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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차가워

 

폭포다!

 

차가워

 

받아라

하..하지 마

 

조그만 폭포다

 

쩐다

 

나 폭포 처음 만지는 걸지도

난 만진 적 있었는데

웃기고 있네

꿈 속에서 말이야

 

야 하지 마

 

먹어라

 

클랐다 빨리 오래

왜 엄마야?

 

야유미

 

금방 시작한데
가자

 

아 왔다

 

뭣들 하는 거니

 

시작하겠다

 

미사키 씨가

44살이었나요?

 

너무 빨리 갔네요

 

병을 오랫동안 앓았으니까요

 

어쩔 수 없죠

 

어렸을 때는 대단했어요

 

공부도 얼마나 잘했는데

 

마지막 편지

 

미야기현 시로이시시 하치만쵸

 

이거 엄마 유서니?

아유미에게

 

아직

안 열어 봤어요

 

열어보질 못하겠어요

 

이거 언제적 사진이에요?

 

대학생 때야

 

언니가 사진을 별로 남기지 않았거든

 

아유미랑 완전 닮았다

 

모녀지간이니까

 

꼭 다시 태어난 것 같아

 

똑같애

 

엄마 있잖아

응?

나 한동안 여기서 지내면 안 돼요?

 

뭐?

 

아유미랑 같이 있고 싶어요

 

제발요

 

괜찮겠어?

 

 

저야 좋죠

 

정말?

 

그럼 그렇게 하자

 

아싸!

정말 고마워
고마워

할머니

할머니 할머니

정말 괜찮아?

할머니 할머니
아 할아버지

저 한동안 여기서 지낼께요

할머니

저 한동안 여기서 지낼거에요

아 그래?

- 천천히 있다 가렴
- 앗싸!

여름 방학 끝날 때까지 있어도 돼

괜찮겠어요 엄마?

그럼

아싸
시끄러운 거 없어진다

 

- 뭐라고?!
- 하지 마 하지 마

잘 부탁 드릴께요

- 나 간다
- 얌전히 있어라

 

안녕

 

잠깐만요

 

저기 이거

 

엄마 앞으로 온건데
어떻게 할까요?

 

동창회 안내문이에요

 

동창회라..

 

나카타가이 고등학교

 

옛날 생각난다

 

이거 이모가 연락해 볼께

 

미야기현 센다이시 이즈미구

 

에이토
다녀 왔습니다

다녀왔어요

 

어서 와

 

일은 좀 했어?

 

덕분에 마감에 맞출 수 있을 것 같아

 

미안해
같이 못 가서

 

괜찮아

 

소요카 거기서 지내기로 했어

 

한동안 아유미 옆에 있어주고 싶데

 

소요카가 먼저 말 꺼낸거 있지

 

소요카도 벌써 어른이 되가나 봐

참 소금은 뿌렸어?

 

앗 소금 잊어 버렸다

 

에이토
잠깐 와 봐

 

그거 밖에서 안하면
집안에 나쁜 거 들어온다

 

- 정말?
- 응

 

나쁜 거라니?

 

유령이나 악령

 

아빠가 잘 그리는 거 있잖아

 

- 괴물 같은 거?
- 그래 그래

- 귀신 같은 거?
- 그래 그래

나가자

 

처음은 가슴

 

다음은 등

 

하나 둘

 

치사해

 

뭐야 매일 하는 거잖아

 

덥다

 

- 오늘은 피곤하니까
- 응

 

내일부터 제대로 밤 새자

 

그게 뭐야

 

- 그래
- 좋았어

 

- 잘 자
- 잘 자

 

와 많이 모였는데

 

얼마나 고생했는데

 

근데 아직도 행방을
알 수 없는 애들이 많아서 말야

 

미사키 기억해?

 

토오노 미사키?
학생 회장?

 

그래
지금 어디있는지 전혀 모르잖아

 

아 그래?

 

- 뭐야 미사키야?!
- 미사키!!

 

오랜만이야

지금 니 얘기하고 있었는데

연락 안되서 걱정했잖아

니가 동창회에서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데

 

저 아닌데요

우리 시대 마돈나라고 하면
토오노 미사키 너 밖에 없단 말이야

 

그럼 여기서 스피치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우리 남자들의
최고의 히로인이라고 하면 이분죠

 

토오노 미사키

 

여러분 오랜만이에요

 

안녕하세요

 

고등 학교 시절은 저에게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 아주 많았는데요

 

이렇게

 

마이크를 향하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얘기하는 것은

 

고등학교 이후 처음인 것 같아요

 

오늘은

 

부디 재밌게 즐기셨으면 좋겠어요

 

왜 그래?
긴장했어?

 

미안

 

우리 나카다가이 고등학교는

 

3년 정도 전에
새로운 교사로 이전을 해서

 

구 교사는 곧 철거하게 되었습니다

 

없어지기 전에 보시라고
사진을 찍어서 왔는데요

 

잠깐 소개해 드릴테니
한 번 보시길 바랍니다

 

난 이제 갈께

 

왜?

 

집이 조금 멀어서

 

먼저 갈께
또 봐

 

여러 곳을 찾아 봤는데요

 

마침 여러분 들의
졸업식 카세트 테입을 찾았습니다

 

그럼 테이프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우리들은 졸업식을 맞이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은 우리들에게 있어서

 

아마도 평생 잊을 수 없는

 

둘도 없는 추억이 되겠죠

 

장래 희망은?
목표는 뭐니?라고 묻는다면

 

전 아직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괜찮다고 생각해요

 

우리들의 미래에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고

 

인생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선택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 있는 졸업생
한 명 한 명은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다른 누구와도 다른
인생을 걸어가게 될 것입니다

 

꿈을 이루는 사람도 있겠죠

 

이루지 못하는 사람도 있겠죠

 

괴로운 일이 있을 때

살아가는 게 힘들 때

분명 우리들은 몇 번이고
이곳을 떠올릴 게 될 겁니다

자신의 꿈과 가능성이
아직 무한하다고 생각했던 이곳을

모두가 동등하고
소중하게 빛났던 이곳을

 

졸업생 대표
토오노 미사키

 

안녕

 

안녕하세요

 

기억해?

 

네... 네

 

오랜만이야
잘 지내?

 

오랜만이에요

 

직접 말을 걸 수가 없어서
그만 쫓아와 버리고 말았어

죄송해요
인사도 안 하고

 

아냐

 

잠깐 얘기하고 싶은데

 

어디 가서 한 잔 하지 않을래?

