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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막 : 한 지 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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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

 

귀신 찍을 일 있냐?

 

기분 나쁘잖아

 

"유관순"

 

수감 번호 371

 

이자는 대정 8년 3월 1일

 

됐어, 뻔하지

 

불법 시위

 

치안 방해죄

 

네, 맞습니다

 

6개월?

 

1년?

 

경성 복심 재판에서
3년 받았습니다

 

일심에선 5년이었고요

 

법정 모독죄까지...

 

어린년이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조선인 특유의 반골 상이네

 

 

고등학교도 다녔으니
일본어는 알아듣겠지?

 

내 말 잘 들어!

 

너 가만히 있어라

 

3년 동안 가만히
죽은 듯이 있으란 말이야

 

안 그럼 살아서 못 나간다

 

알았나?

 

니시다 지로

 

네!

 

자넨 왜 헌병에 지원했나?

 

그건

 

제대로 된 대일본 제국의
신민이 되고 싶어서입니다!

 

진짜?

 

그게 다야?

 

제대로 된 직업도 필요해서입니다

 

자넨 일본어를 꽤 하는군

 

어디서 배웠지?

 

인천 조계의 미곡 상회에서
일하며 배웠습니다

 

미곡상이라

 

힘은 잘 쓰나?

 

네! 뭐든지 시켜만 주십시오

 

371, 입방

 

조용히 해!

 

뭐야? 조용히 하랬지!

 

미쳤어? 그 소리 못 그쳐?

 

지금 뭐라 한 거야?

 

우린 개구리가 아니라고요

 

뭐?

 

방금 누구지?

 

벌로 오늘 저녁밥은 없다

 

여보세요

 

이 방에서 시작됐소

 

이런 일이 자주 있습니까?

 

부르다가도 그만하라면
멈췄습니다만

 

그런데 오늘은 안 그렇다

 

빙글빙글

 

빙글빙글

 

옛 조선의 국가까지 부르며 방에서

 

빙글빙글 행진한다

 

그치라고 하자

 

자기들은 개구리가 아니라고
대들었습니다

 

누가?

 

방 안에 워낙 수용자가 많아서...

 

개구리라...

 

그걸 일본 말로 했어?

 

네, 아주 정확한 발음이었습니다

 

니시다라고 했나?

 

네!

 

너의 첫 번째 임무다

 

그 일본 말을 잘하는
여죄수를 꼭 찾아내라

 

이런 일을 하라고

 

조선인 출신을
특채한 거 아니겠나?

 

모두 나와!

 

모조리 끌어내

 

모두 앉아!

 

넌 일본 말을 잘 알아듣네

 

할 줄도 알겠지?

 

 

넌 개구리가 아니라고 해 봐

 

이년이 어디서 말대꾸야!

 

비켜!

 

너구나

 

네가 주동했구나!

 

그만해!

 

그만해!

 

그만해!

 

그만해!

 

그만해!

 

그만해!

 

니시다

 

네!

 

조선이 어떻게 망했는지 아나?

 

나태와 분열 때문이라고
배웠습니다

 

그래, 분열!

 

조선인들은 자기 잇속만 챙기는
지독히 이기적인 족속이야

 

서로를 모함하고 싸우다

 

결국 자포자기하고 말지

 

그런데

 

밥 한 덩이 놓고도 죽자 살자
싸우는 조선인 죄수들이

 

단결했다는 게 말이 되냔 말이다!

 

저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래

 

개들도 굶주리면 본성을 잊고

 

주인에게 덤빌 때가 있으니까

 

그때

 

먼저 달려드는 놈을 조져라

 

뭐라는 겁니까?

 

신경 쓰지 마

 

어이, 가택 수색 시작해!

 

샅샅이 수색해

 

좋은 아침이었습니다

 

뭐야, 저 일본어는

 

그러게, 초등생도 아니고

 

거기 앉아 있는 것들 다 나와

 

건강 검진이니까 어서 나와

 

맨 앞부터

 

371번 나와!

 

 

재판정에서도
의자를 집어 던졌다며?

 

여기서도 던질 테냐?

 

의자는

 

앉으라고 있는 거다

 

거기 앉아라

 

대체 왜 조선의 모든 것들은

 

말을 안 듣는 거지?

