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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2smi by  Michael Archangel

 

하루가 저물고
모두 귀가 할 무렵...

 

나의 하루가
시작된다

 

영업은 밤 12시부터
아침 7시까지

 

사람들은 가게를
'심야식당'이라 부른다

 

(돼지고기 된장국 정식, 맥주, 사케, 소주)
 
 
 
 
 
 
 
 
 
 
메뉴는 이게 전부

 

무슨 음식이든
주문이 들어오면

 

가능한 건 만드는 게
영업방침이다

 

손님이 있냐고?
그게 말야, 꽤 많이들 와

 

심야식당 2

 

장지가 어디였어?

 

오치아이였어요
화장장에서 장례식까지 했죠

 

마릴린은 어디?

 

난 마치야 화장터

 

장례식이 겹치는 것도
묘한 운명이로군

 

뭐 쓰고 있어요?

 

나이도 나이인 만큼

 

몇 번 될지 모를 저녁 메뉴를
잊지 않게 써두려고

 

기록을 하면 매끼 저녁이
소중히 여겨지게 돼

 

앞으로 오백 번은 저녁을
먹지 않겠어요?

 

2년도 못 채우고 죽으라고?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어머! 자기네들도?

 

가져

 

삶은 달걀 찍어 먹던가 해

 

단골 바 여주인이 떠났어
더 못 살 걸 알았나 봐

 

집 커튼도 다 떼서
곱게 개어뒀더라고

 

언니, 죄송해요

 

인간이란 슬플 때도
배는 고파지는구나

 

나도 배고파

 

달콤한 계란말이하고 맥주

 

전 돼지고기 된장국 정식
곱빼기로요

 

그러죠

 

류우 짱

 

오치아이 화장장?
아니면 마치야?

 

아님 키리가야 장례식장?

 

혼간지 절이었어

 

츠키지에 있는 절이요?

 

큰형님이셨어

 

마스터! 글라스 추가

 

그러죠

 

같이 건배해

 

그러지

 

오늘 다들 뭔 일이래?

 

소금 뿌렸어요?

 

전 필요 없어요

 

어서 오세요

 

늘 먹던 걸로
부탁할 수 있을까요?

 

그러죠

 

물 한 잔 더 드릴까요?
따뜻한 차가 좋으시려나?

 

알아서 먹을게요

 

다들 상복 차림이라
깜짝 놀랐어요

 

본인은 어떻고

 

전 아녜요

 

일 스트레스를 날리려고
상복 차림으로 외출을 하죠

 

마지막엔 이 불고기 정식으로
다시 힘을 얻어요

 

잘 먹었습니다

 

대체 뭐야?

 

코스프레 같은 거죠

 

남자는 미망인이나
상복 차림 여자에게 약하니까

 

본인 말로는 누가 작업 걸어도
따라가지는 않는다던데

 

어쨌든 좋은 취미는 아니로군

 

왠지 끌리긴 해요
상복이 어울리는 여자한텐

 

가끔 보니까 그런가

 

겐 씨처럼 늘 검은 옷인 분은
마음 끌릴 일도 없죠?

 

무슨 의미야?

 

빗나간 총알 맞고 죽는 친구가
엄청 많을 테니까

 

이참에 틀니 끼게 해 줘?

 

임플란트로 해 줘라

 

입 벌려 봐

 

아까 걔 직업이 뭐래?

 

뭐라고 했더라...

 

아는 사이예요?

 

전에 여기서 봤거든요

 

맞다!
출판사 편집자랬어요

 

왜 제가 담당에서 빠진 겁니까?

 

난 반대했는데
상부 결정이야

 

확 뜬 젊은 소설가가

 

자네 같은 베테랑 편집자를
독점하면 안 되니까

 

신인상 받고 판매 부수도
10만 부 넘었지만

 

진짜 인정받으려면
다음 책이 관건이에요

 

제가 해야만 합니다

 

일을 너무 잘하는 것도
죄라니까

 

제 말의 의미를
알긴 하세요?

 

왜 갑자기 이런 곳에
불러내시고?

 

축하해, 나 대신
편집 맡았다던데

 

감사합니다

 

선배님 명성에 먹칠하지 않도록
잘하겠습니다

 

내가 왜 빠지게 됐는지
이유 알고 있지?

 

그 소설가, 책 잘 팔려서
콧대가 엄청 높아졌어요

 

선배님은 아이디어도 없이

 

지적질만 해서 짜증난다며

 

선배님 안 빼면 우리 회사에서
소설 안 낸다고 했대요

 

저한테 들었다고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세요

 

역시 맛있어요

 

맥주 나왔습니다

 

새로 맡은 베테랑 작가한테
처음부터 한 소리 들었어요

 

여자 주제에 원고에 참견 말고
처신 잘하라더군요

 

더는 참을 수 없어요

 

그랬군

 

그래서 오늘도
상복 차림이로군

 

마스터는 평상복 입을 때하고
작업복 입을 때하고

 

어느 쪽이 진짜 자신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생각 해 본 적이 없는데

 

노리코 씨는 옷에 따라 다른가?

 

상복 입은 저한테
작업 거는 남자들 보면서

 

단순한 바보들이라고
속으로 비웃었지만

 

사실 기분이 나쁘지도
않았어요

 

한편 보통 때의 나는
매력이 없나 싶기도 하고

 

죄송해요
뭔 소릴 하는 건지

 

고기를 먹고 싶어졌어요

 

그렇지?

 

고기 먹고 힘내서
보란 듯이 잘 해내 봐

 

네! 의욕이 마구 생기네요

 

고기 주세요

 

그러지

 

선생님
원고 가지러 왔습니다

 

실례하겠습니다

 

좋아하시는 마츠시마야 찹쌀떡
사서 왔어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개인 작업실에서
돌아가셨다지요?

 

집필 중에 뇌출혈로

 

제가 원고 가지러 갔을 땐
이미 숨을 거두셨어요

 

그랬군요

 

많이 놀라셨겠습니다

 

이걸 영전에 좀
바쳐주시겠습니까?