 

아뇨
집에 가야되요

 

그래..

 

그럼

 

연락처 교환할까?

 

아..네

 

엄마
두 명의 엄마입니다

엄마
두 명의 엄마입니다
됐다

 

엄마..

 

엄마구나

 

네 죄송해요

 

 

이거

 

받아

 

소설가?! 대단해요!

 

별거 아냐

 

어떤 소설 쓰고 있어?

 

얘기하면 길어질 텐데

 

딱 한 잔만

 

버스 왔어요

 

저기

 

소설 읽었어?

 

무슨 소설..?

 

기억 안나?

 

뭐였지?

 

안 가르쳐 줘

 

뭐야 그게
궁금하잖아

 

다음에 또 만나면
얘기해 줄게

 

안녕

 

오늘 즐거웠어

 

마음 내킬 때 연락 해

 

알겠어요

 

널 아직도 사랑하고 있다면
믿을 수 있겠어?

 

아줌마 놀리지 마세요

 

다녀왔어요

 

다녀왔어

 

어서오세요

 

이게 뭐야
에이토

 

정리하자

 

네?

 

네?는 무슨
빨리 정리해

 

다녀왔어

 

응 어서 와

 

어땠어?

 

그게 말이야
큰일 났어

 

언니로 오해받았어

 

응? 왜?

 

벌써 25년이나 지났잖아

 

고등학교 시절 모습은 하나도 없더라

 

다들 늙어서

 

대머리 되고 뚱뚱해지고

 

화장도 진하게 하고
성형도 하고

 

언니 일은 제대로 말했어?

 

그러니까 말 못했다니까

 

정친 차리고 보니까
스피치까지 한거 있지

 

언니인 척하면서 말하고 왔어

 

그럼 너 뭐하러 간건데

 

내 말이
그만 얘기해

 

오토사카 쿄시로
25년 간 쭉 널 사랑하고 있어

 

왜 그래요?
괜찮으세요?

오토사카 쿄시로
25년 간 쭉 널 사랑하고 있어

 

괘..괜찮아

 

뭐야?

 

이거 뭐야?

 

뭔데?

 

뭐야 오토사카라는 사람?

 

그냥 선배야

 

25년 간 쭉 널 사랑하고 있어

이게 뭐야

그러니까
날 언니로 오해했다니까

솔직하게 말했으면 됐잖아

그러니까 말할 분위기가 아니었다니깐

그 분위기가 뭔데?

아줌마 놀리지 마세요는
또 뭐고!

 

마음대로 읽지 마!!

 

스마트폰 금지야!

 

이게 무슨 짓이야

 

에이토!
빨리 자!

 

아빠가 엄마 스마트폰 망가뜨렸어

 

왜 그래?

 

싸웠나 봐

 

안녕하세요
오토사카 쿄시로 님

 

그 후로 메시지 보내셨나요?

 

남편이 저와 당신 사이를
조금 오해해서

 

스마트폰을 망가뜨렸 버리고 말았어요

 

만약 메시지를 보냈다면

 

정말 죄송하지만 읽지 못했어요

 

이 말을 꼭 전하고 싶어서요

 

도쿄도 신주쿠구 카미오치아이

 

일방적인 편지를 보내서 죄송해요

 

답장은 필요 없어요

 

이쪽 주소는 쓰지 않고 보냅니다

부디 용서해 주세요

 

토오노 미사키

 

그리고 마지막에 말했던 책
뭐에요?

아무리해도 생각이 안나요

 

나중에 언제 만나면 가르쳐 주세요

 

글을 너무 서툴러서 죄송해요

 

부디 건강하세요

안녕히 계세요
토오노 미사키

괜히 미안하게 됐는데

 

뭐야 이 개는

 

응? 귀엽지?

 

아니 그게 아니라

어떻게 된거야?

이번에는 개 만화를 그리려고

 

시험 삼아서 사 봤어

 

시험 삼아서라니
두 마리나?!

 

 

그럼 누가 보살피는데?

 

당연히 당신이지

 

아유미 이것 봐

아유미 아유미

개야 개
봐봐

 

개야

 

귀엽다

이렇게 큰 개도 있구나

 

선생님

 

여기까지 썻는데 봐주시겠어요

 

그래

 

토오노 미사키

 

안녕하세요
오토사카 쿄시로 님

 

우리집에 거대한 개가 두 마리 생겼어요

 

남편은 이걸 제가 키우라고 합니다

 

아무도 벌이겠죠

 

당신 때문이라는 것은 아니지만

 

알리지 않는 것도 좀 그래서요

 

죄송해요
이제 편지 보내지 않을께요

 

이것도 무시하세요

 

빨리 빨리

잠깐 기다려

 

나다

네 어머니 금방 열어 드릴께요

 

할머니 오셨다

 

들어간다

들어오세요

오늘도 덥다

할머니 왜 왔어요

 

응? 근처까지 왔다가 들렀어

 

뭐야 에이토
키 또 큰 것 같은데

 

오랜만에 오셨네요
들어 가세요

그래

소지로는?

- 2층?
- 네

 

빨리 정리 해

 

뭐야 이 개는

아빠가 사왔어요

얘가 볼이고 얘가 조이에요

잠깐만요
금방 데리고 나갈께요

괜찮아 괜찮아

가까이 오지 마
무서워

목줄 그렇게 잡아 당기면
개 아프다

잠깐만 기다리세요
죄송해요

 

착하지
일로 와 일로

 

여보 어머니 오셨어요

 

자 이거 너희 선물

이게 헤이토 꺼
이건 소요카 꺼

응..소요카 어디 갔니?

지금 외갓집 가있어요

아 그래?

그럼 이건 다 같이 먹어

고맙습니다

 

에이토!

 

갑자기 무슨 일이세요?

동창회가 있어서

 

동창회요?

그래 고등학교

 

그러고 보니까 집사람도 얼마 전에
동창회 다녀왔어요

아 그래?

 

혹시 첫사랑 만나셨어요?

 

그런 사람 없어

 

넌?

 

뭐?

 

첫사랑 만났어?

 

무슨 얘기하는 거야

 

동창회에서 말야

 

안 만났어

 

- 엄마
- 응?

