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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막제작 : 연과하늘(keit@orgio.net)

 

노부인은 수년 전 상하이에서
샀던 백조를 기억하고 있었다

 

'이 새는 거위가 되고 싶어서
목을 길게 뺀 오리랍니다'

'잡아먹기엔 너무 아름답죠?'
장사꾼은 너스레를 떨었단다

조이 럭 클럽

 

이렇게 백조와 여인은 수 천리
미국 길을 함께 하게 되었다

 

여인은 백조에게 말하곤 했다

미국에 가면 나와 꼭 닮은
딸을 낳을 거야

그곳이라면 남편 트림소리로
여자를 평가하진 않겠지

 

내 딸에겐 완벽한
영어만을 시키겠어

 

슬픔 같은 건 절대
맛보지 않게 될 거야

 

소원 이상이 되어버린
이 백조를 주면 내 뜻을 알겠지

 

그러나 미국에 도착한 그녀는
백조를 빼앗기고 말았어

남은 건 추억이 깃들은
백조 깃털 하나 뿐이었지

 

그녀는 남은 깃털을
딸에게 주며 말하고 싶었어

 

비록 보잘 것 없는 깃털이지만
내 희망을 담고 있노라고

 

잘 있었어, 준?

 

이건 삶았어야지

샐러드에 중국 배추 좀 넣지 마
쓰단 말이야

샐러드엔 중국 배추가
들어가야 맛있어

냄새가 좋은데요, 아빠

고맙구나

 

저 나이에도
다투신다는 게 믿어지세요?

 

모두 사진 찍어요
이리로 모이세요!

 

어서 와

 

모두 준비 됐나요?

 

준, 어서 와!

 

난 싫어, 레나

 

가서 찍어라

어서!

 

엄마, 자연스럽게 웃어요

난 원래 이래

 

엄만 항상 젊어 보여요
비결이 뭐죠?

너도 내 피부를 닮았으니
내 나이 되면 나처럼 될 거다

 

가까이 모여봐

가까이 갔잖아요

내 머리 누르지 말고

 

잉잉, 이거 받아

 

우리 엄마는
네 달 전에 돌아가셨다

 

그때 처음 내가 엄마를
대신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난 게임이 시작되는 동쪽으로
가서 마작을 시작했다

 

엄마는 교회에서 만난 이들과
조이 럭 클럽을 만드셨다

안메이 아줌마

 

린도 아줌마

 

잉잉 아줌마

 

30년간 동고동락을 함께 하며
매주 게임을 해왔던 것이다

즐거운 수다와 함께

 

'이번엔 재수가 좋겠지' 하는
희망이 유일한 낙이었다

 

이들의 유대 관계는 재수나
즐거움이 아니라 희망이었다

 

너도 엄마처럼 늘 이길 거냐?

 

마작은 대학에서 유태인 친구와
해본 게 전부예요

유태인 마작하고는 달라

 

완전히 다르지

중국 마작은 까다로워

남들이 뭘 버리는지
주의해서 봐야 해

 

그걸 전부 머리 속에
기억해야 하는 거야

 

잘 못하면 유태인 마작이랑
다를 게 없지

미국 애들은 중국이나
유태나 다른 게 뭐냐고 하겠지

 

이들은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들이 품었던 꿈과 희망을
딸들이 모를까봐서

 

중국말로 하지 마세요
절 속일 수도 있잖아요

우린 속이지 않아

 

우린 네 이모뻘이고
정직한 사람들이야

널 속이진 않아

 

준, 피아노는
네가 가져가지 그러니?

 

피아노 치는 사람은
너밖에 없잖아

 

내가 9살 때 엄만 내가 뭐든
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엄만 내가
피아노 신동인 줄 아셨다

 

난 연습을 안 했지만 다행히
선생님은 그 차이를 몰랐다

 

귀가 완전히
먹었기 때문이었다

 

나나 베토벤은
머리로 음악을 들어

 

좋아, 샤프가 몇 개지?
플랫은? 장조가 뭐야?

사장조요

뭐?

- 사장조!
- 맞았어

 

무대에 서려면
감정이 살아 있어야 해

 

엄마와 린도 아줌마는
친구이면서도 적이었다

 

그들의 대결 무기는
자식을 비교하는 거였다

 

엄만 린도 아줌마의
자식 자랑에 질려 있었다

그 애는 차이나타운의
체스 챔피언이었던 것이다

 

바로 그날 엄만 내 피아노
실력으로 기를 꺾을 셈이었다

우리 딸애는 심부름도
못 시킨다니까!

 

하루 종일 체스만 두지 뭐야

 

매일 트로피를 닦아주지만
고마워나 하는 줄 알아?

그런 고민이 없으니
당신은 행복한 줄 알아

내 고민은 더 심해

준은 음악 외엔
아무것도 듣지를 못해

 

천부적 재능은
어쩔 수 없는 건가봐

 

그때까지 난 내가 천재라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다

 

멍청이!

 

사실 엄마가 틀렸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나간 거였다

난 나 일뿐, 별로 뛰어나지
못하다는 것을 말이다

 

그러나 굉장한 일이 일어났다
모차르트 혼이 씌인 것 같았다

누구라도 알 수 있었다

난 천재였던 것이다

 

그때 난 들었다

 

어쩌면 눈치 채지
못했을지도 몰라

 

브라보!

앙코르! 잘했다!

 

발표회 이후 다시는 피아노를
치지 않을 줄 알았다

 

TV 꺼라
피아노 연습 시간이다

 

난 믿을 수가 없었다

 

또 다시 그런 고문을
계속해야 한다니

그럴 순 없었다

 

뭐하니? 4시잖아

 

다신 피아노 안 칠 거예요
쳐서 뭐해요?

 

뭐라고?

 

난 노예가 아니에요
억지로 시키지 마세요

 

- 일어나!
- 싫어요! 난 안해!

 

싫어! 싫어요!

 

난 엄마가 원하는 딸은
절대 될 수 없어요!

딸은 두 종류가 있어

순종적이거나
제 멋대로인 딸!

 

이 집안에선 한가지 딸만이
살 수 있다, 순종적인 딸!

내가 엄마 딸이 아니면 좋겠어
엄마도 내 엄마가 아니고!

 

그건 바꿀 수가 없지

 

그때 난 절대 해서는
안되는 말을 하고야 말았다

 

엄마가 중국에서 죽인 딸처럼
나도 죽었으면 좋겠어!

 

중국에서 일어나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던 것이다

 

엄마는 남편을 만나러
중경으로 가던 길이었다고 했다

 

그때 처음으로 엄마가
결혼한 적이 있었다는 걸 알았다

 

쌍둥이 딸만 간신히 데리고
피난 나왔었다고 했다

 

다른 자식이 있었다는 걸
안 것도 그때가 처음이었다

 

어떻게 된 건지 궁금했지만
엄만 얘기해 주지 않았다

 

다만 중경에 도착했을 땐
모든 걸 잃었었다고 했다

 

모든 걸 잃은 게 뭐냐고
내가 물었다

그리고 애기들은
어떻게 됐는지도 물었다

 

엄마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 많았다

 

하지만 이것만은 절대
용서할 수가 없었다

 

애가 둘 있었다는 걸 아니?

우린 애가 죽었다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달
교회 야유회에 갔더니...

