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요 씨?   미요 씨?   다음엔 좀
늦게 해도 될까요?   저녁 약 때문에
아침엔 힘들어서요   오늘 상담 후
결정하죠   지만 선생님이랑은
그래서 오후에 했어요   알겠어요   운도 없죠, 지만 선생님이
하필 지금 뇌졸중이라니   이젠 어떻게 하죠?
처음부터 다시 하나요?   - 했던 얘기 또 하고
- 그렇진 않아요   다른 방식으로
얘기할 수도 있죠   오히려 더
좋을 수도 있어요   저에 대해 궁금하신 게
많을 텐데요   그렇죠?   제 경력에 대해서요   성함은 카트린 보르만
의학박사   전공은 심리학이고
현재 심리 치료사   20년 이상 국공립 병원
계약직을 전전하다   바로 얼마 전에
여기 오셨죠   지만 박사님 대신
구글에서 찾은 건 그 정도예요   생각과는 꽤 다르시네요   더 젊으세요   알 만큼 아시네요   어디서부터 시작할까요?   뭐로 시작하고
싶으세요?   뤼도요   뤼도부터 이야기하는 게
좋겠어요   새 계약 맡았어?   바닷가에 바를 짓는대   사진 괜찮은데   - 알렉스가 찍었어
- 알렉스?   같이 사는 친구
사진작가야   손님 오는 거
싫어하잖아   얘는 달라
같이 럭비 하던 친구야   최근에
애인이랑 깨졌대   이 사진 잘 나왔다
표현이 좋아   그래?   그만 가봐야겠다
우버 불렀어   벌써 가게?   일정이 바뀌어서
바 주인이 내일 만나재   이번 주말
같이 있기로 했잖아   삐쳤어?   그럴 나이 지났잖아   아깐 괜찮았으면서   자기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 내가 뭐?
- 이럴 거면   같이 있는 게 재미없으면
왜 연락했어? 난…   자기랑 재미 보는 건
당연히 좋지   왜? 자기 애들한테
소개라도 하려 했어?   나 걔들 형뻘인데   - 그만 만날 거면
- 그런 거 아냐   그런 뜻은 아니고   말을 그렇게 하잖아   저기 세워주세요   그럼   또 연락하자   라클로는 과연   '위험한 관계' 출간 후
어떻게 됐을까요?   그는 작가이기 전에
행동가였죠   군인이고 기술자였고
확고한 신념을 가졌어요   프랑스혁명은 그에게
역사를 이룰 기회였어요   오를레앙파였던 그는
갑작스럽게 체포됐는데   체포된 해가   체포됐던 게   1793년요   1793년이었죠
고마워요   체포 후 라포르스를 거쳐
픽퓌스에 수감됐죠   그런데 1년 후   같은 곳에 갇힌 이가
누구였을까요?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저기 누구세요?   뤼도 친구예요
그쪽은 누구시죠?
  저기…
뤼도 좀 바꿔줄래요?   안 되겠는데요
굴 까는 중이라
  - 클레르예요
- 클레르? 누구지?   뤼도!
클레르란 사람 알아?
  아니, 모르는데   - 네?
- 전화 잘못 거셨나 봐요   아니에요
그냥 뤼도 바꿔주세요   전 알렉스예요
그분 비서인데
  돌아오시는 대로
연락…
  됐고요
그냥 바꿔나 주세요   없어요   소리 들리잖아요   방금 나갔어요   저기요
재미없거든요   뤼도 님께 친구 요청 중   선생님도
SNS 하세요?
  저 같은 사람에게
SNS는   난파선이자
뗏목이에요   가상의 바다를
떠다니죠   거미가 됐다가
그다음엔
  날벌레가 됐다가   새로운 계정을 만듭니다   클라라   안토니우 로부 안투느스   클라라 앙튀네스   24세에서 25세   클라라 앙튀네스   처음부터 노린 건
아니에요   관심도 없었어요   뤼도랑 연락하려고
그랬던 거죠   알렉스 셸리   친구 요청을 보냈습니다   오래 기다릴
필요 없었어요
  좋아요   좋아요   사진 좋아해줘서 고마워   사진 엄청 멋졌어   와, 고마워!   재능이 대단해, 잘 자   가지 마!
