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00:01:06,285 --> 00:01:09,420 - 하곱 자카리옹? - 네, 그렇습니다 2 00:01:09,421 --> 00:01:13,708 아락시 자카리옹 처녀 때 성은 불루티옹 3 00:01:13,709 --> 00:01:16,780 안나 불루티옹 가야네 불루티옹 4 00:01:17,005 --> 00:01:20,812 아자드 자카리옹 자카리옹 부부의 아들 5 00:01:20,962 --> 00:01:22,082 무국적자 6 00:01:23,300 --> 00:01:24,440 무국적자 7 00:01:25,680 --> 00:01:26,781 무국적자 8 00:02:15,917 --> 00:02:18,444 내 스무 살 생일의 추억은 어머니와 추던 왈츠 9 00:02:18,445 --> 00:02:21,004 그리고 이름이 새겨진 순금 반지로 선명하다 10 00:02:21,005 --> 00:02:23,916 난 사랑이 담긴 그 반지를 지금도 끼고 다닌다 11 00:02:23,917 --> 00:02:28,748 안나 이모와 가야네 이모는 어머니 같은 분들이셨고 12 00:02:28,748 --> 00:02:33,068 아버지는 힘들었던 유년기를 지탱해준 군인 같은 존재다 13 00:02:33,069 --> 00:02:36,460 난 '파라다이스' 가에서 가족들과 행복하게 지냈다 14 00:02:36,461 --> 00:02:39,180 그리고 그 행복이 영원할 것 같았지만 15 00:02:39,181 --> 00:02:41,324 하얗게 변해가는 부모님의 머리는 16 00:02:41,325 --> 00:02:44,876 영원이란 없음을 의미하는 것 같았다 17 00:02:47,021 --> 00:02:49,516 좋아, 아주 좋았어 18 00:02:49,517 --> 00:02:55,724 마지막 장면은 세 박자 왈츠처럼 진행됐으면 좋겠어 19 00:02:55,725 --> 00:03:00,684 첫 박자는 가난한 가족들이 선물해준 20 00:03:00,685 --> 00:03:04,108 순금 반지에 대한 놀라움의 표현이고 21 00:03:04,109 --> 00:03:08,716 두 번째 박자는 어머니의 결혼반지와 22 00:03:08,716 --> 00:03:11,691 아버지의 반지가 사라진 걸 알았을 때의 느낌일세 23 00:03:11,692 --> 00:03:16,844 부모님의 반지를 녹여서 만들었으니 얼마나 소중한지 짐작되겠지? 24 00:03:16,845 --> 00:03:21,228 마지막은 감사의 표현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 순간인데 25 00:03:21,229 --> 00:03:27,244 결국 말로 표현하는 대신 어머니와 왈츠를 추기로 하지 26 00:03:27,245 --> 00:03:29,164 느린 곡으로 부탁해요 27 00:03:29,165 --> 00:03:33,740 좀 더 부드럽게 긴장을 풀고 28 00:03:33,741 --> 00:03:38,252 행복한 느낌으로 알겠나? 29 00:03:41,549 --> 00:03:45,195 4분의 3박자 리듬으로... 30 00:03:45,196 --> 00:03:53,388 처음에는 수줍은 듯하다가 차츰 왈츠의 리듬에 몰입하지 31 00:03:53,389 --> 00:03:55,532 다시 한번 정리해 보겠네 32 00:03:55,533 --> 00:03:59,468 한 청년이 가족으로부터 소중한 선물을 받았어 33 00:03:59,469 --> 00:04:04,395 그래서 감사의 의미로 어머니와 춤을 추는 장면이지 34 00:04:04,396 --> 00:04:08,364 무도장이 된 거리는 웃음소리로 가득차고... 35 00:04:08,365 --> 00:04:09,356 이해하겠나? 36 00:04:09,357 --> 00:04:10,828 수고들 했네 37 00:04:18,253 --> 00:04:20,396 - 안녕하세요, 피에르 - 안녕, 에브 38 00:04:20,397 --> 00:04:23,436 - 좋아 보이네요 - 일주일만 젊었어도... 39 00:04:23,437 --> 00:04:27,948 옛날 유머예요 준비 됐죠? 40 00:04:27,949 --> 00:04:29,132 물론이죠 41 00:04:29,133 --> 00:04:33,836 - 장 폴, 준비 됐어요 - 에브, 5초 뒤에 시작합니다 42 00:04:33,837 --> 00:04:38,412 5, 4, 3... 43 00:04:38,413 --> 00:04:43,851 연극 '슈발리에'의 작가이신 피에르 자카르 씨를 모셨습니다 44 00:04:43,852 --> 00:04:46,668 막이 내릴 때 춤을 추는 45 00:04:46,669 --> 00:04:49,356 주인공의 나이가 스무 살이라고 하던데요 46 00:04:49,357 --> 00:04:51,468 피에르 자카르 씨는 자신의 본명을 47 00:04:51,469 --> 00:04:53,420 '아자드 자카리옹'이라고 밝히신 바 있습니다 48 00:04:53,421 --> 00:04:57,740 지난 20년간 피에르 씨의 작품들은 전 세계의 무대에 올려졌죠 49 00:04:57,741 --> 00:05:05,324 '알 수 없는 남자', '시라쿠사의 약속' '무국적 사나이', '초록 물고기' 50 00:05:05,325 --> 00:05:12,236 '엘렉트라', '베니키아의 여인' 가장 최근작인 '슈발리에'까지... 51 00:05:12,237 --> 00:05:14,764 그런데 '슈발리에'에 등장하는 반지와 52 00:05:14,765 --> 00:05:17,868 피에르 씨의 반지에 담긴 사연도 같다면서요? 53 00:05:17,868 --> 00:05:23,692 그렇다면 '슈발리에'는 자전적인 이야기로 봐야겠군요 54 00:05:23,693 --> 00:05:28,364 - 그건 좀 곤란하죠 -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55 00:05:29,357 --> 00:05:32,715 작가가 내용 속에 자신을 직접 드러내면 56 00:05:32,716 --> 00:05:36,012 연극은 힘을 잃죠 그래선 안 됩니다 57 00:05:36,013 --> 00:05:38,668 간접적으로 드러낼 순 있지 않나요? 58 00:05:38,669 --> 00:05:42,700 연극에 있어서 중요하지 않은 캐릭터가 어디 있겠습니까 59 00:05:42,701 --> 00:05:47,019 '나'라는 캐릭터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역할만 하죠 60 00:05:47,020 --> 00:05:51,884 수없이 대답했던 질문이겠지만 다시 한번 더 묻겠어요 61 00:05:51,885 --> 00:05:56,332 피에르 씨는 20살 때 62 00:05:56,333 --> 00:06:02,123 앞길이 보장된 엔지니어로서의 길을 포기하고 63 00:06:02,124 --> 00:06:09,612 왜 갑자기 아무런 보장도 없는 극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나요? 64 00:06:10,893 --> 00:06:13,708 갑자기 결정한 건 아닙니다 65 00:06:13,709 --> 00:06:17,004 당신이 아주 놀라운 경험을 했다고 가정해보죠 66 00:06:17,005 --> 00:06:20,428 마음속을 떠나지 않고 계속 떠오른다면 67 00:06:20,429 --> 00:06:22,924 그 일을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할 겁니다 68 00:06:23,917 --> 00:06:27,148 당신에게 있어서 놀라운 경험은 뭐죠? 69 00:06:30,029 --> 00:06:34,700 10살 때 본 그레타 가르보 주연의 '크리스티나 여왕'이죠 70 00:06:34,701 --> 00:06:38,699 감독이 '루벤 마모울리언'인데 아르메니아 사람이래 71 00:06:38,700 --> 00:06:40,971 - 아직 못 봤어? - 영화를 본 적이 없어 72 00:06:40,972 --> 00:06:42,028 가자! 73 00:06:43,021 --> 00:06:45,483 그레타 가르보의 '크리스티나 여왕' 74 00:06:48,108 --> 00:06:50,219 - 안녕, 까롤 - 안녕, 에브 75 00:06:50,220 --> 00:06:52,236 - 잘 지냈죠? - 덕분에요 76 00:06:52,237 --> 00:06:55,979 - 작품 어땠어요? - 좋았어요, 항상 그랬지만 77 00:06:55,980 --> 00:07:00,012 주인공 가족의 어려웠던 시절 이야기는 비중 있게 다루지 않았더군요 78 00:07:00,013 --> 00:07:03,084 이민자 가족의 수난사가 이번 작품의 주제야 79 00:07:03,085 --> 00:07:06,828 알고 있어요 전 당신 작품의 팬으로서... 80 00:07:06,829 --> 00:07:10,379 전 그만 가볼게요 할 일이 태산이라 81 00:07:10,380 --> 00:07:12,555 - 잘 가요, 에브 - 또 봐요 82 00:07:12,556 --> 00:07:15,691 전 그 부분을 좀 더 세심하게 다뤄줬으면 했어요 83 00:07:15,692 --> 00:07:18,444 그래야 관객들이 좋아할 테니까요 84 00:07:18,445 --> 00:07:22,411 관객들에게 거부감을 줘서 흥행에 실패할지도 모르잖아? 85 00:07:22,412 --> 00:07:25,547 그렇군요, 아 참! 어머님께서 전화를 하셨어요 86 00:07:25,548 --> 00:07:28,619 내일 오전에 아버님이 오셔서 시사회를 관람하신대요 87 00:07:28,620 --> 00:07:33,579 - 혼자서? - 한 분은 가게를 지키시겠죠 88 00:07:33,580 --> 00:07:37,867 그래서 호텔 스위트룸으로 예약해 뒀어요 89 00:07:37,868 --> 00:07:40,268 아버님께 잘해 드리세요 90 00:07:41,612 --> 00:07:45,228 난 아버지의 마음을 이미 알고 있었다 91 00:07:45,229 --> 00:07:48,524 아버지께서는 궁궐 같은 호텔보다 92 00:07:48,525 --> 00:07:51,371 아들 집에 있는 작은 방을 원하실 것이다 93 00:07:51,372 --> 00:07:53,739 하지만 까롤은 호텔을 선택했다 94 00:07:54,956 --> 00:08:01,292 까롤은 일상의 궂은 일들을 우아하고 신중하게 비켜간다 95 00:08:01,293 --> 00:08:05,003 그것이 아내의 장기였다 96 00:08:05,004 --> 00:08:09,388 그녀는 내 친구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지만 97 00:08:09,389 --> 00:08:12,268 그녀가 선택한 남자는 바로 나였다 98 00:08:13,869 --> 00:08:18,539 하지만 난 무엇 때문에 그녀와 결혼한 것일까? 99 00:08:18,540 --> 00:08:23,820 돌이켜 보면 누구도 그녀를 아내로 선택할 수는 없었다 100 00:08:23,821 --> 00:08:26,604 선택은 오직 그녀만 할 수 있었다 101 00:08:26,605 --> 00:08:30,252 난 그녀를 에비앙에 있는 로얄 호텔에서 만났다 102 00:08:30,253 --> 00:08:33,036 가야네 이모가 돌아가신 해이기도 하다 103 00:08:33,037 --> 00:08:36,235 가야네 이모는 평생을 조용히 살다가 104 00:08:36,236 --> 00:08:40,427 쓸쓸하게 돌아가셨다 105 00:08:40,428 --> 00:08:44,588 난 부모님과 레만 호수에서 3주간 휴가를 보내기로 하고 106 00:08:44,589 --> 00:08:48,428 먼저 도착하신 부모님께 곧 합류 한다고 약속했다 107 00:08:53,420 --> 00:08:55,179 아자드! 108 00:08:59,532 --> 00:09:02,124 네가 오지 않을까봐 걱정했단다 109 00:09:02,125 --> 00:09:05,291 호텔에서 그러는데 이번 시즌은 오늘까지만 영업을 한다더구나 110 00:09:05,292 --> 00:09:07,980 네, 저도 알아요 사정이 있어서 늦었어요 111 00:09:07,981 --> 00:09:10,828 - 휴가는 잘 보내셨어요? - 아주 즐거웠단다 112 00:09:10,829 --> 00:09:14,316 방도 화려하고 음식도 훌륭했어 113 00:09:14,317 --> 00:09:19,404 주방장이 매일 묻더구나 '아드님은 언제 오시죠?' 114 00:09:24,652 --> 00:09:28,044 - 아버지는요? - 3일만 묵고 가셨어 115 00:09:28,045 --> 00:09:33,612 객실 요금을 보셨다면 당장 나가셨을 게다 116 00:09:33,613 --> 00:09:35,563 엄청나게 비싸던데 117 00:09:35,564 --> 00:09:39,755 사나흘만 묵어도 충분하다고 너에게 전화하려고 했는데 118 00:09:39,756 --> 00:09:42,411 전화 연결이 안 된다고 해서 그냥 묵으면서 기다렸단다 119 00:09:42,412 --> 00:09:46,827 아버지는 언제나 절 믿어주셨잖아요 120 00:09:46,828 --> 00:09:50,955 그래서 어릴 적부터 저를 어른 취급하신 거 아닌가요? 121 00:09:50,956 --> 00:09:55,276 부엌 장식장에 있던 허름한 금고는 기억나세요? 122 00:09:55,277 --> 00:10:00,684 그 안에 우리 가족의 전 재산을 모아둔 상자가 있었죠 123 00:10:00,685 --> 00:10:04,459 어머님은 항상 그 금고를 열고 '알아서 꺼내가렴' 하셨잖아요 124 00:10:04,460 --> 00:10:07,371 그래, 하지만 125 00:10:07,372 --> 00:10:11,787 우린 이 호텔의 하루치 숙박료도 감당하지 못하겠더라 126 00:10:13,069 --> 00:10:18,220 저것 좀 봐 머리가 어떻게 된 사람들 아니니? 127 00:10:21,580 --> 00:10:27,083 - 헬기로 호텔에 온 사람이 있다니! - 놀라운데요 128 00:10:27,084 --> 00:10:29,388 넌 어떻게 왔니? 129 00:10:29,389 --> 00:10:34,956 아, 저야 기차로 왔죠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요 130 00:10:34,957 --> 00:10:39,244 아자드, 난 우리 아들 머리가 어떻게 됐는지 몰랐다 131 00:10:39,245 --> 00:10:41,803 그럼 제 거짓말도 들통이 난 셈이군요 132 00:11:17,964 --> 00:11:22,188 - 제가 주웠는데, 당신 건가요? - 아, 감사합니다 133 00:11:22,189 --> 00:11:27,500 각 낱장으로는 별 가치가 없지만 제 퍼즐에서 빠지면 아주 곤란하죠 134 00:11:27,501 --> 00:11:30,476 그 퍼즐이란 게 뭔지 알 수는 없지만 135 00:11:30,477 --> 00:11:34,476 '시라쿠사의 약속'처럼 성공하길 기원할게요 136 00:11:34,700 --> 00:11:36,748 그 연극을 아주 좋아해요 137 00:11:36,749 --> 00:11:40,588 마지막 장면이 충격적이라서 눈물을 흘렸었죠 138 00:11:40,589 --> 00:11:44,459 - 이 작품의 마지막은 어떻죠? - 둘 중 하나겠죠 139 00:11:44,460 --> 00:11:47,787 장기 공연을 해서 흥행에 성공하든가 140 00:11:47,788 --> 00:11:51,659 한 달만 공연하고 끝날 수도 있겠죠 141 00:11:52,524 --> 00:11:57,483 성공하게 될 거예요 좋은 밤 되세요 142 00:11:57,484 --> 00:11:59,020 고맙습니다 143 00:12:41,517 --> 00:12:43,371 아자드 왔니? 144 00:12:43,372 --> 00:12:47,595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구나 평생 일찍 잠든 적이 없는데... 145 00:12:47,596 --> 00:12:49,452 호숫가라서 다른가 보다 146 00:12:49,580 --> 00:12:53,067 남들보다 40년 이상은 주무시지 못했을 거예요 147 00:12:53,068 --> 00:12:57,867 제가 열 살 때 식료품점의 델마 부인이 그러셨죠 148 00:12:57,868 --> 00:13:04,843 '너희 부모님은 밤마다 불 끄는 걸 잊으시나 보더라' 149 00:13:04,844 --> 00:13:10,699 두 분이 밤까지 일을 하신다고는 말씀드리지 못하겠더라고요 150 00:13:10,700 --> 00:13:13,131 정말 옛날 얘기로구나! 151 00:13:18,188 --> 00:13:21,547 - 지휘자가 인사를 하는구나 - 오... 152 00:13:21,548 --> 00:13:24,524 어제까지만 해도 연주자가 열두 명이었던 거 아니? 153 00:13:24,525 --> 00:13:27,627 열두 명씩이나요? 굉장한 규모로군요! 154 00:13:27,628 --> 00:13:31,307 아자드, 그만! 