에서
움직임이 포착되었습니다

 

총성입니다

 

배요나 하사가 그 지역을 수색해서
용의자를 잡아 왔습니다

 

옆에 있는 자는 그의 아들로
도시에서 왔다고 합니다

 

저희 아버지는
잘못한 게 없습니다

 

그건 내가 결정한다
모자나 벗지

 

영감 총인데
방금 쏜 흔적이 있습니다

 

제 아버지는
토끼 사냥을 했습니다

 

입 닥쳐, 이 자식아

 

신도, 국가도, 주인도 없다?

 

- 어떻게 생각하나?
- 반군 선전물입니다

 

그런 게 아닙니다

 

오래된 달력에서
찢은 겁니다

 

우린 농부일 뿐입니다

 

계속해 봐

 

토끼를 잡기 위해
숲에 갔습니다

 

딸들이 아파서
고기라도 먹이려고

 

토끼라고?

 

아버지가 말씀하신 대로
토끼를 잡은 것뿐입니다

 

그만해요!

 

아들을 죽였어!
내 아들을 죽였다고!

 

살인자, 개자식!

 

보고하기 전에
수색이나 제대로 해

 

날 귀찮게 하지 말고!

 

네, 대위님

 

엄마, 일어나 봐요

 

엄마, 뭔가가
방 안에 들어왔어요

 

안녕

 

여기까지 날 따라왔구나

 

넌 요정이니?

 

이것 봐

 

이게 요정이야

 

너를 따라오라고?

 

밖으로?
어디 가는데?

 

누구 있어요?

 

누구 있어요?

 

메아리예요?

 

메아리?

 

누구 없어요?

 

저기요?

 

당신이군요

 

당신이에요
당신이 돌아오셨어요

 

놀라셨다면 죄송합니다

 

보십시오

 

내 이름은 오필리아예요
누구시죠?

 

저요?

 

전 이름이 참 많지요

 

오래 전 이름들은
바람과 나무들만이 말할 수 있죠

 

저는 산이자 숲이고 땅이지요

 

저는…

 

저는 판이라고 합니다

 

당신의 충실한 하인이지요
주인님

 

- 아니, 저는…
- 당신은 모안나 공주입니다

 

지하 왕국
국왕님의 따님이시죠

 

제 아버지는 봉제공이셨어요

 

공주님은
인간이 아닙니다

 

당신을 낳은 건 달입니다

왼쪽 어깨를 보세요

 

그 증표를 찾으실 수
있을 겁니다

 

국왕께서 공주님을
기다리시며

 

이것이…

 

이것이 마지막 문입니다

 

우리는 공주님의 본성은
그대로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아직 인간이 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보름달이 뜨기 전
세 가지 과제를 마쳐야

 

왕국으로 갈 수 있습니다

 

이것은 '선택의 책'입니다

 

꼭 혼자 있을 때 펴 보세요

 

공주님 미래 모습도…

 

그리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알려줄 겁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는데요

 

메르세데스, 이 토끼로
저녁 준비하지

 

토끼가 너무 어린데요

 

- 그럼 스튜라도 끓이던가
- 알겠습니다

 

커피가 너무 탔더군
마셔 봐

 

앞으로는 신경 쓰도록 해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이걸로 요리해요

 

- 커피가 맘에 들지 않는데요
- 까탈스럽게 구네!

까탈스러운 놈

 

소고기와 닭고기가
더 있어야 겠어요

 

- 어디서 그걸 구하라는 거야?
- 부인들도 오니까요…

 

글쎄, 그들은 돼지보다
더 많이 먹던데

 

- 말도 좀 많아!
- 물에 빠져도 입만 살걸

 

메르세데스, 내가 마무리 할게

 

오필리아

 

아버지가 오늘 밤에
손님들을 초대하신단다

 

내가 뭘 만들었는지 보렴

 

맘에 드니?

 

엄마가 어렸을 땐
이런 옷을 입어 보지 못했단다

 

내가 다 기분이 좋구나
구두도 좀 보렴

 

- 마음에 드니?
- 네, 아주 예뻐요

 

자, 이제 씻어야지

 

나무

 

오필리아?

