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틀리 폴라 베어

 

우리 아빠는 1967년에
조울증 진단을 받았고

 

가짜 수염을 붙이고
케임브리지 주변을 돌며

 

자기 자신을 하버드의
예수 요한이라고 불렀다

 

상태가 나아지자 보스턴의
공영 방송국에 취직했고

 

거기서 엄마를 만났다

 

다짜고짜 엄마의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첫 데이트 때 자동차로
뉴잉글랜드를 구경하며

 

신경 쇠약 증세가
있다고 고백했지만

 

그 시절엔 다들 그래서
엄마는 신경도 안 썼다

 

주변의 절반은
반미치광이였으니까

 

그렇게 두 분이 결혼해서
내가 태어났고

 

내 동생도 생겼다

 

우린 행복했다

 

하지만 인생이란
훨씬 복잡한 법이다

 

늘 그렇듯이

 

1978년

 

아빠, 우리는
학교 가야 해요

 

오늘은 우리끼리
축하할 거야

 

- 뭘 축하해요?
- 내가 해고됐거든

 

취직한 지도
얼마 안 됐잖아요

 

주변을 좀 둘러봐

 

아름다운 대자연을
만끽하는 거야

 

회사에서
무슨 일 있었어요?

 

누가 먼저 트집 잡고
밀어붙인 건지 모르지만

 

사장이랑 크게
한판 붙었어

 

아무튼 버섯이나 따서
엄마 오믈렛 만들어주자

 

해고된 거
엄마도 알아요?

 

환상적이지?

 

학교 빠진 거 알면
엄마도 좋아할 거야

 

둘 다 차에 타

 

매기, 지금
어디 가려는 거야?

 

- 그 가방은 뭐야?
- 어서 타

 

매기!

 

나 괜찮아
지극히 정상이라고

 

카누는 내가 꺼내놨어

 

링컨 공원까지 이고 가서
소풍을 즐길 거야

 

소풍 가기엔
너무 춥지 않나?

 

매기

 

난 남자야

 

남자들은 자유롭게
살고 싶어 해

 

사냥을 하고
짝짓기를 하고

 

그게 우리의 본능이야

 

그렇게 살려고
이걸 달고 태어났다고

 

괜찮아

 

무서워하지 마

 

미안해

 

수영복 팬츠만 입고
땅바닥에 앉아있어요

 

아빠가 많이 아파서
조금 이상해진 거야

 

많이 추울 텐데

 

내 말 잘 들어

 

선생님이나 친구들한테는
이런 얘기 하지 마

 

우린 아빠가 좋은 분이고

 

우릴 해치지
않는다는 걸 알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걸 이해 못 하거든

 

슬픈 일이지

 

사랑하는 아빠에게

 

오늘 숲에 들어가서
작별인사를 했어요

 

엄마가 차를 팔고
대신 간식을 사줬어요

 

도시에 있는 아파트로
이사하기 싫어요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초콜릿을 뿌려서 먹었어요

 

엄마는 우리의
보헤미아가 끝났다는데

 

아마 돈 버는 일과
관련이 있는 것 같아요

 

사랑을 담아

 

- 페이스 스튜어트
- 아멜리아 스튜어트

 

내 새끼들

 

안녕

 

아빠한테 가봐
가서 인사드려

 

꼬맹이랑

 

큰 꼬맹이

 

기분이 한결 좋아졌어

 

- 정말요?
- 그래

 

아빠 배가 진짜 커요

 

의사들이 이 안에
약을 집어넣었거든

 

안 아프니까 쳐봐

 

어서 때려봐

 

더 세게

 

그만!

 

앞으로는 조심해

 

마술사 후디니도
그렇게 배를 맞아서 죽었어

 

- 안녕, 여보
- 당신 주려고 꽃 가져왔어

 

고마워

 

넌 엄마 닮아서
역시 예쁘구나

 

내가 도와줄게

 

기분은 어때?

 

- 더할 나위 없어
- 지난주보다 안 좋아 보여

 

- 약 처방을 바꿨어?
- 새로운 약을 주더군

 

- 난 앉고 싶어
- 그래

 

가족들이랑
집에 가고 싶어

 

곧 그럴 거예요

 

- 사랑해
- 우리도 사랑해

 

- 아빠, 나도 사랑해요
- 고맙다

 

6주 후

 

밤에도 창문으로
옥상 조명이 다 보여요

 

낮처럼 밝아서
잠이 안 온다고요

 

- 커튼 하나 사줄게
- 조명이 얼마나 큰데요

 

교도소에서 쓰는
방범등 같아요

 

엄마도 시골이 더 좋지만
거긴 좋은 직장이 없어

 

지금 직장도 별로잖아요

 

더 나은 델 찾아야지

 

아빠도 여기서
같이 살면 안 돼요?

 

아빠 만나러
보호시설에 가기 싫어요

 

거긴 병원보다도 후져요

 

지금 병에서
회복하시는 중이잖아

 

아빠가 엄마보다
요리도 훨씬 잘해요

 

페이스

 

이게 무슨 짓이야?

 

예쁜 꽃이잖아요

 

아빠를 만나러 왔는데요

 

여길 어떻게 왔어?
학교에서 걸어온 거야?

 

- 아빠 계획은 뭐예요?
- 계획이 뭐냐고?

 

내 계획은...

 

일단 보호시설을
나가는 거야

 

그거 좋네요

 

그리고 취직해서
아파트를 얻어야지

 

그래서 우리 딸들이
아빠 집에 놀러 오면

 

아침저녁으로
크레페를 만들어주겠어

 

그러다 가족이
다시 합치면

 

너랑 페이스랑
엄마랑 같이 사는 거지

 

엄마가 날
받아준다면 말이야

 

나니아 연대기의
툼누스 집에 온 거 같아요

 

여태 들어본 말 중
최고의 찬사인데

 

엄마는 아빠가 술 마시는 게
제일 큰 문제래요

 

그러니까 술을 끊고
꾸준히 리튬을 복용하면

 

엄마도 받아줄 거예요

 

정말 엄마가 너한테
속마음을 털어놨다고?

 

 

다시 나니아 연대기
놀이나 하면 안 될까?

 

- 이것도 정리해요
- 알겠어요

 

켈러 사입니다

 

이봐요, 전화 받아요
사적인 전화는 금지예요

 

- 죄송해요
- 여긴 직장이에요

 

앞으로 주의할게요

 

정말 죄송해요

 

- 여보세요?
- 나야

 

아멜리아가 오늘
나를 찾아왔어

 

별일은 없었어
내가 집으로 데려갈게

 

- 거긴 어떻게 갔대?
- 걸어서 왔어

 

학교에서부터?