항상 농담을 하는구나 155 00:13:31,308 --> 00:13:34,411 '베를린 필하모니' 같았다는 말이 아니야 156 00:13:38,572 --> 00:13:42,187 - 아자드, 우스꽝스럽잖니 - 어머니, 우리뿐이잖아요 157 00:13:42,188 --> 00:13:47,947 호텔은 내년에나 다시 오픈해요 다른 손님도 없고요 158 00:14:36,108 --> 00:14:38,540 - 잘 자거라, 아자드 - 네, 어머니 159 00:14:38,541 --> 00:14:41,995 나갈 땐 스웨터를 입으렴 바람이 차갑더라 160 00:14:52,268 --> 00:14:56,331 원고 보관 잘 하세요 제가 늘 챙길 수는 없으니까요 161 00:14:57,932 --> 00:15:00,491 난 파리에 돌아가서야 그녀의 이름을 알게 됐다 162 00:15:00,492 --> 00:15:02,892 그녀가 호텔에서 엽서를 보낸 것이다 163 00:15:02,892 --> 00:15:06,123 그녀는 '스트레자' 시 '라그 마쥬르'에 살았다 164 00:15:06,124 --> 00:15:09,931 '다른 호수에서는 지난번 같은 감흥이 없군요' 165 00:15:09,932 --> 00:15:15,563 '더 이상 당신의 원고도 흩날리지 않고요 - 까롤' 166 00:15:19,916 --> 00:15:27,339 몇 달 뒤, '무국적 사나이'의 오프닝 파티에서 그녀를 만났다 167 00:15:27,340 --> 00:15:33,995 그녀는 막 이혼을 했었고 '우연히 만나서 반갑다'고 했다 168 00:15:33,996 --> 00:15:38,987 우리가 나중에 다시 만날 때 우연히 만난 게 아니었다 169 00:15:38,988 --> 00:15:41,900 그녀와의 만남은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170 00:15:41,900 --> 00:15:45,067 그날 난 그녀와 함께 파리의 유명한 양복점에 들렀다 171 00:15:45,068 --> 00:15:46,667 정확히 말하자면 그녀가 날 데려갔다 172 00:15:46,668 --> 00:15:50,571 그녀의 말을 빌자면 내 차림새를 바꾸러 간 셈이다 173 00:15:50,572 --> 00:15:55,499 내가 어렸을 적에 유독 좋아했던 옷감은 174 00:15:55,500 --> 00:16:01,419 포플린, 제퍼, 체크무늬 옥스퍼드, 코튼 크레이프 등이었다 175 00:16:01,420 --> 00:16:05,196 굉장하군요, 자카르 선생님 셔츠 전문가 수준이십니다 176 00:16:05,197 --> 00:16:07,787 어디서 그런 것들을 배우셨나요? 177 00:16:07,788 --> 00:16:12,043 아주 오래 전 일이죠 나중에 말씀드릴게요 178 00:16:12,044 --> 00:16:15,819 - 고르신 옷들은 맘에 드십니까? - 네 179 00:16:15,820 --> 00:16:20,075 - 부인께서는 그다지... - 제가 선호하는 색상이죠 180 00:16:20,076 --> 00:16:23,755 알겠습니다, 그럼 따라오시죠 치수를 재드리죠 181 00:16:26,636 --> 00:16:29,899 어두운 회색, 어두운 파랑... 182 00:16:29,900 --> 00:16:35,115 밝은 색 넥타이에 어울리게 밝은 옷으로 좀 고르세요 183 00:16:35,116 --> 00:16:37,963 아, 미안해요 제가 바보처럼 구네요 184 00:16:37,964 --> 00:16:43,563 당신 아내라도 되는 것처럼 무례하게 처신을 했죠? 185 00:16:44,492 --> 00:16:47,211 그리고 석 달 뒤 우린 결혼을 했다 186 00:17:28,844 --> 00:17:32,363 아버지, 침대칸으로 오시라고 말씀드렸잖아요 187 00:17:32,364 --> 00:17:36,907 제 아무리 침대칸이라도 기차에서는 잠을 못 잔다 188 00:17:36,908 --> 00:17:39,019 겨우 3시간 거리인데... 189 00:17:39,020 --> 00:17:42,187 - 다리만 펼 수 있으면 그만이지 - 제가 들게요 190 00:17:45,388 --> 00:17:50,155 네 엄마한테 도착 시간을 말하지 말라고 일러뒀는데 191 00:17:50,156 --> 00:17:53,547 네가 기차역까지 마중 나와서 쓸데없이 시간을 버릴 테니까... 192 00:17:53,548 --> 00:17:58,379 어머니가 가르쳐주신 거 아니에요 아침에 도착하는 열차는 하나뿐이죠 193 00:17:58,380 --> 00:18:02,635 아자드, 나도 네 주소를 알아 택시는 혼자서도 탈 수 있고 194 00:18:02,636 --> 00:18:07,275 까롤이 저희 집 대신 더 멋진 곳을 준비했어요 195 00:18:16,172 --> 00:18:18,955 까롤이 예약한 곳을 보고 너무 놀란 나머지 196 00:18:18,956 --> 00:18:22,027 아버지를 집에 모시지 못한다는 사실조차 잊고 말았다 197 00:18:22,028 --> 00:18:25,195 첫 번째 침실입니다 따라오시죠... 198 00:18:37,580 --> 00:18:40,299 두 번째 침실입니다 욕실은 이쪽에도 있습니다 199 00:18:40,300 --> 00:18:43,019 - 그만 됐습니다 - 알겠습니다 200 00:18:43,020 --> 00:18:45,035 편히 쉬도록 하세요 201 00:18:49,644 --> 00:18:51,275 그쪽에 내려놓으세요 202 00:18:53,420 --> 00:18:54,667 감사합니다 203 00:18:55,468 --> 00:18:57,643 좀 앉으세요 204 00:19:07,244 --> 00:19:11,371 아자드, 내가 혼자 묵는다고 말했니? 205 00:19:11,372 --> 00:19:14,155 까롤이 경솔했군요 206 00:19:14,156 --> 00:19:19,819 아내가 좀 지나친 면이 있죠 한잔 하시겠어요? 207 00:19:19,820 --> 00:19:23,883 괜찮다, 아이들은 잘 지내고? 208 00:19:24,268 --> 00:19:27,499 언제쯤 만날 수 있겠니? 209 00:19:27,500 --> 00:19:30,699 아이들 학교가 며칠간 방학을 해서 210 00:19:30,700 --> 00:19:33,899 까롤이 애들 데리고 바람 좀 쐬러 갔어요 211 00:19:33,900 --> 00:19:37,515 장모님이 계시는 노르망디로요 212 00:19:37,515 --> 00:19:41,227 아, 그렇군 애들이 좋아하겠어 213 00:20:08,983 --> 00:20:13,590 - 까롤에게 주렴 - 이런, 실크 숄이잖아요! 214 00:20:13,591 --> 00:20:15,733 어머니가 만드신 거죠? 215 00:20:18,487 --> 00:20:24,534 우리 손자 '아드리안'과 손녀 '샬로뜨'한테 줄 선물이다 216 00:20:33,079 --> 00:20:37,109 - 그리고 이건 네 선물 - 아버지, 곤란한데요 217 00:20:37,110 --> 00:20:41,430 이렇게 멋진 실크 셔츠를 오랫 동안 30벌은 더 받았을 거예요 218 00:20:41,431 --> 00:20:48,182 네 엄마는 네가 다른 곳에다 옷을 주문할까봐 걱정이 태산이란다 219 00:20:48,183 --> 00:20:51,318 이건 '바클라바' 과자 220 00:20:52,822 --> 00:20:55,349 - '보우마' 과자 - 음... 221 00:20:57,943 --> 00:21:01,717 이건 건드리지 말거라 아드리안과 샬로뜨 거니까 222 00:21:01,718 --> 00:21:04,086 애들이 좋아할 거다 223 00:21:10,039 --> 00:21:14,838 그리고 이건 네가 좋아하는 '도르마'야 224 00:21:23,479 --> 00:21:27,958 아자드, 무슨 문제라도 있니? 뭐라고 말하는 거니? 225 00:21:27,959 --> 00:21:30,646 입에 뭐가 들어있어서 그래요 226 00:21:30,647 --> 00:21:33,878 이렇게 맛있는 음식은 어머니만 만들 수 있죠 227 00:21:33,879 --> 00:21:37,430 즈푀 부인이 재배한 걸 직접 보내주셨단다 228 00:21:37,431 --> 00:21:42,326 아주 신선한 재료라서 살살 녹을 거야 229 00:21:42,327 --> 00:21:46,198 오늘 무슨 언짢은 일이라도 있니? 230 00:21:46,199 --> 00:21:51,126 별일은요, 60억 인구가 어디선가 자고 일어나고 231 00:21:51,127 --> 00:21:55,318 울고 웃고 죽고... 특별할 것도 없죠 232 00:21:55,319 --> 00:21:59,158 그 중에 몇백 명 정도만 어떤 연극을 볼 텐데 233 00:21:59,159 --> 00:22:01,430 '비중 없는 행사'쯤 되겠죠 234 00:22:01,431 --> 00:22:05,398 쉬운 말을 어렵게 하는 거 보니까... 235 00:22:05,399 --> 00:22:07,957 떨려서 그래요 236 00:22:07,958 --> 00:22:12,086 하지만 아버지가 오셨으니 이젠 든든해요 237 00:22:12,087 --> 00:22:14,966 아버지와 맥심에서 점심을 먹으려고요 238 00:22:14,967 --> 00:22:18,294 까롤도 올 거예요 239 00:22:18,295 --> 00:22:22,646 네, 또 연락드릴게요 240 00:22:22,647 --> 00:22:26,582 보내주신 선물은 정말 고마워요 241 00:22:26,583 --> 00:22:30,645 알겠어요, 어머니 그만 들어가세요 242 00:22:42,807 --> 00:22:46,198 내가 혼자 있고 싶을 때마다 아버지는 자리를 비켜주셨다 243 00:22:46,199 --> 00:22:50,293 점심 식사 후에 아버지는 '파리의 독신남'이 되고 싶으시다며 244 00:22:50,294 --> 00:22:54,293 우아한 핑계를 대시고는 시내 구경을 나가셨다 245 00:22:54,742 --> 00:22:56,950 '슈발리에' 피에르 자카르 246 00:23:10,935 --> 00:23:14,390 아버지는 오후 내내 대로변에서 지내실 것이다 247 00:23:14,391 --> 00:23:20,182 당신 아들의 이름이 빛나는 네온사인을 바라보면서... 248 00:23:37,527 --> 00:23:38,646 네 249 00:23:40,470 --> 00:23:42,133 손님은 사양입니다 250 00:23:42,134 --> 00:23:46,070 어떤 신사분이 선생님의 어렸을 적 친구라고... 251 00:23:48,727 --> 00:23:53,942 알렉산더 빠제스! 일곱 살 때 친구다 252 00:23:53,943 --> 00:23:59,446 30여 년의 세월이 흐른 후 그가 날 찾아왔다 253 00:24:00,599 --> 00:24:02,230 생 일레르 학교 254 00:24:02,487 --> 00:24:05,142 그날 마르세유에는 폭설이 내렸다 255 00:24:05,174 --> 00:24:10,133 마을 사람들은 40년마다 찾아오는 폭설이라고 말했다 256 00:24:10,134 --> 00:24:13,109 가야네 이모가 날 마중나왔다 257 00:24:23,447 --> 00:24:26,742 - 이걸 걸치렴 - 안 추워요 258 00:24:26,743 --> 00:24:30,101 처음에는 잘 느끼지 못하지만 나중에는 뼛속까지 시리게 돼 259 00:24:30,102 --> 00:24:34,262 - 그러면 이미 늦은 거야 - 안 춥다니까요 260 00:24:34,263 --> 00:24:35,445 좋아 261 00:24:39,382 --> 00:24:40,822 부인! 262 00:24:41,079 --> 00:24:44,470 안녕하세요, 부인 전 '알렉산더'의 엄마예요 263 00:24:44,471 --> 00:24:46,326 아드님인가 보죠? 264 00:24:46,327 --> 00:24:48,629 이분은 엄마가 아니에요 265 00:24:53,715 --> 00:24:57,011 '엄마가 아니에요'라고 말하고 덧붙일 말이 있었다 266 00:24:57,011 --> 00:24:59,955 '이분은 가야네 이모예요 엄마 같은 분이죠' 267 00:24:59,956 --> 00:25:01,906 하지만 그 말을 못했다 268 00:25:01,907 --> 00:25:06,739 부인의 은여우 코트를 보고 소심해졌기 때문이다 269 00:25:07,828 --> 00:25:09,938 알렉산더, 어서 타렴 270 00:25:09,939 --> 00:25:13,106 난 바로 그날 결심했다 나중에 어른이 되면 271 00:25:13,107 --> 00:25:16,562 하인이 해주는 요리를 먹고 시중을 받겠다고 272 00:25:21,076 --> 00:25:25,459 난 가야네 이모에게 미안해서 고개도 못 들고 걸었는데 273 00:25:25,459 --> 00:25:28,243 이모는 눈치 채지 못했다 274 00:25:30,324 --> 00:25:32,818 가야네 이모 할 말이 있어요 275 00:25:32,819 --> 00:25:35,827 이렇게 지체하면 안 돼 감기에 걸릴지도 몰라 276 00:25:35,828 --> 00:25:37,874 지금 말해야겠어요 277 00:25:37,875 --> 00:25:41,075 좀 미안한 얘기라서요 278 00:25:41,076 --> 00:25:44,338 하지만 지금이라도 말해야겠죠? 279 00:25:44,339 --> 00:25:46,835 그래, 말해봐 280 00:25:50,163 --> 00:25:54,898 - 무슨 말을 하고 싶은데? - 이모 말이 옳은 것 같아요 281 00:25:54,899 --> 00:26:00,243 - 좀 추운 것 같아요 - 내가 그랬잖니! 282 00:26:00,244 --> 00:26:02,130 자, 집까지 뛰어가자 283 00:26:07,987 --> 00:26:10,643 왜 그 부인이 나에게 직접 말하지 않았을까? 284 00:26:10,644 --> 00:26:13,234 - 모르겠어 - 행색이 어땠는데? 285 00:26:13,235 --> 00:26:19,187 내가 엄마가 아니라고 하니까 곧바로 사라져서 잘 못 봤어 286 00:26:20,148 --> 00:26:25,043 - 아자드, 친구들과 문제가 있니? - 아뇨, 전혀 없어요 287 00:26:25,044 --> 00:26:29,554 친구들하고 문제라도 있으면 엄마는 정말 속상할 거야 288 00:26:29,555 --> 00:26:32,019 그런 거 없다니까요 289 00:26:32,020 --> 00:26:37,138 - 확실하지? - 네, 그럼요 290 00:26:37,139 --> 00:26:40,882 아락시, 네가 부인을 만나서 뭘 원하는지 알아보려무나 291 00:26:43,380 --> 00:26:46,163 다음날, 어머니가 날 마중하러 직접 오셨다 292 00:26:46,164 --> 00:26:49,555 2등석 티켓을 가지고 1등석에 탄 것처럼 293 00:26:49,556 --> 00:26:52,242 어머니와 나는 불안하기만 했는데 294 00:26:52,243 --> 00:26:56,498 계속 그러다간 큰 창피라도 당할 것 같았다 295 00:26:56,499 --> 00:26:59,059 '은여우' 부인이 나타났다 296 00:26:59,060 --> 00:27:01,842 돌아보지 마세요 그 부인이 나타났어요 297 00:27:05,524 --> 00:27:07,987 부인이 걸친 건 '여우'가 아니었다 298 00:27:07,988 --> 00:27:11,379 이번에는 양털 코트를 입고 있었다 299 00:27:21,907 --> 00:27:24,082 - 자카리옹 부인이세요? - 네, 부인 300 00:27:24,083 --> 00:27:28,018 전 알렉산더의 엄마예요 반 친구들을 초대하려고요 301 00:27:28,019 --> 00:27:30,163 목요일 오후에 조촐한 다과회를 열 예정이거든요 302 00:27:30,163 --> 00:27:33,522 아드님을 저희 집으로 초대했으면 하는데요 303 00:27:33,523 --> 00:27:36,787 감사합니다, 부인 그렇게 배려해 주시다니 304 00:27:36,788 --> 00:27:38,963 감사합니다 305 00:27:38,964 --> 00:27:42,482 목요일 오후 3시란다 괜찮겠지? 306 00:27:42,483 --> 00:27:45,970 부인이 뿌린 향수 때문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307 00:27:47,027 --> 00:27:50,739 - 파라다이스 가 412번지로 오세요 - 감사합니다, 부인 308 00:27:51,604 --> 00:27:54,931 어머니는 감사하다는 말을 연거푸 두세 번이나 하셨는데 309 00:27:54,932 --> 00:28:00,562 내가 보기에는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다 310 00:28:02,772 --> 00:28:08,115 '어린 왕자'의 파티준비는 일요일부터 시작됐다 311 00:28:08,116 --> 00:28:11,730 '여왕'에게 바칠 선물은 가족회의로 결정됐는데 312 00:28:11,731 --> 00:28:16,307 동양 최고의 과자인 '바클라바'였다 313 00:28:16,308 --> 00:28:21,330 예술 작품을 다루듯 만드느라 일요일 반나절이 걸렸다 314 00:29:06,995 --> 00:29:09,138 가야네, 시럽! 315 00:29:21,299 --> 00:29:25,554 2-3일간 창 밖에서 말리면 설탕이 굳을 거야 316 00:29:25,555 --> 00:29:26,995 목요일이면 완벽해져! 317 00:29:30,259 --> 00:29:32,882 영광의 날이 다가왔다 318 00:29:32,883 --> 00:29:36,146 가족들은 내 몸을 깨끗이 씻겨줬다 319 00:29:36,147 --> 00:29:42,226 머리부터 시작해서 얼굴, 목, 팔, 발끝까지... 320 00:29:42,227 --> 00:29:46,386 몸 전체를 씻는 목욕은 일요일에 하곤 했다 321 00:29:46,387 --> 00:29:50,866 하지만 목요일에 했으니 평소보다 3일이나 일찍 한 셈이다 322 00:29:50,867 --> 00:29:53,458 '왕자님'의 파티를 위해서였다 323 00:30:06,803 --> 00:30:11,122 - 17조각이면 충분할까? - 그럼요, 언니 324 00:30:12,468 --> 00:30:15,762 자, 새로 만든 셔츠야! 325 00:30:17,939 --> 00:30:21,490 아자드, 네가 선물한 '바클라바'는 먹지 말거라 326 00:30:21,491 --> 00:30:24,274 넌 집에서 많이 먹었다고 하고 친구들에게 양보하렴 327 00:30:24,275 --> 