 

오필리아!

 

서두르렴, 드레스 입은 모습을
어서 보고 싶구나

 

새 아버지한테도 예쁘게
보였으면 좋겠구

 

넌 공주님 같을 거야

 

공주님이라구요?

 

닭고기가 깨끗한지
잘 확인하세요

 

콩 요리도 잊지 말고요

 

- 우리 아가씨 정말 예쁘구나
- 드레스가 너무 멋져!

 

실없이 수다 떨지 말고
일들이나 해요

 

꿀 탄 우유 좀 마실래?

 

물러서렴, 예쁜 드레스에
우유가 튀면 안 되잖니

 

메르세데스, 아줌마는
요정을 믿으세요?

 

아니

 

하지만 나도 어릴 땐
믿었단다

 

지금은 더 이상 믿지 않지만…

 

어젯밤에 요정이 왔어요

 

정말로?

 

요정이 하나가 아니라 많았어요

 

- 그리고 판도 있었고요
- 판?

 

그는 늙어 보였고
키도 컷고 흙 냄새가 났어요

 

우리 어머니가
판을 조심하라고 하셨단다

 

메르세데스!

 

나 좀 보지

 

대위님, 다 왔습니다

 

밀가루, 소금, 오일
약품 등등

 

올리브와 베이컨도 있습니다

 

담배도 왔군

 

그리고 배급 카드들입니다

 

- 목록을 확인하십시오
- 그러지

 

메르세데스

 

- 열쇠는?
- 여기 있습니다

 

- 열쇠는 이것뿐인가?
- 그렇습니다

 

이제부터 내가 보관하지

 

대위님!

 

대위님
별일 아닐지도 모르지만

 

놈들이다

 

옛날 옛적에
이 숲이 처음 생겼을 때…

 

숲은 마법과 놀라움으로 가득한
생명체들의 집이었다

 

그들은 서로를 보살펴 주었고

 

방앗간 근처의
언덕에서 자라는

 

커다란 무화과나무의
그늘에서 잠을 잤다

 

하지만 이제 나무는 병이 들어

 

그 가지들은 모두 말라 버렸고
줄기는 늙고 비틀어졌다

 

괴물 두꺼비가
나무의 뿌리에 살면서

 

나무를 자라지 못하게 한다

 

두꺼비의 입속에
세 개의 마법돌을 넣고

 

두꺼비의 뱃속에 있는
황금 열쇠를 가져와야 한다

 

그러면 무화과나무가
다시 살아날 것이다

 

놈들이 이곳을 떠난 지
20분도 안 됐다

 

서둘러서 떠났군

 

기껏해야 12명 정도…

 

항생제라…

 

이런, 복권까지 안 가져갔군

 

그들이 이 근처에 있다

 

몹쓸 놈들이
아주 가까이에 있다

 

우리를 감시하고 있군

 

이봐!

 

이걸 잊으셨군

 

복권도 놓고 갔어

 

와서 가져가시지!

 

혹시 돈방석에 앉을지 아나?

 

안녕, 난 모안나 공주야

 

난 네가 무섭지 않아

 

이렇게 사는 거
창피하지도 않니?

 

곤충들을 먹으면서 말이야

 

나무를 죽여 가면서
그렇게 살도 찌고…

 

방은 확인해 봤나요?
창고 쪽에도 없던가요?

 

예, 사모님

 

안쪽 마당은요?

 

- 헛간은?
- 확인했습니다

 

도대체 얘가 어디로 간 거지?

 

이쪽으로

 

제 아내 카르멘입니다

 

- 반가워요
- 만나게 돼서 반갑습니다

 

이제부터 이 배급 카드는
한 집에 하나입니다

 

보시죠

 

- 한 장?
- 그래요

 

대위, 하나로는
부족하지 않을까요?

