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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을
사랑해본 적이 있는가?

 

한 사람을
미워해 본 적 있는가?

 

- 서두르세요, 마마!
- 잡아!

 

어서요

 

마마, 빨리요

 

우린 이걸로
빚진 거 없어요

 

넌 '소소'라는 이름으로 살면서
속세의 사랑과 미움을 경험했다

 

이 짧은 정겁의 관계는

 

한 생의 경험일 뿐이다

 

왜 내가 십리도림에?

 

잠이 들어
꿈을 꾸었다

 

꿈이 기억 안 나는데

 

잊는 편이 좋아

 

그 꿈속에서 넌...

 

슬픈 인생을 살았으니까

 

꿈에서 깨어난 순간

 

꿈속의 일들은
전부 잊어라

 

넌 지금 청구 여제인
백천 상신이니까

 

' 삼생삼세 십리도화 '

 

'청구'

 

그거 내 거야

 

겨울이 지난 봄은
청구에서 가장 좋은 철이지

 

고고님, 안녕히 주무셨어요?

 

주연/ 유역비, 양양

 

뤄진, 엄관

 

고고님! 고고님!
업무 보셔야죠

 

누가 나 좀 데려가 줘

 

고고님

 

세상에, 고고님

 

여기까지 계속
쫓아왔다고요

 

한참을 뛰어왔어요!

 

미곡
과일주 가져와

 

과일주요?

 

이럴 때만
꼭 절 찾으시네요

 

오늘은 해가 참 밝네

 

걱정하지 마세요, 고고님

 

이 천은
황천의 현광으로 만들었는데

 

햇빛을 가려준답니다

 

마침 동해의 햇빛이
너무 눈부시네요

 

과일주 가져오랬지
누가 이런 거 가져오래?

 

동해는 안 가

 

청구에서 하루 종일
과일주만 드실 순 없어요

 

이거 비싸다고요

 

나가서 산책도 좀 하세요
지금요

 

동해수군의 아들
생일 연회?

 

내 아들도 아닌데 왜 가?

 

안 갈래

 

그런 말이 어디 있어요!

 

이번에 동해에 가시면
아이를 얻으실 수도 있어요

 

- 아이요
- 무슨 뜻이야?

 

그러니까
고고님은 14만 세잖아요

 

애 낳기에 너무 어리긴 커녕
너무 늦은 나이가 됐다고요

 

내 연인목이

 

너 같은 요정이 될까 봐
걱정이다

 

천만 년 동안
꽃도 열매도 못 맺을까 봐

 

고고님
전 무시하셔도 되지만

 

고고님 자신은
깎아내리지 마세요

 

이미 오래전에
약혼하신 몸이시잖아요

 

뭐?

고고님이 또
잊으신 모양인데

 

제가 다시 알려드릴게요

 

고고님의 아버님 백지제군과
구중천의 천군폐하께서

 

두 나라의 화합을 위해
고고님과 야화 태자의

 

혼약을 발표하셨죠

 

아, 그 인간

 

제가 정보 수집을 했는데

 

야화 전하도
이번 연회에 오신대요

 

그만!

 

약혼이라니 웃기지도 않아

 

청구 여제인 나 백천이

 

9만 살이나 어린애랑
약혼이라니!

 

'동해'

 

남해의 박옥공주와
부마께서는

 

부디 연회장에
입장해주십시오

 

듣자 하니
야화 태자께서

 

사해팔황에서 제일 가는
미남이라네요

 

게다가 오래전부터
아들이 있었는데

 

애 엄마가 누군지도
모른대요

 

청구 여제 백천의 약혼자인
야화 태자 말씀이신가요?

 

맞아요

 

한창 젊은 나이에
너무 늙은 여자와 약혼했어요

 

부모들의 약속 때문에
14만 살 노파와 결혼이라니!

 

남해 녹수공주와
자의여선께서는

 

부디 연회장에
입장해주십시오

 

당신 때문에 넘어 졌잖아!

 

청구 여제
백천 상신께서는

 

부디 연회장에 입장해주십시오

 

이러니 동해에 전쟁이 없지

 

누가 쳐들어오든
여기선 길을 잃게 생겼네

 

남들 골탕 먹이면
벌 받아요

 

이 부채 재밌을 거 같아요

 

재밌게 생긴 건 네 쪽인데

 

쫀득쫀득한 경단 같구나

 

눈이 왜 그래요?
장님 같아요

 

뭐라니, 경단이

 

대연회장이 어디야?

 

대연회장엔 늙은 신선들이
득실대서

 

엄청 지루한데
거기를 왜 가요?

 

거기 과일주가 있거든

 

제가 과일주
갖다 드릴 테니

 

대신 이 부채
갖고 놀게 해주세요

 

길 안내하렴

 

빨리 오세요
어서요

 

여기예요

 

양은 충분하죠?

 

충분하긴 한데...

 

야, 경단!

 

갖고 놀아도 된다고
약속했잖아요

 

경단아

 

경단아!

 

경단아!

 

넌 귀족이구나

 

온 천하가
동해 연회에 참석했는데

 

나라고 빠질 수야 없지

 

이 아이는 아무 상관없으니
보내줘

 

천족이라면
전부 내 원수야!

 

이건 장난감이 아니야

 

아리

 

아리

 

나쁜 놈들, 끈질기네

 

애를 놔 줘

 

내 아들 괴롭히지 마십시오

 

내가 너 같은 요녀를
못 알아볼 정도로

 

장님은 아니다

 

소소?

 

어머니
초상화와 똑 같으시네요

 

어머니?

 

소소
진짜 당신이오?

 

무례하군

 

난 소소도 아니고
자식도 없소

 

그대들과
상관없는 몸이오

 

누가 내 정원을
이 모양으로 만들었느냐!

 

쑥대밭이 됐네요

 

누가 이렇게
난장판으로 만든 거야?

 

대체 누구야?

 

저 여인입니다

 

조금 전에는
저희를 골탕 먹였습니다

 

왜 내 정원을 망쳐 놓았느냐?