어느 사진이 제일 좋아?
  다 좋아서
고를 수가 없어
  넌 무슨 일 해?   패션 쪽   모델이야?   꿈도 크셔   홍보 이벤트 담당이야   패션 관련 행사
아직은 인턴
  월급도 개미 눈물   그런 표현 처음 들어   사장이 진짜 구두쇠   노랑이   사장이 완전 밥맛이야
그래도 경력엔 도움 돼
  시간은 많으니까
젊잖아
  재밌었어?   뭐 그냥   그런데 무슨
특별한 거라도 했어?   응, 볼링 쳤어   재밌었겠네   어, 그래   그럼 걔도 같이 갔어?   엄마 이제 괜찮아   그래   - 퍽이나
- 진짜야   둘이 안 떨어지는 거
알면서 왜 물어?   맞아, 짜증 나   누가 이겼어?   처음엔 그 여자
두 번째는 아빠   너는?   완전 못해, 꼴찌였어   아가리 닥쳐라   말 예쁘게 한다고
큰일 안 나   막스, 식사 중이잖아   '고통의 나이를
부러워 마라'   '포로가 되어
반항하는 심장'   '네 눈물보다 슬픈
웃음의 나이'   '생각을 익히려
서둘지 마라'   '아침을 즐기고
봄을 즐겨라'   '네 시간은
빼곡하게 핀 꽃'   '성급히 꽃잎을
따려 하지 마라'   잘 모르겠어
요즘 누가 이런 거 읽어   주제는 이해했잖아
일단 그럼 됐어   이제 어떻게 분석해?   대학을 네가 가지
내가 가니?   아직 회의 중   문체에
어떤 기교를 썼어?   운율은?
운율은 어때?   좋아   네 의지가 있어야
엄마도 돕지   알았어, 됐어   왜 화를 내고 그래?   운율이 간격을 두고
반복되잖아   문체의 기교는
세 가지가 있고   은유법 기억나?   초록색 불이
켜져 있으면
  상대방도 지금
화면을 보고 있다는 거죠
  나랑 똑같이요   그 초록 불을 보면
기분이 어떠셨어요?
  안정되죠   천식 흡입제처럼
호흡이 편해져요   나…   엄청 못생겼어   게다가
겁나 늙었는데   흥분되고요   그거 재밌네   그 사람이
날 본다는 생각   같은 사진을 보고
같은 음악을 듣고   생각만 해도 기막혀요
나에 대해 다 안다니   인스타 안 해?   인스타?   인스타   '사진과 동영상을
공유하는 플랫폼'   내 스타일 아냐   남들과 똑같은 거   인터넷으로 예매해
현대적으로…   - 왜?
말해봐, 정확히 나랑
뭘 하고 싶은 거야?
  네가 궁금하게 하잖아   그래? 뭐가?   네 행동이 그래   내 행동이 어떤데?   궁금하게 만든다고   20세기 문학사에서   독립적인 여성 작가를
꼽는다면
  마르그리트 뒤라스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어요   인용해보죠
'나의 삶은'   '아주 빨리
너무 늦어버렸다'   '18세에 이미
돌이킬 수 없었다'   '18세에서 25세까지
내 얼굴은'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변했다'   '남들도 그런지
물어본 적은 없다'   '하지만 누군가 시간이
후려친다고 말한 것 같다'   '우린 인생에서 가장 젊고
축복받은 날을 보낼 때'   모든 단어에 신중했어요   내가 조금이라도
실수하거나
  말 한마디라도
잘못하면
  마법이 사라질 수
있으니까
  내가 바라는 게
뭐게?
  말해봐   진짜 네 사진   싫다고 거절할 수가
없었어요
  어째서죠?   의심하기 시작할 수도
있잖아요
  더 물러날 수 없었죠   저도 흥분이 됐어요   그때부터   소용돌이가 시작됐죠   소용돌이요?   클라라에게 진짜 얼굴을
만들어줬어요   여보세요?   나 클라라야   번호 표시
안 되게 했네
  확실히 모르잖아
혹시 네가
  사이코일지도   그래, 이해해   내 목소리가
덱스터 같진 않지?