전쟁터에서 버리고 왔다던
그 애들 말이야

 

기적 같은 일이지 뭐냐
그 애들을 찾았어

 

그 애들이 살아있단다

 

살아있다니요?

 

네 엄마는 그 애들을
찾고 싶어 했어

평생의 한이었지

네 엄마가 죽자 우린
사방으로 수소문을 했단다

 

그 애기들이 보낸 거예요?

이젠 애기가 아니지

 

살아있었군요!

 

뭐라고 써있죠?

 

아주 반갑다고 했다
아니, 아니야!

 

동생을 찾아서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기쁘다는 구나

 

엄마가 이 세상에...

 

안 계시다니
너무 슬프다고도 썼고

 

중국에 와서 엄마에 대해
전부 말해 달라고 썼구나

 

제가 무슨 말을 해요?
전 아무것도 모르는데요

- 엄만 그저 엄마였어요
- 무슨 소리냐?

얼마나 똑똑하고
친절했다고!

- 다들 네 엄마를 좋아했지
- 너도 네 엄마를 닮았어

정말 성실했었지

요리를 또 얼마나 잘했는데

내 솜씨로도 못 따라 갔지

- 노래 솜씨는 어떻고?
- 그런 걸 몰라?

딸이 엄마를 모르다니
말이나 되니?

 

맞아요

 

그렇게 얘기할게요

 

그러고 싶어요

 

준?

 

무슨 생각하니?

 

그 애기들이요
쌍둥이 말이에요

 

만나게 될 줄 몰랐거든요

 

엄마가 돌아가셔서
얼마나 실망했을까요

 

정말 쓰기 힘든 편지를 쓰셨어요

 

땅콩 접시가 비었구나

 

제가 갖고 올게요

 

아직도 말 안했어?
오늘은 사실대로 말해

 

아직도 왜 말 안했어?

그런 말을 어떻게 해?
그럼 중국에 안 가려고 할 텐데

 

내 말이 맞지?
맞고 말고

 

그래도 잘못하는 거 같아

 

애들이 너무 불쌍해
어떻게 자식을 버렸을까?

 

엄마를 잃은 까닭도
모를 거 아냐

 

지금 이 나이 되서도 엄마가
날 버린 건 잊을 수가 없다

 

난 4살 때...

 

선을 봤어

 

그게 내 평생을 바꿔놨지

 

이리 와봐, 어서!

 

행타타 부인
제 딸자식입니다

 

엄마한테 와라, 린도

 

마님을 기다리게 하면 안돼

 

버릇이 없군요

 

평소엔 말을 잘 들어요

오늘은 수줍어서 그런가 봐요

 

내가 15살이 되면...

 

그 집에 가서 살기로
약속을 한 거야

 

인물만 보지 말고

 

관상을 보셔야죠

자식이 많게 생겼잖아요

 

자식을 많이 나을 거라는
매파의 말 한마디로

 

난 한번도 본 적 없는 남자에게
시집을 가게 되었다

이리 와라!

마님이 가까이서 보시겠단다

 

빨리 먹지 말아

 

여자는 빨리 먹는 게 아니야

 

그 후 10년간 엄마는 내가
딴 집 사람인 것처럼 대했다

 

때 좀 봐라

 

더러운 며느리를
누가 좋아하겠니?

항상 조심해야 한다
안 그러면 시댁에서 싫어하셔

 

그렇다고 엄마가 날
사랑하지 않으신 건 아니었어

 

다만 떠날 자식에게
정을 주기 싫었던 거야

 

그러던 어느 날 우리 집은
남쪽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지

 

나만 빼고 말이야

 

잊지 말아라

 

시어른을 뵈거든
기쁜 듯이 행동해

 

넌 복이 많은 거야

 

결혼식을 시작하겠습니다

 

신랑 신부!
상대방에게 맞절

 

조상님께 큰절

 

부디 장수하시고

 

자식이 번성하기를!

 

그날 밤 처음으로
남편을 만나게 되었지

 

내 운명을 쥐고 있는 사람
내 행불행을 좌우할 사람

 

바로 그 순간 내 운명이
결정되었어

 

난 결심했어, 내 자신을
알고 있었으니까

 

절대 잊지 말자고
내 자신에게 다짐했지

 

당신을 위해 많은 날을
기도했어요

 

너무 못생기지 않고
너무 늙은 사람이 아니기를요

 

기도가 지나쳤군요

 

무서워 죽겠지!

 

난 네 남편이야

모든 결정은 내가 한다

 

넌 바닥에서 자라

 

어서! 당장 내려가!

 

그 후 몇 년간 난 내 인생에
순응하며 살려고 했지

 

온갖 정성을 다해
시어머니 수발을 들었어

 

그래도 시어머니는
기뻐하지 않았지

손자는 어디 있느냐?

 

네가 잠자리를 거부한다면서?

 

넌 아내의 본분이
뭔지도 모르냐?

 

넌 네 자리에서 자

 

그 후로 난 남편과 같이 잤지

매일 밤 잠은 같이 잤지만
남매 같은 사이였어

 

손자는 어딨느냐?

 

아들은 충분히 씨를 심었다는데!

수만 명을 날 만큼
씨를 심었다는데!

전부 네 잘못이다

항상 뛰어다니며
씨를 흘리는 게 아니냐!

 

지금부턴 하루종일
침대에 누워만 있어라

누워!

 

손자가 나올 때까지!

알아들었느냐?
쓸모 없는 것 같으니라구!

 

창문을 전부 닫아라!

 

이것 봐, 나 임신했어

 

그럴 리가 없어

네 자식이야

 

내가 뭐랬소?

 

항상 저런단 말이오

 

무슨 일이냐?

 

왜 그러는 거야?

 

빨리 말해!

 

너무 끔찍하고 무서워서
말을 할 수가 없어요

 

꿈을 꿨는데

 

조상님이 나타나
불같이 화를 내시며

이 결혼을 계속하면
남편이 죽는댔어요

터무니없는 소리!

멍청한 계집이
꿈도 어디서 그런 꿈을!

 

조상님이 서둘러
일을 바로 잡지 않으면

엄청난 재앙이 닥칠 거래요

 

세 가지 징조를 보일 터인데

 

첫 번째는 남편 등에
검은 점이 생길 것이며

그 점이 남편의 살을
파먹어 들어갈 거랬어요

 

남편과 남매처럼 잠을 잘 때
보았던 것이지

 

또 조상님은 내 입을
만지시며 말씀하시길

 

내가 떠나지 않으면
모든 이가 빠질 거랬어요

 

하지만 제가 어찌 시댁을
떠날 수 있겠어요?

차라리 시댁에 뼈를 묻겠어요

 

그러면서 입을 벌려 몇 년 전
썩어 빠져나간 이를 보여줬지

 

조상님이 또 말씀하시길

저 여인이 남편의
진정한 배필이랬어요

이미 그이의 애를 가졌어요

 

정말이에요

그 증거로 조상님이 자궁에
씨를 심어놨댔어요

벌써 씨앗이 무르익고 있어요

앙핑! 이리 와봐!

 

당장 오지 못해!

 

제 말을 믿지 못하시겠으면
매파에게 물어보세요

매파가 돈을 벌 욕심에
그릇된 인연을 맺었다고 했지

 

매파, 어찌 이럴 수 있소?

이런 변고가 있나!

