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와, 빨리 뛰어!   넌 도시에서 살았지?   우유 먹고 컸을 테고   뭐든 기성품만 썼지?   여기 와서
소도 처음 봤을 거야   내 등에 업히고 싶냐?   내가 네 나이 때는...   아침 식사 전에
마라톤을 하곤 했지   넌 여기 있어   나 혼자 가서
버스를 몰고 올 테니   네 여자들을 다 태워서 말이다   정말 한심해 죽겠어
어서 와, 이 애송아!   나한테 업힐래?   네 아버지뻘인데   쉬고 싶지?
침대라도 갖다 주랴?   빌어먹을, 손 좀 올려
안 닿잖아, 어서 올리라고   계속 가야 해   도움이 필요하면 얘기할게요   애송아   저 너머에 마실 물이 있어   - 어떻게 아세요?
- 냄새가 나잖아   도대체 학교에서 뭘 배웠냐?   놈들이 어디쯤
따라오고 있을까요?   놈들이 너처럼 느리면
한참 멀었어   치약을 깜빡해서 유감이군   그만 마셔   같이 처리하자   싫어요   그럼, 좋아   잘 봐   칼이 없더라고   나한테만 떠맡기는 게 어딨어?
너무 불공평하잖아   네가 도와줬다면
간단했을 거야   누군들 살인을 하는 게
좋겠어?   왜 울고 난리지?
이 쓸모없는 머저리야   위선자 같은 놈   나만 손에 피를 묻혔다고!   평온한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었을 텐데   협조 안 할 거면 왜 따라나섰어?
무슨 소풍 나온 줄 알아?   놈들이 시체를 발견할까요?   높이 올라가야 해   더 높이   옷을 갈아입는 게 좋겠어요   마을로 숨어들어가서
해질 때까지 기다려요   우릴 살려서 돌려보낼까요?   군화 좀 닦지 그래요?   난 저 아래가 싫어   계속 헤맬 순 없잖아요   너무 눈에 띄어   그냥 내려가요
일꾼인 줄 알 거예요   빌어먹을 놈들!   이 얼간이들아!   가만 안 둘 거야
죽여버리겠어!   우릴 갖고 노나 봐요   장난을 친다고요   염소 치는 사람이 죽은 건
아직 모르나 봐요   때를 기다리고 있어요   저럴 줄은 몰랐어   저게 가능한 일이야?   죽일 수 있었을 텐데   나만 미친 닭처럼 고개를 흔들며
이리저리 뛰어다녔어   무전기로 연락을 취하고 있어요   - 좋은 수가 없을까?
- 없어요   해지면 빨리
벗어나는 수밖에 없어요   한시라도 빨리요   이놈의 손이라도 자유로우면
저놈을 당장 끌어내릴 텐데   내 앞에 내동댕이쳐서   늘씬하게 패주고
마구 짓밟을 거야   - 거추장스러워 죽겠어
- 뭐가요?   내 머리통!   차버렸으면 좋겠어   그럼 속이라도 시원하잖아   저놈의 헬기 속으로
내 머리통을 차버리고 싶다고   저 노인한테
뭐라도 있지 않겠어요?   여기 계세요
칼을 구해서 금방 돌아올게요   그놈의 조종사
죽여버리고 말 거야   혼자 갔다 올게요   안셀, 그냥 뒤따라와
20보 떨어져서   안셀   착하지, 조용히 해   쉿, 조용!   대체 왜 그래?   잘 들어   그 노인네 가족 사진이라도 보고
마음 약해져서 이번에도 빠지면   너도 죽일 거야   그만 마셔   이번엔 네가 망을 봐   앉아   멋지게 갈아입는 거야!   해치지 마세요   저기 있는 건 건드리지 말아요   돼지 같은 인간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아둔하고 어리석은 돼지!   아까 죽지 그랬어?   멍청하기 짝이 없어
이 얼간아!   미친 살인마야!   진작 죽여서 박물관 구경거리로
내놨어야 했는데   하여간 멍청해   생각 좀 하고 사세요   빵만 안 건드렸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내일이면 둘 다 잡힐 거예요
알고 있죠?   나도 좀 줘요
혼자 다 먹을 거예요?   '영광! 영광! 할렐루야!'   '주 예수 오신다!'   잠깐만   먹을 거 나누자   왜요?   이젠 자유로우니
따로 움직여   진심이세요?   - 칼은 가져
- 됐어요   - 난 총이 있잖아
- 다 필요 없어요   통조림은 반씩 나눠   담요, 가방, 물은 가지고   저 위에 물은 많아   주머니에 다 들어가요?   이봐요, 한 모금 마시고 가죠   통조림은 어떻게 열 거죠
시골 아저씨?   망할   빌어먹을 깡통!   하여간 멍청해   좋다, 애송이   어떻게 열지?   원하는 게 뭐야?   같이 가요   명령은 내가 한다   알았어요   어서 따   이봐   좀 먹을래?   애송아   여기...   항상 깔끔하게 하고 다녀야지   솜털 뽀송뽀송한 얼굴 조심해   아래쪽도 조심하고   네?   병 생기면 안 되잖아   - 진심이세요?
