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노바 (Casanova, 2005)

카사노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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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과 사랑

 

한 페이지 당
한 여자로구나

 

정말 피곤하다

 

여기에 쓰지 않은
이야기가 하나 있다

 

프란체스카

 

그건 나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니
여러분만 알고 계시길...

 

- 얼마동안?
- 그건 몰라요

 

- 남자구나, 더러운 년
- 전 배우예요

 

다를 게 뭐니?

 

자코모

 

할머니 말씀
잘 들어라

 

- 엄만 널 많이 사랑한단다
- 엄마

 

내 말을 잘 들어
저기 밖을 보렴

 

언젠간 너도
베니스에 가게 될 거야

 

그 때
널 데리러 오마

 

약속할게

 

꼭 약속할게

 

내가 죽어야 오겠지

 

그 년 잘못도 아니야
피가 그런 걸 어쩌겠니

 

뜨거운 피는
어쩔 수 없는 거야

 

막을 수가 없지

 

소피아, 여보!

 

남편이 왔어요!

 

당신 남편은 베니스 최고의
행운아요, 그걸 모를 뿐이지

 

다행히 그이는
베니스에 없어요

 

나의 사랑
당신만을 사랑하오

 

내가 꿈에 그리던 여인!

 

한번 더 사랑해 줘요

 

카사노바
나만 사랑한다고 말해 줘요

 

물론이오
항상 그렇게 말하지

 

- 여보, 나 왔어!
- 남편이에요!

 

카사노바와 아주 친한데
그 친구랑 정말 똑같네요

 

- 얼음 장수 왔었소?
- 네

 

내일 다시 온다고
했어요

 

소문은
믿을 게 못 돼요

 

난 정복하는 게 아니라
운명에 따를 뿐이오

 

연인으로서의 명성엔
관심이 없어요

 

그럼 관심 있는 건
뭔가요, 카사노바?

 

평생 잊을 수 없는 순간

 

그러니 말해 봐요

 

당신이 속해 있는
그 수녀원은

 

규율이 엄격한가요?

 

많이 엄격하죠

 

보석도,
좋은 옷도 안 되고

 

시간 전엔
꼭 자기 방에...

 

- 이런, 시간이 됐네요
- 가지 말아요

 

가야 해요
너무 즐거웠지만...

 

다만...

 

당신이 진짜 카사노바인지
어떻게 알 수 있죠?

 

그래요!

 

카사노바

 

- 조사단이 당신을 찾아요
- 안 돼

 

용서해요

 

어서요
잡히면 교수형이에요

 

자코모, 잠깐만
나만 사랑한다고 말해 줘요

 

당신만을 사랑하오

 

- 날 잊지 않을 거죠?
- 그럴 리가 있겠소

 

- 카사노바, 제 마음이에요
- 고맙소

 

- 카사노바는 어딨나?
- 전 침묵서원을 했어요

 

카사노바와의 하룻밤에
영혼을 팔았군

 

그래도 좋아요

 

찾았습니다

 

가자

 

저를 포함한
당대 석학들의 연구 결과입니다

 

전 과거를 고집하진
않겠습니다

 

여자들이 주방과 침실에만
있어야 하는 건 아니죠

 

물론 그게
가장 중요한 일이지만요

 

제 말은
집에서 교육을 받으란 겁니다

 

과학과 철학이란
고급 분야에서

 

여자는
방해 밖에 안됩니다

 

우릴 세속적인 욕정으로
추락하게 할 뿐이죠

 

전 여자는 절대, 대학에
들어와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반대론자에게
발언권을 넘기겠습니다

 

지오다노 파두아
박사님이십니다

 

- 이미 늦었습니다, 여러분
- 정숙하시오!

 

누가 누굴 추락시키는지
보여 드리겠습니다

 

여자는 공기이자 불이며
가볍고 강합니다

 

이 열기구처럼 말이죠

 

자유롭게 나는
열기구를 끌어 내리는 건

 

바로 이 모래 주머니입니다

 

머리에 모래만이 가득한
고지식한 남자들이죠!

 

장난감으로 설명을 하다니
역시 여자라 유치하군

 

원로들은 절대 동의치 않을 거요
하면 내 성을 갈겠소

 

가셔야겠네요, 이건 철학자인
베르나도 과르디의 말이니까요

 

이 도시에 살고 있다고
하더군요

 

베르나도 과르디,
그 미친놈

 

조사단이 그 자를
잡을 때까지 기다리시오

 

미쳤다고 해도 좋아요

 

하지만 그분만큼
여자를 잘 아는 사람은 없어요

 

그리고
침대에서도 훨씬 유능할 걸요

 

저런 천한 말을!

 

저기 있다, 저기!

 

막아라!

 

잡아!

 

여러분, 죄송합니다

 

보셨죠?

 

남자는 모래주머니예요

 

전 뭐가 뭔지 몰랐어요

 

뭔가에 홀렸던 것 같아요

 

자신이 성령이라고 했어요

 

그럴 수 있는 거잖아요

 

귀하는 풍기문란과 불법침입
이단의 죄목으로 체포되었다

 

다시 말해
수련 수녀를 간음한 죄다

 

제대로 수련한 거죠

 

죄에 대한 대가로
내일 새벽 교수형에 처할 것이다

 

이번엔 너와 친한 고위층 인사도
어쩔 수 없을 거다

 

잠깐만요, 조사단장님
총독님이 오셨는데요

 

달폰소

 

대공, 그렇잖아도
대공 얘길 하던 참입니다

 

어쩐 일로
행차하셨나이까?

 

-궁금한 일이 있어서요
-궁금한 일이라

 

이번엔 수녀가 증언을 한 거라
꼼짝없이 걸렸습니다

 

그 증인 때문에
온 거요

 

- 베아트리체 수녀요?
- 단 둘이 얘기 좀 합시다

 

저 수녀가 누군지
모른단 말이오?

 

- 누군데요?
- 추기경님의 애첩 후보라오

 

내게 특별히
몸단속을 부탁했었소

 

오늘 로마로 떠날 겁니다

 

그 증인은
추기경의 여자요

 

추기경의 여자?
세상에, 망할 로마인들

 

생각해 봐요, 달폰소 신부

 

카사노바 추문에 저 여자를
끌어들이면 당신만 곤란해져

 

잘 생각해 보시오

 

저요?

 

카사노바 씨, 이번에도
범인을 잘못 짚은 것 같소

 

그만 가도 좋소

 

알겠지만 난 자네 친구야
허나 로마의 지배를 받고 있네

 

베니스는 안타깝게도
성적 문란과

 

이단적 사상이
만연하는 곳으로

 

낙인 찍히고 말았어

 

여기 사람들은 육체적 쾌락과
회의론에 물들고 말았지

 

부디 나의 호의를
악용하지 말아 주게, 카사노바

 

자넬 베니스에서
추방시키겠네

 

전하, 전 미를 숭배합니다
그게 나쁜가요?

 

- 파리나 런던에 가서 하게
- 전 베니스를 떠날 수 없어요

 

- 왜지?
-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요

 

- 오지 않을 거야
- 아뇨, 꼭 온다고 했습니다

 

이해를 못하는군

 

자넬 추방하는 건
자넬 위해서야

 

- 혹여...
- 뭐죠?

 

정숙한 아내를 얻는다면
모를까

 

양갓집 규수를 맞이하면
자네의 바람막이가 되어 주겠지

 

아내요?

 

이제 곧 축제 기간이야
그 땐 바티칸도 눈을 감아 주지

 

- 자넨 사순절도 지키지 않았어
- 며칠 밖에 안 남았잖아요

 

서두르는 게
좋을 거야

 

- 그 때까진 근신하게
- 아내?

 

- 사고 치지 말고
- 결혼을 한다?

