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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3년
 
 

 

이 이상은

 

바라지 않을게

 

참기 힘들어도
절대 손대지 않을게

 

넌 깨끗해야 해

 

널 더럽힐 순 없어

 

그러니까 넌 아직
순결한 거야

 

화심: 욕망의 꽃

 

그 사람 변했구나

 

지금은 힘든 시대니까요

 

날 안다고 말했다면서?

 

그 말을 하고 나니
예의를 차리더라니까요

 

바보 같아

 

저희가 신세를 많이 졌네요

 

바보 같은 소리
더 자주 찾아와

 

기쁘네요
시골은 별 볼 일 없거든요

 

연극도 보러 가고 싶어요

 

어디든지
곧 가족이 될 테니

 

그나저나 드릴 말씀이 있어요

 

네가 말씀드리렴

 

전공을 공학으로 바꿨습니다

 

후루카와 씨가 추천해주셔서
제때 전과할 수 있었어요

 

신세를 졌습니다

 

아마미야
언제는 꿈이 작가라면서요

 

이제 됐어, 소노코
작가를 하면 가난해지잖아

 

널 고생시키고 싶지 않아

 

나 때문에 바꿨다고요?

 

물론이지
널 위해서라면 뭐든 할 거야

 

거짓말하지 말아요
나 때문이 아니잖아요

 

사실은 징병당하기 싫은 거죠?

 

이과생은 전선에 안 선다고
아버지께 들어서 그렇잖아요

 

어떻게 그런 말을 하니?
사과해라

 

소노코

 

죄송합니다

 

1945년
 
 

 

언니

 

지금 같은 때에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아버지가 울고 계시더라

 

언니, 알고 있어?

 

일본이 전쟁에서 졌어

 

알아
그래서 생각하던 중이었어

 

지금까지 우리는
조국을 위해 살아왔는데

 

이제부터는

 

뭘 위해 살아가야 하지?

 

게다가 일본이
미국 영토가 되면

 

그때도 나라를 위해서
살아간다고 말할 수 있을까?

 

손님

 

손님

 

손님

 

아주머니

 

아주머니

 

1946년
 
 

 

소노코, 신부 차림을
아버지께 보여드리렴

 

우리 가문을...

 

뭐라고요?

 

소노코

 

내게

 

자손을 안겨다오

 

아이 말이죠?
걱정하지 마세요

 

소노코가 아들을
두 명 낳을 거예요

 

한 명은 아마미야
한 명은 이 집의 자손이 되겠죠

 

장인어른, 걱정하지 마세요

 

지금부터 제가
이 집을 지키겠습니다

 

아마미야 키요히코

 

소노코, 맹세할게

 

널 행복하게 만들어줄게

 

이제 잘까?

 

부끄러워하지 마

 

이 순간을 기다려 왔어

 

나도 처음이야
널 위해서 아껴왔어

 

정말이야

 

널 떠올리며
어떤 유혹도 뿌리쳤어

 

오늘은 그만해요

 

잘 잤어?

 

소노코

 

우리처럼 순결한 부부가
이 시대에 있을까?

 

세상에 알려도 좋을 만큼
어젯밤은 아름다웠어

 

 
 
 
 
 
 
 
 
 
 
 
1947년
 
 

 

저기
 
 
 
 
 
 
 
 
 
 
1947년
 
 

 

의사도 괜찮다고 했잖아

 

하지만

 

살살 할게

 

1948년
 
 

 

아마미야와 닮았지?

 

많이 변했다

 

그래도 궁금하네

 

언제까지 연기할 수 있을까?

 

연기라니, 말이 심하네

 

난 알아

 

뭘 안다는 거야?

 

언니의 본성

 

이상한 소리 하지 마

 

난 언니를
오랫동안 봐 왔어

 

언니 자신보다 내가 더
언니를 잘 알아

 

대학생 좀 됐다고
다 아는 듯이 말하지 마

 

왜 웃어?

 

행복한 아내인 척
하고 있지만

 

실은 행복하지 않겠지

 

말도 안 되는 추측은 그만해

 

역시 내 말이 맞구나

 

그럴 줄 알았어
사랑이 없으니까

 

사랑?

 

형부를 사랑하지 않지?

 

왜 형부와 결혼했어?