00:30:27,602 물론이죠, 안 먹을 거예요 328 00:30:29,011 --> 00:30:32,914 - 아자드, 긴 양말을 신으렴 - 긴 양말이요? 329 00:30:32,915 --> 00:30:37,106 - 그럼, 밖이 얼마나 추운데 - 집 안에서만 있을 건데요? 330 00:30:37,107 --> 00:30:40,146 그 집까지 가려면 걸어가야 하는데 331 00:30:40,147 --> 00:30:43,602 - 이틀 전에 눈이 왔잖니? - 눈도 그쳐서 안 추워요 332 00:30:43,603 --> 00:30:47,666 네 말이 맞긴 하지만 눈이 또 올지도 모르잖아 333 00:30:48,115 --> 00:30:51,346 - 어서 신어! - 애들이 뭐라고 하겠어요? 334 00:30:51,347 --> 00:30:57,235 네가 감기에 걸릴까봐 염려하는 가족이 있다고 생각하겠지 335 00:31:01,907 --> 00:31:03,762 알렉산더의 어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336 00:31:03,763 --> 00:31:06,579 '파라다이스 가 412번지로 오세요' 337 00:31:06,579 --> 00:31:12,658 정확하게 말하려면 '알렉산더 공작과 공작부인의 저택'이라고 했어야 했다 338 00:31:12,659 --> 00:31:15,058 그런데 번지수만 말했던 이유는 339 00:31:15,059 --> 00:31:19,794 알렉산더의 저택이 고급 주택가에 있었기 때문이다 340 00:31:20,627 --> 00:31:23,826 - 사람들이 음식을 권유하면... - 알아요, 엄마 341 00:31:23,827 --> 00:31:28,178 처음에는 '괜찮다'고 거절하고 두 번째 권유도 거절해요 342 00:31:28,179 --> 00:31:34,610 그리고 세 번째 권유를 받은 후에야 '알겠습니다'라고 말하죠 343 00:31:34,611 --> 00:31:37,874 시럽을 발라뒀으니까 똑바로 들어야 해 344 00:31:37,875 --> 00:31:39,922 부인이 고맙다고 하면 이렇게 말하렴 345 00:31:39,923 --> 00:31:43,602 '부인, 대단한 건 아니고 우리 집 명물 과자예요' 346 00:31:43,603 --> 00:31:47,890 - 집에는 어떻게 돌아가요? - 여기서 기다릴 테니 걱정 마 347 00:31:47,891 --> 00:31:49,298 재미있게 놀다 오렴 348 00:31:53,459 --> 00:31:56,306 난 '은여우' 부인을 만나고 나서야 알게 됐다 349 00:31:56,339 --> 00:32:00,210 부유층을 만나면 상처를 받는다는 사실을 350 00:32:00,211 --> 00:32:06,546 난 알렉산더의 친구가 아니고 알렉산더도 내 친구가 아닌데 351 00:32:06,547 --> 00:32:09,394 이런 초대가 무슨 의미란 말인가? 352 00:32:17,715 --> 00:32:19,410 어서 오세요 353 00:32:23,475 --> 00:32:28,402 - 코트를 벗어 주시겠어요? - 아르메니아 특산품이에요 354 00:32:33,427 --> 00:32:35,634 준비, 간다! 355 00:32:56,339 --> 00:32:59,986 오... 미스 자카리옹! 356 00:33:04,435 --> 00:33:06,898 숙녀분이 납시다니 영광입니다 357 00:33:06,899 --> 00:33:10,802 아랍 여자 '트라바자' '트라바자 보노' 358 00:33:10,803 --> 00:33:13,938 네 손가락을 사발에 넣어라 그리고 뜨거운지 말해 봐 359 00:33:13,939 --> 00:33:17,522 원래 가사는 '네 엉덩이를 사발에 넣어라'인데 360 00:33:17,523 --> 00:33:21,586 알렉산더는 '엉덩이' 대신 '손가락'으로 바꿔 불렀다 361 00:33:23,091 --> 00:33:25,650 고무줄이네! 362 00:33:31,731 --> 00:33:35,858 내 말 들어봐, 알렉산더 전부터 할 얘기가 있었어 363 00:33:42,931 --> 00:33:44,914 건드리지 마! 364 00:34:02,003 --> 00:34:05,714 기차는 훌륭한데 제시간에 도착하지 않는군 365 00:34:07,507 --> 00:34:09,938 차가 준비됐습니다 366 00:34:12,691 --> 00:34:15,346 얘들아, 별일 없었지? 뭐 필요한 거라도 있니? 367 00:34:15,347 --> 00:34:17,394 괜찮아요 368 00:34:17,683 --> 00:34:22,802 토마, 집에 돌아가거든 어머니께 장미를 보내겠다고 전해드리렴 369 00:34:23,379 --> 00:34:26,674 아르노, 네 동생은 같이 오지 않았니? 370 00:34:26,675 --> 00:34:31,986 - 감기에 걸려서 누워있어요 - 이런, 눈이 왔을 때 걸렸구나 371 00:34:33,043 --> 00:34:37,010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겠네? 그럴 필요까지는 없었는데 372 00:34:37,011 --> 00:34:41,810 부인의 말은 내 선물을 잘 받았다는 의미였다 373 00:34:41,811 --> 00:34:44,946 할 일은 많은데 시간이 없구나 난 그만 가봐야겠다 374 00:34:44,947 --> 00:34:48,338 - 재미있게 놀다 가렴 - 네, 부인 375 00:34:51,571 --> 00:34:54,322 와, '머랭'이다! 376 00:34:58,099 --> 00:34:59,858 전 괜찮아요 377 00:34:59,859 --> 00:35:02,866 난 공손하게 거절했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378 00:35:02,867 --> 00:35:08,370 두 번, 세 번의 권유는 없었기 때문이다 379 00:35:08,371 --> 00:35:11,794 아이들은 내가 '머랭'을 싫어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380 00:35:11,794 --> 00:35:16,498 '머랭'을 싫어하는군 아랍 과자나 좋아하겠지 381 00:35:16,499 --> 00:35:18,994 알리바바의 고기 경단이든지 382 00:35:18,995 --> 00:35:21,810 아이들은 동양과 아프리카를 혼동하고 있었다 383 00:35:21,811 --> 00:35:24,402 알렉산더는 망가진 기차를 까맣게 잊어버렸는지 384 00:35:24,403 --> 00:35:30,194 날 괴롭히는 재미에 푹 빠져버렸다 385 00:35:30,195 --> 00:35:34,610 난 위대한 승리를 떠올리며 아이들의 모욕을 꾹 참았다 386 00:35:34,611 --> 00:35:38,450 '바클라바' 과자만 나오면 승리는 내 것이었다 387 00:35:38,451 --> 00:35:41,650 '이 녀석들, 두고 보자' 388 00:35:41,651 --> 00:35:45,362 '맛없는 머랭 따위는 단번에 날려줄 테니' 389 00:35:45,363 --> 00:35:49,810 '맹물 같은 주스나 마셔둬' 390 00:35:49,811 --> 00:35:52,210 영광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391 00:35:52,211 --> 00:35:54,610 - 음식은 다 나왔나요? - 네, 도련님 392 00:35:57,331 --> 00:35:58,802 그만 먹자! 393 00:36:44,179 --> 00:36:48,722 - 제 코트 돌려주세요 - 복도에서 기다리세요 394 00:36:59,283 --> 00:37:01,746 처음에는 순진한 결론을 내렸다 395 00:37:01,747 --> 00:37:05,778 집사가 알렉산더의 선물을 훔쳐 먹는다고 생각했는데 396 00:37:05,779 --> 00:37:08,530 계단을 내려오면서 의문이 생겼다 397 00:37:08,531 --> 00:37:12,498 이 저택의 집사와 하녀는 주인의 허락을 받지 않고도 398 00:37:12,499 --> 00:37:20,050 선물로 들어온 과자를 마음대로 먹을 수 있단 말인가? 399 00:37:20,786 --> 00:37:24,306 그런데 난 집사가 내 선물을 들고 400 00:37:24,307 --> 00:37:28,017 부인의 방으로 가는 걸 분명히 목격했다 401 00:37:29,299 --> 00:37:33,458 결국 난 이렇게 상상하며 결론을 내리게 됐다 402 00:37:34,259 --> 00:37:39,250 부인, 아르메니아 소년이 선물을 가져왔습니다 403 00:37:39,251 --> 00:37:42,034 - 무슨 선물? - 잘 모르겠습니다 404 00:37:42,035 --> 00:37:47,026 네모난 물건인데 금속 상자 같습니다 405 00:37:47,027 --> 00:37:49,170 한번 열어봐요 406 00:37:56,979 --> 00:38:00,210 뭐가 들었죠? 407 00:38:00,499 --> 00:38:04,210 과자 같습니다, 부인 408 00:38:04,211 --> 00:38:09,810 단면에는 검정색이 보이고 설탕에 재운 것 같군요 409 00:38:10,547 --> 00:38:15,794 - 계피향이 납니다만... - 알겠어요, 끔찍하군! 410 00:38:15,795 --> 00:38:20,465 그런 걸 어떻게 먹어? 마르타와 같이 먹어봐요 411 00:38:48,019 --> 00:38:49,938 재미있게 놀았니? 412 00:38:49,939 --> 00:38:54,065 애들이 '바클라바'를 좋아해서 남기지 않고 다 먹었어요 413 00:38:54,066 --> 00:38:58,001 안나 이모 말대로 손가락까지 먹을 뻔했죠! 414 00:39:04,007 --> 00:39:06,343 - 들어오라고 해요 - 네, 자카르 씨 415 00:39:10,918 --> 00:39:15,781 오, 피에르! 하나도 변하지 않았군 416 00:39:15,782 --> 00:39:21,469 자네는 키가 커졌고 난 몸무게가 늘었구만 417 00:39:21,660 --> 00:39:24,251 내가 누군지 기억하나? 418 00:39:24,252 --> 00:39:25,755 물론이지 419 00:39:27,740 --> 00:39:30,651 나도 자네의 이력을 살펴보긴 했지만 420 00:39:30,652 --> 00:39:35,226 내 아들이 '피에르 자카르'라는 극작가에 대해 말해주더군 421 00:39:35,227 --> 00:39:39,195 그가 '생 일레르' 학교 출신의 내 동창이었던 '자카리옹'이라고 422 00:39:39,196 --> 00:39:43,291 녀석은 자네 작품 전부를 줄줄 외우고 다닌다네 423 00:39:43,292 --> 00:39:46,234 자넨 상상도 못할 거야 424 00:39:48,604 --> 00:39:49,978 자리에 앉게 425 00:40:02,459 --> 00:40:06,554 - 정말 나를 기억하나? - 그럼, 물론이지 426 00:40:08,827 --> 00:40:13,659 아, 저 사람은... 나도 아는데... 427 00:40:13,660 --> 00:40:17,595 혹시 성이 '자크' 아닌가? 428 00:40:17,596 --> 00:40:22,427 나도 이 사람 나오는 작품을 모두 봤는데 아주 훌륭하더군 429 00:40:22,427 --> 00:40:27,514 이름이 뭐였더라? 어떤 영화에서 봤더라... 430 00:40:27,515 --> 00:40:31,483 - 말 좀 해주게 - '장 아누이'일세 431 00:40:31,484 --> 00:40:35,643 그는 작품을 만드는 사람이지 출연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네 432 00:40:35,644 --> 00:40:42,459 아, 내가 봤던 배우와 정말 비슷하게 생겼군 433 00:40:43,868 --> 00:40:47,867 - 그게 누구지? - 정말 비슷해서... 434 00:40:47,868 --> 00:40:50,875 자네 시간을 너무 뺏으면 안 되겠지? 435 00:40:50,875 --> 00:40:53,275 내 명함을 봐서 알겠지만 436 00:40:53,276 --> 00:40:55,706 난 부친의 상점을 상속받았네 437 00:40:55,707 --> 00:40:58,779 안타깝게도 너무나 갑자기 돌아가셨지 438 00:40:58,780 --> 00:41:02,651 그날 밤, 온 가족이 모여 아버지 생일 파티를 했는데 439 00:41:02,652 --> 00:41:06,491 뭐라고 설명하기도 힘든 해산물을 다 같이 먹었지 440 00:41:06,492 --> 00:41:10,907 빨간 캐비아로 속을 채운 큼지막한 성게 요리에 441 00:41:10,908 --> 00:41:16,571 가리비처럼 커다랗고 통통한 홍합도 있었어 442 00:41:16,572 --> 00:41:19,291 그리고 소금에 절인 대구 요리 때문에 443 00:41:19,292 --> 00:41:21,659 '파라다이스' 가 일대가 냄새로 진동했지 444 00:41:21,660 --> 00:41:24,731 그날까지만 해도 아버지는 행복해 보였는데 445 00:41:24,732 --> 00:41:28,123 다음날 큰일이 벌어졌어! 446 00:41:28,124 --> 00:41:31,963 아버지가 돌아가신 걸세 그런데 어쩌겠나? 447 00:41:31,964 --> 00:41:35,034 별 수 없지, 그게 인생인데 448 00:41:35,035 --> 00:41:39,451 난 느닷없이 50명의 밥줄을 책임지게 됐고 449 00:41:39,452 --> 00:41:43,866 결국 월말이면 외상값이나 받으러 다니는 신세가 됐네 450 00:41:43,867 --> 00:41:46,842 딱히 어려운 일도 아니지... 451 00:41:46,843 --> 00:41:53,370 뭐 이 정도면 신세 한탄도 적당히 했고... 452 00:41:55,100 --> 00:41:59,451 우리 어머니는 아직 살아계셔 우리 어머니 기억나나? 453 00:41:59,452 --> 00:42:01,467 그럼, 기억하지 454 00:42:05,116 --> 00:42:09,082 아직도 내 걱정에 한숨이 그치질 않으셔 455 00:42:09,116 --> 00:42:13,819 많이 늙으셨지만 평생을 행복하게 사셨지 456 00:42:13,820 --> 00:42:18,586 이제는 안락의자에 앉아서 늘어가는 주름 얘기만 하셔 457 00:42:18,587 --> 00:42:24,282 두 차례나 주름 제거 수술을 받으셨지만 다 소용없더라고! 458 00:42:24,283 --> 00:42:29,850 수술을 받으실 때마다 더 흉해지시는 것 같아 459 00:42:29,851 --> 00:42:33,242 점점 상태가 나빠지시지 460 00:42:35,132 --> 00:42:39,994 그건 그렇고... 내가 누구랑 결혼했는지 아나? 461 00:42:39,995 --> 00:42:44,154 '헤지스'의 여동생이지 혹시 '헤지스' 기억하나? 462 00:42:44,155 --> 00:42:49,339 초콜릿 때문에 당뇨병으로 고생하던 친구지 463 00:42:50,236 --> 00:42:54,202 나도 남들처럼 결혼해서 아들, 딸, 하나씩 뒀네 464 00:42:54,203 --> 00:42:55,547 이 사진 좀 보게 465 00:42:55,548 --> 00:43:00,955 내 아들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똑똑한 아이지 466 00:43:00,956 --> 00:43:04,922 그런데 학사 학위 취득을 세 차례나 실패했다네 467 00:43:09,596 --> 00:43:10,587 네 468 00:43:12,155 --> 00:43:14,843 - 편지입니다, 자카르 씨 - 이리 주세요 469 00:43:19,067 --> 00:43:23,131 - 계속하게 - 그러지 470 00:43:23,132 --> 00:43:30,490 자네도 알겠지만 우리 마을도 많이 변했지 471 00:43:30,491 --> 00:43:36,123 콘크리트 건물들이 들어서면서 마을의 경관을 죄다 망쳐놨어 472 00:43:36,124 --> 00:43:41,402 '노블리' 씨가 지난주에 사망했네 자네도 잘 아는 사람일 거야 473 00:43:41,403 --> 00:43:44,603 우리 학교 교장이셨어 474 00:43:44,604 --> 00:43:48,283 - 그렇군 - 아, 그런데... 475 00:43:48,283 --> 00:43:52,602 나이든 제자들이 모두 그분의 장례식에 참석했었다네 476 00:43:52,603 --> 00:43:55,354 우리 학교 출신 중에 성공한 친구들도 많더군 477 00:43:55,355 --> 00:43:58,522 메르시에, 마르텡, 델푸어... 478 00:43:58,523 --> 00:44:04,251 '델푸어'는 가업을 이어받아 욕실 사업을 하고 있고 479 00:44:04,252 --> 00:44:08,091 '보니페이'는 육성회 회장이 됐지 480 00:44:08,092 --> 00:44:11,835 난 작년에 회장이었는데 동창들에게 이렇게 말했지 481 00:44:11,836 --> 00:44:15,290 '회장직은 1년이면 족해!' 482 00:44:16,444 --> 00:44:20,571 그런데, 여긴 좀 덥지 않나? 483 00:44:23,323 --> 00:44:29,275 피에르, 자네는 옛 친구니까 돌려 말하지 않겠네 484 00:44:29,276 --> 00:44:32,570 요점만 말하겠어 내 아들 말인데... 485 00:44:32,571 --> 00:44:36,986 녀석의 머릿속에 뭐가 들었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네 486 00:44:36,987 --> 00:44:41,818 진정하게, 자네 아들은 배우가 되고 싶은 거야 487 00:44:41,819 --> 00:44:43,994 맙소사! 488 00:44:43,995 --> 00:44:46,778 