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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AM WARP의 2018년 첫자막 셰리 (Cheri, 2009)

 

내 사랑하는 여친
신민아 도플갱어에게 바칩니다

 

항상 당신을 응원해요

 

이 시대에 부와 명예를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직업들 중

 

으뜸이 바로 매춘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19세기 말 프랑스의 리즈시절,
벨 에포크에...

 

짧은 시간이었지만
업계 최고의 창부들이,

 

매춘 역사상 가장 큰 유명세와
권력을 가진 것으로 기록되어있죠,

 

이 여성은 에밀리엔 달랑송입니다
자칭 여배우라고 하고 다니긴 하지만

 

실제로는 벨기에의 왕 레오폴드 2세를
파산에 빠트린 여성으로 더 잘 알려져 있죠

 

이 여성은 리안 드 푸쥐입니다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
당시 사귀던 남성으로부터

 

당시 백오십만 프랑 상당의
보석을 선물받고는

 

탐욕에 눈이 멀어...

 

진열되있던 다른 보석들까지 싸그리
사달라고 졸라댔다 합니다

 

화류계 은퇴후엔
수녀로 전향했습니다

 

이 여성은
라 벨르 오테로입니다

 

스페인 무희이자
일명 자살 유발자

 

최소 6명 이상의 유럽 군주들과
염문을 뿌렸습니다

 

칸의 뉴 칼튼 호텔의
원형 지붕이

 

그녀의 가슴모양을
본 따서 만든 거라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여기
레아 드 론발 양이 있습니다

 

본명은 레오니 발롱으로

 

그녀의 압도적인 아름다움은
모두의 부러움을 샀습니다

 

센스도 좋아서

 

화류계에 몸담는 동안
큰 위기들을 잘 모면했습니다

 

쉽게 말해 상대 남성과 진정으로
사랑에 빠지는 일이 없었다는 얘기죠

 

자, 현재 기둥서방은 부동산 업무차
러시아로 가있는 상태입니다

 

나이가 어느 정도 들었음을
깨달은 레아는

 

은퇴 고민을
하기 시작합니다

 

세상에 홀로 잠자리에
드는 것보다 더 멋진 게 있을까?

 

- 안녕히 주무세요. 주인님
- 응, 잘자요 로즈

 

이곳 벨 에포크의
핫 플레이스는

 

막심 레스토랑입니다

 

식당 지배인의 수첩에는

 

수많은 화류계 여성들
명단이 적혀있었죠

 

뽐므리 와인 더 줘요

 

뽐므리 한잔 더 하자 프레드

 

그 레스토랑의
최고 단골고객은

 

프레드 펠루,
일명 셰리였습니다

 

유명 창부의 아들로 태어나
유복하게 자랐지만 애정 결핍이었죠

 

엄마가 자기 일에만 몰두하느라
외동아들인 그는

 

외로움과 난잡함으로
점철된 삶을 살었습니다

 

이제 19세가 된 셰리

 

여러 해 동안
방탕하게 즐겨오다

 

이제는 그것마저
질려버려

 

화류계에서 손 뗄 것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었습니다

 

레아는 아침 일찍
기상해 목욕재개한 후...

 

결투를 앞둔 비장한
검투사처럼 자신을 치장했죠

 

로즈, 왜 내가 그 짜증나는 여자하고
점심약속을 해버린걸까?

 

그 칙칙한 저택에
가야 한다니

 

버라이어티 궁으로
가줘요. 어니스트

 

다양한 부류의 남성들을
상대해야 하는 화류계 여성들은

 

고상한 사교계와는
보통은 배재되기 마련이었죠

 

레아역시 자신의 교우 관계가
매우 편협함을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오늘, 그녀는 전 동료였던
샬럿을 만나러 갑니다

 

한때 이 둘은 업계 최고의
경쟁자였습니다

 

빈틈없고 능수능란함을
겸비한 살럿은

 

고객들로부터 엄청난
화대를 챙겼습니다

 

업계 소문들에도
빠삭한 그녀,

 

이날 특별한 고민에
빠져 있었습니다

 

아들녀석 때문에
골치아파 죽겠어

 

- 애물단지녀석
- 샬럿, 이제 겨우 19살이잖아

 

어렸을 적엔 얼마나
예쁜 아이였는지 기억하지?

 

그 머릿결 하며...

 

내 기억력이 너한텐
꿇리지 않는데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하겠네

 

역변해버려서 가끔은 이게
같은 사람인가 싶어지더라고

 

다크 서클이 눈 밑에까지
내려가서는

 

오후가 넘어서야
겨우 눈을 뜬다니까

 

요샌 또 최신형 자동차 사달라고
어찌나 나한테 졸라대던지

 

옛날엔 나도 엄마로서는
행복하다고 생각했었어

 

누구나 져야할 십자가
라는 게 있는 법이니까

 

그래서 말인데...

 

네가 내 아들 녀석을
좀 타일러줬으면 해

 

내가?

 

걔는 항상 널 친절한
대모님으로 여기거든

 

이제 내 말은
들은 척도 안하니까

 

분명히 네 말만큼은
잘 들을거야

 

하루에 담배는
열까치만 피고

 

브랜디는 주말에만
마시겠대. 날 위해서라나

 

기특해라

 

- 누님
- 셰리구나

 

이시간에 왠 일로
깨어있대니?

 

- 세상에나 이게 누구신가요?
- 느끼해 하지마.

 

아, 그렇지. 그쪽이
제 어머님 되시죠?

 

제가 꼬마일 때 몇 번
뵈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나네요.

 

전혀 재미없어.

 

지난주 술집에서
네가 목격되었다던데

 

릴리 아줌마
무릎에 앉아있었다며.

 

말도 안 돼요. 릴리는
무릎에 날 앉힐 수도 없어요.

 

무릎이 백 만년 전에
닳아 없어졌으니까요.

 

내말이 맞지?

 

혀 좀 내밀어봐

 

술 끊어야 되겠다

 

- 브랜디도 안돼
- 그래도 어머님 혼자만 마시게 두는건

 

아들된 도리로서
불효 아닌가요?

 

몸상태가 나빠 보여

 

맞아 레아. 저 녀석
말라깽이 약골이야

 

- 저 컨디션 괜찮거든요
- 혈색이 말이 아니야

 

낯빛이 시퍼렇고
주름살도 보여

 

자기야 물어볼게 있는데
일요일에 시간돼?

 

아니, 내일 노르망디에 있는
별장으로 떠날 예정이라

 

- 스펠리에프씨랑 가시나요?
- 아니, 그 사람하고는 끝났어

 

스펠리에프는 러시아로 돌아갔어
집중 좀 해줄래?

 

기억력 좀 키우렴

 

우리가 그 사람 환송 만찬에 갔던게
벌써 몇 달은 지났구만

 

아 맞아요. 그때
바닷가재를 먹었죠

 

왠지 바닷가재
요리가 급 땡기네요

 

입맛이 없다던 애가 갑자기
바닷가재 요리 노래를 부르네

 

노르망디에 누구랑
가실건데요?

 

나 혼자 갈 거야

 

부자라서 좋으시겠어요

 

니가 원하면
데려가 주지

 

거기 가면 먹고 마시고 자는 것 말고는
할게 아무것도 없을거야

 

거기가 정확히 어디죠?

 

옹플뢰르 해안
바로 아래쪽이야

 

요새 너무
피곤하네요

 

내가 너 몸 상태
안 좋아 보인다 했지

 

시골에서 좀
쉬는거 어떻겠니?

 

생활을 단순하게
가져가 보는 거야

 

딸기와 크림을 곁들인
구운 닭 요리도 먹고

 

여자도 없고...

 

여자 없이요?
참 땡기네요

 

네 눈이 참 예쁘다고
누가 말해준적 있니?

