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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자단

 

임달화 / 웅대림

 

이케우치 히로유키 / 임가동

 

감독 / 엽위신

 

엽문

 

광둥성 불산은 남파무술의
발원지로 도장이 성행했으니

 

무술의 고장"이라 명성이 자자했다

 

1935년 불산 도장거리

 

밥그릇이 또 줄겠군

 

자, 연습이다!

 

준비!

 

하나... 둘...

 

하나... 둘...

 

류 사부란 분이 오셨습니다

 

누구신지?

 

류가권의 사부요

 

이곳 불산에 도장을 열었죠

 

축하 드리오

 

엽 사부가 영춘권 고수라기에
대련을 청하러 왔소만

 

다음에 합시다

 

지금은 곤란해요

 

이왕 왔으니
잠시 시간을 내시죠

 

패해도 소문 안 내리다

 

가족들과 식사 중이라서요

 

그럼 기다리지요

 

류 사부, 식사는 했소?

 

같이 드시죠

 

한 대?

 

아니, 됐소이다

 

음식은 입에 맞았는지?

 

잘 먹었소

 

다행이군요

 

금방 끝낼게

 

나중에 치우시고
문 좀 닫아주세요

 

류 사부

 

잘 부탁하오!

 

잘 부탁하오!

 

- 괜찮습니까?
- 괜찮소 멀쩡해요

 

다시 합시다

 

그럼 갑니다

 

허리!

 

목! 얼굴!

 

옆구리!

 

너무 봐주신 것 아니오?

 

- 한 수 배우고 갑니다
- 저야말로

 

오늘 대련은 비밀로다가!

 

함구할 테니 걱정 마시오

 

진정으로 고맙소

 

가보리다

 

잘 가시오

 

멀리 안 나가요

 

엽문이 쓴 "사량발천근"에
류 사부가 붕 날아갔어

 

그건 태극권 아냐?

 

엽 사부는 영춘권인데

 

암튼 한 손으로 탁 치더라

 

류 사부가 또 달려들자
엽 사부가 마구 공격하는 거야

 

된통 깨지고도 류 사부는
씩씩대며 또 덤비더라구

 

싸고 좋은 찻잎이에요

 

고마워요

 

이 연은 누가 갖다 놨어요?

 

자네 동생

 

류 사부는 힘 한번 못 쓰고
복날 개 맞듯 맞았지 뭐

 

아버지가 물려준 식당인데
저리 농땡이니!

 

철들라고 말 좀 해주세요

 

- 엽 사형
- 엽 사부, 왔군

 

장사 잘 돼나?
청천 왔나?

 

위층에 있어요

 

오래 기다렸나?

 

어떻게 번번히 늦어?

 

좀 바빠서

 

뭐 하느라?

 

차 마시고 먹고 무술 연마하고

 

또 뭐?

 

차 향이 좋군

 

말 돌리긴

 

주문은 했나?

 

의논할 일이 있네

 

우선 먹고 얘기하지

 

뜨끈뜨끈한 만두 대령이요

 

류 사부가 엽 사형과 붙었다
묵사발 됐단 게 진짜예요?

 

어디서 들었나?

 

동생한테요

 

진작 말해줬으면 딴 도장 끊었죠

 

아직 안 다녀본 도장이 남았나?

 

비밀 결투였어요?

 

할 얘기가 있는데 자리 좀...

 

알았어요 나가요

 

잘하고 있군

 

사부님 엽 사부한테
깨졌다면서요

 

- 소문이 파다해요
- 누가 그래?

 

식당, 사담원이요

 

요즘 불산은 모든 게 넘쳐나

 

그래서?

 

경기가 아주 좋단 뜻이지

 

다들 살만하단 얘기야

 

그런가?

 

의식주 중에 첫째가 옷이잖나

 

점점 수요가 늘어날 거야

 

그래서 말인데
방직공장을 열까 해

 

동업 안 할 텐가?

 

사업을 뭘 안다고

 

그건 내게 맡겨

 

난 돈 필요 없네

 

사담원이 누구냐? 나와!

 

전데요

 

감히 내 명예를 땅에 떨어뜨려!

 

본때를 보여주마

 

사부님 제 동생인데
진정하시고 말로 하세요

 

동생? 이놈이 체면을 구겨놨어

 

엽문에게 졌단 헛소문에
도장 문닫게 생겼다구

 

누가 배우러 오겠어?