나한테 맡기라고 했는데 자네에게 편지를 썼던가? 489 00:44:46,779 --> 00:44:47,963 아니 490 00:44:47,964 --> 00:44:51,195 안심하게, 자네 아들이 지금 할 수 있는 건 491 00:44:51,196 --> 00:44:55,291 자기 아빠가 자신을 놔주길 기다리는 것뿐이네 492 00:44:57,179 --> 00:44:59,610 배우가 꿈인 걸 어떻게 알았지? 493 00:44:59,611 --> 00:45:01,850 애들이잖아 494 00:45:01,851 --> 00:45:06,842 세도르 부인 편지 좀 가져 가세요 495 00:45:06,843 --> 00:45:10,010 난 아들 녀석이 내 사업을 이어갔으면 하네 496 00:45:10,011 --> 00:45:12,379 언젠가는 다 물려주겠지 자네 부친처럼 497 00:45:12,380 --> 00:45:15,642 그렇기는 하겠지만 주제 파악도 못하고 498 00:45:15,643 --> 00:45:20,634 그 애 엄마와 여동생까지 덩달아 난리야! 499 00:45:20,635 --> 00:45:26,715 그런데 배우도 수입이 꽤 짭짤하다고 하던데 500 00:45:26,716 --> 00:45:29,499 '벨몽도'나 '드빠르디유' '말론 브란도'나 그렇지 501 00:45:29,500 --> 00:45:35,642 나도 가족들 생각이 틀렸다고 봐 대배우들이나 거액을 받겠지 502 00:45:35,643 --> 00:45:40,186 그런데도 아들이 하도 졸라대길래 이랬어 503 00:45:40,187 --> 00:45:42,010 '하고 싶다면 해봐!' 504 00:45:42,011 --> 00:45:48,795 '하지만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게다' 505 00:45:49,339 --> 00:45:50,746 - 오, 죄송해요! - 미안합니다 506 00:45:50,747 --> 00:45:51,931 제 잘못이죠 507 00:45:53,852 --> 00:45:55,034 고마워요 508 00:45:57,596 --> 00:46:00,090 - 실례합니다 - 아, 네 509 00:46:00,091 --> 00:46:06,298 난 아들에게 배우로 성공하려면 누군가 밀어줘야 한다고 말했네 510 00:46:06,299 --> 00:46:12,091 예를 들어 자네 같은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야 511 00:46:12,092 --> 00:46:15,290 그래서 피에르 자카르의 뒷조사를 해 보니 512 00:46:15,291 --> 00:46:17,626 자네의 동창생인 '자카리옹'이었다? 513 00:46:17,627 --> 00:46:21,466 그렇다네, 사실 말이지 옛 친구 이상이잖아? 514 00:46:21,467 --> 00:46:26,938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첫 비행기로 파리까지 날아왔네 515 00:46:32,252 --> 00:46:35,962 아, 내가 깜빡했군 516 00:46:36,379 --> 00:46:44,154 난 우리 지역 금융기관과 아주 긴밀한 관계라네 517 00:46:44,155 --> 00:46:49,242 마르세유에 있는 비누 회사든 설탕 회사든 518 00:46:49,243 --> 00:46:53,818 내 말이면 다 통하지 무슨 뜻인지 알겠나? 519 00:46:53,819 --> 00:46:57,882 자네도 연극을 만들려면 자금이 필요하잖아? 520 00:46:57,883 --> 00:47:02,298 더 이상 말하지 않겠네 무슨 말인지 이해하겠지 521 00:47:03,451 --> 00:47:06,074 창문 좀 열어도 되겠나? 522 00:47:06,075 --> 00:47:07,067 - 그러게 - 미안하네 523 00:47:07,068 --> 00:47:10,555 나의 옛 친구인 알렉산더가 측은해 보였다 524 00:47:10,556 --> 00:47:15,642 땀에 젖은 채 손짓을 해댔고 과거까지 팔아가며 거래를 원했다 525 00:47:15,643 --> 00:47:20,474 자신의 아들을 위해서 타락도 서슴지 않다니... 526 00:47:23,675 --> 00:47:27,674 누구나 '유년기'하면 떠오르는 향기가 있다 527 00:47:27,675 --> 00:47:32,154 난 '바클라바' 과자의 계피향과 콩가루 냄새가 떠오른다 528 00:47:33,179 --> 00:47:36,602 알렉산더, 말해주겠나? 529 00:47:36,603 --> 00:47:41,338 목요일 다과회에 나를 왜 초대했지? 530 00:47:41,339 --> 00:47:47,194 - 다과회? 언제? - 생각해 보게 6학년 때 일이네 531 00:47:48,604 --> 00:47:52,666 도무지 생각나지 않는데 532 00:47:52,667 --> 00:47:56,186 너무 오래전 일이고 다과회도 많이 해서... 533 00:47:56,187 --> 00:47:59,610 물론 그랬겠지 534 00:48:00,283 --> 00:48:04,410 그래, 내 아들에게 뭐라고 말해주고 싶나? 535 00:48:04,411 --> 00:48:09,019 우선 졸업시험을 어떻게든 통과하라고 하게 536 00:48:09,020 --> 00:48:13,978 그런데 난 도와줄 수가 없네 며칠 후에 미국으로 떠나거든 537 00:48:13,979 --> 00:48:19,130 - 아, 언제 돌아오나? - 5년은 걸릴 거야 538 00:48:19,131 --> 00:48:22,138 5년씩이나? 539 00:48:22,139 --> 00:48:28,026 5년이라, 곤란한데 방법이 없겠군 540 00:48:28,027 --> 00:48:30,778 뭐, 할 수 없지 541 00:48:30,957 --> 00:48:36,204 미국행은 사실이었다 떠나는 날을 과장했을 뿐이다 542 00:48:36,205 --> 00:48:39,917 여행을 핑계로 옛 친구의 청탁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었다 543 00:48:39,918 --> 00:48:43,468 그는 아들을 위해 '박시시' 즉 뇌물이라도 쓸 태세였다 544 00:48:43,469 --> 00:48:46,476 생각해 보면 알렉산더는 동양의 낱말을 곧잘 써먹었다 545 00:48:46,477 --> 00:48:50,156 '박시시', '쿠스쿠스', '루쿠움' '트라바자 라 무케헤' 546 00:48:50,157 --> 00:48:52,012 뭐, 어쨌거나... 547 00:48:52,013 --> 00:48:58,700 시간 내줘서 고맙네 새 작품의 시사회도 축하하고 548 00:49:04,909 --> 00:49:11,148 - 다과회 때 무슨 일이 있었지? - 별일 없었네 549 00:49:11,149 --> 00:49:13,996 자네가 새 장난감 기차를 망가트린 날이지 550 00:49:13,997 --> 00:49:20,684 그래, 맞아 행복한 시절이었지, 안 그런가? 551 00:49:20,685 --> 00:49:24,429 다시 만나서 반가웠네 즐거운 여행 되게나 552 00:49:24,430 --> 00:49:29,452 그와 악수를 나눌 때 그의 손은 맥없이 축축했고 553 00:49:29,453 --> 00:49:33,996 그의 표정은 망가진 기차를 바라볼 때처럼 슬퍼보였다 554 00:49:37,805 --> 00:49:41,357 '라 슈발리에' 피에르 자카르 555 00:50:04,909 --> 00:50:08,108 온갖 종류의 군상들이 커튼 건너편에서 556 00:50:08,109 --> 00:50:10,286 먹잇감을 노리는 자칼처럼 대기 중이다 557 00:50:10,353 --> 00:50:14,320 보통 사람들이라면 작품을 감상하러 오겠지만 558 00:50:14,321 --> 00:50:17,188 오늘밤 모여든 관객들은 의례히 오는 사람들이다 559 00:50:17,343 --> 00:50:20,932 플래시 세례를 받는 명사들은 유난히 소란을 떨면서 560 00:50:21,088 --> 00:50:23,443 서로 키스를 나누며 이름을 불러댄다 561 00:50:23,508 --> 00:50:26,515 연극이 망하기를 바라는 이들은 교외로 놀러 나가고 562 00:50:26,516 --> 00:50:30,451 하녀나 손톱관리사를 극장에 대신 보낸다 563 00:50:30,452 --> 00:50:35,539 헤어드레서들까지 동원됐다 564 00:50:36,660 --> 00:50:41,715 아, '조젯 실바'도 요란한 차림으로 왔군 565 00:50:41,716 --> 00:50:45,107 집필 활동을 계속 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566 00:50:45,108 --> 00:50:47,091 그녀는 여전히 관심의 대상이다 567 00:50:47,092 --> 00:50:50,259 온몸을 '장 콕토' 풍으로 치장하고 568 00:50:50,260 --> 00:50:55,507 연극이 시작되기 전 화장을 고치는 데 열심이다 569 00:51:02,484 --> 00:51:06,579 까롤은 손님들과 특별석에 자리를 잡았다 570 00:51:09,588 --> 00:51:14,739 아버지는 오케스트라석 뒤 열 번째 줄에 앉아 계신다 571 00:51:14,740 --> 00:51:19,859 '샹보르' 부부와 '마르탱'은 항상 나란히 앉는다 572 00:51:25,780 --> 00:51:28,691 비평가 '루이 모리'는 독자적인 작품평가를 위해 573 00:51:28,692 --> 00:51:31,731 누구와도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 574 00:51:31,732 --> 00:51:34,803 농부처럼 우직한 고집쟁이 '알베르 생 맥손'은 575 00:51:34,804 --> 00:51:37,651 자기 아들을 열 번이나 소개했는데 576 00:51:37,652 --> 00:51:40,851 어디가 모자란 건지 천진난만한 건지 알 수가 없다 577 00:51:40,852 --> 00:51:46,067 그런데 알베르는 자기 아들이 20살만 되면 똑똑해질 거란다 578 00:51:49,620 --> 00:51:54,035 저기 유명 인사인 '프랑수아 포필르'가 왔다 579 00:51:54,036 --> 00:51:58,963 그는 매주 한 시간씩 심야 TV프로그램에서 580 00:51:58,964 --> 00:52:01,747 진부한 말들을 끊임없이 힘차게 주절거리는데 581 00:52:01,748 --> 00:52:05,235 내뱉는 단어마다 과도한 미사여구를 써대기 때문에 582 00:52:05,236 --> 00:52:07,923 아무도 귀담아 듣지 않지만 끝까지 지켜보고 있노라면 583 00:52:07,924 --> 00:52:14,035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을 것 같다는 인상을 준다 584 00:52:14,644 --> 00:52:19,315 아, 드디어... 조젯 실바가 작업을 마쳤다 585 00:52:19,316 --> 00:52:21,523 얼마나 만족스러울지는 몰라도 586 00:52:21,524 --> 00:52:24,371 새로 한 화장이 3막까지는 버텨주리라 587 00:52:24,372 --> 00:52:26,259 막을 올려도 될 것 같다 588 00:52:27,412 --> 00:52:29,843 시작합시다! 행운을 빌어요 589 00:52:50,964 --> 00:52:54,547 작품의 성공을 기원하는 메시지들이 계속 도착했지만 590 00:52:54,548 --> 00:52:57,523 뭔가 구린 냄새도 풍겼다 591 00:52:57,524 --> 00:53:00,787 '오늘밤 행운을 기원합니다' 592 00:53:03,145 --> 00:53:07,029 '캉브론에서 당신께 편지를 씁니다...' 593 00:53:07,220 --> 00:53:11,250 '거리에서 행운의 단어 다섯 글자를 밟았답니다' 594 00:53:32,148 --> 00:53:33,555 무슨 일이죠? 595 00:53:37,236 --> 00:53:39,987 아, 죄송합니다만 지금은 좀 곤란해요 596 00:53:41,140 --> 00:53:45,331 실례했습니다 때를 잘못 맞췄군요 597 00:53:45,332 --> 00:53:48,979 전 눈치가 없는 편이죠 언제나 말이에요 598 00:53:51,860 --> 00:53:55,539 아가씨 중요한 일인가요? 599 00:53:55,540 --> 00:53:58,483 그런 건 아니에요 600 00:53:58,484 --> 00:54:01,523 이번 작품이 아주 훌륭했다고 가장 빨리 말씀드리고 싶었는데 601 00:54:01,524 --> 00:54:04,883 - 방해만 하고 돌아가네요 - 아뇨 602 00:54:04,884 --> 00:54:08,339 방해라기보다는 뻔뻔함에 가깝죠 603 00:54:08,340 --> 00:54:13,235 이번 작품을 보지도 않고 어떻게 평가를 할 수 있나요? 604 00:54:13,236 --> 00:54:17,171 리허설을 열 번도 더 봤어요 그 중 여덟 번은 전막 리허설이었죠 605 00:54:17,172 --> 00:54:20,563 리허설은 취재진만 관람이 가능해요 606 00:54:20,564 --> 00:54:23,762 그렇다면 당신 말이 맞네요 제가 좀 뻔뻔하거든요 607 00:54:52,500 --> 00:54:54,323 폴, 맥주 부탁하네 608 00:54:54,324 --> 00:54:56,498 - 생맥주요? - 편할 대로 609 00:55:09,716 --> 00:55:15,283 - 좀 전에는 미안했어요 - 아뇨, 미안하긴요 610 00:55:15,284 --> 00:55:17,170 제가 바보였죠 611 00:55:17,171 --> 00:55:20,498 시사회도 안 끝난 연극을 칭찬하려 들다니... 612 00:55:24,116 --> 00:55:28,178 - 시사회에 안 가세요? - 네... 613 00:55:32,756 --> 00:55:34,867 고마워요 614 00:55:35,348 --> 00:55:38,355 - 혹시 배우인가요? - 오, 아뇨! 615 00:55:38,356 --> 00:55:44,627 - 당신 희곡을 보여주고 싶나요? - 전 극작가 지망생이 아니에요 616 00:55:44,628 --> 00:55:48,659 - 그럼 기자인가요? - 음, 어떻게 보면요 617 00:55:48,660 --> 00:55:51,955 그게 무슨 말이죠? 618 00:55:53,907 --> 00:55:57,842 전 '아스트릭 세티앙'이라고 해요 아르메니아 신문에 기고를 하죠 619 00:55:57,843 --> 00:56:02,515 한 달에 한 번 발행되고 구독자는 6,500명이지만 620 00:56:02,516 --> 00:56:05,778 더 많은 사람들이 볼지도 모르죠 621 00:56:05,779 --> 00:56:09,266 - 신문 이름이? - '호리존'이죠 622 00:56:10,964 --> 00:56:16,147 '호리존'... '지평선'이란 뜻의 신문이라... 623 00:56:16,148 --> 00:56:19,539 짧고 단순하면서도 희망적이군요 624 00:56:19,540 --> 00:56:23,891 야망을 품은 이름 같은데 안 읽으면 안 될 것 같네요 625 00:56:26,420 --> 00:56:29,235 자, 받으세요 626 00:56:31,668 --> 00:56:40,915 저희 아버지 말씀이 '호리존' 지가 읽기 어려운 신문이라서 627 00:56:40,916 --> 00:56:46,898 철자 뒤에 's'를 붙여 아르메니아식 서정미를 더했대요 628 00:56:47,251 --> 00:56:49,747 - 아르메니아 글을 읽을 줄 아세요? - 그럼요 629 00:56:49,748 --> 00:56:53,170 - 쓸 줄도 아세요? - 가끔은 틀리죠 630 00:56:58,419 --> 00:57:01,011 아르메니아 문자는 아주 예뻐요 631 00:57:01,011 --> 00:57:07,539 38개의 문자가 사람들을 통해 1,600년 동안 전해지다니 632 00:57:07,540 --> 00:57:10,035 기억보다 강한 것은 없죠 633 00:57:10,036 --> 00:57:13,682 벗어나려고 발버둥 쳐봐도 다시 원위치로 돌아오게 됩니다 634 00:57:13,683 --> 00:57:16,083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인가요? 635 00:57:20,403 --> 00:57:24,083 죄송해요 제가 경솔했군요 636 00:57:24,084 --> 00:57:28,786 아뇨, 제 유년시절이 떠올라서 그런 거예요 637 00:57:29,428 --> 00:57:38,099 '슈발리에'의 도입부는 역사적인 상황에서 시작하죠 638 00:57:38,099 --> 00:57:43,027 작가가 추구하는 바는 연극을 통해 이뤄지는데 639 00:57:43,028 --> 00:57:46,355 작가는 자신의 과거를 냉정하게 돌아보면서 640 00:57:46,356 --> 00:57:49,906 집착하는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고 641 00:57:49,907 --> 00:57:53,650 그런 기억은 과거에 묻어둬야 해요 642 00:57:53,651 --> 00:57:59,123 전 반세기에 걸친 가족사를 되돌아봤죠 643 00:57:59,124 --> 00:58:04,370 가족들의 힘겨운 미소와 가족들의 연대감... 644 00:58:04,371 --> 00:58:07,379 부모님의 절대적인 사랑 645 00:58:07,380 --> 00:58:10,963 어느 날 문득 성당의 종소리를 들었는데 646 00:58:10,964 --> 00:58:14,899 최초로 기독교를 받아들인 우리 선조들이 떠올랐죠 647 00:58:14,900 --> 00:58:18,258 그 순간 나도 아르메니아인이라는 사실을 자각했어요 648 00:58:22,003 --> 00:58:24,755 연극 한 편으로 인해... 649 00:58:24,756 --> 00:58:27,923 '피에르 자카르'가 '아자드 자카리옹'이 됐군요 650 00:58:29,939 --> 00:58:32,723 결국 그런 셈이죠 651 00:58:35,699 --> 00:58:40,434 헤어지면서 세티앙은 또 보자는 인사를 했다 652 00:58:40,435 --> 00:58:44,403 연락처를 주고받는 과정은 생략했지만 653 00:58:44,404 --> 00:58:47,410 신중하고 깔끔한 행동이었다 654 00:58:47,411 --> 00:58:52,339 그녀가 나눠준 샌드위치 덕분에 근심거리도 나눠진 느낌이었다 655 00:58:52,340 --> 00:58:56,179 이런, 계산을 하지 않았잖아! 656 00:58:56,180 --> 00:58:59,667 내가 마신 맥주까지 세티앙이 값을 치렀을 텐데 657 00:58:59,668 --> 00:59:01,714 되돌아갈 시간이 없었다 658 00:59:10,259 --> 00:59:16,499 피에르, 한 마디만 하죠 굉-장-해! 659 00:59:17,044 --> 00:59:21,426 한 마디만 한다던 '공자그'는 세 음절로 나눠서 말했는데 660 00:59:21,427 --> 00:59:26,963 이는 내 연극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661 00:59:29,555 --> 00:59:33,906 레스토랑을 예약해뒀으니까 '푸케'에서 몇 분 뒤에 만나요 662 00:59:40,915 --> 00:59:45,747 - 아버지를 깜빡했어! - 어디 계신지 몰라요? 663 00:59:45,748 --> 00:59:48,819 어디서 만나자고 약속했는데 기억이 안 나 664 00:59:48,819 --> 00:59:51,026 먼저 가, 따라갈 테니 665 00:59:54,836 --> 00:59:57,683 - 아버님을 '푸케'로 모시게요? - 문제라도 있나? 666 00:59:57,684 --> 00:59:59,539 그런 건 아니지만... 667 00:59:59,540 --> 01:00:02,163 지루해하시면 어쩌죠? 