 

아무래도 심리치료를
받게 해야 할 것 같아

 

실력이 많이 늘었네

 

- 완전 감동이야!
- 잘한다, 우리 딸

 

- 일은 어때?
- 그놈의 일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 세탁물을 깜박했네
- 우리가 갈게요

 

페이스!

 

- 크림소스에 시금치가 들었어
- 난 시금치 좋더라

 

- 진짜 맛있어
- 크림 때문에 부드럽잖아

 

- 안녕
- 안녕

 

- 링컨 초등학교 다니니?
- 우린 피바디에 다녀

 

거긴 보스턴에서
제일 좋은 공립학교잖아

 

여긴 피바디가 속한
학군이 아니야

 

여기 사는 애들은
전부 다 똥통학교인

 

링컨에 다녀야 해

 

그리고 아일랜드 애들한테
매일 두들겨 맞고

 

- 난 맞기 싫어
- 누군 좋아서 맞겠냐

 

아무튼 우린
피바디에 다녀

 

그러니까 그건 불법이야
공평하지 않다고

 

그런 짓을 했으니
너흰 감옥에 갈 거야

 

안녕

 

집이 어디냐고 묻는데
거짓말하긴 싫어요

 

피바디는 보스턴에서
제일 좋은 공립학교야

 

그렇든 말든
거짓말은 싫어요

 

괜찮아, 네가 아니라
엄마가 거짓말하는 거니까

 

링컨엔 가긴 싫어요
거기 애들은 맞고 다닌대요

 

아빠가 싸움의
기술을 전수해줄게

 

선생님이 눈치채면요?

 

넌 공부를 잘해서
선생님이 예뻐하시잖아

 

아일랜드 애들한테
두들겨 맞는대요

 

- 그런 일은...
- 네가 다 접수해버려!

 

그렇게 우릴 피바디에
보내고 싶으면

 

그쪽 학군으로
이사 가면 되잖아요

 

우리 수준엔 무리야

 

이 임대 아파트라도
얻은 게 다행이지

 

아빠네 집은 부자라면서요?

 

하지만 우린 돈 없어

 

매일 이력서를 보내도
답이 없고

 

마지막 남은
돈도 다 썼어

 

그래도 너희들 교육만은
제대로 시키고 싶다고

 

더 먹을 사람?

 

식사 준비해줘서
정말 고마워

 

매일 해줄 수도 있어

 

고맙지만 난 아내가 아닌
남편이 필요해

 

남편이 되고 싶어도
아내가 거절하잖아

 

아내가 아내 역할만
할 수 있게 해줬어야지

 

난 남편이고 싶지만

 

자기가 남편 역할을 하고
날 아내로 만들려 했잖아

 

하버드 대학
경영 대학원 지원서

 

와튼 스쿨 MBA
컬럼비아 대학 MBA

 

접근 금지

 

교장 선생님이 뭐래요?

 

우린 이 학교 학군에
살지 않으니까

 

너랑 페이스는
링컨으로 가야 한대

 

- 엄마, 미안해요
- 괜찮아

 

제발 울지 마
미안할 거 없어

 

어디 사냐고 묻는데
말문이 막혔다고요

 

거짓말 안 한 건
올바른 행동이야

 

우리가 한 일은
불법이래요

 

나도 알지만...

 

다 엄마 잘못이야

 

너희를 좋은 학교에
보내고 싶었거든

 

나 때문에 페이스가
맞고 다니면 어떡해요?

 

페이스는 그런 애들을
다 할퀴고 다닐걸

 

침낭, 잠옷, 인형

 

책이랑 갈아입을 옷
또 뭐가 있지?

 

칫솔

 

애들 칫솔은
내가 미리 사뒀어

 

나무 상자 두 개로
침대도 만들었는데

 

- 애들도 좋아할 거야
- 잔뜩 기대하고 있어

 

- 차 마실래?
- 고마워

 

낮에는 상자를 돌려서
인형극을 할 수도 있어

 

그거 정말 재미있겠다

 

- 토스트 줄까?
- 좋지

 

이제 내 집이 생겼으니

 

필요하면 언제든 애들
데려다가 재울 수도 있어

 

고마워

 

당신 방도 있어

 

농담이야

 

절대 강요는 안 해

 

차 맛있네

 

- 카메론
- 응?

 

나 경영대학원에
합격했어

 

매기, 이 똑똑한
여자 같으니라고

 

당신의 도전정신은
알아줘야 한다니까

 

컬럼비아 대학원에서
장학금을 주겠대

 

애들을 뉴욕에
데려갈 순 없어

 

당연하지

 

나 혼자 살 방
얻기도 빠듯한데

 

그럼 애들은 어떡해?

 

그래서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어

 

여름학기까지 해서
18개월 안에 학위를 마칠게

 

제니네 엄마가
작은 방을 세줄 수 있대

 

내가 뉴욕에 가면
당신이 여기 와서

 

애들을 돌보는 거야

 

- 내가?
- 그래, 당신이

 

당신도 애들도
서로 그리워했잖아

 

난 18개월 안에
MBA 학위를 따고

 

보스턴에 취직해서
다시 집으로 돌아올게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그래

 

- 어려운 부탁인 거 알아
- 아니야

 

그렇지만

 

당신 주치의한테도
물어봤는데...

 

삶의 목적이 있는 건
좋은 일이겠지

 

당신한텐 그런 일상이
필요하다고 했어

 

그래, 일상이라면
식탁에 음식을 차리고

 

그렇지

 

매일 아침 등교시키고

 

밤마다 재우고

 

이 닦고 머리 빗으라고
하루 두 번씩 잔소리하고

 

빨래도 하고...

 

맙소사, 엄청나잖아

 

물론 힘들겠지만

 

우린 점점 더 빈곤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어

 

이대로 두고 볼 순 없잖아

 

- 내 말 알겠어?
- 그래, 맞아

 

애들이 옮긴 학교는
꼭 소년원 같더라

 

형편없는 곳이야

 

우린 좋은 학교에서
피아노 교습도 받았고

 

- 난 교습 안 받았어
- 그래도 펜싱은 배웠잖아

 

- 스키랑 체스도
- 다 가족들한테 배웠지

 

내 말의 요점은

 

우리 애들도
당신이랑 나처럼

 

최고의 교육을
받게 하고 싶어

 

나도 그러고 싶지만
18개월을 어떻게 버텨?

 

자긴 할 수 있어

 

내가 주말마다
와서 도와줄게

 

- 주말마다?
- 그래

 

- 여기서 같이 지낼 거야?
- 당연하지

 

그럼 다시
가족이 되는 거야?

 

맞아

 

우리 아들을 대신해서
내가 반대해야겠구나

 

- 저 앤 준비가 안 됐어
- 카메론은 할 수 있어요

 

의사도 저한텐 더 많은
책임이 필요하대요

 

하지만 남자가 뭐하러
그런 책임을 져

 

네가 감당하기엔
너무 큰 부담이야

 

주치의 상담도 했어요

 

카메론 상태가 호전돼서
얼마든지 가능하대요

 

혹시 이게 다
페미니즘 때문이냐?