하늘도 가끔 실수를 하지요

전부 물러가라! 모두 다!

 

시어머닌 바라던 손자를 얻었고
하녀는 남편이 생겼지

 

그리고 난 상하이로 가는
열차표를 얻었어

 

결국 난 엄마에게 한
약속을 지킨 셈이야

 

하지만 내 딸 웨벌리의
결혼식은 완전 딴판이었지

 

엄마? 나예요

웨벌리, 벌써 미장원에
도착한 거냐?

아니요, 머리가 아파서요

머리가 아파?

머리가 아파서 엄마와 한 약속을
지킬 수 없다는 거냐?

 

올 거 없다, 오기 싫다는 애를
억지로 부를 필요는 없지

엄마, 그런 얘기가 아니잖아요

지금 내 모습이 어때서?

그냥 이대로 결혼식에 갈 거다

 

항상 이런 식이야!

 

엄만 항상 이랬다

 

내가 그 어떤 말이나
행동이나 생각을 하든

 

엄마는 대답할 말을
갖고 있었다

 

체스를 두는 것과 같았다

 

어린 나이에도 난 자신감이란
놀라운 재능을 갖고 있었다

 

그 누구보다 잘 할 자신이 있었고
체격이나 나이는 상관없었다

 

나를 얕보면
가만 두질 않았다

 

장군!

 

하지만 그런 완벽한 자신감도
잠깐 뿐이었다

 

그때 생각을 하면
지금도 눈물이 난다

 

라이프 잡지를 보셨나요?

 

상대를 이기려면 말을
잘 써야 한다고 이르곤 하죠

이번엔 간단하게 이겼어요

 

안녕히 계세요

 

츄 부인, 제 딸을 아시던가요?

 

웨벌리 종이에요
체스 챔피언이죠

 

- 똑똑한 딸을 두셨군요
- 감사합니다

 

왜 만나는 사람들마다
자랑을 해요?

왜? 엄마랑 다니는 게 창피하니?

 

그런 게 아니라...

 

우습잖아요

내 딸이라는 게 우스워?

그런 말이 아니에요

그럼 무슨 말이냐?
날 봐!

 

날 똑바로 봐!

 

왜 날 이용해서
자랑을 하는 거예요?

 

그렇게 자랑이 하고 싶으면
직접 체스를 배우라구요!

 

웨벌리! 돌아와!

 

드디어 오셨군

 

너 이제 큰일 났다

 

모두 앉아 먹자

 

부모 귀한 걸 모르는 자식은
돌볼 필요가 없어

 

다신 체스를 두지 않을 거야!

 

날 아무리 고문해도
체스는 절대 안해!

 

내 말 들었어요?

 

난 엄마가 다시 체스를 두라고
달랠 줄 알았다

 

하지만 언제 체스를
두었냐는 듯이 전혀 말이 없었다

 

저요, 다시 체스를 할까봐요

 

네 맘대로 시작하고

 

네 맘대로 그만 두고

 

넌 모든 게 그런 식이야

 

우습게 생각하고
모든 게 가벼워

 

세상엔 쉬운 게 없어

 

그 말은 저주와 같았다

 

그 순간 내 몸에서 자신감이
빠져나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 이후 난....

 

평범해졌다

 

그때까지 볼 수 있었던 묘수들이...

 

다신 보이지 않았다

 

보이는 건 내 실수와
약점뿐이었다

 

나의 최대 장점이...

 

사라진 것이다

 

모든 걸 엄마 탓으로만
돌릴 수만은 없다

 

내가 자초한 일이므로

 

그 이후 다신
체스를 두지 않았다

 

머릴 자르고 파마해, 머리색은
싸구려 염색약 때문이야

염색을 비싸게 하면
큰일 나는 줄 아시는 분이야

 

뭐 하러 비싼 돈 내고 머릴해?
너 같이 하려고 90불을 내?

 

차라리 이발소에 가는 게 낫지

 

다린, 여기 샴푸해드려

 

엄마를 기쁘게 하기 위해
중국인과 결혼도 했다

 

멋진 남자였고
손녀도 안겨드렸다

 

그걸로 만족 하셨을까?

 

내가 이혼했을 때 엄만 전부
내 탓인 것처럼 난리를 쳤다

 

보여드릴 게 있는데
이층으로 가요

 

다시 데이트를 시작했을 때

 

난 내가 리치와 동거하고
있음을 알려주려 했다

 

아무리 모른 척 한다고 해도
없어지는 일이 아닌 것이다

 

이걸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리치 아시죠?
제가 말씀드렸던 사람이요

 

입을 데도 없는데 이런 걸
왜 사왔는지 모르겠어요

 

입어 보실래요?

 

싸구려구나

 

자투리로 만든 거야

길이도 짧고
털도 풍성하지 않아

 

선물을 헐뜯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그이는 정성을 다해
사온 거예요

 

내 말이 그 말이다
좋지가 않아

 

이번에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어떻게 찾은 사랑인데
날 얼마나 위해주는데

 

다른 할 말은 없으세요?

 

무슨 말을 해야 하지?

 

집에 대해서요

또 이것은요! 이것도요!

 

이건 어때요?

 

이것 전부요!

 

우리 왔어요!
전부 어디 계세요?

다음 주에 난 리치를 데리고
엄마 생일 잔치에 갔다

좋든 싫든 인정할 수밖에
없으리란 계산에서였다

 

리치, 우리 아버님이셔

안녕하세요

 

엄마, 이쪽은 리치예요

 

반갑습니다
냄새가 기가 막힙니다

 

제대로 찾아온 것 같네요

선물입니다

음식 솜씨가 대단하다고
들었습니다

 

좋아하시는 것 같아

 

웬 주근깨가 그리 많니?

 

아직 시간은 많다, 미리
중국 예절을 일러놓길 잘했지

 

그런데 미처 일러놓지
못한 것도 있었다

 

축배를 들죠

다른 사람들은 반잔도 채
못 마셨는데 둘째 잔을 든 것이다

 

새우!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겁니다

 

맛있는 음식은 다른 사람을
생각해서 조금만 들어야 했다

 

먹성이 좋구나

 

잘난 척도 하지 말아야 한다

 

그 중 제일 끔찍한 건
엄마의 음식을 비평한 것이다

 

중국 관습에 따라
엄마는 겸손하게 말했다

 

그건 제일 자신 있는
음식일 때 더 심하다

간도 안 맞고 맛도 별로네요
입맛에 맞을지 모르겠지만

한번 드셔 보세요

 

그건 맛을 보고 칭찬하라는
신호와 같은 것이었다

간장만 좀 치면 되겠네요

 

결혼 얘길 하니까
어머니가 뭐라셔?

 

꺼내지도 못했어

 

왜?

 

차리리 암에 걸리시겠대

 

엄마, 웨이브를 좀
줬는데 어떠세요?

 

너무 짧게 자르면 머리가
달라붙어서 안 좋아요

그렇다고 이상한 모양을
하지도 말고요

 

그렇죠?
이상한 건 싫죠?

 

왜 자꾸 통역을 하려는 걸까?

 

가지 말까 보다

 

무슨 소리예요?

네 결혼식에 가지 말까봐

왜 또 이러세요?

네 시댁 어른들 뵙기에
머리가 이상하잖니

 

날 바라보는 딸애의
눈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날 보는 게 아니었다

이 애는 엄마를
부끄러워하고 있어

 

엄마?