    네 목소리는   생각했던 거랑 다르네   그게 난…   미안해   아냐, 미안하긴
목소리가
  목소리가
예뻐서 그래
  사실 난
내 목소리가
  엄청 거슬리거든   안 그래   고마워   목소리가   엄청 어려   정확히 몇 살이야?   미성년자 아니지?   스물넷이랬나?   거의 스물다섯 됐어   더 어린 것 같아   그런 말 자주 들어   나, 사진 하나
올렸는데   맘에 안 들어?   안 들긴, 완전 들지   내가 맘에 들어?   응, 그런 것 같아   내 댓글 못 봤어?   '좋아요'를
누를 수밖에 없는 존재
  고마워   그럼 이제   전화번호 알려줄 거야?   아, 알았어   얼굴도 안 보여주더니
이젠 말도 안 하네
  클라라?   누구 사진이었어요?   모르죠
아무거나 골랐으니까   아무렇지 않았어요?
알렉스가…   당신을 생각할 때
머릿속에 있는 건   다른 여잔데   아무렇지 않았어요   내 목소리가
좋다고 했죠   내가 하는 말과 생각
그건 다 나잖아요   솔직히 페이스북에
진짜 내 사진을 올렸다면   친구 요청을
수락 안 했겠죠   나 같은 여자랑은
그럴 리 없으니까요   당신 같은 여자요?   네, 저처럼   눈꺼풀도 처지고
혈색도 시들한 여자   예쁘고 어려 보이는 게
중요하군요   그렇죠?   평생 누리고 싶은
기쁨이죠   남이 날 예쁘게 보면
좋지 않나요?   그런데도 다른 여자의
사진을 보여줬군요   네, 정반대 행동을
했죠   나 자신이…   그의 눈앞에 존재할
기회를 주지 않았어요   이 번호로 연락해
클라라야
  보들레르의 해석을
보면
  메르퇴유 후작 부인을
여자 타르튀프로 봐요   늘 발몽보다
한발 앞서고 우세하죠   더 흥미로운 점은   발몽에 대한 메르퇴유의
명백한 우월성보다도   여성으로서 갖는
저항심   위선적인 사회에 대한
저항 의식이라 했어요   교재 펴고
81번 편지를 볼까요   부재중 전화 9통   알렉스와 얘기할 땐   살아있는 느낌이었죠   메르퇴유는 일찍부터
독특한 자아가 있었어요   평생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었죠
  스물넷인 척하는 게
아니라   진짜 스물넷이었어요   아는 남자 많았어?   페이스북에?   아니, 내 말은   너한테 중요했던 남자   진짜 중요했던 남자는
딱 하나였어   스물다섯도 안 됐잖아
아직 시간 많아
  아직 그 사람
생각해?
  그저 좋았던 순간들만
기억하고 싶은데   그게 쉽진 않네   둘이 무슨 얘기 했어?   공연이나 예술   책 얘기   아, 알았다
배운 남자랑 만났구나
  으응   - 나이 더 많았어?
- 조금   나 같은 놈은
영 별로겠네
  나 지루한 거 같아?   그건 아닌데   너무 오랜만이야   누군가와 이렇게
좋은 기분 느끼는 거   그 말 들으니
안심된다
  - 클라라
- 응   우리 이제
특별해진 것 같아
  그게 그렇게
쉽진 않지   이렇게 갑자기   그럴 수도 있지   우리가 증거야   잘 지냈어?   응, 새로 한 머리
잘 어울리네   - 고마워
- 좋아 보여   - 당신도 그래
- 응, 요새 운동해   10일, 11일엔 칼뤼르
12일엔 로잔…   질, 그만!
당신 일정 관심 없어   그냥 설명하는 거야
나중에 보충할게   알겠는데
일정은 못 바꿔   당신 문제는
새 여친이랑 알아서 해   팽팽 노는 애잖아   여친?
당신 불문과 교수 아니었어?   - 애들 맡기기 싫다며
- 맘 바뀌었어   내 생각만 하니
좋네   당신이랑 20년을 보내고
이제야 깨달았어   왜냐고?
그건 나도 몰라   누구 만나나 보네   - 궁금하셔?
