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is-When.It.Sizzles.1964.XviD.AC3.CD1-WAF

파라마운트 픽쳐스 앞 서신

 

캘리포니아, 할리우드

 

발신인 알렉산더 마이어하임
제목 - 제작 근황기

 

여러분이 시원한 냉방 사무실서
편안히 앉아 노는 동안

 

우린 이곳 현장에서 작업을
훌륭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본에 대한 걱정은
잊어버리십시오

 

파리에 있는 작가와
얘기했는데

 

현재 138페이지의
주옥같은 원고를

 

타이프 중이라고 확언했습니다
일요일에 파리에 갈 예정이죠

 

마침표
단락 바꾸고

 

여러분, 성공은
따 놓은 당상입니다

 

알렉산더 마이어하임
제작사는

 

극본과 각색을 리차드
벤슨에게 부탁했습니다

 

- 리차드 벤슨?
- 그를 아는가?

 

아냐구요?

 

그 작자 증오해요!
리차드 벤슨? 흥!

 

그에 대해서 나보다
아는 게 더 많은 것 같군

 

그 친구, 대본 쓸
시간은 있을까?

 

안됐지만, 전에 우리한테
대본 써준 적 있는데

 

마지막 열 페이지는

 

말리부 해안에 떠있더군
보드카 병속에서

 

벤슨에게 전보 보내

 

술은 손도 안 댈 거라고
나한테 진지하게 선언했네

 

방해마

 

당신 말이야, 당신도!
그럼 이만

 

열렸어요, 들어와요

 

- 누구요?
- 벤슨 씨?

 

타이핑 소개소에서 온
아가씨겠죠?

 

유쾌하고 조화로운 관계를
유지하고 싶으면

 

내 질문에 반문하면서
대답하지 말아줘요

 

- 알겠소?
- 제가 그랬나요?

 

그거 봐요
반문하면서 대답했죠?

 

방금 '누구요?' 했을 때
그게 질문이잖소

 

물음표도 함축시켰고

 

"함축하다"와 "언급하다"의
차이를 알겠죠?

 

그건 질문 아닌가요?

 

맞지

 

그럼 제 질문에
반문하셨네요

 

함축은 직접적으로
말은 안하고 암시하는 거고

 

언급은 알려진 것을
결론짓는 것이죠

 

- 전 가브리엘 심슨입니다
- 그거 혹시 새요?

 

일이 며칠 걸릴 거래서요
맡아줄 사람이 없었어요

 

알았소
사무실은 거기고

 

난 위에서 지내요
테라스는 저기고

 

수평선 위의 저 그로테스크한
건물이 바로 에펠탑이요

 

여기가 어딘지 유념하기 위해
저리 옮기라고 했지

 

거슬리면 다시
치우라고 하겠소

 

아가씬 여기서 생활해요
붙박이 방인데

 

뭔가 사악한 기운이
감도는 걸 느끼게 될 거요

 

- 전혀요
- 아니면 말고

 

복도끝 룸을
잡아주려고 했는데

 

프랑스혁명 기념일인지
뭔지가 껴서 꽉꽉 찼더라고

 

괜찮습니다
미국 소설가와 일했었는데

 

욕조에서 작업을 하셨어요
웬만한 건 끄떡없답니다

 

짐 풀어요
욕조에서?

 

네, 나중엔 거품비누도 사드렸고
일도 물 흐르듯 잘 풀렸어요

 

그렇군

 

여기 리치루라고 쓴 건
새 이름을 암시하나?

 

암시가 아니라
말 그대로에요

 

물 흐르듯?
재미있는 표현이로군

 

부자가 되고 싶어
리치루라고 부르는 건가?

 

아주 재미있네요

 

재미는...
한번씩 이러는 거지

 

세계적으로 유명한 위트의
소유자가 되려면 이래야 해

 

제게 일을 맡겨주셔서
뭐라고 감사할지 모르겠네요

 

선생님 같은 분과 일할
기회가 생길 줄 몰랐어요

 

영화에도 관심이 많으니까
배우는 것도 많을 거예요

 

고맙군

 

지난달엔 뉴웨이브 감독
로저 로신과 일했어요, 아시죠?

 

난 올드웨이브에 속하지

 

영화는 정말 재미있었어요
꽤 전위적이었죠

 

파티에 모인 사람들이
스크래블은 하지 말자고 결정했죠

 

"스크래블은 안된다"라는
영화였어요

 

다음 작품은 생일파티를
안 치르는 소녀 얘기

 

"촛불은 꺼지지 않는다"였고요

 

그는, "정작 중요한 건 스크린에
보여지지 않는다" 주의였죠

 

선생님 영화는
제목이 결정됐나요?

 

물론

 

에펠탑을 훔친 여자

 

에펠탑을 훔친 여자라
흥미롭네요

 

뭘 상징하나요?

 

실제로 에펠탑을
훔치진 않겠죠?

 

내용이 뭔데요?

 

액션과 서스펜스에...

 

로맨틱 멜로까지
코미디도 많이 가미됐지

 

하지만 저 깊은 곳엔
사회적 풍자도 숨어있어

 

여태껏 쓰신
글을 읽어보면

 

일의 양이 얼마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어요

 

그건 아가씨, 여기 있네

 

알렉산더 마이어하임 제작의

 

에펠탑을 훔친 여자

 

극본, 각색
리차드 벤슨

 

한두페이지는
흥미를 끌만한 씬을 찍는

 

도입부니까 헬기에서
찍어도 좋겠지

 

- 남녀가 만난다
- 근데 벤슨 씨...

 

그리고 몇 마디 나눈다

 

서로를 알아가는 거야
이런 건 내 전문이지

 

관객은 둘 사이의
야릇한 호감을 느끼고

 

가슴 떨리는 사랑의 시작을
예감하게 되는 거지

 

그리고 갈등!

 

전체 상황이 얼마나
위기감으로 가득 찼는지

 

음악으로 알려줘

 

그리고...
첫번째 반전

 

관객들은 자기들이
속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들이 생각한 대로가
아닌 거야

 

사실, 전체 상황은
완전히 뒤바뀌고

 

기막히게 교묘히
변화하여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지

 

갑작스러운 반전에 놀라

 

남녀는 그들이 서로를
잘못 판단했다는 걸 깨닫게 돼

 

바로 그때

 

난데없이
음악이 또 흐르고

 

그들은 자신들이 쫓기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타이어 장면, 지붕 장면

 

공포에 질린 도시에서 눈곱만한
놈들의 추격장면이 길게 잡히고

 

장면은 황량한 언덕으로 바뀌어
쓰레기통에 앉아서

 

비에 젖은
흙투성이 모피를 핥는

 

클로즈 샷!
고양이!

 

클라이맥스로
한걸음씩 다가갈수록

 

음악은 고조되고

 

정신을 차릴 수도 없는

 

억수 같은 비가
쏟아져 내린다

 

둘은 행복하고 부드럽게
서로의 품으로 파고들고

 

관객은 무의식적으로
섹슈얼한 쾌감을 느낀다

 

엄청난 개런티의
두 배우가

 

피할 수 없는
절정의 순간을 만들고

 

마지막, 세상을 흔드는

 

스튜디오 임대비도 갚고
객석도 꽉 채우고

 

팝콘도 팔아줄만한

 

키스

 

어두워지며... 끝

 

138페이지가 다야

 

뭐하러 길게 하나?
나중에 다 자를 걸

 

- 벤슨 씨
- 네?

 

이 각본이요
언제 작업 끝나나요?

 

글쎄, 오늘이
금요일이니까

 

내 친구이자 동업자인 제작자
알렉산더 마이어하임이

 

칸에서 파리에
10시에 도착하지

 

일요일 아침에
마침 혁명 기념일이로군

 

좋아! 10시 1분에
완성된 대본을 넘겨주고

 

우린 축배를 들자구
거리에서 춤도 추며

 

7월 14일에
하는 건 뭐든지

 

호의는 감사한데 약속이 있어요
아직 한장도 안 쓰신 거예요?

 

약속이 있다고?

 

그럼 대본을 이틀 만에
완성해야 한다는 건가요?

 

심슨 양, 이 일이 내키지
않으면 지금 말해요

 

- 다른 사람을 찾지
- 그런 말씀이 아니라요

 

단지... 좀 이례적인
일이라서요

 

난 아닌데

 

그럼 구상은 이미
다 해놓으셨겠죠?

 

아직 안했어

 

그럼 여태까진
뭘 하셨어요?

 

다혈질의 미국인
대본 작가가

 

꼭 해야 할 일이 뭘까?

 

고용된 뒤 처음
약 19주 동안 말야

 

세인트 토페즈에서의
수상스키

 

안티베에서의 일광욕
그리스어 공부

 

그리스어요?

