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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막 : 윤 혜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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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scene.com/u/1191276)

 

"1940년 6월 3일
파리"

 

"프랑스, 뷔시
일주일 후"

 

6월의 폭풍과 함께
모든 것이 시작됐다

 

며칠 전

 

독일이 처음으로 파리 외곽에
폭격을 가한 것이다

 

겁에 질린 사람들이
피난길에 올랐지만

 

이런 시골에선 아직

 

전쟁이 와닿지 않았고

 

난 나만의 전쟁을
치르느라

 

정신이 팔렸었다

 

아직 준비 안 했니?

 

늦겠다

 

오늘 같은 날
외출해도 될까요?

 

물론이지

 

내 시어머니인
앙줄리에 부인은

 

우리의 패배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피난민들이 도착하기
시작했는데도 말이다

 

3년 전
난 아버지의 뜻에 따라

 

남편과 결혼해 뷔시로 왔다

 

가스통이 전장으로 떠나자

 

어머닌 내게
토지 관리를 가르치려고

 

매달 일요일마다
소작인들을 찾아갔다

 

농부들이
집에 있는 날이었으니까

 

제대로 확인하려면

 

조용히 들이닥쳐야 해

 

어머니는 그런
상황을 즐기셨는데

 

그때마다 너무 싫었다

 

아드님 소식은 들으셨나요?

 

아뇨, 일주일이 넘었네요

 

그쪽은요?

 

우리 아들들도 소식이 없네요

 

다들 파리가
무너질 거라는군요

 

그냥 떠드는 소리겠죠

 

모자라니?

 

부인, 농장이 넓어서

 

오빠들 없이는 많이 힘들어요

 

다음 달에 받게
여기 적어 두렴

 

한 집씩 봐주기 시작하면

 

우리 아들이 돌아올
집이 사라지겠죠

 

그럼 전쟁에 나간
의미가 없잖아요

 

가자꾸나, 뤼실

 

잘 있어요

 

집세 낼 돈도 없다면서

 

실크 스타킹을 신다니

 

너도 봤지?

 

냉혹해 보이겠지만

 

그런 사람들한테 만만해 보이면
우리 가산을 거덜 낼 거다

 

가스통이 돌아오면
네가 남편 대신 잘 관리했단 걸...

 

멈춰요

 

차 멈추라고요!

 

- 돌아가요
- 안 돼

 

감자도 사고
집세도 더 받아야 해

 

미친 것들

 

자루가 무거워 보이네요

 

괜찮아요

 

얼마죠?

 

4프랑요

 

고마워요

 

파리에서 오는 차들이

 

늘어났어요

 

아버지가 늘 그러셨죠

 

인간의 본성을 보려면
전쟁을 하라고

 

세상에

 

행렬이 얼마나 긴지
보고 오렴

 

계속 가요

 

계속!

 

실례합니다, 부인

 

아내가 몸이 안 좋아요

 

파리부터 걸어왔거든요

 

차에서 좀
쉬게 해도 될까요?

 

네, 그러세요

 

맙소사

 

우리 편이죠?

 

아뇨, 적군이에요

 

엎드려요!

 

안나!

 

안나? 안나!

 

- 고마워요
- 뤼실

 

어서 가야겠다

 

태워 주시면 안 될까요?

 

이봐!

 

내 차에서 떨어져!

 

뤼실, 어서 타!

 

내가 말하면
재깍재깍 움직여!

 

진짜 전쟁이었다

 

파리의 모든 게
뷔시로 내려왔다

 

시 전역이 점령당해서...

 

여자들과 아이들은
폭격을 피하고

 

식량을 찾아 이곳에 온 거다

 

물 좀 드릴까요?

 

하지만 적군도
그들을 따라왔다

 

비켜요, 비켜!

 

페랭 부인
가스통의 아내 뤼실이에요

 

썩 비켜요!

 

떠나야 해
놈들이 오고 있어!

 

"버려진 자들이여
독일군을 믿으라!"

 

프랑스 국민 여러분
이 고통스러운 시기에

 

모든 것을 빼앗기고

 

피난길을 가득 메운

 

피난민들에게

 

진심 어린 걱정과

 

위로를 보냅니다

 

통탄을 금할 길 없으나

 

이제 싸움을 멈춰야 합니다

 

오늘 밤 적군과
이야기를 나눴고

 

군인 대 군인으로서

 

전투를 끝내고 명예롭게

 

전쟁에 종지부를 찍을
준비가 되었는지 물었습니다

 

마을은 공포로 가득했고

 

군부대가 뷔시로 온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가스통의 서재에서
귀중품을 치웠다

 

시어머니는 아들의 물건이
독일군 손에 들어가느니

 

태워 버리길 바라셨으니까

 