 

아니요

 

눈이 꼭
가자미를 닮았어

 

생선 말이야

 

콧날 바로 옆 눈 끝이
가자미 머리 부분이고

 

눈 위 곡선이
생선 등부분...

 

그리고 눈 아래쪽 선은
평평한 배 부분인거지

 

- 그렇군요
- 그래

 

눈 아래쪽이 위쪽마냥
곡선모양이었다면

 

넙치처럼 볼품없었겠지

 

되게 멍청해보였을걸

 

나날이
유식해지시는군요

 

이거 꽤 무겁네요

 

그래

 

어쩌다가 아줌마를 '누님'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는지 기억나요?

 

글쎄

 

그때 넌 겨우 6살이라
이유에 대해 고민할 여력은 없었겠지

 

저에게 셰리 라는 세례명을
지어준것도 그때죠?

 

다른 예명들은 너 아닌
누군가에게 더 잘 어울릴거라 봤거든

 

키스해주세요

 

키스요

 

이건 그닥 현명한 행동은
못되는 것 같구나

 

왜 그렇게 쳐다봐?

 

잘생긴 남자와의 키스가
처음일거라 생각하는 거야?

 

그래서 내가 평정심을
잃기라도 할까봐?

 

혹 그렇다고 해도

 

네가 생각하는
그런 일은 없을거야

 

그 얘기를 먼저
꺼내셨네요

 

이 이야기는
그만 하자꾸나

 

저녁이 되니까
정원 풀 냄새가 예술이네요

 

꽃 아카시아 향이야

 

이리 와요

 

누님

 

- 평정심을 유지해야 돼요
- 그러고 있어

 

아니요, 권투선수에게
치명적인 실수에요

 

- 난 권투선수 아니야
- 덤벼보세요

 

- 덤벼봐요

 

권투선수로
대성하긴 글렀네요

 

발레단 시절부터
난 네 엄마와 친구였어

 

그때 네 엄마가 깨달은 건

 

예술작품 그 자체보다 예술 애호가들이
더 안정적인 수입원이 될 수 있다는 거였지

 

솔직히 내가 샬럿을
좋아했다고 말하진 못 하겠어

 

엄마 좋아하는
사람 없을걸요

 

너도 잘 알겠지만

 

이쪽 업계 종사자들이
외부 일반인 친구를 잘 사귀지를 못해

 

이런 일을 업으로
삼는 여자를

 

이해하는 사람은
없을테니까

 

말좀 해봐

 

무슨 말요

 

그냥 너에 대한
이야기 아무거나

 

말할 거 없는데

 

권투선수로는 절대
성공 못할 거에요

 

권투 훈련시키려고
데려온 거 아니야. 패트론

 

뭐 그러시겠죠

 

참 이상해

 

뭐라 말로 설명은
못하겠는데

 

아프리카인이나 중국인과
잠자리에 드는 기분이랄까

 

실제로 그런 경험이
있다는 건 아니고

 

미안해 패트론
내가 괜한 소릴 했지?

 

아닙니다. 마님

 

쟤 성격을 뭐라
비판하지 못하겠어

 

딱히 성격이란 게
없는 것 같기도 하고

 

보통 내가 만났던
어린 남자애들은

 

자기 마음속 비밀을
털어놓고 싶어 안달인데

 

쟨 한마디도
하질 않아

 

설명할 수 없는 신비스런
뭔가가 있는 것 같달까

 

방금 니 얘기 중이었는데

 

마님, 제가
여자라면 말이죠

 

‘엄마 젖 더 먹고 10년 후에 다시 오렴’
이라고 말했을 겁니다

 

썩 좋은 얘기는
아니었나보군요

 

그렇게 까칠하게
구실 필요가 있습니까?

 

응 그래야 신이 나거든
니 말이 맞아

 

몇주만 참아. 몇 주만이야 패트론
그때 돌려 보낼테니까

 

그러나 레아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6년이 지난 후에도
그 둘은 함께였습니다

 

참으로 기묘했지요

 

함께 있으면
무척 편하게 느껴졌고

 

그녀가 만나온
파트너들 중에

 

가식을 차릴 필요가 없던
상대는 셰리가 처음이었으니까요

 

두 사람 모두 어렴풋이
인식하고 있었던 것은

 

이 관계가 영원히 지속되지는
못할 거란 점이었습니다

 

그들은 서로의 인생에 한 부분으로서
자연스럽게 자리 잡아 가고 있었습니다

 

이 커플의 관계가
끝나기를 바라는

 

세상의 고까운 시선이
심심찮게 있어왔지만

 

그들은 그런 것에
휘둘리지 않았고

 

오래된 부부의 친밀한
꽁냥거림 속으로 빠져들었죠

 

나 이거 가져도 돼요?

 

당신 못잖게 나한테도
잘 어울리는 듯요

 

내려놔
실 늘어난단 말야

 

이걸 선물해준 남자는
당신에게 진심이었겠죠

 

내말 안들려?
어서 목걸이 풀어

 

훌륭한 결혼
선물이 되겠어요

 

-누구 선물?
-나요

 

누구 선물이긴요
당연히 날 위한 선물이지

 

내가 갖고 튈까봐
두려워하네요

 

아니, 하지만 너는
그러고도 남으니까

 

만약에 내가 그걸 너한테 선물하면
넌 그걸 좋다고 받겠지

 

당연한 거
아니에요?

 

목걸이가 나한테
안 어울린다고 말 못할거면서

 

그거 별로야,라고 해도
넌 안 믿을거잖아

 

웃을 때 코 찡긋거리는
버릇 좀 고쳐

 

- 그러다 주름 된다.
- 아직 어려서 괜찮아요

 

너도 가끔 되게 못나
보일때가 있어. 알아?

 

거짓말

 

- 소수의견이라고 치죠

 

- 안돼 지금은
- 안되긴요

 

너 엄마하고
점심 약속 있잖아

 

세상에 20분 후면
벌써 정오야

 

- 누님도 같이 갈거죠?
- 아니 난 안가

 

초대 못 받았거든

 

- 정말요?
- 응

 

이상하네

 

동감이야

 

대신 티타임에
와 달라고는 하더라

 

마리 로어도
동석한대요

 

그 여자의 징글징글한
딸내미도 같이 온대

 

딸 예쁘기만 하더만 왜

 

지엄마 외모 질투 심한거 알고
면상 평범하게 태어난 거 보면 똑똑한 애야

 

그렇군요

 

로즈, 내 목욕물 좀요

 

으이그, 누님 모자에
베일 두르는거 극혐이에요

 

말버릇이 왜 그러니?

 

베일을 썼다는 이유만으로
여성에 대한 비난을 멈춰

 

매사에 자신만의 명분이
있는 숙녀분이거든

 

마리 루어,
미모는 여전하구나

 

레아구나. 우리 딸
에드미 기억하겠니?

 

당연히 기억하지

 

- 학교는 졸업했구?
- 당연히 졸업했지

 

19살 먹은 여자애가
학교 다녀서 뭐에 쓰게?

 

- 18살이거든.
- 18살이지 참

 

내말이 그 말이야

 

마리 넌 내가
아는 여자들 중에

 

그 색깔 옷을 소화할 수 있는
유일한 여자일 거야

 

-이제 가봐야겠다
-무슨 소리야. 이제 막 와놓구선

 

우리 애가 이런 사교 자리에
익숙치 않아서 말이지

 

너무 혼자서만 외롭게
살아와서 그래

 

목요일 점심 같이
하는 게 어때요?

 

- 난 시간 되는데
- 난 스케줄 확인 해볼게

 

- 인사드려야지 에드미
- 셰리가 배웅해 줄 거야

 

일어서지 못 하겠니
이 말라깽이야

 

만나서 반가웠어요

 

멋진 한 쌍이야
너무 멋져

 

맞아 저 여자도
전성기 땐 미모가 대단했지

 

그러니 저런 구린
암갈색 의상도 소화해내지

 

에드미 진짜로
열여덟살 같은데요

 

저 커다란 핑크색 다이아몬드를
선물 받던 해에 저 아이를 가졌지

 

칼리 베이가 애 아빠인데
여자가 차버렸지

 

우린 그 노래 선생이
아빠라고 생각했었잖아. 그치

 

우리 잠깐 주변
산책 좀 할까?