 

당장 사과 드려

 

본대로 말한 건데 내가 왜!

 

- 또 헛소리야!
- 류 사부님!

 

엽 사부도 계시니 가서 물어보죠!

 

뭐해요? 가자구요!

 

제발 진정하세요

 

사부님...

 

노여움 푸세요

 

엽 사부님 저 억울해요

 

사부님...

 

말해주세요
류 사부랑 싸워서 이겼죠?

 

엽 사부...

 

내 결백을 밝혀주게

 

왜 없는 말로 엽 사형을 팔아?

 

거짓말 아냐
연을 집으러 갔다가 봤어

 

때마침 엽 사형 집에 연이 떨어져서
두 사부님 대결을 우연히 목격했다?

 

그 말을 믿으라구!

 

진짜라니까!

 

사실이래도 잘못이야
소문내지 말았어야지

 

- 왜 안 되는데?
- 당사자가 창피하니까

 

창피?
난 그딴 거 몰라

 

이런 게 창피다!

 

무치림, 뭘 그렇게까지 하나

 

왜들 웃어?

 

무슨 일이야?

 

- 나리, 별일 아녜요
- 뭐가 별일 아닌데?

 

- 다들 가요
- 그냥 있어

 

별일 아니래두요

 

다 봤어

 

경고하는데, 말썽부리면
죄다 잡아들여!

 

오해 말아요

 

정의를 밝히러 온 것뿐이요

 

무슨 정의?

 

심판은 내가 해

 

모였다 하면 주먹질이지

 

때가 어느 땐데
아직 무술 타령이야?

 

이거 안 보이나?
총이 대세라구! 알아들어?

 

이 보시게

 

우리 무인들이 혈기가 왕성해
때론 거칠어 보여도

 

예를 아는 이들이요

 

총까지 꺼낼 필욘 없소

 

삼가해주시오

 

무치림, 내 앞으로
달고 대접해드려

 

네, 이리오시죠

 

뭘 봐?
구경 났어?

 

돌아들 가요

 

어서 이쪽으로

 

류 사부

 

안녕히!

 

솔직히 밝히지 그랬나?

 

난 사업은 모르니

 

공장 여는데 보태 쓰게

 

갚으려면 꽤 걸릴 거야

 

천천히 갚아

 

내 아들 녀석을 제자로 받아주게

 

널린 게 도장이야
그리 보내

 

자네만한 사부가 없잖나

 

치켜세우긴

 

- 엽 사형
- 무치림

 

청 사형

 

새 권법을 익혔어요

 

봐주세요

 

한가하군
동생은 찾았나?

 

냅두세요

 

돈 떨어지면 들어오겠죠

 

가요

 

아버지, 아저씨가 받아준대요?

 

일단 가서 잘 봐둬

 

준, 그림 잘 그리네

 

뭘 배웠는지 어디 볼까?

 

사부님 말씀이
공격과 방어를 동시에 행하는

 

공격형 방어 동작이래요

 

그 말이 그 말 아녜요?

 

모르면 저리 빠져라

 

갑니다

 

몸통을 공략하는 동작이라구요

 

입으로 말고 몸으로 보여

 

엄마, 다 그렸어요

 

멋진걸
아빠 보여드려

 

연속해서 가격하는
"연소대타"예요

 

내가 쓴 기술이
"연소대타"야

 

아빠, 이것 봐요

 

바쁘니까 나중에

 

- 좋아, 다시!
- 좋아요

 

아빠가 보기 싫대요

 

- 봤지?
- 뭘요?

 

- "연소대타"!
- 한번 더요, 못 봤어요

 

보긴 뭘 또 봐요?

 

맨날 싸우면서 질리지도 않나?

 

괜찮겠어요?

 

형수님, 죄송해요

 

엽 부인, 가볼게요

 

선생님 얘기가 아닌데

 

공장 일로 바빠서요

 

광요

 

엽 아저씨, 갈게요

 

그래, 다음에 보자

 

잘 있게

 

불만이 있으면 내게 말해
괜한 화풀이 말고

 

아들 그림 볼 시간도 없어요?

 

무술만 하지 말고 애 좀 챙겨요

 

들어가자

 

발 조심

 

형씨, 도장 거리가 어디요?

 

도장!

 

앞으로 쭉 가요

 

하나, 둘

 

어느 도장부터 칠까요, 형님?

 

하나, 둘!

