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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고맙긴

 

네가 고생이 많지

 

고마워

 

글이 잘 안 써지면 차나 마실까?

 

아니

 

나 너 가면 논문 써야지

 

그래, 난 얼른 퇴장할 테니
파이팅 해

 

 

저기, 재경아

 

어?

 

쌀 좀 남는 거 있어?

 

집에 쌀이 떨어져서

 

어?

 

앗싸

 

아, 진짜 세

 

진짜지, 진짜
가짜가 어디 있어, 빨리 대

 

간다

 

일로 와 봐

 

우리 안 한 지
너무 오래된 것 같은데

 

응?

 

그러네

 

아아, 차가워

 

아, 차가워

 

어유, 너무 춥다

 

안 되겠지?

 

춥긴 춥다

 

추워

 

봄에 하자

 

 

- 이거 해
- 응?

 

같이 있고 싶다

 

같이 있자

 

가야지

 

누구세요?

 

주인이다

 

무슨 일이세요?

 

월세를 좀 올려 보려고

 

아, 제발

 

안 돼, 5년 동안 안 올렸잖아

 

나도 내 집주인이 올린다고 해서
어쩔 수가 없다

 

얼마나...

 

내 집주인이 10만 원 올린다지만

 

난 그냥 5만 원만 올려 보려고

 

저도 방법을 알아볼게요

 

그래, 주인 간다

 

네, 조심히 들어가세요

 

이런 일 많이 해 보셨어요?

 

2년 정도 됐습니다

 

원래 직업이?

 

이게 제 직업이에요

 

유니크한 언니네

 

아무튼 이렇게
귀찮게 불러내서 미안해요

 

나도 귀찮은 손님이
제일 짜증 나는 거 잘 알거든

 

근데 이름이 뭐예요?

 

아, 미소라고 합니다

 

응, 미소

 

음, 입에 안 붙는다

 

그냥 언니라고 할게요, 괜찮죠?

 

네, 편하게 불러 주세요

 

담배 피워요?

 

 

하나 피워요

 

응, 피워요, 피워요
피워요, 피워요, 피워

 

 

합격

 

언니 완전 마음에 들어

 

완전 내 스타일이야

 

감사합니다

 

아, 그러면, 음...

 

화, 목, 토, 4만 5천 원

 

아, 나 밤에 일하니까 7시, 괜찮죠?

 

네, 좋아요

 

이건 15년 산이고요

 

한 잔에 이제 13,000원 하고 있어요

 

지금 가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몇 초 남았나요?

 

- 30초 남았습니다
- 네, 네

 

10초부터 갈게요, 10초부터, 여러분

 

- 오늘 목 아끼지 마십시오
- 자...

 

올해 묵었던 그런 감정들
다 털어 내실 수 있도록

 

아주 멋지게
힘차게 외쳐 주시길 바랍니다

 

여러분, 갑시다!

 

10, 9, 8, 7

 

6, 5, 4, 3, 2, 1

 

에쎄 하나 주세요

 

어?

 

왜...

 

오늘부로 담뱃값이 2,000원 올랐대요

 

4,500원이래요

 

말도 안 돼

 

나도 슬퍼

 

쓸데없이 담뱃값을 올려 가지고

 

아이, 씨...

 

다행히도

 

4,000원짜리 담배가 있어

 

디스...

 

주인님!

 

왜?

 

저 집 뺄게요

 

5만 원 올렸다고 이러는 거니?

 

이것저것 다 올라가니
어쩔 수가 없네요

 

그래, 나도 어쩔 수가 없네

 

그동안 월세는 주고 가야지

 

여기 있습니다

 

확인은 안 할게

 

고마워, 잘 가

 

건강하세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가라

 

아, 미소야

 

 

잘 있었어?

 

야, 똑같다

 

오랜만이네

 

들어와, 아, 신발 벗어 줄래?

 

 

여기 특이하다

 

야, 잠깐만, 나 이것 좀 하고

 

 

어디 아파?

 

아니, 나 당 떨어져서

 

야근 좀 쌓이면은
짬 내서 맞아야 돼

 

이게 밥보다 나아

 

피곤할 때마다
포도당 한 방씩 맞아야 일하거든

 

너 한 대 맞을래?

 

아니, 괜찮아

 

근데 이런 거 언제 배웠어?

 

아, 한 5년 전에?

 

사람 일 어떻게 될지 몰라서

 

조무사 자격증 땄었거든

 

내가 배운 기술 중에는
제일 유용한 기술인 듯

 

대단하다

 

- 야, 나 이것 좀 붙여 줘
- 응

 

잠깐만

 

아, 온몸에 피가 도네

 

들어올 때 보니까 회사가 되게 크더라

 

내가 다녔던 회사는
여기에 비하면 회사도 아니네

 

이렇게 휴게실도 있고

 

야, 어떻게 들어온 회산데
커야지, 그럼

 

난 열심히 해서 더 큰 데 갈 거야

 

뭐니, 저 짐?

 

아, 저거?

 

나 집 나왔어

 

아, 진짜?

 

 

그, 문영아

 

너 혼자 살지?

 

 

나 좀 재워 줄 수 있어?

 

아...

 

어, 자, 잠깐만

 

예, 과장님

 

 

아, 그거 제가 오전에 서울시에
문의해서 보고서 올려 뒀어요, 네

 

아...

