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a.And.Fred.2014.1080p.BluRay.H264.AAC-RARBG-[Original]

난 모든 게 힘겨워요

 

〈셜리 맥클레인
크리스토퍼 플러머〉

 

엘사 앤 프레드

 

저기 좀 봐요

 

실비아

 

어머, 세상에

 

마르첼로, 이리 와요

 

어서요

 

〈감독 : 마이클 래드포드〉

 

실비아

 

〈달콤한 인생〉

 

그게 무슨 말이에요

 

지난주에
다 정리하셨어야죠

 

〈콘도 팝니다〉

 

우리 아버지가
오늘 이사 오신다고요

 

월요일은 안 된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제가 올라가서 뗄게요

 

거울은 조심해서 옮겨요!

 

집 판다는 현수막은
그만 떼주세요

 

3층 높이에 달렸는데
그걸 어떻게 떼요?

 

관리인이 할 일이잖아요

 

그건 위층으로 가져가요

 

타코, 여기
사다리 좀 가져와

 

나도 사다리까지
쓰기는 싫지만

 

이 여자 등쌀은
못 배겨내겠어

 

아르망드, 우리 앞집으로
이사 올 사람이에요?

 

다행히 저 여자가
오는 건 아니에요

 

자기는 근처 교외에 살고
여긴 아버지가 들어온대요

 

부인과 사별하고
자식들 가까이 오는 거죠

 

- 안됐네요
- 그렇죠

 

저기요!

 

할머니!

 

오셨군요

 

이리 들어와요

 

일을 시작하기 전에
작업복으로 갈아입으려면

 

저쪽 방을 쓰시면 돼요

 

이게 작업복이에요

 

그렇군요

 

그럼, 알았어요

 

우리 아버지가
곧 도착하실 거예요

 

뭐하러 이사를 하래
혼자 잘살고 있는데

 

장인어른을 위해서
집사람이 찾은 집이에요

 

걔가 뭘 알아?

 

나도 날 위한 게
뭔지 모르는데

 

- 딸이라고 알겠어
- 9달러 80센트입니다

 

10달러 있으세요?
전 큰돈밖에 없어서요

 

그렇겠지

 

장인어른

 

3D호예요

 

이게 뭐야!

 

마이클, 잘 봐
여기 두는 게 좋을까

 

아니면 여기가 더 나을까?

 

어때?

 

할머니는 젊었을 때도
늘 화난 표정이셨어요?

 

차가 왜 저래?

 

전화를 왜 그렇게 안 받아

 

- 어디 갔던 거야?
- 2시간을 설득했어

 

안 오시겠다고
한참을 버티셨어

 

- 내 차는 왜 저래?
-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딱 1시간
자리를 비운 동안

 

내 차가 어떻게 됐나 봐

 

당신 미쳤어?
그게 왜 당신 차야!

 

- 내 차도 되지
- 저기 봐

 

맙소사, 누가 저랬대

 

차를 완전히 부숴놨어

 

겨우 1시간도
차를 제대로 못 봐?

 

전 라번이에요
반가워요

 

그런데 누구시죠?

 

지나가던 차가 그랬나 봐

 

주황색 차를 탄
할머니였어요

 

- 뭐라고?
- 어떤 할머니 말이야?

 

저 여자는 누구냐?

 

라번이라고 해요

 

여기서 찾았는데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여기서 찾았다니

 

전에 살던 사람들이
놓고 가기라도 했어?

 

이 근처에서 찾았다고요
가까이 살거든요

 

그럼 자기 집으로
가면 되겠구나

 

하지만 가끔 돌아와서
말동무가 돼 드릴 거예요

 

다시 올 거라고?
무슨 방문 간병인이야?

 

비하하는 건 아니에요

 

설마 날 치매 걸린
노인네 취급하는 거냐?

 

난 혼자서도
얼마든지 잘 지내는데

 

생판 모르는 사람을
집에 들일 순 없어

 

하지만 혼자 못하시는
일도 있잖아요

 

걱정돼서 그래요

 

너 걱정하지 말라고
내가 불편해야겠니?

 

그쪽한테 유감은 없어요

 

저 여자가 여길 제집처럼
돌아다니게 할 순 없어

 

알았어요

 

그럼 보낼게요

 

대신 아빠가 말하세요

 

그러지 뭐

 

저기, 잠깐만요
할 말이 있어요

 

원래 하던 일도 그만뒀어요

 

저보고 어쩌라고요?

 

그게 아니라
나는 그저...

 

아니에요

 

혹시 늦는 건 아니죠?

 

아니야, 가고 있어

 

엄마랑 같이 가려고
회의까지 미뤘다고요

 

우리 착한 아들
뭐하러 그렇게까지 해

 

혼자 가도 된다니까
이젠 아주 익숙해

 

그쪽에서도 내가 가면
다 알아서 해줘

 

걱정되니까 그렇죠

 

무슨 일이 생겨서
네가 필요해지면 전화하마

 

책은 내가 정리할 테니
그냥 놔두게

 

그러다 결국 제가 하겠죠

 

하나만 확실히 해두지

 

내 일에 간섭 안 하면
나도 잔소리는 안 할게

 

저야 좋죠

 

근데 간섭을 안 하는 게
무슨 뜻이죠?

 

이 집에서 계속 일하려면
내 딸이 시킨 일은 무시해

 

선생님을 돌보는 게
제 일인데요

 

요리랑 청소는 해도 돼

 

난 그런 데 취미 없으니까

 

다른 건 또 뭘 시키던가?

 

아침저녁으로
산책시켜 드리래요

 

내가 강아지도 아니고
그런 건 안 해

 

- 또 있어요
- 뭔데?

 

매일 속옷을 갈아입는지
확인하는 거요

 

- 자네도 자식이 있나?
- 네

 

딸이에요

 

피츠버그에 있는
동생이 돌봐주고 있죠

 

지금은 안경이 없어서
아무것도 안 보여

 

애 어릴 때
실컷 같이 놀아둬

 

커서 멍청한 놈한테
시집가버리기 전에

 

그건 절대 만지지 마

 

아빠!

 

저 왔어요

 

피자 사 왔어요

 

내일부터는
당신이 장도 봐야 해요

 

공원은 꼭 나가보세요

 

정말 예쁘더라고요

 

기분은 어떠세요?

 

난 아무렇지도 않아
아주 완벽한 상태지

 

네가 걱정할까 봐
그냥 먼저 전화한 거야

 

엄마가 없으면
심심해서 어떻게 살래?

 

고맙다

 

-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 반갑습니다
- 반가워요

 

마이클, 어서 와

 

엄마
드릴 말씀이 있어요

 

그래, 들어가서
천천히 얘기하자

 

오늘 은행 잔고를 보니까
현금을 인출하셨던데

 

무슨 일이 있으셨어요?

 

집안이 좀 쌀쌀하지?

 

말 돌리지 마세요

 

어디에 쓰셨는지
궁금해서 그래요

 

생활비로 쓴 거지
내가 돈 쓸 일이 뭐가 있니

 

2천 달러를요?

 

카드 돌려줄까?

 

그런 말이 아니잖아요

 

무슨 일로 쓰셨는지
알고 싶은 거예요

 

너 저녁 먹고 갈래?
네가 먹는다고 하면...

 

대답해주세요

 

- 뭘?
- 또 알렉을 도와줬어요?

 

아니, 알렉이 뭘 어쨌다고

 

네 동생이잖아

 

왜 항상 동생 탓만 하니

 

누가 왔나 보구나

 

경찰에 신고할 거예요

 

차를 부순 것도 모자라서
미성년자를 협박해요?

 

그건 엄연한 범죄예요

 

이렇게 생긴 미성년자는
내 평생 처음 보는데요

 

- 무슨 일이에요?
- 미친 여자 같아

 

난 미치지 않았거든요

 

오늘 오후에...
이분 아드님이세요?

 

- 그렇습니다
- 아니요

 

아까 오후에 어머님이
우리 차를 들이받았는데

 

메모도 안 남기고
줄행랑을 치셨어요

 

저건 말도 안 돼
난 그런 적 없어

 

그러세요?

 

주황색 차를 운전하시죠?

 

- 아니요
- 엄마

 

우리 아들이 다 봤어요

 

그렇게 애를 겁주지 마요

 

그만 진정하시죠

 

어머니는 연세가 많으세요

 

차량 보험 정보를
건네주시면 진정할게요

 

그러죠, 어서 가서
보험증 가져오세요

 

- 그건 안 돼
- 왜요?