 

셰리에 대해서
얘기 좀 하고 싶어

 

- 그럴 거라 생각했어

 

너도 아다시피 난 너에 대해
적대적인 입장을 취한 적이 전혀 없었어

 

오히려 그 반대로
너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이야

 

- 다행이네. 아들 녀석한테
드는 돈이 장난이 아니야

 

난 내 재산에
퍽 만족하는 편이야

 

필요한건 모두
가지고 있고

 

쉽게 손에 넣었다는 건 아냐
우리 둘 다 그렇겠지만

 

내 말 이해하겠어?

 

그런데 요새...

 

- 요새 뭐?
- 뭔가 내 인생에서 허전한 느낌이 들었어

 

그게 사랑이라는 건 아니지?

 

사랑 따위로부터 자유로워져야 진정
행복해진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잖아

 

하하, 그랬지
맞아

 

아니. 난 완전 다른
얘기를 하고있는 거야

 

손주 말야

 

손주라고?

 

셰리를
장가보내려고 해

 

- 셰리한테도 얘기했어?
- 물론이지

 

- 그녀석이 아무 말 안했어?
- 전혀

 

이런 바보 녀석

 

물론 막 서둘러서
진행하겠다는 건 아니야

 

그러니까 네 말은, 지금 당장
장가 보내겠다는 건 아니지?

 

어휴, 그럼
당장은 아니지

 

다음 달 말쯤에 하려고 해

 

마리 루어와
얘기가 된거구나

 

쉬웠던건 아니야

 

피도 눈물도 없는 여자잖아
꼼꼼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어

 

계좌는 부부가 따로
관리하게 하자고 하더군

 

- 상상이 돼?
- 그런 것 같아

 

어쨌든 혼사 준비는
그럭저럭 마무리 됐어

 

둘이서 멋진 삶을 살아갈거야

 

재력, 미모, 젊음
두루 갖췄잖아

 

뭐가 그렇게 웃겨?

 

사자에게 던져지는 순교자마냥
에드미를 셰리에게 보내려는 거야?

 

그래놓고 멋진 삶을
살 거라 생각해?

 

무슨 소리야?
우리 애가 친절하고 따뜻한...

 

-그 아이에 대해 뭘 아는데?
-그래도 나 걔 엄마거든

 

언제부터
엄마노릇 했는데?

 

미안해 레아

 

정말 미안해.
나도 참 철딱서니 없이

 

- 널 화나게 했구나
- 아니야

 

-충격 받는 게 당연하겠지
-아니야 샬럿. 전혀 그렇지 않아

 

몇 년 동안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어

 

네가 셰리를
나에게서 뺏어서는

 

왠 어접한 여자애한테 넘겨줄 순간이
올 거라 예상하고 있었어

 

레아, 그건 좀 심한 말 같은데

 

전혀 아닌데

 

걱정할 거 없어 샬럿

 

무척 좋은 상태로
셰리를 데려갈 수 있을거야

 

내가 코카인, 아편 따위
못하게 막았거든

 

강제로 술도 끊게 했어

 

우리 모두에게 셰리는
큰 자랑거리가 될 거라 믿어

 

물론이지

 

그렇지만 그 어린 계집애가
셰리를 만족시킬 수 있을 거란 얘긴 아니야

 

- 어린 계집애들은 각자의 스킬이 있지
- 그렇겠지

 

우리도 저런 시절이 있었지

 

걱정하고 있구나
그치 샬럿?

 

인정해

 

너에게 상처를
줄까 두려웠어

 

내가 두려웠던 건
그거 하나뿐이야

 

너에게 고통을
주는 거 말야

 

그래 맘껏
날 비웃어라

 

나를 낭만 찾는
늙은이라고 놀려도 돼

 

난 단지 그 어린것들이
행복해지는걸 보고싶을 뿐이야

 

넌 항상 끔찍할 정도로
감상적이야

 

이리와

 

향이 참 좋네

 

모르나본데

 

피부의 탄력이 떨어지면
향을 더 잘 품게 되거든

 

나한테 직접
말을 해줬어야지

 

엄마가 직접
말해주고 싶어했어

 

엄마가 알려주는게
더 나을 것 같다고 해서말야

 

너희 모자 몇달 동안
몰래 혼사를 준비했다면서

 

- 왜 자꾸 날 갈구는거에요?
- 왜냐면 넌 겁쟁이니까

 

그 아이 지참금이
얼마나 되는데?

 

150만 프랑쯤

 

- 아빠가 대준거래?
- 내가 어떻게 알아요?

 

걘 자기 아빠가
누군지도 모를걸요

 

내가 아는 거라곤 그 결혼에
150만 프랑이 걸려있다는 것 뿐이에요

 

- 넌 얼만데?
- 아 나는 그것보다 훨씬 더 값나가죠

 

그러면 차고 넘칠만큼
손에 쥐게 되겠네

 

차고 넘칠만큼이라고요?

 

당신과 나는 돈에 대한
생각이 다르네요. 누님

 

내가 너 뒷바라지 하느라
들인 돈이 얼마인줄 알아?

 

1년에 5만? 6만?

 

그거에 6배도
될 수도 있어

 

제가 그럴만한
가치가 없었나요?

 

어쨌든 그 여자애
무척 예쁘더군요

 

무척 눈부셔보여요

 

누님 생각은 어때요?

 

난 잘 모르겠어

 

조만간
알게 되겠지

 

걘 널 어떻게
생각한대니?

 

저를 무척
좋아해요

 

내가 아는 한
날 사랑하고 있어요

 

말수는 적지만

 

-넌 어떤데?
-난 아무말도 안 했죠

 

그래, 진정한
연애결혼이군

 

왜 에드미 얘기를 하고 있어야 돼요?
제가 걱정하는건 누님 뿐이에요

 

날? 왜?

 

- 이제 어쩔 거니?
- 어쩔거냐뇨?

 

이제 어떡할거라니
그게 무슨 소리냐구요?

 

누님은 정말로
아름다워요

 

오래도록 예쁜 몸을
타고 났으니까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죠

 

괜찮겠어요?

 

당연하지

 

욕조에 들어가면 타월이 둥둥 떠다니는걸
보지 않아도 되니 좋을 수 밖에

 

욕실을 다시
꾸밀까봐

 

난들 어쩌라구?

 

노르망디에서 그냥
늙다리로 살라고?

 

머리 염색도
하지말고?

 

- 그래야 직성이 풀리겠니?
- 맞아요

 

남자랑 만나다 헤어지는게
처음은 아니니까

 

알아요. 하지만 내가 헤어지는
마지막 남자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누님만
생각하고 있어요

 

위로가 될지
모르겠는데

 

내 인생에서 너만큼
오래 함께 한 남자가 없어

 

결별하기까지 이렇게 많은 시간과
애정을 내가 바친 남자는 너 뿐이란 얘기야

 

너 없다고 내가 독수공방
할 수는 없는거 아니겠니

 

결혼식이 언제야?

 

9월 25일이요

 

남 얘기하듯 말하네

 

왜 아니겠어요
이미 다 정해진걸요

 

2시에 예식 시작해서
피로연은 어머니 저택

 

침대차를 타고 이탈리아로 떠나
호숫가에서 허니문

 

-요새도 신혼여행을 호수로 가니?
-그럼요

 

- 그 여자애는 어쩌고?
- 걔가 왜요? 결혼식장에 있겠죠

 

어쨌든 난 안갈 거야

 

누님 항상
내 곁에 있어줘요

 

내가 당신이 그리울 때
함께 있을 수 있도록요

 

아내한테 잘해줘
알았지?