 

왜 그러세요?

 

아니다

 

우리 엄마 생각이 나서

 

엄마처럼 되고 싶었지

 

엄마의 엄마?

 

나에 대한 기대를 말씀하셨지

 

난 절대 잊을 수 없어

 

넌 복이 많아

 

귀가 나처럼 생기지 않았어

 

넌 잘 살 거야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도록 해라

 

느껴지느냐?

 

이 에미의 말뜻이?

 

항상 명심하도록 해

 

너도 알겠지만

 

이제부턴 네게 충고도...

 

할 수 없어

 

추억 속의 엄마는 소중해

 

내게 한 다짐마저도

 

추억은 아름답지

 

엄마?

 

왜 리치를 싫어하죠?

 

내가 리치를 싫어할까봐
두려운 거냐?

 

리치가 싫었으면 아무 말도
안하고 암에 걸리게 했을 거다

 

그래서 딸이 과부가 되게 말이야

 

난 리치가 좋다

 

그러니까 결혼도 허락했지

 

엄만 내가 얼마나
엄마 눈치를 보는지 모르세요

 

말 한마디
눈빛 하나에도 난...

 

어린애처럼 울면서 잠들어요

 

엄마를 기쁘게 해드린 적이...

 

한번도 없으니까요

 

지금...

 

지금 난 기쁘다

 

어머니, 잉잉 이모님!
해냈어요!

 

정말 같이 못 다니겠군

 

레나, 먹을래?

 

포크 여기 있어

 

정말 멋있어요

 

왜 그래?
주빈이 많이 먹어야지

 

좀 더 먹어라
넌 너무 말랐어

살쪘다고 하셨잖아요

 

그 말은 안메이가 했지
너 왜 항상 우리를 혼동하니?

드디어 언니를 만나게 돼서
기쁜 것 같구나

 

살짝 삶았어
살찌지 않아

 

수양은 정말 안됐어

 

자식이 살았는지 죽었는지
그것도 모르고 살았으니

 

더 심한 경우도 있어

 

그때 난 겨우 16살이었지

 

그만 봐

 

잉잉!

 

수박을 깬다!

 

지저분하긴!

 

그 후 모든 건
꿈결처럼 흘러갔다

 

우리의 결혼식

 

그리고 아들

 

손님 여러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유명한 성악가인 바이엔 양이
노래를 불러 주시겠습니다

 

오페라 가수가...

 

처음 여자도 아니었어

 

다만 그때 처음으로
내가 인정했을 뿐

 

그제서야 비로소 내가 어떤
남자와 결혼했는지 알았지

 

잔인할 때 가장 행복해지는 남자

 

내가 안을게

 

그이는 점점 더
노골적이 되어갔다

 

치우지 마

다음 날 아침까지도
돌아오지 않았지

 

다음 날 저녁까지도

 

누구죠?

 

싸구려 계집이야

너랑 똑같지

 

내 아들!

 

목소릴 좀 들어봐

 

제 애비처럼 우렁차잖아!

 

네 꼴을 좀 봐!
정말 못 봐주겠군

 

널 보면 속이 터져!

 

여길 치워

 

알아들었어?

 

그 순간 내 인생은
완전히 뒤바뀌어 버렸어

떠났거나 남편을 죽였다면
중요한 것 하나만 잃었겠지

 

내 마음엔 한가지
생각밖에 없었어

내 순결과 젊음, 사랑
이 모든 걸 앗아간 사람

 

내가 빼앗을 수 있는
유일한 것을 빼앗겠다는...

 

영혼이 떠나버린 아기는
너무도 가벼웠어

 

아기의 영혼과 함께
내 영혼도 떠나버렸지

 

몇 년 후 난
미국으로 건너왔어

 

하지만 중국에서 있었던 일은
늘 항상 나와 함께 있었지

 

시간이 흘러 재혼을 하고
딸을 낳았지만

 

레나에겐 영혼이 없었어
난 나눠 줄 영혼이 없었으니까

 

엄마?

 

엄마?
배고프지 않으세요?

 

엄마, 제발 대답하세요

 

엄마!

 

엄마는 가끔 혼이
나간 것처럼 보였다

 

두려운 것 같기도 하고
슬픈 것 같기도 했다

 

중국에서 나쁜 남자와
결혼했었다고 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점차
그 증세는 나아졌지만

 

사실은 두려움이 나에 대한
걱정으로 바뀐 것뿐이었다

 

지금 난 결혼했고
엄마가 날 찾아오셨다

 

내가 잘 사는 것을 보고
안심하셨으면 좋겠다

 

걱정 마세요
전부 잘 되고 있어요

 

그이도 잘해줘요

 

잘됐구나

 

잘됐어

 

아주 잘됐어

 

엄마?

이건 뭐지?

거실에 좀 앉아 계세요
차를 만들어 올게요

국화차가 있어요

 

뭐라고 쓴 거냐?

별거 아니에요

우리가 분담하는 내용이에요

 

헤롤드는 그런 식으로 표현했다

분담, 모든 걸
반씩 나눠 부담하자고

그래야 공평하니까

 

더 기가 막힌 건 먼저
제안한 사람이 나라는 사실이다

 

41달러

- 합계가요?
- 각자

 

왜 돈이 모자라?

 

아니요...

 

산수는 잘 못하거든요

난 샐러드만 먹고 그이는
풀 코스 정식을 먹었지만

 

그럼 어떤가?
우린 공평한 걸

그이 월급이 내 월급의
7배가 넘지만 말이다

 

정확히는 7배 반이다

 

작년에 결혼하기로
합의를 봤을 때

사랑은 좋지만
부담은 없기로 한 거다

 

모든 일에 그이는 비용을
계산해 반씩 나누는 것이다

 

물론 개인 물품은 따로다

개인 휴지나 세척액이나

그이의 쉐이브 로션이나
무좀약 같은 것 말이다

여보, 고양이 밥은
더 싸구려가 없어?

 

고양이가 뭘 알겠어?

세상에!
34불 76센트나 되잖아!

한계가 불분명한 분야에
대해선 갈등이 많다

 

예를 들어 내가 산 잡지를
그이도 읽는다

하지만 그이는 있으니까
읽을 뿐이란다

 

그리고 고양이!

 

고양이에겐 벼룩이 있었다

 

고양이는 당신 선물이잖아요
벼룩약도 내가 사야 돼요?

 

아이스크림도 나눴니?

넌 아이스크림 안 먹잖니?

 

심하게 체한 이후로 딸기향이나
초코향을 싫어하면서

 

그런데도 아이스크림 값의
반을 내는 거야?

 

왜 이러고 사니?

 

레나?

 

숯을 살 땐 점화 연료도
같이 사야 해

그것도 몰라? 그런 것도
매번 일러줘야 하나?

 

레나는 아이스크림을 못 먹는다네

 

네?

 

무슨 얘긴가요?

 

사실이에요
난 아이스크림을 싫어해요

건드리는 것도 싫어요

 

난 또 다이어트 하느라
그러는 줄 알았지

 

너무 말라서 허리가
부러질 것 같네

 

백만 달러 집에 벽지가
울다니 징조가 안좋다

해롤드가 장식 효과를 위해
이대로 두자고 했어요

 

효과? 여기 누워 있으면
관에 들어있는 기분이겠다

 

조심하세요!
다리가 약해요

헤롤드가 대학시절에 만든 거예요

그런걸 뭐 하러 갖고 있니?