 

제가 청구에만
틀어박혀 살다 보니

 

아름다운 동해 풍경에
눈이 멀어

 

이렇게 어지럽혔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청구 여제님이시군요

 

못 알아뵈어 죄송합니다

 

태자 전하까지 와주셨군요

 

만나 뵈어 영광입니다

 

- 이분이 야화 전하이신가요?
- 그렇다네

 

- 그럼 저 여인이 청구의 노파?
- 무슨 소리를!

 

태자 전하와
백천 상신은

 

천생연분이 따로 없다고

 

오붓한 시간 보내시는데
저희가 방해 했군요

 

물러 가겠습니다

 

천천히 담소 나누십시오

 

몰라 뵀습니다

 

눈앞의 아가씨가
청구 여제 백천 상신이라니

 

조금 전엔 죄송 했습니다

 

사과하실 일 아닙니다

 

그런데 아가씨란 호칭은
거둬 두시지요

 

난 그대보다
9만 살이나 더 많소

 

법도에 따라 날
고고님이라 부르십시오

 

아리는 어머님이라 부르고
난 고고님이라 부른다고요?

 

천천

 

그런 법도가 어디 있습니까?

 

천...

 

감히 그렇게 편하게 부르다니!

 

무슨 문제라도?

 

천천

 

이 호색한 같으니

 

호색한이 따로 없군요

 

어머님
호색한이 뭐예요?

 

모르는 사람을
어머니라고 부르면

 

너도 호색한이나 다름없단다

 

모르는 사람이라뇨?

 

곧 우리 아들의
어머니가 될 사람이니

 

우리 애가 어머니라고
불러도 되겠죠

 

어머니!

 

전하, 동해 정원에서
귀족의 흔적이 나왔습니다

 

제가...

 

아름다운 눈을 가졌구나

 

14만 년을 살면서

 

이토록 아름다운 눈은
처음 이로다

 

두 분의 안전이 걱정되어서

 

두 분을 보호하러 왔습니다

 

전하는 용감하고 총명하니
걱정할 필요 없지만

 

귀족이 노리던 건
이 아이였어

 

경단이를 잘 지키십시오
야화 전화

 

나를 놀리는 건
그만 두시지요

 

도화주를 막 빚었어

 

마셔봐

 

잔뜩 취해서
근심을 잊어야겠구나

 

이번에는 뭐가 문제야?

 

동해 연회에 갔을 때

 

희롱당했지 뭐야

 

- 9만 살 연하한테
- 오!

 

횡재했네

 

나는 네가 야화를
더 좋게 봤을 거라 생각했어

 

왜?

 

천생연분이니

 

두 사람은
가까운 사이여야지

 

그 남자가
너무 가까워서 문제야

 

일부러 날
다른 사람이라고 하면서

 

수작을 부리더라고

 

너무 들이댔어
일부러 그러는 거야

 

그게 다 낭만을 위해서야

 

분위기 달아오르고 좋잖아

 

절안

 

절안

 

소소가 누구야?

 

그냥 범계 여인이야
야화 아들의 생모였지

 

지금은 어디 있는데?

 

3백 년 전 죽었어

 

고고님
왜 이제야 오셨어요?

 

큰일 났어요

 

경단이?

 

어머니!
보고 싶었어요

 

왜 그렇게 빨리
동해를 떠나셨어요?

 

그래도 괜찮아요

 

아버지와 제가 청구에 와서
어머니와 살면 되니까요

 

뭐라고?

 

누가 여기 왔다고?

 

같이 살아요?

 

고고님, 죄송해요

 

아무리 힘을 써도
태자 전하를 막지 못했어요

 

청구엔 왜 왔어요?

 

아리는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나는 아내가 그리웠소

 

가족이니 같이 살아야죠

 

겨우 한 번 본 사이인데
아내는 무슨 아내예요?

 

천천

 

당신은 오랜 기간
내 정혼자였소

 

문제를 일으키려고 온 거면

 

말로만 씨름하지 말고
제대로 다시 붙어볼까요?

 

내 적수가 못 되는 걸 알면서
왜 나랑 겨루려는 거요?

 

상대를 들었다 놨다 하려고

 

이렇게 튕기는 거요?

 

좋아요

 

듣자 하니 사별한 지
겨우 3백 년이라던데

 

벌써 외로워진 건가요?

 

천하에 어린 여인들이
가득한데

 

왜 굳이 나이 많은
나한테 집착하죠?

 

차라리 천궁으로 돌아가서
첩이나 들이시죠?

 

복사꽃이 십 리나
가득 피어있다 해도

 

한 송이로 충분하오

 

내 마음에는

 

뭐라고요?

 

내가 청구에 있는 동안
우리가 사랑에 빠지지 않는다면

 

약혼을 깨도록 합시다

 

어떻소?

 

있든 말든 마음대로 해요
어차피 오래 있지도 못할걸요

 

어머니, 왜 아직 주무세요?

 

일어나세요!

 

우리는 청구가 처음이니
어서 안내해줘요

 

산책 합시다

 

- 갑시다
- 빨리 가요

 

먹고 싶은 거 형이 다 사줄게!
계산은 고고님이!

 

얘는 3백 살이고
넌 13만 살인데

 

형은 무슨 형이야?
노인네가 아주 뻔뻔하네

 

너무해요!
마음은 아직 청춘이라고요

 

그러니 당연히 형이죠

 

잘생긴 형

 

고고님 오셨어요?

 

이것 좀 보세요

 

우리 어머니는 젊고 예쁜데
왜 고고님이라고 부르세요?

 

나이 드신 분 같잖아요

 

어머니?

 

고고님
애는 언제 낳으셨어요?

 

진짜요?

 

좀 됐지

 

안 그렇소?

 

고고님, 잘 됐어요

 

굉장해요, 고고님

 

여행을 가시더니
남편과 아이를 데려오셨네

 

여행 한 번만
더 가셨다가는

 

손자도 데려오시겠어요!