 

아, 제가 금방 올라갈게요, 네, 네

 

아, 점심시간에 교양 없이

 

아이, 진짜 왜들 이러니들

 

그러게, 엄청 바쁘다

 

야, 빨리 얘기해야겠다, 보다시피

 

그래서 며칠?

 

어, 하루만 재워 줘도 되고

 

많이 재워 주면 나는 고맙고

 

딱 잠만 자고 화장실만 쓸게

 

그러니까 너 지금 집이 없다고?

 

네가 그 정도로 돈이 없어?

 

솔직히 요즘 집세도 오르고

 

담뱃값도 오르니까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서

 

잠시 집을 나왔지

 

너 아직도 담배 피워?

 

넌 끊었어?

 

조용히 해

 

내가 언제 피웠다고

 

야, 쯧, 아무튼 그래서?

 

어, 그래서

 

보증금이라도 벌어서
월세 낮은 데 가려고

 

미소야, 너...

 

바람 든 거 같다, 야

 

이게 그렇게 이상한 얘긴가?

 

스탠더드는 아니지

 

아니야, 멋있다, 야

 

그리고 내가 쪼끔 예민해서
누구랑 잠을 같이 잘 못 자

 

그리고 나 좀 어려울 것 같은데

 

어떡하지?

 

괜찮아

 

너 어떻게 지내는지 보고 싶어서 왔어

 

내가 보고 싶었다고?

 

 

너 여전하네

 

어이, 아가씨!

 

아이고, 아줌마!

 

아이, 진짜, 진짜 이씨

 

미안하다, 갑자기

 

조용히 해라

 

존나 좋구먼

 

친구야, 얼굴 좀 보자

 

여전하네

 

씨, 아줌마라더니, 씨...

 

덕분에 이런 동네도 와 보고 좋네

 

거지 같지?

 

야, 나도 시집 안 왔으면
와 보지도 않았을 동네야

 

춥다, 빨리 들어가자

 

내 집으로 초대한다

 

어이, 야, 나 계란 사 왔다

 

잘했어, 네가 들고 따라와

 

내가 들어야지

 

그럼 네가 들어야지, 내가 들어?

 

쟤가 오죽했으면
이 밤에 날 찾아왔겠어?

 

아니, 최소한 나나 부모님한테
양해를 먼저 구했어야지

 

무슨 예의냐?

 

예의? 너 말 잘했다

 

너는 내 인생 자체에 예의가 없어

 

너만 네 인생이냐, 나는?

 

내가 지금 누구 때문에 이러고 사는데

 

아, 누가 나랑 결혼하래?

 

다 네 선택이야
피해자 코스프레 좀 그만해

 

나 다음 주에 시험이야

 

 

그 나이 먹고
시험 치는 게 자랑이다

 

뭐?

 

야, 넌 밥이나 잘해 좀!

 

저런, 씨...

 

아, 뭔 놈의 걸레질이야?

 

치워, 줘, 씨

 

미안하다, 나 때문에

 

다 들었어?

 

방음이 하나도 안 되니까 조심해
시부모님 계시는데

 

여기서 뭘 더 어떻게 조심해?

 

아 몰라, 다 들으라 그래

 

아, 조심하는 것도 지겨워 죽겠어

 

몰라, 그만두겠어

 

다 갖다 때려치우겠어

 

 

떡국 어땠어?

 

짜더라

 

아이, 씨

 

내가 요리를 존나 못하나 봐

 

맨날 이렇게 남겨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보람은 보람대로 없고

 

금방 늘 거야

 

봐 봐라

 

잘하는 사람이 하는 게 맞지 않을까?

 

내가 하라고 시킬 수는 없잖아

 

절대 안 하셔

 

이게 이해가 안 되는 거야

 

그러게

 

왜 너만 집안일하냐?

 

30년 동안 중국집 하셨거든

 

뭐, 저기
주방에는 얼씬도 하고 싶지 않다

 

뭐, 그런 거지, 뭐

 

30년이면 진짜 대단하시다

 

요리 엄청 잘하시겠다

 

안 먹어 봐서 몰라

 

뭐, 중국집 맛이겠지, 뭐

 

옛날에 너희 집 가서
진짜 많이 잤었는데

 

밴드 연습 끝나고

 

맨날 너희 집 가서 술 처먹고

 

나 혼자 사는데, 뭐

 

너 재워 주는 게 어디 일이냐?

 

그때 진짜 재미있었는데

 

재미있었지

 

정신이 없어서 재미있었지

 

미친 듯이 놀았지

 

맨날

 

부둥켜안고 자고

 

포커 치고

 

술 처먹고 미쳐 가지고

 

담배 뻑뻑 피워 가지고

 

방이 완전 하얘지고

 

하얀 게 아니라 누레진 거지

 

재미있었지

 

자냐?

 

아니

 

잠 안 와?

 

정신 없는 것들

 

어, 맞다

 

- 왜?
- 약 먹어야 돼

 

너 아직도 약 먹냐?

 

평생 먹어야 돼

 

맛있냐?

 

맛있겠냐?

 

안 먹으면 어떻게 되는데?