좋을 대로 해요 668 01:00:06,483 --> 01:00:10,834 발렝탕! 발렝탕! 669 01:00:12,051 --> 01:00:18,483 - 혹시 아버지 못 봤어요? - 어떤 분이신지 모르는데요 670 01:00:20,820 --> 01:00:24,851 설마... 따라와요! 671 01:00:29,683 --> 01:00:32,722 - 아버지, 계세요? - 오, 여기 있다 672 01:00:32,723 --> 01:00:34,994 발렝탕, 불 좀 켜주겠소? 673 01:00:41,588 --> 01:00:46,354 아버지, 곧 문을 닫는데 여기서 뭐 하세요? 674 01:00:46,355 --> 01:00:49,715 연극이 끝나면 앉아서 기다리라고 했잖니 675 01:00:49,716 --> 01:00:51,954 다들 나가면 데리러 온다고... 676 01:00:51,955 --> 01:00:56,947 그렇게 말씀드린 것 같네요 죄송해요 677 01:00:56,948 --> 01:00:59,827 내 실수지 이렇게 어두운데... 678 01:00:59,828 --> 01:01:02,738 혼자서 나갈 수도 있었는데 멍청하게 있었잖아 679 01:01:02,739 --> 01:01:07,986 - 사실 호텔 이름도 모르고... - 잠깐 앉으세요 680 01:01:24,115 --> 01:01:26,707 하실 말씀 없으세요? 681 01:01:26,708 --> 01:01:30,258 난 항상 네 침묵에 익숙했던 것 같구나 682 01:01:30,259 --> 01:01:34,514 '굉장해' 같은 칭찬 말고 683 01:01:34,515 --> 01:01:40,306 - 소감을 솔직히 말씀해주세요 - 넌 배짱이 두둑하더구나 684 01:01:40,307 --> 01:01:42,003 그래요 685 01:01:43,572 --> 01:01:47,602 이 말은 하고 넘어가야겠어 사람들이 수군거리더군 686 01:01:47,603 --> 01:01:50,899 '저 노인이 작가의 아버지래' 687 01:01:50,900 --> 01:01:56,115 그러나 난 점점 수그려 앉게 되더구나 688 01:01:56,116 --> 01:02:01,107 물론 아무도 날 쳐다보지는 않더라 689 01:02:03,188 --> 01:02:10,994 그러다 점점 내가 연극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잊게 됐고 690 01:02:10,995 --> 01:02:14,482 오래 전 행복했던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었어 691 01:02:14,483 --> 01:02:23,570 네 엄마, 안나와 가야네 이모와 함께 지내던 시절... 692 01:02:23,571 --> 01:02:27,027 그런데 갑자기 겁이 나더구나 693 01:02:27,028 --> 01:02:32,787 특별한 사람들 얘기도 아닌데 관객들이 재미있어할까... 694 01:02:32,788 --> 01:02:39,923 어떤 사람들이 우리들 얘기에 빠져들 수 있을까... 695 01:02:41,236 --> 01:02:44,723 가족 모두가 무대에 올라선 느낌이었어 696 01:02:44,724 --> 01:02:47,187 기분이 묘했단다 697 01:02:47,188 --> 01:02:50,610 사랑이 넘치는 가정... 698 01:02:50,611 --> 01:02:53,874 서로에게 최선을 다하고 699 01:02:53,875 --> 01:02:57,330 기쁨과 슬픔을 함께 했지 700 01:02:57,331 --> 01:03:04,562 어느덧 너와 네 엄마가 왈츠를 추는 장면에서... 701 01:03:07,219 --> 01:03:10,866 막이 내리더구나 702 01:03:10,867 --> 01:03:14,386 그리고 객석이 환해졌지 703 01:03:15,923 --> 01:03:18,962 난 연극을 봤던 거야 704 01:03:27,827 --> 01:03:30,418 받으세요 705 01:03:30,675 --> 01:03:32,146 이게 뭐니? 706 01:03:32,147 --> 01:03:34,194 작은 선물이에요 707 01:03:47,828 --> 01:03:51,090 전문가 말로는 18세기 물건이라고 하더군요 708 01:03:51,091 --> 01:03:54,547 유명한 음유시인 '사야트 노바'의 소장품이래요 709 01:03:54,548 --> 01:04:00,051 정신 나갔구나... 엄청나게 비쌀 텐데 710 01:04:00,052 --> 01:04:02,642 부탁 좀 드릴게요 711 01:04:02,643 --> 01:04:08,050 - 아버지 연주를 듣고 싶어요 - 오, 그래야지... 712 01:04:08,051 --> 01:04:12,594 네가 잠들기 전에 항상 들려줬지 713 01:04:12,595 --> 01:04:16,562 도깨비나 신데렐라 얘기보다 이게 낫잖니 714 01:04:16,563 --> 01:04:18,866 넌 항상 구슬픈 곡만 부탁했지 715 01:04:18,867 --> 01:04:20,978 가끔 다른 곡을 연주하려고 하면 716 01:04:20,979 --> 01:04:25,394 곧바로 손가락을 저으며 싫다고 했어 717 01:04:25,395 --> 01:04:30,546 옆집에서 시끄럽다는 바람에 연주를 그치기도 했었지 718 01:04:30,547 --> 01:04:35,538 - 어떤 곡인지 기억나세요? - 그럼 719 01:04:36,180 --> 01:04:39,315 구슬픈 '비가'였지 720 01:04:39,316 --> 01:04:43,155 - 부탁해요, 아버지 - 글쎄다 721 01:04:43,156 --> 01:04:48,210 - 워낙 오랜만이라... - 우리뿐이잖아요 722 01:06:17,011 --> 01:06:19,218 멋져요! 723 01:06:19,699 --> 01:06:23,762 지금도 해산물 좋아하세요? 724 01:06:23,763 --> 01:06:27,090 그럼,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725 01:06:27,091 --> 01:06:30,898 그럼 저랑 가세요 갑자기 해산물이 먹고 싶네요 726 01:06:30,899 --> 01:06:34,578 아담한 선술집으로 모실게요 우리끼리만 가요 727 01:06:34,579 --> 01:06:41,810 온갖 종류의 굴과 대합을 실컷 먹어보는 거예요 728 01:06:42,291 --> 01:06:46,290 오늘밤 말고 다음에 가자 729 01:06:46,291 --> 01:06:49,298 오늘처럼 특별한 날에 저더러 혼자 지내라고요? 730 01:06:49,299 --> 01:06:52,786 아자드, 넌 혼자가 아니잖니 731 01:06:52,787 --> 01:06:57,106 까롤과 네 친구들이 널 기다리고 있잖아? 732 01:06:57,107 --> 01:07:00,498 나는 다리 좀 펴고 쉬어야겠다 733 01:07:00,499 --> 01:07:04,434 네 엄마한테 전화도 해야 해 안절부절 하고 있을 텐데 734 01:07:04,435 --> 01:07:08,658 - 저도 함께 통화하면 되잖아요 - 넌 더 늦으면 곤란하잖니 735 01:07:08,659 --> 01:07:11,346 아버지, 제 말 좀 들어보세요 736 01:07:11,699 --> 01:07:15,826 아버지한테 더 잘해 드리고 싶어요 737 01:07:20,467 --> 01:07:24,434 발렝탕, 고마워요! 불 끄셔도 돼요 738 01:07:32,243 --> 01:07:36,850 어떻게 이럴 수 있죠? 그렇게 막으려고 발버둥 쳤는데 739 01:07:36,851 --> 01:07:41,330 사진을 게재한 잡지사에 거액의 소송을 걸어야겠어요 740 01:07:41,331 --> 01:07:46,098 당신 부모님들이 인터뷰를 해서 죄다 망쳐놨다고요! 741 01:07:51,571 --> 01:07:55,748 그것도 이런 쓰레기 같은 잡지사와 인터뷰를 하다니 742 01:07:55,826 --> 01:08:01,233 당신은 저한테 말도 없이 부모님께 집도 사드리고 743 01:08:01,258 --> 01:08:03,881 가구까지 들였더군요 744 01:08:03,882 --> 01:08:07,177 불쌍한 피에르... 나에게 비밀로 한 이유가 뭐죠? 745 01:08:07,178 --> 01:08:10,633 매달 부모님께 보내는 돈까지 나에게 비밀로 했지만 746 01:08:10,634 --> 01:08:15,849 난 처음부터 알고 있었고 좋게 생각했어요 747 01:08:15,850 --> 01:08:19,433 내가 참을 수 없는 건 바로 이 사진들이에요 748 01:08:19,434 --> 01:08:22,697 부모님의 가난을 방치한 것 같잖아요 749 01:08:27,498 --> 01:08:32,649 피에르, 내가 당신 부모님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잘 알죠? 750 01:08:32,649 --> 01:08:36,713 당신이 부모님께 잘해 드리는 건 옳다고 생각해요 751 01:08:36,714 --> 01:08:41,257 하지만 당신 가족들이 일에 연루되는 건 싫어요 752 01:08:41,258 --> 01:08:44,297 저 또한 그렇게 되긴 싫고요 753 01:09:04,746 --> 01:09:08,201 자카리옹 씨와 통화하고 싶습니다 754 01:09:08,202 --> 01:09:10,217 30호실입니다 755 01:09:12,458 --> 01:09:15,433 여보세요 여보세요 756 01:09:17,226 --> 01:09:18,665 여보세요 757 01:09:23,722 --> 01:09:27,593 여보세요 여보세요 758 01:09:33,737 --> 01:09:37,737 여보세요 아자드! 759 01:09:38,889 --> 01:09:45,001 아버지는 한 마디 말도 없이 수화기를 들고 계셨다 760 01:09:45,002 --> 01:09:48,457 까롤이 매섭게 지켜보는 가운데 난 조용히 입을 열었다 761 01:09:48,458 --> 01:09:52,969 난 아버지가 곧잘 말씀하시던 격언을 잊고 있었다 762 01:09:52,970 --> 01:09:58,121 '내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 있는 내일은 없다' 763 01:10:14,186 --> 01:10:17,192 - 아버지는 방에 계신가요? - 아뇨, 떠나셨습니다 764 01:10:17,193 --> 01:10:21,001 - 언제 돌아오신다고 하셨나요? - 체크아웃 하셨습니다 765 01:10:21,002 --> 01:10:23,721 아, 편지를 남기셨더군요 766 01:10:23,722 --> 01:10:26,313 아마 1시 45분 열차를 타실 겁니다 767 01:10:39,242 --> 01:10:43,785 '사랑하는 아들, 아자드 네가 이 편지를 읽을 즈음이면' 768 01:10:43,786 --> 01:10:46,729 '난 이 숨 막히는 도시를 떠나고 있을 거다' 769 01:10:46,730 --> 01:10:50,025 '이 도시는 연약한 사람들이 버티기 어려운 곳이구나' 770 01:10:50,026 --> 01:10:52,137 '나도 연약한 사람이고...' 771 01:10:52,138 --> 01:10:54,601 - 선생님 - 청구서 좀 부탁합니다 772 01:10:55,626 --> 01:11:00,905 '침대가 2개 앉을 의자는 14개...' 773 01:11:00,906 --> 01:11:05,833 '욕실도 혼자 쓰기에는 너무 많더구나' 774 01:11:06,474 --> 01:11:11,048 '그래서 나는 우리 가족 모두가 함께 살던 집으로 돌아가련다' 775 01:11:12,074 --> 01:11:16,808 - 이미 지불하셨군요 - 무슨 소리죠? 776 01:11:16,809 --> 01:11:19,753 제 아내가 나중에 계산할 거라고 일러뒀을 텐데요 777 01:11:19,754 --> 01:11:22,921 정산을 처리한 직원을 데려오겠습니다 778 01:11:24,554 --> 01:11:27,561 '우리 집 기억나니, 아자드?' 779 01:11:27,562 --> 01:11:32,521 '지나가던 친구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던 곳이었지' 780 01:11:32,522 --> 01:11:38,377 '얼마 전에 어떤 사람들이 와서 네 친구들이라고 하더구나' 781 01:11:38,378 --> 01:11:41,961 '그래서 우린 그 사람들을 더 반갑게 맞이했단다' 782 01:11:41,962 --> 01:11:45,289 '그리고 사진을 찍는다길래 기념사진 정도로 생각했다' 783 01:11:45,290 --> 01:11:50,185 '그래서 네 생각을 하면서 활짝 웃으며 사진도 찍었지' 784 01:11:50,186 --> 01:11:54,377 '너와 통화를 한 후에 그 잡지를 샀단다' 785 01:11:54,378 --> 01:12:00,968 '잡지를 보면서 곤욕을 치렀을 네 생각에 가슴이 아팠단다' 786 01:12:00,969 --> 01:12:03,881 '기념사진으로 알았는데 그런 잡지에 실릴 줄이야...' 787 01:12:03,882 --> 01:12:07,177 '넌 사진 속 내 표정을 보고 자만해 보인다고 했는데' 788 01:12:07,178 --> 01:12:09,608 '그런 표정을 지었던 건' 789 01:12:09,609 --> 01:12:14,056 '사진을 찍을 때 사람들이 너에 대해 물어봤기 때문이야' 790 01:12:14,057 --> 01:12:15,753 안녕하세요, 자카르 씨 791 01:12:15,754 --> 01:12:20,201 어르신께서 계산하시겠다며 고집을 피우셨어요 792 01:12:20,202 --> 01:12:22,057 아드님께 부담주기 싫다며 저희를 설득하셨죠 793 01:12:22,058 --> 01:12:23,912 정확한 금액을 요구하셨고... 