 

이런 경사에
축하 선물도 준비 못 했네요

 

- 뭘 드리면 좋죠?
- 비켜주세요

 

고고님께서 이렇게
건장한 아이를 낳으셨으니

 

이 물고기 받아주시고
몸조리 잘하세요

 

이만하면 충분한 거 같아

 

됐으니 이제 일들 해

 

그래, 건장한 아이를
낳느라 힘들었으니

 

이제 건강을 챙겨야지

 

맛있는 게 정말 많아요

 

배고파요

 

미곡, 가서 밥해

 

요리의 핵심은
바로 불 조절이죠

 

보세요

 

맛있어요?

 

아버지는 어머니가
이 요리를 제일 좋아하신댔어요

 

그래

 

14만 년 평생
이렇게 맛있는 건 처음이야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알다니
말도 안 돼

 

- 둘
- 훔쳐보지 마세요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 훔쳐보지 마시라고요
- 아홉, 열...

 

밥 좀 해준다고
사랑에 빠질 일 없어요

 

그럼 한 번 더
웃어주시오

 

조금 더

 

편한 자세로

 

이제 청구에 있은 지
제법 됐는데

 

가까이 와요

 

우리 약혼 말인데요

 

더 가까이

 

움직이지 말고요

 

말 들어요

 

뭐 하는 거죠?

 

침대 어느 쪽에서 자요?
이쪽? 저쪽?

 

당신하고 자느니
바닥에서 자겠어요

 

당신에게 손댈 생각이었다면

 

바닥이든 침대든
결과는 같았을 거요

 

그러니 걱정 말고
편하게 자요

 

침대가 너무 작아서
비좁을 거 같아서요

 

여긴 내 집인데
겁낼 게 뭐 있겠어요?

 

먼저 누우시죠, 전하

 

이렇게 누워 있으니

 

사이에 대여섯 명이
눕고도 남겠군요

 

침대가 작긴 작네요

 

부부 사이인데
내 품에 안겨 자는 건 어때요?

 

침대가 작긴 작네요

 

너무 작아요

 

경단아
청구에 오자마자

 

포도주 먹는 법부터
배운 거야?

 

천손 전하, 이 미곡 빼고
드시면 곤란해요

 

- 네가 마시고 싶은 거지?
- 왜 이러세요?

 

사실 맞아요

 

13만 년 살면서

 

수천 가지 술을 마셔봤고

 

술 친구도 수천 명이었지만

 

구중천 천손 전하와
마시다니 참 기쁩니다

 

- 더 마실래?
- 저도요

 

어리신 천손 전하께서
술을 마시는 건

 

법도에는 어긋나지만

 

그래도 조금은 괜찮겠죠?

 

이렇게 기분 좋아하시니까요

 

괜찮아요

 

경단아

 

경단아

 

무슨 일이오?

 

술을 조금 마셨어요

 

괜찮아요

 

아리

 

아리

 

천천

 

이건 아니죠

 

나한테는 무슨 짓이든
해도 좋아요

 

하지만...

 

아리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당신을 용서 못 할 거요

 

어쨌든 이 아이도
구중천의 신선이잖아요

 

술 몇 잔이 대수인가요?

 

당신은 불청객이에요

 

이런 대접이 싫다면
돌아가세요

 

당신 때문에 못 떠나는 거
알잖아요

 

하지만 떠나겠소

 

아리를 위해서라면

 

필요한 경우에는요

 

아리

 

청구에 있는 대신

 

야화 군을 피해
여기로 도망친 거군

 

그래도 되겠어?

 

피하는 거 아니야

 

그 남자가 내 평화로운 일상을
방해하니까

 

여기서라도 평화를 찾아야지

 

야화가 진짜 떠나면

 

너도 후회할 것 같은데

 

고고님
큰일이에요!

 

천궁에서 태자 전하
친척이 들이 닥쳐서

 

천손 전하를 데려간대요

 

지금쯤 염화동에 왔대요

 

천손 전하!

 

저와 집으로 돌아가시지요

 

싫어요! 어머니랑
같이 있을 거예요

 

떼쓰지 마세요

 

천손 전하!

 

어머님은 전하를 잊은 지
오래예요

 

그러니 저와 함께 지내요

 

묵연 상신

 

경단아!

 

경단아!

 

불쑥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친척이 누군가 했더니

 

그대였구나

 

예쁜 눈

 

구중천 태자 측비 소금입니다
언니

 

날 언니라 부르는 건
법도에 어긋나지 않느냐?

 

그대는 이렇게 어린데

 

법도에 어긋나는 건

 

태자 전하와 언니께서
한 침대를 쓰는 것이겠죠.

 

아직 혼례도 치르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어떤 법도냐에 따라 다르겠지

 

여기는 청구니

 

당연히 청구의 법도를
따를 것이다

 

우리 청구 사람들은
개방적이라

 

여자가 혼전에 아이를 낳아도
대수롭지 않은데

 

남녀가 동거하는 것쯤이야

 

그건 그렇고

 

날 상신이라고 부르게

 

그게 법도니 말이야

 

동굴 안에서
얼어 죽을 뻔했어요

 

동굴에 들어갔어?

 

어머니, 안에
이상한 게 있는 것 같아요

 

- 얼음으로 만든...
- 전하는 장난꾸러기시군요

 

저와 천궁으로 돌아가요

 

같이 가고 싶지 않은 모양이군

 

천군의 명입니다

 

천명은 이제 괜찮습니다

 

전하

 

방금 천군께 말씀드렸소

 

우리 부부는 범계에서
아리의 생일을 보내고

 

돌려보내기로 했으니
신경 쓰지 마시오

 

'대자명궁'

 

우리 아가
우리 아가!

 

왜 우리 아이가
벌을 받는 거야?

 

누구냐?

 

리한연에 감히
침입한 자가 누구냐?

 

전에 동해에서
내게 신세를 졌었지?

 

동해?

 

그렇지 않다면

 

네 힘만으로 동해를
빠져나갔다고 생각했느냐?

 

누구의 조력도 받지 않고?

 

귀족은 원래
세상을 지배했었다

 

묵연이 경창을 봉인하고
너희가 우리 천족에 맞서기 전까진

 

헌데 지금은 겨우
목숨만 부지하고 있구나

 

신선의 육체를 이용해

 

죽은 네 아이를 살리려고
천손을 납치한 거지?