- 어떻게 사나 싶으니까   그래, 만나
궁금하다니 말해줄게   아주 잘생기고
자상한 남자야   그 사람과 있으면   - 모든 게 즐거워
- 축하해   이제 당신한테 벗어났어   기분 완전 쩌는데   모임 어땠어?   완전 별로였어   그래? 왜?   평균 연령이 55세였어
진짜   - 대박, 진짜?
- 피곤하다   그럴 만하네   들이대는 사람 많았겠네   그럴지도   집에 들어갔어?   응, 자려고 누웠어   뭐 입고 있어?   브이넥 티셔츠에   반바지   위에 속옷 안 입었어?     옷 벗어봐   내 손이 네 배 위에 있어
느껴져?
  응, 느껴져   아주 천천히 올라갈게
가슴까지
    가슴 정말 예쁘다   둥그렇고 탄탄하고   입 맞추고 싶어   입 맞춰줘   젖꼭지에 입 맞출게   내가 빠는 거 느껴져?   빨아주는 동안
내가 하란 대로 해줘
  반바지 속에 손 넣어   알았어   나도 그러고 싶어   너도 그러고 싶지?     나한테 말해   나 정말로…   손가락을
팬티에 넣고 싶어   넣어   어때?   - 완전 뜨거워
- 젖었어?   완전 뜨겁고
다 젖었어   네 거 만지고 있어?   응, 좋아   해, 계속 만져   너 혼자 하는 거
완전 좋아, 계속해
  소리 내는 거 좋아   나도 섰어   들어갈게   계속해   끝까지   너무 좋아   너무…   알렉스   알렉스   내 사랑   알렉스   사랑해   섹스가 그리워요   섹스만이 아니라…   입 맞추고, 보듬고   만지는 거   누가 날 만져주는 거   욕망 없는 사랑은
뭐죠?   선생님도 말씀 좀 하세요
난 다 얘기하는데   아무 말도 안 하시고   전 중간자일
뿐이니까요   절 상대로 한
이야기가 아니잖아요   융통성이 전혀 없네요?   전 의사잖아요
마요 씨 의사요   친구가 아니라   환자랑 자본 적
한 번도 없어요?   종종 있는 일이잖아요   심리 치료사에게
끌리는 일요   그렇다고 하죠   가끔은 그런 과정을
겪기도 해요   과정요?   치료 과정이죠   환자야 그렇지만
의사한테는요?   각각의 환자에게서
자신에 대한 걸 배워요   이론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고   개인적일 때도 있죠   흥분되던가요?   알렉스와 차 안에서
전화로 했다는 얘기요   선은 지켜주세요   이 일엔 지켜야 하는
직업윤리가 있거든요   그럼 못 봐?   다음 주엔 안 돼
조카 봐주기로 해서   약속했잖아   진짜 시간이 안 돼
미안해, 정말…   - 이렇겐 더 못 해
- 기다려   만나야겠어   요즘 내 상황이 좀 그래   노력은 하고 있는데   너도 내 생각뿐이라고
말이라도 해줘
  뭐지?   우리가 안 보이나 봐   나도 너 좋아, 알렉스
정말이야   너랑 있는 거
정말 좋아   얼마나 보고 싶고
느끼고 싶은데   다른 건 안중에도 없어
나 지금 운전 중이야   - 나중에 전화할게
- 그래   너희 아빠랑 통화하느라   그렇지!   반칙이야!
쟤 반칙했어!   심판이 뭐 저래?
눈이 삐었나   엄마, 앉아   눈에서 아주
레이저 쏘시겠어   아이 있으세요?   잘난 남편도 있겠죠   아닌가?   답답하지 않아요?
속에 있는 말도 못 하고?   내가 속으로
무슨 생각 하는지 알면   나자빠질걸요   아이들 얘기 중이었어요   네, 아들들요   애들이   아빠 집에 가면   그땐 좀 힘들었어요   왜 더 힘들죠?   날 놓거든요   어느 정도로요?   나를 정말   클레르가 아닌
클라라로 느낄 만큼   너한텐 나도
다른 여자들이랑 똑같네   클라라   날 잘 모르니까   넌 특별해   그래   선을 넘을 순 없잖아   우리 둘 다
쉽진 않지만   나 미칠 것 같아   그렇게 참을성이 없다니
선물 하나 드려야겠네   누구 사진인지
말씀 안 하셨죠   영상도 그렇고   말했잖아요
확인해 보세요   구글에서
그냥 찾았어요   그냥요?