 

저흰 빈곤층이에요

 

애들은 질 나쁜
학교에 다니고요

 

일류 학교에 보내봤자
남는 것도 없던데

 

- 우리 애들은 다 착해요
- 그야 그렇지만

 

제 앞가림도 못 하잖아

 

머레이는 다르죠
우리도 그렇고요

 

매기가 하는 일은
칭찬받아 마땅해요

 

물론 아주 기특하지

 

은이나 크리스털을
좀 팔면 어때요?

 

그래 봤자
이 점심값밖에 안 돼

 

얘야, 난 절대 반대다

 

- 가족을 두고 가지 마라
- 어머님, 전 절박해요

 

우린 빈털터리예요

 

이건 또 뭐야?

 

벌써 45분째
이러고 있잖아요

 

이걸 구석에 넣으면
공간이 더 생겨요

 

다 정리해놓은 짐을
왜 자꾸 옮기는 거죠?

 

차 막히기 전에
빨리 떠나야 해요

 

알아요, 애들이랑
인사만 하고 갈게요

 

미안해요

 

삐쳐있으면 어쩌니?
속상한 거 알아

 

저 자식은 누구야?

 

캐럴의 사촌인데
어머니랑 뉴욕으로 간대

 

- 운전은 왜 당신이 해?
- 그게 더 나으니까

 

이리 와서
우리 사진이나 찍어줘

 

- 조용히 해
- 여보, 어서 와

 

사랑해, 얘들아

 

엄마가 떠나기 전의
모습을 남겨둬야지

 

페이스, 여기 봐

 

다들 웃어

 

이봐!

 

- 매일 머리 잘 빗고
- 딸한테 인사 중인데

 

경적을 울리다니
저게 인간이 할 짓이야?

 

애 좀 받아줘

 

착하지, 우리 아가

 

정말 고마워
당신한테 큰 빚을 졌어

 

천만에

 

커다란 초록 벌레처럼
입고 와서 미안해

 

내가 저놈을 반쯤
패버리기 전에 어서 가

 

- 페이스 좀 받아줘
- 그래

 

고마워

 

- 얘들아
- 아멜리아, 착하지

 

엄마한테 인사하자

 

이리와

 

매기는 내 아내야

 

- 사랑해
- 나도 사랑해

 

- 사랑해
- 갈게

 

안녕

 

우리 형이 이 차에서
여자랑 많이 했대요

 

맙소사

 

전 방광이 약해서
휴게소에 자주 들러야 해요

 

매기!

 

윌버 크로스
간선도로를 타

 

- 전에 갔던 길 있잖아
- 카메론, 뭐라고?

 

그때 톰이랑 린다의
결혼식에 늦어서

 

샛길만 골라서 갔더니
딱 맞게 도착했잖아

 

- 잘 기억이 안 나
- 뉴헤이븐에 있는 간선도로

 

너 죽고 싶어!

 

34번 고속도로
동쪽으로 가면 나와

 

- 알았어
- 메릿 간선도로 쪽이야

 

- 알았어
- 브리지포트가 아니라

 

- 그래
- 거긴 나무도 울창해

 

알았어

 

사랑해

 

저 남자 누구예요?

 

영화 보러 갈까?

 

플럼 아일랜드에 가서
유리조각 주울까?

 

그럼 미술관에 가서
너희 증조부 초상화나 볼까?

 

그런 초상화가
미술관에 있어요?

 

존 사전트라는
화가가 그린 작품이지

 

- 왜요?
- 왜냐고?

 

우리가 누군지 몰라?

 

너희 증조할머니가
자란 집이야

 

- 저 건물 전체가요?
- 그렇지

 

유명한 건축가가 설계한
이 동네 최고의 저택이야

 

어떻게 그런
부자가 됐는데요?

 

철도 사업으로

 

너희 고조할아버지는
보스턴 최고의 갑부였어

 

근데 왜 우린 가난해요?

 

재산이 전부
신탁으로 넘어가서

 

증조할머니가
관리하시거든

 

언제 누구한테 줄지
다 그분이 결정하는 거야

 

설명하긴 좀 힘들어

 

- 들어가서 구경할까?
- 그래도 돼요?

 

남의 집에 함부로
찾아가면 안 돼요

 

여긴 보스턴이야
두 팔 벌려 환영할걸

 

고조할머니는 여기서
영국 국왕 내외에게

 

식사를 대접하셨는데
여왕님 목에 닭 뼈가 걸렸지

 

- 주인어른이 곧 오실 거예요
- 고마워요

 

위층의 연회장에서는
큰 무도회를 열었어

 

무슨 일이시죠?

 

안녕하세요
카메론 스튜어트입니다

 

저희 증조모가
이 집에서 자라셔서

 

딸들에게
보여주려고 왔어요

 

죄송하지만 저희는
집을 공개 안 합니다

 

파브리니 씨

 

저희 집안은 5대가
이 집에서 살았어요

 

고조부는 1832년에
여기서 태어나셨죠

 

그분은 아무한테나
집을 보여주셨나요?

 

그럼요, 특히 5대가
살았던 가문이라면요

 

저보다 나은
사람이었네요

 

나은 분이라고 해야죠

 

감정 조절이
잘 안 되시나 본데

 

다음에 다시 방문하죠

 

우리 딸들은 그럴
권리가 있으니까요

 

- 그러시겠죠
- 당연하죠

 

창피해 죽을 뻔했다고요

 

창피할 짓은
그 사람이 했어

 

아니요
아빠가 창피해요

 

난 창피하지 않아
그 녀석이 문제지

 

아빠가 문제예요

 

빨리 집에 와요

 

12일 후에 갈게

 

지금 오면 좋겠어요

 

너희가 적응하는 데
힘들 거란 건 알아

 

이번 금요일엔
왜 못 오는데요?

 

주말마다 온다고
약속했잖아요

 

이번 주엔 수강신청이랑
오리엔테이션이 있어

 

다음 주엔 꼭 갈게
사랑해, 얘들아

 

우리도 사랑해요

 

그럼 잘 자라

 

아빠, 아빠!

 

빨리 일어나요

 

우리 늦잠 잤어요
이러다 지각하겠어요

 

아멜리아
어서 가방 들고 와

 

엘리베이터 왔다!

 

잠시만요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 매기 친구시죠?
- 맞아요

 

- 카메론입니다
- 전 카일 엄마예요

 

만나서 반가워요
아멜리아, 빨리 와!

 

- 난 지각하기 싫어요
- 아냐, 늦지 않을 거야

 

아침은 중요하니까
어서 집어먹고

 

아멜리아, 어서 가자!

