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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김효숙
자막 보완: 봄빛깔

 

감독 / 구로사와 아키라

 

"난(亂)"
(1985)

 

멧돼지를 쓰러뜨린 화살은

 

이치몬지 성주님 것이오

 

축배를 듭시다!

 

그 짐승이

 

갑자기 내 앞으로 뛰어들어

 

말이 뒷걸음질 치는 바람에

 

활을 겨누기도 전에
낙마해 버렸지

 

아버님...

 

멧돼지를 요리하도록 할까요?

 

늙은 멧돼지 따위!

 

살은 질기고 냄새가 심해

 

도저히 먹을 수 없을걸!

 

이 늙은 히데토라처럼...

 

날 먹을 수 있겠소?

 

목구멍에 걸릴 겁니다!

 

오늘 이렇게 함께 사냥을
하고자 했던 이유는

 

우리의 우정을 더
돈독히 하기 위해서입니다

 

옳은 말씀이오!

 

아드님 사부로와
제 딸을 혼인시켜

 

이치몬지와 아야베 가문의 결속을
강화하고 싶습니다!

 

기다리게!

 

나도 그럴 생각이오

 

이치몬지 성주님

 

오늘이 좋은 기회이니

 

답변해 주십시오

 

아드님 사부로의 신부로
누구를 맞이하시겠습니까?

 

제 딸이옵니까, 아니면
아야베의 딸이옵니까?

 

난처하군!

 

신부감이 둘인데

 

신랑은 하나니!

 

둘째인 지로가
미혼이었으면 좋으련만!

 

쿄아미!

 

자! 여흥을 돋구거라!

 

저 산에서

 

이 산에서

 

깡총깡총 뛰어온 것은
무엇이지?

 

머리 위에 쭉 뻗은
두 개의 귀가 있는 것은?

 

토끼!

 

쿄아미, 토끼가 한 마리인가?

 

두 마리겠지?

 

아버님께 잡아먹히려고

 

저 두 곳의 산에서
뛰어내려 왔지

 

사부로, 무례하구나!

 

바보 같은 소리 그만두거라!

 

피곤하신 것 같소

 

주무시도록
우리는 물러갑시다

 

아버님답지 않군

 

주무시는 체하시는 거야!

 

안 그러면
사부로의 망언 앞에

 

체면을 세우실 수 없으니까

 

겨우 사냥에 불과한데

 

이상하군!

 

일개의 군대를 물리치고도
피곤해하지 않으시던 분이...

 

지금 손님들이 와 계시다!

 

쿄아미, 깨워 드리거라

 

아버님이

 

걱정되는걸

 

코 고는 소리도
거의 안 들리고!

 

아버님, 괜찮으십니까?

 

어디 편찮으시기라도?

 

아버님...

 

꿈인가...

 

꿈을 꾸었다

 

메마른 들녘...

 

그 메마른 들녘은

 

가도 가도 사람 하나
나오지 않았다!

 

소리치고 외쳐 봐도

 

답하는 사람 하나 없었다

 

나는 혼자...

 

혈혈단신이었다

 

소름이 끼쳤다

 

이상하지

 

타로의 목소리를 듣고
정신을 차려 보니

 

앞에 내 자식들이 있었다

 

타로가 보였고

 

지로가...

 

그리고 사부로가 있었다

 

갑작스레 아버님의
이런 모습을 보니

 

기분이 이상합니다!

 

사부로, 말을 삼가거라!

 

우리를 생각하시는 아버님께
감사하거라!

 

하지만 저 자신도

 

아버님의 말씀이
믿기지 않습니다

 

아버님, 소자들이
아버님의 지도를 충실히 따르며

 

아버님을 만족시켜 드리지
않았습니까?

 

잠깐!

 

내 오래전부터

 

생각해 온 바가 있다

 

지금 그것을 말하겠다

 

시기와 장소도 적절하다

 

따님들의 혼례를 바라는

 

후지마키와 아야베도 계시다

 

두 분을 오시라 해라!

 

나, 이치몬지 히데토라는

 

저 아득한 산속의
작은 성에서 태어났다

 

그 당시 크고 작은 가문끼리
수많은 싸움이

 

난무하고 있었다

 

17살 때 이 히데토라는

 

그 작은 성에 깃발을 내걸고

 

오십 수년이 흐르는 동안

 

그 땅을 지키기 위해 싸워

 

마침내 이치몬지 가문의 기장을
휘날리게 되었다

 

그 후에도 쉬지 않고

 

싸우는 동안 여기 계신

 

두 분과도
격렬한 전투를 했다

 

이제는 이 두 분과

 

결속을 다지고

 

군마를 쉬게 할 때가 왔다!

 

하지만 이 노쇠한 히데토라도

 

벌써 70살!

 

그리하여 오늘 선언하건대

 

장남인 타로가 내 뒤를 이어

 

우리 가문을 이끌도록 한다!

 

성주님!
이렇게 갑자기!

 

성주님!

 

오랫동안 곰곰이 생각해서
내린 결정일세

 

언젠가 이 히데토라는

 

물러나고

 

젊은이들에게 가문을 맡길 때가
올 거란 걸 알고 있었다

 

모두들 잘 들어라

 

그때가 온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겠다

 

이제부터 타로는 이치몬지가와
그에 속한 영토의

 

주인임을 선포한다!

 

나는 타로에게
첫째 성을 넘겨주고

 

외곽에 거주할 것이다

 

30명의 호위대를
거느릴 것이며

 

성주의 칭호와 기장은
그대로 유지할 것이다

 

타로는 영토와
군대에 대한 전권을 갖는다

 

이 명을 모두 따를지어다!

 

따르겠습니다

 

하지만 저희 둘
지로와 사부로에게는

 

어떤 명을 내리시렵니까?

 

지로와 사부로에게는

 

두 번째와 세 번째 성과

 

거기에 속한 땅을 주겠다

 

두 성을 더욱 보강하고

 

타로를 도와야 한다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성을

 

손님으로 돌아다니면서

 

나는 여생을 즐기고 싶구나

 

늙는 게 이런 거구나!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가문의 후계자로서 저를
지목하신 뜻을 따르고자 하나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심이 어떨지요

 

왜 그러느냐?

 

제가 장남이긴 하오나

 

아버님 대신 가문을 이끄는 건
제게 너무나도 무거운 짐입니다!

 

소자는 전쟁의 신께

 

아버님의 만수무강을
기원했습니다

 

저의 생명을 바쳐서라도!

 

대단한 말솜씨군요!

 

저 같으면 그런 말은
못할 겁니다

 

간지러워서요

 

비뚤어진 녀석!

 

그럼 너는 타로가

 

아첨을 한다는 거냐?