 

마츠시마야에 가서
찹쌀떡 사 왔습니다

 

여기 찹쌀떡 소금 간이
딱이라고

 

평소에 워낙 좋아하셨거든요

 

선생님 담당도 하셨나요?

 

다 옛날얘기죠

 

지금은 지방 특산물을 소개하는
카탈로그 편집을 합니다

 

전 이시다입니다

 

저는 아카츠카 노리코입니다

 

음식 나왔습니다

 

마스터, 불고기 정식요

 

두 개요

 

그러지

 

건배

 

오늘은 진짜 장례식장에
다녀왔나 봐

 

저 남자 상복은
왠지 수상쩍어요

 

저처럼 선을 하나
넘은 자만이 가진

 

위험한 냄새가 나요

 

쓸데없이 나서지 마
둘이 엄청 잘 어울리는구만

 

그래서 지금 출판사로?

 

사실 거의 인터넷 출판이라
겨우 입에 풀칠할 정도죠

 

특산품을 찾아
전국을 돌아다니세요?

 

아무래도 그렇죠

 

특히 농사짓는 분들은
직접 만나야 믿어주시거든요

 

멋져요, 열심히 하면
보답이 오는 일이네요

 

노리코 씨는 안 그런가요?

 

저는 깨달았어요

 

작가와 2인3각으로 만든 책을
자식처럼 여기고 열심히 일했는데

 

다 착각이었고
자기만족이었어요

 

역시 내 느낌이 맞았어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
당신을 처음 보고 느꼈죠

 

너무 좋게 보셨네요
늘 꼬일 생각만 하는 하찮은 여자예요

 

흐름이 안 좋을 땐
가만히 몸을 숨겨요

 

삶의 형태만 유지하면
기회는 반드시 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보잘것없어요

 

능력엔 한계가 있고
그래서 누군가에게 기대죠

 

그러면 되는 거 아닙니까?

 

기대기만 하고, 보답한 적
한 번도 없어요, 부모님한테도

 

그래도 됩니다

 

당신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나타날 때 힘을 빌려주면 되죠

 

음식 나왔습니다

 

고맙습니다

 

새 마음 새 뜻으로!

 

모두 제가 생각한 대로군요

 

그 뒤로 노리코는 씌인 게
벗겨진 듯 활기를 되찾았고

 

상복을 입고 오는 일은
없어졌다

 

어느 쪽이 좋아?

 

저는 이게 좋아요

 

그래?

 

그럼 이 느낌으로 가

 

알겠습니다

 

잘 부탁해

 

잠시 괜찮나?

 

그러죠

 

이 남자분과 사귀고 계신다죠?

 

이시다 씨가 왜요?

 

전국 장례식을 돌아다니며
조의금을 터는 놈입니다

 

조의금 턴 곳에서
늘 여자도 꼬시죠

 

변태일지도 몰라요

 

혼자 있는 건 싫지만
고독은 즐기시지요?

 

같이 한 잔 하시겠어요?

 

저도 최근에 친구를 보내고
홀로 너무 힘들어서

 

누군가와 슬픔을 나누고
싶었거든요

 

실례했습니다

 

아는 가게 있어요?

 

있어요, 있죠
같이 가시죠

 

남자가 '혼자 있는 건 싫지만
고독은 즐기시죠?'라고 말했군요

 

마스터, 영업시간에 죄송합니다

 

마스터!

 

죄송해요
너무 무서웠어요

 

무슨 일이길래?

 

이분이 러브호텔 앞에서

 

남성분과
들어가네 안 들어가네

 

실랑이가 생겨서

 

일단 모셔와서
사정을 듣고 있었는데

 

실연을 당하셨다는군요

 

그 사람 덕에
상복도 안 입게 됐는데

 

알고 보니 유명한
조의금 털이범이었대요

 

그랬군요

 

남자한테 속고 홧김에

 

길에서 만난 사람을
그냥 따라갔다

 

그 심정 이해가 됩니다

 

그놈 전화야?

 

용의자라 해야죠

 

고향집이에요

 

밤늦게 웬일이야?

 

뭐?

 

설마!
거짓말이지?

 

불행은 연이어 일어난다
노리코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이제 도쿄엔
안 올지도 모른다고 말하고

 

그녀는 고향 토야마로
돌아갔다

 

가혹한 이야기지만
벌 받은 걸 수도 있어

 

고인을 기릴 때 입을 옷을
스트레스 발산용으로 입는 건 악취미죠

 

자네의 그 태도 돌변
아주 속이 시원해

 

나는 그 여자 마음
조금 이해가 돼요

 

여자는 나이가 들수록
자기 가치가 애매해지거든요

 

특히 솔로는 더하죠

 

안녕하세요

 

어서오세요

 

마스터
저 이 사람하고 약혼했어요

 

처음 뵙겠습니다, 노리코한테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할아버지 장례 덕에 만났어요
토야마의 절에서 일하거든요

 

저는 승려입니다

 

중이라고들 하죠

 

이 사람과 눈이 마주친 후
번뇌에 빠졌지요

 

노리코 씨의 상복 차림은
매력적이죠

 

상복 차림?

 

무슨 이야기야?

 

아무것도 아니야
신경 쓰지 마

 

여기 직장은 어떻게 하게요?

 

사람은 좋아하는 일을 하면
빛이 나죠

 

노리코는 그렇게
살았으면 합니다

 

그래서 일은 계속
했으면 좋겠어요

 

마스터
늘 먹던 걸로 주세요

 

좋지

 

많은 일이 있었지만
노리코는 말끔하게 액땜을 한 것 같다

 

뭔 짓이야?

 

머리 트리트먼트 했어요?

 

손톱도 길군
나 네일도 잘하는데

 

청결은 머리카락에 보이고
미의식은 손톱에 드러나죠

 

시끄러워

 

정말 언변이 뛰어나시네요
인터넷에서 당신 어록까지 퍼지고 있어요

 

그래요?

 

갈까요?

 

불안은 발걸음으로 표현됩니다

 

더워

 

목도 말라

 

편의점 찾아보자

 

보리멸 튀김 나왔습니다

 

기다렸어요

 

무지 뜨겁네요

 

모퉁이에 있던 중국집
문 닫은 거 아냐?