 

바람만 불어도 넘어지겠다

 

더 필요한 건 없으세요?

 

없다

 

전혀 없어

 

멍청한 자식!

 

래가타지, 멍청한 자식!

 

쌀쌀 하네요

 

뭐라고?

 

쌀쌀하니 창문 좀 닫아줄래요?

 

여보, 비켜

 

왜 그래?

더 이상 아이스크림 값은
같이 낼 수 없어요

 

좋아, 그렇게 해
여기서 얘기 끝내

 

왜 꼭 공평해야 하죠?

 

뭐 때문에 그러는 거야?

 

모르겠어요, 전부 다요

 

매사를 계산하는데 질렸어요
이건 나누고 저건 안나누고

더하고 빼고 공평하지도
않은 걸 똑같이 나누고

고양이를 원한 건 당신이잖아

 

무슨 소리예요?

 

불공평한 것 같으면
벼룩약은 공동 부담으로 해

 

벼룩 얘기가 아니에요
핵심은 그게 아니에요

 

그럼 뭔지 말해봐

 

핵심이 뭐야?

 

고쳐야 해요

 

결혼이 뭔지 알아야 한다구요

 

결혼은 가계부가 아니에요!

난 결혼이 뭔지 알아

 

뭔지 모르겠다면 바꾸기 전에
잘 생각하는 게 좋을 걸

 

집 전체에 징조가 있어

 

내 딸은 눈은 보여도
알지는 못하고 있어

 

이 집은 풍비박산이 날 집이야

 

엄마?

 

아직 늦지 않았어

 

내 모든 고통과 후회를
하나로 모아야지

 

말하지 않아도 내 딸은
내 말을 들을 것이다

 

날 찾으러 계단을
올라올 것이다

 

처음엔 두려울 것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테니까

 

그 애는 두려움을 숨겼던
이곳을 확실히 보게 될 것이다

 

난 나무 사이에 호랑이처럼
몸을 사리고 있다가

 

그 애의 영혼을
자유롭게 해줄 것이다

 

네가 원하는 게 뭔지 아니?

 

남편에게 말이다

 

존중과...

 

다정함이요

 

당장 그 얘길 하거라

 

그리고 기울어지는
이 집을 떠나

 

진심에서 우러나온 마음으로

 

원하는 걸 주기 전엔
돌아오지 말아라

 

못해요

 

남자를 잃어도 상관없다

 

사랑 받아야 할
네 자신을 찾아야 한다

 

우리 엄만 침대 발치에 있는
거울을 보더니

 

그 거울이 재수가 없어서
사랑이 튕겨져 나간다는 거야

 

그래서 어떻게 했어?

 

치워 버렸지

 

천장에 한번 달아봐
웨벌리는 좋아하던데

 

이이는 엄마 말이라면 뭐든 해
얼마나 친하다구

 

요샌 좀 지나칠 정도야
타호 호수에 가는데

 

엄마께 같이 가자고 했다는 거야

 

장모님이 얼마나 즐거우시겠어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난 내가 즐겁고 싶어

 

당신도 즐거울 거야

 

그만 좀 하라구

 

후식 먹을 배는 남겨놔

 

엄마 케이크가 나올 텐데
적어도 두 조각씩은 먹어야 해

 

- 레나는 다섯 조각을 먹겠대
- 10조각이야

 

젓가락으로 먹어야 하나?
그럼 난 오래 걸릴 텐데

 

제니퍼는 어디 있어요?

 

준 이모가 재우러 갔어

 

제가 가서 보고 올게요

 

여인은 나이가 들었고

 

그 딸은 서러움 대신...

 

콜라를 먹으며 자랐어

 

서러움이 뭐야?

 

슬픈 거, 오랫동안 그 여인은
백조 깃털을 보여주며

 

진짜 백조야?
백조가 진짜 있었어?

 

나도 몰라
엄마가 해주시던 얘기야

 

돌아가셨으니
물어 볼 수도 없잖아

 

딸에게 말했대

 

비록 보잘 것 없는 깃털이지만
희망을 담고 있노라고

 

희망이 뭐야?

 

희망이란 엄마가
네게 바라는 일이야

 

생일 케이크에서 촛불을 끄며
비는 소원과 같아

 

- 맘에 드니?
- 멋져요

 

준도 기뻐할 거예요

 

중국에 있는 언니들도
동생 만날 희망에 부풀었겠죠

 

그래, 하지만 평생을
기다린 건 엄마였을 거야

 

얼마나 슬퍼할까

 

알고 있잖아요
린도 아줌마가 알렸다던데요

 

어릴 땐 너무 궁금했었어

 

더 나빴던 건 그런 궁금증을
숨겨야 했다는 거야

 

엄만 내가 4살 때 가문에서
쫓겨나 난 기억하지도 못했지

 

넌 내 딸이 아니다

 

자존심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이 자리에서 자결을 해라

 

남편 무덤이 마르지도
않았는데 딴 서방을 봐?

 

당장 꺼져!

 

국에 데인 흉터가
엄마에 대한 기억의 전부였어

 

할머니, 숙부, 숙모님은
엄마를 증오하게 가르쳤지

 

수절을 하지 못하고
아내와 첩이 두 명이나 있는

 

돈 많은 남자를 따라간
끼 많은 여자라는 거였지

 

그러던 어느날 할머니가
임종을 맞게 되자...

 

양심이 있다면
당장 떠나거라

 

어머니를 편안히
돌아가시게 해드려

 

넌 이 집안 딸이 아니야

 

그때 나와 꼭 닮은
여인을 보았어

 

오랜 관습이 하나 있었지

 

효심이 깊은 딸은
자신의 살점을 베어

 

죽어 가는 어머니에게
먹인다는 거였어

 

비록 할머니는 엄마를 버렸지만

 

엄마는 모든 정성을 다해
그 일을 했던 거야

 

그것이 바로 효심이라는 거지

 

육신의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었어

 

그건 잊혀지니까

 

이건 엄마를 위해 딸이
할 수 있는 최고의 희생이었어

 

엄마, 가시면 안돼요

 

엄마, 가지 마세요

 

안메이, 엄마는 가야 해

 

숙부님과 숙모님 말씀
잘 들어라

 

순종해야 한다

 

에미를 잊지 말아라

 

자식마저 너 같은 꼴을
만들 참이냐

 

다신 고개도 못 들고
사람 행세도 못하게 된다

 

엄마를 잃었던 나는
또 다시 잃을 수는 없었어

 

신세를 망치고 싶어서 그러느냐!

 

엄마? 그만 가요

 

제니퍼, 엄마한테 줘
흘리겠다

 

잘 하는 구나

 

착해라

 

테드가 저녁 먹으러 오니?

 

그건 왜 묻죠?

 

밀가루와 계란하고
초콜릿을 사니까

 

초콜릿 땅콩 파이 재료잖아
그걸 누가 먹겠니?

 

저녁이 아니라 집 문제 때문에
잠깐 들리겠다고 했어요

 

들려?

 

재산 문제를 정리해야 하니까요

 

- 합의한 거야?
- 네

 

합의 봤어요

 

얼마를 요구할 건데?

 

무슨 뜻이에요?