794 01:12:23,913 --> 01:12:28,264 30분, 아니 1시간 전에 현금으로 계산하셨죠 795 01:12:28,265 --> 01:12:30,569 알겠어요, 고맙습니다 796 01:12:34,217 --> 01:12:41,353 '넌 화가 나서 통화하면서도 매달 보내주던 돈 얘기는 않더구나' 797 01:12:41,353 --> 01:12:45,769 '그런데 문득 그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798 01:12:45,770 --> 01:12:50,825 '부엌 장식장에 있는 상자에 모아둔 게 떠오르더구나' 799 01:12:50,826 --> 01:12:55,401 '그건 네 돈이란다 우린 한 푼도 건드리지 않았어' 800 01:12:55,401 --> 01:12:59,625 '하지만 그 돈을 볼 때마다 너에게 감사하고 있단다' 801 01:12:59,626 --> 01:13:05,641 '그 돈 덕분에 우리가 원할 때 언제든지 은퇴할 수 있으니까' 802 01:13:05,642 --> 01:13:08,680 '네 어머니에게 상처주기 싫어서' 803 01:13:08,681 --> 01:13:12,233 '왕 같은 대접을 받았다고 했단다' 804 01:13:12,234 --> 01:13:19,785 '며느리 덕분에 궁궐 같은 호텔에서 묵었으니까' 805 01:13:20,938 --> 01:13:24,136 '이만 줄이마 가봐야겠구나' 806 01:13:24,137 --> 01:13:26,920 '널 사랑하는 아비, 하곱이...' 807 01:15:13,897 --> 01:15:19,529 하곱의 영혼은 영원불멸한 곳으로 떠나갔습니다 808 01:15:19,530 --> 01:15:24,969 천국의 찬란한 빛이 그의 영혼을 비추고 809 01:15:24,970 --> 01:15:29,033 남을 돕던 그의 노고를 지켜본 천공의 천사들이 810 01:15:29,034 --> 01:15:34,569 그의 영혼을 봄날 같은 정원으로 인도하노니 811 01:15:34,570 --> 01:15:39,112 지친 영혼에게 사랑을 내리사 나무 그늘에서 편히 쉬게 하소서 812 01:15:39,113 --> 01:15:44,808 성부와 성자, 성신의 이름으로 기도하옵나이다, 아멘 813 01:15:58,665 --> 01:16:02,952 아버지는 나와의 통화를 비밀로 간직하셨다 814 01:16:02,953 --> 01:16:09,545 난 아버지께 내뱉은 말들이 평생 후회로 남을 것 같아서 815 01:16:09,546 --> 01:16:14,824 아버지께 편지를 썼었다 '아버지, 잘 지내시죠?' 816 01:16:14,825 --> 01:16:18,920 '예전처럼 아버지 손에 입을 맞추게 해 주세요' 817 01:16:18,921 --> 01:16:23,720 '그리고 손을 제 이마에 대고 제 존경의 마음을 느껴보세요' 818 01:16:23,721 --> 01:16:27,369 '아버지, 전 아직까지 옛 추억을 잊지 않았어요' 819 01:16:27,369 --> 01:16:29,801 '잠시 망각했을 뿐이죠' 820 01:16:29,802 --> 01:16:32,968 '조만간 찾아뵐게요 사랑하는 아버지께' 821 01:16:32,969 --> 01:16:38,120 하지만 내 편지는 이미 부질없는 것이 된 후였다 822 01:16:38,121 --> 01:16:42,568 어머니가 며칠간 열어보지 못한 편지함에서 823 01:16:42,569 --> 01:16:46,441 아버지께 보낸 내 편지를 발견했다 824 01:16:47,369 --> 01:16:51,720 아버지는 우릴 떠나가셨다 그 편지도 못 보시고... 825 01:17:24,009 --> 01:17:27,401 피에르, 자책은 그만 해요 826 01:17:27,402 --> 01:17:31,432 아버님은 이미 두 차례나 심장마비로 쓰러지셨던 분이에요 827 01:17:31,433 --> 01:17:34,600 아버지가 원했던 건 따뜻한 가정이었어 828 01:17:34,601 --> 01:17:38,217 그런 분을 궁궐 같은 차가운 호텔로 모셨잖아 829 01:17:38,218 --> 01:17:40,936 결국 쓰라린 상처만 받고 우리 곁을 떠나가셨지 830 01:17:40,937 --> 01:17:43,433 당신이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어 831 01:17:43,434 --> 01:17:47,304 불쌍한 피에르 이건 자학이에요 832 01:17:50,921 --> 01:17:54,633 어머니를 며칠간 우리 집으로 모실까요? 833 01:17:54,633 --> 01:17:58,537 파리에는 친구들도 없고 낯선 곳이라 어렵겠지만요 834 01:17:58,538 --> 01:18:05,097 - 어쩔 수 없죠, 뭐 - 어쩔 수 없다니? 835 01:18:05,098 --> 01:18:09,449 까롤, 난 지난 몇 년 동안 시끄러운 장모님과 836 01:18:09,450 --> 01:18:12,200 장모님의 아둔한 친구들까지 참아왔어 837 01:18:12,201 --> 01:18:15,976 당신 오빠까지 쳐들어와도 난 미소로 환대했고 838 01:18:15,977 --> 01:18:19,336 멍청한 당신 여동생들과 그 남편들까지 환영했어 839 01:18:19,337 --> 01:18:22,696 이젠 내 어머니에게 관심을 좀 가져야겠어 840 01:18:22,697 --> 01:18:25,448 적어도 내 어머니는 방 하나면 충분해 841 01:18:29,610 --> 01:18:34,057 파리발, 에어 엥테르 703편에 탑승하실 승객께서는 842 01:18:34,058 --> 01:18:37,864 4번 출구를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843 01:18:37,865 --> 01:18:42,281 파리발, 에어 엥테르 703편에 탑승하실 승객께서는 844 01:18:42,281 --> 01:18:45,960 4번 출구를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845 01:19:15,369 --> 01:19:17,800 안녕하세요, 나자렛 씨 846 01:19:26,665 --> 01:19:29,320 다들 기억이 나는군요 847 01:19:35,113 --> 01:19:36,872 부인은 처음인데요... 848 01:19:36,873 --> 01:19:40,968 선생님이 마르세유에 사실 때 우리는 다른 곳에 살았거든요 849 01:19:40,969 --> 01:19:43,592 아, 그렇군요 850 01:19:43,945 --> 01:19:48,329 제가 누군지 모르시겠죠? 워낙 오래 전 일이니까요 851 01:19:48,330 --> 01:19:51,976 부친께서 '성 바르나베' 가에서 식료품점을 운영하셨지? 852 01:19:51,977 --> 01:19:55,336 - 네, 맞아요 - 제대로 봤군 853 01:19:55,337 --> 01:19:58,056 아저씨는 보석상 주인 '레봉' 씨죠? 854 01:19:58,057 --> 01:20:01,800 내 손가락 굵기를 몰래 쟀던... 855 01:20:01,801 --> 01:20:05,928 - 아저씨 작품인데, 기억나세요? - 오, 물론이지 856 01:20:05,929 --> 01:20:12,488 - 사랑으로 만들어진 반지였네 - 알죠, 저도 알아요 857 01:20:12,489 --> 01:20:17,033 - 내 아내 기억하나? - 성함도 아는데... 858 01:20:17,034 --> 01:20:19,528 - 아이게누슈? - 바타누슈 859 01:20:19,529 --> 01:20:21,481 오, 거의 맞혔네요 860 01:20:23,881 --> 01:20:27,081 - 괜찮습니다, 앉으세요 - 난 '안자니'일세 861 01:20:27,082 --> 01:20:31,848 약국 주인이었는데 이제는 은퇴했지 862 01:20:31,849 --> 01:20:36,648 - 내 아내 '로즈'일세 - 오랜만이네요 863 01:20:36,649 --> 01:20:39,913 이웃들이 약국에 설치된 전화기 덕을 톡톡히 봤죠 864 01:20:39,913 --> 01:20:43,080 곁에만 있어도 행복해지는 이웃들이었는데... 865 01:20:43,081 --> 01:20:47,624 안녕하세요, 자카리옹! 셔츠 좀 꿰매줘야겠어요 866 01:20:47,625 --> 01:20:51,593 가져오세요, 안자니 씨 수선해드리죠 867 01:20:51,594 --> 01:20:53,224 아자드! 868 01:21:04,426 --> 01:21:08,104 까롤과 애들은? 같이 떠난다고 했잖니? 869 01:21:08,105 --> 01:21:13,640 - 당분간 어머니와 지내려고요 - 내 친구들은 여기에도 많아 870 01:21:13,641 --> 01:21:16,488 너도 파리에서 할 일이 많잖니? 871 01:21:16,489 --> 01:21:19,177 할 일이야 많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죠 872 01:21:19,178 --> 01:21:21,640 저한테는 지금 어머니가 필요해요 873 01:21:24,489 --> 01:21:26,824 '필리베르' 선생님 기억나니? 874 01:21:26,825 --> 01:21:29,960 제가 걸린 병이 폐렴이었나요, 장티푸스였나요? 875 01:21:29,961 --> 01:21:34,472 늑막염이었지 그것도 습성이었어 876 01:21:34,473 --> 01:21:37,928 요즘에는 손쉽게 치료하지만 그때는 툭하면 죽어나갔지 877 01:21:37,929 --> 01:21:40,840 제 가슴에서 나는 소리를 귀 기울여 들어주셨잖아요 878 01:21:40,841 --> 01:21:45,001 등에서 나는 소리로 아픈 곳을 찾아내셨고요 879 01:21:45,417 --> 01:21:48,520 자네는 통증 부위를 찾기가 힘들어서 880 01:21:48,521 --> 01:21:51,496 가슴에 귀를 바짝 대고 881 01:21:51,497 --> 01:21:54,697 '기침해봐라' '숨 쉬어봐'라고 했는데 882 01:21:54,697 --> 01:22:00,552 자네 가족들까지 덩달아 기침을 하고 숨을 들이쉬더군 883 01:22:00,553 --> 01:22:04,808 자네 병을 치료하는 동안 온 가족의 심장소리를 들었다네 884 01:22:04,809 --> 01:22:10,472 -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 감사받을 사람은 따로 있지 885 01:22:10,473 --> 01:22:13,064 자네 가족들에게 감사하게 886 01:22:13,065 --> 01:22:17,160 자네를 구한 건 바로 가족들이니까 887 01:22:17,161 --> 01:22:22,024 모두가 자네에게 매달려 결국은 완치시켰지 888 01:22:24,714 --> 01:22:26,888 니스 부부가 오셨군요 889 01:22:31,945 --> 01:22:34,536 우리 집 가장이자 제 외동 아들입니다 890 01:22:34,537 --> 01:22:39,048 부인께서 가게에 오신 날부터 우린 가족들끼리 친구가 됐죠 891 01:22:41,001 --> 01:22:42,312 - 안녕하세요 - 어서 오세요 892 01:22:42,313 --> 01:22:45,992 - 구인 광고를 보고 들어왔어요 - 셔츠 만들 줄 알아요? 893 01:22:45,993 --> 01:22:52,712 샘플을 주시면 저희 자매들이 똑같이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894 01:22:52,713 --> 01:22:54,920 - 들어오세요 - 감사합니다 895 01:23:04,233 --> 01:23:08,521 - 내가 누군지 알겠나? - 아뇨 896 01:23:08,522 --> 01:23:11,848 그럴 만도 하지 폭삭 늙어버렸으니... 897 01:23:11,849 --> 01:23:14,824 저에게 격 없이 대해주셨던 '아쁘까' 아저씨죠? 898 01:23:14,825 --> 01:23:21,160 어이쿠, 날 알아보네! 그 옛날, 자네는 말야... 899 01:23:21,161 --> 01:23:23,400 잠깐만! 900 01:23:26,057 --> 01:23:28,681 여기서 숨 좀 돌리고 가자 901 01:23:28,681 --> 01:23:32,072 폐가 시원찮은 게 이렇게 티가 나 902 01:23:32,073 --> 01:23:34,152 지금은 좀 어떠세요? 903 01:23:34,153 --> 01:23:41,256 의사가 나더러 하는 말이 내가 패... 패결... 904 01:23:41,257 --> 01:23:43,976 - 폐결핵이요 - 그래, 맞아 905 01:23:43,977 --> 01:23:46,888 난 폐 하나를 떼놓고 시작했잖아? 906 01:23:46,889 --> 01:23:49,448 그런데 나머지 하나도 망가지려고 하더군 907 01:23:49,449 --> 01:23:53,384 다행히도 어떤 박사가 항생제라는 걸 발명해서 908 01:23:53,385 --> 01:23:55,720 아침마다 커피와 함께 먹고 있지 909 01:23:55,721 --> 01:23:58,632 죽으란 법은 없더군 910 01:24:01,353 --> 01:24:06,600 - 하곱, 자네 돌아왔나? - 나자렛... 911 01:24:08,041 --> 01:24:12,648 이보게, 아자드 우리 마을의 작은 천사 '나자렛'일세 912 01:24:12,649 --> 01:24:16,168 아까 장례식 때 인사했었지? 913 01:24:16,169 --> 01:24:20,104 국화꽃 두 송이를 들고 왔더라고 914 01:24:20,105 --> 01:24:22,536 좀 모자라는 친구라서 915 01:24:22,537 --> 01:24:25,640 죽는 것과 사는 게 뭔지 그 차이를 몰라 916 01:24:25,641 --> 01:24:29,512 죽으면 좀 달라진다는 정도만 알지 917 01:24:30,185 --> 01:24:32,936 선하고 순수한 분이시네요 918 01:24:32,937 --> 01:24:37,768 그런 분한테 우리 기준으로 세상 얘기를 하면 안 되겠네요 919 01:24:37,769 --> 01:24:40,936 다른 행성에서 오신 분 같아요 920 01:24:40,937 --> 01:24:45,416 네 아버지께서는 이런 말씀을 하셨지 921 01:24:45,417 --> 01:24:48,968 '나자렛은 여러 종류의 운명을 사는 멋진 친구야' 922 01:24:48,968 --> 01:24:52,904 '아르메니아군의 원수가 됐다가' 923 01:24:52,905 --> 01:24:57,224 '위대한 변호사 혹은 대주교나 추기경도 되거든' 924 01:24:57,225 --> 01:25:03,176 그래서 그런 말씀을 하셨던 걸까? 이런 적도 있었어 925 01:25:04,969 --> 01:25:07,816 어느날 아침 네 아버지가 하시는 말이 926 01:25:07,817 --> 01:25:12,136 '분명히 왕이 된 꿈이었는데 어떤 나라인지 기억이 안 나' 927 01:25:12,137 --> 01:25:17,416 '결국, 사람들은 밤마다 나자렛이 되는 셈이군' 928 01:25:17,416 --> 01:25:19,592 '엉터리 꿈을 꾸더라도' 929 01:25:19,593 --> 01:25:23,976 '그 시간만큼은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지' 930 01:25:23,977 --> 01:25:32,136 '우린 잠에서 깨면 일상으로 돌아가 서로에게 폐를 끼치며 살지만' 931 01:25:32,137 --> 01:25:39,048 '나자렛은 폐를 끼칠 틈이 없어 낮에도 꿈을 꾸니까' 932 01:25:41,833 --> 01:25:46,952 어머니는 안나 이모의 침대 시트를 깔아주셨는데 933 01:25:46,953 --> 01:25:51,848 내가 싫어할까봐 우연히 찾은 시늉을 하셨다 934 01:25:51,849 --> 01:25:55,304 '여기 있었네! 잃어버린 줄 알았는데' 935 01:25:55,305 --> 01:26:01,288 고향집에 머물면서 사람들로 북적대는 분위기가 좋아졌고 936 01:26:01,289 --> 01:26:04,744 불면증 때문에 뒤척이지도 않게 됐다 937 01:26:04,745 --> 01:26:09,192 집 안 가득했던 향기들을 떠올리고 싶었나 보다 938 01:26:09,193 --> 01:26:14,568 프로방스 길녘의 꽃을 담아 만든 향낭에서는 라벤더 향기가 나고 939 01:26:14,569 --> 01:26:18,952 계피향은 '바클라바' 과자와 유년시절을 생각나게 한다 940 01:26:18,953 --> 01:26:22,888 백리향과 나륵풀 향기도 약간 풍기는데 941 01:26:22,889 --> 01:26:29,864 이는 고인들을 회상하며 토요일마다 피우던 향내다 942 01:26:54,761 --> 01:26:59,080 - 아자드, 자니? - 아뇨, 들어오세요 943 01:27:05,288 --> 01:27:09,832 참깨 쿠키를 만들었는데 깜빡했지 뭐니 944 01:27:10,569 --> 01:27:11,880 좀 앉으세요 945 01:27:15,593 --> 01:27:20,295 음, 맛있네요 살살 녹는데요 946 01:27:21,705 --> 01:27:24,680 이런 순간이 다시는 오지 않겠지... 947 01:27:40,712 --> 01:27:42,792 안녕하세요, 자카리옹 부인 948 01:27:42,793 --> 01:27:46,952 어떻게 위로를 드려야 될지... 얼마 전에 소식 들었어요 949 01:27:46,953 --> 01:27:50,952 감사합니다, 크리스펠 부인 이렇게 찾아와 주시다니... 950 01:27:58,281 --> 01:27:59,880 나도 그 심정 알아요 951 01:27:59,881 --> 01:28:03,272 첫 남편이 죽었을 때 정말 견디기 힘들었죠 952 01:28:03,273 --> 01:28:07,176 많이 힘드시겠지만 인생이 다 그런 걸 어쩌겠어요 953 01:28:07,177 --> 01:28:09,544 재혼도 생각해 보세요 954 01:28:10,697 --> 01:28:12,999 훌륭해요... 955 01:28:18,121 --> 01:28:21,639 그럼 얼마를 드려야 하죠? 956 01:28:21,640 --> 01:28:25,575 5벌을 만들었으니 1벌에 230프랑씩 다섯 벌 값을 주시면 되죠 957 01:28:25,576 --> 01:28:30,824 - 1,150 프랑입니다 - 좀 깎아주시면 안 될까요? 958 01:28:30,825 --> 01:28:34,920 5벌씩이나 주문했고 제가 소개도 많이 했는데... 959 01:28:34,921 --> 01:28:38,024 제 아들과 동서도 여기서 셔츠를 맞출 거예요 960 01:28:38,025 --> 01:28:41,032 소개료 정도는 빼주시겠죠? 961 01:28:41,033 --> 01:28:45,448 주문할 때 한 벌당 20프랑씩 빼드렸으니 962 01:28:45,449 --> 01:28:47,720 100프랑이나 싸게 드린 셈이죠 963 01:28:47,721 --> 01:28:50,087 더 이상은 무리예요 964 01:28:50,088 --> 01:28:55,016 이젠 저도 눈이 침침해져서 월급을 주고 직원을 써야 한답니다 965 01:28:55,017 --> 01:28:58,280 그건 제가 고려할 부분이 아닌 것 같네요 966 01:28:58,281 --> 01:29:01,416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어야죠 967 01:29:01,417 --> 01:29:05,000 끝전은 떼고 1,100프랑으로 하죠 968 01:29:05,001 --> 01:29:07,048 내가 경우 없이 깎는 사람도 아니고 969 01:29:07,049 --> 01:29:09,608 어때요? 서로 행복한 거래잖아요? 