뷔시의 교우 여러분

 

국가에 엄청난
비극이 닥쳤습니다

 

수백만이 고향을 떠났고

 

수천 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다음 시대의 주역인
수많은 젊은이의

 

생사가 불명합니다

 

오직 하느님만이
우리들과

 

빼앗긴 이 나라의
운명을 아시겠지요

 

우린 뭉쳐야 합니다

 

어떤 일에도
분열되어선 안 됩니다

 

하느님 아래

 

한 가족이 돼야 합니다

 

벌써 왔나 봐요

 

기도합시다

 

- 안나, 일어나
-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고

 

나라에 임하옵시며

 

뜻이 하늘에서 이룬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옵소서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옵시고

 

우리가 우리에게 죄지은 자를
용서한 것처럼

 

우리의 죄를 용서하옵시고

 

시험에 들지 말게 하옵시며
악에서 구하소서

 

아멘

 

페탱 장군의 권한으로

 

서명함으로써

 

프랑스 점령 지구의
새 헌법이 결의됐으며

 

이 법은 노동권과 가족권

 

조국에 대한 권리를 보장한다

 

너희는 패배했고

 

이제 우리가 통치한다

 

무기류는 모두
내일 아침까지

 

독일군 본부로 양도하라

 

총통께서 말씀하시길

 

'칼은 우리의 쟁기가 되고'

 

- '전쟁의 눈물로부터...'
- 여기 얼마나 있을까요?

 

- '미래의 세대를 위한...'
- 모르겠다

 

- '일용할 양식이 자라날 것이다'
- 독일 시간 따위 따를 수 없어

 

임시 숙소로 선정된 가정들은

 

집으로 돌아가
군인들을 맞이하라

 

쳐다봐서도
말을 해서도 안 돼

 

안녕하십니까?

 

부인

 

앙줄리에 부인

 

브루노 폰 팔크 중위입니다

 

미리 통보받으셨지요?

 

부인
크게 불편하진 않을 겁니다

 

침실과 서재면 충분합니다

 

실례합니다

 

죄송하지만

 

늦으면 안 돼서요

 

개 얘기는 없었는데!

 

통금 시간이다

 

집으로 돌아가라!

 

일용할 양식을 주신
하느님 감사합니다

 

또한 이런 풍요로움을
누리지 못하는 자를

 

가엾이 여기시고

 

위험으로부터 지켜 주소서

 

아멘

 

아멘

 

부인

 

피아노와 책상 열쇠를
주실 수 있을까요?

 

소중히 다루겠다고

 

약속하죠

 

마르트한테 드리라고 하죠

 

그럼 이만

 

이제 독일 국가를
연주해 대겠구나

 

지낼 곳은 찾았어요?

 

- 네
- 네

 

고마워요

 

"유대인의 압제를 경계하라"

 

이거 봤어요?

 

독일 화폐를 쓰고

 

9시 이후는 통금이래요

 

드골의 방송이라도
듣다 걸리면 사달 나겠네요

 

군인은 왔어요?

 

네, 장교요

 

좋은 집에 사는
대가라고 생각해야죠

 

그쪽은요?

 

안 왔어요

 

형편없는 집에 사는 혜택이죠

 

왜 날 저렇게 쳐다보죠?

 

몰랐어요?

 

당신 시어머니 때문에
거처를 외양간으로 옮기고

 

파리 피난민을 집에 들였대요

 

집세는 두 배 올렸고요

 

다음

 

이름, 직업, 주소?

 

브누아 라바리, 농부

 

몽모르 영지

 

다음

 

이름, 직업, 주소

 

- 자작 부인
- 브누아

 

- 자작님
- 이봐요

 

어제 부인이랑 아이는
교회에 왔던데 당신은 어딨었죠?

 

일했습니다
그게 뭔지 모르실 테지만

 

브누아, 저 사람들한테
말조심해

 

몇 대째 저들 소작인인
우리가 얻은 게 뭐야?

 

뇌물이 프랑스어로 뭐지
보네?

 

제 작은 선물이라고

 

생각해 주시죠

 

선물?

 

따로 얘기할 수 있을까요?

 

자칫 민감할 수 있는 문제라

 

보네, 이만 나가 봐

 

실례합니다

 

앉으시죠

 

- 편히
- 감사합니다

 

보네 씨가
저희와 함께 지낸다지요?

 

보네는 명문가 출신입니다

 

일부러 비슷한 출신으로
맞춰 드렸습니다만

 

물론이죠

 

뷔시의 모든 이가
법을 따라야 합니다

 

아무리 귀족에 시장이라도
마찬가지겠지요

 

제 부인 때문이에요

 

낯선 사람과 지내는 걸
많이 불편해해서요

 

다른 거로
보상하면 어떨까요?