 

보험료를 안 냈거든

 

미치겠네

 

보험도 없이
운전을 하고 다녔어요?

 

그러다 사고로
누가 죽으면 어쩌려고요

 

난 아무도 안 죽였어요

 

전조등만 깨졌잖아요

 

양쪽 전조등이랑
펜더가 다 나갔어요

 

알았으니까 견적을 받고
저한테 연락주세요

 

- 그러죠
- 이제 됐죠?

 

운전을 똑바로 해야지

 

엄마

 

그깟 전조등이 무슨...

 

어머니 연세가 많으시다고?

 

어떻게 남들한테
그런 말을 하니

 

저는 그냥...

 

애초에 차를 바짝 붙여서
주차한 그 여자 잘못이지

 

내 나이가 무슨 잘못이야

 

내가 스무 살이었어도
그런 차는 박을 수밖에 없어

 

저 여자한테 전화가 오면
견적이 얼만지 말씀드릴게요

 

수표를 드리고 갈 테니
금액을 써서 전해주세요

 

어디 사는지도 몰라

 

이웃 사람 아니에요?

 

저 여자 아버지가 이웃이야

 

그럼 그 아버지한테 주세요

 

어떤 사람인데요?

 

나도 본 적이 없어서 몰라

 

여보세요

 

세 번이나 전화했는데
왜 이제야 받으세요?

 

네 전화인 줄 알았으니까

 

고맙네요
몸은 좀 어떠세요?

 

아주 좋아

 

이웃 분의 따님이
차 견적을 알려줬어요

 

1,500달러래요

 

1,500달러?

 

내가 얘기 좀 해봐야겠다

 

아니에요

 

그냥 수표를 주고
깔끔하게 끝내요

 

그리고 이번 일요일 말고

 

다음 일요일이
칼라 생일이에요

 

미리 알려드릴게요

 

내가 손녀딸 생일도
기억 못 할 것 같니?

 

- 작년엔 모르셨잖아요
- 그땐 여행 중이었어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중요한 일이 있었지

 

다다음 일요일이에요

 

9시에 데리러 갈게요
달력에 적어두세요

 

기업의 규모는 거대해졌죠

 

유럽의 경제 상황에 관한
수상님의 견해는 잘 들었습니다

 

세계적인 경제 위기로
퍼지게 놔둘 수 없다는 건

 

저도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안녕하세요

 

프레드 씨, 손님 오셨어요

 

안녕하세요

 

네, 누구시죠?

 

전 엘사예요

 

엘사 헤이즈라고
앞집인 A호에 살아요

 

- 전 프레드 바크로프트예요
- 아, 네

 

소리 좀 줄여주실래요?

 

그래서 헤이 부인
무슨 일로 오셨죠?

 

- 헤이즈요
- 네

 

따님한테 줄 수표예요

 

전 엘사라고 불러주세요

 

- 아, 차량 수리비군요
- 맞아요

 

그런데 1,500달러라니
너무 과하지 않나요?

 

무슨 말씀이시죠?

 

전조등 두 개가
1,500달러나 하진 않죠

 

이 돈이면 우리 손주들을
한두 달은 먹이고도 남아요

 

아빠 혼자 직업도 없이
애 다섯을 키우죠

 

따님이 죽었나요?

 

아니요, 며느리가요

 

예쁜 아이였는데
젊은 나이에 안됐죠

 

제가 연금을 받아서
그럭저럭 돕고는 있지만

 

막내 손녀인 에이프릴은

 

갓난아기 때 뇌막염에 걸려서
평생 걸을 수도 없어요

 

그것 참 안 됐네요
전 전혀 몰랐어요

 

모르시는 게 당연하죠

 

부인의 사진인가요?

 

 

정말 미인이시네요

 

사별하셨다고
들었는데 맞나요?

 

그래요

 

저도 사별했어요
벌써 27년 됐죠

 

그쪽은요?

 

7개월이요

 

첫해가 제일 힘들죠

 

그래도 이겨낼 수 있어요

 

난 아무렇지도 않아요
우린 서로 증오했죠

 

그럼...

 

뭐든 도움이 필요하면
저한테 부탁하세요

 

바로 앞집이니까요

 

난 돈 받고 일하는
도우미도 있어요

 

도와줄 거 없단 말만
줄기차게 듣고 있지만요

 

필요한 게 없진 않을 걸요

 

누구든 도움은 필요해요

 

알았어요

 

전 에이프릴을
병원에 데려가야 해서 이만

 

맙소사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오겠네

 

저기요

 

이거 돌려드리래요

 

여유가 생기면
그때 갚으시라며

 

자동차보다
손녀가 더 중요하대요

 

어머나

 

고맙긴 하지만
이걸 받을 순 없죠

 

저라면 마음 변하기 전에
얼른 챙기겠어요

 

그렇죠

 

천사의 날개를 단
곰이었잖아

 

속살이 부드러운
선인장이야

 

판다처럼 마음 여린
고슴도치라고 할 수 있지

 

시장에 다녀올게요
뭐 필요한 거 있으세요?

 

30살 젊어지는 약이랑
전립선이 땅콩만 해지는 약

 

잘 다녀와

 

한번 알아볼게요
혹시 팔지도 모르죠

 

〈식료품점〉

 

불쌍한 영감님이
많이 아픈가 봐요

 

아뇨, 안 아파요

 

그런데 왜 종일
침대에 있어요?

 

글쎄요
피곤하신가 봐요

 

그래도 뭔가
조치를 취해야죠

 

마냥 집안에 있게
놔두면 안 돼요

 

저도 시도는 해봤지만
워낙 고집불통이세요

 

고집이 세요?

 

그럼 힘들긴 하죠

 

앞집 할머니가
수표 주고 갔어요?

 

아니

 

아들이랑 통화했는데

 

현금으로 줬어

 

그거 신기하네요

 

그 할머니가 순순히
돈을 내놓을 줄 몰랐는데

 

네가 잘못 본 거지

 

세어 봐

 

그래서 또 오늘은
무슨 부탁을 하려고

 

이렇게 둘 다
차려입고 나타난 거지?

 

어떻게 지내시나
보러 온 거예요

 

라번이랑 지내는 건
어떤지도 궁금하고요

 

그걸 물어보려고
여기까지 왔다고?

 

그냥 전화를 걸어서
라번이랑은 어떠냐고 하면

 

잘 지낸다고 했을 텐데

 

- 아버지도 참
- 잭

 

왜 날 아버지라고 하지?

 

아무리 아둔해도 그렇지
벌써 15년이 지났는데

 

아버지랑 장인어른도
아직 구분을 못 하나?

 

아빠, 그만해요

 

우리가 구상 중인
사업이 하나 있어요

 

내가 설명해 드릴게

 

아주 큰 창고를
한 번 상상해보세요

 

새로운 특허품이
가득 차있는 창고예요

 

신사숙녀 여러분

 

절대 잃어버리지 않는
안경을 소개해드리죠

 

건망증도 두렵지 않아요

 

게다가

 

튼튼하기도 해요

 

이 리모컨만 있으면

 

바로 찾을 수 있죠

 

그걸 잃어버릴
경우를 대비해서

 

리모컨을 찾는
리모컨도 있나?

 

좋은 질문이에요
이 줄에 리모컨을 달아서

 

간편하게 목에 걸면
어디든 가져갈 수 있죠

 

안경 줄을 달아서 목에 걸면
중간 과정이 생략되잖아

 

아빠, 이걸 사업화하려면
투자금이 필요해요

 

일은 저희가 할 테니까

 

연말까지 두둑한 배당금만
기다리시면 돼요

 

얼마가 필요한데?

 

6만 달러 정도요

 

따라가서 얘기 좀 해봐

 

- 아빠, 손이 아프세요?
- 아니다

 

난 한 번도 아빠한테
뭘 부탁한 적 없었죠

 

나도 안다

 

네 남편을 위한 거겠지

 

좌골신경통같이
사랑스러운 인간이잖니

 

전 저 사람을 사랑해요

 

정말 불가사의한 일이구나

 

이해 못 하시겠지만

 

저 사람이랑 있으면
세상에 두려울 게 없어요

 

저 녀석이랑 있는 건
그 자체가 두려운 일이야

 

아주 추잡한 놈이거든

 

우리만 잘살자고
이러는 게 아니에요

 

마이클의 미래도
걸려있는 일이라고요

 

알았으니까 그만해
생각해볼 테니까

 

고마워요

 

그런데 사실은
6만 달러가 아니라

 

9만 달러예요

 

넌 또 왜 왔어?

 

누가 문 열어줬지?

