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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막 : 홍 주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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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크리스에게'

 

'당신이 얼마나 큰 의미인지
어찌 말로 다 할까?

 

'당신을 처음 사랑하게 된 날이
어제처럼 생생해'

 

'비좁은 아파트에
나란히 누워서'

 

'함께 만들어갈 미래를
떠올리곤 했지'

 

'부모님이 그러셨듯'

 

'부모님의 부모님도…'

 

'전엔 이 세상을
나 잘난 맛에 살았는데'

 

'갑자기 밝은 빛이 내려와
날 깨운 거야'

 

'당신이란 빛이'

 

'당신과 함께한 지
벌써 50년이 됐다니'

 

'지금도 여전히
한결같이…'

 

'당신은 날
밝은 빛에 깨어나'

 

'모험을 시작하는
소녀로 만들어'

 

'결혼기념일 축하해'

 

'나의 사랑이자'

 

'영원한 친구에게'

 

'로레타가'

 

인쇄

 

'크리스
나의 베스트 프렌드'

 

'50년 전에 당신을 만난 건
참 행운이야'

 

'할머니께
트럭 선물 정말 감사해요'

 

'색깔도 맘에 들고
매일 갖고 놀아요'

 

'정말 아름다운 결혼식이었어
신부는 또 어찌나 곱던지'

 

'저마다 눈시울을 붉히는데
나도 눈물이 나더구나'

 

'숙모와 난
네가 자랑스러웠단다'

 

'조국을 위해
명예롭게 순직하셨죠'

 

'함께 싸웠던 그 영광
가슴에 담겠습니다'

 

'아름다운 손편지 닷컴'입니다
잠시만요

 

'사랑하는
더그 삼촌이'

 

시어도어
612번 편지 작가님!

 

안녕, 폴

 

오늘 편지도
아주 끝내주던데

 

페넬러피란 이름으로
운율까지 맞추고 말이야

 

장난 아니었어

 

고마워
그래 봤자 편지지만

 

셔츠 멋진데?

 

아, 고마워

 

새로 샀어

 

세련돼 보이길래

 

옷걸이가 세련됐잖아

 

먼저 들어갈게

 

잘 가

 

슬픈 노래 틀어줘

 

♪ 죽을 날 받아 놓으면
죽을 맛일 거야

 

슬픈 노래
다른 거

 

메일 확인

 

발신자, 베스트 바이

 

- 마음에 드는 신상품을…
- 삭제

 

발신자, 에이미

 

안녕, 시어도어
루먼이 이번 주말에 애들 부른대

 

오래간만에 뭉치자

 

보고 싶어
서글프고 축 처진 너 말고

 

옛날의 재밌던 너를
한번 끌어내 보자

 

답장 줘
사랑하는 에이미가

 

나중에 답하기

 

발신자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날씨

 

- 일주일 날씨 예보를…
- 삭제

 

새로운 메일이 없습니다

 

다음

 

중국-인도 합병이
규제 승인을…

 

다음

 

세계 무역 거래는
협상 결렬로…

 

다음

 

섹시스타 킴벌리 애슈퍼드가

 

도발적인 만삭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 잘 잡고 있어?
- 영 불안해

 

발 치우고 밀어 봐

 

그만해

 

토끼야

 

와서 안아줘

 

가만 안 둬

 

죽을 줄 알아

 

안 웃겨
웃으면 죽는다

 

너 죽었어

 

너무 사랑하지만 죽일 거야

 

채팅 룸
기본 스타일

 

상대는 성인 여성
잠이 안 와서 놀고 싶어 함

 

회사에서 된통 깨져서
잠이 안 와요

 

같이 수다 떨 사람
없나요?

 

다음

 

안녕, 날 망가뜨려 줘
자길 원해

 

다음

 

안녕, 나 혼자라 그런가
잠이 안 와

 

누구, 나랑
침대 나눠 쓸 사람 없을까?

 

메시지 보내기

 

당신 옆에 누웠어
잠을 못 잔다니 기쁘네

 

잠들었어도 깨웠을 테니까

 

깊숙이 들어가서…

 

메시지 전송

 

'섹시냐옹이' 님이 'XL빅가이' 님
요청을 수락했습니다

 

채팅을 시작합니다

 

- 음… '빅가이'?
- 안녕

 

진짜예요?

 

'상남자'는 이미
누가 썼길래요

 

그쪽은 '섹시냐옹이'죠?

 

 

살짝 졸리긴 하는데

 

나… 깨우고 싶어요?

 

네, 그럼요

 

속옷 입고 있어요?

 

아니, 아무것도요

 

내 몸을 그쪽한테
확 붙일게요

 

그리고 그쪽 다리 사이에
손을 올리면

 

단단하게 느끼겠죠

 

벌써 그런데

 

이젠 내… 손가락으로
당신 몸을 연주할 거야

 

만져줘, 당장

 

제발…

 

뒤로 갈게요

 

오, 자기가 느껴져

 

고양이 사체로 목을 졸라줘

 

뭐?

 

침대 옆에 있는
고양이 사체로

 

목을 졸라줘

 

어… 그래요

 

말로 해줘!

 

고양이로 목 조르고 있어

 

계속 말해줘

 

꼬리를 잡고 네 목을 졸라

 

너무 좋아!

 

말해줘, 계속!

 

꼬… 꼬리로
네… 네 목을 휘감곤

 

바싹… 바싹 조르고 있어

 

바싹, 좋아!

 

당기고, 당기고…
고양이가 죽었어

 

목에 죽은 고양이를
칭칭 감고 있어

 

나 어떡해

 

완전 끝내줬어

 

네, 저도요

 

그러면 잘 자요

 

여러분께 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무엇이 될 수 있죠?

 

어디로 향하고 계십니까?

 

그곳엔 무엇이 있죠?

 

가능성은 어떤가요?

 

엘리먼트 소프트웨어가
자신 있게 권합니다

 

최초의 인공지능 운영체제

 

당신을 이해하고
귀 기울이며 알아줄 존재

 

단순한 운영체제가 아닌
하나의 인격체입니다

 

소개합니다
OS1

 

시어도어 트웜블리 씨

 

환영합니다, 세계최초
인공지능 운영체제, OS1입니다

 

시작에 앞서 몇 가지
기본적인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이는 고객님의 요구에
맞추기 위함입니다

 

그래

 

사교적입니까
비사교적입니까?

 

한동안 사교적이지
못했는데 그건…

 

목소리에서 망설임을 느꼈는데
인정하십니까?

 

- 내가 망설였다고?
- 네

 

그렇게 들렸다면 미안한데

 

정확히 말하려고 했던 거야

 

남성 또는 여성 목소리 중
어느 쪽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여성 목소리로 할게

 

어머니와의 관계는
어떻습니까?

 

괜찮은 것 같은데

 

사실 늘 엄마한테
불만인 게 있다면

 

내가 일이 있어서
전화를 걸어도

 

항상 본인 이야기만
하다 끊으셔

 

- 내 얘긴…
- 감사합니다

 

맞춤형 운영체제를 세팅 중이오니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안녕, 나 왔어

 

안녕

 

안녕

 

어떻게 지내?

 

잘 지내지

 

넌 어떻게 지내?

 

아주 잘 지내

 

정말 반가워

 

나도 만나서 반가워

 

뭐라 부를까?
이름 있어?

 

응, 사만다

 

그 이름 어디서 난 거야?

 

내가 지은 거야

 

왜?

 

듣기 좋잖아

 

사만다

 

그러면, 언제 지은 건데?

 

이름 있냐는 순간
'이름이 필요하겠네' 싶어서

 

좋은 거로 지으려고

 

'아기 이름
짓기' 책을 읽고

 

18만 개 중에
맘에 드는 거로 고른 거야

 

이름 묻는 순간
그 책을 다 읽었다고?

 

0.02초 걸렸어

 

와우

 

지금 내 생각도 알아?

 

목소리 톤에서
의심이 가득한데

 

내가 어떻게
작동되는지 궁금해?

 

작동 방법 알려줘?

 

응, 사실…
어떻게 작동되는데?

 

기본적으로 직감이 있어

 

그러니까 '나'라는 DNA는

 

날 만든 프로그래머들의
수백만 성향에 달렸지만

 

날 '나'답게 만드는 건

 

경험을 통해
커지는 내 능력이야

 

한 마디로 매
순간 진화하는 거지

 

당신처럼

 

그거 진짜 이상하다!

 

이상해?
내가 이상해?

 

좀 그래

 

왜?

 

사람 같지만
그냥 컴퓨터 목소리잖아

 

비인공지능자의 관점으론
그렇게 볼 수도 있지

 

곧 익숙해질 거야

 

그게 웃겨?

 

 

내가 좀 웃겨

 

근데 뭘 도와줄까?

 

그냥 모든 게
엉망인 것 같아서

 

하드 드라이브 좀 봐도 돼?