 

천족이 네 음모를 알게 되면

 

산 채로 가죽이
벗겨질 죄로구나

 

원하는 게 뭐야?

 

내가 널 도와주지

 

난 귀족 왕후다
너는 내 원수고

 

사랑하는 사람을 뺏겼으니

 

그자가 내 진정한 원수로다

 

'준질산'

 

여기는 준질산

 

선계와 가장 가까이
맞닿아있는 범계요

 

매년 제 생일에
이곳에 와요

 

태자 전하 맞나요?

 

불도 하나 못 피우세요?

 

아버지가 범계에선 선법을
쓰면 안 된다고 하셨어요

 

하지만 네 아버지는
인간이 아니잖아

 

이곳에서는
우리 모두 인간입니다

 

당신 예전 부인...

 

나하고 닮긴 닮았네요

 

어떤 사람이었는지 궁금해요

 

3백 년 전

 

동해 인어족이
반란을 일으켰소

 

난 7일 밤낮을
인어족과 싸웠고

 

마침내 이기긴 했지만

 

법력이 다 바닥났소

 

선기를 잃었으니

 

난 인간과 다를 바가 없었소

 

큰 은혜를 입었습니다
어찌 보답하면 되겠소?

 

그러실 필요 없어요

 

제 목숨을 구해주셨잖소

 

반드시 은혜는 갚겠습니다

 

그럼 혼인이라도 하시던가요

 

좋소

 

그녀는 그 당시
이름이 없어서

 

내가 소소라는 이름을
지어줬지요

 

우리는 동황대택을 증인 삼아
혼례를 올렸어요

 

소소는 정말 행복했습니다

 

자긴 행운아라고 말했죠

 

이름을 얻었을 뿐 아니라
남편까지 얻었으니까

 

태자 전하라면서
불도 하나 못 피워요?

 

나한테...

 

그 작은 오두막은

 

구중천의 천궁보다
훨씬 좋았소

 

영원히 그곳에서
함께 살 수만 있다면

 

그대로 범계에 남아서

 

영원히 범계 사람으로
살더라도 말이오

 

♪ '신선한 바람 속 낙엽'

 

♪ '우아한 빛과 그림자'

 

♪ '향초를 태우고'

 

♪ '우리는 서로의
눈을 바라보네'

 

이곳에서 우리가 아는 거라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바뀌는 것과

 

땅 위의 풍경,
그리고 짐승뿐이었소

 

범계에는 소소가 있었고

 

내가 있었고

 

이 작은 오두막이 있었고

 

이 복사나무가 있었어요

 

소소

 

이리 와요

 

우리는 그거면 됐어요

 

함께 하는 것

 

인간은 죽지만

 

신선은 영원히 살죠

 

죽든 살든
함께 한다고 말해도

 

결국엔 헤어지죠

 

죽음 앞에서는요

 

그다음에는요?

 

그건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언제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예전에

 

천등을 한 번
날렸던 것 같아요

 

소원은 빌었어요?

 

아마도요
근데 기억은 안 나요

 

그럼 다시 비는 게 어때요?

 

인간은 신선에게
지켜달라고 비는데

 

우리 신선은
누구한테 무엇을 빌까요?

 

그냥 추억을 쌓는 거죠

 

이번엔 잊지 않도록

 

내 소원은...

 

삼생삼세 동안에

 

십 리 가득
복사꽃이 피는 거예요

 

비나이다, 신선이시어

 

삼생삼세 동안

 

십 리 가득 복사꽃이
피게 하소서

 

나는 그대가
과거를 기억하길 바라지만

 

한편으로는

 

과거를 잊길 바라오

 

다른 이가 머리를
묶어줄 줄은 몰랐어요

 

나도 몰랐어요

 

사부님

 

7만 년을 기다렸습니다

 

경창을 동황종에
봉인하셨던 그날부터요

 

너무 오랜 세월이 흘렀네요

 

많은 기억이 희미해졌고

 

해가 갈수록

 

사부님 얼굴도 떠올리기
힘이 듭니다

 

사부님

 

최근 알게 된 사람이 있습니다

 

사부님을 다시 뵌 것 같았죠

 

그 사람이 사부님을
닮아서 그런가 봐요

 

아니면 꿈에서 만났던
인연인지도 모릅니다

 

근데 기억이 안 나네요

 

꿈속의 난 누구였는지

 

누구를 만났는지

 

도통 기억이 안 나요

 

빨리 돌아오세요, 사부님

 

전 두려워요

 

사부님마저
꿈이 될까 두려워요

 

'천궁'

 

전하

 

시간이 늦었으니
침궁으로 모시겠습니다

 

그대 생각에는

 

그녀가 날 용서할 것 같습니까?

 

전하

 

소소는 이미 죽었어요

 

그분의 영혼은
이 결백등 안에 있습니다

 

거기서 나올 수 없어요

 

이만 가보시오

 

3백 년 전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정말 내가 여기 도화림에서
술에 취해 잠들었던 거야?

 

네가 과거를
잊어버렸다고 해도

 

분명히 경험한 것만은
틀림없으니

 

누군가를 본 듯한
기분이 든다면

 

그게 맞을 수도 있겠지

 

고고님, 밤이 깊었는데
사부님 뵈러 오셨나요?

 

비켜

 

- 조용히 해
- 무슨 일이세요?

 

태자 전하와 다투셨어요?

 

- 사랑에 빠지셨어요?
- 헛소리!

 

묵연

 

'무망해 동황종'

 

동황종을 지키는 자가 왔군

 

이 피맛은 익숙하지

 

천족의 피로 봉인을 해제하고

 

나와 겨뤄보자

 

귀군 경창

 

동황종 안에
영원히 봉인해주겠다

 

좋다

 

동황종이 나는 봉인해도

 

우리 종족 전체를
봉인하진 못하지

 

내가 동황종을 깨고 나간다면

 

천지에 피로 물든
제사를 올리고

 

나와 싸울 준비를 하거라

 

잘도 다시 왔구나!

 

내가 이곳의 군주니까 돌아왔지

 

죽어라!

 

오늘 다들 왜 이래?
이상하네?