오늘은 꼭 주무시고 가세요

괜찮으면 일주일 묵으셔도 되고요

 

그렇게 말하면
진짜 그런다

 

우와 크다

이름은 조이야

제가 들께요

저 왔어요

 

우리 집에 이거 한 마리 더 있어요

 

- 잠깐만
- 네?

봐 달라니 언제까지?

 

설마 계속은 아니지?

 

그게...

 

계속 봐달라는 생각으로 데리고 왔구나

 

안돼 안돼
우리 집은 얘네들로 벅차서 안돼

그럼 어떻게 하라구

그럼 보호소에 데려갈 수 밖에 없단 말이에요

제가 보살펴 줄께요

 

정말?

 

그럼 전 도울께요

 

소요카

 

넌 여름 방학 끝나면 집에 갈 거잖아

 

안녕하세요
오토사카 쿄시로 님

 

본가에 돌아간 김에

추억의 고등학교를 탐험했어요

 

날아라

 

하나도 안 날라간다

소요카 여기

 

뛰어

 

뛰어

 

낙엽이다

 

이렇게 변하는구나

 

사진 찍자 사진

 

운동장과 학교 안을 걸으니

 

많은 일이 생각났어요

 

수고하셨습니다

 

사진을 동봉해요

 

토오노 미사키

 

안녕하세요
토오노 미사키 님

 

얼마 전 일은
정말 뭐라고 해야 좋을지

 

정말 죄송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상황이네요

 

역시 제 탓일까요?

 

대화 상대라면 언제라도

 

뭐 이렇게 편지를 주고 받는 것도

 

운치있고 좋네요

 

1993년
미야기현 나카다가이 고등학교

 

토오노 미사키

그런데 이건 본가 주소겠지요?

 

이쪽으로 편지를 보내면 전해질까요?

 

오토사카 쿄시로

 

어..할머니 어디 가셨니?

 

나갔는데

 

- 어디?
- 몰라

안돼 할머니 혼자 내보내면
위험하단 말이야

괜찮아
애들도 아니고

 

나이가 있으셔서
정신을 놓치실 때도 있단 말이야

아 치매요?

 

그런 말 안했어

 

정말 어디 가신거지

 

찾으러 갈래?

 

세퍼트가 더 좋지 않을까요?

 

그건 훈련 시켜야 된단 말이에요

 

완전 덥다

다리 끊어지겠네

 

찾았다
진짜 찾았다

 

- 아들 만화 그린다면서
- 네

 

진짜다
볼 네 덕분이야

 

얼마나 넣을까요?

대단하다
할머니 할아버지도 연애를 할 수 있구나

 

늘그막의 사랑이라는 걸까요?

 

늘그막이 뭐야?

- 늘그막이라는 건
- 아무것도 아냐

 

분명 친구 사이일거야

 

온다

숨어

그리고 말야

- 그 young 이라는 것을
- 네

느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뭔가 다른 느낌이 든단 말이지

빨리 숨어 빨리

 

다음에는 단풍이 무럭무럭 자랐을 때 와요

- 그래
- 그쵸?

- 좋겠다
- 10월쯤에

 

미행할까요?

됐어

 

너희들은 여기서
그래!

참배하고 와

에이토 볼 부탁할께

 

- 참배?
- 그래

참배를 왜 해야 하는데요

왜 라니
여기가 신사니까 그렇지

 

어른의 사정이라는 것 때문인가요?

됐고
엄마 것까지 하고 와

빨리 가

 

아무 것도 아니예요

 

가자 볼

 

가자

 

언덕길이 대단하네요

 

여기 어디지?

 

확하고 쳐들어가 버릴까?

- 좋아 좋아
- 안돼 절대 안돼

 

 

뭐 왔을려나?

 

엄마 앞으로 편지왔다

 

누가 보냈는데?

 

이거 절대 아무 일도 없는 패턴인데

이건 사건성 제로야

 

그냥 갈까?

가자 가자

 

- 아 재미없어
- 가자

가자 볼

 

저기 잠깐 기다려

 

이걸로 음료수라도 사 먹어

 

더우니까 수분 보충해야지

 

쓸모없는 거 사면 안된다

 

오늘 일은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된다

 

뇌물이군요

무슨 소리 하는 거니
누가 듣겠다

잘가
조심하고

가자

이거 100% 뇌물이다

 

뇌물!

 

네 괜찮아요

 

어머니 괜찮으세요

 

너구나

 

아는 분이세요

며느리예요

며느리분이세요?

 

그럼 뒷일은 부탁드릴께요

이거 받으시고요

자 타세요

 

키시베노 씨 들어오세요

 

이쪽으로 들어가세요

앉으세요

 

요추 추간판탈출등이라고 하는데요

쉽게 말해서 허리를 삐끗하셨어요

 

허리를 삐끗 하셨다고요?

 

다행이다 정말

 

많이 아파하셔서...

 

돌아가시는 줄 알았어요

한동안 고생 좀 하실 거예요

 

안녕하세요
토오노 미사키 님

 

얼마 전 일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씀을 드려야 할지

 

정말 죄송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상황이네요

역시 저 때문인 걸까요?

 

대화 상대라면 언제라도

 

뭐 이렇게 편지를 주고 받는 것도

운치있고 좋네요

 

이 사람 저세상이랑 편지 주고 받는 건가?

 

이모가 죽은 게
자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그럼 범인이라는 거야?

 

그러기에는 말하는 게 너무 밝은데

 

그런데 이건 본가 주소죠?

 

이쪽으로 편지를 보내면 전달될까요?

 

오토사카 쿄시로

 

누구지 이 사람?

 

돌아가신 걸 모르는 걸까?

 

응...

 

우리 엄마한테 물어볼까?

 

아니 그러지 마
그럼 재미없잖아

 

답장 써서 보내 볼까?

 

지금 나도 그 생각했어

- 그래?
- 진짜 써 보자

뭐라고 쓸까?

 

할머니

 

할머니 편지지 있어요?

응?

편지지 있어요?

편지지?

 

오토사카 씨 되시나요?

한 통 더 왔어요

 

고맙습니다

 

안녕하세요
오토사카 쿄시로 님

 

저와의 일 얼마나 기억하고 계신가요?