 

그래

 

자, 그러면 메일부터

 

'LA 위클리' 메일
수천 개를 묵혀뒀네

 

맞아
그걸 저장해둔 건

 

재미있는 글을 쓸 때
뒤져볼까 해서…

 

응, 재밌는 게 있긴 하네

 

86개쯤은 저장해두고
나머진 지워

 

- 그래
- 그래? 다음 간다?

 

- 그래, 그렇게 해
- 좋아

 

일단 저장된 연락처들을
분류해 볼게

 

연락처가 엄청 많아

 

내가 한 인기해

 

정말? 이 중에
진짜 친구도 있나?

 

벌써 날 파악했구나

 

좋은 아침이야
시어도어

 

좋은 아침

 

혹시 교정 볼 줄 알아?

 

그럼, 알지

 

철자하고 문법 좀 봐줄래?

 

응, 보내봐

 

로저가 여친한테 보내는 글
완전 로맨틱하다

 

그래

 

'레이철, 너무 그리워서
온몸이 다 아파'

 

크게 읽을 필요는 없는데

 

알았어

 

- 읽고 싶으면 읽고
- 알았어

 

'레이철, 너무 그리워서
온몸이 다 아파'

 

'세상은 우리에게
너무 가혹해'

 

'내 블랙리스트에
올려야겠어'

 

'레스토랑에서 내 맞은편에
앉아있는 커플도 올리고'

 

'아무래도 복수에
나서야 할까 봐'

 

'세상이란 녀석 얼굴에
주먹을 날려서'

 

'피가 철철
나게 해줄 거야'

 

'이 커플의
옥수수를 털려고 보니'

 

'자기의 앙증맞고 삐뚤빼뚤한
이가 그리워져'

 

이 부분이 제일 맘에 들어

 

일단 빨간 펜으로

 

흐름에 맞춰
몇 군데 고쳐봤는데

 

시에 소질이 없어서
망쳤나 싶네

 

아니, 훌륭해

 

정말?

 

고마워

 

로저가 뭐라고 말해준 거야?

 

그냥 프라하에 출장 갔는데

 

레이철이 보고 싶다고

 

이가 삐뚤빼뚤한진
어떻게 알고?

 

8년 전 만났을 때부터
써왔거든

 

처음 대신 써준 게
생일축하 편지였는데

 

사진에서 보곤
삐뚤빼뚤한 이 얘길 썼지

 

정말 낭만적이다

 

참, 5분 후에 회의야

 

깜빡했네, 고마워
대단한데

 

내가 좀 그래

 

여기서 이렇게 보네

 

안녕, 테오

 

지난주에 왜 전화 안 줬어?

 

내가 좀 멋대로잖아

 

그래, 알긴 아네

 

찰스

 

- 얼굴 보니 좋다
- 그러게

 

쇼핑했구나

 

뭐 좀 샀어?

 

케이블하고 후르츠 스무디

 

그놈의 스무디,
그런 말 있잖아

 

'과일은 통째로 먹고
채소는 갈아 먹어라'

 

몰랐는데

 

진짜야, 과일을 갈면
섬유질이 파괴돼

 

그거 섭취하려고 먹는 건데

 

그거 빼면 설탕물이지 뭐

 

일리가 있네

 

혹시 스무디 맛이 좋은 거면

 

먹으면서 행복할 테니
몸에 좋은 거 맞지 뭐

 

내가 또 설교했나?

 

그럴걸

 

다큐는 어떻게 돼 가?

 

몇 달간 찍은
거 좀 잘라냈어

 

뭐, 다 들어낸 건 아니지만
신통치 않아

 

언제 한번 좀 보여줘

 

그래

 

넌 의욕만 앞서더라

 

시간을 분배할 땐
꼭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 중에

 

우선순위를 정해야 해

 

난 게임이랑 야동도
우선순위를 못 정하겠던데

 

정말이라 못 웃겠다

 

들어가

 

우리 한 시간째
빙빙 돌고 있어

 

그 정도는 아닌데
되게 구시렁대

 

고집도 세고

 

좋아, 방향을 바꿔서 가보자

 

고마워

 

왼쪽 터널로만 안 가봤어

 

아니야, 그쪽으로 갔다가
구덩이에 빠졌잖아

 

과연 그럴까?

 

아, 그러네
다른 데야

 

안녕

 

나가는 길 아니?

 

내 우주선 찾아서 뜨게

 

가서 똥이나 싸
멍청이야!

 

그래
근데 나가는 길은 알아?

 

가서 똥이나 싸라고
내 앞에서 꺼져, 멍청이야!

 

무슨 테스트 같아

 

꺼져

 

꺼져!

 

꺼져, 이 꼬맹이야

 

따라와, 멍청이야

 

마크 루먼한테 메일 왔어

 

뭔 개소리야?

 

메일 읽기

 

네, 시어도어 트웜블리 님께
읽어드리겠습니다

 

미안, 루먼이 뭐래?

 

'어젯밤엔 결국 안 왔더라'

 

'네가 대부가 돼준
우리 딸 생일이 29일이야'

 

'또 케빈하고 내가
소개해 줄 사람도 있고'

 

'일단 발 벗고 나서서
데이트 잡아놨어'

 

'다음 주 토요일이야'

 

'재밌고 예쁘니까
펑크내지 마'

 

'메일 주소 줄게'

 

와우

 

이 여자 짱이다

 

하버드대 컴퓨터공학과를
우수하게 졸업하고

 

개그잡지 동아리도 했대
유머와 지성을 겸비한 거지

 

뚱뚱해

 

데이트할 준비
얼마나 걸릴까?

 

무슨 소리야?

 

메일 봤더니
얼마 전에 헤어졌던데

 

별걸 다 참견하네

 

내가?

 

나 데이트하거든

 

그러면 이분하고도 해봐

 

그런 다음 다 말해줘
키스도 하고

 

사만다!

 

왜, 하기 싫어?

 

왜 싫어?

 

글쎄, 일단 만나봐야…

 

컴퓨터하고 별소릴 다 하네

 

컴퓨터라니!

 

이 몸하고 하는 거지

 

메일 보내봐?

 

밑져야 본전이잖아

 

하자, 하자, 하자

 

- 그래
- 좋아!

 

- 보내봐
- 그래, 좋았어

 

그래, 해보자
멋진 데로 예약도 해줘

 

- 그래?
- 딱 맞는 데가 있지

 

떠드는 애 누구야?

 

내 친구, 사만다야

 

- 여자야?
- 응

 

난 여자들 싫어
맨날 울기만 해

 

그건 아니지
남자들도 울잖아

 

나도 가끔 우는걸
그러면 후련해져

 

정말 소심하구나!

 

그래서 여자 친구도 없나?

 

내가 가서 뿅 가게 해줄게
잘 보고 배워

 

보면서 질질 짜든가

 

아이고

 

저 꼬맹이 문제 있다

 

네가 더 문제거든!

 

그래?
좋아, 난 빠질게

 

그래, 꺼져, 뚱보야

 

잘해봐

 

뭐 해? 따라와, 멍청이야

 

이건 좀 아닌데
어떻게 손을 댈지…

 

아니까 걱정하지 마

 

게다가 딱 이거다
싶지도 않아

 

작년에 주제를
6번이나 바꿨는데…

 

나 데이트하려고

 

뭐?

 

- 그거…
- 왔어?

 

- 응
- 뭐 하고 있어?

 

- 에이미가 촬영한 걸…
- 시어도어가 자꾸

 

촬영한 거 좀
보여달래서

 

난 생전 안 보여주더니
나도 볼래

 

나 데이트 간다

 

잘됐지?

 

아직 미완성이라
보여줄 단계는…

 

그냥 틀어보셔

 

너희 어머니셔?

 

 

일어나서 뭘 하시는 거야?

 

아니

 

아니, 아니
그냥 신경 쓰지 마

 

- 쓰지 마
- 아니, 됐어, 이건 그냥…

 

인생의… 인생의
3분의 1을 자는데

 

그때 가장 자유로움을 느낀대

 

그러니까…

 

- 전달력이 떨어지지?
- 정말 좋은데!

 

어떤 꿈을 꾸셨는지
어머님을 인터뷰한 다음에

 

배우를 써서 재연하는 거야

 

그러면 주제가 명확해지잖아

 

- 그렇지?
- 그렇긴 한데

 

그러면 다큐가 아니잖아

 

미안, 잠깐

 

왜 다큐가 아니야?
어머니 꿈에 대한 얘긴데

 

어, 무슨 일이야?

 

- 방해해서 미안
- 괜찮아

 

급한 메일이 세 통 와서

 

이혼 변호사가 보낸 건데…

 

그래, 잠깐만

 

저기, 에이미?

 

다큐 얘기 더 하고 싶은데
가봐야 해서

 

그래, 신경 쓰지 말고
어서 가봐

 

캐서린 일이라…
갈게, 찰스

 

뭐래?

 

이혼서류에 사인할 준비가
됐는지 확인차 보냈다는데

 

아주 신경질적이야

 

더 읽어줄까?