 

이 말씀은
꼭 드리고 싶네요

 

이렇게 아내를 도와주다니
생각이 깨인 분이세요

 

- 정말요?
- 그럼요

 

보통 남편들은 아내가
가장이 되는 걸 방해하죠

 

감사합니다

 

다 왔다

 

늦지 않게 빨리 내려

 

사랑한다!

 

- 끝날 때 데리러 올까?
- 아니요

 

- 3시까지 올게
- 싫어요

 

이런 젠장

 

3시에 온다면서
어디 있었어요?

 

시동이 안 걸려서

 

자동차 기화기
고치는 법 가르쳐줄까?

 

연장 두 개면 돼
너희 둘이 해볼래?

 

- 싫어요
- 별로예요

 

도와주면 어디 덧나니

 

엔진만 고치면
멕시코까지 드라이브 가자

 

- 저분은 누구지?
- 루스 아줌마요

 

- 인사하지 마요
- 왜?

 

아빤 말이 너무 많아요

 

난 그저 이웃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려는 거야

 

세상은 같이
살아가는 거라고

 

안녕하세요
카메론 스튜어트입니다

 

매기한테 들었어요
반가워요

 

전 루스예요

 

- 얘들아, 안녕
- 안녕하세요

 

짐을 옮겨드릴까요?

 

- 정말요?
- 저희만 믿으세요

 

- 고마워요
- 아빠가 뭐랬어

 

친절하게 굴면
누구나 다 좋아해

 

이건 내가 들게

 

카메론 스튜어트입니다

 

안녕하세요
새로 이사 왔어요

 

누구야?

 

카메론 스튜어트예요
새로 이사 왔습니다

 

32호에 살아요

 

다 왔어요

 

정리하는 것도
도와드릴까요?

 

아니에요
그냥 내려놓으면 돼요

 

전 얼마든지
도와드릴 수 있어요

 

아니요, 이미
큰 도움이 됐어요

 

책상이나 다른 가구를
옮길 건 없고요?

 

지금 위치가 딱 좋은걸요

 

가구 배치를 바꾸면
새로운 기분이 들죠

 

전 괜찮아요

 

그럼 식사 준비 때문에
들어가 볼게요

 

- 양파 썰어드릴까요?
- 양파는 안 쓸 거예요

 

- 대체 왜 그래요?
- 내가 뭘?

 

문전박대당할 짓을
했잖아요

 

- 식사 준비를 한다잖아
- 아빠를 쫓아내려는 거죠

 

난 좋은 이웃으로서
최선을 다한 거야

 

- 짜증 나는 이웃이겠죠
- 이제 다들 아빠를 보면

 

멀리 도망갈 거예요

 

아니, 여기저기서
나를 찾게 될걸

 

난 무거운 가구도
기꺼이 옮겨주고

 

창고 정리도 해주고
공항까지 태워다줄 거야

 

난 좋은 이웃이니까!

 

아무것도 모르면서

 

이건 아마존으로 가는
노르웨이 증기선에서

 

배웠던 요리야

 

그게 언젠데요?

 

하버드에서 쫓겨난
여름이었지

 

퇴학은 엑서터에서
당하지 않았어요?

 

두 군데 다야
이유는 달랐지만

 

시험을 보러 가는 길에
백파이프 소리가 들렸어

 

광장에서 거리의 악사가
스코틀랜드 음악을

 

연주하는 중이었지

 

옆에 놔둔 모자에
행인들이 돈을 넣는데

 

좋아 보이더라고

 

그래서 나도 그 옆에
모자를 벗어두고

 

능수능란한 스코틀랜드
사투리로 노래를 불렀어

 

그랬더니 꺼지라는 거야

 

아빠가 노래를 해서
돈을 가로채니까 싫었겠죠

 

맞아, 실랑이를 하다가
놈이 나한테 달려들었어

 

그 비쩍 마른 놈이
갑자기 달려들어서

 

백파이프 위에서
몸싸움이 벌어졌고

 

난 흥분해서
바지에 실례를 했어

 

으악!

 

당연히 시험장엔 못 갔지

 

시험 한 번 안 봤다고
퇴학을 시킨 거예요?

 

아니, 그다음 학기에
75과목을 신청했더니

 

내가 하버드에 어울리는
학생이 아니라더군

 

미치겠네

 

얘들아, 몇 시간만
나갔다 올게

 

잘 자고 있어

 

난 자정 전이나
그 후에 돌아올게

 

잘 자라

 

젠장

 

체인 풀어

 

어디 갔었어요?

 

체인이나 풀라니까

 

일어나 보니 아빠가 없어서
페이스가 무서워했어요

 

체인은 걸지 마

 

진짜 들어오려는 놈은

 

그깟 체인을 걸어도
얼마든지 들어와

 

아빤 못 들어왔잖아요

 

일부러 안 연 거야

 

엄마 전화나 받아요

 

고마워 죽겠구나

 

여보세요?

 

아무 일도 없어
다들 무사하다고

 

내가 나간다고 했는데
애들이 자고 있었어

 

그렇다고 나갈 때마다
깨울 순 없잖아

 

아빠가 엉망이란 걸
엄마도 이젠 알겠지?

 

완전 취했어

 

엄마가 그걸 아는 게
도움이 될까?

 

바람 쐬고 온 거야

 

한 주 일찍 오시겠지

 

알았어

 

리튬을 먹으라고?

 

문 열어줘요

 

엄마가 금요일에 오니까
다 같이 힘을 합쳐서

 

집을 치워야 해

 

- 아빠 짐 상자나 정리해요
- 너희도 같이 해야지

 

- 아빠 상자잖아요
- 우리랑 상관없어요

 

우리 방을 치워달라고
하진 않을게요

 

제기랄, 관둬
더럽게 좋은 하루 돼라

 

이런 망할 놈의 똥차

 

빨리 좀 걸려

 

자네 오랜만이군

 

아빠!

 

봐줄 만하지?

 

- 멋져요
- 진짜 좋아요

 

저 방만 보지 마

 

저거 칼이에요?

 

설마 칼이 있겠어?

 

히틀러는
봉알이 하나였다네

 

괴링은 두 개였지만
손톱만했고

 

히믈러도 거기서 거기

 

하지만 괴벨스는
그마저도 없었다네

 

- 저 선반은 뭐야?
- 아빠가 만들었어요

 

- 별거 아니야
- 완벽하게 정리했네

 

바닥이 깔끔해졌죠?

 

그래

 

아빠를 처음 봤을 때도
지금이랑 비슷했어요?