 

이쪽 주소로 보내시면되요

 

토오노 미사키

 

왔어 답장

 

답장 왔어

 

안녕하세요
토오노 미사키 님

 

당신을 얼마나 기억하고 있는지 묻는다면

 

그건 마치 어제있었던 일처럼

 

오히려 어제 일보다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어요

 

난 3학년 6월 달에
그 학교로 전학을 왔어요

 

고작 1년도 안되는 학교 생활이었지만

 

그곳에서 보낸 날들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이죠

 

얘들아 잠깐 소개할께

오늘부터 이 반에서 함께 공부하게 될

오토사카 쿄시로야

 

오토사카 쿄시로야
잘 부탁해

 

그럼 쿄시로 니 자리는
저기 앉으면 되겠다

 

 

내 자리는 창가 맨 끝자리

 

그곳은 남자 애들로부터
멀리 떨어진

여자 애들 줄의 맨 뒷자리로

 

얼마나 어색했는지 몰라요

 

그때

 

남자 중 가장 자리가 가까웠던
야에가시의 권유로

 

전 생물부에 들어가게 됐어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토오노 인사해

 

토오노라고 해요

 

여기는 신입 부원인
오토사카 쿄시로야

 

오토사카라고 해요

 

토오노 유리에요

 

유리랑은 여기서 처음 만났죠

 

안녕하세요
오토사카 쿄시로 님

 

시어머니께서 갑자기
허리를 삐끗하셨어요

 

남자친구 집에서 구급차를 타고 실려오셨어요

 

시어머니께서는 남자친구에 대해서
한 마디도 얘기하지 않으시고

 

저도 깨물을 수도 없어서

 

분위기가 엄청 어색해요

필요한 거 없으세요?

 

괜찮아

 

잠깐만

 

이것 좀 부쳐줄래?

 

알겠어요

 

그런 시어머니께서
저에게 편지를 부쳐달라고 하셨어요

 

분명히 러브레터일 거에요

 

그 세대는 어색함 없이 편지를 보내나 봐요

 

저도 편지가 많이 어색하지 않게 되었어요

 

전부 당신 덕분이에요

 

안녕하세요

- 편지왔습니다
- 감사합니다

왔어

 

안녕하세요
토오노 미사키 님

 

우리 생물 부원은

 

방과 후 근처 용수로에서

 

강도래목이나 플랑크톤을 조사했어요

 

그때는 이게 뭐가 재밌는 건지
전혀 몰랐지만

 

지금은 그것 또한 그리운 추억이네요

 

우리 누나 학생회장이에요

 

와 대단한데

 

대단하긴요

 

전 싫어요

왜?

 

항상 비교만 당하고

맨날 제가 지니까요

 

아 그렇구나

 

그 무렵 학교에서는

 

계절에 맞지 않게
감기가 맹위를 떨치고 있었어요

 

지역 봉사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재가 학생회장이야?

맞아

 

유리 언니?

맞아

 

여러분 공부하랴 부활동하랴
바쁘겠지만

분명 새로운 만남과 발견이

 

그럼 한 번 더

 

너희 언니 어떻게 생겼어?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그게 아니라
계속 마스크를 하고 있으니까

 

언니 좋아해요?

그런게 아니고

 

얼굴을 본 적이 없어서

 

우리 집에 사진 있어요

 

집 근처인데 보러 가실래요?

 

뭐?

 

- 가요
- 그래

 

이거에요

 

이게 언니에요

 

이건 제가 3살일 때

 

이건 유치원 때

 

이게 요즘 언니에요

 

이걸로는 잘 모르겠죠

 

뭐랄까 더 궁금해졌는걸

 

수박 드실레요?
수박

응?

수박

 

조금만 있으면 언니 올 거예요

 

오면 얼굴 보여 달라고
부탁해볼까요?

아니 그건 아냐

 

그만 가봐야겠다

 

언니 금방 오는 거지?

 

아뇨 아직은 안 와요

 

- 드세요
- 응

 

마실 것도 드릴까요?
보리차를...

아니 이제 가봐야 돼

 

부활동도 아직 안 끝났고 말야

 

고마워

 

어라

 

- 언니
- 뭐?!

 

유리 너 뭐해?

 

누구야?

 

오토사카 선배야

 

생물부

 

전학 온 지 얼마 안 됐어

 

둘이 사이좋게 데이트하는 거야?

 

아니거든 그쵸?

 

부활동 하는 거야

 

저기 성이 뭐야?

 

오토사카야

 

반가워
유리 언니 미사키라고 해

 

인사할 때는 마스크 벗어야지

 

토오노 미사키야

 

그럼 내일 학교에서 보자

 

그래

 

이쁘죠?

 

동생인 제가 말하기는 뭐 하지만

 

우와 대단한데

 

혹시 관심 있으면

 

러브레터 써보세요

뭐?

 

러브레터요

제가 전해드릴게요

러브레터?

 

아무리 그래도 러브레터는 좀..

 

안녕
토오노 미사키

 

얼마 전에 동생이랑 같이 만났던

오토사카 쿄시로야

 

동생한테는 항상 신세지고 있어

 

전학 온지 얼마 안돼서
아직 모르는 게 많아

 

이 학교에 대해서
이 마을에 대해서

 

많은 걸 가르쳐 줬으면 좋겠어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

 

이거 언니한테 쓴 편지야

 

토오노 미사키에게

그후 당신에게 끈질기게
보냈던 러브레터는

 

이렇게 시작되었어요

 

글이 너무 길어졌으니까
다음에 또 편지할께요

 

다음 내용 궁금하다

 

 

안녕하세요

 

얼마 전에는 고마웠어요

 

키시베노 허리 삐끗했다면서요

 

 

저기 편지 받으셨나요?

 

답장이 없어서
걱정돼서요

 

걱정하셨군요

 

구급차 불렀을 때 넘어져서

 

손을 움직일 수 없게 됐어요

 

아...아프겠다

 

서서 얘기하기도 뭐하니까
들어 오세요

자 들어와요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몽 생 미셸은 프랑스 서해안의

생말로 만 위에 떠있는 작은 섬과

 

그 위에 서있는 수도원이다

정말 그런 게 적혀 있어요?

 

이걸 첨삭해서 다시 보내줘야 해요

 

그거 뭐에요

 

영어 공부 하는 거에요?