 

엄마가 열쇠를 줬어요

 

그렇겠지, 아무나 마음대로
들락거리는 곳이니까

 

항구처럼 말이다

 

죄송해요

 

아니야, 넌 괜찮아

 

얼마든지 놀다 가

 

이런, 암내가 고약하구나

 

이 냄새요?
저도 이제 다 컸거든요

 

할아버지
엄마가 부탁했는데...

 

날 데리고 나가서
걸으라는 거면 됐다

 

- 멋진 공원도 있어요
- 멋진 공원이라니

 

왜 다들
공원 타령이야?

 

공원 따위가
뭐 그렇게 대단하다고

 

멍하니 공원 벤치에
앉아있으라고?

 

넌 착하고 똑똑하니까
무슨 말인지 알겠지?

 

네 할아버지는
밖에 나가기 싫단다

 

집에 있고 싶어

 

그러실 줄 알고
대안을 준비해왔죠

 

엄마, 우리 화가들은
후원자가 없으면

 

허수아비에 불과해요

 

세바스찬이 네가 원하면
언제든 전시회를 열어준다잖아

 

그러다가 정작 부탁하면
돈부터 내라고 한다니까요

 

- 얼마나 달라는데?
- 엄청나게요

 

게다가 공동 전시회만
가능하다니 다 소용없어요

 

늘 돈이 문제지

 

그래서 얼만지
정확히 얘기해봐

 

선불로 1,500달러요

 

- 누구예요?
- FBI지

 

레이먼드, 웬일이냐?

 

수표는 주셨어요?

 

그 집에 갔는데
아무도 없더라고

 

엄마, 어디에요?

 

미술관이야

 

지금은 전화하기 곤란해

 

어떤 남자가
날 노려보고 있거든

 

- 엄마?
- 끊는다

 

이러다 나한테
감시 요원까지 붙이겠다

 

계산서 달라고 할게요

 

엄마가 내는 거죠?
난 한 푼도 없어요

 

이런!

 

헤이즈 부인!
문 열어보세요

 

나 좀 도와줘요

 

- 잠시만요
- 헤이즈 부인

 

- 부인, 나와보세요
- 금방 가요

 

늦은 시간에 죄송하지만
지금 큰일 났어요

 

- 귀찮게 해서 미안해요
- 지금 나가요

 

집이 난리가 나서
다 망가지게 생겼어요

 

- 불이라도 났나요?
- 수도관이 터졌어요

 

- 헤이즈 부인, 이걸 어쩌죠?
- 엘사예요

 

제발 도와주세요

 

관리인도 퇴근했고
아무도 없어요

 

라번은 피츠버그에 갔고요

 

물 한 잔 마시려고
수도꼭지를 돌렸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건지
물이 멈추질 않아요

 

수도관 자체를
잠가야겠네요

 

- 밸브가 어디 있죠?
- 나도 몰라요

 

수도관 밸브가
어디 있는지도 몰라요?

 

내가 찾아볼게요

 

잠깐만요

 

잠글게요

 

드디어 멈췄군요

 

저절로 멈춘 게 아니라
내가 잠근 거예요

 

이러다 폐렴 걸리겠어요

 

괜찮아요

 

- 저 좀 일으켜줘요
- 싫어요

 

- 어서 도와줘요
- 못 해요

 

의사가 힘쓰지 말랬어요

 

- 그냥 좀 잡아줘요
- 알았어요

 

기다려 봐요
제가 일어날게요

 

됐어요

 

일어나 봐요

 

- 도와줘요
- 뭐라고요?

 

부인은 허파에
바람이 들었군요

 

프레드!

 

여기 있어요

 

당신은 왜 항상
침대에 누워있어요?

 

그럼 당신은 왜
항상 서 있죠?

 

여행이라도 가게요?

 

그런 얘기라면 그만하죠

 

다 소용없으니까

 

난 피곤해서
누워있는 거예요

 

알았어요

 

맛있겠네요

 

내가 예전에는
식당을 운영했거든요

 

그래요?

 

이거 크림소스예요?

 

아니요, 영양학적으로
균형 잡힌 건강식이에요

 

전 영양사로도 일했었죠

 

도대체 직업이
몇 개나 됐던 거요?

 

당신도 알겠지만
인생은 길어요

 

그렇게 오래 사는 동안
이것저것 하다 보면

 

열심히 일할 때는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어느 날 뒤돌아보면
꽤 많은 일을 한 걸 깨닫죠

 

전부 기억할 수도 없어요

 

난 다 기억해요

 

집에서 회사
회사에서 집이었죠

 

저건 뭐예요?

 

내 첫 인생이었죠

 

금방 끝났지만요

 

난 클래식 기타를 연주했었고
앞날이 창창했죠

 

그런데 집을 고치려고
가정용 전동 톱을 쓰다가

 

톱이 손에서 미끄러졌죠

 

그래서 힘줄이 끊어졌어요

 

저런, 가슴 아픈 일이네요

 

연주자한테는
손이 생명인데 말이죠

 

멋진 주법이네요

 

날 위해서
한 곡만 연주해줘요

 

난 예전에
음악 교사로도 일해서

 

손 모양만 보면
실력을 알 수 있어요

 

꺼내지 말고 놔둬요
그건 그냥 장식용이에요

 

버릴 용기가 없어서
끌어안고 있는 거죠

 

이젠 연주 실력도
형편없어졌고요

 

난 그저 재밌자는 거예요

 

기타 치고 노래하면서요

 

실력 같은 건
그저 그래도 상관없어요

 

절대 안 돼요

 

내 사전에
그저 그런 건 없어요

 

평생 완벽을 추구했죠

 

이제 늙으니
모든 게 그저 그래서

 

그 꼴을 보느니
차라리 누워있는 거예요

 

그저 그런 결과를 내느라
힘 낭비하기 싫으니까요

 

산책하고 대화하고
생각하는 것 전부요

 

날이 갈수록 나빠지죠
이제 그만 나가줘요

 

저녁은 잘 먹었어요

 

도와준 것도 고맙고요

 

이제 좀 쉬어야겠어요
편안하게요

 

죽은 사람들이나
편히 쉬는 거예요

 

산송장이 뭔지 알아요?
알겠죠

 

내가 그 보기 힘든
산송장이에요

 

살아있는 것 같지만
사실 이미 죽었어요

 

세정기를 설치하지 않아서
배관이 터진 거예요

 

역시 아르망드가 최고예요

 

당신이 없으면
아파트가 안 돌아가죠

 

문은 열어놓고 갈게요

 

다시 문 열어주러
일어나실 필요 없게요

 

프레드

 

프레드

 

프레드?

 

- 문이 열려있어서요
- 네

 

당신 장례식에 참석하러 왔는데
오늘은 팔팔해 보이네요

 

그래요
최근 들어 가장 활발하죠

 

고마워요

 

뭐가요?

 

앉으라고 해줘서요
속마음을 읽었어요

 

앉아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대요?

 

별거 없어요
다 헛소리죠

 

그런데 신문은
뭐하러 읽어요?

 

부고란을 보는 거예요

 

친구들 소식을 찾는 거죠

 

프레드

 

왜 다른 사람인 것처럼
연기하는 거예요?

 

이게 내 모습이에요

 

나한테서 다른 모습을 보는
당신이 이상한 거죠

 

하지만 난 보여요

 

어젯밤에 나한테
최고의 선물을 줬잖아요

 

배고픈 손주들이랑
아픈 아기 얘기를 들으면

 

바윗덩어리도
마음이 움직일 걸요

 

그걸 말하는 게 아니에요

 

물론 그것도
멋진 선물이었죠

 

고맙소

 

내 도움을 구한 일을
말하는 거예요

 

도와달라고 하는 건

 

자신의 약함과
무능함을 드러내는 거고

 

벌거벗은 채
남 앞에 서는 거죠

 

당신은 내 앞에서
옷을 벗었어요

 

도움을 받는다는 건
소중한 일이에요

 

당신이 나한테 왔잖아요

 

진짜 인생을
찾아가는 길은 멀어요

 

누가 그래요?
간디가 그럽디까?

 

테레사 수녀나
록키 발보아가 그래요?

 

- 내가 한 말이에요
- 다녀왔어요

 

여기 멜론 사 왔어요

 

전립선 코너에 갔는데
땅콩 크기는 없대요

 

안녕하세요

 

한마디만 하죠

 

- 헤이즈 부인
- 엘사예요

 

난 물에 빠져 죽을까 봐
도와달라고 한 거예요

 

그걸 왜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신이 한 말은
생전 처음 듣는 말이라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나한테 뭘 원하는 거죠?