 

그럼 보네는 어디로 가죠?

 

다른 곳을 찾아 드리겠습니다

 

제 소유인 라바리 농장에
머물게 하죠

 

들어가지 못해!

 

이제 익숙해져야겠죠

 

다른 모든 것들과도요

 

마을에는 오랜만에
남자들이 들어찼고

 

자식을 군에 보낸 어머니들은
경멸의 눈으로 바라보며

 

이들에게
저주를 내려 달라 기도했다

 

도와드릴까요?

 

하지만 젊은 여인들은 달랐다

 

미인이시네요
이름이 뭐죠?

 

셀린이에요

 

C, E, L, I, N, E

 

셀린, 잠깐 얘기 좀 할래?

 

제가 들어 드릴까요?

 

어차피 가는 길이에요

 

대꾸는 하시죠

 

여기 두면 안 돼

 

맘에 안 드실 거예요

 

있는 사람들은
다 이렇게 해요

 

시어머니는 마을 사람들과
고통을 함께하는 척했지만

 

역시 부자들은
수확물을 거둬들여

 

자기들 주머니만
채우기 급급했고

 

브누아와 마들렌 같은 이들은

 

기회가 있어도
음식을 빼돌리지 않았다

 

이거 받아요

 

음식이 남아서요

 

무슨 말인지 알죠?

 

남편이 그립겠어요

 

말할 사람이 필요하잖아요

 

맞아요

 

편지는 써요?

 

그이가 어디 있는지 몰라요

 

그래도 써요

 

기분이 나아질걸요

 

브누아는 가스통을
엄청 부러워해요

 

남자답게 싸우고 싶다나

 

정말요?

 

못 믿겠으면 직접 물어봐요

 

무슨 일이죠?

 

부인, 계획에 변경이 있어서

 

여기 머물게 됐습니다

 

불편하게 해 드려서
죄송하군요

 

거리가 너무 멀어서
아무도 안 온댔는데

 

저도 놀랐답니다

 

원래 대저택에
머물고 있었거든요

 

- 장교신가요?
- 중위입니다

 

여긴 농장이라

 

방이 지저분하고
물도 잘 나오지 않아요

 

제 걱정은 마세요

 

잘 지낼 겁니다

 

이 젊은 장교는
자신의 권력으로

 

브누아와 마들렌을
괴롭히는 걸 즐겼다

 

이미 그들의 삶은
망가질 대로 망가졌는데도

 

우리 집에 있는
군인은 어떠냐고?

 

난 매일 밤
그의 연주를 들었다

 

도무지 알 수 없는 곡이었다

 

화를 내야 마땅하지만

 

고요하던 집에 나타난
그의 존재가 위로가 됐다

 

소등!

 

"사랑하는 가스통
보고 싶어요"

 

부비

 

방해해서 미안해요

 

제 개는 아니에요

 

버려진 마을에 있던 녀석이에요

 

저 녀석은 프랑스인이란 거죠

 

피워도 되죠?

 

집이 참 예쁘네요

 

시어머니 집이에요

 

피아노는 당신 거겠죠

 

왜 그렇게 생각해요?

 

그쪽 시어머니는
음악 애호가처럼 안 보여서요

 

아버지가 주신 피아노예요

 

연주도 하나요?

 

그럼요

 

하지만 남편이 집을 떠난 후론

 

시어머니가 싫어하세요

 

앉아도 되죠?

 

당신이 매일 연주하는 곡요

 

- 무슨 곡인지 모르겠어요
- 모를 겁니다

 

- 음악 공부를 했는걸요
- 그래도 몰라요

 

당신이 작곡했군요

 

전쟁 전엔 작곡가였어요

 

그때 결혼도 했죠

 

- 결혼했어요?
- 결혼 생활 4년

 

군인 생활 4년이에요

 

부인이 많이 그리워하겠네요

 

아뇨, 그렇지도 않아요

 

이젠 아니에요

 

어머니?

 

좋아

 

이걸 찾아봐!

 

이리 와

 

부비, 이리 와

 

뭐 하는 거죠?

 

놓고 간 게 있어서요

 

그렇다고 멋대로 들어옵니까?

 

대답해요

 

미안해요

 

이걸 엿본 겁니까?

 

- 아뇨
- 아니에요?

 

- 정말이에요
- 읽어 봐요, 어서

 

읽어요, 어서

 

크게!

 

'담당자님께'

 

'블랑 씨는
다섯 자녀의 아버지로 7개월간'

 

'자기 나이의 반도 안 되는
여성과 성관계를 맺었으므로'

 

'외설죄로 체포해야 합니다'

 

'뒤부아 씨는 암시장에서
음식을 거래했고'

 

'아카르 씨는 공산주의자이며
거짓말쟁이, 동성애자입니다'

 

'그 피난민은
가톨릭 행세를 했지만'

 

'사실은 더러운 유대인입니다'

 

이게 뭐죠?