 

제가 원래 고등학교 영어 선생님이었거든요

 

얼마 전 오랜만에
동창회에서 제자들을 만났는데요

 

다시 선생님한테 수업을 받고 싶다고
농담을 하길래

 

저도 그만 언제든지 찾아와 라고 했는데

 

당신 시어머니가 정말로 찾아와서
깜짝 놀랐어요

 

이제 와서 영어 공부해서
어쩔 셈인 걸까요

 

답장을 써줘야 되는데

 

손이 이래가지고
글을 쓸 수가 있어야지요

 

거기에 either에
빨간선 좀 그어 줄래요

 

 

거기는 both고

 

그리고 or는 end로

 

either or 로 하면

 

몽 샹 미셀은

 

작은 섬이나 수도원
둘 중 하나의 의미가 되버리니까요

 

그리고 nunnery에 빨간선을 긋고

 

그렇구나

 

재밌는데요

 

어머니께서는 분명히
이 순간이 즐거우셨을 것 같아요

 

그럴까요?

 

들어와

 

편지 왔어요

 

그래?

 

여기요

 

고맙다

 

편지왔어요

 

들어와요

 

문 열려 있던데요

 

안녕하세요
하토바 쇼죠 선생님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다음 영문을 첨삭해 주세요

 

오늘은 베르샤유 궁전에 대해서
적혀 있네요

 

왔다

 

- 안녕하세요
- 편지 왔습니다

 

- 수고하세요
- 고맙습니다

아유미

다음 내용 왔다

 

안녕하세요
토오노 미사키 님

 

난 너에게 쓴 편지를

 

유리에게 부탁했어

 

과연 몇 통의 편지를
너에게 전해줬을까

 

안녕하세요
오토사카 쿄시로 님

 

제 동생 기억하세요?

 

이름이 유리였는데 말이에요

 

별로 눈에 띄지 않는 아이였어서

 

벌써 잊어 버리셨을까요

 

옛날에 고등학생 때

 

동경했던 사람이 있었는데요

 

그 사람은 제 언니를 좋아해서

 

러브레터를 써서는

 

언니한테 전해 달라고

 

저한테 부탁하는 거에요

 

너무하죠?

 

저기 선생님

 

선생님댁
주소 빌려 써도 될까요?

 

선생님

 

여기 주소 좀 빌려도 될까요?

 

그러세요

 

답장은 필요없지만

 

만약 답장을 하고 싶은 경우에는

 

이 주소로 보내 주세요

 

마음이 내키면 답장 주세요

 

토오노 미사키

 

안녕하세요
토오노 미사키 님

 

첫사랑 참 무섭더라

 

그건 불안이나 공포와 비슷한 느낌이었어

 

마치 지구가 널 중심으로
돌고 있는 것 같았지

 

난 네 인력에 사로 잡혀서

 

매일

 

너에 대한 생각만 하게 되었어

 

안녕
토오노 미사키

 

끈질기던 감기
드디어 나았구나

 

축하해

 

내 취미는 독서야
나츠메 소세키 전집

 

나츠메 소세키를 좋아해

 

넌 무슨 책을 좋아하니?

 

동생은 잘 지내?

 

벌써 결혼 했으려나?

 

아이는 있어?

 

너는

 

잘 지내?

 

 

안녕

 

어떻게 여길...

 

니가 편지에 주소 썼잖아

 

혹시 여기 너희 집 아니야?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 집이요

 

잠깐 기다려 주시겠어요

 

 

큰일 났다

 

아무 것도 없잖아

 

왜 그래요?

 

와 버렸어요

 

누가?

 

첫 사랑이 와 버렸어요

 

근데 화장품이 하나도 없다니
망했어요!

 

키시베노가 놓고간 립스틱이

 

아마

 

이거 쓰세요

 

감사합니다

 

근데 왜 이런 걸 놓고 가지..

 

너무 빨갛다
다 늙으셔서는

 

나쁘지 않은데

 

죄송해요
기다리게 해서

 

어떻게 할까요

 

저쪽에 공원이 있는데
거기서 얘기 할까요

 

여기서 얘기해요

 

누가 보면 안 좋잖아요

 

난 잠깐 산책 좀 하고 올 테니까

 

감사합니다

 

실례하겠습니다

 

뭐 마실래요?

 

아니 괜찮아

 

편지 읽었어요?

 


매번 즐겁게

 

죄송해요 정말

 

재미없는 주부의 불평 얘기만 늘어놔서

 

여기서 편지 썻구나

 

보지 마세요

 

으악 창피해

 

잘 마실께

 

그러고 보니까
그 책 생각이 나질 않더라고요

 

무슨 책이에요?

 

내가 쓴 소설

 

미사키라는

 

미사키?

 

네가 모델이 된 소설이야

 

잊어버릴 수 없을 것 같은데

 

너 말야
동생인 유리지?

 

네?

 

미안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

 

동창회에서 봤을 때부터

 

왜 다들 몰라 봤을까

 

알면서 모른 척 한 거예요?

 

빨리 말해 주셨어야죠

 

근데 미사키는?
지금 어디있어?

 

본가?

 

언니는

 

죽었어요

 

언제?

 

한 달 전에요

 

7월 말이었어요

 

사실은 그걸 전하기 위해서
동창회에 간 거 였어요

 

그런데 전혀 말 할 분위기가 아니라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돌아와 버렸어요

 

참...죽었다니

왜?

 

병을 달고 살았는데

 

마지막은 스스로

 

주위에는 병으로 죽었다고 알렸지만요

 

그렇구나

 

숨겨야만 하는 걸까요?

 

이건 잘 모르겠더라고요

 

우리

 

사겼었어

 

대학생 때

 

아..그래요?

 

그걸

 

소설로 썼어

 

미사키라는 제목으로

 

그런데 그 책이
작은 상을 받아 버려서

 

차기작을 쓰려고

 

노력했는데

 

좀처럼 미사키의 환상에서
벗어날 수가 없어서

 

정신을 차리고 보니

 

한심하게도

 

계속해서 미사키에 대해서만
글을 쓰는 내가 있었고

 

결국 똑같은 내용만 반복해서 쓰다가

 

여태껏

 

출간한 책은

 

한심하게도 미사키 한 권 뿐이야

 

지금 쓰고 있는 소설도 말이야

 

미사키에 대한 얘기인데

 

그걸 미사키가 읽어주길 바랬어

 

그걸 미사키가 읽어 주고 나면

 

소설 쓰는 걸 그만두려고 했어

 

전혀 몰랐어요

 

언니랑은

언니가 대학교에 들어갔을 무렵부터

조금 소원해져서

 

대학교 시절에
사랑의 도피를 하듯이 결혼을 했는데요

 

아토에요?