 

나랑 같이 첫걸음을 떼봐요

 

인생으로 가는 길을
내가 안내해줘도 될까요?

 

당신이 그러고 싶다면요

 

걸음마처럼 배우면 돼요

 

한 번에 한 걸음씩이요

 

하나, 둘, 셋

 

아기처럼요

 

〈댄스 강습〉

 

안녕하세요

 

댄스 강습에 대해서
좀 물어봐도 될까요?

 

- 그럼요
- 고마워요

 

본인이 하시게요?

 

아니면 누구겠어요

 

- 잠시만 기다리세요
- 고마워요

 

- 우리 나이 제한 있어요?
- 공식적으론 없어

 

춤추다가 쓰러져서
장례 치를 일 있나

 

정원 다 찼다고 해

 

죄송하지만
저희는 커플만 받아요

 

커플이요?

 

저 여자는 혼잔데요
나처럼요

 

그런 식으로
사람 차별하면 안 되죠

 

왠 줄 알아요?

 

그 앵두 같은 입술이
나처럼 쭈글쭈글해지고

 

지금도 별 볼 일 없는
그 빈약한 가슴이

 

나무에서 떨어진 과일처럼
축 처지게 되면

 

그땐 아가씨도 댄스 강습을
받고 싶어도 못 받겠죠

 

안녕하세요

 

프레드 있나요?

 

네, 절대 집 밖으로
안 나가는 분인 걸요

 

집 좋네요

 

그런데 어디 있죠?

 

은신처에 숨어 계세요

 

HTC가 오늘 대만에서 신제품을 소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새로운 주력 모델로서...

 

TV 앞에 앉아서
뭐 하고 있어?

 

- 날씨가 이렇게 좋은데
- 무슨 짓이야

 

같이 밖에 나갈
예쁜 여성분도 있잖아

 

전 예쁘지는 않지만
산책하러 갈 순 있어요

 

난 너무 피곤해서 안 돼

 

신선한 공기를 쐐야지

 

은퇴한 노인 같은 생활을
이 집에서도 이어가려고?

 

주소만 바뀌었지
내 몸은 그대로야

 

자넨 머리통을 바꿔야 해

 

햄버거 냄새가 나네

 

- 난 안 나는데
- 자넨 익숙해서 몰라

 

심지어 옷도
맥도날드처럼 입었잖아

 

색깔 있는 셔츠를
입는 게 뭐 어때서?

 

우리 나이에는
안 어울리는 셔츠야

 

자네 주치의로서 말하는데

 

침대에 누워있을수록
더 피곤해질 뿐이야

 

이 동네에는
멋진 공원도 있으니까

 

- 한번 나가보라고
- 그만 좀 해

 

난 괜찮으니까
신경 쓰지 말라고

 

피곤하게 있도록
제발 그냥 놔둬

 

부탁이야

 

라번

 

나갔다 올게

 

프레드

 

어서 들어와요
첫걸음을 떼었네요

 

내 젊을 때 사진이에요

 

50년 전에 날 봤으면
바로 믿었을 걸요

 

우린 정말 비슷했어요

 

둘 다 연한 금발이라
다들 헷갈려 했죠

 

물론 우리 남편은
기분 나빠 했어요

 

지금도 남편의
예전 사진을 보면...

 

- 여기 앉아요
- 고마워요

 

23년 전인데도
그이 얼굴이 가물가물해요

 

전엔 27년 됐다고
하지 않았어요?

 

결혼하기 전에 사귄
4년까지 포함하면

 

27년이 되죠

 

그러니 23년이나
27년이나 그게 그거예요

 

- 앉으세요
- 고마워요

 

트레비 분수에 있는
아니타한테 반하셨나 봐요

 

아니타가 누군데요?

 

영화 속 캐릭터예요
아니면 배우 이름이에요?

 

아니타 에크베르그는
여배우 이름이에요

 

'달콤한 인생'에 출연했죠

 

마르첼로가 상대역인
펠리니의 영화요

 

들어본 것 같은데
기억은 안 나네요

 

세기의 명작이에요

 

트레비 분수에 가는 게
제 평생의 꿈이었죠

 

남편은 반대했지만요

 

내가 아무리 졸라도
늘 바쁘다고만 했어요

 

그 분수에서 아니타와
마르첼로가 돼 보는 게

 

내 소원이었어요

 

하지만 내 인생에
그런 복은 없나 봐요

 

설마 피카소도
모르는 건 아니겠죠?

 

- 의상 디자이너요?
- 아니요, 화가예요

 

나도 아는데
장난 좀 쳐봤어요

 

그 사람이
내 초상화를 그려줬어요

 

- 설마요?
- 정말이에요

 

난 아직 어릴 때였고
그 사람은 중년이었지만

 

우린 플라토닉한
사랑을 나눴어요

 

하지만 열정적이었죠

 

잘 이해가 안 가는데
좀 풀어서 설명해봐요

 

우리 둘 사이에
뜨거운 교류가 있었다고요

 

하지만 아무 일도 없었어요
그런 쪽으로는요

 

어느 날 갑자기
종이를 꺼내 들더니

 

내 초상화를 그렸어요

 

그리고 이런 말을 했죠

 

아직도 어제처럼
생생히 기억나요

 

'같이 자는 것보다 황홀해'

 

난 정말 그렇다고 했죠

 

아직 갖고 있어요?

 

네, 금고 안에 있어요

 

그런데 열쇠가
어디 있는지 몰라서요

 

나중에 보여줄게요

 

이렇게 듣고 보니
참 화려한 삶을 사셨네요

 

미인은 뭐든 원하는 대로
가질 수 있으니까요

 

그건 내가 아니니까
착각하지 마요

 

나도 알아요
별로 안 닮았어요

 

내 말을 못 믿겠다면
예전 사진을 보여줄게요

 

당신 말을 믿어요
그냥 다르다는 거예요

 

그럼 당신은
어떤 인생을 살았죠?

 

통신사에서 40년을 근무했고
끔찍했던 결혼생활과

 

가끔은 예쁘지만
늘 징징대는 딸과

 

친구 한두 명이
팔십 평생 얻은 전부죠

 

80살이세요?
그럼 저보다 오빠네요

 

정말이요?

 

그렇게 놀랐다는 듯이
말하면 어떡해요

 

난 74살이에요
제가 연하였네요

 

지금까지 80년이나 살면서
얼마나 웃어봤어요?

 

거의 안 웃었죠

 

저랑 같이 놀아봐요

 

차를 마시고
빵도 맛보시고요

 

그러죠

 

피아노 한 곡 쳐봐요

 

내가 전에 부탁했으니
당신이 먼저 쳐요

 

그럼 나도 칠게요

 

시간이 꽤 걸리겠군요

 

걸음마처럼 천천히 해요

 

2단계도 준비됐어요?

 

정말 아름답네요

 

내 눈엔 다 평범한데요

 

애들은 불량식품을 먹고

 

노인들은 벤치에 앉아서
죽을 때만 기다리고 있죠

 

그러지 마요

 

그런데 부인과는
정말 서로 싫어했어요?

 

좋은 여자이긴 했어요
서로 이해를 못 한 거죠

 

그게 다예요?

 

계획 세우는 걸 좋아해서
뭐든 정해야 직성이 풀렸죠

 

행복했어요?

 

잘 모르겠네요

 

생각해본 적 없어요

 

그냥 남들처럼 평범했어요

 

불행했군요

 

미안하지만
다른 얘기를 하죠

 

그 얘기는 하기 싫어요

 

- 알았어요
- 그만 집에 가고 싶네요

 

그래요, 피곤해졌군요

 

아니요
난 공원이 싫어요

 

공동묘지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에요

 

딸애가 어릴 때도
같이 와본 적 없고

 

개를 기를 때도
데려온 적 없어요

 

알았어요, 가요

 

어서 집에 가죠

 

심술부리지 마요

 

저기요

 

꽃을 사려고 하는데
추천 좀 해봐요

 

- 여자분께 드릴 건가요?
- 그래요

 

그럼 장미를
좋아하시지 않을까요?

 

나야 모르죠

 

꽃 선물은 처음이세요?

 

- 네, 이걸로 하죠
- 이것도 예쁘죠

 

〈헬가 루스 바크로프트
1935~2012〉

 

당신이 화낼 줄 알았어

 

8개월이나 됐는데
이제야 찾아왔으니

 

당신이 화를 낼수록
더 안 오게 되더라고

 

그래도 집에만 있었어
남들한테 물어봐

 

당신뿐만 아니라
산 사람들도 안 만났어

 

여보

 

하나 물어볼 게 있어

 

우린 행복했나?