 

- 니시다
- 네!

 

명령에 불복종하는 죄수에겐

 

어떻게 해야 하지?

 

뭘 머뭇거리나!

 

네가 그렇게 잘났어?

 

니시다!

 

저년이 지금 뭐라 한 거야?

 

'자기가 한 일은
잘한 짓이다'라고 합니다

 

그럼 너희들이
잘하는 걸 하게 해 주지

 

채워

 

그게 너희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만세 맞지?

 

자, 이제 만세를 불러 봐

 

니시다!

 

보통 년이 아니다, 비켜!

 

조선 여자들은 외간 남자에게

 

알몸을 보이면 자결까지 한다더군

 

니시다, 배워 둬!

 

벽관에 처넣어 버려

 

지금이 얼마나 그리울지 모를 거다

 

네!

 

아직 이틀밖에 안 지났는데

 

벌써 그러면 어떡해?

 

나와

 

끌고 가

 

어때, 아직 견딜 만하나?

 

'지금이라도 꺼내 주세요'라고
하면 나올 수도 있어

 

 

일본 말로 해야 해

 

독한 년

 

3일 버티기도 힘든데
벌써 일주일째니

 

다리부터 하나씩 썩어 들어갈 거야

 

모두 죽여라!

 

둘 나와

 

앞으로 반항하면 다 이렇게 된다

 

너도 알다시피

 

이년은 악질 중의 악질이다

 

이번엔 일본 말로

 

간수에게 공손히 부탁했다는 점이
특이점입니다

 

그래?

 

어떻게 부탁했는데?

 

죄를 짓고도

 

공짜 밥을 먹고 있는 것이

 

불편합니다

 

노역이란 게

 

모범수에게만 해당하는 거 아닌가?

 

불령 죄수라도

 

열심히 해 모범수가 된다면

 

교훈이 될 수도 있다 생각합니다

 

그 말

 

책임질 수 있어?

 

 

제일 고된 노역이 뭐가 있지?

 

정신 차려!

 

빨리 움직여!

 

이 멍청이가!

 

어이!

 

다들 먹었으면
잡담 말고 작업 시작해!

 

그리고 너

 

371번

 

일은 할 만한가?

 

이런 데선

 

그저 살아남는 게 중요한 거지

 

안 그래?

 

그럼 넌 뭐가 중요한 거지?

 

자유라...

 

그게 무엇이지?

 

말해 봐라

 

그럼 나도 자유군

 

나도 내가 바라는 걸 하니까

 

내 덕에 이렇게
바깥도 나와 봤다는 걸

 

알아 둬라

 

그건 알아서 뭐 하게?

 

네가

 

밖으로 일 나온

 

이유도 실은 그것이냐?

 

기일이 언제냐?

 

아직 한참 멀었으니 걱정 마

 

빨리!

 

비 올 것 같아

 

빨리 움직여!

 

빨리, 빨리!

 

빨리 걷어!

 

서둘러!

 

빨리, 빨리!

 

비 온다!

 

빨리 해!

 

이 멍청이들

 

빨리 해!

 

뭐야?

 

어서 꺼내!

 

방으로 데려가

 

약해 빠져 가지고

 

모범수가 되는 게 쉬운 게 아니지

 

빨리, 빨리!

 

어이! 빨리 가자, 가자! 빨리!

 

알겠어!

 

제기랄

 

이 부근 서대문통이 난리가 났다

 

전차가 끊기고

 

기마대가 출동하고

 

1년 전의 악몽이
다시 살아나고 있단 말이다!

 

그런데 요는

 

누군가 '감옥에서'

 

'만세를 부른다'라고
외치고 다녔다는 거다!

 

다시 말해

 

만세의 진원지가

 

바로 여기 형무소로 지목된 것이다

 

그런데도!

 

대체 너희들은
뭣들 하고 있는 거야!

 

삼천이나 되는 수용자들에 비해

 

- 우리 인원이...
- 그래서? 간수장

 

넌 변명이나 하자고 여기 온 거야?

 

대책을 내놔 봐!