 

백발 돼

 

이거 봐, 여기는 먹어도 계속 나

 

괜찮아

 

느낌 있어

 

결혼이 병인 거 같아

 

결혼하기 전에는 엄마가 한 번도
보고 싶었던 적이 없었거든

 

근데 결혼하고 나니까

 

너 힘들구나?

 

조용히 해

 

그만, 그만해

 

알았다

 

저기다 버려, 저기, 저기다가

 

키보드네

 

너 키보드 진짜 잘 쳤었는데

 

그 곡이 뭐더라?

 

뭐?

 

그거 가끔 들었었는데

 

듣지 마

 

곡도 진짜 잘 썼는데

 

야, 하지 마

 

요즘도 써?

 

대단하다

 

이러고 자면 목 마르잖아

 

안녕하세요

 

어, 누나

 

- 대용, 계란
- 어?

 

어, 그냥, 어, 거기다 두면 돼

 

여기...

 

누나 여기서 자면 돼

 

나는...

 

난 이쪽에서 잘 거야

 

야, 여긴 안방이잖아

 

- 네가 여기서 자
- 아니, 아니

 

내가 여기가 편해서
내가 계속 여기서만 잤거든, 그리고

 

너무 불편해서, 저기가

 

부인은?

 

부인이 없어

 

어디 갔어?

 

응, 어디 갔어

 

- 야!
- 응

 

나 좀 봐 봐

 

아이, 봤어, 누나

 

아, 난 들어갈게

 

뭐 필요한 거 있으면 써

 

집이 더럽네

 

어, 누나 왜? 추워?

 

보일러 틀어 놨는데

 

대용아, 문 좀 열어 봐

 

오랜만에 봤는데 얘기 좀 하자

 

나중에 해, 나중에

 

나 지금 편한 거 같아

 

하나도 안 편해 보이는구먼

 

누나 안 반가워?

 

누나 반가워

 

정말 안 열 거야?

 

응, 그래야 될 것 같은데

 

그래, 알았다

 

혹시 술 마시니?

 

 

술 안 마시면 잠이 안 와

 

결혼한 지 얼마 안 됐잖아

 

8개월...

 

이별하는 데

 

정해진 시간 같은 건 없더라고

 

이혼하기로 한 거야?

 

그런 거 같아

 

너 혼자 담배 피우기냐?

 

누나도 피워, 거기서

 

여기서 피워도 돼?

 

되지

 

이혼도 하는데

 

다 해도 되지

 

아니, 이렇게 얘기할 거

 

그냥 문 열고
같이 담배 피우면서 얘기하지

 

난 지금 편해, 누나

 

사람 얼굴 보고 막 사적인 얘기 하고

 

너무 힘들어서

 

나 같은 게 결혼을 왜 해 가지고

 

누나, 그냥 자, 보지 말고

 

울보

 

먹고 가

 

무슨 소리야?

 

울보라니?

 

와, 이런 걸 언제 다 했대?

 

집밥 진짜 오랜만인데?

 

잘 먹을게, 누나

 

너 괜찮냐?

 

 

남자랑 단둘이 잤다고?

 

걔는 남자가 아니라

 

밴드 했을 때 드럼 치던 애야

 

막내

 

어쨌든

 

남자잖아

 

생물학적으로는 남자이긴 한데

 

심리적으로는 여자 같은 애야

 

뭔지 알지, 응?

 

그냥 내가 100만 원 구해 볼 테니까
우리 집 구해 보자

 

너 학자금 대출 다 갚았어?

 

멀었지

 

근데 무슨 빚이야

 

나 빚지는 거 싫어

 

내 인생의 목표가 빚 없이 사는 거야

 

기분이 안 좋다

 

어지러워?

 

아니

 

나 또 떨어졌어

 

참, 다들 보는 눈들이 없네
난 되게 재밌던데

 

내가 웹툰 작가였으면

 

네가 남자 성을 가진 친구 집에서
단둘이 잘 일도 없었을 텐데

 

그렇지?

 

난 공장 기숙사에 사니까

 

널 재울 수도 없는 거지니까

 

무슨 소리야, 거지는 나지

 

아니야, 내가 거지라서
네가 거지인 거야

 

내가 돈이 쫌만 있었으면

 

우리 둘이 같이 살았을 거고

 

그럼 막 이렇게 막 피 뽑아 가면서

 

영화표 세이브하려고
하지도 않았을 거고

 

너라고 막

 

텔레비전에 나오는 맛집, 뭐
그런 데에 안 가 보고 싶겠어?

 

나 헌혈 사랑하는 거 알잖아

 

난 너랑 이렇게 놀고

 

담배만 피울 수 있다면
아무것도 필요 없어

 

난 아니야

 

나는

 

항상 미안해

 

내가 미안해

 

거기서 안 잘게

 

그럼 어디서 자게?

 

나에겐 다른 친구들이 있어
걱정하지 마

 

우리 이거 다 뽑고

 

요 앞에 순대랑 떡볶이 먹으러 갈까?

 

그래

 

피 뽑았으니까

 

철분 보충

 

좋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진짜, 죽을래?

 

뭐?

 

잘 가

 

대용아, 자니?

 

 

안 자는구먼

 

문 좀 열어 봐

 

싫어

 

이거 먹어

 

뭘 먹어?

 

네가 좋아하는 거

 

뭔데?