정말로요?   왜 거짓말을 해요?   그 사람이 좋아하는 건
그 여자 얼굴인데요   그러니까
그건…   무척 중요한
문제예요   모르는 사람이에요     모르는 사람 사진을
그렇게 쉽게 구하나요?   과거에서 오셨어요?
당연히 쉽죠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사방에 널렸잖아요   클레르
따지자는 거 아니에요   사실대로 말씀드려야
저도 도와드리죠   젠장   들으면 좋아하실걸요   그 사진은
제 조카 카티아예요   됐어요?   알고 보니 시시하죠?   조카라고요?   예쁜 금발이잖아요
알렉스 취향인 것 같아서   - 그게 다예요?
- 네, 그럼요   조카분 얘기 좀
해줘요   걔 얘기는
별로 말할 것도 없어요   카티아는
우리 오빠 딸이에요   오빠랑 새언니가
헬기 사고로 죽어서   애가 졸지에 고아가 됐죠
그뿐이에요   무슨 뜻인지
모르겠네요   조카를
제가 데려왔어요   힘들어하니까
딸처럼 챙겼죠   사실 그전엔
소원했어요   본인 사진 쓰는 걸
조카분도 아세요?   아뇨, 알 수가 없죠
이젠 연락도 안 해요   유산 문제 정리하고는
노르웨이로 갔거든요   그럼 조카분 얼굴과 나이
이야기를 도용해서   뭘 하시려던 거죠?   새 인생을 살려고요?   그게 아니라, 내 인생을
사는 거죠   마침내!   어제 종일 비가 와서
밖에 안 나갔어
  여기도   혹시라도 네가
전화할까 봐 기다렸지
  나 자야겠다   그만 끊을까?   피곤해서 쓰러지겠어   너 가끔 아줌마 같아   계속 날 사랑할 거야?   내가 늙어도?   얼마나?   한 50쯤   50?
그 정도야 뭐
  평생 사랑할 거야   나 기다렸어?   당연하지   귀여워
기다리며 뭐 했어?   짐 싸고 있었지   어디 가?   이달 말에
인도 고아에 가
  혼자?   아니, 룸메이트랑   뤼도라고 전에 말했지?     - 얼마 동안?
- 두 달   왜 그래?
나 없인 못 살 것 같아?
  클라라   클라라?   언제 정해진 거야?   한참 됐지   근데 이제야 말해?   널 만날 줄 몰랐지   그럼 나랑 같이 가   못 가   인턴 그만둬
한 번 사는 인생인데
  솔직히 내가 어디 있든
다를 것도 없고
  네가 멀리 있다니
생각만 해도 무서워   너무 멀잖아   어차피 늘 곁에
있지도 않잖아
  내가 그리워?
나 보고 싶어?   당연하지   당연한 소릴
넌 아냐?
  그렇긴 한데   좀 무서워서
네가 실망할까 봐   그럴 리가   절대 그럴 일 없어   너 실망할까 봐
나도 걱정돼
  클라라?   여기서 뭐 하세요?   밖에서 해요
바람 쐬고 싶네요   그러죠   못 잊겠어요   뭘 못 잊는 거죠?   내 삶의 중심이
돼버렸어요   여행 중에도
매일 대화했어요   하루에도 몇 번씩요   그 상태로
영원하길 바랐죠   인도에서 돌아오고는
더 고집을 부렸어요
  더 이상 달래기가
힘들어졌죠
  놀랐지?
아침에 도착했어
  클라라에게 이동 중
3분 후 도착
  알렉스 셸리   나 거기 있었어   너와 같은 곳에   오늘은 갈 수가
없었어   됐어
진짜 기가 막히네
  너 사이코야?
처음부터 갖고 놀았어?
  미친년이네   아니야   여보세요?   너희 어쩐 일이야?   일요일이잖아   아, 그렇지
기다리고 있었어   왜 안 오나 했지   됐어   - 무슨 일이야?
- 상 차릴게   여보세요?   누구야?
너 뭐 해?