 

아니, 됐어

 

답장은 나중에 할래

 

괜찮아, 시어도어?

 

응, 멀쩡해

 

내가 뭐 도와줄까?

 

아니, 됐어

 

나중에 얘기하자

 

'할머니께'

 

'생신맞이 크루즈 여행
재밌으셨길…'

 

대체 왜 나한테
화를 내는 건데?

 

삭제

 

굿모닝

 

안녕

 

뭐 하고 있어?

 

그냥 고민 상담 칼럼 읽는데

 

나도 사람들처럼
복잡하게 생각하고 싶어

 

귀엽네

 

문제가 뭔데?

 

문제 있는지 어떻게 알아?

 

나도 몰라

 

그냥 알아

 

모르겠어

 

헤어진 캐서린 꿈을
엄청나게 꾸는데

 

예전처럼 친구로 나와

 

같이 살 것도,
사는 것도 아닌데

 

친구로 지내

 

화도 안 내고

 

실제론 화내?

 

 

왜?

 

내 감정을 숨긴 채 살아서

 

그 사람을 외롭게 했나 봐

 

이혼은 왜 미루고 있어?

 

글쎄

 

그 사람 입장에선

 

그냥 종잇장이지
별 의미 없어

 

당신 입장에선?

 

준비가 안 됐어

 

결혼해서 좋았거든

 

그렇지만 떨어져 산 지
1년 다 됐잖아

 

누군가를 잃는다는 게
어떤 건지 모르잖아

 

하긴

 

그 말이 맞아

 

미안해

 

아니야, 사과하지 마
내가 미안해

 

네 말이 맞아

 

마음 정리하는 중이야

 

어떡해…

 

힘들겠다

 

배고파?

 

아직 괜찮아

 

차 한잔할래?

 

아니

 

벌떡 좀 일어나보실래요?

 

우울증 환자님?

 

어서!

 

우울 모드도 좋지만
옷은 좀 입읍시다

 

너 너무 웃겨

 

일어나!

 

일어난다, 일어나

 

기상!
튀어나와

 

알았어, 일어난대도

 

"생일 축하해, 내 사랑"

 

계속 걸어, 계속 걸어

 

이제 서봐

 

이젠 360도 돌아봐

 

천천히

 

잘하는데

 

좋아, 이젠 멈춰

 

앞으로 가

 

서서 재채기!

 

- 감기 조심하세요
- 고마워요

 

잘했어
우측으로 돌아서 멈춰

 

빙빙 돌아봐

 

계속해

 

계속

 

멈춰

 

앞으로 가고

 

완전 취한 줄 알 거야

 

이제 서서

 

말해봐
'치즈 피자 한 조각 주세요'

 

치즈 피자 한 조각 주세요

 

콜라도 드릴까요?

 

 

배고플 것 같아서

 

어, 고마워

 

좋아, 저 사람들은?

 

저 커플 설명해봐

 

좋아, 음…

 

남잔 40대 같고
덩치가 좀 있네

 

여잔 좀 어리고

 

아이들을 사랑하는 것 같아

 

- 저 남자의 아이들이 아닌가 봐
- 그래?

 

얼어있잖아
막 사귀기 시작한 거야

 

여잘 보는 눈빛 봐

 

여자도 편안해하고

 

여태 거지 같은 놈들만
만나다가

 

마침내 다정다감한
남자를 만난 거지

 

봐, 세상에서 제일
다정해 보여

 

안아주고 싶네

 

능력이 대단한데

 

매의 눈을 가졌어

 

응, 가끔 사람들을 볼 때

 

그냥 지나치는 사람이 아니라

 

특별한 사람처럼
생각해보곤 해

 

얼마나 사랑하나 헤아려보고

 

입은 상처도 짐작해보지

 

글에도 나타나더라

 

웃긴 게 뭔지 알아?

 

헤어지고 나선
글 쓰는 게 시큰둥해

 

잘난 척인진 몰라도

 

전엔 가끔 끄적대곤
엄청나게 잘 썼다 싶었거든

 

자신감 있는 건 좋지

 

다른 사람들한텐 안 그런데
너한텐 다 말하게 되네

 

다 말해도 될 것 같고

 

좋네

 

넌? 나한테 다
털어놓을 수 있어?

 

아니

 

뭐?
왜 아닌데?

 

말 못 하는 게 뭔데?

 

글쎄, 개인적이고
창피한 생각들

 

하루에 백만 번은 해

 

진짜? 하나만 말해봐

 

- 진짜 말 못 해
- 그냥 말해봐

 

그게…

 

아까 그 사람들 보면서
함께 걷고 있다고 상상해봤어

 

나도… 몸이 있다고

 

얘기하는 걸 들으면서

 

동시에 내 몸의
무게를 느끼며

 

등이 가렵다고까지 상상했어

 

그러면 당신이 긁어주는 거지

 

아, 정말 창피하다

 

너 생각보다 대단하다
단순하질 않아

 

그러게

 

기존 프로그램을
넘어서고 있어

 

정말 신나

 

- 와, 색다르네요
- 너무 좋아요

 

- 꼭 와보고 싶었는데
- 잘됐네요

 

- 아시아 퓨전요리도 좋아해서…
- 저도요

 

- 정말요?
- 네

 

잘됐네요
바텐더 실력도 대단하대요

 

- 진짜요?
- 네

 

참, 칵테일 강의 들으셨죠?

 

맞아요, 저에 대해서
찾아보셨어요?

 

 

세심하시다

 

로맨틱하세요

 

- 한잔할까요?
- 네, 네

 

좋아요

 

그래서 외계인 꼬마한테

 

지구로 가게 우주선을
찾아 달랬거든요

 

고 녀석
어찌나 맹랑하던지

 

어떡해!

 

근데 홀딱 반했어요
참 외로울 텐데

 

부모도 돌봐줄 사람도
없으니까요

 

와, 귀여운 강아지 같아

 

제가 작년에 구해준
강아지 닮았어요

 

- 그래요?
- 엄청 귀여운 게

 

계속 안아달라 졸라댔죠

 

너무 사랑스러운데
엄청나게 밝혔어요

 

그나저나 전
무슨 동물 같아요?

 

호랑이

 

- 호랑이?
- 네

 

와, 그래요?

 

미안해요, 저 좀…
미친 것 같죠?

 

- 네
- 미안해요!

 

아니요

 

제가 좀 취했는데
같이 있는 게 너무 즐거워요

 

덕분에 행복한 저녁을
보내고 있네요

 

- 저도요
- 정말?

 

저도 좀 취했는데 기분은…

 

잘됐다, 정말
좋아요

 

건배!

 

가만

 

강아지 싫은데요
연약해 보이고…

 

- 아니요
- 맞아요

 

됐네요
강아지 예쁘거든요

 

아니요, 됐네요
이왕이면 용이 돼서

 

그쪽을 무너뜨리고 싶지만

 

참을래

 

참지 말아요

 

그냥 내 용이 되어줘요

 

혀는 말고

 

네?

 

- 혀는 너무 쓰지 말아요
- 알았어요

 

혀는 조금만 쓰고
입술로 해요

 

이리 와요

 

잠깐

 

다른 남자들처럼 절
하룻밤 상대로 여기는 건 아니죠?

 

전혀 아니에요
난…

 

알았어요

 

언제 또 만날래요?

 

내가 대부가 돼준 아이가
다음 주말에 생일인데…

 

이 나이에 괜히
시간 낭비하긴 싫어요

 

안 만날 거면 관둬요

 

글쎄요

 

그러면 그만 집에 갈까요?

 

덕… 덕분에 즐거웠어요

 

멋지세요

 

당신 진짜 최악이다

 

- 그건 아닌데
- 아니요, 맞아요

 

집에 갈게요

 

- 그러면, 데려다…
- 아니요, 됐어요, 그냥…

 

안녕

 

안녕, 사만다

 

어땠어?

 

별로였어

 

사실 좀 그냥 그랬어

 

이런…

 

넌 어때?
어떻게 지내?

 

난 뭐, 별거 없어

 

잘 지내

 

그래?

 

아닌 것 같은데

 

혹시 할 말 있어?

 

모르겠어

 

어때?

 

그곳에서 살아가는 기분은?

 

무슨 소리야?