 

열어 봐

 

- 잡았다
- 아, 잠깐만, 잠깐만

 

놔 봐 봐, 누나

 

누나, 잠깐만, 이렇게 하지 마, 나

 

아, 나 진짜
여자 알레르기 있단 말이야

 

누나, 좀 놔 봐

 

- 아, 놔 줘 봐
- 대용아, 누나 이제 가려고

 

마지막으로 담배 한 대 피우자, 응?

 

많이 늦었는데

 

어디 가려고?

 

친구가 아프대서

 

아픈 사람 많네

 

- 울어?
- 신경 쓰지 마, 그냥

 

침이라고 생각해

 

나 간다고 울어?

 

이래서 여자는
집에 들이는 게 아니라 그랬는데

 

이씨...

 

너도 얼른 여기 정리하고
이사 가면 되잖아

 

누나, 여긴 못 벗어나

 

집이 아니고 감옥이야, 감옥

 

여기 한 달 이자가 얼마인지 알아?

 

원금 좀 포함해서 100만 원이다

 

근데 월급이

 

190이거든

 

근데 100만 원...

 

그걸 얼마나 내야 되는 줄 알아?

 

20년, 20년

 

매달 100만 원씩

 

20년을 내면

 

이 집이 내 거가 된다

 

그때 되면 집이 되게 낡겠지?

 

그렇게 아파트, 아파트를

 

노래를 불러서 내가 아파트를
구해 놨는데, 그냥 날아갔어

 

여기 앉아 있던 새처럼

 

그냥 날아가 버렸다

 

아파트를 구해 놨는데...

 

누나, 이제 대화 그만해야겠다

 

계속 얘기하면

 

위험해질 것 같아

 

또 나 혼자 있어야 되는데

 

그래

 

어, 누나

 

고마웠어

 

청소도 해 주고 밥도 해 주고

 

되게 맛있었고

 

누나 온기가 느껴져서 되게 따뜻했어

 

미안해, 대용아

 

아니...

 

누나가 가끔 청소해 주러 올게

 

- 어?
- 알았어

 

울지 말고

 

- 괜찮아, 괜찮아
- 일로 와

 

울지 말고

 

괜찮아, 괜찮아

 

울지 마

 

나 왜 이러지?

 

막 눈물이 계속 나

 

- 빈손으로 오기 뭐해서요
- 어유

 

- 아이고
- 어머나, 세상에

 

내가 계란 좋아하는 걸 또 어떻게 알고

 

엄마, 계란 좋아해?

 

어머, 아가씨가 엄청 싹싹하네, 응?

 

잘했어, 들어와

 

밥 먹자

 

많이 먹어

 

혼자 다 하신 거예요?

 

 

이런 진수성찬 처음 먹어 봐요

 

너무 맛있네요

 

아니, 그냥 오랜만에 집 안에

 

젊은 아가씨가 온다 그래서
내가 신나게 준비했어요

 

아...

 

감사합니다

 

우리 엄마가 연세가 좀 있으신데
요리 잘하셔

 

아, 그리고 저, 우리 영감이

 

5년 전에 뇌출혈로 쓰러져 갖고

 

말을 못 해요

 

이해해요

 

음, 그러셨구나

 

지금은 괜찮으세요?

 

어유, 그럼

 

말만 못 하지, 아주 건강해요

 

- 얘보다도 건강하거든
- 어유

 

나도 건강하고

 

우리 집안이 다 건강해요

 

그리고 저, 우리 조상 대대로
암 걸린 사람이 하나도 없잖아요?

 

암이 유전이 중요한 건 아시죠?

 

음, 말씀 편하게 하세요

 

아유, 아니에요

 

교양이 있지

 

어머

 

고만해라, 엄마, 밥 좀 먹자

 

아, 얘 말하는 거 너무, 너무 예쁘다

 

그런데

 

고향이...

 

음, 서울요

 

부모님은?

 

두 분 다 안 계세요

 

어유, 세상에, 어린 나이에

 

- 엄마
- 응?

 

마음고생이 오죽했을까

 

나도

 

6.25 때 아버지를 잃었거든

 

마음고생 많으셨겠어요

 

근데 아가씨는 하는 일이 뭐예요?

 

가사 도우미예요

 

아니, 그러니까

 

얼마나 집안일을 잘하면

 

아유, 천생 여자예요

 

천생 여자야, 정말, 응?

 

여자는 다른 거 잘할 거 하나도 없어요

 

많이 먹어, 내가 맨날 해 줄 건데, 뭐

 

야, 너 어디 가?

 

담배 피우러 가?

 

응?

 

아니야, 저기, 추운데 나가지 말고

 

여기서 피워, 그냥

 

아니에요, 괜찮아요

 

아유, 아니야, 괜찮아

 

들어와, 응? 나가지 말고

 

재도 그냥 다 털어도 돼, 응?

 

그냥 아무 데나 다 털어 버려

 

괜찮은데...

 

아, 진짜, 엄마는

 

드레스 룸에다
고추를 말리면 어떡해, 아이, 진짜

 

드레스 룸이 아니구먼

 

야, 이렇게 옷 걸고 그러면
다 드레스 룸이지, 인마

 

아이, 진짜
아, 이거 어떡하지?