 

사람들이 신경 쓴다면
하나로도 충분합니다

 

우리는 반군에게 식량을 지원하지
못하게 하려는 겁니다

 

놈들도 슬슬 지쳐 갑니다
부상자도 있고

 

대위님, 부상자 있는 건
어떻게 아시는지…

 

오늘 간발의 차이로 놓쳤지만
이걸 발견했소

 

항생제요…

 

신께서 영혼을 구해 주셨으니

 

육체야 어차피 중요하지 않죠

 

우리는 당신을
적극 지원하겠소, 대위

 

당신은 자원하여
이곳에 온 것이 아닌 걸 알고 있소

 

잘못 알고 계시는 군요

 

저는 제 아들을 새로운
스페인에서 태어나게 하려고

 

이곳에 자원했습니다

 

몇몇 사람들이 잘못된 신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만인이 평등하다는 둥…

 

그러나 현실은 다르지요

 

전쟁은 끝났고
우리는 승리했습니다

 

새 질서를 세우기 위해서
남김없이 죽여야 한다면

 

우리는 그렇게 할 겁니다
그럴 겁니다

 

우리 모두는 승리를 위해
여기 왔습니다

 

승리를 위해!

 

나무를 더 가져올 테니
커피 물 좀 올려 줘요

 

걱정 말고 다녀와

 

오필리아?

 

대위님과는 어떻게 만나셨죠?

 

전 남편이 대위님
군복을 만들었어요

 

그랬군요

 

남편이 죽고
가게에 일을 하러 갔는데

 

1년 쯤 전인가…

 

대위님과 다시 만나게 됐죠

 

흥미 있는 얘기로군요

 

진작 만나 놓고
한참 후에야 짝이 되다니

 

재미있군요, 정말로

 

아내를 용서하십시오
이런 자리에 서툴러서 실례를…

 

여러분께 지루한
얘기를 늘어 놓았군요

 

별말씀을…

 

사모님, 잠시만…
오필리아가 돌아왔어요

 

잠시 실례할게요

 

제가 선친을 만났다는
이야기를 했던 가요?

 

아뇨, 금시초문입니다

 

모로코에서였는데…

 

잠깐 뵌 것뿐이지만
참 인상 깊었지요

 

훌륭한 군인이셨죠

 

부하들 얘기로는 장군님이
전장에서 돌아가실 때

 

시계를 바위에 내리쳐
깼다고 하더군요

 

자신이 죽은 시간을
아들에게 알리시겠다고요

 

그로 인해 아들은 아버지의
용맹성을 알 수 있는 거죠

 

말도 안 됩니다
그분은 시계가 없으셨어요

 

이런 짓을 하다니
엄마는 속상해 죽겠구나

 

목욕을 마치면 저녁은 먹지 말고
곧바로 침대로 가거라

 

내 말 알겠니?

 

가끔 너는 너무
엄마 말을 안 듣는구나

 

오필리아, 엄마가 얼마나
속상한지 알아?

 

네 아빠도 마찬가지구

 

대위님 말인가요?

 

나보다 더 실망했을 거다

 

열쇠를 얻었어

 

나를 미로로 안내해 줘

 

안녕하세요?

 

열쇠를 구했어요

 

서 있는 게 저고요
그 앞에 소녀가 공주님

 

아기는 누구죠?

 

당신이 열쇠를 구해 왔군요

 

기쁩니다

 

처음부터 공주님이
해내실 줄 알았다네요

 

당신이 성공해서
무척 기뻐하고 있어요

 

열쇠는 가지고 계십시오

 

조만간 필요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이것도…
분필입니다

 

두 개가 남았습니다

 

보름날이 가까워졌어요

 

조금만 참으세요

 

그러면 곧 왕궁의
일곱 개 둥근 정원을

 

한가로이 거닐 것입니다

 

당신의 말을 어떻게 믿죠?

 

어찌 저같이 미천한 것이
거짓을 말하겠습니까?

 

시작해

 

검열을 시작하겠다
카드를 준비하도록

 

빨리, 빨리…
이름은?

 

이름이?