- 난 걱정 없어   아랫도리 간수를 잘 해야지
안 그래?   밥은 밤에 먹고
낮에는 물만 마신다, 알겠어?     들어줄 테니
할 말 있으면 해   고맙네요   내가 가끔 좀 멍청해
나도 알아   아내가 그러더군   그래요?   그래   - 산등성이가 보이냐?
- 보여요   - 주먹만한 바위 보여?
- 네   저기가 오늘 목적지다   또 왜요?   잠자코 따라가고 있잖아요   날 죽여서 뭐 하게요?   나야 죽으면 그 노인네처럼
여기 누워 있을 거고   당신은 기껏 통조림 몇 개와
가방이랑 칼을 건지는 게 다잖아요   잘 들어요   서로 헤어져서 가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겠죠   하지만 지금은 안 돼요
외롭단 말이에요   산에 올라가서 생각해 볼게요   보나마나 작동 안 될걸요   뒤로 발사됐다면
소원이 없겠네요   결혼했어?   그런 건 뭐 하러 해요?   그리고 지금 그건 왜 물어요?   네 나이가 되면
결혼을 해야 해   책임감이 필요하지   - 이제 다 변했어요
- 뭐가 다 변했다고?   피임약이 생긴 후로
다들 결혼을 안 하려고 해요   원하기만 하면 어떤 여자든
사귈 수가 있거든요   모델, 유부녀, 간호사
비서, 물리치료사...   봤을까?   지금은 위에서
그냥 지켜보기만 하고 있어   되돌아온다!   가자   이리 와   도저히 참을 수가 없군   총도 있는데
놈들과 왜 못 싸우겠어!   저놈은 자만심이 강할 거야   망할 비행 학교를 나왔겠지?   그걸로 맞힐 수 있을까요?   힘들걸   조종실 뒤에 연료 탱크가 있으니
측면에서 거길 맞혀요   알았어   기회는 한 번뿐이에요   쏜살같이 내뺄 거야   놈은 우리한테 총이 있는지
모를 거예요, 그렇죠?   아내는 얼굴 성형을
해야만 했어   턱 수술을 받았지   술집에서 손님들한테 인사를 하는데
독일종 셰퍼드가 달려든 거야   안됐군요   정말 끔찍했어   개 주인을 고소했나요?   못 했어, 처삼촌이었거든   술집 주인이었는데
처삼촌이라 고소를 못 했어   저놈들은 땅 위에서
꼼짝도 못할 거다   잘 들어요   뛰쳐나가 소리치고 법석을 떨며
저 산등성이로 갈게요   놈들이 따라오면 장난 좀 치다가   아저씨 쪽으로 유인할게요
제 계획 알아듣겠어요?   연료 탱크를 맞히세요
그게 중요해요   여기 계세요   내 다리... 내 다리...   일직선상에 있었어   이놈 머리랑 일직선이었지   이봐, 애송아   마지막 순간에
조준을 비켜간 거야   무슨 소리예요?   그래서 한 놈은 놓쳤어   다음에는 안 놓칠게
다시는 그런 일 없을 거야   이거 어때?
성탄 선물이야   진작 이게 있었다면
이죽대는 면상에 한 방 날렸을 텐데   놈이 널 비웃었다고   두 놈이 형제였으면 좋겠다   연료 탱크나 맞히라고 했지
누가 그런 멍청한 소리나 하래요?   아냐   녀석 손에 뭔가가 있었어
주머니 속에도 있었다고   빌어먹을 폭탄이었으면
폭발했을지도 몰라   한 놈마저 처리하는 건데...   7월 17일, 4시 22분   엄청 좋은 시계야
스위스제라고   어서 가자, 애송아   연료 탱크를 맞혔다면
그럼...   너도 같이 죽었을 거야   그 생각을 못했네요   어쨌든 이젠 말이에요   장난 따윈 못 칠 거예요   그거 알아?   이 총 때문에 이제는
가까이 접근하지도 못 해   관 짜러 돌아가나 보다   한 대 피울래?   몇 개비나 있던가요?     사진은요?   여자 사진이 한 장 있더군   돈은 없었어   대신 라이터랑 시계를 챙겼지   - 난 싫으니 다 피우세요
- 그럼 나도 안 피워   알았어요   하나는 아침에 피우자고   손이 아직 떨리는군   좋지?     몇 시예요?   시계가 안 가   아무래도 통조림을
정리 좀 해야겠어   왜요?   그래야 밤에도 알 수 있잖아
균형에 맞게 식사해야지   뭔지 다 안다고 했잖아요
어서 가요   정말?   네, 세 종류밖에 없어요   큰 거는 콩이에요   정사각형은 소고기고요   중간 크기는 가당연유예요   어떻게 알아?   냄새가 나잖아요   - 믿을 수가 있어야지
- 그래요?   예전에 '포트넘 앤드 메이슨'에서
일했어요   런던 최고의 매장이죠   경험 삼아 일을 해봤어요   뭘 건지는지 말이에요   - 뭘 건지는지?