 

아토 요이치

 

아세요?

 

대학교 때 조금..

 

아직도 뭐하는 사람인지 잘 모르겠어

 

정말로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이었어요

 

일도 하지 않고

 

언니한테 기생해서 살고 있는 것 같은

 

폭력을 끊지 못하는 사람이었는데

 

언니는 또 그런 말을 못하는 사람이라서

 

어느 날 야유미가 저희 집에 찾아왔어요

 

언니의 외동딸이요

 

보니까

 

아유미의 얼굴이 부어있었어요
눈 주위가 이렇게

 

깜짝 놀라서
어떻게 된 거냐고 물어보니까

 

엄마를 도와달라고 하는 거 있죠

 

처음에는 사소한 부부싸움이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집에 가보니까

 

초췌한 언니가 있었어요

 

그 남자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우리들을 집에 들이고

차가 다 떨어졌다면서
사러 나가고는

 

그 후로 돌아오지 않았어요

 

그래서?

 

아직도 어디로 간건지 전혀 몰라요

 

언니는

 

그런 남자한테 언니는 인생을 짓밟혔어요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지 못하고

 

몇 번이나 손목을 그으면서

 

자살 미수를 반복했어요

 

그리고 결국에는 산 속에서

 

분해요

 

당신과 결혼했다면

 

도쿄로 돌아가세요?

 

아니 잠깐 가보고 싶은 곳이 있어

 

취재에요?

 

옛날에 미사키가 살았던 근처에 가보려고

 

이제 아무도 안 살걸요

 

건물 자체가 있을지 없을지

 

장소는 아세요?

 

주소 아는데요

 

- 응 키타 이치방쵸잖아
- 맞아요

 

알아
예전에 편지 보낸 적 있거든

 

그 소설은 읽을 수 없나요?
미사키라고 하는

 

이미 절판이 돼서 살 수는 없을 거고

 

마약 괜찮으면

 

읽어 봐

 

감사해요

 

소설가의 세계는 잘 모르겠지만

 

언니에 대해서 계속 써주세요

 

언니인 척하고 편지를 썼더니

 

뭔가 언니의 인생이
아직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조금 들었어요

 

누군가가 그 사람에 대해서 계속 생각한다면

 

죽은 사람도 살아 있는 게 되지 아닐까요

 


그럴 수도 있겠다

 

미사키
오토사카 쿄시로

 

언니의 어디가 좋아요?

 

응 어디라니?

 

글쎄

 

즉 이런 얘기를 쓰면 되지 않을까요

 

저런 점이 좋다던가
이런 점이 좋다던가

 

즉 이렇게 많이 널 좋아한다고 말이에요

 

지금까지 쓴 걸로는 부족한 걸까?

 

한참 모자르죠

 

너 읽었어?

 

- 안 읽었어요 안 읽었어요
- 그럼 어떻게 알아?

 

안 읽었어요
그게...

 

언니가 읽어 줬어요

 

그니까 내 잘못 아니에요

 

너네 언니 정말 너무한다

 

뭐 괜찮아

 

용서할 거야

 

무슨 짓을 당해도
용서할 거야

 

정말 좋은가 봐요

 

괜찮아?

 

힘들어

 

아 뜨거
너무 심한데

 

오늘은 빨리 집에가

 

저기 말이야

있다가 학생회 모임이 있는데

- 응
- 대신 가 줄 수 있어?

 

그래

 

- 안녕
- 안녕

 

저기 오늘은 야에가시 대신 왔어

 

그 자식 감기 걸렸거든

 

아 그래?

 

요즘 계절에 맞지 않게
왜 감기가 유행하는지 몰라

 

나 때문인가?

 

그럼 책상 배치하는 것 좀
도와줄래?

 

그래

고마워

 

저기 이걸 옆으로 붙이고

 

그럼 저쪽도

 

저기

왜?

저기

 

편지 읽었어?

 

편지?

 

무슨 편지?

 

아니
아무 것도 아냐

 

내 편지 어떻게 했어?

 

언니한테 안 전해줬지

 

언니 아무 것도 모르던데

 

나 놀린거야?

 

아니에요

 

그럼 뭐야

 

언니한테는 어제 전해줬어요

 

이거

 

언니가...

 

언니가 선배한테 솔직하게 말하라고 했어요

 

언니가 준 편지?

 

아니 그건 제가...

 

선배가 좋아요
저랑 사겨주세요 -토오노 유리-

 

미안

 

몰랐어

 

 

204호

 

분명 여기였는데

 

역시

 

다른 누가 살고 있는 건가

 

- 깜짝이야 죄송해요
- 아뇨 괜찮습니다

 

무슨 일이세요?

 

죄송해요

 

저기 예전에 여기
살았던 사람이랑 아는 사이인데요

 

미사키 씨요?

 

아세요?

 

아뇨 직접적으로는..

저희 남편의 전 부인이었는데요

남편이라면?

 

아토요

 

아토?

 

아토 요이치요?

지금 여기 사나요?

 

 

언제부터 여기 살고 있나요?

 

언제부터라니 글쎄요..

 

한참 되지 않았을까요

 

지금 일하고 있는 중인데
연락해볼까요?

 

아니 저기...

 

들어오세요
덥죠?

 

실례하겠습니다

 

답장왔어요

 

누구?

 

참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오토사카에요

갑을 할때 을자랑
언덕길 할때 판자요

 

히라가나로 써 버렸어요

 

괜찮아요

 

잠깐만 기다리세요

이 사람 답장은 빠르거든요

 

뭐 하시는 분이세요?

 

소설가에요
인기는 없지만

소설가라니 대단하네요

인기는 없어요

 

이 책 쓴 사람이에요?

 

네 맞아요

 

저기

 

아토는 여전한가요?

 

제멋대로 사나요?

 

자기 멋대로죠
아시잖아요?

 

아 그래요

 

밖에서 한 잔 하고 싶은 것 같은데요?

 

저 여기서 일해요

아 그러세요

 

그럼 전 이만

 

참 술 너무 많이 먹이지 마세요

저 사람 취하면
저한테 달라 붙으니까요

 

어세 오세요

 

오랜만이야 오랜만

잘 지냈어?

 

갑자기 무슨 일이야?

 

그게

 

취재하러 왔지?

소설 소재 찾으러 왔구만

정곡을 찔렀지?

 

뭐 마실래?
일단 맥주?