 

나르시소 페냐 소리아노입니다

 

이것이 프랑코 총통의
스페인에서 주는 양식이다

 

민중이 배를 곯는다는
반란군의 말은 거짓이다

 

하나된 스페인에서

 

춥고 굶주리는 집은
더 이상 없다

 

자,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내게 보여 줘

 

어서…

 

오필리아!

 

오필리아…

 

오필리아, 살려 줘!

 

대위님, 대위님!

 

빨리요

 

하나된 스페인에서

 

춥고 굶주리는 집은
더 이상 없다

 

이것이 프랑코 총통의
스페인에서 주는 양식이다

 

사모님께서는 조용한 곳에서
휴식을 취하셔야 합니다

 

최대한 안정을 취해야만 해요

 

따님과도 따로 지내야 합니다

 

출산 때까지
저도 여기에 머물겠습니다

 

꼭 살리시오

 

비용이 얼마가 들건 간에
필요한 건 다 구해 주겠소

 

무조건 살리시오

 

걱정하지 말아라

 

엄마는 금방
괜찮아지실 거야

 

아기 태어나는 건
어려운 거란다

 

난 절대 아기 안 낳을 거야

 

숲에 있는 사람들을
도와주고 있죠?

 

딴 사람한테 말했니?

 

아니요

 

당신에게 나쁜 일이 생기는 걸
원치 않아요

 

나도 그래

 

자장가 아세요?

 

하나 아는데…

 

가사를 모르겠네

 

괜찮으니까 불러 주세요

 

놀라지 마요, 나요

 

- 준비됐나요?
- 그렇소

 

그럼 가죠

 

이건 미친 짓이오

 

대위한테 들키면
우린 끝장이야

 

- 그 점에 대해 생각해 봤소?
- 당신은 그가 두렵나요?

 

두려움이라니…

 

내 한 목숨 아까워
이러는 게 아니오

 

페드로!

 

페드로, 나의 동지!

 

당신은 두 번째 과제를
수행하지 않았어요

 

엄마가 많이 아프셔서…

 

그런 변명은 필요 없습니다

 

이걸 드리죠
맨드레이크 뿌리입니다

 

인간이 되고자
꿈꾸는 식물이죠

 

이것을 엄마의
침대 밑에 놓으세요

 

신선한 우유 한잔과 함께 말이죠

 

그리고 매일 아침
두 방울의 피를 주십시오

 

명심하세요
이제 정말 시간이 없어요

 

곧 보름달이 뜬다고요

 

이들이 길을 안내할 것입니다

 

매우 위험한 곳으로
가게 되니, 조심하세요

 

거기에 잠들어 있는 놈은…

 

인간이 아닙니다

 

당신은 화려한 진수성찬을
보게 될 겁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먹거나
마셔서는 안 됩니다

 

아무것도…

 

생명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약간의 음식과 담배…
치즈도 가져왔어

 

그리고 편지도 있고

 

다친 다리 좀 보죠

 

어떻게 될 것 같소?
가망 없죠?

 

일단 봅시다

 

부… 북…미

 

영국과 캐나다 군대가

 

프프프…라스
부…북쪽 해안에 도착했다

 

- 프랑스야, 이 말더듬아
- 프… 프… 프랑스

 

15만 명 이상의 군인들이

 

아이젠하워 장군의 지휘하에…

 

상태가 심각하죠?

 

보게, 프렌치에…

 

다리를 살릴 방법이 없네

 

가능한 빨리 끝내는 게
최선이겠어

 

잠깐, 박사
잠깐만…

 

당신의 방 아무 곳에나 분필을
사용해 문을 만드십시오

 

일단 문이 열리면
모래시계가 작동되기 시작합니다

 

요정이 당신을
안내할 것입니다

 

문 안에 머무는 동안 아무것도
먹거나 마셔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모래시계가 끝나기 전에
돌아와야 합니다

 

안 되네

 

여길 해보자

 

안 돼! 안 돼!

 

자카로부터 곧 지원병이
도착할 겁니다

 

50명 정도가 더 오면
비달과 붙어 봐야죠

 

다음엔 어쩔 텐가?