 

결투도
술주정도 안 돼

 

잘 잤나, 루포

 

- 많이 걱정했어요
- 당연하지

 

- 우리 결혼해
- 축하 드려요, 누구랑요?

 

아직 몰라
연락 온 데 없었나?

 

집주인, 양복점, 포도주상
다들 빚쟁이들이죠

 

꼴이 왜 그래요?
밤새 어디 있다 온 거예요?

 

이놈의 잔소리

 

새 옷 좀 가져오게
신부감 물색하러 나가야 해

 

- 모렐리 백작 부인
- 안돼, 저 여잔 코를 골아

 

네, 기억나네요
베로니끄 코스텔로 양

 

- 멋지지
- 네

 

- 우르페 공작 부인
- 그래

 

- 남편을 독살하지 않았나?
- 그래요? 그건 몰랐네요

 

줄리 에타 바달라멩

 

애석하게 아직
남편을 독살하지 않았어

 

어떤 여자를 찾는지
말해 주면 쉽잖아요

 

글쎄
아름답고 정숙한 여자

 

-순결하고
-욕심도 많아라

 

루포
이건 계시야

 

아직도
몰래 엿보고 있니?

 

자신을 알리지 않으면
널 쳐다볼 일이 없어

 

사람들마다 그 얘기야

 

정말 너무했어

 

어느 남자가 잠자리 기술이
형편없단 소릴 듣고 싶겠어?

 

마누라한테
늘 들을 텐데 말이야

 

프란체스카
오만한 여자는 매력이 없어

 

오만한 게 아니라
화가 난 거야

 

- 과일 드릴까요?
- 누나 편 들 거 없다

 

맞잖아요
누난 웬만한 남자보다 똑똑한데

 

남자들은 남자란 이유만으로
잘난 척을 하고

 

그래서 누난 화가 나고
오만해 보이는 거예요

 

지오반니, 창에서 떨어져라
남들이 유리 장식인 줄 알겠다

 

아냐, 비토리오
저쪽에 놔

 

프란체스카, 이번 주가 중요해
넌 책임을 다해야 한다

 

며칠만 있으면
누나 덕에 팔자 펴겠군

 

아빠 덕도 있어

 

제노아에 사는 부자 사촌과
정혼을 해 둔 선견지명 때문이지

 

이것 봐
'대학 강단에 나타난 남장 여인'

 

'중력의 법칙을 무시하고'

 

'하늘에서 악마를 불러내'

 

'불씨를 지피다'

 

제대로 쓰는 게
없다니까

 

고마운 줄 알아
다신 대학에서 말썽 피지 말랬지?

 

- 지금은 몸조심할 때야
- 엄마, 난 결혼하기 싫어요

 

- 결혼하면 미칠 거예요
- 네가 안 하면 내가 하마

 

넌 그게 우습지?

 

그래, 난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과부다

 

엄마

 

왜 그랬어

 

난 누나가 왜
결혼을 안 하려는지 알아

 

-뭔데?
-왜 이러셔

 

매일 몰래 빠져나가고

 

살은 쪽쪽 빠지고

 

뻔한 거 아냐
누나, 숨겨둔 애인 있지?

 

그래, 네 말이 맞다

 

따님에게 드릴
선물입니다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고맙소, 훌륭하군요

 

하지만 내 딸을 모를 텐데요
내 딸도 당신을 모르고요

 

하지만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죠, 도나토 선생님

 

당신을 모르는 사람은 없죠,
카사노바 씨

 

어떻게 생겼는지
늘 궁금했소

 

아주 평범하군요

 

어떻게 설명할까요?

 

빅토리아는 정말
참한 양갓집 규수요

 

네,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규수들도...

 

미안합니다
말씀 계속하시죠

 

고맙소, 그 아인
아주 엄격하게 자랐소

 

불순한 일은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을 거요

 

그러시겠죠

 

남자와 단둘이 있는 건 물론
코트 벗은 것도 본 적이 없다오

 

내가 철저히
교육을 시켰지

 

딸애의 순결을 지키려고
난 모든 노력을 다했소

 

- 수녀원에 보낼까도 했지만...
- 절대 안 되죠

 

- 맞아요, 소문이 그렇더군
- 네

 

반면 카사노바 그대는

 

베니스의
악명 높은 호색한으로

 

여성 편력이 많기로
유명하더군요

 

달콤한
언어의 마술사이며

 

다양한 수법으로...

 

- 무슨 소리지?
- 따님만을 사랑하겠습니 다

 

어림없는 소리
당신의 사랑은 욕정일 뿐이오

 

여자를 타락시키고...

 

빅토리아!

 

괜찮으냐?

 

결혼 시켜 주세요
부탁이에요, 아빠

 

저 분 없이는
행복할 수 없어요

 

- 축하해 주게, 우린 약혼했어
- 대단하십니다

 

- 정말 결혼하실 건가요?
- 그럼

 

넌 내 장갑을
더럽혔어

 

아니, 내 사랑을
내 사랑!

 

- 방금 뭐라고 한거야?
- 이게 날아왔어요

 

고마워요
넌 내 사랑을 더럽혔어

 

빅토리아 도나토는
내 약혼녀다

 

- 그래?
- 그래

 

- 그녀와 결혼할 거야
- 그런 말은 못 들었는데

 

그야 아직 모르니까 그렇지
청혼하기 전이니까

 

이런...

 

여기 있습니다

 

둘이 한 편인가, 루포?

 

상크레모리, 새벽

 

결투를 거절하겠소

 

- 이런 겁쟁이
- 근신 중이라서 말이오

 

결투 신청을 거절하면
명예가 손상될 텐데

 

결정권은 내게 있네

 

뺨 맞은 자에게 권리가
있는 거야, 그게 규칙이다

 

알겠나?

 

- 왜 그런 짓을 한 거지?
- 모르겠어요

 

상크레모리 새벽이다

 

이름이나 알고
죽여야 하지 않겠나?

 

루포 살바토

 

고맙소

 

- 장갑 가져가야지
- 고마워요

 

설마 우리가...

 

우리라니?
자네가 때렸으니 자네가 싸워야지

 

이젠 웃지 못하겠지

 

덤벼!

 

사과 때문에
정신이 산만해요

 

걱정 마
내가 싸울 테니까

 

내가 루포 살바토가 되면 되지

 

나쁜 자식!

 

살바토 선생

 

이런

 

이 분은 결투의 규칙을
일러 주고 심판을 봐줄 분입니다

 

- 좋아요
- 잘 들어 주십시오, 여러분

 

신호를 할 때까지
선을 넘어오면 안됩니다

 

상대가 넘어지면 칼을 거두고
재시합을 명할 때까지 기다리세요

 

알았소

 

칼이 부러지면
동료가 여분의 칼을 줄 겁니다

 

- 여분의 칼이 있나?
- 있죠

 

피가 나면
결투가 끝납니다

 

주인님!

 

비켜

 

주인님

 

사람이 바뀌었어요

 

안 그럼
저 앤 죽었어요

 

성함이?

 

프란체스카 브루니예요
저 앤 제 동생이고요

 

- 절 주세요
- 죄송합니다, 살바토 선생님

 

죄송한 게 당연하죠

 

- 다 오해에서 비롯된 거예요
- 오해라고요?

 

선생님이 빅토리아에게
청혼한 줄 알았대요

 

- 그래요?
- 베니스 전체가 떠들썩해요

 

순결로 유명한 빅토리아가
바람둥이 카사노바와 결혼한다고

 

- 그 사람을 아시나요?
- 카사노바는 철학자죠

 

완성된 삶을 위해
평생을 바친 사람이에요

 

아뇨, 카사노바는
정욕에 눈이 먼 난봉꾼이에요

 

결국 같은 얘기네요

 

그런 남자는 뭔가 큰 문제가
있는 게 분명해요, 안 그래요?