 

하나, 그만!

 

무술을 가르치쇼?

 

등록할 거면 따라와요

 

관장이 누구요?

 

바로 나요

 

난 김산조, 불산이
무술로 유명하다기에

 

고수들과 대련하러 왔소

 

대련이라?

 

그렇소

 

도전하러 왔군?

 

맞소

 

받아주지

 

물러서라
사부가 촌놈을 어떻게 다루나 잘 봐

 

그 쪽 말고 이쪽으로

 

무슨 일이야?

 

잘 보고 배워라

 

형님, 끝내줬어요

 

- 니들 사부 어딨냐?
- 여깄다!

 

아예 날 죽여버리게?

 

사부님은 안 계신다

 

날이 더웠다 추웠다
종잡을 수가 없군

 

이리 내

 

뭘 그리니, 준?

 

단단히 삐쳤어요

 

당신이 달래줘요

 

알았어

 

- 무치림 일찍 웬일이야?
- 그게요...

 

할 말이 있어서
얼마 안 걸려요

 

무슨 일이지?

 

웬 뜨내기들이
도장마다 들쑤시는데

 

사부들이 당해내질 못해요

 

와보세요

 

- 그렇게 실력이 좋아?
- 네

 

형수님, 갈게요

 

- 힘내세요, 사부님
- 꼭 이기세요

 

싱거워서 원!

 

당최 상대가 없구먼

 

황비홍 정도 기대했는데
죄다 허당이야

 

쿵푸에 쿵자도 몰라요

 

이번엔 제대로 골랐어

 

불산엔 오합지졸들 뿐이야

 

돈 푼 꽤나 벌겠어

 

이대로만 나가자

 

도장 차리면 미어터지겠어

 

우리가 불산 최고수다!

 

잔챙이 몇 명 꺾고 헛물켜긴!

 

진짜 고수를 꺾어야지

 

- 불산 최고수가 누구요?
- 엽문이지 누구야!

 

가자!

 

따라들 와요

 

엽문과 붙으러 갑니다!

 

아빠, 사람들이 몰려와요

 

어떻게 오셨는지?

 

- 도련님, 이자들이...
- 당신이 엽문이야?

 

- 난 김산조다 불산이 무술로...
- 알만하오

 

나와 겨루려고 모두 몰고 왔소?

 

그렇다

 

실력을 보여주고 도장을 열 거다

 

도장을 열려면...

 

대련할 게 아니라 장소를 골라야죠

 

돌아가시오

 

준을 안채로 데려가세요

 

엽문!

 

핑계대지 마

 

내가 두려운가?

 

여기가 도장으로 보여요?

 

싸우고 싶음 딴 데 가서 싸워요

 

들었나?
난 싸울 뜻이 없네

 

당장 나가게

 

영춘권 창시자가 여자라던데
자네한테 딱 이겠어

 

엽문, 아내가 두렵나?

 

아내를 두려워하는 남자는 없소

 

존중하는 남자만 있을 뿐!

 

부인, 살살할 테니 걱정 마쇼

 

남편이 걱정되면 한 손만 써주지

 

아예 뒷짐지고 싸워줄까?

 

- 엽 사부님, 붙어요
- 콧대를 꺾어놔요

 

실망스러워서

 

- 젠장 무늬만 무인이지 형편없어!
- 닥쳐요

 

살림 부수지 마요

 

저리들 비켜라
파렴치한 놈들

 

마침 잘 왔소

 

집안이 협소하니
모두 내보내주게

 

문도 닫아주고

 

반드시 이기시오

 

모두 내보내
어서!

 

- 난 있으면 안 될까요?
- 나가요

 

전부 나가요!
빨리, 빨리!

 

영춘권, 엽문!

 

사내놈이 계집애 무술로
어떻게 싸울는지!

 

훌륭한 쿵푸는 나이나 성별이 아닌
겨루는 실력에 있는 법

 

물어준다!

 

좋소

 

물어준다!

 

아빠, 엄마가 살림 다 깨기 전에
빨리 끝내래요

 

오냐!

 

요망한 놈

 

말이 심하시군

 

형님...

 

형님...

 

김 사부, 괜찮소?

 

끄떡없어!

 

어떻소?

 

내 쿵푸가 쓸만하오?

 

인정하지

 

내 북파권이 남파권에 졌다

 

천만에, 문파의 차이가 아니라
문제는 당신이요

 

누가 이겼어?