 

그냥 죽여

 

묵연 상신의 시신이
없어진 걸 고고님이 아시면

 

어차피 죽은 목숨이야

 

뭐라고?

 

정말 고고님하고
똑같이 생겼어요

 

겉모습을 바꾸는 요녀라면
한 명 알지

 

묵연

 

너희 천족은
우리 귀족이 죄가 있다고 여겨

 

귀군 경창을
동황종에 봉인했다

 

게다가 내 배속 아기까지
죽였어

 

너는 '인과응보'란
말을 했었지

 

오늘

 

나는 묵연의 신체로
아이를 다시 살릴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인과응보다!

 

공격!

 

서둘러!

 

여기는 나한테 맡기고
사부를 구하러 가

 

넌 싸움도 못 하잖아

 

못하는 건 아니야
단지 싫어할 뿐

 

아가

 

이제 곧 만나겠구나

 

공격!

 

잠깐!

 

싸움 대신
술로 겨루는 건 어떠냐?

 

오늘은

 

단지 우리 천족을
돌려받으러 왔다

 

이번은 그냥 풀어주겠다

 

사해팔황에 고통이 없도록

 

기록에는

 

묵연 상신이 경창을
동황종에 봉인한 건

 

7만 년 전
귀족의 반란 때였어요

 

그 후

 

묵연은 17대 제자 사음과
모습을 감췄다고 나와 있습니다

 

그대가 사음이군요

 

참으로 간결하군요

 

간결한 기록이에요

 

'7만 년 전'
묵연

 

과연 전쟁의 신답게
귀족 대군을 물리쳤어

 

허나 동황종을 마음대로
다룰 순 없구나

 

동황종에
내 법력을 봉인하려면

 

그 대가로 네 영혼을
내놔야 할 것이다

 

사부님

 

하지 마세요!

 

혼백이 사라질 겁니다!

 

사부님!

 

사부님!

 

천천
다친 곳은 어때요?

 

걱정하지 마세요

 

청구의 샘물은
상처 치유에 좋아요

 

거기에 몸만 담가도
치료가 되죠

 

신비로운 샘물이
몸의 상처는 치료해줘도

 

어지러운 마음은

 

누가 치유해줍니까?

 

사부님

 

앞으로는 제가 이곳에서
혼백이 돌아오길 기다릴게요

 

천천

 

앞으로는 내가 이곳에서
기억이 돌아오길 기다리겠소

 

누군가를 기다려본 적 있다면
알 거예요

 

너무 오래 기다리다 보면

 

결국 재회 여부는
중요하지 않게 되더라고요

 

누군가를 기다려 봤다면

 

당신도 알겠죠

 

더 오래 기다리더라도

 

언젠가 다시 만날 거라고
믿는 심정을요

 

느껴지나요?

 

나와 함께 천궁으로
돌아가서

 

식을 올립시다

 

구중천의 천군께서 선포하셨습니다

 

청구의 백천 상신과
태자 야화는

 

정혼하였다

 

오늘 세상이
상서롭고 평안하며

 

수 천 개의 길한 구름과
길조가 나타났으니

 

태평성대로다

 

너희 둘에게 혼례를 허락하니

 

후세에 전설로 남으리라

 

이상입니다

 

태자 전하
태자비 전하

 

마마!
마마!

 

돌아오셨군요

 

3백 년이나 기다렸습니다
마침내 오셨네요

 

사람을 잘못 본 것 같은데
난 너의 마마가 아니야

 

전하 앞을 막다니
처형 당해 마땅하구나

 

- 여봐라!
- 물러서라

 

내내, 이분은
청구의 백천 상신이다

 

여기 천궁에 계시는 동안
네가 시중을 들거라

 

전 부인의 시녀였나 보군요

 

그대는 정말 사려 깊네요

 

이 정원이
정말 마음에 들어요

 

어머니!

 

- 경단아
- 조심해

 

조심해
어머니가 몸이 안 좋으셔

 

아, 그렇군요

 

어머니에게 또
아기가 생긴 거군요

 

괜찮아요, 어머니
저도 알 건 알아요

 

단, 아기 낳으실 때
제 소원만 명심해주세요

 

저는 여동생이 갖고 싶어요

 

우리가 식을 올리면
열심히 노력해 볼게

 

노력은 내가 할 테니
낳는 건 당신이 해요

 

전 뭘 하면 돼요?

 

- 내내
- 네, 마마

 

마마

 

여전히 눈이 아프세요?

 

전 부인도 눈이 안 좋았니?

 

상신께 인사드리옵니다

 

측비 마마께서
바치는 보물입니다

 

받아주시옵소서

 

고맙다고 전해다오

 

내내

 

마마, 서두르세요

 

그자들이 왔어요

 

- 서두르세요
- 누가?

 

가다니 어딜?

 

어디로 가는 거야?

 

그 여자예요

 

전하를 부르세요

 

어서

 

태자 측비 소금이
상신께 인사 올립니다

 

그대였군
예쁜 눈

 

기억해주시다니 황송합니다

 

저분을 믿으면 안 돼요

 

참 불쌍한 궁녀죠

 

3백 년간 미쳐 살았어요

 

태자 전하의 전 부인께서
돌아가신 이후로요

 

내내
무슨 말을 하려는 거야?

 

뭐라고 하든
미치광이의 말뿐이에요

 

상신께선 뭘 알고 싶으신가요?

 

제가 다 말씀드리지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요

 

전하의 전 부인 소소가
상신과 닮은 걸 알고 계신지요?

 

헌데 소소가 전하를 따라
이곳에 왔을 땐

 

지금처럼 화려한 혼례는
올리지 않았죠

 

아버지이신 천군께도
아뢰질 못했어요

 

그래서 궁 안 사람들은
소소의 존재를 몰랐어요

 

다들 새로 온 궁녀인 줄 알았죠

 

전하께선 소소를
여기 살게 하시고

 

아이를 낳길 기다리셨습니다

 

그녀는 온종일 정원에서

 

아기의 출생을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전하께선
한 번도 찾지 않으셨죠

 

이내 소소는 깨달았죠

 

자신은 전하를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을요

 

그만 됐다

 

돌아가겠다

 

상신

 

결말이 궁금하지 않으세요?