 

결혼 문제를
왜 부모님께 맡긴 거야?

 

처음에는 반대했잖아

 

왜?

 

너 결혼이라는 걸
낭만적으로 생각하는구나

 

넌 예전부터 그랬지

 

로코코식 난로에
장미가 꽂힌 화병

 

아이 이름까지 생각해 뒀었지

 

그게 어때서?

 

내게 결혼이란
일상의 사무적 계약이야

 

신혼의 행복 같은 거
믿지 않아

 

어머님들을 봐

 

부부 사이에서는
누군가 한 명이 희생해야 해

 

행복한 부부란
영화 속에나 있는 거야

 

우리 사랑이 점점 깊어지는군

 

 
 
 
 
 
 
 
 
 
 
 
1950년
 
 

 

교토로 이사한다니
승진한 거네?
 
 
 
 
 
 
 
 
 
1950년
 
 

 

회사에서
형부를 좋게 보나 봐

 

그런가?

 

지난 번에 왔을 때
그런 얘기 했잖아

 

그랬나

 

남편 직장 생활에
관심도 없어?

 

형부 참 불쌍하다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데

 

아내는 관심이 없네

 

나보다 네가 더
그이에게 관심이 많네

 

놀고 있으렴

 

읽었어?

 

아니, 방금 찾은 거야

 

그럼 읽어 봐

 

싫어

 

실은 읽고 싶잖아

 

왜 그래?

 

어쩌지?

 

나 정말 관심이 없어

 

'언니가 머리를 잘랐어요'

 

'언니가 감기에 걸려
이틀 내내 잤어요'

 

이리 와서 읽어

 

전부 언니 얘기야

 

형부가 매일 편지를 보냈는데

 

언니는 답장 한번 하지 않았지

 

언니 이야기를 써서
내가 답장한 거야

 

요코, 너...

 

딱하구나

 

미안해, 놀랐지?
괜찮아

 

할머니께 가자

 

교토에 정착할 때까지
마코토는 내가 돌볼게

 

교토
가와라마치 마루타 마을
 
 

 

누가 보고 있어

 

절 기다리신 건가요?

 

소노코 씨죠?

 

어떻게 아세요?

 

하야미 전기의 오치입니다

 

지부장님이시군요?

 

역시 당신이셨군요

 

전화하는 건 깜빡했어?
그럴려고 나갔다면서

 

 

담배 가게 못 봤어?

 

못 봤어요

 

늘 정신이 없다니까요

 

키타바야시 씨가
전화를 빌려줄 겁니다

 

키타바야시 씨요?

 

집주인이야

 

골목길에서?
평범한 여자애가?

 

요즘은 평범한 애들도
성매매를 하더군요

 

안타까울 뿐이죠

 

성매매가 아니었어요

 

그럼 뭐지?

 

자유 연애라고 하더군요

 

자유 연애?

 

전쟁에서 져서
진정한 자유를 얻었으니

 

사랑도 자유롭게 하는 거죠

 

사랑

 

시대가 변했어요

 

새로운 풍습처럼 말하는데

 

드러내느냐 숨기느냐
그 차이일 뿐이지

 

여러분은 잘 모르겠지만

 

옛날에는 침소에 몰래
들어가는 풍습도 있었어

 

그 시절이 더 자유로웠군요

 

그게 아니라

 

불임인 남편을 둔 아내를
도와주기 위한 풍습이었어

 

봉건적인 풍습일 뿐이야

 

또 어려운 얘기를 하는군

 

결국은 사랑과 욕망이
중요한 거야

 

오치 씨는 역시
좀 이상한 것 같아

 

역시라니요?

 

승진할 때마다

 

누가 뭐래도
교토에 남겠다고 했대

 

교토가 고향이겠죠

 

그렇지 않아

 

대학은 여기서 다녔지만
원래는 도쿄 출신이래

 

가족이 교토에 있나 보네요

 

그러면 왜 하숙을 하겠어?

 

하숙이요?
키타바야시 씨 집에서요?

 

왜 그래요?

 

요새 기분이 좋아 보여

 

다시 태어난 것처럼

 

기분 탓이겠죠

 

미안하지만 오늘은...

 

하고 싶지 않아요

 

왜?