 

그를 죽여도
또 다른 사람을 보낼 거야

 

무기, 식량, 의약품
다 바닥날 거고…

 

음식과 의약품이 필요해
그리고 메르세데스는 어쩔 텐가?

 

정말로 그녀를 사랑한다면
같이 이 나라를 떠나

 

- 승산이 없네
- 싸울 겁니다, 박사님

 

선택의 여지가 없어요

 

그만 가야 해

 

여기 창고 열쇠
지금 당장은 안 돼

 

놈이 벼르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난 겁쟁인가 봐

 

그렇지 않아

 

아냐, 맞아

 

겁쟁이야… 살기 위해
저 인간 말종에게 붙어 살고

 

빨래에, 청소에
먹을 거나 갖다 바치고

 

박사님 말대로
의미 없는 짓은 아닐까?

 

적어도 저 말종의 계획을
어렵게 할 수는 있겠지

 

비달 대위님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사모님의 열이 내렸어요

 

하지만 아직 열은 있지 않소?

 

좋은 징조입니다
그녀의 몸이 나아진다는 겁니다

 

명심하시오

 

만약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아이를 살리시오

 

그 아이는 나와 선친의 이름을
물려받게 될 거요

 

아이를 구하시오

 

아가야…

 

작은 아가야…

 

내 말 들리니?

 

여기 밖의 상황이
그리 좋지 않단다

 

하지만 곧
밖으로 나오게 될 거야

 

너 때문에
엄마가 너무 아프셔

 

니가 밖으로 나올 때
내 소원 하나 들어줄래?

 

딱 하나만…

 

제발, 엄마를 아프게 하지 마

 

엄마 예쁜 얼굴
너도 보고 싶지?

 

가끔 슬픈 표정도 지으시지만

 

환하게 웃으실 때면…

 

정말 사랑스러우셔

 

만약, 내 소원을 들어주면

 

약속할게

 

널 우리 왕국으로 데려가
왕자로 만들어 줄게

 

약속할게, 왕자님

 

경적을 울렸지만
놈들은 꼼짝을 하지 않았습니다

 

멈추기엔 너무 늦어서…

 

화부와 저는 간신히
밖으로 뛰어내렸습니다

 

그리고 그냥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들이 화물칸에서
훔쳐간 것이 무엇인가?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무슨 헛소리야?

 

기차는 이 꼴 됐지만
가져간 건 없어요

 

-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았어요
- 아무것도? 확실한가?

 

놈들이 왜 그랬는지는
아무도 모르죠

 

대위님, 놈들의 위치를
알 수 없습니다

 

수류탄을 가지고 있다
언덕에서 공격하는 거야

 

대위님, 뒤쳐진
부대 하나를 포위했습니다

 

언덕 위에 숨어 있습니다

 

진격해라, 세라노
겁먹지 마라

 

영광스럽게
죽을 수 있는 기회다

 

세라노

 

날 봐라, 날 보라고

 

말할 수 있나?

 

틀렸군

 

다 소용없어
말을 못하잖아!

 

대위님!
여기 생존자가 있습니다

 

다리를 맞았습니다

 

- 무슨 일이죠?
- 한 명을 잡아 왔대요

 

생존자 한 명을
창고로 데려갔답니다

 

메르세데스!

 

페드로… 페드로

 

메르세데스?

 

- 물건 좀 가지러 왔는데요
- 지금은 안 돼

 

비켜

 

그 정도면 됐는데

 

내가 갖고 갈까?

 

약을 반으로 줄였어요

 

안 먹어도 될 것 같은데요

 

이제 많이 좋아졌어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다행이군요

 

엄마…

 

담배 맛 죽이는군

 

좋은 담배는 찾기가
쉽지 않거든

 

비… 비…빌어먹을!

