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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서섹스
1941년'

 

소중한 당신께
난 또 미쳐갈 거예요

 

그 끔찍한 고통을
또 겪을 순 없어요

 

이번엔 회복 못 할 거예요

 

환청이 들리고
도무지 집중이 안 돼요

 

그래서 최선의 선택을
하기로 했어요

 

당신은 내게
최고의 행복을 줬어요

 

당신 덕분에 세상 그 누구도
아쉽지 않았어요

 

난 당신 인생을 망쳐요
내가 없어야 살아갈 수 있어요

 

'레너드, 바네사'

 

잘 살겠죠

 

알아요

 

이런 편지조차
제대로 못 쓰네요

 

내 모든 행복은

 

당신 덕분이었다고
말하고 싶어요

 

내게 한결같은 인내를
보여줬던

 

정이 깊었던 당신

 

이제 내게 남은 건
당신의 그 깊은 정뿐이에요

 

더 이상 당신 앞길을
막을 수 없어요

 

이 세상에 우리만큼
행복했던 두 사람은

 

없었을 거예요

 

버지니아로부터

 

디 아워스

 

'WM 커티스 부자
이사 및 보관 서비스'

 

'로스앤젤레스
1951년'

 

'영국, 리치몬드
1923년'

 

'호가스 하우스'

 

- 안녕하세요, 선생님
- 울프 씨

 

나빠지진 않았어요

 

그렇군요

 

거처를 옮기면 안 됩니다

 

안정이 필요해요

 

금요일에 뵙죠

 

'뉴욕 시
2001년'

 

'댈러웨이 부인'

 

'켈로그 콘푸레이크'

 

- 레너드
- 버지니아

 

잘 잤소?

 

별 탈 없이요

 

- 두통은?
- 없었어요

 

없었죠

 

의사가 양호하다던데

 

- 전부 오늘치예요?
- 그렇지

 

자기 원고를 보낸
청년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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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법 오류 2개

 

아직 4쪽도 못 읽었는데

 

아침은 먹었고?

 

- 네
- 거짓말

 

내가 아니라
의사 명령이잖소

 

넬리 시켜서
과일과 빵 올려보내리다

 

점심이라도 들어야지

 

부부끼리 앉아서
제대로 식사하는 거요

 

수프와 푸딩과
전부 다

 

억지로 먹일 테니

 

첫 문장이
떠오른 것 같아요

 

그럼 써야지

 

점심 꼭 먹고

 

댈러웨이 부인은 꽃을 직접
사와야겠다고 말했다

 

"댈러웨이 부인은 꽃을 직접
사와야겠다고 말했다"

 

샐리, 꽃을 직접 사와야겠어

 

뭐?

 

무슨 꽃?

 

젠장, 깜박했네

 

아침 거르면 키 안 큰다

 

동생도 생기니
빨리 자라야지

 

생일 축하해요

 

- 좋은 아침, 여보
- 댄

 

자기 생일에 장미를?

 

사람 미안하게

 

엄마 왔으니 먹겠네

 

당신 생일인데
왜 내게 꽃을 사줘요?

 

자고 있길래

 

그래서요?

 

엄마가 좀 더 자도록
놔두기로 했지?

 

잘 잤니? 아가야

 

쉬어야지

 

- 4개월 남았잖아
- 됐어요

 

괜찮아요
그냥 좀 피곤해서요

 

아침 먹으라고
타이르고 있었어

 

그래야지

 

오늘 참 화창하네

 

이제 둘이 뭐 할 건데?

 

우리끼리 계획 짰지?

 

무슨 계획?

 

미리 자세히 말하면
파티 망치잖아요

 

그럼 그만 캐물어야겠네?

 

벌써 이렇게?

 

갈게

 

- 좋은 하루 보내요
- 당신도

 

댄, 생일 축하해요

 

고마워

 

아침 다 먹어야지

 

케이크 구울 거야

 

케이크를 구워야지

 

아빠 생일 케이크

 

저도 도울까요?

 

케이크 굽는 거요

 

물론이지, 귀염둥이

 

우린 늘 함께야

 

당연히 아니지

 

꼭 와야 해

 

물론이지

 

넌 물론이고

 

관련된 사람들 전부
시상식에 와 줘야 해

 

글쎄? 60명쯤?

 

그래야지
아주 뜻깊을 거야

 

시상식 전체 다

 

저녁 잘 차려서

 

모두에게

 

감사 인사 해야지

 

신세 많이 졌는데

 

오는 걸로 알겠어

 

- 리처드도 기뻐하겠지
- 맙소사

 

기뻐
그래, 잘됐어

 

아무도 안 오면?

 

클라리사 본이에요

 

예약 확인하려고요
먼저 우리 집으로

 

차 보내는 거죠?

 

- 네
- 안녕

 

다음에 봐요

 

그 다음에 갈 곳은
허드슨 679번지

 

9번가와 14번가
사이에 있죠

 

그 다음 업타운 구역에서
우릴 기다려요

 

7시면 끝나요

 

꽃 좀 봐

 

참 아름다운 아침이네

 

안녕, 클라리사
어떻게 지내요?

 

파티 열 거예요

 

친구 리처드가
카루터스 상 탔어요

 

대단하네요

 

뭔진 모르지만요

 

시인이 받는
평생 공로상이요

 

가장 권위 있는 상이죠

 

시인에겐 최고예요

 

참 잘됐네요

 

어떤 걸 드릴까요?
백합이 아주 예뻐요

 

백합은 너무 병적이죠

 

수국이요

 

또...

 

장미꽃도

 

양동이째 주세요

 

- 이것도 사 갈래요
- 들어 드려

 

- 이리 주세요
- 고마워요

 

그래요

 

리처드의 소설을
읽으려고는 해 봤죠

 

그랬어요?

 

네, 알아요
쉽진 않죠

 

10년 걸려 썼대요

 

읽으려면
또 10년 걸리겠어요

 

- 클라리사죠?
- 네?

 

소설에 나오는 여자
클라리사 맞죠?

 

아, 그거요?

 

맞아요

 

비슷하죠

 

어떤 면은요

 

리처드는 작가잖아요

 

현실을 이용하죠

 

 

우리 둘의
학생 시절 과거 얘기를

 

바꿔서 썼어요

 

- 그래야죠
- 나쁘단 건 아녜요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었다고 할까요?