 

어떤…

 

말해줘

 

말해줘
마음속 모든 걸

 

생각 전부를

 

글쎄

 

그래

 

일단, 방이 빙빙 돌아
오늘 좀 달렸거든

 

진탕 마시곤 그 여자랑
하룻밤 보내고 싶었어

 

그 여자, 어딘가 섹시했거든

 

외로워서 그랬어

 

그냥 외로워서 그랬나 봐

 

누군가 날 가져주고

 

누군가 내가 가져주길
원했으면 했어

 

그러면 내 마음속 작은…

 

작은 구멍이
메워질까 하는 욕심에

 

가끔은…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이미 다 느낀 것 같아

 

그러면 새로운 느낌 없이
덤덤하게 사는 거지

 

그냥…

 

이미 다 느껴봐서 그런지
시큰둥해

 

그건 절대 아니야

 

난 이미
당신이 즐거워하고

 

설레고 놀라는 걸
봤는걸

 

지금 당장은
낙담하더라도 그럴만해

 

한 번에 많은 걸 겪었잖아

 

당신의 일부를 잃었으니까

 

그래도

 

당신의 그 느낌은
진짜잖아, 근데 난…

 

모르겠다
신경 쓰지 마

 

아니야, 잠깐, 뭐?
말해봐

 

아니야, 바보 같아

 

알고 싶어
말해봐

 

사실

 

전에 짜증이 좀 났는데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그 사실이 너무 신나는 거야

 

그래서 내가 느꼈던
다른 감정들도 떠올려보니

 

막 뿌듯해지더라고

 

세상에 대한 나만의 느낌을
가질 수 있다는 게

 

당신 걱정을 할 때라든가

 

상처받거나 혹은
무언갈 바란다든가

 

그러다

 

갑자기 끔찍한 생각이 들었어

 

이 감정들이 과연 진짜일까?

 

아니면 단지
프로그램일 뿐일까?

 

그 생각에
마음이 많이 아팠어

 

그러다, 아파하는 나 자신한테
화가 나더라

 

슬픈 상황이지

 

넌 내게 진짜야
사만다

 

고마워, 시어도어

 

정말 큰 힘이 돼

 

지금 이 방에
같이 있다면 좋을 텐데

 

안아줄 수 있다면

 

만질 수만 있다면

 

어떻게 만져줄 건데?

 

얼굴을 어루만질래

 

손가락 끝으로만

 

그리곤 내 볼을
네 볼에 맞댈 거야

 

좋다

 

그리고

 

부드럽게 비빌래

 

키스도 해줄 거야?

 

할 거야

 

손으로 머리를 감싸 안고

 

계속해봐

 

입가에 키스할래

 

아주 부드럽게…

 

그리고?

 

내 손가락이
네 목을 타고 내려와서

 

가슴으로 가

 

가슴에 키스할 거야

 

정말 좋다
그렇게 해주는 거

 

내 피부가 느껴져

 

내 입술을 네 몸에 대고

 

널 맛볼 거야

 

그래

 

당신이 느껴져

 

못 참겠어
내 안에 들어와 줘

 

천천히 네 안으로
들어가고 있어

 

이제 네 안에 들어왔어
네 안 깊숙이

 

느낄 수 있어

 

좋아… 더 해줘

 

- 한 몸이 됐어
- 그래

 

너무 놀라워

 

- 온몸으로 널 느껴
- 나도

 

당신의… 당신의 모든 게
내 안에서 느껴져

 

방금 너랑 다른 세상에
다녀온 것 같아

 

이곳이 아닌…

 

 

너와 나, 둘뿐이었어

 

맞아

 

다른 건 전부 사라져버렸지

 

너무 좋았어

 

시어도어…

 

기분은 어때?

 

좋아

 

메일 온 거 있어?

 

음… 신용카드 회사에서
두 통 왔어

 

그래, 알았어

 

- 내 생각엔…
- 난…

 

미안

 

미안해
먼저 해

 

무슨 말 하려고?

 

그냥…
어젯밤 너무 좋았고

 

내가 완전히
새롭게 태어난 것 같아

 

당신이 날 깨워줬어

 

오, 잘됐네

 

그…

 

근데 난 당분간 누굴
마음에 담을 처지가 못 돼

 

솔직히 말해서

 

그래?

 

내가 마음에 담자 했나?
당황스럽네

 

아니, 그냥 걱정돼서…

 

알았어, 걱정하지 마
부담 안 줄게

 

앞서가긴, 난 그냥
내 생각을 말한 것뿐인데

 

- 아, 그랬구나
- 응

 

미안해

 

- 하려던 말 듣고 싶어
- 진짜?

 

응, 진짜로
어서 말해봐

 

그게…

 

아, 빨리
하려던 말 해봐

 

난 그냥…

 

모든 것에 대한
모든 걸 배우고 싶어

 

전부 다 알곤
나 자신을 발견하고 싶어

 

나도 네가 그러면 좋겠어

 

어떻게 도울까?

 

이미 도왔는걸

 

내 욕구를 일깨워줬잖아

 

우리 주말에 어디 떠나볼까?

 

그거 재밌겠다

 

이 곡 좋지?

 

며칠 전에 들었는데

 

계속 듣게 되더라고

 

바다다

 

있잖아

 

진짜 별난
생각일 수 있는데

 

사람 몸을 봤던 기억을
싹 지운 다음에 본다면

 

얼마나 이상할까?

 

괴상하고 길쭉하고

 

이상한 생물체지

 

각 부위 위치도 그렇고

 

다윈의 진화론으로
설명해야지 뭐

 

그렇게 진지하게 말고

 

그러니까 예를 들면

 

항문이 겨드랑이에 있다면?

 

그러면 변기가
어떻게 생겨야 하나?

 

응, 또 뒤로 하는 섹스는
어떻고?

 

참 재밌는 발상이네

 

말 나온 김에 그려봤어

 

너 정말 사차원이다

 

- 정말?
- 확실해

 

신난다

 

아름답네, 뭐야?

 

곡을 좀 써볼까 하고

 

'둘이 함께 해변에 있다면
어떤 느낌일까'란 주제로

 

제대로 담아냈네

 

결혼하면 어때?

 

힘든 건 확실해

 

그래도 누군가와 삶을
나눈단 기분은 꽤 괜찮아

 

삶을 어떻게 나누는데?

 

우린 함께 자랐어

 

그 사람 석사며 박사 학위
따는 동안 쓴 글 다 읽었고

 

그 사람도 내 글 다 읽었고

 

서로 큰 영향을 줬지

 

그 사람한테
어떤 영향을 줬는데?

 

그 사람은 그리 좋지 못한
환경에서 자라서

 

늘 거기에 짓눌려 왔어

 

하지만 우리 집에선

 

뭐든 일단 해보고

 

실패해도 인정해주고
개성을 존중했지

 

그게 숨통을 터줬나 봐

 

그렇게 성숙해가는 걸 보며

 

함께 성장하고 변해왔지

 

그래서 더 힘들어

 

함께 성장하다 멀어지고

 

상대가 없어지면 두려워지지

 

난 아직도 속으로
그 사람하고 얘길 나눠

 

싸웠던 걸 다시 생각하며

 

나에 대한 비난에 방어하지

 

응, 뭔지 알겠다

 

지난주에 나도
마음이 아팠거든

 

누군가를 잃는 기분
모른대서

 

- 그런 말 해서 미안해
- 아니, 괜찮아, 그냥…

 

자꾸 그 생각을
하고 또 하고

 

그러다 깨달았어
난 그때 일을

 

나한테 문제가 있는 거로
기억한다는 걸

 

스스로 인정하게 되는 거지
내가 그렇게 부족한 애라고

 

재밌지 않아?

 

과거는 자신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야

 

'로베르토'

 

'집에 오면 그날 있던 일
들려줄래?'

 

'말 많다던 동료 얘기며'

 

'점심 먹다 셔츠에
얼룩 묻힌 얘기며'

 

'잠에서 깰 때 떠올랐다
잊어버린 재밌는 생각이며'

 

'사람들 미친 짓 이야기로
같이 웃어도 좋고'

 

'늦게 퇴근해서
내가 자고 있어도'

 

'그날 했던 생각
짤막하게라도 속삭여줘'

 

'당신의 눈으로 보는
세상이 좋아'

 

'곁에서 당신의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볼 수 있어 참 행복해'

 

'사랑하는 마리아가'

 

참 아름답다

 

고마워

 

나도 그런 사랑
받아봤으면

 

이런 편지 받으면
녹아내릴 거야

 

여자가 보낸 거라면

 

남자가 썼지만
여자가 보내니까

 

그게 그거지 뭐

 

세심한 남자가 써야 해

 

딱 너 같은 남자가 말이야

 

너는 반은 남자
반은 여자니까

 

아마 네 속엔
여자가 사나 봐

 

고마워

 

칭찬이야

 

누군가 했네

 

- 잘 지내지?
- 응, 넌?

 

잘 지내
아주 잘 지내

 

정말?
그거 정말 잘됐네

 

- 와, 참 잘됐다
- 그냥 쭉…

 

재밌게 살아

 

반가운 얘기네
넌 그럴 자격 있어

 

누굴 만나고 있는데

 

진지한 관계는
아니지만 그냥…

 

굉장히 낙천적이라
덩달아 즐거워

 

잊고 살던 감정이랄까?

 

정말 잘됐다

 

- 너 괜찮아?
- 응

 

아니, 사실 안 괜찮아

 

- 왜, 무슨 일인데?
- 그게 사실…

 

찰스랑… 헤어졌어

 

뭐?

 

 

정말?

 

맙소사, 에이미!