- 네   거기서 노르웨이와 스웨덴
여자들을 많이 만났어요   한번은 호주 여자를 만났는데
리츠 호텔로 데리고 가더군요   돈도 다 냈어요   아버지가 작곡가래요   욕조가 얼마나 크고 멋지던지
거기선 못 할 게 없더군요   제가 돈을 내겠다니까
거절하더라고요   따님 있으세요?   네 근처에는 얼씬도
못 하게 할 거야   왜요?   난 그런 걸 허락할 수가 없거든   그런 거라뇨?   뭘 허락 못 하는데요?   통조림 따개나 줘   중간 크기가 가당연유라고?   몇 번 얘기해야 알죠?   여기요   진짜네   왜 제 근처에는 얼씬도
못 하게 할 거냐니까요   전 나름 훌륭한 교사예요   따님이 몇 명이에요?   따님들은 더 못된 짓도 할걸요   그 빌어먹을 조종사한테
그런 섬뜩한 표정을 지었군요   안셀, 내 딸들한테 집적거릴
생각일랑 마   이젠 저공비행을 못하는군   이게 있는 줄 몰랐으면 좋겠어   혼자 오네요   그래, 혼자 힘으로
우릴 처치하려나 봐   아저씨   우리랑 저 산들 사이에
뭐가 있을까요?   아무것도 없을걸   - 무슨 소리예요?
- 마을이 있으려나...   군인이나 정찰병은 없고요?   국경수비대는 있겠지   실은 모르죠?   그래   도대체 아는 게 뭐예요?   눈밭에서 자고 일어나도
죽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알아   누가 그랬는데요?   그렇게 해본 적 있대요?   무덤을 파고 거기서 자면
어떨까요?   저쪽으로 가는 게
더 낫겠어요   - 왜 그래?
- 빌어먹을   뭐가 웃겨요?   셔츠 자락에 묻으면 안 되는데   네 말이 옳다는 건 알지만
땅속은 안 내켜   알아요,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요   빨리 가자   배탈이 심각하면 안 되는데   나도 가당연유 때문에
배탈이 났어   빌어먹을, 독일군이야   모자를 잃어버렸어   둘 다 벗어날 순 없겠군   흩어질까요?   여기 누워 있는 편이 나아요   - 그렇게 해요
- 안 돼   더 좋은 수가 없잖아요   가만 누워서
밟고 지나가게 놔두라고?   이리 줘요   얼른 와요   어서 들어가요   네놈 충고를 따랐다가
죽을 뻔했잖아   그게 누구 때문이죠?   그놈의 헬기가 뜨면
독가스를 살포할 거야   그래서 어쩌자고요...   내가 왜 답을 제시해야 해?
그건 네놈 전문이잖아   런던에서 말로 여자들을
꼬드기면서 먹고살았다며?   그러니 뭔가 제시하는 건
네 전문 아냐?   지금 제정신 아니죠?   더러운 색마 같으니라고
넌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해   진작 감옥에 들어갔어야 해   - 정신 감정을 받아보세요
- 뭐?   이게 다 그놈의 피임약 때문이야   됐어   - 맞았어?
- 아뇨   저 멍청한 놈들이
우리를 봤나 보군   어서 와, 애송아   이리 오라고
얼른   이쪽으로   - 물이에요
- 우릴 못 볼 때까지 기다려   혼자 잘도 가네   이것 좀 봐   저놈 베개 밑에 넣어서
혼쭐나게 해야지   제발 입 좀 다물어요   조종사 놈을 잡으면...
두고 봐라, 얼간아!   이봐, 애송아
싹 다 태우려나 봐   눈 덮인 산으로는 못 데려가
거긴 너무 추워   어서 가, 어서
안녕   잘 가라, 사랑스러운 녀석아   총은?
총은 어디에 있냐니까!   안 들려?
진흙 때문에 귀가 막혔어?   - 귀 좀 닦아
- 네?   - 이제 들려?