 

아버님, 사부로를 무시하십시오

 

저도 타로 형님과 마찬가지로

 

바라는 건 오직 하나

 

아버님의 보호 속에서
사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가 아버님을
보호할 때가 왔습니다

 

이 세상의 온갖 화살로부터

 

옳은 말이다!

 

활 통을 가져오거라

 

이걸 꺾어 보거라!

 

꺾을 수 있겠느냐?

 

그럼 이제...

 

이걸 합쳐서 꺾어 보거라

 

하나의 화살은 꺾이지만

 

한꺼번에 세 개는 안 꺾인다

 

타로가 혼자서
위험에 처했을 때

 

형제 셋이 힘을 합치면

 

우리 가문과 영토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아버님, 화살 세 개를
합쳐도 꺾입니다

 

비뚤어진 녀석!

 

또 바보 같은 짓을!

 

바보 같은 건 아버님이십니다!

 

실없는 소릴 하고 계십니다

 

너무 노쇠하셨거나 미치신 겁니다

 

닥치거라!

 

아비한테 무슨 말버릇이냐!

 

내 말의 어디가 미쳤느냐?

 

내 말의 어디가 노쇠했느냐?

 

제가 말씀드리죠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어떤 곳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의리도 정도 없는 곳입니다!

 

나도 알고 있다!

 

그렇습니다!

 

아버님은 그토록 많은 피를
흘리게 하고

 

용서도 연민도 없이
살아온 분입니다!

 

우리들 또한
이 난세의 자식들입니다

 

자식이라는 그 정에 기대어
안락한 노후를 꿈꾸십니까?

 

제게는 그런 아버님이
미쳤다고밖에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노쇠한 광인이십니다!

 

알겠다!

 

그럼 네 말은 언젠가

 

아비를 잊고 배신할 수도
있다는 뜻이냐?

 

또 어리석은 말씀!

 

배신자가 배신한다 말하고
배신합니까?

 

네 형들을 두고 하는 말이냐?

 

사부로는 형님이 가문을
잇는 것이 불만인가 봅니다

 

그래서 이런 중상모략을
하는 거냐?

 

동생이라고 모든 걸
그냥 넘어갈 순 없다!

 

아버님, 세 개의 화살 교훈이
쓸모가 없게 되었습니다

 

얼마 안 가 삼형제가 서로를
피로 물들이게 될 겁니다

 

이런 고얀 놈!

 

아비의 바람을 이렇게
우롱하다니...

 

이 세상에 부모 자식도
없단 말이냐?

 

좋다!
부자간의 연을 끊어 주마!

 

지금부터 우리는 남남이다

 

내 눈앞에서 사라져라!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그만두어라, 탄고

 

사부로를 누구보다도
귀여워하고

 

응석을 받아 준
내가 잘못이다

 

그래서 이렇게 교만하고
안하무인이 된 거야

 

이제 후회해도 너무 늦었지!

 

썩은 살은

 

그게 내 몸일지언정
잘라내 버려야 해!

 

통촉하소서!

 

사부로는 거침이 없고

 

무례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말씀은 정직하며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입니다!

 

사부로 말에 귀 기울이시면
그것이야말로 거짓이 없고

 

- 진실임을 알게 되실 겁니다
- 닥치거라!

 

통촉하소서!

 

물러나거라!

 

못하겠사옵니다!

 

네가, 감히!

 

진정하소서!

 

충신은 직언을 하는 법입니다

 

- 저는 물러나지 않습니다!
- 이 고얀 놈!

 

부디 경솔한 말씀을
취소해 주십시오!

 

너의 오만함은
사부로와 견줄 만하구나

 

함께 사라져라!

 

아버님!

 

처량하군!

 

이제부터 어떻게
하실 겁니까?

 

아니 처량한 건 아버님이야

 

앞으로 벌어질 일을
생각하면...

 

탄고, 자네는 바보야!

 

이 탄고의 어디가?

 

나를 감싸다 이렇게
추방당한 것 말이야

 

아버님의 곁을
떠나는 게 아니었어

 

무슨 일이 있어도!

 

설마라고 생각하지만
추격당하는 것 같습니다

 

기다리시오!

 

왜 도망치나, 사위?

 

사위라뇨?

 

내 말을 듣게

 

자네는 아버님의 노여움을 사
추방당했잖은가!

 

아야베와 이 후지마키는
상황을 목격했네

 

그러니까 자네는

 

추방당해 걸인이나 다름없는...

 

미안하구먼!

 

그런 뜻이 아니라
뭐라고 할까...

 

상관없습니다!
걸인이나 다름없는 자에게

 

딸을 줄 수 없는 건

 

당연합니다!

 

아니야! 기다리게!

 

물론 아야베는 그렇게 생각해
혼인을 거절했네

 

그러나 나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곰곰이 생각하다가

 

자네의 언동이
훌륭하다는 생각에 이르렀네

 

마음에 들었어

 

자네의 품성이!

 

자네야말로 내게
안성맞춤인 사위라고 생각하네

 

그런데 되돌아와 보니

 

도망을 치는구먼

 

내 사위가 되고 싶지 않나?

 

자네가 좋든 싫든 간에...

 

이 후지마키의 영토로 가서
생각해 봐도 되지 않나!

 

탄고!
자네도 마찬가질세!

 

정직하고 줏대가 있어!

 

자네도 필요하니
같이 따라오게나

 

호의는 진심으로 감사하오나

 

그 뜻에는
따를 수 없습니다

 

숨어 지내는 한이 있어도

 

저는 결코 제 성주님 곁을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무슨 일이냐?

 

성주님의 소실들이 저희 행렬에
길을 열어 주지 않습니다

 

무례하구나!

 

이 성의 여주인은 나야!

 

감히 어디라고?

 

내 여자들이

 

타로의 첩들 앞에서
무릎을 꿇다니!

 

용납할 수 없다!

 

무슨 말씀을!

 

타로님께 첫째 성을
내주셨으니

 

당연한 일이죠

 

집도 빼앗기고
밭도 빼앗기고

 

마을의 촌장은
마음씨 좋은 사람!

 

그러니 논밭에서

 

허수아비 노릇!

 

내가 바보란 말이냐?

 

터무니없는 말씀!
바보는 접니다요!

 

놀림감이 되어
기분을 맞춰 주는

 

이 쿄아미

 

하지만 성주님도 바보!

 

감히!

 

카에데

 

이 모든 것이 이제
우리 거라고 생각하면

 

풍경이 다르게 보여!

 

제가 보기에는

 

기장이 저 자리에
있었는데요

 

그렇소!
아버님의 투구와 갑옷과 함께

 

어쨌어요?

 

아버님의 측근들에게
전달했소

 

갑옷과 투구야 어쨌든

 

그 기장은...

 

반드시

 

가문의 주인이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아버님은 성주의 칭호를
유지하고 계시오

 

기장이 없으면 당신은
그림자에 불과해요

 

무슨 말이오?