 

그럴 기분이 아니에요

 

알았어
싫다면 그만 할게

 

오늘은 늦으니까
기다리지 마

 

다녀올게

 

상태는요?
의사가 뭐라고 하나요?

 

알겠습니다

 

네, 그렇게 해주세요

 

감사합니다

 

아들은 언제 온대?

 

가벼운 볼거리에 걸렸대요

 

잘됐네

 

볼거리는
어릴 때 걸리는 게 나아

 

아이가 있나요?

 

아들이 둘 있었지

 

없는 게 익숙해졌지만

 

자업자득이지

 

왜요?

 

아니에요

 

교토 사투리를 안 쓰시네요

 

도쿄 출신이거든
결혼해서 이리 왔지

 

여기서 오래 살았지만

 

고향 같은 느낌이 안 들어

 

남편분은

 

언제 돌아가신 건가요?

 

옛날 옛적이야
이제 20년이 다 돼가네

 

언제든 도쿄로
돌아갈 수 있지만

 

아직도 이러고 있네

 

소노코, 마작할 줄 알아?

 

조금이요

 

그럼 같이하자
아마미야는 늦게 오지?

 

네, 왜요?

 

오치 씨 말이야

 

자기가 할 접대를
아마미야에게 맡겼대

 

오치 씨도 마작을 좋아해
소노코도 괜찮지?

 

키타바야시 씨 차례입니다

 

이웃집 쇼다 씨 있잖아

 

시끄럽지 않아?

 

이웃집이요?

 

아코디언 소리 말이야

 

그 집 아들이 미대생인데
아직 백수래

 

미대생이 아코디언을 불다니

 

음대에 떨어져서
미대에 들어갔대

 

재능 없는 아이야

 

'론'입니다

 

당했다

 

쇼다 씨 맞죠?

 

 

소노코입니다
아마미야 소노코

 

키타바야시 씨의 하숙인이요

 

계속하세요

 

시끄럽지 않나요?

 

온 마을 사람들이
절 싫어해요

 

왜요? 전 좋은데요

 

당신을 그려도 되나요?

 

남자들이 자기한테
다정하게 대하지?

 

자기가 무기력해 보여서

 

눈에 밟히는 걸 거야

 

오치 씨

 

당신도 소노코가
눈에 밟히지 않아?

 

소노코, 너무 늦었어

 

아마미야, 자네도 들어 와

 

소노코, 빨리

 

오늘은 급한가 봐
들어가는 게 좋겠어

 

안녕히 계세요

 

대체 왜 그래요?

 

다시는 그 모임에 가지 마

 

왜 그런 얘기를 하는 거예요?

 

당신도 종종 갔으면서

 

아무것도 모르는 건
마을에서 우리 둘뿐이었어

 

모르다니 뭘요?

 

키타바야시라는 할멈
오치를 학생 시절부터 꼬셨대

 

20살이나 어린 남자를

 

오치의 혼담도 방해하고
비정상이야

 

너도 더러워질 테니
그런 불결한 집에는 가지 마

 

오치도 이상해
나이가 마흔이 다 됐으면서

 

소노코

 

괜찮아?

 

이런 일로 충격받다니
아직 세상을 잘 모르는구나

 

내 말 들어

 

이제부터 그 두 사람과
가까이 지내지 마

 

마코토 상태가 좋아졌나 봐

 

하지만 길이 머니까
조금 더 기다려야겠지

 

그래요

 

회사에서 전화하면
요코 씨가 받더라

 

장모님 혼자는 걱정되니까
같이 오겠대

 

소노코, 듣고 있어?

 

미안해요

 

왜 그래?
넋이 나간 거 같아

 

그렇게 보여요?

 

무슨 일이야?

 

 

말해 봐
무슨 일인데?

 

오치 씨를

 

좋아해요

 

뭐?

 

사랑하는 것 같아요

 

오치는 어떤데?

 

모르겠어요

 

모르다니

 

나도 몰라요
아직 말 안 했어요

 

오치를 좋아하는 사람
회사에도 많더군

 

어디가 그렇게 좋은 거지?

 

바람둥이라는 게 이런 건가?

 

당신이 착각한 거야

 

아이도 없고 나도 출근하니
외롭고 심심했겠지

 

그래서 헷갈린 거야

 

싫어요

 

오치 때문이야?