 

칸영화제에서 그리스의
영화산업을 대표하는

 

놀라운 영화가 있었거든

 

그 뒤엔 그리스어
공부는 몇주 쉬고

 

상당한 양의
보드카를 마시면서

 

투우의 도시 마드리드로
훌쩍 여행을 떠났어

 

근데 난 피는
못 보기 때문에 다행히도

 

다시 세빌로
긴 여행을 떠났지

 

17, 18번째주에는
몬테카를로 카지노에 갔는데

 

큰 걸 낚으려다
경솔하게 판단해서 망했어

 

주당 5000불에 생활비까지
포함하는 계약을

 

친구이자 고용인인
알렉산더 마이어하임과 했는데

 

그 돈이면 대본 안 써도
될 뻔 했는데... 적어둬

 

언젠가 교과서에 실릴만한
대본기술의 진수를 보여주겠어

 

13, 31에서는
절대 걸면 안돼

 

아무리 시간과 돈을 들여도
안 먹혀 들어가니까

 

나도 주의해야지
시작할까?

 

알렉산더 마이어하임 제작

 

자막 문구
에펠탑을 훔친 여자

 

제목 괜찮나?

 

네, 어쩐지...
유혹적이에요

 

마이어하임도 그랬어
제목만 보고 계약했지

 

극본, 각색 리차드 벤슨

 

페이지 1, 페이드인
장소, 당연히 파리

 

밤일까 낮일까?

 

 

시작은, 에펠탑의 전경

 

카메라 줌인, 바람부는
플랫폼에 홀로 서있는

 

검은 옷을 입은 미궁의 여인
시계를 흘끔거린다

 

그리고...

 

그 여자가 미궁의
여인인지 어떻게 알아?

 

내가 하느님도 아니고!

 

이건 너무 뻔해, 처음부터
너무 알려주면 안돼

 

페이드인

 

장소, 사크레쾨르 사원, 낮

 

아니야...

 

그거 말고...

 

그랑팔레

 

이것도...

 

관객들에게 뭔가

 

진짜 파리의 정취를
풍겨야 해

 

그래

 

장소, 크리스챤 디오르
카메라 이동

 

흰색 롤스로이스가
길옆에 멈추려고 한다

 

아냐, 아냐
흰색 벤틀리로 바꿔

 

더 세련되게

 

흰색 제복의 기사가 내려
문을 열어주면

 

안에서 한 고전미 풍기는
우아한 스타가 내린다

 

누굴까...
마를레네 디트리히!

 

그리고는... 음...

 

점점점...

 

위엄 있게
의상실로 사라지고

 

그 여잔 그게 다야, 말은 안돼도
알렉스가 좋아할 뻔 했는데

 

벤틀리를 훔쳐다가 그 대금을
영화에 청구할 사람이야

 

- 이름이 뭐랬지?
- 가브리엘 심슨이요

 

- 파리에선 얼마나 살았나?
- 2년이요

 

글을 쓰러 왔겠지?

 

그도 그렇지만 그보다도...

 

어떻게 말할지 모르겠네요
그냥 살러요

 

살러?

 

그것 좀...

 

여기 살러 왔다고 했겠다

 

네, 처음 6개월은 궁핍이란 게
뭔가 완전히 통달하며 보냈죠

 

정말이야?

 

그럼요, 아침 여덟시 전에
잠들어 본 적이 없었어요

 

그 독약같은 블랙커피를
얼마나 마셨는지 아세요?

 

그 뒤론 안 마셨어요
그래서 정신차리기가 힘들었죠

 

담배도 술도 안 하면
궁핍은 엄청 지루해요

 

하지만 인간은
성장해야 하니까

 

그 혁명기념일 데이트 상대도
성장과정의 일부인가?

 

그냥 친구에요
분투중인 젊은 배우

 

배우?!

 

비극적 관계의 시작이군

 

틀에 박힌 배우는 아니길 바래
더듬더듬 웅얼웅얼 거리다가

 

흠잡을 데 없는 원본리듬이나
다 망쳐놓는 그런 놈들

 

아뇨, 긴장이 심하지만
유쾌한 사람이에요

 

그럼, 뭐...

 

그 배우랑 기념일 날
무슨 계획이라도 짜놓았나?

 

하루종일 같이 있을 거예요
먼저 카페에서 아침을 든 다음

 

파리 이쪽에서
저쪽 끝까지 춤출 거예요

 

다섯시엔 오페라에 갔다가
마르세이유의 근위대와 쇼도 보고

 

몽마르뜨의
불꽃놀이도 갔다가

 

샴페인과 저녁을
먹고 즐기는 거죠

 

- 애착이 대단하군
- 뭐가요?

 

인생 말야

 

매일 아침 일어날 때마다
또 하루가 시작된다 싶으면

 

온몸에 전율이 와요

 

떠올랐어

 

생각났다
넉달만의 굿아이디어야

 

술 끊겠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실천은 안했으니까

 

그거 괜찮겠어
분명 뜰 거야

 

파리의 일하는 여성의
평범한 이야기

 

그녀의 7월 14일 하루
영화는 하루 동안의 얘기고

 

집필기간도 이틀 뿐이니
페이드인, 장소, 파리

 

얘기의 시작은
혁명기념일 이른 아침

 

파리 전역의
기상트럼펫이 울려 퍼진다

 

개선문 위로 풀샷

 

"알렉산더
마이어하임 제작"이 뜨고

 

에펠탑에서 정지, 제목

 

계속되는 트럼펫과 함께
당연히 주제가가 흐른다

 

시나트라에게
부탁해도 괜찮겠군

 

스태프리스트가
연속으로 뜬다

 

모든 "졸개들"의 수고를
인정해주는 거지

 

후에 오스카상 감사연설할 때
고마워 해야할

 

사람들이야

 

심벌즈 터진 뒤

 

극본, 각색
리차드 벤슨

 

좋아

 

페이드아웃

 

페이드인
파리 광장의 멋진 광경

 

휴일 축제가 한창일 때지

 

파리의 평범한
일하는 여성

 

심슨 양을 쏙 빼다 박은
여자도 괜찮겠군

 

그녀가 자신의
평범한 아파트에서 나와

 

군중을 헤치고
광장을 가로질러 간다

 

자주 들리는 한 작은 카페의
테이블에 앉은 그녀

 

숨막히는 기대감 속에
자신의 남자를 기다린다

 

그는... 배우야

 

이젠 이 남자를
묘사해야겠군

 

그는 정말 이상할만큼
매력이 없어

 

천만에요! 필립이
얼마나 잘 생겼는데

 

솔직히 누굴 닮았냐 하면...
토니 커티스요

 

그도 더듬더듬 웅얼거리는
배우들 중 하나로

 

잡다한 단역 밖엔
안 떨어지는 인간이지

 

이름도 필립이 아니라
모리스고

 

모리스!

 

음... 봉쥬르, 베이비

 

- 봉쥬르, 모리스!
- 어이

 

흥분돼서 한숨도 못 잤어요
내 원피스 예뻐요?

 

응, 예쁘다

 

여기서 아침 먹는 대신에

 

샴페인이나 한잔하면
너무 이상해 보일까요?

 

고마워

 

- 자기야
- 네, 모리스

 

혁명기념일 약속 말야

 

왠지... 오늘은
못갈 것 같은데

 

모리스, 왜 그러는데요?

 

자기야, 나가봐야 해
있지, 어젯밤에

 

좀 폼나게 하고
약국에 갔거든

 

동네사람들 몇명하고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있는데

 

갑자기 이 뉴웨이브 스타일
자식이 하나 오더니

 

자기가 로저 로신이래

 

혁명기념일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있다나?

 

댄스도 없는 거리

 

댄스도 없는 거리?

 

자기 영화는...
비가 많이 온대

 

어쨌든, 주인공 역을
제시했어

 

모리스, 정말
너무 잘 됐어요

 

난 그만 가야겠어
하루종일 촬영이 있거든

 

하수구 안에서

 

그래요

 

스쿠터 갖고 왔는데
태워다줄까?

 

됐어요, 걷고 싶네요

 

별나군

 

담에 봐

 

비정상적으로
자아도취에 빠져

 

자신의 유별난
직업에 미친 그는

 

자신의 모터스쿠터에
조심스레 올라탄다

 

우리의 주인공은
슬픔에 잠겨 있다

 

그 작자 없는 게 더 나은 걸
깨닫지도 못한 채

 

하루종일 같이
있기로 했어요!

 

아가씨, 이게 바로
첫번째 반전이야

 

하지만 모리스는
절대 그럴 리 없어요

 

이름도 모리스가 아니라
필립이구요

 

그녀의 데이트 상대는
성공적으로 해치워버렸으니

 

중요한 부분으로
넘어가자, 갈등!