 

아버님은 분명히 말씀하셨소

 

이제부터 가문을 이끄는 주인은
이 타로라고

 

그렇다면

 

주인답게 행동하시지요

 

누구 없나!

 

기장을 돌려달라는 건가?

 

바보 같군!
넘겨주고는 바로 돌려달라니!

 

타로님의 분부시다!

 

저분은 바람 속의 조롱박

 

이쪽으로 흔들리다

 

저쪽으로 흔들리네

 

효효 라 효효!
효효 라 효효!

 

첫 번째 성에

 

매달린 조롱박!

 

재미있군!

 

무례한 놈!
이렇게 해 주겠다!

 

저분은 바람 속의 조롱박

 

그렇지, 그렇지!

 

이쪽으로 흔들리다

 

저쪽으로 흔들리네!

 

효효 라 효효!
효효 라 효효!

 

첫 번째 성에

 

매달린 조롱박

 

재밌다, 재밌어!

 

누구냐?

 

오구라입니다

 

첫째 성에서 전갈입니다

 

타로님께서는 가업 승계를
축하하는 의미로

 

가족 연회를
개최하고자 하시니

 

꼭 참석해 달라는 말씀입니다

 

이코마도 함께

 

가족 연회라고 들었는데
우리들뿐이냐?

 

아버님, 우선

 

자리에 앉으시지요

 

이 아래 자리에 말이냐?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제 남편의 아버님이십니다

 

그것뿐이냐?

 

성주라는 칭호는
사라졌단 말이냐?

 

농담이 지나치시옵니다

 

농담이 아니다!

 

내 칭호와 지위를
유지한다고 한 것을

 

잊었단 말이냐?

 

아버님이야말로

 

저를 이 가문의 주인으로
명한다고 하시고는

 

그걸 잊으셨습니다!

 

무슨 말이냐?

 

첫째 성을 너에게 넘기고

 

측근 호위대의 수도 줄였다

 

수는 줄었을지 몰라도

 

눈에 거슬리게
행동하고 있습니다

 

저 노래는 무엇입니까?

 

이래서는 제가 아랫사람을
복종시킬 수 없지 않습니까?

 

저들은
예의범절을 모르는 무사들이다

 

노래를 부르며
즐기고 있지 않느냐!

 

정도가 심하지 않습니까!

 

저 노래는 저를
조롱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 노래를 부르는 자를
벌하려고 하는

 

제 부하를 아버님이
죽여 버리셨습니다

 

그냥 넘어갈 수 없습니다

 

이번은 그냥 눈감는다 쳐도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서약을 하셔야겠습니다

 

그러니까 서약문에

 

피로 혈장을 남기십시오!

 

서약문이라고?

 

이럴 수가 있나!

 

읽어 보아라

 

서약문...

 

제1항

 

이치몬지 가문의 모든 재산을
타로에게 이양한다

 

제2항

 

이치몬지 가문의 지휘권을
타로에게 이양한다

 

제3항

 

타로의 부친일지라도

 

타로의 지시와 권한에 복종하며

 

그에 반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위의 내용을
신들 앞에 맹세하며

 

맹세를 어길 경우
처벌을 받는다

 

이따위 문서에
내 피로 서명할 거라고

 

생각하느냐?

 

여기 언급된 각 항은

 

후지마키와 아야베의
입회하에

 

직접 말씀하신 내용입니다

 

그런 서약문에 서명을 하고
안 하고가 뭐가 중요하십니까!

 

이게 내 아들이란 말이냐?

 

- 무슨 말씀이십니까?
- 이게 자식의 태도냐?

 

암탉이 수탉을 부추겨
노래를 부르게 하니

 

수탉이 우쭐해하는구나!

 

여기에 머물지 않겠다

 

내게는 아직 아들이
한 명 더 있다

 

고맙사옵니다

 

소첩은 이 성에서
태어나 자랐고

 

타로님과의 혼인을 위해

 

이 성을 떠났습니다

 

혼인 후 제 아버님과 오라버니들은
경계를 늦춘 사이

 

히데토라로부터 죽음을
당하였나이다

 

이제야 다시 이 성에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얼마나 이날을 기다렸는지!

 

바로 이 방에서

 

어머님은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습니다

 

아버님이 이쪽으로
오고 계시다

 

첫째 성에서 쫓겨나셨다

 

타로 형의 서한에 보면

 

상도를 벗어난 아버님을
여기 들이는 게 위험하며

 

아버님의 보좌관인 이코마가
형의 뜻을 알고 있다고 한다

 

타로님이 평소와 달리
아주 가혹하시군요

 

그런데 왜 지로님께서는 사태를
수수방관하고 계십니까?

 

그렇습니다!

 

가문을 이끌어 가실 분은
지로님이십니다

 

타로는 큰 그릇이 못 됩니다

 

일생일대의 기회입니다

 

그럼 자네들은 나와 운명을
같이할 준비가 되었단 건가?

 

그렇습니다!

 

사냥감을 놓치는 주인은
사냥개도 따르지 않는 법!

 

아니면 사냥개가
주인을 잡아먹습니다!

 

사냥개들 잘도 짖어 대는구나!

 

나도 언제나 부당하다고
생각해 왔었지

 

12개월 늦게 태어난 죄로

 

앞으로도 형의 그림자로
살아가야 한단 말이냐?

 

이 고리를 끊자!

 

훌륭하십니다!

 

기다려!

 

내 말을 듣거라

 

형은 문제없지만

 

형수는 쉽지 않을 거다!

 

맞습니다

 

형수님이야말로 지로님께
어울리는 분입니다

 

빼앗으십시오!

 

파렴치하구나!

 

그 전에 아버님이 계시다

 

따르는 무사 30명을
거느리고 계시다

 

게다가 일기당천의
강자들이다

 

이제 곧 아버님이 그들과
여기에 당도하실 거다

 

어쩐다?

 

문 열어라!

 

히데토라가 왔다!

 

성주님 행차!

 

우선 스에를 보러 가겠다

 

지로에게는 조금 후에
보자고 전해라

 

스에!

 

나무서방정토 극락세계

 

삼십육만억 동명동호

 

대자대비 아미타불

 

아미타불

 

여기 있을 줄 알았다!

 

아버님!

 

인사는 필요 없다

 

오랜만이구나

 

얼굴을 보여 다오

 

언제 봐도 슬픈 얼굴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구나

 

미소 지으면 더 괴롭다

 

나는 너의 일가와 성을
불태운 장본인이다

 

그런 날 그렇게 바라보느냐!

 

차라리 나를 증오해 다오!

 

그러면 내 맘이 편하겠다

 

제발, 나를 증오해 다오!

 

아버님을 증오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이 전생에서
이루어졌습니다

 

모든 게 부처님께
달려 있사옵니다!

 

또 부처님이냐?