 

면상을 봐

 

깨졌다고 써 있네

 

- 꺼져라
- 고향으로 가라

 

불산엔 얼씬도 마!

 

- 엽 사부!
- 잘 싸웠네

 

덕분에 우리 체면이 살았소

 

운이 좋았을 뿐이요

 

겸손은! 엽 사부는
광둥의 보배요

 

감사하오

 

물 건너온 꽃이에요

 

- 부인 드리세요
- 고맙소

 

- 얼마요?
- 그냥 가져가요

 

불산의 명예를 지켜줬잖아요

 

- 그럴 순 없죠
- 저희 성의예요

 

다음엔 받아요

 

그럴게요

 

과일 몇 개 쌌어

 

- 이러지 마세요
- 아들 주게

 

- 잘 먹을게요
- 또 와요

 

왔니?

 

- 받아
- 인사해야지

 

- 감사합니다
- 뭘

 

- 엽 사부, 왔나!
-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그거 좋아 보이네요

 

- 우리 가게 최상품일세
- 그래요?

 

- 엽 사부 집에 두면 나야 영광이지
- 고마워요

 

웬 사람들이지?

 

아저씨! 아줌마!

 

섭섭하군

 

도장 열 생각이면
내겐 귀띔했어야지

 

누가 그런 소릴 해?

 

불산 사람들 다 알아

 

당사자인 나만 모르는군

 

이리주세요

 

엽 사부님
제자로 받아주십쇼

 

사부님! 부인!

 

- 안녕!
- 자네가 벌인 일이로군

 

알아서 해결하게

 

가서 놀렴

 

첫 제자는 무조건 내 아들이야

 

또 시작이군
날 그렇게 모르나?

 

제자는 안 키워

 

조용!

 

내 지시를 따르도록!

 

따라 외쳐라

 

엽 사부! 엽 사부!

 

엽 사부! 엽 사부!

 

1937년 7월 7일 중일전쟁 발발

 

일본 침략으로 피폐해진
중국 전역은 기아에 허덕였다

 

1938년 10월 불산을 점령한
일본군은 공장과 가옥들을 파괴했다

 

인구는 3십만에서 5만명으로 줄었고
몇몇 공장만이 겨우 가동됐다

 

엽문의 집은 징발 돼
일본군 본부로 쓰였으며

 

그의 가족은 궁핍하게 살아갔다

 

여보, 잠시 나갔다 올게

 

잠깐만요

 

날이 쌀쌀해요
든든히 입어요

 

빨랑!
난 이쪽, 넌 저쪽

 

준아, 사람을 다치게 해선 안돼

 

엽 사부님, 더 담았어요

 

고맙네

 

밀지 말고 줄 서요

 

밀지 마요!
한 사람 씩 차례로

 

새치기 마요!

 

낡긴 했어도 잘 돌아가

 

아직 어수선한데
왜 다시 돌아왔나?

 

공장 식구들이 눈에 밟혀서

 

전 재산을 투자한 곳이고

 

아직 빚은 못 갚아

 

신경 쓰지 마
난 잊었어

 

좋아
투자한 셈 쳐

 

어디 보자...

 

10프로는 되겠군

 

됐다니까

 

자네도 주인이니 와서 도와

 

- 엽 아저씨
- 광요

 

도와주시게요?
잘 됐어요

 

아저씨가 오면 다들 힘 날걸요

 

영춘권도 보고 싶구요

 

점심시간이니 밥 먹고 가게

 

네, 같이 드세요

 

아냐, 볼일이 있어
다음에 가보겠네

 

아버지, 더 붙잡지 않으시구요

 

대쪽 같은 성품을 아니까

 

아빠, 전엔 맨날 무술 연습해놓고
요샌 왜 안 해요?

 

금방 배가 꺼져서
안 움직이려고

 

그럼 나도 안 놀아야지!

 

오늘만 놀지 말고 어서 먹어

 

그래, 착하지

 

죽이 되군

 

먹고 기운 좀 차려

 

뜨거워 조심해

 

쌀이 얼마나 남았어요?

 

걱정 마

 

더 내다 팔 물건도 없는데...

 

힘센 남편 뒀다 뭐해?

 

내가 벌게
안 굶어 죽어

 

당신이 일을요?

 

시절이 바꿨으니 필요하면 해야지

 

나라고 못할까

 

사람 쓸 여유가 없군

 

딴 데 가보게
미안하네

 

혹시 사람 필요하신지?