970 01:29:11,208 --> 01:29:14,887 더 행복하게 해 드리죠 자, 가져가세요 971 01:29:14,888 --> 01:29:16,967 한 푼도 내지 말고 그냥 가져가세요 972 01:29:16,968 --> 01:29:20,328 - 제가 구걸하는 것도 아니고... - 구걸하는 게 맞죠 973 01:29:20,329 --> 01:29:23,175 한 벌당 20프랑씩 다섯 차례나 구걸했고 974 01:29:23,176 --> 01:29:25,896 지금 또 50프랑을 구걸하고 있잖아요 975 01:29:25,897 --> 01:29:28,456 모두 합하면 150프랑이네요 976 01:29:28,457 --> 01:29:30,696 구걸은 이제 그만 하시죠 977 01:29:30,697 --> 01:29:33,543 오늘은 모두 공짜니까 마음대로 가져가세요 978 01:29:33,544 --> 01:29:37,448 이렇게 무례할 수가... 다시는 오나 봐라! 979 01:29:37,449 --> 01:29:42,472 우린 충분히 적선했으니까 다시는 안 오셨으면 합니다 980 01:29:42,473 --> 01:29:46,184 촌스러운 시골뜨기 주제에! 981 01:29:46,185 --> 01:29:48,808 그만 하렴, 아자드 982 01:29:48,809 --> 01:29:53,287 한 발만 더 나가시면 셔츠 5벌이 공짜예요 983 01:29:53,288 --> 01:29:55,752 셔츠는 가져가겠지만 내 말 잘 들어요 984 01:29:55,753 --> 01:29:59,432 셔츠 값은 내 남편이 알아서 지불할 거예요! 985 01:29:59,433 --> 01:30:03,176 장미꽃을 1,150프랑어치 보내라고 하세요 986 01:30:03,177 --> 01:30:06,120 기왕이면 해피엔딩으로 끝내야죠 987 01:30:09,256 --> 01:30:12,456 돈 몇 푼 깎으려던 크리스펠 부인 덕분에 988 01:30:12,457 --> 01:30:16,776 나는 한 가지 다짐을 하게 됐다 989 01:30:16,777 --> 01:30:21,768 노동의 대가를 흥정의 대상으로 삼지 않으리라 990 01:30:23,145 --> 01:30:26,535 어머니, 드릴 말씀이 있어요 991 01:30:26,536 --> 01:30:28,904 장미꽃은 절대 받지 마세요 992 01:30:28,905 --> 01:30:30,696 그래, 알겠어 993 01:30:33,993 --> 01:30:37,288 제가 카운터 뒤에서 지켜봤는데 994 01:30:37,289 --> 01:30:41,799 어머니는 존경스러울 정도로 구두쇠 같은 여자와 맞섰죠 995 01:30:41,800 --> 01:30:44,872 얼굴이 장엄하게 빛날 정도였는데 996 01:30:44,873 --> 01:30:47,688 어머니야말로 진정한 숙녀예요 997 01:30:47,689 --> 01:30:50,472 너도 참... 998 01:30:50,473 --> 01:30:53,096 비행기 좀 그만 태우렴 999 01:30:58,313 --> 01:31:01,832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은 '공짜'라고 하면 1000 01:31:01,833 --> 01:31:04,872 기꺼이 크리스펠 부인처럼 달려들 거야 1001 01:31:04,873 --> 01:31:09,672 적어도 한 번 이상씩은 '구두쇠'란 소리를 들었을 게다 1002 01:31:17,289 --> 01:31:20,840 어머니와 한 달간 파리에서 지냈다 1003 01:31:20,841 --> 01:31:23,847 한사코 거부하시는 어머니를 설득하기 위해 1004 01:31:23,848 --> 01:31:27,464 오래 머물지 않으시겠다는 조건에 합의해야만 했다 1005 01:31:27,465 --> 01:31:30,984 어느 화창한 날, 어머니는 흰머리에 검은 숄 차림으로 1006 01:31:30,985 --> 01:31:34,824 손주들과 함께 정원으로 산책을 나섰다 1007 01:31:34,825 --> 01:31:38,535 초록으로 우거진 정원은 '르누아르'의 그림을 연상케 했고 1008 01:31:38,536 --> 01:31:42,375 명화 감상은 내 일상이 됐다 1009 01:31:42,376 --> 01:31:49,511 그러던 어느 날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1010 01:31:49,512 --> 01:31:52,135 까롤은 이런 말로 날 복잡하게 했다 1011 01:31:52,136 --> 01:31:56,423 '그 아이가 어쩜 이럴 수 있죠?' 1012 01:31:56,424 --> 01:31:58,824 짧은 통화가 끝나고 얼마 되지 않아 1013 01:31:58,825 --> 01:32:04,072 화가 머리끝까지 난 까롤이 등장했다 1014 01:32:07,369 --> 01:32:09,671 피에르, 당신에게 확실히 해둘 얘기가 있어요 1015 01:32:09,672 --> 01:32:13,192 당신 어머니하고 나 둘 중에서 하나를 택해요 1016 01:32:13,193 --> 01:32:19,656 그럼 나도 확실히 말하지 당신이 떠나도록 해 1017 01:32:19,657 --> 01:32:23,528 자, 도대체 왜 이러는지 납득할 만한 이유를 대봐 1018 01:32:23,529 --> 01:32:26,760 들어줄 테니까 1019 01:32:26,760 --> 01:32:30,343 당신 아들 학교에서 전화가 왔었어요 1020 01:32:30,344 --> 01:32:35,016 학교에서 걸려온 전화라면 좋은 일은 아니겠군 1021 01:32:35,017 --> 01:32:38,663 그런 정도가 아니에요 아주 심각하다고요 1022 01:32:38,664 --> 01:32:41,672 아드리안이 당신 성을 쓰고 싶지 않대요 1023 01:32:41,673 --> 01:32:44,904 - 지금 소설 쓰나? - 소설이라뇨 1024 01:32:44,905 --> 01:32:48,200 아드리안이 교장 선생님한테 직접 말했대요 1025 01:32:48,201 --> 01:32:51,336 '아드리안 자카르라고 불리는 거 싫어요' 1026 01:32:51,337 --> 01:32:52,648 이유가 뭐래? 1027 01:32:52,649 --> 01:32:57,000 그걸 알면 내가 이러고 있겠어요? 1028 01:32:57,001 --> 01:33:00,199 자기도 모르는 소리를 지껄이고 있는 것 같아요 1029 01:33:00,200 --> 01:33:03,560 그럼 뭐라고 불러 달래? 1030 01:33:03,561 --> 01:33:06,151 아드리안 자카리옹 1031 01:33:09,608 --> 01:33:12,231 그게 아이의 본명이잖아? 1032 01:33:17,353 --> 01:33:21,863 어머니가 나가야 하는 이유가 결국 아이 이름 때문이야? 1033 01:33:21,864 --> 01:33:27,271 어머니가 조상 타령을 하시니까 애들이 물든 거라고요 1034 01:33:27,272 --> 01:33:31,207 아드리안은 '피에르 자카르'의 아들이란 사실을 자랑스러워했었는데 1035 01:33:31,208 --> 01:33:33,480 이제는 할아버지의 성을 쓰겠대요 1036 01:33:33,481 --> 01:33:37,320 게다가 아드리안한테 물들었는지 아니면 할머니가 시켰는지 1037 01:33:37,321 --> 01:33:40,136 샬로뜨는 아르메니아어를 배우겠대요 1038 01:33:40,137 --> 01:33:43,239 이제 알겠어요? 1039 01:33:45,033 --> 01:33:48,359 아드리안, 샬로뜨 서재로 오렴 1040 01:33:57,704 --> 01:34:01,768 아드리안, 성을 바꾸고 싶니? 1041 01:34:01,769 --> 01:34:02,887 아뇨 1042 01:34:02,888 --> 01:34:07,399 거짓말 마! 교장 선생님과 통화했어! 1043 01:34:07,400 --> 01:34:10,471 바꾸고 싶지 않아요 원래 성이 '자카리옹'인걸요 1044 01:34:10,472 --> 01:34:14,631 족보에서도 제 이름은 아드리안 자카리옹이죠 1045 01:34:14,632 --> 01:34:18,151 '자카르'는 별칭이자 아빠의 필명이죠 1046 01:34:19,336 --> 01:34:22,024 누가 그런 얘기를 해줬어? 1047 01:34:23,912 --> 01:34:29,256 아드리안, '자카리옹'이란 성을 쓰라고 말해준 게 누구지? 1048 01:34:29,257 --> 01:34:32,871 아빠의 연극을 보고 알았어요 이미 세 번이나 봤죠 1049 01:34:35,144 --> 01:34:38,375 샬로뜨, 아르메니아어를 배우려는 이유가 뭐니? 1050 01:34:38,376 --> 01:34:44,200 재미로요, 아드리안이랑 남들 모르게 말하고 싶거든요 1051 01:34:46,120 --> 01:34:47,688 그만 나가보렴 1052 01:34:54,632 --> 01:34:59,112 제가 '자카리옹'이라는 성을 쓰는 게 싫으세요? 1053 01:34:59,113 --> 01:35:02,600 아니, 아빠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지 1054 01:35:09,929 --> 01:35:14,024 보기 좋겠네 아버지와 아들의 성이 다르다니 1055 01:35:14,025 --> 01:35:16,648 딸도 결혼하면 성이 달라질 테고 1056 01:35:16,649 --> 01:35:19,399 나만 처녀 때 성으로 바꾸면 완벽하겠군 1057 01:35:19,400 --> 01:35:21,448 나쁘지 않은데? 1058 01:35:55,016 --> 01:36:00,904 동양 서적 사야트 노바 1059 01:36:35,273 --> 01:36:36,711 계세요? 1060 01:36:51,720 --> 01:36:54,343 안녕하세요, 자카르 씨 1061 01:36:55,433 --> 01:37:01,831 아, 성함이... '아스트릭 세티앙'이죠? 1062 01:37:01,832 --> 01:37:03,912 기고를 하시는 신문 이름이 '무한...' 1063 01:37:03,912 --> 01:37:07,400 아니, '호리존'이죠 1064 01:37:07,401 --> 01:37:11,240 우리 서점에 이런 유명인이 들러주시다니 영광인데요? 1065 01:37:11,241 --> 01:37:15,559 서점을 가득 채운 이 기념비적인 책들에 비하면 1066 01:37:15,560 --> 01:37:19,528 '자카르'란 사람은 정말 보잘 것 없는 존재죠 1067 01:37:19,529 --> 01:37:23,943 그런데 지난 번에 만났을 땐 폐를 끼친 것 같더군요 1068 01:37:23,944 --> 01:37:29,799 아뇨, 저야말로 시사회 때 실례가 많았죠 1069 01:37:29,800 --> 01:37:31,143 무슨 일로 오셨죠? 1070 01:37:31,144 --> 01:37:34,503 10살짜리 아들과 12살 된 딸이 있는데 1071 01:37:34,504 --> 01:37:38,599 매주 1회 집에서 아르메니아어를 가르쳐줄 가정교사를 찾는 중이죠 1072 01:37:38,600 --> 01:37:42,343 제가 겪어본 바로는 가정교사보다는 학원이 낫더군요 1073 01:37:42,344 --> 01:37:43,655 어떤 점이요? 1074 01:37:43,656 --> 01:37:46,823 첫 수업은 항상 쉬운 것부터 시작하죠 1075 01:37:46,824 --> 01:37:51,335 '네, 아니오, 안녕 정원에 꽃이 있어요'로 시작해서 1076 01:37:51,336 --> 01:37:57,767 복잡한 문법을 배우면서부터 점점 힘들어지죠 1077 01:37:57,768 --> 01:38:01,607 게다가 학교수업도 만만치 않잖아요? 1078 01:38:01,608 --> 01:38:04,487 기말고사도 걱정해야 하고... 1079 01:38:04,488 --> 01:38:08,136 학원에서 배우면 아이들이 부담을 덜 느끼죠 1080 01:38:08,137 --> 01:38:11,047 그럼 학원을 추천해주세요 1081 01:38:11,048 --> 01:38:14,407 몇 군데 없어요 학원 명단이에요 1082 01:38:18,601 --> 01:38:21,735 '아르누빌'에서 애들을 가르치시는군요 1083 01:38:21,736 --> 01:38:24,808 네, 다른 학원들도 아주 훌륭해요 1084 01:38:24,808 --> 01:38:27,207 물론 그러겠지만 허락만 하신다면 1085 01:38:27,208 --> 01:38:29,991 당신이 가르치는 반으로 보내고 싶군요 1086 01:38:29,992 --> 01:38:31,591 영광이죠 1087 01:38:33,480 --> 01:38:37,383 '루베자' 연말 자선 파티라... '루베자'가 뭐죠? 1088 01:38:37,384 --> 01:38:40,839 아르메니아 사람들의 자선단체죠 1089 01:38:40,840 --> 01:38:45,191 어렸을 때는 그런 파티에 가서 조용히 있다가 오곤 했죠 1090 01:38:45,192 --> 01:38:47,111 매주 일요일마다요 1091 01:38:47,112 --> 01:38:51,303 '본 연말 파티는 아르메니아 장관의 후원으로...' 1092 01:38:51,304 --> 01:38:54,503 장관은 오지 않는다는 뜻인데 선거도 하니까 꼭 올 테고... 1093 01:38:54,504 --> 01:38:57,159 '유명 예술가도 참석 예정' 1094 01:38:57,160 --> 01:39:01,223 어렸을 때는 머리가 부스스한 시인이 시낭송을 항상 했었죠 1095 01:39:01,224 --> 01:39:08,423 찡그린 표정과 '오셀로' 분위기로 시를 읽어 내려갔어요 1096 01:39:08,424 --> 01:39:12,871 항상 아르메니아의 유명한 시인이 쓴 작품을 낭독했는데... 1097 01:39:12,872 --> 01:39:17,703 '아르메니아, 태양이 입 맞춘 그 이름을 난 사랑하노라' 1098 01:39:17,704 --> 01:39:20,327 '피처럼 붉은 꽃들과 장미의 영원한 향기' 1099 01:39:20,328 --> 01:39:23,687 '그리고 조국의 딸들이 추는 우아한 춤을 사랑하노라' 1100 01:39:23,688 --> 01:39:25,831 '그리고...' 1101 01:39:25,832 --> 01:39:30,183 '애수 어린 벽으로 둘러싸인 초가집들을 사랑하며' 1102 01:39:30,184 --> 01:39:34,311 '매몰된 마을의 바위조차 사랑하노라' 1103 01:39:37,928 --> 01:39:41,063 '슈발리에' 350회 공연 1104 01:39:41,608 --> 01:39:46,823 시사회의 반응과는 달리 '슈발리에'는 연일 매진이었다 1105 01:39:46,824 --> 01:39:49,671 안녕하세요, 알랭 안녕하세요, 버지니아 1106 01:39:50,056 --> 01:39:51,783 까롤은 저쪽에 있습니다 1107 01:39:51,784 --> 01:39:54,183 까롤은 350회 공연을 기념해야 한다며 1108 01:39:54,184 --> 01:39:58,727 번지르르한 레스토랑에다 만찬을 예약했다 1109 01:40:00,808 --> 01:40:04,679 - 어머니, 드레스가 멋진데요! - 늘 입던 옷이잖니? 1110 01:40:04,680 --> 01:40:10,151 - 넌 항상 먼저 보인다고 했었지 - 그렇게 보이거든요 1111 01:40:10,536 --> 01:40:14,983 아자드, 식사할 때 나랑 가까이 앉아야 한다 1112 01:40:14,984 --> 01:40:18,919 그리고 내가 식탁 예절에서 벗어나면 눈짓으로 알려주렴 1113 01:40:18,920 --> 01:40:23,847 무슨 말씀인지 알겠어요 어머니 자리를 확인하고 올게요 1114 01:40:30,408 --> 01:40:33,575 시어머니가 아주 세련된 분이시던데? 1115 01:40:33,576 --> 01:40:38,183 옆 자리에 아들이 없으면 영락없이 바보가 될 거야 1116 01:40:38,184 --> 01:40:40,071 아들이 식기 사용법을 눈짓으로 알려주거든 1117 01:40:40,072 --> 01:40:42,983 오늘은 두 사람의 자리 간격이 꽤 멀잖아? 1118 01:40:42,984 --> 01:40:48,455 자리 배치는 나이, 지위 인척관계 순으로 했어 1119 01:40:48,456 --> 01:40:51,623 마구잡이로 배치한 게 아니야 1120 01:41:25,896 --> 01:41:30,183 어머니,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1121 01:41:30,184 --> 01:41:33,735 취향대로 편하게 드세요 1122 01:41:33,736 --> 01:41:39,175 우리도 어머니가 하시는 대로 따라서 해 볼게요 1123 01:42:09,096 --> 01:42:13,703 손님들 앞에서 연극을 하니까 행복하던가요? 1124 01:42:13,704 --> 01:42:17,799 그건 연극도 연기도 아니야 1125 01:42:17,800 --> 01:42:22,439 노인을 조롱하는 것 같아서 손을 내민 것뿐이지 1126 01:42:22,440 --> 01:42:24,999 위험에 빠진 사람을 도왔다고 봐야지 1127 01:42:25,000 --> 01:42:29,511 나에게 책임을 물을 생각은 없나 보군요 1128 01:42:32,520 --> 01:42:35,047 하긴 난 잘못이 없으니까! 1129 01:42:38,280 --> 01:42:43,719 내가 두 사람을 일부러 멀리 떼어놨다고 생각하나요? 1130 01:42:43,720 --> 01:42:47,943 용서해, 우연히 당신 얘기를 엿들었어 1131 01:42:47,944 --> 01:42:49,895 대단하시군요! 