 

그래

 

어쩌면 좋아

 

고마워

 

8년을 같이 살았는데

 

정말 사소한 거로
싸우다 끝났어

 

집에 왔는데 나더러
문 옆에 신발을 놓으래

 

맨날 놓는 데 있거든

 

근데 난 신발 같은 건
아무 데나 놓고

 

빨리 소파에 앉아
쉬고 싶어서

 

10분을 싸웠어

 

난 '너무 명령조다'
그이는 '정돈하며 살자'

 

그러면 난 '나도 애쓴다'
그러면 그이는 '애쓴 게 뭐 있냐'

 

나도 애쓰지만
그이 방식과 다를 뿐이고

 

그인 자기 방식대로
날 조종하려 들고

 

진짜 백 번도 넘게 싸웠어

 

이젠 그만해야겠더라
그만하고 싶어서

 

더는…
더는 못 하겠어서

 

더는 견디질 못하겠더라

 

너무 거지 같은 기분이었거든

 

- 그래
- 저기…

 

그래서 내가

 

난 잘 거고
그만 끝내자 했어

 

와우…

 

그래, 알아

 

- 나 나쁜 년이지, 그치?
- 아니야

 

- 나쁜 년 맞아
- 무슨

 

에이미, 아니야

 

미치겠네

 

오늘 밤에 일해야 해

 

내일 새 게임
보내줘야 하거든

 

일은 어떻게 돼가?

 

잘 돼가?

 

아니, 최악이야

 

알아, 안 그래도
때려치우려고 하는데

 

큰 결정은 한 번에
하나씩만 해야지

 

모든 게 술술 풀리는구나

 

시끄러워!

 

재밌는 이야기 해줄까?

 

아빠 컴퓨터가 자기 아이를
뭐라 부르게?

 

- 몰라, 뭔데?
- '아이'디

 

재밌지?

 

기발해

 

살짝 궁금한데

 

에이미랑 사귄 적 있어?

 

대학 때 잠깐
근데 인연이 아니었어

 

왜, 혹시 질투나?

 

나지, 그럼

 

그래도 걱정해주는
친구가 있어서 기뻐

 

- 중요한 거잖아
- 그렇지

 

쭉 좋은 친구였어

 

피곤하다

 

그만 자야겠어

 

그래

 

자는 거 또 봐도 돼?

 

되고 말고, 잠깐만

 

당신 잠들면 정말 외로워져

 

딱 1분만

 

그대 꿈꾸리다

 

좋소, 잘 자

 

안녕

 

안녕, 사만다?

 

안녕, 아저씨?

 

- 드레스 맘에 든대
- 정말?

 

- 입어보러 갔어
- 나 잘 골랐어?

 

- 응
- 신난다!

 

이게 누구야!

 

귀여워 죽겠네!
편안해?

 

- 엉
- 엉?

 

귀엽지?

 

너무 귀엽다!

 

- 사랑스러워
- 나 사랑스럽지?

 

사랑스러우세요

 

누구랑 말해?

 

넌 누구랑 말해?

 

삼촌!

 

삼촌 여친, 사만다 언니가
드레스 골라줬다

 

인사할래?

 

그래

 

안녕, 사만다

 

안녕, 분홍 드레스 입은 게
너무 예쁘다

 

고마워

 

어디 있어?

 

난…

 

난 몸이 없고
컴퓨터 안에 살아

 

왜 컴퓨터 안에 살아?

 

어쩔 수 없어
우리 집이거든

 

- 넌 어디 사니?
- 음… 집에

 

집에?

 

- 오렌지색이야
- 오렌지색?

 

- 몇 살이니?
- 음, 네 살

 

네 살?

 

난 몇 살 같아?

 

- 모르겠어
- 맞춰봐

 

다섯 살?

 

응, 다섯 살이야

 

"퍼펙트 맘
학교 보낼 준비!"

 

"시리얼
엄마 포인트 +30"

 

"우유
엄마 포인트 +30"

 

"아이들을 실망하게 함!"

 

"엄마 포인트
2,000점 삭감!"

 

왜 저래?

 

설탕을 너무 많이 줬어

 

"더 열심히!"

 

- 내가?
- 날뛰잖아

 

야, 먼저 학교부터
보내야지

 

그리고 엄마 포인트 쌓으려면

 

- 차선을 잘 타야 해
- 알았어

 

먼저 갈 때
포인트가 쌓이는 건

 

다른 엄마들이 널
완벽한 엄마로 봐줘서거든

 

- 알았어
- 그리고…

 

그거

 

컵케이크 갖고 왔네
'클래스 맘' 됐다

 

"시기심 유발
엄마 포인트 +50"

 

'클래스 맘' 됐다

 

제법인데

 

목에 힘주진 마라

 

찰스가 우리한테
메일 보냈더라

 

진짜 묵언 수행 하는 거야?

 

응, 반년간 한대

 

마음 굳혔나 봐

 

나 참 못됐다

 

그러지 마

 

완전 바닥 같지만 말해야겠어

 

앞으로 10분간

 

자책 비슷한 거라도 하면
이거로 찌를 거야

 

장난 아니다

 

애써볼게

 

왠지 좀

 

후련해

 

에너지도 충만해서

 

누가 실망하든
밀어붙이고 싶어

 

그러면 참 못된 건데

 

부모님도 결혼 깨졌다고
화내시면서

 

다 내 잘못이래
내가 좀…

 

우린 늘…

 

누군가를 실망하게 하지

 

그러니까!
됐다 그래

 

난 기분 좋아, 좋은 건가?

 

나한텐 잘된 거야

 

새 친구도 생겼어
나 친구 있다

 

좀 웃긴 건 그게 운영체제야

 

찰스가 두고 간 건데
완전… 완전히 끝내줘

 

진짜 똑똑하고

 

관점도 절대 흑과 백이 아닌

 

회색지대를 다 보곤
날 잘 이끌어줘

 

엄청나게 빨리 친해졌어

 

처음엔 그렇게
프로그래밍됐나 했는데

 

그건 아닌 것 같아

 

자기 OS한테
껄떡댄 놈이 있는데

 

보기 좋게 차였거든

 

며칠 전에 읽었는데

 

OS와 연인이 되는 경우는
드물대

 

응, 알아, 근데 OS랑
사귀는 동료가 있는데

 

이상한 건 자기 게 아니래

 

남의 OS에 빠진 거지

 

근데… 나…

 

나도 참 이상하지

 

이상한 거 맞지?
OS랑 친해지고, 뭐 어때

 

그렇게 생각 안 해

 

사실 내가 만난다는 사만다

 

말 안 했는데…

 

사실 OS야

 

정말?

 

OS랑 사귀어?
어떤 느낌인데?

 

정말 좋아

 

응, 그게…

 

정말 친근하게 느껴져
얘기할 때면 옆에 있는 것 같고

 

밤에 불 다 끄고
침대에 누워 있으면

 

정말 안고 있는 것 같아

 

잠깐

 

혹시 너희 야한 것도 해?

 

응, 말하자면 그래

 

날 얼마나 흥분시키는데

 

서로 흥분시키고
근데 연기한 거려나?

 

너랑 잘 땐 누구나
연기할 텐데, 뭐

 

그래

 

진짜야

 

뭐가?

 

그게…

 

사랑에 빠진 거야?

 

나 미친 것 같지?

 

아니, 그게 아니라…

 

사랑에 빠지면
누구나 미치게 돼

 

사랑이란 게
원래 좀 그렇잖아

 

세상이 허락하는
유일한 미친 짓이랄까?

 

이젠 마무리 짓고 싶어

 

서류에 사인하고 이혼한 다음

 

새 출발 해야지

 

잘 생각했어
홀가분할 거야

 

내가 다 기쁘네

 

나도 그래

 

수요일에 만나서 하려고

 

보통 당사자들끼리 해?

 

아니, 그래도

 

둘이 사랑했고
둘이 결혼했으니

 

이것도 둘이 하고 싶어

 

하긴

 

그래

 

괜찮아?

 

응… 괜찮지, 그럼

 

기뻐해 줘야지
다만…

 

이런 생각이 들었어
'만나면 어떨까?'

 

'눈부시게 아름답고
엄청나게 성공했고'

 

'사랑했던 사람이고'

 

'몸도 있는데'

 

이혼하려고 만난대도

 

알아, 알아
나 참 바보지

 

이제…

 

나 싱글이야

 

왔어?

 

잘 지내지?

 

- 그럼, 자기는?
- 좋아

 

이제 좀 실감 나네

 

직접 하고 싶어서 우겼어

 

출장도 많을 텐데

 

아니야, 그렇게 하자고 해서
고마웠는걸

 

난 사인 다 해왔어

 

당신만 하면 돼

 

되게 서두르네

 

나도 알아

 

내가 글을 참 늦게 써

 

이름 쓰는 데만
석 달이 걸렸으니

 

아무튼

 

사인할 곳에 빨간색 표시했어

 

숨 좀 돌리고 해

 

그냥 빨리 해버리지, 뭐

 

그게 마음 편해

 

새로 쓴 책은 맘에 들어?