 

상처주는 짓
하지마

 

이제 그 여자가
널 가질차례야

 

난 여기까지야

 

왜 나와
멀어지려고 해요?

 

안타까운
얘기지만

 

니가 나한테 뭘 바라든
이제 너와 난 남이야

 

로즈한테 짐싸는 거
도우라고 말해놓을게

 

네? 왜요?

 

다음 달이면 신랑이 되잖니
챙겨야할게 엄청 많을테니까

 

집에가서
잘 준비 해야지

 

그치만...

 

니 뒷바라지 하는 돈만 안 들여도
내가 얼마나 굳는지 알아?

 

내 빈자리는
어떻게 메꿀건데요?

 

잔돈 몇개,
담배한갑에...

 

키르 로얄 칵테일 한잔이면
줄설 남자 많아

 

왜 말을
멈춰요

 

- 누님
- 왜?

 

하던 말
계속 하라구요

 

우리 이러지말구...

 

마지막으로 쇼핑이나
하러 가자

 

쇼핑은 왜요?

 

니 결혼 선물
사주려고 그러지

 

슈와베 샵에 분홍빛 진주가
크고 아름답더라고요

 

핑크색이?

 

좀 남자다운 걸
골라보자

 

흰색의 무난한
진주로 하자

 

너한테 어울리는 거
하나 봐놨어

 

아멘

 

어떤 것 같아?

 

아름답군요

 

이거 언제
사신건가요?

 

오늘

 

약간 흠이
있는 것 같은데요

 

되게 미세한건데
안목이 참 좋네

 

감별사 교육을
받았거든요

 

색깔 멋지지 않아?

 

새로운 상대한테서
선물 받으신 건가요?

 

아니, 내가
혼자서 산거야

 

만 천 육백 프랑짜리야

 

자, 신사숙녀 여러분

 

찍겠습니다

 

먼저 급하게
가서 미안해요

 

잘있어 에드미, 프레드

 

이탈리아에서
즐거운 시간 보내렴

 

안녕

 

그래도 저 여자 시간 내서
나타나 준 것만 해도 기적이지

 

자기~

 

오늘 멋진데요

 

나 예전에도 이런 이별을
겪은 후엔 슬펐했었지, 로즈

 

기억해?

 

리퀠렉 2세하고
깨진 후였던가?

 

아뇨 마님
무슈 바치오키 때 입니다

 

그런가

 

- 며칠 동안 울기만 하셨지요
- 나 그때 겨우 28살이었으니까

 

셰리를 6년 동안이나
데리고 있었던 게 내 실수였어

 

누군가와 6년이나
함께 있다니

 

남편을 따라 식민지로
이주해 가는 여자와 비슷하지

 

본국으로 돌아왔을 때, 무슨 옷을
입어야 할지도 모두 잊어버리고

 

아무도 나에 대해 기억해주지 않아

 

창문 좀
열어주겠어?

 

그래도 괜찮을까요?

 

실내가
너무 갑갑하네

 

그래도 되나 싶네요

 

누가 기어올라오면
어쩌시려구요

 

그놈의
노파심이란

 

너희 부부한테 뭔가
얘길 해줘야 하는데

 

머리에 딱히
떠오르는 말이 없네

 

그럴 수 있죠

 

우리 집안에서 결혼하는게
제가 처음 아닌가요?

 

잘다녀오렴
얘야

 

잘가~

 

전원 탑승 완료

 

잘 다녀와~

 

안녕

 

몇 살이랬지?

 

말씀드렸잖아요
1월이면 19살이 되요

 

말도 안돼

 

당신은
25살이고

 

스물 다섯이라...

 

네가 훨씬 어리다는 게
왜 충격적으로 느껴지는 지 모르겠군

 

눈이 참 아름다우세요
프레드

 

맞아. 왜 그런지 알아?

 

내가 보기에
예뻐서 그런 거 아닐까요?

 

아니

 

내 눈이
가자미를 닮아서야

 

2주 후

 

레아 부인 혹시
그 모자가 질리게 되면

 

잊지 말고
나한테 물려줘

 

저번에 준
파란 모자 기억나지?

 

그거 2년 정도
쓰다 버렸거든

 

쓰고 있는 게
그 모자 아니우 알돈자씨?

 

길가다 임신부들
다치게 하지 않길 바래요

 

나한테 어울리는 스타일은 내가 잘 알아요
걱정해줘서 고마워요

 

내가 실비아하고 공연했을 때
모자를 딱 저렇게 썼었거든요

 

89년 박람회 때
터키 갈라쇼에서였어요

 

기억해 샬럿?

 

그날 공연 도중에
올로프 백작이랑 갑자기 나가버린 후

 

2년 동안 잠수 탔잖아

 

어떻게 낮선 남자하고
사라져버릴 수 있는지 모르겠어

 

자고로 남자는
죄다 남인 법이야

 

- 옳소
- 그 말이 맞지만 내 말뜻은...

 

입다물고
패나 내놓으셔

 

어이쿠,
관절염때문에 죽겠네

 

한때는 내손을
섬섬옥수라고들 불렀는데

 

알폰소 12세 왕이
내 손바닥에 술을 따라 핥아먹곤 했죠

 

그러면서 내 손을
진주조개라고 불렀어요

 

난 그 왕
별로던데

 

내 머릿결과 아랫무릎을
총애하셨지

 

무슈 드 투 부의장님께서는
내게...

 

천국의 계단에 카펫으로 덮기 충분한
풍성한 머릿결을 가졌다고 하셨어

 

- 이젠 뭐가 남았으려나?
- 멋드러진 가발이지 뭐

 

레아
괜찮은거니?

 

평소답지 않은걸

 

아니, 난 괜찮아

 

평소보다 많이 먹었나
좀 더부룩 한 거 빼면

 

다이어트를
해야할까봐

 

- 맘고생이 심한가봐?
- 뭐라구?

 

아, 그 얘기구나

 

그렇게
되길 바랬어

 

수 많은 젊은 남성들과 이별할 때마다
몇 키로씩 살이 빠졌었지

 

대단해 레아
당신 같은 사람 없을 거유

 

카드에 집중해요

 

이게 10월 달
날씨라고 믿어져?

 

그러게. 정말
특별한 날이야

 

이곳날씨가 이 정돈인데
이탈리아는 얼마나 좋겠어

 

괜찮아 자기야?

 

신선한 공기 좀
쐬고 올게

 

레아. 레아

 

이리 와봐
그들이 도착했대

 

그들이 누군데?

 

신혼 부부 말야

 

이게 누구야. 레아,
정말 오래간만이다

 

이분은 귀도 왕자님이셔,
내 인생의 사랑이지

 

너도 초면은
아니겠지만

 

- 영광입니다 부인
- 자꾸 침 묻히지 말아요

 

우리 낭군
멋지지 않아요?

 

인사의 키스일 뿐인데
제지하고 그러시나

 

이봐요 바론. 노친네같은
소리좀 그만 하시라고

 

앉으시죠

 

정말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에요

 

우리 아이들이 떠오르네요

 

그래서 온 거거든. 어떻게
지내는지 물어보려고 말이지

 

- 결혼식은 어땠어?
- 정말 정말 좋았지

 

오렌지 꽃이 흩날리고
신부는 꿈속 선녀님 같았지

 

성모 마리아
그 자체였어

 

그리고 우리 아들은
너무나 행복해보였어

 

허니문 소식은
없어?

 

- 이탈리아 호반으로 떠났지
- 오, 목가적이기도 하지

 

페트레스쿠 장군님이랑피렌체와
베니스로 여행갔던 때가 생각나네

 

- 마차 타고 갔어?
- 아니 기차를 탔어

 

당시엔 구식 기차라
불편하지 않았어?