 

겨우 잡은 놈이
재수 없게 말더듬이라

 

끝내려면 날 새겠군

 

저놈이 불 때까지 있어야죠

 

가르세스 말이 맞아

 

순순히 부는 게 좋아

 

고집 부리면 연장을
많이 써야 되거든

 

네놈이 끌려오면서
봤던 것들 말이야

 

무엇보다도 난
너를 믿을 수가 없거든

 

하지만 내가 이걸 사용하면
불기 시작할 거다

 

이것을 쓰면

 

우리 관계가 더 좋아지지
어떻게?

 

아주 가깝게…
형제처럼 말이야

 

곧 알게 될 거야

 

그리고 이걸 사용할 때쯤엔

 

자네가 뭘 말하든
난 모두 다 믿어 주지

 

이렇게 하면 어떨까?

 

말을 더듬지 않고
셋까지 센다면

 

풀어 주지

 

나를 봐야지
저 친군 왜 보나?

 

내가 제일 높은 사람이거든

 

- 가르세스
- 네, 대위님!

 

내가 이놈 풀어 준다고
딴죽 걸 놈이 있나?

 

절대 없습니다
그는 갈 수 있습니다

 

알아들었으면
셋까지 세도록

 

- 하나
- 좋아

 

 

한 번만 성공하면
넌 자유야

 

세… 세…

 

안됐군

 

공주님, 어머님이
많이 좋아지셨습니다

 

이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래요, 고마워요

 

그런데 문제가 좀 있었어요

 

아니, 왜요?

 

- 사고가 생겼어요
- 사고?

 

그래요

 

- 그렇게 당부했는데!
- 포도 두 알 먹었을 뿐이에요

 

아무도 모를 줄 알았다고요

 

- 실패한 겁니다
- 실패요?

 

일을 그르쳤어요
왕국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 작은 실수였다고요!
- 돌아갈 수 없습니다

 

3일 후면
보름달이 뜨는데…

 

공주님의 영혼은 영원히
인간 세상에 남아야 합니다

 

인간처럼 늙어 가고
인간처럼 죽게 될 겁니다

 

기억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소멸되고

 

우리에 대한 기억도
함께 사라질 겁니다

 

다시는 우리를
만날 수 없습니다

 

날씨가 좋군요, 박사
이렇게 일찍 깨워서 미안하오

 

급하게 도움이 필요해서

 

세상에, 무슨 짓을 하신 겁니까?

 

별거 아니오

 

하지만 진전은 있었소

 

당신이 가까이 있으니
여러모로 편리하군, 박사

 

세라노, 여기를 지키도록

 

말해 버렸어요

 

조금이지만

 

- 마… 말했어요
- 미안하구나

 

정말 미안해

 

날 죽이세요
지금 당장, 제발요…

 

개자식!

 

고통을 없애 줄 거야

 

조금만 참게

 

박사를 감시해!

 

- 금방 오겠다
- 네, 대위님

 

움직이지 않네

 

어디 아프니?

 

거기서
무슨 짓을 하는 거지?

 

- 불러내
- 누구요?

 

누구겠냐? 멍청하긴
페레이로 박사 말이다

 

이건 대체 뭐지?

 

안 돼요! 안 돼!

 

제발 애를 그냥 놔두세요
제발 놔두세요

 

이걸 보라고!
침대 밑에다 뭔 짓을 했는지!

 

당신 생각은 어때?

 

오필리아, 대체 이게 뭐니?

 

판이 제게 준
마법의 뿌리예요

 

빌어먹을 동화책을
많이 읽더니

 

애가 완전 맛이 갔군!

 

저희 둘이 있게 해주세요
제가 얘기할게요, 여보

 

좋을 대로…

 

판이 엄마가 좋아질 거라고 했어요
실제로 좋아졌구요

 

오필리아, 아빠 말씀을
들어야 한다

 

이제 그만하자

 

싫어요
난 여기서 살기 싫어요

 

제발, 여기서 떠나요
떠나요, 제발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야

 

너도 어른 되면 알겠지만…

 

세상은 동화 속
요정 이야기와는 다르단다

 

세상은 잔인한 곳이야

 

그리고 넌 그걸 알게 될 거야
가슴 아프겠지만…

 

- 안 돼, 안 돼요!
- 오필리아

 

세상에 마법이란 건 없어
그 어느 누구에게도…

 

엄마!
도와줘요!