 

- 아니
- 알겠습니다

 

저요, 저요!

 

사장님, 여기요!

 

너, 너, 너 올라와

 

저도 뽑아주세요

 

여기요

 

엽 사부, 일 필요한가?

 

- 올라오게
- 고마워요

 

엽 사형!

 

막노동하면서 옷이 그게 뭐예요?

 

석탄 나를 줄 알았나

 

엽 사부, 반갑군

 

안녕하세요

 

엽 사부, 반갑네

 

관장들이 꽤 많군 그래

 

사장이 전에 무술을 해서
무인들을 많이 써줘요

 

요즘도 수련해요?

 

그럴 시간 있으면 일을 더 하지

 

배불러서 다 못 먹겠어요

 

받아요

 

가족들은 어떻게 지내요?

 

잘 지내

 

동생은 찾았어?

 

어딜 떠도는지 깜깜 무소식이에요

 

살았는지 죽었는지
사과도 못했는데...

 

뭘 찾아?

 

철로 된 통이요

 

그게 뭔데?

 

일본군이 떴다

 

들어라 이분은
사토 대령님이다

 

중국 무술에 감탄하시어
무술로 유명한 불산에서

 

일본군과 대련할
중국무인을 찾으신다

 

누가 갈 텐가?

 

지원자 없나?

 

아무도 없어?

 

엽 사부님?

 

우리더러 일본놈 샌드백을 하라고?

 

딴 데 가서 알아봐

 

아둔하긴
이기면 쌀 한자루야

 

이기면 상으로 쌀이 지급된다

 

내가 가겠소

 

무치림, 쓸데없는 짓 마

 

- 나도 가겠소
- 나도

 

저들에게 빼앗긴
쌀을 되찾아올게요

 

그래야 공평하죠

 

그만두게

 

통이나 찾아줘요

 

무치림...

 

걱정 마요
가지

 

- 몸조심해
- 가서 줄 서

 

빨리, 빨리!

 

달리 시키실 일은?

 

- 없다, 가자
- 네!

 

류 사부님?

 

장군님!

 

감사합니다

 

놈들을 뭉개버려!

 

재미 삼아 한판 뛰어볼까?

 

장군님 상대가 못됩니다

 

일본 무술의 진수를 보여줘야지

 

나와 싸울 상대 3명을 뽑아라

 

저들이 져도 쌀은 준다

 

네!

 

내게 고마워해라

 

미우라 장군이 3명과 붙겠단다

 

이기든 지든 쌀은 지급돼

 

쌀은 필요 없소
놈들을 꺾고 싶을 뿐

 

- 지원자?
- 나요! 나요!

 

- 나요!
- 모두 조용!

 

무치림과 거기 둘, 나와

 

좋다!

 

피를 쏟잖아
포기해

 

- 우리가 졌소
- 장군님

 

저들이 졌답니다

 

죽고 싶어 환장했나?

 

또라이 새끼!

 

- 무치림, 괜찮아?
- 정신차려

 

무치림...

 

많이 피곤하죠?

 

겨우 석탄 나르는데 뭘

 

오늘 무치림을 만났어

 

그래요?
잘 지내요?

 

괜찮아 보여

 

다시 보게 될 줄이야

 

리 사부
홍 사부

 

- 엽 사부
- 무치림 봤어요?

 

- 아니, 못 봤는데
- 나도 못 봤소

 

우선 듭시다

 

어제 여러 명이 쌀을 타 갔다

 

장군이 흡족해했어
또 갈 사람?

 

지원자 없나?

 

이조...

 

무치림은 어디 있나?

 

- 지원자 없어?
- 무치림은 어딨냐니까?

 

몰라요

 

데려간 사람이 모르면 누가 아나?

 

아무도 없어?

 

- 이기면 쌀 한 자루다
- 내가 가지

 

- 엽 사부가 가면 나도!
- 나도!

 

일본 놈과 한판 붙어봐야지

 

- 또 시키실 일은?
- 없다, 가자!

 

감사합니다

 

3명과 한꺼번에 겨루고 싶소

 

3명과 붙고 싶답니다

 

내가 졌다, 졌어

 

왜 쐈지?

 

이조, 저들이 왜 쐈나?

 

저들이 왜 쐈냐구?

 

누구 맘대로 총을 쏘나?