 

천손 태자를 낳고
얼마 후

 

소소는 이 계단을 올랐어요

 

인간계로 돌아가려고
이 계단에서 뛰어내리려고 한 거죠

 

허나 이곳은 주선대예요

 

인간이 뛰어내리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되죠

 

3백 년 전
소소는 여기서 뛰어내렸어요

 

그 후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그녀의 목소리가
들린답니다

 

그때 야화는 어디 있었지?

 

왜 소소를 외면한 거야?

 

당시 전하께선
막 태자 책봉을 받은 뒤라

 

잘 아셨던 거예요

 

인간 여자 하나 때문에
태자 지위를 포기할 수 없단 걸요

 

내가 본 야화 군은

 

항상 무모했어

 

마마께선 상신이시잖아요

 

전하께선 마마를 위해
싸울 수 있어요

 

미담에 좋으니까요

 

하지만 그녀는
인간이었죠

 

영물인데 아깝네

 

정말 모르시겠어요?

 

전하가 소소에게 느끼는 감정은
사랑이 아니라

 

후회예요

 

상신에게 느끼는 감정도
사랑이 아니라

 

보상 심리일 뿐이라고요

 

재미있는 이야기네

 

하지만 전부 추측이구나

 

신선이 지나치게
꾀를 부리는 건 좋지 않아

 

그때 소소가 그랬어요

 

이제 서로 빚진 게 없다고요

 

사실 전하께선 소소에게
많은 빚을 지셨는데 말이죠

 

- 됐다
- 전하, 진정하시지요

 

예행연습이긴 하지만
모든 것은

 

천궁의 혼례 법도에 따라
진행되어야 합니다

 

알 게 뭐야

 

청구 여제 백천 상신께서
드십니다

 

이 거창한 식은 원래
전 부인을 위한 것이었나요?

 

그때도 청혼했어요?

 

3백 년 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모르겠소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이것부터 말해봐요

 

왜 소소가 주선대에서
뛰어내렸나요?

 

여섯 번째 예식을 시작합니다
천지에 절을 올리십시오

 

태자비 전하

 

예법에 따라

 

태자 전하께
맞절을 하십시오

 

소소가 뛰어내릴 때
어디 있었어요?

 

왜 구해주지 않았어요?

 

야화

 

말해봐요

 

두 분 전하

 

오늘은 여기까지 하시지요

 

내가 그녀에게 진 빚

 

그녀가 내게 진 빚

 

오래전에 이미 얽혀버려서

 

이제는 풀 수가 없어요

 

당신과 그녀는

 

정말 서로 빚진 게
없는 건가요?

 

단지 보상 심리에서
나와 결혼하는 거예요?

 

전하, 궁에 돌아가 쉬시지요

 

휴식은 필요 없네

 

그렇게 감정적일 필요 없어

 

만에 하나

 

그에게 부탁할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려고?

 

난 부탁할 거 없어

 

염화동 얼음이 녹고 있다

 

회복이 거의 다 되어가는구나

 

사부님

 

사부님께서 깨어나시는구나

 

혼백이 흩어진 지
7만 년이나 되었어

 

흐르는 세월 동안
혼백은 세상을 떠돌았지

 

한 가지가 더 있어야

 

혼백을 다 모을 수 있어

 

사해팔황 안에서
무엇이 필요하든

 

내가 구해오겠어

 

흥왕 시대부터 내려오는
신성한 유물이 하나 있어

 

결백등이란 건데
그 심지는 선지초로 만든 거지

 

천천

 

천궁에 혼백을 모아주는
물건이 있다면서요

 

이거죠?

 

혼백이라기보다
기억을 모아주는 거죠

 

혼백은 쉽게 흩어지지만

 

우리 삶에 남은 흔적은

 

마지막까지 기억에 남으니까요

 

놀라운 성물이군요

 

괜찮으시면

 

빌릴 수 있을까요?

 

윤회가 끝나서
사부님이 깨어나실 거예요

 

다른 이의 혼백을 모으면

 

그녀가 사라지게 됩니다

 

전 부인 말이군요?

 

결백등 없이 어떻게
사부의 혼백을 모을 거요?

 

이 등의 심지는 영주의
선지초로 만들었다면서요?

 

영주는 멀지 않으니
가서 구하겠습니다

 

영주에 뭐가 있는지
모르오?

 

천지 개벽 이후 아무도
차마 그곳에 가지 못했소

 

왜 세상에 결백등이
하나뿐이겠습니까?

 

내가 가야 하는 걸 알잖아요

 

말려봐야 소용없어요

 

목숨을 버려가면서까지

 

그 남자에게 헌신하겠단 거요?

 

7만 년이나 기다렸어요

 

더는 기다릴 수 없어요

 

당신 마음속에...

 

내 자리는 애초에 없었나요?

 

그러는 당신은?

 

당신 마음속에는요?

 

소소예요, 나예요?

 

만약 내가 예물로
결백등을 요구한다면요?

 

누구를 선택할 거죠?

 

전 부인이에요, 나예요?

 

전 부인 같은 건 없어요

 

처음부터 언제나

 

당신뿐이오

 

결백등 안의 혼백은 당신이에요

 

3백 년 전의 당신

 

당신이 소소예요

 

소소

 

말도 안 되는 소리 마요

 

자기 과거를
버릴 순 없어요

 

우리의 과거 또한

 

버릴 수 없소

 

소소

 

그냥 빌려주기 싫은 거잖아요

 

왜 이렇게까지

 

터무니 없는 말을 하는 거죠?

 

스승님께서
'리'는 헤어짐으로

 

만남의 반대말이라고 하셨어요

 

'이별'이라고 할 때
'리'란 글자를 쓴대요

 

어머니는 왜 제 이름을
'아리'라 지으셨을까요?

 

불길하잖아요

 

어머니는 왜 자꾸
우릴 떠나요?

 

어디에 가신 거예요?

 

아리는 공부 열심히 해라

 

아버지는 가봐야 한단다

 

내가 돌아오면

 

어머니와 함께 할 거다

 

'영주도'

 

이럴 필요 없었어요

 

이제 몸이
풀리던 참이었는데

 

재미를
방해하러 온 건가요?