 

아주 중요한 걸 모르는 거죠
진실한 사랑같은 거요

 

사랑은 다 진실하죠

 

'가짜로 사랑한다'는 말은
'가짜 믿음'만큼 모순된 말이죠

 

당신도 철학자시군요

 

전 수많은 시간을
카사노바와 지내면서

 

사람은 사랑을 하면
천사가 될 수 있단 걸 깨달았죠

 

짐승도 될 수 있죠

 

여자의 희생을 바탕으로
사랑을 구하는 사람과 친구라면

 

토론할 가치를
느끼지 못하겠네요

 

그런 사람의 노리개 밖에
안 되는 여자들도 한심하지만요

 

친구분께 전해 주세요
그런 사랑은 이기심일 뿐이라고

 

이기심은 곧 열등감이죠

 

- 멋진 말이네요
- 그래요

 

철학자 베르나도 과르디의 말이죠
꼭 읽어 보세요, 살바토 선생님

 

- 그래요
- 진정한 남자라면

 

한 여자에게만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칠 거예요

 

그 상대가 나라면 저도
그 사람만 영원히 사랑하겠죠

 

안녕히 가세요
살바토 선생님

 

결투가 계속됐다면 지금쯤
후회하는 사람이 생겼겠죠

 

그건
서 있는 사람일 거예요

 

프란체스카 브루니

 

- 내 돈 내놔!
- 다음 주엔 꼭 드릴게요

 

- 지난 주에도 똑같이 말했잖아
- 잘못 말했어요

 

- 지옥에 떨어질 놈!
- 거기서 만납시다

 

정말 뻔뻔스러운 놈이네

 

이럴 수가 있는 거예요?

 

우릴 뭘로 보고?

 

우리같은 사람한테
돈 빌려준 걸 영광으로 알아야지

 

- 루포
- 네?

 

큰 실수를 한 것 같아

 

- 주인님이요?
- 그래

 

그 여자를 만나야 해

 

주인님
좀 헷갈리네요

 

- 이미 결정된 일 아닌가요?
- 알아

 

프란체스카!
내일 온다고 했다

 

네 약혼자 말이야

 

약혼자가 있었어

 

주인님도 마찬가지죠

 

- 지오반니
- 어서 오게, 잘 있었나?

 

- 죄송합니다
- 지오반니, 조심 좀 해라

 

- 도와 드리죠
- 감사합니다, 죄송해요

 

엄마
이분은 살바토 씨예요

 

오늘 아침에 제 아들과
안 좋은 일이 있었다면서요?

 

덕분에
아침 운동을 잘 했죠

 

가자

 

죄송합니다

 

- 누님에게 약혼자가 있나?
- 카사노바를 사랑한대요

 

- 누가?
- 빅토리아요

 

- 제 연인이죠, 기억나세요?
- 그래

 

- 카사노바와 약혼했대요
- 그렇군

 

그럼 싸워서 뺏어야지

 

어떻게요, 그 사람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바람둥인데요

 

- 안녕하세요
- 카사노바라면 어떻게 할까?

 

- 글쎄요, 어떻게 할까요?
- 일단 풀이 죽진 않겠지

 

- 네, 그렇겠죠
- 우울한 건 매력 없어

 

사랑을 받고 싶으면
그럴 자격을 갖추게

 

그게 첫 번째 규칙이야
두 번째는

 

불나방이 아닌
불꽃이 되어야 해

 

- 불나방이 아닌 불꽃
- 그래

 

제 말투가 좀 시끄러워요

 

누님은
약혼자를 사랑하나?

 

아뇨,
만난 적도 없는 걸요

 

- 그래?
- 게다가 숨겨둔 애인이 있어요

 

- 숨겨둔 애인?
- 그래요

 

- 누군데?
- 모르겠어요, 몰래 만나니까요

 

항상 몰래 나갔다가...

 

죄송해요

 

루포
저기야

 

카사노바

 

빅토리아의 혼수를 사러
나왔네

 

결혼식이
사흘 밖에 안 남았잖나

 

카사노바 씨

 

혼전 관계는 안돼
난 보수적인 사람이네

 

사회적인 교류 말일세

 

파올로
여기서 내려 주게

 

숨겨둔 애인이 있다니

 

얼마나 짜릿할까

 

로마에서 왔군

 

조사관 사무실에서

 

'이단과 간음의
구렁텅이에 빠진...'

 

설마 그럴 리가...
아, 우리 말이로군

 

카사노바에 대한 고발이
127건이야, 아는 사람인가?

 

대공의 비호 의혹도
있는 걸로 압니다

 

그럴 리가 있나

 

놈을 잡지 못하면
내가 다치겠군

 

그럼 놈을 잡아야지
기록부를 가져오게

 

이런

 

완전 녹초가 됐네요

 

이름을 찾았어요

 

작가인가 봐요

 

'여성의 정복'
베르나도 과르디 지음

 

마음 뿐 아니라
정신까지 넘어갔군

 

'남성 지배 구조에
살고 있는 우리의 현주소는?'

 

'인구의 반이
잔치에 초대 받지 못하고 있다'

 

'여성은 재산권도, 참정권도
심지어 의사 발표 권리까지...'

 

'여자의 사랑을
얻고 싶은 남자들이여'

 

'이렇게 말하라'

 

'이렇게 말하라'

 

'너무 저 혼자 떠들었군요'

 

'당신 의견은 어떠신지요?'
자네 생각은 어때?

 

- 고기? 전 재단사예요!
- 그렇군요, 미안합니다

 

감사합니다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제 생각이요?
글쎄요, 전...

 

루포, 자네 말고...
차 한잔 할 수 있을까?

 

물론이죠

 

엄마, 약혼자가 내일 온대요
어떡하면 좋죠?

 

간단하지
넌 네 의무만 다하면 돼

 

부자라는 이유만으로
결혼하는 게 제 의무인가요?

 

물론이지, 널 애지중지 키우신
네 아버지에 대한 의무다

 

결혼은
안전한 울타리야

 

사랑은요?

 

사랑?

 

사랑과는 별개지

 

날씨도 보기에 따라선
다 좋은 거야

 

바람이 불 때나
비가 와도 좋을 때가 있잖니

 

그런 게 사랑이야

 

혹시 아니?
남편한테 첫눈에 반하게 될지

 

아직 결혼한 건 아니에요

 

네가 아버님의 명을 거스르면
우린 평생 빚에 눌려 살아야 해

 

구걸하면서 말이다

 

- 하지만 네가 결혼만 하면...
- 계약이죠

 

결혼이야

 

그럼 우리 고생도
끝이지

 

양심에 손을 얹고
잘 생각해 봐

 

아멘

 

- 살바토 씨
- 고해 성사를 보러 왔습니다

 

- 지금 뭐 하세요?
- 무슨 고백이냐고요?

 

글쎄요

 

질투

 

오만

 

탐욕

 

절망

 

당신은요?

 

결혼할 마음의 준비를
하려고요

 

고민이 있군요,
브루니 양

 

선생님이 상관하실 일이 아니에요
혼자 해결할 수 있어요

 

돈에 팔려 결혼하는 건
보통 일이 아니죠

 

특히 자아가 강한
여인에겐 말이죠

 

동생이 쓸데없이 입을 놀렸군요
이젠 결투해도 도와 주지 않겠어요

 

- 들어오시면 안돼요
- 난 의사예요

 

카사노바 씨가 아닌가요?

 

아뇨, 진찰을 하게 해 주시면
증명해 드리죠

 

- 성당에 자주 오시나요?
- 당신을 미행했소

 

카사노바의 친구라더니
남의 여자가 탐이 나던가요?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말하지 말아요

 

어떻게 그런 사람을
옹호할 수가 있죠?