 

갈등이요?

 

또 다른 남자

 

없어선 안될
삼각관계의 제 3자

 

그 로저 뭔가...
그 스크래블 어쩌고 감독이

 

대본 쓰는 거
안 가르쳐주던가?

 

아니라고

 

- 이제 개비는 앉아서...
- 개비요?

 

주인공이
이름이 있어야지

 

이제 개비는 앉아 있다

 

외롭고 불쌍한 모습으로

 

그러나 이 가슴 아픈
광경을 자신도 모르게

 

누군가 쳐다보고
있었는데

 

점점점...

 

바로 이름 모를
낯선 이...

 

이름 모를 사람
흥미진진하네요

 

심슨 양, 이 수수한
호텔방에서의

 

감금상태에서
벗어나기 전에

 

당신에게 꼭 보여주겠소

 

이름 모를 이가 얼마나
흥미진진한 존재인지

 

그럼 이제 그를
묘사해야지

 

예, 그래야죠

 

그는 물론 미국인이야

 

그래야 더 잘 쓸 수 있거든

 

보자...
또 뭐가 있지?

 

꽤 큰 키와
햇볕에 그을린 피부

 

잘 생긴 얼굴과
근육질의 몸매

 

거친 듯 하면서도
뭔가 섬세한 얼굴

 

불쌍한 우리의 주인공
하지만 그녀는 모른다

 

바로 그 순간
그녀와 관객들은

 

그 머저리 같은 모리스는
벌써 잊어버렸지

 

필립이던가
뭐든지간에

 

마술같은 그 순간
그녀의 인생도 시작된다

 

그는 부드럽게
그녀를 안고

 

뮤지컬 배우와 같이
재빠르면서도 세련되게 움직이며

 

군중 속으로 춤을 춘다

 

정확히 10초 후에
있는 힘껏 내 뺨을 내리쳐요

 

네?

 

불행히도 설명할
시간이 없소

 

날 믿어줄 이유는 없겠지만
난 당신을 믿겠소

 

당신의 큰 마법의 눈엔
뭔가가 있소, 난...

 

이름 같은 건 중요치 않지

 

그냥 미 정보부의
1331로 기억해요

 

지금 농담하시는 거죠?

 

왼쪽을 슬쩍 쳐다봐요

 

고개는 절대 돌리지 말고

 

창문에 뭐가 보일 거요

 

내가 준 부케 안에
마이크로필름이 들어있소

 

그게 뭔지는 말 못하지만
만약 잘못 전달되는 날엔

 

지구 문명의 종말이
올 거란 걸 알아두시오

 

자, 이제 젖 먹던 힘까지
다해서 따귀를 날려요

 

잠깐! 그만!

 

스파이가
트렌치코트를 입어?

 

미안하지만 다 취소
다시 써야겠어

 

자, 아까 시작한 데로
다시 돌아가지

 

혁명기념일 데이트 상대를
없애버린 것까진 좋았어

 

남자, 여자가 만나서...

 

춤을 추고, 춤을 추고
춤을 추다가...

 

춤을 추다가...

 

벤슨 씨?

 

이때, 이름 모를
낯선 이 등장, 과연 누굴까?

 

누가 왔는데요?

 

직업은?
무엇에 고통받길래

 

깊은 두눈 뒤에 슬픔이
배어 있는 것일까?

 

이런 질문도 질문이지만

 

아버지가 돈되는 기술 가르칠 때
왜 새겨듣지 않았을까?

 

감사합니다

 

전보에요

 

안 뜯어보세요?

 

아니, 안 뜯어볼 거야
왜 그런지 아나?

 

뭐라고 썼을지 뻔 하니까

 

안 봐도 아는 이유는
지난 19주 동안

 

알렉산더 마이어하임에게서
134개의 전보를 받았는데

 

전부 다 똑같은
소리뿐이었어

 

대본은 언제 완성되나?
언제 완성되는 겐가?

 

이리 닦달을 하는데
내가 어떻게 일을 하겠나?

 

밤낮으로
메시지다, 전화다

 

오늘 잘 지냈나? 일은 잘 했어?
대본은 언제 끝나나?

 

트렌치코트 스파이처럼
날 계속 감시하고 있어

 

사방에 널려있다고

 

- 당신도 그 중 하나일지 몰라
- 벤슨 씨!

 

미안, 하지만 가끔씩은 내가
꼭 레미제라블의 그 남자 같아

 

- 장발장이요?
- 맞아

 

바로 어젯밤, 어젯밤에
전화에 대고 약속했다고

 

138페이지를 써놓았다고

 

"알렉스, 자네
돈 가져가 놓고"

 

"쓰지도 않았으면서
138페이지 써놓았다고 하는 놈은"

 

"사기꾼에 도둑 밖에
더 되겠나" 했지!

 

어쩔 땐 그놈이 날
안 믿는 것 같아

 

그 이름 모를 남자가
누군지 알겠어

 

사기꾼에 도둑놈

 

현대판 프랑소와즈 빌런

 

위트와 훔친 물건으로
먹고 사는

 

보석도둑이라든가

 

금고털이 전문가

 

안전한 곳은 없다

 

그는 무엇이든 맨손으로
열 수 있어, 이거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

 

너무 심각하게는 말고
아직 여덟쪽 밖에 안 썼으니

 

그냥 둘 부분은
알렉산더 마이어하임 제작

 

에펠탑을 훔친 여자
극본, 각색 리차드 벤슨까지

 

기념일 재즈축제는 그냥 두고
이번 시작엔 개비 말고

 

시작은... 릭

 

릭... 이름 모를
낯선 이에게 딱이에요

 

함부로 사견 넣지마
타자나 치라고

 

장소, 낮, 광장 씬

 

야단법석한
군중들 사이에서

 

카메라는 키가 큰 구리빛
피부의 미국인을 잡는다

 

옷을 바꿔줘야겠어

 

거짓말쟁이, 도둑놈에게
어울리는 걸로

 

거 있잖아
다양한 색조의 블랙

 

정글 고양이의 우아함으로
릭이 테이블로 다가가고

 

개비는 자기를 거절한
그 배우와 함께 있다

 

그는 초인적인 지능으로
즉시 상황을 파악한다

 

잠시 망설인다
릭의 단 한가지 약점이라면

 

그것은 아름다운 여자

 

그는 결정을 내리고
다른 테이블로 간다

 

지하세계의 두 일원이
그를 기다리는 곳으로

 

폭력배 1과
폭력배 2라고 하자

 

릭?

 

- 생각해봤나?
- 계속 생각해보고 있네

 

단순하고
화려하면서도

 

매우 독특하고
도전적인 계획이야

 

- 여기 있습니다
- 두가지만 해주면 되네

 

금고를 따고
문서만 갖다줘

 

몇 시간이면 돼

 

하지만 보답은
백만달러일세

 

물론 세 등분으로
나눌 거야

 

절반은 내 몫, 나머지 절반은
자네들 둘이 나눠갖게

 

- 얘기가 틀리잖나
- 이보게들, 잘 알고 있지 않나

 

난 영리한 금고털이 전문이자
사기꾼에 도둑이라고

 

절반은 내 몫, 나머지 절반은
자네들 둘이 나눠

 

좋아, 4시에
차로 데리러 가겠네

 

그럼 4시에 봐

 

릭, 어떻게 해서든 참게

 

그 끊임없이 우릴
배반하려는 충동 말일세

 

이번엔 그렇게
잘 봐주지만은 않을 거야

 

작년 탄저에서처럼

 

심슨 양,
서스펜스와 유혹

 

로맨스 분위기는
조장되었으니

 

이제 다시 한번
마법의 순간을 만듭시다

 

남녀가 만났다

 

그래, 갈등이 좀 더 필요해

 

새로운 캐릭터라든가

 

그래! 가까이 있는 사람 중
릭의 적이 있어

 

바로 국제경찰국의
형사 질레트

 

그는 관객이 모르는
뭔가를 알고 있지

 

심슨 양, 우리의 스토리도
이제 박차를 가하며

 

관중들의 정열의 욕망을
불지르고 있어

 

다음엔 과연 뭐가 나올지

 

그들을 뭐라 하진 않아
나도 알고 싶어 죽겠으니

 

몇 페이지 정도
잡담으로 뜸을 들이자

 

서로를 알아가는 거야
이런 건 내 전문이지

 

문제는 이런 황홀한 씬이
어디서 일어나는 걸로 하나?

 

점심식사!