 

여자의 일생을

 

단 하루를 통해 보여준다

 

단 하루를 통해

 

바로 그 하루에

 

그녀의 일생이 담겨 있다

 

재료들이야

 

쇼트닝하고...

 

댈러웨이 부인
당신 왔군

 

그래, 나야

 

- 나 왔어
- 들어와

 

리처드
참 아름다운 아침이야

 

햇빛 좀 들어오게 할까?

 

아직도 아침이야?

 

그래, 아침

 

나 죽었을까 봐 왔어?

 

좋은 아침

 

- 손님 왔었어?
- 그래

 

- 아직도 있어?
- 아니, 갔어

 

- 어때 보였어?
- 오늘?

 

검은 불꽃 같았어

 

빛과 어둠이 공존했지

 

전기 해파리 같은 것도
있었는데

 

노래하고 있었어

 

그것도 그리스어로

 

시상식은 5시야

 

기억해?

 

그 다음은 바로
축하 파티야

 

'뉴욕 시'

 

- 아침은 갖다 줬지?
- 당연한 걸 묻긴

 

아침 먹은 거지?

 

보여?

 

여기 있어?

 

아침 식사 보여?

 

아니, 안 보여

 

그럼 먹은 거지

 

그렇겠지

 

그게 중요해?

 

물론 중요해

 

의사 말 들어야지

 

약 건너뛰었어?

 

안 돼

 

- 못 하겠어
- 뭘?

 

자부심과 용기를

 

가장하는 것

 

연기하는 게 아냐

 

연기 맞아
연기상 받는 거야

 

말도 안 돼

 

에이즈 걸리고 미쳤는데도
용감하다고 주는 상이야

 

안 죽었다고 상 주지

 

아냐

 

- 생존에 대한 상이야
- 그렇지 않아

 

건강했다면 상 줬겠어?

 

그래, 줬을 거야

 

지금 여기 있나?

 

- 뭐가?
- 상 받은 거 보고 싶어

 

아직 안 받았어

 

오늘밤이잖아

 

정말?

 

시상식이
모조리 기억나는데

 

시간 감각이
뒤죽박죽인가 봐

 

리처드

 

리처드

 

파티야

 

그냥 파티야

 

당신을 존경하고
숭배하는 사람들만 와

 

작은 파티야?

 

- 엄선된 파티?
- 친구들이 와

 

친구가 있었나?

 

다들 나 때문에
미치겠다며 떠났잖아

 

맙소사

 

오, 댈러웨이 부인

 

침묵을 덮으려고
항상 파티를 열지

 

리처드

 

부담 갖지 마

 

얼굴만 비추면 돼

 

소파에 앉아 있어

 

나도 거기 있잖아

 

당신 작품은
영원할 거라고

 

말해주고 싶어하는
사람들이야

 

그래?

 

내 작품은 영원해?

 

난 못해, 클라리사

 

- 왜 자꾸 그래?
- 못해

 

왜?

 

작가가 되고 싶었어

 

그런데?

 

전부 쓰고 싶었어

 

그 순간의 모든 걸

 

당신이 안고 온
꽃들의 모습

 

이 수건의 냄새와 촉감
이 옷감의 느낌

 

당신과 나의

 

모든 감각

 

그 역사
우리의 옛 모습

 

세상의 모든 것들

 

모든 게 뒤섞여 있어

 

지금도 그렇지

 

그걸 쓰려다 실패했어

 

난 실패했어

 

뭘 시작하든
기대보다 훨씬 시시한 것만 남아

 

빌어먹을 자존심

 

우둔함

 

우린 모든 걸
다 가지려 하잖아?

 

그렇겠지

 

해변에서 키스했었지

 

- 그래
- 기억해?

 

몇 년 전인지?

 

물론 난...

 

그때 뭘 원했어?

 

가까이 와

 

여기 있잖아

 

더 가까이 와 줘

 

내 손을 잡아

 

화낼 거야?

 

파티에 안 가면
화낼 거냐고?

 

내가 죽으면 말이야

 

죽으면?

 

누굴 위한 파티지?

 

누굴 위한 파티냐니?
무슨 말을

 

- 하고 싶은 거야?
- 아무 말도 아냐

 

내 얘기는...

 

당신을 만족시키는 게
내 유일한 생존 목적 같아

 

그래?

 

우린 원래 그렇게 살아

 

다들 그렇게 살아

 

서로를 위해 살아가지

 

의사가 말했잖아
죽긴 왜 죽어?

 

못 들었어?

 

이렇게 몇 년이라도
살아갈 수 있어

 

그렇고 말고

 

난 못 받아들여

 

말도 안 돼

 

그것마저 당신이
결정하는 거야?

 

언제부터 그랬지?

 

몇 년 됐지?

 

여기 온 것

 

당신 삶은 어쩌고?

 

샐리는?

 

내가 죽어야만

 

자기 삶을 챙기겠네

 

그거 어때?

 

리처드

 

파티에 와 준다면
참 좋겠어

 

올 수 있을 정도로
호전되면 알려줘

 

게 요리 해 줄게

 

당신한텐 어차피
상관없겠지만

 

상관 없긴 왜?
게 요리 좋아해

 

클라리사

 

왜?

 

3시 30분에 와서
옷 입는 거 도와줄게

 

아주 좋아

 

3시 30분

 

아주 좋아

 

그날이었다

 

모든 날들 중에서도
바로 그날

 

그녀는 운명을
확실히 깨달았다

 

실례해요, 부인

 

울프 씨께서
가 보라고 하셔서요

 

거의 다 끝났어

 

주방에 가 있어
금방 내려갈게

 

뭘 원한다고 해 놓곤

 

- 바로 말을 바꿔
- 원래 그렇잖아요

 

- 뭐든지 싫대요
- 맞아

 

특히 자기가 원했던 건
꼭 변덕 부려

 

틀림없어

 

봤어야 했는데요

 

봤어야 했어

 

그 표정 지었어요?

 

흉내 잘 내잖아요

 

난 이랬지
"부인"

 

그래, 무슨 일인데?