 

사랑은
하룻밤 불장난이 아니에요

 

진정한 사랑은 애인의 숫자에
비례치 않아요, 오히려 그 반대죠

 

- 진찰 도구는 어딨죠?
- 금방 꺼낼 거요

 

사랑을 찾아 헤매는 자를
비난할 순 없소

 

아마 진정한 사랑의 느낌을
모르는 자의 공허한 외침이겠죠

 

평생이 아닌
하룻밤의 위안을 위한

 

그래도 그걸 사랑이 아니라고
할 순 없을 겁니다

 

절 유혹하시려는 것 같네요
살바토 씨

 

그래서 승리감을 한번 더
맛보고 싶은 건가요?

 

그건 카사노바죠
전 그 사람과 다릅니다

 

카사노바가
이해하지 못했던 건

 

모든 사랑이
진실하지만

 

진심은 하나라는
사실이죠

 

그건 다른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너무 저 혼자 떠들었군요

 

이 문제에 대한
당신 의견은 어떤가요?

 

- 방금 뭐라고 하셨죠?
- 네?

 

- 사는 게 지옥이야
- 지금은 바빠

 

또 연애편지 써?
이젠 끝났다고 해

 

저리 가
난 파프리찌오와 결혼할 거야

 

- 왜 이러세요?
- 누가 왔었죠

 

출판 전에 팸플릿을
읽고 싶어하는 사람이요

 

- 네?
- 내 원고 보여준 적 있어요?

 

아무 것도 보여준 적 없어요
전 아버님의 충복이었어요

 

물건 훔치다
쫓겨나기 전까지는요

 

- 원고는 어딨죠?
- 인쇄소에 갖다 줬어요

 

전 이름 빌려주고
수고비만 챙길 뿐이에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죠

 

- 이 새 구두는 뭐죠, 과르디?
- 교회에서 줬는데 맞질 않아요

 

거짓말 말아요

 

이건 5쪽 원고의 수정본이에요
인쇄소에 갖다 줘요

 

아무도 안 왔어요
돈 먹었으면 벌써 술 마셨죠

 

저 놈이야

 

- 이걸 1장에 삽입해요
- 알겠습니다

 

과르디가 말하길 '왜 여성은
자연스런 모습을 옭아매려 하는가?'

 

- 카사노바
- 아가씨

 

내 방 창문을
열어놓겠어요

 

방문할 창문은 많은 데
시간이 부족하네요

 

'코르셋을 태워라'

 

- 뭐 하는 겁니까?
- 죄송합니다, 제가 실수했네요

 

제가 도와 드리죠

 

'모든 여자의 마음 속엔
동물을 위한 자리가 있다'

 

'개와 고양이는
위로와 사랑을 준다'

 

'요새 여인들이 선택한
애완동물이 영리하고 고상한 돼지임을

 

어떤 남자가 알아줄까!'

 

- 돼지?
- 손해배상을 하겠소

 

죄송합니다
말이 잘못 나왔네요

 

아가씨에게 살바토가
선물을 갖고 왔다고 전하시오

 

주인님이
돼지는 들이지 말랍니다

 

짐승은
들어올 수 있지만요

 

"이젠 도움이 필요없음"

 

약혼자에 대해 알아 왔어요
이름이 파프리찌오입니다

 

제노아 출신으로
정오에 도착한답니다

 

엄청 부자래요

 

어련하겠어

 

요샌 하는 일마다
꼬이는군, 루포

 

- 빚이 얼마지?
- 1500 리라 정도요

 

두 번째로 좋은 옷을
내놓게, 루포

 

이 배의 주인은?

 

나요

 

난 제노아의 상인
피에트로 파프리찌오요

 

-뭘 싣고 왔죠?
-돼지 기름이요

 

-돼지 기름?
-최상품이죠

 

- 말씀 드리게, 풀비오
- 알겠습니다

 

돼지 기름통이라

 

정말 우리 돼지 기름을
모른단 말이오? 이럴 수가!

 

내일 아침까지 모든 운하와 도로
수로에 이 포스터를 붙이도록

 

- 알겠나?
- 서명하세요

 

파프리찌오 씨?

 

- 전데요
- 심부름을 왔습니다

 

약혼녀 집안에서 손님을
별장으로 모시라고 하셨습니다

 

별장? 난 그리파시 호텔에
예약을 했는데요

 

말씀 못 들으셨습니까?
그 호텔 문 닫았습니다

 

- 그래요? 왜요?
- 루포

 

- 습기가 차서요
- 네, 습기가 찼답니다

 

별장이라고요?
그럼 갑시다

 

- 하인이 짐을 들고 올 겁니다
- 다 준비해 놨군요

 

제일 먼저 할 일은

 

약혼녀 집을
방문하는 거요

 

물론 차림새를 가다듬은
다음이지만요

 

그게 보통
얼마나 걸리죠?

 

'카사노바가 돼지를 샀음'

 

'카사노바가 브루니 집에
돼지를 가져갔음'

 

전부 치워

 

그거 이리 주시오

 

주교님

 

달폰소 조사관
난 푸치 주교요

 

주교님

 

귀관은 더 이상 베니스에서
수고할 필요가 없게 됐소

 

교황님은
귀하의 실적에 대해

 

실망이
이만 저만이 아니오

 

귀하는
부하들을 데리고

 

적도 지역에 가서
원주민 선교에 힘쓰라는 게

 

교황청의 결정이오

 

어떤 원주민이죠?

 

종교에 대한 굶주림이
아주 심한 곳이라고나 할까

 

여기가 호색한 카사노바의
집이란 말이죠?

 

네, 빚 때문에
도망가 버려서

 

우리가 아주 싼 값에
빌릴 수 있었죠

 

얼마나 싸죠?

 

루포?

 

- 1,600 리라요
- 맞아요

 

- 영수증을 가져와
- 알겠습니다

 

1,600 리라는
욕실 포함이겠죠?

 

'카사노바가 돼지를 샀음'

 

'카사노바가 브루니 집에
돼지를 가져감'

 

'카사노바가 부두에서
파프리찌오를 만남'

 

'파프리찌오를
집으로 데리고 감'

 

이게 무슨 소린지
설명할 사람이 있나?

 

전부 식인종한테
보내버리셨잖아요

 

그렇다면 우리가
직접 조사를 하는 수 밖에

 

파프리찌오라면
제노아의 돼지 기름 갑부요?

 

우린 이단과 음란죄를
밝히러 온 거야

 

거기에
삼겹살까지 연루됐다면

 

그 느끼함은
헤아리기 힘들 정도겠군

 

조금 놀랐지만
여긴 느낌이 좋네요

 

- 그래요?
- 아주 큰 시장이에요

 

나의 제노아식 상술로
이 시장을 뚫을 겁니다

 

- 좋은 생각이네요
- 전단도 뿌리고 신문에도 내야죠

 

- 베니스엔 그게 없어요
- 내 짐작대로군요

 

- 하인이 오나 봐야지
- 네? 나갔는데요

 

- 어디로?
- 제가 어떻게 알아요

 

아내가 될 사람에게
결혼 선물을 가져왔어요

 

한번 보겠소?

 

좋죠

 

- 이건 아주...
- 정말 멋지네요, 고상해요

 

그렇죠

 

그런데 누구죠?

 

저 분인가요?

 

하나도 안 비슷해요

 

뭘 찾는 거죠?

 

모르겠어
아무거나...

 

"피에트로 파프리찌오에게
프란체스카 브루니가 희망을 담아"

 

집을 찾았습니다
브루니 부인과 따님께서

 

차를 한잔
함께 하시자고 합니 다

 

좋아

 

그럼
연두색 옷을 입을까, 풀비오?

 

당장 대령하겠습니다

 

빨리 만나보고 싶군요

 

나한테

 

실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요

 

설마 날 보고...

 

그걸 뭐라고 하죠?
딱 맞는 표현을 못 찾겠네

 

- 투실투실?
- 지금 뭐라고 했죠?