 

당신 이웃들이 보낸 것들이죠

 

우릴 맞이하려고
시청에 나와 있더군요

 

전부 뜬소문이에요

 

서로 불만이
쌓인 것뿐이라고요

 

태워 버려야 해요

 

나도 그러고 싶지만

 

소령님의 명령입니다

 

이걸 읽는 게 내 임무죠

 

가 봐요

 

네가 왜 가스통이랑
결혼했는지 모르겠구나

 

땅 때문이었니?

 

재산을 탕진한
네 아버지의 속셈이었겠지

 

아녜요

 

아버지는 죽음을 앞두고 계셨어요

 

제가 좋은 남자를
만나길 바라셨죠

 

돈 많은 남자겠지

 

제가 뭘 잘못했죠?

 

난 이 집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알아

 

정원에 가자고
물어본 것뿐이에요

 

바로 일어서서 나왔어야지

 

제가 방에서
나오지 않길 바라세요?

 

지조 있는
아내가 되란 말이야!

 

전 지금도 그래요!

 

그런데 어떻게 편히
숨이 쉬어지니?

 

저 짐승들이 네 남편을
쥐 잡듯이 잡았는데!

 

난 놈들만 보면
눈을 파내고 싶어!

 

무슨 일이에요?

 

방금 소식을 들었는데...

 

가스통의 부대가
독일 수용소에 있단다

 

네 남편이 전쟁 포로가 됐어

 

독일은 우리의 적이야

 

알아듣겠니?

 

 

부인

 

말 걸지 마세요

 

부인의 말을 믿었어야 했어요

 

이거 때문에 내 방에 온 거죠?

 

미안합니다

 

"매우 자유로운 템포로"

 

오늘 집세 받는 거
잊지 말아라, 뤼실

 

어서 가지
이러다 늦겠어

 

수영하러 갈까 하는데

 

수영할 줄 아나?

 

우리 평민들은
호수에서 수영 못 합니다

 

이런, 미안하군

 

자네 다리 말이야

 

어쩌다 그랬어?

 

말이 넘어지면서

 

다리가 부러졌죠

 

안 다쳤으면 전장에 나갔겠군?

 

그럼요

 

니체 왈 모든 남자는
전사가 되어야 한댔지

 

니체 읽어 봤나?

 

니체가 또 뭐랬냐면

 

여자는 전사를
즐겁게 해 줘야 한댔어

 

남편 다리는
결혼 전에 다쳤나?

 

결혼 후에요

 

냄새 좋네

 

내 침실에 꽃이나 둘까 봐

 

기분 전환 삼아

 

마들렌

 

가축 들이러 가야지

 

이봐, 내 침실에
꽃병 좀 놔 주겠어?

 

이게 다예요, 부인

 

옆집에 가면
두 배로 받겠네요

 

나도 어렸을 때 그 곡 배웠어

 

아버지가 가르쳐 주셨지

 

- 안나도 아빠한테 배웠어요
- 그래요?

 

- 아버님은...
- 그이는 둘째 딸이랑 있어요

 

곧 만날 거랍니다

 

오늘은 그만하자

 

밖에 나가서 놀래?

 

멀리 가면 안 된다

 

- 정말 예뻐요
- 고마워요

 

실례지만
비누를 빌려주시겠습니까?

 

씻으려고요

 

날씨가 참 좋네요

 

감사합니다

 

힘내요

 

저들과 가까이 있는 게
너무 두려워요

 

젠장!

 

어떤 놈이 군복을 훔쳐 갔어!

 

개자식

 

뒈져라

 

말도 안 돼

 

전부 없어졌어

 

어서 나와!

 

내 손으로 죽여 주마!

 

브누아, 앉아요

 

총 반납 안 했어요?

 

했죠

 

등록된 것만요

 

그러다 죽을 수도 있어

 

꼭 필요해요

 

여기 왜 왔는지 말씀드려

 

내 집에 있는 독일 놈요

 

마들렌을 노리고 있어요

 

당신네 장교한테
이야기해 줘요

 

그 사람이랑 말 안 해요

 

내가 듣기론 아니던데요

 

당신을 비난할 생각은 없어요

 

그놈만 내보내 줘요

 

부탁이에요

 

독일 병사 때문에
곤란을 겪고 있다고요

 

- 사과하죠
- 처리해 줄 겁니까?

 

제겐 그런 권한이 없습니다

 

같은 계급이거든요

 

우린 당하기만 하란 거요?