 

걱정하지 마

 

나 전립선 안 좋아서 아무 짓도 못 해

 

아유, 그냥 자도 돼

 

그럼 내가 바닥에서 잘게

 

 

들어와

 

들어갈게

 

자니?

 

아니

 

뭐 해, 부담스럽게

 

그냥 보는 거야

 

폭력적이야

 

별게 다 폭력적이다

 

여자랑 이렇게 한방에 있는 게
얼마 만인지 신기해서 그런다

 

야, 우리 결혼할까?

 

아니

 

나 지금 진지해

 

혹시 지금 나랑 자려고 이러는 거야?

 

내가 10대냐?

 

전립선 안 좋아 가지고
아무 짓도 못 한다니까

 

근데 왜 그런 말을 해?

 

나 남자 친구 있어

 

응, 그래

 

뭐, 연애는 남자 친구랑 하고

 

결혼은 나랑 하면 되겠네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우리가 막 뜨겁게 사랑할
그럴 나이는 지났잖아

 

뭐, 우리 둘이 알고 지낸 지 10년 됐고

 

10년 동안 좋은 감정
유지하고 있으면, 뭐

 

뭐, 이런 게 사랑이지

 

그래서?

 

우리 부모님 저렇게 들뜬 모습

 

본 지 한 10년 만이다

 

돌아가시기 전에
며느리 한번 보고 싶다는데

 

그 소원도 들어 드리고 싶고

 

왜 하필 난데?

 

너 갈 데 없다며?

 

난 갈 데가 없는 게 아니라
여행 중인 거야

 

아이고, 네가 젊어서 좋다

 

그냥 뭐, 조촐하게 식 올리고
이렇게 들어와서 살면 되겠구먼

 

지금 너랑 나랑 제일 중요한 게
안정감이야, 안정감, 어?

 

그게 공통점 같은데, 뭐

 

오빠, 나 떠돌아다닌다고
너무 막말하는 거 아니야?

 

내가 무슨 물건이야?

 

집이 없어도 생각과 취향은 있어

 

야, 너 그렇게
철부지처럼 생각하지 말고

 

진지하게 한번 생각해 봐

 

너 이렇게 다 받아 주는
시부모 만나는 거

 

이거 진짜 쉽지 않다

 

이런 것도 기회야, 기회

 

집 생기지, 가족 생기지
다 준비돼 있구먼

 

나 갈게

 

야밤에 어디 가, 자고 가

 

야, 야, 인마, 밖에 추워

 

아, 그냥 와서 자

 

아유, 알았어, 알았어
나 돌아누워서 잘게

 

자고 가

 

미안해, 미안해
알았어, 내가 미안해

 

그냥 자

 

오빠

 

아이, 씨

 

고향이 어디예요?

 

부모님은?

 

하는 일이 뭐예요?

 

천생 여자네

 

천생 여자야

 

여자는 다른 거 잘할 필요가 없어요

 

근데

 

우리 집에 들어오는 건 마음대로인데

 

한 번 들어오면 절대 못 나가

 

괜찮겠어?

 

아이고

 

아이고!

 

저리 가

 

저리 가, 뽀뽀해, 사과해

 

미안해요

 

아이란 정말

 

사람이 살면서 겪을 수 있는
유일한 고난 같아

 

고난?

 

내가 고난이라 그랬냐?

 

구원 같아, 구원

 

미소야, 너 교회 다녀?

 

- 아니
- 교회 다닐 필요 없어

 

애 낳으면 돼

 

아니면 절에 다녀

 

아니다, 절도 다닐 필요 없다

 

애 키우면 알아서 수행이 되더라고

 

어유, 수행 덩어리야

 

수행 덩어리야

 

아이고, 좋아

 

다른 사람 같아

 

칭찬이지?

 

신기해

 

신기해?

 

그럴 수도 있겠다

 

응, 이모가 신기하대요, 어유

 

근데 집이 참 넓다

 

아유, 집 넓지

 

근데 내 취향은 아니야, 보다시피

 

우리 시부모님 댁인데

 

뉴욕으로 이사 가시면서
우리한테 지내라고 하셨어

 

우리끼리 살기에는 집이 너무 넓었는데

 

잘됐다

 

고마워, 언니

 

고맙기는

 

1학년 때인가

 

나 다단계 잘못 들어가서 빚졌을 때

 

네가 돈 꿔준 거 나 아직도 못 잊는다

 

그걸 어떻게 잊냐

 

그걸 기억해 주니 내가 더 감동적이네

 

그냥 있기는 그렇고

 

내 적성을 살려서 집안일 도울게

 

야, 너 내 친구야

 

이 집 손님이라고

 

그냥 편하게 있어

 

아이고

 

- 이모!
- 아, 예?

 

그 김치 좀 버려 주세요

 

이거요?

 

예, 너무 쉬어 가지고
혓바닥이 찢어질 것 같아요

 

 

아니, 찢어지는 건 아니고

 

여기 혓바늘이 좀 돋아 가지고

 

웃겨

 

네가 있을 곳이 생겨서 진짜 잘됐다

 

근데 그런 집에 있으니까

 

내 집도 아닌데 부자 된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기도 하면서 안 좋기도 해

 

왜 이렇게 심란해졌대, 응?