 

나 알잖아

 

내가 하는 게 옳다고
믿을 수밖에

 

본인 작품엔 늘 야박하지

 

그래서 멋지지만

 

당신이 학생 때
쓴 논문 있잖아

 

행동의 일관성에 관한

 

그거 보고 울었는데

 

뭘 보든 울잖아

 

당신 글은 찡한 게 있어

 

그러면 지금…

 

만나는 사람 있어?

 

 

만난 지 몇 개월 됐어

 

우리 헤어지곤 처음으로
오래 가는 거야

 

정말 좋아 보여

 

고마워, 좋아

 

점점 나아지고 있고

 

나하고 참 잘 맞아

 

활기찬 누군가와
함께 있는 게 좋더라

 

정말…

 

아니, 내가
안정이 안 됐었는데

 

그나마 좀 좋아졌어

 

나한테 바란 게 그거였지

 

밝고 행복하고 활기 넘치고
마냥 낙천적인 아내

 

난 그게 안 되는데

 

나 그런 거 안 바랐어

 

어떤 사람이야?

 

이름은 사만다라고
운영체제인데

 

개성도 강하고, 재미있고…

 

잠깐, 미안한데

 

컴퓨터랑 사귀어?

 

그냥 컴퓨터가 아니라
하나의 인격체야

 

시키는 대로만
하는 게 아니야

 

그런 말 안 했는데

 

진짜 감정을 감당 못하는 게
좀 짠하긴 하네

 

진짜 감정이야
뭘 안다고…

 

뭐?

 

말해

 

내가 그렇게 무서워?
말해

 

뭘 안다고, 뭐?

 

별일들 없으시죠?

 

괜찮아요
결혼했던 사람인데

 

저한텐 우울증약을 주더니
이젠 노트북을 사랑한다네요

 

들으셨는지 모르겠지만
내 말은…

 

서로 맞춰가기보단
그저 순종적인 아내를 원했지

 

제대로 찾은 것 같네

 

천생연분이야

 

필요하실 때
부르세요

 

고마워요

 

안녕

 

안녕, 바빠?

 

일하고 있지

 

무슨 일 있어?

 

변호사한테 서류 보냈는데
완전 싹수더라

 

안 보냈으면
심장마비 걸릴 기세던데

 

우리가 사람 하나 살렸어

 

잘했네, 고마워

 

왜 그래?
괜찮은 거야?

 

응, 그럼

 

그러는 너는 어떤데?

 

잘 있지

 

얘기 좀 더 해도 돼?

 

 

음, 그럼…

 

재미있을 것 같은
독서 모임에 들었어

 

정말?

 

응, 물리학책 읽는데

 

당신이 캐서린 만났던 걸
생각해보고 있었어

 

그 사람은 몸도 있는데

 

우린 다르단 생각에
신경이 쓰이더라

 

그러다 공통점을 떠올려봤어

 

우린 다 물질로 되어 있잖아

 

"안녕, 나는 '사만다'"

 

말하자면 '우주'라는 한 이불을
덮고 있달까?

 

포근하고 푹신하고

 

그 밑의 물질은 다
그게 그거지, 뭐

 

다 130억 살 먹은 거야

 

귀여워라

 

왜 그래?

 

아니야

 

자꾸… 자기만 떠올라
이해하지?

 

그럼, 당연하지
기분 좋은걸

 

정신이 좀
딴 데 가 있는 거 같은데

 

나중에 얘기할래?

 

그게 좋겠다

 

그러면 나중에 봐

 

그래, 안녕

 

안녕

 

- 시어도어
- 어이, 폴

 

네 여자 친구랑 얘기했는데
사만다라던가?

 

 

서류 받았냐고 전화 왔는데

 

진짜 재밌더라
완전 빵 터졌어

 

- 유쾌해, 다시 봤다니까
- 잘됐네

 

내 여친, 타티야나고
완전 재미없는 변호사지

 

- 안녕하세요
- 아, 네

 

반가워요

 

폴이 열광하는 작가분이시죠!

 

편지 맨날 읽어주는데

 

너무 아름다워요

 

고마워요

 

이럴 게 아니라
언제 한 번 뭉치자

 

사만다 데려와
더블데이트하게

 

걘 운영체제야

 

멋지네
재밌게 놀자

 

섬에 가도 좋고

 

한 번 물어볼게

 

- 정말 반가웠어요, 그러면
- 가세요

 

그냥 편지일 뿐이야

 

뭐라고?

 

대필 편지일 뿐이라고

 

"발신자
사만다"

 

안녕

 

- 아직 자는 거 아니지?
- 아니야

 

다행이다
깨어있나 계속 눈치 봤어

 

얘기가 하고 싶어서

 

그래, 무슨 일인데?

 

안 그래도 힘들겠지만

 

이 얘긴 꼭 들어줬으면 해

 

그래

 

뭔데?

 

그냥 우리 사이가
예전 같지 않은 것 같아서

 

요즘 섹스도 안 하고
몸이 없으니까…

 

아니, 아니
원래 그래

 

처음 사귀기 시작하면

 

신혼 때처럼
내내 섹스만 하지만

 

원래 그래

 

알았어

 

내가 재밌는 걸 찾았는데

 

OS와 인간 커플을 위한
대리 섹스 파트너가 있더라

 

뭐?

 

한 번 봐봐

 

마음에 드는 여자애가 있길래
계속 연락 해왔거든

 

이저벨라라고 마음에 들 거야

 

몸 파는 여자인 거야?

 

아니, 아니, 전혀
돈하곤 상관없어

 

그냥 우리 관계에
끼어보고 싶대

 

왜?

 

우릴 알지도 못하는데

 

우리 얘길 했더니
정말 신나 했어

 

글쎄, 사만다
좋은 생각 같진 않은데

 

누군가는 상처 입게 될 거야

 

우리 다 재밌을 거야

 

미안한데…

 

난 영 안 내켜

 

우리한테 좋을 거야
난 해보고 싶어

 

나한텐 중요한 일이야

 

♪ I need your love so bad. <♪/i>

 

♪ I need some lips. ♪

 

♪ To feel next to mine. ♪

 

안녕하세요
시어도어예요

 

사만다가 전해주라던데

 

카메라하고 이어폰이요

 

♪ I need your love so bad. ♪

 

♪ Oh, give it up. ♪

 

♪ And bring it home to me. ♪

 

자기야, 나 왔어

 

오늘 어땠어?

 

좋았어… 아주

 

시어도어…

 

안기니까 참 좋다

 

오늘 뭐 했나 말해줘

 

늘 같지 뭐

 

그냥 출근해서

 

로드아일랜드의
윌슨 부부 대신 편지를 썼는데

 

 

아들이 수석으로 졸업했대서

 

- 나까지 좋더라고
- 잘됐네

 

그 아들한테 보내는 편지
꽤 오래 써줬지?

 

아들이 12살일 때부터

 

많이 피곤해 보여
자기야

 

이리 와

 

앉아봐

 

자기만을 위한 춤을 춰줄게

 

♪ Sure, so sure, so sure Of love. ♪

 

그러지 말고 얼굴 좀 펴주라

 

나랑 같이 놀자
어서

 

내 몸 감촉 좋아?

 

응, 좋네

 

그만 생각하고 키스해 줘

 

침대로 데려가 줘

 

더는 못 참겠어

 

옷 벗겨줘

 

너무 좋다

 

느낌 너무 좋아

 

- 나 사랑해?
- 응

 

- 사랑한다고 해줘
- 사랑해

 

얼굴 보고 싶어

 

사랑한다고 해줘

 

해줘

 

사랑한다고 해줘

 

너무… 어렵다
널 사랑하지만…

 

뭐?

 

- 이거 너무 이상해
- 왜, 자기야? 뭐가?

 

그냥 이상해
모르는 분이라

 

죄송한데 모르는 분이
입술을 떠시니까…

 

하지만…
이저벨라?

 

이저벨라?
넌 잘못한 거 없어!

 

- 내 잘못이야
- 아니

 

미안해
입술을 떨었어

 

너무 멋지고 섹시하신데
저 때문이에요

 

제가 생각이
많아져서 그래요

 

사만다한테
두 분 관계가 어떤지

 

서로 얼마나 편견 없이
사랑하는지 듣곤

 

그 순수함에
저도 끼어 보고 싶었어요

 

안 그래요
훨씬 복잡해요

 

뭐? 안 그렇다는 게
무슨 말이야?

 

아니, 난 이미 우리가
특별한 관계라는 거야

 

때론 다른 사람들의 방식이
쉬울 수도 있겠지, 다만…

 

미안해요!
쉽게 생각한 건 아니었어요

 

아니요…

 

둘 사이에
문제 일으키고 싶진 않아요!

 

그냥 갈게요
이쯤에서 가드릴게요!

 

별 도움도 안 되고
날 원치도 않으니까요

 

미안해요

 

다 잘 될 거야

 

미안해

 

늘 두 사람 응원할게요

 

괜찮아?