 

그런 뜻은 아닙니다

 

전쟁에서 진 마당에
여자들까지 뺏길 순 없어요

 

애초에 나라를
잘 지키지 그랬습니까?

 

제발요

 

말은 해 보겠지만

 

상황만 더 나빠질 겁니다

 

내 아내를
내버려 두라고 해요

 

더는 못 참습니다

 

우리 부대는 곧 떠날 텐데

 

당신이 날 싫어했다는
인상만 받고 가겠군요

 

싫어하지 않아요

 

그럼 나랑 차 한잔해요

 

당신들이 다 가져가서

 

남은 게 없어요

 

와인은요?

 

보네한테 말하죠

 

대신 나한테
시간을 내달란 것뿐이에요

 

나쁠 거 없잖아요?

 

시어머니한테 쫓겨날걸요

 

난 갈 데도 없다고요

 

교회에 가셨으니

 

30분 후에나 돌아올 겁니다

 

한 잔만 마시죠

 

어쩌다 군인이 됐어요?

 

군인 집안 출신이라

 

당연한 수순이었죠

 

형제들과 같은 날
입대했어요

 

형제들은 어디 있죠?

 

한 명은 폴란드에서

 

또 한 명은
노르망디에서 죽었고

 

막내는 바로 얼마 전
아프리카로 떠났어요

 

이런 식으로 희생돼선 안 돼요

 

그 누구라도요

 

난 그런 생각 안 해요

 

질문은 상황을
어렵게 만들 뿐이에요

 

전쟁을 지지하나요?

 

공동체 정신을
지지한다고 치죠

 

모두 인정하지
않으려 하지만

 

개개인의 행동은
아무 의미 없어요

 

당신을 보면
의미 있어 보이던데요?

 

언제 날 봤죠?

 

딱 2분만
전부 다 잊어버려요

 

 

뤼실

 

부인이 오고 계세요

 

정원으로 가요

 

어서!

 

천하의 독일군 장교를
이렇게 만들다니

 

흑사병도
쫓아 버리시겠네요

 

왜 불들을 다 켜 놨지?

 

고맙다는 말 하고 싶었어요

 

당신은 정말 친절해요

 

정말 오랜만에
이런 대화 나눴어요

 

고마워요

 

잘 자요

 

뤼실!

 

여기저기
다 떠벌릴 거죠?

 

이해 못 하겠지만

 

난 종일 일만 해요

 

사랑이라도 없으면...

 

어느 나라 사람이건
상관없어요

 

우리랑 똑같은 인간이라고요

 

저 사람들은
우릴 집에서 내쫓지도 않죠

 

- 당신이나 그렇지
- 시어머니가 그런 거예요

 

난 아니에요

 

정신 차려요, 뤼실

 

우리 남자들은
저들보다 나을 게 없어요

 

당신네 장교한테 물어봐요

 

어떤 편지들을 받는지
물어봐요

 

당신 남편 얘기는
뭐라고 쓰여 있는지

 

당신만 빼고 다 알아요!

 

"플뢰르 거리 6번지에
유대인이 3명 있습니다"

 

어쩌다 이런 데서
쫓겨난 거야?

 

내 말이!

 

지금 집은 최악이야

 

고마워

 

그래도 매력은 있지

 

그런데 농부 새끼는

 

야만인이 따로 없다니까

 

그 부인은?

 

여기 안주인보단
확실히 매력적이지

 

그렇지!

 

왜 묻는데?

 

젠장

 

네가 뭔데?

 

- 내 형이라도 돼?
- 그 여자 내버려 둬

 

설교하지 마

 

낙오자들 처형할 땐
이렇게 감성적이지 않았잖아

 

난 아무도 쏘지 않았어

 

난 쐈어

 

난 기꺼이 쐈고
넌 그걸 묵인했지

 

- 그땐 전쟁 중이었어
- 우린 여전히 전쟁 중이야

 

중위

 

언제부터 알았어요?

 

내가 전할 말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뤼실?

 

알고 계셨죠?

 

그 잘난 아들한테
결혼 전부터

 

여자가 있었다는 거!

 

어머님에 대한 편지도
굉장히 많아요

 

손주 타령하시더니
잘됐네요

 

하나 생겼으니

 

손녀 이름이 시몬이래요

 

이따위 비밀들은
혼자서 간직해요!

 

난 관심 없으니까

 

연주해 줄까요?

 

참 아름답네요

 

왜 그래요?

 

두 번 만난 남자랑
결혼해 놓고

 

그게 사랑이었다고
스스로를 속여 왔어요

 

내 마음이 죽어 있었던 거죠

 

이래선 안 돼요

 

뤼실?

 

가요!

 

부인께서 당장 보자세요

 

페랭 부인 기억하지?