 

놈이 진 주제에 쌀을 욕심 내서
따끔한 맛을 보여주려고

 

이곳은 무술 시합장이다

 

결코 총질은 용납 못해!

 

명심하겠습니다, 장군님

 

마음 푸십시오

 

곧 다음 대결을 준비하겠습니다

 

준비시켜

 

지원자 있나?

 

내가 나가지!

 

이조, 문 열게

 

- 사부님...
- 문 열어

 

무치림도 저렇게 죽었나?

 

문 열게

 

- 사부님...
- 어서 열어

 

열어주시죠

 

10명과 겨루겠다

 

미쳤어요
왜 이래요?

 

10명과 붙겠다!

 

10명과 대결하겠답니다

 

10명?

 

네!

 

어디 실력 한번 볼까?

 

5사단!

 

1반! 2반! 5반!

 

준비!

 

조심해요

 

물러서!

 

다시 와라

 

또 오랍니다

 

쌀을 받으러 온 게 아니오

 

다시 오겠답니다

 

이봐

 

이름이 뭐냐?

 

이름을 묻는데요

 

난 중국인이요

 

엽문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몸조심해요

 

미우라는 무서운 놈이에요

 

매국노!

 

내가 왜요?

 

저들 죽음이 내 탓인가?

 

난 통역만 했다구
나도 먹고 살아야죠

 

먹고 살려고?

 

동포가 죽어가는데
자존심도 없나?

 

그래, 없다!

 

당신이야 많겠지

 

배짱 있음 놈들한테 맞서!
백 명, 천명 죽여봐!

 

난 통역자야
매국노가 아냐

 

나도 중국인이라구!

 

나 왔어

 

- 아빠!
- 왔어요?

 

- 엄마 말 잘 들었니?
- 네

 

착하구나

 

힘들죠?

 

씻고 올게

 

당신은 좋은 사람이야

 

난 헛 살았어

 

너무도 무력해

 

무술 수련만 해온 내가...

 

뭘 하겠어?

 

이 세상에서 난...

 

하찮은 존재야

 

쓸모가 없어

 

세상일은 모르지만...

 

전 지금 아주 행복해요

 

당신과 준이만 곁에 있으면

 

두려울 게 없어요

 

다 견딜 수 있죠

 

우린 함께여서 다행이야

 

내려! 빨랑!

 

후딱 내려!

 

저쪽으로 가!

 

거기 서 있어!

 

사장이 누구냐?

 

나와!

 

나요

 

댁한테 훔친 물건을
되 팔건데 불만 없지?

 

돈이 없어요

 

아버지, 건드리지 마

 

영춘권?

 

- 영춘권이라면 이가 갈려!
- 그만둬!

 

돈 있어?

 

- 없소
- 이래도?

 

- 없소
- 나올 때까지 맞는다!

 

물건이 안 팔려서 정말 없어요

 

엽 아저씨!

 

빨리요, 저러다
아버지 맞아 죽어요

 

- 무슨 일이니?
- 아줌마

 

내가 가볼게

 

나 그렇게 꽉 막힌 놈 아냐

 

돈이 없다면 좋다

 

시간을 주지

 

물건은 잘 보관하마

 

엽 사부님

 

아버지, 괜찮으세요?

 

난 괜찮으니 복 어른께 가봐

 

뭐 도울 일 없나?

 

무술은 배워 어디 쓰나 했는데
오늘 보니 그게 아니군

 

자네한테 배워둘걸 그랬어

 

호신용으로 말이야

 

아저씨, 무술을 가르쳐주세요

 

또 당할 순 없어요

 

도와주세요

 

엽 사부, 자넨 고수잖나
가르쳐주게

 

- 부탁해요, 사부님
- 가르쳐주세요

 

난 장사꾼이야

 

사업 말곤 아는 게 없지

 

허나 자넨 저들을 도울 수 있잖나

 

호시절엔 상관없었지만

 

지금 같은 난세에도
고집을 부릴 텐가?

 

수업료가 꽤 비싼데
자네가 낼 거지?

 

또 빚진 거네

 

엽문 아저씨, 제가 첫 제자예요

 

아빠, 더 높이요!

 

더 높이? 간다!

 

엽문은 왜 안 오나?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가서 데려와

 

엽문이 사는 곳을 몰라서
찾기가 어렵습니다

 

불산이 커 봤자지!

 

어렵긴 뭐가 어려워?