 

우리 셰리와 에드미가 탄
기차하고는 많이 달랐겠네

 

좀 자세하게 실감나게
설명해줄 수는 없는 거야?

 

그런 건 잘 모르겠어

 

미안해. 내가 그런 거 안 묻고는
못 참는 성격이라

 

귀도가 음담패설을 하면
내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들어봐

 

말이 나와서 말인데
마리 로어가 ...

 

시집가는 딸한테 첫날밤
충고같은거 해준거 없대?

 

마리 로어는 자기 낭군
만나러 가느라 정신없던데

 

평소에도 지 딸하고 이렇다 할 대화
나눈 적이 없었을 거야

 

그럼 이 불쌍한 신부에게 신혼 때 필요한
조언 해준사람이 없었단 말야?

 

릴리, 요즘 애들은 따로
안가르쳐줘도 알거 다 안다구

 

적어도 우리 아들
셰리는 그렇지

 

안 그래 레아?

 

물론이지. 귀도가 나이만 됐어도
나는 내일이라도 당장 결혼 할텐데 말야

 

그래 릴리?

 

그럼 나 진짜로 공주가 되는 거지
그치 귀도?

 

이 사람 항상 나한테 자기의
프린시페싸 라고 불러줘

 

그치 자기야?

 

유일한 걸림돌이
이 사람 아버지야

 

내 아버지는
파레세 공작이신데요

 

제가 릴리랑 결혼하는 날엔
곧바로 수녀원에 쳐넣어 버린다네요

 

- 수녀원이라고?
- 구미가 당기는걸

 

이리와요 자기

 

입술에
뽀뽀해줘요

 

오우, 좋아

 

- 이런!
- 어휴 미안해

 

걱정 마. 유리잔 쏟는 건
행운을 가져다 준대

 

색유리잔만 아니면
괜찮아

 

가봐야겠어

 

왜?

 

글쎄 그 질문에 세심한
대답을 못해줄 것 같은데

 

설마 너...?

 

벌써 그런거야?

 

점심 잘 먹었어

 

이렇게 의혹만 남기고
떠나면 안 되지

 

안되고말고
어서 말해줘

 

어서 모든 걸
털어놔요

 

아직 그러기엔 너무 일러요
비밀을 유지해야 돼요

 

뭐?

 

당분간만이라도
그렇게 할게요

 

왜?

 

안녕하세요
부인

 

방에 불 좀 때줘요
로즈

 

난방은 벌써 켜놨습니다. 마님
분부한대로 합죠

 

뜨거운 물도
한 병 부탁해요

 

저녁으로 토스트하고
포도도 좀 가져다 주구요

 

마르셀한테 달걀 노른자 섞은
초콜렛 좀 해놓으라고 전해줘요

 

그러지요
마님

 

셰리!

 

일찍 일어나셨네요
마님

 

괜찮으신가요?

 

별로...

 

무슨일 있으세요?

 

내 나이 때문에

 

로즈, 우리 이제
뭐할거게?

 

차를 타고
비아리츠로 갈 거야

 

작렬하는 태양을
향해 달려보자구

 

친애하는
샬럿에게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떠나버려 미안해

 

편지를 읽을 때쯤 난
무모한 짓을 하고 있을거야

 

근데 뭐 그러면
안될거 있나?

 

인생은
짧잖아

 

최선을 다해
즐겨보자구

 

셰리가 돌아오면
내 안부 전해주구

 

추신, 괜히 내 집사 매수해서
알아내려 들지마

 

하인들 중 내 행방을 아는 사람은
어차피 아무도 없을테니까

 

그래서 뭐래요?

 

그 사람 말로는 최소 1년 반 동안은
돌아오지 않을 거라더군

 

환영합니다

 

비아리츠의 호텔
그랑 팔레이는 앞으로 몇 년간 ...

 

레아와 같은 화류계 선수들에게
즐거운 사냥터가 되어줄 것이었습니다

 

저건 거기
두시고요

 

영국 총리를 지척에서
만날 수 있다던 지

 

혹은 좀 더 친밀한 상태에서
웨일즈의 왕자와 알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의
장소였다는 것이죠

 

그러나, 이번에 레아가 찾으려는
것은 고객이 아니었습니다

 

위안을 받고
싶었던 것이죠

 

부인, 선생님

 

조슬린 보셨나요?

 

저와 제 아들과 차 한잔
하시겠어요 부인?

 

친절하셔라
저도 기쁘겠어요

 

어서 오렴 아들아

 

괜찮은 거니?

 

우리 애기
얼굴 좀 보자

 

표정이
밝지 않네

 

- 기차에 이틀이나 갇혀 있어 그래요. 괜찮아요
- 정말 괜찮은거니 얘야?

 

- 조금 피곤할 뿐이에요
- 그렇구나

 

우리아들한테 무슨 일 있는 건지
설명 좀 해다오

 

우리아들 잘 챙겨준거지?
표정이 왜 저리 안 좋대니?

 

감사합니다. 덕분에
멋진 저녁 보냈어요

 

취침모자는 따로
필요 없으시죠?

 

편지에 적힌
날짜가 며칠인가요?

 

-무슨 편지 말이니 얘야?
-레아한테 온 편지요. 아시잖아요

 

음, 잘 모르겠다

 

10월 초순 쯤
였던 것 같은데

 

누구인지 정확히
모른다고 하셨다죠?

 

누구 말이니
아들아?

 

레아가 함께 떠난
남자 말입니다

 

사실은 말이다

 

아무도 모른단다
완전 미스테리지

 

너도 알겠지만

 

몇가지 질문을
하려고 했었거든

 

그런데요?

 

아주 쌔끈한
영계라고 들었어

 

뽐내고 다니지는 않았겠지만
무척...

 

그러니까,
잘 생겼다는 거지

 

근육질의
권투 선수일까나...

 

이태리산 똥맛커피만 먹다가
제대로 된 커피를 다시 마시니 정말 좋네요

 

내 새 옷이
마음에 드니?

 

이 모자
어떤 것 같니?

 

오래된 수녀원 같아요
사람들 겁주기 딱인듯요

 

아, 그리고
당연한 얘기지만...

 

니가 원하는만큼
여기 머물러도 좋단다

 

며칠을 머물든
상관없어

 

오래는 못 있어요. 이런
골동품 가게 분위기 별로에요

 

그럼 어디서
머물건데?

 

네 새집 공사도
다 안 끝났잖니

 

망할 건축업자들 말로는
4개월 더 기다리라는 군

 

말이 돼?
4개월이나 남았다니

 

당겨

 

- 여보?
- 왜?

 

그 여자 여기 혹시
이 근처 살지 않아요?

 

공원 반대편 쪽이야

 

먼저 돌아가 있어
갑자기 볼일이 떠올랐거든

 

안녕하세요. 마르셀
펠루 도련님

 

언제나처럼 열심히 일하시는군요
다시 뵙게 되니 반갑습니다

 

여주인님도 잘
지내고 있겠죠?

 

확실히 말씀 못드리겠습니다
별난 엽서만 몇장 받았을 뿐이에요

 

-어디서 보냈나요?
-그것도 잘 모르겠습니다

 

저희 편지는 변호사를 통해서만
마님한테 보낼 수 있거든요

 

저희사이에 돈이라뇨
도로 넣어두십쇼

 

어쨌거나 저희가 모르는 걸
알려드릴 수는 없겠네요

 

마님 변호사 이름은
알려드릴 수 있습니다만

 

아뇨 괜찮아요

 

- 언제 돌아올까요?
- 잘 모르겠습니다

 

마음이 내킬 때
돌아오신다던군요

 

마님이 돌아오실 걸 대비해서
저택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도련님이 저한테...