 

재미있고 다정하고

 

야외 활동도
모르는 게 없었지

 

그땐 다행히
직업도 있었어

 

뛰어난 조명기사였지

 

하지만 결국 압박감을
이기지 못했어

 

난 그때 조울증이
어떤 건지 몰랐어

 

60년대엔 누구나
정신적으로 힘들어서

 

조울증도 별것
아닌 줄만 알았어

 

아빠랑 결혼한 걸
후회하겠네요

 

아니, 그런 적 없어

 

이번 주는 진짜
오기 힘들었는데

 

그래도 오길 잘했어

 

당신한테도
가족이 필요했잖아

 

우리 사이에도
큰 도움이 될 거야

 

작업 중
헝클어 놓지 말기

 

수리 중
그대로 두시오

 

접착제 말리는 중
만지지 마시오

 

기름칠 주의

 

또 놀 거니까
그대로 놔두기

 

2주나 머리를
안 빗으니까 그렇지

 

아빠가 설거지 안 하면
내가 할 거예요

 

그래

 

- 아프다고요
- 미안해

 

- 내가 할래요
- 알았어

 

어디 해봐

 

수세미 어디 있어요?

 

- 그건 어디가 어때서?
- 냄새나요

 

그래서 물에 담가두면
안 된다고 했잖아

 

수세미는 빨아서
꼭 짜둬야 한다고

 

이건 5년은 된
수세미 같아요

 

우린 쓸 만한 물건을
버리는 족속이 아니야

 

아빤 아무것도
안 버리잖아요

 

그건 한참은 더
쓸 수 있는 수세미야

 

그럼 아빠가 설거지해요

 

내가 하면 되잖아

 

이 수세미로 말이야

 

- 그 얘기는 하기 싫어
- 아무리 화가 나도

 

애들한테 소리를
지르면 어떡해

 

잠깐 쉬는 중이고
곧 정리할 거야

 

수세미도 새로 샀어

 

우리가 아빠한테
딱 맞는 일을 생각했어요

 

하버드 광장에서
크레페를 파는 거예요

 

크레페 솜씨가 좋긴 하지

 

겨울에 광장에서 일하면
얼어 죽기 딱 좋겠네

 

난 초콜릿이랑
코코넛이 좋아

 

- 그것도 있어요
- 우리 메뉴에 있지

 

이 아파트의 싱글맘들은
서로 안부도 묻고

 

같이 커피도 마시면서

 

나한테는 안부도 안 묻고
커피도 안 줘

 

얼마 전엔 자기들끼리
와인이랑 치즈도 먹던데

 

- 미안해
- 아니야

 

웃으면 안 되는데

 

재미있긴 하잖아

 

- 상상만 해도 웃겨
- 난 징징거리기나 하지

 

- 아니야
- 그래서 초대 안 하나 봐

 

- 나만 보면 도망가
- 남자니까 조심스러운 거지

 

게다가 애까지 있는
유부남이니까

 

내가 유부남이라고
할 수 있나?

 

우린 가족이잖아

 

- 매기
- 왜?

 

계속 이럴 거야?

 

매주 집에 와도
소파에서 자고 가잖아

 

당분간은

 

- 매기
- 왜?

 

내가 아픈 후로는
잠자리도 같이 안 했어

 

난 못 참겠어

 

깨닫지 못해서 그렇지
당신도 마찬가질걸

 

- 이러지 마
- 매기

 

일단 이 시기만
잘 넘겨보자

 

이 시기만 지나가면
어떻게든 될 거야

 

- 그럼 어떻게 되는데?
- 나도 모르지

 

당신이 돌아오면
우린 어떻게 되지?

 

- 나도 몰라
- 난 어디로 가?

 

아직 그건 모르지만

 

일단 서로 꾸준히
노력을 해봐야지

 

섹시한 대답이네

 

이건 솔직한 대답이야

 

나한테 어려운
시험을 내는 거야?

 

그렇게 보지 마
자긴 시험 싫어하잖아

 

이런 시험이라면
얼마든지 볼래

 

겨울

 

냉각수가 부족하네요

 

타이어도 갈아야겠고

 

잠금장치도 뻑뻑해요

 

- 차에 바닥이 없어요
- 그래도 엔진은 튼튼해

 

바닥에 구멍이 났네요
지붕도 녹슬었고요

 

어린 딸들을 태우기엔
위험하겠어요

 

현금으로
300달러에 주시죠

 

저 차는 그냥 드릴게요

 

아빠, 언니 울어요

 

- 넌 맨날 울잖아
- 난 안 울기로 맹세했어

 

왜 그래?

 

저 차는 어떻게 돼요?
사려는 사람도 없을 텐데

 

난 이 차가 형편없어서
우는 줄 알았네

 

저 차도 형편없었어

 

큰 소리로 말해야 해

 

증조할머니는
1888년생이시니까

 

점심 다 먹고
카드놀이를 하자

 

좋아요

 

이럴 땐 '좋습니다'라고
대답해야지

 

감사해요, 애들 엄마도
그 점을 강조하죠

 

- 애들 엄마는 어떠니?
- 원래 주말마다 오는데

 

이번 주는 시험이
있어서 못 왔어요

 

하지만 우리끼리도
잘 지내고 있지?

 

주방장한테 음식이
훌륭하다고 전해줘요

 

그러죠

 

엄마가 뉴욕에 가 있는 게
이상하지는 않니?

 

더 많은 기회를
얻으려고 가신 거예요

 

이젠 여자도
뭐든 할 수 있대요

 

참 열심히도 사는구나

 

우린 파이터라고 불러요

 

전 차 좀 손볼게요

 

- 바닥에 구멍이 났다며?
- 지금은 그렇지만

 

주방 창고에서
이걸 찾았거든요

 

- 안 쓰는 물건이래요
- 쿠키 판이요?

 

얇아서 밟지는 못해도
추위는 막아줄 거야

 

이런 예쁜 애들을
혼자서 돌보다니

 

- 정말 자랑스럽구나
- 감사해요

 

난 요즘 링컨만 타니까
벤틀리는 널 주마

 

벤틀리요?

 

의자에 테이블도 있어요
여기서 밥 먹어도 돼요?

 

창문도 다 작동하고
바닥도 멀쩡해요

 

냄새도 너무 좋아요

 

저희는 임대 주택에 살아요

 

내가 월세를 내주는데
그걸 모르겠니

 

- 정말 감사해요
- 겨우 푼돈인데 뭐

 

전 벤틀리 유지비도 없고
기름 채울 돈도 없어요

 

주유비를 달라는 거면...

 

그런 게 아니에요

 

우리 애들은
둘 다 아주 똑똑한데

 

지금 다니는 학교에선
교육에 한계가 있어요

 

진짜 돕고 싶으시면
사립학교에 보내주세요

 

그런 건 여자애들한테
도움이 안 될 것 같은데

 

안 그러니?