 

 

저기요

생맥주 하나랑

매실 츄하이 줘요

알겠습니다

생맥주 하나랑 매실 츄하이 하나

 

몇 년 만이지?

 

20년 정도 만일까요

 

우리 집은 어떻게 알았어?

 

옛날에

 

미사키한테 연하장이 온 적이 있어요

거기 주소가 적혀 있었고요

그렇군

 

아직도 살고 있는 줄을 줄이야

 

깜짝 놀랐어요

 

아무데도 갈 곳은 없어

 

나왔습니다

 

너무 빨리 나오잖아

 

분명히 만들어 둔 걸거야

 

맥주는 젓가락으로 휘져 어서

거품 내서 가져온 거고

정말이야

 

건배

자 건배

 

날 보러 온 거 아니지
사실은

 

그녀석 만나러 온 거잖아

 

모르는 여자가 나와서 깜짝 놀랐지

 

몰라요?

 

미사키

 

죽었어요

 

1달 정도 전에

 

자살했데요

 

선배

 

당신

 

우리 학교 학생도 아니었잖아요

 

당신

도대체 정체가 뭐에요?

 

뭐야

 

마치 그 녀석이 죽은 게
나 때문이라는 거야?

 

그럼 아니에요?

 

맞아

 

내 잘못이야

 

하지만

하지만 네 잘못은 아냐

 

넌 말이야

 

그 녀석의 인생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했어

 

뭐야

네가 그 녀석과 결혼했다면

행복하게 만들어 줬을 거라고라도
생각하는 거야?

 

소설 한 권밖에 쓰지 못한
인기없는 소설가가 주제에

아냐?

 

그 녀석한테 차였기 때문에
그 소설이 있는 거 아냐?

 

네가 차이지 않았으면
그 소설조차 없다고 네 인생에 말야

 

즉 그 소설은

나와 그 녀석이 준 선물인 거야

 

네 인생에 보내 준

위대한 선물인 셈이지

 

아냐?

 

재미없는 여자였어

 

항상 겁먹은 눈으로 날 쳐다봤지

 

가끔 손도 대게 되더라고

 

아유미란 딸이 있는데

 

이 녀석이 또

짜증나게 순진무구한 눈으로 쳐다보는 거야

 

그런 눈으로 바라보면

내 자신이 정말로

 

더럽고

혐오스럽고 쓸모없는
인간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내 집이라고 여기는

 

제발 나가
제발 나가라고 화를 내길래

 

내 발로 나갔어

 

한동안 이곳저곳 어슬렁거리다가

 

한 달 정도 지나고
집에 들어갔더니

 

이미 아무도 없었어

 

아무도 없었어

 

조금 전에 너도 말했잖아

뭐였지?

 

넌 정체가 도대체 뭐냐고

 

뭔가가 되고 싶었던 난

스스로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가 되었어

 

남편도 아니고 아빠도 아니고

 

제대로 일도 하지 않고

 

모든 것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재밌지?

 

소설에 써

 

속편을 쓰란 말이야

 

하지만 이번에 너 따위는 어디에도 없을 걸

 

이번에는 네 1인칭으로 쓰지 말라고
알겠어?

 

사람의 인생이란 말이야

 

그깟 하찮은 책에 담을 수 있는 게 아니야

 

이제 여름방학 끝나겠다

 

또 놀러 와

 

- 나 말이야
- 응

 

조금 더

 

여기 있을까 고민 중이야

 

조금만 더 아야유랑 있고 싶어

 

학교는?

 

전학 올까?
어때?

 

정말 그렇게 되면 기쁘겠지만

소요카 너 나 걱정하는 거야?

 

그렇다고 할까

 

전혀

 

그런건 전혀

 

조금 그건 오히려

 

부담된달까?

 

소요카랑 같이 있는 건 즐겁지만

 

그냥 또 주말에

 

놀러와도 되는 거잖아

 

학교 따위 안 갈 거란 말이야

 

뭐?

여기 싸인해 줘요

 

고마워요

 

이 책 재밌어요?

 

글쎄요

 

읽어 볼게요

 

들렀다 갈래요?

 

아뇨

 

- 너무 덥다
- 그러게

 

저기 잠깐만

 

저기

 

너희들 말이야

 

쿄시로 씨세요?

 

응?

설마 오토사카 쿄시로 씨 되세요?

 

그래

 

저 토오노 미사키의 딸인 아유미에요

 

- 그 편지 쓴 사람?
- 그래

그 편지 쓰신 분이에요?

 

짱이다

이런데서 만난 줄 몰랐어요

전 오토사카 유리의 딸인 소요카에요

 

정말 많이 닮았다

 

여기서 만날 줄이야

 

그런데

 

너희가 어떻게 나에 대해서 알고 있니?

편지를 썼거든요

엄마 대신에

 

- 죄송해요
- 죄송해요

 

그렇구나
너희였구나

 

사실은 저기...

 

엄마에 대한 건데요

 

미사키 일에 대해서는 들었어

 

유리한테

 

어..엄마한테요?

그래

 

저기 시간 있으세요?

응?

우리 집에 오시지 않겠어요?

 

엄마를 만나 주셨으면 좋겠어요

 

들어오세요

 

아무도 없니?

네 오늘은 할머니랑 할아버지
늦게까지 안 들어 오세요

들어오세요

실례하겠습니다

 

요즘 찍은 사진이 없어서

이렇게 젊었을 때 찍은 사진을 썼어요

 

엄마는 자살을 했어요

 

알아

유리한테 들었어

제가 갔을 때는

 

이미 병원에서 숨을 거둔 후였어요

 

자살한 건 감추고
병사한 걸로 하기로 했어요

 

계속 병을 달고 사셨기 때문에

 

그렇게 하기로 한 것 같아요

 

자살이라고 하면

 

별로 보기 않 좋을 거라면서요

 

그런데 그러면 엄마가

 

왠지 나쁜 일을 한 것 같아서

 

그냥 싫어요

 

엄마는

 

아무런 나쁜 일도 하지 않았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처음 본 분께 이런 얘기를 해서

 

아냐

 

괜찮아

 

죄송해요

 

잠깐 혼자 있어도 될까?

 

 

고마워

 

 

응?

시간있어?

 

왜?

 

졸업생 대표 원고를 써야 되는데

 

어떻게 써야 될지 몰라서

좀 도와주라

 

그..그래

같이 생각 좀 해줘

 

거의 다 썼잖아

근데 뭔가 부족한 것 같아서

 

왜 나야?