 

소장님

 

폭동이 난 거나 진배없으니

 

주동자들을 찾아

 

공개적으로 총살해 버리면

 

잠잠해질 겁니다

 

말은 쉽네

 

저렇게

 

다 같이 외치는데

 

주동자를 어떻게
찾아내겠다는 거야!

 

아예

 

저것들을 모조리 다
죽여 버리자고 하지 그래!

 

제기랄

 

이 일을 어떡하지

 

과장님

 

뭐야?

 

저기, 정보가 있습니다

 

만세가 처음 시작된 데가...

 

열어!

 

너 말이야

 

요즘

 

아주 보람찬 수형 생활을
하고 있다고?

 

오늘은

 

왜 여기 있는 거지?

 

세탁장에 안 있고

 

네까짓 조선 년들이

 

건방지게 정치에
무슨 상관을 하느냐!

 

가정도 건사를 못 하고

 

자녀도 잘못 양육해

 

나라를 망친 머저리들을
키운 것들이

 

그런 주제에

 

만세를 부르는 것이

 

부끄럽지 않으냐!

 

아주 이것들이

 

힘이 넘쳐나는구먼

 

지금부터 배식을 반으로 줄여

 

누구와 같이 모의했나?

 

그럼

 

누가 너한테 시켰나?

 

있답니다

 

그게 누구냐?

 

왜놈?

 

만세는

 

- 일본 때문...
- 됐어

 

- 채워!
- 네!

 

마지막으로 묻겠다

 

만세를 주동한 걸 지금이라도

 

후회하는가?

 

해 보자 이거지?

 

벌려

 

'이 왕세자와'

 

'대일본 제국 황실의'

 

'나시모토노미야 마사코 여왕과의'

 

'혼례식을 맞아'

 

'전 국민적 화합의 차원에서'

 

'모든 수형자의 형기를'

 

'반으로 줄여 주는 대특사를'

 

'단행한다'

 

'조선 총독 사이토 마코토'

 

축하드립니다

 

이로써 수형자 문제는
해결될 것 같습니다

 

더불어 골치 아픈

 

또 하나의 문제도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또 하나의 문제라니?

 

수형자들에게

 

특사 소식을 전하되

 

단서를 하나 다는 겁니다

 

총독부는

 

전 국민적 화합의 차원에서

 

모든 수형자들의 형기를

 

반으로 줄여 주는
대특사를 단행한다

 

단, 이후 만세를 부르는 자는

 

특례에서 제외된다

 

367

 

서명해

 

출소!

 

출소!

 

차례차례 나가

 

줄 서

 

거기 줄 서!

 

차례차례 나가

 

거기 줄 서!

 

좋은 소식을 전해 주지

 

천황 폐하의 은혜와

 

사이토 총독의 배려로

 

감형 결정이 났다

 

너도 반으로 감형이 될 것이다

 

알아들었어?

 

들어올 때부터 죄수가 아니니

 

그딴 건 상관없다고 합니다

 

나도

 

너희들이
감형받는 것이 기분 나쁘다

 

특히

 

너 같은 악질들이

 

밖으로 나가

 

반항 사상을

 

퍼트릴 걸 생각하면

 

잠이 안 온단 말이야

 

그리고 너 같은 건

 

새끼도 낳으면 안 돼!

 

악질 피를 타고 태어나

 

더 악랄한 악질로
자랄 게 뻔하니까!

 

치워

 

말 안 들려?

 

야, 정춘영!

 

이 바닥 치우란 말이야!

 

 

조선 놈 주제에

 

어이

 

어이!

 

여기 바닥 깨끗이 치워

 

3달 동안

 

12번이나 신청했다고 나왔는데

 

371번은

 

스스로 죄수임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접견 또한

 

불허라고 판단합니다

 

그건 무슨 근거야?

 

재판 결과도 인정하지 않는 자에게

 

권리 같은 걸 줄 수는

 

없다는 겁니다

 

자네 논리는

 

서구와 동일한
문명 법치국으로 발전하려는

 

우리 정책에 역행하고 있다

 

만세 운동 같은 게

 

다시 일어나길
바라는 건 아니겠지?

 

아닙니다

 

뭐야, 너희들!

 

자 막 : 한 지 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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