 

네 자신의 가치를 말하는 거야

 

캠퍼스에서 처음 만났을 때
그는 노트를 빌려달라고 했다

 

난 그이가 누군지
모르는 척 했어

 

정말 맛있는데!

 

신문에 나오는 사람들은...

 

이런 얘긴 할 필요는 없겠지만

 

처음 만났을 때 난 당신이
누군지 알고 있었어

 

다른 애들처럼 몇 주 동안
당신을 보고 있었는 걸

 

당신이 내게 다가왔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

 

그래서 파이도 굽고
저녁도 먹은 거야

 

난 당신은 잘 몰라
당신 집안만 알 뿐이야

 

그러자 갑자기 당신을
만나도 될지 회의가 생겼어

 

난 이런 기분은 별로야

 

솔직히 말해줘서 고마워

 

듣기 좋으라고 한 말은 아니야

 

그래서 더 좋은 걸

 

그이 아버님은
출판업계 거물이셨고

 

어머님은 양조장을
갖고 계셨다

 

난 그런 사람들 사이에
끼어본 적이 없었다

 

아버지, 어머니!

 

제 여자친구인 로즈 휴예요

 

그 한마디에 난 충격을 받고
헤어 나오지를 못했다

 

혼자 있고 싶은데 내가
방해하는 건 아닌가요?

 

아니에요

 

테드와 오래 사귀진 않았죠?

 

 

오늘 아침에 아가씨 이름을
처음 들었어요

 

아들이 행복한 것처럼
부모가 바라는 일은 없지요

 

그래서 더욱 더 내 말을
오해하지 않길 바래요

 

우린 아주 개방적인 가족이에요

 

난 부인이 하는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이건 수지 윙의 세계에서나
나옴직한 말들이었다

 

세상 사람들 판단은
우리랑 틀리지요

 

출판업자나 작가들, 비평가들
또 그들의 부인들이요

 

그들은 우리만큼
이해심이 없답니다

 

마치 테드와 제가 결혼이라도
하는 것처럼 말씀 하시네요

 

그런 일은 힘들지요

 

그러니까 내 말은
세상이 말이죠

 

사람들이 월남 사람에 대해
인식이 좀 안 좋아서...

 

난 월남 사람이 아니라
미국인이에요

 

물론 나야 이해하죠
내 말이 그 말이에요

 

내 말 이해하겠어요?

 

엄마!

 

어서 와라, 우린 즐겁게
얘기하고 있었단다

 

어서 오라구요? 엄마가
속물인 건 예전부터 알았지만

 

이렇게 부끄러운 적은
평생 처음이에요!

 

어디서 그런 말버릇을 배웠니?

 

당장 사과하지 못하겠니!

 

엄만 내가 사랑하는 여인
앞에서 추태를 보였어요

 

갑시다

 

그이 엄마에 대해선
유감은 없었다

 

그런 일이 없었다면
그이가 날 구출할 일도

 

날 얼마나 사랑하는지도
몰랐을 테니까

 

6개월 후 우린 결혼했다

 

그러나 결혼식 이후
두려움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난 그의 모든 것과
결혼한 것이다

 

부담이 커져만 갔다

 

난 잘 해낼 수 있다고
수 차례 다짐하곤 했다

 

우리를 위해서

 

좀 더 잘게 다져줄래요?
요전에 너무 컸어요

 

계란 요리엔 토마토와
푸른 야채를 곁들여요

 

처음엔 남편 모르게 처리해야
하는 사소한 일들로 시작됐다

 

살림을 하는 거나 내 사랑을
보여 줄 선물을 사는 일 말이다

 

더 기가 막힌 건 그이는
바라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그이는 알지도 못하고 있었다

 

난 이것이 사랑하는
방법인 줄 알았다

 

그토록 원했던 대학원
진학의 길도 열렸지만

 

그건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그 가능성조차
생각해 보지 않은 것이다

 

그이는 지금 잡지사 두 개를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일주일에 대여섯번씩
사업 모임이 있다

 

난 도울 수 있음에 감사했고
그이도 만족해했다

 

이건 정말 모르겠더군요

 

설명 좀 해보시겠소?

 

세월이 흐르자 테드는
지루해 했고 대화도 적어졌다

 

난 최악의 이유로 임신을 했다
그이를 붙들기 위해서

 

처음엔 기대를 안 했지만
다행히 그이는 딸을 사랑했다

 

여보, 오늘은 외식할까요?
집에서 먹을까요?

 

당신 맘대로 해

 

집에서 먹으면
양고기 다진 게 있고요

 

아니면 어니나 스퀘어 원에서
시킬 수도 있어요

 

난 뭐든 좋아
당신 맘대로 해

 

일을 방해하려던 건 아니에요
제가 생각해볼게요

 

방해 하는 거 없어

 

진심이야, 당신이
뭘 원하는지 듣고 싶어

 

양고기가 싫으면
냉동 닭을 녹일 수도 있어요

 

피곤하게 일하셨는데...

 

당신을...

 

기쁘게 하고 싶어요

 

왜 그래요?

 

내가 뭘 잘못 말했어요?

 

가끔은 당신이
원하는 것도 듣고 싶어

 

무슨 뜻이죠?

 

당신 목소리를 듣고 싶다고

 

의견이 달라도 좋아
전에 이렇지 않았잖아

 

전과 다르다고요?

 

의견이 있었잖아
논쟁도 했었고

 

그걸 원해요? 논쟁?

 

당신이 있었으면 좋겠어

 

난 여기 있어요, 당신은
원하는 것만...

 

말하면 돼요

 

그럼 닭으로 하겠어요

 

당신 행복해?

 

물론 행복하죠

 

여자 이름이 뭐죠?

 

예쁜가요?

 

집은 파는 게 좋겠어
특별히 원하는 게 있으면 말해

 

돈이 필요하면
배리에게 연락하고...

 

이름이 뭐냐니까요?

 

알아서 뭐해?

 

여자 때문이 아닌 걸

 

한 조각밖에 안 먹을 텐데
나머진 어떡할래?

 

버리죠 뭐

 

왜 이걸 만드는지
자신에게 물어봐

 

넌 모르는지 몰라도
난 알아

 

비극을 즐기나 보죠
엄마를 닮아서 그래요

 

이 파이를 보면 남편 마음이
돌아설 거라고 생각하니?

 

그렇게 생각한다면
넌 바보야!

 

넌 선물을 줄 때도
구걸하듯이 해

 

'받아 주세요, 미안해요
날 용서해요'

 

'당신은 내게 과분해요'
그러니까 모든 게 당연해지지

 

넌 우리 엄마와 같아

 

자신의 가치를 모르고 있어

 

알았을 땐 너무 늦었지

 

엄마와 함께 살면
행복할 줄 알았다

 

그러나 새 가족이
여행에서 돌아왔다

 

우칭과 아내들과 아이들이었다

 

이 집안에서 내 위치는
무엇일까 궁금했었다

 

첫 부인은 영혼이 없었다

 

딸들이 잘못해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세 번째 부인은
아들을 못 낳은 죄로

 

항상 쫓겨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속에 살고 있었다

 

그래도 세 번째 부인은
우리 엄마보다는 나았다

 

그리고 집안을 장악하고 있는
두 번째 부인은

 

주인의 유일한 아들을
데리고 나왔다

 

난 엄마가 그 애에게
보내는 눈초리를 보았지

 

그땐 왜 그러는지 몰랐어

 

일찍 돌아왔네

 

이 애가 데리고 오고
싶다던 딸이야?