  친구들 몇 명이
갑자기 찾아왔어   왜 목소리 낮춰?
파티라도 해?
  아니, 이만 끊자
나중에 전화할게   끊지 마!
너 지금 장난해?
  이제 더는 못 참아
맨날 네 맘대로잖아
  이젠 전화도 못 해?
이따위로 나올래?
  - 냉장고가 비었어
- 크레페 해줄게   달걀도 없는데   뭘 한다고?   응? 알렉스   사실은 고백할 게 있어   뭔데?   나 다른 사람 있어   남친이 있어
같이 살아   오래됐어?   너 만나기 몇 달 전쯤
잘 기억이 안 나   젠장
그 얘길 이렇게 해?
  이제야?   나도 하고 싶었는데   그 남자는
내 얘기 알아?
  아니   질은 질투가 너무 심해
망상도 심하고   게다가 요즘엔
우리 사이좋거든   그래, 그래서…   왜 그랬는지
이제 알겠네
  그것도 모르고
병신같이 기다렸네
  미안해, 알렉스   진짜 충격이다   미안해   나 전화 끊을게   - 생각 좀 해야겠어
- 미안해   클라라, 나야   넌 어떤지 모르지만   난 길을 잃은 기분이야   나한테 뭔 짓을 한 거야?   아무것도 못 하겠어   미칠 것 같아   다음 주 목요일에
파리 가
  몽파르나스
오후 3시 도착이야
  전화도 메시지도
됐어
  조금이라도 날 생각하면   그냥 나와줘   내가 얼마나 절실한지
넌 모를 거야
  견딜 수가 없었어요
출구가 없었죠
  가슴이 찢어졌어요   하지만 너무 젊고
연약한 그를 보며
  이제 때가 됐음을
알았어요
  너무 힘들었어요   알렉스, 예상도 못 했던
일이 생겼어
  어제   질이 청혼했어   나도 받아들였고   우린
브라질로 갈 거야
  질이 거기서
일하게 됐어
  이게
올바른 길일 거야
  우린 현실을 살면서
꿈을 꾼 거야
  너무나 아름다웠지
하지만 꿈일 뿐이었어
  나 너무 원망하지 마   내 일부는
늘 너와 함께야
  소설 하나 끝낸 듯
일상으로 돌아갔어요
  상처받고, 짓밟히고   나이 든 기분으로   다시 연락해보려 했지만
너무 늦었죠   계정이 없어졌어요   나보다 더 철저하게
사라져버렸어요   더 강렬하기도 했고요   안녕   그동안 바빠서 그랬지   그래   아주 영리하네   별로 망설이지 않았어요   알렉스 소식을 들을
유일한 길이었으니
  자기 예뻐졌네   고마워
올해 진짜 바빴는데   출간 준비에
수업도 많고   자기 공사는?
잘돼 가?   응, 진행 중이야   피곤해 보이네
괜찮아?   응, 괜찮아   사실
요즘 좀 힘들어   힘들어?   내 친구 기억나?
알렉스라고   - 사진작가
- 응, 대충   걔 교통사고 났거든   낭떠러지로 돌진했어   장난 아니지?   페북에서 만난
웬 사이코 때문에   실제로 본 적도 없어   경찰도 딱 알더라
브레이크 밟지 않았대   죽었어   스물여덟에   잠깐만   여보세요?   사람이 죽으면   가상의 흔적은
어떻게 해야 하죠?
  그냥 두나요?
아니면 지우나요?
  어떻게 하죠?   잠깐만요!   이거 제가 쓴 거예요   꼭 써야 했어요   이번엔 선생님 의견
꼭 들려주세요, 꼭요   읽어볼게요   '트루 시크릿'
클레르 미요
  아무 일도 없었다는 걸
견딜 수가 없었다
  그렇게 끝내다니
삶을 포기하는 것 같았다
  무척이나 매력적인
남자였으니까
  왜 포기하지?   시도한다고 큰일 나나?   클라라를 대신할 수
없을까 봐?
  알렉스가
불행해질까 봐?