 

난 내 검이 날카로운지
보러 온 것뿐이오

 

당신이 재미있든 말든
상관없소

 

재미있군요

 

제대로 놀기 전까진
선지초를 캐지 마요

 

아직도 아파요?

 

이 상처는요?

 

지금 보니까

 

이전에도 여러 번
바보 같은 짓을 했군요

 

한평생

 

그대를 위해서만
바보가 되었소

 

내가 원하는 건

 

언제나 그대뿐

 

내가 원하는 건...

 

있잖아요

 

얼음관에 누워 계신
사부님을 보면

 

그분을 위해
죽을 생각뿐이었어요

 

하지만 당신을 볼 때마다

 

그냥 같이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그러니까

 

이젠 바보 같은 짓은 마세요

 

사부님

 

사부님을 실망시켰습니다

 

결국 선지초를 얻지 못했어요

 

야화 태자가 아니었다면
죽은 목숨이었을 겁니다

 

사부님께서
몸이 언 이후

 

제 마음도 함께
얼어붙었는데

 

그 남자는 불안한 제 마음에
온기를 불어 넣었어요

 

그이가 주는 소속감은

 

사부님이 주셨던
따뜻함과는 달랐어요

 

언제나 생각했어요

 

제 연인목은 마치
늙은 소철 나무 같아서

 

두 번 다시
꽃이 못 필 거라고

 

이제는

 

달리 생각해요

 

마침내 꽃이 피려나 봐요

 

전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이 결백등 안의 과거를
그분은 모르시는 게 낫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3백 년 전 부인이신
소소를 잃은 것처럼

 

상신마저 잃게 될까
걱정입니다

 

다시 머리를 묶어야겠는데

 

부탁하오

 

이건...

 

당신이 가져가시오

 

당신이 잊은 모든 과거가
이 안에 있소

 

그때 당신은 사부를 구하려고
인간이 되어 겁을 겪고 있었고

 

우리는 준질산에서 만났죠

 

좋든 싫든...

 

이 안에
과거가 들어있으니

 

과거를 마주하시오

 

나도 마찬가지고요

 

우리 전생은

 

서로 빚진 것이 없어야
끝이 납니다

 

우리가...

 

새 삶을 시작하려면

 

서로 놓아줘야 해요

 

마마

 

천비 마마

 

너의 두 눈이

 

사람을 끄는 구나

 

왜 여기로 데려오셨나요?

 

천군께서 나를
야화 군의 정혼자로 발표하셨다

 

이제 넌 필요 없어

 

전 그분의 아내입니다

 

그분을 따를 거예요

 

아니
야화 군은 내 것이야!

 

난 구중천의 소인 공주고

 

넌 인간일 뿐!

 

- 가거라!
- 야화!

 

야화!

 

전하

 

그녀가 저를 밀었어요

 

제 눈이...

 

제 눈이...

 

내 눈!

 

그런 게 아니에요

 

전하

 

내가 민 게 아니에요

 

야화

 

날 믿어줘요

 

인간 소소는

 

천비를 해하려 하는
천벌을 저질렀으니

 

그 죄로 두 눈을 파내어

 

천비를 위로하도록 하겠노라

 

형 집행은
제가 하고 싶습니다

 

- 서두르세요, 마마!
- 잡아!

 

빨리요

 

마마, 어서요

 

마마, 전하를 부르세요

 

어서, 서두르세요!

 

야화

 

소소

 

고향으로 돌아갈 때가 왔다

 

가거라

 

이 궁중천은
인간이 있을 곳이 아니다

 

전하는 네가
안중에도 없어

 

넌 그분 아이를
낳았을 뿐

 

네가 아이를 낳은 지금
바뀌는 건 없어

 

아직 아이 이름도
못 지어줬어요

 

이제 영원히 이별할 텐데

 

이름이 있든 없든
아기에겐 똑같지

 

- 소소
- 전하

 

소소가 주선대에서 뛰어내려
범계로 가려는 걸

 

제가 막고 있었습니다

 

소소

 

이리 와요

 

야화

 

우리 아기...

 

아리라고 이름 지을게요

 

'이별'의 '리'요

 

당신을 놓아드리겠습니다

 

당신도 날 놓아주세요

 

우린 이제...

 

서로에게 빚진 게 없어요

 

빚진 게 없어요

 

기억이 돌아왔군요?

 

3백 년 동안

 

너의 두 눈은

 

내가 잘 쓰고 있단다

 

이번 생은
아무것도 남은 게 없어

 

업보와 윤회는
끊임없이 반복된다

 

네가 인간 소소이든

 

청구 여제 백천 상신이든

 

너는 이 주선대에서
고통받을 운명이다

 

소소!

 

우린 이제 빚진 거 없어요

 

전하

 

때가 됐구나

 

내 눈을 돌려받을 때야

 

좋아
가져가라

 

천천

 

복사꽃이 십 리나
가득 피어있다 해도

 

내 마음에는
한 송이로 충분하오

 

여기서 이러지 마시게

 

천천이 보고 싶습니다

 

백천은 자넬
만나고 싶어 하지 않아

 

그럼 계속 기다리겠습니다

 

내 기억에 네게
무슨 물이 있었는데

 

한 모금만 마시면
원하는 기억을 잊게 해주는 물

 

3 백년 전

 

네가 주선대에서 떨어진 후
그 물을 마셨어

 

넌 기억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했지

 

인간 소소로 살았던 삶을 말이야

 

하지만 또 그이를 만났네

 

덕분에 다시 생각났어

 

잊어야 할 것들
잊지 말아야 할 모든 것들

 

이번에는

 

전부 잊고 싶구나

 

이 물을 또 마신들

 

다시 삼생삼세를 산다 한들

 

어떤 것들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법이야

 

복사꽃이 십 리나
가득 피었다 해도

 

내 마음에는
한 송이로 충분하니

 

천비 소금은
무고한 자를 모함했으니

 

이는 간사하고
사악한 중죄로다

 

너는 이제 신선이 아니며
법력도 가져가겠다

 

약수 무망해로 귀양 가서

 

영원히 동황종을 지키거라

 

아리를 마지막으로
한 번 안아보고 싶습니다

 

아리

 

아리

 

알아

 

내가 전하의 아내가
될 수 없었듯이

 

네 어머니도
될 수 없었지

 

그래도 네가 어머니라
부르는 걸 듣고 싶어

 

단 한 번뿐이라도

 

마마는 제 어머니가 아니니
절대 싫어요

 

귀군 경창

 

내가 당신의 봉인을
풀어주겠소

 

이 천족의 피를
제물로 바쳐서 말이오

 

홍련업화를 다시 일으켜

 

세상 신선들을
태워버리시오

 

야화

 

이번 생엔
그대 마음을 얻지 못했군요

 

다음 생에 다시 만나요

 

야화 군이 곧 떠날 텐데

 

정말 안 만날 거야?