 

그래, 아니었지

 

그냥 확인하고 싶었어

 

이걸로 전시회를 열어

 

돈이 어디서 났어요?

 

그런 건 묻지 말고
형한테도 아무 말 마

 

오늘은 꽃무늬가 아니네

 

줄무늬 셔츠였어

 

- 그게 그거지
- 그렇다고 해두지

 

어차피 달라질 건 없어

 

이 나이에 남은 인생은
아무 가치도 없다는 걸

 

겸허히 받아들이겠네

 

나도 항복할 때가 됐지

 

간병인이 필요하겠군
라번을 데려가

 

어차피 여기선
할 일도 없거든

 

일이 필요하다고 해서
데리고 있던 거야

 

라번은 여기 있어야지
자네한텐 꼭 필요해

 

갑자기 왜 이렇게
비관적으로 변했어?

 

바보 같은 사랑에 빠졌거든

 

그거 안됐군
상대가 누군데?

 

불가능한 사랑이지

 

- 절대 불가능하겠군
- 이리 내놔

 

여자는 늙으나 젊으나
별로 상관없지만

 

우리는...
누가 거들떠도 안 봐

 

그건 그렇지
자네 커피처럼 말이야

 

3단계를 시작할
준비됐어요?

 

이런, 미안해요
손님이 계셨네요

 

내 친구 존이에요
앞집에 사는 엘사야

 

- 그만 가려던 참이에요
- 그럴 거 없어

 

3단계는 다음에
진도 나가도 돼요

 

존, 만나서 반가웠어요

 

- 영광이었습니다
- 그러시겠죠

 

좋은 저녁 보내요

 

이런 뻔뻔한 인간

 

3단계라니 무슨 소리야?

 

그냥 게임 같은 거야

 

게임이라니 귀엽군
무슨 게임인데?

 

별로 말할 것도 없어

 

사실은 얘기가 길어

 

내가 돈을 빌려줘서
고맙다고 저러는 거야

 

자네 같은 사람도
연애를 한다니까

 

나도 뭔가 희망이 생기는군

 

연애라니 노망났나?

 

'자네 같은 사람'은
또 무슨 뜻이야?

 

나는 연애하면 안 돼?

 

그러니까 축하한다고

 

- 사려 깊은 여자분 같던데
- 그럼 자네가 사귀든지

 

- 가서 고백해
- 내가 못할까 봐?

 

문제가 많은 여자니까
안 그러는 게 좋을 걸

 

여자들은 다 그래
무슨 문제가 있는데?

 

직업도 없이
혼자 다섯 아이를 키우는

 

아들을 부양하는 처지고

 

정신 상태도 약간 불안해

 

하지만 원한다면
직접 부딪쳐봐

 

질투를 하는군

 

자넬 오래 봐왔지만
이런 모습은 처음이야

 

아무것도 모르는 채
당신만 믿으라고요?

 

어디로 가는데요?
3단계가 뭔데 그래요?

 

나만 믿어봐요

 

당신은 가만히 있어요

 

내가 알아서 할 테니
걱정하지 말고요

 

안녕하세요
난 이제 혼자가 아니에요

 

첫 수업을 받아보러 왔어요

 

- 여기 신청하세요
- 고마워요

 

자, 프레드

 

사인하라고요?
지금 제정신이에요?

 

- 저런 건 못해요
- 잠깐만요

 

저긴 못 들어가요

 

무조건 그러지 말고
한 번 시도나 해봐요

 

- 그래도 싫으면
- 정말 미쳤군요

 

꼭 저 춤이 아니어도 돼요

 

다른 춤도
얼마든지 있을 거예요

 

일단 해보고
맘에 안 들면 가요

 

엘사, 잘 있어요

 

다신 안 봤으면 좋겠네요

 

젠장맞을!

 

왜 늙은 사람들은
항상 화가 나 있죠?

 

- 누가 화가 났는데?
- 할아버지요

 

난 화 안 났어

 

아니, 네 말이 맞다
화가 난 것 같구나

 

- 엄마랑 아빠도 그래요
- 그 둘은 왜?

 

아빠는 리모컨 안경에 쓸
돈이 없어서 화가 났고요

 

- 엄마는?
- 엄마요?

 

엄만 모든 일에
다 화를 내죠

 

맨날 소리만 지르고요

 

가끔은 엄마 입을
막아버리고 싶어요

 

지금은 좀 참았다가

 

나중에 늙으면
한 번에 몰아서 복수해줘

 

네 엄마가 지금
나한테 하는 것처럼

 

엄마는 왜
복수를 하는데요?

 

내가 좋은 아빠가
아니었으니까 그렇겠지

 

저한텐 좋은 할아버지예요

 

아르망드

 

어쩌다가 그랬어요?

 

사다리에서 떨어졌어요

 

아르망드, 무슨 일이야?

 

두 달은 이러고
있어야 한다는데

 

팔이 이래서
혼자 어떻게 살죠?

 

좋은 생각이 있네

 

- 절 보시는 거예요?
- 그래

 

- 따님이 뭐라고 하면요?
- 무슨 상관이야

 

넌 그만 가봐

 

- 아니에요
- 택시 타고 가면 돼

 

진짜 괜찮아

 

들어갈게요

 

- 엘사, 안녕하세요
- 수고했어요

 

숙제는 잘하고 계세요?

 

아주 잘하고 있죠

 

수요일 저녁에는
녹색 약을 깜빡했지만요

 

왜 깜빡하셨죠?

 

다른 일 때문에
정신이 없었거든요

 

아직 초기 단계지만

 

좋은 우정이
시작된 것 같아요

 

그래요?

 

언제 우정이 끝나고
사랑으로 넘어갈지는

 

나도 모르겠지만요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지만...

 

사랑까지 가는 일은
순식간에 벌어져요

 

그리고 우정일 뿐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여야겠죠

 

명심하고 있을게요

 

선생님은 사랑할 시간이
많이 남아서 괜찮아요

 

하지만 난 다르죠

 

그 정도로
위독하시진 않아요

 

거짓말 안 해도 돼요

 

검사 결과 봤어요

 

병실까지 오는 것도
이제 혼자선 무리인 걸요

 

마르첼로

 

마르첼로

 

마르첼로, 이리 와요

 

미안해요

 

내 의욕이 과했어요

 

당신을 댄스 강습소에
데려가는 게 아니었는데

 

내가 무리해서
진도를 앞서 갔어요

 

그래서...

 

사과하는 뜻으로
최고급 식당에서 대접할게요

 

난 사과받기 싫은데요

 

아직도 화가 나 있군요

 

그럼 미안하다고
한 번 더 말하고

 

시간을 되돌려서
2단계로 돌아가죠

 

난 걷는 법을
배울 생각이 없어요

 

당신은 그 얼뜨기 같은
인간들 앞에서

 

날 바보로 만들었어요

 

당신은 날 놔두고
가버렸잖아요

 

난 바보같이
혼자 남겨졌어요

 

- 얼마나 창피했는데요
- 당신도 화가 났다고요?

 

새로운 시도를 하게
도와주려던 거였어요

 

한심한 노인네를
도와줘서 고맙군요

 

당신이 먼저
도와달라고 했잖아요

 

손 달린 사람이라면
누구한테든

 

수도를 잠가 달라고
부탁했을 거예요

 

수도관에 숨겨진 밸브는
생각도 못 했으니까요

 

아무한테나
그랬을 거라고요?

 

프레드

 

난 처음부터
당신 걱정만 했는데

 

그런 마음도 몰라주다니
참을 수가 없네요

 

엘사

 

엘사

 

그만 싸웁시다

 

난 평생 싸움만 했소

 

미안해요

 

너무 늙어서 그래요

 

우리 둘 다
늙은 바보들이죠

 

그게 정답이네요

 

다 잊어버릴 테니까
옷 갈아입고 나와요

 

저런 남자를
어떻게 참았어요?

 

정말 어려운 남자네요

 

왜 안 데려갔는지 알겠어요

 

〈드베르겐트 프렌치 레스토랑〉

 

엘사
우린 무슨 사이죠?