 

차 드시기 전에
간단한 간식을 드릴까요?

 

살라미 모양의
트렁크가 있죠?

 

- 네
- 안에 살라미가 들어 있어요

 

- 여기 계셨군요
- 네

 

- 너무 멋지세요
- 고마워요

 

- 연두색이 날씬해 보이네요
- 고마운 말씀

 

그만 가봐야겠어요
약속이 있지 않았나?

 

네?
출판사요

 

맞았어
내 책이 어떻게 됐나 봐야지

 

작가시군요

 

- 약간 끄적거리는 편이죠
- 멋지네요

 

주인님은 사랑과 여성 심리를
그리는 유명 작가세요

 

베르나도 과르디라고
들어 보셨는지...

 

- 루포, 그만해
- 친구시잖아요

 

- 죄송합니다
- 베르나도 과르디?

 

- 믿을 수가 없군
- 그럴 의도는 아니었어요

 

당신이 베르나도 과르디?

 

저의 필명입니다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세요

 

맹세할게요
저의 이름을 걸고

 

엄숙하게 맹세합니다
베르나도 과르디 씨

 

풀비오
이건 생각해 봐야 하는 일이야

 

맞아요
정말 영광입니다

 

절 보세요

 

보고 있어요

 

이제 저걸 보세요

 

솔직히
썩 닮진 않았어요

 

광고란게
다 그런 거 아니겠소

 

그럼 어때요? 약혼녀께서
이 모습을 사랑한다면...

 

날 본 적이 없어요

 

- 한번도
- 정말인가요?

 

네, 과르디 선생
부디 한 수 가르쳐 주세요

 

보수는 얼마든지 드리겠소
말씀만 하세요

 

제게 한 수 배우시겠다?

 

날 변신시켜 줘요

 

하지만 한 시간 후엔
만나러 가야 하지 않나요?

 

가고 싶지 않아요
억지로 보내지 마세요

 

이제 곧 출간될
나의 새 책은

 

외모에 대한 겁니다

 

육체와 정신의 관계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죠

 

물론 전 예외입니다만

 

- 과르디 선생
- 네?

 

날 저 모습으로
만들 수 있나요?

 

- 물론입니다
- 세상에

 

하지만 용기가 필요합니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요

 

- 여기에 오래 계셔야 하죠
- 용기라면 걱정없소

 

- 알겠습니까?
- 알겠어요

 

제 하인 풀비오를 시켜
브루니 댁에 연락해야 겠군요

 

- 제가 가는 길에 전해 드리죠
- 그럼 더 좋죠

 

당장 시작합시다

 

루포

 

멋지네요

 

지오반니
파프리찌오 씨가 곧 오실 거야!

 

살바토 씨가 오셨습니다

 

비토리오, 살바토 선생께
난 집에 없다고 전해요

 

이상하네요, 차 한잔 하자는
초대를 받고 왔는데요

 

- 당신이요?
- 우린 차 안 마셔요

 

죄송합니다
제가 초대해 놓고 잊었나 보네요

 

- 제 하인에게 말씀하셨겠죠
- 프란체스카의 약혼자가 올 거예요

 

여기 왔잖습니까

 

용서하십시오
이제 저의 본명을 밝히겠습니다

 

브루니 양
제 이름은 살바토가 아닙니다

 

당신을 사랑하고
흠모하는 약혼자

 

제노아에서 온
피에트로 파프리찌오입니다

 

파프리찌오 씨

 

제노아의 여자들은
저의 재산에 현혹되어

 

마음을 숨기고
제게 접근했습니다

 

절 돼지 기름 덩어리로
생각하죠

 

아뇨
그럴 리가요

 

오히려
좀 쪄야겠는 걸요

 

난 마른 사람은 싫어요
프란체스카 아버지도 듬직했었죠

 

전 보지도 못한 약혼녀를 위해
저의 정조를 지켜 왔습니다

 

그리고 당신도 저처럼
순결을 지킬 수 있을 지

 

아무한테나
넘어가진 않는지...

 

돼지를 보내셨죠

 

정작 조심해야 할 사람은
당신이 아닐지 모르겠네요

 

전 약혼을 하긴 했지만
당신에 대해 아는 건...

 

이 물건을
기억하실 겁니다

 

'피에트로 파프리찌오에게
프란체스카 브루니 드림'

 

'희망을 담아서'

 

다른 편지도 가져올 걸
그랬군요

 

제가 원하는 건
당신의 사랑입니다

 

날 사랑할 수 없거나
당신 맘에 다른 사람이 있다면

 

이 약혼을
취소해 드리겠습니다

 

그런 사람 없어요!

 

푸치 주교님이
오셨습니다

 

- 손님이 계셨군요
- 아뇨, 주교님, 잘 오셨어요

 

미리 연락을 드리고
왔어야 하나

 

교황님이 돌아가신 부군을
너무 총애하셔서

 

빨리 안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저의 사윗감인
파프리찌오를 소개합니다

 

-파프리찌오 선생
-주교님

 

- 제 딸 프란체스카입니다
- 반갑소

 

교황님도 두려워한다는 조사관이
베니스엔 왜 온 거죠, 주교님?

 

프란체스카

 

아뇨, 제가 유명하다니
오히려 영광입니 다

 

풍기 문제를 다스리러
왔습니다

 

- 풍기 문제라뇨, 주교님?
- 간음이나 이단같은 거죠

 

이단의 정의가
정확히 뭐죠?

 

프란체스카

 

숙녀분과 나눌 대화는
아닌 것 같군요

 

왜요, 우리가
이단이 아니란 법 있나요?

 

제 약혼녀는 주교님의 가르침을
듣고 싶은가 봅니다

 

가르침을 주시죠

 

알았소

 

이단이란
교회의 가르침을 어기는 일이오

 

우리의 관습과 도덕에
반기를 드는 일이죠

 

이렇게 말하면
이해하기 쉬울 거요

 

브루니 양도 여자이니
여자의 마음을 잘 알 것이오

 

여자가
변덕스러운 만큼

 

이단도
내가 정의하기 나름입니다

 

예를 들어
베르나도 과르디란 작자는 이단입니다

 

왜 그렇죠?

 

비토리오
차는 준비 되었나?

 

과르디의 이론은
여자에겐 불만을 일으키고

 

- 남자에겐 자신감을 잃게 하죠
- 그래요?

 

그대가 과르디의 추종자라면
슬퍼할 소식이 있소

 

그는 제거될 테니까

 

지금 부하들이
그 자를 찾아 다니고 있소

 

죄송합니다

 

- 주교님, 차를 드릴까요?
- 고맙지만 만날 사람이 있어서요

 

브루니 양

 

축제에 같이 가는 영광을
주시겠습니까?

 

난 잘못한 게 없어요!

 

난 결백해요!
사람을 잘못 본 거예요!

 

어서 가자

 

베르나도 과르디에게서
급한 전갈이 왔습니다

 

댁은 누구요?

 

로마에서 온 조사관이
피를 부르고 있어요

 

- 팸플릿 인쇄를 중단해요
- 이미 늦었습니다

 

맙소사
그럼 판매를 중지해요

 

- 죄송합니다
- 거기 그렇게 써 있어, 돼지라고

 

- 난 옛날부터 돼지를 키웠어
- 구제불능이야

 

맞아

 

축제 전까지
틀림없이 준비되도록 해

 

주인님

 

- 치료는 잘 되고 있나?
- 글쎄요

 

-좀 나아졌어?
-글쎄요

 

더 이상 나빠질 순
없을 거야

 

선생님이세요?
과르디 선생님이 오셨나요?

 

- 거기 누구죠?
- 세상에, 불가능을 해냈군

 

-감사합니다
-몸에 뭘 바른 건가?

 

- 돼지 기름과 민트 젤리요
- 여보세요?