 

이 세상엔 부처가 없다
부처를 지키는 범천과 제석천도

 

아수라에게
짓밟혀 버렸단 말이다

 

부처님의 자비에 기대어
살 수가 없는 세상이다!

 

지로구나!

 

네 성의 손님으로 왔다!

 

타로에게 실망했단다
내 말을 들어 보거라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형의 서한을 통해 알고 있습니다

 

타로의 서한?

 

아버님의 무리들이 무례하고
난폭하게 굴었다고 합니다!

 

저는 자식으로서 아버님을
정중히 맞아야 마땅하지만

 

아버님의 무리들은
성 안으로 들이지 말라는

 

형의 명령입니다

 

뭐라고?

 

나를 따르는 자들을 성 밖에 두고
나 혼자서 들어오라고?

 

형님은 가문의 주인이시며

 

소자는 형의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안 됩니다

 

못마땅하시다면

 

형님이 계신 첫째 성으로
돌아가셔서

 

사과하는 것이
좋은 생각일 줄 압니다

 

타로에게 사과하라고?

 

첫째 성으로 돌아가라고?

 

그만두거라!

 

쿠로가네!
시라네!

 

이게 무슨 뜻인가?

 

이코마, 들으시오!

 

성주님의 명령이오!

 

오늘의 갑작스런 방문으로

 

성에 여러 가지 정돈이
이루어지는 동안

 

조용히 밖에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명령하셨소

 

이제 됐어!

 

내 알았다!

 

너 역시

 

타로와 마찬가지다

 

너희들에게 나는
성가신 방해물이다!

 

무슨 말씀을!

 

아버님이 혼자시라면
기꺼이 맞아들이겠습니다

 

내가 그렇게 할 수 없단 걸
알고 있지 않느냐!

 

아버님은 가문에서
물러나신 분인데

 

호위대가 무슨 필요이십니까?

 

호위대 없이 홀로 살아가는 건

 

새나 짐승뿐이다

 

핑계는 필요 없다!

 

문 열어라!

 

뭘 망설이느냐?

 

문을 열라고 한 건 내 호위대를
넣으려는 게 아니라

 

내가 나가려는 거다!

 

문을 열거라!

 

문을 닫아라!

 

두 번 다시 네 녀석을
보지 않을 것이다!

 

마을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집에는 쌀이라곤 한 톨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식량을 가지고
산으로 도망을 친 모양입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세 번째 성으로 가야 합니다

 

성주님의 승리의 깃발이
처음으로 휘날린 곳입니다

 

- 그 성으로 다시 가셔서...
- 바보 같으니!

 

만약에 내가 그럴 수 있다면

 

이렇게 굶주리면서 들을
떠돌아다니겠느냐?

 

생각해 봐!

 

세 번째 성의 주인인 사부로를
추방한 나를

 

성의 무리들이
반겨 줄 거라고 생각하느냐?

 

이치몬지 가문의 주인인
타로님의 분부로

 

이 성을 인계받으러 왔다

 

문을 열어라!

 

사부로님 없는 이 성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

 

우리의 바람은 단 하나

 

사부로님을 따라
사부로님을 위해 죽는 것이다

 

사부로님은 후지마키의 영토에
가 계신다고 한다

 

길을 비켜라
우리는 그 곳으로 간다!

 

아니, 탄고님!

 

탄고님 아니십니까!

 

나에겐 쌀과 된장
모든 게 있다

 

남모르게 변장을 하고

 

멀리서 성주님의 고난을
지켜보았습니다

 

비록 추방당한 몸일지라도

 

성주님을 계속해서
섬기고자 합니다

 

탄고인가?

 

기다려라!

 

그 식량 받을 수 없다

 

아무리 궁해도 무사는
농부의 쌀을 구걸하지 않는다

 

농부들의 행동을
용서할 수 없다!

 

마을을 불태워라!

 

잠깐!

 

농부들은 죄가 없습니다!

 

타로님의 명령에 복종하도록
강요당한 것입니다

 

타로가 뭐라 했는가?

 

성주님은 추방당하신 몸이며

 

성주님을 돕는 자는
사형에 처한다는

 

명을 내렸습니다

 

내 이제야 알겠구나

 

자네가 그때 했던 충고를

 

웃어라, 탄고!

 

이 히데토라는

 

자식들에게 버림받아

 

자식들의 성에서도 쫓겨나

 

갈 곳도 없다!

 

성주님, 갈 곳은 있습니다!

 

현재 사부로님은 후지마키님의 영토에
머물고 있습니다

 

거기로 가시지요

 

아니다!

 

내가 어찌 사부로의 얼굴을

 

다시 볼 수 있단 말이냐?

 

아니옵니다!

 

사부로님은 성주님의 행복만을
바라십니다

 

제가 이렇게 변장을 하고
성주님을 따라온 것도

 

성주님을 보호하라고 사부로님이
제게 명하셨기 때문입니다

 

전갈입니다
사부로님의 측근들이

 

셋째 성을 넘기고
후지마키의 영토로 떠났습니다

 

이제 후지마키의 음모가
천하에 드러났습니다

 

사부로를 사위로 얻은 후

 

그를 따르는 무리들을 손에 넣고
성주님까지 받아들여

 

이치몬지 가문을 분열시켜
서로 싸우게 한 다음

 

자신이 모든 영토를
차지하려는 겁니다

 

무슨 말씀을! 후지마키님은
그런 분이 아니십니다!

 

셋째 성을 향해 떠납시다

 

성은 지금
타로님 장군의 손에 있습니다

 

오구라 말이냐?
얘기하면 이해할 걸세

 

뭐지?

 

이 지독한 냄새는...

 

내장이 썩는 냄새!

 

오구라의 무리는
별것 아닙니다

 

쉽게 밀어낼 수
있을 겁니다

 

말을 대령해라!

 

서두르자!

 

지옥은 가까이 있는데
극락은 아득하구나

 

쓸모없는 녀석!
겁나면 여기 있어라!

 

우리는

 

생각한 바를 솔직히
말씀드린 것뿐인데!

 

성주님!
적군입니다!

 

알고 있다!
이코마와 오구라를 불러라!

 

그 둘의 꼬임에 당했습니다!

 

성의 안팎으로 적군이

 

포진해 있습니다!

 

이건 생지옥입니다!

 

타로님이 전사하셨습니다!

 

- 뭐라고?
- 타로님이 전사하셨습니다!

 

사령탑에서 피격당하셨습니다

 

지로님은 타로님보다
무운이 강하십니다!

 

아버님은?

 

할복하시겠지요

 

- 끝장이다!
- 각오하라!

 

마지막입니다, 성주님!

 

물러나라!

 

지로님!

 

주사위는 던져졌습니다!

 

이제 지로님의 길은 하나

 

가문의 주인이 되시는 겁니다

 

이제 주저하시면 안 됩니다

 

성주님!