 

당신을 만난 후로
내 삶은 많이 변했어요

 

기분이 이상해요

 

- 그래서 좋다는 거예요?
- 아무튼 이상해요

 

프레드, 난 상처 받기 싫어요

 

내가 당신을
걱정한단 말은 했지만

 

어쩌면 그 이상의
감정일지도 모르겠어요

 

아주 강렬한 느낌이에요

 

- 10대 소녀 같네요
- 난 소녀 맞아요

 

그래요, 마음은 소녀고
몸은 성숙한 여인이죠

 

아주 아름다운 여인이요

 

- 그래서 좋은 거죠?
- 그럼요

 

우리가 앞으로
함께할 수 있을까요?

 

얼굴이 빨개졌네요

 

80살 먹은 남자가
내 앞에서 창피해 하다니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고마워요

 

커피 드시겠습니까?
카푸치노 어떠세요?

 

- 그냥 계산서 주세요
- 잠시만 기다리세요

 

- 왜 그래요?
- 혈당이 올라가서요

 

몸이 아픈 게
어떤 건지 알아요?

 

손가락을 넣었다가
빨아먹어 봐요

 

파블로가 그런 말을 했죠

 

- 파블로가 누구예요?
- 피카소요

 

'죽음을 비웃으면
죽음은 날 무서워한다'

 

진짜 두려워할 건
죽음이 아니라 삶이에요

 

해봐요

 

냠냠 먹어요

 

계산서 여기 있습니다

 

- 삶을 위하여
- 네, 삶을 위하여

 

이게 얼마야!
순 도둑놈들이네요

 

이리 줘봐요

 

내가 대접한다고 했으니
걱정할 거 없어요

 

- 돈이 되겠어요?
- 정말 도둑놈들이네요

 

프레드, 이렇게 하죠

 

내가 셋을 세면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요

 

- 제정신이에요?
- 그럴 리가요

 

눈치 못 챌 거예요

 

우리 같은 노인은
잘 보지도 않아요

 

그럼 하나, 둘

 

- 엘사
- 셋, 가요!

 

5번 테이블에 있던
노인 커플 못 봤어요?

 

- 좀 전에 나갔어
- 뭐요?

 

맙소사

 

- 프레드, 어서 차에 타요
- 어떻게 그냥 가요

 

저녁 한 끼 값으로
400달러를 낼 순 없어요

 

- 어서 타요
- 이봐요!

 

이렇게 흥분하면
건강에 위험해요

 

거기 서요!

 

- 누가 쫓아와요?
- 모르겠어요

 

걱정하지 마요

 

설마 우리를
감옥에 보내겠어요?

 

- 차가 섰어요
- 왜 이러는 거죠?

 

가끔 이래요

 

숨어요

 

우릴 못 봤어요

 

당신은 제정신이 아니에요
한 걸음씩 가자고 해서

 

열심히 따라왔더니
이런 미친 짓을 하다니

 

아무 일도 없을 거예요

 

돈을 내고 오면 좋았잖아요

 

값을 매길 수 없는
멋진 저녁이었으니까

 

돈으로 계산할 수가 없죠

 

이런, 몸이 이상해요

 

- 왜 그래요?
- 모르겠어요

 

숨을 못 쉬겠고
왼팔이 아파요

 

- 엄살 피우지 마요
- 병원으로 가줘요

 

- 당신은 괜찮아요
- 제발 병원으로 가요

 

- 싸우지 말자면서요
- 심장마비가 온 것 같아요

 

알았어요

 

남은 생을 휠체어에서
지내게 될지도 몰라요

 

맙소사

 

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모든 수치가 정상이에요

 

혹시 오늘 저녁에 술을 드시거나
음식을 과하게 드셨나요?

 

격한 감정을 느끼셨든지요

 

한두 시간 동안
세 가지를 다 겪었죠

 

안정제를 처방해드릴게요

 

집에 가서
바로 주무세요

 

- 그럴 거예요
- 이 여자가 날 놔두면요

 

남편분은 일시적인
스트레스 증상이라

 

좀 쉬시면 돼요

 

남편이라고요?

 

우리가 결혼한 지도
꽤 오래됐죠

 

따분한 남자라서
내가 자극을 줘야 해요

 

아내들이란
늘 남편을 괴롭히죠

 

- 약 받으세요
- 고마워요

 

너무 보기 좋아요

 

저 나이에도 귀엽게
아웅다웅하시네요

 

벌써 집에 다 왔어요

 

난 가볼게요

 

- 심장은 어때요?
- 이제 괜찮아요

 

2초만 더 기다렸다가
그냥 갈 거예요

 

자고 가도 되는지
물어보기엔 너무 이른가요?

 

밤을 같이 보내요

 

이건 몇 번째 단계죠?

 

그런 건 상관없어요

 

잘 잤어요?

 

좋은 아침이에요

 

그저 그런
데이트가 아닌데요

 

- 아름다운 연주예요
- 그저 그런 실력이죠

 

아름다워요

 

아르망드, 팔은 어때요?

 

그게...

 

아빠

 

아빠

 

아빠?

 

아빠, 뭐 하세요?

 

목욕한다

 

별일 없으신 거죠?

 

별일 있어 보이니?

 

이 시간에 목욕하시는 건
처음인 것 같아서요

 

그럼 신문 1면에
기사를 내라고 해

 

오후에 목욕하는
남자가 있다고

 

그리고...

 

- 이건 뭐예요?
- 신발은 아니겠지?

 

라번 거예요?

 

앞집에 사는
그 할머니 거죠?

 

아빠, 무슨 짓이에요?

 

벌써 몇 년 전에
했어야 할 일이지

 

이제 문 닫고
그만 나가주려무나

 

- 존 아저씨도 알아요?
- 이건 내 인생이야

 

약을 끊고 싶으면
내 맘대로 끊을 거고

 

오후에 목욕하고 싶으면
내 맘대로 목욕할 거야

 

말이 나와서 말인데
라번은 새 일을 구했다

 

로비에 가서 물어보면
다 말해줄 거야

 

왜 이러시는 건데요?

 

아기처럼 왜 이러세요

 

칭찬으로 받아들이마
이제 그만 나가줄래?

 

문 닫아

 

- 손가락을 튕겨봐요
- 튕겨봐요

 

- 리듬을 따라 걸어요
- 걸어요

 

다 같이 코끼리처럼
통 크게 살아봐요

 

이 CD에는
이 노래만 들어있어요

 

알렉이 만들어줬죠

 

이걸 들으면
정신이 맑아져요

 

귓속에 카페인을
부어 넣는 것 같죠

 

정말 미쳤군요

 

살짝 미친 미인이에요

 

나도 알아요

 

- 손가락을 튕겨봐요
- 튕겨봐요

 

토마토가 더 필요하겠어요

 

잊어버리지 않게
칠판에 적어놔요

 

〈양파, 올리브유, 파스타
사랑해요〉

 

지난 몇 년간
캔버스에 그려온 제 꿈들을

 

이제 여러분과
함께 나누겠습니다

 

제가 제일 아끼는
작품부터 소개하죠

 

작품명은...

 

어머님 오셨어요

 

늦어서 미안
차를 수리 맡겼거든

 

'고통의 폭발'입니다

 

마음껏 감상하세요

 

- 내 남자 친구 프레드란다
- 안녕하세요

 

큰아들 레이먼드랑
며느리 로라예요

 

- 반가워요
- 안녕하세요

 

- 음료 좀 가져올까요?
- 네, 고마워요

 

알렉이 어렸을 때
그림을 그리면

 

얼마나 황홀했는지 몰라

 

너는 그림보다
수학에 관심이 많았지

 

프레드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

 

바로 그 프레드야

 

- 제 작품이 어떠세요?
- 그림이 아주...

 

강렬하군요

 

화가로서도 훌륭하지만

 

가장으로서의 헌신은
정말 존경스러워요

 

혼자 다섯 아이를 키우는 게
만만치 않을 텐데요

 

전 아이가 없어요

 

형은 가정이 있지만
아이는 하나뿐이죠

 

딸 하나예요

 

그 아이가 가여운
에이프릴인가 보군요

 

프레드

 

전부 꾸며낸 얘기라니
어떻게 그럴 수 있죠

 

손주들 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가슴이 아팠는데

 

슬픈 이야기를 하려면
처절하게 슬픈 게 낫잖아요

 

난 그저 그런 이야기는
하기 싫었다고요

 

그래서 상상력을
발휘해봤어요

 

거기 늙다리들

 

가서 잠이나 주무셔

 

넌 조용히 해!
어린놈이 버릇없게

 

왜 사실대로
고백하지 않았어요?

 

돈을 내놓으라고 할까 봐
두려워서 그랬어요?

 

그건 다 돌려줄게요

 

알렉의 전시회에
그 돈을 쓴 거죠?