 

남자가 여자를 보아의 멋진
레스토랑으로 데려가 점심을 한다

 

말도 안돼요, 개비는 처음 본
사람과 그럴 리가 없어요

 

완전히 낯선 사람이잖아요

 

심슨 양, 완전히
낯선 사람이란 없소

 

그럼 남들이
춤추고 또 춤추는 동안

 

남들은 다 즐거운데
혼자만 슬플 건가?

 

이름 모를 낯선 이가
제안을 하나 한다

 

당신, 윗입술을
올려 보면은

 

미소 흉내라도 낼 텐데

 

그건 실패고

 

이제 본격적으로
여자를 유혹할 차례야

 

세렌디피티라는 말을 아오?
그녀가 고개를 흔든다

 

- 무슨 뜻이죠?
- 심슨 양, 날 놀래키는군

 

그건 매일 아침
일어날 때마다

 

또 하루가 시작되는구나 싶으면
온몸에 전율이 온단 뜻이야

 

- 세렌디피티가요?
- 그래

 

- 지어내신 거예요?
- 아니, 진짜 있는 단어야

 

실제로 그 뜻은 기쁨과 흥분
행복을 찾는단 뜻이지

 

어떤 상황에서든

 

아무리 갑작스러운
상황에도

 

세렌디피티!

 

그는 나보다 훨씬 환상적인
표현으로 이 단어를 설명한다

 

바로 그 순간
그는 보아에서의

 

화려한 점심을 제안하고
그녀는 매료된다

 

그래도 말이죠...

 

심슨 양, 그가 여자에게
애스베리 파크의 여관서

 

주말을 보내자고 했나?
겨우 점심 초대야!

 

그가 말도 못하게 매력적이면
그녀도 가지 않을까?

 

- 글쎄요...
- 세렌디피티

 

점심만 먹고 그걸로 끝이라고
약속한다면 그럴지도 모르죠

 

물론, 하지만 그녀도 식사 뒤
하고 싶은 일이 생각날 거야

 

- 절대 아니에요!
- 세렌... 좋아, 그럼

 

남자가 마차를 부르고
그들은 보아로 떠난다, 됐나?

 

됐어요, 그럼
당장 써야겠네요

 

아냐, 관객은
벌써 알고 있어

 

한시간 동안 그와 점심을
할 거란 것도 알고

 

하지만 두 사람이

 

호감을 느끼는 과정을
어떻게 전개하죠?

 

영화에는 단순한
장치가 있어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준다
바로 디졸브라는 거지

 

수년동안 관객들은
이 조건을 이해해야

 

했다, 씬이 끝나면서

 

퇴역장교처럼
눈앞에서 사라지고

 

그 뒤 다음 씬이
점차 나타나는 거야

 

시간차를 두고 말야
자, 심슨 양

 

우린 디졸브한다

 

천천히 느긋하게
화면을 겹쳐

 

보아로 가는 거야

 

잘생긴 커플을 태운
새끈한 마차가

 

달각달각 거리며
폭포와 나무숲을 지나

 

웅장한 레스토랑으로 향한다

 

잘 보게, 심슨 양
얼마나 교묘하게

 

내가 서스펜스로 가득한
멜로를 유쾌한 파리의

 

축제분위기 가득한
배경에서 풀어 나가는지

 

지루한 잡담 몇 페이지로
관객을 좀 잡아둔다

 

서로의 마음에
다가가는 거야

 

아까 설명한 그 디졸브
기법만 사용하면 되지

 

당신 누구죠?
뭘 해요?

 

난 누구고 뭘 하냐고?
난 아무도 아니오

 

다 해봤다면 해봤고
못 해봤다면 못한

 

레이싱카나 몰고
사냥을 하기도 하고

 

부에노스아이레스 별장에서
피아노를 치기도 하고

 

다 해봤다면 해봤고
못 해봤다면 못한

 

부자로 태어난 데 대한
저주죠

 

그 맘 알아요
부자로 태어난 데 대한 저주

 

저도 그래서
성을 버리고 파리로 왔죠

 

성이요?

 

세계 곳곳에 집이 있는데
제가 좋아하는 곳은

 

개인 동물원이 있는
듀빌의 여름 별장이죠

 

어릴 땐 일요일 날 착하게 굴면
기린 먹이를 줄 수 있었답니다

 

기린이요? 그럼 그쪽도
기린이 있었어요?

 

- 그럼 댁도...
- 당연하죠

 

세상에! 우린 둘 다
기린과 유년시절을 보냈군요

 

세상 참 좁아요, 그죠?

 

여기 있습니다

 

- 릭을 위해
- 개비를 위해

 

추천을 해드려도...

 

내가 직접 하겠네

 

먼저 종이처럼 얇게 썬
프로쉬토 햄으로 시작하지

 

잘 익은 페르시안메론을
부드럽게 감싼 햄 말야

 

그리곤 도버 혀가자미

 

샴페인과 버터로
살짝 데쳐와

 

거기다 한병의...

 

푸이이 퓌세요

 

59년산이 좋겠군, 그리고...

 

샤또 브리앙 2인분이야

 

4인분으로 하지
갈색으로 태운 것

 

바깥은 검게 안쪽은
부드럽게 덜 익은 채로

 

비프에는
흰 아스파라거스를 곁들이고

 

샤또 라피트 로쉴드
47년산 한병도

 

디저트는 프레이즈듀 보아
큰걸로 부탁해요

 

물론 헤비 크림
한덩어리도요

 

삽으로 퍼도 될 만큼
가득 담아주세요

 

들었죠? 얼른 준비해요
배고파 죽겠으니

 

잘 익은 페르시안메론을
부드럽게 감싼

 

종이처럼 얇은

 

프로쉬토를
기다리는 동안

 

이제 그만, 못 참겠어요

 

가자미는 진짜로 샴페인과
버터에 데쳐 올까요?

 

그럼, 어쨌든
기다리는 동안

 

아름다운
가브리엘 심슨 양에게

 

재능 넘치는
리차드 벤슨이

 

애피타이저 하나 소개하지
우리 둘다 그럴 자격 있으니

 

그래요, 아주
괜찮을 것 같은데

 

사실 처음엔
릭이 별로였거든요

 

근데 점점
끌리는 거 같아요

 

릭에게 점점 끌린다고?

 

네, 아주 매력적이에요

 

중요해
여성 관객의 반응도

 

좋아, 점심은
여기까지, 마티니

 

두가지의 와인과 브랜디가
효과를 발휘해서

 

불빛같은 황홀한 꿈이
그들을 감싸고 돈다

 

우리가 쓴 글은

 

우리가 화려한 문체로
써내려간 작품이야

 

오늘 아까 우리가 논의한 걸
생각하면 당신도 알겠지

 

오프닝은 흥미를
끌만한 씬을 찍는

 

도입부야

 

그리고 남자와 여자

 

이름모를 낯선 중년신사니까
남자라고 하지, 아무튼 만났다

 

벤슨 씨는 중년 아니죠?

 

젊음을 그대로 유지하고
계신 것 같아요

 

그런 섬뜩한 칭찬은
처음이군, 심슨 양

 

계속하지
페이지 8, 9

 

10은 로맨틱한 잡담들

 

- 전문이시니까
- 고맙군

 

이제 관객은 둘 사이의
야릇한 호감을 느낀다

 

가슴 떨리는 사랑의 시작

 

이런 전문가적인 노하우와
경험의 소유자와

 

함께 일하니
정말 수월하지?

 

하지만 심슨 양
이건 모를 거요

 

작가의 삶이란
얼마나 외로운 것인지

 

- 벤슨 씨
- 응?

 

다음 내용이
어떻게 될지 아세요?

 

당신은? 어떻게 될지
알고 있나?

 

글쎄요

 

기억해야 할 것은
그가 아무리 매력적이라도

 

사기꾼에 도둑놈이라는 거요
여기 써 있어요

 

벤슨 씨

 

다음 내용을
확실히 알겠어요

 

다음 내용은
두번째 반전이에요

 

관객들은 자기들이 속은 걸
깨닫고 한숨을 내쉬죠

 

그가 그녀에게 마티니와 와인
브랜디를 억지로 권한 건

 

단 한가지 이유였어요

 

취하게 하기 위해서!

 

그런데 사실은 안 취했죠
전혀요, 그가 뭐라고 생각하든

 

그가 마지막
브랜디를 그녀의

 

거리끼는 입술에 권하자

 

불쌍한 여자... 유혹과
세렌디피티에 흠뻑 빠져

 

구릿빛 피부의 이 잘생긴 남자가
자신을 돌봐줄 거라 믿어요

 

이런! 상황은 정반대
완전히 반대인데

 

음악이 불길해져요

 

그녀는 자신이 위험에
처했다는 걸 깨닫게 돼요

 

이름 모를 사람...
누구일까? 대체 정체가 뭐야?

 

왜 자꾸 내 목을
깨무는 거지?