 

성주님!

 

광인이 되셨나?

 

차라리 잘됐어요!

 

무슨 말인가?

 

성주님, 정신을 차리십시오!

 

미친 세상에서 살려면
미쳐야 하는 법!

 

뭐가 보이십니까?

 

용서해 줘!

 

좋아! 미치니까
자신의 악행을 인정하는군!

 

신기하기도 해라

 

쓸쓸한 들녘에 보니

 

내 손에 쓰러져 간

 

일가족들의 모습이...

 

하나씩 하나씩 유령처럼...

 

내 앞에 나서는구나

 

성주님!

 

누구신가요?

 

여행자요, 오늘 밤 폭풍을
만나 꼼짝 못하게 됐소

 

하룻밤만 묵고 가게 해 주시오

 

여기는 너무 누추한 곳입니다

 

상관없소!

 

사람을 만날 수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왜?
몹쓸 병에 걸렸소?

 

아닙니다

 

그럼 부탁하오!

 

안 됩니다

 

여기 계신 분은
이치몬지 성주님이시오

 

들어가겠소!

 

성주님이 갑작스럽게
몸이 불편해지셨소

 

흠뻑 젖으셨는데
덮어 드릴 만한 것 있소?

 

추워!

 

성주님!

 

탄고!

 

기뻐해라, 쿄아미!
정신이 드신 모양이다

 

안됐군!

 

미쳐 있는 편이 좋은데

 

탄고!

 

내 말을 들어라

 

이 히데토라는

 

타로와 지로로부터
공격당했다

 

이코마에게도 배신당했다

 

더군다나

 

내 식솔들이 죽어 가는 모습을
내 눈으로 보았다

 

그렇지만 무슨 기구한

 

운명 때문인지

 

나만 죽음을 피했다!

 

거기 아낙네!

 

저는 여자가 아닙니다

 

왜 이리 어둡지
등불을 좀 켜 보게

 

등불은 없습니다

 

저에게 빛은 필요 없습니다

 

눈이 잘 보이지 않는가?

 

혹시... 스에님의 남동생

 

츠루마루님이십니까?

 

그렇소!

 

츠루마루!

 

오랜만입니다

 

히데토라 성주님

 

나를 기억하는가?

 

어찌 잊을 수 있겠습니까?

 

제가 아무리 어렸기로

 

아버님의 성을 불태워 버리고

 

저의 생명을 부지시키는 대신

 

이 눈을 멀게 한

 

그 장본인을 어찌
잊을 수 있겠습니까?

 

누님의 가르침으로

 

부처님을 모시면서
원한을 묻어 버리려 해도

 

하루도
생각나지 않는 날이 없고

 

잊고 잠드는 밤도 없었습니다

 

성주님의 접대가
이렇게 소홀한 것을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다행히 누님이
가져다준 피리가 있습니다

 

이 피리를 불어 드려

 

접대하는 마음이라도
표시하겠습니다

 

제게 남아 있는
유일한 즐거움입니다

 

성주님...

 

성주님!

 

성주님!

 

성주님!

 

형수님!

 

형님의 머리카락입니다

 

형님의 전사 소식을
형수님께 전하는

 

이 지로의 마음은
무겁기 짝이 없습니다!

 

오구라!

 

타로님의 유해는
어디 있느냐?

 

이 무더위에
그 처참한 유해를

 

옮길 수가 없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셋째 성에서 화장을 하고

 

가까운 절에서
장례식을 치렀습니다

 

오구라!

 

갑옷과 투구는 어디 있느냐?

 

저를 놀리시는군요!

 

지금 제가
입고 있는 갑옷이

 

형님의 것이란 걸
알아보시지 않습니까?

 

그렇군요

 

그러나 설마 고인의 유품을
전사 직후 이렇게

 

입고 계실 줄은 몰랐습니다

 

그것은 생각지 못했습니다

 

고인이 된 형님께서는

 

이 지로가 형님의 투구와
갑옷을 입고 성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기뻐하실 거라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그러나 저의 생각이
짧았습니다

 

용서하십시오

 

갑옷을 벗겠다!

 

형수님

 

제가 갑옷을 벗고
알몸이 될 겁니다!

 

두 분께서 이 어려운 시기에
이치몬지 가문을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셨소

 

그런 이유로

 

작지만 선물을 준비했으니
받아 주시오

 

이것은 이별의 선물이오

 

받으시오!

 

지로님께서는
곰곰이 생각하신 결과

 

자기의 주인을 배반하는 신하들을
측근으로 두는 것이

 

위험한 일이라는 결론을
내리셨소!

 

옳은 생각이 아니오?

 

많이 실망하셨을 줄 압니다!

 

그러나 원한을 품지 마시오

 

알았소?
그럼 물러가시오!

 

카에데님이 찾아 계십니다

 

들어오시라 해라!

 

아까는 두서없이
무례한 말씀을 올려

 

부끄럽습니다

 

송구스럽습니다, 형수님

 

듣자 하니 아버님께서
광인이 되셨다던데요

 

형수님이 만족하시겠지요

 

무슨 말씀이십니까?

 

형수님

 

단도직입적으로 솔직하게
말씀드린 겁니다

 

기분이 상하셨다면
용서하십시오

 

그러나 형수님의 부모 형제의 원수인
우리 아버님에 대해

 

원한을 품고 계실 줄로
알고 있었습니다

 

아닙니까?

 

그럼 이 카에데도
솔직히 한 말씀 드립니다

 

지로님 역시 만족하시겠지요

 

지로님께서 이제
이치몬지 가문의 주인이 되셨으니

 

이 투구 또한 지로님의 것

 

내가 장님인 줄 아나!

 

아버님을 미치게 하고
형을 죽이고

 

가문을 훔쳤으니
죽어 마땅하다!

 

아니오!

 

여기까지 와서

 

비겁하게!

 

형님을 해친 건
제가 아닙니다!

 

그럼 누구지?

 

말해!
누구지?

 

그건 제가 아니라

 

쿠로가네의 짓이오

 

형편없군!

 

자기가 한 게 아니라
부하의 잘못이다 이거지!

 

훌륭한 주인이군!

 

부하의 잘못이라고!

 

내 쪽에서도 거짓 없이
확실히 말씀드려야겠군요

 

잘 들어요

 

남편이 살해당한 게
대수롭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난 그저 내 몸 하나

 

걱정될 뿐이오!

 

남편 없이 과부로
머리를 자르고 사는 것도

 

그렇다고 비구니가 되는 것도
나는 싫어요!

 

이곳은 내 아버님의 성
여기서 절대 나가지 않을 거요!

 

지로님께서

 

내 이 부탁을 들어준다면

 

그 누구에게도

 

이 극악무도한 범죄에 대해
말하지 않을 거요!

 

당신을 비난하거나
증오하지도 않을 거요!