 

불산은 꽤 큰 도시인데요

 

잘못했습니다

 

제발 그만!

 

정말 어디 있는지 몰라요

 

- 이런 쪼다를 봤나!
- 그만!

 

쪽발이 새끼!

 

가위 바위 보!

 

- 이겼다!
- 니들끼리 짰구나!

 

꼭꼭 숨어라!
10, 9, 8, 7

 

아들!

 

- 저기 숨어
- 3, 2, 1

 

눈 뜬다
누구부터 찾을까?

 

- 사부님
- 왜 왔나?

 

미우라가 데려오래요

 

돌아가게

 

못 가요

 

당신 뭐요?

 

대체 애한테
뭐 하는 짓이요?

 

제법 삼삼하군!

 

맙소사...

 

빨리 여길 떠야 해요

 

여보, 어서

 

이조

 

쓸모 없는 새끼!

 

엽문 하나 못 잡고 도망치게 해?

 

죄송합니다

 

사토 대령님도 놓쳤는데
제가 무슨 수로 엽문을 잡습니까?

 

- 봐주십쇼
- 닥쳐라!

 

쌀도 아까운 놈!

 

명령을 하달해라

 

엽문을 색출해낸다!

 

네!

 

누이!

 

형, 이거 먹어

 

사부님은요?

 

별탈 없어

 

사부님

 

들어오게

 

부인

 

이거 입으세요

 

지낼만 해요?

 

좋네

 

그럼 됐어요

 

식사 준비 되면 부르죠

 

이조

 

난 괜찮아요

 

뭐라 해야 할지

 

고맙네

 

뭘요

 

어서 불산을 떠야겠어

 

청천이 도와줄 거야

 

어디로요?

 

홍콩

 

전 어디든 상관없어요

 

홍콩에 친구들이 있어

 

내게 일이 생기면...

 

일이 생기다뇨?

 

그런 일 없을 거예요

 

힘들지?

 

놈들이다, 들어가

 

놈들이 왔어요!

 

돈은 마련됐겠지?

 

너희한테 줄 돈 없어

 

너 뭐랬냐?

 

인상 써도 겁 안나

 

짜식이 간땡이가 부었나

 

놀구들 있네

 

개기는 놈은 모조리 조져

 

멈춰요!

 

간땡이 부은 이유를 알겠군

 

믿는 구석이 있었어

 

도장도 못 열게 내쫓더니만

 

이젠 사업까지 초를 쳐?

 

내 숨통을 끊을 작정이야?

 

그럴 생각은 없네

 

엽문, 굶주림의 고통을 아나?

 

요즘 배불리 먹는 사람도 있나?

 

처음 불산에 온 날 다짐했다

 

다신 굶주리지 말자!

 

절대 배곯지 않겠다고!

 

쳐라!

 

덤벼!

 

왜 멀뚱히 서있어?
붙어!

 

덤비라구!

 

덤벼!

 

어떡해요?

 

가자!

 

사부님, 굉장하세요

 

사담원

 

거기 서

 

자네가 무슨 짓 하는진 아나?

 

강도질인지도 모를까봐!

 

동포의 등을 치는 짓이야

 

밟히느니 밟고 살겠어

 

전부 설설 기게 할 거야

 

- 형이 맡긴 거네
- 형 얘긴 하지도 마!

 

형이 죽은 건 아나?

 

일본인 손에 죽었어

 

형이 얼마나 애타게 찾았는지 몰라

 

삶은 스스로 만들어가는 거네

 

사부님, 놈이 미우라에게
고발했어요

 

공장에 오지 말아요

 

갈게요, 절대로 오면 안 돼요

 

- 뭘 꾸물대?
- 빨리 나와

 

엽문 어디 있나?

 

어디다 숨겼어?

 

절대 말하지 말아요

 

너, 이리 와

 

엽문 어디 있어?

 

말해, 말해!

 

제가 물을게요

 

- 조금만 참아요
- 비켜!

 

말해!
빨리 불어!

 

나 여깄소
내가 엽문이요

 

- 여기 왔어요
- 잠깐만요

 

진정들 하세요

 

저들은 잘못이 없다고 전해

 

- 풀어주라고 해
- 오지 말라니까 왜 왔어요?

 

이 새끼!

 

사토!