 

도와줘요

 

도와줘요

 

대체 왜 그랬지?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아니, 왜 날 배신했나

 

그건 내 선택일 뿐이오

 

내 쪽이 더 나은 선택이었다는 걸
알고 있었을 텐데

 

이해할 수 없어
왜 어리석은 짓을…

 

아무런 의문 없이
시키는 대로 하는 건

 

당신 같은 족속이나
할 수 있는 거요, 대위

 

대위님!

 

가르세스, 의무병을
불러오도록

 

- 지금 즉시!
- 네, 대위님

 

사모님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주님께 이르는 길은
우리가 알 수 없고

 

그분의 관용의 본질은

 

그의 말씀과 교의에 놓여 있으니

 

비록 신께서 우리에게
메시지를 준다지만

 

그것을 새기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니라

 

우리가 모든 것을
버리고 가는 것은

 

이 땅이 단지 우리의
육신만을 받아들이기 때문이며

 

이제 영혼이
끝없는 영광 속에 깃들음은

 

고통 속에서 인생의 의미를
알았기 때문이며

 

우리가 태어나서
잃게 되는 은혜는

 

신께서 그 무한한 지혜로
우리에게 해답을 주셨기에

 

단지 그가 육체를 버리는 것은

 

그가 우리의 영혼 속에
남아 있음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페레이로 박사를 잘 안다던데
안 그런가, 메르세데스?

 

동네 사람이니 당연히 잘 알죠
여기 모두가 그렇습니다

 

말더듬이 얘기론
정보원이 있다더군

 

상상도 못 했던 일이야
내 코앞에 있다니

 

메르세데스, 앉아 봐

 

날 어떻게 생각하나?

 

아마 나를 무슨 괴물처럼
여기고 있을 거야

 

저 같은 사람의 생각이
무슨 의미가 있나요

 

창고에 가서 술 한 병
갖다 줬으면 좋겠군

 

알겠습니다
편히 주무십시오

 

메르세데스
뭐 잊은 거 없나?

 

네?

 

열쇠 말이야

 

열쇠가 이것 하나라며?

 

그렇습니다

 

아는지 모르지만
실은 한 가지 찜찜한 게 있어

 

괜한 걱정일 수도 있지만…

 

놈들이 수류탄과
폭발물을 퍼부으면서

 

창고에 침입한 날…

 

자물쇠 부순 흔적이 없더군

 

글쎄, 그건 별로 중요치
않을 수도 있지

 

하여간 잘 보관하게

 

그럼 쉬십시오

 

오필리아, 오필리아!

 

오필리아
오늘 밤에 난 떠나

 

- 어디로요?
- 말할 수 없어

 

- 저도 데려가 줘요
- 안 돼, 그럴 수 없어

 

지금은 안되지만
꼭 데리러 올게, 약속해

 

절 데려가 줘요

 

무슨 소리가 들리는데…

 

별거 아닐 거야
걱정하지 마

 

메르세데스…

 

오필리아!

 

언제부터 그녀에 대해
알고 있었지?

 

그동안 날 얼마나 비웃었지?

 

나쁜 계집애

 

감시해!

 

누가 들어오려고 하면

 

이 애부터 죽여

 

육포

 

담배…

 

필요하다고 말만 했으면
줬을 텐데… 메르세데스

 

누가 이 편지를
썼는지 알고 싶다

 

내일 아침까지
모두 내 앞에 끌고 오도록

 

알겠습니다, 대위님

 

가도 좋다, 가르세스

 

괜찮으시겠습니까?

 

별걱정을…
겨우 계집애 갖고

 

이게 당신이
오랫동안 생각했던 거지

 

그래서 내가 이 일을
할 수 있었던 거고

 

- 내겐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지
- 젠장…

 

내 단점을 꿰고 있군…
자만심 말이야

 

이번엔 당신 단점을
파헤쳐 볼까

 

아주 간단해
넌 말만 하면 돼

 

난 알기만 하면 되지

 

네 말 믿을 수 있을까?