 

겁내지 말아요, 아가씨
겨우 박쥐잖아

 

밤의 생물은 모두
나의 친구인 걸

 

왜 자꾸 깨무는지 알았어요
당신, 늑대인간 뭐 그런 거죠?

 

아냐, 아가씨

 

난 뱀파이어지

 

이런 동굴 깊숙한 곳이

 

내 실험실로는 딱이더군

 

하지만 그의 눈엔
뭔가가 있었어요

 

살기를 띤 눈이었지만

 

뱀파이어의 삶이 얼마나 외로운지
보였거든요, 하지만 안돼!

 

궁핍에 대한 종합연구까지 해놓고
이렇게 될 순 없어!

 

어떤 여자들은 첫 데이트부터
뱀파이어에게 목을 내놓지만

 

우리의 개비는 아니었죠
악마의 손을 뿌리치고 도망치자

 

추적은 시작됐어요!

 

- 레드 스킨족인가?
- 그래

 

나도야

 

사진

 

그가 따라잡았어, 안돼!
여기서 포기할 순 없어

 

동굴에서도
해변에서도 이겼잖아

 

비행기에서도 싸웠고
그래! 비행기!

 

그녀 얼굴엔
공포가 가득했어요

 

벤슨 씨, 벤슨 씨
그를 죽였어요

 

자, 심슨 양
이젠 다 괜찮아요

 

심슨 양, 오늘 힘들었어요

 

술도 꽤 많이 마셨고

 

어쨌든, 자업자득이었지

 

그 술을 다 먹여서
여자를 취하게 했으니

 

사실은 안 취했어요
눈곱만큼도

 

- 물론이지
- 그를 죽인 건 둘째 치고

 

그 불쌍한 말을 생각하면...

 

채찍으로 그렇게
잔인하게 때리다니

 

어쨌든, 여자도
자업자득이었죠

 

왜 그렇지?

 

남자의 꿍꿍이야 어쨌든
여자가 너무 난리를 쳤잖아요

 

남자가 무슨 뱀파이어나
그런 것도 아니고

 

사실, 꽤 매력적이던데

 

심슨 양, 이제 그만 가서
자는 게 좋겠네요

 

그래요?
벤슨 씨는요?

 

나도 그래야지, 심슨 양

 

들어가서 누우면
나아질 거요

 

몇 시간 잘게요
하지만 생각이 떠오르시면

 

그러시겠지만
절 꼭 깨우셔야 해요

 

그러지

 

약속해요?

 

약속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벤슨 씨

 

잘 자요, 심슨 양

 

잘 자요

 

벤슨 씨도요

 

교환원, 전화 좀 대줘요

 

칸의 알렉산더
마이어하임에게

 

한시 반이니까
카지노 찾아보면 있을 거요

 

벤슨...
리차드 벤슨이요

 

직접 통화로

 

기다리죠

 

이보게, 알렉스

 

알렉스...

 

자네에게 이런 말해서
미안하지만

 

에펠탑을 훔친 여자는
완성되지 못하겠네

 

이봐, 친구

 

그러니 일요일에
대본을 보러 파리에 와도

 

소용없다는 걸세
읽을 대본도 없으니까

 

내 생각엔 아마...

 

예? 여보세요?

 

게임판을 찾아봐요
큰 테이블에

 

실례했어요
리치루 덮어주는 걸 잊어서

 

잘게요

 

벤슨 씨, 제가 벤슨 씨를
떠난 거라 생각 마세요

 

제가 필요하실 땐
언제든 여기 있으니... 그럼

 

교환원

 

전화 취소해요

 

안됐지만 심슨 양

 

이건 뮤지컬이 아니오

 

벤슨 씨, 이 모든 걸
어젯밤에 쓰셨단 말에요?

 

혼자서?

 

누구는 침대에
파묻혀 있을 동안

 

어떤 생산적인
시민은 깨어나서

 

아름다운 글로 가득 찬
현장에서 열심히 일했지

 

당신같은 신출내기
작가에겐 유감이오

 

그 크고 영롱한 눈으로
이 숙련된 전문가가

 

작업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으니까

 

난 프로요
그 짧은 시간 동안

 

높은 플라이볼을 잡으러
뒷걸음치는 디마지오였어

 

난 세빌의 마놀리트
뿔을 잡아 도살하려 했지만

 

놓친다, 다행히도 난
피는 못 보는 성격이라서

 

난 솜씨 좋은 피카소...

 

사랑하는 여인의 초상화에
제 3의 눈을 덧붙였다

 

난...

 

천재적이다를
어떻게 쓰지?

 

I-N-G-E-N-U-O-U-S.

 

그럴 줄 알았어

 

내가 쓴 아홉장 반 외에
그 전에 쓴 것에서도

 

몇가지 실수를 발견했어

 

물론 고쳤지
주로 릭의 캐릭터를 수정했네

 

그 긴장감 도는
순간에 말야

 

내가 그의 천재성을
간과한 것 같아

 

단순한 금고털이가 아니라
전 세계의

 

경찰이 쫓고 있는
범죄의 대가인데

 

릭은 그 눈부신
계획을 직접

 

한걸음씩 고통을 지나
일년 넘게 진행해왔지

 

다른 두 명은
그냥 고용인이야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하자

 

릭과 개비가 꿈같은
점심을 마쳤을 땐

 

벌써 4시였다
차가 도착할 시간이었지

 

14쪽이네요

 

앉아서 마음을
가다듬도록

 

반전에 또 반전이
시작된다

 

1분 30초 되면
당신을 포함한 관객들은

 

속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상황은 생각했던 거와 틀려
전혀, 사실은...

 

- 상황 전체가 정반대이지
- 벤슨 씨

 

심슨 양, 그렇게
동경어린 눈으로

 

날 응시하지 말아요

 

대본을 읽어

 

릭과 개비는 앞에 놓인
브랜디를 마시고 있다

 

그녀의 큰 눈은
수줍어 하고...

 

이렇게 멋진 점심은
처음이에요

 

- 뭐라고 감사드릴지
- 천만에요

 

그럼 이제부터의 계획을
말씀드릴까 하는데요

 

이제부터요?

 

네, 기사가 차를 가지고
4시에 데리러 올 겁니다

 

기념행사 진행과정도 볼 겸
시내를 둘러볼 겁니다

 

사무실에 잠깐 들려
뭘 좀 챙긴 다음

 

제가 주관하는
파티에 가시죠

 

에펠탑 레스토랑에서
열리는데

 

- 릭 선생님이십니까?
- 네

 

기사가 도착했습니다
긴히 드릴 말씀이 있다는데요

 

고맙소

 

잠깐 실례하겠소

 

4시 다 됐어

 

알아, 알아

 

어떻게 된 거야?
미쳤어?

 

작업하는데
여자를 데려오다니!

 

프랑소와즈, 계획에 따르면
자넨 운전이나 해

 

하지만 여자를 끼워
넣는다는 말은 없었잖나

 

난 위기의 순간에서도
즉흥적인 기지를 발휘하지 않나

 

내가 잘 나가는
비싼 도둑인 것도 그 때문이지

 

자네 뒤편 왼쪽을 봐

 

태연하게

 

어제 신문으로 어설프게
가리고 있는 놈 보이나?

 

우리의 옛 친구
질레트 형사일세

 

파리엔 웬일이지?

 

뭔가 냄새라도
맡은 걸까?

 

물론 아니지
그렇다해도 난 한수 위다

 

왜 여자를 끼워 넣었겠나?

 

크고 영롱한 눈 때문에?

 

그도 그렇지만
진짜 이유는

 

형사 친구의 주의를
흐트리기 위해서야

 

제 아무리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봐도

 

나같은 잘 나가는
비싼 릭이

 

여자를 끼워넣을 만큼
멍청하다곤 생각 안할 테니

 

그게 내가 의도하는 바일세
여자는 보호막이야

 

일분 뒤 차에서 보겠네

 

갈까요?

 

나의 질레트, 또 만났군

 

릭!
이런 우연이 있을 수가!

 

질레트 씨는 저와 좀 특이한
사업을 하는 사람입니다

 

아름다우십니다

 

릭의 친구라면
당연히 제 친구죠

 

잘 먹고 가게, 부탁인데
살찌는 거 먹지 말고

 

지금이 우리가
기다리던 순간이네

 

3년이나 기다린 끝에
마침내 나의 영리하고

 

잘나가는 비싼 친구가
내 수에 넘어갔다

 

불쌍한 릭은 저 여자가
우리 일원이란 걸 전혀 몰라

 

정말 아무 눈치도
못 챘겠지?