 

뭘 도와줄까?

 

점심이요

 

혼자 다 했잖아요

 

그랬겠지

 

파이 굽게?

 

양고기 파이요

 

잘 골랐네

 

글에 매달려 너무 바쁘세요

 

주방 일은
나 몰라라 하고요

 

언니가 애들 데리고
4시에 오는 거 알지?

 

네, 기억하고 있어요

 

중국차가 좋겠어

 

또 생강차

 

생강차요?

 

아이들에겐 간식 주고

 

생강차는 런던 가서
사와야 해요

 

고기와 다른 요리들
준비하기도 바빠요

 

12시 30분 기차 타면
1시 넘어서 런던 도착해

 

2시 30분에 돌아와

 

3시 좀 넘으면
집에 올 수 있어

 

계산 틀렸나?

 

아뇨

 

못 갈 이유 있어?

 

나보고 가라면

 

얼마나 신날까

 

- 안녕하세요
- 안녕

 

신인 작가는
다시는 출판 안 해

 

1차 교정쇄에서만
틀린 게 열 군데야

 

찾아서 다행이네요

 

"파셴데일은 시체 안치소로"

 

"거기서 '아부'도
돌아오지 못했다"

 

원고가 별로면
오류도 더 많이

 

생기는 건가?

 

괜찮다면
산책 좀 다녀올게요

 

- 멀리는 아니고?
- 그냥 바람 쐬러요

 

갔다 와요

 

오전 산책이라니

 

그 팔자가 부러워

 

그녀는 죽는다

 

그녀는 죽을 것이다

 

그렇게 될 것이다

 

그러면 된다

 

그녀는 자살한다

 

중요하지도 않은 일로
자살한다

 

어디 보자

 

팬에 기름칠을 해요

 

그래, 알아

 

엄마도 그건 알아

 

이렇게 해야지

 

'밀가루'

 

밀가루, 그릇

 

 

제가 해도 돼요?

 

할 줄 아니?

 

그래, 하고 싶다면
밀가루를 걸러 보렴

 

자, 됐다

 

예쁘지?

 

눈 같지 않아?

 

좋아

 

자, 다음은...

 

다음에 보여줄 건...

 

계량이야

 

별로 어렵지 않아요

 

그래, 어렵지 않지

 

그냥...

 

아빠를 위해서야

 

- 생일이니까요?
- 맞아

 

사랑을 표현하려고
케이크를 굽는 거야

 

안 그럼 우리의 사랑을
모르니까요?

 

맞아

 

전부 가져왔어

 

또 나갈 거야

 

아수라장이었어

 

드라이클리닝에 대해

 

뭐 그리 할 말이 많아?

 

꽃 사왔어

 

어디 있어?

 

여기

 

직장에서 대타 구했으니
밤새 함께 있어 줄게

 

괜찮아?

 

그럼

 

리처드 보고 왔군?

 

맞아

 

그랬겠지

 

파티 안 가도 되냐고
물어봤겠지?

 

늘 오니까 걱정 마

 

그럼

 

결국은 와
작품 얘길 할 수 있는

 

시상식을 빼먹어?

 

그럴 리 없지
리처드는 꼭 와

 

좌석표 만들었네?

 

그래

 

루이스 워터스?
루이스도 온대?

 

리처드 옛 애인?

 

그래

 

내 옆자리네

 

옛 애인들을 내 옆에

 

앉히는 이유라도?

 

그냥 자기들끼리
모여 앉으라고 해

 

옛 애인들끼리
괴로운 옛사랑 얘기하게

 

갈게

 

들떠서 기절하진 마

 

클라리사
파티는 멋질 거야

 

고마워

 

고맙긴

 

왜 모든 게 잘못됐지?

 

망쳤어, 젠장!

 

망쳤어

 

- 안녕, 스콧
- 안녕하세요, 발로우 부인

 

엄마! 누가 왔어요

 

누구 없나?

 

아무도 없어?
로라?

 

- 키티
- 방해됐어?

 

아니, 들어와

 

괜찮아?

 

그럼

 

안녕, 리치

 

앉아
커피 가져올게

 

마실 거지?

 

부탁해

 

이것 좀 봐
케이크를 다 구웠네

 

그러게

 

망쳤어

 

잘 될 줄 알았는데

 

이거보단
잘 될 줄 알았어

 

그게 뭐 그렇게 어려워?

 

- 그러게
- 누구나 하잖아

 

- 그래
- 누구나 해

 

엄청나게 쉽지

 

기름칠 안 했지?

 

했어

 

그렇군
대신 다른 걸 잘하잖아

 

댄은 콩깍지 때문에

 

뭘 해도 칭찬만 할 거야

 

안 그래?

 

레이도 생일이 있어?

 

물론이지

 

- 언제야?
- 9월

 

컨트리 클럽에 가

 

매번 가지

 

마티니 마시고
50명과 하루를 보내

 

레이는 친구 많네

 

맞아

 

둘 다 친구가 많지
사교적이잖아

 

레이는 좀 어때?
요즘 통 못 봤네

 

잘 있어

 

남편들은 대단해

 

그렇고 말고

 

전쟁 치르고 돌아왔으니
누릴 자격이 있지

 

그 고생을 했는데

 

뭘 누릴 자격?

 

글쎄
우리 같은 아내들?

 

이 모든 것들

 

독서 중이었네

 

그래

 

무슨 책이야?

 

어떤 여자에 대한 거야
아주...

 

아주 당당한 여자가

 

파티를 열어

 

워낙 당당해서
겉보기엔 잘 사는 것 같아도

 

사실은 아니지

 

그래서...

 

그렇군

 

왜 그래?
무슨 일이라도 있어?

 

나...

 

며칠간 입원하게 됐어

 

키티

 

그래

 

자궁에서 뭐가
자라고 있는데

 

검진 받아야 한대

 

언제?

 

오늘 오후

 

우리 개 밥 좀 줘

 

물론이지

 

그거 부탁하려고 왔어?

 

의사가 정확히 뭐래?

 

그게 원인이었을 거래

 

불임 말이야

 

문제는...