 

맞아요

 

주인장 연세도 있고 해서

 

음식 맛 변하기 전에
관둔다고 하더라고요

 

'세월은 이길 수가 없다'라고
문밖에 쓰여 있는 거 보니

 

눈물이 핑 돌더라고요

 

그렇게 점점 오래된 가게가
없어지는 거야

 

안녕하세요

 

어서오세요

 

장례식 다녀오시나?

 

아니요

 

혹시 오늘이었나?

 

17년째 기일이었어요

 

그렇게 오래됐나?

 

남편분 기일인가요?

 

시간 가는 게 정말 빨라요

 

술 시원한 거 하고
가벼운 안주도 줘요

 

어묵이면 되려나?

 

준비하지

 

고마워요

 

이 더위 어떻게 좀 안 되나요?

 

근데 또 전철 안은
냉방 때문에 너무 춥고

 

갱년기라 체온 조절이
안 된다니까요

 

겨드랑이부터 식혀야지

 

한잔하셔

 

고마워요

 

세이코 씨는 메밀국수집
'소바세이'의 주인이다

 

남편과 사별한 후
아들을 키우면서

 

시어머님과 함께 가게를
꾸려왔다

 

역시 여기 어묵은
우리 가게보다 맛있어요

 

그런가?

 

이제 한 단락
마무리가 된 것 같아요

 

이제 아들 녀석만
자리를 잡아주면

 

나도 좀 편해질 텐데

 

세이타는 제 아버지를
점점 닮아가는 것 같아

 

배달 가는 거 봤는데
바깥양반 젊을 때랑 똑같더군

 

얼굴만 닮았죠
아직 속은 어린애예요

 

언젠가는 아드님이 가게를
물려받겠죠?

 

절대 못 해요
어머님 쓰러지신 뒤로 일을 돕곤 있지만

 

바보처럼 탁구만 쳐대죠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안녕하세요

 

늦었잖아

 

국수 불어터져
우리 가게는 빠른 게 장점이야

 

에무라 설계소로 배달해

 

여기 시급 얼마야?

 

950엔
근데 왜?

 

알바 안 구하나 싶어서

 

누가 하려는데?

 

 

너?

 

생각도 마

 

알바는 자기 시간만
축낼 뿐 아무것도 안 남아

 

지금은 할머니가 입원해서
가게일 돕고 있지만

 

계속 국수 배달만 하면서
살 수는 없잖아

 

가업이 있는 거잖아
복 받은 거지

 

좀 비켜

 

뭐하냐, 너?

 

불량품이잖아

 

이건 제대로네

 

위험하잖아요!

 

메밀국수집 아들이
볶음우동 먹어도 돼?

 

전 원래 우동 더 좋아해요

 

메밀국수를 너무 먹어
질린 거야?

 

그런 것도 아니예요

 

어릴 때부터 이걸 먹으면
마음이 안정돼요

 

술 나왔어요

 

하긴, 동네 우동집을 가기엔
눈치가 좀 보이겠지

 

엄마한테 들키면
시끄럽겠지

 

안녕하세요

 

어서오세요

 

어머, 너 가게에서
저녁 먹었잖아?

 

뭐 어때?

 

엄만 여기 왜 왔어?

 

시원한 술하고
계란말이 주세요

 

그러죠

 

내가 뭘 먹건
상관없잖아

 

그렇지, 메밀국수집 아들이
우동 먹지 말란 법은 없지

 

잘 먹었습니다

 

그냥 가
엄마가 계산할께

 

어린애 취급하지 마

 

어차피 나한테 받은
용돈 아냐?

 

왜 저렇게 화가 난 거야?

 

중2병인가?

 

저 진짜 우리아버지
아들 맞을까요?

 

무슨 소리냐

 

뭘 해도 굼뜨고
국수보다 우동을 더 좋아하고

 

엄만 늘 '네 아빠는
훌륭한 남자였는데'

 

'넌 왜이러냐?'고
잔소리 하세요

 

 

손?

 

여자처럼 손이 곱구먼
고생을 안 했어

 

어버지가 어떠셨건
너는 너잖아?

 

계속 도망만 치면
네 자리를 못 잡아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몇 살이었지?

 

8살요

 

참 좋아했어요, 키도 크고
늘 목말을 태워주셨어요

 

캐치볼도 했어?

 

가게 쉬는 날엔 했죠

 

난 아버지 어머니가
번갈아 증발됐었어

 

아주 행복하게 살았구먼

 

네 아버지도 여기 와서
자주 투덜거렸어

 

뭘 해도 네 할아버지와
비교당해서 지겹다고 했지

 

아버지가요?

 

본인 뜻으로 가게를
물려받은 게 아니었거든

 

네 아버지가 제대로
가게 일을 할 마음이 든건

 

네 엄마 뱃속에
네가 생긴 걸 안 뒤였어

 

여기 와 있었니?

 

얘기해 둘게

 

또 올게요

 

잘 계세요

 

쟤는 뭐하러 여기 왔대요?

 

뭐하러라니?

 

나 보러 왔지

 

어머니, 쟤 용돈 주지 마세요
이젠 어린애가 아니예요

 

알고 있어

 

모르고 있는 건 너지

 

제가 뭘 몰라요?

 

자식 오래 붙들고 있으면

 

나중에 너만 힘들어져

 

쟤가 저한테서
못 떨어지는 거예요

 

맛있었지?

 

 

최고야

 

안녕하세요

 

어서오세요

 

맥주부터 주세요
잔 두 개

 

또 탁구 치고 왔나?

 

빨리 줘요
목말라요

 

고마워

 

사오리 정말 대단해
백핸드 스핀은 프로 같아

 

루미도 스매시가
엄청 좋아졌어

 

루미가 사오리를 처음 데려온 건
반년 정도 전이었을 거다

 

탁구장에서 만나
친구가 됐다고 한다

 

여기 술잔

 

찬 두부 주세요

 

저는 삶은 풋콩요

 

오케이

 

그 연하 남친하고는
잘 되고 있어?