 

그냥 좋은 데
편하게 있으면 좋은 거지

 

아니야, 기분이 안 좋다는 건

 

뭔가 문제가 있다는 신호 같은 거야

 

그게 좀 복잡해

 

아무튼 이제 돈만 좀 더
모으면 되겠다, 그렇지?

 

응, 돈은 좀 잘 모여

 

네가 고생한 보람이 생겨서 진짜 좋아

 

우리도 드디어 맛집 데이트다

 

오늘 재료가 다 떨어져서
영업이 불가합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아, 짜증 나

 

다들 이렇게 포기하는 거야?

 

가자

 

오늘은 진짜
너랑 맛있는 거 먹고 싶었는데

 

이것도 엄청 맛있는데?

 

근데 아까 하려고 했던 얘기가 뭐야?

 

음...

 

결혼하자고?

 

응?

 

미소야, 나...

 

발령 났어

 

어디로?

 

사우디아라비아

 

엄청 멀리 가네?

 

내가 지원했어

 

왜?

 

이제 만화 그만두려고

 

왜?

 

해 볼 만큼 해 본 거 같아서

 

이제 좀 사람답게 살아 보고 싶어서

 

사람답게 사는 게 뭔데?

 

알잖아, 그렇고 그런 것들

 

남들 다 하고 사는 것들
우리도 해 보고 싶어서

 

난 이대로 좋은데, 지금

 

근데 그거 알아?

 

내가

 

어디에 지원해서 뽑힌 게 처음이다?

 

대학도 다 떨어졌지
웹툰 공모도 다 떨어졌지

 

난 뭐, 어디 뽑힌 적이
한 번도 없었거든

 

근데 이번이 처음이야

 

그래서 되게 신나

 

비행기도 처음 타 보고

 

얼마나 가는데?

 

일단 2년

 

엄청 길잖아

 

6개월에 한 번씩은 한국 보내준대

 

나는...

 

나는 담배, 위스키
그리고 한솔이 너

 

그게 내 유일한 안식처야

 

너도 알잖아

 

근데 네가 없으면 어떡하라고

 

나도 너 없으면
안 되는 거 알잖아, 미소야

 

근데 거기 가면은 생명 수당 붙어서

 

월급을 3배 많이 준대

 

생명 수당?

 

괜찮아, 안 죽어

 

거기는 주변이 온통 사막이라서
돈 쓸 데가 없어서 돈이 잘 모인대

 

그래서 내가 2년 동안 있으면
계산해 보잖아?

 

5천만 원은 모이겠더라고

 

거기서 내가 대출금 다 갚고

 

너랑 살 집 구할 거야

 

배신자

 

이거 배신하는 거 아니야

 

배신자

 

배신 아니야

 

상상력을 발휘해 보자고, 우리

 

어?

 

무슨 상상력을 발휘해?

 

옆에 있다고

 

- 이거 드세요
- 생큐

 

근데, 서빈이는 어쩌고...

 

으응, 엄마네

 

장모님이 저희 그
데이트할 때마다 자주 봐 주셔 가지고

 

이제 둘째 빨리 가지라고

 

엄마가 옆, 옆집에 사시거든

 

얼마 전에 이이가 이사를 시켜 줬어

 

덕분에 우리가 많이 편해졌죠?

 

 

아, 저도
장모님이 가까이 있는 게 좋아요

 

 

 

저희 와이프랑
같은 대학교 다니셨다고요?

 

네, 근데 전 중퇴했어요

 

등록금이 비싸 가지고

 

야, 정말 힘드셨겠다

 

힘든 결정인데

 

별로 안 힘들었어요

 

하긴 뭐, 요즘 대학교가 대학교입니까?

 

큰 배움이 없어요

 

괜히 큰돈만 갖다 박느니

 

미리미리 사회생활 시작하는 것도
현명한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와이프

 

대학교 때 어땠어요?

 

굉장히

 

뜨거운 사람이었어요

 

뜨거웠구나

 

그리고

 

기타를 잘 쳤어요

 

기타요?

 

 

저기, 재밌었어요

 

- 그렇지?
- 네, 굉장히 재밌었어요

 

어유, 기타 치고 뜨거웠으면
재밌어야지

 

어유, 난 담배 좀 피우고 올게

 

- 예
- 음, 저도

 

아, 담배 피우시는구나

 

 

네, 가시죠

 

- 언니, 어디 가?
- 여기

 

왜 이렇게 멀리 앉아?

 

어, 우리 신랑이랑
이렇게 앉아 버릇했더니

 

너 아직도 위스키 마셔?

 

 

담배는 아직 피우더라

 

 

요즘 담뱃값이 많이 올랐다던데

 

집이 없을 정도로 돈이 없으면

 

나 같으면 독하게 끊었겠다, 야

 

알잖아, 나 술, 담배 사랑하는 거

 

아이고, 그 사랑 참 염치없다, 야

 

뭐가 없어?

 

염치

 

염치가 없어

 

나 그냥 솔직하게 말할게, 미소야

 

나는 네가 염치가 없다고 생각해

 

네가 제일 좋아하는 게
술, 담배라는 것도

 

솔직히 진짜 한심하고

 

그것 때문에
집도 하나 못 구해 가지고

 

우리 집에 와서 지내면서

 

그런 것까지
다 이해해 주기를 바라는 네가

 

좀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 안 드니?