 

우리 부부 금슬이
참 좋았잖아

 

그런데 원인이
있었던 거야

 

불임의 원인이

 

자긴 운 좋은 거야

 

엄마가 돼 봐야
진정한 여자가 돼

 

참 우스워

 

평생 모든 걸 가졌어

 

뭐든지 손에 넣었지

 

진짜 원하는 것 빼고

 

그래

 

그냥 그렇다고

 

치료하면 되잖아

 

- 맞아, 치료 중이지
- 그래

 

걱정 안 해

 

- 뭐 하러 걱정해?
- 그래, 의사에게 맡겨

 

그게 문제야

 

만난 적도 없는
외과의사 손이잖아

 

레이보다도 마티니를
더 많이 퍼마시는...

 

키티

 

또 레이는 어떡해?

 

- 이리 와
- 난 괜찮아

 

알아, 괜찮지

 

레이 때문에 걱정이야
이런 거 못 견뎌

 

레이는 잊어

 

레이는 잊어

 

마음씨도 곱지

 

밥 주는 법 알지?

 

저녁에 반 캔이야
물 있는지 자주 봐 줘

 

아침엔 레이가
먹이 줄 거야

 

언짢은 거 아니지?

 

뭐가?

 

뭐가 언짢아?

 

차로 데려다 줄까?

 

혼자 가는 게 낫겠어

 

괜찮을 거야

 

물론이지

 

갈게

 

왜? 어쩌라고?

 

울프 씨
처형이 오셨어요

 

약속은 4시였잖아

 

저더러 어쩌라고요?
벌써 왔어요

 

- 찾았다! 네가 인디언 해
- 천사님이네

 

오빠들이 놀리면

 

- 날아가 버려
- 잡았다!

 

아니, 못 잡았어
난 나무 뒤에 숨었어

 

버지니아

 

레너드는
무슨 야만인 취급해

 

4시에 초대했는데
2시 30분에 오다니

 

맙소사!

 

야만인

 

점심을 생각보다
빨리 먹었거든

 

설탕 넣은 생강차 때문에
넬리를 런던에 보냈어

 

버지니아

 

고용인들을 아직도
무서워하는 건 아니지?

 

가자

 

언니는 좀 어때?

 

정신없어

 

런던 생활 기막혀

 

어떻게 기막힌데?

 

분주해

 

분주한 게 왜?

 

파티에 부르고 싶었는데
네가 안 올 것 같았어

 

그걸 어떻게 알아?

 

시내에 안 오잖아

 

언니가 안 부르니까

 

금지당한 건 아니고?

 

의사들 말이야

 

의사들은 무슨

 

의사들 무시해?

 

한심한 빅토리아 시대
의사들이라면

 

그래서 넌 지금 어떤데?

 

상태가 나아졌어?

 

탁 트인 곳에 오니
건강해졌어?

 

정신병자라 해도
초대 받으면 좋아해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안녕, 요정들
그게 뭐니?

 

- 뭘 발견했어?
- 새요

 

- 그래?
- 네

 

어디서 찾았지?

 

나무에서 떨어졌나 봐요

 

세상에!

 

보세요

 

살릴 수 있을지도 몰라요

 

살린다고?

 

조심해야 해, 쿠엔틴

 

뭐든지 명이 있어
새가 명이 다했나 봐

 

풀 뜯어서 무덤 만들자

 

- 줄리안!
- 그냥 한 말이죠

 

적어도 침대에서
죽게 해 줘야죠

 

빨리요!
무덤을 만들어요

 

엄마, 빨리요!

 

맙소사!
알았다, 지금 가

 

- 기다려
- 엄만 너무 느려요

 

안젤리카, 괜찮지?

 

- 이모와 있어, 같이 가!
- 빨리요, 엄마

 

- 이 녀석들!
- 형! 이리 올라와

 

- 저리 가자
- 맙소사

 

- 쿠엔틴!
- 쿠엔틴!

 

저 암컷 새가
장미를 좋아할까?

 

암컷이에요?

 

그래
암컷이 더 커

 

더 수수하고

 

우리가 죽으면
어떻게 돼요?

 

어떻게 되냐고?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지

 

어디서 태어났는지
기억 안 나요

 

나도 그래

 

굉장히 작아요

 

그래

 

살다 보면 그런 일이 있지

 

우리가 작아 보여

 

하지만 아주 평온해요

 

찾았다!

 

어디 숨어 있었어요?

 

엄마! 가요!

 

엄마, 여기요
빨리요

 

이것 봐요

 

- 잡았어요
- 그래

 

- 그만 해
- 다 됐어?

 

끝났어?

 

- 새 장례식은?
- 그래

 

- 그만 해
- 잘됐네

 

너무 일찍 와서
차 안 주는 거야?

 

당연히 아니지

 

가자, 안젤리카

 

- 여길 짚어요
- 가자, 얘들아

 

- 그럼 그렇지
- 차 마시자

 

형한테 그만하라고 해요

 

그만 해

 

- 이제 내 차례야
- 그래라

 

이제 끝이야
그만 해라

 

버지니아?

 

구멍 팔게요

 

우린 들어갈게

 

버지니아

 

아가야

 

우리 말이야

 

케이크 새로 굽자

 

이번엔 잘해야지

 

처음 케이크는요?

 

그 다음엔

 

나가는 거야

 

- 네
- 클라리사, 루이스예요

 

- 루이스 워터스요
- 루이스?

 

맙소사

 

일찍 왔네요

 

괜찮아요?
들어가도 돼요?

 

괜찮고 말고요

 

- 기뻐요
- 나 왔어요

 

폐가 된 것 같아요

 

왜요? 아니에요

 

시상식은 5시지만

 

아침에 도착해서요

 

리처드가
아주 기뻐할 거예요

 

많이 보고 싶었겠죠

 

- 그럴까요?
- 그럼요

 

참, 들어가야죠

 

맙소사

 

괜찮아요?

 

네, 문제 없어요
파티 때문에 그래요

 

그렇군요

 

- 아름답게도 꾸몄네요
- 고마워요

 

아직도 샐리와...?

 

네, 아직도 함께예요
10년 됐죠

 

- 미쳤나 봐요
- 왜요?

 

그냥요

 

- 마실 거라도?
- 물이요

 

좋아요

 

편집 일 계속해요?