 

이름이 뭐냐?

 

네, 안메이라고 합니다

 

이걸 가져라

 

형님, 이건 비싼 물건입니다

 

어린애에겐 과분합니다

 

과분한지 안한지
네가 어떻게 알지?

 

이렇게 기품이 있는 애는
고급 진주가 어울린다

 

날 큰엄마라 불러라

 

어서 돌려드려

 

호의를 무시하면...

 

큰엄마가 화내요

 

감사합니다, 큰엄마

 

안메이, 목걸이 내놔!

 

내놓고 싶지 않겠지

 

하지만 이런 값싼 물건에
혹해서는 안돼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고급 진주가

 

사실은 유리 조각이었던 거야

 

내 말을 믿지 못하겠지
난 천한 계집이니까!

 

네 번째 부인!
조롱 받는 첩

 

하지만 안메이

 

전엔 이렇지 않았어

 

난 조강지처였단 말이다

 

네 아빠의 단 하나인
부인이었어

 

그걸 잊으면 안돼

 

넌 조강지처의 딸이야

 

안돼요!
딸애와 같이 있어요

 

그럼 내보내

 

아니면 보게 하던가

 

안메이, 유모 방에 가 있어라

 

어서

 

안메이, 왜 혼자 있니?

 

사방으로 널 찾아다녔어

 

이게 그 남자 냄새예요?

 

왜 날 데려 왔어요?

 

유모한테 들었어요

 

전부 들었어요

 

아빠의 제사를 드리러...

 

절에 가셨다면서요

 

그때 우칭의 눈에 띄여

 

두 번째 부인이 마작이나
하자며 엄마를 초대하고

 

그날 밤 우칭이
엄마 방에 와서...

 

엄마 마음이 아플까봐
그 다음 얘기는 빨리 했지

 

아무도 엄마가 강간당한 걸
믿어주지 않았어

 

엄만 갈 데가 없었지

 

일도 구할 수가 없었어

 

더욱이 그땐 우칭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어서

 

애를 구하기 위해서라도
갈 곳은 하나밖에 없었던 거야

 

아들이 태어나자 둘째 부인은
자신의 공이라면 빼앗아 갔대

 

한번만이라도 널 다시
보기 위해 살아있었다

 

그럼...

 

전부 사실이군요?

 

널 데려와서
호강을 시켜주고 싶었다

 

이제야 내가 해야 할 일을
알겠구나

 

엄마! 일어나세요!

 

그들은 엄마가 죽기를 기다릴 뿐
아무런 손도 쓰지 않았어

 

엄마가 실수로 아편을
많이 먹어 죽었다고 했지

 

거짓말!

 

엄마 스스로
자살했다는 걸 알았지

 

엄만 아편이 들어있는 떡을
계속 먹었던 거야

 

엄만 독이 온 몸에 퍼지자
내 귀에 대고 이렇게 말했어

 

자신의 나약한 영혼을 주어
내게 강한 영혼을 주려 했다고

 

엄마, 보이세요?

 

이젠 두렵지 않아요

 

난 강해졌어요
모든 게 똑똑히 보여요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엄마는 자신의 죽음도 내게
도움이 되는 날을 고르셨어

 

엄마의 영혼이 다시 올 거예요
묵은 빚을 청산하려고요

 

그것은 새해가 될 것입니다
그때까지 빛을 청산하세요

 

아니면 끔찍한 재앙이
떨어질 것입니다

 

자비로우신 부처님!
저를 용서하십시오

 

그날 우칭은 엄마를
첫째 부인으로 승격시킬 것과

 

나와 아들을 상속자로
삼을 것을 맹세했지

 

그날부터 두 번째 부인의 머리가
하얗게 세기 시작했어

 

엄마!

 

그날부터 난
소리치는 법을 배웠지

 

그게 저와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죠?

 

난 중국식으로 자랐어

 

욕심을 내지 말고 불행을
속으로 삭이라고 배웠지

 

딸만은 그렇게 키우지 않으려
했지만 결국 똑같아졌어

 

내게서 태어난
딸이기 때문일 거야

 

내가 엄마에게서
태어난 딸인 것처럼

 

계단처럼 하나씩 올라가고
내려오지만...

 

결국 한 방향이야

 

네 자신의 가치를 모르는 건...

 

네게서 시작된 게 아니야

 

우리 엄마가 자신의 가치를
알았을 땐 너무 늦었었지만

 

난 그렇지 않았어

 

너도 늦지 않았을 수 있어

 

로즈, 벨을 15분 동안이나
누르고 있었어

 

괜찮아?

 

여보

 

괜찮아?

 

여보?

 

내 집에서 나가요

 

못 들었어요?
나가요!

 

이건 우리 집이야, 팔기로 했잖아
그래서 내가 온 거구

 

내 집도, 내 딸도 빼길 수 없어

 

그 어느 것도!

 

당신은 내가 누군지 몰라

 

난 60년 전에 죽었어

 

마약을 먹고 딸을 위해 죽었지

 

어서 내 집에서 나가!

 

계속해

 

당신 잘못은 전혀 없어

 

내 사랑이 부족하다고 말한 건
바로 나였으니까!

 

당신 사랑이 내 사랑보다
더 소중하다고 말야

 

말도 안되는 소리야

 

맛있는데!

 

고마워

 

모든 게 너무 즐거워

 

그래, 너희 엄마도 기뻐하실 거야

 

너의 어머니의 게 요리가
빠지니까 예전 같지 않아

 

작년 설날엔 린도 아줌마네
가족이 오셨었다

 

엄마가 게 요리를 하신 건
그때가 마지막이었지

 

청 아저씨!
맛있어요?

 

어떠세요?

 

최고야!

 

맛이 최고야!

 

감사합니다

 

봤지?
맛이 최고란다

 

이렇게 엄만 모든 게
최고여야 했지

 

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어
난 뭐든 될 수 있다고 믿었지

 

하지만...

 

난 엄마 인생의
최대 실패작이었어

 

쇼샤나! 음식 갖고
장난치면 안돼!

 

넌 피아노를 잘 쳤잖아?

 

아니, 아니었어

 

틀림없을 걸

 

지금까지도 웨벌리는
내 비위를 건드린다

 

준, 일은 어떻게 돼가니?
엄마가 넌 항상 바쁘다더라

 

잘 돼가요

 

고객 중엔 프리랜서가 시간이
많은 줄 아는 사람도 있어요

 

친구면 더하죠

 

준,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우리 회사에서 네 작품을
받아들일 수가 없대

 

거짓말 마

 

네가 멋지다고 했잖아

 

고쳐서라도 어떻게든
해보려고 했는데 잘 안됐어

 

광고는 마지막 손질이 필수적이야

 

다시 해줄 수도 있어
나도 잘 해주고 싶단 말이야

 

준, 내 생각은...

 

어디가 맘에 안 드는지 말해봐

 

다음 주에 전화할게
그때 조목조목 따져보자

 

준...

 

안돼

 

그들 말로는 세련되지 못했대

 

다른 고객에겐 물론 잘하겠지

 

우리 회산 큰 기업이야
그걸 이해하는 사람이 필요해

 

우리 스타일을 말이야

 

스타일이 무슨 상관이 있어?