 

몇 가지 말 안 한 게
뭐 그리 대수예요

 

당신이 리디아가
친딸이 아니라고 털어놔도

 

난 아무렇지 않을 거예요

 

알았어요, 다 잊어버리고
다시 시작하자고요

 

- 그래요
- 그럼 좋아요

 

나한테 거짓말한 게
아직 남아있어요?

 

- 아니요
- 정말이에요?

 

당연하죠
이건 진실이에요

 

내가 이래서
당신을 좋아한다니까요

 

프레드에 대해서
왜 말씀 안 하셨어요?

 

네가 보기엔 어때?
아주 잘생겼지?

 

어쩌시려고요?

 

지금 그런 관계를
만드시는 이유가 뭐예요?

 

내가 너무 늙었다는 거니?

 

그게 아니라 무책임한
행동이라는 거예요

 

세 번이나 결혼한
네가 할 말은 아닌 것 같다

 

우린 같이 있으면
서로 행복해지거든

 

엄마가 아픈 걸 말했어요?

 

아니

 

프레드한테 그런 말 하면
혼날 줄 알아

 

이제 내가
얼마나 예쁜지 말해봐

 

아름다우세요

 

그만 가자

 

현관문 앞에 주차해뒀지?

 

갑자기 왜 이렇게
긴장을 하세요?

 

뭘 그리는 거야?

 

하트 모양이요

 

그렇군

 

예쁘게 차려입었네요

 

저희 딸 생일이거든요

 

- 엄마
- 프레드

 

엄마 남자 친구도
파티에 초대하세요

 

프레드는 그런 데
관심 없을 거야

 

시끄러운 애들이
사방으로 뛰어다니고

 

군것질거리랑
풍선만 잔뜩 있을 거예요

 

그런 것보다 중요한 일도
더 많을 텐데요

 

난 아무 일도 없는데

 

그럼 잘됐네요
어서 차에 타세요

 

그래, 고맙네

 

더 세게!

 

- 내가 와서 화났어요?
- 그럴 리가요

 

- 정말요?
- 그렇다니까요

 

그런데 뭔가
이상해 보이네요

 

난 원래 이상하잖아요

 

알렉

 

- 다시 뵈니 반갑네요
- 나도 반갑네

 

생일 선물이니?

 

'시골의 아침'이에요

 

저 나이 또래한테 주기에
제일 적합한 작품이죠

 

어떤 면에서
적합하다는 거니?

 

- 오리가 죽은 건가?
- 맞아요

 

정확히 보셨어요

 

몇 년만 지나면
가격이 크게 뛸 테니

 

그때 팔면 마약을
실컷 사고도 남을 걸요

 

다들 모여보세요
단체 사진을 찍죠

 

프레드도 오세요
엄마, 어서 와요

 

어서요

 

- 너희 아빠도 온다니?
- 안 오시나 봐요

 

- 다행이구나
- 왜요?

 

프레드한테는
내가 과부라고 했거든

 

엄마, 왜 그랬어요?

 

나도 모르게
말이 그렇게 나왔어

 

다들 활짝 웃으세요

 

- 준비되셨죠?
- 네, 됐어요

 

- 활짝 웃어요
- 그렇죠

 

잠시만요

 

할아버지가 오셨습니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이런 제길
오셨네요

 

자네 장인어른인가?

 

아뇨, 저희 아버지예요

 

할아버지, 어서 오세요
같이 사진 찍어요

 

자, 찍습니다
다들 웃어요

 

서로 좀 더 밀착하고
크게 미소 지어요

 

이런 걸 즐기는 거예요?

 

난 아무 짓도 안 했어요

 

전 남편한테는
모질게 굴었지만요

 

잘못이 많은 사람이라
마음속으로 죽여버렸거든요

 

- 무슨 잘못을 했는데요?
- 날 실망시켰죠

 

당신을 실망시키면
나도 큰일 나겠군요

 

그 사람은 가정에
충실하지 않았어요

 

외도를 하는 걸 알았는데

 

내가 따져 물어도
남편은 강하게 부정했죠

 

그래서 몰래 따라가
현장을 덮쳤어요

 

거기서 끌고 나왔어요?

 

아뇨, 친구들이랑
런던으로 훌쩍 떠나가서

 

스트립 클럽에 놀러 갔죠

 

쇼가 끝나고
댄서 한 명이 남았는데

 

조각 미남이었어요

 

구릿빛 피부에
키가 훤칠하게 크고

 

눈동자는 파란색인
스티브라는 남자였어요

 

날 빤히 쳐다보기에
내가 물어봤어요

 

'얼마면 되죠?'

 

그리고 내 방에서
다정한 시간을 보냈어요

 

정말 섹시했죠

 

집에 돌아와서
남편한테 다 말했더니

 

화가 나서 펄펄 뛰더라고요

 

그래서 당신은 되고
나는 안 되냐고 물었더니

 

자긴 남자니까
괜찮다고 하더군요

 

바로 그 순간 내 마음속에서 죽였죠
이제 이해하겠어요?

 

당신이 한 말은
하나도 못 믿겠어요

 

스트립 댄서도 그렇고
피카소의 초상화도요

 

초상화는 보여줄 수 있어요

 

- 금고에 있거든요
- 그럼 꺼내봐요

 

증거가 없어도 믿는 게
진짜 믿음이에요

 

엘사
나도 믿고 싶어요

 

하지만 못 믿겠어요

 

더는 못 참아요

 

프레드

 

- 프레드
- 거짓말만 하잖아요

 

- 어디 가는 거예요?
- 그것도 상습적으로요

 

리디아 왔구나

 

또 차가 부서졌다면
이번엔 내가 아니에요

 

아빠, 어디 가세요?

 

망할 놈의 공원에
산책하러 간다

 

아빠

 

기다려보세요
어떻게 그럴 수 있죠?

 

엄마가 떠난 지 얼마나 됐다고
다른 여자를 만나요?

 

- 네 일이나 신경 써
- 이게 제 일이에요

 

저런 수준 낮은 여자한테
피가 끓으세요?

 

피가 끓는 게 어때서?

 

- 아빠 연세에...
- 늙으면 피가 식어야 해?

 

시퍼렇게 죽어야
속이 시원하겠니?

 

내 인생에 그만 관심 끄고

 

우리 집 열쇠나 내놔

 

- 응급 상황이 생기면요?
- 어서 이리 내

 

관리인을 부르면 돼

 

그럼 잘 가라

 

그런데 왜 왔어?

 

이번 주 목요일에
물류 창고 계약을 하거든요

 

안경 주문 수량을
알려줘야 하는데

 

아빠가 마음을
결정했나 해서요

 

그래, 정했다

 

- 어떻게요?
- 투자하마

 

정말요?

 

계약서 쓰기 전에 들러
수표에 사인해서 줄게

 

아빠, 고마워요

 

- 고마워요
- 잘 가라

 

리디아, 또 무슨 일이야?

 

- 안녕하세요
- 그래요

 

하필 오늘 같은 날
갑자기 찾아오셨군요

 

- 무슨 일이시죠?
- 얘기 좀 하죠

 

무슨 얘기요?

 

- 들어가도 될까요?
- 그러세요

 

- 앉아도 되죠?
- 당연하죠

 

당신이 그 여자 남편인지

 

전 남편인지
죽은 남편인지 몰라도...

 

내가 죽었다고 합디까?

 

아직 성함도 모르네요

 

- 프레드 바크로프트요
- 전 맥스 헤이즈예요

 

프레드, 제 아내 엘사는
극도로 위험한 여자예요

 

아직 혼인 관계예요?

 

법적으로는 그렇지만
오래전에 끝난 사이에요

 

아무튼 엘사는
현실과 상상을 혼동해서

 

자기가 거짓말을 해놓고
그걸 진짜라고 믿어버리죠

 

난 온 맘 다해서
그 여자를 사랑했어요

 

- 하지만 바람을 피웠잖소
- 엘사가 먼저 바람을 피웠죠

 

- 거짓말하지 마요
- 엘사가 또 속였나 본데

 

그래서 위험하단 거예요

 

자기가 만든 환상을
진짜처럼 믿게 하니까요

 

전 엘사가 외도하는
현장을 직접 목격했어요

 

바람피우는 걸 잡으려고
런던까지 쫓아갔어요?

 

런던은 가보지도 않았어요

 

여기 뉴올리언스에서
일어난 일이에요

 

술 한 모금 해야겠네요

 

- 한잔할래요?
- 전 괜찮아요

 

전 술도 안 마시는데
엘사는 취한 사람 취급하면서

 

저를 미친 듯이 공격했죠

 

엘사랑 같이 있으면
당신도 미쳐갈 거예요

 

꿈속에 사는 여자죠

 

- 그 여배우 얘기도 했어요?
- 누구요?