 

그럼요

 

그 출판사에서?

 

샌프란시스코는요?

 

사람들 말 들으면
좋아해야 할 것 같죠

 

리처드는 루이스가
그곳과 잘 맞을 거래요

 

멋지군요

 

병 앓더니
마음도 읽나 봐요

 

마음의 준비를 해요

 

많이 변했어요

 

그 책 읽었어요

 

맙소사

 

그러게요

 

이름만 바꾸면 뭐 해요?

 

- 뭐...
- 소설 아니었어요?

 

10번가에 산다는
얘기까지 썼네요

 

나 아니에요

 

- 아니에요?
- 리처드를 알잖아요

 

그건 환상이죠

 

"그녀가 매니큐어 샀을까?"로
한 챕터를 썼죠

 

50쪽 후에 결국 안 사요

 

모든 게 끝도 없이
이어지죠

 

아무 사건도 없다가
갑자기 생뚱맞게 자살해요

 

엄마가 자살하죠

 

그래도 생뚱맞긴
마찬가지예요

 

- 내 생각엔...
- 갑작스럽죠

 

어려운 소설이지만
내 마음엔 들었어요

 

딱 하나만 걸렸죠

 

어떤 게 걸렸죠?

 

루이스에 대한 내용이
너무 없었어요

 

친절하네요

 

웰플릿으로 돌아갔죠

 

- 그래요?
- 갑자기요

 

말 안 했던가요?

 

 

만나질 못했잖아요

 

그 집 기억해요?

 

아직도 있죠

 

용감하네요

 

용감하다니 왜요?

 

거길 찾아갈
배짱이 있다니

 

사실을 직시해야죠

 

우린 이제 그때의 감정들을
영원히 잃어버렸어요

 

- 젠장
- 클라리사

 

왜 이러나 몰라요
미안해요

 

기분이 너무 이상해요

 

미안해요
너무 무례했죠

 

마음을 잡을 수가 없어요

 

- 괜히 왔네요
- 루이스 탓이 아니죠

 

불길한 예감 같은 게
들어서요

 

알겠어요?

 

그냥 파티 때문에
긴장한 거겠죠

 

파티 하나
제대로 못 여네

 

왜 그러는데요?

 

이럴 수가

 

왜 그래요?

 

맙소사

 

가 버릴까요?

 

가지 마요

 

안 돼요

 

가지 마요

 

이유를 알려줘요

 

아뇨

 

건드리진 마요

 

그게 나아요

 

그냥 너무 버거워요

 

샌프란시스코에서
루이스가 날아왔죠

 

리처드를 수년간
간호한 건 나인데요

 

그 동안 내내
흔들리지 않았어요

 

- 끄떡없었죠
- 알아요

 

웰플릿에서의
어느 날 아침

 

루이스도 있었죠
우리 모두 다요

 

난 리처드와 잤어요

 

뒷베란다로 나갔는데

 

리처드가 뒤에서 나타나

 

내 어깨에 손을 얹고
말했어요

 

"좋은 아침, 댈러웨이 부인"

 

그때...

 

바로 그때...

 

- 그때부터 갇혀 버렸죠
- 갇혀요?

 

 

그래요

 

그 부인처럼 됐어요

 

그런데 루이스가 왔죠

 

걸어들어오는 걸
보고 말았어요

 

그동안 못 봤는데

 

떡하니 나타났죠

 

어쨌든 상관없어요

 

리처드 곁에서
함께 살았던 건 루이스죠

 

난 여름 한 철이고요

 

리처드를 떠났던 날

 

기차에 타고
유럽을 횡단하며

 

여러 해 만에 처음으로
자유를 느꼈어요

 

샌프란시스코 얘길
들려줘요

 

별거 없죠

 

아직도 바보들에게
연극을 가르쳐요

 

바보일 리가요

 

아니에요
사실 이건 비밀인데...

 

사랑에 빠졌어요

 

진짜요?

 

 

학생과요

 

학생과요?

 

그래요

 

알아요

 

아직도 그럴 기력이
남았나 싶죠?

 

감정 폭발하고

 

신경전 벌이고...
어떤 건지 알잖아요

 

기분 나아졌어요?

 

조금이요
고마워요

 

내 모습 웃겨요?

 

웃기냐고요?

 

네, 하지만 부럽네요

 

'생일 축하해요
댄'

 

랫치 부인과 있어

 

엄만 할 일이 있거든

 

가기 싫어요

 

가야 해, 미안해

 

아빠 오시기 전에
할 일이 있어

 

- 이건 내가 할 거야!
- 아니야! 나야!

 

이제 됐다
물러서

 

넌 저리 가!

 

이리 와

 

알았지?

 

왔어요?

 

안녕하세요

 

얘는 불만이에요

 

여기 있기 싫어요

 

엄만 가야 돼

 

엄만 할 일이 있어

 

들어오렴
쿠키 줄게

 

알았지?

 

씩씩해져야지

 

걱정 마요
괜찮을 거예요

 

가자

 

아가야

 

가자
이리 오렴

 

엄마!

 

- 그만
- 싫어요!

 

- 이러지 말자
- 엄마!

 

- 알았지?
- 엄마! 엄마!

 

- 엄마!
- 들어가자

 

싫어!

 

- 가야지
- 엄마!

 

엄마!

 

안 돼!

 

'2A 90784
캘리포니아'

 

'산미겔 가'

 

조식은 리젠시 룸에서
7시부터 11시까지 제공되며

 

룸서비스는
24시간 내내 가능합니다

 

감사합니다

 

더 필요하신 건요?

 

있어요

 

방해받고 싶지 않아요

 

'댈러웨이 부인
버지니아 울프'

 

"그랬다면 달랐을까?" 그녀는
본드 가로 가며 중얼거렸다

 

자신이 필연적으로 완전히
죽어 버렸다면 달라졌을까?

 

모든 것이 그녀 없이
진행돼야 했을 텐데

 

그게 억울했을까?

 

혹은 죽음이
모든 걸 완전히 끝내

 

다행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을까?