 

형사님, 배우로서
저의 연기는 완벽합니다

 

물론 내적인
연기를 펼치지만

 

이 유별난 직업의 기본들은
모두 표출했어요

 

비정상적으로
자아도취도 심하고

 

꼼꼼함도 부족하고

 

문법도 끔찍하지만요

 

아저씨, 아니 형사님
티 하나없이 완벽했습니다

 

이런 색 옷에
오토바이 타고 와서...

 

이봐, 오버 떨지 말게

 

말하지만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자네가 아냐

 

자넨 그냥 조역이지
미미한 단역

 

인생에 극장처럼
프로그램이 있었다면

 

자네는 맨밑에 코딱지만하게
나오는 인물이야

 

경관 2번 정도라고 할까

 

말했듯이 불쌍한 릭은
전혀 모른다

 

여자가 우리
일원이라는 것을

 

저런 날라리를
믿어도 될까요?

 

전과가 셀 수도
없는 여자를?

 

잘될 거다, 필립

 

철통같은 릭에게도
약점은 있다, 예쁜 얼굴

 

그녀의 재능을
다방면으로 이용하면

 

저놈 계획을 자세히
캐낼 수 있을 거야

 

계획이요?

 

뒤쫓아야 하지 않나요?
제 차 있어요

 

쓸데없는 짓이다
릭은 대가야

 

저놈 도망치는 걸 붙잡은
경찰은 아무도 없어

 

- 네
- 없었지

 

그럼요

 

그럼 난 화려한
점심을 즐겨야지

 

물론 모든 요리는

 

이 뛰어난 무지방
해바라기유로 조리된 거지

 

점심 만찬을 끝낸 뒤에는

 

소화제 몇 알을 먹고
산책을 즐겨야겠네

 

그리고 오늘밤 내 친구
모험의 절정을 함께 할 거야

 

에펠탑이요?
굉장해요, 형사님!

 

스튜디오로 가게
프랑소와즈

 

스튜디오요?

 

뭘 좀 가지러 사무실에
들러야 한다고 말씀드렸죠?

 

영화 스튜디오에
가 보셨습니까?

 

아뇨, 영화사업을 하세요?

 

어떻게 보면요

 

스튜디오는 이런 휴일 날
특히 더 웅장하답니다

 

텅 비어 고요하죠

 

광대한 음향무대도
적막하고

 

누구도 보이지 않는
크리스마스 전야처럼

 

스튜디오 정문

 

기다리게, 곧 올 테니

 

프란 스튜디오 사무실

 

개인 집무실

 

화려하네요

 

그렇죠?

 

좀 혼란스러워요
배우세요?

 

아님 작가
프로듀서, 감독?

 

그런 창의적인
일은 아닙니다

 

내 관심 분야는
재정적인 면이죠

 

굉장해요

 

얼마나 긴장되는지 표현을...

 

못하겠어요
영화를 사랑하거든요

 

뉴웨이브 같은 쓰레기 말고요
내용이 없잖아요

 

제가 좋아하는 건...

 

서부극입니다

 

약간은 구식인
명작들이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그런 것들

 

금강사 판지 있소?
왜 있잖소

 

- 손톱 정리하는 거
- 있을 걸요

 

고맙소

 

특히 전 교묘한 절도가 가미된
영화를 좋아해요, 어때요?

 

끝내주죠

 

유치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절도영화 다음으로는

 

공포영화가 좋은 것 같아요
항상 그랬어요

 

어릴 땐 드라큘라한테
목을 맸었죠

 

엄마가 정말
싫어하셨어요

 

다소 불건전하다고
생각하셨거든요

 

"흡혈귀는 네 아빠 나이야"
그러셨죠

 

또 아빠와 여러 면이
닮았다고도 하셨어요

 

다행이로군요

 

아버님이 드라큘라를
닮아서가 아니고

 

근데 이빨치료 뒤엔
전혀 닮지 않으셨더라고요

 

영화에 관심이
많으시다니

 

그럼 우린 공통점이
두개로군요

 

영화와... 기린

 

열쇠야, 30분 뒤에
정문에서 기다리게

 

기린과 영화라...
세상 참 좁죠?

 

이리 내요!

 

왜 이래요, 릭
나 다치겠어요

 

이 립스틱으로 뭘 썼군

 

그 냅킨! 질레트한테 준
냅킨에 뭐라고 썼나?

 

뭐라고 썼어!

 

이런...

 

그만해요, 릭
안 그러면 쏘겠어요

 

그래서 어떻게 됐죠?

 

나도 아직 몰라

 

여기까지만 썼으니

 

- 벤슨 씨?
- 네?

 

제 생각은요
지금 필요한 건 또 다른...

 

그러면 뭐해?
반전에 반전에

 

반전에다 또 반전에
그리고 또 반전

 

저도 영화를 좀 안다고 생각했는데
로저 로신은 이런 적 없어요

 

그가 반전에 반전에 또 반전
이런 걸 알지도 의문이에요

 

반전에 반전의 연속
아닐걸요

 

그의 일생이 변할 거예요

 

스크래블 게임은 물론
주사위놀이도 안 하는 사람인데

 

현기증이 나요

 

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세요?

 

알아, 그녀는 전과를 가진
범죄자가 아니라

 

미 정보부 요원이라는 거겠지

 

심슨 양

 

안됐지만 틀렸소

 

우리의 개비는
가장 확실히 믿을만 하며

 

아무리 조잡하게 써대도
절대 빠질 수 없는 역할이야

 

모든 대중문학에라도 나오는

 

천사같은 창녀지

 

사실

 

천사같은 창녀는 두번째고
그보단 프랑켄슈타인이야

 

제2의 인간을 창조
또는 개조한 사람은

 

그것과 사랑에 빠지던지
그를 파괴해버리지

 

어느 쪽이든 괜찮아

 

그래야 융통성이
생기니까

 

심슨 양, 생각해봤나?

 

프랑켄슈타인의 얘기가
마이 페어 레이디와 같다는 걸?

 

하나는 해피엔드지만

 

다른 건 아닌 것만 빼면

 

한번 생각해 보게

 

냄새가 황홀하군

 

목욕 오일이에요

 

아침에 목욕할 때
욕조에 넣었죠

 

단 몇 방울뿐이지만

 

감사할 일이로군
우리 둘 다

 

자, 어디까지 했더라?

 

빵빵빵!
여기까지요

 

선생님 혼자 한 거지만

 

그녀는 총을 들고 침대 옆에 있고
그는 천천히 다가간다

 

프랑켄슈타인이 어떻게
마이 페어 레이디와 같은 얘기죠?

 

아, 그러네요

 

히긴스 교수는 엘리자를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을 만들었으니

 

아, 그렇구나

 

혼자만 알고 있어요
나중에 대본기술 교과서에

 

실으려고
아껴두는 거니까

 

자, 그럼...

 

그는 정글을 헤치며
그녀를 쫓고, 어쩌고저쩌고

 

욕조를 지난다
리차드 벤슨의 영화에서

 

욕조가 빠지는 건
말이 안되지

 

침실로 들어가

 

그녀는 총을 꺼내어
어쩌구저쩌구, 그리고

 

크고 영롱한 눈에

 

목욕 오일을 풍기는
심슨 양

 

여기까지였어

 

천천히

 

릭은 그녀에게 다가간다

 

해봐요, 쏴 보시지

 

총 꺼낼 생각 말아요
경고해요

 

- 담배?
- 고마워요, 불이요?

 

릭...

 

신발이 젖었는데
벗겨줄래요?

 

크고 영롱한 눈의 개비는

 

파리에 살러
왔다고 했지만

 

사실은 경찰소속 스파이였군
정보 제공자...

 

전형적인 끄나풀...

 

그러지 말아요!
악마같은 질레트 때문이야

 

그를 증오해요
지치지도 않아!

 

당신을 잡을 때까진
절대 포기 안 해요

 

작년 탄저에서의 일 때문에
자신을 용서 못해요

 

재작년 홍콩에서도 그렇고
집착하고 있다구요

 

미치광이 뚱땡이
아합 선장이에요

 

당신은 그의 모비 딕이고
그의 백경

 

- 당신은?
- 저요?

 

전과가 셀 수도 없는
거리의 날라리일 뿐이죠

 

관능적인 미끼 역을 맡기려고
날 가석방 시킨 거예요

 

그의 계략에
가담 시키려고

 

당신이 작년 내내 한단계씩
전력을 다해 준비해온

 

그 계획을 캐내지 않으면

 

내 인생은 끝장이에요

 

다시 감방에 갇혀서
죄수복을 입고

 

가브리엘도, 개비도 아닌
죄수번호로만 살아가는 거죠

 

하지만 성공하면...

 

성공하면?

 

자유죠!

 

내 계획을 캐내기 위해서
뭘 해야 하는 거요?