 

그럼요

 

자유 지역에서
왜 돌아오신 거예요?

 

내 아들이 노르망디에서
전사했어요

 

독일군이 진격할 때요

 

얼마 전
묘지 방문 허가를 받았고요

 

안타깝네요

 

리옹은 어때요?

 

형편없죠

 

그래도 독일군이랑
같이 살진 않겠죠

 

그래요
같이 지낸다는 장교는

 

친절한가요?

 

전 상대 안 하지만
뤼실은 좀 알 거예요

 

잘됐네요

 

집을 급히 떠나느라
챙기지 못한 물건이 있어요

 

지금 독일군이
내 집에 있거든요

 

물건을 가져다주겠어요?

 

모두 차렷!

 

모두 차렷!

 

이게 뭐지?

 

창피한 줄 알아라

 

아수라장이로군

 

당장 청소해!

 

독일군의 보호라는 게
이런 거였어요?

 

뤼실

 

기다려요

 

나 좀 봐요

 

방금 일은
변명의 여지가 없지만

 

난 저들과 달라요

 

파손된 물품들이 있는데

 

어떻게 할까요?

 

곧 가겠다

 

네, 중위님

 

나랑 공통점을 지닌 사람은

 

당신이 유일해요

 

아뇨

 

의치 한 개와
만찬용 도자기 식기

 

추억이 깃든 살림살이까지

 

내가 적으로부터
되찾아온 것들이다

 

마을 사람들이
수군대기 시작했다

 

날 배신자라고도 했고

 

내 용기를 칭찬하기도 했지만

 

아무도 내
진심을 알지 못했다

 

거의 다 찾아왔습니다

 

파손에 대해선 사과드립니다

 

잘했어요

 

이 쓰레기들을 견뎌 내는
배짱 하난 인정해야겠군요

 

위층에 물건을 올려 주겠어?

 

목요일마다
이모님 댁에 가세요

 

- 그때 같이 있어요
- 그러죠

 

멈춰, 이리 와!

 

브누아 라바리

 

네가 도둑이었군

 

도둑놈

 

다른 방법이 있나?

 

우리더러 굶어 죽으라고?

 

감히 나한테 그따위로 말해?

 

말하는 것도 허락받을까?

 

나만 여기 오는 거 아니야

 

다들 와

 

점점 더 심해지겠지

 

- 당장 꺼져
- 닭 내놔

 

빌어먹을 닭 내놔!

 

독일 친구들이 오래
머물길 기도나 하셔

 

놈들만 떠나면...

 

내가 잡았어요

 

라바리예요

 

그냥 두라니까

 

총도 있더라고요

 

마을 사람들 다 있어
나도 그렇고

 

날 쏘려고 했어요

 

당신이 처리해 줘요

 

이 녀석들은 어디로 가지?

 

아프리카, 영국?
알 게 뭐야

 

그래서 얼마야?

 

3만쯤?
상태 좋으면 4만도 될걸

 

시장 가격의
반밖에 안 되는군

 

왜 신경 쓰는데?

 

신경 안 써

 

그래야지

 

다음 차례는
여기 사람들이니까

 

빨리 끝내 버리자고

 

보네 중위!

 

전쟁터에 적합한 놈으로 골라

 

석 달간 우린
그들과 함께 살았다

 

이제 더 이상은 무리다

 

서로 싸우든 증오하든

 

부디 우리만은 내버려 뒀으면

 

당신이 직접
말을 가져간댔잖아

 

무슨 짓을 한 거야?

 

어서 가
내가 시간을 끌게

 

얘들아, 이리 온

 

내려!

 

저쪽이다

 

브누아 라바리의
체포 영장을 가져왔다, 어디 있나?

 

들판에 나갔어요

 

너희 넷은 들판을

 

나머진 집을 뒤진다!

 

농부들은
너무 뻔하다니까

 

다들 똑같은 곳에
총을 숨기거든

 

이리 와

 

수용소에 잠깐
가 있으면 돼

 

관용을 베풀었으니
1년이면 될 거야

 

네 아내를 따먹기엔
충분한 시간이지

 

네가 부헨발트에서
삽질할 동안 말이야

 

뒈져라

 

움직이지 마!

 

안 돼요, 안 돼!

 

안 돼!

 

브누아!

 

마들렌

 

시어머니는 집에 계세요?

 

외출하셨어요

 

무슨 일이에요?

 

브누아가 어디 있는지
어떻게 알아요?

 

숲속에 오래된 산장이 있어요

 

숨겨 준다는 사람 없어요?