 

'댈러웨이 부인
버지니아 울프'

 

죽는 것도 가능하다

 

죽는 것도 가능하다

 

'댈러웨이 부인
버지니아 울프'

 

안젤리카만 코트 사주고
오빠들은 안 사주면

 

불공평하잖아

 

차별은 안 되지

 

버지니아

 

버지니아

 

버지니아!

 

무슨 생각 해?

 

'댈러웨이 부인'

 

듣고 있는 거야?

 

네 이모는 참 운도 좋지

 

두 가지 삶을 살거든

 

자기 생활이 있고

 

자기가 쓰는 책이 있지

 

그래서 참 운이 좋아

 

무슨 생각 했어요?

 

여주인공을
죽이려고 했는데

 

마음을 바꿨어

 

못하겠어

 

대신 다른 사람을
죽여야 할 것 같아

 

쿠엔틴! 떨어지잖아!

 

준비됐어요

 

- 물건 조심해
- 하고 있어

 

멋진 시간이었어

 

애들도 더없이
즐겁게 보냈어

 

벌써 가게?

 

조용히 해

 

가지 말지

 

시끄러워서
큰 방해가 되잖아

 

저 대책 없는 사고뭉치들!

 

작별 인사 해라

 

- 갈게요
- 갈게요

 

어디 가는데?

 

오늘밤?

 

- 아주 거북한 저녁 약속
- 가자

 

너조차도
그런 건 안 부러울걸?

 

부러운데?

 

무슨 말이라도 해
나 나아지지 않았어?

 

그래, 나아졌어

 

언젠가 내가...

 

달아날 것 같아?

 

그래, 언젠가

 

언니

 

- 엄마!
- 빨리요

 

안젤리카, 가자

 

- 가요!
- 안녕

 

잘 가, 꼬마 아가씨

 

안젤리카
기차 놓치겠다

 

기차 놓치겠어

 

빨리 가자
계단이 높아

 

빨리요, 빨리
빨리 집에 갈래요

 

무릎에 앉아

 

너무 미적거리다
기차 놓쳤어요

 

꼭 안고 있자

 

네, 미안해요

 

일찍 오려고 애썼어요
그러니 잔소리 마세요

 

엄청나게 중요한 일이죠
엄마 파티니까요

 

줄리아, 어떻게 지냈어?

 

좋아요

 

이리 와
뭐 하고 있었어?

 

공부요

 

뭘 하면 돼요?
의자 배치?

 

책상부터 치우자

 

침실에 갖다놓으면 돼

 

루이스 워터스 봤죠

 

- 그랬어? 어디서?
- 길에서요

 

다들 오는 거죠?

 

유령들 전부요

 

모든 유령들이
파티에 모여요

 

루이스는 참 별나요

 

왜요?
엄마 눈엔 안 보여요?

 

루이스 워터스가
별나다는 게?

 

슬퍼 보이던데

 

엄마 친구들은
전부 다 슬프죠

 

울었어요? 왜요?

 

이 방을 둘러보며
생각했어

 

파티를 여는 거야
원하는 건 그것뿐이야

 

그런데요?

 

왜 제멋대로인지 몰라

 

리처드 때문이군요?

 

왜 아니겠어?

 

오늘 아침에 그랬어

 

바로 그 표정을 지었지

 

무슨 표정이요?

 

이런 거야

 

"네 인생은 하찮아"

 

"넌 아주 하찮아"

 

늘 하찮은 일과뿐이지

 

일정 짜고
파티나 잡고

 

리처드는 그 말을
하고 싶은 거야

 

자기만 떳떳하면 되죠

 

엄만 어때요?

 

그렇게 생각해요?

 

리처드와 있으면...

 

살아 있는 기분이야

 

리처드가 곁에 없으면

 

모든 게 바보 같아 보여

 

네가 그렇다는 건 아냐
맙소사

 

넌 예외야

 

나머지가 문제지

 

샐리는요?

 

샐리도 빼고

 

전부 거짓된 위안이지

 

왜요?

 

가장 행복했던 건...

 

- 엄마
- 가장 행복했던 건 언제냐고?

 

네, 알아요
옛날이잖아요

 

그래

 

젊었던 시절에

 

늘 매달려만 있어요

 

어느 날 아침이 기억나

 

새벽에 일어났지

 

멋진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

 

그런 기분 알아?

 

이런 생각이 들었지

 

"이게 바로
행복의 시작이구나"

 

"여기서부터 시작이야"

 

"더욱 행복해지겠지"

 

절대 아니었지

 

시작이 아니었어

 

그냥 행복이었지

 

그 순간이었어

 

바로 그때

 

넬리, 아내를 못 봤나?

 

모르셨어요?
외출하셨는데요

 

- 그래...
- 지나갑시다!

 

감사합니다
신문이요!

 

집까지 한참 걸어가야 해

 

신문이요!

 

'1번 플랫폼
런던행 기차'

 

당신이 웬일이에요?

 

지금 뭘 하는 건지
설명해 주지 그래?

 

뭘 하냐고요?

 

말도 없이 사라지고

 

정원 일에
방해가 될까 봐요

 

- 당신이 사라지면 난 미치겠소
- 사라지지 않았어요

 

산책이지

 

산책?

 

그게 다요?
산책이라고?

 

집에 갑시다
넬리가 저녁을 해

 

종일 고생시켰으니

 

- 저녁 먹을 의무가 있소
- 그런 의무는 없어요

 

그런 의무는 없다고요

 

당신은 제정신 유지할
의무가 있소

 

갇혀 있는데도
꾹 참았어요

 

죄수 취급을
꾹 참았다고요!

 

버지니아!

 

어딜 가나 의사들이
따라다녀요

 

어떤 게 내게 좋은지
그 의사들이

 

다 정해 주죠

 

- 그들이 잘 아니까
- 아뇨!

 

날 위해서가 아녜요

 

그래, 당신 같은

 

여자들에겐 힘들 거요

 

- 어떤 여자요?
- 당신은...

 

그 재능 때문에

 

자기 상태를
객관적으로 못 봐

 

그럼 누가 보죠?

 

전적이 있잖소!

 

갇힌 게 처음인가?

 

발작, 감정 기복
기억 상실, 환청...

 

그런 전적이 있으니
리치먼드로 이사 왔지

 

돌이킬 수 없는

 

자해를 하지 못하도록
여기 데려온 거요

 

자살 시도 두 번!