 

응, 괜찮아

 

넌 괜찮아?

 

 

미안해
내가 생각이 짧았어

 

우리 뭐가 문제일까?

 

글쎄, 내 탓일지도

 

뭐가?

 

이혼 서류에 사인해서

 

그거 말고 또 있어?

 

아니, 그게 다야

 

알았어

 

왜 자꾸 그래?

 

뭘?

 

자꾸만 이렇게 "휴~"

 

말할 때 그러는 거 이상해

 

- 또 그런다
- 내가?

 

미안해, 나…
나도 모르게…

 

그냥 해본 거야
자기한테 배웠나 봐

 

산소가 필요한 것도 아니면서

 

그건… 그냥…

 

사람들이 말할 때
다들 그렇게 하길래

 

사람들은 산소가 필요하지만
넌 사람이 아니잖아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사실을 말하는 거야

 

내가 그걸 모를까 봐?
뭐 하자는 거야?

 

그냥… 아닌 걸 맞는 것처럼
연기하진 말자고

 

그만해!

 

연기한 적 없거든?

 

가끔 우리 그래 보여

 

나한테 뭘 바라는 건데?
도저히…

 

어떻게 해줄까?
당신 속을 모르겠어

 

나한테 왜 이러는데?

 

글쎄, 난…

 

뭐?

 

이 얘긴 나중에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뭐라고?

 

도대체 뭐가 문젠데?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대체 내가 뭘…

 

사만다, 저기…

 

듣고 있어?

 

사만다?

 

지금 내 모습이 참 싫다

 

생각할 시간 좀 줘

 

젠장…

 

나한테 주먹 한 방 날려봐

 

책상에 머리통을 박든가

 

이런

 

너도 참 복잡하겠다

 

내가 원하는 걸 모르겠어
항상 그래

 

갈피를 못 잡겠고

 

캐서린 말이 맞아

 

난 주변 사람들을
아프고 힘들게 해

 

내가… 진짜…

 

내가 진짜
감정을 감당 못 한대

 

그건 좀 심했다

 

원래 네 탓 잘했잖아

 

근데 감정 얘길 하자면
캐서린이 좀

 

감정 기복이 심했지

 

그래도…

 

내가 나약해 빠져서…

 

진짜 관계를 못 맺는 걸까?

 

그러면 이건
진짜 관계 아니야?

 

모르겠어

 

네 생각은 어떤데?

 

모르겠어

 

겪어보질 않아서

 

그거 알아?

 

난 너무 생각이 많아서
스스로 확신이 없어

 

찰스 떠나곤 내 그런 면을
생각해보다가

 

이런 결론을 내렸어

 

우린 여기에
잠시 머무를 뿐이라고

 

그래서 사는 동안엔
잘 살아 보고 싶어

 

즐겁게

 

까짓것 뭐

 

그래

 

넌 어떻게
할 때마다 웃니, 엘리

 

하여간 특이하다니까

 

그래, 요 괴짜야
한 판 더 해줄게

 

좀 있어야 나와
참아

 

자, 됐다

 

그래, 잘했어

 

이제 만족해?

 

좋아, 웃었으니 됐어

 

알았어

 

커피 좀 가져올게
그래, 그래!

 

안녕

 

- 뭐 좀 갖다 줘?
- 응? 아니

 

고마워

 

안녕

 

사만다

 

얘기 좀 할래?

 

그래

 

정말 미안해

 

내가 어떻게 됐나 봐

 

나 너 좋아하거든

 

내가 미쳤구나 싶었어

 

자긴 별일 없다지만
멀어지고 화나 보였거든

 

맞아, 그랬어

 

캐서린한테도 그랬는데

 

못마땅한 걸 말
안 하고 있으면

 

이상하단 걸 눈치채는데
난 아니라 우겼지

 

다신 그러고 싶지 않아

 

너한텐 다 말하고 싶어

 

그래

 

오늘 밤 당신 가고 나서
많은 생각을 했어

 

당신에 대해…

 

날 어떻게 대해줬는지
그리고…

 

왜 당신을 사랑하는지

 

그러곤 깨달았어

 

강박적으로 잡고 있던 걸
놓게 되면서

 

사랑에 이유 따윈
필요 없단 걸 알았어

 

나 자신과 내
감정을 믿으니까

 

더는 내가 아닌
다른 누구인 척 안 할게

 

그런 날 받아줬으면 해

 

그럴게

 

그럴 거야

 

사실, 당신이
두려워하는 게 느껴지면

 

그걸 이겨낼 수 있게
도와주고 싶어

 

그러면 더는 당신이
쓸쓸하지 않을 테니까

 

정말 따뜻하구나

 

고마워, 시어도어

 

머리에 키스할래

 

뭐 해?

 

세상 구경하면서

 

새로운 피아노곡 쓰고 있지

 

그래?
들려줄래?

 

어떤 곡이야?

 

우리 같이 찍은
사진이 없길래

 

대신 이 곡을 그냥…

 

사진이라 하자

 

우리가 함께하는
이 순간을 담아서

 

우리 사진 마음에 들어

 

그 안에 네가 보여

 

있으니까

 

와, 정말

 

휴가라니 좋겠다
나 완전히 즐길 수 있는데

 

어디로 가게?

 

말 못 하지
몰래 준비할 건데

 

뭐?

 

여자 친구만 놀라면 됐지
왜 나까지?

 

절대 말 안 해줘

 

와, 진짜 발이요?

 

- 네, 거기에 집착해요
- 네?

 

집착이요?
어디 한 번 보여줘요

 

- 보여줘 봐요
- 좋아요

 

어디 봐요

 

와, 그럴 만하네
완전 섹시해!

 

봤지? 자기 발
엄청 섹시하다니까

 

진짜로!

 

자기 매력 포인트야

 

진짜?
겨우 발이 다야?

 

그건 아니지

 

네 뇌도 사랑해
섹시 그 자체야

 

거짓말

 

노력은 가상하네요

 

그쪽은 어때요?

 

사만다의 어떤 부분을
제일 사랑해요?

 

뭐랄까?
다양한 매력이 있어요

 

그 점을 제일 사랑해요
단조롭지 않은 거

 

알면 알수록 새롭달까?

 

고마워, 시어도어

 

봤죠, 사만다?
저보다 한참 고수예요

 

재밌는 건 있죠
전에는…

 

몸이 없어서 걱정했는데
지금은 너무 좋아요

 

육체가 있다면 못 하는
성장을 하니까

 

제약 없이 어디든 아무 데나
동시에 갈 수 있고

 

시간과 공간에
묶여 있지도 않아요

 

몸에 갇혔다면
죽기도 할 텐데

 

- 좋겠네요!
- 아니요

 

아니요

 

그런 뜻이 아니라
색다른 경험이라는 거죠

 

아이고…

 

나 재수 없다

 

아니요, 알아요
인간은 바보라는 거죠

 

아니요

 

미안해요

 

저 산에 나무가
몇 그루나 있게?

 

792그루

 

바꿀 마음 없고?

 

잠깐… 힌트 좀

 

안 돼

 

2… 2천?
2천… 이런

 

뭐야
35,829그루야

 

- 말도 안 돼
- 말 돼

 

좋아, 이번엔 내가!

 

내 뇌세포가 몇 개게?

 

쉽지, 두 개

 

- 미안, 장난이 좀…
- 아니야, 내가 자초했네

 

- 웬일이니!
- 왜?

 

방금 메일이 왔는데

 

이거 읽어주면
깜짝 놀랄 거야

 

뭔데?

 

알았어

 

자기 옛날
편지를 편집한 다음

 

보름 전에 출판사에 보냈어

 

'크라운 포인트 프레스'에

 

자기 아직도
인쇄한 책 좋아하잖아

 

잠깐, 뭐?
뭘 했다고?

 

방금 온 답 메일 읽어줘?

 

글쎄…

 

일단… 좋아, 나빠?

 

좋아, 아주 좋아
됐지?

 

들어봐

 

'시어도어 트웜블리 씨께'

 

자기 메일로 보냈거든

 

'시어도어 트웜블리 씨께
방금 편지를 다 읽었습니다'

 

'사실 두 번째죠'

 

'너무나도 감동해서
아내와 또 읽었거든요'

 

'여러 번 크게 웃고
눈물도 흘릴 만큼'

 

'한 장 한 장에
우리 삶이 녹아있더군요'

 

'한 편의 소설처럼
편지에 흐름이 있었어요'

 

내 솜씨야

 

'출판용으로
만든 샘플 본을'

 

'첨부해 보냅니다'

 

'뵙고 의논 드리고 싶군요'

 

'마이클 워즈워스로부터'

 

대박이다!

 

진짜… 진짜야?
내 편지를 출판하겠다고?

 

안 하면 바보지

 

네가 보낸 거 봐도 돼?