 

미안해요

 

소노코

 

진심이야?

 

진심이냐고!

 

대체 어떻게 된 거야?

 

혹시 또 임신했니?

 

마코토, 이리 오렴

 

착하게 지냈어?

 

병원에는 다녀왔니?

 

됐다

 

요코, 이불 개렴

 

그럼 당근 먹을래?

 

맛있으니까 먹어 보렴

 

내가 해 보마

 

마코토야, 입을 벌리렴

 

먹자

 

맛있구나, 다행이다

 

마코토, 이리 오렴

 

요코

 

너라면 지금
내 마음 이해하지?

 

나 너무 괴로워

 

이런 기분은 처음이야

 

요코

 

넌 이해해줄 수 있지?

 

무슨 일이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무것도 아니라니

 

신경쇠약인가 봐요

 

소노코

 

그만 돌아가렴

 

건강히 지내고

 

엄마, 기차 놓치겠어요

 

이만 가 보마

 

가자

 

저기요

 

절 그리고 싶다고 했죠?

 

 

제발 그만 해요

 

적당히 좀 해

 

우리는 부부야

 

왜 안 그려요?

 

그림 같은 건 관심 없어요

 

음악 공부가 하고 싶었죠?

 

음악도 관심 없어요

 

죽는 것도 일이니
사는 것 뿐이에요

 

될 대로 되라는 식이네요

 

지금은 당신도
똑같아 보이는데요

 

강변에서 처음 봤을 때는
이렇지 않았어요

 

기억나요?

 

립스틱 사러 가는 길이었죠

 

립스틱 때문에
행복했던 건 아니었죠

 

돌아가세요

 

그림 안 그릴 거잖아요

 

뭐하는 짓이에요?

 

좋아해요
전부터 좋아했어요

 

한 번만요
한 번만이라도 좋아요

 

이렇게 빌게요

 

소노코

 

지금까지 좋았던 건
사랑 때문이 아니었어

 

시험도 해 봤거든요
확실히 알겠어요

 

시험해 봤다고?

 

오치와 잔 거야?

 

아니요

 

그럼 누구와 잔 거야?

 

사랑하는 사람에게 안기면
어떻게 될까 궁금했어요

 

죽여줬으면 좋았을 텐데

 

도쿄로 돌아가자

 

소노코

 

함께 도쿄로 돌아가자

 

마코토와 셋이서
원래대로 사는 거야

 

여기서 있었던 일은 전부 잊자

 

소노코, 제발

 

그렇게 하자

 

요코가 도쿄 역에
마중 나와 있을 거야

 

나도 최대한 빨리
도쿄로 올라갈게

 

그때까지는 장모님과 지내

 

괜찮아질 거야

 

마코토 얼굴을 보면
전부 잊혀질 거야

 

왜 그래?

 

탯줄을 잃어버렸어요

 

마코토의 탯줄?

 

네, 이사 올 때
분명 가지고 왔는데

 

그럼 어디에 있겠지
곧 찾을 수 있을 거야

 

그럴까요?

 

잠깐 문주사에 다녀와 줘요

 

문주사?

 

마코토에게
부적을 사주고 싶어요

 

문주사는 평범한 절인데

 

부탁이에요

 

그럼 가는 김에
짐꾼들도 불러 올게

 

보고 싶었어요

 

조금 더 빨리 왔어야죠

 

당신이 날 좋아하는 줄
전혀 몰랐습니다

 

그 두 사람이
당신 이야기는 하지 않아서요

 

지금은 좀...

 

되도록 빨리 만나러 올게요

 

정말로 와줄 거예요?

 

 

이제 가 보세요

 

그 사람이 올 거예요

 

소노코를 탓하지 말아 주세요

 

돌이켜보면
제 잘못이 큽니다

 

제가 소노코를 정신적으로
압박했는지도 모릅니다

 

창살 없는 감옥에
소노코를 가두고

 

그 감옥을 조금씩
좁혀 갔는지도 모릅니다

 

소노코처럼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여자가

 

그런 압박을
견딜 수 있을 리 없었겠죠

 

이렇게 멋진 남편을 두고...

 

형부는 의지가 약해서
언니에게 무시당하는 거예요

 

소노코는
아버지를 닮아서 그래

 

대체 뭣 때문에 웃는 거니?