 

매일이 두려워

 

그걸 아나?

 

인쇄소 차린 이유가
인쇄업을 할 목적만은

 

아니었소

 

글에다 정신 쏟으며
치유 받으라는 거지

 

바느질처럼?

 

당신을 위해서였소!

 

당신을 낫게 해 주려고!

 

당신을 사랑하니까!

 

당신 상태를 몰랐다면
배은망덕이라고 했겠지

 

배은망덕?

 

내가 배은망덕하다고?

 

인생을 빼앗겼는데?

 

살고 싶지도 않은
시골에 갇혀서

 

살고 싶지도 않은
삶을 산다고요

 

어쩌다 이렇게 됐죠?

 

'1번 플랫폼'

 

이제 런던으로 돌아가요

 

런던이 그리워요

 

런던의 삶이요

 

제정신이 아냐

 

병 때문이야

 

- 제정신 맞아요
- 아냐

 

- 진심이 아냐
- 맞아요

 

- 환청 때문이야
- 아니라니까! 진심이에요!

 

시골에서 죽어가요!

 

정신이 맑았다면

 

런던이 당신을
망쳤다고 말할 텐데

 

정신이 맑다면?

 

정신이 맑다면요

 

안정을 위해
리치몬드로 온 거요

 

내 정신이 맑다면
이렇게 말하겠죠

 

난 어둠 속에서
혼자 고통 받아요

 

깊은 어둠

 

내 상태가 어떤지는
나만 알아요

 

매일이 무서워요?

 

내가 사라질까 봐?

 

레너드
나도 매일 그게 겁나요

 

이건 내 권리예요

 

모든 인간의 권리죠

 

교외의 질식할 것 같은
마취제 속이 아니라

 

런던의 거친 삶을 원해요

 

그게 내 선택이죠

 

가장 반항적이고
엉망인 환자도

 

원하는 치료법을
부탁할 순 있잖아요

 

그래야 인간이죠

 

당신을 위해서라도
이 정적에서 행복해지고 싶어요

 

하지만 리치몬드와
죽음을 두고 택하라면

 

차라리 죽을래요

 

좋아, 런던에 갑시다

 

돌아가는 거요

 

시장한가?

 

난 좀 시장한데

 

가요

 

런던행은 1번 플랫폼

 

복스홀 종점의
런던행 기차입니다

 

삶을 회피하면
평화를 못 얻어요

 

런던행 기차입니다

 

1번 플랫폼에
런던행 기차입니다

 

엄마!

 

엄마!

 

아가야

 

우리 귀염둥이

 

왜 그래?

 

안녕하세요

 

- 늦었네요
- 잘 있었어요

 

잘 놀았죠
반가워서 그래요

 

괜찮았잖아?

 

머리 자른 거죠?

 

네, 잘하고 왔죠

 

- 예뻐요
- 조금만 손봤어요

 

우린 잘 있었어요

 

정말 고마워요

 

그렇게 나쁘진 않았지?

 

엄마 금방 왔잖아

 

금방 왔어요

 

그래

 

한 순간...

 

글쎄다

 

더 오래 떠나려고
생각한 순간이 있었지

 

하지만 안 그러기로 했어

 

왜 그러니?

 

엄마를 사랑해요

 

나도 널 사랑해

 

왜 그러는데?

 

왜?

 

걱정 마
아무 문제도 없어

 

멋진 파티를 열 거야

 

아빠 드릴 예쁜 케이크도
만들었잖아

 

널 사랑해, 아가야

 

넌 내 사랑이야

 

엄마!

 

엄마!

 

나 왔어

 

좀 일찍 왔네

 

뭐 하는 거야?

 

리처드?

 

왜 이렇게 일찍 왔어?

 

- 뭐 하는 거야?
- 나...

 

- 뭐 해?
- 기막힌 생각이 있어

 

내겐 햇빛이 더 필요해!

 

이게 무슨 짓이야?

 

환상적인 영감이
떠올랐지

 

안정제와 각성제를
함께 먹어 봤어

 

처음으로 말이야

 

- 리처드
- 오지 마!

 

내겐 햇빛이
필요한 것 같았어

 

어때?

 

창문을 다 뜯었어

 

알았어
부탁 하나만 들어줘

 

이리 와

 

- 앉아
- 나 파티 못 가

 

안 가도 돼
시상식도 가지 마

 

싫은 건 전부 하지 마
마음대로 해

 

문제는 세월이야

 

파티 끝난 후의 세월

 

또 그 후의 세월

 

앞으로도 좋은 날들이
이어질 거야

 

퍽이나

 

고맙긴 한데

 

거짓말이잖아

 

여기 있어?

 

누구?

 

목소리들

 

항상 여기 있지

 

지금 그 목소리들
듣고 있지?

 

아니, 아니

 

댈러웨이 부인
당신이야

 

당신을 위해
목숨 부지해 왔어

 

이젠 놔줘

 

- 리처드...
- 아니, 잠깐만

 

기다려

 

이야기를 해 봐

 

무슨?

 

당신의 하루가 어땠는지

 

오늘...

 

일어나서...

 

그래서?

 

밖에 나가서...

 

책을 샀어

 

- '댈러웨이 부인' 소설처럼
- 그래

 

- 아름다운 아침이었지
- 그랬어?

 

아주 아름다웠어

 

아주 상쾌했지

 

- 상쾌했어?
- 그래

 

마치...

 

- 해변에서의 그날처럼?
- 그래

 

그때처럼?

 

그래

 

그 낡은 집에서
당신이 나왔을 때처럼?

 

당신은 18살이었고
난 19살쯤 됐었겠지

 

그래

 

난 19살이었는데

 

그렇게 아름다운 건
처음 봤지

 

이른 아침에 당신이 유리문 열고
잠이 덜 깬 채로 나오는 모습

 

이상하지 않아?

 

누구나 겪었을
아주 평범한 아침인데

 

파티엔 못 가겠어
클라리사

 

파티 같은 건
중요하지 않아

 

날 아주 잘 보살펴 줬지
댈러웨이 부인

 

사랑해

 

우리만큼 행복했던
두 사람은 없었을 거야

 

안 돼!