 

절 구타한 놈입니다

 

- 쏴 죽여야죠
- 내게 생각이 있다

 

- 이조
- 네

 

넌 일본군에게 반항한 순간부터
이미 죽은 목숨이었다

 

헌데 죽이기엔 무공이 아까워

 

천황께 충성할 기회를 주겠다

 

일본군에게 중국무술을 가르쳐라

 

그럼 목숨을 살려주지

 

일본군에게 쿵푸를 가르치랍니다

 

일본인은 가르칠 수 없다

 

실력이 보고 싶다면
당신은 상대해주지

 

생각해보겠답니다

 

그전에 장군님과
대결하고 싶답니다

 

끌고 와!

 

끌고 가!

 

청천, 가족들을 부탁해

 

엽 사부님...

 

정말 엽문과 대결하실 겁니까?

 

물론이다!

 

무술 고수잖나

 

하지만 우리 일본군을
가르칠 맘이 없는 놈입니다

 

대결을 청한 속셈이 따로 있어요

 

장군님, 대련하지 마십시오

 

제가 그냥 쏴버리겠습니다

 

엽문은

 

내게 도전해왔다

 

한 수 위라고 생각한 거지

 

도전을 거절하고

 

그를 쏴 죽이면

 

패배를 인정한 것과 뭐가 다른가?

 

중국인과의 대결은
장군님 개인의 명예가 아닌

 

일본제국 명예가 걸린 일입니다

 

내가 질 거란 얘긴가?

 

만일의 경우를 생각해...

 

난 기필코 이겨서
중국 전역에 승리를 알릴 거다

 

네, 알겠습니다

 

죽음을 자초 말고
일본군을 가르쳐라

 

뛰어난 무술이 아깝잖나

 

물론 일본무술보다
낫단 뜻은 아니다

 

시합은 공개적으로 하겠다

 

그래야 공정할 테니까

 

일본은 이 나라를 짓밟고 유린했소

 

위선 떨지 마시오

 

이만!

 

- 돌아갈래요
- 엄마 풀어줘요

 

엽문이 부탁한 일이에요

 

돌아가는 건 위험해요

 

일본인과 중국인이 대결한대

 

- 누가?
- 엽문

 

봐! 전부 막아놨어

 

전 그이가...

 

저만 바라봤으면 하는 맘에

 

무술 수련만 하면 불평을 했어요

 

대련을 할 때마다 늘 화를 냈죠

 

한번도 진심으로 남편을
응원한 적이 없어요

 

이번이...

 

마지막 대결일지 모르는데

 

아내로서 힘이 돼주고 싶어요

 

제게 기회를 주세요

 

제발이요

 

미우라 장군님은...

 

무예를 통해 중일 양국 간

 

친목을 다지고 문화와
지식을 교류하기 위해

 

공정한 대결을 준비하셨습니다

 

공정은 무슨 얼어 죽을!

 

앞잡이 새끼, 일본놈 손에 뒈져라

 

옳소

 

- 닥쳐
- 뒤로 물러서

 

엽 사부다!

 

미우라 장군님이 뭐랬어?

 

정정 당당히 붙어보자셨나?

 

깡그리 잊고 잘 들어라

 

만에 하나 네 놈이 이기면
내 총에 살아남지 못할 줄 알아!

 

- 통역해
- 네

 

시합에서 져줘요

 

아님 저자 손에 죽어요

 

목숨은 건지고 봐야죠

 

무술의 근간이 힘이라 하나
철학과 사상이 담긴 중국 무술은

 

무엇보다 인의를 중시한다

 

힘을 악용하여 남을
탄압하는 일본인들은 결코

 

중국 무술 정신을 깨달을 수 없으니
배울 자격 또한 없다

 

엽문! 엽문!

 

일본에 굴하지 않은 엽문의 신념은
중국인들을 하나로 뭉치게 했다

 

부상 당한 엽문은 청천의
도움으로 가족과 피신했다

 

1945년 8월 15일

 

일본 천왕의 무조건항복으로
8년간의 기나긴 전쟁은 끝이 났다

 

1949년 홍콩에 정착한 엽문은
구룡호텔 직원총회에서

 

첫 영춘권 수업을 열고
새 인생을 시작했다

 

1967년 엽문은
영춘권을 육성하고

 

널리 보급하려는 취지 하에
영춘권 협회를 설립했다

 

현재 영춘권은 세계적으로 성장해
엽문의 제자만 2만명에 달한다

 

전설의 액션스타 이소룡도
엽문의 제자 중 하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