 

내가 입을 벌리면
가문이 산산조각이 나겠죠

 

기억해 두시오

 

내가 모든 것을
파멸시킬 수도 있다는 걸

 

내 말 알아들었소, 지로?

 

저기, 성주님

 

뭡니까, 형수님?

 

형수님이라니?

 

우리가 이렇게
정을 통한 이상

 

지금부터

 

나는 당신의

 

부인입니다

 

그러나 내게는 이미
정실인 스에가...

 

그럼 저는 첩이란 말입니까?

 

싫어요! 싫어!

 

당신은 내 거야
그 누구에게도 줄 수 없어

 

울지 말아요, 카에데

 

당신이 한낱 첩이라고는
상상도 못하오

 

하지만 스에가 있는 이상...

 

그건 내가 알아서 하겠소

 

어떻게요?

 

스에는 쫓아내겠소

 

아니오! 싫어요!

 

이 카에데는

 

지로님의 몸을 아는 여자를
용서할 수 없어!

 

그런 여자와 같은 세상에서
숨 쉬며 살 수 없어요

 

지금 여기가
어디라고 생각하죠?

 

세상만사가 옳다면
츠루마루가 사는 곳이겠죠

 

자기가 불태운 그 성터에서
몸을 피하고 있다니!

 

아무것도 모르는 자는
행복할지어다!

 

자, 투구이옵니다

 

이건 투구의 장식이옵니다

 

한층 훌륭해 보이십니다

 

아니, 귀신이 나타났다!

 

귀신 두 마리예요!

 

배신자들!
대가를 치르게 해 주마!

 

아니, 잠깐!

 

우선 이야기를 듣게!

 

빠져나가려 해도 소용없다!

 

성주님으로부터 네 놈들의 배신을
들어 알고 있다!

 

성주님!

 

성주님!

 

성주님!

 

성주님!

 

성주님!

 

죽어라, 역적!

 

타로를 죽인 건 지로요

 

성주님은 미쳤기 때문에
해를 피했지만

 

정신이 돌아오고 나면

 

죽음을 당할 것이오!

 

지로가 타로를 죽였다

 

성주님을 어서
사부로님 곁으로 모셔 가야 해

 

안 될 겁니다

 

사부로님 말만 나오면
도망치십니다!

 

하기야 이제 와서 사부로님을
볼 면목이 없는 게 당연하지

 

그 면에서는
제정신이라니까!

 

성주님!

 

성주님!

 

사부로님 곁으로 감이
어떠시겠습니까?

 

자, 사부로님께 가시지요

 

사부로님을 여기로
모셔 오는 수밖에

 

그 방법밖에는 없어

 

내가 사부로님을
모시고 오겠다

 

너는 성주님을
지키고 있거라

 

성주님, 카에데님께 완전히
마음을 빼앗기셨군요!

 

그래서 두 분이 혼인을 하신다면
그 또한 좋습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스에님을 살해하라니요!

 

어쩔 수 없어서
살해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유도 없이...

 

이런 부당한 명령은
받을 수 없습니다!

 

쿠로가네!

 

둘째 성에도
소금 창고가 있지요?

 

예!

 

그렇습니다만?

 

이 더위에 스에의 목을
소금에 절이지 않고 가져오면

 

우리가 그 고운 얼굴을
볼 수 없지 않겠소!

 

스에처럼 아름다운 분에게

 

그런 처우를 할 수는
없지 않소!

 

쿠로가네가 맡아서 한다면
실수가 없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소!

 

여기서 내가 이 미친 영감과
뭐 하고 있는 거지?

 

타고 있던 바위가 구르기 시작하면
얼른 뛰어내려야지

 

그렇지 않으면 바위와 함께
산산조각이 나는 거지!

 

남아 있는 건
바보 같은 짓이야!

 

여기는...

 

여기는 어디지?

 

여기는 극락이라고!

 

이게 뭐야!

 

난 어렸을 적부터

 

이 영감을 돌봐 왔어!

 

착하지...

 

잘 자라!

 

쿠로가네 지금 돌아왔습니다!

 

들어오너라!

 

수고했소

 

송구스럽습니다

 

분부대로 여기

 

물건을 가져왔습니다!

 

살펴보십시오

 

그럼

 

제가 먼저 보겠습니다

 

이게 뭐요?

 

쿠로가네!
장난이 지나치지 않소!

 

왜 그러십니까?

 

닥치시오!

 

아니 이런!

 

여우가 스에님으로
둔갑한 모양입니다!

 

농담 그만하오!

 

이건 신전의
여우 신상이잖나!

 

교활하기도 해라!
처음엔 사람으로 둔갑했다가

 

이번에는 돌로 변한 건가!

 

쿠로가네!

 

쿠로가네!

 

날 우롱하는가?

 

당치도 않습니다!

 

이 부근에 여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것들이 사람으로
둔갑한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지로님도 조심하셔야 합니다!

 

여우는 주로 여자로 둔갑해
몹쓸 짓을 저지릅니다!

 

옛날 서방의 성에 사는
왕의 부인으로 둔갑한 여우는

 

왕을 사주해 천 명의
백성의 목숨을 빼앗고

 

그 후 중국 유왕의 후궁이 되어
나라를 멸한 후

 

일본으로 건너와서는

 

타마모 공주로 둔갑해
악행을 일삼다가

 

결국에는 꼬리 아홉 개 달린 백여우로
변했다고 합니다!

 

그 후 구미호의 행방은
알 수 없지만

 

어떤 이들의 말에 따르면

 

구미호가 이 부근에
머물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조심 또 조심하십시오!

 

지로님!

 

이것이 카데에의
바람에 대한 보답입니까?

 

쿠로가네와 미리 짜고
저를 능멸하시는군요!

 

아니오!
카에데, 그렇지 않소!

 

듣지 않겠습니다!

 

카에데!
이건 쿠로가네가 한 일이오!

 

언제나 쿠로가네 타령!

 

쿠로가네 말고는
부하가 없으십니까?

 

하루는 타로를 살해한
천하의 악당이고

 

하루는 스에를
구하는 영웅이고

 

뿔이 둘 달린 괴물이
오른팔입니까!

 

어쨌거나

 

이 카에데는 스에의 목을
가져올 때까지

 

뵙지 않을 것입니다!

 

누님!
피리를 잊고 왔습니다!

 

시간이 없다!

 

하지만 그건 어릴 때부터...

 

그럼 어떻게 한다?

 

쿠로가네님께서는 추격자가 따르니
서두르라 하셨습니다

 

피리는 제가
가지러 가겠습니다

 

그런 노쇠한 몸으로...
아니다, 내가 가마

 

아닙니다
어서 츠루마루님과 서둘러

 

성터에 가셔서 가문을 위한 공양을
하셔야 합니다

 

앞으로는 그 성터를
찾아뵙지도 못하실 겁니다

 

츠루마루, 어서 서두르자!