- 네, 들려요   그놈의 총 어디 있어?   세상에, 농부들이었어   가엾은 농부들이 우릴 구했어   얼굴이 따끔거려요   그렇겠군   진흙이라도 좀 발라   그럼 물집이...
진흙을 발라   보여?   이번엔... 네 차례야   엄호해 줄게   좋아요   어서 가   처음에는 다들 그래   받아   여기 있을 거야   먹을 게 필요해요   분명히 여기 있어   어서 문 열어   부대 전체가 엉망이군
그러니 누가 말을 듣겠어!   다 없애버리고 싶어요   돌아갈래?   난 술이나 마셔야겠다   지금쯤이면 죽은 놈을 봤겠지?
징징대고 있을 거야   잠 좀 자요   비가 오니 놈들은 소굴 속에서
꼼짝도 안 하겠지?   눈 덮인 산은 얼마나 멀어요?   눈이 어디 있어?
다 녹았지   아저씨, 잠 좀 자자고요   여기선 안 돼   어서 올라와   부축해 줄게   모자가 있으면 좋을 텐데   손에 뼈만 앙상해요   - 짠맛이 나요
- 쳐다보지 마   동물들처럼 냄새가 나요
더러워 죽겠어요   맙소사,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알았어   이건 사는 게 아니에요
죽은 거나 다름없어요   괜한 짓을 했다고요   벌레처럼 기어 다니고
사람을 죽이고...   코도 맨손으로 풀어요   이 두 손으로 무자비하게
살인도 한다고요   알았어, 알았다고   세상에   맙소사   빌어먹을   짐승보다도 못해요   걱정할 것 없어   아내는 나보다 5살 연상이었어   난 여자들을 볼 때
얼굴 다음에는 다리를 봐   아내는 얼굴은 예뻤지만
다리는 영 아니었어   정맥류 증상이 있는데
애들 때문에 생긴 질환이지   늘 다리에 신경을 쓰며
면도를 했어   애들도 다리가 안 예뻐   엄마만큼이나 별로지   그래도 괜찮아
엄마를 닮아서 착하거든   어떻게 만났느냐 하면...   아내는 항상
미군이랑 데이트를 했지   한번은 아버지 비옷에
모자까지 쓰고 공중전화 박스로 갔어   그 사람이 집에 있을 시간에
전화를 해서 미국 억양으로 말했지   목소리를 깔고   일요일 오후 3시에 공원
야외 음악당에서 만나자고 했지   그때도 비가 왔는데   악단은 없었지만
아내가 나왔더군   난 16살
아내는 21살이었어   흰색 비옷을 입었는데   아버지 비옷에 모자까지 쓴
날 보자마자   아내는 눈물까지 흘리며 웃더군   그녀는 그냥 가버렸지만
난 계속 따라다녔어   그러다 미군이 돌아갔지   나도 입대했는데
2년 후에 휴가를 나왔어   술을 엄청 마셨지   어느 날 그 사람이
날 집에 데려다 줬어   그 뒤 난 멀리 파병을 나갔는데
아내가 편지를 쓰더군   1주일에 두 번...
오랫동안 떨어져 있었어   그 사람이...
37살 때였을 거야   그래, 37살 맞아   난... 어쨌든...   어느 일요일 밤에
그 공원으로 갔어   그리고 아내랑...   그 사람이 그러자고 했어   난 그날 아내를 내 여자로 만들었지
음악당 밑에서...   우리 애들은...   애들은 다...   난 이제 늙었어   그래, 늙었지   가자, 애송아   보이세요?   그래   안 믿었어요   어디 국경이지?   무슨 소리예요?   어디 국경인지 모르겠어
사실은 전혀 모르고 올라왔어   그놈들은 아니에요   가요   - 쏘지는 않겠지?
- 그럼요   그놈들이 아니에요
얼른 가요   어서 와요   빨리요, 성공했어요   어서 오세요   내가 막겠어   그럴 필요 없어요
어서 가요   그거 알아?
그동안 말이야...   전쟁 동안
아내는 날 기다렸어   바람 한 번 안 피웠지   어서 올라오세요
이제 다 끝났어요   자유의 몸이에요   어서 와요   빨리요   이리 올라오세요
어서요   자유의 몸이 돼서 돌아간 날
그 사람은 알더군   아무도 말하지 않았고
수만 킬로미터 떨어져 있었는데   장모님한테 전화해서...   어서 올라오세요
빨리   내 평생의 여인...   건조하군   여긴 공기가 건조해   아내가 장모님한테
천만다행이라고 했대   좋아, 이 검은 박쥐야   헛수고예요, 그냥 두세요   아저씨!   이놈아   아저씨, 저는 어쩌라고요?   어서 와   빨리 오너라, 이놈아!   기도나 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