 

- 커피 가루도 좀 넣었죠
- 그래, 커피 가루가 탁월하군

 

- 선생님
- 당신인가요, 마에스트로?

 

- 네, 파프리찌오
- 어때 보여요?

 

어디 봅시다

 

아주 잘 되고 있네요
아주 순조로워요

 

거울을 달랬는데
찾을 수가 없대요

 

- 루포, 거울이 없나?
- 아무리 찾아도 없네요

 

치료 효과가 얼마나 좋은지
빨리 보고 싶어요

 

- 그러시겠죠
- 네

 

가져왔군, 풀비오

 

세상에

 

효과가 있네요!

 

- 효과가 있는 거죠?
- 네

 

- 나아지고 있어
- 그런 것 같아요

 

브루니 댁에
죄송하다는 말 전하셨죠?

 

 

- 그럴듯한 핑계를 댔겠죠?
- 물론이죠

 

프란체스카는 어때요?
축제에 같이 가자고 했는데

 

그 전에 치료가
끝날 것 같지 않네요

 

네, 그럴 거예요
시간이 좀 더 필요하죠

 

- 걱정 마세요, 알아서 할게요
- 고마우셔라

 

안심하고 계세요
루포, 배에 좀 더 발라

 

그래, 루포
듬뿍 발라 주게

 

푸치 주교님께서
부르십니다

 

알았소

 

내 이름이 베르나도 과르디지만
당신이 찾는 사람은 아니야

 

순순히 자백하게, 베르나도
작가가 나쁜 건 아니잖나

 

우리 게임이나 해 볼까?

 

내가 문장을 시작하면
자네가 뒷부분을 맞추는 거야

 

'여자는 공기이자...'

 

다음은 뭐지, 베르나도?

 

모릅니다
사고뭉치?

 

바람, 공기와 바람?

 

내가 힌트를 주지

 

문제는 차가 아니라
물이군

 

그런데 파프리찌오 씨
카사노바와 어떻게 아는 사이죠?

 

조심해서 대답해요

 

당신에게
불똥이 튈 수도 있으니

 

아까
브루니 양 댁에선

 

솔직하게 말하지
않았습니다

 

난 카사노바를
처형하러 왔소

 

교회의 가르침을 모독하는
천하의 몹쓸 놈이오

 

무슨 말인지 알겠소?
왜 카사노바와 집에 가셨나요?

 

- 그 집을 빌렸소
- 빌렸다고요?

 

- 순수한 거래였소
- 거래라

 

며칠 여행을 간다고 했소

 

- 여행을?
- 네

 

축제에 빠질 놈이
절대 아닌 걸로 아는데

 

파프리찌오 씨, 이 몹쓸 놈을
잡는 데 일조를 하신다면

 

교회에선
무척 감사할 것이오

 

어떤 감사를...

 

바티칸에 돼지 기름을 납품하게
해 주겠소

 

엄청난 양이 될 거요

 

군침 도는 조건이군요

 

그럼 협조 하겠소?

 

카사노바를 내게
데려 오겠소?

 

파프리찌오의 이름을 걸고
맹세하죠

 

- 실례합니다, 주교님
- 나중에

 

우리가 잡은 베르나도 과르디는
이단을 저지른 그 자가 아닙니다

 

누군가 그의 이름을
도용하는 것 같습니다

 

- 일종의 필명이죠
- 필...

 

머리 쓰지 말게, 안돌리니
'같다'는 게 무슨 뜻인가?

 

조사관은 짐작이 아니라
확증을 잡아야 하는 거야!

 

확실합니다, 이 자는 글을
쓰지도 읽지도 못합니다

 

루포!

 

- 숨겨둔 애인 같은 건 없었어!
- 네?

 

- 숨겨둔 애인이 없었다고
- 네?

 

애초부터 없었던 거야

 

축제가 시작됐어

 

일주일 내내
돼지 얘기만 했어

 

- 여보, 내 남편 봤어요?
- 내가 당신 남편이야

 

- 카사노바는 단서가 나왔나요?
- 난 생김새도 몰라

 

하지만 여기 어딘가 있을 거야
축제에 빠질 위인이 아니야

 

파프리찌오 씨

 

봤지? 모두 왔어
이제 찾기만 하면 돼

 

빅토리아?

 

빅토리아!

 

안녕하세요?

 

피짜니 부부십니다

 

어서 오시오

 

제노아의 파프리찌오 씨와
브루니 양입니다

 

어서 오시오

 

단돌로 부부십니다

 

어서 오시오

 

- 파프리찌오 씨
- 장모님

 

제 친구들을 소개할게요

 

그거 재미있겠네요

 

- 함께 추는 영광을 주시겠습니까?
- 아가씨?

 

- 전 혼자예요
- 전...

 

- 가서 추세요
- 구경하세요

 

카사노바 씨
약혼녀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 어느 약혼녀?
- 도나토 양이요

 

광장으로
데리러 와 달라는데요

 

세상에!

 

들어와요

 

걱정 말아요, 여기서
총각딱지 뗀 사람이 몇인데

 

- 빅토리아
- 카사노바

 

뭔가 수상해

 

카사노바의 집 주소 아나?

 

이젠
행동으로 들어갈 때야

 

데본샤이어 공 부부십니다

 

어서 오시오

 

카사노바와
도나토 양입니다

 

카사노바

 

다행이야
정말 축하하네

 

-결혼식은 언젠가?
-곧 할 겁니다, 주교님

 

잘 와 주었네

 

그리티 대사님
부부이십니다

 

- 나의 사랑
- 자코모, 어디로 갈까요?

 

- 어디든 가요
- 어디든? 아니오

 

- 더는 못 기다려요
- 일단 앉아요

 

여기서 기다려요
가서 와인 한 잔 가져올게요

 

- 카사노바
- 정말 반갑군요

 

거기서 뭐 하는 거요?

 

저기 있군요

 

- 발에 불이 날 것 같아
- 발에 불이 나도록 추셨군요

 

이제 살겠네

 

-괜찮으세요?
-괜찮아요

 

- 선생님
- 네

 

운하 건너에 사시는
도나토 씨네요

 

운하 건너에 사시는
도나토 씨군요

 

방금 내가 한 말이

 

- 앉아도 되죠?
- 그럼요

 

감사합니다

 

- 괜찮아요?
- 네, 괜찮아요, 좀 덥네요

 

- 교회에서 못 뵈었네요
- 갔었는데요

 

제가 안 갔거든요

 

-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 네, 미래 사윗감이죠

 

- 맞아요
- 네

 

- 축하를 드려야 겠네요
- 네

 

감사합니다

 

아뇨, 제 말은...

 

아뇨, 네
축하하는 게 순서겠죠

 

그것도
내가 한 말이에요

 

축하합니다
빅토리아가 좋아하겠네요

 

혹시
빅토리아 못 보셨나요?

 

아뇨,
정말 못 봤습니다

 

약혼자와 온다고
했는데요

 

그랬죠, 그런데 아무데도
안 보이네요, 아마도...

 

내가 오지 말라고 했소
그런데 아비 말을 어겼지

 

- 성격이 달라졌나 봐요
- 그런 것 같아요

 

카사노바와
약혼을 하더니

 

머리가 이상해진 것 같아요

 

- 탁자가 왜 이러죠?
- 탁자는 아무 문제 없습니다

 

난 보수적인 사람이오
혼전 관계는 절대 불가죠

 

- 교제 말이죠
- 탁자 밑에 사람이 있어요

 

- 어느 탁자요?
- 이 탁자요!

 

여기가
카사노바의 집인가?

 

네, 지금 안에 있습니다

 

카사노바 씨,
여행을 갔다더니 그게 아니었군

 

이런 남자를
여자들이 쫓아 다닌다고?