 

재밌잖아요

 

내가 아버지와 닮은 게
어머니에게는 최고의 치욕이잖아요

 

우리는 함께 할 수 없겠지?

 

키타바야시와 헤어질게

 

그런 게 아니야

 

그럼 뭐지?

 

소노코

 

난 들여다보면 안 되는 심연을

 

들여다보고 말았어

 

함께 들여다본 거야

 

소노코

 

1952년
 
 

 

소노코, 나야

 

들어가도 돼?

 

들어와요

 

내가 말했잖아
오치는 키타바야시를 못 버려

 

그놈은 겁쟁이니까

 

안 그래?

 

결국에는 당신만
상처 받게 될 거야

 

난 지금으로도 만족해요

 

돌아가자

 

도대체 왜...

 

그런 대접을 받으면서
오치와 끝내지 않는 거야?

 

미안해요

 

이혼해주지 않을 거야
당신은 아직 내 아내라고

 

마음마저 돌릴 수는 없을걸요

 

마코토는 어떡하고?

 

아이 엄마로서 책임을 져야지

 

마코토에게 미안하게 생각해요

 

마코토를 위해서라도
돌아와 줘

 

요코가 말한 대로군

 

당신은 뼛속까지 냉혈한이야

 

내가 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두 사람 결혼하세요

 

두 사람이라니, 무슨 뜻이야?

 

당신과 요코죠

 

바보 같은 소리

 

어떻게 그런 말을 해

 

당신은 그럴 자격 없어

 

당신 이미 요코와...

 

맞죠?

 

요코는 당신이 돌아와도
괜찮다고 했어

 

돌아오지 않는다면
확실히 하자고 하더군

 

기분 어땠어요?

 

요코와 자니까 좋았어요?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우리는 그런 사이가 아니야

 

그럼 무슨 사이죠?

 

그러니까...

 

왜 웃어?
진지하게 얘기하는데

 

재밌잖아요

 

뭐가 재밌어?

 

요코는 당신과
자고 싶어서 잔 거예요

 

그런데 당신은 그걸 무시하네

 

잘 모를 거예요

 

여자도 욕망이 있고
섹스를 즐기거든요

 

감히 여자가
그런 소리를 하다니

 

맞아요
요코도 그런 얘기 못 하겠죠

 

요코는 나와 달라요

 

망설이지 말고
요코와 결혼해요

 

그래야 내가 안심돼요

 

당신은 정말 나를

 

사랑한 적이 없군

 

1953년
 
 

 

당신은 몸에 있는 빗장이
전부 풀린 것 같아

 

무슨 생각하고 있어?

 

무슨 차이가 있을까?

 

상대가 누구든

 

내 자궁은
파렴치하게 신음하는데

 

다른 남자 있어?

 

딱 한 번이었어

 

딱 한 번?

 

한 번 이상이면
감정이 생겨버리니까

 

키타바야시와 헤어지지 않아서
날 괴롭히는 거야?

 

그게 아니야

 

그런데 왜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와...

 

사랑?

 

그런 건 당신에게도 없잖아

 

난 당신을 사랑했어

 

진심으로

 

하지만 첫날밤에
없어져 버렸어

 

그게 시작 아니었어?

 

같이 잔 게 벌써 몇 년째야

 

그냥 사랑한다고 해

 

알았어
당신이 그렇게 원한다면

 

사랑해

 

화났어?

 

우리 끝난 거야?

 

날 찾지 않을 거야?

 

사랑이 아니었다면
돈이라도 줘야겠군

 

다음에 오지

 

왜 그러니?

 

왜 그래?

 

언니

 

어머니도 재가 되는구나

 

어서 결혼해

 

정말 괜찮아?

 

넌 행복하지?

 

언니는 앞으로 어떡할 거야?

 

혼자 있으면 불안하지 않아?

 

언니

 

내가 죽어 불길에 휩싸여서

 

유약한 하얀 뼈가 드러나도

 

내 자궁만은
그대로 남아있지 않을까?

 

무라카와 에리

 

하야시 켄토 / 안도 마사노부

 

후지모토 이즈미

 

마리야 토모코

 

원작 세토우치 자쿠초

 

각본 쿠로사와 히사코

 

감독 안도 히로시

 

Origin by  Michael Archang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