 

‘저기 여주인님이 오고계셔,’
라고 말씀하시더라도

 

저는 그닥 놀랄 것
같지 않네요

 

결국엔 모든 공이
어머님한테로 넘어갔어요

 

근데 그게 너무
세더라고요

 

- 너무 강력했어요. 움직임이요
- 그렇군요

 

뼛속까지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어요

 

오리 요리가 잘 되고 있는지
가서 확인해보고 올게

 

레아 얼굴에 살 좀 붙게
해줘야겠어

 

말라도
너무 말랐어

 

혹시 치매기가 있으신가요 펠루부인?
자꾸 깜빡깜빡 하시네요?

 

-그게 무슨소리니?
-지금 에드미를 레아라고 부르셨어요

 

오늘만 세번째 그러셨어요

 

너무 신경쓰지 말거라 얘야

 

요새 워낙 정신이 없어서
내 이름도 기억 못할 지경이야

 

저 양반은 할일도 별로 없음서
맨날 바쁘대

 

요양이라도
보내드려야할까봐

 

나 옹호해줘서 고마워요

 

아니면 나 말고 예전
그 여자를 옹호한건가요?

 

악명 높은 우리 엄마
무섭지 않아?

 

문이 쾅 소리만 내도
큰 충격을 받을 수 있죠

 

하지만 문 아래로 미끄러져
들어오는 뱀만큼 무섭진 않죠

 

우리 엄마를 가리키는건가?

 

어머님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몰랐네요

 

내 엄마는 내가 예뻐지고
나서야 관심을 주셨어요

 

날 쫓아내고 싶어
안달을 냈죠

 

난 우리 엄마 친구들
손에서 컸어

 

그래서 자수 놓는
법도 배웠고

 

발레단에서 만났다는
알돈자 부인 기억하지?

 

그분이 나한테 앙트르샤 까트르
(발레기술)도 가르쳐 주셨지

 

우리 둘 다 고아나
다름없는 것 같군

 

맞아요

 

고아라...

 

셰리?
왜그래요?

 

지금 날 셰리라
불렀지

 

나 좀 두려워지려고 해요

 

괜찮은 거죠
프레드?

 

우리 둘 다 불쌍한 고아라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야

 

왜 항상 나한테
등을 돌리는거에요?

 

제가 하는 말
듣지도 않잖아요

 

뭐라고?

 

사람 말을 아예
들으려고도 하지 않네요

 

그 레아란 여자 생각에
골몰해 있었나 보군요

 

그래, 사실이야
맞아

 

당신 미워요

 

당신은 날 사랑하지 않아요
한 번도 그런 적 없어요

 

나란 사람이 존재하는 지 조차도
모르죠. 나쁜 사람

 

그 늙은 여자만 생각하죠

 

-내가 따분하게 굴었다면 미안하네요
-그렇지 않아

 

-당신이 원하는 게 뭔지 도통 모르겠어
-내가 원하는 거요?

 

- 들어봐
- 아뇨

 

당신의 연설 따위 듣고 싶지 않아요

 

내가 너무 어려서 잘 모르는거란
소린 듣고 싶지 않아요

 

아니면 당신 눈이 숭어
모양이라서란 얘기도 하지 마요

 

넙치거든

 

당신이 왜 이렇게
속상해 하는지 모르겠어

 

내가 저녁 늦게
맘대로 외출을 하나?

 

각방을 쓰길 하나?

 

- 내가 바람이라도 피웠어?
- 그건 모르는거죠

 

내가 사랑해줄 때
방식이 맘에 안 들어?

 

그걸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나요?

 

세상에. 너무 좋아

 

진짜 너무 좋아

 

마음이 불안정해질 때마다
셰리는 귀소본능을 지닌 비둘기처럼

 

막심 레스토랑의 친숙한
혼란함 속으로 들어갔죠

 

안녕하세요
비콤 데스몬드 지금 와있나요?

 

셰리?

 

가식적인 우정,
과장된 억지 웃음...

 

유리잔 부딪는 소리,
집시들의 바이올린 소리들로 가득했죠

 

이게 누구야
프레드아냐?

 

- 합석해도 될까?
- 당연하지

 

어이 유부남 아저씨
요샌 뭐 마심?

 

카모마일 티?

 

늘 마시던 뽐므리지 뭐

 

다른거 필요한건 없고?

 

뽐므리만 있으면 돼

 

부탁하나 들어줄래?

 

물론이지. 뭔데?

 

내 엄마한테 전화해서
전해드려줘

 

너랑 저녁 먹는다고 해

 

마담 펠루라면
니 부인 말하는 거 아냐?

 

집사람한테도 똑같이 말해줘
말하면 잘 알아 들을거야

 

저 여자 뭔데
날 야리는 거야?

 

너도 알잖아
라 루피오트 여사잖아

 

레아의 동료잖아
오래전 일이지만

 

나한테 인사도
안 하니

 

안녕하세요

 

천운을 타고난 사람도
있다고 하던데. 안그래?

 

타고난 미모에
재력까지 빵빵한

 

그렇게 복이 넘치는데
그걸 제대로 쓰는 법을 몰라

 

어서 니 엄마한테
돌아가렴

 

불쌍하기도 하지

 

안녕하십니까

 

정말 멋진
저녁식사였어

 

우리 더 놀기로
한거 아녔냐?

 

- 난 자러갈거야
- 에?

 

여기서 오늘
묵을 거거든

 

넌 가라

 

얼마나 머무실
예정이십니까?

 

모르겠어요

 

그냥 하루에 한번 씩 체크인
하는걸로 하죠. 괜찮죠?

 

저 영국 여자애
소개시켜 줄까?

 

아니 됐어

 

저 여자애 테크닉이
어마무지 하더만

 

됐다고

 

필요한거 있어요?

 

담배 말아드릴까?

 

아뇨 됐어요

 

코카인 좀 줘봐요

 

미안하구나

 

네 고민이
뭔지 잘 알아

 

넌 원하는건
모두 가졌어

 

그중 의미 있는 건
아무것도 없지

 

중요한건 레아가 어디 있는지
모른다는 거에요

 

누구와 함께 있는지도
알지 못해요

 

괜찮아요
걱정할 것 없어요

 

짝퉁이야

 

갈거야

 

거기서 뭐해요?

 

레아 잠깐 올라가서
볼 수 있을까요?

 

나 바빠요

 

딱 몇분이면 되는데

 

아니, 오늘 저녁은
힘들 것 같아요

 

나중에 어때요
이따 밤에 갈게요

 

그쪽 어머니께
안부나 전해드리세요

 

왠일이세요

 

얼마나 이러고
지낼 작정이니?

 

모르겠어요

 

벌써 3주나 지났잖니

 

우리 가여운 에드미는 어쩌구?
너땜에 걱정 되서 미칠 지경이더라

 

전혀 아니던데요
편지는 극히 차분하던데

 

무슨 편지? 보여줘봐

 

-버렸어요
-이런

 

내 연락 애타게 기다린다는 말하고
어머님 친구들 안부 전해준게 다해요

 

메리 로어가 자기 딸
교육은 잘 시킨 것 같구나

 

넌 정말 내 골칫거리야

 

글쎄요. 과연그럴까요

 

누구때문에 그러는거니?

 

나한테 말해다오

 

로즈

 

릴리 부인한테서
엽서가 왔어

 

셰리, 그러니까
무슈 펠루가 도망쳤대

 

부인을 버린거지

 

저한테는 그닥 놀라운
소식이 아니네요. 마님

 

결혼보다 이혼이
더 재미있는 법이죠

 

이건 곧장 여주인님
방으로 옮겨요

 

- 그건 똑바로 세우고
- 알았어요

 

그 가방은 위층으로 옮겨

 

따라와

 

프랑소아

 

프랑소아

 

도련님

 

이 선물들 좀
옮겨다 주겠어요?

 

펠루 부인한테
갖다드려요

 

엄마 말구
내 아내요

 

돌아오셨군요!