 

응, 곧 1년 돼

 

정말?

 

연하 사귀면 두렵지 않아?

 

뭐가 두려워?

 

상대가 젊으니까
변할 수도 있고

 

여자는 마음이 급해지잖아
심리적인 핸디캡 아냐?

 

핸디캡은 무슨, 서로
경쟁하는 것도 아닌데

 

아냐, 괜찮은 남자 수는
정해져 있고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거야

 

루미는 남자한테 뭘
기대하고 있어?

 

경제력, 포용력, 외모

 

모험심, 유머
애정, 주변머리

 

다들 이상적인 남편상 같은 거
정해놓고

 

행복해질 조건에 맞는
사람을 찾고 있지?

 

근데 타인끼리 만난 거니

 

처음엔 안 맞는 게 당연해

 

완전 동감!

 

속이 꽉 찼군

 

꽉 차요?

 

아가씨, 맘에 들어

 

그러니까 무슨 일이 생겨도
2인3각으로 잘 해나가자고

 

남녀가 뜻을 같이하는 게
중요한 거 아니겠어요?

 

그렇지! 맞아!
멋져!

 

술 한 잔 더 줘요

 

어쩔 수 없군

 

딱 한 잔만이야

 

최근 들어 남의 얘기 듣고
재밌었던 적이 없었는데

 

아주 기분 좋아!

 

영광이에요

 

받아

 

고마워

 

건배!

 

건배!

 

엄마 왔어

 

아직 안 잤니?

 

할 이야기가 있어

 

절대 안 돼!
얼마 전에 5만 엔 줬잖아

 

물 좀 줘

 

고마워

 

누굴 좀 만나줬으면 해

 

누구?

 

결혼하려는 여자

 

메밀국수 왔습니다

 

안녕하세요

 

- 수고하셨어요
- 감사합니다

 

맛있게 드세요

 

엄마한테 말했어

 

만날 생각 없대

 

그래?

 

진지하게 들어주지도
않더라고

 

어떻게 할까?

 

쉽지 않을 거란 거
알고 있었잖아

 

난 괜찮아, 만나주실 때까지
기다릴게

 

안녕히 계세요

 

갑자기 뭐냐고요
어찌나 놀랐던지!

 

좋아하는 여자가 있는 게
당연한 나이가 된 거지

 

근데 여자가
10살이나 연상이라잖아요!

 

말도 안돼요!

 

글쎄요

 

저는 60 넘은 누나한테만
불타오르거든요

 

그 부들부들한 피부가
얼마나 좋은지

 

쭉쭉 늘어난다고요

 

변태는 입 닫고 있어

 

- 안녕하세요
- 어서오세요

 

사오리!

 

세이코 씨!

 

자기랑 이야기하고 싶었어

 

어서 좀 앉아

 

일단 맥주부터?

 

마스터, 맥주 줘요

 

그러죠

 

잘 왔어!

 

남자친구가 엄마한테
제 이야기를 했더니

 

나이 든 여자가
갖고 노는 거라며 반대하셨대요

 

그 엄마 참 한심하네!
사오리를 알지도 못하면서

 

그 어머니가 아들한테
집착이 있는 것 같아요

 

뭔 말인지 알아
그런 게 최악이지

 

아들을 자기 남편 대신이라
여기는 거지

 

사오리, 한번 만나 봐

 

근데 괜찮을지 걱정이에요

 

뭔 걱정을 해?
부모는 먼저 죽을 건데

 

둘만 좋으면 돼

 

사오리, 난 네 편이야

 

어서 와

 

어머, 세이타

 

내 아들이야

 

또 탁구 치고 왔지?

 

탁구공이 여기저기 통통
라켓에 맞고 튀는 게

 

딱 너하고 같아

 

말씀 멋지세요! 의지를 갖고
살라는 이야기로군요

 

곁다리 좀 끼지 말라니까

 

탁구?

 

앉아

 

사오리, 좀 들어봐

 

얘가 일도 제대로 못 하면서
결혼을 하고 싶대

 

게다가 여자가 연상이래
철딱서니가 없지?

 

뭐 먹을래, 우동?

 

얘가 심지어 우동파야

 

볶음우동 하나
우리 세이타 줘요

 

그러죠

 

세이타

 

이 아가씨 사오리야
어떠니?

 

어떻냐니?

 

얘가 또 좀 수줍음을 잘 타

 

내가 엄마라 아는데
얘 지금

 

멋지고 성숙한 여성이라고
딱 생각한 것 같아

 

맞지?

 

아니 그게...

 

얼굴 빨개진 거 봐

 

네가 봐도 멋진 아가씨지?

 

그러니까 사오리는 분명
좋은 남자 만날 거야

 

애는 꼭 안 낳아도 돼
고령출산이니 뭐니 나중에 생각해

 

너, 이 정도 아가씨 아니면
나 만나게 할 생각 마!

 

남녀 사이에 나이 따윈

 

아무 상관 없어

 

진짜라니까

 

나도 그렇게 생각해

 

둘이 서로 좋으면 되지

 

나이 차이 신경 쓰는 건
주위 사람들이지

 

중요한 건 두 사람이야

 

웬일로 나하고
의견이 맞는 거냐

 

나, 이 사람하고 결혼할래

 

좋지! 너무 좋지!

 

역시 사오리는 인기 있어

 

사오리가 이러는 거야

 

'어머님, 피곤하시죠?
어깨 주물러 드려요?'

 

그럼 난 '어머 그럼
한번 주물러 보렴' 하고

 

넌 날 꾹꾹 누르면서
'안 아프세요?'

 

그럼 난 '너무 좋아
아주 시원해!' 하는 거야

 

'근데 아가, 우리 세이타는?'

 

'주민 모임이 있어서
나갔어요'

 

'그럼 늦게 오겠네
우리 둘이 한잔할까?'

 

정말 최고 아니니?

 

세이타

 

네가 이상한 농담해서
사오리 기분 상했잖니

 

미안해

 

죄송합니다!