 

그래서 이걸 준비했지
이럴 때 유용하더군

 

복잡할 거 없다구

 

하다 보면 요령이 생기지

 

일단 이것부터…

 

난 노인도 아니고
부상당하지도 않았어

 

이 나쁜 자식!
오필리아는 건드리지 마!

 

안 그러면
네 목은 내가 딴다

 

어이!

 

그녀를 풀어 주셨나?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이봐!

 

잡아라
어서 그녀를 잡아와!

 

저 계집애 당장 잡아와!

 

산으로 간다!

 

반항하지 말고 순순히
따라 오는 게 서로 좋을걸?

 

협조만 잘하면 대위님께서…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말지

 

그래도 정 죽고 싶다면…

 

내 손에 죽어야지

 

공주님에게 마지막 기회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제 말을 따르겠다고
약속하시겠습니까?

 

제가 원하는 건 무엇이든
하실 수 있으시죠?

 

진짜 마지막 기회랍니다

 

제 말을 잘 들으십시오

 

남동생을 데리고
미로로 가십시오

 

최대한 서둘러서요, 공주님

 

내 동생을요?

 

그 아이가 필요합니다

 

- 하지만…
- 질문은 안됩니다

 

문이 잠겨 있어요

 

그런 경우엔
문을 만들면 되죠

 

대위님, 보고 드립니다

 

가 보셔야겠습니다

 

- 뭔가?
- 세라노가 부상을 입고 왔습니다

 

부상?

 

가르세스는?

 

그들은 얼마나 되던가?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50명은
되는 것 같았습니다

 

나머지는 사망했습니다
초소에서도 연락이 없습니다

 

- 현재 우리 인원은?
- 20명 미만입니다

 

우리 함께 떠나는 거야

 

겁먹을 거 없어

 

아무 일 없을 거야

 

숲 근처에 있는
경계선을 사수하라

 

수색조가 돌아오면
즉시 내게 보고하고

 

당장 병력 증원 요청해

 

알겠습니다

 

내려놔

 

오필리아!

 

서두르세요, 공주님

 

아기를 제게 주세요

 

보름달이 높이 떴습니다

 

이제 문을 열 수 있습니다

 

손에 있는 것은 뭐죠?

 

순결한 피가 있어야만
문을 열 수 있습니다

 

한 방울이면 됩니다
딱 한 방울…

 

이게 마지막 과제입니다

 

서두르세요

 

제 말을 따르기로
약속했잖아요!

 

- 아기 이리 내요!
- 싫어요!

 

내 동생을 지킬 거야

 

당신의 신성한 권리를

 

이 알지도 못하는 애를 위해
포기할 겁니까?

 

네, 그러겠어요

 

당신의 왕위를 아기를 위해
포기하겠다고요?

 

그는 당신에게 이런
어려움을 준 장본인입니다

 

괜찮아요

 

그럼 공주님 뜻대로 하십시오

 

안 돼요

 

내 아들이오

 

내 아들에게…

 

내 아들에게 아버지가
죽은 시간을 전해 주시오

 

- 또 하나…
- 그렇겐 안 돼!

 

이 아이는 당신의 이름도
모르고 자랄 거야

 

일어나거라, 내 딸아

 

이리 오렴

 

아버지

 

너는 다른 사람을 희생하지 않고
자기 자신의 피를 흘렸구나

 

그것이 가장 어려운
마지막 과제란다

 

지혜롭게
해내셨습니다, 공주님

 

이쪽으로 오너라

 

아버지 옆에 앉으렴

 

얼마나 오래
기다리셨는지 모른단다

 

그렇게 공주는 아버지의
왕궁으로 돌아갔고

 

정의와 온화함으로 왕국을
오래오래 평화롭게 다스렸으니

 

온 백성들이 그녀를 사랑했다

 

그녀가 지상에 남긴
작은 흔적들은

 

어디를 봐야 하는지
아는 사람에게만 보인다고 한다

 

판의 미로: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
Pan's Labyrinth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