 

귀여운 돼지야
이리 오렴

 

- 안돌리니
- 네, 제 생각엔

 

자넨 생각하지 말고
시키는 것만 해

 

치료를 중단하시오
이 치료는 맘에 안 들어

 

- 어떻게 됐나?
- 머리가 이상한 것 같습니다

 

문란한 생활을 많이 하면
머리가 이상해질 수 있어

 

- 카사노바 씨
- 난 제노아의 파프리찌오요

 

안됐지만 난 파프리찌오를
만난 적이 있다오

 

- 차도 같이 한 적이 있지
- 풀비오에게 물어 봐요

 

풀비오
어서 말씀 드려

 

주교님

 

그럼 누가...

 

- 당신이 파프리찌오?
- 내가 뭐랬어요, 멍청하긴

 

파프리찌오 씨
그렇다면 이 집의 주인이

 

어디에 있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겠군요

 

- 그 사람은...
- 과르디요

 

베르나도 과르디가
이 집 주인입니다

 

그 사람 집에서
치료를 받는 중이었어요

 

과르디가 이단인 걸
알고 계셨습니까?

 

베르나도 과르디는
필명입니다

 

만약

 

베르나도 과르디가
필명이라면

 

진짜 이름은

 

카사노바겠군

 

-카사노바요?
-왜 그걸 몰랐을까

 

여자를 찬미하는 글만 썼어
멍청이, 멍청이

 

-카사노바가 베르나도 과르디야
-놀랍습니다, 주교님

 

세상에, 놈이 내 약혼녀를
축제에 데려갔어요

 

걱정 마시오
부하를 불러서 출동하세

 

- 어디 가시나요?
- 축제 무도회에!

 

같이 가요!

 

- 선생님 말씀대로 따님이 왔군요
- 어디에?

 

바로 저기요, 보이세요?
집에 데려가세요

 

- 저도 보수적인 사람입니다
- 발마라나 부부이십니다

 

드디어 멋쟁이가 한 분
나타나셨군

 

이보게
내가 멋쟁이라고 했잖나

 

보라색이군

 

베니스 제품이 아니지?
내 말이 틀렸나?

 

런던, 파리, 로마?

 

교황청 보라와 비슷하군

 

떠오르는 게 있는데...
말하지 말게

 

- 푸치 조사관입니다
- 푸치 조사관

 

맞아
베니스에 왔단 얘기 들었소

 

- 무도회에 오신 건가요?
-카사노바를 체포하러 왔습니다

 

카사노바는 양갓집 규수와
결혼하기로 되어 있소

 

맘을 잡은 거죠
내가 그의 후견인이오

 

이단 행위도
감싸 주실 건가요?

 

조심하는 게 좋을 겁니다
이 도시의 운명은

 

바티칸의 손에
달려있으니까요

 

어서 오시오

 

- 마시모 카날 제독 부부십니다
- 어서 오시오

 

프란체스카는 어딨죠?

 

제 이름은 피에트로 파프리찌오
제노아에서 왔습니다

 

뭐라고요?

 

제노아의 파프리찌오입니다

 

당신이 파프리찌오?

 

제노아에서 온?

 

성함이...

 

브루니예요

 

전 당신의...

 

장래...

 

이렇게 아름다운 분일 줄
몰랐습니다

 

저요?

 

이런, 이런

 

왜...

 

아뇨
전 장모가 될 사람이에요

 

- 장모요?
- 그래요

 

- 제 약혼녀가 아니고요?
- 제 딸이 약혼녀죠

 

제 딸도 예뻐요

 

- 쫓아다니는 남자도 있고요
- 그래요, 따님도 좋아하나요?

 

브루니 부인, 따님이
카사노바에게 농락 당했습니 다

 

하지만 걱정 마십시오
이제 곧...

 

제발 낄 데 안 낄 데 좀
구분하시죠

 

감사합니 다

 

그럼...

 

프란체스카

 

당신을 잃을까 봐
두려웠소

 

시계 잃어버렸을 때처럼
말인가요, 파프리찌오 씨?

 

아끼는 물건처럼 말인가요?

 

당신을 소유할 수 있는 남잔
없단 거 잘 알고 있소

 

난 그저 당신 인생의
보호자가 되어 주고 싶소

 

당신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 주고 싶습니다

 

일단
하늘부터 가 보기로 하죠

 

이걸 버려야 해요

 

셋에 떨어뜨리세요

 

하나, 둘, 셋

 

이건 마법이야

 

위로 올라가려는 뜨거운 공기의 힘이
중력을 이기는 거죠

 

마법이네요

 

다왔네요

 

카사노바가
새 약혼녀와 있어요

 

카사노바

 

가자

 

프란체스카잖아?

 

- 맞아
- 저 분이 프란체스카인가요?

 

- 저렇게 행복한 표정은 처음 봐요
- 그런가요?

 

당신에겐 유감이지만요
파프리찌오 씨

 

이걸 어쩌나
제가 따님에게 차였네요

 

- 창피하겠네요
- 망신이죠

 

- 이젠 자유의 몸이네요
- 이런

 

이젠 어떡하죠?

 

고마워요
파프리찌오 씨

 

이젠 당신의 진심을
믿을 수 있어요

 

당신은 상인보단
연인이 더 어울려요

 

왜 내 약혼자라는 걸
숨기셨죠?

 

날 믿지 못했나요?

 

베르나도 과르디인 걸
왜 숨기셨죠?

 

걱정 말아요
비밀은 지킬 테니

 

대학 토론장에서 당당하게
자기 주장을 펼 때나

 

결투를 할 때
눈치 챘어야 하는데

 

아름다운 얼굴 뒤에 숨겨진
베르나도 과르디

 

당신을 사랑하오
프란체스카

 

토론장에 왔었어요?

 

그래요
거기 있었죠

 

대학에요

 

프란체스카

 

당신이 신분을 숨긴 사정이
있었듯이

 

나도 그럴 사정이 있었소

 

왜 그래요?

 

내가 설명하겠소

 

파프리찌오 씨가 맞나요?

 

나와 약혼한
파프리찌오라고 말해 줘요

 

누구시죠?

 

카사노바요

 

뭐라고요?

 

자코모 카사노바요

 

내가 세상에서 제일
혐오하는 사람이군요

 

- 그건 날 알기 전이죠
- 난 당신을 몰라요

 

어떤 게
진정한 모습이죠?

 

가면을 썼을 때가 더 좋았어요
적어도 살바토는 신사였고

 

파프리찌오는 부자였죠
하지만 카사노바는 비열해요

 

감히 날 사랑한다고
하다니

 

난 목숨보다 날 더
사랑할 사람을 기다렸어요

 

- 다치지 않았소?
- 괜찮아요

 

카사노바

 

카사노바

 

풍기 문란과 사기죄로
체포한다

 

그 중에서도 남의 이름을 빌어
민심을 교란한 죄가 가장 크다

 

베르나도 과르디

 

베르나도 과르디를
이단 혐의로 체포한다

 

- 네? 아니에요
- 맞습니다, 아가씨

 

- 아니에요
- 프란체스카, 그만해요

 

아니에요

 

내가 베르나도 과르디입니다

 

푸치 주교님

 

무슨 일인가요, 아가씨?

 

전 순결을 지켰어요

 

순결은 저의
가장 소중한 보물이었죠

 

하느님이 주신
선물이었어요

 

그걸 빼앗겼어요

 

그런 비극적인 일이!
그 나쁜 놈이 대체 누구요?

 

자코모 카사노바요

 

카사노바는 제 방에 와서
제 몸을 농락했어요

 

전 명예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웠죠

 

놈을 처형할 수 있게
증언을 해줄 수 있겠소?

 

 

하지만
제 명예가 걱정되네요

 

그러시겠죠, 하지만
모든 게 계획대로 된다면

 

명예와 순결을
되찾을 수 있을 겁니다

 

- 정말 그럴 수 있어요?
- 그럼요

 

우린 가톨릭 교회요
불가능한 게 없죠

 

저기요
전 언제 들어가죠?