 

어, 잘못됐더라

 

아까 보니까

 

우리 신랑 담배 피우러 나가는데
그걸 왜 따라가?

 

그럼 내가 뭐가 되니?

 

미안해

 

난 언니가 그, 그렇게까지
불편해하, 할 줄 몰랐어

 

아니, 왜 몰라, 그걸?

 

방이 아무리 많고 집이 아무리 넓어도

 

남이 우리 집에 오랫동안 있으면
신경이 쓰이는 법이야

 

그걸 왜 모르니, 너는?

 

난 아니니까

 

난 아무리 좁은 방에
친구들이 와서 자도

 

그냥 반갑고 좋으니까

 

그렇겠지

 

너는 가정이 없으니까 모르겠지

 

혼자만 살아 봤으니까

 

미소야

 

너를 우리 집에

 

지내게 하는 게 너한테
도움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거

 

보증금에 보태서 빨리 방 구해라

 

이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최선이야

 

그리고

 

내가 본의 아니게 폭력적이었다면
그건 사과할게

 

나 필요 없어

 

창문 좋아하는구나?

 

- 네
- 환기가 중요하지

 

근데 요즘은

 

반지하방도 창문이 다 있어

 

잘 찾아온 거야

 

이 동네가 서울 시내에서
제일 싼 곳인 거 알지?

 

그리고 이렇게 운동을 하니까

 

따로 헬스장에 갈 필요가 없어

 

이 동네 사람들은 그런 데 안 다녀

 

여기야

 

집주인이 집사님이잖아

 

싱크

 

봐, 깔끔하지?

 

리모델링한 지 얼마 안 돼서
참 좋다, 깔끔하고

 

화이트 하니, 방도 넓어 보이고

 

봐, 자기가 좋아하는 창문

 

좋지? 뷰도 좋고

 

오늘 날씨가 그래서 그런데
이게 이렇게 빛이

 

여기까지 쫙 들어온다고

 

그럼 얼마나 따뜻하겠어?

 

겨울에도 난방비도 별로 안 드는 거지

 

어머머, 저기 좀 봐
어머, 여기 미니 창고가 있네, 어?

 

이런 데다가 귀중품 같은 거
넣어 놓으면 너무 좋겠다

 

아가씨들이 이런 거 좋아하잖아

 

여기다가 열쇠만 탁 달면은
안전하고, 응?

 

- 좋네요
- 그렇지?

 

아이고, 어?

 

좀 비어 있은 지가 오래돼서 그래, 응

 

여기 얼마라고 했죠?

 

보증금 500에 25

 

500요?

 

여기가 아까 그 집보다 싼데

 

무려 이층집이잖아

 

자기, 손, 어휴

 

- 감사해요
- 재밌지?

 

예<

 

여기가 그래도 있을 건 다 있어

 

여기가 화장실

 

아, 응, 그리고 싱크

 

아까 그 집보다 방이 넓지?

 

지금 여기 조금 지저분해도

 

자기가 바지런 떨면서
도배도 하고 청소도 하면

 

금방 새 집 된다

 

여기 봐 봐, 자기가 좋아하는 창문

 

창문 있네

 

왜?

 

훠이! 쯧

 

여기를 이렇게 딱 잠가

 

그리고 여기다가
커튼을 여기다 딱 쳐

 

그럼 밖에서
누가 여기 사는지 모르거든, 응?

 

여기는 얼마예요?

 

500에 20

 

좋지?

 

보증금을 좀 더 낮출 순 없을까요?

 

저기 저 방이야, 아가씨가 올라가 봐

 

거기 창문도 있지?

 

 

여기가...

 

어, 보증금은 없고 10

 

아, 거기 전기는 안 들어온대

 

생각해 보고 연락 드릴게요

 

어유, 깜짝 놀랐어요

 

제 집이잖아요

 

아, 이 시간에 본 적이 없어서

 

몸이 좀 안 좋아서요

 

차 마실래요?

 

 

제가 임신을 했는데요

 

애 아빠가 누군질 모르겠어요

 

제가 좀 헤퍼요, 언니

 

그래서 벌 받나?

 

헤픈 게 어때서요

 

언니, 내가 무슨 일 하는지 알아요?

 

 

근데도 그렇게 말할 수 있어요?

 

 

언니 진짜
완전 내 스타일인 것 같아, 진짜

 

고마워요

 

이거 덮어요

 

아, 근데

 

언니, 아까 그...

 

저거 뭐예요?

 

언니, 집 없어요?

 

네, 집이 없어요

 

언니, 진짜 유니크해

 

아니, 나도 이제 집 없거든요

 

이 일 정리하고

 

저 네일 숍 차릴 거예요

 

예쁘죠?

 

네, 예뻐요

 

그냥 너무 예쁘고

 

막 손 만져 주는 게 너무 좋아요

 

 

오빠들한테 말해서 돈 받아낼 거예요

 

그 사람들한테는

 

그거 그냥 푼돈일 거예요

 

난 내 삶이 달린 거고

 

눈 딱 감고

 

그렇게 할 거야

 

밥은 먹었어요?

 

이럴 때일수록 더 잘 먹어야 돼요

 

밥을 안 먹으면 어떡해요

 

언니, 왜 이렇게 나한테 잘해 줘요?