 

그래서 여기 온 거예요

 

날 보내 주긴 했는데
감시하고 있어요

 

감시당하고 있다면

 

여기 오면 안 되잖아요

 

브누아는 좋은 사람이에요

 

근데 아무도
그이를 돕지 않아요

 

빨리 움직이지도 못하니까

 

놈들이 곧 찾아낼 거예요

 

그러고 나서 죽이겠죠
안 그래요?

 

우릴 도와줄 사람은
당신뿐이에요

 

난...

 

미안해요, 난 못 해요

 

시어머니는 외출했다면서요

 

그 장교는 오지 않을 거예요

 

아까 광장에서 지나쳤는데

 

내 남편을 찾는
수색 팀을 지휘하더군요

 

창피한 줄 알아요!

 

내가 무슨 생각이었을까?

 

내 친구와 이웃이
동물처럼 사냥당하는 동안

 

난 환상에 빠져 있었다

 

부끄럽기 짝이 없다

 

흩어져!

 

여기서 뭐 해요?

 

군견이 냄새 추적 중이니까

 

이거 입고 날 따라와요

 

나가!

 

어서 나가

 

- 어서들
- 움직여!

 

어제 독일군 장교가

 

몽모르 영지 거주인

 

브누아 라바리에게
살해되었다

 

브누아에게
도피처와 식량을 제공했거나

 

그의 행방을
아는 사람은 반드시

 

지금부터 48시간 이내에
신고하기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즉시 총살형에 처한다

 

중위

 

얘기 좀 하지

 

들어갑시다

 

소령님

 

뷔시 주민들을 대신해
사과 말씀 드립니다

 

그런 일이 생기다니

 

상상도 못 했습니다

 

당신 입으로
놈이 공산주의자에

 

부인을 위협한 도둑이라더니
상상도 못 했소?

 

점령법에 따라

 

시민들의 행동은
시장이 책임져야 하오

 

즉 48시간 이내에
놈을 찾지 못하면

 

당신이 대신
처형당하게 될 거요

 

하지만 소령님

 

전 귀족입니다

 

- 그럴 순 없어요
- 잘 들어요

 

울프 장군께서 5명을 뽑아

 

처형하라셨지만

 

내가 설득해서
당신 하나로 끝난 거요

 

- 데려가
- 소령님!

 

소령님, 전 귀족이에요
말도 안 됩니다

 

소령님, 제발!

 

보네가 죽기 전날

 

동료 장교에 대해
할 얘기가 있다고 했네

 

그게 누군지 아나?

 

아뇨

 

모릅니다

 

자네가 처형을 담당하게

 

부하들을 시켜

 

샅샅이 뒤지도록 해

 

예외는 없네

 

저들에게 제대로 보여 줘

 

의심되는 건 놓치지 말고

 

어서 가 봐!

 

 

흩어져!

 

길을 비켜!

 

꼼짝 마!

 

낭만적이기도 하지

 

그자의 상관을
만나러 가야겠다

 

안 돼요

 

- 누가 또 알지?
- 아무도 몰라요

 

- 저 친구 부인도?
- 알리지 않았어요

 

나한테 먼저 물어봤어야지

 

할아버지가 전쟁 때
만드신 곳이야

 

어서 들어가

 

아무 소리 내지 말고

 

왜 도와주시는 거죠?

 

가스통의 옷을
입혀 놓으니까

 

내 아들 같더구나

 

그들이에요

 

부인

 

브누아 라바리를
찾고 있습니다

 

뤼실

 

뤼실, 시간을
낼 수가 없었어요

 

- 안 돼!
- 셀린, 멈춰!

 

구스타프

 

저쪽으로 가자!

 

밤새 숲을 수색했어요

 

알아요

 

- 중위님
- 그래

 

위층으로
올라가 보겠습니다

 

그래

 

뤼실, 말해 봐요
뭐가 잘못된 거죠?

 

내 실수예요

 

이게 뭐지?

 

이게 뭐야?
유대인이었어!

 

네 딸은 어디 있지?

 

- 어디 있어?
- 아빠랑 있어요

 

여기는 다시 오지

 

마음이 바뀐 거예요?

 

 

거짓말 말아요

 

중위님, 세탁실 장에서
뭔가 발견했습니다

 

보네 중위의
장례식이 열릴 텐데

 

테이블보가
충분하지 않습니다

 

빌려 가도 될까요?

 

어머니가 물려주신 거랍니다

 

원상태로 돌려주시길 바라요

 

물론이죠

 

챙겨

 

안나?

 

열어

 

이거 가져가

 

다음

 

이 여자는 아무것도 몰라

 

걱정 마

 

아직 시간이 있어

 

누군가 자백할 거야

 

- 브누아는...
- 알아

 

당신은 옳은 일을 했어

 

하느님께선 우리 마음을
잘 아실 거야

 

사랑해요

 

나도 사랑해

 

정렬!