 

그렇겠죠

 

미안, 너희가
실망한 건 알지만

 

증조할머니한테 벤틀리를
받을 순 없었어

 

그 차를 팔아서
크레페 수레를 샀으면

 

우린 가난에서
벗어났을지도 몰라요

 

크레페가 아무리 맛있어도
떼돈은 못 벌어

 

지금은 불경기니까

 

그럼 벤틀리를 팔아서
현금을 가지면 되죠

 

차를 파는 건 허락하지
않으셨을 거야

 

아빠한테 준댔잖아요

 

너희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아

 

남들이 부러워하는 걸
우리도 가져볼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다고요

 

아빠가 멋진 일을 했어요

 

그랬어?

 

이 주차장 사용료가
얼만지 맞혀봐

 

무료야

 

입장은 불편한데

 

- 깜짝 선물이 있어요
- 알았어

 

우리 강아지 '쟉'이에요

 

- 아빠가 데려왔어요
- 언니가 지어준 이름이에요

 

그런데 왜 저렇게
으르렁대지?

 

학대받던 애인데
아빠만 안 보이면 저래요

 

자기를 구해준
아빠를 사랑하니까요

 

서로 적응 중이야

 

이게 새로 산 차야?

 

학대받던 차인데
아빠가 구해줬어

 

착하게 굴어야지

 

- 안 돼!
- 거기 서

 

어디 가는 거야?

 

쟉!

 

이리 돌아와

 

그건 먹는 거 아니야

 

그래, 슛해

 

리바운드!

 

어디 한 번 막아봐

 

좋았어

 

아멜리아

 

저 여자애들도
우리 아파트에 살지?

 

네, 근데 나쁜 애들이에요

 

방울 달린 분홍 모자를
쓴 애들이 나빠 봤자지

 

거기 여자 둘
남자 하나

 

이리 와서
같이 농구하자

 

나쁜 애들이야?

 

플레이볼!

 

그렇지
계속 압박해

 

거기 손을 넣어

 

손을 들어서 막아

 

이겼다!

 

좋은 애들이던데
언제 한 번 초대하자

 

안 돼요

 

이런 돼지우리를
보여주느니 죽겠어요

 

나 상처받았어

 

 

저리 비켜라
우린 무서운 해적이다

 

저리 비켜라
우린 무서운 해적이다

 

페이스, 그만하고
식탁 좀 치워줄래?

 

난 바빠요

 

금방 밥 먹을 거니까
자리를 치워놔야지

 

이따가요

 

지금 당장

 

지금 하라고!

 

아빤 못됐어요

 

난 하인이 아니에요

 

그래, 내가 하인이지

 

온종일 요리하고
집 청소하고

 

차 태워주고
시중들어주니까

 

내가 하인으로 보이지?

 

난 나갈 거야

 

쟉, 가만히 있어

 

괜찮아

 

- 보모도 없잖아요
- 그딴 거 필요 없어

 

밤에 우리끼리 있으면
페이스가 무서워해요

 

담력을 키울 때도 됐어

 

뭐가 무섭다는 거야
늑대인간이나 흡혈귀?

 

강간범이요

 

강간범이 노크하면
문 열어주지 마

 

문을 부수고 들어오면요?

 

거시기를 차버려

 

못 가요

 

난 나가야겠어
더는 못 참겠다고

 

건방진 꼬마들 말고
어른들을 상대하고 싶어

 

그 손 치워

 

더는 못 참아

 

안녕하세요
올라가시나요?

 

그런 거 같네요

 

뭐 좀 도와드릴까요?

 

전 세탁실에
놓고 온 게 있어서요

 

내가 체인은
소용없다고 했지?

 

안전에 대한 잘못된
환상을 심어주는 거야

 

놀라게 해서 미안해

 

아니에요, 아빠
우리가 더 용감해질게요

 

어서 가서 자
난 치울 게 산더미야

 

거지 같은 현관문!

 

여름

 

전에 타던 차는?

 

불에 탔다고
내가 말 안 했나?

 

담배 = 사망

 

경고문
흡연은 죽음을 부른다

 

하루 두 갑이면
10년은 먼저 간다

 

실제 골초의 폐

 

우울해

 

그러시겠죠
개는 도망갔고

 

부모님은 생활비를
쥐꼬리만큼 주고

 

다들 아빠를 피하니까요

 

게다가 치질도 있잖아

 

- 어디 가?
- 친구들 만나기로 했어

 

- 같이 가도 돼?
- 그래

 

- 나도 가도 돼?
- 안 돼요

 

친구들이랑 놀 거라고요

 

그럼 친구들을
여기로 불러

 

- 이 돼지우리로요?
- 그런 말 하지 마

 

어른이 애들이랑
노는 건 이상해요

 

아빠나 우리나
각자의 생활이 있어야죠

 

너희한테 묶여있는데
내 생활이 어디 있어?

 

알았어요
공원에 있는 테이블로 와요

 

죽음의 카드야

 

내가 죽는다는 뜻이야?

 

사람은 언제든
죽기 마련이지

 

다시 해보자

 

누구 라이터 없니?

 

너희 집에 가서
놀아도 돼?

 

새 소파를 사서
엄마가 싫어할 거야

 

여기 찾았다

 

너희 집은?

 

우리 형이 로스쿨
준비를 하고 있어

 

다들 우리 집으로 가자

 

아빠, 잠깐 얘기 좀 해요

 

무슨 일인데?

 

저 지금 폭발하기
직전이에요

 

따라오는 건 허락했지만

 

애들을 집에 부르라고
하지는 않았어요

 

재미있을 거야

 

- 우린 창피하다고요
- 그걸 꼭 말로 해야 돼요?

 

차랑 토스트를 먹으면서
보드 게임을 하자

 

남한테 우리 집을
보여주기 싫다고요

 

우리가 이렇게 사는 건
너희 잘못이 아니야

 

아빠가 조울증이 있다고
당당하게 말하고

 

친구들 앞에서
창피해 하지 마

 

제길, 관두자

 

미리 말해두는데
이런 집은 처음 볼 거야

 

- 더러운 집에 많이 가봤어
- 우리 집만큼은 아닐걸

 

내가 먼저 가서
아빠 방문을 닫을게

 

친구들을 데려왔어요

 

정말?

 

물건이 왜 이렇게 많아?

 

우리 아빠가
조루증이거든

 

조울증이야
기분 장애의 하나지

 

우리 삼촌도 조울증인데
그 집도 여기랑 비슷해

 

저거 재미있겠다

 

아가씨와 건달들

 

베팅 끝났습니다

 

토스트 먹을 사람?

 

- 저요
- 저 주세요

 

- 내 숫자가 뭐지?
- 32에 걸었어

 

초콜릿 트러플
만드는 법 배울 사람?

 

저요!