 

그래

 

돌아왔어

 

완전히 돌아왔지

 

바셀린 사는데
3백 2십 프랑

 

어니스트는 이걸 왜 쓰는거지?
마시기라도 하려는건가

 

이 사진들 전부
태워버려야겠어

 

셰리를 길거리에서
어제만 두번 본것 같아

 

나한테 다시 돌아올까?

 

글쎄요 마님

 

그랬으면 좋겠나요?

 

아니, 한번
거둬줬으면 된 거지

 

그 아이와 다시
시작하고 싶진 않아

 

머리 염색을
해야 할까?

 

마님

 

- 안녕 샬럿
- 어서와 레아

 

돌아왔구나
셰리도 얼마 전에 왔어

 

자기 사랑스런 부인하고
함께 말이지

 

그 어린 것들
무척 행복해 보이던걸

 

만사 잘 풀려서
다행이야

 

소식 들었나
모르겠는데

 

아들 녀석이 몇 주 동안
잠수를 탔지 뭐야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 길이 없네

 

무척 걱정이
됐는데 말이지

 

뭐 어쨌거나
다 지난 일이니까

 

잘 풀려 다행이지

 

근데 자기는 어떻게
날이 갈수록 더 예뻐지니

 

비결이 뭔지 궁금하네

 

근데 있지, 셰리가
요새 너무 막 살고 있어

 

그래?

 

시비 걸려고 하는 말은
절대 아닌데,

 

네가 우리 아들을
꽉 잡지 않았니

 

때되면 걔 나름대로 맘 잡고
새출발 하겠지

 

나도 며느리한테
그 얘길 했거든

 

근데 며느리가
참 진국이더라고

 

시집살이 하게 됐지만
걔 입장에서도 이득이 더 클걸

 

그 얘기 왜 안하나 했다

 

그런데 말이지
성녀가 따로 없대

 

우아함과 지성을 다 갖췄어
팔방미인이라 이거지

 

인내심도 역대급이고

 

- 애가 싫은 소리 한번을 안 해
- 대단하군

 

지 남편이 귀가하면
아주 입이 귀에 걸려요

 

동네 산책만
다녀와도 난리가 나

 

둘이 아무말 없이
곧장 잠자리에 든대

 

이후 한시간 반 남짓
무슨 일이 일어나겠어

 

잠자리에서 나보다 더 만족할 줄 아는
여자는 없을 거라 자부했는데

 

에드미 만큼은 아니다?

 

뭐 그렇지. 하하

 

그렇다고 에드미가 잠자리에만
몰두할 거라 생각하진 않아

 

지 엄마를 닮았는지
고목나무마냥 뻣뻣하지

 

정말?

 

어쨌거나 중요한건 셰리가
가정에 정착하려 하고 있다는 거야

 

멋진 보금자리에서

 

재산 관리도 하고
지 자식들도 잘 키우겠지

 

분명 행복한 이야기인데
좀 우울하게 느껴지네

 

이 꼬냑 74년산이야

 

겁나게 비싸겠구먼

 

샬럿, 가격격정을 다
해주니 무척 고맙네

 

근데 내가 투자한 석유 회사 주가를 알면
그런 걱정은 전혀 안 들걸

 

기름 쪽에 투자했다고
말한 적 없잖아

 

결혼 준비로 정신 없는데
말할 틈이 있었어야지

 

정유 회사 투자에 관심
놓을 정도로 정신없진 않아

 

뭐 말 안하고 있었던건
피차 마찬가지니까

 

레아 너의 새 연애에
대해 묻고싶은게 많아

 

그 부분은 어떻게 되가니?
행복해?

 

- 물론
- 그 남자 사진 있어?

 

너의 충성스런 쁘락치들이
거기까지는 입수를 못한 모양이네?

 

쁘락치라니?

 

나 셀럽들 가십 따위
신경도 안 쓰는거 알잖아,

 

셰리 말로는
오늘 아침에...

 

네가 여기 오는거
셰리가 알아?

 

당연하지

 

왜 갑자기
얼굴이 빨개져?

 

내가 돌아왔다고
셰리한테 말한 거야?

 

그건 아니야

 

그 반대지

 

걔가 날
여기 보낸거야

 

너에 대한 근황을 알고 싶어
미칠 지경이던데

 

뭐 기대라도 하고 있었어?

 

너처럼 멋진 여자가
쉽게 잊혀질 리가 없잖아

 

내 의견을 말하면
손가락 하나만 까딱해도...

 

의견 따위 듣고싶지 않아

 

그 여자만 만나고 오면
기분이 더러워

 

격이 그여자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 같다니까

 

문제가 많은
여자긴 하지요

 

내가 오늘 몇방
날려줬지 뭐야

 

헌신짝 하나 두고 으르렁대고
두마리 개들 같았지

 

그래도 덕분에
한가지는 깨닫게 됐어

 

셰리하고
헤어졌을 때

 

서로의 가장 고결한 뭔가를
잃어버렸다는 거야

 

구식 꽃병 치고
손잡이가 예쁘지 않아?

 

그렇네요 마님

 

나 사업 새로 시작할까봐
어떻게 생각해?

 

알니 메스마커가
식당을 새로 차렸다는데

 

가게가 대박이 났대

 

아니면 쿤과
약혼이라도 할까?

 

그이가 양장점 사업을
새로 시작하고 싶어 해

 

이런, 내가 무슨소리를 하고 있담?
일 얘기만 나오면 넌덜머리를 냈으면서

 

이곳이 내 유일한
직장인 셈인데

 

고객들은 모두
떠나버렸네

 

자정이 지났는데
누구지?

 

한번 나가봐요

 

펠루 나리

 

레아에게 직접
전할 말이 있어요

 

마님을 만나려거든
내일 아침에 다시 찾아오세요

 

- 5분도 안 걸릴거에요
- 나리 안돼요

 

나으리, 안된대두요
들어오심 안 되요

 

-비켜요 로즈
-제발 나가주세요

 

안된대두요...

 

마님은 지금 여기 안 계세요
나가주세...

 

안돼요

 

마님은...

 

괜찮아요. 로즈

 

왔으면 모자부터 벗지 그래

 

- 앉아도 됩니까? - 원한다면

 

담배 펴도 되죠?

 

하고싶은 대로 하렴

 

마르셀이
들여보내줬어요

 

뭐 그랬겠지

 

너 결혼할 때마다 내 집사들을
갈아치워야겠니?

 

- 아뇨. 그건 아니지만...
- 얼마나 있을 생각이니?

 

네가 왜 이러는지
난 모르겠구나

 

한밤중에 불쑥
쳐들어오다니 말야

 

- 궁금하시면 물어보세요
- 아니 알고싶지 않아

 

내가 온 이유가
궁금하지 않다구요?

 

나 돌아왔어요

 

그렇다고 이런 식으로 찾아오는 건
민폐라는 생각은 못했나 보지?

 

알아듣겠어?

 

당신 남자친구가 곧
올 시간이다, 이 말인 거죠?

 

그건 네 상관할 바가 아니...

 

거기다 털지 말랬지
몇 번 얘기하니?

 

이게 뭐죠?

 

- 에메랄드잖아
- 그건 나도 알아요. 나 장님 아니에요

 

내 말은, 누가
선물해준 거냐구요

 

너 모르는 사람이야

 

참 예쁘지

 

모두 예쁘다고 난리야
어디든 차고 다녀

 

그만해요

 

- 뭐하는 거에요?
- 경찰 부를거야

 

바보처럼 굴지 마요

 

누님

 

누님 제발...

 

어서 나한테 사과해

 

내가 왜 그래야되는데요?

 

사과하던지 내집에서
나가던지 선택해

 

- 죄송해요
- 잘 안들려

 

미안하다구요

 

이제 좀 낫네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왜 그러는 거야?