 

주님의 자비로우신
사랑과 기름 바르는

 

이 거룩한 예식으로
성령의 은총을 베푸시어

 

이 병자를 도와주소서

 

아멘

 

아멘

 

조준!

 

발사!

 

해산!

 

그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고 믿었지만

 

결국 아니었다

 

우린 서로 다른 종이었다

 

함께할 수 없는 영원한 적

 

전쟁이 끝날 때까지
숨어 있을 순 없어요

 

죽음 따위 두렵지 않아요

 

명분이 필요할 뿐이죠

 

어쩌려고요?

 

내가 아는 사람들이 있어요

 

- 파리에
- 누구요?

 

조직적으로

 

대항하는 사람들요

 

검문소를
통과하지 못할 거야

 

- 사방에 깔려 있어
- 제가 데려가면요?

 

뤼실, 그건 안 돼요

 

내가 데려갈게요

 

통행증은?

 

어디 가는지 알아

 

독일군 창녀

 

그 사람 무사해요

 

여긴 무슨 일로?

 

통행증이 필요해요

 

파리에 가야 해서요

 

소작인 딸이 아파서

 

약을 가져와야 해요

 

시장 얘기는 들었어요?

 

 

내가 아주 싫겠군요

 

내가 당신이라도
그럴 테니까

 

그 소작인이...

 

당신 집에 왔었나요?

 

아뇨

 

이런!

 

내 부하가 독특한
담배 냄새를 맡았다면서

 

당신이 누군가를
숨기고 있다는군요

 

당신 생각은요?

 

아주 조금의

 

의심이라도 든다면

 

즉시 확인하는 게 내 임무죠

 

알아요

 

내 담배라고 했어요

 

아내가 준 선물이라고

 

통행증을
발급하라고 지시할게요

 

고마워요

 

우린 또 만날 거예요

 

군인이 아닌 모습으로...

 

알아보지도 못할걸요

 

몸조심하고

 

잘 지내요

 

그게 당신한테 중요한가요?

 

 

제겐 중요해요

 

이동 명령입니다

 

여기 있습니다

 

내일 아침 출발입니다

 

알았다

 

"'스윗 프랑세즈'
매우 자유로운 템포로"

 

이거면 충분할 거다

 

이건...

 

가스통이 남긴 거야

 

혹시 모르니 챙기렴

 

고맙습니다

 

가스통은 돌아올 거예요

 

반드시

 

고맙습니다

 

중위님

 

다 됐습니다

 

다만, 제가 맡은 담배 냄새는
중위님 것이 아닙니다

 

중위님 방엔 흔적이 없더군요

 

걱정 마십시오
제가 처리해 놨습니다

 

숨기는 게 있다면
검문소에서 발각될 겁니다

 

여자의 통행증에
차를 뒤지라고 써 뒀거든요

 

잘했군

 

소령님, 호텔 앞에서
슈타이너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행선지는?

 

어디로 가지?

 

파리요

 

통행증은?

 

여기 좀 와 봐!

 

혼자 처리해, 구스타프

 

여자잖아

 

밖으로

 

나와

 

트렁크 열어

 

열어

 

서둘러

 

엎드려요!

 

브누아!

 

날 잡아요

 

날 도와요

 

열어요

 

우린 서로의 감정을
단 한 번도 말하지 못했다

 

사랑이란 한 마디조차도...

 

전쟁이 끝난 후
그의 사망 소식을 들었다

 

어쩌면 그는 그냥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나처럼

 

브누아와 난

 

일주일 후 파리에 도착했다

 

우린 믿음을 위해 싸웠고

 

4년 후
프랑스가 해방됐다

 

난 내가 잃은 이들을
잊으려 애썼다

 

하지만 그 음악은 항상
날 다시 그에게로 데려간다

 

"'스윗 프랑세즈'는 나치의
프랑스 점령 당시 쓰인 책으로"

 

"미완성으로 남았다"

 

"1942년 원작자인
이렌 네미로프스키는"

 

"유대인이란 이유로 체포되어
아우슈비츠에서 사망했다"

 

"그녀의 자필 원고는
60년간 가방에 담겨 있었는데"

 

"그녀의 딸이 발견해"

 

"2004년에
'스윗 프랑세즈'로 출간됐고"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다"

 

"어머니가 살아 돌아오신 듯한
놀라운 감정이 든다"

 

"나치는 어머니의 정신까지
죽일 수 없었던 거다"

 

"이는 복수가 아닌 승리다"

 

드니 엡스탱-도플
(이렌 네미로프스키의 딸)

 

" 스윗 프랑세스 "

 

자 막 : 윤 혜 진

Modify by Blue-Bird™
(subscene.com/u/1191276)

Sync & corrections by Blue-Bi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