 

바로 저에요

 

어머니

 

바로 저예요?
어머니?

 

마스터

 

볶음우동 취소

 

그러죠

 

엄마

 

엄마!

 

안 되는 건 안 돼!

 

15살이나 위라고

 

너 35살 때 상대는 50

 

너 창창한 45살 때
걔는 환갑이라고!

 

쭈글쭈글 할머니라고!

 

엄마가 사오리라면
괜찮다고 했잖아

 

그건

 

지금은 다 상관없는
이야기야

 

좋은 아가씨인 건 맞지만

 

너 하곤 안 맞아

 

맘대로 판단하지 마

 

지금은 서로 좋아하니까
잘 살 것 같겠지만

 

결혼생활은 그리
간단한 게 아냐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가
이 가게를 지켜나갈게

 

국수 한 줄
제대로 못 뽑으면서

 

병원에서 할머니한테
결혼 이야기했지?

 

나도 다 알아

 

난 용납 못 해

 

죽어도 그 결혼 하겠다면

 

부모자식 연을 끊어!

 

난 아버지 대체물이 아냐

 

엄마는 날 다른 여자한테
뺏기는 게 싫은 거잖아?

 

뭔 바보 같은 소리야?

 

한숨 잘 테니
장 봐서 와

 

저기요

 

늘 깨끗하게 씻어줘서
고맙습니다

 

그릇 말예요

 

컵 씻는 김에 한 거야
고마워할 것 없어

 

아, 맞다!

 

이거요

 

소화제예요
전엔 덮밥 드시더니

 

요새 메밀국수 드시길래
소화가 잘 안 되나 해서요

 

징그럽게 왜 이래

 

안녕히 계세요

 

그때...

 

우울한 날이었는데
덕분에 기분 좋아졌었지

 

난 엄청 우울해졌는데

 

세이타

 

고마워

 

그만 헤어질까?

 

역시 힘들 것 같아
어머님 말씀 이해해

 

난 이해 못 해

 

둘이 멀리 떠나자

 

알바를 하건 뭘 하건
행복하게 해 줄게

 

어머니 두고 갈 수 있어?

 

못 하지?

 

그런 사람이라면 난
너 안 좋아했을 거야

 

비 온다!

 

모서리 잡아

 

여기?

 

그렇지
위로 올려

 

잡아당기지 마

 

- 어쩌라고?
- 이쪽으로 좀 밀어

 

명령하지 말라고!

 

이쪽으로! 조금 더!

 

여기

 

비 와요?

 

그러게

 

소나기 같은데

 

부끄럽지만

 

난 남편한테
완전 빠졌었어요

 

겉보기와 달리 집에선
엄청 떵떵거렸는데

 

자기 전에 얼굴을 대고 속삭였죠
'곁에 있어 줘서 고마워'라고

 

그리곤 코 골며 자는 거예요

 

그 잠든 얼굴을 보면
마음이 아주 편해졌어요

 

이 사람과 살게 돼서
참 좋다 생각했죠

 

오래도록
정말 좋아했어요

 

사오리도 그런 마음일까요?

 

세이코 씨

 

메밀국수 어때?

 

맛 좀 봐 줘

 

여기

 

뭐지? 퍼석퍼석해요

 

어디서 가져온 국수예요?

 

세이타가 만든 거야

 

맛 좀 봐 달라고 가져왔어

 

할머니께 부탁해서 두 달 전부터
다른 가게에서

 

메밀국수 뽑는 걸
배우고 있었어

 

제대로 배워서 가게를
이어갈 거라더군

 

세이코 씨를 어서
편하게 해줄 거라며

 

맛없어요!

 

여기 있으려나?

 

계실 수도 있어

 

좋은 소리지?

 

이 소리처럼
맑고 깨끗하게 살아야 해

 

여보세요? 도착했어요

 

네?

 

맞아요

 

 

같이 가 줘서 고마워

 

저도 인사드리고 싶었어요

 

매달 묘지 가는 건 관두려고
7년 했으면 충분해

 

남편은 어떤 분이셨어요?

 

데릴사위로 왔거든

 

우리 아버지가 아주 아끼던
직원이었어

 

제사나 장례식을 보면
고향 생각이 나요

 

누가 돌아가시면 이웃들이
다 모여 장례를 도왔죠

 

할머니와 종종 요리하러
이웃에 가곤 했어요

 

할머니 관절염은 어떠셔?
좀 나아지셨어?

 

네, 덕분에요

 

그래?

 

오가와 씨?

 

 

감사합니다

 

아드님 회사 동료
야마다입니다

 

그러세요? 아들이
신세를 많이 지고 있습니다

 

아니요, 늘 제가
도움을 받고 있어요

 

저기, 그, 말씀드린 건...

 

갖고 왔어요

 

200만 엔 들어있어요

 

멍청한 아들 녀석 때문에
정말 폐를 많이 끼쳤습니다

 

앞으로도 그 녀석
잘 부탁드립니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그럼 가 볼게요

 

들어가세요

 

하카타행 기차는
아직 있을까요?

 

하카타행 기차는
18시 50분이 막차예요

 

벌써 끊어졌죠

 

잘 아시는군요

 

하네다 공항에서
비행기는 아직 뜰 텐데

 

비행기는 안 좋아해서요

 

오늘 오셨어요?

 

점심 좀 지나 도착했어요

 

긴 하루였어요

 

곱빼기로 시키진 않았는데

 

그리고 숟가락은
왜 또 두 개야?

 

혹시 같이 먹자는 거야?

 

하루미 씨?
무슨 일이세요?

 

이야기 듣다 보니
걱정이 돼서요

 

잠시만요

 

돈을 가져간 남자는

 

아드님 회사 동료라 했어요?

 

 

양복차림이었나요?

 

아주 말끔한 사람이었고
신선한 바람이 느껴졌지요

 

바람이?

 

처음 전화 걸었던 사람은
진짜 아드님이었을까요?

 

형식상의 질문입니다

 

기분 나빠하지 마세요

 

'돈 좀 가져와!' 소리치며

 

굶주린 야수처럼
전화로 울부짖었지요

 

일단 돈부터 갖다 줘야겠다는
생각만 들었어요

 

굶주린 야수처럼?