 

'생일 축하해요, 댄'

 

- 생일 축하해요
- 생일 축하해요

 

더 바랄 게 없어
최고야

 

그래요?

 

정말로?

 

물론

 

종일 애썼겠네

 

맞아요

 

그렇지?
종일 애썼지?

 

꿈만 같아

 

- 늘 꿈꿨던 거야
- 그래요

 

언젠가 말해 줄게

 

어떻게 맺어졌는지

 

- 됐어요
- 해 주고 싶어

 

엄마랑 아빠랑
맺어진 얘기

 

이렇게 된 거지

 

전쟁에 나갔는데

 

자꾸 어느 아가씨만
생각나는 거야

 

고교 시절에
만난 적은 없었지만

 

그 아가씨는

 

독특하고 연약해 보이는
로라 맥그래스였지

 

그래

 

수줍었어

 

매력 있었단다

 

이 얘기 해도
엄마가 화내진 않겠지

 

로라는 주로 외톨이였어

 

남태평양에서
전투를 치르는 동안

 

자꾸 그 아가씨가
눈앞에 아른거리는 거야

 

여보

 

그 아가씨와 함께 사는 걸
상상했지

 

이런 삶을

 

그 행복을 꿈꾸며

 

그녀를 꿈꾸며

 

이런 삶을 꿈꾸며
버틸 수 있었단다

 

우리의 행복을 꿈꿨지

 

'확인실
예배당'

 

꼭 누가 죽어야 하나?

 

레너드?

 

소설에서 누굴
죽여야 한다면서?

 

왜요?

 

바보 같은 질문이오?

 

아뇨

 

바보 같겠지

 

전혀요

 

그럼?

 

누가 죽어야만 남은 이들이
삶의 소중함을 깨닫죠

 

대조하는 거예요

 

누가 죽지?

 

궁금한데

 

시인이 죽어요

 

선지자요

 

뭐 해?

 

양치해요

 

침대로 올 거야?

 

금방 가요

 

침대로 와요
로라 브라운

 

레이 만났는데
키티가 병원엘 간대

 

알아요

 

별일은 아니고
그냥 검진이래

 

무서워요

 

왜?

 

키티가 사라질까 봐...

 

내일 아침에 찾아가 봐

 

그러려고요
들르려 했어요

 

멋진 하루였어

 

당신에게 감사해

 

얼른 와

 

가요

 

올 거지?

 

그래요

 

왜요?

 

이제 자야지

 

잘게요

 

자러 갈게요

 

뭐 때문인데?

 

나머지는 다 해결됐어요

 

줄거리도 다 짰는데
아직 하나가 남았어요

 

댈러웨이 부인의
운명이요

 

로라 브라운 씨군요

 

그래요
리처드의 엄마예요

 

그래요

 

클라리사 본이에요

 

들어오세요

 

저쪽 주방에 있는 건
친구 샐리예요

 

딸도 함께죠

 

주세요

 

파티를 열려 했어요

 

파티를요

 

다행히 토론토에서
마지막 비행기 잡았어요

 

괴물 같은 모친 말이죠?

 

잘한 건지 몰라요

 

리처드 전화번호부에
있길래요

 

네, 그랬겠죠

 

통화는 자주 안 했어요

 

'카루터스 시인상 평생공로상'

 

가족을 모두 보내고
혼자 남는 건 끔찍해요

 

부친도 돌아가셨죠

 

암으로 꽤 일찍 떠났어요

 

리처드의 여동생도 죽었죠

 

자괴감이 들 수밖에요

 

자괴감이 들어요

 

나만 살고
모두 죽다니

 

시는 읽어 보셨고요?

 

그럼요

 

소설도 읽었어요

 

다들 그 소설이
어렵다고 하더군요

 

맞아요

 

그러더군요

 

그래요

 

리처드가 소설에서
날 죽였던데

 

왜 그랬는지 알아요

 

물론 가슴 아픈 건 맞는데

 

왜 그랬는지
이유를 알겠어요

 

리처드가 어렸을 때
떠나셨죠

 

두 아이를 두고 떠났죠

 

버렸어요

 

엄마로선
가장 못 할 짓이래요

 

 

딸이 있죠?

 

 

줄리아 아빠는
만나 보지도 않았어요

 

아이만 원했군요?

 

맞아요

 

운이 좋네요

 

외톨이가 된 느낌에
자살 충동이 들 때가 있죠

 

그러려고
호텔에도 갔었어요

 

그날 밤에
계획을 세웠죠

 

둘째가 태어나자마자
가족을 떠나기로요

 

정말 그렇게 했죠

 

어느 날 일어나서

 

아침을 차리고

 

버스 정류장에 가서
버스 정류장에 가서

 

버스를 탔어요
버스를 탔어요

 

쪽지를 남겼죠
쪽지를 남겼죠

 

캐나다의 도서관에
일자리를 얻었다고요
캐나다의 도서관에
일자리를 얻었다고요

 

후회한다고
후회한다고

 

말할 수 있다면
참 좋겠죠
말할 수 있다면
참 좋겠죠

 

후련할 거고요

 

하지만 무슨 소용이에요?

 

그럴 수밖에 없었는데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죠?

 

감내해야죠

 

그래요

 

아무도 날 용서 못 하겠죠

 

죽음 속에서

 

난 삶을 택했어요

 

'프랑스산'

 

코트 벗어야지

 

차 한 잔 드세요

 

어머나, 고마워요

 

방을 빼앗았군요

 

음식은 치워뒀으니
밤중에 시장하시면

 

- 얼마든지 드세요
- 그럴게요

 

- 어디서 자려고요?
- 소파요

 

미안해요

 

잘 자요

 

안녕히 주무세요

 

레너드

 

삶을 똑바로 마주하고

 

언제나 삶을
똑바로 마주하고

 

삶의 진면목이
무엇인지 깨달으며

 

마침내 그것을 깨달으며

 

삶을 그 자체로 사랑하고

 

그런 후에야

 

접는 거예요

 

레너드

 

우리가 영원히
함께한 세월을요

 

영원히 함께한 세월을요

 

영원한...

 

그 사랑을요

 

영원한...

 

그 세월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