 

아무것도 아니에요. 내가
돌아온걸 말해주러 온 것 뿐예요

 

누님

 

그러면 말이야...

 

나 아직 사랑하니?

 

그럼요

 

당연하죠

 

사랑해요

 

사귀는 남자 있어요?

 

애인 있어요 없어요?

 

없어

 

너뿐이야

 

널 좋아해

 

깼구나

 

누님도요

 

- 지금 몇 시죠?
- 몇 신지 알면 뭐가 바뀌나?

 

글쎼요
- 네가 돌아왔잖아

 

있잖아요

 

내일

 

걱정마 내가 다 알아서 할게

 

우리 밖에선
가급적 거리를 두자

 

불필요한 입방아에
오르지 않게 말야

 

남쪽지방에서 몇 달
쉬다 오는 게 좋겠어

 

우리 둘만 바라볼 수 있는
평화로운 곳으로 가자

 

어서 자고,
나머지는 나한테 맡겨둬

 

알았어요

 

고마워요

 

그 시간은
너무 늦고요

 

그거보다 이른
시간대는 없어요?

 

정오나 12시 반 거는요?

 

그건 너무 빠르네요

 

좋아요. 그걸로 하죠

 

3시 15분
1등석요

 

고마워요

 

- 더 먹을래?
- 아뇨 괜찮아요

 

- 배고프지않아?
- 그닥요

 

루바브 좀 먹어봐

 

너무 오버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얘기좀 하자

 

얘기로 풀건
풀어야지

 

네가 돌아왔고

 

그게 제일 중요한 거야

 

내가 어떻게 널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취급하겠니?

 

나한테는 너뿐이란 걸
모를 리가 없잖아

 

너 뿐이야

 

인생에 단 하나뿐인
사랑이지

 

우리 가식 없이
담백하게 가자

 

그러니 모든 일 처리는
나한테 맡겨주지 않으련?

 

사람들한테 우리 재결합을
어떻게 알려야할까?

 

편지가 가장 나은
방법일 듯 싶네

 

짧고 간결하게
써야겠어

 

내가 편지 쓰는 거
도와줄게

 

떠나기 전에 필요한 물건
있으면 챙겨 오구

 

너희 엄마도
이해해줬으면 해

 

그렇게 발톱살
뜯으면 못써

 

그러다 내성발톱 된다

 

우리 대화에 좀 적극적으로
임해 보는게 어때?

 

12살짜리 꼬마애처럼
굴고 있잖아

 

누님과 함께 할수만 있다면
평생 유치해져도 상관없어요

 

그게 무슨 소리야?

 

말한 그대로에요

 

사실이잖아요
부인할 수 없을걸요

 

영원히 어려질 수 있다면
누구나 기뻐할거야

 

그게 네 매력의
일부야, 바보

 

왜 네가 이 말에
과민반응하는지 모르겠구나

 

제가 불평하는
이유는 이거에요

 

내가 12살 꼬마처럼 구는게
누님 때문이라는 거에요

 

내 잘못이라고?

 

이런, 가여운 우리 누님

 

네 연민 따위
필요 없어

 

내 잘못이라니
그게 무슨 뜻인데?

 

미안해요
괜한 소릴 했네요

 

그저, 나한테
누님은 늘...

 

내가 항상 뭐?

 

내 장례식에서
추도사라도 읽는 것 같네

 

넌 에드미하고 나 사이에서
왔다갔다 하면 된다고 생각해?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만약 그렇다면

 

양심의 가책을 드러내지
않는 법부터 배워야겠구나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니 부인이
멍청하길 바라던가

 

아니면 네 엄마한테 며느리를
맡기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건가

 

니가 하고싶은 거 맘껏
하고 다니면서말이야

 

그런것까지 모른척 눈감아 줄
부인이란건 세상에 없어. 알겠니?

 

잊지마. 니 부인은 마리 로어의 딸이야

 

그 집안의 악독함이 언젠가는
밖으로 드러나게 되어있어

 

- 아마 에드미는...
- 그만 해요 누님

 

그런 식으로 누님에 대한
내 마음을 깎아내리지 말아요

 

뭐라구?

 

그런 식으로 말하는거,
꼭 우리 엄마같아요

 

내가 결혼하기 전에
누님은 나한테 이렇게 말 했어요

 

아내한테 잘해주고,
상처 주지 말라고

 

그게 누님이란 사람이에요
좋은 사람이라고요

 

어젯밤만 해도 집사람에게 내가
상처를 주지 않길 바란댔잖아요

 

근데 지금은 왜이래요!

 

누님

 

이래서 내가 누님을
사랑하는거에요

 

왜 돌아온거니

 

- 생각해보니까...
- 무슨 말을 하든 틀렸어요

 

그런것 같구나

 

내가 돌아온 이유는...

 

누님 없이는 살아갈 수가
없기 때문이에요

 

지난 몇 주동안 내 삶이 얼마나
비참했는지 누님은 모를걸요

 

여자라는 존재 때문에 고통받는다는 게
어떤건지 이제 알겠어요

 

당신이 돌아왔다는 걸 알았을 때
무척 안도 했어요

 

나도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고

 

모든 일이 잘
풀릴 것 같았죠

 

내가 생각했던 대로요

 

그런데 어젯밤

 

내가 본건...

 

한 늙은
여인의 모습이었어요

 

그래. 한 늙은
여인을 보았구나

 

울지마
왜 울어?

 

난 너한테 무척
감사한 마음인걸

 

너 나를 정말로 사랑했었니?

 

정말로 내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니?

 

내가 정말로 좋은 사람이었다면
널 남자로 성장시켰겠지

 

즐거움과 행복만 좇는
지금의 네 모습 대신에 말이지

 

너를 나만의 것으로
두려고 하지 않았어

 

나를 보렴

 

네 말이 맞았어

 

너에게 성숙함이 부족한건
전적으로 나의 실책이야

 

30년 가까이 안락한 삶에
안주하다보니 네가 너무 나약해져버렸어

 

너와 미래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나눈적이 없었어

 

용서하렴

 

오늘 죽기라도 할 것처럼
난 널 간절히 사랑했고

 

오랫동안 널
내 마음속에 간직해왔어

 

너 나름의 스스로 지고가야 할
짐이 있다는걸 잊고 있었어

 

젊은 아내

 

아이도 함께
하게 되겠지

 

그리고...

 

삶의 고통을
견뎌 나가야 할테고...

 

나를 그리워하게
될 거야

 

그리고 지혜와 인내에
대해서 고민해야하고

 

타인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도록 해

 

요컨대...

 

젊음의 맛을
원없이 누려온 너는...

 

결코 만족하지 못하겠지. 즐거웠던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질 거야

 

이제 떠나렴

 

사랑해

 

하지만 되돌리기엔
늦었어

 

어서 옷
챙겨 입으렴

 

그리고 여길 떠나

 

마치 되돌릴 수 없는
재앙 속에서

 

모든게 무너져버린
기분을 셰리는 느꼈습니다

 

그리고 모두의
예상보다도 훨씬 빨리

 

세계대전의 포화속에서
벨에포크는 철저히 무너져 내렸습니다

 

셰리 또한 참전했고,
무사히 돌아왔습니다

 

다시 돌아올거야

 

동시에 그도
느꼈습니다

 

자신이 속박에서 해방되어
다시 자유로워졌음을

 

그러나 그의 감정은 사실
완전히 틀린 것이었습니다

 

여러 해가 지나고 나서야
셰리는 비로소 알게 되죠

 

자신들이 부당한 벌을
받았었다는 것을요

 

너무 일찍 먼저
태어난 레아

 

그리고 레아 외에는

 

진정으로 사랑할 수
없게 되어버린 셰리...

 

이 결론에
다다르자

 

셰리는 전쟁에서 사용했던
리볼버 권총으로

 

머리를 쏴 생을 마감합니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