 

니가 글을 잘 쓰니깐

 

아니야

 

잘 쓰거든

그런 말 들어본 적 없어

 

러브레터 직접 쓴 거 아냐?

 

직접 썻어
당연한 거 아냐?

 

이런 느낌

 

어때?

 

별로 바꾼 건 없지만

 

좋은 것 같은데

 

진짜야?

 

어느 부분이?

 

잘 모르겠지만
전체적으로 좋아졌어

 

멋있어

 

소설가가 될 수 있을 거야
분명히

 

아유미에게

 

미사키

 

이게 내가 쓴 책이야

 

무슨 책이에요?

 

뭐야 미..미사키

미사키 이모 이름이다

 

소설 읽었어요

 

작가 오토사카 쿄시로 씨

 

편지 받았을 때 바로 알았어요

이 책 쓴 사람이라고요

 

저기

여기 싸인해 줄 수 있으세요?

 

이 책의 주인공 엄마 맞아요?

 

그래

저기

 

 

처음에 이거 읽었어요

 

이거 기억하세요?

 

그럼

이 책이랑 내용이 똑같던데

 

우연인가요?

 

너도 이거 읽었니?

 

이거 고등학생 때 쓴 러브레터에요?

 

엄마의 보물이었어요

 

이때는 말이야

 

한 장을 다 쓰면

 

이렇게 편지로 써서

 

보냈어

 

미사키를 위해 쓴 소설이었기 때문에

 

가장 먼저

 

그녀가 읽어주길 바랬거든

 

미사키는

 

이거

 

읽었었니?

 

읽었어요

 

몇 번이나

 

몇 번이나

 

저도

 

몇 번이나 읽었어요

 

엄마에 대한 애정이

 

아주 많이 전해졌어요

 

여러 가지로

 

괴로울 때도

 

있었지만

 

엄마를 모델로

소설을 써준 이 사람이

 

언제가 꼭

 

이 사람이

 

엄마를 데리러 올 것만 같았어요

 

그런 생각이 드니까

 

저도 모르게

 

힘이 많이 났어요

 

조금 더 빨리 와주길 바랬지만요

 

엄마도 기뻐하고 계실 거예요

 

왜 그래?

 

나 말야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

 

뭐?!

 

얘를 좋아하는 건가?
라고 느낀 게

 

6월

 

 

옆자리 남자애야

 

그대로 여름방학이 시작됐고

 

그대로 마음이 점점 커져는데

 

여름방학이 끝나고 말야

 

교실에서 다시 보면

 

분명 얼굴이 새빨개 질 것 같아서

 

뭐야?

 

설마 그게 학교 가기 싫은 이유야?

 

 

뭐야 왜 웃어?!

 

뭐야 정말
말하지 말걸

뭐 어때

 

그게 아니라

 

그러니까 말야

 

나 말야
학교 갈거야

응?

집에 갈거야

 

왠지

 

니 얘기를 들으니까

 

부끄러워졌어

 

내가 정말 작은 것 같은 거 있지

 

그래서 나도 힘내서
학교 가기로 했어

 

그렇구나

 

있잖아
그 소설 무슨 내용이야?

 

미사키라는 책

 

저기 있으니까
읽어 봐

 

한 대학교가 무대고

 

예전에 동급생이었던 두 명이

잠깐!

지금부터 읽을 거니까 말하지 마

 

이른 봄바람에 등을 떠밀 리는 것 같은

 

신기한 고양감에 휩싸였다

 

바람은 나에게 말하고 있었다

 

앞으로 나아가라고

 

꿈을 이루라고

 

집에 가는구나

 

외로울 거야

 

다녀왔습니다

 

뭐야 갑자기

 

돌아와 버렸습니다

연락 정도는 하고 와야지

 

아유미는 어때?

 

아유미는 괜찮아

 

응?

괜찮아요

 

아빠 다녀왔어요

 

어서오렴

 

죄송합니다
아직 개관 시간 안됐어요

 

이제 도쿄로 돌아갈 거야

 

그러시군요

 

여러 가지로

 

고마웠어

 

아뇨
아무 것도 안했는 걸요

 

선물로 어떨까 해서
뭘 가져왔는데

신경 안 쓰셔도 되는데

 

이거야

 

고등학교 다녀 오셨어요?

 

 

감사해요

 

뭐지?! 이건...

 

거기 사는 아이들

 

우연히 학교에서 만났어

 

얘가 제 딸이에요

 

얘는 언니 딸이고요

 

소요카랑 아유미

 

뭐에요?!

사실은 집에도 갔다 왔어

 

덕분에

 

미사키도 보고 올 수 있었어

 

그러셨군요

 

참 잘 됐네요

 

많은 얘기를 했어

 

네 무슨 얘기요?

 

뭐 여러 가지

 

가길 잘 했어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전집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소설과
마주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거든

 

힘들겠지만
힘내세요

 

믿음이 가는 것을 계속 쫓아 주세요

 

당신은

 

제 영웅이니까요

 

그래

 

우와

선배랑 처음으로 악수했어요

 

그럼

 

건강하세요

 

너도

 

잠깐만요

 

여기에 싸인해 주실 수 있으세요

 

아유미에게

 

졸업생 대표의 답사

 

대표 토오노 미사키

 

 

오늘 우리들은 졸업식을 맞이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은 우리들에게 있어서

 

아마도 평생 잊을 수 없는

 

둘도 없는 추억이 되겠죠

 

장래 희망은?
목표는 뭐니?라고 묻는다면

 

저는 아직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괜찮다고 생각해요

 

우리들의 미래에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고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인생의 선택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 있는 졸업생 한 명 한 명은

 

여기 있는 졸업생 한 명 한 명은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다른 누구와도 다른
인생을 걸어가게 될 것입니다

 

꿈을 이루는 사람도 있겠죠

 

이루지 못하는 사람도 있겠죠

 

괴로운 일이 있을 때

 

살아가는 게 힘들 때

 

분명 우리들은

 

몇 번이고 이곳을 떠올리 게 될 겁니다

 

어때?

 

완벽해

 

정말?

자신의 꿈과 가능성이 아직

 

무한하다고 생각했던 이곳을

모두가 동등하고
소중하게 빛났던 이곳을

 

졸업생 대표

 

토오노 미사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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