 

츠루마루, 성이

 

성터가 보이는구나!

 

어느 쪽입니까, 누님?

 

저기에!

 

어디요?

 

세상이 완전히 거꾸로구나!

 

전에는 내가 미쳐서
너를 웃겼는데

 

이제는 네가 미쳐서
나를 웃기는구나

 

뭐라 말 좀 해 보라고!

 

너는 바보 같은 소리를 하고
나는 진실을 말하고!

 

자, 한번 해보자고!

 

자! 영감!

 

뱀의 알은 하얗고 예쁜데

 

새의 알은 얼룩지고 더러워

 

이건 성이군

 

돌로 된 성벽이야

 

새는 더러운 알 대신
하얀 알을 품었다

 

이상하군

 

그래서 부화한 알에서
뱀이 나왔지

 

성벽 위에는 아무것도 없어
어찌된 영문이지?

 

새는 뱀을 키워
뱀에게 잡아먹혔다

 

여기는 어디지?

 

나는 누구지?

 

바보 같은 어미 새지!

 

사부로

 

아앗, 아파!

 

나는 하찮은 벌레다!
죽이지 말아 줘!

 

죽인다고? 너 같은 벌레 따위
죽여 주지도 않아!

 

너는 누구냐?

 

누군가가 울고 있다

 

울고 있는 게 누구냐?

 

젠장!

 

사람은 울고
아우성치며 태어나

 

울 만큼 울고 나면
저세상으로 가는 거야

 

사부로가 강을 건너

 

하치방에 도착했습니다!

 

사부로는 호위대만 이끌고
뭘 할 작정이지?

 

사부로님의 전갈입니다!

 

뭐지?

 

사부로는 아버님을
찾으러 왔다

 

아버님을 찾으면
모시고 바로 철수한다

 

후지마키의 군대가
변경에 도착했습니다!

 

곤란하군!

 

원군을 보내지 말라고
했을 텐데!

 

곤란하실 것 없습니다!

 

후지마키님 덕분에

 

적군이 하치방에서
꼼짝달싹 못합니다

 

그 틈에 아주사로 가서
성주님을 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조금만 실수하면
큰 전쟁으로 번질 거다!

 

곤란한 상황이야!

 

내가 너무 서두른 건가?

 

걱정이 돼서 나와 봤는데
사위가 화내지 않을까?

 

여기서 이렇게 움직이지 않고 있으면
괜찮을 겁니다

 

전투 준비!

 

이 전투를 하는 건
경솔한 짓입니다

 

사부로가 성주님을
모시고 가게 그냥 두십시오

 

전투를 피하십시오

 

사부로에게
아버님을 넘기라는 건가?

 

그럼 나를 역적으로 몰아

 

아버님과 힘을 합쳐
날 공격할 것이다

 

성주님을 넘기든 말든 간에

 

지금 어디 계신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이렇게
우왕좌왕하는 동안에

 

후지마키와 아야베는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습니다

 

지금은 방어를 해야지
공격을 할 때가 아닙니다

 

전갈입니다!

 

카에데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전쟁터로 떠나시는 것을
축하하고자 하니 오시랍니다

 

출전하는 장군이
여자에게 마음을 두면 안 됩니다!

 

삼가셔야 합니다!

 

이제 적군의 무리가 온다

 

우리는 저 숲으로 가서
성주님의 곁으로!

 

초조해하지 말게!
말을 쉬게 하라!

 

말에서 내려라!

 

어리석으십니다!

 

또 쿠로가네의 농간에
넘어가셨군요!

 

당치 않소! 지금 전쟁을 하는 건
우리에게 불리하오!

 

전쟁에 이기고 지는 건
장군의 기량에 달려 있는 법!

 

후지마키와 아야베가
두려우십니까?

 

실수하신 겁니다

 

미쳤든 아니든 히데토라를
살려 두는 게 아니었습니다

 

아버님을 살해하려 해도
어디 계신지조차 모르오!

 

사부로는 알고 있을 겁니다

 

어디 계신지도 모르면서
모시러 온다고 했겠습니까?

 

사부로에게 아버님을
모셔 가도 좋다고 전갈을 보내십시오

 

그리고 움직임을 감시하면서
저격수들을 보내시면 되지요!

 

길을 잃었다

 

인간은 모두 길을 잃었지!

 

이 길은

 

기억이 난다

 

전에도 지난 적이 있어

 

인간은 모두
같은 길만 걷고 있지

 

싫으면 이 벼랑으로 뛰어내려!

 

성주님!

 

성주님!

 

저것은

 

누구지?

 

스에!

 

누님, 저 목소리는...

 

여기는 스에 아버지의 성이
서 있던 자리

 

이 히데토라가
불태운 성터다

 

나는 왜 여기에 있지?

 

왜 스에는 여기에 있지?

 

츠루마루도!

 

이것은 꿈인가?

 

아니 여기는 지옥이다!

 

지옥이야!

 

끝없는 지옥!

 

말을 타라!

 

지로님으로부터 전갈입니다!

 

알았다!

 

아버님을 모시고
바로 여기를 떠나면

 

우리를 공격하지 않겠다고
써 있네

 

어서 성주님 곁으로!

 

적에게 아버님이 계신 곳을
알리면 위험하니 밤을 기다리세

 

사부로님!

 

아야베의 군대가
움직이고 있습니다!

 

흡혈귀 같은 놈!
피 냄새를 맡고 나왔군!

 

침착하십시오, 지로님!

 

저 위에는 아야베가

 

저쪽에는 후지마키가

 

우리를 노리고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중요한 순간입니다

 

저들에게 공격할 틈을 주어서는
절대로 안 됩니다!

 

아버님을 모셔 간다더니
조금도 움직이지 않아!

 

저 사부로 녀석이
무슨 속셈이지?

 

왜 이리 늦지?

 

츠루마루, 내가 되돌아가서
보고 올게

 

싫어요!

 

피리 따위 이제 필요 없어요!

 

이렇게 떼를 쓰니
어린애 같구나!

 

이제 두 번 다시
혼자가 되는 건 싫어요!

 

넌 혼자가 아니란다

 

이 부처님의 초상화가

 

나를 대신해서
널 지켜 줄 거야

 

누님!

 

곧 돌아올게

 

누님!

 

성주님을 찾으며 울고 있는 쿄아미를
발견해 데려왔습니다

 

성주님은 어디 계시냐?

 

용서하십시오!

 

어디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쿄아미

 

아버님이 아주사에서
사라지셨더냐?

 

어쩔 수 없군
밤을 기다릴 수 없다!

 

교아타!

 

나는 탄고와 아주사에 간다

 

너는 적을 끌어들여
꼼짝 못하게 해라!