1132 01:42:53,512 --> 01:42:59,079 내가 왜 죄 없는 어머니를 미워한다고 생각해요? 1133 01:42:59,080 --> 01:43:03,143 당신은 지난 15년 동안 내 과거를 지워내고 싶었지만 1134 01:43:03,144 --> 01:43:06,311 어머니는 나와 내 과거를 연결하는 존재였기 때문이지 1135 01:43:06,312 --> 01:43:09,287 내 정체성을 떠올려봐 1136 01:43:09,288 --> 01:43:14,182 내 이름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자드'였어 1137 01:43:14,183 --> 01:43:16,775 아르메니아어로 '자유'를 의미하지 1138 01:43:16,776 --> 01:43:19,655 하지만 지금은 '피에르'야 1139 01:43:19,656 --> 01:43:25,063 폴, 앙리, 자크 같은 성인의 이름에서 따왔지 1140 01:43:25,064 --> 01:43:30,631 그리고 '자카르'라는 성은 '자카리옹'을 변형시킨 거야 1141 01:43:30,632 --> 01:43:34,023 당신은 내 친구들마저 지우려 했지 1142 01:43:34,024 --> 01:43:37,095 당신을 만나기 전에는 친구들과 어울려서 1143 01:43:37,096 --> 01:43:40,871 옛 추억에 빠지곤 했는데 이제는 당신만 봐야 해 1144 01:43:40,872 --> 01:43:45,703 그래도 난 당신을 전적으로 믿었어 1145 01:43:45,704 --> 01:43:49,735 당신이 내 부모님께는 관대할 거라고 생각했거든 1146 01:43:49,736 --> 01:43:53,927 자주는 아니어도 그분들을 뵐 수는 있었으니까 1147 01:43:59,848 --> 01:44:03,815 당신은 지난 15년 동안 내 이미지를 관리했지 1148 01:44:03,816 --> 01:44:06,630 내 '겉모습'을 말이야 1149 01:44:06,631 --> 01:44:11,751 잘은 몰라도 남들이 보기에 난 오늘도 꽤 근사했을 거야 1150 01:44:11,752 --> 01:44:15,239 내 노력을 깨닫는 데 15년이나 걸렸군요 1151 01:44:15,240 --> 01:44:16,871 그래 1152 01:44:18,216 --> 01:44:24,327 난 소심해서 당신을 거스르는 게 싫었고 1153 01:44:24,328 --> 01:44:28,999 때로는 당신과 마주치기도 싫었어 1154 01:44:29,000 --> 01:44:34,439 우린 둘 다 바빴으니까 마주할 일도 드물었지 1155 01:44:34,440 --> 01:44:38,695 파리에서의 무대 준비와 리허설, 시사회부터 1156 01:44:38,696 --> 01:44:43,431 뉴욕, 런던 시사회까지 정신없었잖아? 1157 01:44:43,432 --> 01:44:47,335 그리고 아드리안과 샬로뜨가 태어난 후에는 1158 01:44:47,336 --> 01:44:49,830 당신은 애들만 끼고 살았어 1159 01:44:52,328 --> 01:44:57,991 그래서 난 행복한 사람처럼 가면을 쓰고 살아야 했지 1160 01:44:57,992 --> 01:45:03,143 내가 당신을 한순간도 사랑하지 않았다는 건가요? 1161 01:45:03,144 --> 01:45:06,375 사랑? 가여운 까롤... 1162 01:45:06,376 --> 01:45:08,935 우린 여러 면에서 많이 다르지만 1163 01:45:08,968 --> 01:45:12,071 둘 다 '사랑한다'는 말을 입에 담은 적이 없잖아? 1164 01:45:12,072 --> 01:45:15,527 당신은 사랑과 자기도취를 항상 혼동하더군 1165 01:45:15,528 --> 01:45:18,247 좋아요 1166 01:45:18,248 --> 01:45:23,303 그럼 할 말도 다 했는데 당분간 떨어져 지내요 1167 01:45:27,848 --> 01:45:33,863 전 '노르망디'의 엄마 집이나 스위스의 '생 모리츠'에 가 있죠 1168 01:45:33,864 --> 01:45:36,518 물론 '생 모리츠'로 가겠지? 더 재미있는 곳이니까 1169 01:45:36,519 --> 01:45:39,591 피에르, 한마디만 하죠 1170 01:45:44,232 --> 01:45:47,174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든 건 미안한데 1171 01:45:47,175 --> 01:45:51,463 두 달간 연극 수입이 들어오지 않았어요 1172 01:45:51,464 --> 01:45:54,567 목돈을 쓸 데가 있었어 1173 01:45:55,400 --> 01:46:00,935 그럼 어디에 썼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1174 01:46:01,416 --> 01:46:06,630 꿈을 이뤘지 어린 시절의 꿈을... 1175 01:46:07,591 --> 01:46:11,751 세상에! 완전히 미쳤군요! 1176 01:46:12,487 --> 01:46:15,751 당신 말이 맞아 1177 01:46:15,752 --> 01:46:19,943 그래서 난 노예처럼 살아온 한 사람을 위해 선물을 샀지 1178 01:46:19,944 --> 01:46:24,711 그것도 아주 저렴한 가격에 말이야 1179 01:46:36,487 --> 01:46:39,495 까롤과는 6개월째 별거 중이다 1180 01:46:39,496 --> 01:46:43,814 새 출발을 축하하는 의미로 새 옷 5벌을 장만했다 1181 01:46:43,815 --> 01:46:46,279 내가 좋아하는 색으로... 1182 01:46:46,280 --> 01:46:50,311 아이들은 크리스마스와 부활절을 까롤과 보냈다 1183 01:46:50,312 --> 01:46:54,343 까롤은 '모리스' 섬에서 겨울을 보낸다고 알려왔다 1184 01:46:54,344 --> 01:46:57,799 청록색 바다로 둘러싸인 곳이라 1년 내내 여름인 섬이다 1185 01:46:57,800 --> 01:47:00,839 한번은 까롤이 전화를 걸어 이렇게 말했다 1186 01:47:00,840 --> 01:47:04,551 '로얄 호텔에 묵고 있는데 이곳 기억나요?' 1187 01:47:04,552 --> 01:47:08,230 까롤은 지난 6개월간 낙원에서 보냈지만 1188 01:47:08,231 --> 01:47:13,415 정작 자신의 문제는 돌이켜보지도 않았다 1189 01:47:13,416 --> 01:47:16,775 난 중대한 사실 하나를 깨달았다 1190 01:47:16,775 --> 01:47:20,358 오랫동안 별거를 했지만 우린 서로를 원하지 않았다 1191 01:47:20,359 --> 01:47:23,590 나에게 필요한 건 변호사였다 1192 01:47:34,695 --> 01:47:37,990 - 아빠, '예스 예렌 게 호심' - 대단한데! 1193 01:47:37,991 --> 01:47:41,383 - 무슨 말인지 아세요? - '아빠, 아르메니아어로 말할게요' 1194 01:47:41,383 --> 01:47:44,615 - 저도 물어볼게요, '바흐데즈' - '정원' 1195 01:47:44,615 --> 01:47:46,022 - '바흐트' - '장미' 1196 01:47:46,023 --> 01:47:49,927 '게 세렘 케즈'는 '당신을 사랑해요'란 뜻이에요 1197 01:47:49,928 --> 01:47:53,286 - 안녕하세요, 자카르 씨 - 안녕하세요 1198 01:47:53,287 --> 01:47:55,814 얘들아, 차에서 기다리렴 1199 01:47:55,815 --> 01:47:57,798 실력이 많이 늘었네요 그렇죠? 1200 01:47:57,799 --> 01:48:00,359 네, 정말 귀여워요 열심히 하고요 1201 01:48:00,360 --> 01:48:03,463 계속 그래야 할 텐데... 우리도 이렇게 열심이잖아요 1202 01:48:03,463 --> 01:48:07,207 그러게요 선생님 어머니는 잘 계시죠? 1203 01:48:07,208 --> 01:48:10,886 연세가 드실수록 마르세유의 고향집이 그리우신가 봐요 1204 01:48:10,887 --> 01:48:13,735 - 마음이 아프네요 - 걱정 마세요 1205 01:48:13,736 --> 01:48:17,063 어머니는 죽음 앞에서도 웃을 수 있는 분이시죠 1206 01:48:17,064 --> 01:48:20,359 죽고 나면 '약속의 땅'으로 간다고 믿으시거든요 1207 01:48:20,360 --> 01:48:24,006 선생님은요? 그런 걸 믿으시나요? 1208 01:48:24,007 --> 01:48:28,071 극작가는 내세의 존재를 어떻게든 확인하려 들죠 1209 01:48:28,071 --> 01:48:31,815 관객과 신이 함께 하는 시사회! 뭔가 영험할 것 같지 않아요? 1210 01:48:31,816 --> 01:48:36,519 - 아이들 잘 부탁합니다 - 조심해서 가세요 1211 01:48:36,903 --> 01:48:40,007 세티앙, 다음 주에 저녁이나 같이 드시죠 1212 01:48:40,008 --> 01:48:43,814 - 아이들도 좋아할 것 같은데... - 네, 꼭 오세요! 1213 01:48:43,848 --> 01:48:46,279 지난번에 신세진 건 잊지 않을 겁니다 1214 01:48:46,280 --> 01:48:48,934 한턱 단단히 내시겠다면... 1215 01:48:48,935 --> 01:48:52,583 전 목요일에 파리로 돌아오는데 그날 저녁 어떠세요? 1216 01:48:52,584 --> 01:48:54,151 좋아요 1217 01:49:02,344 --> 01:49:05,606 어머니를 모시고 고향으로 갔다 1218 01:49:11,207 --> 01:49:16,454 '파라다이스' 가를 지나가며 추억의 단편들을 떠올렸다 1219 01:49:16,455 --> 01:49:21,991 문제아들이 많았던 109번지... 1220 01:49:23,143 --> 01:49:29,063 주인이 바뀌고 새 간판을 내건 168번지... 1221 01:49:35,784 --> 01:49:38,886 '델마' 씨의 식료품점은 사라졌다 1222 01:49:41,415 --> 01:49:46,503 허름하던 약국은 대리석과 네온으로 단장을 했다 1223 01:49:48,232 --> 01:49:51,143 난 '위그' 씨의 서명이 들어간 간판을 좋아했다 1224 01:49:51,144 --> 01:49:58,150 그는 최고의 약사이자 청진기 없는 의사였다 1225 01:50:01,543 --> 01:50:05,607 '파라다이스' 가는 300번지까지 재개발되다가 중단됐는데 1226 01:50:05,608 --> 01:50:10,566 재정적인 이유와 고급주택가 사람들이 반대했기 때문이다 1227 01:50:10,567 --> 01:50:14,214 '알렉산더'의 집은 412번지에 있다 1228 01:50:14,215 --> 01:50:20,295 굴욕의 다과회가 열렸고 '바클라바'가 하인들에게 던져진 곳... 1229 01:50:20,295 --> 01:50:23,495 어머니는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궁금해 하셨지만 1230 01:50:23,496 --> 01:50:26,311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말없이 기다리셨다 1231 01:50:26,312 --> 01:50:30,854 - 어디라고 하셨죠? - 588번지로 가주세요 1232 01:51:01,544 --> 01:51:05,414 어머니, 기억나세요? 30년도 훨씬 전에 1233 01:51:05,415 --> 01:51:07,847 우린 이 거리의 가장 변두리에 살았죠 1234 01:51:07,848 --> 01:51:12,614 어느 날 우리가 이 문을 지나갈 때 이렇게 말씀하셨잖아요 1235 01:51:12,615 --> 01:51:15,398 '아자드, 여길 보렴' 1236 01:51:15,399 --> 01:51:19,015 '프랑스로 오기 전에 살았던 집과 비슷하지?' 1237 01:51:21,767 --> 01:51:26,214 '정원은 다르지만...' 1238 01:51:26,215 --> 01:51:29,991 그때 전 뭐가 다른지 여쭤봤죠 1239 01:51:29,992 --> 01:51:32,519 어머니가 말씀하시길... 1240 01:51:32,520 --> 01:51:38,790 '네가 현기증이 날 정도로 정원에 장미가 가득했단다' 1241 01:51:38,791 --> 01:51:42,407 그래, 기억나는구나 1242 01:51:42,887 --> 01:51:48,358 네가 친구네 다과회에 갔다가 오던 길이었지? 1243 01:51:49,223 --> 01:51:51,686 - '알렉산더 빠제스'였던가? - 네 1244 01:51:51,687 --> 01:51:58,822 우린 아주 오래 걸었는데 결국은 바닷가까지 걸어갔어 1245 01:52:08,967 --> 01:52:15,686 - 아자드, 여긴 누구네 집이지? - 어머니 집이에요 1246 01:52:15,687 --> 01:52:20,390 어머니는 처음에 이해를 못하셨다 1247 01:52:20,391 --> 01:52:23,078 현실 감각이 없으셨기 때문이다 1248 01:52:23,079 --> 01:52:27,398 어머니가 이해하시려면 1시간이 필요할 듯했다 1249 01:52:27,399 --> 01:52:32,422 아자드 여기 분수가 있구나 1250 01:52:32,423 --> 01:52:37,318 옛날에 살던 집에도 비슷한 게 있었지 1251 01:52:37,319 --> 01:52:42,854 그런데 예전에는 이곳에 장미도 없고 분수대도 없었잖니? 1252 01:52:42,855 --> 01:52:47,526 그러게요, 30년 만에 분수대랑 장미꽃이 생겼나봐요 1253 01:52:53,160 --> 01:52:57,158 난 유년시절의 꿈을 30년 만에 실현했다 1254 01:52:57,159 --> 01:53:01,606 109번지의 침침한 방에서 588번지로 옮겨오는 데까지 1255 01:53:01,607 --> 01:53:03,750 오랜 시간이 걸렸다 1256 01:53:03,751 --> 01:53:07,686 황금빛 태양이 장미꽃들을 비추고 있었다 1257 01:53:07,687 --> 01:53:10,983 프랑스에 오기 전에도 그랬듯이... 1258 01:53:22,887 --> 01:53:24,583 앉으세요, 어머니 1259 01:53:41,160 --> 01:53:46,118 - 이 집이 네 거라고? - 아뇨, 어머니 거죠 1260 01:53:46,119 --> 01:53:49,766 손주들과 가끔 놀러올 테니 꼭 초대해 주세요 1261 01:54:24,456 --> 01:54:30,758 네 아버지랑 이모들도 같이 봤으면 좋았을 것을... 1262 01:54:30,759 --> 01:54:34,663 난 어머니가 떨리는 입술을 꽉 깨물며 1263 01:54:34,664 --> 01:54:40,679 기쁨의 눈물을 참으려고 애쓰신다는 걸 알았다 1264 01:54:40,680 --> 01:54:45,670 나도 눈물을 감추려고 방을 나섰다 1265 01:54:53,351 --> 01:54:56,262 부인, 어머님을 잘 부탁합니다 1266 01:54:56,263 --> 01:54:58,342 걱정 마세요 잘 돌봐드릴게요 1267 01:54:58,343 --> 01:54:59,879 - 안녕히 계세요 - 안녕히 가세요 1268 01:55:04,519 --> 01:55:06,886 아자드, 아침도 걸렀잖니? 1269 01:55:06,887 --> 01:55:08,967 비행기에서 먹으면 돼요 1270 01:55:14,280 --> 01:55:15,910 곧 돌아올게요, 어머니 1271 01:55:15,911 --> 01:55:20,198 너도 내 나이가 되면 혼자서 떨어져 지내기 힘들 거야 1272 01:55:20,199 --> 01:55:23,271 그래서 네가 돌아오면 얼마나 기쁜지 아니? 1273 01:55:23,272 --> 01:55:26,855 다음에는 아드리안과 샬로뜨도 기쁘게 해드릴 거예요 1274 01:55:26,855 --> 01:55:32,582 그때는 이 멋진 집에서 오래 지낼 거라고요 1275 01:55:32,583 --> 01:55:37,126 아마 아이들한테 아르메니아어를 가르치는 선생님도 같이 올 겁니다 1276 01:55:37,127 --> 01:55:39,398 즐거운 시간이 될 거예요 1277 01:55:39,399 --> 01:55:41,894 양해를 구하고 모셔오렴 1278 01:55:44,679 --> 01:55:48,646 - 됐나요? - 그래 1279 01:55:48,647 --> 01:55:51,014 난 그 동안 장미꽃을 잘 가꾸마 1280 01:55:51,015 --> 01:55:55,142 어머니는 지난해에 힘든 일들을 겪으셨기 때문에 1281 01:55:55,143 --> 01:55:58,791 가슴에 너무나 많은 상처를 받으셨다 1282 01:55:58,792 --> 01:56:02,983 어머니가 장미꽃을 얼마나 더 돌볼 수 있으실까? 1283 01:56:16,327 --> 01:56:21,382 아자드, 스웨터 가져가야지! 1284 01:56:21,383 --> 01:56:25,830 나는 내 유년기와 청년기 시절의 어머니를 다시 떠올렸다 1285 01:56:25,831 --> 01:56:28,454 어머니는 내가 추위에 떨까봐 1286 01:56:28,455 --> 01:56:33,414 내 가방에 스웨터를 몰래 넣어주시곤 했다 1287 01:56:44,167 --> 01:56:48,198 이젠 내가 돌봐드릴 때가 왔다 내가 어디에 있든지 1288 01:56:48,199 --> 01:56:51,591 낮이든 밤이든 누군가 나에게 전화를 걸어 1289 01:56:51,591 --> 01:56:56,582 '집으로 빨리 오세요 어머니가 위독하세요'라고 하면 1290 01:56:56,583 --> 01:57:00,550 그 말을 듣는 순간 1291 01:57:00,551 --> 01:57:06,054 난 더 이상 누군가가 돌봐주는 일곱 살 어린애가 아닐 것이다 1292 01:57:06,055 --> 01:57:11,078 그리고 바로 그날 난 진정한 추위를 느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