  내가 위로해주면
된다
  실례지만
우리 아는 사이 같아요   네?   아는 사이 같아서요
뤼도 친구 맞죠?   - 뤼도비크요? 네
- 역시 맞았네요   저도 뤼도랑…
예전 친구예요   기억 안 나요?   굴 깐다고
그때 통화했잖아요   아, 네   기억나요   아직도 같이 살아요?   네, 아직 안 쫓겨났어요   성격 좋으신가 봐요   사진작가시라던데   그런 셈이죠   전시회 준비해요   뤼도한테 들었어요   사진도 보여주고요
그쪽이 찍은 거요   정말 멋지던데요   고맙습니다   전 다음에 내려요   인물도 찍나요?
그냥 길거리에서 찍는   스냅사진 말고
정식으로   네, 인물사진도 찍어요
포트폴리오 같은 것도   다 해요
결혼식만 빼고요   곧 나오는 책에
사진이 필요해서요   보통은 출판사에서
사람을 보내는데   이것도 인연이니
혹시 괜찮으실까 해서요   그럼요   사실 일 구하는 중인데
저야 좋죠   잘됐네요
연락처 좀 주세요   그러죠   죄송해요, 성함이?   클레르요   - 클레르예요
- 클레르   고마워요   입센의 '인형의 집'에서
주인공 노라는   인형이죠
좋은 아내이자   좋은 엄마
그게 바로 노라예요   이 희곡은
노라의 자각 과정을 통해   사회가 규정한 역할에서
해방되는 여성을 그렸죠
  한 세기가 지난
오늘도
  순응을 거부하는 노라에게
공감할 수 있어요
  우리를 옥죄는 규범에
굴복하지 않는 모습에요
  비법이 뭐죠?   네? 누구요?   뤼도요,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 분을 만났는지   사진 잘 받으시네요   정말 좋아요
그럼 이제   옷 단추를 좀…   - 블라우스요?
- 네   대학 강의 교재 사진에
이래도 될지 모르겠네요   교재니까
더 흥미 있게 해야죠   좋아요   훌륭해요   긴장 풀고요
네, 그렇게   - 좀 더 편하게요?
- 네, 좋아요   - 움직여서 미안해요
- 괜찮아요   결혼했어요?
아이는? 이혼했어요?   전부 다요   잘 때려 맞혔네   그 순서대로요   서른도 되기 전에?   뭔가 숨기는 거 있죠?   잠깐   뭐 해봐도 돼요?   - 괜찮아요? 쉴까요?
- 아뇨, 계속해요   숨기는 거 없어요   남편과 20년을 살았어요
내겐 그이가 전부였죠   그전에도 연애는 했지만
너무 옛날이라   생각도 안 나네요   아이도 둘 낳았죠
아들 둘요   모유 수유를 하면
좋은 엄마가 될 것 같았죠   그 후로 가슴도 배도
예전 같지는 않아요   남편은 딸뻘인 여자랑
눈이 맞았어요   그때 당시엔 정말   죽을 만큼 힘들었어요   난 격정적인 사람이니까요
그 표현이 딱 맞아요   하지만 나도
행복할 수 있겠죠   이젠 나에 대해   다 알게 됐네요   말도 안 돼요   뭐가요?   우리 만난 거요   말도 안 돼요   넓게 찍었지만
자르면 돼요   깔끔하게요   이거 좋네요   잘 나왔어요
더 활짝 웃은 게 있는데   이게 제일 좋아요   - 그렇죠?
- 네   밤낮으로
사랑을 나눴다
  놓친 시간을
만회해야 했으니
  우리는 곧
함께 살기 시작했다
  알렉스가
우리 집으로 왔다
  '내 눈을 없애주오
그래도 그대가 보이니'
  '내 귀를 막아주오
그래도 그대가 들리니'
  '발이 없어도
그대에게 갈 수 있고'
  '입이 없이도
그대 부를 수 있으니'   당신 차례야   - 계속 읽어
- 당신이 읽어줘   - 됐어
- 빨리   '내 팔을 꺾어주오
심장으로 그대를 안으리'   '심장을 막으면 뇌가 요동치고
내 뇌에 불을 지르면'   '피로 그대를
데려가리'   사랑해   - 많이
- 나도 사랑해   뭐가 제일 좋은지
알아?   좀 이상하지만   당신 목소리야   클레르 목소리는
클라라의 목소리
  아직도
그녀를 생각했다
  내가 대신할 수 있다고
믿다니 참 순진했다
  난 고작 그녀를 잃은
슬픔을 달랠
  위안품에 불과했는데   그보다 더 최악이다
날 통해 걜 사랑했으니
  최악의 라이벌은
존재하지 않은 라이벌이다
  널 못 잊겠어
질과는 끝났어
  파리로 돌아갈 거야
보고 싶어
  마음 변했는지 모르지만
아직 사랑한다면
  카페프랑세로 나와줘
6시부터 8시까지 있을게
  전화하지 마
안 나오면
  이제 내 소식
들을 일 없을 거야
  너의 클라라   준비됐어?     - 갈까?