 

가을

 

아빠랑 둘이 나가서
데이트하고 와도 돼요

 

우리끼리 있어도
이제 안 무서워요

 

우리 딸 많이 컸네

 

난 흑인이 아닌 것 같아요

 

당연히 흑인이지

 

백인처럼 보이잖아요

 

넌 흑인 맞아

 

페이스랑 다르게
난 아빠를 닮았어요

 

우리 둘의 혼혈이니까

 

내가 흑인이라고 해도
아무도 안 믿어요

 

아멜리아, 넌 흑인이야

 

엄마가 흑인이니까
너도 흑인이지

 

엄마가 원하면 계속
흑인이라고 하고 다닐게요

 

과대망상이라고
놀림 받아도요

 

엄마가 흑인인데
당연히 흑인이지

 

맹랑한 녀석

 

애들은 잘 지내는 거지?

 

말도 마

 

아멜리아는 지난주에
학교 불량배를 손봐줬어

 

어찌나 세게 찼는지
목발 신세를 만들었지

 

- 세상에!
- 얼마나 자랑스럽던지

 

당신 좋아 보이네

 

당신도 최고로
좋아 보여

 

곧 일자리를 잡아서
돌아오면 더 좋겠지

 

지금까지 도와준 거
정말 고마워

 

그럼 소파는 버리고
내 침대에서 자

 

- 당신 방에는 못 들어가
- 왜 그러는데?

 

거기선 못 자겠어

 

자전거가 세 대나 있잖아

 

그거 때문이야?

 

페인트 희석제도
잔뜩 널려있어서

 

지난번에 들어갔다가
바지가 기름 범벅이 됐어

 

- 얼마나 놀랐다고
- 방을 치우면 되지

 

그럼 좀 더
들어갈 맛이 날 거야

 

진작 얘기해주지

 

다 큰 성인한테
잔소리하긴 싫었어

 

내 방에 들어올
맛이 안 났어?

 

그래

 

나뿐 아니라
누구든 그럴걸

 

- 당신도 그렇지 않아?
- 난 아니지

 

아무튼 청소할게
이틀이면 끝날 일이야

 

- 기대할게
- 그럼 그 전엔...

 

- 왜?
- 당신만 괜찮으면

 

인적이 드문
층계참으로 갈까?

 

층계에서 재미 보던
때는 지났지

 

그럴 때가 있었어?

 

매기 스튜어트 씨

 

컬럼비아대학에서
곧 MBA 과정을 수료해요

 

윌슨 교수님이
추천서도 잘 써주셨고요

 

뉴욕의 후튼 증권사에서
영입 제의를 받았지만

 

전 하워드 사에
꼭 들어오고 싶어요

 

- 후튼 증권이요?
- 네

 

- 대단하네요
- 그렇죠

 

왜 보스턴으로
오려고 하죠?

 

애들이 여기 있거든요

 

애들이요?

 

아들이요, 딸이요?

 

딸이 둘 있어요

 

아주 독립적인 애들이라

 

전 안심하고 늦게까지
일할 수 있고

 

일찍 출근할 수도 있어요

 

와줘서 고마워요
결과는 연락 드리죠

 

네,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빠, 오믈렛에
버터 더 넣어요?

 

반 큰 술씩 넣고
갈색이 될 때까지 익혀

 

알았어요

 

내 의상 만들고 있죠?

 

- 무슨 의상?
- 플라멩코 공연 의상이요

 

- 만들어준다고 했잖아요
- 그랬지

 

- 공연은 내일이에요
- 나도 알아

 

- 하나도 안 만들었죠?
- 만들 테니까 걱정 마

 

주름도 많고
반짝거려야 해요

 

알았어

 

별거 아니네

 

이걸 200배 크게
만들면 되는 거잖아

 

아주 좋아

 

아니야, 안 돼

 

빌어먹을

 

이게 뭐야

 

안 돼

 

다 틀렸어

 

꺼져버려

 

그래, 그렇지

 

바로 이거야

 

이제 저절로 돌아가네

 

- 여보세요
- 내가 지금 뭘 했게?

 

지금 새벽 5시야

 

딸을 위해 나풀거리고
반짝이는 치마를 만들었어

 

멋지네

 

이제 좀 자

 

난 하나도 안 피곤해

 

- 카메론
- 매기

 

딸의 의상을 만들며
밤을 새우는 아빠가

 

세상에 또 어디 있겠어

 

리튬은 복용하고 있어?

 

사실 당신 가고 나서
한 번도 안 먹었어

 

맥주를 조금씩 홀짝이면
온종일 끄떡도 없거든

 

여보세요?

 

그래, 어때?

 

지금까지 본 것 중에서
제일 예쁜 치마예요

 

우리 딸, 플라멩코
인어공주 같네

 

아빠, 사랑해요

 

어서 와

 

- 내 말 들어
- 왜 이래?

 

당신 건강을 위해서야

 

약 챙겨 먹겠다고
약속했잖아

 

당신은 영원히 날
사랑하겠다고 약속했지

 

손님, 죄송하지만

 

저희 식당에서는
타이를 매셔야 합니다

 

리튬에 관한 사실을
한 가지 알려줄까?

 

리튬 장기 복용으로 인한
효과에 대해 밝혀진 게 없어

 

할돌이나
토라진, 발프로산도

 

어차피 다 마찬가지야

 

난 실험실의 쥐나
다름없다고

 

내가 말 안 했으면
끊었는지도 몰랐을걸

 

난 내 정신을 갉아먹는
미친놈인 거야

 

- 그래서 내가 말했잖아
- 고마워요

 

자기 몸과 마음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당신은 애들한테
책임을 다하고 있어?

 

- 어떻게 그런 말을 해
- 당신 힘든 거 알아

 

주말마다 내려오느라
그동안 힘들었잖아

 

여기 오는 게 아니라
떠나는 게 힘들어

 

다들 나를 최악의
엄마라고 생각해

 

애들한테 더 나은
기회를 주려는 것뿐인데

 

당신은 명문가 출신이라
모를 거야

 

백인이 가난하게 살면
그냥 특이한 거지만

 

흑인이 가난하면
아무도 쳐다봐주지 않아

 

위로가 될지 모르겠지만

 

날 봐주는 사람도
한 명도 없어

 

내 방 하나도
제대로 못 치우거든

 

난 뉴욕에 있는 후튼 사의
제안을 받아들일 거야

 

- 이미 결정했어
- 나 혼자 더는 못 버텨

 

- 나도 알고 있어
- 우린 당신이 필요해

 

당신은 할 만큼 했어
이젠 내가 돌볼 차례야

 

애들을 뉴욕으로
데려가겠다고?

 

- 그래
- 그럼 우리 사이는 어떡해

 

말도 안 돼

 

이럴 줄 알았어

 

난 아직 당신의
많은 부분을 사랑해

 

- 스카치 소다 한 잔이요
- 카메론

 

내 말 들어봐

 

난 아직 당신을 믿고
절대 포기하기 싫지만

 

- 어쩔 수가 없어
- 하나만 대답해봐

 

여기서 직장을
찾아보기는 했어?