 

진정한 남자라면

 

한 여자에게만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칠 거예요

 

그 상대가 나라면

 

저도 그 사람만을
영원히 사랑하겠죠

 

정말 감사합니다

 

- 정말 돈을 안 드려도 되나요?
- 오히려 내가 주고 싶어요

 

- 감사합니다
- 안녕

 

- 잘 있어요
- 꼭 다시 와요

 

당신은
창가의 남자군요

 

도나토 양

 

당신을 잊지 못할 거예요

 

여자들에겐
전설이 될 거예요

 

- 당황스럽네요
- 왜요?

 

오랬동안
당신만을 사랑했어요

 

왜 말을 안했죠?

 

변론은 지오다노 파두아 박사님이
맡으실 겁니다

 

그럼 변호사를 부르겠소
지오다노 박사

 

신원에 착오가 있었습니다,
판사님

 

- 뭐? 착오라고?
- 그렇습니다

 

이 사람은
베르나도 과르디가 아닙니다

 

- 아니, 맞습니다
- 네, 맞습니다

 

- 보셨죠?
- 누군갈 보호하고 있는 겁니다

 

- 아닙니다
- 맞잖아요

 

- 아닙니다
- 맞아요

 

누굴 보호한다는 거죠?

 

그를 사랑하는 여인이죠

 

당신 주장이 맞다면
여성에 대한 당신 철학을

 

법정에서도 한번
풀어 놓아 보시죠

 

내가 베르나도 과르디임을
인정하는 데 뭐가 더 필요하죠?

 

이런 황당한 주장을 들어야
하나요? 이 잔 자백을 했습니다

 

자백이면 충분한가요?

 

네, 그렇겠죠

 

좋아요

 

그 원고는
내 손으로 쓴 것입니다

 

내가 베르나도 과르디임을

 

증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이?

 

- 프란체스카
- 내 대신 죽게 할 줄 알았어요?

 

이젠 카사노바를 풀어 주게

 

신성한 법정임을
잊지 말아 주십시오

 

이젠
이단을 자백한 죄인과

 

간음을 일삼고
순결을 유린한

 

희대의 탕아가
있을 뿐입니다

 

그 자의 죄악을
증언할 자는...

 

아니에요!

 

그건 사실이 아니에요!

 

무려...

 

127명의 진술이
있습니다

 

자코모 카사노바의
음란한 행위를 입증할 증언들이죠

 

이 법정에서 내릴 수 있는
평결은 오직 하나, 유죄!

 

그리고 판결은 사형!

 

- 베르나도 과르디에게 사형을
- 안 돼!

 

음란행위로
악명 높은 탕아

 

자코모 카사노바에게도 사형

 

- 추기경님이 오신다고 했던가?
- 그렇습니다

 

주교님, 더 이상
기다릴 순 없겠는데요

 

알았네

 

그냥 진행하는 수 밖에

 

로프레스타 추기경님 입장이오!

 

늦어서 미안하네
운하가 막혀서 말이야

 

추기경님
푸치 주교입니다

 

드디어 만나게 되는군

 

- 얘긴 많이 들었네
- 감사합니다

 

무슨 일인가?

 

이단자와 카사노바를
처형하는 겁니다

 

좋은 일이군

 

내 전담 간호사일세

 

간호사님이
처형을 즐기시나요?

 

교황께
발코니가 왜 있겠나?

 

실은
이 말을 하러 왔네

 

베니스 시민 여러분

 

성령의 축복이 있기를!

 

알다시피 오늘이
교황님 생신입니다

 

- 그래서...
- 알고 있었나?

 

그분의 생신을
축하하는 의미로

 

오늘 처형될 죄수에게
사면령이 내려졌소

 

기쁜 날을 축하하는
의미요

 

- 추기경님
- 죄수를 풀어 주어라!

 

죄수를 풀어 주어라!

 

추기경님, 안 됩니다

 

교황님의 생신이
기쁘지 않다는 말인가?

 

아뇨
물론 기쁘죠

 

연세가 몇이시죠?

 

그건 잘 모르겠군

 

- 아니, 이럴 순 없어요
- 그냥 있게, 군중이 동요하고 있어

 

내 마차에 타게
우린 시골 별장에 가는 길이야

 

늦어서 미안하구나

 

전부 나 때문이라네

 

이분은 티토야

 

내가 평생 사랑한 사람

 

이쪽은 내 아들이에요

 

추기경 역할은 전에도
해본 적이 있어 어색하지 않군

 

소식을 듣고
공연 도중에 달려왔어

 

엄마
칠이 안 말랐어

 

여기
'트루페 극단'이라고 써 있는데

 

로프레스타 추기경님이
도착하셨다!

 

저 가짜를 체포해!

 

어서, 길을 비켜!

 

자코모

 

- 어서!
- 길을 비켜요!

 

카사노바!

 

빨리 타요,
어서요!

 

오늘이 교황님 생신인 줄
몰랐어

 

어떻게 된 일인가?

 

너무 신나요,
그렇죠?

 

다신 마차로
여행하지 않을 거야

 

꽉 잡아요!

 

조금만!

 

- 천천히!
- 티토!

 

모두 내려요

 

안녕, 아가씨
난 아가씨의 새 아빠가 될 거예요

 

- 전 의무를 지켰어요
- 한번도 의심한 적 없어요

 

내 배를 타고 가요
지금 부두에 있어요

 

저쪽입니다

 

공격하라!

 

에그머니나

 

지오반니!

 

빨리 뛰어요, 여보
실례합니다

 

길을 비켜요!
실례합니다

 

이쪽입니다

 

내 배를 빨리 보여 주고 싶었소
이쪽이오, 새 배가 있어요

 

- 빅토리오
- 조심해요

 

-뒤에 있어요
-이쪽이에요

 

아니
넌 나와 남아야 해

 

항해 준비를 하라!

 

이런

 

빅토리오
어떻게 좀 해!

 

-부인, 어떻게 할까요?
-뭐든 수를 내

 

지오반니

 

어서!

 

빨리!

 

난 같이 갈 수 없어요
그럼 우리 둘 다 잡혀요

 

네?

 

- 저들이 카사노바를 쫓는다고요?
- 맞아요

 

카사노바가
떠나지 않으면?

 

내가 할게요

 

이름만으로 되는 건
아니야

 

카사노바로
살아 보고 싶어요

 

- 그럼 난 배를 타겠네
- 결혼도 이어 받으면 되겠군

 

어서 갑시다

 

- 어서
- 루포, 안 타고 뭐 하나?

 

전 남겠습니다

 

- 왜?
- 전 베니스 토박이에요

 

제 자리는
카사노바의 옆입니다

 

새 주인을 잘 모시게, 친구

 

걱정 마십시오, 주인님

 

놈들을 쫓아라!

 

그럼 다음 기회에!

 

- 안돌리니, 배를 타고 쫓아가!
- 잘 있어라, 얼간이들아!

 

놈들을 쫓아!

 

어서!

 

돌아온다고 약속했지

 

배우라는 건
멋진 인생이 야

 

자네도 좋아할 걸세

 

대본은 누가 쓰죠?

 

안으로 들어갑시다

 

멋지네요

 

내가 좋아하는 날씨예요

 

이런 이유로 카사노바와
프란체스카의 이야기는

 

여기에 쓸 수 없었다

 

그 후 오랬동안
빅토리아와 난 행복하게 살았다

 

비록 함께는 아니었지만

 

베니스

 

오래지 않아
사람들 마음 속에

 

카사노바가 부활했다

 

감히 말하건데

 

난 그의 화려한 인생에

 

더 많은 업적을 쌓았다

 

다만 카사노바였던

 

한 사람의

 

진정한 사랑은

 

비밀로 묻혀졌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