 

뭐든지요

 

- 뭐든지?
- 네, 별 거 아니에요

 

나도 나름대로
비싼 전문가니까

 

당신만큼 비싸진 않겠지만
전문가는 맞아요

 

우린 같은 부류에요

 

적이 될 이유가 없는 거죠
우린 아마도...

 

친구가 될 수도...

 

아마도...

 

두 몸은 이제
하나로 움직이며

 

비밀의 해안을 내리치는
사나운 파도처럼 뒹군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천천히...

 

느긋하게...

 

디졸브한다...

 

훌륭해요

 

당연하지, 말 잘했어

 

거기다 정말 엄청나게란
표현을 덧붙여도 돼

 

왜 그래, 맘에 안 드나?

 

맘에 들어요, 하지만
그 장면이 가능해요?

 

가능하다니? 뭐가?

 

침대 위 장면들이 뭐랄까
외설적인 듯해서요

 

검열 시 이의가
제기되지 않을까요?

 

어떻게 반대할 수가 있나?

 

디졸브했잖아

 

- 그래도...
- 심슨 양, 말했듯이

 

디졸브는 가장
유용한 수단이요

 

공간이동을
시켜주기도 하지만

 

스크린 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상상에 맡기기도 해

 

내가 당신이라면

 

사악한 예술영화관에
가는 건 때려치우고

 

건전한 미국 가정영화나
더 찾아다니며 보겠어

 

당신이랑 검열관들이 침대씬에서
뭔 상상을 하는진 모르지만

 

난 그들이 주사위놀이를
한다고 설정하겠어

 

게임은 즐거웠소만
어느덧 여덟시 반이요

 

찬란한 하루의
절정의 시간이요

 

가야겠소

 

어디로요?

 

잘 알잖소

 

에펠탑 가장무도회
일을 끝내야지

 

안돼요, 뭔진 모르지만
계획을 실행해선 안돼요

 

질레트와 경찰들이
그곳을 완전 에워쌀 거예요

 

작년 탄저에서도
질레트는

 

시 전체를 경찰로 쫙 깔았었소
그럼 나는 이만...

 

어디 가는 거예요?

 

의상부요
입을 옷 좀 찾게

 

릴 6, 에펠탑을 훔친 여자

 

꽤 괜찮네요

 

전 항상 거품비누를
지갑에 넣고 다녀요

 

물 흐르듯 살려구요

 

낯선 남자...

 

새로 오신
선생님이시군요

 

재촉하긴 싫지만
선생님, 늦겠습니다

 

얼마나 걸릴까요?
다 끝내고

 

옷 입고 차에 타기까지

 

눈 깜짝할 새에요

 

내 전문가적
계획에 따르면

 

우린 지금 가장
위험한 단계에 와 있소

 

알았어요, 릭

 

당신을 신뢰하고
모든 걸 말하겠소

 

당신을 믿어도 되겠지?

 

그런 걸 왜 물어요
오늘 오후 그 주사위놀이 이후

 

전 영원히
당신 것이 됐어요

 

당신을 믿어도 될까?

 

진정 믿어도 되냐고?

 

트렁크에 영화필름이
28통 있소

 

에펠탑 파티는
영화 제작자가 주최하는 거지

 

계획은 조금 있다 말해요
에펠탑까진 아직 멀었고

 

교통도 막히니까

 

벤슨 씨...

 

 

개비라면 몰라도 전...

 

전 그런 여자가 아니에요

 

그런 말 하는 여자
정말 싫어했는데

 

이런...

 

저도 그런 여자인가 봐요

 

장소, 에펠탑, 밤

 

릭과 개비는 계속해서
달리고 또 달려서

 

그 황홀한 교통체증을
거쳐 왔어요

 

탑은 아주 눈부셨어

 

리차드, 당신이 그러면
타이프를 칠 수가...

 

알았어, 알았어

 

눈부신 탑 아래

 

기사는 리무진을 세웠다

 

심슨 양, 당신이 그러면
내가 불러줄 수가...

 

날 믿어요

 

믿어요, 갑시다

 

이제 릭과 개비는
엘리베이터로 향한다

 

우린 그들과 함께
운명의 파티장으로 가는 거야

 

전세계의 영화감독들이
한 자리에 모인 곳으로

 

정열의 여름
인생은 아름답고

 

티파니에서 아침을 든
모두가 흥분했지

 

이제 감독은 관객의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해

 

전혀 쓸데없는
장면들을 이용한다

 

그러다 마지못해 얘기로 돌아오고
새로운 캐릭터를 제시하지

 

바로 제작자
호스트이자 희생자

 

우리의 제작자이자 희생자와
엄청 비슷하게 생긴

 

알렉산더 마이어하임

 

뒤편 왼쪽으로 봐
자연스럽게

 

멍청이 질레트가
보일 거야

 

딱 어울리게
사형집행인 분장을 했군

 

- 준비됐나?
- 됐어요

 

잠깐만 실례하지

 

늦었어

 

천만에요

 

모든 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어요

 

- 계획은 알아냈나?
- 그럼요

 

그리 비싸진 않지만
최소한 나도 전문가니까

 

뭔가?

 

이걸 주의 깊게 읽어보면
상황 전체가

 

분명하게 보일 거요

 

지금 협박편지를
전달하고 있어요

 

- 협박편지?
- 그래요

 

릭의 차 트렁크에
영화필름이 28통 있어요

 

유일한 영화 원본
프린트에요

 

제작자가 육백만불을 들여
막 완성한 스펙타클 무비

 

에펠탑을 훔친 여자요

 

당신이 영화원본 프린트를
갖고 있다는 게 확실한가?

 

그래요

 

그걸 모두
파기해 버리겠다고?

 

아님 내게
열쇠를 주던가

 

카사블랑카의
당신 금고 열쇠 말이요

 

이봐, 난 당신이
누군지도 모르지만

 

당신 정말 사랑스럽군!

 

아주 사랑스러워!

 

게다가 내 생명도 살렸네

 

에펠탑을 훔친 여자는
사실 실패작이야

 

제목도 추상적이고
에펠탑을 훔치지도 않아

 

안 훔쳤을 걸?

 

결말도 복잡해서
이해가 어렵고

 

대본도 형편이 없어서
개봉해선 안될 영화야

 

난 이제 끝이야
오늘밤 파티는

 

최후의 송별회로 연 걸세
마치 스완 송처럼

 

자정에 계산서가 나오면
내가 사인을 할 거야

 

팁도 엄청나게 얹어주고

 

그리고 검은 벨벳 하늘에서
폭죽이 터지면

 

이 그로테스크한 건물 위에서
뛰어 내릴 계획이었지

 

그리고 갑자기
마지막 순간

 

누군가 저 위에서
우리같은 영화제작자를

 

지켜보고 계신 거야
자네가 등장했으니!

 

세상에, 이럴 수가!

 

그 필름을 파기시킬 것을

 

맹세한다면

 

카사블랑카에 있는
내 금고 열쇠는 물론이고

 

보험금도
나눠주도록 하지

 

60대 40

 

50대 50

 

이보게, 언제라도 영화산업에
뛰어들 생각이 있다면

 

주저 말고
내게 전화를 해

 

당신같은 파트너를 찾아
평생을 헤맸어

 

우린 서로를
완벽히 이해하는군

 

정말 사랑스러워

 

거친 듯 하면서도
뭔가 섬세한 얼굴

 

정말 사랑스러워

 

비행기가 공항에서
릭을 기다릴 거예요

 

기사가 지금 엔진을
정비하고 있어요

 

잘했다, 너의 모든 전과는
내일 내 파일에서

 

신비롭게도 사라질 거고
그럼 넌 풀려날 거야

 

고마워요, 나의 질레트

 

자, 질레트
최대한 자연스럽게

 

플로어를 가로질러
라운지 쪽으로 춤추며 가세요

 

이런 바보, 어리석군
넌 이용당하고 있어

 

작년 탄저의
불행한 소녀처럼

 

계속 춤춰요, 질레트

 

눈치챘어야 했어!
여자들이 놈에게 약하다는 걸

 

맞아요, 질레트

 

계속 춤춰요

 

이런 바보, 어리석군!

 

정신분석가와
이 사태에 대해 얘기한 결과

 

난 질레트 형사를
미워하진 않아

 

딱하게 여길 뿐이지

 

자기 자신은 주연급
역할로 표현하고

 

난 맨날 조연으로
깎아내리고

 

에펠탑 밖에서
날 기다리게 하는 거, 좋아

 

대사도 맨날 이런 거만
"훌륭하십니다, 형사님"

 

아님 "차는 바로
여기 있습니다"

 

모리스!

 

형사님, 전 필립입니다

 

상관없어

 

릭이 보제이 공항으로
지금 달아나고 있네

 

내 차는 어디 있나?