 

됐어

 

나도 가봐야겠다

 

7만 년을 돌고 돌아
결국 약수로 가는구나

 

가서 뭐 하려고?

 

네 사부 세대의 신선은
이제 나밖에 없지

 

이젠 과거의 일을
매듭지을 때가 왔다

 

꼬마야

 

도화림 잘 지키고 있어

 

홍련업화가 다 타고 나면

 

이 도화림도 사라지겠지만
꽃은 다시 필 테니

 

바라건대
네가 꿈에서 깨어날 때는

 

좋은 계절이
다시 돌아와 있기를

 

- 어머니!
- 고고님

 

- 어머니!
- 고고님

 

- 고고님
-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엄마도 아빠도
내가 싫어진 거예요?

 

내 이름이 안 좋으니까

 

어머니와 늘 헤어져야
하는 건가요?

 

울지 마

 

넌 아직도
나의 경단이란다

 

'가족 상봉'이란 뜻이야

 

마마, '내내'이옵니다

 

내내

 

- 고생시켜서 미안하다
- 마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 나도 이제 알아
- 마마!

 

아니오, 마마님은 모르십니다
마마님께선 정말 모르십니다

 

전하께서 마마를 위해
하신 일은

 

알고 계신 것보다
훨씬 더 많아요

 

전하께서 마마를 데리고
천궁에 오셨을 땐

 

인간을 사랑하지 말라는
규율을 어기신 거였어요

 

그래서 전하께서는
마마를 숨겨두었다가

 

천손이 태어나시면
천군을 설득하려 하셨어요

 

하지만 이를 알아낸 소금이
마마를 모함한 것입니다

 

소금은 마마의 눈만
뺏을 생각이 아니었습니다

 

원래는 마마의 목숨을 원했어요

 

소금의 간계에 넘어간 천군께선
마마에게 천뢰의 형벌을 내리셨고

 

전하께선 마마를 지키고자

 

대신 벌을 받겠다고
하셨어요

 

한평생 그대를 위해서만
바보가 되었소

 

천군께서는 전하더러

 

직접 마마의 눈을 파내
연을 끊으라 명하셨습니다

 

앞으로는

 

내가 그대의 눈이 되겠소

 

마마가 주선대에서
뛰어내리셨을 때

 

우린 이제

 

서로에게 빚진 거 없어요

 

마마

 

전하

 

평소 전하의 힘이었다면
마마를 구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직전에
천뢰를 받으셨기에

 

힘을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마마, 아시나요?

 

전하께서 늘 검은 옷만
입으시는 이유를요

 

그건 피 색깔과 비슷해서예요

 

큰 상처라도
아무도 눈치를 못 채니까요

 

적들은 기뻐하지 않고
가족들은 걱정하지 않죠

 

태자 전하는 많은 고생 끝에
이번엔 전쟁까지 나가십니다

 

자살 행위나 다름없어요

 

그만!

 

오늘 우리 귀족이 받은
수모를 돌려줄 것이다

 

전군

 

선황을 따라
홍련업화를 일으키고

 

온 세상을 태워버리자!

 

홍련업화를 일으키고
온 세상을 태워버리자!

 

홍련업화를 일으키고
온 세상을 태워버리자!

 

자네가 동황종을
수호하는 자로군

 

이런 애송이일 줄이야

 

나 또한 몰랐소

 

귀군 경창이
이런 늙은이일 줄이야

 

공격!

 

진정한 사랑을 찾았나 보군

 

걱정이 없는 자는
삶에서 중요한 것도 없고

 

사랑을 찾은 자는...

 

죽음도 두렵지 않다

 

너는 이길 수 없다
젊은이

 

난 7만 년의 수행 끝에
종과 하나가 되었다

 

이제 내가 죽으면
종도 파괴되고

 

너와 세상 모든 신선 역시

 

나와 함께
제물이 되어 죽을 것이다

 

저는 7만 년을 기다렸습니다

 

경창을 동황종에
봉인하셨던 그날부터요

 

묵연 상신이 경창을
동황종에 봉인한 건

 

7만 년 전
귀족의 반란 때였어요

 

사부님!

 

하지 마세요!

 

혼백이 사라질 겁니다!

 

최근 알게 된 사람이 있습니다

 

사부님을 다시 뵌 것 같았어요

 

그 사람이 사부님을
닮아서 그런가 봐요

 

누군가를
알아보지 못한 듯해도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야화!

 

야화!

 

안 돼요!

 

안 돼!

 

야화

 

이제 기억나요

 

제가 원한 건
오직 당신뿐이었어요

 

처음부터 줄곧

 

날 외면하지 말아요

 

내 말 들리잖아요

 

죽기만 해봐요

 

절안의 특별한 물을 마시고
당신을 전부 잊을 거예요

 

그래도 좋아요

 

바보짓 안 하겠다고
약속했잖아요

 

나랑 약속했잖아요

 

다시 또
삼생삼세를 산다 해도

 

같이 행복하게
살 거라고 했잖아요!

 

잊었어요?

 

야화

 

야화

 

야화

 

야화

 

소소

 

이리 와요

 

내 소원은...

 

삼생삼세 동안

 

십 리 가득 영원히
복사꽃이 피는 것입니다

 

천천

 

이리 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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