 

울부짖었다

 

대단하네요, 야수...

 

알겠습니다

 

상부 기관에 보고할 테니
연락처 좀 알려주세요

 

아드님 전화번호도요

 

아들한텐 제가 전화할게요

 

갑자기 경찰이 전화하면
놀랄 테니까요

 

그래요? 알겠습니다

 

아드님과 통화가 되면
바로 알려주세요

 

피해신고서 작성 절차상
필요하거든요

 

거기 있는 게 맞긴 맞아요?

 

증거가 있어

 

반드시 나타날 거야

 

그 옷차림은 뭐야?

 

절친 결혼식이었어요

 

비번인데 호출이나 하고

 

비번은 쉬는 날이 아니고
집에서 대기하는 날이야

 

그래서 옷도 못 갈아입고
달려왔잖아요

 

모니터 보고 있어

 

육안이 더 나아요

 

'캬라반 마 그리프'

 

향수예요
그레이스 켈리가 쓰던 거죠

 

저리 좀 떨어져 있어

 

뭐야? 다 들통나

 

불을 끄고 있어서
더 의심받는 거예요

 

당당하게 행동하면
잠복수사 하는지 아무도 몰라요

 

일리 있는 말이로군

 

 

뭐 해, 밑에 다 들려!

 

이봐!

 

완벽한 위치네요!

 

아직도 기록해요?
부지런하셔라

 

기록을 안 하면
불안해져

 

하루 지나면 뭘 했는지
다 까먹거든

 

쥐예요?

 

이 건물도 오래됐지
리모델링 할 때도 됐어

 

안녕하세요

 

어서 오게

 

다들 모여 계시네요

 

코구레 씨, 오늘 쉬는 날?

 

아무리 저라도 쉬는 날
제복을 입지는 않지요

 

큐슈에서 오신
오가와 유키코 씨예요

 

아침부터 굶으셨다는데

 

뭐 좀 만들어 주세요

 

이 가게 마스터예요

 

먹고 싶다고 하면
뭐든 만들어 주시죠

 

그러세요?

 

돼지고기 된장국 정식으로

 

편하게 좋은 거 드세요
돈 걱정 마시고요

 

보시다시피

 

아무나 막 오는 가게거든요

 

저게 좋아요

 

좋습니다

 

처음 뵌 분에게
죄송하지만

 

그거 '보이스 피싱'일 수도
있어요

 

그게 뭔데요?

 

'보이스 피싱'도
종류가 많네

 

무작정 오라고 해서
돈을 뜯어가는 거죠

 

나왔습니다

 

맛있어요

 

그래요?

 

편히 쉬세요

 

라커 열쇠예요

 

아침까지만 해도 이런 곳에서
자게 될 줄 몰랐는데

 

푹 주무세요

 

저희는 가 볼게요

 

숙소까지 찾아주고
고마워

 

얼마 안 되지만 이거...

 

고마워요

 

이건 아니죠

 

쉬세요, 가 볼게요

 

받으세요
갈게요

 

정말

 

고마워요

 

왠지

 

관 속에 있는 것 같네

 

다 잘 된 거겠지

 

다들 자신은 절대 사기에
안 걸려든다고들 하지만

 

사실 어찌 될 지 알 수 없어

 

그분은 혼자예요?

 

그런 것 같았어

 

연금을 아무리 많이 받아도
그 나이에 큰돈 사기 당하면

 

쉽게 회복되긴 힘들지

 

사기꾼들은 엉덩이 털까지도
다 뜯어간다니까

 

왜 캡슐호텔로 보냈어요?

 

하루 재워주면 되지

 

마스터, 2층 비어있잖아요

 

 

아니 그게...

 

힘든 일 겪었는데
낯선 곳에 혼자 자게 하다니

 

저 같으면 저희 집에서
재워줬겠어요

 

마스터는 예전에
저도 재워줬잖아요

 

그러니까 말야

 

속이 딱 보여!

 

젊은 아가씨니까

 

미치루, 넌 그분을 안 만나봤잖아

 

만나서 확인을 해봐야
재워주고 말고 정하지

 

어서오세요

 

댁에 내려가신 줄
알았는데

 

아들하고 연락될 때까지
좀 머물려고요

 

이분?

 

들어오세요

 

정말 괜찮겠어?

 

그럼요

 

미치루 고집은
아무도 못 꺾어

 

고향집 할머니 생각이 났겠지

 

그랬을 수 있지

 

그런데 그 할머니 걱정이네

 

사기당한 이야기는
여러 번 들었지만

 

나중에 아들한테 말하면
엄청 혼 날 텐데

 

'왜 사기에 넘어가냐?'

 

그러면 부모는 상처받지

 

그런데 아들과 연락이
안 되는 게 이상하지 않아?

 

그러게

 

아들이 진짜 있는 걸까?

 

무슨 말이야?

 

그런 손님이 있었어

 

예약은 두 명 하는데
할머니 혼자만 오는 거야

 

몇 년 전에 아들과 둘이서
우리 가게 온 적이 있었거든

 

그 아들이 죽고 추억의 장소를
혼자 돌아다닌 거야

 

아들이 옆에 있다고
착각하면서 말야

 

사람은 가끔 답도 없는데
헤매고 다닐 때가 있지

 

그러게 말야

 

나도 헤매고 다니고 싶어

 

시마네에서 좋은 술을
들여왔어

 

마실래?

 

마실 거지?

 

안 마시나?

 

안 마실 거지?

 

마실 거야

 

좋아

 

애를 태운다니까

 

아주 귀여운 잠옷이네

 

고마워

 

할머니가 보내준 거예요

 

같이 요에서 잘까?

 

전 침낭에서 잘게요

 

탐험가 같네

 

괜찮아
그대로 둬

 

아니에요

 

왜 그러세요?

 

이 냄새 좋아

 

우유 냄새, 아기 냄새

 

침 냄새가 나는데요

 

난 좋아

 

이것도 할머니가 보내줬죠

 

어디 술이야?