 

바로 여기 세웠습니다

 

그 대사는
참 잘 하는군, 모리스

 

형사님, 저는...

 

모리스가 아니라
필립입니다

 

자넨 조역에 불과해
이름 따윈 중요치 않아

 

차에 대해
할 말이 있었나?

 

차는 바로 여기 있습니다

 

- 밟아, 모리스, 어서!
- 밟아, 필립, 어서!

 

자꾸 잊어버리네
자네 정말 우둔하군

 

얌전히 차나 모는
경관 2번인데도 이러니

 

보제이 공항, 빨리!

 

하지만 선생님이
그 형사면...

 

자넨 대사도 없는 경찰 3일뿐야
입 다물고 빨리 가

 

- 이게 뭔지 아나?
- 열쇠네요

 

미래를 향한 열쇠야
백만불짜리

 

우리 둘의 행복을 위한
절대 들키지 않는 지폐들

 

여기는 인터폴의 질레트 형사
전 순찰대 나오라

 

달려, 어서!

 

정문이 닫혔는데요?

 

그냥 뚫고 가, 멍청아

 

- 여기 있게, 나 혼자 갈 테니
-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릭이잖아

 

- 이해가 안되네요
- 당연히 안되겠지

 

암만 머릴 굴려도 모르겠지?
네 코딱지만한 역엔

 

아무도 신경 안 써

 

작품 편의상 만든 거지

 

적시에 놈의 턱을 날려버릴
영웅을 묘사하기 위해서

 

이런 말하기 참 기쁘군

 

바로 지금이야!

 

멈춰라, 릭!

 

안 그러면 쏘겠다!

 

필립이야

 

필립이라고!

 

모리... 필립이야

 

내 사랑...

 

괜찮아요
오히려 잘된 건지도

 

안돼요, 내 사랑
카사블랑카로 함께 가야죠

 

그곳에 가서 작고 아름다운
성을 사기로 했잖아요

 

우리만의...

 

동물원도...

 

기린도 있겠죠?

 

물론...

 

기린도...

 

경찰일이란 게
이런 거라면

 

자넨...

 

이제 경관 1번이야

 

범죄란 결코 성립되지 못한다는
사실이 한번 더 입증된다

 

당신이 내가 아니라면

 

페이드아웃

 

 

끝났어

 

전부 130여 페이지야

 

예정보다

 

몇시간 남았군

 

훌륭해요, 리차드

 

꼭 이렇게
끝나야 하나요?

 

필립이 쏜 총알이
빗나가고

 

그뒤 릭이 형사에게

 

훔친 필름통의 위치와 열쇠를
돌려줄 수도 있잖아요

 

그리고 개비를
만났기 때문에

 

사기꾼에 도둑생활을
은퇴할 수도 있고

 

그러면 형사는 둘을 함께
떠나보내는 거에요

 

이거야말로 확실한
반전의 반전이죠

 

안 그래요?

 

그건 안돼

 

그는 사기꾼에 도둑이야

 

오랫동안 그렇게 살았어
지금 못 그만둬

 

게다가 안됐지만
그는 이제 너무

 

늙었어

 

그는 그렇게 생각할지 몰라도
여자는 아닐 걸요?

 

왜 그런 묘한
생각이 들었지?

 

지난 며칠간 그와
쭉 함께 있으면서

 

공포에 지쳐 포기하고
싶어하는 그를 봤거든요

 

그러나 곧 원래 모습을
되찾는 모습을 보았고

 

부드럽고 따뜻한 면도

 

봤으니까

 

재치있는 면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위트는
아니지만 웃겼어요

 

여자가 멍청한 걸까요?

 

그가 어떤 남자인지
몰라서 이러는 거예요?

 

그가 뭘 원하는지?

 

그가 원하는 거라면
사랑 말인가?

 

아니

 

그러긴 늦었어

 

그는 마흔셋이야

 

올 10월이면

 

결혼도 두번 했지만

 

모두 악몽같았지

 

그리고 여러해 동안은
돈도 여기저기 뿌리고

 

유치한 글도 많이 썼고

 

술도 들어부었지

 

이제는 줄 게
아무것도 없다고

 

있다 해도, 못 줄 거야

 

그렇지 않아요
줄 건 많아요

 

그래서 사랑하는 거고

 

아니

 

비참해

 

어떻게 됐든 문제는...

 

당신은 내 글을
사랑하는 게 아냐

 

날 사랑하는 거지

 

그건 당연해

 

당신 인생에
갑자기 왈츠를 추며

 

나타난 이 매력적이고

 

비교적 잘생긴 낯선 사람

 

 

실크처럼 부드러운 말솜씨는
오랜 연습으로 단련됐지

 

특히 세상물정 모르는
여자들을 건드리려고

 

심슨 양 같은 여자가
혹하도록

 

이미 그렇게 해버린 게
후회되는군

 

그건 내 인생에서의
가장 추악한 짓이었어

 

아마 그랬겠지

 

바로 잡아야겠어

 

당장 짐을 꾸려요

 

심슨 양

 

당신에게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해를 입히기 전에

 

진실을 알고 싶나?

 

알기 싫겠지

 

그래도 알려주겠어

 

난 그 어떤 것에도
관심이 없어

 

특히 일에 관해서 말야
당신은 그걸 감동적이고

 

독창적으로
일이라 불렀지만

 

아, 그게 다는 아냐

 

내가 아끼는 것도 있지
돈...

 

좋은 위스키...

 

이미 눈치 챘겠지만

 

난 그런 걸 좀 좋아해

 

하지만 일은?

 

지겨운 잡일일 뿐이야

 

일년에 닷새만
일을 하지

 

그래서 나머지 360일은

 

여태까지 해온 방식대로

 

그대로 살려고 해

 

리차드 벤슨을 위해

 

그의 훌륭한 전문가적
노하우를 위해

 

영원히 지속되기를...

 

언제까지나...

 

사람들이나...

 

속여대며...

 

심슨 양?

 

심슨 양!

 

가브리엘?

 

알렉스, 대본은 없네
하지만 조만간

 

좋은 걸 써주지
아니면 돈은 돌려주겠네

 

- 미안하네, 모리스
- 아뇨, 필립입니다

 

자넨 농담이
끝난 것도 모르는군

 

누구에요?

 

제 고용인이죠
신경쓰지 마요

 

벤슨 씨, 여긴
어쩐 일이시죠?

 

심슨 양, 과장연기 마요
어쩐 일인지는 잘 알잖아

 

속임수 투성이
하찮은 B급 영화에도 나와

 

여자가 새를 두고 갔소
새를 두고 갔어

 

- 무슨 뜻인지요?
- 알면서

 

여자가 새를 두고 갔으니
남자가 여잘 찾아야지

 

이 장면은 내가
수천번도 더 써봤어

 

물론 항상 통했지
첫번째 포인트야

 

두번째, 우린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감히 날 떠나다니

 

세번째...

 

사랑해요, 심슨 양

 

일이 내키지 않으면 지금 말해요
사람은 많으니까

 

아뇨, 능력은 충분한 걸요

 

아주 좋아
여기 내 손에

 

130여 페이지의
황당하고

 

아무런 동기도 없이
고안된 대본이 있어

 

영화에서나
가능한 얘기지

 

자, 가서 대본을 써야 해

 

물론 처음부터 다시는 아냐
훌륭한 두 캐릭터는 있으니

 

여자는 밝고 귀여우며
아주 아름답고, 남자는...

 

직선적이며 다소 우둔해
남자는 뭔가 좀 북돋워야겠어

 

남자가 할 일을 찾아줍시다
물리적 행동으로

 

저와 데이트 중인데...

 

사내다운 모습을
강조할만한

 

미국영화는 지겹도록
상투적인 면이 있어요

 

선생님도
대본에서 쓰셨고

 

맞아

 

그러면 우리...
가볼까요?

 

리차드, 집필예정인 새 영화는
뭐에 대한 내용이죠?

 

당연히 러브 스토리지

 

해피엔딩인가요?
비행기에서 총 맞거나 하진 않죠?

 

그와 정반대로, 심슨 양

 

음악은 고조되고

 

정신을 차릴 수도 없는
폭죽과 분수 그리고

 

축제에 미친
군중들 틈에서

 

둘은 행복하고 부드럽게
서로의 품으로 파고들지

 

- 다음 장면은 알겠어요
- 그래?

 

엄청난 개런티의
두 배우가

 

피할 수 없는
절정의 순간을 만들고

 

마지막, 세상을 흔드는

 

스튜디오 임대비도 갚고
객석도 꽉 채우고

 

팝콘도 팔아줄만한

 

키스...

 

페이드아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