 

진짜 짜증 나, 언니

 

나 이제

 

이 집도 반납할 거고

 

그럼 나 이제 언니 못 봐요

 

무슨 말인지 알아요?

 

언니 잘린다고

 

'유 파이어'

 

미안해요, 언니

 

민지 씨가 왜 나한테 미안해요

 

난 민지 씨가
좋아하는 일 하니까 기뻐요

 

우리 밥 먹을래요?

 

당기는 거 없어요?

 

다, 다, 닭백숙...

 

찍어 먹어요

 

2년 금방 지나갈 거야, 그렇지?

 

아니...

 

왜 이렇게 힘이 없어?

 

너는?

 

나 힘 많은데?

 

양복 입으니까 멋있다

 

거기 간다고 회사에서 한 벌 뽑아 줬어

 

너 보여 주려고 입고 온 거야

 

잘 어울리네

 

살 빠지면 어떡해?

 

안 빠져, 걱정하지 마

 

이거

 

이게 뭐야?

 

가서도 틈틈이 그리라고

 

안 그릴 거야, 이제

 

거기 생활을 웹툰으로 그리면
재미있을 것 같은데

 

헛된 희망이야

 

그래도 혹시 모르니 가져가 봐

 

고마워

 

예쁘다

 

어디로 갈 거야, 이제?

 

걱정하지 마

 

나 갈 데 많아

 

야, 한솔아, 빨리 타

 

가야겠다

 

잘 지내고 있어

 

- 응?
- 응

 

아프면 연락해, 꼭

 

 

갔다 올게

 

졸라 사랑해!

 

주문하시겠어요?

 

글렌피딕 한 잔 주세요

 

어, 저희, 죄송한데요

 

 

위스키값이 2천 원씩 올랐어요

 

저희도 가겟세가 올라서...

 

여기도...

 

아, 네,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한 잔 주세요

 

네, 금방 갖다 드릴게요

 

대용!

 

뭐 해?

 

너 왜 이렇게 분위기 잡고 있냐?

 

- 담배 피워, 그냥
- 웃기고 있어, 씨

 

정신 안 차려?

 

뭐야, 그게?

 

왜 벌써 가?

 

아, 그냥...

 

더 있다 가

 

- 일도 있고
- 맞아, 좀 있다 가야 되는데

 

일이 있어 갖고

 

형은 괜찮겠지?

 

- 그렇게 걱정한다고...
- 괜찮지, 뭐, 사람 많던데

 

- 진짜 많더라, 사람
- 응?

 

정미 언니야?

 

- 아이고?
- 웬일이야

 

어머, 언니

 

- 얘들아, 잘 있었어?
- 어

 

진짜 오랜만이에요

 

- 누나 왜 이렇게 멋있어졌지?
- 왔어요?

 

뭐가 멋있어

 

진짜 예뻐졌다

 

언니 원래 멋있었어

 

- 좋다, 누나 오랜만에 봐서
- 야, 나 이거 잠깐만

 

그러니까

 

아, 내가 진짜

 

이런 데서 주기 진짜 뭐하거든, 근데

 

결혼하는구나?

 

누구랑?

 

현정이

 

언니, 와요

 

- 응
- 그때 그 회사원?

 

아이, 걔 아니야

 

능력도 좋다

 

야, 너 좆된 거야

 

엄마한테 잘해

 

안 그러면 맨날 울어, 나처럼

 

- 정미야, 왔어?
- 어?

 

오빠

 

야, 얼굴 좋아졌다, 너

 

- 그래요?
- 응, 잘 살지?

 

 

이제 뭐 이렇게 누구 한 명 죽어야
이렇게 얼굴들 보는구나

 

오빠, 괜찮아요?

 

괜찮지, 뭐, 호상인데

 

 

오빠

 

미안한데...

 

직접 만나서 안 주면 못 줄 것 같아서

 

아, 그래그래
만났을 때 줘야지, 이런 건

 

꼭 와요

 

- 어, 그래, 축하해
- 고마워요

 

어, 근데 미소는 안 왔어?

 

안 왔어요?

 

그래, 뭐, 미소랑 연락하는 사람 없어?

 

혀, 형은 이번에 연락 안 했어?

 

전화를 안 받더라고

 

폰이 끊긴 거 같아

 

사정이 진짜 안 좋은가 보네

 

나아지면 연락되겠지, 뭐

 

미소가

 

계란을 한 판 사 가지고 왔어

 

반찬을 무지 많이 해 놓고 갔어

 

행복한 척이라도 할걸

 

그렇게 뜬금없어, 걔가

 

여전히 웃는 게 예쁘더라

 

그, 우리 집에도 왔었는데

 

또 내 얘기만 하다가

 

누나 얘기는 들어 보지도 못했네

 

근데 누나가 밥을 되게 잘하더라

 

야, 미소 생각만 해도
막 미소가 나지 않냐?

 

이거 아직도 담배 피우고 술 먹나?

 

어디 정미소에 취직한 거 아니야?

 

아, 우리 집에도 왔었는데

 

옷을 겹겹이

 

이렇게 레이어드를 했더라고

 

멋있었어

 

귀엽고

 

옛날 사진 보니까
울컥울컥하더라, 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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