 

니가타요

 

드세요

 

- 건배
- 건배

 

부탁할게

 

미치루

 

오늘은 게는 관두고
생선튀김으로 한다고 전해

 

알겠습니다

 

참, 그 할머니 잘 있어?

 

오늘은 좀 쉬신대요

 

그래?

 

또 편의점 도시락이죠?
사 올게요

 

오늘은 안 가도 돼

 

수고하십니다

 

스키야키? 너무 고급인데요?

 

힘든 부탁 해서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내가 요리하는 것도 아니고

 

옛날에 내가 담당했던 녀석이

 

정신 차리고 정육점 하거든
좋은 고기라고 보내줬어

 

나한테 감사하게 생각해

 

늘 감사하게 생각해요

 

벌써 두 개째?
엄청 빠른데

 

계란이 많아야 맛있어요

 

그건 맞아

 

어머

 

저 남자 오늘만 세 번째네요

 

피의자 리스트에 있나?

 

아뇨

 

기록해 둬

 

미안, 부엌 좀 쓸게

 

앞치마도

 

좀 더 자

 

할머니, 뭐 만드는 거야?

 

새우 나왔습니다

 

제 건 제가 낼게요

 

아니야, 숙박비 대신이야

 

그리고 내가 오자고
한 거잖아

 

아니면 관광버스나
탈 걸 그랬나?

 

알았어요
잘 먹을게요

 

아드님 연락 있었어요?

 

없어

 

하지만 무소식이
희소식이라잖아

 

연락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핸드폰 번호 아세요?

 

몰라

 

주소나 집 전화는요?

 

전혀 몰라

 

늘 농담만 하고

 

이 새우도 도쿄만에서
잡은 거겠지?

 

치매?

 

그런 것 같기도 해요

 

근데 병원 가보라고는
말 못 하겠어요

 

큐슈 친척한테 연락해서
데리러 오라고 할까 봐요

 

걱정되는 건 알지만
그 정도까지 해 줄 건 없어요

 

얘도 납득이 안 된다잖아요

 

해보고 안 되는 거하고
시도도 안 하는 거는 다르죠

 

공무원은 납세자에게
성의를 보여야 해요

 

저희 사장님께 여쭸더니

 

코구레 씨한테 상의하랬어요

 

알았어요, 그러면

 

후쿠오카에 있는 동기한테
연락해볼게요

 

최대한 빨리

 

카메라 지나갑니다

 

물러서 주세요

 

조심하세요
카메라는 흉기가 될 수 있어요

 

비좁으니까요

 

조심하세요

 

밀지 마세요, 위험합니다

 

저기 나온다

 

유키코 씨는 진짜로
사기를 당한 거였다

 

그리고 코구레 덕에
유키코 씨 동생과 연락이 닿아

 

그가 데리러 오게 되었다

 

여기요

 

누님은 치매가 아닙니다

 

말하자면 '잊지 못하는 병'이죠

 

원래 남편과 아들이 있었는데

 

세탁소 직원과 눈이 맞아
도망쳤다더군요

 

그 세탁소 직원이
우리 형입니다

 

그러니까 저는...

 

유키코 씨의
남편의 동생이시군요

 

두고 온 아들이
도쿄에 산다는 걸 듣고

 

여기로 온 거죠

 

그럼 유키코 씨와 아들은

 

오래도록 연락을
안 한 상태였군요?

 

그렇지요

 

버리고 나간 사람이
이기적이라 할지 모르지만

 

형수님은 줄곧 아들을
잊지 못했어요

 

카즈야는...

 

카즈야가 그 아들
이름인데요

 

연락처는 제가 형한테
받아서 왔습니다

 

형은 6년 전
암이 발견돼서

 

1년 시한부 선고를 받았지요

 

저는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흥신소를 통해
카즈야의 연락처를 알아냈지요

 

형이 죽었을 때 형수님 몰래
카즈야에게 전화를 했는데

 

'이젠 남남이니
만날 생각이 없다'라고

 

확실히 말을 하더군요

 

사기를 당할 줄 알았으면 그냥
형수님께 말할 걸 그랬네요

 

그때는 말을 못 하겠더라고요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도 있으니까요

 

마스터, 안녕하세요

 

피해신고도 접수했고
범인도 잡았으니

 

일단 정리는 됐네요

 

돈이 돌아올지는 모르지만

 

마음은 좀 편해졌어요

 

아직 마음에 걸리는 게
있으신지요?

 

유키코 씨와 아들을
만나게 하는 게 낫지 않을까?

 

그건 좀...

 

억지로 만나게 하자는 건 아냐

 

얼굴이라도 보게 하는 건
가능하지 않을까?

 

수수께끼를 내신 겁니까?

 

음식 나왔습니다

 

맛있겠다~!

 

그 경찰의 이야기를 듣고

 

'속았구나' 싶었어

 

바보 같은 짓을 했단 걸

 

확실히 깨달았지

 

하지만 카즈야가 있는 도쿄에
며칠 더 있고 싶었어

 

같은 공기를 조금이라도
더 마시고 싶었어

 

마음 정리됐으면
같이 돌아갑시다

 

하루만 더 기다려줘

 

고마웠던 분들한테
인사 하고 싶어

 

내일 오후 기차표를
사 두지요

 

그럼 되겠죠?

 

내일 봅시다

 

오후 12시...

 

누구세요?

 

경찰입니다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들어오시죠

 

감사합니다

 

실례합니다

 

무슨 일로?

 

부끄러운 일입니다만

 

자전거 도둑을 쫓다가

 

고급 이탈리아제 자전거였는데

 

이리저리 쫓아다니다가

 

길을 잃어버렸습니다

 

여기는 어딘지요?

 

잠시만요

 

여보!

 

지도 있지?

 

 

갖고 나와 봐

 

죄송합니다

 

카즈야로구나...

 

아빠, 뭐 해?

 

아이도 있네!

 

스마트폰으로 찾으면 되죠

 

난 스마트폰이 없단다

 

귀여워라!

 

창문 열까요?