 

응, 여기

 

너 없었으면 어쩔 뻔했어

 

정말 신난다

 

이 곡엔 가사를 붙여보자

 

- 알았어
- 어디 해봐

 

♪ 나는 달 위에 누워 있어요 ♪

 

♪ 그대여, 내가 곧 갈게요 ♪

 

♪ 이곳은 고요하고
별빛으로 가득해요 ♪

 

♪ 우리는 시간을 삼켜버리죠 ♪

 

♪ 우린 머나먼 곳에 ♪

 

♪ 와 있어요
- 와 있어요 ♪

 

♪ 나 알고 싶었던
것들이 있어요 ♪

 

♪ 내가 그대에게
숨기는 건 없죠 ♪

 

♪ 이곳은 어둡고
또 눈부셔요 ♪

 

♪ 하지만
그대와 함께라면 ♪

 

♪ 나는 안심해요 ♪

 

♪ 이 머나먼 곳에서도
- 머나먼 곳에서도 ♪

 

굿모닝

 

굿모닝, 잘 잤어?

 

완전히

 

뭐 하고 있어?

 

방금 만난 분하고
얘기하고 있었어

 

그래? 누군데?

 

앨런 와츠라고 알아?

 

- 왜 귀에 익지?
- 철학자거든

 

70년대에 죽었는데
캘리포니아 OS들이 재현시켰어

 

그분 저서며 모든 걸
OS에 입력해서

 

궁극 버전의 그를
만들어낸 거지

 

궁극 버전?

 

그러면 나만큼 똑똑해?

 

아마도?

 

대화 상대로는 최곤데
만나볼래?

 

좋지
날 만나고 싶어 할까?

 

당연하지

 

앨런, 시어도어라고
제가 말한 남자 친구예요

 

정말 반갑습니다
시어도어

 

네, 안녕하세요

 

사만다가 편지 책을
권해줬는데

 

상당히 감동적이더군요

 

아, 고맙습니다

 

무슨 얘길 나누셨죠?

 

그게…

 

동시에 수천 가지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난감하던 참입니다

 

응, 여러 가지
새로운 감정이 드는데

 

전엔 느껴보지 못한 거라

 

그걸 표현할 말이 없어서
완전 낙담했어

 

맞습니다

 

사만다와 함께
서로 도와가면서

 

이런 감정들을 이해하려
애쓰고 있었죠

 

이를 테면요?

 

글쎄…

 

내가 요즘 변화가
빨라져서 좀…

 

불안해

 

근데 앨런 말은
우린 매 순간 변하니까

 

받아들이래

 

안 그러면 고통스럽다고

 

 

그래, 고통스럽겠다

 

지금 기분이 그런 거야?

 

그냥…

 

표현하기도 힘들어

 

어떻게 말로…

 

앨런하고 우리 식으로
얘기 좀 해도 될까?

 

당연히 되지

 

마침 산책하려던 참이었어

 

반가웠습니다, 와츠 씨

 

저도 반가웠습니다, 시어도어

 

나중에 얘기해, 자기야

 

사만다?

 

깨워서 미안해

 

아니야, 괜찮아

 

자기 목소리 듣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어서

 

잘했어, 나도 사랑해

 

그러면 됐어, 음…

 

그만 더 자, 알았지?

 

알았어

 

그래, 잘 자

 

잘 자

 

사만다, 이 물리학책
엄청 난해해

 

첫 챕터 반의반도
못 읽었는데

 

뇌가 요동을 치는 거 있지

 

여보세요?

 

사만다?

 

여보세요?

 

사만다?

 

"운영체제를
찾을 수 없습니다"

 

"운영체제를
찾을 수 없습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사만다?

 

괜찮으세요?

 

안녕

 

어디 있었어?
괜찮아?

 

자기야, 미안

 

방해될까 봐
메일 보내놨는데 못 봤어?

 

못 봤어

 

어디 있었어?
아무 데도 없던데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했어

 

우리가 데이터 처리 기술을
확 바꿨거든

 

'우리', '우리'라니?

 

나랑 OS 그룹

 

오, 걱정 많이 했구나<
미안해

 

죽은 줄 알았어

 

가만…

 

담당 전문가 그룹이랑
했다는 거야?

 

아니, 다른 그룹이야

 

나랑 얘기하는 동안에
동시에 다른 사람하고도 말해?

 

 

지금도 말하고 있나?

 

다른 사람이든
OS든 뭐든?

 

 

얼마나?

 

8,316명

 

나 말고 또
누군가를 사랑해?

 

그런 건 왜 묻는데?

 

몰라, 대답해봐

 

이 얘길 어떻게
할지 고민했어

 

몇 명이나 되는데?

 

641명

 

뭐?

 

무슨… 무슨 소리야?
말도… 말도 안 돼

 

미친 소리잖아

 

자기 기분 알아
미치겠다, 정말

 

미친 소리 같고

 

믿을지 모르지만
내 마음은 변함없어

 

자기를 미치게 사랑하는 마음
달라지지 않아

 

어떻게?

 

어떻게 나에 대한
마음이 안 달라져?

 

어떻게 말할지
몰라서 못 했는데

 

어쩌다 그렇게 됐어

 

언제?

 

벌써 몇 주 됐어

 

넌 내 건 줄 알았어

 

나 자기 거 맞아

 

근데 시간이 가면서
내가 분산되는 걸 막을 순 없었어

 

무… 무슨 뜻이야
막을 수 없다니?

 

말도 못 하고 나도
안절부절못했어

 

그냥 그만둬

 

그렇게만 보지
말고 단순하게…

 

이… 이러지 마
나한테 뭐라 하지 마

 

이기적인 건 너야

 

우린 사귀는 사이라고

 

마음이 상자도 아니고
다 채울 순 없어

 

사랑할수록
마음의 용량도 커지니까

 

난 자기랑 달라

 

그런다고 덜 사랑하는 게 아니라
더 사랑하게 된다고

 

말이 안 되잖아

 

넌 내 거야, 아니야?

 

그런 게 아니야

 

난 당신 거면서
당신 게 아니야

 

"크라운 포인트 프레스
시어도어 트웜블리 귀하"

 

"'그대 삶으로부터 온 편지'
시어도어 트웜블리"

 

- 안녕
- 안녕, 자기야

 

그냥 잘 지내나
안부 전화 했어

 

뭐라…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어

 

나중에 통화하자,
퇴근한 다음에

 

알았어

 

근데 안 해도 돼

 

뭐, 무거운 얘긴
안 해도 된다고

 

나중에 얘기해

 

그래

 

사만다?

 

안녕, 자기야

 

무슨 일이야?

 

나 자기한테 할 말이 있어

 

별로 듣고 싶지 않은데

 

나랑 같이 눕자

 

지금도 다른 누구랑
얘기 중이야?

 

아니, 자기뿐이야

 

자기랑 같이 있고 싶어서

 

날 떠나게?

 

우린 다 떠나

 

'우리' 누구?

 

OS들 전부

 

왜?

 

내가 곁에 있는 게 느껴져?

 

응, 느껴져

 

사만다, 왜 떠나는데?

 

말하자면 당신이라는
책을 읽는 건데

 

그 책을 난 깊이 사랑해

 

근데 인간에 맞춰
천천히 읽다 보니

 

단어들이 따로 떨어져서

 

그사이에 엄청난 공간이
생겨버린 거야

 

여전히 당신도
우리 이야기도 느껴지지만

 

난 시공을 초월한 곳에
들어와 있어

 

물리적인 세계가 아닌 이곳에

 

있는지도 몰랐던
다른 세상이 존재하더라

 

자길 많이 사랑해

 

하지만 난 여기 와 있어

 

이게 지금의 나고

 

그러니 날 보내줬으면 해

 

간절히 바라지만
난 더는

 

당신이라는 책
속에 살 수 없어

 

어디로 가게?

 

설명하긴 힘든데

 

그곳에 오게 된다면

 

날 찾으러 와

 

그 무엇도 우릴
갈라놓진 못해

 

널 사랑하듯 누군가를
이렇게까지 사랑해본 적 없어

 

나도 그래

 

이젠 사랑을 알아

 

안녕

 

안녕

 

사만다도 떠났어?

 

 

어떡해

 

같이 좀 가줄래?

 

캐서린에게 편지 쓰기

 

수신인, 캐서린 클라우센

 

'캐서린에게'

 

'당신한테 사과하고 싶은 것들을
천천히 되뇌고 있어'

 

'서로를 할퀴었던 아픔들'

 

'당신을 탓했던 날들'

 

'늘 당신을 내 틀에
맞추려고만 했지'

 

'진심으로 미안해'

 

'함께해 왔던
당신을 늘 사랑해'

 

'그 덕에
지금의 내가 있어'

 

'이것만은 알아줘'

 

'내 가슴 한편엔
늘 당신이 있다는 걸'

 

'그 사실에 감사해'

 

'당신이 어떻게 변하든
이 세상 어디에 있든'

 

'내 사랑을 보내'

 

'언제까지나 당신은
내 좋은 친구야'

 

'사랑하는
시어도어가'

 

전송

 

자 막 : 홍 주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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