- 그래   진짜 나갈 거야?   - 밖에서 먹고 싶어
- 그래   난 당신 먹고 싶은데   영화 볼 시간 되려나?   그럴걸   뭐 하는지 봐줄래?   나, 옷 하나 챙겨 올게   좀 춥네   안토니우 로부 안투느스   오랜만이에요
클라라예요
  비명, 급브레이크, 충돌 소리
마침내 고요해졌다
  영화라면
그렇게 끝날 거예요   현실에서는요?   왜 다
슬프게만 끝나죠?   상상의 세계에서조차
행복을 거부하네요   스스로
상처 주려는 듯   계속 찌르고
또 찌르고   누가
당신을 상처 줬죠?   누가 아프게 했어요?   아시겠지만 제가
카티아가 되기로 한 건…   깨닫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지만   조카가 절 대하는
태도가   점점 더
적대적이 됐어요   시간이 갈수록 더요   질은 결혼으로
걔 가족이 된 거죠   친족이 아니란 걸
무척 강조하더군요   서로 사랑한다면서   복잡한 거 없이
그저 사랑할 뿐이라고   그렇게 말했어요   사실   27살의 나이 차가
20년 세월을 이긴 거죠   노르웨이에 안 갔어요
제 남편이랑 살죠   차마
말이 안 나왔어요   쓸 수도 없었고요   날 무너뜨렸어요
그 애가요   그래서 라이벌이었던
그녀를   아바타로
선택한 거군요     그 애의 아름다움과
젊음이 부러웠어요   그 애의 행복도요
내 행복을 앗아갔죠   질투가 났어요   이건 전부
현실을 거부하고   진실로부터
달아나려는 것 같아요   영원에 대한 욕망
영원한 젊음이라는 환상   그래요   모두
잊고 싶어 하죠   결국엔
죽는다는 걸요   죽는 건 괜찮지만   버려지는 건 싫어요   사람은 평생 아이예요   절 돌봐주는 손길이
필요했어요   아무리 환상이라도요   뤼도비크 달로   얼마나 됐어요?   입원한 지는
한 9개월 됐어요   너무 멀리 갔어요   알렉스가
헤어나질 못했죠   저한테 메시지를
들려주기도 했는데   목소리 듣고
바로 알았죠   처음엔 믿기 싫었어요   장난인 줄 알았어요   좀 과하다 싶었고요   말은 안 했지만
깨닫게 해주려 했어요   이 여자
이 클라라라는 여자가   너무 완벽하다고요   알렉스도 좀 의심했어요   클라라가 사라진 후
자기 계정도 지웠죠   몇 달 후
클레르가 전화했고   그녀 때문에
죽었다고 했어요   자살했다고요   친구가 미쳐가고 있었고
사실 저도   딴 놈 만나는 거
싫어서   거짓말했어요   무슨 말인지   교통사고로
죽지 않았어요?     안 죽었어요   최근에 아빠가 됐죠   남부에 산대요   결혼도 했고   지난달에
아이도 생겼대요   딸이래요   죄책감 가질 필요 없어요   작별 인사하러 왔어요   내가 잃어버렸던 걸
환자에서 찾기도 해요   선생님 의견 참고했어요   글을 다시
고치는 중이에요   다시 모든 게 가능하다니
마음이 가벼워요   결론이 하나뿐인 건
아니죠     아니죠   잘 있어요   잘 지내세요   감독/ 사피 네부   자막/ 서영지
번역/ 우아름   자막 제작
스튜디오210   자막 편집
진미디어   자막 제공
전주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