 

고마워요

 

지갑 두고 나갔어!

 

안녕하세요

 

바퀴 바람이 없는데요

 

뒷바퀴는 어때요?

 

저 별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가르쳐 주겠니?

 

자상한 아버지로구나

 

당신을 비추는
빛이 되리

 

여전히 장난꾸러기야!

 

행복하게 웃고 있네

 

웃고 있어

 

이러지 마, 아빠!

 

이제 됐습니다

 

바람이 불어 나무들 웅성거리다
떨리듯이 노래를 시작하네

 

저 별은 당신을 비추는
단 하나의 빛이어라

 

아드님을 만났다니
잘됐네요

 

오해해서 죄송합니다

 

사과할 건 없지

 

미치루한텐 더 솔직히
이야기를 했어야 하는데

 

아니에요

 

웃으시는 모습만으로도
충분해요

 

미치루

 

많지는 않지만 이거...

 

전 못 받아요

 

받아 줘

 

혼자 자취하려면
살 것도 많을 거 아냐

 

안 받으면 난 못 가

 

받은 걸 나누는 거예요

 

제가 힘들었을 때
마스터가 도와주신 것처럼

 

언젠가 저도 남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어요

 

배웅은 못 가지만
기차 안에서 드세요

 

일하는 가게에서
밤양갱 만들어 왔어요

 

맛있어 보이는구나

 

이런 선물까지 주고

 

미치루! 정말 고마워

 

마지막 밤이로구나

 

같이 자지 않겠니?

 

약속한 거야!

 

몇 시 기차로 가세요?

 

남편 동생을 정오에
도쿄역에서 만나기로 했어요

 

그래요?

 

잘 마실게요

 

예전에도 그랬죠

 

역에서 남편과
만나기로 약속을 했죠

 

집을 떠나기로 한 날이었어요

 

아들이 TV를 보고 있었는데

 

'장 보고 올 테니
집에 얌전히 있어' 하고는

 

현관으로 나가는데

 

뭔가 이상하단 걸
아이가 느꼈는지

 

달려 나와 매달리더군요

 

'나도 갈래!' 하는데
듣지도 않고

 

소릴 질렀어요
'넌 남자잖니!'

 

'남자답게 행동해!' 했더니

 

'알았어' 하더군요
그 뒤론

 

아무 말 없었어요

 

그때의 아이 얼굴을

 

잊을 수가 없어요

 

나는 목숨보다 소중한 것을

 

버렸던 여자였어요

 

하지만

 

도쿄에 오게 돼서
정말 좋았어요

 

고마워요, 마스터!

 

전 아무것도 안 했는데요

 

마스터가 있어서 사람들이
심야식당에 모이는 겁니다

 

거기 낄 수 있어서
기뻤어요

 

유키코 씨

 

마지막으로 드시고 싶은 거
말씀해 보세요

 

가능한 거면 뭐든
만들죠

 

그럼
돼지고기 된장국 정식

 

돼지고기 된장국?

 

처음 온 날도 드셨죠

 

오래도록 못 먹었거든요

 

아들이 가장 좋아하던
음식이었어요

 

처음 이 가게에 온 날
저 메뉴판을 보고

 

오랜만에 먹고 싶구나!
생각했지요

 

가장 자신 있는 거라서
메뉴에 쓴 거겠지요?

 

그렇죠

 

처음으로 남이 맛있다고
칭찬해 준 음식이지요

 

그랬군요

 

맛있게 드세요

 

고마워요

 

정말 맛있어요

 

다시 여길 오게 되는 날

 

또 만들어 달라고
해도 될까요?

 

물론이죠

 

오랜만에 왔습니다

 

영감님이 칭찬해 주신
된장국을

 

맛있다고 칭찬해주신
손님이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가게를 잘
지켜봐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구경하고 가세요!

 

구경하세요

 

맛있어!

 

나왔습니다

 

맛있겠다!

 

가다랑어 국물의
깊고 구수한 냄새!

 

이젠 안 써요?

 

뭘?

 

저녁 메뉴를
기록했었잖아요

 

그만뒀지

 

왜요?

 

뭘 먹느냐보다
누구와 먹느냐가 중요한 거야

 

멋져요!

 

안녕하세요

 

어서 와!

 

새해 음식 왔다!

 

마스터

 

신사에 가는 거 잊으셨어요?

 

미치루 고향엔
벌써 눈이 왔으려나?

 

첫눈 온 날 할머니가
문자 보내셨더라고요

 

손녀 돌아오는 거
엄청 기다리시겠네

 

가서 효도 많이 하고 와

 

그럴게요

 

잠깐만, 거 참

 

괜찮아?

 

죄송해요

 

뭐가 죄송해?

 

들어올래?

 

언제부터 있었던 거야?

 

좀 앉아

 

하루가 저물고
모두 귀가할 무렵

 

나의 하루가
시작된다

 

영업은 밤 12시부터
아침 7시까지

 

사람들은 가게를
'심야식당'이라 부른다

 

손님이 있냐고?
그게 말야, 꽤 많이들 와

 

Origin by  Michael Archangel

  CC> 맛있다고 칭찬해주신
손님이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가게를 잘
지켜봐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구경하고 가세요!

 

구경하세요

 

맛있어!

 

나왔습니다

 

맛있겠다!

 

가다랑어 국물의
깊고 구수한 냄새!

 

이젠 안 써요?

 

뭘?

 

저녁 메뉴를
기록했었잖아요

 

그만뒀지

 

왜요?

 

뭘 먹느냐보다
누구와 먹느냐가 중요한 거야

 

멋져요!

 

안녕하세요

 

어서 와!

 

새해 음식 왔다!

 

마스터

 

신사에 가는 거 잊으셨어요?

 

미치루 고향엔
벌써 눈이 왔으려나?

 

첫눈 온 날 할머니가
문자 보내셨더라고요

 

손녀 돌아오는 거
엄청 기다리시겠네

 

가서 효도 많이 하고 와

 

그럴게요

 

잠깐만, 거 참

 

괜찮아?

 

죄송해요

 

뭐가 죄송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