 

생각을 해봐

 

세 가지 이점과 세 가지 필요성
세 가지 구매 이유!

 

만족을 보장합니다

 

그건 일부분이잖아

 

부족한 부분이야

 

맞다, 스타일을 가르칠 순 없지

 

준은 웨벌리와 달라

 

천성이 그런 걸 어떡하니?

 

난 너무 창피했다

 

웨벌리에게 당하고
친엄마에게 배반당한 기분

 

게에 손도 대지 않으셨네요

 

아까도 말했듯이
시장하지 않구나

 

왜 그래? 아직도
웨벌리에게 화가 났니?

 

스타일이 있는 사람에게
어떻게 화를 내겠어요?

 

천성이 그렇지 못한 게
창피할 뿐이죠

 

나한테 화가 난 거냐?

 

아니요

 

못난 딸이 돼서 죄송할 뿐이에요

 

항상 실망만 드리잖아요

 

실망이라는 무슨 말이야?
피아노 말이니?

 

전부 다요
성적, 회사일 모두요

 

결혼도 못하고
엄마가 기대하는 일 모두요

 

난 기대하는 것 없다

 

기대가 아니라 희망이야

 

네가 잘 되기를 희망하는 것

 

희망이 나쁠 건 없잖니

 

없어요?
난 속이 상해요

 

엄마가 희망하는 일을
난 할 수가 없으니까요

 

너무너무 속이 상해요

 

엄마가 뭘 희망하시든
난 나 이상은 될 수 없어요

 

엄만 진정한 내 모습을
모르고 있어요

 

받아, 네가 애기일 때부터
내가 목에 걸고 있던 거다

 

이제 네가 목에 걸어라
그럼 너도 알게 될 거야

 

난 널 알아

 

안다구

 

못생긴 게 요리도

 

모두 먹음직한 것만 고르는데
넌 못생긴 걸 골랐지

 

넌 생각이 달라

 

웨벌리는 좋은 걸 고르고
넌 나쁜 걸 골라

 

왜냐하면 네 마음이
착하기 때문이야

 

네겐 아무도 가르칠 수 없는
스타일이 있어

 

네 천성인 것 같아

 

난 널 알아

 

준을 위하여!

 

우리 모두의 사랑을
중국에 있는 언니에게 전해 줘

 

한마디 해!

 

머리에 샴페인을
흘리면 어떻게 해!

 

정말 오랫동안 여러분을
알고 지냈습니다

 

로즈, 레나, 웨벌리

 

어릴 적에 인형을 갖고
싸울 때부터죠

 

정말 굉장하죠?

 

린도 아줌마, 잉잉 아줌마
안메이 아줌마

 

엄마의 오랜 친구분이셨죠

 

아줌마들은 제게 엄마나
다름이 없어요

 

언니를 찾음으로써
엄마를 찾은 기분입니다

 

엄마를 위해 할 일이
남아 있다는 게 정말 기쁩니다

 

이젠 늦었다고 생각했거든요

 

모두 안녕히 가세요

 

린도 아줌마?

 

할 얘기가 있다
깜빡 잊고 말을 안했구나

 

언니를 찾아서 기쁘다고
편지에 썼댔지?

 

중국에 만나러 가게 돼서
기쁘다고도 썼고

 

그 얘긴 하셨어요

 

서명란에 네 엄마 이름을 썼다

 

네? 엄마 이름으로
서명을 하셨어요?

 

엄마는 돌아가시고
없다고 쓰려고 했는데

 

써지지가 않더구나

 

그런 소식은 친동생이
전하는 게 나을 것 같아서

 

그런 중요한 말은
직접 만나서 해야...

 

그럼 언니들은 엄마가
살아 계신 줄 안단 말이에요?

 

세상에!

 

돌아가셨다고 다시 쓰세요
전 그런 말 못해요

 

린도 아줌마!
다시 편지를 쓰세요

 

이젠 늦었어

 

넌 오늘 밤 떠나니까
네가 직접 얘기해야 해

 

내 생각엔 그게
최선일 듯 싶구나

 

네 엄마가 죽고 나선
물건을 찾기가 힘들 구나

 

모든 걸 숨겨 놓았어
보석은 물론 모조품까지

 

이럴 때를 생각해서 어디
숨겼는지 알아두라고 하던데

 

내가 제대로 듣질 않았나 보다

 

내가 네 언니에게 줄 물건을
골랐는데 괜찮을지 한번 봐라

 

이건 내가 주는 거다

 

엄마가 중국에 있을 때
찍은 사진이야

 

난 추억이 많으니까
사진은 필요 없지

 

너도 많구, 그러니 전부
네 언니에게 주는 게 어떨까?

 

엄마 젊었을 때 사진을 보면...

 

기억할지도 몰라

 

그러면 그들을 떠났을 때
모습을 잊어버리겠지

 

떠날 때 모습이요?

 

그래, 이질이 아주 심했단다
그땐 약도 의사도 없었지

 

죽기 일보 직전이었단다
넌 못 들었니?

 

아기들 옆에서 죽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더란다

 

시체 옆에 있는 아기를
누가 데려가겠니?

 

그런 건 재수가 없다고
믿을 때 였으니까

 

가진 건 전부 아기들 품속에
넣어 줬다더라

 

금붙이와 함께 중경에 있는
아빠께 데려가 달라 써넣었지

 

그런데 더 절망적인 일이
일어난 거야

 

아기들과 헤어진 후 누군가
엄마를 구해 트럭에 태웠단다

 

병원에서 정신을 차렸을 땐
죽고 싶은 마음뿐이었지

 

와서 앉거라

 

한가지 얘기할 게 더 있다

 

이걸 엄마 보석함에서 찾았다

 

네게 주려고 남겨 놓은 것 같구나
이제 네가 가져라

 

어서 열어봐
행운이 따를 거다

 

백조 깃털이란다

 

백조 깃털?

 

네게 줄 때가 아니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네가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엄마 말씀을 제대로
들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아니야, 엄만 네게 이런 걸 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 거야

 

자격이 없어요?

 

다른 딸들을 포기했으니까

 

한번 포기한 사람이 어떻게
희망을 줄 수 있겠냐고 말이다

 

하지만 엄마란 자식을 절대
포기하지 못하는 법이다

 

절대로요

 

네가 태어나자 모든 희망을...

 

다른 딸들에게 가졌던 희망을
네게 걸었던 거야

 

모든 희망을 제게 걸어요?

 

내 희망까지도

 

사랑해요, 아빠!

 

언니에게 전하겠어요

 

비록 하찮은 깃털이지만
희망을 담고 있노라고요

 

엄마는 하늘 나라로 가셨어요

 

엄마가 돌아가셨어?

 

언제?

 

네 달 전에요

 

죄송해요

 

엄만 언니들을 무척 사랑하셨어요

 

전 언니들의 동생인 준이에요

 

우리 동생아

 

엄마들 대신해서 왔어요

 

엄마의 희망을 전해주려구요

 

우리 동생

 

우리 가족

 

그걸로 충분했다
언니들에게나 나에게나

 

엄마는 거기 계셨다
난 엄마를 위한 일을 한 것이다

 

그러면서 난 내 자신의
가치를 찾았다

 

바로 우리 모두를 위한
엄마의 소중한 희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