 

그 금발에 풍만한 여자요

 

- 아니타 에크베르그요
- 네, 그 여자요

 

로마에 가는 게
자기 꿈이라고 하던가요?

 

- 트레비 분수요
- 맞아요

 

당신이 데려가 주지
않았다고 했어요

 

분수 안에 들어가서
영화를 따라 하자는 거예요

 

자긴 그 여자처럼 입고

 

난 남자 주인공이랑
똑같이 입히려고 했죠

 

어떻게 그런 짓을 해요
철창신세를 지게요?

 

난 당신한테
경고를 해주러 온 거예요

 

잠시만요

 

그건 사실인가요?

 

엘사가 젊었을 때
아니타랑 닮았었나요?

 

아뇨, 거짓말이에요

 

엘사가 훨씬 예뻤죠
환상적이었어요

 

뉴올리언스에서
제일 예쁜 금발이었죠

 

나랑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마요

 

엘사를 보낸 건
내 인생 최대의 실수였어요

 

엘사!

 

엘사, 어디 가요?
나랑 얘기 좀 해요

 

프레드, 이따 저녁에 봐요

 

이제 당신이 내 인생이에요

 

앞에 간 택시를 따라가 줘요

 

다시 집으로 가죠

 

엘사!

 

엘사?

 

- 엘사?
- 화장실에 있어요

 

저녁 준비됐어요

 

금방 갈게요

 

거의 안 먹었네요

 

배가 안 고파서요

 

차라도 끓여줄까요?

 

그냥 꼭 안아줘요

 

이건 거의 성인물이네
대단한 여자야

 

투석 받는 환자는
어떤 예후를 보이나?

 

- 환자마다 다르지
- 어떻게?

 

그 사람의 몸 상태와
생활 습관, 연령에 따라 달라

 

그건 왜 묻는데?

 

엘사가 투석을 받아

 

어떤 상태일 확률이
가장 높을 것 같나?

 

병력을 알아야 정확하지만...

 

솔직히 말해봐

 

그 연령대의 환자라면
가망성이 크지는 않지

 

죽게 될까?

 

언젠가는 다 죽잖아

 

난 바보였어

 

자넨 바보 맞아

 

지금 몇 시지?

 

4시 45분인데 왜?

 

날 따라와

 

- 아름다운 밤이에요
- 고마워요

 

오후 내내
꽃을 사러 다녔어요?

 

다음 주에 특별한
계획이 있나요?

 

뭐라고요?

 

- 열어봐요
- 이게 뭔데요?

 

직접 읽어봐요

 

항공권이네요

 

당신이 꿈꾸던
로마행 티켓이죠

 

어머, 프레드!

 

- 너무 좋아서 죽을 것 같아요
- 제발 그러진 마요

 

예전에 피카소가
내 초상화를 그릴 때

 

팔을 중점적으로 그렸는데

 

손이 어깨에서
튀어나오게 그렸죠

 

당신은 사랑스러워요

 

당신이 하는 말은
1/3밖에 못 믿겠지만요

 

피카소가 내 초상화를
그렸다는 게 안 믿겨요?

 

날 못 믿는 남자랑은
같이 못 살아요

 

알았어요, 믿을게요
다 믿어요

 

마차로 분수 앞을
지나가 달라고 할까요?

 

아니에요

 

영화 속 아니타처럼
밤중에 보고 싶어요

 

준비가 되면 말할게요

 

웃으세요

 

프레드, 정말 꿈만 같아요

 

돈이 많이 들었을 텐데
대출이라도 받았어요?

 

- 아뇨, 훔쳤어요
- 그러지 말고요

 

그냥 있던 돈이에요

 

이렇게 쓰게 될 줄은
아마 상상도 못 했겠죠

 

예전에 누가 식당에서
터무니없는 식사비를 보고

 

값을 매길 수 없는 시간이
있다는 걸 가르쳐줬죠

 

저 여자들이
당신을 쳐다본 거 알아요?

 

이봐요

 

이 남자는 내 거예요!

 

아빠?
화장실에 계시나

 

나도 어떻게 된 건지
도통 모르겠어

 

- 아버님답군
- 관리인한테 물어볼게

 

아버지는 떠나셨어요

 

하지만 이걸
전해주라고 하셨죠

 

떠나셨다고요?

 

'리디아에...
그 투자를 생각해봤는데'

 

'리디아에게'라면
나한테 쓰신 거잖아

 

'리디아에게
그 투자를 생각해봤는데'

 

'난 발을 빼기로 했다'

 

'아마 많이 놀랐을 테고'

 

'내가 왜 이러는지
이해가 가지 않겠지'

 

'난 지금 로마에 있단다'
로마라고?

 

- 뭐?
- 엘사랑 로마에 계시대

 

'난 우리의 행복에
투자하기로 했다'

 

'그쪽 일은 네가 알아서
잘 해결할 거로 믿는다'

 

- 제길
- '한마디만 더 하마'

 

'내가 좋은 아빠가
아니었다는 걸 안다'

 

'미안하구나'

 

'다음 생에도
네 아빠로 태어난다면'

 

'그때 다 갚아주마'

 

'아빠가'

 

남의 일을 다 망쳐놓고
이런 농담이 나오시나

 

뭐라고 좀 해봐

 

우리 아빠는
사과를 모르는 분인데

 

처음으로 나한테
미안하다고 했어

 

그 할망구한테
돈을 쏟아 붓고 계시다고

 

아니면 당신한테
쏟아 부어야 했겠지

 

아빠는 그 사업에
관심도 없으셔

 

그리고 솔직히
나도 마찬가지야

 

그렇게 사업이 하고 싶으면
당신 돈으로 하면 되잖아

 

사랑해

 

- 오늘 밤 분수에 가요
- 그래요

 

- 고양이도 필요해요
- 무슨 고양이요?

 

영화에 나온 고양이와
똑같아야만 해요

 

작고 하얀 고양이죠

 

하지만 고양이를
어디서 구해야 할지

 

제발 부탁이에요

 

내가 오랫동안
꿈꿔온 순간이라

 

그 모습 그대로
재현해야 한다고요

 

- 금방 나갈게요
- 천천히 해요

 

어때요?

 

숨이 막히네요

 

너무 떨려요

 

고양이 대령했어요

 

분수에 도착하면
그때 열어볼게요

 

- 그럼 가실까요?
- 출발하죠

 

여름에 왔으면
더 좋았을 뻔했어요

 

이렇게 온 게 어디에요
당신은 내 천사예요

 

어머, 쉿!

 

고양이를 꺼낼게요

 

아가, 이리 온

 

최대한 흰색에
가까운 걸로 찾았어요

 

옷으로 감싸야겠어요

 

우리도 주인공들이랑
똑같진 않으니 괜찮아요

 

- 우유병도 있어야죠
- 뭐라고요?

 

고양이한테 줄
우유도 가져왔어요?

 

- 무슨 우유요?
- 두 사람이 여기 왔을 때

 

내 기억에 정확하게
여기는 아닌 것 같은데

 

아니타가 우유를 사 오라고
마르첼로를 보내요

 

마르첼로가
직접 가진 않았겠죠

 

영화 스태프 중에서 누군가가
사러 갔을 거예요

 

제발 사다 줘요

 

- 오, 프레드
- 알았어요

 

- 제발요
- 괜찮아요?

 

- 기다려요, 금방 올게요
- 알았어요

 

미안하다
요거트밖에 없더구나

 

이거라도 먹어
맛은 있을 거야

 

마르첼로, 이리 와요

 

그러다 폐렴에 걸려
죽을 거예요

 

이런 데서 죽으면
여한이 없지 않겠어요?

 

마르첼로는 그윽한 눈빛으로
아니타를 애무하고

 

마치 여신을 바라보듯이
황홀하게 바라봐요

 

그리고 온 세상에
둘만 남은 듯이

 

서로에게 집중하고

 

물소리는 점점 잦아들죠

 

내 사랑 마르첼로
고백할 게 있어요

 

이전의 그 어떤 사람보다
당신을 가장 사랑해요

 

고마워요

 

아니, 내가 고마워요

 

- 고마워요
- 고마워요

 

당신을 사랑해요

 

〈세인트 패트릭 공동묘지〉

 

어머니 금고를
겨우 열었어요

 

이걸 전해드리라고
유언을 남기셨거든요

 

sub2smi by  Michael Archang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