 

그럴 생각조차
없던 거 아니야?

 

원래는 졸업해서
바로 돌아오려고 했어

 

직장을 구하고 당신이랑
같이 지낼 수도 있었어

 

둘이서 같이
애들을 키우면서 말이야

 

그런데 여기선
취직할 수가 없어

 

보스턴 회사들은
날 받아주지 않아

 

왜 안 받아줘?

 

여긴 보스턴이야

 

당신 같은 사람만 원하지

 

그럼 내가 보스턴에
일자리를 구해줄게

 

건강해 보이네
잘 지내는 거지?

 

사실은 잘 못 지내

 

- 그거 안됐구만
- 매기가 MBA를 수료했어

 

나도 들었어
축하해

 

그런데 왜 이 기업에서
매기를 고용 안 해주지?

 

어쨌든 여긴 가족회사잖아

 

그러면 좋겠지만
현재는 공석이 없어

 

자네 장남이랑
다른 대학 졸업자들도

 

- 여기에 취직 못 하겠네
- 졸업하는 건 둘째야

 

제길, 내가 모를 줄 알아?

 

자리는 자네가
만드는 거잖아

 

이래서 성탄절 파티에
자넬 안 부르는 거야

 

파티 같은 소리 하시네

 

내 아내를 채용해

 

너 같은 놈보다 5만 배는
열심히 일할 테니까

 

그만 나가주게

 

매기가 얼마나
힘들게 살았는지

 

어떤 희생을
치러왔는지 알아?

 

매기는 보스턴에
취직해야 한다고

 

진정해

 

맙소사!

 

그만둬
그건 만지지 마

 

여보?

 

카메론?

 

여보

 

왜 이렇게 젖었어?

 

애들은 자?

 

응, 자고 있어

 

페이스 치마 봤어?

 

그래

 

정말 예쁘더라

 

당신 일자리는 못 얻었어

 

괜찮아

 

그래서 강에 뛰어들었지

 

애들이 그리울 거야

 

나도 알아

 

뉴욕은 위험해요
어디 살 건데요?

 

안전한 집을 구할게

 

학교는 어디로 가요?

 

엄마가 알아볼 거야

 

거기선 자전거도 못 타요

 

보스턴에 놀러와서
타면 되잖아

 

그럼 아빠는 누가 돌봐요?

 

아빠는 혼자서도
잘 지낼 수 있어

 

영화도 보러 다니고

 

파티도 다니고
불장난도 쳐야지

 

불장난은 위험해요

 

우리가 없으면
아빤 술만 마시고

 

- 아무렇게나 살 거예요
- 그렇지 않아

 

- 아빠가 외로울 거예요
- 그건 그렇지

 

혼자 너희를 돌보는 건
아빠한테 큰 부담이었어

 

- 우리랑 성인 영화도 보고
- 같이 드라이브도 다녔어요

 

뮤지컬 사운드 트랙도
만들어주셨어요

 

아빠한테도 휴식이 필요해

 

내가 감기에 걸렸을 땐
딸기랑 키위를 잘라서

 

꽃처럼 만들어줬어요

 

내가 그랬지

 

너희가 아빠를
보러 놀러 오고

 

아빠도 놀러 오면 돼

 

뉴욕은 멋진 도시니까
너희 맘에 들 거야

 

약속할게

 

난 뉴욕에 못 가

 

차도 많고 시끄럽고

 

밤새 거리에
사람들이 다니잖아

 

난 감당 못 해

 

안 그래도 생각 중이었어

 

당신이 나랑 살기
싫어하는 건 이해해

 

난 좋은 남편은 아니지만
아빠로서는 괜찮아

 

어젯밤에 페이스가
이런 말을 했어

 

고개를 돌리면 언제나

 

아빠가 거기 있어줬대

 

그래서 짜증 났을 거야

 

다른 계획이 있어

 

내가 취직해서 돈을 벌고

 

애들은 여기서
당신이랑 지내면서

 

자전거도 타고
친구들이랑 노는 거야

 

하지만 반드시 좋은
사립학교에 보내야 해

 

그건 포기 못 해

 

그럴 수 있겠어?

 

뉴욕에 데려가면
컴컴한 집에 갇혀서

 

애완견처럼 지내겠지

 

난 매일 8시에야
퇴근을 할 텐데

 

그건 너무 가혹하잖아

 

우리 아가들인데

 

그래, 우리 아가들이야

 

1년 후

 

아멜리아
뛰어와서 골을 넣어

 

잘한다, 아멜리아

 

다음은 카이토

 

슛!

 

아멜리아 친구도 잘했어

 

너희 아빤 어떻게
연습 때마다 오셔?

 

다른 할 일이 없거든

 

오늘 애니네 집에
자러 가도 돼요?

 

전 피피랑 영화관에
가기로 했어요

 

내가 엘리엇한테서
보트를 빌려놨어

 

배를 타면서
놀려고 했는데

 

- 배 타기엔 늦었어요
- 아직 4시야

 

애니 집에 가고 싶어요

 

애니도 배를
타고 싶어 할 거야

 

- 아빠
- 한 번 물어봐

 

배를 타고 집에
가본 적은 없을걸

 

지하철이 있으니까요

 

그럼 피피를 데리고
배를 타러 갈까?

 

걔네 엄마가
차로 데리러 온대요

 

배로 강을 건너기에
완벽한 날씨란 말이야

 

찰스 강이고 뭐고
다 꺼지라고 해

 

찰스 강은 사실
못돼 먹은 놈이래요

 

- 안녕, 아빠
- 안녕, 아빠

 

- 사랑해요
- 알았어

 

아빠랑 엄마는
너희가 자랑스럽단다

 

- 왜요?
- 그냥 그래

 

- 안녕
- 안녕

 

사랑한다

 

그거 하지 마요

 

- 뭘 하지 마?
- 쳐다보는 거요

 

그냥 배웅하는 거야

 

- 하지 마요
- 왜?

 

- 미안하게 만들잖아요
- 미안해하지 마

 

일부러 불쌍하게 서서
쳐다보는 거 다 알아요

 

걸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잘못이야?

 

아빠, 우린 이제
돌아보지 않을 거예요

 

- 절대 안 봐요
- 누가 돌아보래

 

- 사랑해요, 잘 가요
- 사랑해요, 잘 가요

 

언니 울지 마

 

눈물이 멈추질 않아

 

감독 & 각본
마야 포베스

 

마크 러팔로

 

조 샐다나

 

이모진 우로다스키

 

애슐리 오프더하이드

 

베스 딕슨

 

케어 둘리아

 

인피니틀리 폴라 베어

 

부모님께 바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