 

호위병 10명은
사부로님을 따르라!

 

움직인다!

 

사부로의 무리가
아주사로 향하고 있다

 

총포 대장!

 

당장 총포 부대를 이끌고
아주사로 가서

 

매복하고 사부로를 기다려라

 

사부로를 사살하는 자는
포상을 받을 것이다

 

뭐라고 하셨습니까?

 

사부로와의 약속을 깨면
전쟁을 피할 수 없습니다!

 

할 수 없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거였다!

 

어리석으십니다!
사부로는 혼자가 아닙니다!

 

알고 있다!

 

만약 후지마키와 아야베가
가담하고자 한다면

 

각오하라고 해라!

 

전부 다 이치몬지의 영토가 될
절호의 기회다!

 

용감한 말씀입니다만
말만으로 승전할 수는 없습니다

 

쿠로가네, 내 무력함을
질책하던 사냥개는 어디 갔느냐?

 

카에데 말이 옳다

 

네놈은 천하무적인 척하는
겁쟁이다!

 

또 카에데님에게...

 

닥쳐라!

 

마음대로 해라!

 

이 전투가 무서우면
나를 버리고 도망가거라!

 

지로님을 버리고

 

어디로 가란 말씀입니까?

 

총포 대장!
뭘 하고 있나? 가라!

 

사부로님께 전해라!

 

적군의 총포 부대가 아주사로
향하고 있으니 조심하라고

 

보병대!

 

전진!

 

건방지군!

 

모두들

 

열을 흩트리지 말고

 

숲 속으로 진을 옮긴다!

 

부대, 오른쪽으로!

 

부대, 왼쪽으로!

 

전진!

 

사부로님!

 

아버님!

 

성주님!

 

아버님!

 

하늘이 참...

 

여기가 저세상인가?

 

극락인가?

 

아버님!

 

참 잔인하시구려!

 

나를 무덤에서 끌어내려 하니!

 

저를 알아보시지
못하시겠습니까?

 

아버님!

 

아버님?

 

예!

 

'아버님'이라니?

 

기다리게, 생각났다

 

나에게 세 명의 아들이 있었다

 

자네가 그중 하나인가?

 

예, 사부로입니다

 

사부로?

 

오오, 사부로, 너냐!

 

아버님!

 

내가 네 얼굴을
어떻게 본단 말이냐?

 

용서조차 구할 수 없구나

 

네가 지금 나에게
독을 마시라고 해도

 

나는 기쁘게 마시겠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는 아버님을
원망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런 감언이설에는
난 이제 안 속는다!

 

사부로님이
감언이설을 할 분입니까?

 

그런 거짓 농간에 속을 수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성주님!
사부로님을 잘 보십시오!

 

이런 눈물은

 

거짓으로는
흘릴 수 없는 눈물입니다

 

아버님, 이 사부로의 곁으로
오시겠습니까?

 

이 사부로의 곁에 오셔서

 

지금까지의 악몽을
전부 잊으셔야 합니다

 

너야말로

 

나의 과오를 잊어 다오

 

용서해 다오!

 

나는 노망든 바보란다!

 

진격하라!

 

적은 숲 속에 있습니다

 

숲 속에서는 방어하기 쉽고
공격하기는 어렵습니다!

 

숲 속에 있다면
숲을 태우면 그만이다!

 

진격하라!

 

전진!

 

돌격!

 

후퇴하라!

 

후퇴!

 

겨우 이 정도냐?

 

진격!

 

아야베의 군대가
첫째 성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뭐라고!

 

아야베의 군대가
저 능선에...

 

당했다!
저 군대는 미끼였습니다

 

후퇴하라!
퇴각하라!

 

진격!

 

이제 됐다!

 

자 한 번 더 축하하자!

 

너에게 할 얘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구나!

 

우리 둘만이 되었을 때

 

조용히 부자간의 대화를
나누고 싶구나

 

내 바람은 그것뿐이다

 

그 외에 아무것도 필요 없다

 

죽었다!

 

나는 알아

 

사부로!

 

죽었다!

 

너희들과 나는 살아 있는데!

 

사부로

 

아직 죽으면 안 된다!

 

너에게 할 말이 있단다

 

사과할 것이 있단다

 

이것이 옳단 말인가?

 

내 아들, 사부로

 

너는 이제
되돌아오지 못하는 거냐?

 

가까이 오지 마!

 

어두워지고 있다!

 

노망든 늙은이를 동정해라

 

모든 게 끝이다!

 

성주님!

 

성주님! 성주님! 성주님!

 

쿄아미, 혼을 잡지 마라!

 

고통만 더할 뿐이다

 

장군님!

 

아군의 승리입니다!

 

적군은 기습을 받고
첫째 성으로 퇴각했습니다

 

승리는 우리 것입니다!

 

아아, 참으로!

 

이럴 수가!

 

사부로님은 왜
승리도 보시지 못하고...

 

성주님은 왜 이렇게
우리 곁을 떠나셔야 하는가?

 

이 세상에는
신도 부처도 없단 말인가?

 

만약에 있다면 들으시오!

 

당신들은 제멋대로인
잔인한 악당들이야!

 

하늘에서 심심풀이로 사람들을
벌레처럼 죽이며 즐거워하지!

 

우리가 울부짖는 것이
그렇게도 재미있단 말인가?

 

신과 부처님을
욕되게 하지 마라!

 

울고 있는 건 그들이다!

 

어떤 세상이든
서로 죽고 죽이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인간의 반복되는 악행을

 

신도 부처도 어찌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울지 마라!

 

이것이 인간의 세상이다!

 

인간은 행복보다 슬픔을

 

평안보다 번뇌를
추구하는 것이다!

 

보아라!
지금 저 성에는

 

인간들이 고통과 번뇌를 찾아
서로를 죽고 죽이며

 

희열을 느끼고 있다!

 

지로님!

 

탑으로 가십시오!
여기는 우리가 막겠습니다

 

회군하라!

 

멈추어라!
문을 닫아라!

 

지로님은?

 

이것은 사부로의 목인가

 

아니면 성주님의 목인가?

 

이제 와서 그게 무슨 소용인가!

 

아닐세
귀한 분의 엄명이네!

 

기다려, 쿠로가네

 

여기의 주인이
지로님입니까, 카에데입니까?

 

이 쿠로가네 지로님을 섬기지
카에데를 섬기진 않습니다!

 

여우 같은 계집!

 

잘도 계략을 세워
이치몬지를 멸망시켰구나!

 

여자의 경박함이 이 지경에
이르렀음을 아느냐!

 

경박함이라고?

 

부모 형제의 원한이 사무친
이 성이 불타

 

이치몬지가 멸망하는 모습을

 

내 눈으로 보고 싶었다!

 

진정하라!

 

지로님, 죽음을 각오하십시오!

 

이 쿠로가네도
곧 따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